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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까지 게놈 연구가 인종차별이었다?

    지금까지 게놈 연구가 인종차별이었다?

    “대부분 유럽계 백인 중심 유전체 연구 다른 인종·민족 적용 땐 질병 분석 한계” 북미 공동연구팀 ‘인종주의 게놈’ 지적 비백인계서 새 유전적 특징 27개 발견 유럽계 일부, 라틴·아프리카계 특징도 “유전 질환, 인류 전체 분석 대상 삼아야”“인종주의는 현대사회의 모든 분야는 아닐지라도 많은 영역에 다양한 형태로 스미어 있다. 과학 분야에서도 미묘하거나 뚜렷한 편견들이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생물인류학자인 조너선 마크스 교수는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이라는 저서에서 과학연구에서 나타나는 인종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의학, 실험심리학 등 많은 분야에서는 인종을 변수로 삼고 연구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인간 유전체를 분석하는 게놈 연구에서도 이 같은 인종적 구분이 저변에 깔려 있는데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특정 인종이 아닌 인류 전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미국 스탠퍼드대 바이오메디컬 데이터과학과,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센터, 뉴욕 마운트시나이 아이칸의대, 멕시코 국립생물다양성게놈연구소 등 북미 지역 34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유전 질환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하고 위험성을 파악하는 한편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게놈 연구를 할 때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많은 게놈 연구가 유럽계 백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그 결과를 적용할 때 분명한 한계점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0일자에 실렸다.연구팀은 유전체학과 역학(疫學)적 방법론을 활용해 인구학적 특성을 정리한 ‘페이지’(PAGE) 데이터를 분석했다. 페이지는 미국 내 거주하는 히스패닉,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하와이 원주민, 인디언 등 4만 9839명의 비유럽인을 대상으로 26가지 의학적 특성 및 행동양식과 DNA시퀀스 간 연관성을 분석한 전장유전체분석(GWAS) 결과다. 여기에는 비만과 체질량지수(BMI), 하루 흡연량, 커피 섭취량, 혈압, 2형당뇨(성인당뇨)를 포함한 대사질환 여부 같은 건강 특성은 물론 생활 습관에서의 건강 위협 요소 등 다양한 의학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페이지’ 데이터와 유럽계 백인 중심의 기존 게놈 데이터들을 비교한 결과 비유럽계인들에게서 이전 게놈 분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전적 특징 27개를 발견했다. 27개의 새로운 유전적 특징은 1444개의 질병 관련 유전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일부 히스패닉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비슷한 유전적 특징을 보이고 유럽계 백인들 일부에서도 라틴계나 아프리카계의 유전적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의 유전적 특성은 외모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 자체가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에 특정 인종이나 민족 중심의 제한된 유전체 연구는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특정 유전적 변이가 혈당 검사 결과를 왜곡시켜 2형당뇨 합병증의 위험을 발견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크리스토퍼 칼슨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센터 박사는 “게놈 분석이 맞춤형 정밀의학의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되면서 다양한 인간 게놈 분석 결과를 얻었지만 인종적 다양성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에이미어 케니 뉴욕 마운트시나이 아이칸의대 교수도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게놈 분석 결과를 임상에 적용할 경우 자칫 환자의 병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게놈 분석의 다양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자폐증 모델 원숭이도 뚝딱…팔방미인 유전자 가위 ‘진화’

    자폐증 모델 원숭이도 뚝딱…팔방미인 유전자 가위 ‘진화’

    지난해 11월 말 허젠쿠이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걸리지 않도록 유전자 편집을 한 쌍둥이 아기가 태어나게 했다고 발표해 전 세계 과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후 중국 과학계 내에서도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한편 생명과학계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는 연구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모임을 갖는 등 움직임이 있었다.유전자 편집 기술 연구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와 유전자 가위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3일자에는 생명과학자들의 주목할만한 연구 두 편이 한꺼번에 실렸다. 우선 중국과학원 선전고등기술연구원, 중산대, 남중국농업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매사추세츠종합병원, 하버드-MIT 브로드연구소 등 공동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마카크 원숭이의 ‘Shank3’(섕크3) 유전자를 편집해 사람에게 나타나는 자폐증과 다른 신경발달장애와 관련된 증상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소아 1000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발달장애로 타인과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자폐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모두 실패해 현재는 행동·심리 치료법이 유일하다. 자폐증 치료약물 개발에 나선 연구자들은 생쥐를 이용해 전임상실험을 했지만 생쥐와 사람의 신경학적 구조의 차이 때문에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연구팀은 영장류를 이용해 치료제 개발의 단초를 마련하려고 시도했다.섕크3 유전자는 뇌의 선조체라는 부분에 위치해 있다. 선조체는 습관적 행동, 계획, 관계형성은 물론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하는 법 같은 신체 기억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영역이다.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섕크3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킨 마카크 원숭이 배아를 착상시킨 뒤 섕크3 유전자 변이를 가진 마카크 원숭이를 태어나게 했다. 이렇게 태어난 마카크 원숭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과 같이 강박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했고 다른 원숭이들과 상호작용이 적게 나타나는 것을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들 마카크 원숭이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결과 뇌 신경세포와 선조체 등에서 기능적 연결성이 감소되는 등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의 뇌 활동 패턴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자폐증 치료 후보 물질들을 투여해 약물 치료가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후이후이 중국 선전고등기술연구원 교수는 “생물학 분야에서 생쥐 모델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자폐증과 같은 신경장애 분야에서는 영장류를 이용한 실험모델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연구는 자폐증의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함께 효과적인 치료제나 유전자 치료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컬럼비아대 생화학·생물물리학과, 약리학과 공동연구팀은 크리스퍼-캐스 유전자 가위의 정확도를 높이고 오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인터그레이트(INTEGRATE)’라는 방법을 개발해 ‘네이처’ 13일자에 발표했다. 기존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가이드RNA가 원하는 유전자(DNA) 지점까지 찾아간 뒤 절단효소로 목표지점을 정확하게 잘라낸 뒤 이어붙이거나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유전자를 편집한다. 문제는 ‘잘라내고 이어붙이고 삽입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콜레라균에서 발견한 ‘점핑 유전자’를 이용해 가이드RNA가 원하는 위치까지 새로운 DNA를 끌고간 다음 바꾸고자 하는 DNA에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접착제’ 기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방식은 오류 발생 가능성을 기존 방식보다 획기적으로 낮춤으로써 유전자 치료나 작물 재배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너무 재주가 많은 얇은 껍질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너무 재주가 많은 얇은 껍질

    유전적 장애 중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것이 있다. 점액 분비선의 이상으로 기도와 기관지 폐색을 일으키는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기계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기가 주입돼 부피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조끼를 20분 정도 입고 있어야 한다. 이 기계가 주변에 없다면 엎드리도록 한 다음 등을 두드려주어야 한다. 그러면 폐 안에 있는 걸쭉한 점액이 풀어지고 몸을 앞으로 크게 숙이면 입 밖으로 점액을 내뱉을 수 있어 꽤 오랫동안 폐에 이상이 없게 느껴진다.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유전적 장애는 7번 염색체에 위치하는 ‘CFTR’이라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가 원인이다. 이 변이 유전자는 열성이어서 양친 모두로부터 이 유전자들을 물려받아야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원인 유전자 하나만 보유해 정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인자라고 하는데 양친이 보인자인 경우에 태어나는 아이는 4명 중 1명꼴로 낭포성 섬유증 장애가 발생한다. CFTR 유전자는 세포막에서 염소 이온의 수송을 담당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정상적인 염소 이온의 수송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염류의 균형이 깨지고 폐 점액의 점성이 높아진다. 낭포성 섬유증을 앓는 사람의 땀은 매우 짜고 점액에 점성이 높아 세균 감염이 잘 일어나게 되면서 폐 기능이 손상되기 쉽다. 음식물을 분해하고 흡수하는 췌장 소화 효소의 분비가 방해돼 영양분 흡수가 잘 안 되고 장폐색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 장애를 지닌 아이들은 5살을 넘기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여러 항생제가 개발되어 40대 초반까지 비교적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완전히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이나 방법은 없다. 최근에는 바이러스를 변형시켜 정상 유전자를 몸에 주입하려는 유전자 치료법 등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중이다. 낭포성 섬유증은 세포막 단백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얇디얇은 세포막 단백질은 의외로 많은 일을 한다. 대중 앞에 서면 특히 심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심장 세포막 단백질에 아드레날린이 결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아드레날린 결합을 억제하는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면 증세는 크게 호전된다. 면역 세포에서도 마찬가지로 세포막 단백질은 중요한 작용을 한다. 간이나 피부 등을 이식할 때 면역 세포의 세포막 단백질은 외부 분자를 인식하여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한다.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인 HIV는 혈액이나 체액에 있는 일종의 백혈구 세포막의 특정 단백질과 직접 결합하지 않으면 전염되지 않는다. HIV 보균자와 악수나 포옹을 하거나 술잔을 돌려도 전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이다. 전체 세포 두께의 100분의1에서 1000분의1 정도밖에 안 되는 세포막이 이렇듯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을 수행한다. 요즘 언론 매체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이 사회에서 꽤나 비중이 큰 사람들이다. 이들이 잘하고 있다는 소식은 거의 들어보지 못해 과연 세상이 어떻게 될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 주변에 미약한 비중을 차지하는 민초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들 하나하나가 각각의 세포막 단백질처럼 각자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덕분에 이 세상이 그나마 유지되는 것 같기도 하다.
  • [식품 속 과학] 식량자원의 확보와 육종 기술의 발달/박선희 한국식품안전관리 인증원 이사

    [식품 속 과학] 식량자원의 확보와 육종 기술의 발달/박선희 한국식품안전관리 인증원 이사

    인류는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끊임없이 동식물 품종을 개량해 왔다. 그 결과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었고, 더 맛있고 먹기 좋은 품종들이 탄생했다. ‘멘델의 법칙’ 발견으로 육종도 학문으로서 체계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교잡육종, 돌연변이육종, 유전자 재조합, 표지선발(MAS·Marker Assisted Selection) 등의 기술에 이어 지금은 게놈 편집 기술에 이르고 있다. 전통적인 육종은 자연에서 발생한 돌연변이체에서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이후 방사선을 쪼이거나 화학약품 처리 등을 해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이 중에서 좋은 것을 선발했다. 이렇게 선발된 우수 품종끼리 교배해 목적에 부합한 것을 만들어 내는 걸 교잡육종이라고 한다. 작지만 맛이 있는 사과와 맛이 없지만 큰 사과를 교배해 크고 맛있는 사과를 만들었다. 다만 이런 기술로는 게놈상 어디에서 변이가 일어나는지 알 수 없고 정확히 조절하는 게 어려워 여간해선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게 문제였다. 1990년대에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등장했다. 종과 무관하게 원하는 특성을 지닌 유전자를 품종 개량하려는 작물에 넣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제초제 내성이나 병충해 내성을 높여 농업 생산성을 증진하려는 목적으로 이용됐다. 이렇게 개발한 콩, 옥수수, 면화 등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됐지만, 안전성 규제 장벽이 높아 다양한 작물에서 실용화하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게놈 편집 기술은 과거 운에 맡겼던 돌연변이를 계획적으로 일으켜 정확성과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쉽게 갈변하지 않는 양송이, 자를 때 눈물이 나지 않는 양파, 쉽게 무르지 않는 토마토, 잘못 보관해도 솔라닌 독을 생성하지 않는 감자,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억제한 계란을 낳는 닭 등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품종 개발에 응용되고 있다. 물 부족과 지구 온난화로 농업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인류가 풍요롭게 살려면 작물이나 가축을 어디까지 개량해야 하고, 또 개량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 개발이 비약적으로 이뤄지려면 소비자의 이해와 수용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정보 교류가 더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흡연 무관한 폐암 유전자, 어릴 때부터 나타난다

    흡연 무관한 폐암 유전자, 어릴 때부터 나타난다

    폐암은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간암 등과 함께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이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흡연이 꼽히지만 최근에는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들도 폐암에 걸리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립암센터, 미국 하버드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이처럼 비흡연자들에게 폐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어려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사실과 함께 이 돌연변이 유전자의 발생 원리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31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38개의 폐암 세포의 전체 유전자 서열 분석으로 얻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암세포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유전체 돌연변이를 검색했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 5호 ‘누리온’을 활용해 비흡연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진 ‘융합 유전자’를 집중적으로 찾았다. 그 결과 융합 유전자 70% 이상이 DNA 곳곳이 잘려나가 소실되고 일부는 연결되는 등 ‘유전체 파열 현상’으로 돌연변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확인됐다. 또 연구팀은 정밀 유전체 분석을 통해 융합 유전자 돌연변이가 폐암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년 전 어린 나이부터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통 유전자 돌연변이는 노화에 따라 일정한 속도로 형성되는데 융합 유전자 돌연변이는 10대 이전 유년기부터 생기기 시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영석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흡연 폐암 환자를 조기 진단하고 정밀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대호의 암 이야기] 고래가 암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

    [이대호의 암 이야기] 고래가 암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

    암 발생 위험은 나이뿐만 아니라 몸의 크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국 남성 2만명을 연구한 결과 키와 암 발생률 사이에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암은 사람한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동물도 종종 암에 걸린다. 그렇다면 사람보다 훨씬 큰 고래와 코끼리는 암에 더 잘 걸릴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이와 관련한 최신 연구 결과가 ‘분자생물학과 진화’(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지에 발표된 적이 있다. 연구진은 우선 혹등고래 유전자를 다른 여러 고래 유전자와 비교했다. 혹등고래처럼 거대한 고래는 다른 포유류보다 세포 증식과 유전자를 복구하는 유전자가 더 많이 진화했다. 사람의 암세포는 세포증식과 유전자 복구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고래는 이런 유전자들을 복제해 여러 쌍을 함께 보유하는 방식으로 돌연변이에 대처하고 있었다. 유전자 돌연변이 빈도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느린 대사와 낮은 세포분열 빈도 등이 돌연변이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코끼리 대상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코끼리는 대표적인 종양 억제 유전자인 TP53 복사본을 세포 내에 20쌍이나 갖고 있었다. 어느 한 쌍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정상적인 복사본이 종양 억제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한다. 아쉽게도 사람은 한 쌍뿐이다. 놀랍게도 과거 공룡의 화석에서도 암이 발견된다. 아마 거대한 공룡도 이런 암 억제 유전자가 있었을 것이다. 이미 매머드에 TP53 복사본이 14쌍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거대 포유류에서 암이 잘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세포분열과 유전자 복구를 담당하는 암 억제 유전자가 효과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다른 종과의 비교에서도 몸 크기와 암 발생 위험이 비례할까? 신기하게도 다른 종 사이에는 이러한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를 ‘피토의 역설’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은 쥐보다 1000배쯤 세포가 많고 30배 정도 더 오래 산다. 이론적으로는 사람의 암 발생 위험이 쥐보다 100만배 이상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사람과 쥐의 암 발생 위험은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세포가 쥐의 그것보다 더 강한 것도 아니다. 돌연변이 유발물질에 두 세포를 노출시켜 보면 돌연변이 빈도 차이가 거의 없다. 몸집이 큰 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암을 억제하는 기전도 함께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동물의 유전과 진화 연구는 인간의 암 정복 노력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유전자, 특히 암 발생과 억제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더 잘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장수 거북이나 박쥐 같은 동물의 유전자 연구를 통해 새로운 암 억제 기능을 터득하게 될 날이 올지 모른다. 그 결과들은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하거나 전에 없던 획기적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고래나 코끼리처럼 암 없이 무병장수할 수 있는 전략을 알게 될 수도 있다.
  • 떫은 맛이 비만과 지방간 막는다

    떫은 맛이 비만과 지방간 막는다

    아직 덜 익은 감을 씹었을 때 입 안 가득 텁텁한 느낌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런 떫떠름한 맛은 탄닌이라는 성분 때문에 나는 것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도토리, 감, 포도 등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연구본부, 울산대 의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연세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이렇듯 떫떠름한 맛을 내는 탄닌산이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은 물론 비만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탄닌산 성분이 지방대사 관련 유전자들을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밝혀내고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메타볼리즘’에 발표했다. 흔히 지방간은 잦은 음주 때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식생활 변화로 인한 지질대사 이상과 비만으로 인해 간세포 내 지방이 5% 이상 축적되는 비알콜성 지방간을 보유한 이들이 늘고 있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2형 당뇨(성인성 당뇨), 비만, 대사증후군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실제로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의 69~90%는 비만환자이다. 특히 장기간 방치할 경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과 치료법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탄닌산은 폴리페놀류의 일종으로 과일류, 감, 도토리, 녹차 등에 많이 함유돼 있어 혈액의 탄력을 높이고 충치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지방이 많고 단 음식만 먹이고 다른 그룹은 똑같이 고지방, 고당분 음식을 먹이면서 탄닌산을 동시에 먹도록 한 뒤 관찰했다. 그 결과 탄닌산을 함께 섭취한 생쥐그룹은 그렇지 않은 생쥐들과 비교해 체중증가와 부고환지방 무게 증가량이 각각 67.2%, 81.9% 억제됐으며 혈액내 중성지방 함유량도 22.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탄닌산 성분이 p300이라는 단백질 활성을 차단하면서 신체 내 지방 축적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을 억제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식품연구원 최효경 박사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탄닌산 성분의 활성과 작용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으로 탄닌산에 의한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 억제효과를 후성유전학적 유전자 조절 관점에서 규명한 첫 연구성과라는 의미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에이즈 바이러스로 ‘멸균실 생활 불치병’ 치료했다

    [핵잼 사이언스] 에이즈 바이러스로 ‘멸균실 생활 불치병’ 치료했다

    에이즈에 따라붙는 불치병이란 수식어는 필연적으로 원인 바이러스인 HIV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이 HIV 바이러스를 이용해 또다른 불치병을 치료한 사례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은 에이즈 바이러스로 일명 ‘버블보이 병’을 치료했다는 논문을 실었다. ‘버블보이 병’(Bubble Boy Disease)으로 알려진 X-SCID는 중증복합면역결핍질환 ‘스키드’(SCID, Severe combined immunodeficiency) 중 가장 흔한 형태다. 돌연변이 유전자 때문에 선천적으로 면역 기능 없이 태어나는 유전병이다. 감기는 물론 모든 종류의 감염에 취약해 감염체들로부터 격리가 필요하다. 평생을 풍선 모양의 멸균실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다. 신생아의 100만분의 3 정도에서 발견된다. 일반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골수이식이 있지만 화학요법으로 인한 혈액 장애, 겸상적 세포 빈혈, 대사 증후군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지금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처음 ‘버블보이’로 불린 건 1971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베터였다. 데이비드의 부모는 첫 아들을 생후 7개월 만에 스키드로 잃었다. 다음 임신에서 태아가 스키드에 걸릴 확률 역시 반반이었지만, 이들은 딸 캐서린과 데이비드를 연이어 출산했다. 다행히 캐서린은 아무 문제 없었는데 문제는 데이비드였다. 데이비드는 스키드 환자였고 텍사스 휴스턴 아동병원은 데이비드를 풍선 모양의 멸균실에 보호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1983년 의료진은 데이비드에게 캐서린의 골수를 이식했지만 사전 검사에서 놓친 캐서린의 골수 속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죽음에 가까워진 데이비드는 결국 풍선 바깥으로 나왔고 보름만인 1984년 2월 22일 만 1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이후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2003년 임상실험에서도 11명의 스키드 어린이 환자 중 2명이 골수이식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등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세인트 주드 어린이 병원 연구팀의 연구가 스키드를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3년 전부터 시작한 연구에서 이들은 다름 아닌 HIV, 에이즈 바이러스를 통해 스키드 환자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했다. 이웰리나 맘카르즈 세인트주드어린이병원 소아혈관계학 및 종양학 박사는 “에이즈 유발 인자만을 제거한 변형 HIV를 사용해 스키드를 앓고 있는 8명이 6~24개월 안에 정상 수치의 면역세포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학계는 이 치료법이 다른 유전병 치료에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로 지난해 11월 작고한 브라이언 소렌티노 박사는 생전 인터뷰에서 “버블보이병 치료에 처음으로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를 사용했다. 이는 높은 안전성을 가졌을 뿐 아니라 줄기세포를 교정하는데도 훨씬 효과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평생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멸균풍선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버블보이 병’ 어린이 환자들에게 가족과 포옹을 나누고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대장암 항암제 내성 일으키는 유전자 찾았다

    대장암 항암제 내성 일으키는 유전자 찾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암은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병이 아닌 관리 가능한 질병으로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의 발견시기에 따라 여전히 불치병처럼 여겨지곤 한다. 대장암은 세계적으로 100만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많이 발생하는 암종(種) 중 하나로 전이가 시작되면 5년 생존율이 20%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경우도 식습관 변화와 비만 등으로 발병률이 최근 10년간 가장 높게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장암 치료를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가 개발돼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지만 약물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가 많지 않고 약물 내성이 생겨 암이 재발하는 경우도 많다.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팀은 대장암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주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화학분야 국제학술지 ‘유럽 생화학저널’ 4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암세포의 복잡한 유전체 데이터와 수학모델링, 컴퓨터시뮬레이션 분석, 암세포주 실험을 융합한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최근 많이 쓰이고 있는 대장암 치료제인 ‘세툭시맙’에 내성을 보이는 유전자 5개를 발견했다. 세툭시맙은 KRAS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만 쓰이고 있는데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들도 세툭시맙 효과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연구팀이 발견한 DUSP4, ETV5, GNB5, NT5E, PHLDA1라는 5개의 새로운 유전자 활성을 억제하면 세툭시맙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특히 GNB5에 주목했다. GNB5을 억제하면 KRAS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에도 세툭시맙의 치료효과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약물 내성을 극복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조광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대장암 치료효과를 좌우하고 예측할 때 GNB5 유전자를 활용한 첫 사례”라며 “이번에 발견한 유전자들을 바이오마커로 활용하면 세툭시맙에 잘 반응할 수 있는 민감 환자군을 미리 선별해 치료할 수 있는 정밀의학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재발, 전이 막을 수 있는 암세포 자폭 메커니즘 찾았다

    재발, 전이 막을 수 있는 암세포 자폭 메커니즘 찾았다

    과학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이전까지는 불치병으로 알려진 암이 점차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지만 일단 암이 발병하면 외과수술과 항암치료로 악성종양 조직을 제거하더라도 다시 재발하거나 다른 조직으로 전이돼 환자들을 힘겹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는 종양 조직이 제거되더라도 다른 유전자가 변이되면서 항암제가 듣지 않는 내성을 갖는 암 조직이 만들어지기 때문으로 이런 암 재발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가 스스로 자폭해 재발과 전이를 막을 수 있는 핵심 원리와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충북대 의대 배석철 교수팀은 암세포가 스스로 세포자살을 결정하지 않고 생존을 이어가는 핵심 원리를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4월 23일자)에 실렸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암의 재발은 암 억제 유전자인 p53 기능이 파괴되기 때문으로 봤다. 그렇지만 최근 연구들에서는 p53 기능이 복구되어도 이미 발병한 암은 완전 치료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암 세포의 비정상적 세포분열 과정에 주목해 세포가 생명을 지속하거나 사멸하도록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인 ‘R-포인트’를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연구팀은 R-포인트가 붕괴되는 주요 원인은 Runx3이라는 유전자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며 암세포에 Runx3을 주입하면 암 세포의 자살 결정과정을 원상 복구시켜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배석철 충남대 교수는 “기존 항암제 개발 전략은 암이 치료된 뒤 1~2년 내 재발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라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이론적으로 암유전자가 활성화된 세포를 자폭시켜 재발이나 전이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만큼 추가연구를 통해 재발 없는 항암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에이즈 바이러스 약으로 쓴다?…멸균실 생활 ‘버블보이’병 치료

    에이즈 바이러스 약으로 쓴다?…멸균실 생활 ‘버블보이’병 치료

    에이즈에 따라붙는 불치병이란 수식어는 필연적으로 원인 바이러스인 HIV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이 HIV 바이러스를 이용해 또다른 불치병을 치료한 사례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은 에이즈 바이러스로 일명 ‘버블보이 병’을 치료했다는 논문을 실었다. ‘버블보이 병’(Bubble Boy Disease)으로 알려진 X-SCID는 중증복합면역결핍질환 ‘스키드’(SCID, Severe combined immunodeficiency) 중 가장 흔한 형태다. 돌연변이 유전자 때문에 선천적으로 면역 기능 없이 태어나는 유전병이다. 감기는 물론 모든 종류의 감염에 취약해 감염체들로부터 격리가 필요하다. 평생을 풍선 모양의 멸균실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다. 신생아의 100만분의 3 정도에서 발견된다. 일반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골수이식이 있지만 화학요법으로 인한 혈액 장애, 겸상적 세포 빈혈, 대사 증후군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지금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처음 ‘버블보이’로 불린 건 1971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베터였다. 데이비드의 부모는 첫 아들을 생후 7개월 만에 스키드로 잃었다. 다음 임신에서 태아가 스키드에 걸릴 확률 역시 반반이었지만, 이들은 딸 캐서린과 데이비드를 연이어 출산했다. 다행히 캐서린은 아무 문제 없었는데 문제는 데이비드였다. 데이비드는 스키드 환자였고 텍사스 휴스턴 아동병원은 데이비드를 풍선 모양의 멸균실에 보호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1983년 의료진은 데이비드에게 캐서린의 골수를 이식했지만 사전 검사에서 놓친 캐서린의 골수 속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죽음에 가까워진 데이비드는 결국 풍선 바깥으로 나왔고 보름만인 1984년 2월 22일 만 1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이후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2003년 임상실험에서도 11명의 스키드 어린이 환자 중 2명이 골수이식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등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세인트 주드 어린이 병원 연구팀의 연구가 스키드를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3년 전부터 시작한 연구에서 이들은 다름 아닌 HIV, 에이즈 바이러스를 통해 스키드 환자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했다. 이웰리나 맘카르즈 세인트주드어린이병원 소아혈관계학 및 종양학 박사는 “에이즈 유발 인자만을 제거한 변형 HIV를 사용해 스키드를 앓고 있는 8명이 6~24개월 안에 정상 수치의 면역세포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학계는 이 치료법이 다른 유전병 치료에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로 지난해 11월 작고한 브라이언 소렌티노 박사는 생전 인터뷰에서 “버블보이병 치료에 처음으로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를 사용했다. 이는 높은 안전성을 가졌을 뿐 아니라 줄기세포를 교정하는데도 훨씬 효과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평생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멸균풍선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버블보이 병’ 어린이 환자들에게 가족과 포옹을 나누고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생태 돋보기]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찬양/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생태 돋보기]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찬양/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시드니 브레너는 192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지난 4월 5일 92세로 싱가포르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프랜시스 크릭 등과 함께 현대 생물학의 핵심인 ‘중심 원리’를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과학사적 공헌은 1960년대 ‘예쁜꼬마선충’이라는 1㎜밖에 되지 않는 작은 토양 선충류를 생물학 연구에 도입한 것이다. 작은 생물체를 이용해 유전 정보와 세포의 발달, 세포의 죽음이 어떻게 연관되었는지를 밝혀내 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브레너는 다음과 같은 기준에서 이 선충을 골랐다. 번식이 빨라 돌연변이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유전체와 번식 체계가 간단할 것, 크기가 작아 전자현미경에서 한 마리를 통째로 관찰 가능할 것이었다. 그는 이 선충의 수많은 돌연변이를 만들었다. 돌연변이를 통해 유전자가 어떻게 조절하고 있는지를 그려냈다. 8000장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분석해 작은 생물의 신경망이 몸 전체에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알아냈다. 한 생명체의 유전자와 신경의 발생 과정과 구조가 최초로 밝혀졌다. 이후 다세포 생물로는 최초로 1998년 전유전체가 밝혀졌고, 이 정보를 이용해 유전자의 기능을 검사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이 생물의 유전자는 인간의 유전자 수와 기능이 유사해 인간 유전자 연구에 도입하기가 수월했다. 생명의 비밀도 간직하고 있었다. 암컷이 없고 수컷과 자웅동체만이 존재하는 번식 체계를 통해 식물에서 가능했던 생태적 유전적 연구가 가능했다. 얼려도 죽지 않고,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폭발했을 때도 살아남아 그 자손들이 연구에 쓰이고 있다. 우리의 손가락은 발생 초기 오리발처럼 서로 붙어 있다가 그 사이의 세포가 죽으며 모양이 완성된다. 세포사 현상은 선충의 신경세포에서 처음 발견돼 노화와 관련된 여러 현상과 질병에 대한 해답을 얻고 있다. 생명과학에서 각광받는 ‘RNA 간섭’도 이 생물에서 원리가 최초로 밝혀졌다. 예쁜꼬마선충은 세계 약 300개 연구실에서 연구되고, 지금까지 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만들어 냈다. 브레너가 결정적 공헌을 했지만 많은 이들의 지식 위에 또 다른 지식이 쌓이며 이뤄낸 것이다. ‘제대로 된 연구만큼 중요한 것이 제대로 된 대상 생물의 선택’이라는 브레너의 말을 되뇌며 우리도 세계에 내놓을 모델 생물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 부모 외에 제3자 난자 받은 아기 세계 두 번째로, 윤리 문제 없나?

    부모 외에 제3자 난자 받은 아기 세계 두 번째로, 윤리 문제 없나?

    의료 기술의 진보인가,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인가? 그리스와 스페인 의료진이 지난 9일 부모 외에 다른 사람의 유전자까지 물려받은 사내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1일 전했다. 아이는 2.9㎏의 몸무게로 태어났으며 산모도 아이도 모두 건강하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체외수정(IVF)을 이용한 이번 출산은 모친의 난자와 부친의 정자, 그리고 기증자의 난자를 이용했다. 어머니로부터 아기에게 유전되는 치명적인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갖고 있는 가족을 돕기 위해서였다. 미토콘드리아는 모든 세포 안에 포함돼 있으며 섭취한 음식물을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미토콘드리아에 질환이 있으면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에 비슷한 질환 예방을 위해 난자 기증자의 미토콘드리아를 섞어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없도록 한 것이다.산모는 32세의 그리스 여성으로 지금까지 네 차례나 체외수정을 통한 출산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끝에 제3자의 난자를 기증받아 이번에는 출산에 성공했고, 태어난 아기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 난자 기증 여성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등 세 사람의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았다. 그리스 아테네 생명연구소의 파나조티스 차타스 박사는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기를 낳고 싶어 하는 여성의 불가침한 권리가 이제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적 결함으로 임신과 출산이 불가능했던 여성들도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해 매우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산부인과 의사들은 스페인 엠브리오툴스(Embryotools) 센터와 협력하고 있는데 이미 24명의 여성이 비슷한 실험에 동참해 8개의 배아가 착상됐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에서는 지난해 2월 이런 기술을 처음 개발해낸 뉴캐슬의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영국 최초로 3명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기 출산에 대한 승인이 내려졌다. 앞서 지난 2016년 6월 미국 의료진이 세계최초로 세 사람의 유전자를 결합한 체외수정 방식으로 아기를 멕시코에서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금지돼 있기 때문이었다. 산모인 요르단인 샤반은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악화시키는 신경대사장애의 일종인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을 자녀에게 유전시키는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샤반은 태어난 두 아기가 각각 생후 8개월, 6세 때 사망하자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새희망출산센터(New Hope Fertility Center)’에 도움을 청했다. 존 장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친모의 난자에서 필수적인 DNA들을 추출해 난자 제공자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와 결합한 뒤 아버지의 정자와 수정시켰다. 수정란을 친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태어난 아이가 아브라힘 하산이다. 하산은 친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난자제공자 등 3명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지만 리 증후군을 유발하는 친모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변이는 물려받지 않았다. 영국의 일부 의사들은 단순한 불임 치료와 유전자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의 산모들을 구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팀 차일드 교수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유전물질을 난자로부터 제거하는 것과 기증자의 난자로부터 (좋은 유전 물질을) 받고 싶어하는 일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는지도 걱정된다”면서 “이 사례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치유하기 위해 이용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으나 이 기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한다. 또 이 산모는 표준 IVF 시술을 더 받았더라면 임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쥐어짜는 배앓이에 설사·변비… 초특급 예민한 대장, 포드맵 싫어해요

    쥐어짜는 배앓이에 설사·변비… 초특급 예민한 대장, 포드맵 싫어해요

    극심한 복통·시도때도 없는 배변감 동반 발병 원인 명확하지 않아 증상완화 초점 젊은층 오래 앓아도 대장암 악화 드물어 사과·수박·유제품·양파·마늘·밀·버섯 등 장내 발효돼 가스 유발하는 식품 피해야 잡곡에 섬유질 풍부한 채소군 섭취 권유직장인 이모(39)씨는 6년째 과민성 장 증후군을 앓고 있다. 술을 마시거나 맵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꼭 설사를 한다. 평소에도 장에 가스가 찬 듯 속이 불편하고, 용변을 봐도 잔변감이 들어 다시 화장실을 찾는 일이 잦다. 가장 큰 고통은 복통이다. 설사 직전에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아랫배를 쥐어짜는 듯한 배앓이를 한다. 설사를 다해야 복통이 사라지기 때문에 바쁜 업무 시간에도 화장실을 떠날 수 없다. 잠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더 심하다. 예기치 않고 조절이 어려운 배변으로 2시간에 걸쳐 올라간 산을 30분 만에 뛰어내려 온 적도 있다. 병원에도 여러 번 가고 내시경도 해 봤지만 장 자체에는 이렇다 할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씨와 같은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는 전 세계 인구의 7~9%로 추정되며, 국내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내 소화기내과 환자의 10명 중 3명이 과민성 장 증후군 진단을 받을 정도로 흔하다. 증상은 있으나 특별한 원인을 콕 집어 말하기 어렵고,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도 없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배가 아픈데 내시경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환자는 의사의 진단을 의심하기도 하고, 자신의 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염려와 불안을 안고 산다. 2008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 273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삶의 질 수준은 0.889로, 국민건강영양조사 제3기(2005) 자료와 비교했을 때 치질(0.925), 아토피 피부염(0.924), 위십이지장궤양(0.901)보다도 낮았다. 또 응답자의 6%는 3개월간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직장에 3일 이상 나가지 못했으며, 10.8%는 일을 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받았다고 답했다. 질환이 건강뿐 아니라 삶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는 단순 소화불량이나 장염으로도 올 수 있어 설사한다고 모두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진단하진 않는다. 환자 중에는 설사 대신 변비가 있는 경우도 있고, 설사를 하다 변비가 오거나 변비로 고생하다 설사를 하는 ‘혼합형’도 있다. 가장 중요한 증상은 복통으로, 배가 아프면서 설사나 변비가 발생하고 변을 보고 나면 복통이 없어지는 증상이 한 달에 3일 이상 3개월간 지속되면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장 증후군 환자의 대장은 정상인보다 예민하다. 환자의 대장에 가스를 주입하거나 풍선을 넣어 조금만 부풀리면 정상인은 반응하지 않을 적은 용량에도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음식이나 가스가 조금만 차 있어도 장이 반응하니 ‘배에 가스가 가득 찬 것 같다’, ‘복부에 불쾌감이 느껴진다’는 증세를 호소한다. 대장의 움직임도 빨라서 보통 사람은 식사 후 50분 정도 장이 움직이고 다시 평소 움직임으로 돌아오지만, 장 증후군 환자의 장은 운동량 증가폭이 크고 50분이 지나도 계속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화장실에 가는 것도 이런 현상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7일 “장이 예민해지고 수축하면서 쉽게 말해 장에 쥐가 나 배가 아파지는 것”이라며 “장의 수축성이 배설물을 항문까지 전달하는 장내 운동파와 일치하면 설사가 발생하고, 운동파와 관계없이 전체적인 수축이 일어나면 배가 아프면서 변비형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장이 왜 예민해지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원인으로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 특정 음식에 대한 과민 반응, 대장 내 유해균 증가 등을 꼽지만 명확하진 않다. 민양원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가족 중에 과민성 장 질환 환자가 있으면 과민성 장 증후군 발생 위험이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과민성 장 증후군에도 유전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가족 내 같은 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환경이 같은 영향도 있고, 과민성 장 증후군과 연관된 유전자가 뚜렷하게 확인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력으로는 소화궤양 질환이 가장 많고, 비뇨기과 질환과 고혈압을 동반하기도 한다. 환자 중에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환자도 많다. 위와 장은 서로 연결돼 있고, 신호를 주고받으며 긴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장 증후군 환자는 대개 위도 좋지 않다. 또한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다 보니 치질이 생기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먼저 음식부터 조심해야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어서 완치보다는 증상 완화에 초점을 두고 치료한다. 장이 무척 예민하기 때문에 장을 자극할 수 있는 음식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다. 호주에서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 치료를 위해 ‘저(低)포드맵 식단’이란 식이요법을 고안했다. ‘포드맵’은 장내에서 발효되기 쉬운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폴리올을 뜻한다. 사과·망고·아보카도·체리·수박·우유·유제품·양파·마늘·밀·버섯·과일주스 등에 많이 들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위, 소장을 거쳐 대장으로 가는데 대부분의 영양소는 소장에서 흡수되고, 흡수되지 않은 음식은 대장으로 간다. 이 중 잘 발효되지 않는 음식은 변으로 배출되나, 발효가 잘되는 포드맵은 대장에서 발효되며 가스를 내뿜는다. 건강한 사람의 장에선 유산균을 비롯한 장내 유익균이 이런 발효 음식을 영양분 삼아 무럭무럭 자란다. 하지만 장 증후군 환자는 이런 음식이 내뿜는 가스에도 통증을 느낀다. 대표적인 건강식품인 포드맵이 증세가 심한 장 증후군 환자에게는 복통과 설사를 유발하는 독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포드맵이 장 증후군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은 데다 발효 음식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장내 유익균이 잘 자랄 수 없어 저포드맵이 음식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증세가 심할 때 당분간만 식이요법으로 활용해 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쌀을 제외한 잡곡에도 포드맵이 많이 들어 설사가 심할 때는 잡곡보다 쌀을 먹는 게 좋다. 포드맵 가운데 평소에도 조심해야 할 것은 ‘액상 과당’으로 주로 과일 주스에 들었다. 육류나 기름진 음식, 잘 소화되지 않는 우유도 장에서 부패해 독소와 가스를 내뿜을 수 있어 되도록 적게 먹고, 육류를 먹을 때는 꼭 채소와 함께 먹어야 한다. 고섬유질 식품을 먹으면 변이 빨리 배출돼 변비형 장 증후군 환자에게 좋다. 다만 식이섬유가 가스를 유발할 수 있어 가스가 많이 찰 때는 피한다. 콩과 감자 등을 먹어도 배에 가스가 차기 때문에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하다면 당분간 피하는 게 좋다. 술은 장 증후군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인데, 특히 맥주는 장을 자극하는 알코올인데다 성질이 차고 탄산에 맥아당까지 있어 치명적이다. 굳이 마셔야 한다면 맥주보다는 막걸리나 소주가 낫다. 설사와 복통이 오래가면 대장암으로 악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지만, 실제 과민성 장 증후군이 대장암으로 진행되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명 교수는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경우는 50세 이상의 나이, 대변에서 피가 나오고 식사를 잘하는 데도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 등”이라며 “가령 65세 환자가 복통이 있으면서 변비가 갑자기 발생했다면 대장내시경으로 대장암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지만, 20대 회사원인데 매우 힘든 프로젝트를 맡아 복통과 설사가 생겼다고 하면 대장암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신의 저주다”…호주 섬 원주민들 덮친 미스터리한 질병

    “신의 저주다”…호주 섬 원주민들 덮친 미스터리한 질병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섬마을 원주민들이 집단으로 미스터리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벌써 많은 주민이 목숨을 잃었고 5분의 1가량이 투병 중이다. 데일리메일은 6일(현지시간) 오스트레일리아 노던주의 외딴섬 그루트 아일런드에 희소병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루트아이런드는 네덜란드어로 ‘큰 섬’이라는 뜻으로, 1623년 네덜란드 선박이 발견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최고점 180m의 낮고 평평한 이 섬은 바위가 많아 개발이 어려워 불모지 상태에 있다. 데일리메일은 이 섬의 원주민들이 같은 질병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100명 이상이 팔다리가 굳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전신장애를 겪고 있으며 주민 654명 모두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 70대 중반의 여성 가양와 랄라라 역시 오래 전부터 이 같은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가양와의 형제 자매 6명 모두 40대부터 증상이 시작됐으며 아버지도 같은 병을 앓았다. 그녀는 “모두 우리가 저주 받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조카들도 같은 진단을 받았으며 한 명은 지난 2014년 이 병으로 사망했다.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 퍼진이 미스터리한 질병의 정체는 ‘마카도 조셉 병’(MJD, Machado-Joseph disease)이라는 희소 질환이다. 마카도 조셉 병은 매우 드문 유전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영구적인 신체 장애로 발전한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단백질이 소뇌의 신경세포를 죽여 근육약화와 강직, 통제력 저하 등을 일으킨다. 부모 중 한 명만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유전된다. 이 병은 포르투갈 아소로스 지역의 집안에서 유래됐으며 지금도 그 후손들은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합병증을 동반하며 심할 경우 평균 수명이 35년 정도로 매우 짧다. 증세가 심하지 않은 경우 정상 수명을 다하기도 한다. 이 병으로 인한 증세를 약화시키는 약물 치료는 가능하지만 완치제는 없다. 전문가들은 이 질병이 세대를 거치면서 더 이른 나이에 발현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리비 매시 MJD재단 연구교육국장은 “마카도 조셉 병을 가진 누군가 아이를 가질 때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 병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얼룩말을 이용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병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는 여러 약물을 테스트하고 있다. 매시 국장은 그러나 아직까지 완치제가 없는 병인 만큼 현재로서는 대를 잇는 것에 대한 심각한 고민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업그레이드 된 유전자 가위로 도마뱀에게 무슨 짓을...

    업그레이드 된 유전자 가위로 도마뱀에게 무슨 짓을...

    현대 생물학을 이용한 최첨단 기술로는 단연 ‘유전자 가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체에서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을 인지해 해당 부위의 DNA를 잘라내거나 다른 DNA로 교체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중국의 한 과학자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 편집된 쌍둥이 아기를 태어나게 했다고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유전자 가위는 3세대 ‘크리스퍼’이다. 강력한 유전자 가위로 알려져 있지만 희한하게 도마뱀과 뱀 같은 파충류에게서는 유전자 편집이 성공률이 낮다. 그런데 미국 연구진이 성숙하지 않은 미수정란을 편집하는 방식으로 파충류의 유전자를 편집하는데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조지아대 유전학과, 세포생물학과, 의생명과학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아놀 도마뱀의 난모세포를 편집해 하얀색의 알비노 도마뱀을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논문 출판 전 공개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 최신호(3월 31일자)에 실렸다. 일반적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단세포 수정란에 넣어 원하는 DNA를 잘라내거나 붙여 원하는 변이를 만들어 낸다. 그렇지만 파충류의 경우는 정자를 수란관 속에 오랜 시간 보관했다가 수정하기 때문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주입해야할 시기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파충류는 수정시 알껍질이 형성되기 때문에 배아를 손상시키지 않고 편집을 시도하기는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아놀 도마뱀 난소 속에 있는 난모세포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는 우회방식을 사용해 색소 침착에 영향을 미치는 티로시나제 편집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21마리의 도마뱀의 난모세포 146개에 유전자 편집을 시도해 4마리의 생체 색소가 하나도 없이 하얀 피부를 가진 알비노 도마뱀을 탄생시켰다. 원칙적으로 피부 색소 변화를 시키기 위해서는 암컷과 수컷 유전자를 모두 변이시켜야 하지만 난모세포의 유전자를 우선 편집해 이후 수정이 될 때 수컷의 정자에 있는 색소 유전자를 차단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생물학자들은 “아놀 도마뱀은 파충류 진화와 발생 연구에 매우 중요한 모델로 이번 연구 덕분에 파충류에 대한 발생유전학 연구가 탄력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기술은 도마뱀 뿐만 다른 파충류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신체 고통 못느끼는 여성…세계 첫 사례 보고 ‘꿈의 진통제 나올까’

    신체 고통 못느끼는 여성…세계 첫 사례 보고 ‘꿈의 진통제 나올까’

    고통과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70대 여성이 의학계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영국 런던대학교(UCL)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 여성의 유전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버네스주 화이트브릿지 거주 여성 조 카메론(71)은 6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심한 염증성 관절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카메론 여사는 진통제 없이도 멀쩡해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의료진은 수술 후 이 여성에게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의 주성분으로 해열 진통 작용을 한다)을 처방했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약도 필요가 없었다. 수술 다음 날 고통지수 평가에서는 10점 만점 중 0점을 선택할 정도였다. 카메론 여사는 사는 동안 한 번도 이렇다 할 신체적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아이 둘을 출산할 때조차 고통이 없었다. 그녀는 “8살 때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팔이 부러진 적이 있었다. 나는 몰랐는데 사흘 뒤 엄마가 팔이 이상하게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비로소 골절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화상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븐에 살이 데어 타들어가는 냄새가 나야 비로소 화상을 인지하는 정도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불안을 잘 느끼지 않는 것 역시 특징적이다. 몇 년 전 도로를 달리던 카메론의 차가 도랑으로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때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고 평온함을 유지했다.수백만분의 일 확률로 나타나는 현상에 런던대학교 유전학 박사 제임스 콕스와 스코틀랜드 NHS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사 데브짓 스리바스타바는 카메론의 유전자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 결과 그녀에게서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됐다. 하나는 위(僞) 유전자(죽은 유전자, 기능이 살아 있었지만 개체의 생존에 필수적이지는 않았던 유전자가 진화과정 동안 DNA 서열 내에 반복적으로 해로운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기능이 죽어 버린 유전자)로 여겨졌던 FAAH-OUT의 미세결실로 지금까지 발견된 적 없었던 형태였으며, 다른 하나는 FAAH 효소를 조절하는 인접 유전자의 변이였다. FAAH 유전자는 지방산 아미드의 이화작용에 관여하는 효소로 통증, 기분, 기억력과 관련이 있다. 이전의 실험에서 FAAH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쥐는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저하되고 상처 치유 속도가 빨랐으며 공포와 불안이 적었다. 학계는 FAAH-OUT 유전자가 고통을 느끼게 하는 FAAH 유전자를 차단해 고통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메론의 유전자를 분석한 콕스 박사는 “카메론은 FAAH-OUT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중 일부가 결손된 미세결실 상태였다. 전혀 새로운 유전자의 발견인 만큼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획기적인 신약 진통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리바스타바 박사 역시 “전 세계적으로 매년 3억3000만 명이 수술 후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번 발견은 고통을 줄이고 회복기간을 줄이는 ‘고통 킬러’의 발견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카메론은 “6년 전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기 전까지는 내가 정상인 줄 알았다”면서 “내 유전자 연구를 통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연구에 꾸준히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카메론의 이런 유전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카메론에 따르면 그녀의 부친 조셉 역시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카메론은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탱크부대 부대장이었고 전쟁 중 다리에 포탄 파편을 맞았지만 전혀 아픈 줄 몰랐다”면서 “아버지가 그랬기에 나 역시 그런가보다 했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줄을 몰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카메론의 친인척 모두의 DNA 검사 결과 카메론의 딸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녀의 아들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역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변수는 존재한다. FAAH-OUT 변이 유전자가 FAAH 유전자를 차단하면서 카메론은 뇌와 척수신경 이상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평생 건망증에 시달렸으며 어눌한 말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연구는 영국 마취통증학회지에 실렸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신체적 고통 전혀 못느끼는 여성…통증의학 새 희망 떠올라

    신체적 고통 전혀 못느끼는 여성…통증의학 새 희망 떠올라

    고통과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70대 여성이 의학계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영국 런던대학교(UCL)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 여성의 유전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버네스주 화이트브릿지 거주 여성 조 카메론(71)은 6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심한 염증성 관절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카메론 여사는 진통제 없이도 멀쩡해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의료진은 수술 후 이 여성에게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의 주성분으로 해열 진통 작용을 한다)을 처방했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약도 필요가 없었다. 수술 다음 날 고통지수 평가에서는 10점 만점 중 0점을 선택할 정도였다. 카메론 여사는 사는 동안 한 번도 이렇다 할 신체적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아이 둘을 출산할 때조차 고통이 없었다. 그녀는 “8살 때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팔이 부러진 적이 있었다. 나는 몰랐는데 사흘 뒤 엄마가 팔이 이상하게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비로소 골절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화상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븐에 살이 데어 타들어가는 냄새가 나야 비로소 화상을 인지하는 정도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불안을 잘 느끼지 않는 것 역시 특징적이다. 몇 년 전 도로를 달리던 카메론의 차가 도랑으로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때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고 평온함을 유지했다. 수백만분의 일 확률로 나타나는 현상에 런던대학교 유전학 박사 제임스 콕스와 스코틀랜드 NHS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사 데브짓 스리바스타바는 카메론의 유전자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 결과 그녀에게서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됐다. 하나는 위(僞) 유전자(죽은 유전자, 기능이 살아 있었지만 개체의 생존에 필수적이지는 않았던 유전자가 진화과정 동안 DNA 서열 내에 반복적으로 해로운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기능이 죽어 버린 유전자)로 여겨졌던 FAAH-OUT의 미세결실로 지금까지 발견된 적 없었던 형태였으며, 다른 하나는 FAAH 효소를 조절하는 인접 유전자의 변이였다. FAAH 유전자는 지방산 아미드의 이화작용에 관여하는 효소로 통증, 기분, 기억력과 관련이 있다. 이전의 실험에서 FAAH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쥐는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저하되고 상처 치유 속도가 빨랐으며 공포와 불안이 적었다. 학계는 FAAH-OUT 유전자가 고통을 느끼게 하는 FAAH 유전자를 차단해 고통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메론의 유전자를 분석한 콕스 박사는 “카메론은 FAAH-OUT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중 일부가 결손된 미세결실 상태였다. 전혀 새로운 유전자의 발견인 만큼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획기적인 신약 진통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리바스타바 박사 역시 “전 세계적으로 매년 3억3000만 명이 수술 후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번 발견은 고통을 줄이고 회복기간을 줄이는 ‘고통 킬러’의 발견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카메론은 “6년 전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기 전까지는 내가 정상인 줄 알았다”면서 “내 유전자 연구를 통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연구에 꾸준히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카메론의 이런 유전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카메론에 따르면 그녀의 부친 조셉 역시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카메론은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탱크부대 부대장이었고 전쟁 중 다리에 포탄 파편을 맞았지만 전혀 아픈 줄 몰랐다”면서 “아버지가 그랬기에 나 역시 그런가보다 했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줄을 몰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카메론의 친인척 모두의 DNA 검사 결과 카메론의 딸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녀의 아들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역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변수는 존재한다. FAAH-OUT 변이 유전자가 FAAH 유전자를 차단하면서 카메론은 뇌와 척수신경 이상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평생 건망증에 시달렸으며 어눌한 말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연구는 영국 마취통증학회지에 실렸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유전자 삽입했더니 앞 못 보던 생쥐가 심봉사처럼 눈 떴다?

    [달콤한 사이언스] 유전자 삽입했더니 앞 못 보던 생쥐가 심봉사처럼 눈 떴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은 들었던 한국 고전 ‘심청전’ 마지막 장면에는 앞을 못보는 심봉사가 죽은 줄만 알았던 딸 심청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앞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학자들은 심봉사가 눈을 뜰 수 있었던 것은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앞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 망막 이상 등 다양한 생물학적, 신체적 요인으로 앞을 보는 사람이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분자세포생물학과, 로렌스버클리 미국립연구소, 오레곤대 의대, 코넬대 의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Zurich) 생명공학과 공동연구팀이 망막 이상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생쥐에게 광수용체 유전자를 삽입한 결과 시력을 되찾았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6일자에 실렸다. 전세계 55세 이상 성인남녀 10명 중 1명꼴인 약 1억 7000만명이 노인성 황반변성 현상을 앓고 있으며 170만명 정도는 40세를 전후해 시력을 잃을 수 있는 유전병인 망막색소변성증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다. 안경 형태의 인공망막 기술이 있지만 사용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시력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장비 자체의 비용이 비싸다. 유전적 치료법들도 시도되고 있지만 망막색소변성증의 원인이 되는 유전적 돌연변이만도 250개 이상이 되기 때문에 쉽지 않다.이런 돌연변이 유전자가 망막의 광수용체 세포를 공격해 빛을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시력을 완전히 잃더라도 10% 정도의 망막과 망막신경절 세포 일부가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생쥐실험을 통해 시각정보를 받아 뇌로 전달하는 신경세포인 망막 신경절세포 90%를 회복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동물의 생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무해한 바이러스(아데노 관련 바이러스)에 생명공학적으로 변형시킨 녹색광 수용체를 실어 생쥐에게 주입했다. 그 결과 한 달 뒤 생쥐들은 일반 생쥐와 마찬가지로 장애물을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하고 빛 자극에도 반응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일단 사람에게도 이 같은 치료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에우드 이사코프 UC버클리대 교수는 “이번 기술이 사람에게도 적용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망막색소변성증의 진행을 멈추거나 늦출 수 있을 것”이라며 “시력을 잃어 빛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진 사람이 시력을 회복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피임약 먹었는데 임신 유전자 탓?

    피임약 먹었는데 임신 유전자 탓?

    “피임약을 빠뜨리지 않고 먹었는 데도 임신이 됐다면 유전자 탓일 수 있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미 콜로라도대학 의대 산부인과 전문의 아론 라로위츠 박사 연구팀은 12일(현지시간) “특정 변이유전자를 가진 여성은 피임약이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이날자 미 산부인과학회(ACOG) 학술지 ‘산부인과학’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라로위츠 박사 연구팀은 CYP3A7*1C 변이유전자를 지닌 여성은 피임약의 효과가 떨어지거나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변이유전자는 임신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급속히 분해하는 만큼 피임약을 먹어도 임신을 막기 어려운 수준까지 호르몬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변이유전자를 지닌 여성은 저용량(low-dose) 피임약을 사용했을 경우 임신이 되기 쉽다고 한다. CYP3A7 유전자는 임신 초기에 모든 태아에서 발현돼 CYP3A7이라는 단백질을 만들지만, 곧 발현 스위치가 꺼지는데 이 유전자가 변이된 여성의 태아는 이 유전자의 스위치가 영구히 꺼지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라로위츠 박사팀은 3년 동안 저용량 피임약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에토노게스트렐 임플란트를 피부 밑에 심은 여성 350명을 대상으로 DNA 검사를 통해 CYP3A7*1C를 포함해 호르몬 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 변이유전자를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이와 함께 혈중 호르몬 수치를 측정한 결과 이들 중 5%가 CYP3A7*1C 변이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 이중 28%가 혈중 에토노게스트렐 수치가 목표치인 90pg/ml 이하였다. 특히 체질량지수(BMI)가 높고 이 임플란트를 심은 지 오래된 여성일수록 호르몬 수치가 낮았다. 이 임플란트에는 여분의 호르몬이 충분한 만큼 피임 효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저용량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이 변이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경우 피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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