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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치매 일으키는 ‘변형 단백질’ 대량 생산 가능… 신약개발 가속도

    암·치매 일으키는 ‘변형 단백질’ 대량 생산 가능… 신약개발 가속도

    만성질환 직접적 원인 규명 가능 의약계 “신약개발 패러다임 바꿔” 국내 연구진이 암이나 치매,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변형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단백질 변형을 막는 신약 후보물질의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의약계가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꾼 연구라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특히 당장 상용화가 가능할 만큼 합성효율도 높아 2~3년 내에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이스트 화학과 박희성·이희윤 교수와 양애린 박사팀이 개발한 맞춤형 단백질 변형기술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29일자(현지시간)에 가장 중요한 논문(First Release)으로 실렸다. 앞서 연구진은 2011년 8월호 ‘사이언스’에 단백질에 인산을 붙이는 방식으로 개발한 맞춤형 인산화 변형 단백질 생산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단백질에 인산을 붙인 아미노산을 결합시킨 뒤 필요한 화학물질을 섞어 다양한 형태의 단백질 변형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화학물질을 사용해 단백질 변형을 일으키지만 필요한 부분만 변형하도록 제어도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인체 구성 기본 단위인 세포에는 2만여 종류의 유전자가 있고 이 유전자들이 만들어 내는 단백질의 종류는 100만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자 하나가 만들어 내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유전자들이 결합해 만드는 단백질도 많고, 이것들이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다. 정상적으로 변형되는 단백질은 생체 내에서 세포신호 전달, 성장 같은 신진대사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과 그 밖의 원인으로 비정상적 단백질 변형이 일어나면 세포가 무한 분열되는 암, 뇌 단백질 수축으로 인한 치매, 인슐린 조절 이상으로 인해 생기는 당뇨 등 만성질환이 발생한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특정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한 뒤 신약 후보물질이 암 유발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지 빠르게 검증할 수 있게 된다. 김성훈(서울대 약대 교수)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 단장은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기능을 차단하거나 활성화해 신약을 개발한다”며 “지금까지는 원하는 단백질을 얻기 어려워 신약을 만들기도 힘들었고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 연구로 해결책을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백혈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글리벡’을 개발할 때도 백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차단할 수 있는 치료 후보물질을 찾아야 하는데 관련 단백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맞춤형 단백질 변형기술을 이용하면 백혈병 유발 단백질을 손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어 치료제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단백질 변형으로 일어나는 각종 질병의 직접적 원인을 밝힐 수 있어 원하는 부위에만 약이 작용하도록 하는 정밀의학 실현뿐만 아니라 신약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꿈의 빛’ 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대, 우리 손으로 열었다

    ‘꿈의 빛’ 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대, 우리 손으로 열었다

    ‘1000조분의1초’ 미세구조 분석 맞춤형 신약·신소재 개발 등 활용 朴대통령 “인류의 미래 밝힐 것”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물질의 미세구조와 현상을 관측하게 될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29일 가동에 들어갔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다. 신약과 신소재, 청정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도가 높은 거대 연구시설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포스텍은 이날 오전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4세대 방사광가속기 준공식을 열었다.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뒤 강력한 자기장을 지나게 하면 빛(방사광)이 방출되는데 이를 활용하는 장치가 방사광가속기다. 햇빛보다 100경(京)배 밝고 0.1나노미터(㎚) 파장의 X선 레이저를 발생시켜 펨토초(1000조분의1초) 단위로 물질의 미세구조와 변화를 관측할 수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단백질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는 찰나와 물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는 순간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된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주도한 포스텍은 1995년부터 운용한 3세대 방사광가속기보다 더 많은 전자를 만들어 내는 전자총을 자체 기술로 설계 제작했다. 포스텍은 지난 4월 14일 4세대 방사광가속기에 설치한 전자총 시운전을 시작해 이틀 만에 목표치인 6메가 전자볼트(MeV) 에너지를 가진 전자빔을 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6MeV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1.5V 건전지 400만개가 내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살아 있는 세포와 질병 단백질의 구조를 정확히 분석해 맞춤형 신약 개발이 가능해진다. 또 현재까지 구조가 완벽히 밝혀진 단백질은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95%에 이르는 미지의 단백질 구조 연구가 이뤄진다면 치매, 당뇨, 유전자 질환은 물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기술 개발과 의약품복합체 연구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극자외선 레이저 광원(光原) 개발도 가능하기 때문에 데이터 저장과 처리능력이 한층 향상된 고집적 반도체 소자 개발도 가능해진다. 식물의 광합성은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이뤄지는데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인공광합성 연구도 할 수 있게 된다. 태양전지, 연료전지, 수소저장장치 같은 친환경 에너지 개발의 기술적 어려움을 뛰어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준공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광합성과 화학반응을 비롯해 그동안 인류가 풀지 못한 우주와 생명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자 미래 신산업 선점에 필수적인 핵심 인프라”라며 “포항에서 만들어질 ‘꿈의 빛’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는 물론 인류의 미래를 환히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암·치매 일으키는 ‘변형 단백질’ 대량 생산 가능… 신약개발 가속도

    암·치매 일으키는 ‘변형 단백질’ 대량 생산 가능… 신약개발 가속도

    만성질환 직접적 원인 규명 가능 의약계 “신약개발 패러다임 바꿔” 국내 연구진이 암이나 치매,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변형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단백질 변형을 막는 신약 후보물질의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의약계가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꾼 연구라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특히 당장 상용화가 가능할 만큼 합성효율도 높아 2~3년 내에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이스트 화학과 박희성·이희윤 교수와 양애린 박사팀이 개발한 맞춤형 단백질 변형기술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29일자(현지시간)에 가장 중요한 논문(First Release)으로 실렸다. 앞서 연구진은 2011년 8월호 ‘사이언스’에 단백질에 인산을 붙이는 방식으로 개발한 맞춤형 인산화 변형 단백질 생산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단백질에 인산을 붙인 아미노산을 결합시킨 뒤 필요한 화학물질을 섞어 다양한 형태의 단백질 변형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화학물질을 사용해 단백질 변형을 일으키지만 필요한 부분만 변형하도록 제어도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인체 구성 기본 단위인 세포에는 2만여 종류의 유전자가 있고 이 유전자들이 만들어 내는 단백질의 종류는 100만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자 하나가 만들어 내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유전자들이 결합해 만드는 단백질도 많고, 이것들이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다. 정상적으로 변형되는 단백질은 생체 내에서 세포신호 전달, 성장 같은 신진대사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과 그 밖의 원인으로 비정상적 단백질 변형이 일어나면 세포가 무한 분열되는 암, 뇌 단백질 수축으로 인한 치매, 인슐린 조절 이상으로 인해 생기는 당뇨 등 만성질환이 발생한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특정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한 뒤 신약 후보물질이 암 유발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지 빠르게 검증할 수 있게 된다. 김성훈(서울대 약대 교수)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 단장은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기능을 차단하거나 활성화해 신약을 개발한다”며 “지금까지는 원하는 단백질을 얻기 어려워 신약을 만들기도 힘들었고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 연구로 해결책을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백혈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글리벡’을 개발할 때도 백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차단할 수 있는 치료 후보물질을 찾아야 하는데 관련 단백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맞춤형 단백질 변형기술을 이용하면 백혈병 유발 단백질을 손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어 치료제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단백질 변형으로 일어나는 각종 질병의 직접적 원인을 밝힐 수 있어 원하는 부위에만 약이 작용하도록 하는 정밀의학 실현뿐만 아니라 신약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대구 실종 초등생 사망 원인 ‘미상’, 백골된 누나 사인도 몰라

    지난 28일 낙동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류정민(11·초등학교 4학년)군 시신 부검했으나 사인을 밝힐 수 없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대구과학수사연구소에 류군 시신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사인을 알 수 없고 외력에 의한 외상은 없는 것으로 1차 소견이 나왔다고 29일 밝혔다. 부검의는 1차 소견에서 부패 등으로 강물이 몸 안에 들어간 상태여서 부검만으로는 익사 소견을 내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신이 류군이 맞는지 유전자 검사도 의뢰했다. 지난 15일 오후 5시쯤 어머니 조모(52)씨와 함께 수성구 범물동 집을 나선 뒤 사라진 류군은 실종 13일 만인 28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낙동강 사문진교 하류 2㎞ 지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21일 류군 집 베란다 붙박이장에서 이불과 비닐에 싸인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누나(26)의 정확한 신원과 사인을 밝히기 위해 유전자 검사와 약독물 검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 20일 경북 고령군 성산면 고령대교 부근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류군 어머니는 별다른 외상이 없고 물에 빠져 숨진 점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엄마가 아들과 함께 강물에 뛰어 내렸을 가능성이 크지만, 류군 누나 사인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생물학적 부모가 셋인 아기 첫 출생… 논란 격화

    생물학적 부모가 셋인 아기 첫 출생… 논란 격화

    “혁명적 성과” vs “존엄성 훼손” 생물학적으로 어머니가 2명이고 아버지가 1명인 ‘세 부모 아기’가 지난 4월 최초로 태어난 사실이 공개됐다. 의학계는 혁명적 성과로 평가하지만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 미국 뉴욕의 ‘새희망출산센터’(NHFC) 의료진은 5개월 전 엄마의 난자에서 채취한 세포핵을 다른 여성의 건강한 난자에 이식하는 체외 수정 방식으로 남자 아기 아브라힘 하산을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전문매체 뉴사이언티스트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산모와 아기는 현재까지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르단 출신인 아기의 아버지 마흐모드 하산과 어머니 이브티삼 샤반은 그동안 두 아이를 낳았지만 둘 다 생후 8개월, 6세 때 사망했다. 이는 샤반의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유전성 신경대사장애 ‘리 증후군’ 때문이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핵 바깥에 있는 부분으로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며 세포핵과는 별도로 독자적 DNA를 지니고 있다. 리 증후군은 아기에게 뇌손상, 근육위축, 심장질환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이 부부의 도움 요청을 받은 NHFC 의료진은 미토콘드리아 DNA에 결함이 있는 샤반(어머니)의 난자에서 세포핵만 빼냈다. 이어 정상 여성에게서 기증받은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 샤반의 세포핵을 이 난자에 주입해 건강한 난자를 만들어냈다. 이 새 난자를 아버지 하산의 정자와 수정시킨 뒤 샤반의 자궁에 착상시켜 아기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의료진이 아기의 리 증후군 발생 가능성을 살핀 결과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1% 미만으로 나타나 사실상 건강하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했다. 미국은 안전성과 윤리적 논란 때문에 유전자 결합 시술을 승인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시술은 멕시코에서 이뤄졌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기능만 하기 때문에 외모나 성격 등 인간의 특징을 지정하는 유전정보는 모두 세포핵 DNA에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세 부모 아기의 모든 유전형질 가운데 0.1%만 난자 기증자를 닮고, 나머지 유전형질은 원래 부모에게 물려받는다. 이번 시술 성공으로 유전병의 공포에서 해방시킬 것이라는 찬성론과 유전자 조작을 통한 ‘맞춤형 아기’가 윤리적으로 타당한 것인가 하는 반대론이 대립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세 부모 체외 수정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출산을 주도한 NHFC의 존 장 박사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윤리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면 일각의 우려를 반박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세 부모에게서 유전자 받은 세계 첫 아이 탄생

    세 부모에게서 유전자 받은 세계 첫 아이 탄생

    엄마, 아빠, 난자제공자 등 세 명의 유전자를 결합한 아이가 세계 최초로 태어났다. 5개월 전 태어난 아브라힘 하산이라는 이름의 남자 아기는 어머니의 유전자 변이를 물려받지 않기 위해서 엄마의 난자에서 빼낸 핵을 다른 이의 난자에 주입한 후 아빠의 정자와 수정시키는 방식으로 태어났다. 사진은 시술을 주도한 미국 새희망출산센터 존 장 박사가 아기를 들고 있는 모습. 2016.9.28 [뉴스사이언티스트 캡처]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 부모에게서 유전자 받은 아이 세계 첫 탄생

    엄마, 아빠, 그리고 난자제공자 등 세 명의 유전자를 결합한 아이가 세계 최초로 태어났다고 미국 언론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연구진은 생물학적 부모 셋을 둔 사내아이의 탄생과 관련한 간추린 요약본을 이날 의학저널 ‘임신과 불임’ 온라인판에 먼저 공개하고 다음달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미국생식의학학회 학술회의에서 더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브라힘 하산이라는 이름의 남자 아기는 요르단 출신 부모 마흐모드 하산과 이브티삼 샤반 사이에서 5개월 미국 ‘새희망출산센터’ 의료진의 시술에 의해 출생했다. 세 부모의 유전자를 결합한 체외 수정 방식은 기술적 문제와 윤리 논란 때문에 미국에서는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시술은 멕시코에서 이루어졌다. 영국은 2015년 세계에서 최초로 세 부모 체외 수정을 허용했다. 아이의 친모인 샤반은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서서히 악화하는 흔치 않은 유전성 신경대사장애인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을 자녀에게 유전시키는 유전자 변이를 지니고 있었다. 샤반은 건강했지만 태어난 두 아이가 리 증후군으로 각각 생후 8개월, 6세 때 숨지자 건강한 아이의 출산을 위해 ‘새희망출산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샤반은 어머니에게서만 자녀에게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DNA) 변이를 지니고 있었고 자녀들이 리 증후군에 걸린 것은 이 유전자 변이를 물려받은 때문이었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DNA 결함을 지닌 샤반의 난자에서 핵만 빼내 정상 미토콘드리아를 지닌 난자공여자의 핵을 제거한 난자에 주입하고 나서 정자와 수정시켰다. 이 수정란을 친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태어난 아기가 하산이다. 이 아기는 결국 친엄마, 아빠, 난자제공자 등 3명의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았지만, 리 증후군을 일으키는 친엄마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변이는 물려받지 않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연구진이 아브라힘 하산의 리 증후군 발생 가능성을 살핀 결과,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1% 미만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미토콘드리아 DNA변이로 발생하는 질병을 말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핵 바깥에 있는 부분으로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역할을 수행하며 세포핵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DNA를 지니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에 들어 있는 유전자는 전체 유전자의 0.1%에 불과하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기능뿐이며 외모나 성격 등 인간의 특징을 지정하는 유전정보는 모두 세포핵 DNA에 모두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 DNA변이는 근이영양증, 간질, 심장병, 정신지체, 치매, 파킨슨병, 헌팅턴병, 비만, 당뇨병, 암 등 150개 질환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희망출산센터’의 존 장 박사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윤리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며 이런 방식의 시술에 쏠린 일각의 우려를 반박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수십 년간 아이의 건강을 계속 점검해야 새 시술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미토콘드리아 DNA 결함에 따른 유전병을 막기 위한 두 번째 시술 방법은 이미 수정된 단세포 배아에서 미토콘드리아 결함이 있는 난자의 핵만 정자와 함께 빼내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인 다른 여성의 핵을 제거한 난자에 주입하는 것이다. ‘세 부모 아기’ 시술을 두고 아이들을 유전병의 공포에서 해방시킬 것이라는 찬성론과 유전자 조작에 따른 ‘맞춤 아기’ 탄생으로 인류의 윤리가 더욱 말살될 것이라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첫 ‘CSI 학과’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일반대학원 과정의 과학수사학과(Department of Forensics)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생긴다. 2006년 경찰이 과학수사 기법을 도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과학수사가 범죄 수법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7일 노명선 성균관대 로스쿨 과학수사학과장은 “내년 3월 로스쿨 안에 과학수사학과를 만들 것”이라며 “다음달에 학생 선발 공고를 내고 석사 20명, 박사 10명 등 총 30명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학과 신설과 별도로 ‘과학수사감정연구센터’를 설립해 과학수사 도구 개발, 과학수사 기법 개발 등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국내에 대학원 과정의 과학수사 관련 학과는 순천향대, 충남대, 경북대 등이 두고 있다. 그러나 모두 특수대학원 과정으로, 일반대학원에서 과학수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성균관대는 전했다. 경찰이 추진 중인 공인탐정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 교수는 “국내 과학수사는 범죄 수법의 진화 속도와 비교해 장비와 인력이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며 “대검찰청, 경찰 등 여러 국가기관이 과학수사를 하고 있지만 정보 공유가 전혀 안 되고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각기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과학수사 학문이 법의학에 치우쳤다면, 신설될 과학수사학 과정에선 법안전(화재, 독극물 감식), 컴퓨터 포렌식 등을 종합적으로 가르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수사학과에는 모바일상의 증거를 채집하고 분석하는 ‘모바일 포렌식’, 인간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범인을 추적하는 ‘법 DNA’, ‘약독물학’, ‘마약물분석학’, ‘음향음성학’, ‘필적과 문양분석학’ 등의 과목이 개설된다. 학과 개설 업무를 감독하는 이홍석 교수는 “법률을 배경으로 통합적인 시각을 갖춘 전인적 인재를 길러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비슷해 보이는 기린, 알고 보면 4개 종 ‘딴집살림’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비슷해 보이는 기린, 알고 보면 4개 종 ‘딴집살림’

    어린아이들은 유독 동물원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림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동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일까요.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된 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을 뿐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자 중 한 명 정도는 이런 연구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아이들이 어린지라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자주 찾습니다. 동물원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동물은 다름 아닌 홍학과 육상동물 중 목이 가장 긴 기린입니다. 동물학자가 아닌 이상 외형만 보고 동물의 종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특히 기린은 학자들도 지금까지 하나의 단일종으로 구성된 동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미비아 기린보호협회와 독일 생물다양성 및 기후연구센터, 드레스덴 동물박물관, 괴테대 생태학연구소, 미국 야생동물보호협회 공동 연구진은 기린이 네 가지 종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기린 190마리의 피부에서 채취한 세포핵 DNA와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별개의 종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네 가지 독특한 유전자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야생에서 상호 교배하지 않는 4개의 집단이 존재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현재 기린은 ‘지라파 카멜로파르달리스’(Giraffa camelopardalis)라는 하나의 학명으로 불립니다. 이번 연구 결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보츠와나에서 발견되는 남부기린 ▲탄자니아, 케냐, 잠비아에서 발견되는 마사이기린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남부에서 발견되는 망상기린 ▲아프리카 중부와 동부에 흩어져 사는 북부기린으로 구분하게 됐습니다. 또 북부기린의 아종으로 에티오피아와 남수단에서 주로 발견되는 누비아기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답니다. 연구를 이끈 악셀 얀케 괴테대 교수는 “기린은 이동성이 높고 넓은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기 때문에 야생에서 상호 교배할 기회가 많았을 텐데 지금까지 4개 종으로 구분돼 살아왔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얀케 교수는 강이나 다른 물리적 장벽 때문에 개체군들이 충분히 오랫동안 격리돼 있었던 덕분에 새로운 종이 생겨났고 종간 교배가 이뤄지지 않는 방향으로 유전자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북부기린과 망상기린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두 종을 모두 합쳐 봐야 현재 1만 마리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전체 기린 개체수를 보더라도 1990년대까지만 해도 14만 마리가 넘었는데 올 초 기준으로 8만 마리로 6만 마리가 사라졌습니다. 주요 원인은 땔감이나 가구용 원목으로 사라지는 나무들 때문에 서식지가 줄어들고 가죽과 털, 고기를 얻으려는 사람들의 남획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기린은 ‘관심필요’ 대상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부 과학자는 이번 연구가 기린 보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4개의 종으로 나뉘어 있지만 언제 다시 DNA가 섞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특정 종만 집중적으로 보호한다면 상호 교배를 통해 태어나는 잡종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 때문이지요. 이런 것만 봐도 자연 보존이라는 게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본 기린은 4개의 종 중 어디에 포함된 것일까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edmondy@seoul.co.kr
  • “아빠를 주문하세요”…英정자은행, 획기적 앱 내놓아

    “아빠를 주문하세요”…英정자은행, 획기적 앱 내놓아

    영국 런던의 한 정자은행이 여성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독특한 마케팅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약 1만 명의 정자 샘플을 보관 중인 이 런던정자은행은 최근 ‘Order a daddy’(아빠를 주문하세요)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이 앱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정자를 주문하고 배달 받을 수 있으며, 마치 스마트폰으로 옷을 주문하는 것만큼이나 이용방법이 쉽고 간단하다는 것이 정자은행 측의 설명이다. 영국 내에서 이러한 마케팅 방식을 현실화 한 것은 이 정자은행이 최초이며, 온라인 데이팅앱과 마찬가지로 정자 기증자의 교육수준이나 직업, 개인적 특성 등 원하는 사항을 선택한 뒤 이에 해당하는 남성의 정자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반드시 앱을 통해 금액을 결제해야 하며, 주문과 결제가 완료되면 사용자가 선택한 인공수정 가능 병원으로 정자가 배송된다. 이용자가 한 번에 2개 이상의 정자 샘플을 주문하면 30%의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이 앱을 통해 결제할 경우 정자 샘플의 가격은 950파운드(한화 약 137만원)이며 여기에 운송비 150파운드(약 22만원)가 추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정자은행의 카말 아후자 박사는 선데이타임즈와 한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보안 등의 이유로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정자를 고르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최적의 서비스”라면서 “갈색 눈동자, 검은색 머리 등 원하는 유전자를 쉽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자은행의 설명이지만, 서비스 자체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비난도 있다. 정자은행을 반대한다는 한 현지 남성은 “이러한 정자은행에 정자를 기증하는 남성들은 ‘디지털 아빠들’에 불과하다”면서 “부성(fatherhood)을 폄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유독 가을 타는 이유…외로움의 차이는 유전자 탓(연구)

    유독 가을 타는 이유…외로움의 차이는 유전자 탓(연구)

    가족과 친구가 곁에 있어도 매일 외로운 당신, 유전자 때문이다? 최근 해외 연구진이 일명 ‘외로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있으며, 이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유전적으로 우울감과 외로움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쉽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주변 환경이 우리의 기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존재이긴 하나, 같은 상황에서도 우울감과 고독감이 유독 증폭되는 사람이 있으며 이는 특정 유전자의 역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런 사람들은 고독감과 우울감을 느끼면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것이 결국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특정 유전자로 인해 우울감과 고독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은 일반 비만환자보다 조기 사망할 위험도 높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50세 이상 성인 1만 명의 유전자 정보 및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에 포함된 성인 1만 명은 고독감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당신은 얼마나 자주 스스로 사교성이 부족하다고 느낍니까? ▲당신은 얼마나 자주 소외감을 느낍니까? ▲당신은 얼마나 자주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됐다고 느낍니까? 등의 질문을 받았다.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종합한 결과, 전체의 27%가 심각한 고독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들에게서는 같은 유전적 소인(어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 나타났다. 즉 외로움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비슷한 유전적 형질을 가졌다는 것. 연구진은 외로움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의 ‘정체’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유전자가 외로움 혹은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신경정신약리학(Neuropsychopharmac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세계최장신 10대 키 233㎝…지금도 성장중

    세계최장신 10대 키 233㎝…지금도 성장중

    브록 브라운은 세계에서 가장 큰 10대다. 현재 19세로 키가 무려 233㎝다. 매년 15㎝씩 자라며 아직도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채 계속 크고 있다. 이 추세로 가면 세계최장신인 술탄 코센(248㎝)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 문제다. 23일(현지시간) NZ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브록은 5세 때부터 흔히 '거인증' 혹은 '말단비대증'이라고 일컫는 유전자장애질환을 앓기 시작했다. 그의 엄마 다르시는 브록이 10대를 넘기기 어렵다는 얘기를 병원으로부터 들어야 했다. 다르시는 "유전자 장애로 인해 지속되는 성장을 멈출 방법이 없다고 들었고, 언제 멈출 수 있을 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마의 조마조마한 마음과 달리 브록은 건강하게 10대 생활을 이어왔다. 유치원에 다닐 때 키가 이미 157㎝에 달했고, 중학교에 갈 때는 182㎝,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할 때는 213㎝에 이를 정도가 됐다. 1만 5000명 중 한 명 나올 정도의 희귀 질환이었지만, 브록은 건강하게 무럭무럭 '성장'했다. 이제 그의 건강상태를 살펴본 의사들은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 수명을 가지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진단을 내리게 됐다. 물론 브록이 앞으로 살아가며 해결해야할 과제들은 여전히 많다. 일단 건강 측면에서 브록은 척추만곡증, 협착증, 심장질환 등으로 여전히 힘겨워하고 있다. 또 태어날 때부터 콩팥이 하나 밖에 없어 고통을 완화하기 어렵다는 문제까지 겹쳐 있기도 하다. 엄마 다르시 역시 그를 돌보느라 허리통증이 심각하다. 재정적인 문제도 크다. 브록이 앉을 특수제작 의자만 해도 무려 1285달러(약 140만원)이며, 옷, 양말 등속을 사기 위해서도 꽤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고 그마저도 쑥쑥 자라는 성장폭을 따라가지 못한다. 지역사회에서 브록을 위해 1만2500달러(약 1400만원) 정도의 기금을 모급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경제적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하지만 브록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그는 "의사 선생님들이 몸의 고통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스포츠용품점 같은 곳에서 일하며 나만의 직업을 갖고 열심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신비로운 ‘육감’의 비밀…과학이 입증했다(연구)

    신비로운 ‘육감’의 비밀…과학이 입증했다(연구)

    손연재나 양학선과 같은 선수들의 연기를 보고 어떻게 불가능해 보이는 그런 동작을 해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과학자들 역시 지금까지 이들의 놀라운 균형 감각과 제어 능력, 그리고 빠른 반응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자들이 사람의 이 같은 능력을 강화하는데 관련된 한 유전자가 있음을 밝혀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이들 선수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육감’(식스센스, 오감 이외의 감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육감은 자신의 근육과 관절이 정확히 어느 위치와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자기 수용적 감각’(proprioception sense)을 말한다. 연구자들은 ‘PIEZO2’라는 이름의 한 유전자가 이 같은 육감에 관여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 유전자는 수년 전 처음 의학전문 학술지를 통해 언급되기 시작한 것으로,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자들이 그 역할을 밝혀낸 것이다. 이제 NIH의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가 어떻게 일부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한 능력을 갖게 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 유전자가 결핍인 여성 환자 2명을 실험군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유래한 것이다. 나이가 각각 9세와 19세인 이들 소녀는 서로 어떤 친인척 관계도 없지만, 이 유전자의 변이로 운동 능력과 균형 감각에 문제가 있으며 일부 촉각도 손실된 상태였다. 두 소녀는 이 유전자의 영향으로 엉덩이와 손가락, 그리고 발 부분에 선천적으로 기형이 있고 척추가 비정상적으로 휘어 있어 걷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불편함에도 모두 시각과 다른 감각들에 크게 의존해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하고 있었다. 물론 운동 선수들 역시 경기 중에 시각과 다른 감각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뇌에서 그런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신체의 조작을 돕고 있는 것이다. NIH 연구자들은 이번 유전자의 쓰임을 연구하기 위해 두 소녀 환자를 실험군으로, 일련의 공간 인식 검사를 시행했다. 우선, 두 소녀의 눈을 가려 시각을 사용할 수 없게 하자 이들은 그나마 조금씩 걷을 수 있던 능력을 상실했다. 즉 이들은 걸을 때 좌우로 비틀거렸던 것. 물론 실험을 진행할 때는 바로 옆에 보조원을 둬 이들이 넘어지는 것을 예방했다. 반면 이 유전자가 있어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참가 환자들은 눈을 가려도 비틀거리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또한 두 소녀 환자는 자신의 방향 감각마저 상실했고 옆에서 소리굽쇠를 울려 나오는 진동을 느끼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뇌 스캔도 함께 진행했는데 뇌 반응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소녀는 일부 사례에서 촉각을 느낄 수 있었지만, 반응은 다른 환자들과 달랐다. 대조군의 모든 환자는 직접 손으로 모피를 만졌을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지만, 실험군의 두 소녀는 한 명은 꺼끌꺼끌하게 느껴져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녀의 뇌 스캔 역시 다른 환자들과 다른 행동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도 두 소녀는 정상적인 신경체계를 지니고 있어 통증과 가려움, 열 등을 느낄 수 있었고 이때 뇌 기능 역시 정상이었다. 이는 하나의 작은 유전자 변이가 육감에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NIH 산하 국립신경장애및뇌졸중연구소(NINDS)의 선임 연구자인 카르스텐 G. 뵈네만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일상에서 이 유전자와 이로 인해 제어되는 육감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면서 “이 결과는 이 유전자가 촉각과 자기 수용적 감각의 유전자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감각의 역할을 이해하면 다양한 신경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최신호(21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인류의 기억 디지털에 맡겨도 되나

    인류의 기억 디지털에 맡겨도 되나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애비 스미스 럼지 지음/곽성혜 옮김/유노북스/348쪽/1만 5500원 인류의 정보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인플레이션’되고 있다. 전 세계 웹 데이터는 2012년 27억 테라바이트(TB·1TB=1024GB)에서 지난해 80억TB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반면 기억의 유통기한, 즉 ‘데이터 수명’은 찰나적이다. 인터넷이 전 세계로 확산되던 1997년 당시 웹 페이지가 존재한 시간은 평균 44일이었다.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 시간은 불과 100일에 그친다. 현 인류의 속도감 있는 디지털 기억들은 사유를 위한 최소한의 ‘마찰 저항’조차 없이 우리의 기억을 기계화된 입력과 출력의 문제로 환원시킬 뿐이다. 신간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는 급속히 증가하는 인류의 기억을 디지털에 위탁해도 되는지를 묻는다. 저자는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부터 수메르인 필경사들이 창조해 낸 설형문자와 중세 인쇄술의 발명이 불러온 문자혁명 그리고 2010년 미국 의회도서관이 트윗을 보관하기로 한 결정까지 주요 역사적 지점마다 기억과 지식을 다뤄 온 인류의 방식을 ‘외주화’로 정의한다. 중세 이후 서구 사회는 지식 보급의 대전환이 일어났다. 값싼 목재 펄프 종이에 책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기술이 개발됐고 사진 촬영과 음향 녹음 기술은 인류로 하여금 훨씬 빠르게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같이 지식과 정보를 저장하고 보존하는 기능은 인간의 두뇌가 아닌 별도의 장치에 외주화되면서 첨단화·고도화되어 왔다. 디지털 세례로 인해 인류는 컴퓨터와 구동 프로그램(OS), 파일, 심지어 전기까지 없게 되면 모든 일상이 마비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인류가 축적해 온 기억은 인간의 유전자(DNA)에는 내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일찍이 문자의 발명을 탐탁잖게 생각했다. 그는 파피루스 두루마리에 인간의 생각과 경험을 쓰는 행위를 지식과 기억의 외주화로 여겼고, 인간은 지혜를 잃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물론 소크라테스의 경고는 틀린 예측에 그쳤다. 인류는 그리스 로마 시대 이래 탁월한 문화적 성취를 문자로 기록했지만 지혜를 잃지는 않았다. 기억의 외주화는 인류의 원초적 욕망과 연관돼 있다. 4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남긴 벽화들도 따지고 보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전하고 싶은 기억을 이미지로 남겨 놓은 흔적이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의 이미지들을 “존재를 증언하고 싶은 욕망, 시공간이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은 인류의 욕망”으로 묘사한다. 이 같은 욕망에 불을 지른 첫 기억 혁명이 바로 문자의 발명이다. 문자는 기록 문화를 만들어 냈으며, 지식을 조직화했고, 근대의 유물론은 과학 기술 혁신의 분기점이 됐다. 이 책의 부제인 ‘디지털 기억은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안다. 개인정보 침해와 우발적 삭제와 해킹, USB와 외장하드 같은 저장 기술의 취약점 등 역설적으로 디지털 시대 들어 인류의 기억이 더 큰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말이다. 특히 저자는 “개인적 기억과 정체성을 컴퓨터에 더 많이 위탁할수록 우리는 자율성을 잃는 데 대한 두려움인 ‘데이터 소외’가 더욱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기억을 유일하게 읽어내는 존재는 이제 디지털 기계뿐이며 ‘구글이 무엇을 아는지 알기 위해 항상 접속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오늘날의 금언처럼, 인류의 통제력을 기계에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대안이 있을까. 저자는 인류의 집단적 기억을 저장·보존하고 개방하는 주체로 공공성을 제시한다. 구글 같은 사기업들이 이윤 추구 이상의 인류적 가치를 실행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대신 세계 각지의 공공 도서관과 기록 보관소, 박물관, 인터넷 아카이브 등 공공 및 비영리 기관들을 통해 인류의 기억을 보존하자고 외친다. 그는 “지식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결정하는 일은 공익사업이 돼야 한다”며 “구글 같은 회사가 지식을 조작하게 내버려둔다면 인류는 집단 기억상실증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알쏭달쏭+] 고양이는 어떻게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알쏭달쏭+] 고양이는 어떻게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개와 더불어 인간에게 가장 사랑받는 반려동물인 고양이는 어떻게 전세계로 퍼져 인류의 마음을 '정복'할 수 있었을까? 최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자크 모너 연구소가 고양이의 '전세계 정복 과정'을 밝힌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유명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했다. 아직도 가축화가 끝나지 않은 고양이는 그 성격만큼이나 아직도 비밀이 많은 알쏭달쏭한 동물이다. 대표적으로 야생성이 강한 고양이의 가축화 시기를 놓고도 다양한 이론들이 제기될 정도. 현재까지 학계에서 받아들이는 주류 연구결과는 약 4000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이 고양이를 길들여 전세계로 수출했다는 것이다. 이번 프랑스 연구팀은 고양이가 전세계로 퍼져나간 기원을 밝히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시도했다. 그 방법은 이렇다. 연구팀은 전세계 각지에서 발굴된 1만 5000년 전 부터 18세기에 이르는 208마리의 고양이에게서 미토콘드리아 DNA 샘플을 수집해 분석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죽은 세포나 미량의 시료에서도 추출이 가능하며 모계로만 유전돼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다. 그 결과 고양이가 전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것은 2단계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중동지역의 야생 고양이가 퍼져나가 지중해 동부 지역 농가에 자리를 잡았다. 쥐를 잡는데 능숙한 고양이와 식량을 지키기 원하는 인류의 이해가 서로 일치한 것. 이는 곧 고양이 가축화의 시작으로 개의 가축화 과정과도 비슷하다. 두 번 째 단계는 수천 년 후로 이집트산 고양이의 이동이다. 기원전 4세기~서기 4세기의 이집트 고양이 미토콘드리아 DNA는 서기 7~10세기 독일 바이킹 지역에서 발굴된 고양이에서도 확인됐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진 곳까지 고양이가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류의 항해 덕으로 풀이된다. 연구를 이끈 진화유전학자 에바-마리아 게이글 박사는 "배 안의 식량을 지키기 위해 고양이가 타기 시작했고 이후 고양이는 유라시아, 아프리카 등지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 많은 샘플과 핵 DNA 추출 등 추가적인 연구가 있어야 정확한 고양이의 기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5300년 전 죽은 ‘아이스맨’ 생전 ‘목소리’ 복원하다

    5300년 전 죽은 ‘아이스맨’ 생전 ‘목소리’ 복원하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5년 전인 알프스 빙하지대에서 온몸이 꽁꽁 언 채 죽은 사체가 발견됐다. 당시 이탈리아 경찰까지 나서 수사에 나섰으나 범인은 찾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5300여 년 전인 석기시대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 미라의 이름은 외치(Ötzi)로 '아이스맨'으로 더 유명하다. 최근 이탈리아 볼자노에 위치한 산 마우리치오 병원 연구팀이 외치의 음성을 디지털 복원해 관심을 끌고있다. 외치 발견 25주년을 맞아 지난 2월부터 외치 목소리 복원에 나선 연구팀은 성대와 성도(聲道·성대에서 입술 또는 콧구멍에 이르는 통로)의 길이와 구조를 바탕으로 그가 낼 수 있는 근사치의 모음을 구현해냈다. 공개된 음성은 '아에이오우'의 모음으로, 외치는 마치 골초가 말하는 듯 걸걸한 남자 목소리를 낸다. 연구를 이끈 롤란도 푸스토스 박사는 "소프트웨어로 외치의 목소리를 시뮬레이션하고 발성기를 사용해 음성을 만들었다"면서 "이번 성과는 보다 상세한 연구를 위한 시작점"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흥미와 관심을 얻은 외치는 150cm 키에 40대 후반의 남자로 왼쪽 어깨 부근에 화살을 맞고 피를 많이 흘려 죽은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지난 2013년 미라 및 아이스맨 연구소(EURAC)측은 외치의 뇌 조직에서 추출된 단백질과 혈액 세포를 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외치가 죽기 직전 머리에 타박상을 입어 사망했다는 결론를 내렸다. 특히나 외치는 학자들에게 '과거'를 볼 수 있는 큰 연구자료가 됐다. 뼈와 피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선사시대 인류에 대한 연구 뿐 아니라 유전자 구조, 식생활, 병 등 당시의 모든 정보를 담고있는 타임캡슐과 같았기 때문. 또한 입고있는 의복과 활 등 무기도 함께 발견돼 당시의 문화적인 수준까지 알려주는 자료가 됐다. ‘유럽 최초의 피살자’라는 별칭을 가진 외치는 유럽에서는 ‘아이스맨 저주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는 외치를 처음 발견한 등산가 헬무트 시몬이 2004년 등반 도중 사망하고 이후 발굴과 연구에 참여했던 6명이 사고나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신비로운 ‘육감’…식스센스는 진짜 존재(연구)

    신비로운 ‘육감’…식스센스는 진짜 존재(연구)

    손연재나 양학선과 같은 선수들의 연기를 보고 어떻게 불가능해 보이는 그런 동작을 해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과학자들 역시 지금까지 이들의 놀라운 균형 감각과 제어 능력, 그리고 빠른 반응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자들이 사람의 이 같은 능력을 강화하는데 관련된 한 유전자가 있음을 밝혀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이들 선수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육감’(식스센스, 오감 이외의 감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육감은 자신의 근육과 관절이 정확히 어느 위치와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자기 수용적 감각’(proprioception sense)을 말한다. 연구자들은 ‘PIEZO2’라는 이름의 한 유전자가 이 같은 육감에 관여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 유전자는 수년 전 처음 의학전문 학술지를 통해 언급되기 시작한 것으로,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자들이 그 역할을 밝혀낸 것이다. 이제 NIH의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가 어떻게 일부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한 능력을 갖게 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 유전자가 결핍인 여성 환자 2명을 실험군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유래한 것이다. 나이가 각각 9세와 19세인 이들 소녀는 서로 어떤 친인척 관계도 없지만, 이 유전자의 변이로 운동 능력과 균형 감각에 문제가 있으며 일부 촉각도 손실된 상태였다. 두 소녀는 이 유전자의 영향으로 엉덩이와 손가락, 그리고 발 부분에 선천적으로 기형이 있고 척추가 비정상적으로 휘어 있어 걷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불편함에도 모두 시각과 다른 감각들에 크게 의존해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하고 있었다. 물론 운동 선수들 역시 경기 중에 시각과 다른 감각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뇌에서 그런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신체의 조작을 돕고 있는 것이다. NIH 연구자들은 이번 유전자의 쓰임을 연구하기 위해 두 소녀 환자를 실험군으로, 일련의 공간 인식 검사를 시행했다. 우선, 두 소녀의 눈을 가려 시각을 사용할 수 없게 하자 이들은 그나마 조금씩 걷을 수 있던 능력을 상실했다. 즉 이들은 걸을 때 좌우로 비틀거렸던 것. 물론 실험을 진행할 때는 바로 옆에 보조원을 둬 이들이 넘어지는 것을 예방했다. 반면 이 유전자가 있어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참가 환자들은 눈을 가려도 비틀거리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또한 두 소녀 환자는 자신의 방향 감각마저 상실했고 옆에서 소리굽쇠를 울려 나오는 진동을 느끼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뇌 스캔도 함께 진행했는데 뇌 반응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소녀는 일부 사례에서 촉각을 느낄 수 있었지만, 반응은 다른 환자들과 달랐다. 대조군의 모든 환자는 직접 손으로 모피를 만졌을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지만, 실험군의 두 소녀는 한 명은 꺼끌꺼끌하게 느껴져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녀의 뇌 스캔 역시 다른 환자들과 다른 행동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도 두 소녀는 정상적인 신경체계를 지니고 있어 통증과 가려움, 열 등을 느낄 수 있었고 이때 뇌 기능 역시 정상이었다. 이는 하나의 작은 유전자 변이가 육감에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NIH 산하 국립신경장애및뇌졸중연구소(NINDS)의 선임 연구자인 카르스텐 G. 뵈네만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일상에서 이 유전자와 이로 인해 제어되는 육감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면서 “이 결과는 이 유전자가 촉각과 자기 수용적 감각의 유전자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감각의 역할을 이해하면 다양한 신경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최신호(21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양쯔강 생태계 비상 中 홍수로 외래종 철갑상어 방류

    양쯔강 생태계 비상 中 홍수로 외래종 철갑상어 방류

    중국에서 양식장에 기르던 1만t의 외래종 철갑상어가 홍수로 방류됐다. 이에 양쯔강(揚子江)에 살던 멸종위기 1급 보호종 중국 철갑상어가 위기에 처했다. 22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7월 대규모 홍수로 후베이(湖北)성 양쯔강 지류인 칭장(淸江) 댐에서 물이 방류되면서 양식장에 있던 시베리아 철갑상어와 칼루가 철갑상어가 대량으로 양쯔강으로 퍼졌다. 양쯔강 어업관리국이 부랴부랴 직원들을 동원해 수거 작업에 나섰지만 외래 철갑상어는 이미 양쯔강 중류와 하류까지 퍼져 나간 상태다. 양쯔강 어업관리국은 이들 외래 철갑상어가 양쯔강 지류인 후난(湖南)성 둥팅후(洞庭湖)와 장시(江西)성 포양후까지 퍼졌을 것이라며 “양쯔강에 외래 철갑상어 천지다”고 한탄했다. 양쯔강 어업연구소의 웨이치웨이 연구원은 이번 외래 철갑상어의 대탈출이 양쯔강 생태계를 뒤흔드는 대재앙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들 외래 철갑상어는 원래 양쯔강에 살던 어종이 아니다”면서 “이 철갑상어들이 양쯔강 토종 어종들과 먹이와 영역 다툼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들 철갑상어는 매우 크고 힘이 세서 양쯔강의 토종 생물을 무작위로 잡아먹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보호하는 중국 철갑상어와 만나 교미 등을 통해 섞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웨이 연구원은 양쯔강의 중국 철갑상어가 외래 철갑상어와 만나 유전자가 섞이면 멸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유없이 가을 타는 당신, 유전자 때문(연구)

    이유없이 가을 타는 당신, 유전자 때문(연구)

    가족과 친구가 곁에 있어도 매일 외로운 당신, 유전자 때문이다? 최근 해외 연구진이 일명 ‘외로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있으며, 이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유전적으로 우울감과 외로움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쉽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주변 환경이 우리의 기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존재이긴 하나, 같은 상황에서도 우울감과 고독감이 유독 증폭되는 사람이 있으며 이는 특정 유전자의 역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런 사람들은 고독감과 우울감을 느끼면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것이 결국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특정 유전자로 인해 우울감과 고독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은 일반 비만환자보다 조기 사망할 위험도 높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50세 이상 성인 1만 명의 유전자 정보 및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에 포함된 성인 1만 명은 고독감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당신은 얼마나 자주 스스로 사교성이 부족하다고 느낍니까? ▲당신은 얼마나 자주 소외감을 느낍니까? ▲당신은 얼마나 자주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됐다고 느낍니까? 등의 질문을 받았다.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종합한 결과, 전체의 27%가 심각한 고독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들에게서는 같은 유전적 소인(어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 나타났다. 즉 외로움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비슷한 유전적 형질을 가졌다는 것. 연구진은 외로움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의 ‘정체’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유전자가 외로움 혹은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신경정신약리학(Neuropsychopharmac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인터스텔라’ 자문 킵 손 노벨물리학상?

    ‘인터스텔라’ 자문 킵 손 노벨물리학상?

    영화 ‘인터스텔라’의 총괄 과학자문을 했던 킵 손미국 칼텍 물리학과 명예교수가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 유력후보로 꼽혔다. 킵 손 교수와 로널드 드레버 칼텍 명예교수와 레이너 와이스 MIT 명예교수는 중력파 검출을 가능케 한 라이고(LIGO·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지난해 말 ‘금세기 최고의 발견’을 이끌어 냈다. 톰슨 로이터는 이들을 포함한 전 세계 과학자, 경제학자 등 24명을 노벨상 부문별 후보로 선정해 21일 발표했다. 톰슨 로이터는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의 논문검색프로그램에서 확보한 인용건수를 바탕으로 노벨상 수상 후보를 추려 공개하고 있다. 다른 연구자들에게 많이 인용될수록 노벨상을 탈 확률이 높다고 예측하는 알고리즘이다.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39명이 실제로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물리학 분야에선 고체물리학 분야의 마빈 코언 UC버클리 교수, 카오스 시스템 제어 이론을 연구한 셀소 그레보기 영국 애버딘대 교수와 에드워드 오트, 제임스 요크 메릴랜드대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생리의학상 후보로는 면역반응 조절의 비밀을 규명한 제임스 앨리슨 텍사스대 교수, 제프리 블루스톤 UC샌프란시스코 의대교수, 크레이그 톰슨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사장을 포함해 9명이 명단에 올랐다. 화학 분야에선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캐스9’을 활용해 유전자 편집기술을 연구한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와 장펑 MIT 의공학과 교수, 거대분자 형태의 약물을 개발해 암치료 분야에 진보를 이룬 마에다 히로시 일본 소조대 교수 등이 거론됐다. 한편 경제학 수상 후보자 3명은 경제변동 및 고용의 결정 요인을 정의하는 등 거시경제학 발전에 이바지한 올리비에 블랑샤르 MIT 교수와 인사경제학을 만들어 발전시킨 에드워드 레이지어 스탠퍼드대 교수, 국제무역학을 선도하는 마크 멜리츠 하버드대 교수다. 이번 후보 명단에는 일본인 3명, 중국인 2명이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노벨상은 다음달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까지 수상자를 발표한다. 문학상 발표 일정은 미정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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