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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잼 사이언스] 지능 유전자 52개 발견… IQ 높일 수 있을까?

    [핵잼 사이언스] 지능 유전자 52개 발견… IQ 높일 수 있을까?

    사람의 지능과 관련한 유전자 52개를 발견했다고 과학자들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특히 이 중 40개는 지금까지 지능과의 관련성이 밝혀진 적이 없는 유전자다.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제네틱스 최신호에 실린 이번 논문에 따르면 새로 발견된 이들 ‘지능 유전자’는 수만 명의 지능지수(IQ) 검사 결과의 약 20%를 설명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네덜란드 신경유전체학인지연구센터(CNCR)의 다니엘러 포스투마 연구원은 “처음으로 IQ에서 상당한 유전적 영향을 감지할 수 있었다”면서 “이 결과는 지능의 생물학적 근거에 관한 지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IQ 높은 것은 자폐증과 가장 큰 연관성 보여 새롭게 발견된 높은 IQ와 관련한 유전자 변이 대부분은 특히 신경세포의 분화와 시냅스(신경정보 전달경로)의 형성 등 뇌세포 생성을 제어하는 데 관여하는 것이었다. 30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이번 연구팀은 선행 연구 13건에서 수집한 유럽인 참가자 약 7만 8000명의 유전자 프로파일과 IQ 검사 기준의 지능 평가를 상세하게 분석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높은 IQ와 관련한 유전자 변이 대부분은 학교에 더 오래 다니고 유아기에 머리둘레가 더 크며 키가 더 크고 심지어 금연에 성공한 사례와 같은 다른 특성과도 연관성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강한 연관성 중 하나는 자폐증으로, 자폐증을 앓는 사람들은 IQ가 높을 가능성이 컸다고 포스투마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높은 IQ와 관련한 유전자 변이는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가 생길 위험이 증가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면서 “특히 ‘생크3’(SHANK3)이라는 이름의 유전자는 이런 관련성을 설명하는 매우 유력한 후보”라고 설명했다. 생크3 유전자는 조울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능 유전자를 모두 찾아내려면 수백만 명분의 게놈(전체 유전 정보)을 해석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원시 자료와 계산 능력은 아직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고 포스투마 연구원은 말했다. 또한 그는 “지능과 관련한 유전자는 수천 개가 있다”면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유전자 52개를 발견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생 성공은 대뇌피질 크기 아닌 단련에 달려” 그렇지만 이 모든 유전자를 발견하더라도 지능 측정 결과를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는 비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머리가 좋아지는 것에 기여하는 유전적 특성을 모두 찾아낸다고 해도 IQ 수치를 높이거나 인생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성공에 결부되는 주된 요인은 자신의 대뇌피질(회백질)을 원래 크기의 크고 작음에 불문하고 단련하는 것”이라면서 “만일 유전적으로 소질이 큰 사람이 학습에 전혀 힘쓰지 않는다면 이를 통해 성공할 기회는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멸종된 ‘바둑이 삽살개’ 복제견 공개

    멸종된 ‘바둑이 삽살개’ 복제견 공개

    대전오월드 기증… 털 짧고 유순 일제, 가죽을 군수품 쓰며 멸종궁중화가 김두량과 김홍도 등 조선시대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바둑이 삽살개’가 처음 복제돼 일반에 공개됐다. 대전오월드는 24일 오월드 내 어린이동물원에서 생후 3개월 된 바둑이 삽살개 수컷 ‘강이’와 ‘산이’ 두 마리를 관람객들에게 공개했다. 이 삽살개는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김민규 교수팀이 기증했다. 김 교수팀은 한국삽살개재단으로부터 바둑이 삽살개 체세포를 받아 복제에 성공했다. 하지홍 한국삽살개재단 이사장은 “바둑이 삽살개는 조선시대에도 대접받던 순수 토종견인데 일제가 가죽을 군수용품 제작에 쓰면서 멸종됐다. 일반 삽살개도 많이 희생돼 현재 3000마리밖에 안 남았다”며 “이 중 바둑이 삽살개는 고작 6마리에 불과한데 이마저 일반 삽살개에서 3만개의 유전자 가운데 1개 정도만 변이해 낳은 것으로 더욱 희귀종이 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이 받은 체세포도 이런 바둑이 삽살개 중 무정자 불임인 수컷의 것이다. 복제 새끼 2마리도 수컷으로 지난 2월에 태어났다. 김 교수는 “복제에 성공한 바둑이 삽살개는 털이 짧은 종으로 더욱 귀한 개”라며 “순하고 사람을 좋아해 반려견으로 사랑받는 삽살개를 널리 알리고 싶어 사람이 많이 몰리는 동물원을 택했다”고 말했다. 삽살개는 예로부터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1992년 천연기념물 368호로 지정됐다. 몸길이 70㎝에 몸무게 30㎏까지 자란다. 복제 바둑이 삽살개는 현재 몸길이 50㎝에 몸무게 14~15㎏ 정도다. 김 교수팀은 2005년 ‘스너피’ 복제에 성공하고 마약탐지견, 맹인안내견 등을 복제해 이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김 교수는 “조만간 암컷 바둑이 삽살개도 복제해 암·수컷이 자연스럽게 번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머리는 타고난다? IQ 관련 유전자 52개 발견

    머리는 타고난다? IQ 관련 유전자 52개 발견

    사람의 지능과 관련한 유전자 52개를 발견했다고 과학자들이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특히 이 중 40개는 지금까지 지능과의 관련성이 밝혀진 적이 없는 유전자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제네틱스(Nature Genetics) 최신호에 실린 이번 연구논문에 따르면, 새롭게 발견된 이들 ‘지능 유전자’는 수만 명의 지능지수(IQ) 검사 결과의 약 20%를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지능의 20%가 이런 유전자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 연구를 이끈 네덜란드 신경유전체학·인지연구센터(CNCR)의 다니엘러 포스투마 연구원은 “처음으로 IQ에서 상당한 양의 유전적 영향을 감지할 수 있었다”면서 “이 결과는 지능의 생물학적 근거에 관한 지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발견된 높은 IQ와 관련한 유전자 변이 대부분은 특히 신경세포의 분화와 시냅스(신경정보 전달경로)의 형성 등 뇌세포 생성을 제어하는데 관여하는 것이었다. 30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이번 연구팀은 선행 연구 13건에서 수집한 유럽인 참가자 약 7만8000명의 유전자 프로파일과 IQ 검사 기준의 지능 평가를 상세하게 분석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높은 IQ와 관련한 유전자 변이 대부분은 학교에 더 오래 다니고 유아기에 머리둘레가 더 크며 키가 더 크고 심지어 금연에 성공한 사례와 같은 다른 특성과도 연관성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강한 연관성 중 하나는 자폐증으로, 자폐증을 앓는 사람들은 IQ가 높을 가능성이 컸다고 포스투마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높은 IQ와 관련한 유전자 변이는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가 생길 위험이 증가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면서 “특히 ‘생크3’(SHANK3)라는 이름의 유전자는 이런 관련성을 설명하는 매우 유력한 후보”라고 설명했다. 생크3 유전자는 조울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조현병이나 비만증을 앓는 사람들에서는 높은 IQ와 관련한 특정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지능 유전자를 모두 찾아내려면 수백만 명분의 게놈(전체 유전 정보)을 해석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원시 자료와 계산 능력은 아직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고 포스투마 연구원은 말했다. 또한 그는 “지능에 관련한 유전자는 수천 개가 있다”면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유전자 52개를 발견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이 모든 유전자를 발견하더라도 지능 측정 결과를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는 비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머리가 좋아지는 것에 기여하는 유전적 특성을 모두 찾아낸다고 해도 IQ 수치를 높이거나 인생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유전자의 영향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각각 독립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능을 높이는 요인이 되는 것은 (지능 유전자의 순수한 개수뿐만 아니라) 여러 유전자 변이에 의한 특정 패턴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성공’에 결부되는 주된 요인은 자신의 대뇌피질(회백질)을 원래 크기의 크고 작음에 불문하고 단련하는 것”이라면서 “만일 유전적으로 소질이 큰 사람이 학습에 전혀 힘쓰지 않는다면 이를 통해 성공할 기회는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상욱의 암 연구 속으로]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만으로 암을 정복할 수 있을까

    [이상욱의 암 연구 속으로]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만으로 암을 정복할 수 있을까

    요즘 의생명 분야가 아닌 곳에서도 DNA(유전자 본체)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자동차를 광고할 때도 ‘DNA가 확 바뀌었다’는 표현을 쓴다. 사실 자동차에는 DNA가 없다. 그만큼 DNA라는 용어가 보편화됐다는 뜻일 것이다. 생명현상은 단백질에 의해 일어나는데 단백질은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래서 유전자를 생명현상을 지배하는 ‘정보의 보고’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쉽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암 연구에서도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는 방향으로 많은 연구자가 집중하고 있다. 암이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다고 단정하고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돌연변이를 찾아내면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가 많다. 이런 생각은 일부분만 맞는 것 같다. 과학자들이 연구를 할 때 어떤 전제를 옳다고 가정하고 거기서부터 연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연구는 전제가 틀리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암 발생 원인이 완벽하게 규명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암은 어떻게 생기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직까지 잘 모른다’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럼 무엇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단편적인 지식은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타계한 스티브 잡스도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알 수 있고 그 돌연변이에 적합한 표적항암제를 투여하면 자신의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10만 달러를 지불해 자신의 정상세포 염기서열과 암세포의 염기서열을 알아냈다. 그리고 어떤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켰는지 알아내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를 이용해 치료했다. 하지만 암은 계속 진행됐고 결국 잡스는 세상을 떠났다. 이후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고자 하는 모습이 다수 관찰됐다. 대표적인 예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하는 과학잡지 테크놀로지 리뷰에 실린 ‘스티브 잡스는 맞춤의학에 유산을 남겼다’라는 제목의 기사다. 사실 잡스가 맞춤의학에 유산을 남긴 것은 특별히 없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 봤지만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는 이런 방식으로 암을 치료하는 최초의 사람이 되거나 혹은 이런 방법을 썼음에도 죽은 거의 마지막 사람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6년이 됐지만 아직도 잡스처럼 암으로 죽어 가는 사람은 너무 많고 줄어들지도 않고 있다.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는 여전히 많다. 염기서열은 어쩌면 문학서적 내의 알파벳 서열과 같을 수 있다. 똑같은 알파벳으로 쓰인 문학작품일지라도 사람마다 문학작품을 읽고 받는 감동은 다를 수밖에 없다. 유전체 분석이라는 연구 상황은 문학작품 속의 알파벳 서열을 연구하는 것과 같은 한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하나의 세포로부터 시작해 인간이 된다. 같은 유전적인 정보를 가진 하나의 세포에서 무수히 많은 다른 기능을 하는 세포가 생겨나 인간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유전적인 정보만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과학을 하는 연구자들도 트렌드를 따라서 연구하는 경향을 지양해야 할 것이고, 자신이 하는 연구에 대해 깊은 회의를 통한 질문과 답을 구하기를 바란다.
  • [암 없는 희망찬 세상] 폐암 유형·환자별 치료법 달라… 조직 검사는 필수

    [암 없는 희망찬 세상] 폐암 유형·환자별 치료법 달라… 조직 검사는 필수

    폐는 3억~5억개의 포도송이 모양으로 생긴 허파꽈리(폐포)를 통해 공기로부터 산소를 얻고, 혈액으로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폐는 항상 외부와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의 오염물질과 병원체에 쉽게 노출되고 이것들을 제거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대표적인 폐 관련 질환으로는 폐렴, 폐농양, 폐결핵, 천식, 폐색전증, 폐혈관염, 급성호흡증후군, 폐암 등이 있으며, 이 중 폐암은 정상적인 폐 세포의 유전자가 변형돼 원래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계속 증식해 생기는 악성종양을 의미한다. 폐암의 원인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흡연이며,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13배나 크다.폐암의 증상은 기침, 피를 토함,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이며 발생 부위에 따라 음식물을 삼키기 어렵거나 쉰 목소리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자가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폐암 검진은 가슴 부위 X선 촬영 및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검사를 이용하며, 추가로 종양 표지 혈액 검사 및 PET, MRI 등으로 암의 전이 정도나 예후를 예측한다. 조직 검사 결과에 따라 암의 확진 및 치료 방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조직 검사는 피부를 통해 가느다란 침을 찔러 넣어 암 조직을 얻거나, 기관지 내시경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폐암은 크게 소세포 폐암과 비소세포 폐암으로 구별한다. 이 두 종류의 암은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치료법과 예후가 다르다. 소세포 폐암은 말 그대로 암세포의 크기가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병의 진행이 빠르고 쉽게 전이되지만 비교적 항암제가 잘 듣는 특성이 있다. 비소세포 폐암의 치료는 수술적 제거,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 표적항암제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단독 혹은 병용 치료를 하기도 한다. 전이가 되지 않은 I기, II기 치료는 수술로 암 조직을 모두 절제하는 것이 권장되며,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이 힘들 경우 방사선 치료를 먼저 시행하기도 한다. 폐에서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 다른 기관에 전이된 III기의 경우 병용치료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IV기는 흉수(흉막강 내 비정상적으로 고인 액체)가 있는 경우인데, III기와 비슷하나 흉관 삽입을 통해 흉수를 제거하기도 한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중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으며, 특히 말기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1960~70년대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는 부작용 및 내성 문제 등으로 기대 효과에는 한계가 있으며,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2세대 표적항암제는 암세포 내의 특이적인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해 정상 세포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암세포의 성장을 저해하는 작용기전으로 1세대 항암제의 부작용을 상당히 개선했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에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 폐암 환자는 표적항암제인 이레사, 타세바, 지오트립 등의 인산화 효소 저해제를 사용해 좋은 효과를 얻었다. 또한 이들 항암제에 내성을 보인 환자에게는 올리타와 타그리소 등의 신약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 표적항암제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치료되는 듯하다가도 결국 내성이 생기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는 같은 암이라도 발생 기전이 다를뿐더러 같은 환자의 암이라고 하더라도 암 조직을 구성하는 암세포에 다양한 변이가 축적돼 항암제에 영향을 받지 않은 일부 암세포가 살아남아서 새로운 암조직을 만들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는 인체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와 더 잘 싸우게 하는 암치료제로 표적항암제와 달리 내성이 거의 없는 차세대 암치료제다. 암세포에 의한 면역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세포 신호 전달경로를 차단함으로써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면역관문억제제가 대표적이다. 비소세포 폐암에 적용되는 옵디보와 키트루다, 여보이 등이 있다. 최근에는 환자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추출해 특수한 배양 과정을 통해 증폭시키거나, 더 나아가 환자의 T세포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단시간에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 CAR-T Cell 등이 시판 또는 임상시험 중에 있다. 정상 세포에는 감염되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만든 종양용해바이러스는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고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등의 기전을 가지고 있어 단독 또는 병용치료제로서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준승 신라젠 임상시험 샘플 분석팀 박사
  • [암 없는 희망찬 세상] 초기증상 없어… 혈액검사로 80% 진단

    [암 없는 희망찬 세상] 초기증상 없어… 혈액검사로 80% 진단

    오른쪽 가슴 아래 있는 간은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다. 하루에도 약 2000ℓ의 혈액이 간을 통과한다. 이 과정에서 간은 혈액을 통해 운반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의 대사와 각종 이물질의 해독 및 살균 작용을 담당한다. 건강한 간세포는 간염 바이러스, 알코올, 경구 피임약, 비만, 당뇨 등으로 인해 상처를 입을 수 있는데, 간 세포의 파괴와 재생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나 만성적인 염증 상태가 되면 간세포가 섬유화되는 간경변이 발생하게 된다. 간이 딱딱해진 간경변은 간암으로 발전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다. 간암은 우리나라, 일본 등 아시아에서의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보균율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간암 발생 원인의 대부분은 만성 B형 바이러스성 간염(70~80%)이며, 일부는 만성 C형 바이러스성 간염(10%) 혹은 알코올성 간경변(10%)이 진행돼 발생한다. B형 바이러스 간염은 태어날 때 보균자인 모체로부터 수직 감염되는 비율이 높아 출생 시 바이러스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성인이 감염된 경우라도 경구 투여 항바이러스제 혹은 인터페론과 같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의약품을 사용해 치료할 수 있다. C형 바이러스성 간염은 피하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 혹은 경구 투여하는 리바비린과 같은 의약품이 존재하지만 효과적인 예방 백신은 없다. 혈액으로 감염되는 바이러스이므로 문신, 침 등을 피하고 감염자와 칫솔이나 면도기를 공유하지 않는 등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장기’로도 알려져 있다. 간암 초기에는 정상 간 조직이 기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간을 둘러싼 간 바깥쪽 피막에만 신경이 분포하기 때문에 간 조직의 이상이 발생해도 별다른 통증을 느낄 수 없다. 간의 이상은 주로 피로와 더불어 허약, 무력감, 체중감소, 식욕감퇴의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간암만의 특징적인 증상이 아니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간암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종양이 피막을 누를 정도로 성장하면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종양 덩어리가 담도를 눌러 담즙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몸이 노랗게 되는 황달이 나타나거나 종괴가 복부 내 혈액 흐름을 방해해 배에 물이 차기도 한다. 이 경우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간암 진단 방식은 크게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로 나눌 수 있다. 간암의 70-80%가 혈액 내 암표지 인자인 알파태아단백이 상승하므로, 간경변 환자에서 지속적인 증가가 확인되는 경우 간암을 의심할 수 있다. 영상검사로는 복부 초음파 검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진단(MRI), 동위원소 촬영 등이 있다.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 검사를 통해서도 진단할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치료는 조기 진단을 통한 수술적 제거지만, 심한 간경변을 동반하거나 암세포가 간 조직에 넓게 퍼져 있어 수술이 어려울 때는 간 동맥 중 암 조직으로 가는 동맥에 항암제를 투여하면서 동맥을 막아 주는 간 동맥 색전술이 효과적이다. 또한 직경 3㎝ 미만의 작은 종양이 3개 이하인 경우에는 순수한 알코올을 주사해 치료하는 경피적 에탄올 주입 방식과 고주파를 이용한 뜨거운 열의 발생으로 종양을 파괴하는 고주파열 치료술도 있다. 최근에는 간 이식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암이 전이된 경우에는 항암제를 이용하게 된다. 간암에 효과가 증명된 약제는 소라페닙(상품명 넥사바)이라는 표적치료제다. 암세포 내에 특이적인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해 종양 발달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대장·직장암과 위장관 기질종양에 이미 승인을 받은 약물인 레고라페니브(상품명 스티바가)도 임상시험을 통해 간암 환자의 수명 연장에 효과가 있음이 확인된 바 있다. 신장암 치료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받은 카보잔티닙도 간암 적용 여부를 임상시험 중이다. 기존의 항암화학요법도 병용 투여 방식을 시험 중이다. 백금계 항암제인 옥살리플라틴을 항종양성 항생물질인 독소루비신과 병용하거나, 유전자 합성을 저해하는 항암 치료제 젬시타빈, 단일클론항체 항암제인 세툭시맙과 병용했을 때 성과가 나타났다. 최근에는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고 2차적으로 암에 대한 인체의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펙사벡과 같은 유전자 치료제도 임상시험 중에 있다. 이남희 신라젠 리서치팀장
  • ‘3000만 분 1’ 초희귀 ‘오렌지 바닷가재’ 발견

    식탁 위에 오를 운명이었던 바닷가재가 특별한 외모 때문에 사람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게됐다. 최근 영국 BBC등 현지언론은 웨일스 홀리헤드의 한 시푸드 점에서 '요리'가 될 처지였던 한 바닷가재의 사연을 전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시푸드점 수족관에 있던 이 바닷가재는 놀랍게도 외양이 오렌지색으로 화려하게 빛난다. 일반적인 바닷가재가 검은색 계통인 것과 비교하면 한 눈에 봐도 확 띄는 외모. 마치 찜통에 들어가 '요리'가 된 것처럼 보이는 이 바닷가재는 유전자 변이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확률로 따지만 무려 3000만 분의 1인 귀하신 몸. 시푸드점 관리자인 트리스탄 우드는 "수년 간 바닷가재를 팔았지만 이같이 생긴 녀석은 난생 처음"이라면서 "도저히 요리로 만들 수 없어 인근 해양동물원에 연락했다"며 놀라워했다. 특별한 바닷가재를 새 식구로 맞게된 해양동물원 측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동물원 측은 "이 바닷가재는 암컷으로 현재 알을 베고있다"면서 "일반 관람객들에게 오렌지 바닷가재의 모습을 보여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우수기업 우수상품] 건강 100세 시대의 새 희망… 줄기세포를 주목하라

    [우수기업 우수상품] 건강 100세 시대의 새 희망… 줄기세포를 주목하라

    신경외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줄기세포의 진짜 이야기 ‘줄기세포-新재생의학’이 발간됐다.줄기세포란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서로 다른 세포들과 내부 장기로 분화·성장하는 일종의 모세포로, 간세포(幹細胞)라고 불리기도 한다. 신체에 존재하는 210여개 세포 유형 중 손상된 조직의 세포를 대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분화·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줄기세포는 당뇨병, 백혈병, 치매, 파킨슨병, 뇌경색, 자가면역질환, 심장병, 척수 손상에 의한 사지 마비 등 수많은 희귀난치질환을 치료하는 하나의 치료법으로 적용되고 있다. 현재 줄기세포는 희귀난치병 그리고 노화에 의한 여러 만성 질환들에 대해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별한 유전적 이상에 의한 크론병, 허혈성 심근경색, 골 관절염 등 몇몇 질환들에 대해서는 실제 임상 적용이 가능해 여러 병원에서 줄기세포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타인의 간병이나 수발을 받고 살거나 장기 요양원에 들어가 사는 것은 장수의 축복이 아니고 장수의 저주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세포 내 대사과정 이상, 유전자 변이, 노화 그리고 각종 사고 등으로 조직이나 장기의 세포에 기능 이상, 세포 사멸에 의해 촉발된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과 만성 성인병, 자가면역질환 등 각종 질병 들을 정의하고 질병에 따른 실제 각각 다른 줄기세포 치료의 실제 임상적 적용을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희귀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왔을 최첨단 치료법을 신경외과 전문의의 눈으로, 그리고 의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주위에 희귀 난치병 환자가 있다면 이 책의 일독을 추천할 만하다. 저자 안계훈 박사는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로 한국과 일본의 희귀 난치병의 줄기세포 치료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02)576-5993.
  • 신체 나이 160세…세계 최고령 조로증 21세 청년

    세계 최고령 조로증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해외 언론을 통해 공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州) 하누망간즈에 사는 루페쉬 쿠마르는 현재 21세 청년이지만, 그 신체 나이는 이미 160세를 넘어섰다. 조로증이라는 희소병으로 일반인보다 신체 나이가 8배 이상 빨리 들었기 때문. 허치슨 길포트 조로증후군(HGPS·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으로도 알려진 이 질환은 800만 명 중 1명에게서 발생한다. 루페쉬 쿠마르는 지금까지 알려진 조로증 환자 중에 최고령 생존자로, 체중은 불과 19㎏이 조금 넘는 정도다. 청년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조로증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인 라마파티 쿠마르(45)는 “조로증은 아들이 매우 어렸을 때 잦은 두통과 복통으로부터 시작됐다. 우리는 아이를 여러 의사에게 데려갔지만, 누구도 아이의 상태를 진단할 수 없었다”면서 “의사들은 진통제 몇 개를 처방해주고 우리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요청했다”고 회상했다. 루페쉬가 성장함에 따라 부모는 아이의 신체와 외모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농장 노동자인 이 아버지는 “시간이 흐르자 내 아들의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커졌고 몸무게가 크게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5년 전쯤 몇 사람이 마을에 찾아와 루페쉬를 돕는 척하며 이들 가족에게 끔찍한 제안을 했다. 이 아버지는 “난 그들이 내 아들의 치료를 돕고자 하는 좋은 사람들인 줄 알았지만, 그들이 내 아들을 구매해서 서커스단의 구경거리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30만 루피(약 530만 원)를 주겠다고 제안했다”면서 “난 정중하게 그들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난 그들이 1000만 루피(약 1억 7600만 원)를 준다고 제안했더라도 내 아이를 절대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페쉬를 돌보고 있는 어머니 샨티 데비는 “감히 어떻게 그런 비인간적인 제안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며 분통해 했다. 불행히도 조로증은 현재 치료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루페쉬는 최근 21세가 될 때까지 살아남아 사람들을 놀라게했다. 주치의 유간타르 판데이 박사는 “대부분의 조로증 환자는 13~15세를 넘기지 못하지만 루페쉬처럼 일부 환자는 21세까지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루페쉬의 조로증 징후는 2세였을 때 처음 나타났다. 당시 성장이 멈추며 털이 빠지고 피부가 처지기 시작했고 치아가 약해졌다”면서 “근육의 힘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조로증 환자처럼 루페쉬의 눈은 푹 꺼졌고 피부는 창백해졌다”면서 “이는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부모는 희망을 잃은 상태로 인도 총리에게 아들을 도와 달라는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지역 비영리단체 비영리단체 아슈토슈 메모리얼 트러스트(Ashutosh Memorial Trust)가 루페쉬에게 의학 치료와 조치 등을 해주기 위해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한국인 난소암·유방암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 발견

    국내 연구팀이 한국인의 유방암과 난소암을 유발하는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를 규명했다. 박지수 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 교수와 이승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은 ‘c.5339T>C p.Leu1780Pro변이’를 보유한 한국인이 유방암·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암 연구와 치료’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연세암병원에서 유방암이나 난소암을 진단받은 745명과 건강한 1314명의 유전자를 미국 의료유전학·유전체학회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유방암·난소암 환자 그룹의 유전자 변이 비율이 정상인 그룹보다 41.2배 높았다. 유전자 변이 환자군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만 40세까지 유방암을 진단받을 확률이 73.6%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유전자 변이가 없는 사람은 만 40세 이전에 유방암을 진단받을 가능성이 1%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이 유전자 변이는 유독 한국인에게서 발견되는데 그동안의 유방암, 난소암 관련 유전자 분석 연구는 외국 환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돼 변이 성격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박 교수는 “한국인의 유방암·난소암 발병 위험성과 관련한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해 검사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암 발견과 예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아빠, 친구는 3D 프린터로 숙제해요… 2024년 한국의 일상

    아빠, 친구는 3D 프린터로 숙제해요… 2024년 한국의 일상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의료기술 등 모든 사물과 서비스는 일반에 보편화되기 전에 초기 태동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것이 발전을 거듭해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순간, 그것을 흔히 ‘티핑 포인트’라고 부른다. 티핑 포인트의 예측은 어렵다. 정교하게 예측한다고 해도 근사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예측은 사회적·기술적으로 적절한 대응을 가능케 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펴낸 미래 전망서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순간’을 통해 유망 기술의 티핑 포인트들을 17일 정리해 봤다.●지능형 로봇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계획하고 동작하는 로봇을 말한다. 지능형 로봇의 한 종류인 소셜로봇의 경우 1997년 미국 MIT에서 사람의 얼굴과 목 부분을 모방해 개발한 ‘키스멧’(Kismet)이 시초다. 국내에서는 201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 ‘마루’(Maru)가 가정에서 음식을 준비해 서비스하는 데 성공했고, 201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휴보’(Hubo)가 미국 국방부 로봇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2024년, 국내에서는 2028년에 티핑 포인트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때쯤이면 네트워크 기반 지능형 로봇의 일반가정 보급률이 8%를 돌파할 것으로 본 것이다. ●초고속 튜브 트레인 터널을 아진공(진공에 가까운 수준의 공간) 튜브 상태로 만들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고, 캡슐형 차량이 공중에 뜬 채로 시속 1000㎞ 이상의 속도로 주행하는 초고속 교통기술을 말한다. 아직 시속 1000㎞ 이상의 상용화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2012년 미국 스페이스엑스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진공 튜브 안에서 캡슐 형태의 고속열차가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 나르는 시스템인 ‘하이퍼루프’를 제안한 바 있는데, 하이퍼루프는 지난해 5월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시험용 1㎞ 구간에서 1.1초 만에 시속 186㎞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미국에서 2028년, 국내에서 2033년에 티핑 포인트를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때가 되면 시속 1000㎞ 이상으로 운행하는 상용화된 초고속 튜브 트레인의 첫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3차원(3D) 프린팅 제품 형상을 디지털로 스캔하고 설계한 뒤, 다양한 소재를 얇은 층으로 여러 겹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입체 구조물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3D 프린팅 기술이 개발되면서 건축·제조·의료 분야의 일부 제품이 3D 프린팅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1년에, 국내에서는 2024년에 티핑 포인트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때쯤이면 3D 프린터의 일반 가정 보급률이 3%에 다다를 것이라는 점에서다. ●롤러블 디스플레이 자유롭게 휘어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원기둥 형태로 말아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펼쳐서 사용할 수 있는 화면장치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이 기술을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어 2023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티핑 포인트가 도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롤러블 컬러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에 최초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둘둘 말아서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자율주행 자동차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위험을 판단하고 주행 경로를 계획해 운전자가 제동 등에 관여하지 않고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구글은 시각 장애인을 동승자 없이 단독으로 자율 주행차에 태워 시험 운행을 하는 데 성공했다. 벤츠, BMW, 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은 자율 주행기술을 겨루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의 티핑 포인트는 미국 2023년, 국내 2028년으로 전망됐다. 이때가 되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자동차 신차 판매의 12%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빅데이터 활용 개인맞춤형 의료기술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내는 빅데이터 정보의 분석을 통해 개인별 질환 발생 예측이 가능하고, 개인에게 특정한 질병이 발생하기 이전에 적절한 선제적 조치를 설계하고 적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미국 IBM은 2011년 인공지능 ‘왓슨’의 연구성과를 공개하며 빅데이터 활용 맞춤형 의료의 장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가천대 길병원에서 종양학 빅데이터를 학습한 ‘왓슨 포 온콜로지’가 최초로 도입됐다. 이 기술은 미국에서 2021년, 국내에서 2025년에 사회적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10만명 이상의 개인별 의료정보가 국가적으로 통합돼 실제 진료현장에 활용되는 시점이다. ●유전자 치료 질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적인 유전자로 대체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전자를 이식하는 등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첨단 치료 기술이다. 유전성 희귀질환의 치료제가 2012년 최초 시판승인을 받은 이후 희귀질환은 안과질환, 혈우병, 선천성 면역질환, 일부 혈액종양, 신경질환 등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임상 단계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젠의 유전자 조작 바이러스 간암치료제 ‘펙사벡’에 대해 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4년, 국내에서는 2028년에 티핑 포인트(복합질환의 치료를 위한 2가지 이상의 유전자 치료제가 미국 FDA, 유럽 EMA, 일본 PMDA 등 허가기관으로부터 의약품 범주의 시판 허가를 얻는 시점)를 맞을 것으로 예측됐다. ●줄기세포 기술 자체 증식을 통해 몸의 다양한 조직 내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를 분리하거나 배양하고, 분화를 유도하여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파킨슨, 류머티즘, 루푸스, 노인성 황반변성, 척수손상 등 기존의 어떤 방법으로도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난치병 극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6개국 이상에서 10여건의 배아 줄기세포유래 망막상피세포를 이용한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신경 질환과 당뇨질환 치료제의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성체 줄기세포의 경우 세계적으로 500건 이상의 관련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2024년, 국내에서 2028년에 티핑 포인트(특정 난치병 10종 이상에 대해 줄기세포를 활용 치료법이 개발돼 치료에 적용되는 시점)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 장기 인간의 신체 장기를 대용하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제작한 장기로, 줄기세포·생체조직·동물의 장기(이종장기)를 이용해 만든 바이오 인공장기와 전기 및 기계공학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전자기기 인공장기로 구분된다. 미국은 2024년, 한국은 2029년이 티핑 포인트(인공신장 이식 건수가 전체의 16%가 되는 시점)로 예상된다. 김현철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인공 장기는 턱없이 부족한 장기 수급 불균형을 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산업인 전기·기계, 세포·바이오 분야도 동반 성장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주 미래부 미래전략기획과장은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빠르게 전개되면 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티핑 포인트를 알면 개인뿐 아니라 기업, 연구소, 정부도 규제를 개혁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봄만 되면 꾸벅꾸벅 조는 김 부장… 유전자 때문일지도 몰라요

    봄만 되면 꾸벅꾸벅 조는 김 부장… 유전자 때문일지도 몰라요

    ‘FABP7’ 유전자 없는 사람이 더 숙면 생체시계 유전자 ‘CRY1’ 돌연변이 땐 수면 장애 발생… 수면 패턴도 불규칙 “불면증, 유전자 치료로 고칠 날 올 것”햇살이 따뜻한 봄이면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쏟아지는 춘곤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춘곤증은 환경변화로 인한 신체 적응과정이다. 이 때문에 1~2주 정도 지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한 달 이상 지속되는 이들도 있다. 다양한 요인의 스트레스 때문에 불면증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불면증 환자는 400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80% 이상은 불면증이 1년 이상 지속돼 수면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한다. 잠은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데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고갈된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 활발한 뇌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뇌과학의 발달은 잠이 우리 몸과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이 알려줬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 때문에 “만약 잠이 우리 몸에 정말로 중요한 기능을 하지 않는다면 진화가 만들어 낸 가장 큰 실수”라고 말하는 생물학자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잠의 비밀을 풀어낼 단초를 제공하는 논문들이 잇따라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 공동연구진은 포유류의 뇌에 있는 ‘제7형 지방산 결합 단백질’(FABP7)이 수면의 질을 결정한다는 연구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에는 미국 워싱턴주립대 의대,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위스콘신 매디슨대, 일본 이화학연구소(리켄) 뇌과학연구소, 시가대 의대, 도호쿠대 의대 연구진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FABP7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와 일반 생쥐의 수면 패턴을 비교해 본 결과 FABP7 유전자가 없는 생쥐들이 훨씬 숙면을 취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FABP7 유전자가 사람의 숙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본 오사카 지방의 한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성인 남성 310명의 수면패턴과 DNA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FABP7이 부족하거나 손상된 사람이 깊은 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현상은 초파리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또 미국 록펠러대, 코넬대 의대, 터키 빌켄트대 공동연구진은 생체시계 유전자인 ‘CRY1’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수면 장애가 발생하거나 수면 패턴이 바뀐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 권위의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6일자에 발표했다. 새벽 늦게 자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올빼미형 인간’의 수면패턴과 DNA를 분석한 결과 이는 일종의 수면 지연장애로 판단했다. 연구팀이 터키인 6개 가구의 수면패턴을 분석한 결과 올빼미형 인간들은 CRY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있어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고 수면패턴도 불규칙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제이슨 가트너 워싱턴주립대 의대 교수는 “잠은 진화 과정에서 동물의 유전자에 새겨진 일종의 문양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 모든 종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수면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며 “심한 불면증 환자를 유전자 치료로 고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영 록펠러대 유전학 교수는 “유전적 문제가 있다고 해서 수면 패턴을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규칙한 수면 패턴과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과 잠자리 환경을 개선한다면 수면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최신 유전자가위 성능 국내 연구진이 확인

    국내 연구진이 3세대 유전자 가위기술을 뛰어넘는 신형 유전자 가위의 성능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과 서울대 화학부 김대식 박사 공동연구팀은 염기교정 유전자 가위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기술보다 더 정교하고 정확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생명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11일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3.5세대 염기교정기술 정확성 검증 유전자 가위는 동식물 세포의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내 해당 부위의 DNA를 절단하는 방법으로 유전체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크리스퍼는 DNA 염기서열 두 가닥을 모두 절단해 유전자 교정을 실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작위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이번에 분석 대상이 된 염기교정 유전자 가위는 크리스퍼를 변형시킨 3.5세대 유전자 가위기술로 DNA 한 가닥만 잘라내 단일 염기 하나만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표적에서 정확하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어 실제 유전자 교정기법으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DNA 한가닥만 잘라 오작동 적어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절단 유전체 시퀀싱 기법’을 활용해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정확성을 유전체 전체 수준에서 밝혀냈다. 이를 통해 크리스퍼 유전자보다 염기교정 유전자 가위의 오작동 확률이 훨씬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염기교정 유전자 가위는 단일 염기를 교체할 수 있어 선천적 유전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을 밝히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고부가가치 농축산물의 품종 개량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역사속 공무원] ‘K9’ 자주포 시조는 ‘문종화차’

    [역사속 공무원] ‘K9’ 자주포 시조는 ‘문종화차’

    자동차 이름으로 유명한 ‘K9’은 신개념 포병 무기이기도 하다. 터키, 폴란드, 핀란드에도 수출할 정도로 세계 최강인 자주 곡사포 ‘K9’을 우리 스스로 개발한 것은 15세기에 이미 세계 최초로 화차를 만든 조상의 유전자 덕이란 생각이다.조선시대에는 모두 5종의 화차가 만들어졌는데, 그중 문종이 직접 설계·감독해 완성한 ‘문종화차’가 으뜸으로 꼽힌다. 1451년 만들어진 문종화차는 차 위에 거치대를 설치하고, 중신기전(中神機箭) 100개 또는 사전총통(四箭銃筒, 4발을 동시에 쏠 수 있는 총) 50개를 장착하여 한 번에 200발을 발사할 수 있었다. 차체는 길이 230㎝, 너비 74㎝로, 지름 87㎝의 바퀴가 2개 달렸는데, 화차의 위력은 적군 100명과 맞먹어 당시로서는 가공할 만한 무기였다. 평탄한 곳은 두 사람이, 진흙 도랑이나 조금 경사진 곳은 두 사람이 끌고 한 사람이 뒤에서 밀면 쉽게 움직일 수 있는데 이는 모두 문종이 직접 지시하고 가르친 것이다. 제5대 임금인 문종은 2년 3개월의 짧은 재위기간과 병약함 때문에 존재감이 낮지만, 무기와 군사 분야에서는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문종은 화차의 활용에 대해 “화차는 무기인 만큼 평상시에는 쓸모없는 기구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망가지게 마련이니 각사(各司, 서울 소재 관청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 나누어 운반용으로 사용하고, 사변이 발생하면 즉시 화포를 거치하여 사용하라”고 상세하게 밝혔다. 문종화차는 민·군 겸용이었다. 문종화차는 발표 한 달여 전에 운용시험평가도 가졌다. 문종은 모화관에서 700명의 병사가 벌인 전투훈련을 참관한 뒤 화차와 재래식 무기인 편전의 위력시험을 했다. 80보 앞에 갑옷과 방패로 무장한 무예연습용 인형을 세우고 화차와 편전을 쏘았는데, 화차만 관통했다. 문종은 “기계는 정밀하고 자세했으며, 무사들은 화차를 능숙하게 다루었다”며 흡족해했다. 자주포나 전차, 장갑차는 외형이 비슷한데 문종화차는 자주포인 K9에 가깝다.우리나라 최초의 화차는 최무선의 뒤를 이어 아들 최해산이 1409년 완성한 것인데, 아쉽게도 일찍 단종되는 바람에 제원이 전해지지 않는다. 두 번째인 문종화차는 비교적 온전하게 설계도가 전해져 몇 차례의 개량을 거쳐 19세기 초까지 실전에 사용되었다. 문종은 이 화차를 끊임없이 개량하고 확대 배치에 힘썼다. 임금이 곡산, 수안, 황주 등의 고을에 화차 20대씩을 제작·배치할 것을 지시하자 의정부가 반대했다. “평양은 변방이 아니어서 화차를 배치하지 않기로 했는데, 곡산 등과 같은 내륙지방까지 필요하겠습니까. 도적들이 내륙까지 이른다면 그때 만들어도 늦지 않습니다.” 이에 실망한 임금은 “내가 직접 창작한 것인데, 어찌 이럴 수 있나. 대신들이 화차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푸념했다. 하지만 문종은 병조에 화차를 추가 제작하도록 지시해 1451년 한 해 동안 전국에 700대 이상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화차는 임진왜란 3대 대첩 중의 하나인 행주대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593년 2월 12일 새벽 6시 3만명의 왜군이 공격을 시작했다. 이에 맞서는 조선군은 정규군 2800여명, 승병을 포함한 의병이 6000여명으로 누가 보아도 중과부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왜군의 완패였다. 6000여 정의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의 공세를 대파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번에 100~200발을 퍼붓는 40대의 화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행주대첩의 주인공 화차는 조선의 네 번째 모델로 2세대 모델인 문종화차를 개량한 것이다. 최중기 명예기자(국가기록원 홍보팀장)
  • 아인슈타인 머리 닮은 5살 꼬마소녀 화제

    아인슈타인 머리 닮은 5살 꼬마소녀 화제

    귀여운 다섯 살 소녀가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같은 고충을 안고 있어 화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더썬 등 현지외신은 희귀한 유전질환으로 인해 부스스한 머리모양을 갖게 된 한 소녀의 사연을 소개했다. 바로 그 주인공은 영국 더비 출신의 라일라 그레이스 바로우. 라일라의 머리 스타일은 좀 남다르다. 항상 머리털이 솜털같이 모로 서 있고, 잘 가라앉지도 않아서 ‘솜사탕 꼬마’라고 불린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겨우 100명 정도에게만 나타난다는 ‘엉킴털 증후군’ 때문이다. 독일 본 대학병원의 과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엉킴털 증후군은 3개의 유전자(PADI3, TGM3 and TCHH) 중 하나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일어난다고 한다. 돌연변이 유전자는 머리 모양과 세기, 모낭 등 머리카락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원래 라일라는 한 올의 머리카락도 없이 태어났다. 1년 반이 지나자 희미하게나마 잔털이 돋아나기 시작했지만 부드러운 아기 머리털과는 촉감부터 다른 쭈뼛쭈뼛하게 선 거친 머리털들이었다. 부모는 아이의 머리카락이 위로 뻗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모두들 단지 아기머리일 뿐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그냥 내버려뒀다. 그랬더니 머리가 점점 말을 듣지 않는 상태가 됐다. 가족들 모두 어두운 색에 가까운 생머리인데 반해 라일라만 금발의 뻣뻣하게 헝클어진 머리였다. 아이의 머리카락을 길들여보려 수많은 헤어제품을 사용해보고, 얽히고 설킨 머릿단을 풀기 위해 빗질하는데만 몇시간 공을 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소용 없었다. 엄마 알렉스(28)는 “라일라가 어렸을 때, 머리가 바짝 서 있곤해서 빗질을 할 때마다 아이가 울었다. 가끔 아이의 머리를 다 밀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며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일부 사람들은 웃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자신들의 머리상태와 똑같다고들 얘기한다. 한 디자이너는 '아이의 머리틀 탈색한 적이 있냐?'면서 '이런 머리를 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엄마 알렉스에 따르면, 엉킴털 증후군이라하면 단순히 지저분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사실은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유리 섬유 같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부부에겐 라일라의 머리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특별하다고. 특히 곱슬곱슬한 머리로 잘 알려진 아이슈타인도 같은 고충을 겪었다고 들어서 더 뜻깊다고 느낄 정도다. 부부는 “우리 딸과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딸에게 아주 희귀한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일러주며 자신의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해준다. 지금 생각하면 독특한 머리카락이 라일라의 재밌고도 엉뚱한 성격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서 굉장히 뜻깊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라일라의 엄마아빠는 현재보다 더 조심스럽게,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사랑으로 라일라를 키울 생각이다. 한편 엉킴털 증후군에 대해 피부과 전문의 앤드류 메신저는 “38년 전문의를 지내면서 단 3건의 경우를 본 적이 있다. 그것도 모두 아이들에게서 나타났다. 애석하게도 영국이나 다른 어느곳에서도 이 증후군에 관한 치료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더울수록 치아 작고 콧구멍 크게 인간 진화”

    “더울수록 치아 작고 콧구멍 크게 인간 진화”

    美·벨기에·아일랜드 연구팀 “인류 코 모양 차이 기후변화 탓” 美·네덜란드 대학연구진도 “지구 더워지면 포유류 몸 작아져”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영국의 진화학자 찰스 다윈은 1835년 남미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하면서 섬에 사는 핀치새 13종의 부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윈은 핀치새들의 부리 모양이 먹이 종류에 따라 다른 것을 보고 진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자연선택설을 주장하고 비둘기 교배실험 등을 통해 부리 모양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핀치새 부리모양 연구로 진화론 뒷받침 이후 미국 프린스턴대 진화생물학자인 피터,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1973년부터 지금까지도 갈라파고스 제도의 작은 섬 대프니메이저에서 2000여 마리의 핀치새를 연구하고 있다. 핀치의 몸무게, 깃털 색, 부리 크기, 먹이 종류, 짝짓기 습관과 상대 등을 모두 데이터로 만들어 2009년 다윈의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미국 과학저술가 조너선 와이너의 ‘핀치의 부리’라는 책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미국과 스웨덴 국제연구진은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핀치새 15종 120마리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ALX1이라는 유전자에서 나타나는 변이 때문에 부리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해 다윈과 그랜트 부부의 연구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진화론의 핵심은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따라 진화한다는 ‘자연선택설’이다. 식생의 변화에 따른 적응이 진화인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PLOS 유전학’에는 사람의 코 모양도 기후변화에 따른 진화의 산물이라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지역 혈통별 3D 얼굴 촬영 특징 비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벨기에 UZ루벵,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칼리지 공동연구진은 추운 고위도 지방과 더운 저위도 지방 사람들의 코 모양이 기후에 따라 달라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남아시아, 동아시아, 서아프리카, 북유럽 혈통을 가진 476명의 3차원(3D) 얼굴 사진을 촬영해 특징을 비교했다. 그 결과 따뜻하고 습한 지역에서 살았던 민족은 콧구멍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데 반해 북유럽처럼 춥고 건조한 환경에 사는 민족은 상대적으로 좁은 콧구멍을 가진 것이 발견됐다. 고위도 지방에 사는 사람의 콧구멍이 좁은 이유는 몸에 좋지 않은 차고 건조한 공기를 최소한으로 흡입함으로써 콧속 수분 함량과 온기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아슬란 자이디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유전학 교수는 “현재 인류의 코 모양 차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선택으로 결정됐다”며 “그렇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과 의학이 등장하면서 기후에 대한 적응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뉴햄프셔대, 콜로라도칼리지, 미시간대,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 공동연구진도 기후변화와 인류의 변화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1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포유류의 몸집은 작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포유류 몸집 작아지자 치아도 작아져 지금으로부터 5600만년 전 지구는 갑자기 평균온도가 5~8도 급상승하는 팔레오세-에오세 최고온기(PETM)를 맞게 됐다. 원래 온도로 되돌아가는 데 10만년 이상 걸렸는데 이 과정에서 지구상 수많은 생명체가 사라지고 포유류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됐다. 살아남은 포유류들은 모두 몸집이 작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몸집과 치아 크기가 직접 연관성을 갖는다는 데 착안했다. PETM 전과 후의 말 치아 화석을 비교한 결과 PEMT 이전보다 이후의 치아화석이 30% 정도 작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이후 PETM 때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더워진 5300만년 전 에오세 최고온기 2기(ETM2)에도 이전보다 14% 정도 치아의 크기가 작아진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기에 몸집이 작아지는 현상은 포유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진화반응으로 해석했다.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고생물학자 조너선 블로흐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변화가 포유류의 크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구 온난화를 통해 미래에 동식물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동시에 기후변화의 가장 확실한 결과는 포유류의 체격 변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끊임없는 변화에 대응하기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끊임없는 변화에 대응하기

    우리는 거의 매년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으로 많은 가축들을 살처분하는 끔찍한 뉴스를 접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구제역은 영어로 ‘foot and mouth disease’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물의 입과 발굽 근처에 물집이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이 물집 때문에 먹거나 걷는 것이 힘들어지고 물집이 터져 궤양이 생기면서 바이러스가 온몸에 퍼지게 된다.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은 침을 흘리고 고열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잃는다. 현재로서 바이러스성 질환을 막는 최선의 방책은 백신으로 예방하는 것뿐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RNA 한 가닥만 유전체로 지닌다. DNA와 달리 RNA는 복제 과정에서 실수가 자주 일어나 RNA 유전체를 가진 바이러스들은 다양한 돌연변이가 생긴다. 인플루엔자는 빈번하게 새로운 조합으로 독특한 유전 조성을 가진 바이러스 변이가 나타나게 된다. 새로운 돌연변이가 출현하게 되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들은 RNA 복제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로 돌연변이가 생기고 이 돌연변이는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생존해 왔다.바이러스는 감염 대상인 숙주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의 대상 숙주는 매우 제한적이다. 감기 바이러스는 사람의 기관지와 후두, 인두가 있는 기도 윗부분,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는 특정 면역세포만 공격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광견병 바이러스의 대상 숙주는 너구리, 스컹크, 개, 사람 등 다양하다. 바이러스와 대상 숙주의 관계는 양쪽의 단백질이 열쇠와 자물쇠처럼 서로 결합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단백질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열쇠도 변형되어 그 열쇠에 맞는 새로운 숙주를 공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침팬지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았던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자손인 HIV가 사람을 감염시켜 에이즈를 유발한다. 메르스도 원래는 박쥐와 낙타를 숙주로 하던 바이러스인데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을 공격하면서 엄청난 사태를 일으켰다. 구제역도 A, C, O, Asia1, SAT1, SAT2, SAT3 등 다양한 변이가 보고되어 있다. 이 바이러스의 감염 대상은 소, 사슴, 영양, 양, 염소, 돼지 등이다. 감염된 동물의 호흡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방출된 바이러스 입자들이 주변의 다른 동물을 쉽게 감염시킬 수 있어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규모로 소와 돼지를 사육하는 경우에 전염력과 피해의 심각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영국, 대만, 중국, 일본 등에서 흔한 O형뿐만 아니라 희귀한 변형인 A형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수많은 돌연변이 중에서 한국처럼 가축을 밀집해 키우는 사육 환경에서 전파되는 데에 유리한 돌연변이가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른 개체와 밀접하게 집단생활을 하는 박쥐가 광견병, 에볼라, 사스, 메르스 등과 같이 다양하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숙주가 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구제역 바이러스 변형에 대한 새로운 종류의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 구제역 증상이 최근 거의 두 주 동안 보고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번 구제역 유행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속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주목해야 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백신개발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돌연변이 된 구제역 바이러스가 숙주를 확대해 사람까지 감염시키는 치명적인 증상을 유발하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숙주를 공격하면 돌연변이 된 바이러스의 특성에 주목하여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듯이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간사회의 특성을 예의주시해야 고루한 사고에 빠지지 않고 정확한 인식과 올바른 판단이 가능하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흡연자가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이유는? (연구)

    흡연자가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이유는? (연구)

    흡연자라면 대부분 커피와 함께 담배를 즐긴다. 특히 흡연자는 일반적으로 비흡연자에 비해 커피도 많이 마시는 편. 그렇다면 왜 커피와 담배는 술과 담배처럼 서로를 애타게 부르는 것일까? 최근 영국 브리스톨대학 연구팀은 흡연 후 커피가 더 당기는 이유는 니코틴 탓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흡연자라면 경험적으로 느끼는 담배와 커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이 연구는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총 25만 명의 생활 습관과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이루어졌다. 실제로 카페인과 니코틴은 모두 중독성 물질로 서로에게 상승작용을 일으켜 건강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담배의 니코틴은 산소 부족을 야기해 혈압과 심장박동을 올려 심장병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흥미롭다. 흡연이 더 많은 커피를 마시게 되는 원인이라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 연구를 이끈 마커스 무나포 교수는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보다 매일 하루 10개비 이상의 담배를 더 피운다면 하루에 커피를 1잔 반 정도 더 마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흡연이 커피를 당기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일까? 이는 흡연을 통해 생기는 니코틴 때문으로 풀이된다. 니코틴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신진대사에 변화를 주고 이를 통해 카페인의 분해 속도를 활성화시킨다. 곧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온 니코틴이 커피 속에 들어있는 카페인을 빨리 분해하기 때문에 커피가 계속 당기는 것. 무나포 교수는 "커피를 좋아하는 흡연자는 금연을 하기가 더욱 더 어렵다"면서 "만약 금연자가 커피를 계속 마시게 된다면 초조함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인 흡연자의 경우 커피보다 차를 더 많이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는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알쏭달쏭+] 흡연자가 커피 더 많이 마시는 이유는?

    [알쏭달쏭+] 흡연자가 커피 더 많이 마시는 이유는?

    흡연자라면 대부분 커피와 함께 담배를 즐긴다. 특히 흡연자는 일반적으로 비흡연자에 비해 커피도 많이 마시는 편. 그렇다면 왜 커피와 담배는 술과 담배처럼 서로를 애타게 부르는 것일까? 최근 영국 브리스톨대학 연구팀은 흡연 후 커피가 더 당기는 이유는 니코틴 탓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흡연자라면 경험적으로 느끼는 담배와 커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이 연구는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총 25만 명의 생활 습관과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이루어졌다. 실제로 카페인과 니코틴은 모두 중독성 물질로 서로에게 상승작용을 일으켜 건강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담배의 니코틴은 산소 부족을 야기해 혈압과 심장박동을 올려 심장병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흥미롭다. 흡연이 더 많은 커피를 마시게 되는 원인이라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 연구를 이끈 마커스 무나포 교수는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보다 매일 하루 10개비 이상의 담배를 더 피운다면 하루에 커피를 1잔 반 정도 더 마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흡연이 커피를 당기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일까? 이는 흡연을 통해 생기는 니코틴 때문으로 풀이된다. 니코틴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신진대사에 변화를 주고 이를 통해 카페인의 분해 속도를 활성화시킨다. 곧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온 니코틴이 커피 속에 들어있는 카페인을 빨리 분해하기 때문에 커피가 계속 당기는 것. 무나포 교수는 "커피를 좋아하는 흡연자는 금연을 하기가 더욱 더 어렵다"면서 "만약 금연자가 커피를 계속 마시게 된다면 초조함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인 흡연자의 경우 커피보다 차를 더 많이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는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박형주의 세상 속 수학] 문제적 숫자

    [박형주의 세상 속 수학] 문제적 숫자

    역사 변화의 함의를 담고 있는 숫자 하나를 고른다면 단연코 3이다. 인류 멸망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에 단골로 출연하는 ‘문제적 숫자’다. 3차 세계대전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는 얘기로부터 나온 시나리오가 한둘이랴. 한때는 핵전쟁이나 바이러스 감염이 유행하다가 유전자 조작과 돌연변이의 위험성이 강조되는가 했더니 요즘은 자의식이 있는 인공지능과의 3차 세계대전이 주류다. 그전에 있었던 1차와 2차는 모두 20세기에 일어났다. 고대와 중세의 역사만 봐도 전쟁 얘기로 가득한데, 세계대전이라고 이름 붙인 게 지난 100년 동안에 다 일어났다는 건 뭘까. 결국 죽음의 스케일 얘기다. 기술의 발달로 대량 살상이 가능해져 전쟁 사망자의 규모가 이전과는 비교 불가가 됐다. 1차 세계대전에서는 1700만명이, 2차 세계대전에서는 6000만명 이상이 죽었다. 대량 살상 기술의 출현으로 이제 3차 세계대전은 인류 모두를 죽일 수 있는 수준이 돼 버렸다. 그래서 3은 문제적 숫자다. 요즘 유행하는 숫자는 당연히 4다.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 얘기를 할 때는 잘 모르고 지났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질 때도 뭔 얘긴가 했다. ‘인공지능, 바둑왕으로 등극하다’는 보았으니 이해가 되는데, 그걸 제조나 산업혁명과 연결하는 건 뭘까. 일단 이전에 세 번의 산업혁명이 있었고 이게 다 지난 200여년 동안 일어났다는 건데, 그럼 그전엔 인류에게 산업이란 게 없었나. 역시 스케일 문제다. 제조 생산성의 스케일. 그 이전의 제조는 가축과 인간의 노동력에 의지하던 농업과 가내수공업 수준이었으니까. 증기기관이 나오면서 1차 폭풍이 몰아쳤다. 전기가 제조의 대량생산으로 이어진 건 2차 폭풍이다. 이 두 사건이 인류 역사에서 생산과 소비의 스케일을 통째로 바꿨다는 데는 큰 논란이 없다. 컴퓨터의 도입으로 밀어닥친 디지털 폭풍은 증기기관이나 전기처럼 새로운 에너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 새로운 동력이 아닌 계산력의 출현이다. 컴퓨터의 본질은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로 구현된 ‘만질 수 있는 마술 상자’가 아니다. 인간의 논리 프로세스를 기계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수학적 방식이다. 인간의 사고 과정을 이해하고 싶어 했던 수학자 앨런 튜링에 의해 정립된 탓에 튜링머신이라고 불린다. 컴퓨터는 공장자동화의 형태로 제조의 생산성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 탓에 3차 산업혁명으로 불린다. 보이지 않는 계산력의 등장이 실물 세계의 동력 출현보다 더 큰 생산성 증대를 만들었다는 게 혼란스러운가 보다. 3차 산업혁명이 허구라는 주장은 여전히 있다. 이제 문제적 숫자 4가 등장한다. 4차 산업혁명의 열풍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지만 ‘실체 없는 구호’라는 싸늘한 시각이 공존한다. 인공지능이 로봇을 통해 제조와 접목되는 거라는 관점에서 3차 산업혁명의 완숙기 진입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결국 가상 세계와 실물 세계의 결합이 만들어 내는 생산성 폭증의 정도가 관건 아닐까. 냉소적 시각의 백미는 ‘예측 가능한 게 무슨 혁명이냐’는 어느 글이었다. 준비를 논하는 우리 사회의 호들갑과 쏠림을 경계한 것이리라. 대부분의 사람에겐 ‘다 끝나고 보니 혁명이었더라’가 실상에 가깝긴 할 것이다. 하지만 볼세비키 혁명을 아무도 예측 못했나? 현장의 주역이, 거대한 흐름의 목격자가,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의 역사적 맥락을 전혀 몰랐을 거라고? 변화의 시기에는 역사를 찬찬히 살펴보고 논리적 비약을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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