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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 서울, 예스 서울신문/다시 깨어나는 서울의 꿈

    2004년 1월1일,‘대한매일’이 ‘서울신문’으로 재탄생했다.역사와 전통,역동성을 갖추고 21세기 세계 도시를 향해 힘차게 비상(飛翔) 중인 대한민국 수도의 이미지와 걸맞게 대한매일이 정겨운 ‘서울’의 이름을 달고 독자들 앞에 다시 섰다. ●서울신문의 출발 최근 서울 시내 택시와 버스에는 서울신문 광고물이 붙어 시내를 질주하고 있다.변화하고 살아 움직이는 서울의 모습만큼이나 친근하고 정겹게 다가온다.‘아이♥서울,아이♥서울신문’,‘하이 서울,예스 서울신문’,‘새로운 창으로 세상을 보세요’ 시내 곳곳엔 서울신문의 재탄생을 알리는 현수막도 자주 눈에 띈다. 시민들은 유심히 문구를 들여다 본다.날로 발전하는 서울의 이미지와 오버랩돼서인지 전혀 낯설지 않다고들 말했다.회사원 이진우(38)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이 들어간 신문이 없어 섭섭했는데,이제 서울신문이 그 이름에 걸맞은 대표언론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김철우(56·상업·동대문구 이문동)씨는 “독재정권 시절 서울신문의 아픔을 잊고 국민속의 서울신문으로 거듭나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신문의 재탄생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서울에 대한 기대와 함께 담았다.대한민국 대표도시는 서울이요,서울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자연·인간·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하이 서울’ 서울은 환경도시로 거듭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한강’이 전쟁의 아픔을 딛고 발전을 이룩한 기적의 상징이었다면,청계천 복원사업은 친환경 도시의 선언이다.1950∼70년대 기승부린 개발독재의 희생양이 돼 반세기 가까이 복개 구조물 아래,어둠 속에 갇혔던 청계천의 푸른 물이 두꺼운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내년 말쯤 꿈에 가득찬 흐름을 되찾는다. 머잖아 청계천에는 도룡뇽과 강도래,버들치 등 1급수 중에서도 상급수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되돌아와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랄 것이다.주변엔 이팝나무·회화나무 등 관목과 초본이 빼곡히 들어서고 창경궁∼종각∼남산∼한강을 잇는 ‘녹지띠’는 대한민국의 자랑,문화유적과 연결돼 쾌적한 도시로 탈바꿈한다.시대를 넘나드는 문화의 향기도 곳곳에서 풍긴다.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대규모 공연시설은 물론 거미줄처럼 뻗어가는 지하철 역사(驛舍)에서는 국악,클래식,가요,외국인 음악공연 등이 매월 150여건 이어지고 있다. 용산구 한강로 등 첨단산업단지 개발 요충지 마다마다에는 초고층 빌딩을 올려쌓는 타워 크레인 소리가 서울의 대도약을 알려주듯 힘차게 들려온다. 서울시 이용백 시정개발연구원장은 “국가끼리의 경쟁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간 싸움으로 대변되는 게 국제적인 추세”라며 “비단 수도라는 점에서뿐 아니라 역사·문화·경제적 발전의 상징적인 의미가 짙은 서울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표신문을 향해 서울신문은 서울을 꿈꾸는 신문,서울을 이야기하는 신문을 지향하려 한다.사원들은 업그레이드된 서울의 이미지처럼 업그레이드된 언론의 모습을 제시하려고 다짐하고 있다. 일방적인 주장과 주의만 난무하는 혼돈의 시대에 상식을 말하는 신문,느낌이 있는 신문,이야기가 있는 바른 언론으로 거듭나고자 다짐하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
  • 가자 아테네로/ 108년 만의 재회 설레는 올림픽 메카

    |아테네(그리스) 곽영완특파원|2004년 하계올림픽(8월14∼30일) 개막 8개월여를 앞둔 아테네는 마치 온 시내가 ‘공사중’인 것처럼 어수선하다. 각종 경기를 치를 35개 경기장 대부분이 공사중이다.1896년 근대올림픽이 처음 개최된 아테네에서 메인스타디움 역할을 한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까지 새롭게 단장을 하고 있다.이번 대회에서 이 경기장은 메인스타디움의 역할을 새로 지어질 올림픽 스타디움에 내주고 양궁 경기장과 마라톤 결승점 역할을 하게 된다. 경기장뿐이 아니다.시내를 관통하는 지하철과 공항에서 주경기장까지 연결하는 고속도로 공사도 한창이다. 눈에 띄는 모든 것이 현재 진행중이다 보니 일부 보수를 거쳐 완공을 앞둔 경기장이 오히려 이색적으로 보인다.시내 한 가운데 우뚝 솟은 아크로폴리스에 위치한 파르테논신전 보수 공사도 마치 올림픽 준비의 일환처럼 보일 정도다. 파헤쳐진 시내와 함께 눈에 띄는 장면은 좁다란 길목을 따라 빼곡히 들어찬 자동차 행렬.온갖 고대 유적들이 산재한 도시인 만큼 넓히고 넓혀도 편도 3차선이상의 도로를 낼 수 없다니 당연한 현상이기도 했다.그나마 3차선 도로는 일부에 그치고 1∼2차선 일방통행로가 대부분인 도로변 양쪽에는 줄지어 주차된 차량들이 원활한 소통을 방해하기 일쑤다.이런 곳에서 8개월 뒤 인류 최대의 축제인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까. 사실 아테네올림픽에 대한 불안은 1997년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아테네가 2004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온 것이기도 하다.하지만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의외로 느긋하다. “경기장은 대회 이전에 모두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며 대회 기간 교통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갖고 있다.”는 게 조직위의 답변이다. 교통문제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채택된 대안이 바로 가장 무더운 8월 중순 대회를 개막키로 한 것.역대 대부분의 근대올림픽 개최 기간이 북반부의 가을인 9월 중순부터 시작된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조치지만 아테네올림픽조직위가 평균기온 섭씨 40도를 웃도는 8월을 대회기간으로 택한 건 그 때가 휴가철이기 때문이다.“현재 아테네는 차량 2부제를 실시하는데도 시내 곳곳의 정체가 심각한 수준이다.만약 이 상태로 올림픽을 연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하지만 휴가를 맞아 대부분의 시민들이 아테네를 빠져나간 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게 조직위측의 설명. 대회 시기와 관련해 IOC측과 마찰도 빚었지만 결국 IOC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조직위는 그리스 정부가 마련해 놓고 있는 다양한 방안도 소통에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새로 건설중인 7.7㎞에 이르는 전차노선이 지난 2000년 건설된 전차노선과 함께 하루 80만명을 실어나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아테네 시내에서 외곽에 위치한 각 경기장을 연결하는 트램(경전철) 노선도 현재 50%의 공정에 그치고 있지만 8월까지는 완공돼 취재진과 관람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밖에 210㎞에 달하는 기존 및 신설 도로망도 조만간 정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불편하고 부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올림픽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2500여년전 고대올림픽의발상지이자 1896년 근대올림픽이 시작된 곳에서 다시 올림픽이 열린다는 게 가장 큰 의미.올림픽 패밀리들에게는 역사와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투포환과 같은 일부 종목은 고대 올림픽이 열린 곳에서 치러지기도 한다.마라톤 코스 또한 ‘마라톤’이라는 말을 낳은 고대 코스에서 치러지고,사이클은 아크로폴리스 주변 역사무대의 중심지를 달리게 된다. 조직위는 그런 점에서 이번 아테네올림픽이 고대올림픽의 근본을 이룬 인간중심의 사상으로 되돌아가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덧붙여 조직위는 유럽연합(EU)이 탄생한 이후 EU 국가에서 처음으로 치러지는 올림픽이라는 사실도 적지 않은 의미라고 지적한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지난 2000년 호주 시드니대회에 참가한 199개국보다 많은 202개 나라가 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의 선수와 임원만 1만 6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방송 등 각종 매체의 취재진만 2만 1500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조직위의 주장. 대회 기간 동안 올림픽 패밀리들의 안전을 위해 그리스정부는6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원하고 4만 5000여명의 경찰을 동원,보안에 만전을 꾀한다는 방침이다.특히 테러 방지를 위해 미국 영국 호주 이스라엘 등 7개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kwyoung@
  • 엽기적 소재와 상상력 요리조리 꼬고 튼 현실/박형서 소설 ‘토끼를 기르기전에‘

    박형서의 첫 소설집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 두어야 할 것들’(문학과지성사)은 엽기적인 질료에 기괴한 상상력을 보탠 9편의 이야기 모음집이다.작가는 재미 있으면서도 울퉁불퉁한 구성으로 예측하기 힘들게 얘기를 끌어간다. 작품 세계가 특이한 것은 이야기 전개방식이 전통적인 구조에 벗어나 낯설게 하기 때문이다.기르던 토끼가 죽자 토끼처럼 서서히 변해가면서 죽는 아내(표제작),사막처럼 황폐한 곳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악몽에 사로잡힌 여러 인물이 등장하면서 얽히고 설키며 진행되는 이야기(‘사막에서’),죽은 자가 자신이 죽어간 과정을 묘사하는 것(‘하나,둘,셋’) 등 대개의 작품이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길을 잃기 쉽다.그것은 메시지를 담은 소재와 모티브를 현실에서 캐올린 게 아니라 꿈이나 무의식 등 관념에서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이유는 그가 현실을 일차적으로 반영하는 게 아니라 알레고리나 환상 등의 방식으로 현실을 요리조리 비틀고 꼬집는 맛이 독특하기 때문이다.소설집 중 그나마 이야기 구조가 보이는작품인 ‘이쪽과 저쪽’‘불끄는 자들의 도시’에도 그런 맛이 담겼다. 늘 다니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갔다가 살인자가 된 농부의 이야기를 다룬 ‘이쪽과 저쪽’은 아주 우연한 선택으로 일상화된 틀을 벗어난 경우가 가져오는 불행을 들려준다.또 지방의 Y라는 소도시의 소방대원을 취재하러간 잡지사 기자를 화자로 한 ‘불끄는 자들의 도시’는 주인공의 취재가 진행될수록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불에 탄 신체부위 즉 ‘인육’을 즐겨먹는 엽기적 집단임을 보여준다.그러나 대부분 그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피해자를 구해준 의로운 사람들로 알고 있는 구조적 인식 앞에서 주인공이 발견한 진실은 무기력하다. 엽기적 소재나 몽환적 분위기를 즐겨쓰는 작가는 결국 구조라는 거대한 힘 앞에 직면한 나약한 개인의 운명을 은유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또 우연에 의해 삶의 고비가 결정되는 장면에 주목함으로써 삶이라는 게 이유없이 그저 무수한 비합리성이나 우연스러운 선택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종수기자
  • 이란 지진 사망 최대4만명 추정

    이란 남동부 고도(古都) 밤을 강타한 강진의 피해는 28일(현지시간) 현재 사망자가 2만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매몰자가 4만명에 이르러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근 케르만주의 아크바르 알라비 주지사는 실종자들의 생존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어 사망자가 최고 4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알라비 주지사는 인구 8만명 도시인 밤의 70% 이상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구조작업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측은 지금까지 1만구 이상의 시신이 수습됐고 구조된 생존자는 150여명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사고 이틀이 지나 건물더미에서 추가 생존자를 찾아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혁명수비대는 밝혔다. 현재 국제지원속에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피해 지역이 워낙 광범위한 데다 추운 날씨와 식수부족 등으로 구조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지에서 활동중인 구호요원들은 텐트,담요,음식이 턱없이 부족해 수만명의 부상자와 이재민이 영하의 거리에서 떨고 있어 외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국제적십자와국제적신월사는 이란 지진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자금이 향후 6개월간 1230만달러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영하의 날씨속 텐트도 없이 떨어 28일 현재 미국을 비롯해 일본,터키,러시아,스페인,영국 등 모두 21개국이 구조대를 파견했고 구조장비,의약품,식량이 속속 현지에 도착하고 있다.미국은 본토에서 구조요원 200명과 구조견을 급파했고 6만 7500t의 의약품을 쿠웨이트를 통해 긴급공수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대통령은 27일 긴급회견을 통해 이란 독자적으로는 구조작업이 불가능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이란은 그러나 이스라엘의 지원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28일 새벽 구호품을 실은 미국의 C130허큘리스 수송기가 케르만주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일본은 자위대 파견을 고려하고 있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지시 아래 항공자위대와 육상자위대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고 일본 정부는 앞서 27일 77만달러의 긴급 무상협력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유럽연합(EU)은 27일 밤 긴급 구호 지원자금을 당초 배정했던 80만유로에서 320만유로로 4배까지 증액했다.순번 의장국인 이탈리아가 EU구조단을 지휘해 구조단 파견,임시 병동과 천막 설치,난방과 용수 공급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추위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도시 전체가 진흙벽돌로 지어진 탓에 리히터 규모 6.7의 강진에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더욱이 모두가 잠든 시각인 새벽 5시 즈음에 지진이 발생해 시민 대부분이 탈출할 기회조차 없이 진흙벽돌과 함께 매몰돼 버렸다. ●세계 최대 진흙성채도 사라져 폐허속에 매몰된 부상자들은 불빛 한 점 없는 어둠과 추위 속에서 구조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알리라는 이름의 남자는 “친척 17명이 건물 밑에 깔려 있다.빨리 꺼내지 않으면 곧 죽는다.”며 삽으로 잔해를 파헤쳐보지만 힘이 미치지 않자 절규하며 괴로워했다. 밤시는 페르시아제국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대 유산의 보고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에 올라 있다.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유적 90% 이상이 파괴됐다.특히 2000년 전에 진흙벽돌과 밀짚,야자수 등으로 지어진 세계 최대규모의 진흙 성채도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유네스코는 피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이란 정부에 유적조사팀을 파견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복구팀 파견을 서두르고 있다. 강혜승기자·외신 1fineday@
  • 기고/덕수궁터 美대사관 건립 반대한다

    1년 넘게 지루한 공방을 벌이던,덕수궁 터에 미국 대사관을 건립하는 문제가 지난 18일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 회의에서도 결론을 못내 보류되었다.매장문화재분과는 덕수궁 터에 미대사관 신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사적분과와 건조물분과 등 관련 분과와의 합동회의 또는 전체회의로 최종결정권을 넘겨 ‘신축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미대사관 신축예정 부지인 옛 경기여고 자리는 조선시대 역대 임금의 초상(御眞)을 모신 덕수궁의 선원전과 왕과 왕비의 혼백을 모신 흥덕전이 있던 터다.미대사관 측도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당초 함께 건립하려고 했던 직원용 아파트는 포기하고 15층 규모의 대사관 청사만 짓겠다고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다.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유적은 보존하되 대사관 건물을 짓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사관 건립계획에 대해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도록 설계에 신경을 쓸 것이라는 말로 건립 강행 의사를 밝혀 왔고,설계를 맡은 미국의 건축가 마이클 그레이브스 또한 “새로 건축될 대사관 건물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할 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건축에서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소의 역사성이다.덕수궁이 어떠한 곳인가.세계사에서 드물게 긴 단일왕조의 마지막 궁궐이다.그런 만큼 우리 민족에게는 역사적으로 너무나 소중한 장소인 것이다. 건축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 꼭 있어야 될 건축,있으나마나 한 건축,있어서는 안 될 건축이 있다.남의 나라 왕궁터에 대사관을 짓는 것이 꼭 필요한 건축이 될 수 있겠는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지난날 우리가 문화재에 무지할 때 덕수궁 인근에 난개발이 이루어지다 보니 이제 와서 미대사관 건립은 안 된다고 항변하는 것이 어쩌면 자업자득일 수도 있다.이렇게 우리 스스로 내 나라 역사를 무시하고 흔적을 함부로 없애다 보니 이웃나라 중국에서 발해·고조선과 함께 고구려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는 것이다.또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라고 억지 주장하는 것 아닌가.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내 나라 역사 지키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역사를 잃는 것은 영토를 잃는 것보다 더 큰 과오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혹시라도 정부는 문화재위원회에서 ‘신축’쪽으로 결론을 내주길 은근히 바랄 것이 아니라,하루빨리 덕수궁 터를 사적지(문화재보호구역)로 지정하고 미대사관 측에 대체 부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이것은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과 건축문화를 살리고,국가와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종호 건축사·명예논설위원
  • [씨줄날줄] 밤의 성채

    아프가니스탄에 있던 바미안 대불은 세계 최고 불상이었다.바미안 대불은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서 서쪽으로 150㎞ 지점에 있었다.1.4㎞에 걸쳐 펼쳐진 거대한 암벽에 1000여개의 석굴이 파여 있고 동쪽과 서쪽 끝에 각각 38m와 55m 높이의 대불이 세워져 있었다.바미안 대불은 소중한 인류의 문화유산이었다.그 바미안 대불이 2001년 3월 폭파됐다.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충격 속에 그 대불이 폭파되는 장면을 TV로 봤다.이슬람 원리주의자인 탈레반 정권이 바미안 대불을 파괴했다. 국제사회는 바미안 대불을 파괴하지 말라고 탈레반 정권에 압력을 가했다.그러나 탈레반 정권은 국제적 압력을 무시하고 반문명적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신의 피조물 조각상에 강한 터부를 갖고 있다고 한다.문화유산의 파괴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문화재의 조직적인 약탈이다. 아프가니스탄 뿐만이 아니라 이라크의 많은 문화재들도 피해를 입었다.1991년 1차 걸프전과 최근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수만점의 문화유산들이 파괴되거나 약탈됐다.이라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로 인류문화유산의 보고다. 문화유산은 자연재해에 의해서도 파괴되어 왔다.이란 밤시의 대규모 지진으로 2000년 역사의 페르시아 유적이 크게 파괴됐다.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1200여㎞ 떨어진 밤시는 페르시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고도(古都)다.‘진흙의 도시’로 유명한 밤의 대표적 문화유적은 성채다.사막 한 가운데 자리잡은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붉은 진흙 성채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진흙벽돌 성채다.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던 성채가 지진으로 대부분 붕괴됐다. 인류의 진흙건축 유적 중 대표적인 문화유산이 지진으로 파괴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일본에서도 지난 1995년 지진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교토(京都)의 사찰을 비롯,많은 문화재들이 피해를 입었다.그러나 일본의 피해는 다행히 크지 않았다.일본은 지진에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으나 이란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밤의 진흙 성채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알려졌다.고고학을 전공하는 이란 학생 레자 후세이니(25)는 “우리의 역사를 잃었다.”고 말했다.문명화 시대에 세계의 문화유산들이 잇달아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창순 논설위원
  • 이란 대지진 이모저모/인구20만 도시 완전 폐허로

    26일 진도 6.3의 강진이 엄습한 이란 남동부 밤은 도시 전체가 대규모 폭격을 당한 듯 완전히 폐허로 변했다.거리 곳곳에 시체가 즐비하게 널려 있고,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혹시라도 살아 있는 가족들을 찾아볼까 폐허더미 속을 뒤지며 애타게 울부짖고 있다. 이날 지진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깊이 잠든 새벽 5시에 발생,피해가 더 컸다.특히 진앙지 인근에 위치했던 고대 도시 밤은 대부분의 건물이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았다.이란은 지진이 매우 자주 발생함에도 불구,지진에 대비해 설계된 건물이 거의 없어 1990년에는 3만 5000명의 사망자를 내기도 했을 만큼 지진 발생 때마다 많은 피해를 내고 있다. 피해지역으로 이르는 전화가 불통돼 정부 당국은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현재 위성전화와 무전기를 통해 현장과 교신하고 있다.이곳의 수도와 전기 공급 또한 중단돼 적신월사는 대규모의 구조 손길을 요구하고 있다.적신월사는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국적 규모의 헌혈을 촉구하고 나서 피해 규모가 만만치 않음을 내비쳤다. 현장에서는 구조견을 동원,생존자 수색작업에 돌입했다.그러나 구조장비 등이 턱없이 부족해 구조작업은 매우 느린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란 내무부는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특히 추운 날씨 속에 건물들이 완전히 파괴돼 이재민들이 거처할 곳이 없다는 게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이란 당국은 급한 대로 텐트를 쳐 이재민들을 수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전기·수도마저 끊긴 상황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확실치 않다. 경찰은 피해지역으로 이르는 모든 도로를 차단,구조팀의 신속한 이동을 돕고 있다.테헤란,에스파한,케르만 등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한 많은 구조요원이 이 지역으로 급파됐다.군당국도 구조에 나섰다.그러나 지진 소식에 인근 거주민들이 친척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밤으로 나서는 바람에 곳곳에서 정체가 일어나고 있다.케르만주 주지사 모하메드 알리 카리미는 집에서 전화가 복구되기를 기다려달라고 촉구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수천명의 사람들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이번 지진에서 밤에 위치한 병원두 개가 무너졌으며 남은 병원조차 만원을 이뤄 인근 도시로 후송되고 있다. 카리미 주지사는 엄청난 사망자 수 외에도 고대 도시인 밤의 유적이 대부분 없어졌다는 점에서 ‘대재앙’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사회는 이란 정부에 애도의 뜻을 전하며 인도적 지원 약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에게 위로 메시지를 보내 “깊은 애도”를 표시하며 “가능한 모든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독일 외무부와 독일 적십자사도 이란에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독일은 현재 SEEBA라는 해외긴급대응구조팀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도 우선 25만유로를 이란 정부에 긴급 지원하는 한편 잔해 속에 깔린 인명구조를 위해 25명의 구조요원을 이란에 파견키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위로전화를 했다.푸틴 대통령은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했다.이미 구조요원과 장비를 실은 항공기 2대가 이날 오후 이란으로 떠났다.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재난부 장관은 이 항공기에는 수색견을 포함한 4개 구조팀이 탑승했다고 말했다. 전경하기자·외신 lark3@ ■‘밤'은 어떤 도시? 26일 강진으로 완전히 폐허로 변한 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진흙벽돌 성채로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이란 문화유산의 신비로 꼽혀온 곳. 이슬람교가 도입되기 전인 2000년 전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밤의 벽돌 성채는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아 이란의 보물로 불렸다. 벽돌 성채 외에도 이란 전성기이던 16∼17세기에 건설된 38개의 망루도 유명하며,불을 숭상하는 배화교의 사원들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끌어들였다.극동지역과 유럽을 잇는 옛 실크로드의 상업·무역 중심지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바레즈와 카부디 산맥 중간의 평원지대에 자리잡은 데다 오아시스까지 있어 ‘사막의 에메랄드’로 불릴 정도로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기도 했다. 세계 주요 지진 약사 ●2003년 5월21일 알제리 리히터 규모 5.8 강진.2200여명 사망. ●2003년 5월1일 터키 남동부 6.4 강진.167명 사망. ●2003년 2월24일 중국 서부 신장 6.8 강진.최소 266명 사망. ●2002년 6월22일 이란 북서부 6.0 강진.최소 500명 사망. ●2002년 3월25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5.8 강진.1000명 사망. ●2001년 1월26일 인도 7.9 강진.최고 3만명 사망 추정. ●2001년 1월13일 엘살바도르 7.6 강진.700여명 사망.
  • 특별한 새해맞이 2선/선상에서 사찰에서 새해 소망 빌어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계절.어디 특별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데가 없을까.이른 새벽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남보다 한발짝 먼저 해를 맞는 선상일출은 어떨까.소복소복 눈이 쌓인 산사에서 하룻밤 묵으며 차분하게 새해를 설계해도 좋을 것이다.새해맞이 선상일출 및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선상 새해맞이 ●거문도,백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중에서도 제주도와 가장 가까운 섬.31일 송년의 밤과 새해 1일 아침을 맞이하는 1박2일 선상프로그램이 진행된다.31일 오후 여수항 출발,거문도에서 유람선으로 갈아타고 거문도 등대 및 낙조 감상,거문도 숙박,백도 앞바다 선상에서 일출제 행사 참여,거문도 육로관광 등이 포함돼 있다.2인1실 기준 11만 5000원.거문도관광여행사 (061)665-4477. ●정동진 골드코스트 유람선을 타고 정동진 앞바다에서 일출을 감상한다.강릉 금진항을 출발,아름다운 어촌마을인 심곡마을,모래시계공원 등 정동진 앞바다를 유람한다.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을 따라 날아드는 갈매기를 벗삼아 관람하는 일출이 감흥을 자아낸다.일출 후엔 셔틀버스를 타고 정동진역,해돋이공원 등 인근 관광명소를 둘러본다.어른 1만 5000원,어린이 1만원.(033)644-5480. ●한려수도 유람선을 타고 한려수도의 빼어난 해안경치와 함께 일출을 감상한다.새해 1일 선상 해돋이를 위해 16척의 유람선이 모두 함께 바다로 나가는 대규모 행사를 연다.일출 조망후 연륙교,상족암,코끼리바위,동백섬 등을 유람하고 돌아온다.2시간 30분 정도 소요.어른 1만 5000원,어린이 8000원.삼천포유람선(055-835-0172·3). ●울산 간절곶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뜬다는 간절곶 앞바다에 쾌속 여객선 돌핀호를 타고 나가 일출을 감상한다.현대호텔 숙박,돌핀호 해돋이 감상,떡국 조식 등을 포함해 2인 기준 15만원.현대호텔울산(052)251-2233. ●보길도 뱃길 1일 새벽 완도에서 출발해 남해바다에서 일출 감상,보길도 윤선도 유적지 답사로 일정이 짜여져 있다.선상에서 새해맞이 떡국 먹기,소원성취 풍선날리기 등도 진행된다.어른 2만원,어린이 1만5000원.소안농협(061)553-8188.◆새해맞이 템플스테이 서울 조계사,공주 마곡사,순천 송광사,양양 낙산사 등 전국 12개 사찰이 31일부터 새해 첫 날까지 템플스테이 행사 및 다채로운 새해맞이 행사를 진행한다. 마곡사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자정 이전엔 한해의 반성을,이후엔 새해계획을 세우는 시간과 자신 및 가족,이웃에게 보내는 자비명상시간을 갖는다. 양양 낙산사에선 저녁 예불과 함께 새해 범종 타종 체험,발우공양,탑돌이,참선,다도 체험,촛불 행사 등이 이어지며,새벽엔 의상대에서 동해 일출 관람 시간을 갖는다. 경주 골굴사에선 동해안 문무대왕릉 앞 해맞이,선무도 기공 수련 등이 포함돼 있으며,서산 부석사에선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세상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사찰별 프로그램은 표 참조).조계종 템플스테이 담당(02)732-9925,720-7060∼4. 임창용기자 sdragon@
  • 최인호가 말하는 ‘소설 儒林’/ “퇴계·조광조를 招魂하리”

    ‘유림(儒林)’에 대한 구상은 12,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나는 그 무렵 경허를 주인공으로 하는 ‘길 없는 길’이란 장편소설을 신문에 연재하고 있었다.인도에서 출발한 불교가 중국을 거쳐 해동(海東)인 우리나라에서 찬란한 꽃을 피운 사실을 소설로 쓰면서 우리 민족의 혈관 속에는 불교뿐 아니라 또 하나의 원형질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았다.그것이 바로 2500여 년 전 중국에서 공자로부터 비롯된 유교(儒敎)였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피 속을 흐르는 또 하나의 원형질인 유교에 대한 소설을 쓰지 않고는 우리의 민족성을 파헤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10년 전 이미 두 차례나 공자의 고향인 취푸(曲阜)와 공자의 사당이 있는 태산에 올라 사전답사를 하면서 구상을 하고 있었다.공자의 무덤을 둘러보면서 소설의 제목을 미리 정해두었는데,그것이 바로 ‘유림(儒林)’이었다. ●10년전 공자유적 답사… 구상 마쳐 보통 소설을 쓰다 보면 제목을 정하기가 가장 어렵고,소설을 다 쓴 후에도 제목을 못 정해 전전긍긍하는 것이 보통인데,‘상도(商道)’ ‘유림(儒林)’과 같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이름을 미리 점지해 두는 것처럼 제목이 미리 떠올라 오랫동안 마음 속에 화두처럼 남아 있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인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써야지 하고 구상을 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막상 소설로 형상화되는 것은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맞닿아야 한다.마치 봄이 되어야만 꽃이 피고,가을이 되어야만 열매 맺듯 소설에도 제 나름대로의 때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상도’ 역시 십여 년 전부터 구상하고 있었던 소재가 마침 연재 중에 IMF 사태가 터지고 역시 12,13년 전부터 구상해 두고 있던 유림이 2004년 오늘날에야 시작되는 것을 보면 해산의 진통을 거쳐야만 아이가 태어나듯 모든 것이 다 때가 있는 모양이다.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사상가인 원효(元曉)를 탄생시킨 것처럼 유교 역시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사상가인 퇴계(退溪)를 낳았다.석가모니의 불교가 원효에 의해서 사상적으로 완성되었다면 공자의 유교 역시 퇴계에 의해서 사상적으로 완성되었던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원효와 이퇴계라는 불세출의 위대한 사상가를 배출한 유례없는 정신적 문화국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이 현실은 어떠한가. ‘동방예의지국’이란 이름의 찬란한 정신적 유산은 무례와 부도덕으로 얼룩지고 개국 이래 이처럼 정치가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다.전 세계에서 보기 드문 청렴하고,청빈하고,나라에 충성하고,꼿꼿한 자존심으로 무장하였던 ‘선비’사상을 낳은 국가의 이념은 부정부패한 관리들과 국민보다는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어두운 공복(公僕)들에 의해서 혼동과 무질서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위대한 국민에 바보 지도자라니 아아,이처럼 위대한 국민에 어째서 이처럼 어리석기 짝이 없는 바보,바보,바보의 지도자들이 줄줄이 태어날 수 있단 말인가.한 사람의 개인에게는 인격이 있듯이 한 국가에도 국격이 있는 것이다.이러한 인격이 그 사람의 인간성(人間性)을 이룬다면 이러한 국격을 가진 국민들이 그 나라의 국민성(國民性)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격은 어떠하고 우리의 국민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세계적 성리학자 이퇴계의 초상은 천 원짜리 화폐 속에서만 존재하고,이율곡의 초상 역시 오천 원짜리 지폐 속에서만 존재하는데,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자장면을 먹고 지불하는 화폐 속에 그려져 있는 그 인물이 누구며,어떤 사람인가를 알고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천박한 천민자본주의에 젖어 이퇴계의 사상보다는 이퇴계의 얼굴이 그려진 그 화폐만을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광조(趙光祖).성종13년(1482년)에 태어나 중종14년(1519년),37세의 젊은 나이로 사약을 받고 죽은 정치개혁자.썩어 빠진 정치를 바로잡으려다 실패하였던 이상주의자,조광조 역시 유교의 사상으로 나라를 구하려 하지 않았던가. ●조광조 못다이룬 정치개혁의 꿈 담을것 그의 나이 33세 때 중종은 직접 과거를 치르는 시험장에 나아가 다음과 같은 알성문과 시험문제를 냈다. “공자께서 ‘만약 내가 등용이 된다면 단 몇 개월이라도 가하지만 적어도 3년이면 정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하셨다.성인이 어찌 헛된 말을 하셨으리오.그러니 그대들은이를 낱낱이 헤아려 말할 수 있겠는가….” 이에 조광조는 그 유명한 답안을 쓰기 시작한다.“하늘과 사람은 그 근본됨이 하나입니다.그러므로 하늘이 사람에 대하여 도리에 맞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임금과 백성 역시 그 근본됨이 하나입니다.그러므로 이상적인 임금들은 백성들에게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우리의 지도자들이 백성들에게 도리에 맞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는가.아아,나는 작가로서 이 혼란한 시대를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이처럼 나약한 손을 들어 글을 써 헌정함이니.공자여,과연 그대가 이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에 다시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수년 안에 우리나라의 어지러움을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조광조여,과연 그대가 오백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올 수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국민을 위한,국민의 정치를 펼칠 수 있겠는가. 내가 굳이 박수무당이 되어 공자의 혼을 불러들이고,이퇴계와 조광조를 초혼(招魂)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니.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는 나폴레옹에게 패망한 독일 국민들에게 ‘독일 국민들에게 고함’이란 글을 썼다.비탄에 빠져 있는 독일 국민들에게 ‘불행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나도 감히 내 사랑하는 조선민족들에게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 글을 바치려 함이니.오마니,아부지,누이야,우리 이제 오마니 등에 업고,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검둥개 앞세우고 달 마중가자.그 효(孝)와 그 충(忠),그 예(禮),그 경(敬)으로 가득 찼던 숲으로 가자,유림의 숲으로 가자.
  • “한국 불교예술의 진수 프랑스에 전할터”禪詩에 수묵화 곁들여 시화집 낸 재불화가 방혜자씨

    |파리 함혜리특파원|“우리 선조들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한국 불교예술의 진수를 프랑스인들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40여년간 작업하며 동양적 정체성을 추구해 온 추상화가 방혜자(66) 화백이 최근 한국 고승들의 선시(禪詩)에 그녀의 수묵화를 곁들인 프랑스어 시화집을 펴냈다. ‘Les Mille Monts de Lune(천산월·千山月)’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시화집은 알뱅 미셸 출판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서예와 시’ 시리즈의 한 권으로 프랑스에 한국 고승들의 선시를 처음 소개하고 있는 의미있는 책이다. 이 선시집에는 청허,경허,진각,해안,보조국사,나옹화상 등 13∼19세기 우리나라 선사들의 시 22편이 프랑스어로 번역돼 담겼다.모두 방 화백이 오래 전부터 즐겨 읽던 선시들. 시의 깊은 뜻은 알 듯,모를 듯하지만 첩첩이 아득한 한국의 산에서 따온 깊은 푸른 빛과 검은 먹,그리고 여백이 어우러진 채색화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한글을 분해하고 새롭게 조형화한 그림들도 기하학적 멋을더한다. 그녀는 생명과 자아에 이르기까지 우주만상의 근원인 빛을 부드럽고 섬세한 색채로 형상화해 온 ‘빛의 화가’로 프랑스 화단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이번 시화집에 소개된 작품들의 대부분은 그가 최근 추구해 온 빛과 생명을 형상화한 작업들이다. 반면 한글의 형상화 작업은 이번에 시화집 준비를 하면서 새롭게 시도한 것들이다.“한글을 이루는 가로 획은 공간에 하늘과 땅을 만들고,세로획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것이죠.네모는 땅,동그라미는 우주,점은 생명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시옷’은 인간을 의미한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그는 “프랑스에 한국의 수준 높은 예술과 전통을 소개하는 데 한글과 불교 예술만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림 그리는 틈틈이 프랑스에 한국의 불교를 소개하는 작업에도 열정을 쏟아온 그는 프랑스 시인 샤를 줄리에와 함께 ‘비밀스러운 기쁨’이라는 시화집을 낸데 이어 지난해 100여장의 컬러사진과 함께 경주 남산의 불교유적을 소개하는 사진집 ‘부처의 땅’(세르클다르 출판사)을 펴내기도 했다. lotus@
  • 작은 것의 아름다움/현대작가 인 소품전

    ‘작은 것이 아름답다.’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는 현대작가 24인의 소품전이 한창이다.국내작가 22명과 해외작가 2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는 10호 미만 회화와 높이 30㎝ 미만의 조각 소품 70여점이 나왔다.백남준 이우환 윤형근 김창열 박서보 등 원로와 김창영 김찬일 황호섭 오이량 등 젊은 작가,이탈리아 조각가 니코 콜레,미국 사진작가 스탄 형제 등 해외작가들이 참여했다. 백남준은 드로잉 작품 ‘천수관음’(2001년)을 냈고 물방울 작가 김창열과 모래그림의 김창영은 ‘물방울’과 ‘Sand Play’ 소품을 각각 내놓았다.박서보는 부조적인 입체화면을 만들어내는 판화 형식인 믹소그라피아(Mixografia) 기법을 이용한 작품을,이우환은 ‘조응’ 연작을 판화로 만든 작품을 출품했다. 콜레는 책을 형상화한 대리석 작품 ‘침묵’을 통해 지중해 문명의 자유로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스탄형제는 최근 작업중에서 나뭇잎의 잎맥을 검게 처리한 사진작업 ‘Black Pulse’를 선보이고 있다.스탄의 ‘검은 맥박’에서 수명을 다한 잎사귀의 잎맥은 인간의 심장과 폐의 해부도를 연상케 한다.이밖에 남도의 풋풋한 정서를 담은 황영성의 ‘가족그림’,세밀한 표현이 두드러진 이목을 등의 작품이 눈에 띈다.내년 1월17일까지.(02)544-8481. 김종면기자
  • ‘덕수궁터 美대사관’ 결정 보류

    덕수궁 터에 미국 대사관과 직원 숙소의 신축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새해로 미루어졌다.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위원장 정영화 영남대 교수)는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경복궁안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이 문제를 놓고 2시간 이상 격론을 벌였다. 회의가 끝난 뒤 정영화 위원장은 “사안의 중요성과 신중한 검토를 위하여 사적분과와 건조물분과 등 관련 분과와의 합동회의 또는 전체회의에서 심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문화재청 관계자는 전체회의 일정에 대해 “한달 뒤 쯤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새해로 넘겨지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이같은 결정은 덕수궁 터에 미국대사관 신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정부의 입장을 배려한 측면이 있다.매장문화재분과에서 ‘신축 불가’ 결론을 내리면 사실상 논의는 종결되기 때문이다. 경기여고 자리는 조선시대 역대 임금의 초상(御眞)을 모신 덕수궁의 선원전과 왕과 왕비의 혼백을 모신 흥덕전 터다.한국문화재보호재단과 중앙문화재연구원은 지난 6월 지표조사에서주춧돌과 석재·기와 등이 발견되자 “궁궐터로 확인된 만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매장문화재분과는 11명의 위원 전원이 개발보다는 보존에 무게를 두는 고고학 및 역사학자인 만큼 ‘대사관 신축 허용’이라는 결정을 기대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미국은 최근 “지하 2층,지상 15층의 직원용 아파트는 포기하고 대사관 건물만 짓겠다.”고 수정안을 제시했고,정부도 “유적은 보존하되 대사관 건물은 짓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공감을 표시했다.미국은 건물을 지을 수 없다면 다른 땅이라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정부는 대체 부지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대’가 대세를 이루는 매장문화재분과가 아닌,합동회의나 전체회의에 회부한다는 것은 미국이나 정부 쪽에서 보면 ‘신축 가능성’은 남아 있는 셈이다.그러나 풍납토성이나 경주 경마장 부지 문제는 분과회의에서 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전체회의에 넘겨졌으나,‘보존’결정을 내려 결과는 미지수다. 서동철기자 dcsuh@
  • 이런 책 어때요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유재현 지음 창비 펴냄 격변의 현대사를 경험한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등 인도차이나 3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소설가인 저자는 베트남 공산당 지도자 호치민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인도차이나에서 베트남패권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비판한다.인도차이나 공산당의 주도권을 쥔 호치민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공산당운동의 자주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스탈린식 비타협 노선을 앞세웠다.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메콩 삼각주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의 모습,한때 마약과 섹스의 낙원으로 불린 프놈펜,라오스의 고도 루앙파방 등 인도차이나의 매혹적인 자연과 유적도 다룬다.1만 5000원. 저널리즘의 기본요소 빌 코바치 등 지음 / 이종욱 옮김 한국언론재단 펴냄 미국 애리조나 주 출신 상원의원 존 매케인은 하노이에서 5년6개월간 전쟁 포로로 지낼 때 가장 그리웠던 것은 안락이나 음식,자유,심지어 가족이나 친구도 아니었으며 “검열하거나 왜곡되지 않은 풍부한 정보였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인식에 대한 본능(awareness instinct)’이라 할 만하다.그만큼 뉴스는 우리 삶에 간절한 것이다.이 책에서는 언론의 기본 원칙을 논한다.영국 ‘맨체스터 가디언’의 편집인인 C.P.스콧의 “논평은 자유로운 것이지만,사실은 신성하다.”라는 말은 오피니언 저널리스트에게 퍽 시사적이다.1만 5000원.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초의 과학자 마이클 화이트 지음 / 안인희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동물은 모두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여겨 고기를 먹지 않은 채식주의자이자 사람을 죽이는 전쟁기구를 만드는 데 열광한 발명가.인간의 시체를 며칠 밤낮으로 해부하면서 인간의 신체가 가치없는 인간이 지니기엔 너무 훌륭하다고 경탄한 과학자.아름다운 성모와 여성을 즐겨 그리면서도 여성을 혐오하고 미소년만 사랑한 화가.그가 ‘르네상스 맨’이란 한마디로 표현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그는 모든 기록을 다른 사람이 쉽게 읽지 못하도록 왼손을 이용해 ‘거울글씨’를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남들이 자기 생각을 훔쳐갈까 두려워 했던 것이다.1만 8000원. 이거룡의 인도사원 순례 이거룡 지음 한길사 펴냄 세계 사상의 요람인 인도 곳곳에 널려 있는 사원들을 종교학자의 눈으로 살폈다.“참된 것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은 참되다.참되고 아름다운 것은 선하다.이 셋은 영원하며,하나의 실재를 드러내는 세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오는 카주라호 사원,태양사원으로 불리는 코나락 사원 등 힌두교 사원을 탐방.불탑의 원형으로 일컬어지는 산치의 마하스투파,카를라 탑원 등을 둘러보면서 흔히 인도 불교학자들이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이유로 드는 ‘불교의 자연사’,즉 불교가 소멸해 힌두교의 넓은 바다에 용해되었다는 견해를 소개한다.1만 5000원. 리더십 3막 11장 존 휘트니·티나 팩커 지음 / 송홍한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는 하나님 다음으로 가장 많은 ‘창조’를 해낸 사람은 셰익스피어라고 했다.그가 탐색하지 않은 주제란 하늘 아래 거의 없다.선과 악,사랑과 증오,정의와 불의,오만과 겸손,죄의식과 결백,전쟁과 평화 등 세상사의 온갖 주제를 다뤘다.그 중에서도 특히 되풀이해 다룬 주제가 리더십이다.이 책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권력의 본질과 리더십의 기본 원리를 살핀다.저자들은 세상은 하나의 무대이며,리더십은 연극적 능력이라고 말한다.1만 7500원.
  • [시론] 서희장군을 다시 생각한다

    요즈음 화제의 영화 가운데 황산벌이 있다.신라와 백제 사이의 전쟁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어 유행어까지 낳았지만,김유신과 소정방의 기세 싸움도 볼 만하다.강압적인 소정방과 이에 저항하는 김유신의 모습에서 1300년 뒤 오늘의 우리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다.주변국을 아랑곳하지 않는 중국인의 오만불손한 태도가 고구려사 빼앗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고구려를 중국사로 규정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되었다.그런데도 이른바 ‘동북공정’이 새삼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하나는 종전에는 학자 개인이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논의되었지만 이제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5년간 지원하는 1500백만위안의 연구비 가운데 3분의2를 중국 재정부에서 출연하고,재정부 부장(장관)까지도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둘째는 국경을 넘어 우리 영토까지 넘보고 있다는 사실이다.중국은 소수민족의 분리운동을 차단하기 위해서 현재의 중국 영토 안에 있는 과거의 역사는 모두 중국사로 규정해왔다.그런데 이제는 고조선과 한사군,고구려와 발해로 이어지는 한반도 북부의 역사가 모두 중국사라고 주장하면서,신라에서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지는 역사만 한국사에 속한다고 강변하고 있다.신라계 정권인 고려와 조선이 각기 고구려와 고조선을 도용해서 국호를 만들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이전에는 조선족 단속에 골몰하며 만주 역사는 중국사라는 논리를 내세웠는데,이제는 공격적으로 한반도 북부까지 넘보겠다는 심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고구려사 빼앗기는 역사학에서 벗어나 정치와 외교의 문제로까지 비화된 느낌이다.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마땅한 손발이 없다.고구려 유적을 중국과 북한이 절반씩 가지고 있으니 이 금역의 역사를 다루는 연구자가 많을 리가 없다.더구나 중국 간행물을 종합적으로 수집하는 기관조차 없다.우리 사회는 맑은 날에 궂은 비에 대비하는 지혜를 갖지 못했다. 그럼에도 발등의 불부터 끄지 않을 수가 없다.첫째는 북한을 도와서 고구려 벽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시키는 일이 다급하다.중국은 북한측이 등록해버리면 설득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에,중국내 고구려 유적을 전쟁하듯이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북한을 배제하려 획책하고 있다.내년 전반기에 판가름날 이 싸움에서 지면 우리는 후손에게 두고두고 고구려를 잃어버린 죄인이 될 것이다. 둘째는 연구기관의 설립이다.그것도 자료 수집을 중심으로 하는 기관이 시급하다.이번 중국의 정책도 신문기자가 먼저 알아서 학자들에게 알려줬다.중국의 학술동향을 싣고 있는 광명일보마저 국내 어디서 구독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지금 중국의 교과서를 분석한다거나 고구려사가 한국사인 근거를 찾는다고 분주하지만,즉흥적인 대응보다는 연구자를 키울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과 연구 기반 조성이 절실하다. 이 마당에 저 유명한 서희 장군의 담판이 떠오른다.993년 거란 소손녕이 쳐들어와서 “고려는 신라 땅에서 건국한 나라이니 우리 영토인 고구려 땅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자,그는 “그렇지 않다.우리나라는 고구려 후계자이다.그래서 나라 이름을 고려라 하고 평양을 국도로 정했다.경계로 말하자면 오히려 요동지방이 우리 땅이니 누가 침범을 했다고 할 수 있는가?” 하고 반론을 제기하여 소손녕의 군사를 돌리고 거꾸로 압록강 유역을 개척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아냈다.1000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 우리 눈 앞에 다시 재현되고 있다.항복론을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자진해서 담판에 나섰던 서희 장군은 지금 양평 부근에 잠들어 있다.그러한 지혜를 가진 후예가 지금 절실하다. 송 기 호 서울대교수 국사학
  • 오피니언 중계석/ 역사도시의 자연환경 관리

    ‘문화의 세기(世紀)’를 맞아 국내 역사도시가 한 차원 높은 문화도시로 거듭나려면 환경친화적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지금처럼 환경을 도외시한 ‘문화재 위주’의 관리방식으로는 문화도시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오영석(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와 한동훈(서라벌대) 교수는 최근 경주시가 발간한 ‘경주연구’에 공동 논문 ‘역사도시의 자연환경 관리 실태와 발전방향’을 게재,이같이 강조했다.논문내용을 요약한다. 21세기를 흔히 문화의 세기라 일컫는다.후기 산업사회의 심화와 함께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이처럼 문화가 중시되면서 국민들의 역사유물과 문화관광에 대한 관심과 수요,욕구 또한 증대되고 있다. 각종 문화재 등이 산재해 ‘노천(露天)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시 등 국내 역사도시들의 발전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게 사실이다.관광객 수 증가와 함께 관광수입 증대가 지역발전 가속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점이다.관광객은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도시보다는 자연·역사·문화자원이 잘 어우러진 관광도시를 선호한다.잘 가꾸어진 숲 속에 둘러싸인 유럽의 고도(古都)에 관광객들이 몰리고,감탄하는 것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역사도시의 관리는 ‘문화재 따로,자연환경 따로’ 식의 개별 관리방식을 채택해 각종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우선 개별 문화재와 유적이 점유한 공간은 최소 면적인 반면 주변 및 배후지역에는 고층 아파트 등 각종 콘크리트 구조물이 난립,경관적 괴리감과 부조화가 발생되는 점을 들 수 있다.더욱 심각한 것은 불합리한 토지이용과 무분별한 형질변경,토석과 토사의 채취가 역사도시의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산림훼손과 불법 분묘 조성도 역사도시의 장소성과 정체성을 잃게 하는 큰 요인이다.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99년 한해동안 경주지역에서 불법 묘지 조성과 산림 무단 형질변경으로 271건이나 단속됐다.피해면적만도 30.6㏊에 달한다.적발 건수의 80% 이상이 신고나 고발에 의한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불법행위로 인한 산림피해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자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이 매우 다양하고,유사 제도마저 중복 규정된 것도 역사도시의 자연경관 훼손으로 직결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역사도시의 자연환경 관리는 여러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먼저 역사도시들이 “우리 지역은 역사도시니까 문화재만 잘 보호하면 된다.”는 ‘박물관식’ 사고에서 탈피,자연환경의 보전과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역사도시의 장소성을 유지하고,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역사도시를 종합관리할 수 있는 ‘고도 보존 및 개발 특별법’(가칭) 제정이 필요하다.일본은 이미 ‘역사적 풍토의 보존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역사도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중앙 및 해당 지방정부도 관련 제도를 정비해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과 사업계획을 수립,추진해야 한다.자연환경관리의 대상인 하천,공원,산림도 역사유적과 관련해 지역특성에 맞는 관리방향 및 방법 모색이 병행돼야 한다.역사도시는 잘 관리된 자연환경 속에 있을 때 발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다. 정리 경주 김상화기자 shkim@
  • “고구려史 연구 대수술” 한목소리

    ‘고구려사 연구 이대로 좋은가.’ 최근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시도가 첨예한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학계가 고구려사 연구 풍토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고대사학회를 비롯한 17개 한국사 관련 학회로 구성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공동대책위원회’는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시도를 저지하는 첨병 역할을 자임,다양한 고구려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고 국내 여론 조성과 남북공조에도 적극 나설 것을 천명했다.대책위는 특히 내년 6월 쑤저우(蘇州)에서 열릴 유네스코 문화유산위원회에서 북한의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고구려사 연구성과와 방향을 점검하는 크고 작은 학술세미나가 줄을 잇고 있다.정신문화연구원은 고대사 연구 및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동북고대사연구소’를 설립하기에 앞서 15일 ‘고대사 관련 심포지엄’을 열어 고구려사 연구의 방향을 점검한다.‘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공동대책위원회’도 내년3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의 고대사 학자들을 초청해 ‘고구려 고분과 벽화의 세계’를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열 채비를 하고 있다.한국미술사학회와 한국고대사학회도 각각 ‘고구려의 민속문화’‘고구려 역사’를 주제로 세미나를 올해 안에 열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대응논리를 세워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풍토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고구려사 연구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연구인력 부족과 연구영역의 편중성.백제·신라사에 비해 연구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에서 연구영역도 당연히 편향적이라는 게 공통된 견해다.또한 중국과 북한 지역에 자료가 집중돼 현장 접근이 수월치 않은 탓도 있지만 문헌사학과 고고학이 원활한 공조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학자들은 따라서 무엇보다 국내 학자들의 협력과 남북공조,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연구지원 및 자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일본의 경우 중국의 고구려 유적 발굴보고서를 해체해 재구성하는 수준에 와 있지만 우리는 고구려 유적 성격 등에 관한 해석에서 거의 중국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광식 고려대 교수는 “중국의 경우 현재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수백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고구려 관련 박사학위 소지자 12명을 포함,전체 연구자가 3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고구려와 발해 고조선사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철 강남대 교수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역사전쟁으로 규정한채 단기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고대문화의 전체적인 역사와 흐름에서 국가와 민족을 재조명할 수 있는 포괄적인 기초를 다진다는 각오와 자세가 더 중요하다.”며 “모든 학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자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사설] 중국의 역사왜곡 방관만 할 건가

    한국고대사학회 등 한국사 관련 17개단체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중국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등 역사 지키기 운동에 나섰다.학문 연구에도 시간이 부족할 역사학자들이 거리로 나와 민족의 존립을 걱정할 지경에 이르도록 한 중국의 망발도 어이없거니와 이런 사태를 방관만 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또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이 동북아에서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강화라는 명백한 의도를 갖고 이른바 ‘동북공정’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벌써 1년9개월이 지났다.고구려는 물론 발해,고조선까지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켜 중국 대륙에서 한국사의 존재를 뿌리째 제거하려는 중국의 속셈은 지난 7월 북한의 고구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방해하면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그런데도 정부는 ‘현단계는 직접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외교부),‘연구예산을 증액해 놓았지만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구체적 규모는 밝힐 수 없다.’(교육부)는 식으로 소극적 자세만을 보이고 있다.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서는 대중문화 개방을 중단하면서까지 강력 대응했던 정부가 중국에 대해서만은 유독 저자세인 이유가 뭔가.중국의 역사왜곡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고,현실 정치적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경우보다 훨씬 큰 문제다.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당당히 문제를 제기하고 사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중국과의 정치적,경제적 관계가 중요할수록 역사 인식에 간극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한·중역사공동위원회 구성 등 학자들의 제안을 경청하기 바란다.
  • “백제유적 종합전시장”수촌리유적 발굴지도위원회 열려 1호분서 금동허리띠 등 추가 발굴

    무령왕릉 이후 최대의 백제무덤 발굴이라는 충남 공주시 의당면 수촌리 유적의 발굴성과와 앞으로의 조사방향을 점검하는 지도위원회가 10일 현장에서 열렸다.참석자들은 현장과 출토유물을 둘러보고는 “백제유적의 종합전시장”이라고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으로 많은 역사적 사실을 밝혀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지도위원회에는 유적의 중요성을 보여주듯 이강승 충남대 교수 등 지도위원과 이남석 공주대 교수 등 자문위원을 비롯한 고고학 및 역사학자들, 노태섭 문화재청장 등 정부관계자와 보도진 등 200여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는 충남역사문화연구소의 강종원 연구위원은 현장설명에 나서 “1호분에서 금동허리띠 한점이 추가로 나오는 등 발굴이 진척됨에 따라 유물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일단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기 전에 기존에 확인된 유물의 수습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책임자인 이훈 문화재연구부장은 “2호분에서는 굽은옥(곡옥)이 달린 목걸이와귀걸이 등 백제시대 귀부인이 어떻게 치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유물이 나왔다.”면서 “특히 피장자의 머리쪽에서 나온 붉은색 구슬들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하나인 동수묘의 여인 모습에서도 확인되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지도위원인 최병현 숭실대 교수는 “이 유적의 가장 큰 의의는 무엇보다 백제왕실이 의탁하여 웅진으로 천도할 만한 세력이 이곳에 존재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일본에서는 다수 나왔지만 국내에서는 출토지가 확실치 않아 일본에서 역수입됐다는 설까지 나왔던 호등(등자)이 나온 것도 큰 성과”라고 밝혔다.들떠있는 분위기를 경계하는 지적도 있었다.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분석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이 관장은 “고고학자는 고고학적으로 판단해야지 역사와 연결시키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면서 “수촌리에서 나온 유물이 중앙의 사여품이니 하는 것은 고고학자가 할 만한 얘기가 아닐 것”이라며 섣부르게 유적의 성격을 판단하려는 분위기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현장에는 주민들도 나와 관심있게 지도위원회를 지켜봤다.한 주민은 “이번에 유물이 나온 문둘기산에는 옛날부터 왕의 무덤이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면서 “40여년 전 이웃한 수촌초등학교를 지을 때도 백제토기가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공주시청 관계자는 이날 “의당농공단지를 조성하려고 이미 50억원을 들였는데 유적이 발견됐다.”면서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을 감안하여 정부가 이 부지를 매입, 공주시가 농공단지를 다른 곳에 조성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참석자들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공주 서동철기자 dcsuh@
  • 고구려역사 지키기 학술대회/고구려史 뺏기면 고조선도 뺏긴다 학계 공동대응 방안 모색

    ‘정치적 목적에 이끌리는 불순한 중국학계의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겠다.’‘고구려를 넘어 고조선까지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고구려 역사를 자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국책사업,이른바 ‘동북공정’에 한국 학자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고 나섰다.9일 오후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대책 학술발표회’.한국고대사학회,한국사연구회를 중심으로 한 역사관련 17개 학회가 모여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시도를 한목소리로 성토하는 한편 거국적인 공동대응과 남북공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모임은 그동안 학회 혹은 개인이 개별적으로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주장해온 것과는 달리 학자들이 실천적인 대응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첫 공식모임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정부에 대해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심포지엄에 들어간 학자들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의 허구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냈다.참석자들은 일단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에 바탕을 둔 중국의 ‘동북공정’이 한족을 중심으로 57개의 소수민족을 같은 테두리에 넣으려는 큰 목적아래 남북통일 후 불거질 영토문제에 쐐기를 박으려는 사전조치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우리 학계는 중국 ‘동북공정’의 요체를 ▲고구려인의 뿌리는 고대 중국의 소수민족이며 ▲고구려 건국지역 및 기본 관할범위가 중국 경내이고 ▲고구려는 중원 왕조의 책봉을 받은 종속관계로 정리했다.따라서 ▲수·당의 고구려 원정은 침략전쟁이 아니라 변방 할거세력 통제이며 ▲고구려 멸망 이후 대다수 유민이 한족(漢族)으로 편입했으며 ▲고려는 고구려의 계승자가 아니며 역사적 연속성·상관성이 전무하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우리민족은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서 농경을 영위하던 예맥족과 한족을 근간으로 형성되었고,이들은 고조선 멸망 이후 만주와 한반도 각지에서 다양한 정치체제를 이루다가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으로 정립되었고,통일신라와 발해를 거쳐 고려로 통합되었다.”며 중국의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참석자들은 학술발표회를 마친 뒤 기존 한국고대사학회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대책위원회’를 모든 학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대책위로 확대 개편해 정부 차원의 공식 대책기구가 마련될 때까지 중국 정부에 대한 대응과 여론 확산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나가기로 했다. 김성호기자 kimus@ ■“北 고분군 세계유산 등록 적극 지원을” 학술대회에서 가장 첨예한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역시 북한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내년 6월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릴 유네스코 문화유산위원회에 북한이 제출한 평양의 고구려 고분군과 중국의 지안(集安)지역 고구려 유적이 함께 등록신청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북한 고분군이 열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이날 참석자들은 중국에 비해 열악한 상황에 있는 북한 고분군의 등록을 위해 남한측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놓았다.무엇보다 남한측이 기술 및 재정 지원과 함께 문화유산위원회에 고구려 고분군의 정체성과 고유 문화성을 적극 알려야 하는 것으로 집약했다. 북한 고분군이 배제된 채 중국의 고구려 유적만 등록될 경우 현재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의 목표가 그대로 달성되는 셈.고구려 역사의 중국사 편입에 지금보다 훨씬 힘이 실리게 된다. 우선 중국이 지안 일대의 유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북한은 여건상 손을 못대고 있는 실정.따라서 고분군,특히 벽화고분에 대한 항온·항습 처리 등을 위해 북한에 전문가를 파견해야 하며 아울러 주변 정리사업을 북한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호기자 ■주요 발제 요약 ●최광식 고려대 교수 중국은 1980년대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내세워 소수민족정책에 각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더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탈북자들이 대거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동북지방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1년 한국 국회에서 재중동포의 법적지위에 대한 특별법이 상정되자 중국당국은 조선족 문제와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문제 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특히 2001년 북한이 고구려의 고분군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신청하자 국가적 프로젝트인 동북공정을 기획해 추진한 것이다.동북공정의 고구려사 왜곡은 고구려사뿐만 아니라 발해사와 고조선사까지 왜곡하고 있으므로 한국의 역사는 시간적으로 2000년밖에 되지 않으며 공간적으로 한강 이남에 국한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만주지역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였으며 그에 대한 연구는 일천하다.따라서 연구센터를 설립하여 고대 동북아시아에 관한 역사와 지리 및 민족문제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구려의 역사는 남과 북 어느 하나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이므로 남북공조를 통해 고구려의 역사를 지켜낸다면 남북공조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다. ●공석구 한밭대 교수 중국학계가 고구려사를 파악하는 기본적인 논리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이다.그런데 중국,북한에 각기 나뉘어져 있는 고구려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중국학계는 논리적 문제점을 드러냈다.중국학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또 다른방안을 제시하였다.이러한 방안도 고위금용(古爲今用·옛것을 왜곡해 오늘에 활용한다는 뜻)의 시각 하에서 당시의 고구려사를 편입하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만주지방의 고구려사는 중국의 영토 안에서 건국하였기 때문에 중국의 지방할거정권이 세운 지방사로서 파악하고 있다(통일적다민족국가론).따라서 현재 북한 영토 안에 있었던 고구려사,즉 평양천도 이후의 고구려사는 과거 고대중국의 영역 안에 있었기 때문에 중국사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리이다.결국 중국학계는 역사인식의 근본적인 바탕으로 내세운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의 논리적 근거를 스스로 폐기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이는 현재를 위하여 과거의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현 중국 영토 안에 존재하였던 고구려사를 인식하는 시각마저도 사료의 자의적인 해석과 무리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이 부분은 앞으로 구체적인 연구를 통하여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박경철 강남대 교수 고구려는 국가형성기 이래 환경적 여건의 취약성을 군사적 팽창정책으로 상쇄하면서 전형적인 ‘전제적 군사국가’를 지향했다. AD 4세기 말 이래 하나의 왕국의 단계로 넘어서서,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한 제국적 지배구조에 입각한 다종족국가로 웅비하였다. 고구려는 국초 이래 지속적으로 추진한 군사적 팽창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천하지뇌(天下之腦)’에 해당하는 동몽고 문제에 접근하여 독자적 생존권과 패권의 보존 및 확산을 위한 대륙정책을 관철해나가고자 했다.그러나 수·당제국은 중국 중심의 일원적 지배질서에 입각하여 안보를 보장하려는 세계정책을 강행하려 했다.곧 고구려와 수·당의 70년 전쟁은 고구려의 대륙정책과 수·당의 세계정책이 정면충돌하면서 빚어낸 동아시아 국제전쟁이었다. 그럼에도 중국학자들은 수·당이 고구려에 보낸 조서(詔書)를 근거로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하고 있다.조서의 상투성과 수사성을 감안하지 않은 즉흥적인 정책적 역사인식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모든 자료들은 고구려의 수·당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서조차 책봉·조공제도가 가동되고 있었음을 적시하고 있다.화이론과 책봉·조공론이 갖는 허구성의 일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임기환 한신대 학술원 연구원 중국 역사학계는 고구려가 시종일관 중원 왕조와 종속 관계를 유지하였다고 주장하면서,그 근거로 조공·책봉 관계를 들고 있다.고구려왕이 책봉을 받았다는 것은 곧 중원 정권의 관리임을 뜻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책봉의 형식만 글자 그대로 해석할 뿐이지,책봉의 역사적 성격은 간과하고 있다. 사실 조공·책봉 관계는 중외(中外)관계의 한 유형이며,중국적 세계질서를 규정하는 양식의 하나이다.특히 남북조시대 중국세력이 분열되어 주변국가에 대한 규제력이 약화된 상황에서는 책봉·조공은 실질적인 종속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외교관계의 한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책봉·조공제는 당시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서 적용된 외교형식이기 때문에,유독 고구려만 이를 근거로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규정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기도 하다.중국이 백제나 신라,왜 등과 맺은 책봉·조공 관계와 하등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구려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피책봉국이지만,독자적으로 자신의 세력권 안에 여러 국가나 세력 집단을 포함하고 있으며,독자적인 천하관을 갖고 있다.중국학계와 같이 중원 왕조의 신속국(臣屬國)이란 해석에서는 결코 나타날 수 없는 관념이다. 정리 서동철기자 dcsuh@
  • 주변부 삶 통해 현실 속살 조명/임영태 첫소설집 ‘무서운 밤’

    92년 등단한 뒤 2년 만에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보인 임영태(45)가 첫 소설집 ‘무서운 밤’(문이당 펴냄)을 냈다. 표제작 등 9편의 작품에서 작가는 주변부 삶을 조명하면서 현실의 속살을 은은하게 비춘다.등장인물 대부분이 프로그램 개발회사 교육사원(‘을평에서’),무명 시인·죄수(‘전곡에서 술을 마셨다’),직업이 불분명하고 친구와 만나 실패한 연애담만 널어 놓는 이(표제작) 등 사회 언저리에서 겉돈다.소설의 배경도 이 중심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들이 시골 읍이나 허름한 공간에서 겪는 일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스스로 주변부 삶을 선택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감성의 소유자들이라는 것이다.그들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도태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적응하기 힘든 이방인들이다.“예민한 감수성 때문에 욕망으로 가득찬 이 사회의 구조를 견딜 수 없어하는 주인공”을 택한 작가의 전략은 그런 아웃 사이더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환유적으로 그린다. 20년 전 술마시고 노래하며 유도 도장 주인,부자,시인 등의 앞날을 이야기하던 친구들과의 기억을 되돌아보면서 꿈과 달라진 현실을 대조하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스물여섯살이던 해의 마지막 날 밤 거리를 배회하면서 실패한 연애담이나 나누며 친구와 함께 되는 일이 없는 이유를 주고받는 표제작의 장면 등에서 주인공들은 비록 좌절된 꿈이지만 과거에 대한 기억에서 비루한 현실을 버틸 힘을 안쓰럽게 찾고 있다.이런 작가의 시선은 자신이 현실을 바라보는 분신이기도 한 주인공들에게 따스하게 스며들고 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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