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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혈병의 새 도전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 환자는 평생 항암제를 복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단, 유전자 특이반응만 관찰되지 않는다면 투약을 중단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이를 일반화하기는 아직 어려운 단계다. 이런 가운데 CML 환자에게 항암제 투여를 중단한 뒤 완치 가능성을 평가하는 대규모 국제임상시험이 진행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CML 치료제인 ‘타시그나’(성분명 닐로티닙)의 투약을 중단한 뒤 실질적 완치 가능성을 평가하는 대규모 국제임상시험(ENESTop)을 서울성모병원 등 전세계 40여개국 의료기관에서 실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가 주도하며, 우리나라 등 40여개국에서 2500여명의 환자가 참여한다. 임상연구 대상자는 CML을 유발하는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으로, 타시그나 복용 후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한 환자다. 완전 유전자 반응이란 항암제 치료에 따라 유전자의 이상 변이가 멈춘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는 ‘유전자 반응 4.5단계’로, 매우 낮은 질환 수준이어서 CML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김동욱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한 환자의 경우 항암제 투여를 중단해도 재발이 없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임상연구를 통해 CML 환자들이 정말 약을 끊어도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루게릭병 관여 단백질 기능 규명

    운동 근육이 서서히 굳어져 보통 2~3년 만에 사망하는 루게릭병의 발병에 관여하는 새로운 조절인자단백질 MST1의 기능을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루게릭병 치료 신약 개발의 기대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최의주 고려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의 이재근 박사·신진희 연구원 등은 21일 루게릭병 발병 과정에서 MST1의 신경독성 유발 기능을 규명하고, MST1 저해제가 루게릭병 치료제로 쓰일 가능성을 제안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지(PNA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MST1은 척수 조직에서 운동세포 사멸을 촉진시키는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MST1 유전자가 없는 쥐를 교차 교배시켜 세포 내 MST1 발현을 억제한 결과 운동성 신경세포 사멸과 행동장애가 점차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MST1이 활성을 띠는 원인은 SOD1 유전자 변이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인데, 그동안 루게릭병 치료제 연구자들은 SOD1에 주로 초점을 맞춰 왔다. 연구팀은 루게릭병을 포함한 퇴행성 신경계 치료제를 개발할 목적으로 MST1 활성 억제 물질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릴루텍 정’이 루게릭병 치료제로 유일하게 시판되고 있지만, 약효는 수명을 3~6개월 연장하는 데 그치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반갑잖은 갑상선 기능항진증

    반갑잖은 갑상선 기능항진증

    주부 윤미영(30)씨는 1년 전부터 몸에 열이 많아졌다. 여름에는 땀을 주체하기 어려웠고, 겨울에도 이불 없이 잠을 자곤 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가볍게 움직이기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숨이 찼다. 맥박이 분당 120회나 됐고 눈두덩이 자주 부어올랐다. 그러면서도 식욕은 좋아 음식을 평소의 2배나 먹었지만 반년 사이에 체중은 4㎏이나 줄었고, 신경이 예민해져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다. 이상하게 여겨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갑상선 기능항진증으로 진단됐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란 목 앞부분의 후두와 아래쪽 기관 사이에 자리한 갑상선은 갑상선호르몬을 합성해 저장·분비하는 기관이다. 갑상선호르몬은 인체 대사를 촉진하고, 세포 속에서 에너지와 열을 생산하게 하며, 체온 조절에도 관여한다. 기능항진증이 생기면 갑상선호르몬이 과잉 생산돼 땀을 많이 흘리고, 유난히 더위를 못 견딘다. 이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병을 발견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여성에게 많아 갑상선호르몬 분비 체계에 문제가 생기는 갑상선질환은 연령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지만 특히 여성에게 많다. 기능항진증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3~8배나 많다. 그 이유는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일부에서는 면역조절 유전자의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런 갑상선 기능장애를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기 쉽지만 조기에 잘 치료하면 예후는 좋은 편이다. ●그레이브스병이 주요 원인 기능항진증의 주요 원인은 그레이브스병이다. 이 병이 발생하면 갑상선호르몬의 분비량이 증가하고 갑상선이 전체적으로 커지면서 부드러워진다. 뇌하수체호르몬의 일종인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의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가 갑상선을 자극함으로써 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하는 것. 그레이브스병은 환자의 약 85%가 20~60대이고, 가족력이 뚜렷하며, 스트레스가 주요 유발 요인으로 꼽힌다. ●증상 기능항진증은 더위에 약해 많은 땀을 흘리고, 식욕이 느는데도 체중이 주는 것 말고도 많은 증상이 나타난다. 가슴이 뛰고 맥박이 빨라져 쉽게 숨이 차는가 하면 미세하게 손발이 떨리고, 갑상선이 커지면서 목 부위가 점차 부풀어 오른다. 쉬 피로하고 기운이 없으며, 신경이 예민해지고 짜증·불안·초조감이 늘어난다. 또 눈 주위가 붓고 눈이 돌출되며, 대변이 묽어지거나, 배변 횟수가 증가한다. 더러는 월경량이 줄고 월경주기가 길어지거나 불규칙해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나타나지만 별 증상 없이 갑자기 체중이 줄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피부가 가렵기도 하고, 설사 때문에 소화기내과를 찾기도 한다. 특히 노인에게서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생기면 이런 전형적인 증상 대신 심부전이나 부정맥이 발생하는 예도 많다. ●치료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만성화하는 그레이브스병은 주로 항갑상선제를 투여하거나 수술 또는 방사성 요오드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치료법마다 장단점이 다르므로 치료 전에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항갑상선제를 12~24개월 투여해 갑상선 기능을 회복시키는 게 일반적인 치료법이나 반복적으로 재발하거나 약물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는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요법을 고려하게 된다. 홍은경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내분비당뇨·갑상선센터 교수는 “기능항진증 환자는 많이 먹어도 체중이 줄기 때문에 단백질·당질·무기질·비타민B 복합체 등 영양분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면서 “배변 횟수가 잦아질 수도 있으므로 장운동을 늘려 설사를 유발하거나 섬유소가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인간의 DNA 특허 대상 아니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려온 미국의 유전자(DNA) 특허소송에서 인간 DNA는 특허대상이 아니라는 최종 판결이 나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시민단체 등이 유타주의 미리어드사가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 유전자 2개의 특허권을 보유한 것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만장일치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DNA는 자연의 산물이며 그것이 단순히 분리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09년 미국시민자유연합(ACLU)과 공공특허재단이 미리어드사를 상대로 이 회사가 보유한 인간 유전자 2종의 특허권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BRAC1’과 ‘BRAC2’로 불리는 돌연변이 유전자는 여성의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리어드사는 해당 유전자의 특허권을 토대로 환자의 암 발병 가능성을 진단하는 고가의 의료상품을 독점 판매해왔다. 그간 미국의학협회 등 주요 의학·생명과학 단체들은 미리어드의 특허권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해왔다. DNA 구조를 처음으로 규명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도 이에 동참했다. 유전자가 특허권에 묶이면 샘플 공유 등 연구활동을 심각하게 억제해 과학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대해 생명공학 업계는 유전자 특허가 없으면 관련 연구에 대한 투자가 급감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국인 위암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 133만여개 찾았다

    한국인 위암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 133만여개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위암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ility·MSI)위암’에 관여하는 대규모 유전체 돌연변이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차병원그룹 차암연구소 김성진 소장팀과 서울대의대 외과 양한광 교수팀은 한국인 위암 환자 16명의 유전체를 해독했으며, 이를 통해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위암에 관여하는 돌연변이 133만 2422개를 모두 찾아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돌연변이 9554개도 함께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다. 관련 논문은 유전자 분야의 권위지인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최근호에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유전체가 불안정하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유전체 불안정성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가 바로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위암 중 많게는 15%가 이 유형에 해당된다. 현미부수체란 인간의 전체 유전자 중 같은 염기가 반복된 부위로, 이 부위의 염기에 결손이 생기거나 삽입된 뒤 정상으로 복원되지 않아 정상적으로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못하면 암이 발생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한 돌연변이 중 30%는 모든 환자에서 공통으로 나타나지만 70%는 개인에 따라 발현 정도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양한광 교수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유형에 따라 암의 전이를 유발하는 돌연변이, 암의 재발을 이끄는 돌연변이, 항암제의 내성에 관여하는 돌연변이 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면서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위암에 관여하는 돌연변이를 모두 찾아내 분류한 만큼 각각의 위암 유발 원인을 찾아내면 개인별 맞춤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특히 현미부수체가 안정적인 위암에도 약 29만개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현미부수체의 돌연변이가 모든 위암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성진 소장은 “수많은 돌연변이를 가진 암세포가 증식을 계속한다는 것은 암세포가 그만큼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며, 이는 한가지 방법만으로 암을 치료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뜻한다”면서 “앞으로 위암·대장암·자궁내막암 등의 치료에는 유전자 돌연변이 유형에 따른 맞춤치료법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유전자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외모·질병은 왜 다를까?

    유전자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외모·질병은 왜 다를까?

    영국에 사는 60대의 바버라와 크리스틴 올리버는 일란성 쌍둥이다. 이들은 1990년대 초반 다른 수십 쌍의 쌍둥이들과 함께 런던 킹스칼리지에 새로 설립된 한 연구소를 찾았다. 쌍둥이들은 연구소에서 피를 뽑고, 골밀도를 계산하고 폐기능을 평가받았다. 엑스레이 촬영과 전신 자기공명영상(MRI), 세심한 심리테스트도 이어졌다. 이들의 신체에 대한 모든 것은 이런 식으로 매년 한 번씩 기록됐다. 다음 달 21주년을 맞는 세계 최대의 이 ‘쌍둥이 연구소’에는 지금까지 3500쌍의 쌍둥이, 7000명에 대한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어린아이들은 누구에게나 쉽게 주목받는다. 귀엽다거나 예쁘다는 찬사가(설사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단연 쌍둥이다. 쌍둥이는 생물학과 의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있어서는 ‘축복받은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1900대 중반 ‘유전자’(DNA)가 발견된 이후 학자들은 유전자의 신비를 밝히는 것이 곧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가장 큰 반박이 바로 ‘쌍둥이’, 특히 ‘일란성 쌍둥이’였다. 하나의 배아가 둘로 나뉘어 자란 일란성 쌍둥이는 모든 유전자가 정확히 일치한다. 만약 유전자가 생명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면, 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신체조건이 같은 것처럼 같은 병을 앓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쌍둥이의 인생은 마치 전혀 다른 사람처럼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킹스칼리지 쌍둥이 연구소 창립자이자 소장인 팀 스펙터 교수는 원래 백내장이나 관절염 등 나이가 들면 생기는 ‘퇴행성 질환’을 연구하고 있었다. 당시 퇴행성 질환은 나이를 먹으면서 신체 기관이 마모된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스펙터는 연구소 창립 21주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떤 사람들은 이른 나이에 이런 질환에 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지가 궁금했다”면서 “일란성 쌍둥이를 비교하면 유전자와 환경 중 어느 쪽이 질병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쌍둥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어린 시절 두 아이를 똑같이 보이게 하기 위해 애쓴다. 입는 옷이나 교육법, 먹는 음식까지 대부분 동일하고 이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지배한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 쌍둥이의 길은 갈리게 마련이다. 같은 여자 쌍둥이라고 해서 모두 짧은 치마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감이나 일에 대한 취향도 달라진다. 스펙터의 연구에서 쌍둥이 중 상당수는 얼핏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키나 몸무게 등 외모에서 차이를 보이고, 심지어 쌍둥이들이 같은 질병으로 죽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난 21년간 이 연구소에서 얻어진 결과물은 유전자와 질병에 대한 학자들의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의 ‘DNA 구조 규명’이 ‘유전학의 시초’라고 불리는 것처럼, 스펙터의 연구는 ‘현대 유전학의 시초’로 불린다. 2000년까지만 해도 학자들은 선천적 질병이 한 가지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분자유전학이 발달하면서 선천성 낭포성 섬유증, 헌팅턴 무도병, 근위축증(루게릭병) 등의 원인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발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졌다. 하지만 스펙터의 쌍둥이 연구는 이런 연구의 90% 이상이 ‘쓰레기’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심지어 거짓으로 판명난 연구 중에는 스펙터 스스로 과학저널 ‘네이처’ 표지에 실었던 ‘골다공증 유발 유전자 규명 연구’도 포함돼 있었다. 스펙터의 쌍둥이 연구는 ‘쌍둥이가 어떻게 같은가’라는 기존의 접근 방식 대신, ‘쌍둥이는 무엇이 다른가’에 초점을 맞췄다. 한쪽이 질병이 발생했다면 그들의 유전자가 어떻게 달라져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폈다. 스펙터는 “비만처럼 흔하지만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질환의 경우에는 10여개의 유전자가 관여돼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점차 늘어 현재 550여개가 알려져 있다”면서 “수많은 유전자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연령대에 질환을 발병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둥이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는 각 개인이 한 가지 질환에 걸리는 이유 가운데 고작 0.1%만을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유전자는 특정한 상황에서만 발생하며, 같은 유전자를 가져도 평생 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잃어버린 유전성’이라고 부른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아주 특이한 상황에서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일란성 쌍둥이 두 사람이 심장병에 걸리는 확률은 30%지만, 류머티즘성 관절염은 15%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4년 전 ‘왜 쌍둥이는 자라면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다른 병이 생길까’에 대한 답을 ‘후성유전체’에서 찾았다. 후성유전체는 환경 변화로 인해 유전자의 행동이 변하는 생체 작용이다. 세포 안쪽을 떠다니는 ‘메틸’이라는 화학물질이 DNA에 달라붙으면서 일어나는 ‘메틸화’가 원인이다. 메틸화가 일어나면 몸속에서 유전자의 활동이 억제되거나 약해질 수 있다. 특히 메틸화는 생활 방식이나 기호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다이어트, 질병, 노화, 환경호르몬, 화학물질, 흡연, 약품 등이 메틸화의 주 원인이다. 결국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도 메틸화를 통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펙터 교수는 “통증을 참는 정도가 다른 일란성 쌍둥이나 우울증, 당뇨, 유방암을 가진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메틸화를 측정해 본 결과 상당한 유전적 차이가 진행됐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쌍둥이 중에서도 한쪽은 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가 켜져 있고, 한쪽은 유전자가 꺼져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쌍둥이가 각각 겪는 경험이나 사고방식 역시 그들의 삶을 달라지게 한다. 쌍둥이들은 정신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한쪽이 결혼하면서 유대관계에 이상이 생긴다. 한쪽이 먼저 결혼하면 다른 쪽은 상실감에 빠지고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켜질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먼저 결혼한 쌍둥이보다는 나중에 결혼하거나 결혼하지 않은 쪽에서 질병이 발생하거나 이혼할 확률이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백호 ‘털’에 얽힌 비밀 풀렸다

    백호 ‘털’에 얽힌 비밀 풀렸다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를 가진 백호(白虎). 이 같은 털을 가진 희귀 호랑이 탄생의 비밀이 한국과학자들이 참여한 연구진에 의해 마침내 풀렸다.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는 23일 최신 논문을 통해 “백호는 단 하나의 유전자가 변이해 붉은색과 노란색 색소가 억제돼 태어난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대학이 주도한 이번 연구에는 광저우 침롱 사파리 공원에 있는 벵갈 호랑이와 백호가 이용됐다. 연구진은 이들 호랑이가 가진 색소유전자 ‘SLC45A2’에 주목했다. 이 색소유전자는 인간은 물론 호랑이를 포함한 다수 동물에서 색소 침착을 유도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를 분석한 결과, SLC45A2 색소유전자는 붉은색과 노란색 유전자를 억제하지만, 검은색 유전자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논문에는 한국 과학자 2명도 참여했다. 수원에 있는 게놈연구소(PGI)의 박종화 박사와 조윤성 연구원이 이들이다. 중국 측이 게놈연구소의 호랑이 게놈프로젝트 데이터를 인용하게 되면서 연구진에 포함됐다. 사진=플리커(CC/Anderson Mancini)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전적 암 위험군’ 배우 졸리 가슴 절제 국내 유방암 환자 느는데 따라해도 괜찮나

    ‘유전적 암 위험군’ 배우 졸리 가슴 절제 국내 유방암 환자 느는데 따라해도 괜찮나

    국내 여성 유방암 환자가 최근 10년 동안 2배 가까이 급증한 가운데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의 유방절제술 소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전자 검사에서 유방암 및 자궁암 발병 위험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에 절제술을 통해 발병 확률을 낮췄다는 것이 졸리 측의 설명이다. 졸리의 선택을 놓고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찬사가 나온다. 유명 스타의 행동이 유방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도한 대응’이라는 의견도 있다. 졸리의 선택은 과연 적절한 것이었고, 비슷한 위험성을 가진 여성들은 유방절제술을 통해 유방암 발병을 막을 수 있는 것일까. 15일 의학계와 생물학계에 따르면 어머니가 유방암 환자였던 졸리는 ‘유전적 암 위험군’에 속한다. 졸리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BRCA1 유전자 변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적 유방암과 난소암은 사람의 1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BRCA1 유전자나 13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발생한다. 아직까지 이 유전자들이 정확히 어떻게 암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BRCA1과 BRCA2가 암세포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고 있으며 유전자 돌연변이로 암세포 억제 기능이 상실되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BRCA1이나 BRCA2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여성의 87%는 난소암이나 유방암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암환자 중 유전적 환자가 15~20%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다른 유전자 변이가 동반될 경우 확률은 더 높아진다. 하지만 누구나 졸리처럼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BRCA1과 BRCA2 변이를 이용한 암 진단법은 미국 유전자연구소인 미리아드 제네틱스의 특허다. 검사 비용은 미국의 경우 4000달러(약 440만원) 수준이고, 한국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는 현재 미리아드 제네틱스의 특허에 대해 “사람의 유전자를 특정 회사의 특허로 인정할 수 있느냐”에 대한 특허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다음 달로 예정된 판결에서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검사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전문가들은 유방 절제가 유전적 유방암 위험을 줄일 수는 있지만, 완벽한 예방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동양인과 서양인은 유방암의 유전적 요인이 달라 BRCA1이나 BRCA2 유전자 돌연변이만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에서 BRCA1이나 BRCA2 변이를 보유한 여성은 600명에 한 명꼴이지만, 동양에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여성 유방암 환자 수는 2000년 5401명에서 2010년 1만 6398명으로 늘었다. 이들의 5년간 상대 생존율은 90.6%(2006~2009년)에 이르고 있다. 이수현 연세대 세브란스 암센터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졸리처럼 유방절제술을 받으면 보통 사람 수준으로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실제 그런지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특히 한국 암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대한 연구가 충분치 않아 유전자만으로 암 발생을 예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韓여성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동남아 환자와 유전자형 달라

    우리나라 여성에게서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섭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은 2007~2010년 사이 한국을 비롯,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등지의 자궁경부암 여성 환자 1012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최근 밝혔다. 세계 여성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자궁경부암은 주요 발생 원인이 HPV다. HPV는 종류가 100여종이 넘는데, 자궁경부암과의 역학적 관련성에 따라 고위험군(16·18형)과 저위험군(6·11형)으로 나뉜다. 주로 상피 내 종양과 같은 암 전단계 병변이나 자궁경부암, 항문·생식기암을 유발하는 HPV는 고위험군에 속한다. 반면 저위험군은 대부분 양성인 생식기 사마귀나 재발성 호흡기 유두종 등과 관련이 있다. 역학조사 결과, 한국에서는 고위험군인 HPV16과 18의 분포가 각각 61.3%, 12.9%로 다른 나라 분포와 거의 비슷했다. 이에 비해 동남아시아는 HPV16이 41.7%로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18은 29.6%로 많은 편이었다. 이런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려면 자신의 HPV 유전자형에 맞는 예방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부인암잡지에 발표됐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는 아시아와 한국에 어떤 HPV 유전형이 많은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면서 “악성화 정도가 심한 HPV18형이 많은 동남아 여성은 치료 예후가 더 불량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中 신종AI 10개省 확산…푸젠·후난성서도 발생

    중국의 H7N9형 조류인플루엔자(AI) 환자 발생 지역이 두 달 만에 전국 10개 성·시로 확산됐다. 중국의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3분의1이 신종 AI 위험 지역에 포함된 것이다. 남부 푸젠(福建)성과 후난(湖南)성에서 처음으로 H7N9형 AI 환자가 발생했다고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사가 28일 보도했다. 이로써 신종 AI 발생 지역은 상하이, 장쑤(江蘇)성, 저장(浙江)성, 안후이(安徽)성, 허난(河南)성, 베이징, 산둥(山東)성, 장시(江西)성 등 모두 10개 성으로 늘어났다. 당초 상하이 등 장강(長江) 삼각주 지역에서 시작된 신종 AI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바다 건너 타이완에서도 상하이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주민이 환자로 판명된 바 있다. 푸젠성 룽옌(龍巖)시와 후난성 샤오양(邵陽)시에서 발생한 신종 AI 환자는 각각 65세와 64세로 모두 노인이다. 이들과 접촉했던 사람들 가운데 감염 증세를 보인 사람은 없었다. 앞서 전날에도 장쑤성에서 3명, 저장성과 장시성에서 각각 1명이 신종 AI 환자로 판명돼 이날 현재 중국 전역의 감염 환자는 118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24명으로 집계됐다. 사람 간 전염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저장(浙江)대, 칭화(淸華)대, 홍콩대와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공동 연구진은 지난 25일 의학전문지 랜싯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논문에서 신종 AI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동시에 변이를 일으키면 사람 간에도 감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신종 AI가 가금류 등의 배설물을 통해 공기 중에서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노동절 연휴(4월 29일~5월 1일)가 새로운 고비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파킨슨병

    [Weekly Health Issue] 파킨슨병

    파킨슨병은 노화에 따른 퇴행성 질환이지만 일부 증상이 비슷해 치매로 잘못 아는 사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운동장애를 보이는 파킨슨병과 인지장애인 치매는 증상이 유사하더라도 결코 같이 취급할 수 없는 질환이다. 실제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과거에는 파킨슨병을 치매로 오인해 치료조자 시도하지 않았던 사례가 없지 않았다. 문제는 사회 전반에서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갈수록 파킨슨병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병증이 시작돼 초기 단계를 넘어서면 치료조차 쉽지 않다.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어떤 방법으로도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파킨슨병을 두고 안태범 경희의료원 신경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파킨슨병이란 어떤 질병인가. 뇌세포의 일부가 서서히 죽어가면서 뇌세포에서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이 감소해 발생하는 신경계 퇴행성질환이다. 이때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감소되는 대표적인 신경전달 물질은 도파민이다. ●발병 요인은 무엇인가. 정확한 발병 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 및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특히 50세 전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전자 돌연변이는 소수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증상과 진행 양상을 설명해 달라. 파킨슨병의 발병연령은 평균 55세 전후이며, 전체 인구의 0.3% 정도가 병증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연령에 따라 발병률이 증가해 60대 이상에서는 1∼1.5%가 이 병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증상은 행동이 느려지고(서동), 떨리며(진전), 뻣뻣함(경축), 중심을 잡기 어려운 자세불안정과 보행장애를 들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서서히 발생해 조금씩 진행되는데, 이 때문에 가족은 물론 환자 자신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증상이 상당히 진행되어서야 병원을 찾는 것은 주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요 증상인 운동증상뿐 아니라 변비·냄새·어지러움 등 자율신경계 증상과 통증, 수면 중 이상행동·렘수면(몸은 잠들었지만 뇌가 활동하는 수면상태)이상행동·우울증·치매 등 비운동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조기진단의 지표가 되기도 하는 이런 비운동증상이 운동증상보다 먼저 나타날 경우 진행 과정에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 되기도 한다. 운동증상은 몸 한쪽에서만 나타나거나 한쪽이 더 심한 경우가 많고, 유병기간이 길어지면서 중심잡기나 보행이상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파킨슨병은 증상이 다양하지만 환자마다 증상의 양상과 발생 시기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로 어떤 환자는 떨림이 주증상인가 하면 떨림이 전혀 없는 환자도 있다. ●그렇다면 치료 추이는 어떤가. 최근 들어 치료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04년 3만 798명이던 것이 2011년에는 6만 8552명으로 7년 사이에 2.2배가량 늘었다. 이 기간에 50대 환자가 1.7배(71.5%)로 늘어 60대 환자(1.4배)를 앞질렀다. 이 같은 추이는 노인인구가 많아지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간에 치료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발병률이 높아서가 아니라 이 병에 대한 인식이 바뀐 탓으로 보인다. 이 병을 가진 미국의 배우 마이클 제이폭스, 요한바오로 2세 전 교황, 복서 무하마드 알리 등의 영향이 컸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http://kmds.or.kr)를 중심으로 한 인식 제고활동도 이런 인식 확대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의의 진찰이다. 진단기준은 운동증상을 축으로 하는데, 떨림과 서동 중 한가지 증상을 가졌으면서 다른 운동증상을 동반한 경우 파킨슨병으로 임상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파킨슨병이 아니면서 유사한 증상이 보이기도 하는데, 약물이나 뇌경색·뇌출혈을 포함한 뇌혈관질환, 수두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정확한 식별을 위해 뇌MRI를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파킨슨병 환자의 뇌 속 도파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페트검사가 도입돼 훨씬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이 뿐 아니라 파킨슨병과 비슷하면서도 특이하게 소뇌장애 등 추가적인 증상이 있고,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파킨슨증후군(비정형파킨슨증)도 있어 점차 신경학적 진찰 소견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증상에 따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증상이 가볍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증상 개선보다 도파민이 부족한 뇌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최소한의 약물 치료를 시도한다. 본격적인 약물치료는 증상이 심할 경우에 시도한다. 사멸한 뇌세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근본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 파킨슨병 치료는 대증치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휘발유가 없으면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듯 도파민 부족 상태가 지속되는 한 정상적인 삶이 어렵기 때문에 치료에 순응하는 게 중요하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약물·운동·수술 등으로 이뤄진다. 치료 약물은 체내에서 도파민으로 작용하는 전구물질(레보도파), 도파민의 역할을 돕거나 대체할 수 있는 물질 등이 있다. 특히 약물 투여기간이 길어지면 약효 유지기간이 짧아지는 현상이나 몸이 꼬이는 등의 이상운동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약물 투여기간 또는 약물을 조절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사실, 어느 질병이나 같지만 의사의 진단과 적절한 치료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의 주체적 역할이다. 파킨슨병의 경우 규칙적인 운동이 치료에 매우 유익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걷기 등 쉬운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킨슨병과 관련한 정책적 문제는 없는가. 파킨슨병은 유병기간이 길고,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 약물치료에 따르는 부담이 많다. 그럼에도 일부 약제의 사용이 제한되거나 꼭 필요한 약제를 비급여로 분류해 환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만성 골수성 백혈병 유발하는 새 유전자 찾았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유발하는 새 유전자 찾았다

    국내 의료인이 다국적 연구를 통해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유발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에 따라 이 유전자에 작용하는 치료제 개발이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비전형적 만성골수성백혈병’(aCML)을 유발하는 ‘SETBP1’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최근 밝혔다. 유럽과 미국 연구진이 참여한 이번 다국적 연구에 김 교수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유전학 분야의 권위지인 ‘네이처 지네틱스’ 최근호에 실렸다. 김 교수는 2011년부터 아시아인 최초로 유럽백혈병네트워크(ELN)의 국제표준지침제정위원에 선임됐으며, 최근에는 유럽혈액학회(EHA) 초록 심사위원으로도 선정됐다. 김 교수는 “만성 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변이된 SETBP1 유전자가 비전형적인 만성 골수성백혈병을 일으키는 종양 유전자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면서 “실제로 70명의 비전형적 만성 골수성백혈병 환자와 574명의 다양한 혈액종양질환자, 344개 암세포의 표적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SETBP1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24개나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한 환자는 백혈구 수치가 높았고 예후도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체 만성 골수성백혈병의 5% 가량을 차지하는 비전형적 만성 골수성백혈병은 일반적인 만성 골수성백혈병과 유사한 특징을 가졌으면서도 암 유전자가 없어 희귀 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김 교수는 “SETBP1 유전자 발견으로 비전형적 만성 골수성백혈병을 표적으로 한 항암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긴급출동 24시(KBS1 밤 10시 55분) 2013년 3월 1일. 고(故) 정옥성 경위는 자살 기도자를 막고자 바닷속으로 주저 없이 몸을 던진다. 하지만 강화도의 밤바다는 끝내 그를 다시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시신 없는 영결식이 거행됐다. 프로그램은 살신성인의 정신을 보여준 정 경위를 추모한다. ■위기탈출 넘버원(KBS2 밤 8시 50분) MC로 맹활약 중인 가수 김종국이 개편을 맞아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봄철 나들이를 떠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사고와 관련해 낚시 여행을 가는 한 남자로 출연한다. 한편 새로운 안방마님이 된 장윤정은 여경으로 변신하고 새신랑 김준현이 직접 실험에 참여해 각각의 개성을 선보인다. ■MBC 다큐스페셜(MBC 밤 11시 20분) 축구 선수 이천수와 정대세가 있어 K리그는 뜨겁다. 악동과 인간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그라운드에서 무서운 승부욕으로 거침없이 공을 차는 이들. 최고 스트라이커들의 골을 향한 강한 집념의 승부가 펼쳐진다. 또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감춰져 있던 두 스타 플레이어의 일상을 낱낱이 파헤쳐본다. ■문화가중계(SBS 밤 4시) 뛰어난 통찰력과 한계 없는 테크닉,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첫 리사이틀이 시작된다. 뛰어난 테크닉이 돋보일 만한 쇼팽의 발라드 2번을 비롯해 마주르카, 스케르초 왈츠 등과 샤를 발랑탱 알캉의 ‘12개의 단조 연습곡’ 중 12번 ‘이솝의 향연’을 감상해본다. ■다큐 프라임(EBS 밤 9시 50분) 식물과 동물, 사람에 이르기까지 유전정보가 없는 생명체는 없다. 모든 생명체에 돌연변이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중 왜소증인 라론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암이나 당뇨 등의 질환에는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그들은 어떤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에 암이나 당뇨 등의 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일까. ■경찰 25시(OBS 밤 11시 5분) 분당의 한 상가 건물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전날 밤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하고 퇴근했다는 피해자. 하지만 출근해보니 현금만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파손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다른 직원과 지인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예상 밖의 인물이 포착된다.
  • 항암제 안 듣는 백혈병 돌연변이 치료길 열렸다

    항암제 안 듣는 백혈병 돌연변이 치료길 열렸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항암제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기술이 개발됐다. 골수나 조혈모세포 이식 등 ‘최후의 수단’에 의존해야 했던 백혈병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동은 건국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돌연변이 세포를 골라서 잘라낼 수 있는 유전자(DNA) 가위를 고안해 세포 단위에서 효과를 증명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혈액·종양학 분야 권위지인 ‘백혈병’ 최신호에 게재됐다. 스위스 노바티스가 개발한 글리벡은 만성 백혈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무한 증식하는 백혈병 세포 중 일부가 유전자 서열이 바뀌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글리벡의 효과가 없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현재까지 글리벡 내성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는 40여개가 알려져 있다. 김 교수팀이 만든 것은 이런 돌연변이 부분을 선택적으로 결합해 잘라 내는 DNA 분자가위다. 이를 글리벡과 함께 사용한 결과 돌연변이 백혈병 세포까지 죽일 수 있었다. 김 교수는 “골수이식밖에는 대안이 없었던 백혈병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좀 더 연구가 진행되면 백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생성되기도 전에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씨줄날줄] 백색 한우/육철수 논설위원

    유전이나 돌연변이처럼 과학적 개념이 전혀 없던 옛날에는 유색 동물에서 흰색 새끼가 태어나면 으레 길조(吉兆)로 여기곤 했다. 워낙 신기하니까 상서로운 징조로 생각하고 신성시한 흔적이 많다. 동양의 불교국가에서는 아직도 흰 코끼리를 숭배하고, 한라산 백록담에 흰 사슴 100마리가 살았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게 그런 사례들이다. 서양에서는 흰색 동물을 종교나 풍습으로 신성시하지는 않았지만 희소성에 따른 상업적 가치는 컸다고 한다. 중국 춘추시대에 공자는 흰 송아지의 출현을 보고 길(吉)을 띄우고 흉(凶)을 숨겼는데, 역시 대학자다운 혜안이었다. 열자(列子) 설부편(說符篇)을 보면 송(宋)나라의 한 농부 집에서 검은 소가 흰 송아지를 낳았다. 농부는 그 까닭이 궁금해 공자를 찾아갔다. 공자는 “길조이니 흰 송아지를 하늘에 바치라”고 했다. 그 후 1년이 지나자 농부의 아버지가 눈이 멀었고, 그 집 검은 소는 흰 송아지를 또 낳았다. 농부가 다시 공자에게 물었더니 “역시 길한 조짐”이라며 흰 송아지로 또 하늘에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1년 뒤, 이번엔 농부까지 눈이 멀었다. 얼마 후, 초(楚)나라가 송나라를 침공해 송나라 젊은이 절반 이상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농부 부자는 눈이 멀어 징발되지 않았고, 전쟁 뒤에 시력이 회복되었다는 얘기다. 이 고사에서 나온 흑우생백독(黑牛生白犢)은 후세 사람들이 재앙이 복이 되고 복이 재앙이 되기도 한다는 뜻으로 쓰고 있다. 새옹지마나 전화위복과 같은 의미다. 흰색 동물은 개체가 드물어 사람들은 지금도 좋은 징조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동물의 처지에선 나쁜 환경 탓에 스트레스를 받아 유전자가 변형된 돌연변이일 뿐이다. 흰색 동물에겐 길이 아닌 흉이라고나 할까. 차원이 다르고 좀 빗나가긴 했지만 공자가 벌써 2500년 전에 흰색 동물에서 길흉을 동시에 꿰뚫은 통찰력은 놀랍다. 경상대 이준희(동물생명과학과) 교수팀과 농촌진흥청이 공동연구로 백색 한우의 복원에 성공했다. 지난해 폐사한 백색 한우 씨수소의 체세포를 배양해 수컷 송아지를 탄생시킨 것이다. 흰색 소는 우리 고유의 품종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칡소·흑우 등과 함께 멸종되다시피 했다. 이번에 복원한 백색 한우는 황색 한우의 변이종. 멜라닌 색소 유전자를 변이시켜 만들었다. 백색 한우의 멸종위기를 넘기고 희귀 유전자 자원을 보유함으로써 부가가치가 크다. 세계가 가축 유전자 자원 확보를 위해 경쟁하는 시대다. 백색 한우의 복원이 학계와 축산농가에 길조가 되길 기원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미토콘드리아 신호전달 암호 풀었다… 알츠하이머·파킨슨병 치료길 열리나

    세포 속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는 신호 전달경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이로써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으로 생기는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의 치료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서울대병원 박경수 교수와 황대희(포항공대)·이봉희·변경희(가천의대) 교수팀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이상에 관여하는 전사인자(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 ‘RXRα’의 기능을 밝혀냈다고 최근 밝혔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속에서 영양분을 산소와 결합시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세기관이다. 이 미토콘드리아 DNA 가운데 3243번 부위의 염기서열 변이는 국내 당뇨병 환자의 약 1%를 차지할 만큼 흔하지만 이 변이로 당뇨병이 발병하는 메커니즘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박경수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관련된 질환의 표적 단백질을 찾아낸 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를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 치료에 응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루푸스 발병 관여 유전자 발견

    국내 연구진이 루푸스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견해 국제 학회에 보고했다. 한양대 류머티즘병원 배상철 교수는 다국적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유전자 ‘ICAM1’이 루푸스 발병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배 교수가 주도한 이 연구에는 세계 30여개국 기관이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류머티즘 분야의 권위지에 편집자 추천 논문으로 게재됐다. 루푸스는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자기 몸을 스스로 파괴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면역체계가 피부는 물론 관절·뇌·신장·심장·폐 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환경적 요인과 유전자의 변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데 아직 규명하지 못한 유전인자가 많아 치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ICAM1의 유전변이가 루푸스 증상 악화에 관여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배 교수는 “앞으로 ICAM1을 활용한 치료약물 개발 관련 연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다윈의 ‘비둘기 수수께끼’ 154년만에 답을 찾다

    다윈의 ‘비둘기 수수께끼’ 154년만에 답을 찾다

    1855년. 찰스 다윈(1809~1882)은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자신의 농장에 커다란 비둘기장을 짓고 런던의 시장에서 비둘기를 잔뜩 사다가 키우기 시작했다. 그는 다양하고 예쁜 부리와 볏 모양을 만들어 내기 위해 비둘기 교배에 정성을 기울였다. 다윈은 4년 뒤인 1859년 이에 대해 “교배로 얻어낼 수 있는 다양성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라고 적었다. 또 “교배의 결과 이런 변화는 확연히 드러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라고도 썼다. 비둘기 교배 얘기로 앞부분이 가득 찬 이 책이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 출판물 ‘종의 기원’이다. 비둘기는 지난 수십년간 ‘평화의 상징’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왕성한 번식력과 강인한 생활력, 천적이 없는 환경 등으로 비둘기는 도심을 빠르게 채워 나갔다. ‘닭둘기’라고 불릴 만큼 비대해져 날지도 못하는 비둘기는 혐오감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비둘기는 수천년간 인류와 함께해 온 동물이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비둘기는 중동 지역에서 중요한 식량이었다. 식량을 구하기 힘들었던 이 지역의 농부들은 아예 야생 바위비둘기를 잡아다 사육했다. 기원전 8세기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픽 경기의 결과를 각 도시로 전하는 데 이용했고, 12세기 칭기즈칸은 거대해진 제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비둘기를 이용한 연락망을 구축했다. 이후 비둘기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관상용’으로 변신한다. 16세기 인도 무굴제국의 악바르 대제는 지역을 순시할 때마다 1만 마리의 비둘기를 데리고 다녔다. 축제 때면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보냈고, 훈련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1835년, 26세의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에 도착, 거기서 서식하는 핀치새 14종이 조금씩 다른 부리 모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4종이 각기 다른 먹이를 먹는다는 점에 착안, 자연이 이들의 부리 모양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을 세웠다. 진화론이 다윈의 머릿속에서 싹트기 시작한 때다. 다윈은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애완동물이었던 비둘기를 이용해 가설을 입증하고자 했다. 비둘기 사육·판매상들이 “어떤 날개라도 3년이면 만들고, 원하는 모양의 머리와 부리를 만들어 내는 데는 6년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할 정도로 교배 기술이 정점에 이른 시기였다. 다윈은 농장에서 교배를 통해 원하는 모양과 특성을 만들어 내며 ‘자연선택설’을 확립했다. 사육장 속의 인위적 교배를 자연상태에서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진화의 축소판으로 가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다윈은 비둘기들이 하나의 조상에서 시작됐고, 대를 거치며 다양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종의 기원’에 서술한 것과 같이 다윈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진화의 핵심인 ‘유전자’의 존재를 당시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윈의 후예들은 비둘기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않았다. 진화생물학자 마이클 샤피로 역시 그중 한 명이나다. 2001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박사후 연구원이었던 샤피로는 캐나다의 호수에 서식하는 큰가시고기의 진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샤피로는 큰가시고기가 자연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짧은 시간인 수천년 만에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진화했다는 점을 밝혀내면서 학계에서 명성을 얻었다. 2006년 유타대 교수가 된 샤피로는 ‘비둘기는 하나의 조상에서 시작됐는가’라는 다윈의 수수께끼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방법은 다윈과 달랐다. 다윈의 시대에 없었던 DNA 분석이 동원됐다. 또 다윈이 핀치새의 교훈 덕분에 비둘기의 부리 모양 변화에 집착한 반면 샤피로는 비둘기의 진화와 변이를 보여주는 가장 간단한 지표가 ‘볏’과 ‘얼굴뼈’라는 점을 찾아냈다. 그는 축제장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비둘기의 유전자 샘플을 모았다. 또 자신의 연구실에서 교배를 병행하며 유전자 변이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수많은 분석을 통해 닭이나 칠면조 같은 여느 조류와 달리 비둘기의 볏과 얼굴뼈에만 관여하는 유전자 ‘EphB2’를 찾아냈다. EphB2는 비둘기의 배아 상태부터 발현돼 특정한 형태로 볏과 얼굴뼈가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볏이 전혀 없는 일반적인 비둘기와 달리 EphB2에 돌연변이가 생긴 비둘기는 길거나 폭이 없는 볏이 만들어지고, 갈기 모양의 볏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샤피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EphB2 유전자 변이를 비교해 서로 다른 비둘기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조상이 누군지도 알아낼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은 것은 비둘기의 가계도를 그리는 일뿐이었다. 화려한 색과 풍성한 깃털을 자랑하는 공작비둘기는 주 거주지가 인도이지만, 수수한 모습인 이란 비둘기와 유전자가 거의 일치했다. 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을 거치자 현존하는 모든 비둘기가 야생 바위비둘기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둘기의 조상이 하나라는 다윈의 수수께끼가 현대과학의 힘을 빌려 154년 만에 풀린 셈이다. 특히 연구팀은 비둘기가 다른 조류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양성을 갖게 된 배경도 찾아냈다. 각기 다른 형태로 진화한 비둘기들이 사람에 의해 사육되면서 진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것이다. 비둘기는 전서구(傳書鳩)로 이용되거나 관상용으로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가면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조류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교배와 자연선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다른 지역과 멀리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한 섬에서 발견된 비둘기는 조상인 야생 바위비둘기의 유전자를 그대로 갖고 있었다. 7년간의 추적 끝에 얻어진 수수께끼의 답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다윈의 진화론에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면서도, 150년 넘게 풀리지 않았던 중요한 뼈대가 입증된 것이다. 진화학계의 거두인 애덤 보이코 미국 코넬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로 우리는 진화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윈은 1809년 오늘(2월12일) 태어났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독도서 쇠부리슴새 등 미기록 3종 추가 발견

    독도서 쇠부리슴새 등 미기록 3종 추가 발견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해 독도 생태계를 모니터링 결과, 기존 연구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조류인 쇠부리슴새와 박새, 곤충인 초록좁쌀먼지벌레 등 3종류의 미기록 생물을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처음 발견된 박새는 우리나라 산림지역에서 사는 텃새이지만 독도까지 서식 영역이 넓어진 것이 확인됐다. 쇠부리슴새가 독도에 사는 모습이 포착된 것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또 2007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독도 생태계 모니터링 결과 총 88종의 미기록종을 새로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덧붙였다. 대구청은 그동안 독도 생태계 조사를 통해 국내에서는 울릉도·독도에만 서식하는 ‘산쑥’과 독도 유일의 양치식물인 ‘도깨비쇠고비’의 유전체(엽록체 게놈) 지도도 완성했다. 산쑥은 97개, 도깨비쇠고비는 112개의 유전자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향후 미래 새로운 생물자원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동백나무 등 10종의 기초 유전자 분석 결과 괭이밥, 질경이, 바랭이 등 3종에서 개체변이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처음 확인했다. 환경부 김동진 자연정책과장은 “대구청 주도로 베일에 싸여있던 독도가 생태계 보고임을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됐다”면서 “국내 최초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독도의 자연보전과 생물자원 주권 확보를 위해 생태계 모니터링과 자생식물 유전자 분석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독감 4년만에 대유행 조짐… 손씻기만 잘해도 위험 ‘뚝’

    독감 4년만에 대유행 조짐… 손씻기만 잘해도 위험 ‘뚝’

    다시 인플루엔자가 엄습하고 있다. 미국의 상황이 심각하지만 우리도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벌써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섰고, 뉴욕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긴급 재난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미국 전역의 80%가 인플루엔자에 먹혔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안전하다”고 말하던 우리 정부도 발생 환자가 주의보 발령기준인 1000명당 4명을 넘어서자 지난 17일을 기해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결코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 다시 대유행의 전조 증상을 보이며 준동하고 있는 인플루엔자에 대해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로부터 듣는다. →먼저, 인플루엔자란 무엇인가. -통상 ‘독감’으로 알려진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열성 호흡기감염질환이다. 건강한 사람은 자연 치유도 되지만, 노인·만성질환자·영유아와 소아·임신부 등 소위 고위험군에서는 폐렴 등 합병증을 유발하거나 기존 만성병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인플루엔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플루엔자는 조류 등 동물과 사람이 모두 걸리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근원적인 퇴치가 불가능하다. 또 바이러스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잦아 한번 감염됐거나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이 다음 감염을 막아주지도 못한다. 만약 조류에서 유래한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된다면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유전자 소변이에 의한 계절형 인플루엔자의 경우 우리나라 등 북반구에서는 매년 겨울에 인구의 약 10%가 걸리는데, 이런 인플루엔자가 무서운 것은 유전자 대변이에 의한 대유행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지막 대유행 이후 4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H5N1’, ‘H3N2v’ 등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플루엔자의 실체적 위협은? -개인은 물론 집단적 유행으로 국가적인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인플루엔자는 호흡기 감염 후 1~2일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사람 간에 전파돼 유행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대유행기에는 최대 50%의 인구가 감염될 만큼 규모가 커지면서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해 병원의 진료기능이 마비되기도 한다. 또 필수적인 사회 기능 유지 요원이나 경제활동 인구가 대량 감염돼 국가 기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인플루엔자의 유형과 특성은? -주로 겨울에 나타나는 계절형 바이러스는 A·B형으로 나뉘며, A형 아형으로는 H1N1과 H3N2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2~1월에 A형 H1N1이나 H3N2가, 3~4월에는 B형이 주로 유행한다. 이런 유형의 중증 질환을 일으키는 위험도는 H3N2형-B형-H1N1형 순이어서 A형 H3N2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가 위험하다. →유형은 어떻게 구별하는가. -A형은 바이러스 표면에 붙은 당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다제의 종류에 따라 구분하는데, 헤마글루티닌은 16가지(H1~H16), 뉴라미니다제는 9가지(N1~N9)가 있어 144종의 아형 인플루엔자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야생 철새는 모든 종류의 A형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만 사람에게서 발병하는 계절형 인플루엔자는 대부분 H1N1 또는 H3N2 아형에 국한된다. 간혹 조류인플루엔자(AI) H5N1이나 H7N7 등이 인체에 감염되기도 하는데, 이런 전파는 대유행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다. →감염 경로와 증상은? -주로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주변 사람의 호흡기 점막으로 감염되며, 콧물 묻은 손이나 손잡이 등을 통해 전파되기도 한다. 전형적인 증상은 1~2일의 짧은 잠복기 후 갑자기 나타나는 고열이다. 이어 기침·인두통·콧물·코막힘 등 호흡기 증상과 두통·근육통·관절통·피로감 등의 전신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발병 후 2~3일은 고열과 심한 몸살 증상을 보이며, 소아의 경우 오심·구토·복통·설사 등 위장관 증상을 보여 장염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만성질환자는 2차적으로 세균성 폐렴이 생기기 쉬우므로 고열·기침·가래 등 독감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런 인플루엔자는 또 지병도 악화시키는데, 협심증이 심근경색증으로, 뇌혈관질환이 뇌졸중으로 발전하는 사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예후는? -특이 항바이러스제인 뉴라미니다제 억제제가 효과적인데, 국내에는 오셀타미비르(경구용)와 자나미비르(흡입용), 페라미비르(주사제)가 공급되고 있다. 이런 항바이러스제를 증상 발현 후 48시간 안에 사용하면 증상 기간을 단축시키며, 고위험군의 합병증 및 사망 위험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물론 건강한 사람은 항바이러스제 대신 대증요법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 단, 소아의 경우 합병증 위험 때문에 아스피린을 해열진통제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정책적 문제도 짚어달라. -먼저,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 무료로 접종하는 노인의 경우 접종률이 80%를 넘지만 만성질환자와 임신부는 여전히 낮다. 예전처럼 백신이 부족하지 않은 만큼 고위험군의 접종률을 90% 이상 높여야 하며, 무료접종 대상도 더 확대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10년부터 6개월 이상 모든 국민이 접종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국가가 나서 백신의 효능을 높이는 연구개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은 안전하지만 생산에 6개월이나 걸려 대유행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 다국적제약사에 손을 벌려야 했던 전례를 교훈 삼아 정부가 백신주권 확립에 대한 의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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