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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마계의 류현진 ‘미스터크로우’ ‘닉스고’를 아시나요

    경마계의 류현진 ‘미스터크로우’ ‘닉스고’를 아시나요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로 야구계에 류현진, 축구계에 손흥민이 있다면 경마계에는 ‘미스터크로우’와 ‘닉스고’가 있다. 한국마사회의 자체 유전자기술 분석 프로그램인 케이닉스(K-Nicks)를 통해 선발된 두 경주마는 다음달 초 ‘경마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브리더스컵에 진출한다. 세계 경마 대회에 우리 자체기술로 선발한 경주마가 2마리나 출전하는 것은 한국 경마 역사상 최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야구선수 류현진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등판해 10승을 하거나 골프선수 박세리가 미국에서 활약한 것 정도로 이번 진출은 경마계에서 성공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미스터크로우와 닉스고가 진출하는 것만 해도 품질이 보장된 것”이라며 “전 세계 경마계에서 ‘한국 말이 어떻게 나갔냐’고 할 정도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사회가 2015년 개발한 케이닉스는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잠재력을 지닌 우수한 경주마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브리더스컵은 성별, 연령별, 거리별, 주로별로 각국의 최고 경주마를 한데 모아 겨루는 세계적 규모의 경마 대회로 다음달 미국 켄터키주 처칠다운스 경마장에서 열린다. 브리더스컵 출전은 국내 말 산업 및 국가경제 발전 측면에서 의미가 높다는 게 마사회 측 설명이다. 브리더스컵에서 우승한 말은 씨수말(씨를 받기 위하여 기르는 수말)로서 몸값이 200억원까지 올라간다. 김 회장은 “만약 마사회 출전마가 우승한다면 국내 우수 자마(암말) 생산에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월드피플+] 입양된 지 72년 만에 친형제와 재회한 할아버지

    [월드피플+] 입양된 지 72년 만에 친형제와 재회한 할아버지

    72년 만에 자신의 핏줄을 처음 만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미국 ABC 소속의 라스베이거스 지역방송 KTNV-TV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70대 남성 테드 하드만은 어린 시절 입양된 지 몇 십 년 간 자신의 생물학적 가족을 찾으려 노력해 왔다. 백발노인이 되고 난 후에도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을 멈추지 않은 그는 유전자 정보 분석 기업인 23앤드미(23andMe)에서 유전자 검사 키트를 구매했다. 이 키트는 침을 2㎖ 정도 뱉은 후 이 안에 포함된 세포 속 DNA를 검사하는 기구다. 이후 이 정보를 23앤드미에 등록한 뒤 혹시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물론, 그의 가족들은 그가 입양됐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실제로 하드만의 형제들은 자신에게 첫째 오빠 또는 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하드만의 동생 중 한 명인 엘렌 크리머가 우연히 23앤드미를 이용해 유전자 검사를 하던 중 자신과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크리머는 또 다른 동생인 다이아나 코르친스키에게 같은 유전자 검사를 받게 했다. 이 과정에서 하드만의 존재를 확인한 코르친스키는 “(나와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는) 하드만의 이름이 컴퓨터에 떴을 때, 나는 너무 놀라 컴퓨터를 꺼버렸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는 그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자랐다”고 당시 기분을 털어놓았다. 하드만과 그의 형제 중 두 여동생은 지난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침내 재회했다. 무려 72년 만에 자신에게 5명의 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드만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동생들이 나와 닮은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네며 이들과 따뜻한 포옹을 주고받았다. 하드만의 친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가 입양된 정확한 이유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하드만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많지만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는 이미 친형제들을 얻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英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의 가상 2세 사진 공개

    英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의 가상 2세 사진 공개

    영국 서섹스 공작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결혼식을 올린 지 약 5개월 만에 임신 소식을 전한 가운데, 2019년 봄에 태어날 두 사람의 2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들의 2세 얼굴을 추정한 가상 이미지를 공개했다. 해리-마클 커플 2세의 큰 눈망울과 뚜렷한 이목구비는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해리와 메건의 사진을 검토한 후 실물 크기 이미지를 만든 조 멀린스는 “딸이라면 갈색 눈동자와 검은색 머리카락, 아들이라면 파란 눈과 갈색 머리를 가질 것”이라고 2세를 예측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멀린스는 “미 워싱턴 DC에서 17년 동안 범죄 과학 수사 관련 일을 해왔다. 주로 실종된 아이들의 연령 경과 모습, 두개골의 신원 확인을 위한 디지털 얼굴 복원 등으로 경찰 일에 합류했다”면서 “두 사람의 피부색, 우세한 유전자, 두드러진 특징과 외관을 감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상 2세 이미지들은 대체로 무섭게 생겼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나는 좀 더 정확하게 나타내고자 그들의 아기가 어떤 모습일지 공개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해리 왕자 부부의 가상 2세 이미지를 접한 사람들은 “해리 왕자의 연한 적갈색 곱슬머리를 닮으면 정말 귀여울 것”이라거나 “딸이 아빠보다 엄마를 더 닮은 것 같다”, “엄마 아빠보다 낫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밖에 “아기가 태어나려면 6개월이라는 시간이 더 남았는데 불필요한 정보 같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이도 있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알고보니 미토콘드리아 이상 때문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알고보니 미토콘드리아 이상 때문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병처럼 퇴행성 신경질환 발병 공통원인이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 때문인 것을 밝혀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위해요소감지BTN연구단,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미국 스탠포드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퇴행성 신경질환이 세포 소기관인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만들어 낸 이상반응 때문이라는 것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최신호에 실렸다. 미토콘드리아는 영양분으로 흡수된 포도당에서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인 ATP를 만들어 내는 ‘세포내 발전소’이다. 또 세포내 칼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상성에 관여함으로써 세포 에너지 대사 활성과 세포 사멸을 조절하기도 한다. 신경세포의 경우 복잡한 신경망 내에서 기능 유지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노화로 인한 미토콘드리아 기능저하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증가하면서 신경세포가 죽고 뇌손상이 촉진되면서 기억력 감퇴, 운동기능 조절 이상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구팀은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를 유발시킨 초파리의 신경세포를 관찰한 결과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의 접촉면이 늘어나 있고 이로 인해 미토콘드리아 내에 과도한 칼슘이 흡수돼 신경세포가 사멸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파킨슨병 원인 유전자로 알려진 PINK1 돌연변이 유발 초파리에게서는 미토콘드리아 내 칼슘 농도가 증가하면서 도파민 신경세포 숫자가 현저하게 감소되고 미토콘드리아 칼슘채널을 억제할 경우 신경세포 사멸이 지연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 역시 칼슘채널을 차단할 경우 증상이 개선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규선 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퇴행성 신경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미토콘드리아의 칼슘 항상성 조절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칼슘 항상성 조절은 퇴행성 신경질환 뿐만 아니라 암, 염증성 질환, 대사질환, 각종 노인성 질환 등 치료제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농진청 ‘새싹보리의 산업화’ 등11건 국가연구 우수 성과 선정

    농진청 ‘새싹보리의 산업화’ 등11건 국가연구 우수 성과 선정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 11건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8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에 선정됐다. 12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생명·해양분야 10건, 순수기초·인프라분야 1건 등 11건이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특히, 국립식량과학원 서우덕 박사의 ‘새싹보리의 기능성 물질 규명 및 산업화’는 생명·해양분야 최우수 성과로 뽑혔다. 농업과학원 유재홍 박사의 김치에서 분리한 효모와 버려지는 잣송이를 활용해 돼지 분뇨 악취를 90% 저감시키는 연구도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품종 개발에 활용 가능한 ‘식물 유전자 교정 기반 기술’은 순수기초·인프라분야 우수성과에 선정됐다. 세계 최초로 IoT를 적용한 식중독균 검출·제어 기술도 관심이 집중되는 연구 결과물이다. 농촌진흥청은 2006년 국가연구개발 우수 성과 선정 사업이 시작된 이후 올해까지 모두 89건(평균7.4건)을 명단에 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농촌진흥청 황규석 연구정책국장은 “앞으로 첨단 기술과 융·복합 과학기술 혁신으로 농업과 농촌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업의 4차 산업화 연구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오진 기록으로 자백받은 檢…‘무죄 증거’는 재판에서 감췄다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오진 기록으로 자백받은 檢…‘무죄 증거’는 재판에서 감췄다

    과음으로 필름이 끊긴(블랙아웃) 사이 평소 알던 B(20대)씨 집에 찾아가 강간한 혐의를 받게 된 A씨(20대). 거짓말 탐지 조사에서 ‘판정 불가’가 나올 만큼 그날 새벽 기억은 사라졌지만, A씨는 만취 상태에서 자신이 B씨를 제압하고 강간했는지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에 송치된 뒤 ‘B씨 검사에서 정액이 발견됐다. 성관계를 해 정액이 발견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고 검사실에서 추궁당하자 A씨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정액 반응이 나왔다면 사실을 인정한다”며 혐의 인정(자백) 답변을 했다. 이 자백에 기초해 검사는 ‘A씨가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수면제에 취한 B씨와) 성관계한 것은 인정했다’며 A씨를 준강간 혐의로 기소했다.재판 시작 뒤 A씨는 ‘B씨 검사에서 정액이 발견됐다’는 검찰 질문의 전제가 허위임을 알게 됐다. 응급실을 방문한 B씨를 처음 진료한 의사는 ‘정액 발견’이라고 기록했지만, 이 의사가 보낸 체액 등을 정밀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씨 검사에서 정액 반응이 없었다’는 내용의 감정서를 다시 수사기관에 보냈다. 첫 진료 의사도 이후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 ‘B씨 진술에 의존한 오진’임을 인정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국과수 감정서가 수사기관에 도착하고 약 반년 뒤 이뤄진 조사에서 검찰은 ‘정액 반응이 있었다’는 오진 기록을 앞세워 피의자를 몰아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공소장과 함께 첫 재판에 검찰이 낸 증거목록엔 ‘정액 없음’이란 최종 진단이 담긴 국과수 감정서가 누락됐다. 검찰은 대신 오진으로 판명된 ‘정액 발견’이란 문진표만 재판에 제출했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검찰이 제출하지 않는, ‘검사의 객관의무’ 위반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검사의 객관의무’를 모르는 검사는 없다. 네이버에서 이 단어를 검색하면 서울남부지검 블로그가 맨 위에 노출되는 게 이를 방증한다.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판에) 제출해야 합니다. 검사는 단순한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할 ‘객관의무’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검찰청법 4조는 검사에게 수사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기소독점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선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란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다. 검찰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재판에 내지 않는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은 “피고인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를 입수하고도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검사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한 2002년 대법원 판결로도 확인된 바 있다. 법원에 사실조회 신청을 내 국과수 ‘정액 없음’ 감정서를 재판에 제출할 수 있었던 과정을 A씨는 순전히 천운’(天運)으로 여기고 있다. 강간 피해자의 체액은 국과수로 보내진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알았고, 검찰에서 정액이 나왔다고 하니 그 정액의 유전자가 자신의 것과 일치하는지 따져 보자는 생각에 첫 회 재판에서 국과수 감정 결과가 있다면 받아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던 도중에도 국과수 감정서 열람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나중에 알려주겠다”거나 “재판 가서 확인하라”며 그의 요구를 묵살했다.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수사관이 “B씨가 병원에 2차례 갔는데, 첫 번째 것은 (정액이 발견됐다고) 나왔고, 두번째는 씻고 가서 (정액이) 안 나왔다”고 고지했다고 A씨는 회상했다. 조사를 직접 담당한 수사관은 이후 검찰 자체 진정사건 조사에서 “두 번째 검사는 ‘국과수 감정서’라거나 ‘감정 결과’라고 A씨에게 정확하게 고지했는지, 처리하는 사건 수가 많다보니 당시 조사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검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관이 보던 경찰 송치 수사기록에 정액 관련 진단기록이 문진 기록과 국과수 감정서 등 2종류가 전부 였던 것을 감안하면 국과수 것이라고 고지했을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반면 A씨는 “검찰 조사 중 정액이 검출 안된 검사가 국과수 감정 결과라고 고지받지 못했고, 만일 수사관이 ‘결과적으로 정액 검출은 없었다’고 했다면 자백 조서를 안 썼을 것”이라면서 “해명 대로라면 수사 중 감출 의도가 없었던 국과수 감정서를 검찰은 왜 기소할 때 재판 증거에서 누락시킨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수사 기관이 접한 정액 관련 진단기록이 2종류 뿐이란 검찰 설명에 대해서도 A씨는 “문진 뒤 이 병원 임상병리실에서 B씨 체액을 기계로 검사한 뒤 ‘정액 없음’이라고 진단한 ‘검사결과 보고서’가 또 있어 총 3종류”라고 반박한 뒤 “임상병리실 보고서도 수사·재판 증거기록 양 쪽 모두에 편철되지 않았다 재판 도중 그 존재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A씨는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선임했던 변호사마저 ‘검찰 말대로 인정하면 집행유예겠지만 혐의를 부인하면 실형이 나올 것’이라고 종용해 혼란스러웠지만, 한편으로 ‘죄를 지었다면 실형 사는 게 맞다’는 각오가 생길 만큼 국과수 감정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나왔다는 정액의 유전자가 내 것인지 확인하려고 했는데 정작 감정서에 ‘정액 없음’이 적혀 있으니, 공평하고 정의롭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검찰이 자신이 밝힐 혐의와 배치된다고 어떻게 증거를 빼고 피의자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면서 “한편으로 검사 마음대로 증거를 넣었다 뺐다, 피의자를 속일 수 있다니 정말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A씨가 새로 선임한 변호인이 첫 재판에서 요청해 국과수 감정서를 입수한 뒤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뒤늦게 국과수 감정서를 증거목록에 첨부했다. 수사·재판 도중 피해자 진술이 번복됐고 국과수 감정서가 뒤늦게 공개된 사정을 감안해 1·2·3심 법원은 전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국과수 회신과 다르게 정액이 발견됐다는 수사기관 말을 그대로 믿고 피고인이 검찰에서 한 자백의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며 검찰 공소를 기각했다. 무죄 판결 뒤 A씨는 검사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로 했다. 객관의무를 저버린 검사를 징계해 달라고 진정도 냈지만, 검찰이 거부해 양측이 맞서고 있다.<표 참조> 검찰은 A씨에게 보낸 진정사건 처분 결과 통지서에서 정액이 발견된 것처럼 추궁한 건 착오 때문이고, A씨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를 재판에 내지 않은 것은 기소재량이 보장된 검사의 합리적 판단에 따른 조치란 취지로 설명했다. 검찰은 또 통지서에서 “검사의 증거 해석 내지 가치판단이 재판을 통해 결과적으로 객관적 사실과 어긋났음이 밝혀졌더라도 이를 이유로 검사를 징계절차에 회부한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며 검사의 과실 및 업무상 위법에 관대한 한국의 사법체계를 과시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다음회에서는 합의가 없으면 경미한 범죄로도 처벌받아 전과를 얻기가 쉬운 형사 사법체계 시스템을 다룹니다.
  • “돈 없으면 재능 있어도 대학 졸업 어렵다”(美 연구)

    “돈 없으면 재능 있어도 대학 졸업 어렵다”(美 연구)

    재능이 있어도 부모의 소득이 낮은 학생은 재능이 없지만 부모의 소득이 높은 학생보다 대학을 졸업할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등 연구진이 유전자 게놈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측정을 통해 저소득층 및 고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재능 유전자가 거의 똑같이 분배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들 사이에 상당한 유전적 차이가 있다는 기존 연구와 상반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교육적 성취와 관련한 유전자가 상위 25% 안에 드는 재능 있는 학생들이 저소득층에서 태어난 경우 성공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능이 있어도 소득이 낮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학생들 중 약 24%만이 대학을 졸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 학생은 소득이 높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재능 유전자가 하위 25%에 드는 재능이 없는 학생들 중 약 27%가 대학을 졸업한 것보다 3% 더 낮은 비율이다. 참고로 재능이 있고 소득이 높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학생들 중에서는 63%가 대학을 졸업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가정 사이에서 학업적 성취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케빈 톰 경제학부 부교수는 “만일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심지어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도 힘든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니콜라스 파파고지 존스홉킨스대 경제학부 조교수는 “재능이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잠재력이 낭비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그들에게는 물론 사회 경제에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최근호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개구리에게서 찾아낸 관절염 치료법

    [달콤한 사이언스] 개구리에게서 찾아낸 관절염 치료법

    관절염은 관절 사이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유발되는 질환으로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뼈와 뼈 사이에 있는 물렁뼈(연골)가 닳으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세포나 조직과는 달리 재생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관절이 손상될 경우 인공관절을 이식하거나 통증을 감소시키는 약을 먹는 등의 방법 밖에 없었다. 국내 연구진이 개구리를 연구해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박태주 교수와 아주대 의대 양시영 교수 공동연구팀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를 이용해 ‘ITGBL1’이라는 유전자가 연골형성에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의학 및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 10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연골을 형성하는 주요 성분은 연골세포가 아니라 세포 밖 물질이다. 적은 양의 연골세포와 세포 밖 물질이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뼈와 같은 조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연골이 만들어지는 것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재생이 매우 어려운 조직으로 알려져있다. 연구팀은 체외수정으로 수정란을 쉽게 얻을 수 있으며 알이 크고 발생과정이 빠를 뿐만 아니라 유전적으로도 사람과 비슷해 생물학 연구에서 많이 사용된 아프리카발톱개구리를 이용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알에서 성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연골로 분화하는 연골세포에서 ITGBL1 유전자가 많이 발견됐다.이 유전자는 연골세포가 연골조직을 만들 때 인테그린이라는 단백질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원래 인테그린 단백질은 연골세포와 세포 밖 물질이 신호를 주고받을 때 필수적이나 연골로 형성될 때는 줄어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골조직 형성을 방해한다. 연구팀은 관절염이 생기면 인테그린 단백질이 활성화돼 연골을 분해하고 분해된 조각이 다시 염증반응을 일으켜 연골을 파괴하는 악순환을 유발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박태주 UNIST 교수는 “인테그린 단백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 관절염 뿐만 아니라 암, 과민성 대장증후군, 건선 등 질환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인테그린 활성을 낮출 수 있는 ITGBL1 단백질이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ITGBL1 단백질을 활용한 관절염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후속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글로벌 In&Out] 슈퍼 태풍 망쿳이 지나간 후, 중국은?/저우위보 인민망 한국지사 대표

    [글로벌 In&Out] 슈퍼 태풍 망쿳이 지나간 후, 중국은?/저우위보 인민망 한국지사 대표

    2주 전 21세기 가장 강력한 태풍 망쿳이 중국 홍콩 부근 해안에 상륙하였다. 최성기 강풍 반경만 해도 홍콩 전역보다 커 위력은 2600여개의 원자폭탄이 동시에 폭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계 종말과 같은 재난의 체험을 중국인들에게 안긴 뒤 서서히 소멸했지만, 혼비백산한 수많은 사람에게 놀라움만 남겼다.홍콩, 주하이, 마카오, 광서, 푸젠, 하아난 등을 비롯한 중국의 남쪽 지방이 한 곳도 빠짐없이 모두 이번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태풍의 강타로 100년 이상 자란 나무가 뿌리째 뽑혀 쓰러졌는가 하면 해안도로가 온통 바닷물로 뒤덮였으며 하늘 높이 솟은 빌딩들은 만신창이가 됐다. 태풍 망쿳의 위력은 가히 영화의 특수효과만큼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천재(天災)의 무정함을 일방적으로 탓하기 전에 그것이 인재(人災)가 아닌지, 정말 인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태풍이 지나간 후의 뉴스를 보면 인류는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다. 침만 뱉어도 벌금 내야 한다는 깨끗한 홍콩만 보더라도 태풍으로 인한 해수 역류가 셀 수 없이 많은 쓰레기를 도시의 모든 모퉁이로 몰고 왔다. 이들 쓰레기는 대부분 빈 플라스틱병, 버려진 스티로폼 도시락 등 악취를 풍긴 각종 생활 폐기물들이었다. 자연은 두 가지 영원불변한 법칙을 따른다. 하나는 균형, 다른 하나는 인과(因果)이다. 쉽게 말하면 ‘당신이 여기서 게으름을 피운다면 다른 곳의 부담이 가중되기 마련이고, 그 가중된 부담은 언젠가는 다른 형태로 당신에게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현대생활은 음식 주문 배달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 배달 음식의 포장은 빨대든 젓가락이든 그릇이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배달된 음식을 먹은 후, 아무 생각 없이 이들 용기를 음식물 찌꺼기와 함께 배달된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린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처럼 사용 기간이 몇 시간밖에 안 되는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제품은 자연에 버려진 후 분해될 때까지 450년이 걸린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이 모른다. 그러면 이 기나긴 450년 동안 그들이 어디로 가야 할까? 한 환경보호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한 번의 음식 주문 배달은 보통 3.27개의 일회용 용기를 동반하며 하루 쓰이는 일회용 용기의 양은 6000만개를 넘는다고 한다. 도시락 한 개의 높이를 5cm로 잡고 이들 용기를 전부 쌓아 올리면 총 높이가 339개의 에베레스트산과 같다. 또한 음식 주문 배달로 생긴 플라스틱류 쓰레기가 총 쓰레기의 1000분의1 정도 된다. 평소에 우리는 이들을 무심히 바다로 버리거나 아무런 회수처리도 하지 않고 방치해 두곤 한다. 그래서 역대급 태풍 망쿳은 지나가면서 인류가 그동안 지은 죄를 통째로 우리에게 다시 돌려준 것이다. 태풍 피해지역 주민들이 쓰레기의 산더미 속에서 힘겹게 걷는 모습을 뒤로 한 채…. 눈에 보이는 쓰레기가 전부가 아니다. 최근 과학자들은 심해어의 체내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돼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인류가 이러한 바다 생선을 먹게 되면 미세 플라스틱은 다시 입을 통해 위와 혈액으로 침투해 우리를 아프게 한다. 90%의 암은 생활방식과 환경 요인으로 유발되고, 암의 10~30%만 유전자 돌연변이로 귀결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중국에서 약 430만명이 암으로 판정되었고 하루 평균 7500명, 1년에 총 280여만명이 암으로 죽었다. 소름 끼치는 숫자다. 이젠 우리는 더 이상 도망칠 데가 없다. 물, 공기, 육지, 해양, 동물, 인류 등 만물이 하나의 유기체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부터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할 때다.
  • 희귀 백호랑이에 물려 가장 잃은 가족 “자비를 베풀어달라”

    희귀 백호랑이에 물려 가장 잃은 가족 “자비를 베풀어달라”

    멸종 위기에 몰린 백호랑이에게 가장을 잃은 일본인 가족이 자비를 베풀었다.  가고시마 시에 있는 히라카와 동물원에서 일하던 푸루쇼 아키라(40)가 지난 8일 저녁 우리 안에서 목 부위가 피범벅인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동물원에 살고 있는 네 마리 백호랑이 가운데 ‘리쿠’란 이름의 수컷에게 공격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보통 호랑이들은 직원이 우리 가운데 사람들이 관람하는 공간을 청소하기 전에 다른 장소로 옮겨져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후루쇼가 들어갔을 때 리쿠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리쿠는 응급 처치반과 경찰이 도착했을 때 이미 마취제를 맞고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이 자비를 구해 백호랑이는 살아 남게 됐다.  동물원 간부인 나가사코 타쿠로는 AF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족들의 뜻을 좇아 리쿠를 사살하지 않을 계획이며 계속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경찰은 동물원 측이 이 백호랑이를 어떤 식으로 다뤄 이런 공격을 유발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영국 캠브리지셔주 동물원 직원이 호랑이에게 물려 사망했다. 또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동물원 직원은 호랑이 공격을 받고도 구사일생한 일이 있다.  BBC는 백호랑이가 오렌지색 벵갈 호랑이의 아종(亞種)이며 유전자 퇴행으로 털이 하얗게 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제한된 개체수 때문에 같은 종끼리 교배시키는 종족 보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동물원에 감금된 일부 개체는 시력 문제와 기형 문제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에서는 이따금 야생에서 목격됐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마지막 야생 백호랑이는 1958년에 사살된 것으로 전해진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이대호의 암 이야기] 암 치료 가능성 높이는 세포 자폭장치

    [이대호의 암 이야기] 암 치료 가능성 높이는 세포 자폭장치

    사람과 같은 ‘다세포생물’도 수정된 직후에는 ‘배아’라는 하나의 세포에서부터 시작한다. 배아세포는 처음에는 세포 수만 늘려 나가다가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세포 사이의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한다. 이들이 장기를 만들고 우리 몸을 구성한다. 물론 모든 세포가 기능을 가진 세포로 분화하지는 않는다. 일부는 분화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가 필요할 때 분화한다. 여분으로 남겨진 이런 ‘줄기세포’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의학적 효용성이 높다.그런데 분화 과정에서 필요하지 않은 세포도 생기고 암세포 같은 잘못된 세포도 만들어진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기능하지 않는 세포들도 생긴다. 만약 이런 세포들이 없어지지 않으면 우리 몸은 필요 없는 세포나 잘못된 세포로 가득 찰지 모른다. 우리 몸에는 이를 막는 장치가 있다. 바로 ‘세포자멸사’다. 세포가 이상해지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스스로 자폭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 때로는 세포 외부에서 자폭 프로그램을 가동하라는 신호를 주기도 한다. 세포자멸사를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손가락’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벙어리장갑과 같은 모양이지만, 세포자멸사 과정을 통해 손가락 모양을 갖추게 된다. 세포자멸사 과정은 암세포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암세포는 몸속에서 작동해야 할 자멸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지 않아서 생긴다. 미국의 유명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갖고 있는 ‘BRCA 유전자’ 이상은 유전자 수선 기능뿐만 아니라 자폭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 유방암이나 난소암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 개발된 ‘PARP 억제제’는 이런 자폭 장치를 가동시켜 암세포에서 세포 자멸이 일어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또 암세포는 외부로부터 자멸 신호를 받아도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기도 한다. ‘분자표적치료제’는 자폭 신호를 생존 신호보다 우세하게 만들어 자폭장치가 작동하도록 한다. 그런데 분자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암세포는 자폭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지 않게 변한다. 최근 인기가 높아진 ‘면역표적항암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된다. 면역표적항암제로 재활성화된 ‘T림프구’가 암세포를 이상 세포로 다시 확인하고 자멸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암세포는 자폭장치를 작동시켜 스스로 죽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면역표적항암제를 오래 사용한 환자의 일부 암세포에서 자폭장치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 자폭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내성이 생기고 결국은 약효가 사라지게 된다. 세포들은 평소에는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고 필요할 때 우리 몸을 위해 스스로 자폭장치를 작동해서 죽는다. 하지만 암세포는 그렇지 않다.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지도 않고 스스로 사라지지도 않는다. 심지어 외부 신호도 무시한다. 앞으로 세포자멸사 과정을 보다 잘 알게 되면 암을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불면 집유, 버티면 징역”… 없는 죄도 만들어 불었습니다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불면 집유, 버티면 징역”… 없는 죄도 만들어 불었습니다

    #1. 2007년 5월 경기 수원에서 십대 소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듬해 범인으로 지목된 가출 청소년 5명이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상고심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5명이 ‘자백하면 선처하겠다’는 경찰의 회유에 따라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보이고, 자백을 입증할 물증이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준영 변호사가 국선변호인으로 변론했던 ‘수원 노숙소녀 상해치사 사건’이다.#2. 충남 보령에서 2007년 5월 여중생 A양이 집 근처에서 30대 남성에게 납치당해 20여일 동안 감금됐다가 돌아왔다. 그런데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동안 A양의 형제자매들은 ‘큰언니가 A를 숨지게 했고, 부모가 시신을 숨겼다’는 자술서를 냈다. 큰언니마저 ‘동생들과 다르게 말하면 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자신이 A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가족들 간 깊은 상처를 남긴 ‘보령 여중생 피랍 사건’이다. 민주화 이후 최소한 수사기관에서의 고문은 사라졌다는 게 대부분의 인식이다. 그런데도 수사·재판 과정에서 ‘허위자백’으로 인한 왜곡·오류 사례는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물증보다는 자백으로 범행의 사실관계를 규정하는 데 익숙한 수사 관행, 검찰 수사 단계에서의 자백을 비판 의식 없이 주요 증거로 채택하는 형사재판 관행 때문이다. 1990년 이후 주요 허위자백 사례 46건을 선별해 분석한 이기수 전남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1990년대엔 고문과 폭행 등 물리력 행사가 허위자백 원인의 절반을 차지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협박, 기망, 회유, 장시간 조사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선별한 46건 중 14건을 심층분석해 2012년 ‘형사절차상 허위자백의 원인과 대책에 관한 연구’란 박사논문을 냈다. 이 논문은 ‘허위자백의 이론과 실제’란 책으로 발간됐다. 논문에서 분석한 허위자백 사례 백태를 보면 미성년자뿐 아니라 그냥 우연히 범행 현장을 지나던 평범한 시민, 나아가 수사 전문가인 경찰 간부마저 허위자백의 덫에 빠지는 모습이 드러났다. ‘수원 노숙소녀 상해치사 사건’과 ‘보령 여중생 피랍 사건’에서 허위자백을 한 이들은 미성년자였다. 허위자백 당시 이들은 변호사는커녕 보호자와도 함께 조사를 받지 못했다. 수사기관에서의 자백이 형사재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법적 지식이 없고, 수사받는 상황 자체에서 벗어나는 데 급급한 미성년자이기에 허위자백을 했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한 지점이다. 하지만 일단 수사기관에서 수사관이 원하는 답을 내준 뒤 법원에서 항변하면 될 것이란 사고체계를 수사 전문가가 작동시킬 때도 있다. ‘옥천경찰서장 뇌물 사건’과 ‘김 순경 살인누명 사건’에서 허위자백을 한 이들은 모두 경찰이었다. #3. 2001년 B 옥천경찰서장은 관내 오락실 업주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부하직원 C씨를 통해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혐의를 부인하던 B서장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2심 공판 중 혐의를 시인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이후 증거를 보강 제출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C씨가 밤샘조사 등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끝에 B서장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허위자백했고, 재판 중엔 검찰이 C씨 측에 “추징금을 줄여 주겠다”는 식의 회유를 한 녹취를 제출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B서장 역시 항소심 재판 중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위해 허위자백을 한 셈인데, 이는 “일단 실형을 피해 보자”는 변호인의 권유에 따라 이뤄졌다. #4. 서울 지역 파출소에 근무하던 김모 순경은 1992년 함께 여관에 투숙했던 여고생이 사망하자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김 순경은 새벽 근무 때문에 여관을 비웠다 돌아와 보니 여고생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김 순경이 여관에 있던 시점을 사망 시간으로 추정했다. 김 순경은 5차례 피의자 신문에서 모두 자백했고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는데, 2심이 진행되던 중 진범이 검거되면서 무죄로 풀려났다. 이후 엿새 동안 잠을 안 재운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정황이 폭로된 데다 수사와 1심 재판 과정에서 사망 시간 감정 외 김 순경과 혈액형이 다른 머리카락, 김 순경과 다른 제3의 족적 등의 또 다른 과학적 증거가 무시됐음이 드러났다. 경찰과 같은 수사 전문가들은 최소한 수사기관에서의 자백이 이후 처벌에 미치는 효력이나 자신이 허위자백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법에 대한 지식이 적은 일반 시민들의 사례에선 일단 허위자백을 해두면 형사재판 과정에서 이를 번복해 뒤집기가 쉽지 않다는 점, 자신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신문조서가 자백 형식으로 쓰여지고 있는 점 등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5. 경남 합천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D씨는 2006년 묘지 앞 석상을 기중기로 들어 E씨의 차량에 실어준 특수절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D씨는 범행을 돕지 않았을 뿐 아니라 둘은 아예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E씨의 범행 무렵 둘의 차량이 나란히 교차로를 지난 것을 확인한 경찰이 D씨를 공범으로 의심, 교차로를 지난 뒤 묘지가 아닌 주변 다방으로 갔다는 D씨의 항변을 무시한 채 7시간 반복질문한 끝에 허위자백을 받은 것이다. D씨는 피의자 신문조서에 자필로 범행을 부인하는 취지의 글을 썼지만, 이미 전체적인 조서 내용은 자백(혐의 인정)한 것으로 작성돼 있었다. #6. 2009년 5월 경기 안성의 한 원룸 주차장에서 전신을 구타당한 뒤 숨진 남성이 사망 전에 모르는 20~30대 남성 3명에게 폭행당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담배꽁초 4개를 입수, 근처 우범자들의 유전자와 대조해 고등학생 3명의 자백을 받았다. 이들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허위자백이었다고 호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실제 3명 중 한 명은 범행 추정 시간에 인터넷에 글을 올렸고, 조사 중 서로 ‘억울하다’는 문자를 교환하기도 했다. 3명 중 1명이 ‘범행을 부인하면 감옥에서 평생 썩을 것’이란 경찰관 말에 허위자백을 했고, 다른 2명도 자신만 혐의를 부인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봐 연쇄적으로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다음 회에는 최근 있었던 자백 의존적 수사 사례를 탐색하고, 해외에선 허위자백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웠는지 알아봅니다.
  • ‘노벨상 강국’ 일본의 두 얼굴

    공청회 등 잡무 시달려 연구 손놓아 생산성 저하… 우수논문 독일의 절반 올해 역대 27번째 수상자를 배출하며 ‘노벨상 강국’으로서 명성을 이어 가고 있는 일본이지만, 정작 자국 내 연구현장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학술 경쟁력의 원천이 됐던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선택과 집중’ 정책에 따라 한쪽으로 쏠리면서 기초연구의 넓고 탄탄한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7일 ‘경쟁에 피폐…약해지는 연구력’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에서 노벨상의 영광의 이면에서 아우성치는 대학 등 현장의 실태를 소개했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대학 등 일본의 ‘고등교육’ 부문에 투입되는 연구개발비는 연간 200억 달러(약 23조원)로 독일과 비슷하다. 그러나 다른 논문에 인용되는 횟수 기준으로 ‘상위 10%’에 드는 우수논문은 독일이 약 6000개인 데 반해 일본은 약 3000개에 불과하다. 일본의 생산성이 독일의 절반에 그친다는 얘기다. 미국에 비해서는 3분의1에 불과하다. 아사히신문은 이렇게 된 이유로 정부 정책을 탓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국가 전체의 연구력 향상을 내세워 공모 등을 통해 선출된 과제에 대해 연구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경쟁적 자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즈오카대 농학부 모토하시 레이코(51) 교수의 경우, 학교에서 받는 연구 운용비는 연간 27만엔에 불과하지만, 유전자 조작식물 재배장치의 전기료로만 연간 200만엔이 들어간다. 결국 ‘경쟁적 자금’ 유치가 필수인데, 이를 위한 연구과제 응모 등에 시간을 쏟다 보니 본래 연구는 주말과 철야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도쿄대 등과 함께 최고 명문그룹에 드는 오사카대의 한 이공계 교수는 “학생들에게 간신히 국제학회 발표를 시킬 수 있는 최저한의 액수를 받고 있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은 연구시간 부족”이라고 말했다. ‘경쟁적 자금’ 지원이 결정되면 공청회, 평가보고서 등 산더미 같은 연구 이외 업무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이를 견디다 못해 같은 대학의 60대 교수는 교수직을 버리고 학교 안에 작은 연구실을 얻어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그는 “연구비는 줄었지만 잡무에서 해방돼 이제야 겨우 외국의 대학에 있는 친구들과 비슷한 수준의 연구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부과학성 조사에서 대학 연구자의 연구시간은 2002년 평균 1300시간에서 2013년 900시간으로 줄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인류학자로 국립대학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야마기와 주이치 교토대 총장은 “선택과 집중을 지향하는 정책이 연구력 저하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노력하는 연구자에게 집중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정부의 경쟁정책이 연구비 쏠림 현상을 초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고지방 식사로 인한 ‘뇌 손상’, 이를 되돌리는 식물 호르몬 발견

    고지방 식사로 인한 ‘뇌 손상’, 이를 되돌리는 식물 호르몬 발견

    고지방 식사가 유발하는 뇌 손상을 식물의 특정 호르몬을 함께 섭취하면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하우메 I 대학 아나 마리아 산체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같은 결론에 이르렀다고 국제 학술지 ‘분자신경생물학’(Molecular Neurobiology) 최신호(4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식물체 내에 다량으로 생성하는 호르몬인 낙엽산(아브시스산)에 주목했다. 낙엽산은 건조 환경에서 잎의 기공이 닫히게 하는 역할을 해 식물 내 수분을 유지한다. 실제로 휴면 중인 식물의 눈이나 알뿌리, 종자 등에는 낙엽산이 다량으로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연구자는 낙엽산이 기억을 저장하는 뇌 영역의 염증을 줄인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쥐들에게 일정 기간 고지방 먹이를 제공하고 나서 이런 먹이가 이들 쥐의 인슐린 수치는 물론 신경계 염증 감소와 관련이 있는 유전자 발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결과는 고지방 먹이를 섭취한 쥐들의 경우 이른바 ‘해마’로 알려진 뇌 영역에서 인슐린 수용체의 발현이 줄어들어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를 시사했다. 인슐린 저항성은 혈류에서 포도당을 운반하는 호르몬에 반응하는 세포의 감소된 능력으로, 제2형 당뇨병의 발병과도 연관성이 깊다. 또 인슐린 저항성은 신경계 염증과도 관련이 있으며 인슐린 저항성과 신경계 염증은 모두 치매와 같은 정신질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는 감정과 기억 중에서도 이미 장기간의 기억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들 쥐의 먹이에 낙엽산을 첨가하자 신경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에 참여한 알베르토 나바로 연구원은 “고지방 식사로 유도한 신경계 염증 상태에서는 인슐린의 적정 기능에 필요한 단백질의 발현이 줄어드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지방 먹이에 낙엽산을 더하면 인슐린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신경계 염증 감소와 관련이 있는 유전자의 발현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키 작은 우리 아이 얼마나 클까 알고싶다면...

    [달콤한 사이언스] 키 작은 우리 아이 얼마나 클까 알고싶다면...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작은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고민이 많다. 혹시 영양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하고 식단을 다양하게 바꾸기도 하고 줄넘기 같은 운동을 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걱정스러운 부모들은 병원 성장 클리닉을 데리고 가서 성장주사를 처방받기도 한다. 성장 클리닉에 가면 아이가 성장했을 때 예상 키를 부모의 키를 바탕으로 계산하거나 뼈나이와 성장판 검사를 통해 예측하는데 정확치 못하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물리천문학부, 역학 및 생물통계학부, 통계학부, 덴마크 코펜하겐대 생물학부, 중국 국립유전자은행 공동연구팀은 DNA 분석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키 뿐만 아니라 심장질환, 암 같은 질병 발생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지네틱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보건정보 빅데이터인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돼 있는 약 50만명의 성인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DNA 중 키를 결정하고 질병을 유발시키는 유전자를 찾도록 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중 하나인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인공지능은 1인치(2.54㎝) 이내의 오차범위에서 키를 정확히 예측했으며 고혈압, 심장질환, 유방암 발병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기존 유전자 검사는 유방암과 같은 질병 위험도를 측정할 때 유전자나 염색체의 특정 변화를 찾았지만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수많은 유전자 차이와 수 만가지의 변형을 기반으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다른 나라의 보건 정보를 포함해 추가로 확보해 컴퓨터의 기계학습 능력을 향상시켜 키와 질병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추가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기계학습량이 늘어날 수록 심장질환이나 유방암 등 이외의 좀 더 폭넓은 발병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스타보 드 로스 캄포스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컴퓨터를 이용해 개인의 유전자 구성을 분석하고 키와 질병 유발 예측인자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 로스 캄포스 교수는 또 “50달러(약 5만 6000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면봉으로 빰 안쪽을 살짝 긁어내는 간단한 방법으로 질병 유발 가능성을 계산하고 성장 가능성을 예측한다면 환자들의 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와우! 과학] 일과 휴식할 때를 정확히 구분하는 개미의 비밀

    [와우! 과학] 일과 휴식할 때를 정확히 구분하는 개미의 비밀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처럼 개미는 부지런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작은 개미들이 분주히 움직이면서 먹이를 찾고 개미굴로 실어 나르는 모습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생긴 이유도 쉽게 납득이 된다. 하지만 개미의 행동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개미가 의외로 게으른 곤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많은 개미가 개미굴에서 일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먹이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개미가 움직이면 에너지만 낭비하게 된다. 또 외적의 침입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서 항상 대기 중인 개미가 필요하다. 과학자들이 놀라는 부분은 개미가 게으르다는 점이 아니라 어떻게 일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를 구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많게는 수백만 마리의 개미가 중앙의 통제도 없이 완벽하게 일과 휴식을 병행하며 군집을 운용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과학자들은 건조한 애리조나 사막에 사는 레드 하베스터 개미(red harvester ants)를 연구했다. 이 개미는 매우 건조한 환경에 살기 때문에 먹이를 구하러 나가는 것 자체가 상당한 모험이다. 잘못하면 먹이를 구하기 전에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말라 죽을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부지런함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여러 개미 군집을 조사해서 열심히 먹이를 찾는 개미와 그렇지 않은 개미의 차이를 연구했다. 연구팀이 개미의 뇌에서 활성화된 RNA를 조사한 결과 도파민을 만드는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도파민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개미에 페인트로 표시를 한 후 도파민을 투여해 자연 환경에서 관찰한 결과 실제로 이 개미들이 더 적극적으로 부지런하게 먹이를 구하러 나가는 것이 확인됐다.(사진) 마지막으로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도파민 억제물질(3-iodo-tyrosine)을 투여해 반대의 결과를 얻었다. 인간 세상에서는 다양한 성과급과 승진 등이 열심히 일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개미에서는 도파민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도파민이 개미를 더 부지런하게 만들 뿐 아니라 더 똑똑한 일꾼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도파민을 투여한 경우 개미들은 습기가 많은 날 먹이를 찾으러 나가고 건조한 날은 개미굴에 머물러 있으려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 이 결과들은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개미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물론 개미의 행동을 결정하는 물질은 도파민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감각 수용체와 작지만 복잡한 뇌가 환경 변화에 맞춰 개미의 행동을 적절하게 조절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더 상세하게 알아내기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비교적 단순한 뇌와 신호 전달 물질로 거대한 군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비밀을 알아낸다면 생체 모방 로봇 등 여러 분야에서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서울광장] 국가가 버린 사람들/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국가가 버린 사람들/임창용 논설위원

    ‘국가는 진정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걸까.’ 얼마 전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인 이향직·김학철씨를 인터뷰하는 내내 국가의 역할에 대한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12살, 14살 어린 나이에 가정과 국가 모두에게 버림받은 이들이다.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달아났더니 국가(경찰과 부산시)가 부랑인으로 둔갑시켰고, 권력을 등에 업은 복지원장은 이들에게 폭력과 강제노역을 시키며 이득을 챙겼다.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1987년 박인근(사망) 당시 원장이 부랑인 선도를 명분으로 경찰과 부산시의 비호 아래 3만여명(추정)을 입소시켜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에 동원한 사건이다. 12년간 551명이 질병과 폭력 등으로 사망했다. 입소자 상당수는 이·김 두 사람처럼 가정이나 사회에서 버림받거나 소외돼 국가의 보호가 절실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외려 국가가 추인한 폭력에 시달리면서 홀로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는 개인의 침해할 수 없는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지며,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구속이나 강제노역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제10조와 12조)이 무색할 지경이다. 자기 보호 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를 국가가 보호하기는커녕 외려 폭력을 행사하거나 방조한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재작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3인조 삼례 나라슈퍼 강도사건’에서 누명을 쓴 청년들은 정신지체 장애인이었다. 1999년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이들을 무릎 꿇려 폭행하고 윽박질러 범인으로 몰았고, 이들은 3~5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다. 수사관들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손쉽게 범인으로 둔갑시켜 범인 검거 실적을 올렸다. 2007년 발생한 수원 노숙소녀 살인 사건에서도 정신병력과 정신지체가 있는 노숙인 2명과 가출 청소년들이 범인으로 검거돼 재판에 넘겨진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항소심과 재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수사기관은 이들을 신문하면서 다른 피의자들이 이미 죄를 모두 털어놓았다고 속여 자백을 종용해 범죄를 짜맞췄다. 정신지체 노숙인과 겁먹은 가출 청소년들은 수사관의 속임수와 회유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2009년 수원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벌어진 영아 유기치사 사건에선 10대 지적장애 소녀가 경찰에 의해 범인으로 몰려 구속됐다가 유전자 감식 결과 아닌 것으로 드러나 풀려난 일도 있다. 단지 과거의 일일까.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보다 외려 핍박하는 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고 있는 걸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수원 노숙소녀 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재심을 이끌어 낸 박준영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수사기관의 고문이나 가혹행위는 예전과 달리 사라졌지만, 인권 무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내가 이렇게 한들 너희들이 뭘 할 수 있겠어’란 오만함으로 가출 청소년이나 정신지체 장애인 같은 힘없는 약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반인권적 행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이나 노숙소녀 사건 등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가 외려 폭력을 부추기거나 방조·조작한 사실상의 국가범죄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범죄가 뿌리 뽑히지 않은 것은 사건을 정의롭게 마무리 짓지 못한 탓이 크다.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경찰은 무차별적으로 약자들을 붙잡아 복지원에 넘겼다. 문제가 불거지자 권력은 수사 검사에게 외압을 넣어 사건 축소와 은폐에 급급했다. 500명 이상이 사망했는데도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이나 검사, 부산시 공무원 중 그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노숙소녀 사건에서도 정신지체 노숙인과 가출 청소년들은 뒤늦게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사건을 짜맞춘 수사기관의 그 누구도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의로운 사회는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이라도 인권침해를 받지 않는 사회다. 누군가 이들의 인권을 침해했을 때는 그 진실을 밝혀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형제복지원 특별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특별법을 통해 범죄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한다. 노숙소녀 사건, 삼례 나라슈퍼 사건도 피해자가 누명을 벗었다고 끝난 게 아니다. 누명을 쓰게 한 원인을 밝히고, 범죄를 짜맞춘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 그게 사건을 정의롭게 마무리 짓는 것이고, 그래야 국가범죄도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sdragon@seoul.co.kr
  • ‘라디오스타’ 우원재 “비니 못 쓰는 이유? M자 탈모 진행”

    ‘라디오스타’ 우원재 “비니 못 쓰는 이유? M자 탈모 진행”

    ‘라디오스타’ 래퍼 우원재가 M자 탈모를 고백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는 가수 휘성, 래퍼 쌈디, 우원재, 개그맨 이용진이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MC 차태현은 “우원재의 마성의 원천은 비니다. 그런데 요즘은 비니를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쓴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우원재는 “비니가 굉장히 덥다. 한여름에 많이 썼더니 점점 이마가 더 넓어지는 것 같다. M자 탈모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MC 윤종신은 “AOMG 소속 래퍼들의 패션 아니냐”고 말했고, 휘성은 “AOMG 로고에서 ‘M’이 커질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우원재는 “스무살 때 꿈이 흑인이었다. 흑인 머리를 한다고 헤어라인을 따라 하다가 이마가 넓어졌는데, 그때 비니를 쓰니까 (탈모 진행)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며 비니를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MC 김구라가 “집안에 탈모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있냐”고 묻자, 우원재는 “아버지에게 좀 있다”고 답했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와우! 과학]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 찾았다 (연구)

    [와우! 과학]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 찾았다 (연구)

    여성이 남성에 비해 노화가 더디고 수명이 더 긴 이유가 밝혀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여성의 수명은 남성에 비해 5% 가량 더 길며, 이러한 현상은 세기를 거듭할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WHO(세계보건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남성 평균수명은 79.3세, 여성 평균수명은 85.4세로 여성의 수명이 6.1년 더 길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위의 현상은 수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에 따른 것이다. 텔로미어는 유전자 끝을 감싸 세포를 보호하는 부위인데,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수록 노화가 더디고 수명이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텔로미어의 길이가 긴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그 해답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서 찾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에스트로겐이 텔로미어 길이를 연장시키는 효소를 활성화시키고, 그 결과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노화의 속도가 줄어들고 생명이 연장된다는 것. 에스트로겐은 난소 안에 있는 여포와 황체에서 주로 분비되며, 태반에서도 분비되어 생식주기에 영향을 미친다. 에스트로겐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일각에서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음주와 흡연의 비율이 높고 이것이 심장질환 등으로 직결돼 남성의 사망률이 더 높다고 주장하지만,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여성과 남성의 음주·흡연 비율 차이는 점차 좁혀지고 있는 추세이며, 이러한 상황을 토대로 추측해봤을 때 결국 남녀의 수명 차이를 유발하는 것은 유전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연구를 이끈 엘리사 에펠 박사는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것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길게 하거나 짧아지지 않게 보호해주는 효소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폐경기에 도달하고 호르몬 수치가 떨어질수록 에스트로겐 분비량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샌디에이고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 폐경학회(NAMS: 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아이를 꽃으로도 때리면 안 되는 이유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아이를 꽃으로도 때리면 안 되는 이유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2년 ‘어린이의 날’을 처음 만들고 ‘어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전까지 아이들은 그냥 몸집이 작은 어른 정도로 취급됐습니다. ‘어린이’라는 단어 속에는 어린아이들을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해 줘야 한다는 존대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막 대하는 눈살 찌푸려지는 사건들이 너무나 많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트라우마도 유전되나… 34명 중 변형된 정자 22명, 알고 보니 학대당한 경험 아이들을 왜 소중하게 여기고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도 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 연구진이 학대를 당한 아동들은 트라우마가 DNA에 각인돼 학대의 기억이 본인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의대와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공동연구팀의 이러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서 발행하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중개 정신의학’ 최신호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성인 남성 34명의 정자를 채취해 ‘DNA 메틸화 반응’을 살폈습니다. 후성유전학 분석에서 쓰이는 DNA 메틸화는 쉽게 말하면 DNA의 염기서열 자체는 바꾸지 않으면서 유전자의 활성 정도를 변화시켜 겉으로 드러나는 성질을 다르게 만드는 것입니다. 분석 결과 22명의 정자 DNA가 특이하게 변형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들 22명은 모두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팀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은 엄청난 유전자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학대로 인한 상처가 유전되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장기적인 추적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후성유전학적 결과를 보면 부모의 상처가 자식에게 전달될 가능성은 충분히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폭력은 뇌가 기억한다… 물리적 폭력 이상으로 감정·언어적 폭력에 큰 상처 또 2015년 캐나다 맥길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1986년부터 2012년까지 여름캠프에 참가한 5~13세 저소득층 남녀 어린이 2292명을 대상으로 양육 상태를 추적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아이들이 폭력에 노출돼 있는데 특히 협박, 조롱, 무시, 창피 등 감정적 폭력이 물리적 폭력과 방치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흔히 물리적 폭력이 감정적 폭력보다 더 해로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물리적 폭력이나 감정적, 언어적 폭력 모두 똑같은 뇌 부위가 반응하며, 뇌에 미치는 영향은 감정적, 언어적 폭력이 물리적 폭력과 비슷하거나 더 심하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때가 많습니다. 어린이는 나무와 같아서 믿어 주는 만큼 성장합니다. 상처받고 스트레스에 찌든 아이들이 많은 사회의 미래가 과연 밝을까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려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정치권이나 경제계 등에서는 출산율 저하를 단순히 미래 노동력 감소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반론도 있지만 노동력 감소는 로봇이나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노동력 감소라는 차원의 접근은 사회라는 커다란 기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인간’이라는 부품이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는 기계론적 사고방식의 다른 표현입니다. 사람을 인격체가 아닌 사회를 구성하는 톱니바퀴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저출산 문제는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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