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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지능’ 관련 유전자 최초 확인

    ‘인간 지능’ 관련 유전자 최초 확인

    인간의 지능과 관련한 유전자가 처음으로 확인돼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실벵 데리비에르 박사가 이끈 국제 연구팀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지능에 영향을 주는 특정 유전자를 확인했다. 이는 NPTN이라는 유전자로, ‘회백질’로도 알려진 우리 뇌의 가장 바깥에 있는 대뇌피질을 형성하고 뇌 세포간 의사소통을 조절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회백질은 이전 연구에서도 기억과 집중, 지각인식, 사고, 언어 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이런 지적능력과 연관된 대뇌피질의 두께를 입증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실험으로 영향을 주는 유전자도 확인된 것이다. NPTN 유전자의 발현이 저조한 것으로 확인된 청소년들은 지능 검사에서도 그다지 높지 않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데리비에르 박사는 “우린 지적능력의 차이와 연관된 뇌의 구조적 차이가 어떤지 찾길 원했다. 지능이 유전적이고 환경적인 여러 요인에 영향받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식별한 유전자가 지적능력의 차이를 일부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으로 신체 건강한 14세 청소년 1583명에 관한 언어 및 비언어적 지능을 확인하기 위한 일련의 검사들을 시행하고 그들의 DNA 표본과 MRI 스캔 영상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두뇌 계발과 관련한 것으로 추정되는 5만 4000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주(변이를 일으키는 개체)를 검토했다. 그 결과, NPTN 유전자가 발견될수록 좌(左) 대뇌반구, 특히 전·측두엽의 대뇌피질이 얇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식별된 그 유전변이는 지능에 관한 전체 변이의 0.5%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결과는 조현병(정신분열병)과 자폐증과 같은 어떤 정신질환의 기저를 이루는 생물학적 메커니즘과 그 질환의 주요한 특징이 되는 손상된 인지능력을 이해하는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연구결과는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국내 유행 노로바이러스 변종이라 더 위험”

    최근 강원도 등 전국에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집단 식중독 사태가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가 유전학적으로 변종이어서 더욱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백순영 교수팀은 최근 국내 노로바이러스의 유전적 특징을 분석한 결과, 돌연변이 노로바이러스를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4~2007년 사이에 설사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5세 미만 환자들로부터 500개의 분변 시료를 채취해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를 통해 노로바이러스 유무와 유전자형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분변 시료에서 ‘GII-12/13’ 유전자형의 새로운 노로바이러스 변이주가 발견됐다. 이 변이주는 부위에 따라 12형과 13형의 유전자형 특성을 동시에 띠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는 바이러스 유전자가 발현 과정에서 재조합된 돌연변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백순영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유전자형이 조합된 돌연변이 성격을 가져 과거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도 다시 감염될 위험이 크다“며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유전적 특성을 참고하면 변종 노로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의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담배를 ‘꼭’ 끊어야 하는 이유 찾았다

    담배를 ‘꼭’ 끊어야 하는 이유 찾았다

    흡연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유발해 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흡연에 따라 폐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특정 유전자 변형을 확인한 것이다. 또 흡연자가 잘 걸리는 편평상피세포 폐암의 경우 동서양인 간에 인종적 차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도 처음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유전체 변형으로 폐암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서울병원 박근칠 교수팀은 국내 편평상피세포 폐암 환자 104명의 유전체를 미국 브로드연구소와 공동으로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3일 밝혔다. 아시아에서 이같은 연구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연구결과는 임상종양학 분야의 권위지인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96%인 100명에서 주요 유전자 변형이 발견됐다. 2만여 개에 달하는 인간의 유전자 중에서 이들은 평균 400여개가 손상을 입거나 변형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가운데 84명(80%)에서는 인간의 대표적 종양 억제 유전자인 ‘TP53’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만큼 망가져 있었다. 조사 결과, 분석 대상 폐암 환자 104명 중 99명이 20년 가량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피웠던 경험이 있었다.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은 5명(4.8%)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처음으로 편평상피세포 폐암 환자에게서 ‘FGFR3’과 ‘TACC3’ 유전자가 서로 융합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유전자는 평소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흡연기간이 지속되면 일정 시점에 이르러 유전자 재배열 및 융합을 일으켜 폐에서 세포증식과 분열을 반복하도록 작용한다는 것. 박근칠 교수는 “흡연에 따라 유전자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이런 상태가 오랜 기간 반복되면서 변형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FGFR3 유전자 이상에 대한 연구가 빠르게 진척돼 이번에 새로 밝혀진 FGFR3과 TACC3 결합에 따른 폐암은 조만간 표적치료제가 개발될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고 있다. 박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난치성 폐암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맞춤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흡연이 유전자를 변형시켜 폐암을 유발하는만큼 금연이 최선의 폐암 예방법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고 말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암을 말하다-위장관기질종양(하)] 전이 땐 표적항암제로 성장 억제 후 수술로 제거

    [암을 말하다-위장관기질종양(하)] 전이 땐 표적항암제로 성장 억제 후 수술로 제거

    기스트 수술은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근치가 1차적인 목적이다. 하지만 모든 수술이 완치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수술을 하더라도 상당수 환자에서는 암이 재발하는데 이는 수술 전후에 각종 검사로도 찾아내지 못한 미세전이 병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전신요법을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윤구 교수는 “과거에는 전이가 없는 상태라면 완전한 종양 제거 또는 증상을 완화할 목적으로 수술을 시행했고, 따라서 수술의 기대 효과와 시기가 비교적 단순하게 결정됐다”면서 “그러나 이마티닙 등 표적치료제의 효과가 속속 밝혀져 수술의 효용이 확대되면서 수술 시기 및 항암치료와의 관계에서도 다양하게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표적치료제를 이용한 항암치료의 기대치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스트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내시경검사와 복부 CT검사에서 위장관의 점막하 근육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종괴가 있으면 기스트를 의심하며, 이 경우 조직검사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점막하 종양은 내시경 조직검사로 조직을 채취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종양이 원발장기에만 있어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조직검사 없이 수술로 진단 및 치료를 병행하는 사례가 많다. 간이나 복막에 전이된 경우에는 경피적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최종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조직검사에서 특징적인 기스트 세포가 확인되고, 특정 유전자에 대한 면역조직 화학염색에서 양성이면 확진된다. 하지만 면역조직 화학염색에서 음성이더라도 기스트에 부합하는 KIT나 PDGFRA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확인되면 기스트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 방법도 상세히 소개해 달라. -기스트는 방사선이나 항암화학요법에 잘 반응하지 않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술이 유일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었다. 물론 주변 조직을 침범했거나 전이된 경우라면 수술만으로 완치가 어렵지만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국소적 기스트는 수술이 기본적인 치료다. 단, 악성 여부는 종양의 크기와 세포분열의 수가 결정하므로 가능한 조직검사에서 세포분열을 확인해 악성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조직검사는 실패할 수 있으므로 종양이 2㎝ 미만이면 악성일 가능성이 낮은 만큼 관찰을, 2㎝ 이상이거나 관찰 중에 종양이 커지면 절제를 권한다. 이처럼 수술은 원격전이가 없을 때는 물론 재발이나 원격전이가 있더라도 증상 완화를 위해 적용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이마티닙(글리벡)이라는 표적치료제가 나온 후부터 재발이나 원격전이가 있는 경우 이를 우선 투여하는 것으로 치료 패턴이 바뀌었다. 간이나 복막에 전이됐을 때 시도하는 고주파열치료나 색전술도 이마티닙 등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각 치료법을 적용하는 기준과 임상적 상황을 짚어 달라. -종양이 원발장기에만 존재하면 수술이 원칙이며, 수술 후 재발이 우려되면 이마티닙을 3년간 투여하는 보조화학요법이 표준치료다. 그러나 종양이 원발장기에만 있더라도 주변 장기로 침윤해 수술이 어렵거나, 주변 장기를 함께 절제해야 해 후유증이 클 것으로 판단되면 먼저 이마티닙으로 종양의 크기와 침윤 상태를 개선한 뒤 수술을 한다. 물론 처음부터 종양이 간이나 복막 등으로 전이됐거나 절제 후 재발했을 때는 미세 전이세포들이 있다고 보고 수술 대신 이마티닙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처럼 전이성은 이마티닙이 최초 치료이지만, 이마티닙을 사용하고도 종양이 남은 경우에는 수술이나 고주파열치료 등으로 제거하게 된다. 방사선치료는 기스트에 잘 먹히지 않지만 이마티닙에 반응하지 않거나 통증이 심한 골전이에는 사용하기도 한다. →표적치료제의 유효성과 예후, 한계도 짚어달라. -이전의 세포독성 항암제는 반응률이 5%에도 못 미쳐 전이 환자의 생존기간이 평균 1년 남짓에 그쳤지만 표적치료제인 이마티닙 도입 후에는 반응률 60%, 종양조절률 85%로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이며, 전이 환자의 생존기간도 5∼6년 이상 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마티닙의 표적인 KIT나 PDGFRA 단백유전자에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겨 내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 경우 수니티닙(수텐)이라는 표적치료제가 있지만 반응률이 매우 낮아 최근에는 레고라페닙(스티바가)이라는 표적치료제로 바꿔 사용하는 추세다. →기스트 치료의 최근 흐름을 소개해 달라. -전이성의 경우 최초 치료로 수술을 권장하지는 않지만 이마티닙으로 종양이 잘 조절된 후에는 내성을 가진 새로운 돌연변이세포의 출현을 막기 위해 남은 종양을 수술이나 고주파열치료 등으로 제거하게 된다. 또 수술이 가능하더라도 암종이 크거나, 주변 장기를 침범해 절제에 어려움이 따를 경우, 종양이 위식도 경계부나 십이지장, 직장 등에 위치해 광범위한 절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해 먼저 이마티닙으로 종양을 줄인 뒤 수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가 하면 모든 약제에 듣지 않은 환자에게 약을 전혀 쓰지 않으면 종양이 매우 빨리 진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이마티닙을 다시 사용하면 전체적으로 종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기도 했다. →기스트와 관련해 제도적인 문제는 없는가. -대부분의 기스트 병소는 이마티닙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장이 억제되지만 일부에서 내성이 생기기도 한다. 이 경우 수술 등 국소치료로는 해결할 수 없어 이마티닙 용량을 늘리거나 다른 약제를 사용하지만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기면 다시 약제를 바꿔야 한다. 만약 이 상태에서도 종양이 커진다면 치료방법이 없다. 이 경우 새로운 약제의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것이 환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선택이며,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마티닙 치료에 보험까지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써 본 항암제를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티닙 재사용의 유효성이 임상연구에서 입증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보험이 적용되도록 전향적인 결정을 기대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과잉 ‘자식작용’으로 암세포 죽인다

    세포가 자신의 불필요한 성분을 스스로 먹어치우는 ‘자식작용’을 인위적으로 유발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새로운 표적치료제 후보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의생명연구소 황정진 교수팀은 자식작용이 과잉 발생하면 세포가 죽는 현상에 착안, ‘BIX-01294’(이하 BIX)라는 화학물질로 암세포의 과잉 자식작용을 유도함으로써 암세포를 대량 사멸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2400여개의 생체 관련 화학물질 중에서 자식작용 유발 효과가 높은 BIX를 선별, 이를 유방암 세포주와 정상적인 유선 상피세포주에 10㎛(마이크로몰라) 농도로 24시간 동안 배양했다. 이어 세포생존율 측정기법을 적용해 세포 사멸효과를 측정한 결과, 암 세포주에서 정상 세포주 대비해 50% 이상 많은 암세포가 사멸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BIX가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G9a’효소를 억제하고, 세포 내의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암세포의 과잉 자식작용을 촉진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냈다. 실제로 G9a효소의 발현 정도가 28배나 높은 유방암·대장암 환자의 종양세포를 배양, BIX로 처리한 결과 암세포가 100% 사멸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대부분의 암 치료제가 불필요한 세포를 자살하도록 명령하는 세포자살 유도와는 접근 방식이 달라 주목된다. 암세포의 경우 세포자살과 관련된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정작 필요할 때 세포자살이 잘 일어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세포의 자식작용을 유도하는 방식을 항암제 개발에 적용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돼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의학회지 ‘자식작용’(인용지수 12.042)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황 교수는 “자식작용을 경유한 세포사멸 원리가 향후 항암제 개발 등 임상에 성공적으로 적용되면 암환자들이 겪는 부작용과 이상 반응을 최소화해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암을 말하다-위장관기질종양 기스트] 뚜렷한 증상 없고 원인도 몰라 ‘베일 속의 암’

    [암을 말하다-위장관기질종양 기스트] 뚜렷한 증상 없고 원인도 몰라 ‘베일 속의 암’

    기스트(GIST)는 아직도 베일 속의 암이다. 위장관기질종양이라는 병명에서 보듯 주로 위장관에서 생기지만 원인이나 병변의 위치, 전이 양상 등이 위암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가 하면 잘 생기는 곳이 위장 근육층과 복막이어서 내시경검사로 찾기도 어렵고, 발생기에 뚜렷한 증상도 없어 대부분 다른 병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이런 탓에 환자 대부분이 진행기 이후에 치료를 시작한다는 것도 기스트 치료의 어려움이다.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이지만 이 유전자가 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암, 이런 기스트를 두고 이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강윤구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기스트를 정의해 달라. -GIST(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는 위장관 기질종양의 영문 표기로 위암·폐암처럼 상피세포에서 발생하는 암과 달리 뼈·근육 등 중배엽세포에서 발생하는 육종이다. 예전에는 위장관 벽의 근육층 근육세포에서 발생하는 평활근육종과 같다고 여겼으나, 1990년대에 병리기전이 밝혀진 후에는 평활근육종과 달리 위장관 벽의 근육층에 존재하며 위장관 운동을 조율하는 ‘카잘’(Cajal)간질세포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세부적으로 기스트는 어떻게 유형을 구분하는가. -기스트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격전이 여부다. 원격전이가 없다면 수술이 1차적인 치료이며 원격전이가 있다면 전신적인 약물치료가 1차 치료가 된다. 원격전이가 없는 경우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원발장기, 종양의 크기, 종양세포의 세포분열 수 등이다. 예후는 원발장기가 위인 경우가 소장인 경우보다 좋고, 종양이 크고 종양세포의 세포분열 수가 많을수록 예후가 나쁘다. 원격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이런 요인보다 종양 돌연변이의 위치와 종류가 약물치료(글리벡)에 대한 반응에 더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기스트를 이런 분자유전학적 유형에 따라 구분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유형에 따라 치료방법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국내의 발생 추이는 어떤가. -기스트는 인종이나 시대에 관계없이 비슷한 양상으로 발생한다. 연간 인구 100만명당 10∼20명에서 발생하며 전체 환자의 20∼ 30%가 임상적으로 악성 경과를 보인다. 우리나라 인구를 4500만명으로 보면 연간 450∼900명의 환자가 새로 생기며, 악성 경과를 보이는 환자는 연간 90∼270명 정도 된다. 남성이 여성보다 약간 많으며 55∼65세에서 빈발하지만 20∼30대 및 소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이며, 특히 위암의 원인과는 어떻게 다른지 짚어달라. -기스트는 위장관 근육층 카잘 간질세포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수용체인 ‘KIT’나 ‘PDGFRA’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원인에 의해 이런 돌연변이가 발생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위에서 가장 빈발하지만 위점막세포에서 발생하는 위암의 경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짜거나 탄 음식 등이 발암요소인 것과 달리 기스트는 이런 발암인자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문제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기스트 발병에 어떻게 관여하는가. -외국뿐 아니라 우리 병원 연구에서도 기스트 환자 종양조직의 80% 이상에서 KIT나 PDGFRA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되는데, 이 중 PDGFRA 돌연변이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은 KIT 돌연변이로, 특히 11번 돌연변이가 가장 많다. →최근의 국내 발병률 추이에 관여하는 특정 원인이 따로 있는가. -기스트는 KT와 PDGFRA의 돌연변이에 의해 외부 신호가 없어도 특정 단백이 활성화돼 세포분열과 성장을 촉진, 암세포가 자라지만 이런 돌연변이가 왜 발생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따라서 국내 발병 추이에 관여하는 특정 원인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증상을 병기별로 구분하고, 자각증상도 함께 짚어달라. -기스트는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스트 종양이 복강 내에 생기며 위장관 점막층이 아니라 근육층에서 발생하는 탓에 상당히 커질 때까지는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종양이 커지면 배에 혹이 만져지거나 복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종양이 위장관으로 자라면 장폐색을 일으킬 수 있고 장관 내로 터져 나오면 장출혈, 복강 내로 터지면 복막염과 복강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악성의 경우 다른 장기로 전이하는데 주요 전이 장기는 간과 복막이다. 따라서 진단 시에는 이런 전이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수술 후 재발을 확인하기 위해 복부 및 골반 CT검사를 시행한다. 드물게 뼈·폐·뇌에도 전이되지만 증상이 없으면 따로 검사는 하지 않는다. →체내 부위별 발생 빈도는 어떤가. -기스트는 주로 복강의 위장관과 복막에서 발생하는데 이 중 60∼70%는 위에, 20∼30%는 소장에 생기며 이 밖에 대장(5%)과 식도·복막에도 생길 수 있다. 또 여러 장기에 동시 또는 시차를 두고 다발성으로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라면 가족성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 기스트는 종양조직에만 KIT 돌연변이가 있지만 가족성은 종양조직은 물론 혈액 등 모든 체세포에서 돌연변이가 관찰된다. 즉, 가족성은 KIT유전자 돌연변이가 유전된 것으로 태어난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경우다. 그러나 가족성은 매우 드물어 국내에서도 극소수의 사례만 보고돼 있다. →검사는 어떻게 하는가. -복부 및 골반 CT검사가 필수적이다. 단, 증상이 있는 경우 의심되는 장기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시행한다. 기스트 세포는 다른 종양세포와 마찬가지로 대사가 활발해 방사성 조영제를 사용하는 FDG-PET검사에서 대개 양성으로 나온다. 그러나 PET검사는 고가여서 모든 환자에게 권장하지는 않는다. 기스트는 다른 위장관 암과 달리 원발 장기의 침윤 정도나 림프절 전이 등이 치료방침 결정과 예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 간·복막 등 원격장기 전이 여부가 중요한 예후인자이며, 원격전이가 없다면 암종의 크기와 세포분열 수를 중요한 예후인자로 간주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500세 시대 올까?…기생충 수명, 5배 연장 성공

    500세 시대 올까?…기생충 수명, 5배 연장 성공

    미국 버크노화연구소의 판카즈 카파히 박사팀이 기생충 일종인 예쁜 꼬마선충의 두 유전적 경로를 변경해 그 수명을 5배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으면 완벽한 노화방지를 실현하게 될지도 모른다. “두 변이를 계기로 특정 조직의 ‘양성 되먹임 고리’(포지티브 피드백 루프)가 태어났고 그 효과로 수명을 5배나 연장할 수 있었다”고 카파히 박사는 말했다. 이 같은 실험에 쓰인 기생충을 인간으로 치면 400~5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인간에 응용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지만, 카파히 박사는 유전적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노화방지 치료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기존에 암 연구자들은 단일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주목해 왔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여러 유전자에 기인한 별도의 변이가 질병의 진행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카파히 박사는 “이 같은 일은 노화 과정에서도 일어난다”면서 “이번 연구에는 처음으로 전 지놈(게놈) 배열이 해독된 예쁜 꼬마선충을 사용해 그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예쁜 꼬마선충의 인슐린 신호전달계(IIS)와 같은 주요 분자를 차단하면 인슐린 작용과 라파마이신의 표적(TOR)이라는 영양의 신호 경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TOR 경로의 단일 변이는 예쁜 꼬마선충의 수명을 30% 상승시켰지만, 인슐린 신호의 변이는 생존 기간을 두 배로 늘렸다. 이 2개의 상승 작용으로 수명은 130% 연장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복합적 영향은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추후 포유류에서도 같은 효과가 있는지 쥐 실험을 통해 검증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분야 학술지인 셀(Cell)의 자매지인 셀 리포츠(Cell Reports) 12월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걸리면 끝? 이젠 절망 끝! 표적항암제 7년 생존율 94%에 달해

    걸리면 끝? 이젠 절망 끝! 표적항암제 7년 생존율 94%에 달해

    예전에는 백혈병에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고 믿었다. 유효한 치료방법이 없을 때는 그렇게 믿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치료술과 함께 1∼2세대 표적항암제가 속속 개발되면서 이제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은 과거의 불치병에서 완치가 가능하거나 관리하는 병으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김동욱 교수는 “만성기 환자에게 우선 적용되는 1차 표준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만성기 환자의 7년 생존율이 94%에 달한다”면서 “이는 표적항암제만으로도 장기 생존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과거에는 절망이었던 CML이 이제는 희망의 질병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CML의 확진 근거는 무엇인가. -혈액 및 골수검사로 의심 환자를 가려낸 뒤 필라델피아 염색체 이상과 Bcr-Abl1 유전자 이상을 확인해 확진하게 된다. →CML 치료에는 어떤 방법들이 적용되나. -일반적으로 치료에는 약물요법과 조혈모세포 이식 방법이 활용된다. 약물요법에는 ▲하이드레아 ▲인터페론주사 ▲표적항암제 등이 있는데, 글리벡·타시그나·스프라이셀·슈펙트·보수티닙 등이 대표적인 표적항암제다. 하이드레아는 치료 중 늘어난 백혈구 수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치료로, 초기나 더 이상 치료법이 없을 때 사용한다. 그러나 이 치료제만으로는 암세포를 줄여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는 없다. 하이드레아만으로 연장할 수 있는 평균 생존기간은 약 4년 정도에 불과하다. 인터페론은 인체의 면역기능을 키워 암세포의 증가를 억제하는 주사치료제로, 과거에는 주요 치료제였으나 글리벡이 등장한 이후에는 매우 드물게 사용된다. 과거 인터페론 치료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평균 6∼7년 정도였으며, 만성기에는 생존기간은 연장할 수 있으나 가속기나 급성기에는 어려운 문제 등이 있다. 이매티닙(글리벡)은 2001년 전 세계에서 시판 허가가 나면서 지금까지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는 최초의 표적항암제다. 현재 만성기 환자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1차 표준치료제로, 만성기는 1일 400㎎, 가속기·급성기는 1일 600㎎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글리벡 치료를 시작한 만성기 환자의 7년 생존기간이 94%에 달해 글리벡만으로도 장기 생존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에 대해서도 말 해 달라. -CML 치료를 위해 조혈모세포를 이식할 때는 이식에 따른 합병증 발생 정도 및 병의 상태와 진행속도를 고려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요소에 유전자가 일치하는 공여자 유무를 더해 이식 여부와 적절한 이식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글리벡이 처음 임상 치료에 적용된 2001년 이전에 CML 1차 치료법이었던 조혈모세포 이식은 완치가 가능함에도 부작용과 합병증 때문에 중요성이 반감해 현재는 글리벡 치료에 실패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2∼3차 치료법으로 위상이 바뀌었다. 하지만 소수 환자는 표적항암제를 1차 치료법으로 적용한 뒤 병이 잘 조절된 상태에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글리벡 내성은 왜 발생하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불규칙한 복용과 필요량보다 적은 용량을 복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대한 약효를 얻으려면 정확하고 규칙적인 투약이 매우 중요하다.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환자는 골수 및 유전자검사와 함께 ‘내성돌연변이검사’를 시행해 2세대 표적항암제나 조혈모세포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환자별로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기준은. -현재 모든 초기 환자는 표적항암제를 우선 적용하며, 항암제의 종류는 합병증에 따라 선택한다. 단, 초기부터 진행됐거나 표적항암제에 효과가 없는 환자는 당연히 조혈모세포 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각 치료 방법이 적용되는 임상적 상황도 짚어 달라. 표적항암제들의 뛰어난 효과와 최소화한 부작용 때문에 최근에는 환자의 연령과 상관없이 모든 CML 환자에 대한 1차 치료법으로 표적항암제를 이용하는 약물요법이 적용된다. 초기에 진행된 상태이거나, 글리벡 내성 환자로, 나이가 젊은 경우 약물요법 후 조기에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면 생존기간 연장은 물론 완치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요즘에는 제한적이나마 일부 환자의 경우 경과가 좋아 글리벡을 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골수이식은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표적항암제로 완치할 수 있는 환자는 소수이기 때문에 나이가 젊거나 유전자가 일치하는 공여자가 있는 경우 동종이식을 시행하기도 한다. 또 가속기나 급성기처럼 진행성인 경우에는 이식 성공률이 낮은 데다 보험급여 대상도 안 돼 일정 기간 표적항암제를 사용해 만성기 또는 ‘관해’상태로 바꾼 다음에 이식을 시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표적항암제와 조혈모세포 이식은 반대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치료법임을 알 수 있다. →전반적인 치료 패턴의 변화 등 CML 치료의 최근 흐름은 어떤가. -2001년 이전에는 1차 요법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했지만, 표적항암제의 효과가 알려진 최근에는 먼저 표적항암제를 사용하고, 이에 실패할 경우 다른 표적항암제로 치료하다가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한다. →최근 일부 근로자들이 특정 근로환경 때문에 CML에 걸렸다고 주장하는데…. -유기 용제를 다량으로 사용하는 작업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백혈병 등 암의 발병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암의 발병은 노출 후 수년 지나 나타나기 때문에 즉각적인 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있다. →CML과 관련한 정책적 문제는 없는가. -의료보험 수혜 대상의 제한이 문제다. 즉,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2세대 표적항암제 투여가 불가능하고, 글리벡을 거치지 않고 2세대 표적항암제를 투여할 경우 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다. 치료제의 약가가 비슷한데 효과가 더 좋은 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정책적인 잘못이라고 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루게릭병 치료 실마리, 한국인이 찾았다

    루게릭병 치료 실마리, 한국인이 찾았다

    희귀난치 질환으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앓고 있는 루게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국내 의학자가 찾아냈다.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손상돼 의식과 감각, 지능은 멀쩡하지만 사지의 근육이 위축돼 마지막에는 호흡근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고재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최근 루게릭병에 걸린 유전자변형 생쥐에 여성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결과 운동신경세포의 사멸이 효과적으로 억제되고 생존율도 높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질환 분야 국제학술지인 ‘질병신경생물학’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루게릭병 생쥐를 프로게스테론 투여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이들의 운동능력을 관찰·측정했다. 그 결과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하지 않은 생쥐의 운동능력은 정상 생쥐의 5%에 그쳤지만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생쥐는 정상 생쥐의 50%에 이르는 운동능력을 보였다. 생쥐의 생존 기간도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10%가량 길었다. 고 교수는 “프로게스테론이 체내 소기관의 세포 폐기물을 제거하는 ‘자식작용’을 촉진하면서 루게릭병의 대표적 유전 발병인자인 돌연변이 단백질(SOD1)을 감소시켜 병의 진행을 억제한 결과”라면서 “프로게스테론은 인체 내에 존재할 뿐 아니라 연구 중 생쥐에서 어떤 독성반응도 나타나지 않아 이후 치료제 개발과정에서의 임상 적용이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에서도 외상성 뇌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프로게스테론을 활용한 대규모 임상 실험이 진행되는 등 프로게스테론을 활용한 뇌신경질환 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고 교수는 “루게릭병처럼 비정상 단백질의 체내 축적이 특징인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에도 이 치료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유방·난소암 확률 70% ‘졸리 유전자’ 혹시 집사람도?

    유방·난소암 확률 70% ‘졸리 유전자’ 혹시 집사람도?

    평생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릴 가능성이 무려 70%를 넘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 예측 모델이 처음으로 개발됐다. 이에 대한 검사 권고 기준도 함께 제시됐다. “언젠가는 내가 유방암에 걸릴 것”이라며 멀쩡한 자신의 유방을 제거한 미국 여배우 앤절리나 졸리도 이 유전자(BRCA1) 돌연변이를 확인한 뒤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유방암학회(회장 윤정한)는 최근 6년간 전국 36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유방암 환자 30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 유전성유방암 연구’(KOHBRA) 결과를 근거로 유방암 발생에 관여하는 대표적 유전자인 ‘BRCA1’과 ‘BRCA2’에 대한 검사 권고 기준을 마련했다고 최근 밝혔다. 학회는 이와 함께 일반인들이 검사 대상에 해당되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개발해 웹사이트(www.kohbra.kr)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한국의 유전성·가족성 유방암과 BRCA1 및 BRCA2의 상관관계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국내 유방암 환자 중 가족성은 20%, 유전성은 7%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연간 유방암 신규 환자가 약 2만명임을 감안하면 이 중 1400명 정도가 유전성 유방암을 가진 셈이 된다. 유전성 유방암은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가 하나 이상인 유방암을, 가족성 유방암은 환자의 직계를 포함해 혈연 관계에 있는 모든 친척 중 유방암 또는 난소암 환자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또 BRCA1이나 BRCA2 유전자 중 하나만이라도 가진 사람은 70세 이전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70%에 이르며 난소암에 걸릴 가능성도 20%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유전자를 하나라도 가진 사람 10명 중 7명 이상이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앤절리나 졸리가 유방을 제거하게 한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한 국내 여성은 1%가 안 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이 유전자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유전자검사 권고 대상은 ▲남녀 구분 없이 부모, 형제, 자매 중 1명 이상이 BRCA1이나 BRCA2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 ▲가족성 유방암 ▲남성 유방암 ▲35세 이전에 진단된 유방암 ▲양측성 유방암 ▲상피성난소암, 나팔관암, 원발성복막암을 진단받은 유방암 환자 ▲모든 친척 중 췌장암 환자가 2명 이상인 유방암 환자 등이다. 연구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유전자검사나 검사 결과에 따른 자의적 ‘유방 절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구 총괄책임자인 분당서울대병원 김성원(외과) 교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에게서 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적인 검사와 무분별한 절제가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유전자검사에는 윤리적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해 검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위험군에 포함된 경우라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진단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혹시 나에게도? ‘심장마비 유전자’ 발견(獨연구팀)

    혹시 나에게도? ‘심장마비 유전자’ 발견(獨연구팀)

    해외 연구팀이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전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 뮌헨의 심장연구센터 연구팀은 3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64%에서 심장마비를 유발하는데 큰 역할을 유전자를 발견했다. 돌연변이 과정을 거친 이 유전자를 가질 경우, 유전자가 없는 사람보다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1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대학병원의 헤리베르트 슈운케르트(Heribert Schunkert) 교수는 이 유전적 돌연변이가 혈소판을 끈적거리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혈소판의 점성이 높아지면 혈액순환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심장마비 발병 이전에 혈소판 검사나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치료를 위한 시간을 버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심장마비와 관련한 유전자를 발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일본 신체화학연구센터의 토시히로 타나카 박사 연구팀은 혈액의 흐름을 막아 심장마비를 발병하는 유전자를 발견한 바 있다. 2009년에는 미국 미시간대 공중보건대학 곤칼로 아베카시스 교수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 팀이 심장의 수축과 확장 타이밍(QT 시간차)에 영향을 줌으로서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 10가지를 발견하기도 했다. ‘QT 시간차’는 심장의 수축에 연관된 시간을 일컫는 말로, QT 시간차가 지나치게 길거나 짧을 경우 부정맥,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독일 헤리베르트 슈운케르트 박사의 연구결과는 유력 학술지인 네이처(the Journal of Nature)지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암 맞춤치료 가능한 새로운 유전체 분석기술 개발

    암 맞춤치료 가능한 새로운 유전체 분석기술 개발

    대장암·위암·자궁내막암·난소암 등의 맞춤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유전자 마커(표지자)의 대규모 발굴 가능성이 제시됐다. 가톨릭의대 암진화연구센터 김태민 교수와 미국 하버드의대 생체의학정보센터(CBMI) 피터 박 교수는 최신 DNA 분석방법인 ‘차세대 시퀀싱기술’을 이용한 종양유전체 분석을 공동 연구해 대장암과 자궁내막암에서 미세부수체 불안정성의 유전체 내 분포 특성을 밝히고, 이런 돌연변이 현상이 반복되는 데 작용하는 표지자를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미세부수체 불안정성이란 대장암·자궁내막암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DNA 돌연변이로, 지금까지는 이런 돌연변이를 판별할 표지자가 많지 않아 활용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 이번 연구를 통해 모든 유전체에서 미세부수체 불안정성을 발굴할 수 있는 기술이 확립됨으로써 암 진단 및 맞춤치료 적용이 가능하게 됐다. 논문은 세계적 학술지 셀 온라인판 11월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800만개에 이르는 유전체 미세부수체에 차세대 시퀀싱기술을 적용, 환자별로 돌연변이 여부를 찾아낼 수 있는 생물전산학적 방법을 고안했다. 이어 이 방법을 대장암·자궁내막암 환자 300명의 유전체에 적용해 기존에 알려진 점돌연변이나 염색체 구조 이상 외에 암을 유발하는 또 다른 돌연변이를 규명해 냈다. 연구팀은 이 돌연변이가 기존의 점돌연변이와는 상이하게 분포한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밝혀냈다. 김 교수는 “미세부수체 불안정성이라는 특이한 돌연변이를 암환자의 유전체 내에서 전수조사 규모로 발굴해낼 수 있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찾아낸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혹시 나에게도? ‘심장마비 유전자’ 발견(獨연구팀)

    혹시 나에게도? ‘심장마비 유전자’ 발견(獨연구팀)

    해외 연구팀이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전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 뮌헨의 심장연구센터 연구팀은 3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64%에서 심장마비를 유발하는데 큰 역할을 유전자를 발견했다. 돌연변이 과정을 거친 이 유전자를 가질 경우, 유전자가 없는 사람보다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1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대학병원의 헤리베르트 슈운케르트(Heribert Schunkert) 교수는 이 유전적 돌연변이가 혈소판을 끈적거리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혈소판의 점성이 높아지면 혈액순환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심장마비 발병 이전에 혈소판 검사나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치료를 위한 시간을 버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심장마비와 관련한 유전자를 발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일본 신체화학연구센터의 토시히로 타나카 박사 연구팀은 혈액의 흐름을 막아 심장마비를 발병하는 유전자를 발견한 바 있다. 2009년에는 미국 미시간대 공중보건대학 곤칼로 아베카시스 교수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 팀이 심장의 수축과 확장 타이밍(QT 시간차)에 영향을 줌으로서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 10가지를 발견하기도 했다. ‘QT 시간차’는 심장의 수축에 연관된 시간을 일컫는 말로, QT 시간차가 지나치게 길거나 짧을 경우 부정맥,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독일 헤리베르트 슈운케르트 박사의 연구결과는 유력 학술지인 네이처(the Journal of Nature)지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정상세포와 암세포

    암을 말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용어가 ‘암세포’일 것입니다. “암이 다는 데로 퍼졌대”라거나 “다행히 초기래” 등등의 말이 실은 모두 암세포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니까요. 한 몸에서, 그 몸의 일부로 생겼지만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출생 내력이 다릅니다. 흔히 말하는 줄기세포에서부터 이들의 이력은 갈립니다. 정상 세포는 정상적인 줄기세포에서 분화하고, 암세포는 암 줄기세포에서 분화하니까요. 그렇다면 이 독한 암 줄기세포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요.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유전자에 가해진 자극이 유전자의 형질을 변화시키고, 이런 유전자 돌연변이가 암세포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유전자에 가해진 자극이 뭐냐고요. 환경오염물질이나 방사선 등 유전자에 상처를 내는 요인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유전자에 가해지는 자극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지요. 차이는 또 있습니다. 정상 세포와 암세포는 질서 체계가 다릅니다. 건강한 정상 세포는 배열이 일정해 현미경으로 보면 질서정연하지만 암세포는 체계라는 게 없어 보일 만큼 무질서합니다. 행동 특성도 차이가 있습니다. 정상 세포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질서를 결코 흐트러뜨리지 않습니다. 규칙적으로 분열해 생성됐다가 때가 되면 깔끔하게 소멸합니다. 장의 상피세포는 생성과 소멸의 주기가 1주일 정도로 일정하지요. 반면 암세포는 형태도, 증식도 제 멋대로입니다. 어떤 시스템도 암세포를 규제할 수 없어 무슨 짓을 할지, 어디로 튈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정상 세포와 암세포는 유전자 구조가 거의 일치해 치료 과정에서 문제가 됩니다. 항암제가 둘을 식별하지 못해 정상 세포도 약물의 독성을 피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모든 약이 다 그렇습니다. 몸에 좋을 리 없지만 그 약을 통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으니 사용하는 것이지요. 무서운 암을 치료하려면, 어쩌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암을 이겨내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가장 값진 승리이니까요. jeshim@seoul.co.kr
  • 유전성 유방암 가계선 발병확률 최고 70% 높아져

    가족은 같은 생활환경을 공유하며, 습관이나 섭생도 유사하다. 이처럼 생활환경과 유전적 특질이 유사하면 동일한 위험요인에 노출되기 쉬운데, 이렇게 발생한 유방암이 가족성 유방암이다. 이에 비해 물려받은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세대를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가족 내에서 질병이 순환해 발생하는 경우를 유전성 유방암으로 정의한다. 물론 가족성 유방암에 유전성 유방암이 더해져 존재하는 사례도 많다. 이 경우 단순히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일반인보다 2∼3배 정도 높은 위험도를 갖지만 유전성 유방암 가계의 여성은 유방암 및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최고 70%까지 높아진다. 또 검진도 일반인과 다르게 시행되며, 이런 환자들은 예방적 수술까지 고려하게 된다.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 유전성 유방암 가계에 속해 향후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크게 높아 예방적으로 수술을 받은 사례에 속한다. 이런 유방암을 100% 예방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자가검진과 암 검진을 통해 유방암 및 전구 병변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유방암학회가 주도하는 핑크리본 캠페인이 바로 유방암을 조기에 찾아내자는 운동이다. 노동영 교수는 “이 캠페인을 10년 이상 펼친 결과 일반인들의 유방건강에 대한 의식 향상과 유방암 검진율이 놀랍게 높아져 현재 일본 등 주변국보다 월등한 55% 이상의 수검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영향으로 국내 유방암의 5년 평균생존율은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해 특히 진행이 느린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전체 암 중 가장 높은 9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신체활동과 건강한 정신이 중요하다. 노 교수는 “뻔한 말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적절한 운동 및 식이관리와도 직접 관계된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긍정적인 자세는 수술 후 항암 및 약물치료를 충실히 받게 하며, 암의 예방 및 조기발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가족 중 20~30대 발병사례 있을 땐 유전적 소인 확인을”

    “가족 중 20~30대 발병사례 있을 땐 유전적 소인 확인을”

    가족 간의 일체감이 질병, 특히 암에 있어서는 심각한 부담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방암도 마찬가지다. 유방암의 위험인자 중에서도 가족력은 대단히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유방암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가족 가운데 여러 명의 유방암이나 난소암 환자가 있다거나, 이런 환자 중 20∼30대에 발병한 사례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서울대병원 암병원장 노동영 교수는 “이런 경우라면 유전적 소인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개연성을 인정하고, 유방암에 대한 유전적 영향 정도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물론 여성호르몬 노출 정도나 출산 기피에 따른 문제 등 다른 발생 요인이 많지만 특히 유전성은 자신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유방암 치료방법은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하는가. 각 치료방법이 적용되는 임상적 상황도 함께 짚어 달라. -유방암은 기본적으로 수술적인 절제가 필요한 질환이다. 즉, 폐나 간·뼈 등의 장기로 암이 옮겨가는 이른바 전신전이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치료 과정이다. 항암치료는 주로 종양의 크기가 1∼2㎝ 정도이거나 겨드랑이 림프절에 전이되어 있을 때 시행한다. 하지만 유방암의 유형이 유순한 암종일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환자의 나이와 기저질환 등을 고려해 수술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또 암의 종류에 따라 항암치료와 함께 표적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방사선치료는 전절제 대신 유방의 원형을 지키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한 경우에는 대부분 시행하게 되고, 전절제를 한 경우라도 병기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방사선치료가 필요하다. 유방암 치료방법 중에는 다른 암과 달리 항호르몬치료라는 게 있는데, 이는 유방암세포가 여성호르몬에 대한 수용체를 발현하는 종류, 즉 암세포가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호르몬을 받아들여 암의 진행이나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보통은 5년, 상황에 따라 10년 정도 경구용 항호르몬제를 투여하는 치료다. →유방암 치료 패턴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최근의 흐름을 더해 설명해 달라. -유방암에 관한 연구는 다른 고형암에 비해 상당히 앞서 있으며,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각종 바이오마커와 수많은 신약이 새로 개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해 기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들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암유전체 기술을 도입해 종양에서 중요한 유전적 변이를 발굴, 이를 타깃으로 하는 다양한 치료법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 지속되어 흔히 말하는 맞춤형 치료(tailored therapy)도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생각된다. →유방암의 수술적 치료와 관련한 변화 추이와 치료 효과 측면의 차이도 함께 짚어달라. -역사적으로 보면 무조건 많이, 포괄적으로 절제하는 것이 좋다는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유방보존술에 방사선치료를 더하는 치료가 이전의 전절제술과 비교해 생존율이 낮지 않다는 대규모 연구결과가 제시되었고, 이에 따라 유방보존술의 시행 빈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환자의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유방보존술과 성형술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당연히 이런 치료술을 적용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표 참조> →각 치료 방법의 성적과 예후를 병기별로 구분해 설명해 달라. -전반적으로는 각종 표적치료제의 개발에 따라 전체적인 생존율과 병기별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 등록 자료를 이용한 연구 결과를 보면, 1993∼2002년 사이 국내 유방암(여성)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1기 96.4%(95.8∼97.0%), 2기 89.7%(89.0∼90.4%), 3기 65.8%(63.7∼67.8%), 4기 30.7%(26.4∼35.0%) 등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매우 우수한 치료 성적으로, 세계적으로도 이를 뛰어넘는 성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유방암 발생연령이 낮아지고 있는데, 특히 주목되는 요인이 있나. -사실 암은 노인의 병인데 최근 들어 국내에서 젊은 여성 유방암 환자가 늘어 눈길을 끈다.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50대 이하 유방암 환자가 50%를 차지할 만큼 젊은 환자가 많다. 이유는 많지만 가장 주목할 요인으로는 서구화된 식생활 및 생활습관에 따른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 노출 증가를 꼽을 수 있다. 따라서 특히 20∼30대에 발병하는 유방암이라면 가족력 등을 고려해 유전성 유방암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이런 유방암과 관련해 정책적 문제는 없는가. -유방암의 경우 다양한 표적치료제와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식약청과 심평원의 문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아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령, 1㎝ 이상으로, ‘HER2’ 유전자 증폭을 보이는 유방암의 경우 허셉틴이라는 약제가 유의하게 생존율을 향상시키고 있고, 이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는 수술 전 항암요법을 시행할 때 허셉틴 치료에 대해 보험을 적용해주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수술 후 치료에만 제한적으로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또 각종 검사 및 치료약물의 적응증과 보험기준을 정할 때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아 불필요한 보험재정 낭비를 줄이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정작 필요한 곳에 제대로 재정을 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암을 말하다 - 유방암(상)] 평균 발병 40대 30대는 20% 젊은 가슴 주의보

    [암을 말하다 - 유방암(상)] 평균 발병 40대 30대는 20% 젊은 가슴 주의보

    흔히 유방암이 유방 조직에서만 생기는 것으로 알지만 그렇지 않다. 엄연히 다른 조직이면서도 유방과 인접한 겨드랑이 부위도 유방암에 취약한 곳이다. 유방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의 90% 이상은 흔히 유관이라고 부르는 젖샘관에서 시작되는데 유방의 주변부에 생긴 종양은 대부분 림프관 쪽, 즉 겨드랑이 방향으로 퍼지는 반면, 유방 가운데 생긴 병소는 가슴으로 퍼진다. 림프관은 림프절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 림프절 중의 하나가 바로 겨드랑이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방암이 최근 들어 급증해 빨간불이 켜졌다. 진단기기의 발달로 잘 찾아내는 것도 한 이유지만 새로운 환자가 늘어난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유방암에 대해 서울대병원 암병원장인 노동영 교수로부터 듣는다. →유방암이란 어떤 암인가. -유방암이란 유방에 생긴 암으로, 대부분 유관과 소엽에서 발생한다. 다른 암종에 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된 덕분에 상대적으로 좋은 치료성적을 낼 수 있지만 그런 만큼 조기검진이 중요하며, 최근 지속적으로 발병률이 상승하고 있어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유방암의 종류를 구분해 달라. -분류법은 다양하다. 치료 및 예후에 영향을 주는 분류로는 호르몬수용체 발현 유무나 ‘HER2’ 유전자 증폭 유무에 따른 분류가 있다. 호르몬수용체가 양성인 유방암의 경우 항호르몬 치료를 5년, 상황에 따라 10년 정도 시행하는데, 수용체 발현이 없는 유방암보다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특성을 보인다. HER2 유전자 증폭을 보이는 유방암은 허셉틴이라는 표적치료제를 함께 쓰는데, 이를 통해 치료 성적이 좋아진 유형이다. 호르몬수용체가 음성이고, HER2 유전자 증폭이 없는 삼중음성유방암은 아직까지 효과적인 표적치료제가 없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유형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발생 추이는. -유방암은 생활수준에 비례하는 선진국형 암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급증 추이를 보여 환자 수가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아시아권 발병률이 최근 10년 새 2배나 급증해 2000년대 들어서는 여성암 중 점유율 16%로 1위를 점하고 있다. 6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서구와 달리 아시아 여성은 20∼40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특히 국내의 경우 환자 대부분이 60대인 미국과 달리 평균연령이 40대이며, 30대 환자가 전체 유방암의 20%에 이르는 등 서양에 비해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생비율이 높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이의 원인은 무엇인가. -비만과 발육 및 영양상태의 호전에 따라 빨라진 초경, 그리고 늦은 폐경과 출산 기피 등이 문제다. 특히 40대 이하에서 유방암이 많은 것은 젊은 여성들이 고지방·고칼로리의 서구식 음식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발생 원인을 상세히 짚어달라. -유방암 위험인자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나이·출산경험·수유 여부·음주·방사선 노출과 가족력 등이 꼽힌다. 유방의 상피세포는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성장하고 분열하는데, 유방의 상피세포가 에스트로겐에 오래 노출될수록, 다시 말해 출산·모유 수유 경험이 없거나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어 생리를 오래한 여성이 유방암에 취약하다. 또 폐경 후에 비만해진 여성도 여성호르몬이 늘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다. 환자의 5∼10%는 유전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기별로 증상은 어떤가. -병기에 따른 특별한 증상은 없다. 단, 병기가 높아질수록 유방암 진행도 역시 높아 유방의 종괴가 더 잘 만져질 수 있고, 유방 부위의 피부 궤양이나 함몰 등이 생길 수 있다. 전신 전이가 있으면 장기에 따라 골통증·호흡곤란 등이 나타나거나 암이 더 진행돼 뇌나 간 등에 전이될 경우 시야가 흐려지거나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각증상은 무엇인가. -종괴(덩어리)는 유방암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유방에서 종괴가 만져지면 확인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종괴는 2∼3㎝ 정도로 커져야 만져지므로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 유두 분비물은 종괴 다음으로 흔한 증상이다. 분비물은 유즙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혈성 분비물도 유두종 등 양성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유방암일 때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특히 한쪽 유관에서 짜지 않아도 저절로 분비물이 나온다면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 유방통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경험하는 증상으로, 유방암과 연관되는 경우는 드물다.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발견되는 경우도 20% 정도 된다.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을 보면 0기는 100%에 가까우나 4기는 20% 미만이다. 매달 자가검진을 하고, 정기적인 의사 검진과 유방 촬영이 필요하다. 검진에서 의심스러운 병변이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유방촬영술은 유방을 압박한 뒤 유방 상하측 및 내외측 방향으로 X선 사진을 찍는 검사로 자가 또는 의사의 검진에서 찾을 수 없는 작은 크기의 유방암을 발견하는 데 유용하고, 정기적으로 시행해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음이 입증된 유일하고도 기본적인 검사다. 그러나 한국 여성의 유방은 지방조직이 적은 대신 치밀한 섬유조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아 유방촬영술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는데, 이때는 초음파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된다. 두 검사는 서로 보완적인데, 초음파는 촬영술에 비해 유방의 종괴나 낭종 등을 찾는 데 탁월하지만 유방암의 중요한 조기징후 중 하나인 석회화 병변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밖에도 최근에는 자기공명영상(MRI)이 특수한 상황에서 민감한 검사로 활용된다. 특히 보형물 때문에 통상적인 검사로 확인이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아이스맨’의 피를 이어받은 남자들 사는 곳은

    ‘아이스맨’의 피를 이어받은 남자들 사는 곳은

    지난 1991년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국경 지대 알프스 빙하에서 얼어붙은 상태로 발견된 미라 ‘아이스맨’의 혈통을 잇는 남성 19명이 현재 발견 지역 인근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BBC 뉴스는 1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의대 연구진이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 지역 남성 3700명으로부터 기증받은 혈액 표본을 이용해 DNA를 분석한 결과 이른바 ‘외치’(Oetzi)로 불리는 이 고대 남성의 것과 일치하는 19명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현지 APA 통신 역시 이들의 DNA가 외치의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와 일치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티롤 외에도 인접한 스위스 엔가디네 지방과 이탈리아 남티롤 지역 주민들에게도 이런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외치와 DNA가 일치하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아이스맨’ 외치는 5300년 전 신석기 시대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등 쪽에 화살촉이 박힌 채 눈과 얼음 속에 파묻힌 상태로 발견됐다. 외치가 화살에 맞아 과다출혈로 숨졌을 것이라는 추정이 대부분이지만 사인과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외치가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과 의복, 문신 외에 충치와 관절통, 심장질환, 라임병 등 질환도 밝혀냈고 그가 죽기 전에 뇌 손상을 입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또 뒤늦게 그의 어깨 부위에서 활촉을 찾아냈고 위 속에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해 그가 기습 공격을 받아 숨졌을 것이라고 학계는 추측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암을 말하다 - 폐암(하)]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암센터 교수

    [암을 말하다 - 폐암(하)]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암센터 교수

    폐암에 대한 공포는 크게 두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발견이 어렵고, 둘째는 치료 경과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 이 때문에 ‘폐암 진단이 곧 죽음’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연간 17만 여명이 폐암 진단을 받으며, 5년 안에 86%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인 사인분류 통계에 따르면 폐암 발생률과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학도 폐암에 건곤일척의 도전을 계속해 꾸준히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고, 치료제도 좋아져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이런 폐암의 치료와 관련해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암센터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치료방법의 기준은 무엇인가. -폐암은 크게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로 나뉘며, 암종에 따라 임상 경과와 예후, 치료방법이 다르다. 2005년 국내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소세포암인 선암이 36.1%, 편평세포암이 32.1%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소세포암은 13.5%였다. 이처럼 폐암을 세분화하는 것은 암의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세포암은 수술보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의 경과가 좋다. 이에 비해 비소세포폐암은 초기에 수술하면 비교적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최근 새로운 약제의 임상 자료들이 축적되면서 비소세포암의 경우 조직형에 따라 특정 약제에 대한 반응 및 부작용에 차이가 생길 수 있어 치료방침을 세울 때 비소세포암을 선암·편평상피세암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개별 환자에 대한 맞춤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각 치료방법이 적용되는 임상적 상황을 설명해 달라. -먼저, 선암은 비흡연자, 여성,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 비중이 높다. 그에 비해 편평세포암과 소세포암은 대부분 흡연자에게서 발생한다. 소세포암은 증식이 빠르고 뇌·림프절·간장·부신·뼈 등으로 잘 전이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항암제와 방사선치료 반응이 좋아 치료 초기에는 우수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단,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발이 잘되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특성도 함께 갖고 있다. 전체 폐암환자의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암은 편평상피세포암·선암·대세포암으로 구분한다. 비소세포암은 조기발견(1~2기 및 3기 일부)할 경우 수술이 가능하다. 또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환자의 경우에도 3기 일부 환자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를 병용하는 치료로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각 치료방법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최근에는 특정 암세포만 공격하는 분자표적치료제가 속속 개발돼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2002년 처음으로 ‘이레사’가 도입된 후 ‘탈세바’ 등의 표적치료제가 기존 항암 화학치료에 실패한 비소세포암 환자들에게 두루 사용되고 있다. 최근의 약제는 기존 항암제가 가졌던 탈모·구토·설사·백혈구 수치 감소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어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인 치료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 표적치료제들은 특히 여성·비흡연자·선암 등에서 보다 우수한 효과가 입증되었고, 서양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 환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특성은 특이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밖에 최근에는 암세포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가 공급되는 신생혈관의 생성을 차단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보이는 혈관생성 차단제도 좋은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반적인 치료 패턴의 변화를 포함해 폐암 치료의 최근 흐름을 짚어달라. -최근 들어 폐암 치료에서 다학제적 협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다학제적 협진은 호흡기내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병리과·종양내과·방사선종양과·흉부외과 등으로 구성되며, 진단·검사·수술·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 등 각 분야에서 각 진료과 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개별 환자에게 어울리는 최선의 치료가 무엇인지를 함께 논의·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치료 측면에서는, 최근 들어 초기 폐암의 경우 흉강경을 이용한 폐엽절제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외래 통원치료센터 활성화를 통한 항암화학요법, 기관지내시경을 활용한 시술, 3차원 입체방사선치료 등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항암치료 역시 표적항암제의 개발이 가속화되어 빠르게 치료율을 높여가고 있다. →폐암은 생존율이 낮다. 이유는 무엇인가. -폐암은 여전히 사망률 1위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암의 조기진단률을 높이기 위해 저선량CT(전산화단층촬영) 검사를 적극 이용하는 추세이다. 암 덩어리가 직경 2~3㎝ 이상일 때만 확인이 가능했던 흉부 X선에 비해 저선량CT는 초기 폐암의 진단 확률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특히 폐암 치료에서 수술적 치료의 유효성은 무엇이며, 또 한계는 무엇인가. -우리 병원 폐암센터에서 1785명의 폐암 수술환자를 5년 이상 추적 관찰해 5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3㎝ 미만의 초기 폐암에 해당하는 1A기의 경우 82%, 1B기 72%, 2A기 52%, 2B기 42%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폐암학회에서 보고된 각각의 생존율(73%, 58%, 46%, 36%)보다 우수한 성적이다. 그러나 병기가 3A기, 3B기 등 말기로 갈수록 수술후 5년 생존율은 낮아진다. 물론 이 경우에도 국내 치료 성적이 세계폐암학회에 보고된 생존율보다는 높다. 하지만 폐암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폐암치료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는가. -폐암은 치명적인 질병에서 점차 완치가 가능하거나 조절이 가능한 질환으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 기초 및 임상연구 결과가 축적되면 치료 성적이 더욱 좋아질 것이다. 특히 폐암은 금연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으로 금연운동을 확대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암을 말하다] 대장암(상)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암을 말하다] 대장암(상) 박동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대장암이 낯설지 않게 된 사실은 국민 건강의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사실, 대장암은 우리에게 낯선 암이었다. 대학병원에서는 대장암 환자가 희귀해 임상강의에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다. 이렇듯 서구형 암인 대장암이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을 뿐 아니라 증가율이 가파른 것은 이른바 ‘먹고살 만한 여건’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 특히 육류 중심의 서구형 식습관 확산이 직접적인 문제가 됐다. 식이섬유 중심의 초식(草食) 유전자를 가진 한국인이 느닷없이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빚어진 갖가지 부작용 중에 첫손에 꼽히는 문제가 바로 대장암의 폭발적인 증가인 셈이다. 이런 대장암에 대해 강북삼성병원 소화기암센터 박동일(소화기내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대장암이란 어떤 암인가. -대장암은 결장과 직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 즉 직장암과 결장암의 통칭이며, 세계적으로 발생률 3위에 오를 만큼 빈발하는 암이다. 일반적으로 대장 상피세포에 생기는 선암이 95%를 차지하고 있다. 대장암 중 80∼90%는 전암성 병변인 선종이 약 10년간 서서히 자라면서 선종-선암단계를 거쳐 발생하며, 나머지 10∼20%는 선종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암이 된다. →대장암의 종류는 어떻게 구분하는가. -림프절 전이에 관계없이 암세포가 점막 하층을 넘지 않으면 조기암, 고유근층 이상을 침범하면 진행성으로 분류한다. 조기암은 형태에 따라 융기형·표면형·함몰형·측방발육형으로, 진행성은 융기형·궤양형·궤양침윤형·미만형으로 나누는데 이 중 궤양형이 가장 흔하다. 또 암의 침범 정도와 림프절 전이 여부, 원격전이 여부에 따라 1∼4(또는 A∼D)기로 병기를 구분하는데, 이는 병기에 따라 치료방법과 생존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의 발생 추이는 어떤가. -2010년 암 등록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국내에서는 대장암이 전체 암의 13%를 차지했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50.3건으로, 위암(59.9건) 다음으로 많았으며, 남성 암 중 2위, 여성 암 중 3위를 차지했다. 중요한 사실은 위암·폐암·간암 등은 발생률이 줄거나 정체된 반면 대장암은 1999년 통계조사 이후 매년 6.2%씩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생 원인을 상세히 짚어 달라. -대장암은 북미·북유럽 등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인 반면 아프리카·남미·아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발생률이 낮다. 이런 차이는 대장암 발생에 유전 및 환경적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는 의미다.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증거는 대장암 발생률이 낮은 지역에서 높은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이민 1세대부터 대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점이며, 식습관 변화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즉, 동물성 지방과 포화지방·인스턴트식품·가공육의 과다 섭취가 대장암 발생률을 높인 것이다. 반면, 신선한 야채·과일·섬유질은 발생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흡연·과체중·복부 비만·운동 부족 등도 대표적인 환경 요인이다. 또 대장암의 5∼15%에는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데, 가족성 선종성용종증과 유전성 비용종증대장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실제로 부모·형제·자녀 중 대장암 환자가 1명 있으면 대장암 발생률이 2배 이상 증가하고, 환자가 2명 이상이거나 60세 이전에 진단된 경우는 발생률이 4∼5배로 뛰므로 이런 사람은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10년 먼저 대장암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가족 중 대장암이 호발하는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요인이 2배나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식습관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은 물론 적절한 운동, 체중관리, 금연과 정기적인 검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궤양성대장염이나 크론병 등도 대장암 발생을 경계해야 하는 질환이다. →국내 발병률 증가에 관여하는 특정 원인이 따로 있나.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한 동물성 지방·포화지방·인스턴트식품·가공육 섭취 증가와 고령 인구의 증가, 과체중, 복부비만, 음주와 흡연 등이 손꼽히는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병기별로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증상은 암이 발생한 위치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에 따라 다르며, 초기에는 대부분 별 징후가 없다가 암이 진행되면서 비로소 나타난다. 우측 대장암은 주로 장관 내부로 돌출되는 종괴(덩어리) 형태로 발생하는데, 우측 대장은 내강이 비교적 넓기 때문에 장이 막히는 폐색증상이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나타나며, 이보다는 빈혈, 체중 감소, 가벼운 복통 등 비특이적 증상이 잘 생긴다. 이에 비해 좌측 대장암은 초기에 작은 용종이나 종괴로 시작하지만 종양이 커지면서 옆으로 뻗어나가 장관벽을 고리처럼 둘러싸면서 파고들어 폐색증상이 비교적 빨리 나타난다. 이 경우 배변습관의 변화와 변비, 혈변, 심한 복통과 복부팽만감 등이 주요 증상이다. 항문에서 가까운 곳에 생기는 직장암은 혈변과 배변 시 통증, 배변 후 변이 남은 느낌 등이 자주 나타난다. →환자가 느끼는 특징적인 증상이 전혀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고 봐야 한다. 대장암은 초기 증상이 전혀 없다가 암이 상당히 진행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는 그만큼 완치가 어려우므로 증상이 없을 때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현재 국가 대장암 검진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시행해 양성일 때만 대장내시경검사를 한다. 이 검사는 직접 대장암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암이 생기면 표면에 출혈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지만 초기에는 출혈이 없을 수 있고, 특히 암 전 단계인 용종은 출혈이 거의 없어 병변을 찾아내는 민감도가 낮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진단율이 높은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족력이 없더라도 비만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회식이 잦은 직장인들은 40대부터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또 혈변, 빈혈과 변이 가늘어지거나 배변습관의 변화, 지속적인 복통 및 복부팽만감 등의 위험증상이 있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검진을 받아야 한다. 분변잠혈검사와 대장내시경검사 외에도 최근에는 CT대장조영술을 시행하기도 하며, 암이 확인되면 복부CT, PET-CT검사 등을 통해 암의 병기를 파악해 치료를 시작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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