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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이 바이러스’ 영국과의 항공편 연말까지 중단…경유 입국자는?(종합)

    ‘변이 바이러스’ 영국과의 항공편 연말까지 중단…경유 입국자는?(종합)

    정부 “모든 영국발 입국자 추가 PCR 검사”“경유 입국자, 현실적으로 확인 쉽지 않아” 정부가 감염력이 높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 중인 영국과의 항공편 운항을 연말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3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어제 오후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모든 영국발 입국자 14일간 격리 윤 방역총괄반장은 “오늘부터 31일까지 영국과의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며 “영국 내 우리 공관의 격리면제서 발급도 중단해 모든 영국발 입국자에 대해 14일 격리를 실시하고, 격리 해제 시에도 추가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심사를 강화하고 발열 기준을 37.5도에서 37.3도로 조정하며, 여객기 승무원은 전수 진단검사를 한다”면서 “또한 영국발 확진자를 발견하는 경우 모두 PCR검사를 실시해 변이 바이러스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이 바이러스, 전파력 높아 의료체계 부담영국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70%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2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모델링 기법에 따라 전파력이 평균 약 57% 혹은 70% 정도로 나타난다”며 “상당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변이 바이러스 자체가 증상이 더 심하거나 치명률을 높이진 않지만 전파력이 빨라 감염 확산 속도를 높이면 의료 체계에 부담을 가중시켜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더 빨리 늘어나게 된다. 국내에 들어오는 영국발 항공편은 일주일에 4편 정도다. 최근 2개월 동안 영국발 입국자 중 15명이 확진됐는데 이 가운데 내국인이 11명, 외국인이 4명이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아직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영국에서 입국한 사람에 대한 유전체 검사를 통해서는 아직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유 입국객, 유럽 내에서 걸러질 것”현재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 대부분과 인도, 홍콩, 중국 등 전 세계 50여개국 이상이 영국발 입국을 제한 또는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국에 체류 이력이 있는 입국자가 직항 항공편이 아닌 다른 나라를 경유해 입국하는 경우에는 영국 체류 사실을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이와 관련한 질의에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유럽연합(EU)에서 영국에서 출발하는 사람에 대해 엄격한 조처를 하고 있는 만큼 인접 국가를 통해 걸러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 않고 영국에서 중동이나 아시아 국가를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하면 14일간 격리 조치하기 때문에 방역망 내에서 통제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검역 단계에서부터 영국에서 들어 온 입국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최근에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조치가 잘 관리되고 있다”며 “해외 입국자에 의한 지역사회 감염은 4월 말∼5월 초 이후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연말까지 영국과의 항공편 일시중단…‘변이 바이러스’ 유입 차단

    연말까지 영국과의 항공편 일시중단…‘변이 바이러스’ 유입 차단

    정부가 영국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영국과의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3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어제 오후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오늘부터 31일까지 영국과의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며 “영국 내 우리 공관의 격리면제서 발급도 중단해 모든 영국발 입국자에 대해 14일 격리를 실시하고, 격리 해제 시에도 추가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심사를 강화하고 발열 기준을 37.5도에서 37.3도로 조정하며, 여객기 승무원은 전수 진단검사를 한다”며 “또한 영국발 확진자를 발견하는 경우 모두 유전자증폭 검사를 실시해 변이 바이러스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속보] 오늘부터 연말까지 영국 항공편 일시중단

    [속보] 오늘부터 연말까지 영국 항공편 일시중단

    모든 영국발 입국자 14일 격리 정부가 최근 전파력이 높은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 중인 영국과의 항공편 운항을 23일부터 연말까지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모든 영국발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격리할 방침이다. 이들의 격리해제 시 추가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하고, 변이 바이러스 여부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전파력 70% 강한 영국발 바이러스 변이, 국내 미발견(종합)

    전파력 70% 강한 영국발 바이러스 변이, 국내 미발견(종합)

    방역당국이 영국에서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와 관련해 국내 입국 검역과 변이 바이러스 확인을 위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1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영국에서 보고된 바이러스 변이에 의한 유행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해외유입 사례에 대해서도 양성자의 검체를 확보해 바이러스 변이 여부를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영국에서 확인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영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검사에서도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최근 2개월 동안 확진된 영국발 입국자는 15명 정도다. 정은경 본부장은 “현재까지 국내 검체 1600여 건에 대해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는 영국에서 보고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는 발견되지는 않았다”면서 “영국에서 입국한 확진자의 검체 21건에 대해 바이러스 분리 후 분석한 결과에서도 변이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현재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영국을 포함한 모든 입국자가 진단검사를 받고, 2주간 자택 등에서 격리조치를 받는다. 여기에 영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격리해제 전 2번의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고, 바이러스의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영국 입국자에 대해서는 격리해제 전 확실하게 2번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의 양성 여부를 가리고, 양성일 경우 유전자 전장분석을 통한 바이러스 변이 여부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영국에서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70% 강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변종이 확산하면서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가 비상이다. ‘VUI-202012/01’로 알려진 영국의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 대비 감염력이 70% 강하고, 확진자 1명이 몇 명에게 병을 전파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감염 재생산지수를 최대 0.4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런던 신규 확진자 중 60%는 이러한 변종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잇따라 영국발 항공편 운항을 잠정 중단하는 등 여행 제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동물원서 코로나19 감염된 멸종위기 눈표범…”사람→동물 전염”

    동물원서 코로나19 감염된 멸종위기 눈표범…”사람→동물 전염”

    눈표범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개와 고양이, 밍크, 사자 등에 이어 사람과 접촉한 후 바이러스에 감염된 6번째 동물종이다. 11일(현지시간) CNN은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동물원에 사는 눈표범 3마리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루이빌동물원과 미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APHIS)는 이날 수컷 2마리와 암컷 1마리 등 눈표범 3마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5년령 암컷 ‘니시’ 확진 후, 수컷 ‘킴티’와 ‘메루’가 잇따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표범들은 2주 전부터 경미한 호흡기 증세를 보였다. 동물원 측은 지난 4일 일리노이대학교 실험실에 표범 샘플을 보냈으며, 7일 유전자증폭 방식의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동물원 측은 표범들이 무증상 감염자에게서 전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람-동물 간 감염인 셈이다. 동물원 관계자는 “4월부터 동물 접촉 시 모두 개인보호장비(PPE)를 착용했다. 아프면 집에서 쉬면서 건강검진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예방 조치에도 무증상 감염자로부터의 전염을 막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물원 내 다른 동물은 관련 증상을 보이지 않았으며, 동물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성은 낮다고 전했다. 표범들도 금방 회복될 전망이다. 루이빌동물원 원장은 “호흡곤란과 마른기침 증상이 있긴 하지만 가벼운 정도라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코로나19는 인간과 동물이 모두 걸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인수 공통 감염병’이다. 4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 암컷 말레이호랑이도 동물원 직원에게서 전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내 동물 감염 첫 사례이자 전 세계적으로 호랑이가 확진 판정을 받은 첫 사례였다. 이후 다른 호랑이 4마리와 아프리카사자 3마리 등 대형 고양잇과 8마리도 잇따라 감염됐다. 지난 8일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동물원 암사자 3마리와 수사자 1마리가 항원 검사와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구체적인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같은 기간 동물원 직원 2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3월 홍콩에서는 애완견이 사람으로부터 코로나19에 전염됐으며, 벨기에에서도 애완용으로 키우던 고양이가 주인으로부터 옮아 확진된 사례가 보고됐다. 반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확인된 동물은 코로나19 숙주를 제외하고 밍크가 유일하다. 덴마크 정부는 사람에게서 전염된 밍크가 다시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을 확인, 전국 농가에서 사육하던 밍크 1700만 마리 살처분을 지시했다. 특히 밍크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존의 바이러스와는 다른 변이체라 여러 우려가 제기됐다.코로나19 전염 과정에서 사람이 먼저였을지 동물이 먼저였을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분분하다. 다만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에 걸린 동물들은 사람들과 접촉한 후 확진됐다면서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눈표범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취약(VU)종으로 올라 있다. 모피가 매우 비싸게 팔리는 까닭에 밀렵의 대상이 되면서 개체 수가 대폭 감소했다. 현재는 중앙아시아 고산지대에 600마리 정도만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토마토 품종 개량을 위해 조상의 지혜를 빌린다 (연구)

    [핵잼 사이언스] 토마토 품종 개량을 위해 조상의 지혜를 빌린다 (연구)

    ‘솔라눔 핌피넬리포리움(Solanum pimpinellifolium)’ 발음도 하기 힘든 학명을 지닌 이 식물의 정체는 사실 우리가 먹는 토마토의 조상이다. 쉽게 말해 야생 토마토인데, 우리가 재배하는 작물 토마토 (학명 S. lycopersicum)와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별개의 종으로 분류된다. 현재 인간이 재배하는 토마토는 다른 작물이나 가축처럼 수많은 품종 개량을 거쳐 야생종과 거의 다른 형태의 생물로 탄생했다. 그나마 작물 토마토는 야생 토마토와 형태라도 비슷해서 조상을 찾기 어렵지 않지만, 일부 작물은 그것도 쉽지 않을 만큼 크게 변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야생 토마토를 비롯한 재배 작물과 과일의 야생종의 유전자에 주목하고 있다. 거친 자연에서 살아남은 야생종은 병충해나 가뭄, 환경 변화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재배 작물이나 과일은 크고 맛있는 열매나 씨앗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대신 그 과정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전자를 많이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유전자 가운데 몇 가지 유용한 형질만 골라 다시 후손들에게 이식한다면 더 좋은 작물을 만들 수 있다. 보이스 톰슨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야생 토마토의 유전자와 현재 재배되는 작물 토마토의 표준인 헤인즈 1706 (Heinz 1706)의 유전자를 완전히 해독해 92,000개 정도의 유전적 변이를 발견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변이 가운데 일부는 기대한 것처럼 가뭄이나 병충해에 잘 견디는 것도 있지만, 더 흥미로운 것도 있었다. 예를 들어 토마토의 껍질에 포함된 지질(lipid) 유전자 중 하나는 껍질을 더 질기고 단단하게 만들어 토마토의 유통 기간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야생 토마토처럼 맛과 향이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유전적 변이도 확인했다. 본래 야생 토마토는 1cm 미만의 작은 열매를 맺으며 (사진) 우리가 현재 먹는 토마토에 비해 특유의 맛과 향이 훨씬 강하다. 그런데 작물화 과정에서 열매가 커지면서 맛과 향이 희석된 것이다. 물론 작물 토마토 특유의 맛과 향 역시 무시할 수 없으나 보다 다양한 품종 개량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먹는 작물은 높은 생산성과 품질을 자랑하지만, 동시에 인간에 길들여진 매우 약한 생물체다. 이 작물들의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야생 식물의 강인함과 특유의 형질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면 우리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다. 작물 품종 개량에서 조상 식물의 덕을 보는 사례가 점점 늘어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달나라 여행 후 골골… 우주인 ‘세포공장’이 문제였다

    달나라 여행 후 골골… 우주인 ‘세포공장’이 문제였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16일 오전 9시 27분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우주비행사 4명이 탑승한 유인 우주선 ‘리질리언스’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리질리언스에 탑승한 4명의 우주인은 ISS에 6개월간 머물며 식품 생리학, 유전자 실험, 작물 재배 실험 등을 수행하고 내년 5월 지구로 귀환한다. 이번 발사 성공은 ‘민간 우주 수송 시대’의 막을 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들은 달, 화성 등 유인 우주탐사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적 호기심도 있지만 ‘제2의 지구’를 찾겠다는 실질적 목표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우주를 여행하고 머물 때는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016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우주방사선 ▲고독감 ▲우주곰팡이 ▲미세중력 ▲인적 오류 등 5가지가 우주 시대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 공간에서 다양한 생물학적 변화를 겪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영국 벨파스트 퀸스대,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UCSD),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항공우주국(NASA) 존스우주센터, NASA 에임스연구센터, 스탠퍼드대, 라이스대, 듀크대 의대,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등 22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우주인들이 흔히 겪는 근골격계 약화, 면역기능 장애, 심혈관 이상 등의 문제가 미토콘드리아 결함과 이상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26일자에 발표했다.미토콘드리아는 ‘세포 공장’이나 ‘세포 엔진’이라고 불리는 세포 내 소기관이다. 혈액으로 운반된 산소로 세포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와 활성산소를 생산하고 세포 간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발생해 활성산소가 과다 생산되면 체내 대사기능이 떨어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당뇨, 심혈관 질환, 암, 각종 유전질환의 발병 원인이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과 관련돼 있다는 연구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연구팀은 우주인의 생물학적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동물 실험연구 자료, ‘진랩’(GeneLab) 플랫폼을 포함해 NASA에서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우주생물학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했다. NASA 자료에는 역대 우주비행사 59명의 각종 생물학적 데이터, 쌍둥이 우주인 프로젝트 결과 등이 포함돼 있다. 광범위한 데이터 분석 결과 우주인의 건강 이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핵심 요인은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과 변이로 확인됐다. 미토콘드리아 이상으로 인한 인체의 과잉 대사반응이 면역 약화와 각종 신체기관 이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장기간 우주에 머물다가 귀환한 우주인들에게서 생체주기 이상이 발생하는 것도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미토콘드리아 이상은 지금까지 많은 우주생물학 연구에서 주목되지 않은 부분이었다. 생물정보학자인 아프신 베헤시티 NASA 에임스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우주여행과 관련된 건강상 위협 대부분이 미토콘드리아 때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 주고 있다”면서 “기존의 미토콘드리아 장애 개선 약물들이 우주인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금요칼럼] ‘유전’의 두 얼굴/최무림 서울대 의과학과 부교수

    [금요칼럼] ‘유전’의 두 얼굴/최무림 서울대 의과학과 부교수

    유전학자로서 한국말에 불만이 하나 있다. ‘유전적’이라는 말의 의미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아 자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기를 보며 “이 아기에게 아빠의 작은 눈이 유전됐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는가? 비슷하게 다큐멘터리를 보며 “저 희귀질환 환자는 엄마에게서 병이 유전됐다”고 말하는 장면을 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당뇨병도 유전성이냐”는 표현을 접한 적이 있는가? 사람들이 생활에서 쉽게 쓸 수 있는 말들이겠지만 저 단어들은 서로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다. 구글에서 번역을 시도해 보자. ‘유전학’이라는 학문명은 ‘제네틱스’(genetics)로 번역이 된다. 하지만 ‘유전’이라는 현상은 ‘헤리디티’(heredity)로 번역된다. 동사인 ‘유전되다’라는 단어는 ‘인헤리티드’(inherited)로 번역된다. 즉, ‘유전학’이라고 하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2만여개의 유전자가 어떻게 우리 세포들 안에서 미세하게 짜여진 계획하에 발현하고 기능해 특정 생명 현상을 일으키며 만약 그 유전자들에 돌연변이가 생겼을 때 어떻게 병을 일으키는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인 것이고, ‘유전’은 쉽게 말해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혹은 “발가락이 닮았다”의 그 닮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모의 형질이 그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이 내려오는가를 일컫는 것이다. 이 단어들의 형용사를 들여다보면 혼란은 더 커진다. ‘Genetic’은 한국어로는 ‘유전적’이라고 번역이 되며 “유전자에 의한, 유전자들의 기능에 의한”이라는 의미가 된다. ‘헤리디터리’(Hereditary)도 한국어로는 ‘유전적’으로 번역이 되며 “부모의 형질을 이어받은”이라는 뜻을 가진다. 우리나라의 학문 관련 용어들이 예전 일본인들이 네덜란드와 교류하며 그쪽 서적을 번역해 만든 것을 가져와 쓴 결과물이라 생각하면 결국 일본어, 중국어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마찬가지이긴 한 것 같다. 나의 고충에 완벽하게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를 위해 약간의 설명을 더 하자면 우리에게는 수많은 ‘형질’이 있고, 이러한 형질들, 키·체형·체질·성격·질병 등은 결국 어느 정도의 유전적(genetic)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완전히 유전적인 요인만으로 결정되는 형질도 있다. 유전적 질환, 그중에서도 단일 유전자 질환이 대표적으로, 특정 질환을 일으키는 특정 돌연변이를 하나라도 가지고 있다면 어떤 나라에서 태어나더라도 동일한 질환을 앓게 된다. 반대로 완전히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현되는 형질도 있다. 가족력이 없는 형태의 암이 대표적으로, 세포가 분열하면서 돌연변이들이 생기고 운이 나쁘게도 그 돌연변이가 세포분열에 중요한 유전자를 망가뜨린다면 암이 시작되는 것이다. 암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자면 암은 분명히 유전적(genetic)인 질환이다.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미쳐 버린 세포들의 제어되지 않는 분열에 의해 생기므로. 하지만 유전(inherited), 즉 후대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어떤가, 유전이라는 단어에 얽힌 비극이 점점 체감되는가? 가까이 있는 지인을 관찰해 보자. 저 사람은 나와 생김새도 다르고, 체질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많은 것이 다르다. 그 형질들 중 어디까지가 유전적(genetic)이고, 얼마만큼이 유전된(inherited) 것인지 한번 고민해 보자. 사실 같은 인간으로서 공통점이 더 많긴 하지만 (눈, 코, 입, 귀, 뇌가 위치한 머리, 두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를 가진.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섭취해 에너지를 얻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인생이라는 드라마를 살며 일희일비하는 감정을 가진), 우리의 인식 체계는 그 공통점들보다 차이점들을 더 부각시키기 마련이지 않은가. 유전학은 비록 혼란스러운 이름에도 불구하고 차이점의 근원을 밝혀 나가는 여정이다.
  • “아내의 소변 이용했다”…‘핵주먹’ 타이슨의 고백[이슈픽]

    “아내의 소변 이용했다”…‘핵주먹’ 타이슨의 고백[이슈픽]

    타이슨, 선수 시절 충격 고백“가짜 성기와 소변으로 약물검사 통과”아내와 아이 소변 주입피부색에 맞는 가짜 성기 부착 ‘핵주먹’ 복서 마이크 타이슨(54)이 선수 시절 약물검사(도핑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자신의 아내와 아이의 소변을 사용했다고 고백해 10일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검사 전 이들의 소변을 채워 넣은 가짜 성기를 착용해 소변을 누는 방식으로 검사망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최근 타이슨은 자신의 팟캐스트 ‘핫박싱(Hotboxin)’에 출연해 “난 내 아이의 오줌을 그것(가짜 성기)에 주입했고, 때때로 내 아내의 소변을 활용한 적도 있다”며 “(결과는)아주 굉장했다”고 밝혔다. 타이슨은 “당시 아내가 ‘(내 소변 때문에)당신한테 임신부 소변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걱정해서, 나는 ‘아이의 소변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며 “(제출한) 소변이 임신부의 것으로 나올까 두려웠기 때문에 (아이 소변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통상 운동 경기 전 약물 검사관들은 선수들이 소변을 바꿔치기하지 못하도록 그들 앞에서 소변을 보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투 매체 ‘MMA마니아’에 따르면 일부 선수들은 자신 피부색에 맞는 가짜 성기를 부착하고 타인의 소변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검사를 피해 가는데, 타이슨도 이 방식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MMA마니아’에 따르면 앞서 타이슨은 2013년 자신의 저서에서 코카인과 마리화나 투약 혐의를 피하기위해 인공 성기를 사용한 적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타이슨은 선수로서 약물 복용에 대해선 “선수 시절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적이 결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이번 고백으로 지금까지 입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도핑테스트, 최근엔 소변검사에 혈액검사 병행 도핑테스트(doping test)란 스포츠에서 선수의 도핑 여부를 검사하는 것으로, 운동선수가 경기력을 일시적으로 높이기 위해 각종 약물을 복용하거나 혈액·유전자 조작 등 금지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도핑테스트는 ‘경기기간 중’과 ‘경기기간 외’로 나눠 실시한다. 보통 경기기간 중 검사의 경우, 선수는 경기 시작 12시간 전부터 경기 직후까지 검사를 받게 된다. 경기기간 외 검사는 경기 중 검사를 제외하고 실시되는 모든 도핑 검사로,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된다. 보통 소변 샘플을 두 개 채취해 하나는 경기 개최지에서 바로 검사하고 다른 하나는 10년간 냉동 보관 후에 재검사하는데, 최근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혈액으로 도핑 여부를 확인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혈액검사가 병행됐다. 2016년에는 리우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러시아의 국가 차원 도핑을 폭로하면서 러시아는 역도·육상 등 4개 종목에서 리우올림픽 출전을 금지당했다. 한국은 1984년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가 최초의 공인검사기관으로 선정돼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100m 우승자인 벤 존슨의 약물 복용을 가려내기도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키는 역시 유전인가…호주 연구진, 관련 염기서열 찾았다

    [핵잼 사이언스] 키는 역시 유전인가…호주 연구진, 관련 염기서열 찾았다

    자녀의 키가 부모에게서 유전된다는 점은 일반적인 상식이 됐지만, 이런 유전자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여전히 납득 되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지금까지 연구에서도 유전자와 키의 관계가 거의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적어도 유럽인 조상을 둔 사람들에 대해서는 수수께끼가 어느 정도 풀린 모양이다. 새로운 연구에서 키를 정하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확인됐다고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과학전문 ‘사이언스 매거진’ 등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키와 유전자의 신비로운 관계는 2000년대 후반부터 연구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신체 특징이나 질병 등에 공통하는 유전자 지표를 찾기 위해 인간 게놈의 분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인간의 키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DNA가 크게 관여한다. 기존에 진행됐던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 연구에서는 식단과 유년기 감염증 등 환경 요인보다 유전자 영향이 압도적으로 커 키의 80%가 유전자에 의해 정해진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래서 당시 진행됐던 ‘전장유전체 연관분석’(GWAS·Genome-Wide Association Study) 결과는 이런 연구 결과와 일치할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런데 발견된 40개의 유전자 지표는 어찌 된 영문인지 키 차이를 5%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 유전자 분석 결과와 쌍둥이 연구 결과가 일치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 이유로 GWAS에서 누락된 희소 변이 유전자의 영향이라는 가설과 유전자 간의 상호작용이 원인이라는 가설 그리고 원래 과거 쌍둥이 연구 자체가 잘못됐다는 가설 등이 제시되고 있었다. 반면 네덜란드 출신의 호주 퀸즐랜드대 유전학자 페터르 비셔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또 다른 가설을 주장했다. 각각은 아주 작은 영향밖에 없지만, 그 수만 따지면 더 흔한 일반적인 변이 유전자가 원인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비셔르 박사가 추산한 결과, 일반적인 변이 유전자는 키 차이의 40~50%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 비셔르 박사도 참여한 자이언트(GIANT·Genetic Investigation of ANthropometric Traits)라는 국제컨소시엄 연구를 통해 70만 명의 유전자 데이터에서 키 차이의 25%를 설명할 수 있는 3300개의 일반적인 유전자 지표가 발견됐다. 그리고 이번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상에서 개최한 미국인간유전학회(ASHG) 학술대회에서 호주 가반의학연구소(GIMR)가 발표한 연구 내용에 따르면, 201건의 GWAS에서 수집한 410만 명의 유전자 데이터에서 추가로 40%를 설명할 수 있는 9900개의 일반적인 유전자 지표가 발견됐다. 또한 이들 지표와 함께 근처에 있으며 유전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 지표가 추가로 10%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들 영향을 모두 합산해도 쌍둥이 연구에 의해 예측된 80%에는 못 미친다. 그렇지만, 지난해 발표된 비셔르 박사팀의 연구에 의해 100명 중 1명 만이 갖는 꽤 드문 변이 유전자로 키 차이의 30%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덕분에 쌍둥이 연구와 유전자 지표 연구의 결과가 거의 일치하게 됐지만, 발견된 유전자 지표 가운데 개별 유전자와 관계가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컬럼비아대의 유전학자 데이비드 골드스타인 박사는 “생물학적 의미에서는 여전히 거의 모든 것이 누락된 채로 있다”고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적했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시한폭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미나마타병 교훈 잊었나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시한폭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미나마타병 교훈 잊었나 [강주리 기자의 K파일]

    발암 물질 ‘삼중수소’는 제거 안돼극소량으로 유전자 변형·세포 파괴 韓 등 주변국 해양환경 파괴 불보듯“마셔도 되나?”(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도쿄전력 관계자) 지난 9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 스가 총리가 원전 오염수를 정화한 물을 보며 나눈 대화다. 이달 3일 아사히신문은 이 일화를 소개하며 “마실 수 있다면 해양 방출 등을 하지 말고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에 음료용으로 사용하면 어떤가”라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가 조만간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100만t이 넘는 방사능 오염수의 바다 방류 여부를 결정한다. 당초 지난달 27일로 예정됐으나 일본 내 안전 우려가 폭증하면서 연기됐다. 그러나 시간문제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같은 달 21일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처분을 언제까지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의 원전 방류 왜 위험할까.본격적인 방류 시점은 오염수 육상 저장탱크(137만t)가 다 차는 2022년 10월쯤이 될 전망이다.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62종의 방사능 오염물질을 정화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발암물질로 불리는 ‘삼중수소’(트리튬)와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탄소14’는 제거가 안 된 것으로 판명돼 해양 환경 파괴에 따른 주변국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14 처리는 애초에 ALPS의 정화 설계에 없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는 처리된 물에도 세슘 등이 포함돼 70% 이상 오염된 상태”라면서 “해양에 방류하면 방사성 삼중수소의 해양 확산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5일 학계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물분자보다 크기가 훨씬 작고 화학적 성질도 같아 물에서 분리할 수 없다. 바다에 방류할 경우 그대로 해양 생물을 오염시킨다는 의미다. 후쿠시마 원전 내 오염수 삼중수소 농도는 ℓ당 평균 58만㏃로 일본 배출 기준치인 ℓ당 6만㏃보다 9배 이상 높다. 삼중수소는 극소량으로도 유전자를 변형하고 세포를 파괴시켜 각종 암을 유발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지난 9월 기준 123만t 규모인 오염수의 농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춰 20~30년에 걸쳐 태평양에 배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방출 총량 규제 없이 노심 용융 사고를 일으킨 원전 오염수를 장기간 흘려 보낼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며 “화학폐수 희석 능력을 과신하다 300명이 넘게 숨진 ‘미나마타병’(수은 중독성 신경질환) 교훈을 잊었느냐”고 비판했다.오염 농도를 낮춰도 오랜 기간 방류하면 총량은 같아져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6월 말 기준 도쿄전력의 처리 과정을 거친 오염수 110만t 중 70% 이상이 방출 기준치를 넘겼고 삼중수소를 빼고도 이 중 6%는 100~2만배의 높은 방사성 물질 농도를 보였다”고 질타했다. 일본 가나자와대와 후쿠시마대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오염수가 동해로 유입되기까지는 1년 정도가 소요됐다. 그러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최근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와 분석한 자료에서는 극소량의 세슘이 불과 한 달 만에 제주도와 서해에 도달했다. 불안감이 커지면 시장에서는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고 수산업계가 침체되는 등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삼중수소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12.3년인 만큼 탱크에 일정 기간 보관한 뒤 오염도가 줄었을 때 방류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는 비용 등을 이유로 해양 방류를 고집하고 있다. 외교적 대응과 함께 국제해양재판소 회부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jurik@seoul.co.kr
  • ‘시한폭탄’ 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왜 위험할까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시한폭탄’ 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왜 위험할까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삼중수소, 극소량도 DNA손상·암 유발탄소14,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켜 日, 삼중수소·탄소14 정화 기술 없어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농도 기준치 9배“국제해양재판소 회부 등 적극 대응해야” “마셔도 되나?”(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도쿄전력 관계자) 지난 9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 스가 총리가 원전 오염수를 정화한 물을 보며 나눈 대화다. 이달 3일 아사히신문은 이 일화를 소개하며 “마실 수 있다면 해양 방출 등을 하지 말고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에 음료용으로 사용하면 어떤가”라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가 조만간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100만t 이상의 방사능 오염수의 바다 방류 여부를 결정한다. 당초 지난달 27일로 예정됐으나 일본 내 안전 우려가 폭증하면서 연기됐다. 그러나 시간문제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같은 달 21일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처분을 언제까지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의 원전 방류 왜 위험할까. 원안위원장 “오염수 처리된 물도 세슘 등 70% 이상 오염 상태” 본격적인 방류 시점은 오염수 육상 저장탱크(137만t)가 다 차는 2022년 10월쯤이 될 전망이다.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62종의 방사능 오염물질을 정화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발암물질로 불리는 ‘삼중수소’(트리튬)와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탄소14’는 제거가 안 된 것으로 판명돼 해양 환경 파괴에 따른 주변국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14 처리는 애초에 ALPS의 정화 설계에 없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는 처리된 물에도 세슘 등이 포함돼 70% 이상 오염된 상태”라면서 “해양에 방류하면 방사성 삼중수소의 해양 확산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5일 학계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물분자보다 크기가 훨씬 작고 화학적 성질도 같아 물에서 분리할 수 없다. 바다에 방류할 경우 그대로 해양 생물을 오염시킨다는 의미다. 후쿠시마 원전 내 오염수 삼중수소 농도는 ℓ당 평균 58만㏃로 일본 배출 기준치인 ℓ당 6만㏃보다 9배 이상 높다.日언론 “방출 총량 규제 없어 환경 피해300명 숨진 미나마타병 교훈 잊었나” “오염도 낮춰도 방출 총량 같아 생태계 악영향 불가피” 수산물 섭취 등 음식이나 공기를 통해 몸에 들어온 삼중수소는 소량으로도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삼중수소가 인체 내 정상 수소를 밀어내고 핵종 전환을 일으키면 유전자가 변형되고 세포를 파괴시켜 각종 암을 유발하거나 생식기능을 저하시킨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지난 9월 기준 123만t 규모인 오염수의 농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춰 20~30년에 걸쳐 태평양에 배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오염수가 하루 160~170t씩 나왔다. 그나마 올해는 다소 줄어 140t씩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방출 총량 규제 없이 노심 용융 사고를 일으킨 원전 오염수를 장기간 흘려 보낼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며 “화학폐수 희석 능력을 과신하다 300명이 넘게 숨진 ‘미나마타병’(수은 중독성 신경질환) 교훈을 잊었느냐”고 비판했다. 오염 농도를 낮춰도 오랜 기간 방류하면 총량은 같아져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6월 말 기준 도쿄전력의 처리 과정을 거친 오염수 110만t 중 70% 이상이 방출 기준치를 넘겼고 삼중수소를 빼고도 이 중 6%는 100~2만배의 높은 방사성 물질 농도를 보였다”고 질타했다.삼중수소 반감기 12.3년탱크 보관 뒤 방류도 있지만 日비용 문제로 바다 방류 고집 해양방류 370억 vs 대기방출 3770억 일본 가나자와대와 후쿠시마대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오염수가 동해로 유입되기까지는 1년 정도가 소요됐다. 그러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최근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와 분석한 자료에서는 극소량의 세슘이 불과 한 달 만에 제주도와 서해에 도달했다. 불안감이 커지면 시장에서는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고 수산업계가 침체되는 등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삼중수소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12.3년인 만큼 탱크에 일정 기간 보관한 뒤 오염도가 줄었을 때 방류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는 비용 등을 이유로 해양 방류를 고집하고 있다. 일본 ALPS소위원회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경우 34억엔(약 370억원)이면 충분하지만 대기에 방출하면 349억엔(약 3770억원)으로 10배 이상이 든다고 보고 있다. 오염수를 저장 탱크에 보관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더 이상은 지을 공간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정부가 일본을 향해 방류 기준 강화나 정보 공개 등을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서 외교적 대응과 함께 국제해양재판소 회부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일본은 지난 4월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오염수 방류 계획의 타당성을 인정 받았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일본산 수산물에 방사능이 극미량이라도 검출시 반송하는 등 검사를 강화해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전 세계 단 30마리…中 동물원서 ‘황금호랑이’ 4마리 탄생

    전 세계 단 30마리…中 동물원서 ‘황금호랑이’ 4마리 탄생

    중국의 한 동물원에서 대왕판다보다 더 희귀한 ‘황금호랑이’가 탄생했다. 1일 중국 관영 CGTN은 저장성 후저우시동물원에서 ‘황금호랑이’ 4마리가 태어났다고 보도했다. 동물원 측은 지난달 19일 암컷 벵골호랑이 한 마리가 수컷 3마리, 암컷 1마리 등 새끼 4마리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새끼들은 대표적 멸종위기종인 대왕판다보다 희귀한 ‘황금호랑이’로 알려졌다. 옅은 황금색 바탕에 적갈색 줄무늬를 가진 황금호랑이는 아예 다른 종이 아니라, 흰색 바탕에 갈색 줄무늬를 가진 백호처럼 색깔만 다른 벵골호랑이다.동물원 관계자는 “황금호랑이는 열성 유전자 때문에 나타나는 돌연변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근친교배로 인한 열성유전자가 색깔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황금호랑이는 백호보다도 번식률이 더 낮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야생에 서식하는 대왕판다는 1864마리 정도로 추정되는데, 황금호랑이는 그 62분의 1 수준인 30마리 정도만이 야생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부연했다. 황금호랑이는 1932년 인도에서 마지막 두 마리가 총살된 이후 야생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가 1987년에서야 다시 인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인도 카지랑가국립공원에 나타난 암컷 벵골호랑이가 현재로서는 유일한 인도 황금호랑이다. 파르벤 카스완 인도 산림청장에 따르면 해당 호랑이는 지난 7월까지도 살아있는 것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육 호랑이 중 최초의 황금호랑이는 1983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났다.이번에 중국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모두 건강한 상태로 확인됐다. 다만 첫 출산이라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미가 모성애를 보이지 않아 사육사가 24시간 돌보고 있다. 사육사는 “새끼들은 보름 정도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한 후 외부로 나갈 수 있으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이후부터 관람객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천안 봉강천 야생조류 분변 AI 검출… 환경부 ‘심각 단계’ 대응

    환경부는 겨울 철새의 본격적인 국내 유입을 앞두고 충남 천안 봉강천 주변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되자 ‘심각’ 단계에 준하는 대응 조치를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 조사 결과 10월 현재 우리나라에는 176종, 약 57만 5000마리의 겨울 철새가 도래한 가운데 12월까지 개체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계 40개국에서 640여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대응 수위를 강화키로 했다. 야생조류 AI 확산 방지를 위해 검출 지점은 매일 예찰하고 반경 10㎞ 범위에서 야생조류 분변 및 폐사체를 수거해 검사할 예정이다.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46개소는 금주 내로 긴급 예찰을 완료키로 했다. 겨울철은 예찰 대상 철새도래지를 70곳에서 87곳까지 늘리고 철새 분변 등의 조사 물량을 확대한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바이러스 검출 지점 주변에서 채취한 분변이나 폐사체의 오염 여부를 휴대용 실시간 유전자분석 키트를 사용해 현장에서 신속히 진단할 계획이다. 진단 결과 등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기관과 공유해 가금 농가에 철저한 방역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검출지역 주변에 서식하는 야생조류(오리류)에 추적기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하고, 이동한 지역은 집중 예찰토록 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주름진 완두콩 2형 당뇨병 예방 효과…슈퍼 푸드로 급부상

    주름진 완두콩 2형 당뇨병 예방 효과…슈퍼 푸드로 급부상

    주름진 완두콩이 제2형 당뇨병이 생길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등 연구진은 주름진 완두콩에서 식사 뒤 혈당 수치가 급증하는 증상을 막는 효과를 발견했다. ‘슈가 스파이크’(sugar spike)라고도 불리는 이 증상은 2형 당뇨병의 원인이 된다고 여겨진다. 2형 당뇨병은 혈중 당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게 하는 흔한 질환으로, 과체중이나 비활동성 질환과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주름진 완두콩은 완두콩 중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돌연변이로, 일반적으로 둥근 완두콩보다 보기에 좋지 않고 멘델의 유전 법칙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열성 종자로 취급돼 왔지만, 이번 연구 덕분에 슈퍼 푸드로 급부상했다. 이유는 주름진 완두콩에 둥근 완두콩보다 저항성 녹말(전분)이 많아서다. 이 녹말은 보통 녹말보다 신체에서 분해되는 시간이 오래 걸려 소장에서 소화가 덜 돼 대장까지 도달해 박테리아에 의해 발효된다. 연구 제1저자인 ICL의 카테리나 페트로풀루 박사는 “건강한 식사를 장려하기 위한 전국적인 캠페인을 진행해도 제2형 당뇨병의 진단율을 계속 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정상적인 혈당 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대체 다이어트(식이요법) 전략은 흔히 섭취하는 식단을 개선하는 것”이라면서 “저항성 녹말이라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단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제2형 당뇨병에 관한 민감성을 감소해준다는 증거는 많다”고 설명했다. 녹말은 식물의 에너지 저장 형태 중 하나로, 그 입자는 먼지만큼 큰데 1㎛(100만 분의 1m)에서 100㎛에 이른다. 일반 녹말은 탄수화물로서 신체에서 분해돼 당을 방출하지만, 저항성 녹말은 더욱더 천천히 분해된다. 이는 저항성 녹말에서 나온 당이 혈류로 더 천천히 차례로 방출한 결과 혈당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주름진 완두콩에 저항성 녹말 함량이 더 많은 이유는 세포에서 녹말을 생성하는 방식, 즉 세포 자체가 소화에 더 저항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연구 교신저자인 ICL의 게리 프로스트 교수는 “이 슈퍼 완두콩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변이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이 콩에 저항성 녹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녹말은 소장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대장 내 박테리아에 의해 발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테리아가 녹말을 발효시키면서 짧은사슬지방산(단쇄지방산)이라는 화합물이 생성된다. 이는 인슐린을 생성하는 세포의 기능을 차례대로 높여 혈당을 제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여러 실험에서 건강한 참가자들에게 50g의 주름진 완두콩을 포함한 혼합식을 제공했고, 일련의 통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보통의 둥근 완두콩을 첨가했다. 연구진은 또 완두콩에 추적기 분자를 첨가해 그 분자들이 어떻게 사람의 위와 장에 흡수되고 소화했는지를 추적할 수 있었다. 이들은 주름진 완두콩이나 매끈한 완두콩으로 만든 가루를 사용해서 실험을 반복했다. 장기적인 섭취의 영향을 좀 더 조사하기 위해 연구진은 참가자 25명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4주 동안 주름진 완두콩이나 매끈한 완두콩으로 만든 훔무스(콩을 으깨어 만든 음식)와 무쉬 피스(삶아 으깬 완두콩 음식)를 먹도록 했다. 그 결과, 둥근 완두콩을 먹는 것보다 주름진 완두콩을 먹을 때 혈당 급상승을 방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모의 소화기관을 이용한 추가 실험에서는 완두콩이 얼마나 빨리 소화되는지에 영향을 미친 것을 보여줬다. 연구 공동저자인 쿼드램 연구소의 피터 와일드 교수는 “이 연구는 주름진 완두콩을 섭취함으로써 혈당 급상승을 더욱더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고 이는 통제된 식품 가공 기술을 사용해 건강식을 만드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이 연구에서 소화관에 있는 미생물 집단인 장내미생물군에 상당한 이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일어나는 발효 과정 덕분이다. 이제 연구진은 초기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주요 콩 육종 프로그램에서는 저항성 녹말을 함유한 더 많은 슈퍼 콩을 개발할 것이다. 콩과 렌즈콩 그리고 병아리콩과 같이 흔히 소비되는 콩류의 유전적 배경을 탐구하는 것도 완두콩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킹스칼리지런던(KCL)의 톰 샌더스 교수는 제2형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는 무엇보다 비만을 막고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주름진 완두콩이나 완두콩가루를 다른 음식에 첨가하는 것은 당뇨병의 위험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게다가 이 연구에서는 완두콩을 규칙적으로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 최신호(10월 26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특정 유전자가 뇌 크기 늘려 수학 능력 높인다 (연구)

    특정 유전자가 뇌 크기 늘려 수학 능력 높인다 (연구)

    단일 유전자에서 발생한 변이가 뇌에서 숫자를 세는 등 수학적 능력을 다루는 부위의 회백질 크기와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신경심리학자 마하엘 스카이데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진은 어린이 178명의 게놈과 두뇌 발달 과정을 연구하고 이들 아동이 2년 뒤 학교에서 본 수학 시험 결과와의 관계를 살폈다. 그 결과, 뇌 최외각 신경조직층 회백질의 성장을 조절하는 로보원(ROBO1·Roundabout homolog 1)이라는 단일 유전자의 변이가 우측 두정피질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측 두정피질은 숫자를 처리하는 수학적 능력에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그 부분의 성장은 로보원 유전자가 수학적 능력에 기여한다는 이전의 제안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연구진은 논문에서 “대뇌피질층의 태아기 성장을 조절한다고 알려진 유전자인 로보원이 수량 표현의 핵심 영역인 우측 두정피질의 부피와 관계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면서 “이 부위의 개별적 부피 차이는 수학적 능력에 관한 행동 변화의 20%를 예측했다”고 명시했다. 연구진은 연구 과정에서 특히 수학적 교육을 받기 전인 3~6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게놈을 분석했다. 여기서 나온 자료와 각 어린이를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로 감지한 전체 뇌에 걸친 회백질 부피의 측정값을 연구진은 비교했다. 연구진은 참가 아동들이 7~9세가 돼 학교에서 2학년이 됐을 때 본 수학 시험 결과를 사용해 뇌의 어떤 부위와 유전자가 향상된 계산 능력과 관계가 있는지를 살폈다. 스카이데 박사와 동료 연구자들은 이전 연구들이 수학적 잠재력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한 로보원 등 유전자 10개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자는 로보원의 변이들이 우측 두정피질의 크기 증가와 상당히 관계가 깊다는 점을 발견했다.또 3~6세 때 우측 두정피질 내에 더 많은 양의 회백질이 있는 아이들은 7~9세 때 수학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우측 두정피질 성장의 개별적인 차이가 DNA 변이와 행동으로 나타나는 수학적 능력 사이의 보고됐던 연관성에 관한 우리의 이해에서 놓쳤던 연관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또 “이런 해석은 우측 두정피질이 특히 어린 시절부터 수학적 인지에 기여하고 성인기에는 이런 결정적인 역할을 유지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많은 연구와 함께 성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최신호(10월 22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야성미 탓’에 멸종위기로 내몰린 스위스 야생고양이의 사연

    ‘야성미 탓’에 멸종위기로 내몰린 스위스 야생고양이의 사연

    스위스에서 사는 유럽 야생고양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곳에 사는 암컷 집고양이들이 야성미 넘치는 수컷 야생고양이에게 반하는 사례가 늘어 순수한 야생고양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대 등 국제연구진은 스위스 서부 쥐라산맥 일대에서 사는 유럽 야생고양이와 집고양이 사이 유전자 교환이 이뤄지는 사례가 늘어 야생 개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스위스에서는 오래전 유럽 야생고양이가 거의 다 사라져 50년 전쯤 재도입 계획으로 들여온 개체들이 다행히 번성하면서 그 수가 늘었지만, 최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확인돼 과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이들 연구자가 수집한 데이터를 가지고 컴퓨터 모형화로 다양하게 만든 시나리오에서 스위스 쥐라산맥의 유럽 야생고양이는 앞으로 200년부터 300년 사이에 집고양이와의 유전자 교환으로 사라질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진화적 척도에 있어서도 매우 짧은 기간으로, 조만간 야생고양이와 집고양이를 구별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미 스코틀랜드와 헝가리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국제 학술지 ‘진화 응용’(Evolutionary Applications) 최근호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유럽 야생고양이와 집고양이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별도의 아종으로 여겨지지만, 이들의 유전자 교환이 지속하면 번식력이 강한 믹스 고양이가 늘어난다. 야생동물과 가축화한 동물의 이런 유전자 교환 사례는 특히 야생 개체의 유전자적 특징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냐하면 스위스에는 야생고양이가 몇백 마리밖에 살고 있지 않지만, 집고양이는 100만 마리가 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런 유전자 교환을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으면 모든 시나리오에서 야생고양이 개체군에 집고양이 유전자가 빠르게 유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의 유전자 교환 속도와 개체 수가 이대로 변하지 않으면 100년 안에도 야생고양이와 집고양이 사이에서 유전자적 차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 야생고양이의 수가 급증하는 등 다른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면 이런 우려는 여전히 먼 미래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연구에서는 야생고양이와 집고양이가 만나면 5~10%의 비율로 믹스 고양이가 태어난다. 이에 대해 연구를 주도한 제네바대의 후안 몬토야부르고스 박사는 “이대로 놔두면 돌이킬 수 없는 유전자 교환으로 이어져 곧 순수한 야생고양이가 사라진다는 것을 우리 연구는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두 고양이의 유전자 교환을 멈추는 것만이 야생고양이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이들 연구자는 숲과의 경계 부근에 사는 암컷 집고양이를 대상으로 불임 시술을 진행해 유전자 교환 기회를 극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는 극단적인 대책까지 강구하고 있다.한편 유럽 야생고양이는 유럽살쾡이나 유럽삵으로 불리는 고양잇과 동물인데 몸길이는 45~75㎝로 집고양이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크다. 몸의 빛깔은 황갈색 바탕에 줄무늬와 괭이얼룩무늬가 있으며 회색이나 붉은빛이 도는 등 변이가 많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전자 편집으로 돌연변이 ‘회색무늬 젖소’ 탄생…지구온난화 견딘다 

    유전자 편집으로 돌연변이 ‘회색무늬 젖소’ 탄생…지구온난화 견딘다 

    전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색 얼룩무늬의 젖소가 아닌 흐릿한 회색 무늬가 있는 젖소가 유전자 가위(CRISPR) 기술을 통해 탄생했다. 뉴사이언티스트 등 과학 전문매체의 6일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농업연구기관(AgResearch)이 공개한 회색 무늬 젖소는 기존의 검고 짙은 무늬가 옅어진 것으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났다. 옅은 회색 무늬 젖소의 탄생은 전 지구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반적으로 젖소는 영하 3~영상 18℃의 기온에서 가장 활발하게 번식과 성장을 하지만, 기온이 약 27℃ 이상이 되면 음식 섭취량이 급격히 줄고 이에 따라 우유 생산량도 현저히 떨어진다. 문제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평균기온이 지속해서 상승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젖소 등 기온에 민감한 동물들이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왔고, 젖소 무늬의 색깔을 바꿈으로써 열을 덜 흡수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다.연구진에 따르면 일반적인 젖소에게서 볼 수 있는 흰색 바탕에 검정 무늬는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해 소에게 열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복사열이 증가하면서 우유 생산량뿐만 아니라 번식량과 동물복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우유 생산량이 많은 홀스타인 종(種) 젖소 수컷의 피부 세포에서 떼어낸 유전자 중 검은 무늬를 유발하는 단백질 유전자를 돌연변이 시켜 제거했다. 이후 7일 동안 체외배양한 뒤 암컷 젖소에게 이식해 임신기간을 모두 채우고 출산하게 했다. 그 결과 흰색 바탕은 전혀 변함이 없고, 검은 무늬만 옅은 회색으로 바뀐 송아지 두 마리가 탄생했다. 또 이 송아지들이 태어난 직후에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동물이 보이는 특별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다만 연구진은 4주 뒤 송아지 두 마리에게서 유전자 복제과정에서 발생한 감염이 나타났고, 결국 한 마리는 안락사를, 또 다른 한 마리는 자연사했다. 뉴질랜드 농업연구기관 측은 뉴사이언티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젖소를 이용한 연구였지만, 같은 방식을 블랙앵거스와 같은 육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 세계적인 규모로 예측하면, 옅은 회색 무늬를 가진 소는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이점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org)에 공개됐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열린세상] 백신이 개발되면 이 위기가 끝이 날까?/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열린세상] 백신이 개발되면 이 위기가 끝이 날까?/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한국은 코로나 위기에 잘 대처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속으로 경제적 손실과 심리적 피로가 상당하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불안정한 삶이 언제 끝날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백신 개발로 위기가 끝날 거라 믿는다. 세계적인 바이오 및 제약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든 것도 이 기대 때문이다. 대유행으로 인명 피해가 큰 미국과 유럽의 주요 신문들이 개발 중인 백신의 임상시험이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상세히 전하는 섹션을 따로 만든 것도 역시 같다. 국가 간 백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백신경주’라는 말이 생겨났다. 러시아가 최초의 백신 개발을 선언하며 이를 스푸트니크 로켓 발사의 영광에 비유했지만, 서구 국가들은 안전성과 효과성 증거가 부족하다며 믿지 않는다. 대선 승리를 위해 백신 개발이 필요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올 연말까지 백신 개발을 마칠 것을 독려한다. 백신 개발을 위해선 자원과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적 협력이 더 유익하다고 본 세계보건기구와 과학자들은 국제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지만, 미국·중국·러시아와 유럽연합은 모두 거부했다. ‘백신 내셔널리즘’이라고 부를 만한 상황이다. 이런 백신 개발의 정치경제에는 전대미문의 위기 탈출을 약속하는 구세주로서의 백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 이 믿음에서 백신은 위기의 종식과 정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백신 개발의 성공은 어둡고 긴 터널을 달려 마침내 도달한 출구이며 이전의 일상이 다시 시작되는 극복의 순간이다. 물론 바이러스의 공격에 맞선 인간과 과학의 또 한번의 승리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백신 개발은 그런 극복과 승리의 서사 위에 있지 않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됐다는 임상시험 결과는 사실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처음 개발된 백신을 접종해 생겨난 면역력은 대개 부분적이고 짧은 기간만 지속된다. 에이즈 원인인 HIV에 대한 초기 백신처럼 ‘그저 그런’ 백신일 확률이 높고 소아마비 백신처럼 획기적인 것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신속한 개발 과정에서 취약한 노인과 아이들, 유색인종을 임상시험에 충분히 포함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백신 접종으로 즉각적인 혜택을 얻지 못할 수 있다. 만약 개발된 백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증상이 발전하는 것을 막는 목적이라면 무증상 감염자가 다른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위험은 막지 못할 수 있다. 결국 개발된 백신이 ‘구세주’가 되려면 개발 이후에도 개선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과학자들이 우려하듯이 백신을 서둘러 개발하느라 효과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심대하다. 부작용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고 백신 접종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코로나 감염병에 대한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승인한 백신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온다면 사람들의 백신 거부감을 키우게 될 것이다. 지금도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도한다며 자녀의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이렇게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나중에 효과 좋은 백신이 설사 개발되더라도 ‘집단면역’에 필요한 접종 인구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식품의약품국(FDA)에 백신의 신속한 승인을 계속 압박하고 나서자 미 국민 중 3분의1이 서둘러 승인된 백신은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했던 것은 이런 의미에서 위험 신호다. 백신이 개발돼도 모든 사람을 위해 대량생산을 하려면 1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점, 유전자 변이가 쉬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종이 되면 백신이 무용해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백신 개발은 위기의 종식이 아니라 새로운 전환점 정도가 될 것이다. 백신이라는 구세주가 이 위기를 한순간에 일소해 줄 것처럼 기대를 품기보다는 연구개발에 매진하면서 무엇보다 사회라는 몸의 면역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위기 때 나타난 사회 곳곳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보건의료체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야생 동물과 자연을 자원처럼 여기던 관행과 결별하는 노력은 백신만큼 사회의 면역력을 키워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 꽤 흔한 사이코패스 유전자, 학대를 먹고 괴물이 된다

    꽤 흔한 사이코패스 유전자, 학대를 먹고 괴물이 된다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진 과학자가 쓴 사이코패스 이야기다. 연쇄살인마의 뇌를 연구하던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의 뇌 스캔 사진에서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발견한다. 뇌의 특정 부위가 유난히 검게 나온 것이다. 가계도를 들춰 보니 조상 중에 악명 높은 살인자가 즐비했다. 자신의 유전자 분석에선 전사유전자(warrior gene)도 나왔다. 의심할 여지 없이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 평탄한 가정에서 노년을 보내는 성공한 뇌과학자일 뿐이다. 물론 살면서 “멋지고 재밌지만,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끊임없이 듣긴 했다. 그런 저자가 친사회적 인간으로 살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 저자는 사이코패스가 탄생하려면 반드시 세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세 다리 의자 이론’이다. 첫째는 전측두엽의 유별난 저기능, 둘째는 전사유전자 등 고위험 변이 유전자, 셋째는 어린 시절의 감정적·신체적·성적 학대다. 첫째, 둘째는 의지와 관계없이 결정된다. 셋째는 다르다. 주변 상황이 큰 영향을 끼친다. 결국 괴물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통계적으로는 100명 중 2명 정도가 사이코패스로 태어난다고 한다. 고등학교 교실 2개 중에 사이코패스가 한 명은 있는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친사회적 사이코패스로 살아간다. 겁이 없고 냉정해 리더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단적인 예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다. 저자는 “클린턴은 자신과 같은 종류의 사나이”라고 했다. 클린턴은 군대를 향해 무게 잡고 거수경례를 하는 등 흉내 내는 재주가 일품이었다. 한데 군 경력은 없다. 징집 기피 의혹만 있을 뿐이다. 갈채를 받을 때는 겸손을 가장했고, 장례식에서는 슬픔을 연기했다. 물론 평범한 사람도 자신을 꾸미기는 한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의 특질을 가진 사람만이 그토록 큰 판에서 고난도의 연기를 반복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세 다리 의자 이론’이 주장하는 건 자명하다.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이들을 생애 초기에 확인하고, 그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 줘야 한다는 것이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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