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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황사 정원 추정 신라시대 연못 확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북 경주시 구황동 분황사 동쪽의 황룡사지전시관 건립부지를 발굴조사하여 정원시설인 못(苑池)의 전모를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일대에서는 지난 2001년 원지로 보이는 유적의 일부가 드러났으며,이번에 추가발굴로 못의 규모와 축조방법,관련 시설 등을 파악했다. 신라왕경에서 확인된 원지 유적은 안압지(雁鴨池)와 용강동 원지(園池)에 이어 구황동 것이 세 번째다.이번에 확인된 원지는 남북 46.3m,동서 26.1m의 장방형으로,안압지의 15분의1 크기다.조사단은 2개의 인공섬을 중심으로 축대,계단,입ㆍ출수구,수로,전각부지,담벼락 등 다양한 원지시설을 확인했다.원지 담벼락 바깥에서 크고 작은 건물터와 우물,보도 등도 발굴했다.이밖에 세련된 솜씨의 기와와 벽돌,중국제 자기,금동판보살좌상,금동신장상,오리 모양의 손잡이 잔 등 1330여점의 유물도 함께 나왔다. 서동철기자 dcsuh@˝
  • 서울신문 창간 100년/새로운 100년을 준비합니다

    서울신문은 국내 현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습니다. 1904년 7월18일 창간하여 항일운동의 선봉에 섰던 대한매일신보의 구국독립정신과 지령을 계승해온 서울신문은 민족의 고난과 영광을 함께 해왔습니다. 서울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새 감각, 바른 보도로 독자 여러분께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을 다짐하면서 다음과 같은 ‘창간 100주년 기념사업'을 펼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155마일 비무장 지대가 남북 해빙 무드에 따른 개발 요구로 환경 파괴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환경전문가를 포함한 생태계 탐사반이 DMZ를 따라 장기탐사활동에 나서 생태계의 보전 가치를 재조명하고 종합적인 보전 방향을 제시합니다. 오는 8월 제28회 올림픽이 열릴 아테네는 올림픽 운동의 발상지이자 서양 합리주의 사조의 뿌리인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입니다. 국내 유수의 화가들과 함께 고대 유적지들을 답사, 그리스 신화에 얽힌 신비한 이야기들을 작가들의 회화작품과 함께 소개합니다. 발생 원인이나치료법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이 수천가지나 됩니다. 본사는 로또공익재단과 함께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소개하고 최신 정보를 제공, 사회적 관심을 조성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희귀병 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펼칩니다. 선진국 도약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부정부패 척결입니다. 서울신문은 깨끗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비전과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캠페인을 반부패국민연대와 공동으로 전개합니다. 우수한 반부패 사례를 개발하고 실천한 개인과 단체 등을 선정, 반부패상도 시상합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공동으로 제정, 민원을 우수하게 처리하는 기관과 개인을 매년 선정, 훈·포장과 표창 등 시상합니다. 시·군·구 및 교육청,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부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제도 개선 및 특수시책, 집단·사이버 민원 처리 실태 등을 심사합니다. 시원한 한강변에서 연일 신나는 공연과 한국 영화를 무료로 즐기며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합니다. 서울시·서울영상위원회와 공동으로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에서개최합니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멋진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한강변에서 풀 코스와 하프 코스, 10㎞ 등 다양한 종목의 시민 마라톤축제를 서울시와 공동으로 10월3일(일) 펼칩니다. 내외국인 누구나 참가할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 하프마라톤은 5월23일(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엽니다. 5㎞, 10㎞, 하프코스. 올해 제24회로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현대도예 공모전 수상작과 함께 역대 심사위원 및 대상 작가 40여명의 작품을 비교 전시, 한국 도예의 진수를 선보입니다. 권순형 황종례 신상호 천복희 임무근 등 중진작가들이 참가합니다. 11월29일~12월4일 서울갤러리.
  • 주말매거진We/술따라 맛따라-가야곡왕주

    해마다 5월이 되면 서울 종묘에선 조선조 역대 임금의 신위를 모시고 제례를 올렸던 종묘대제가 재현된다. 이 종묘대제에서 쓰이는 제주(祭酒)가 바로 충남 논산의 ‘가야곡 왕주’다.‘가야곡’은 논산시 가야곡면에서 따왔고,‘왕주’는 왕실에서 마시던 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술도가의 안주인 남상란(57)씨를 가야곡면 육곡리 가야곡왕주 전시장에서 마주했다.명인 제13호로 지정돼 있는 남씨는 외할머니,친정어머니에 이어 왕주를 빚어왔다. “외할머니(민재득)는 명성황후(민비) 친정인 민씨 집안 분이셨어요.당시 민씨 집안에선 대대로 빚어 마시던 곡주에다 조선 중엽 성행했던 약주를 접목시켜 술을 빚어서 왕실에 진상했다고 해요.그 비법을 친정어머니(도화희)가 이어받아 제게 물려주셨지요.” 지금 ‘가야곡왕주’는 술 이름인 동시에 사업체 상호이다.원래 남씨 시댁은 60년대부터 동동주,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반야주조장)을 운영해온 술도가집.한때 ‘가야곡 동동주’‘뻑뻑주’로 충남 일대에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으나,90년대 들어 토속주가 외면당하면서 사업이 위기에 몰렸다. 이때 남씨는 남편(이용훈·57)에게 친정의 가양주를 빚어볼 것을 권유해 91년 ‘가야곡왕주’란 이름으로 빛을 보게 됐다.술이 기대 이상의 호평을 얻고,97년엔 종묘대제의 제주로 쓰이게 되자 부부가 상의해 아예 상호를 가야곡왕주㈜로 바꿨다.왕주는 소곡주처럼 덧담근 약주다.멥쌀떡에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밑술에 찹쌀밥과 누룩,야생국화,홍삼,구기자,오미자,솔잎 등을 혼합해 덧술을 빚는다.재료 하나하나가 예로부터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이 탁월한 것만 모아 놓았다.여기에 임금의 입맛과 건강을 생각하며 빚던 정성이 들어있으니,그 맛이 예사롭지는 않을 터. 남씨가 시음용으로 내온 술을 한 잔 권한다.혀끝에 감도는 감칠맛과 그윽한 향은 우리 전통 약주의 맛 그대로인데,무언가 특이한 느낌이 하나 온다.머릿속을 씻어주는 듯한 상쾌함이 그것.누룩 특유의 냄새가 주는 묵직한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저온 숙성과 급속 냉각 여과법을 쓰기 때문이에요.술을 빚어 숙성시킬 때 10도 이하에서 발효시키고,떠낸 술은 특수한 냉각여과기를 이용해 불순물을 깨끗이 걸러냅니다.” 이 방법은 누룩냄새를 싫어하는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도입했는데 상당히 반응이 좋다고 한다.또 외국인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미국,일본 등에 수출도 한다. 불순물을 깨끗이 걸러냄으로써 보통 상온에서 보름 정도인 저장기간을 2년으로 늘려,보관에 따르는 문제점도 사라졌고,숙취도 거의 없다고 한다. 가야곡왕주㈜가 생산하는 술은 약주인 가야곡왕주와 증류식 소주,막걸리격인 뻑뻑주 등 3가지.남씨의 세 아들인 이정연(36)·준연(33)·규연(30)씨가 각각 하나씩 맡아 왕주의 계보를 잇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이들은 일대에서 ‘누룩 3형제’로 유명하다. 남씨는 요즘 가야곡왕주와 찰떡궁합을 이룰 만한 음식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일본의 청주인 ‘사케’가 생선회(스시)와 결합해 세계시장에서 대 성공을 거두었듯이 전통주와 고유의 음식 결합을 통해 외국인들의 입맛을 잡아보려는 것이다. 글 논산 임광동기자 sdragon@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논산IC에서 빠져 68번,4번 지방도를 갈아타고 가야곡,양촌 방면으로 15분쯤 가다보면 도로 왼쪽으로 가야곡왕주 공장과 전시판매장이 나온다.천안-논산 고속도로 서논산IC에서 나와 4번 도로를 이용해도 된다.전시판매장에서 가야곡왕주를 시음해본 뒤 구입할 수 있다.(041)741-8353∼4. ●여기도 구경하세요 논산은 부여나 공주처럼 백제 유적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두 도시 못지않게 백제의 흔적이 많다.우선 계백장군이 5000명의 군사로 나당연합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황산벌이 있다.4번을 싸워 이겼으나,결국 패했던 이곳엔 통한의 한을 품고 전사한 계백장군의 무덤이 있다. 고려 태조가 936년 후백제 정벌에 성공하고 세우게 했다는 개태사에도 가보자.태조는 당시 친히 지은 발원문에서 ‘후백제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도움 때문이니 앞으로 불위(佛威)로써 나라를 옹호하기 바란다’고 했다고 한다.노성면 일대에 있는 노성산성은 논산 동부지역으로부터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당시 백제가 논산 일대에 쌓았다고전해지는 13개의 크고 작은 산성들중 유일하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무얼 먹을까 은진미륵이 있는 관촉사 입구에 가면 ‘돌체’란 한정식집이 있다.주인의 깔끔하면서도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손맛이 느껴지는 곳.특히 생선회와 홍어회 등 해산물 맛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4인기준 1상에 7만원.인원이 적거나 한정식이 부담스러우면 갈치정식(1만2000원)이나 불고기(1만원)를 고르면 된다.(041)732-3422.
  • 주말매거진We/훌쩍 떠나볼까-태국 치앙라이&치앙마이

    수수함,차분함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의 만남…. 태국하면 뜨거운 태양과 활기를 넘어선 분주함을 떠올리지만 북부 지역에서 이런 분위기를 기대하는 건 곤란하다.산악지대의 서늘한 기후가 남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일까.북부의 도시들은,찾는 이들에게 포근함과 안정감을 안겨준다. 그렇다고 해서 심심하고 밋밋한 전원도시라는 얘기는 아니다.국경에 인접해 있어 여러 문화가 공존해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특별함도 지니고 있다. ●경계의 긴장과 아름다움 지닌 골든 트라이앵글 태국 북부 제2의 도시 치앙라이에서 한 시간 반가량 차를 달리면 치앙센에 도착한다.메콩강변의 작은 도시인 치앙센에서 북쪽으로 9㎞쯤 떨어진 곳에 가면 눈앞에 ‘골든 트라이앵글’이 펼쳐진다.골든 트라이앵글은 태국·라오스·미얀마 3국이 만나는 삼각주.동시에 한때 세계적 아편 생산지로 악명을 떨쳤던 지역 일대를 가리키기도 한다. 한 곳에서,한눈에 세 나라를 만나는 느낌은 그저 지리적인 접점을 바라보는 것 이상이다.국경이 가져오는 긴장감이 온몸을감싸는 것일까.아니면 아시아,아프리카,유럽 그리고 미국까지 뻗친 범죄와 부패 온상에 대한 잔상이 남아서일까.건기인 탓에 말라 붙어 볼품없는 삼각주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이제 이러한 골든 트라이앵글은 세 나라가 만나는 상징적인 장소일 뿐이다.도도하게 흐르는 메콩강과 함께 펼쳐진 풍경은 그저 바라보며 유유자적하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메콩강변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태국 그리고 미얀마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골든 트라이앵글과 아편의 고리는 인근 ‘아편 홀’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곳은 매파 루앙(현 태국 왕의 어머니)재단과 태국관광청의 노력으로 2001년에 문을 열었다.한 장소에 아편의 역사에서 폐해까지 아편에 대한 모든 것을 꼼꼼히 담아냈다. ●태국 속 스위스,매파루앙 가든 치앙라이 도이 텅 산 위에 자리잡은 매파 루앙의 빌라와 정원은 한마디로 이국적이다.‘도이 텅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곳에 자신이 살 집을 짓고 정원을 꾸몄다.아이들과 스위스 유학을 했던 기억을 담아 스위스 풍으로 만들었다. 집은 자그마한 목조 건물이다.크기도 크기지만 왕족의 집이라고 하기엔 화려하지도 않다.유럽식 건물이 그다지 낯설지 않은 우리에겐 특별한 관광지는 아닌 셈이다. 대신 1992년에 문을 연 그의 정원은 감탄을 아끼지 않아도 좋을 만큼 훌륭하다.7만 5000여평의 땅에 펼쳐진 정원은 형형색색의 꽃들과 호수 그리고 폭포가 어우러져 ‘아름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일년 내내 좋은 날씨를 즐길 수 있는 도이 텅 산에 자리잡은 터라 좋은 공기 마시며 산책하기에 그만인 곳이다. ●잔잔한 태국 북부 속 활기,치앙마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태국 북부 제1도시 치앙마이.고요와 활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시가지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사원들은 도시의 역사를 짐작케 한다.여러 사원 중 꼭 가봐야 할 곳은 근교에 자리잡은 ‘도이수텝사원’이다.‘이곳을 보지 않았다면 치앙마이를 보지 않은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꼭 봐야 할 유적지다.코끼리가 사리를 싣고 지금의 탑 자리를 세 바퀴 돈 다음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휘황찬란한 금빛 불탑이 먼저 눈을 사로잡고 사원 뒤쪽에서 볼 수 있는 치망마이 시내 전경이 또 한번 눈을 만족시킨다. 낮에는 유적지를 방문하고 밤에는 시내 나이트 바자(야시장)에 가보자.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이곳은 규모나 내용면에서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글 치앙라이·치앙마이 나길회기자 kkirina@ ●어떻게 가나 한국에서 치앙라이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우선 정규 노선으로 방콕을 경유해 갈 수 있다.인천에서 방콕까지는 4시간 정도 소요된다.방콕에서 치앙라이까지 버스로는 13시간,비행기로는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전세기를 이용해 치앙마이까지 간 다음 치앙라이로 가는 방법도 있다.전세기는 일주일에 2∼3회 운항한다.인천에서 치앙마이까지는 6시간 정도 걸린다.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까지는 버스로 3시간,비행기로 40분 정도 소요된다.전세기 문의는 대일항공여행(02-757-0022). ●코끼리 타고 뗏목 젓고 골든 트라이앵글에 갔다면 배를 타고 메콩강 바람을 즐겨보지 않을 수 없다.라오스,미얀마 강가를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남짓 걸린다.요금은 한 척당 왕복 400바트(1바트는 우리 돈 30원 정도)로 6∼8명 정도 탈 수 있다.코끼리 트레킹과 대나무 뗏목타기를 원한다면 치앙마이 시내 여행사에서 신청하면 된다.요금은 900바트 정도지만 흥정이 가능하다.룬 아룬 온천에서는 여행의 피로를 씻을 수 있다.1시간 이용 요금은 30바트.치앙마이 시내에서 송테우(4륜 택시)를 타고 30분 정도 걸린다. ●목이 긴 카렌족과 도란도란 태국 북부 고산지대에는 여러 산악 민족이 삶을 꾸려가고 있다.약 75만명에 이르는 이들 가운데 절반은 카렌족이며 그외에 몽족,라후족,아카족 등이 있다.치앙라이주에는 15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민족은 ‘목이 긴 카렌족’.카렌족의 한 부류로 이름처럼 목이 긴 것이 특징이다.동으로 만든 링을 여러 개 감고 다녀 후천적으로 목이 긴 민족이다. 아카족은 우선 화려한 의상이 눈에 띈다.검은색 바탕에 색실로 수가 놓여 있거나 단추,양털 등으로 장식이 돼 있다.여기에 은으로 된 동전을 길게 연결해 꾸민 모자도 특징적이다.영혼과 사람들이 한 마을에 산다고 믿는다. 태국의 최북단 도시 매사이에 갔다면 국경 건너 미얀마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국경을 건너 바로 보이는 시장에서 ‘툭툭’(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3륜 택시)을 타고 10여분 정도 가면 산악민족 마을이 있다. 관광객을 위해 만든 곳으로 아카족과 카렌족이 살고 있다.함께 사진을 찍거나 간단한 공연을 볼 수 있다. 보다 가까이서 이들 생활을 체험하고 싶다면 2박3일이나 3박4일 정도의 산악 트레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비용은 2박3일의 경우 900바트정도.태국정부 관광청이 추천하는 코스를 택해 치앙마이나 치앙라이 시내 여행사에 신청하면 된다. 나길회기자 ●칸토크 만찬 끝내줘요 사람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 있지만 어떤 나라건 여행지 문화 체험의 으뜸은 전통 음식 맛을 보는 게 아닐까?여기에 전통 춤까지 곁들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치앙마이에 갔다면 여유있게 칸토크 만찬을 즐겨보자.식사 하는 동안 검무,촛불춤 등 북부 지방 전통 춤을 감상할 수 있다.칸토크는 축하연에 나오던 북부지방 전통 음식.일단 수프와 바나나 튀김이 먼저 나오는데 이때 음료를 주문하면 된다. 북부식 카레와 볶거나 데친 채소,돼지껍질튀김,태국식 고추소스 등이 한 상 차려져 나온다.태국 북부식 접대 방식대로 음식은 거절할 때까지 채워준다.‘올드 치앙마이 문화센터’‘매핑 칸토크’‘란나 칸토크’등에서 맛 볼 수 있다.가격은 음료 제외하고 200∼400바트. 가볍게 그리고 우리 입에 맞는 한끼를 원한다면 태국식 볶음 국수인 파타이가 괜찮다.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특징.고급 레스토랑에서 길거리까지 어디서든 쉽게 맛볼 수 있다.
  • [길섶에서] 온돌을 생각함

    우리에게 온돌은 고구려의 혼이 담긴 생활유산이자 민족동질성의 유전자 같은 것이다.고구려로 대표되는 한민족 북방계는 혹한의 기후조건을 이겨내기 위해 온돌이라는 독특한 난방방식을 창안했다.오늘날 우리가 방바닥에 앉아 생활하는 것도 따져보면 온돌의 영향이다.이는 한민족 남방계가 창안한 마루라는 독특한 공간과 함께 우리 생활문화를 견인한 양대 축이었다. 중국의 정사(正史)인 신·구당서(新·舊唐書)의 동이전 고(구)려조에 ‘그곳 백성들은 장갱(長坑)을 만들고 여기에 불을 때 따뜻하게 겨울을 난다(…其俗貧者多冬月皆作長坑…)’고 적고 있다.‘장갱’이란 바로 방구들 아래로 파인 고래다.당시의 온돌 유적이 지금도 남아있거니와,유명한 사신총이나 쌍영총에는 온돌방에 가부좌하고 앉아 있는 묘주(墓主)의 모습이 생생히 남아 전한다.고구려가 자국의 일부라는 중국측 주장은 이런 점에서도 황당하다.우리 민족의 선대와 후대가 온돌을 통해 체온을 나누는 한 고구려를 두고 벌이는 원적(原籍)시비는 무의미하다.새삼 말하거니와,역사는 결코의도로 짜깁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심재억 기자 jeshim@
  • [열린세상] 낙관론과 비관론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있었던 세계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에서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과 중국이 신청한 고구려 유적을 모두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권고안을 채택하였다고 한다.6월에 쑤저우(蘇州)에서 열릴 세계유산협의회 총회에서 그 여부가 확정되겠지만 여태까지의 관례상 권고안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동시 등재가 확실시되고 있다.만약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등재가 안 되고,중국이 신청한 고구려 유적만 등재된다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 우려했던 우리로서는 한 고비를 넘겼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 있든 북한에 있든 고구려 유적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모두 등재된다면 좋은 것이라 볼 수도 있다.로마제국의 유적이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 유럽 여러 나라에 산재해 있으며,그 중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들이 여럿 있다.그러나 프랑스가 로마제국의 유적이 프랑스에 있다고 하여 로마제국의 역사를 프랑스 역사의 일부라는 주장을 하였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중국이 고구려의 유적이중국지역에 있다는 것을 근거로 고구려를 중국 역사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만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한 데 반해 중국은 고분군뿐만 아니라 환인 지역의 오녀산성과 지안(集安) 지역의 환도산성과 국내성 및 광개토왕릉비 모두를 등재 신청했다.따라서 고구려 문화유산은 중국에 있는 유적이 중심으로 보이게 될 것이며,고구려의 중심마저 중국지역에 있는 것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다.물론 고구려의 역사가 중국사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기 때문에 세계 문화유산의 등재와 상관없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의 고구려 유적과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이 함께 세계 문화유산으로 함께 등재됨으로써 고구려의 역사가 중국사일 수도 있고,한국사일 수도 있다는 일사양용론(一史兩用論)이 탄력을 받게 되었다.따라서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함께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을 비관적으로 볼 것인지, 낙관적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또 2001년 1월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이라 낙관했다가 2003년 7월 보류된 적이 있다.이를 계기로 중국의 고구려사에 대한 왜곡 문제가 관심을 끌게 된 게 사실이다.그런 까닭에 이번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 등재 신청이 수용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많은 논의와 지원이 학계를 중심으로 있고 알게 모르게 북한 고분군의 등재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낙관론은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자만하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비관론은 희망적이지 못해 어렵기는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 결실을 맺을 수가 있는 것이다.반 잔의 음료수를 바라보며 반잔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반 잔이나 남았다고 만족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매사가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되 잘 안될지도 모를 경우에 대비하는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 필요한 게 세상 일이다. 중국은 ‘동북 공정’을 통한 고구려사의 왜곡 이전에 평양 천도 이전은 중국의 역사이며 평양 천도 이후는 한국사라고 주장하였다.지금의 국경인 압록강과 두만강을 기준으로 현실적 목적에 따라 하나의 나라인 고구려사를 두 나라의 역사로 둔갑시키려 하였던 것이다.그런데 이제는 한반도의 급변하는 형세에 대처하기 위한 현실적 목적에 따라 평양 천도 이후의 고구려사까지 중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이러한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 ‘설마’하며 방관하는 낙관론 입장에 설 것인지,역사 왜곡이 영토 문제 등 현재와 미래의 한반도 문제와 상관 관계가 있을 것이라 우려하는 비관론적 입장에 설 것인지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역사는 과거를 다루지만 현재와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는 역사 의식이 정말 절실한 상황이라 하겠다. 최광식 고려대 교수 역사학
  • ‘한상궁’과 떠나는 북한요리기행/특집 ‘MBC 스페셜’ 31일 방영

    ‘수라간 최고 상궁’ 양미경이 북한을 다녀왔다.드라마에서는 요리를 만들기만 한 그이지만 오는 31일(오후 11시10분) 방영될 MBC 스페셜 ‘북한 전통음식 기행’에서는 북한의 다양한 요리를 두루 맛본다.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방북한 양미경은 북측 리포터와 평양,개성,원산,함흥 등 북한 4대 도시의 명승지를 둘러보고 향토 음식을 섭렵했다.국내 방송사가 북한을 찾아가 명승지와 음식을 소개하기는 처음으로,조선중앙TV와 공동으로 촬영했다. 양미경은 이 프로그램에서 먼저 평양을 찾는다.을밀대와 대동강을 유람하면서 남녘 사람들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평양냉면과 온반,어복쟁반을 소개한다.대동강 숭어국과 최근 북한에서 뜨고 있다는 타조고기도 맛본다. 고려의 옛 도읍인 개성에서는 정몽주의 혼이 서린 선죽교를 찾아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인삼닭곰,정성이 듬뿍 배인 약과와 편수에 대해 알아본다.해산물이 풍부한 원산의 대표적 유적지는 송도원이다.얼큰한 가자미냄비탕에 털게찜으로 속을 채운다. 혹한에 시달리는 함흥 주민들은 어떤음식을 먹으며 겨울을 견딜까.꽁꽁 언 감자로 만든 언감자송편,가자미식혜에다 원조 함흥냉면은 빠질 수 없는 고유의 맛.‘함흥차사’라는 말이 유래한 함흥 본궁과 만세교는 덤이다. 또한 북한 최고의 요리 학교인 ‘장철구 상업대학’의 수업장면,그동안 남쪽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북한 가정의 설맞이 모습도 엿볼 수 있어 먹거리뿐 아니라 볼거리도 풍부하다.북한의 먹거리를 살펴봄으로써 단절된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 제작 취지.실향민들에게는 고향의 맛을 다시 새길 수 있는 기회가,늦은 밤 출출한 시청자들에겐 간식 생각이 간절해지는 즐거운 ‘고민의 시간’이 될 것이다. 박상숙기자 alex@
  • 백수딱지 꼭 떼고 추석엔 찾아뵐게요/도서관行·알바… ‘이태백’들 설 연휴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시대.청년 실업자들은 명절이 괴롭다.선물보따리를 들고 귀향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용돈이 부족해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가 서럽기만 하다.명절이라고 모처럼 모인 친척 앞에서 ‘미취업’ 딱지를 붙이고 고개 숙이는 일도 고역.그렇다고 실업의 설움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오히려 더 당당하게 설 연휴를 보내겠다는 청년 실업자들의 다짐을 들어봤다. ●“휴일은 없다” 일부 청년 실업자들은 ‘휴일 사절’의 간판을 내걸었다.연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취업 공부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꾼다. 지난해 8월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한 김모(25·여)씨는 “백수에겐 휴일도 없다.”면서 “스터디 그룹 회원들과 모의 시험을 치르면서 실력을 쌓는 데 전념하겠다.”고 밝혔다.다음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는 장모(28)씨는 “집에서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자칫하면 ‘취직은 왜 못하냐.’는 친척의 성화에 시달릴 수 있다.”면서 “차례상만 물리면 바로 도서관에 들어가 ‘고독하게’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지난해 가을 여러 기업의 문을 두드렸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다음달 숙명여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는 임모(25)씨는 “취업이 어렵다고 탓하기 전에 기업이 선호할 실력을 먼저 갖추겠다.”면서 “1월 말 마감하는 대기업 광고공모전에 응시할 작품을 제작하면서 설 연휴를 재도전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서울산업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는 손모(24·여)씨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커피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그는 “곧 졸업인데 아직 취직하지 못한 것이 걱정이지만 적성에 맞는 아르바이트를 구해 다행”이라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 정식직원이 되기 위해 설 연휴에도 근무를 자청했다.”고 말했다.손씨는 “일하면서 한해 계획을 세운다면 가족과 명절을 즐기는 일 못지 않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기일전,재충전 기회로 다음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지만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김모(26)씨는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에서 설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취업난에 시달리느라 만신창이가 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낯선 땅을 찾기로 한 것.김씨는 “수백년 넘는 세월에도 항상 같은 자리에 서있는 꿋꿋한 유적 앞에서 각오를 다지겠다.”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 모아둔 돈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가족들도 용기를 내라고 격려했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외국어대 불문학과 대학원 졸업을 눈앞에 둔 최모(27·여)씨는 차례만 지낸 뒤 취업 스터디 모임 친구와 함께 강원도 원주로 여행을 떠난다.최씨는 “사정이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 서로 위로하면서 행운을 빌어주기로 했다.”면서 “일상에서 벗어나 바깥 바람을 쐬면 공포의 취업시장에 뛰어들 용기가 다시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언론사 입사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천모(28·여)씨도 “설날 아침에는 스키장에서 일출을 보기로 했다.”면서 “밝게 솟아오르는 신년 해처럼 씩씩한 마음가짐으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연 김효섭기자 anne02@
  • 서울경찰청장 첫 女보좌역 탄생/부속실 여경공모 발탁 김혜정 경위

    서울경찰청이 첫 실시한 청장 부속실 여경 공모에서 김혜정(사진·29)경위가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20일 선발됐다. 이번 공모는 최근 부임한 허준영 청장이 부속실 기능을 종전의 단순 비서 역할에서 전문 보좌 체제로 바꾸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미혼인 김 경위는 “국민과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면서 “여고 1학년 때 경찰대 모집 포스터의 정복입은 여경 모습을 보고 ‘멋있는 직업’이라고 여겨 경찰에 입문했다.”고 밝혔다. 경찰대 14기 출신으로 지난 98년 임관한 김 경위는 서울대 법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 서초경찰서 방범계와 교통사고조사계,반포파출소장,수사과 조사계 등 일선 민생치안 부서를 두루 거쳤다. 김 경위는 면접에서 영어 구사력과 인터넷 활용능력,행정업무 수행능력 등을 인정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대인관계가 원만해 주변 인사들의 추천이 쇄도한 것도 발탁 배경이 됐다.그는 시민과 경찰 내부의 각종 제안이나 고충·건의·개선책 등을 접수해 해당 부서로 연결시키는 ‘교량’역할을 하게된다.또 외사와 여성·청소년 분야에서 청장을 보좌하게 된다. 김 경위는 “평소 여행을 좋아해 유럽과 인도,중국,태국,캄보디아 등지의 문화유적을 찾아 혼자 배낭여행을 자주할 정도로 모험을 좋아한다.”면서 “앞으로 수사 파트에서 내공을 쌓아 ‘수사 전문가’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택동기자 taecks@
  • 고구려유적 세계유산 된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을 각각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토록 권고키로 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오는 6월28일부터 7월7일까지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제28차 총회에서 북한과 중국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동시 개별 등재키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11면 ICOMOS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각국의 문화재전문가들인 집행위원과 세계유산센터 관계자만 참석한 비공개 회의에서 이처럼 결론을 내린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북한은 2002년 1월 평안도와 황해도에 있는 고구려 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했으며,중국은 2003년 1월 고구려 수도였던 지안(集安) 일대의 유적을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을 현지 조사한 ICOMOS의 중국인 조사관은 보존 및 연구가 미흡하고,중국 내 고구려 유산과의 비교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고,지난해 7월에 열린 WHC 제27차 총회는 결국 등재 보류 판정을 내렸다. lotus@
  • ‘고구려유적 유산지정’ 안팎/한·중 고구려사 갈등 새국면

    고구려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역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을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토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오는 여름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는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쪽에서 보면 일단 다행스럽다.지난해 WHC 총회가 북한의 고구려 유적에 대한 등재 신청을 보류했음에도,지적사항에 대한 북한당국의 보완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이른바 동북공정이라는 국가적 사업으로 지안(集安) 일대의 고구려 유적을 완벽하게 정비해 놓아 ICOMOS 조사관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2002년 1월에 등재를 신청한 북한의 유적은 또다시 보류되고,1년 늦은 2003년 1월에 신청한 중국 것만 세계문화유산에 단독등재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동시 개별 등재’로 새로 얻은 것이 없는 반면 중국은 상당히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당초 중국은 북한이 199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하면서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할 움직임을 보이자,자국의 고구려 유적과 ‘공동 등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북한이 거절하자 단독 등재를 추진했고,이번 결정은 그 성과라고 할 수 있다.게다가 북한은 평양의 동명왕릉 및 진파리 고분군,황해남도의 안악고분 등 고분 63기만 등재를 신청했다.반면 중국은 국내성과 오녀산성,환도산성,광개토왕비,왕릉 13기,귀족 무덤 26기 등을 포괄하고 있다.중국이 신청한 유적의 범위가 훨씬 넓다. 한국과 중국의 역사 갈등과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록문제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ICOMOS가 중국의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것과 고구려 유적을 남긴 주체를 중국 민족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로마제국의 유적 중 상당수는 유럽과 북아프리카에 산재해 있다.독일의 트리어 기념물과 영국의 하드리안 성벽,프랑스의 오랑주 및 아를르 유적,스페인의 루고 성벽과 리비아의 렙티스 마그나 유적과 모로코의 볼루빌리스 유적,튀니지의 엘 젬의 원형극장 등이다.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지만 로마 전성기의 역사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중국에도 이런 사례는 있다.중국령 티베트자치구의 수도인 라싸의 포탈라궁은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티베트가 현실적으로 중국의 영토 안에 있는 만큼 중국의 신청권이 인정된다.그럼에도 세계적으로 포탈라궁을 ‘티베트 문화’가 아닌 ‘중국 문화’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세계에 고구려가 한국사의 일부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는 정부와 학계의 노력이 중요하다.그렇지만,가능성이 별로 없다고는 해도,오는 여름 중국의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WHC 총회에서,ICOMOS의 공동 등재 권고에도 불구하고 중국 것만 단독 등재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노력은 더 중요하다. 서동철기자 dcsuh@
  • 서초구 ‘걷기 코스’ 30㎞ 만든다

    아일랜드의 더블린과 같은 주민 건강형 워킹코스(Walking Course)가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서초구에서 개발된다. 서초구(구청장 조남호)는 구청을 주민들에게 건강을 파는 회사로 전환시킨다는 밑그림 아래 한강과 우면산,예술의 전당 등 관내 산과 강,역사문화 명소를 연결하는 ‘워킹프로젝트’를 오는 3월 시작,상반기 안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조성되는 걷기 코스는 ▲서초구 전역을 관통하는 5곳의 중·장거리 코스(4∼8㎞) ▲동단위의 단거리 생활형 코스(2∼3㎞) 18곳 ▲주요 문화유적지를 잇는 역사문화 탐방코스(15㎞) 1곳 등 모두 24개 코스로 돼 있다. 구는 코스의 노면을 우레탄 등 탄성제 포장제로 교체해 걸을 때 무릎·허리의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코스마다 맨발로 걷는 거리 등 테마구간도 조성된다. 버려지는 전력 케이블 포장 바닥판을 보도에 설치해 방향,위치,거리,소요시간 등을 써넣고,걷는 도중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나무벤치 등 시설물을 곳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구는 주민은 물론 교육청과 기타 관공서,기업체등의 걷기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고 학생들이 역사탐방로를 걸은 후 탁본을 제출하면 도서·문화상품권이나 기념 배지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걷기 프로그램에 참가할 경우,만보기를 나눠주고 구보건소에서 실시 중인 건강진단과 치아관리 등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조남호 구청장은 “워킹 프로젝트를 내실있게 추진,올해를 서초구민 건강 원년의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
  • 儒林(유림)속 한자이야기

    유림(3)에는 絶命(절명)이 나오는데,絶(끊을,뛰어날 절)은 실()을 칼(刀)로 자른다는 뜻으로 命(목숨,명령 명)과 결합되어 ‘목숨을 끊다’가 된다.죽음에 다다른 것은 臨終(臨 임할 림,終 끝날 종)이라 한다.‘죽는다’를 은유적으로 ‘북망산(北邙山)에 가다’라고도 하는데,이는 중국 하남성 낙양 북쪽의 북망산에 한나라 이후 역대 제후 등 귀족들의 무덤이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의 운명은 하늘에 있다 하여 ‘人命(인명)은 在天(재천)’이라고 한다.죽지 않고 오래 살기를 원함은 동서고금(東西古今:동양이나 서양,옛날이나 지금을 통틀어 일컫는 말), 남녀노소(男女老少) 똑 같다.그러나 옛날에는 오늘날보다 일찍 죽었기에 두보의 시 곡강(曲江) 중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稀 드물 희) 즉,70세까지 산 경우는 예로부터 드물었다.’라고 했다.그래서 오늘날 칠순잔치(七十이 되는 날 하는 잔치) 축의금 봉투에 ‘축 고희(祝 古稀)’라고 쓴다. 그리고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뜻하는 말로 伯牙絶絃(伯 맏 백,牙 어금니 아,絶 끊을 절,絃 줄 현)이 있다.이는 중국 춘추시대에 ‘백아’라는 거문고 명수와 그가 어떠한 연주를 하더라도 무엇인지를 척척 알아 맞히는 ‘종자기’라는 친구가 있었는데,어느 날 ‘종자기’가 병으로 죽게 되자 ‘백아’는 더 이상 자기의 연주를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여겨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는 일에서 유래되었다.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라는 뜻인 知音(知 알지,音 소리 음)’도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상용어 중에는 매우 급박한 경우를 뜻하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이 있는데,이를 절대절명(絶對絶命)으로 잘못 쓰는 사례가 있다. 유림(4)에는 首(이수)가 나온다.(뿔없는 용 리)는 과 (괘이름 리)가 결합된 한자로 가 들어간 한자의 음은 璃(유리 리),離(떼놓을 리) 등과 같이 대부분 ‘리’로 발음된다 은 머리를 바짝 치켜든, 머리가 큰 한 마리 독사를 본 떠 ‘훼’라고 발음했으나,언제부터인가 몇 마리 벌레가 한 곳에서 오글거리는 모양인 蟲의 약자로서 ‘벌레 충’이라 불리었다.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류(蚊모기 문,蜂 벌 봉),기어다니는 지렁이와 뱀 종류(蚓 지렁이 인, 살무사 훼),갑각류(蛤 조개 합,蝦 새우 하,蟹 게 해) 등에는 대부분 자가 들어간다. 우리에게 익숙한 蛇足(사족,뱀의 다리)이란 말에도 자가 들어간다. 蛇足은 초나라 재상인 ‘소양’이 위나라를 격파하고 이어서 제나라를 치려 하자,제나라에 사신으로 와 있던 진(秦)나라의 ‘진진’이 ‘소양’을 만나 다음과 같은 蛇足 일화를 들어 ‘당신은 지금 재상이기에 더 이상 공을 쌓아도 필요 없으니 돌아가라.’고 회유하여 돌려보낸 일에서 유래되었다. “어떤 사람이 종들에게 한 사발의 술을 주었다.그랬더니 조금씩 나눠 먹는 것보다는 땅바닥에 뱀을 제일 먼저 그린 사람이 모두 마시기로 합의하였다.그런데 한 사람이 뱀의 다리까지 그리고는 술잔을 잡아들고 으쓱거리자 다른 한 사람이 ‘뱀은 다리가 없네 ,자네의 그림은 틀렸어.’라고 하며 술잔을 빼앗아 마셨다.” 이는 史記(사기, 한나라 사마천이 지은 역사책)에 나오는 일화로 ‘쓸데없는 일을 함’을 뜻한다. 首는 頁(머리 혈)과그 위 머리털을 본 뜬 글자로 신체 중 제일 윗부분이기에 ‘머리,먼저,시초’등을 뜻한다. 예를 들면 首尾(수미:머리와 꼬리),首相(수상:내각의 우두머리),首邱初心(수구초심:여우는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을 향한다.즉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말로 ‘예기’라는 책에 나옴),首(비석머리,도장,궁전의 돌 등에 뿔없는 용의 모양을 새겨 장식한 것) 등이 있다. 박교선 교육부 연구사
  • ‘고구려사 방위軍’ 떴다/네티즌·관련단체 총공세

    시민 100만명이 고구려사를 지키기 위한 ‘을지문덕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온·오프라인에서는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관련 국제회의를 앞두고 총공세에 나섰다. ●‘을지문덕 프로젝트' 발진 네티즌 100만명은 15일 낮 12시부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와 유네스코(UNESCO)에 ‘고구려사가 한국 역사의 일부’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일제히 보내는 ‘을지문덕 프로젝트’에 나서기로 했다.이들 100만명 네티즌은 ‘우리역사 바로알기 시민연대’와 ‘국학원'이 지난달 22일부터 펼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저지와 민족의 주체성 확립을 위한 국민 서명운동’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이다. ‘을지문덕 프로젝트’ 홈페이지(203.236.44.65/index.asp)에 접속,준비된 이메일 원문을 다운받은 뒤 네티즌이 서명을 하고 이메일을 전송하는 방식이다.이메일의 내용은 ‘중국측이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것은 단순한 문화재 보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에 따른 것이다.추후 심각한 영토분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남북한과 중국의 공동연구 등 연구가 충분히 이뤄질 때까지 중국 당국은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보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D-데이’를 15일로 결정한 것은 16일부터 1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ICOMOS 회의에 맞추기 위해서다.이 회의에서는 세계 각국이 신청한 40여개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선정할지를 평가한다.북한이 신청한 평양 고구려 고분과 중국이 신청한 지린(吉林)성 지안(集安) 일대 고구려 유적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회의 결과는 오는 6월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총회의 최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북작가 금강산 대책회의 갖자” 오프라인에서도 ‘고구려사 지키기’의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한국소설가협회 회원 100여명은 14일 서울 명동 옛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고구려와 발해가 자국의 영토 안에 있었기 때문에 중국사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논리는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주장했다.이들은 조선작가동맹측에 보내는 촉구문을 통해 “금강산에서 남북작가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자.”고 제의했다.또 ‘고구려 지킴이’는 15일부터 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고구려 사진 전시회’를 연다. ●세계문화유산 지정 ‘제2의 나당전쟁’ 고구려사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은 지난해 1월 중국이 지린성 일대의 고구려 유적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신청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에 맞서 북한은 2002년 1월 평양 고구려 고분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신청했지만 결정이 보류됐다.학계에서는 ICOMOS의 의뢰로 북한을 현지 조사한 중국인 교수가 부정적 의견을 낸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그 때문에 6월 WHC에서 중국과 북한이 신청한 문화유산 가운데 어느 쪽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택동 채수범기자 taecks@
  • “우리 고전읽기 필요”/‘청소년 위한 장길산’ 낸 황석영씨

    “외국 번역물이 범람하는 것을 보고 정서적 균형을 위해서라도 청소년용 우리 고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4년 전부터 작업했습니다.” 작가 황석영(사진·61)씨가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책이있는마을 펴냄)을 내고 13일 낮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작가는 청소년용 장길산의 의의를 “좋은 생각을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정리한 뒤 “본격 문학이지만 무협소설 요소를 갖춰 흥미로운 데다 평범한 백성이나 가난한 사람을 구하는 의적 이야기를 담고 있어 민주시민으로 자라나는 데 좋은 토양이 될 것”이라고 풀어냈다. 이를 위해 여러가지를 신경썼다.원작을 장길산 위주로 줄이고 옛말이나 쓰지 않는 표현은 쉽게 풀어쓰거나 대폭 줄였다.황석영씨는 청소년용 장길산의 중요성을 비유적으로 들려줬다.“최근 소설과 영화로 ‘반지의 제왕’을 접하고 놀랐습니다.가상 세계를 다루는 솜씨가 세상을 잊게 하는 ‘마약’ 같은 요소가 있더라고요.팬터지라도 현실과 들락날락해야 하는데 가상 속에서만 사고하는 작품이 문화의 중심부로 자리잡으면 큰일 아닙니까?” 이종수기자 vielee@
  • 영어의 영어를 위한 영어에 의한 英語타운/풍납동 체험마을 10월 개관

    풍납토성 내 문화유적 훼손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문화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풍납동 ‘영어체험 마을’ 조성에 대해 서울시가 강행키로 해 주목된다. 송파구 풍납동 주민들은 영어체험 마을 유치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1만명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시의 방침을 적극 거들고 나섰다. 서울시는 풍납동 281의1 옛 외환은행 합숙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서울 영어체험 마을’을 오는 10월 개관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영어체험마을에는 학생과 교사,관광사업 종사자나 택시운전사,일반인 등이 참가한다.비용은 한달 합숙을 기준으로 50만원 수준에서 검토되고 있다. 부지 561평에 연면적 3868평의 건물 4개 동으로 이뤄지는 영어체험마을은 하루 4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숙소와 연구실,편의점이나 강의실 등의 문화·생활 체험공간이 들어선다.주말과 휴일을 이용하거나 최대 8주간 합숙하면서 영어만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실제와 유사한 상황을 통해 영어권의 생활을 체험,외국어 구사능력을 키울 수 있다. 마을에 들어갈 때 영어권 국가에 입국하는 것처럼 모형 여권에 입국허가 도장을 받고 새로운 영어식 이름을 부여받는다.마을 안에 있는 편의점이나 푸드코트,카페,문구 등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받을 때도 모조 달러화폐를 쓴다.공항이나 호텔,우체국,영어권 가정 등의 모습과 상황을 실제와 유사하게 만들어 교육 참가자들이 영어권 문화나 생활·언어를 자연스럽고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시는 다음 달까지 공모를 통해 위탁운영기관을 선정,프로그램과 운영계획을 확정하고 프로그램 참가비와 수익시설 수입 등을 통해 운영토록 할 방침이다. 한편 풍납1·2동 주민들은 지난 7일 ‘영어마을 유치 주민대책위’를 구성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정운(풍납2동 지역발전협의회장) 위원장은 “서울시가 건물 신·증축과 굴착작업 없이 일부만 리모델링해 한시적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인데도 일부 시민단체에서 주민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설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가뜩이나 주변이 문화재지역으로 결정돼 각종 재산권 침해를 받는 등 불이익을 감수하는 마당에 일각의 여론에 떠밀려 지역개발사업이 차질을 빚는다면 5만여 주민과 함께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oneko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타원형 감옥의 외부-백민석 소설 목화밭 엽기전과 그 맥락

    강 경 석 1.기율과 충동의 사이 백민석의 소설들은 낯설다.그래서 그는 활동 초기부터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다.그러나 그런 만큼 오해와 풍문속에 내버려져 있기도 했다.그에 관한 논의들 대다수가 “긍정과 부정의 양 극단에 서”(하상일)있다는 지적은 여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작가 백민석은 과장된 지지와 일방적 폄하 사이에서도 소설적 기율에 대한 자의식과 하위문화적 충동 간의 길항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어 문제적이다.이는 그의 소설을 전위주의(avant garde)나 키치적 신세대론으로 소급하게 만든 흔한 실마리이기도 했다.그러나 이 길항이 가지는 가시적 면모들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그보다는 하위문화소들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 작가가 무엇을 배치해 놓았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그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90년대적 공통감각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 혹은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261면)진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작가이다.그의 소설들이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범주로의 손쉬운 편입을 수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들은버려지고 배제된 것들(abjection) 말하자면 “병원 수술실에서 나온 적출물더미”(74면)의 잡종교배를 통해 태어났다.하위문화적 기시감으로 얼룩진 “적출물더미”들이 작중현실을 대신하면서 이들을 단순한 상징이나 알레고리로 보이게끔 만들지만,백민석의 서사전략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는 비유적 세계의 너머에 있다. 우리가 길어 올리고자 하는 주제들은 모두 그의 네 번째 장편 ‘목화밭 엽기전’(이하 엽기전)을 경유한다.‘헤이,우리 소풍 간다’(이하 헤이)로부터 본격화된 백민석의 소설 작업은 자못 활력적이었다.그리고 그 도정의 옥매듭을 이루는 작품이 바로 ‘엽기전’이다.이후 출간된 소설집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이하 장원)이나 장편 ‘러셔’도 이 텍스트의 장력 바깥은 아니다.‘엽기전’은 백민석의 성공과 실패를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창이다. 2-1.기생(寄生)과 평질변이의 공간들 벤야민은 카프카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그것을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초점이 있는 타원과 같다.”라고 썼다.이처럼 ‘엽기전’ 또한 두 개의 초점을지닌 타원 구조를 띠고 있다.그러나 카프카의 작품이 현대사회의 알레고리적 재현이라면 ‘엽기전’은 그 ‘재현’의 재현이다.은폐된 두 개의 초점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적절한 축척의 개략도 한 장을 준비하기로 한다. 주인공 한창림은 대학 강사이다.그에게는 수학과외 교사를 하는 아내 박태자가 있다.과천에 살고 있는 이들은 비교적 분명한 사회적 신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괴한 작업에 몰두한다.그것은 미소년들을 자신들의 집 지하실로 납치해 스너프필름을 찍는 일이다.이는 시종 “흰 연기”(281면)에 비유되는 공포스러운 존재 “펫숍삼촌”의 사주에 의한 것이다.‘펫숍의 영어표기 pet에’는 ‘성애의 개념도 포함되어’ 있으며 거기에서는 “도착적인 냄새”(128면)가 난다고 설명되듯 그가 한창림 부부에게 돈을 지불한 뒤 얻는 것은 관음증적 쾌락이다.이야기는 박태자의 제자이기도 했던 소년 윤수영이 이들 부부에게 납치·살해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생면부지의 한 회계사를 양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폭행하게 되고,그 때문에 오장근 형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일이 “질서에서 어긋나”(188면)자 펫숍삼촌은 박태자를 살해한다.한창림은 오장근과 펫숍삼촌에 대해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실패하고 체포된다.이 파국의 막바지를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그는 “모자이크 처리가”(280면)된 “목화밭”을 발견한다. 물론 이상과 같은 개략도만으로 우리의 목적지가 금세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도착적 수사들을 일단 괄호치고 나면 텍스트는 의외로 쉽다.그것은 실존공간에 틈입한 우발적 폭력이 파국의 빌미로 된다는,매우 익숙한 플롯을 배면서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햇빛 때문에” 한 아랍인을 살해했다는 뫼르쏘(‘이방인’) 이야기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한창림과 뫼르쏘가 행사한 폭력은 부조리한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다.“양담배”나 “햇빛”은 사후에 조작된 것일뿐 폭력의 본질적인 동기는 아니기 때문이다.요컨대 ‘엽기전’은 지식인 주인공의 지리멸렬한 일상이 폭력적 충동 앞에 느닷없이 노출된 상황과 이질적이고 도착적인 수사들의 짜깁기로 구성되어 있다.이 발견을 열쇠로 삼아 텍스트에 좀더 가까이 가 보자. 우선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전(傳)이라는 이름의 작품 형식표지 때문이다.이것은 한 인물의 인생유전을 시간의 흐름에 입각해 서술하는,동아시아 고전문학의 대표적 형식 중 하나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적 굴절을 거듭해왔다.인물의 궤적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그것은 ‘박씨부인전’‘홍길동전’ 혹은 ‘라울전’(최인훈)‘유자약전’(이제하)과 같이 인물 지시와 이어지게 마련이었다.필경 전 형식을 새롭게 전유하면서 그 스타일이 고안되었을 ‘한씨연대기’(황석영)도 사례에 포함시킬 만할 것이다.그러나 엽기(獵奇)는 인물이 아니라 어떤 사태를 지시하는 말이다.그로테스크(grotesque)의 일본식 번역어일 가능성이 높은 이것은,최근 폭발적인 유행과 함께 하나의 문화적 화두가 되기도 했다.그러므로 ‘엽기전’은 엽기라는 문화적 표상들의 탄생과 성쇠를 기록한 형식이다.그러나 텍스트에 파종된 엽기들은 발생·성장·소멸이라는 시간적 체험과는 무관하게비선형(非線型)적으로 뒤엉켜있다.이런 측면은 자연스레 공간적 상상력을 유도한다.텍스트의 문면에 돋을새김 된 모티프들이 “동물원”“펫숍 건물”“지하작업실”“서울랜드”“목화밭”“과천” 등의 공간 표상들임은 시사적이다.지하분묘(grotta)의 벽에 표현된 반인반수의 기괴한 신체들로부터 파생,매스미디어적 운반을 거치면서 그로테스크는 엽기로 굴절되었거니와 엽기는 먼 기원에서부터 이미 공간 자질(지하분묘/일그러진 신체)을 보유했던 것이다.그런 면에서 ‘엽기전’의 전(傳)은 교란부호 내지 착란이다.그것은 엽기가 전(傳)이라는 선형(線型)적 시간에 뿌리내리면서 빚어진 형질변이의 결과여서,결국 의식의 ‘적출물더미 하치장’을 표상하는 공간 기호로 작동한다.이것의 대표적 작중 용례는 일상의 표면에 묻힌 한창림 부부의 “지하작업실”일 것이다.이곳에서는 마치 무의식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설정 자체는 나체의 주술사가,흰 피부의 사내애와 벌이는,섹스의 향연이다.신께 제를 올리는 것이다.제물은 섹스이고,체액이고,신체이다.(212면) 재갈과 가죽 끈으로 포박당한 희생자는 끊임없는 린치의 반복앞에 저항할 힘조차 잃고 있다.한창림 부부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상황을 연출하면서 마치 마계의 제사장처럼 행동한다.악마숭배의 제의적 모티프는 하위문화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하다.헤비메탈 밴드의 라이브 공연장은 가장 적절한 참조 대상이다.이들은 “무시무시한 대형 두개골 모형이 놓여 있고,사방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시체 조각 뼛조각들”(‘장원’146면)이 널린 무대에서 연주하곤 했다.그들은 관중을 향해 “날엉덩이”까지 흔들어대는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는다.작가가 여기에 깊은 공감을 보이는 이유는 “모든 가식을 뚫고 자신과 현실을 직시하는 추잡한 날엉덩이의 미학”(‘장원’ 147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은 한창림의 지하작업실과 유사한 공간 자질을 갖는다.성스러운 신의 전당들이 지상으로부터 영원을 향한 상승 이미지라면,엽기전적 공간은 지하로 숨어든 하강 이미지이며,그것은 서구 고딕(Gothic)소설들이 공간적 배경으로 흔히 채용했던 폐쇄공간들(외딴 성,숲속의 저택 등)과도 통한다.한창림의 지하작업실이 “서울랜드와 동물원이 지어질 때 고립”(18면)되었다고 진술되면서부터 이들과 일정한 상호텍스트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오트란토 성’(H 월폴) 같은 작품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지하실이나 비밀통로,폭력적인 남성형상 등의 모티프들이 두루 겹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엽기전’이 일반적인 공포물이나 고딕소설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그것은 소재주의에 함몰된 비약이다.상호텍스트성이 아무런 매개도 없이 동질성으로 전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를 과장하다보면 최인훈의 ‘웃음소리’나 박인홍의 ‘벽 앞의 어둠’,또는 이승우의 몇몇 근작조차 고딕소설의 일종으로 배분해야 지 모른다. ‘오트란토 성’이 봉건 이념의 종식을 징후적으로 포착한 경우라면,‘엽기전’은 근대 자본주의의 세포단위인 부르주아 핵가족의 내파(內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내력부터 다르다.이 앞뒤 사이에 가로놓인 역사의 심연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인데,그렇다고 텍스트에 드러난 고딕적 요소를 일방적으로 부정할 수만은 없다.그것은 ‘신체 상해’의 문학적 상관물들이 동시대의 한국문학에서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이것이 도시 체험의 축적에서 유래하는 일탈의 감각과 깊이 연루된 것이고 보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나타나는 포스트모던 징후의 하나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그런데 테리 이글턴 같은 경우는 여기서 더 나아가 포스트모던 자체를 오히려 “고딕의 뒤늦은 부흥”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그에 따르면 고딕이란,“편파적 시선에 의해 내던져진 괴기스러움의 그림자이며,허구 속에 안전하게 봉인된 팬터지이자 분노이기도 한,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다.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포스트모더니티를 과장하는 일도,서구적 맥락에서 고딕을 규정하는 일도 아니다.고딕환상물들이나 하위문화 양식들이 다양한 방향의 역사적 분절과 매체 전이를 경험하면서도 “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기원적 동질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에서 말한 ‘재현(가상)의 재현’이란 무엇이 될 수밖에 없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더 중요하다.‘무의식”이라는 표현에서 예상되는 것처럼 하위문화적 충동의 1차적 재현이란 이미 “안전하게 봉인된” 저항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백민석이 수행하고 있는 ‘재현의 재현’ 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버려지고 배제된 “적출물더미” 혹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들”(166면)은 “지하작업실”이나 “펫숍건물”에서 벌어지는 린치행위들(악마적 희생제의)과 함께 표면적으로는 위반의 정치학을 구사하면서도,내면적으로는 “사회체계”의 안전망 안에서 자기보존의 영속적 지위를 획득한 것들이다.그것은 또,하위문화 기제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엽기전’은 이 점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그리하여 텍스트는 반항의 에네르기를 통제하는 봉인,“과천의 위생 처리된 맨홀 뚜껑”을 해체하는 일대 모험을 감행한다.이때부터 텍스트 전개의 중심축은 지하작업실의 은폐된 사실들이 표층으로흘러넘치면서 발생하는,파국을 향해 이주한다.한창림이 지하작업실을 불태우는 장면(234면)은 그 전환점이다.이 상상적 봉인해체 작업을 통해 백민석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이 얼마나 안일한 기초 위에 축조된 것인가를 묻는다.한창림은 이를 “몰락”(232면)이라고 말한다.이것은 그의 목소리를 빌려 미리 암시된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얼마나 세상의 위협적인 눈들로부터 폭넓게 노출되어 있는지 깨닫곤 놀랐다.사람들은 다만 망상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자기가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 같았다.(68면) 첫 장편 ‘헤이’의 “퐁텐블로”나 ‘엽기전’의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낸 과천”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을 외화시킨 인공낙원이다.그리고 이 공간들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작업은,그 전제에서부터 “사회체계”의 기초를 탐색하는 작업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그것은 ‘엽기전’의 전략을 논리적 비약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럴 듯하다.이러한 종류의 탐색 작업은 늘 집 또는 가족의 문제와 관계 맺는다.근대문학의 전통이 끊임없이 물어왔고 또 동시대의 문학적 상상력들이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백민석 또한 가족이라는 공간에 대해 묻는다.그곳은 “우리의 지옥”(‘헤이’,244면)이다. 2-2.집의 포자(布子)들과 두 갈래의 초월 근대적 가족 이미지의 거처(topos)로 기능해온 ‘집’은 백민석에게 와서 다시 씌어진다.그는 가족 이념의 내파를 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키는 실존주의 모티프를 통해 보여준다.임신 중인 박태자가 “가족 없이도(…)그럭저럭 결혼까지 하며 제법 꾸려져왔”(142면)던 자신의 삶을 강변하며 아버지의 방문을 거절하는 장면,그리고 화장실에서 사산(死産)하는 장면.이 두 장면의 연속배치는 결정적이다.자신의 기원을 부정하면서 재생산의 고리마저 끊어낸 ‘집’(또는 가족)이란 그 자체로 전복적인 하위문화 공간이자 “지옥”이다.이것은 매우 급진적인 강렬도에 의해 지탱되고 있어서 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이타카(Ithaca)의 회복을 욕망하지 않는다.이런 점에서 백민석의 인물들은 기억의 서사를 추구하는 윤대녕의 주인공들과 대조적이다.그곳에는 어떤 기억이나 회상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부조리한 충동은 거의 언제나 우발적인,비가역적 동시성의 소산이기 때문이다.기억의 돌출은 기껏해야 한창림이 자기 어머니를 떠올릴 때처럼 파편적 이미지로 던져지거나(154면),박태자의 경우처럼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암페타민의 환각”(99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행위가 작가의 궁극적 주제를 직접 매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이는 작가가 한창림과 박태자의 교차진술을 통해 작중 상황을 반복 객관화시키면서 더욱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주인공의 욕망이 작가론의 직접적 상관물로 환원될 수 없다는,일견 단순한 사실이 지금껏 무시되면서 ‘엽기전’은 냉소나 허무주의적 저항담론의 일방통행로에 갇혀 버렸다.물론 ‘헤이’와 같은 초기작의 경우,하위-충동의 허무주의를 준거점으로 삼으면서 결국 세대론적 인정투쟁에 희생된 측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충동의 무정부적 방출을 일삼는 주인공이란 하나의 설정일 뿐이지 궁극은 아니다.이들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은 마치 스크린 속에서 만난 괴기사건을 독자들에게 전달,‘재현의 재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는 듯 담담하다.작중인물들에 대한 연민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근본적으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우호적이지 않다.그러므로 허무주의적 세계관 또한 출발점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헤이’ 이후 작가에게는 단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출발점의 진화를 위해 망설임없이 밀고나가는 길,그리고 부조리한 충동들의 존재근거를 되짚는 길이 그것이다.앞의 것은 “목화밭”으로 가는 길이고 뒤의 것은 ‘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이 친구를 보라’로 이어지는 자전적 소설의 길이다.그것은 단지 선택의 문제이다.“목화밭”으로 가는 길 끝에서 한창림 부부가 몰락한다는 것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자칫 이 끔찍한 존재들의 실패담이 무책임한 냉소로 비칠 수 있겠지만,하위문화의 봉인된 저항이 늘 그런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태생적 한계에 의해 몰락하는 것뿐이다.그것은 기원 혹은 자신의 존재근거(집)를 스스로 거절하면서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백민석은 이것을 “괴물들”의 숙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숙명’이라는 말에 이미 전제된 것처럼,한창림 부부의 몰락은 단지 기성질서나 사회체계의 견고함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충격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아니 좀더 일반론적으로 말해서,주인공의 몰락은 늘 체제에 대한 굴복을 뜻하고 마는가.우리는 그 반대의 사례들을 분명히 알고 있다.쥘리앙 쏘렐((적과 흑))의 몰락이 단지 타락한 욕망의 몰락일 뿐이며 이동혁((객지))의 실패가 영웅주의의 실패에 불과한 것처럼,한창림의 파멸은 가상의 식민지 위로 흘러넘친 그 무정부적 충동의 패배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엽기전)에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 토대는,기억의 환원작용을 철저히 단속하면서 “훗날,그의 기억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끔”(234면) 집이라는 상징을 소각시켜 버린 데에 있다.그것은 다만 지하작업실의 끔찍한 린치와 패악들을 포장하는 초월적 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위-충동의 공간으로 전락한 집(獵奇傳)은 단순한 상징이기를 멈추고 마치 암세포나 포자식물들이 그렇듯 확산 증식한다.지하작업실에서 “섹스”와 “신체”가 “제물”(212면)이 된다는 진술은 그래서 설명 가능해진다.근대적 주체 재생산의 전제가 되는 남녀간의 성적 교환을 악마적 제의로 탕진하면서,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등치시켰기 때문이다.이 공간이 지닌 능력은 통상적 상상을 넘는 것이어서,거의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에 필적한다.이 “지하작업실의 깜깜한 자궁”(91면)에서 길러져 나온 포자들이란 비정상적 과정을 통해 탄생한 비정상적 존재들이며 체계의 관리망 안에서 “도착적”으로 왜곡된 인공 “수컷성”의 담지자들이기도 하다.“학교 안의 새끼 수컷들”(69면)이나 “동물원의 독방에 갇힌 만드릴 육식원숭이”(175면),“정신병원의 조울증 환자들”(138면) 등은 바로 그 증식의 사례들이다.지하작업실의 포자들은 훈육시설 즉 사회체계의 관리 시스템에서 기생한다. 이것은 빅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어두컴컴한 실험실이 괴물을 탄생시키는 하나의 자궁으로 기능한다는 지적(G 스피박)을 연상시킨다.그러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년)이 여행(모험)의 구조를 통해 비정상적 존재(괴물)의 정신적 성숙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면,‘엽기전’에는 성숙 혹은 교양(Bildung)의 과정이 삭제되어 있다.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조화로운 가족서사에 대한 강렬한 향수(괴물은 빅토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요구하지만 거부당한다)를 지닌 반면 후자는 가족서사 자체를 히스테리에 부쳐버린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전(傳)이라는 시간적 형식이 왜 엽기라는 그로테스크의 변종과 만나면서 공간화 되는지를 부연한다.가족은 주체의 인큐베이터이며 성숙이란 그 시간적 진화 과정이다.텍스트는 전통적인 소설의 중심축이라 할 성숙의 문제를 수락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성의 장력으로부터 이탈하려 한다.이 텍스트가 읽기의 습속에 저항하는 것은,한편으로 비선형적이고 공간적인 그래서 공시적 사유방식에 의해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서사의 절연과 접합된 공시적 사유방식은 의미심장하다.근대적가족 이미지가 학교나 군대와 같은 훈육시설들의 이미지와 함께 자본주의에 의해 수행되는 상징조작의 일환(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이었다는 성찰과 맞닿으면서,90년대에 등장한 이른바 신세대 작가들은 가족의 문제를 자신들의 중심 과제로 삼았던 것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단적 주제로부터 ‘엽기전’은 그러나 조금 더 전진해있거나 약간 비켜 서 있다. 약간의 비약이 허락된다면,분단 이후의 한국소설사는 가족의 균열을 중요한 축으로 설정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이것은 주로 결손의 문제와 연루되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이데올로기 갈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는 아비부재에 집중되어 있었다.이것은 김소진에 이르기까지 승계되었다.이 전통은 근원적 실향의식과 친족관계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발산해왔다.그러나 90년대의 풍속 주체들은 그것을 냉소와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이들의 공과를 떠나서라도,가장 급진적인 작가로는 배수아가 적임일 것이다.그는 동요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이미 파산선고를 내린 듯이,“어머니”를 새로운 해체대상으로 설정한다.그러므로 결손의 모티프를 구사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아비부재가 아니라 어미부재로 나타난다.그러나 “어머니,나는 이제 죽을 때까지 어머니의 아이가 아니겠어요”(‘부주의한 사랑’)라고 외치는 배수아의 “아이들”마저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강렬한 향수야말로 이 도저한 거부의 진정한 추동력인 셈이다.‘엽기전’을 동시대의 유사한 징후들 속에서도 분별하게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텍스트는 가족서사의 부정적 연혁을 작성하면서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음각(陰刻)하고 마는 평균적 해체작업에 만족하지 못한다.그 거부의 의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양상을 띤다.텍스트는 가족서사에 대해 “너무나 흔해서 얘깃거리조차 안”(48면) 된다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주인공들의 이러한 진술 자체가 텍스트의 궁극적 주제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이것은 잠정적으로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라 부를 만한,근대적 가족제도의 구체적 질곡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작가는 이것을 요약하기 위해 “수컷성”이라는 특유의 조어를 반복 사용하고 있다. 그 외피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란 심층에서 남성적 지배질서를 지속시키려는 “사회체계”의 작동 방식을 함축한다.‘아버지와 아들의 경쟁’으로 상징되는 오이디푸스적 세계 안에서 성숙이란 결국 남성적 성숙에 다름 아니며,이는 근대적 가족 제도를 경쟁 이데올로기의 기초로 삼는 자본의 요구이자 동력이기도 하다.텍스트의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수컷성”이란 “영역싸움”“패권주의”“위계질서” 등으로 예시되는데 이것들은 경쟁 구조의 자기보존 양식을 말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이 질서에 붙들린 존재들은 어떠한 준거로도 윤리적 판단대상이 될 수 없다.이 세계에서는 선악의 이분 구도 따위가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는다.충동적 가상들(수컷성)만이 거주하는 끔찍한 세계이기 때문이다.이는 전작(前作) ‘불쌍한 꼬마 한스’에서 오이디푸스적 성숙의 발생학을 탐사했던,백민석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꼬마한스는 프로이트의 주력 개념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전형적 사례이다.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아버지에 대한 공포를 낳고,그것이 다시 말(言)에 대한 공포로 전이되어 꼬마 한스의 신경증을 구성한 것이다.백민석의 주인공들도 공포의 기척 앞에서 실어증을 경험하곤 한다. 한창림은 공포에 전율할 때마다 “누군가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박아넣은 것”같다고 느낀다.이 공포감은 “사회체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이는 백민석의 끈질긴 문제의식 중 하나인데,표현의 추상성을 넘어 은연중 역사적 환기력을 구체적으로 회복한 경우는 그에게 ‘엽기전’이 처음일 것이다.그는 ‘엽기전’의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이 소설을 구상한 건 이곳 안양 평촌으로 이사오고 나서,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그게 94년이니까 벌써,칠 년 전의 일이다.(…) ‘뭔가 된’ 것은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97년의 일이다.그저 엮어 놓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컸던 것이다. 97년은 국내 경제를 준 공황시대로 내몰았던 IMF 외환위기 사태 혹은 신자유주의의전경화가 본궤도에 오른 시점이다.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엽기전’은 자본주의 사회체계의 가공할 위력에 대한 충격적 확인을 내면화한,우리들의 보고서다.한창림 부부와 그 혈육들이 하나같이 실업자이거나 비정규직이라는 것과 “뷰티풀 피플”의 남편이 파산한 사업가로 등장하는 것은 흥미로운 예증이 된다.“퐁텐블로”나 “과천”이 보여주는 위장된 혹은 상상적 안온함은 생산자본이 투기자본에 압도된 ‘거품경제’ 만큼이나 “텅 빈”,그리고 아슬아슬한 것이다.그가 작중현실로 설정하고 있는 하위문화적 충동의 세계가 그러한 것처럼 그것은 파국의 예감을 이기지 못한다.작품 구상 단계의 모호함이 명료한 의지를 얻게 된 것도,무정부적 충동의 발산에 기울어 있던 작품세계가 일정한 전환점을 획득한 것도 모두 동시대 감각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엽기전’은 우리 시대의 집단신경증(부조리한 충동)이 자본주의의 세계적 관철 혹은 “수컷성”의 일방통행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이는 백민석이 의도적으로 성숙의 문제를 삭제한 결과이다. 그런데 성숙의 문제를 괄호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가능한 일인가.하위문화적 충동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는 이런 의문들이 도사리고 있다.성숙은 블랙홀의 심처와 같이 끊임없는 소환의 인력을 발산한다.성숙의 저 끝 간 곳은 초월의 영역일 것이며 이것은 텍스트 내부에서 두 갈래의 길을 연다.하나는 수컷성의 최상층을 차지하는 “펫숍삼촌”을 제거함으로써 빅 브라더(‘1984’)에 필적하는 질서의 지배자 혹은 신적인 관람자(펫숍은 모든 것을 알고,또 본다)가 되는 길이며,다른 하나는 무정부적 충동을 끝까지 밀고나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편의상 앞의 것을 상승초월,뒤의 것을 하강초월이라고 이름 붙여 본다면,텍스트는 이 두 개의 극점을 지닌 일종의 타원 구조를 갖고 있다.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모두,두 개의 극점이 발산하는 인력 사이에서 진동하는 존재들이다.이는 일반적인 성숙의 서사와 그 음각인 ‘프랑켄슈타인’류의 ‘하위-충동’ 서사를 양 극점으로 삼는 구조이기도 하다.앞에서 벤야민의 카프카론을 예시했던것도 이 때문이다. 하위문화적 충동의 포자들은 소설적 기율(또는 성숙의 플롯)에 기생하면서 ‘엽기전’이라는 변종을 만들어낸다.이 변종의 변종성은 텍스트 내부의 공간 배치,확산에 의해 이루어지며 두 갈래로 나뉘어 각각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의 공간으로 작동한다.이들의 공동 거처는 “제2정부종합청사”“서울랜드”,“동물원”이 있는 공간 과천으로 설정되어 있다.이곳은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시로 뽑힌”(165면) 곳이며 그 이유는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냈기 때문이다.이곳은 그러므로 엄연한 실재이기를 그치고 ‘헤이’의 “퐁텐블로”처럼 중간계급적 이상의 재현물로 전도된다.“냄새”나는 “적출물더미”들을 은폐하면서 보편적 행복을 가장하기 때문이다.여기서 “나쁜 냄새”란 “수컷성”의 기화작용 혹은 확산을 말하는 것이다.이데올로기의 상징 조작이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할 때 “살기 좋은” 계획도시 과천의 지하에서는 배제의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었던 것이다. 이 배제의 희생물이 되지 않으려면 초월적 수컷이 되는 수밖에 없다.실제로 “펫숍삼촌”의 수컷성은 배제 프로그램(사회체계)을 넘어서 있다.“세상의 눈은 그걸 볼 수가 없”(125면)는 상승초월의 영역에 놓이는 것이다.“어디에도 없으면서 어디에나 있는”(117면) “펫숍 공간”은 삼촌이라는 이름의 친숙성과 결탁하면서,체계로부터 자유로워진다.그에 반해 한창림의 엽기전 공간은 “뷰티풀 피플(사업실패로 와해된 가족 형상)”과 함께 프로그램의 희생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다.그들의 충동은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들은 그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166면)들이다.영역 싸움과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한 수컷들인 셈이다.‘엽기전’은 “흰 연기”(281면)로 표상되는 “펫숍삼촌”의 신적인 수컷성(상승초월)과 결국은 거름이 되고 말,야수의 수컷성(하강초월) 사이에서 전율하고 있는 텍스트다. 2-3.타원형 감옥에서 목화밭으로 ‘야수적 하강’과 ‘비교(秘敎)적 초월’의 두 갈래 길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갖고 뻗어나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동일한 장소-표면에서다시 만나기도 한다.그것은 타원 구조의 양 극점이 자신의 몸을 뒤틀어 다시 만나는 뫼비우스의 띠이다.그 장소란 린치의 장소-표면이다.거기에서는 감시와 처벌,혹은 임의적인 폭력이 끊임없이 미끄러진다.등장인물들의 모든 탈출 기도가 수포로 돌아가는 이유는 텍스트의 세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벗어날 수 없는 순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마치 버튼만 누르면 언제라도 반복재생되는 스크린처럼,그들을 둘러싼 세계는 거대한 하나의 감옥이자 부서지지 않는 벽들이다. 작중 공간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펫숍공간은 가까이 다가가 “정체를 머릿속으로 짜맞춰보다가는,금세 덩치나 안전문이 떠올라 스스로 사고를 정지해버리”(123면)도록 만들면서 영역침범을 가로막는다.이것은 감시의 내면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태어나기 전의 공간”(122면)인 펫숍에 구체적 형상을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벽,“시멘트벽”이다.텍스트 내에서 하강의 경험적 한계인 한창림의 지하작업실 또한 피범벅의 벽들이다.거기서는 린치의 흔적이 끊임없이 번지고 미끄러지지만,벽면들에 안전하게 둘러싸인 채이다.그러므로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은 주인공들의 폭력적 도주를 이끄는 강한 유혹이자 인력의 중심이면서,동시에 막혀 있는 어떤 것이다.“사회체계”의 어두운 핵심으로 직핍하는 길은 아무 데도 없다.저항도 발악도 체계의 허가 범위 안에서 이루어질 뿐이다.이 출구 없음은 그들이 중심 혹은 주체가 아니라 ‘만들어진 존재’ 즉 “사회체계”로부터 호출받은 타자들이기 때문이다.그들은 한갓 게임속의 평면 캐릭터에 불과한 자신의 실존을 증언한다. 그도 아내도 이 사회에서,날 때부터 운명지어진 존재들이었다.(…)괴물스러운 위력이 얼마나 막강하든,바깥에 존재(타자성-필자)하는 한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물은 장난감 수준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잠들어 있던 괴물을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 놓곤,재미로 쫓아다니며 괴롭히고,종국엔 괴물이 왔던 곳,사회 체계의 바깥으로 다시 쫓아보내는 악취미의 희생물로 전락하는 것이다.(261면) 그들이 줄곧 “내면 없는” 존재로 진술되는 이유가 그것이다.그들은 오직 표면만을 가질 뿐이며 마치 “뷰티풀 피플” 공간에 진열된 “웃는 플라스틱”(인형)들처럼 속이 텅 빈 존재들이다.신체상해 혹은 “린치”는 텍스트의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수도 없이 자행된다.“텅 빈 목소리” 혹은 “사색하지 않는”과 같은 수사들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린치 장면들.‘엽기전’의 등장인물들에게 있어 내면이란 기껏해야 히스테리나 조울증·분노 등으로 표면화된다.신체는 하나의 표면이고 그 내부는 또 다른 해부학적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참혹한 인식이 텍스트를 무심히 곁눈질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이 피비린내 나는 일상 어디에도 사색이란 물건은 없다.”(134면) 이것은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이 막힘 혹은 “육중한 안전문”,“지표면”과 같은 일종의 벽면(표면)으로 제시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이것들은 끊임없는 표면들의 연속체로 구성되어 있다.“펫숍의 공간 구조는 자연스레,네 번째 공간,다섯 번째 공간,여섯 번째(…)갈수록 안전문은 육중해지고 접근 불가능해”(123면)지는 것이며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바닥없는 심연으로 사라지는” 것이다.그것은 그들이 스크린의 격자에 갇힌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견고한 감옥의 구조 안에서,한창림은 윤수영을 린치하고,펫숍삼촌은 한창림을 공포로 길들인다.여기서 초월의 전망은 ‘성숙한 깨달음’을 통해 생성되는 것도 아니고,절망적 추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그것은 차라리 두 극단의 장력이 이루어내는 벡터 운동의 산물이다.실제의 공간 과천을 주무대로 배치하면서 실제의 실제성을 마음껏 왜곡하고 있는 ‘엽기전’은 표층 차원의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현실주의의 산물이 된다.여기서의 현실은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벡터운동이라고 했듯 생성과정 중인 어떤 것이다.그것은 근대적 가족이념의 이데올로기적 침윤 혹은 수컷성의 영역 분쟁으로 요약할 만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기괴하게 드러낸다.“현실을 직시하는 날엉덩이의 미학”은 여기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텍스트는 현실을 괄호안에 묶는 팬터지도 아니고 은연중에 독단적 현실을 들이대고 마는 낡은사실주의도 아니다.텍스트는 생성과정 중인 현실 자체이며 끊임없이 포자 증식하는 전경화된 공간 표면들의 연쇄이다.이것이야말로 비가역적 동시성의 산물이다.이 찢어지지 않을 것 같은 혹은 “육중한 안전문” 같은 표면들은 박태자가 늘상 바라보는 “텔레비전 화면”이기도 하다.이 표면들의 연쇄는 단지 화소조합에 불과했던 한창림이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들면서 파국을 맞이한다.이때 자신의 근원적 종속성을 지각한,이 불길한 주연배우의 두 눈 앞에 “목화밭”이 출현한다.“목화밭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3부 제목) 한창림은 파국의 절정을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마치 우연인 듯,이 거대한 감옥의 바깥을 본다.그것은 초월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표면들의 완고함 앞에서,마치 자유의 계시인 것처럼 나타난다.그것은 언어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다.너무나 낯설어서 오히려 공포감을 일으키는 어떤 것이다.텍스트는 그것을 “목화밭”이라고 부르지만,이미 통상적 기호로는 지시할 수 없는 대상이다.마치 최초의 인간이 자신의 세계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떼듯,“목화밭”이라고 우연히 발음된 것뿐이다.그것은 숭고(崇高)한 대상이다.체계에 붙들린 어떤 의미도 허락하지 않은 채 그저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그는 알 수 없었다.어째서 여기가 목화밭인가? 씨는 아직 뿌리지도 않았는데,언제부터 목화밭인가? 그는 볼 수도 없었다.둔덕 전체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다.(…) 그는 목화밭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그는 삽을 놓고,두 손을 들어 눈을 가린 다음 울기 시작했다.누군가 그의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넣은 것 같았다.커다란 쇠뭉치를 그의 입에 처넣은 것 같았다.(280면) 파멸의 순간에 우발적으로 그리고 모호하게 던져진 ‘그것’은 그러나 ‘엽기전’을 허무주의로부터 구원하면서 동시에 미래로 운반해간다.이것은 획기적이다.백민석은 언어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다만 하나의 자족적인 사물을 생성시키고자 한다.그는 텍스트 위에 어쩌면 자기 자신과도 전혀 무관한 자유를 창조하려한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어느 누구의 승리도 견인하지 않는다.우리는 모두 참패한 것이다.작가도 독자도 또 그 사이의 주인공들도 이 무시무시한 자유의 숭고한 출현을 그저 흔적의 형태로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그것은 “모자이크” 너머의 현실,진정한 현실이다.“목화밭”이라는 우발적이고도 가난한 기호가 ‘진짜 현실’의 숭고한 출현을 계시하고 있다.존재의 근본적 종속성을 깨닫는 순간 “아주 작은 한 구멍”으로 그것도 “모자이크”에 가려진 채로 그것은 나타났다.부서진 몸을 이끌고 나타난 벤야민의 “역사의 천사”처럼 자신의 가난함을 최대치로 드러내면서,이 타원형 감옥의 외부로부터 자유의 기억이 도래하는 것이다.그것은 “자유라는 이름의 형벌”(사르트르)일지도 모르지만,그 형벌은 해방의 약속과 함께 하는 형벌이다. 3.어쩌면 위험하기도 한 미래 이 스크린을 바라보는 우리들과 스크린 속의 괴물들은 서로를 되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다.‘엽기전’은 결국 한창림의 실패담이 우리 자신의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어쩌면 우리들 관객조차도 스크린의 표면에 붙들린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할지도 모른다.“인간은 누구도 예외없이,아직 자기 자신이 되지 못했다”는 아도르노의 말처럼,우리는 하나이면서도 여럿인,전지구적 자본주의·수컷성의 경쟁 이념·패악의 은폐전략인 가족로망스·안전처리된 저항의 초월적 가상들에 중독된 채로,우리 자신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망각한 것인지 모른다.이 중독성은 그 바깥을 사유하지 못한다.‘엽기전’은 바로 이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을 껴안으며,동시에 가상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뛰어넘으려는,우리들 모험의 기록이다.동시대의 소비적 재현들이 보여주는 무분별한 질주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청신하게 환기시키는 것,이 거대한 감옥에 길들지 않은 ‘고통스러운 자유의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것은 ‘엽기전’이 ‘재현의 재현’을 전략적 준거로 삼으면서 얻어진 결론이며,어떠한 질서에도 구속되지 않으려는 간고한 투쟁의 결실이다. 그러나 ‘목화밭 엽기전’이 도달한 자유의 가능성은 매우 아슬아슬한 역학 장(場) 속에 놓여 있다.그는 알레고리적 재현 전략이 갖고 있는 근본적 허무감과 형이상학적 환원주의를 힘들게 벗어나면서,90년대의 평균서사를 딛고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 중 하나를 열었다.그러나 또 다른의 수준의 위험 앞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해체와 전도의 전략은 얼마든지 동어반복에 떨어질 수 있다.이제는 자신의 전제들조차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가 출발한 전제들에 동의하지 않은 채로는 텍스트를 거의 읽을 수 없을 만큼 부자유스럽다.특히 그의 유난한 반인간주의가 그렇다.그가 그려내는 인간의 모습은 모두 알 수 없는 장력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들이다.이것은 주체를 구조의 효과로 소급시키는,전형적인 구조주의식 사유법이다.반인간주의야말로 진정한 인간주의의 전제조건일 테지만,그것은 주장되고 선언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그것은 반인간주의가 지니는 미학주의적 성격 때문이다.계몽이성을 독단으로 몰아붙이면서,그 자리에 광기와 착란을 대신 들어앉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물론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숨쉬고 있는 n개의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살려내는 가운데,그것은 소멸해갈 것이다.미래를준비할 시간은 아직 필요하지 않은가. 지면 관계상 당선자의 양해 아래 원고 일부를 줄였습니다. ■당선 소감 먼저 심사를 맡아주신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그 분들은 내게 조그마한 오솔길 하나를 터 주셨다.다만 성실한 보행객이 되지 못할까 염려스러울 뿐이다.당선 소식을 접했을 때 당황했다.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세상을 보는 눈과 귀는 여태 어둡고 그것과 반드시 겹쳐져 있을 문학도,몸과 마음에서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그러나 이왕 엎질러진 물이니 헐거운 공부와 삶을 조금씩이라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그것이 이 무책임을 모면하는 유일한 길이겠다. 이런 자리에서 문학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일은 내 깜냥도 깜냥이려니와 풋내기로서 주제넘은 짓이다.그러나 한 시대와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역동적 협업으로서의 ‘문학’이라는,큰 그림 하나는 잊지 않으려고 한다.이 협동작업의 작은 일원으로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돌이켜 보면 내게는 스승 아닌 분이 없다.은사님들은 물론이고 선후배 친구들,가족들까지도 모두 스승이었다.나는 그저 한 장의 백지가 된 것처럼 그들의 말없는 가르침에 어두운 귀를 기울였던 것뿐이다.그들의 빛나는 존재감이 나를 이리로 오게 했다.그래서 오늘의 이 고마운 자리는 영광이 아니라 갚지 못할 부채다.이 또한 잊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하나뿐인 내 여동생 경희에게 공을 돌린다.모자란 글줄이나마 더듬더듬 쓰는 법을 가르쳐준 인하대 국문과의 선생님들,선후배 동료 분들께는 소주라도 한 잔 올려야 할 것이다.학부 시절을 내내 함께 했던 청하 동인들에게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아득하다.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마음 뉠 곳을 마련해준 나의 든든한 후원자 금희에게는 사랑과 고마움을 함께 전해야 하리라. 약력 1975년 대구 출생. 인하대 국문과 대학원 재학 ■심사평 강정구씨의 ‘세상을 떠도는 목어들’은 차창룡의 시 세계를 풍자의 범주 안에 넣고 차창룡만의 특별한 풍자의 양식을 찾아내려고 애를 쓴 글이다.텍스트의 고유한 경험을 최대한 되살리는 방식으로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평론의 길이라면 강정구씨는 평론의 ABC를 안다고 할 수 있다.다만 문학의 고유한 경험은 무엇보다도 언어의 경험이지 주제의 그것이 아니다.주제를 가지고 경험의 세계를 휘젓다 보니 글이 겅중거리고 성길 수밖에 없다.김용하씨의 ‘비윤리적 세계의 재현과 윤리적 풍경의 기원’은 시적 직관을 통해 순간적으로 구현되는 창조적 공간으로서 시를 이해하고 그 창조적 공간에서만 가능한 인간 삶의 근원적인 조화의 경험을 읽겠다는 의욕이 두드러진 글이다.그러나 하나의 형식에 끈덕지게 매달렸다는 것이 개성의 표지가 될 수도 있지만,글을 도식적으로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이원동씨의 ‘떠도는 가족,주변부 삶을 보듬는 결곡한 서사’는 공선옥의 소설을 길동무처럼 따라 읽으면서 공선옥 소설의 존재의의를 설득력있게 부각시킨 글이다.그럼으로써 이 글은 독자에게는 개안을,작가에게는 위안을,그리고 글쓴 이 자신에게는 텍스트와 더불어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텍스트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큰 미덕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글이다. 강경석씨의 ‘타원형 감옥의 외부’는 백민석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와 미학적 경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폭넓게 조망한 글이다.생의 적출물의 의미,폭력적 충동의 존재 형식,고딕의 정치적 무의식,가족 이념의 내파,세계의 남성적 지배와 타원형 감옥 구조,디지털 화소조합으로서의 삶의 경험 등등 현대성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망라하는 한편 문학의 글쓰기가 그 주제들과 동일체를 이루면서 또한 해체·변형을 행하는 가운데 도출되는 미학적 경험의 굴곡을 잘 보여주고 있다.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바란다. 김인환 정과리
  • [정동주 역사문화에세이-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운주사 천불천탑(하)신비에 대한 오해와 몽골문화

    일요일인 2003년 12월28일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울란바토르 시내의 한 찻집에서 촐몽 교수를 만났다.준비해 간 천불천탑 관련 사진자료를 보여준 뒤 내가 먼저 질문을 하고 촐몽 교수의 답변을 들었다. 문:고려와 몽골(원) 사이에서 매우 특별한 활약을 했던 홍다구 등 몽골에서 보낸 인물들을 몽골의 역사는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가? 답:그들에 관한 정통 역사 기록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몽골(원)의 역사기록은 1368년 명나라에 원이 멸망당한 뒤 대부분 파괴되었는데,홍건적 사건은 몽골의 역사기록을 불태운 대표적인 사례다.오늘날 몽골역사서 ‘몽골비사’ ‘집사’ 같은 기록도 고려,중국의 자료를 러시아 학자들이 정리한 것을 토대로 하여 몽골 측이 연구한 것들이다. ●유라시아 유목민 청동기때 석인상 건립 문:몽골인의 탑 세우는 관습에 대해 말해달라. 답:스투파(Stupa·탑) 관습이나 목적을 알려면 먼저 석인상(石人像)의 역사부터 이해해야 한다.유라시아 유목민족들에게서 사람 형상을 한 석인상 만드는 관습이 일찍부터 있어 왔다.대체로 청동기 시대부터다. 조상의 형상을 만들어 제사 지내기 위한 신앙 측면,뛰어난 업적을 남긴 선조들의 위업을 길이 받들기 위해서였다.이 관습은 돌궐족,거란족,몽골족으로 전승되었는데,13세기부터 본격화된 몽골 석인상은 탑을 세우는 이유와 겹쳐졌다.유명한 인물,전쟁 때 나라를 구한 영웅을 기념하는 기념물도 세웠다. 굳이 불교와 관련해서 탑을 세우지는 않는다.몽골인 정서에는 샤머니즘이 깊이 자리잡고 있다. 문:몽골군은 상대국을 침략한 뒤 피정복국에 몽골의 문화를 강요하는 관습이 있었나? 답:그렇다.점령지에다 몽골의 역사를 쓰게 하거나 기념물을 세우게 하는 전통이 있었다. 문:(사진을 가리키면서)이런 문양이 몽골에도 있었나? 답:몽골 민속에는 이것과 똑같은 문양이 옛날부터 있어오고 있다. 문:X는 몽골에서 어떤 뜻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답:X는 몽골 전통가옥 겔의 하단부를 구성하는 힘살대로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유목민족은 계속 이동해야 하는데,그때마다 X문양의 힘살대를 접어서 싣고 다니다가 자리가 정해지면 X를 펴서 천막을 친다.X를 ‘하낭헤’라 부르는데,몽골인에게는 “하낭 겔에서 태어나 동굴에서 생을 마친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소중한 역할을 하는 하낭헤이기 때문에 몽골인 삶 도처에 이 문양이 상징적으로 응용되고 있다.X는 동서남북,상하로 이어지는 연속성,영원성을 뜻한다.종교적으로는 민족,가족 간의 유대와 정을 상징한다.만약 운주사라는 곳의 탑에 새겨진 X문양이 몽골군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 가정한다면,타향에서 전사한 몽골 병사들의 영혼을 달래고 그들 영혼을 고향의 가족에게로 돌려보낸다는 주술적인 상징으로 이해해 볼 수도 있다.어디까지나 가정한 경우다. 문:혹시 몽골군이 상대국을 공격하는 군대 안에 무당을 배속시키는가? 답:그렇다.군대 안에 샤먼을 동행시키는 것은 고대로부터의 전통이었다.전쟁 개시 날짜와 시간,공격의 계속과 중단,후퇴에는 “영원한 하늘의 힘으로!”라는 뜻의 무당이 관여했다. 문:무당은 어떤 방식으로 점을 치는가? 답:주로 무구였지만 때로는 하늘의 별을 관측하여 지휘관과 군대의 운명을 예언했다. 문:별 중에서 몽골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슨 별인가? 답:북두칠성이다.몽골인은 초원을 옮겨다니는 유목민이어서 어느 별보다 중요하게 여겼다.저녁 9시 이후가 되면 북두칠성을 향하여 우유를 뿌리면서 목축의 번성을 기원한다.우유를 뿌릴 때 사용하는 국자 안에도 북두칠성이 그려져 있다. 2003년 12월29일(월) 오전 11시 체렌한드 교수를 그의 연구실로 찾아갔다.준비해 간 사진을 보여준 뒤 물었다. 문:어떤 느낌이 드는가? 답:낯익다.이런 문양들(X,XX, )은 과거 몽골 역사 유물에서도 많이 발견되지만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 고스란히 살아 남아 있다. 문:X문양은 어떤 뜻을 지녔는가? 답:겔의 하단부를 떠받치는 접었다 폈다 하는 건축 재료로 연속성,영원성을 상징한다. 문:◇문양은 어떤 상징으로 통용되는가? 답:동서남북 사방을 튼튼하게 수호하고,강력한 힘을 나타내기도 하며,악을 물리친다는 상징적인 문양이다. ◇◇또는 는 하탄수이흐라 하는데 ◇의 응용이며 강화된 뜻이다.몽골의 고대 인물상의 귀고리,목걸이,반지에서 발견되는데,악을 물리치는 부적과 같다. 문: 문양은 어떤 의미인가? 답:안에 든 것은 꽃 문양이고 바깥 것은 하탄수이흐 문양이니까,두 문양이 겹쳐진 만큼 더욱 더 강력한 상징이다.활짝 핀 꽃은 번성,새로 태어남,신성한 힘을 상징하니까 신성함을 더욱 오래도록 수호한다는 상징이다.강력한 힘을 뜻하므로 악귀나 사악한 귀신을 항복받고 물리친다는 상징이다. 2003년 12월29일(월) 오후 3시 바야르 교수를 그의 아파트로 방문했다.그는 발목을 다쳐 깁스를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그에게는 70여구의 석불 사진을 보여주었는데,한참 들여다 보고 있던 그가 먼저 나에게 물었다.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몽골 석인상 연구’라는 저서를 갖고 있고,한국에도 그에게서 배운 학자가 계신다. 바야르:이 석상(石像)들은 어느 시대에 조성되었나? 필자:우리나라에서는 13세기경이라고 한다. 바야르:이 석상들은 한국인이 전통적으로 조성해온 석상이나 불상과 차이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가? 필자:특히 정통한 불상 양식과는 좀 다른 것 같다는 말도있다.무더기로 세워져 있다든가,지난 시대인 신라나 삼국시대,고려 초의 불상기법에서 후퇴하며 조악하다는 지적이 있다.절 집 바깥 노천에 세워진 점도 불교 교리와는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바야르:돌로 만든 불상은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볼 수 있는데,시대적으로 특징이 있으며,불상으로서 지녀야 할 원칙 같은 것이 공통적으로 있기 때문에 알아보기가 쉽다.그런데 이 석상(사진)들은 불상이라기보다 석인상(石人像)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이 석상들은 한국 어느 지역에 있는가? 필자:한국 남단 전라남도 화순이라는 곳이다. 바야르:이 지역이 몽골군과 무슨 관련이라도 있는가? 필자:(몹시 놀랐다.삼별초와 몽골,고려 연합군의 전투,그 이전 몽골군의 침략을 얘기했다.) 바야르:(그는 갑자기 긴장하는 모습이었다.)몽골군이 주둔했던 곳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념물을 남겼다는 것이 제대로 연구되고 있지 않아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이것들은 한국의 전통 불상들과는 확연히 다른 것 같고,몽골의 석인상과 유사한 점이 발견되기는 합니다만…. ●석불, 몽골인의 조상신 석인상과 비슷 필자:어떤 부분이 몽골 석인상과 유사하다는 것인가? 바야르:이 석상들 얼굴 모습은 돌궐제국 석인상과 퍽 닮았다.코를 기다랗게 처리한 점이 그러한데,눈썹과 코가 연결된 부분을 선명하게 처리한 것은 돌궐의 석인상과 매우 닮았다.몽골 석인상 연구는 손의 모양,다리 모양에 따라 연구된다. 필자:운주사 석상들의 손 모양으로 볼 때는 어떤가? 바야르:돌궐 석인상과 유사해 보인다.…만약 몽골군이 그 곳에 가서 기념물을 조성했다면 몽골 고유의 방식을 고집했을 수도 있고,그 지역 전통기법과 양식을 몽골 것과 융합시켰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어디까지나 가정해서 하는 말이다.이곳 석상 중에서 상투 모양이 있는데, 이것도 돌궐 석인상과 유사하다. ●무더기 石像 돌궐시대 제사유적에서 발견 필자:이 석상들은 무더기로 모여 있는데 이것은 불교 교리와 어긋나는 것이라고 한다.이런 예가 몽골이나 그 이전 시대에 있었는가? 바야르:돌궐시대 제사유적에서 발견되고 있다.제사유적지는 칸(지배자)의 제사유적인데,칸은 앉아 있는 모습이다.마치 부처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옆에는 대신들이 좌우로 선다.대신들은 직위에 따라 그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노예계급은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고 있다. 필자:이 사진은 흔히 와불(臥佛)이라 부르는데,이런 예가 몽골에도 있는가? 바야르:흔치는 않지만 몇몇 있다.일으켜 세우면 재앙이 일어난다 하며 그냥 둔다. 이번 취재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운주사 탑신에 새겨져 있는 문양들이 모두 몽골의 민속에 나타나 있다는 점,문양마다 특별한 의미가 있으며,그 의미들은 한결같이 현대 몽골 사회 곳곳에서 살아 있는데,특히 몽골에서 가장 유서깊은 간단사(寺)의 처마 끝이나 모든 사찰의 출입문과 지붕에서 문양들이 확인되었다는 점이다.이 문양들은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현재도 없다.그래서 오래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이 문양을 신비한 것이라고만 말해왔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운주사 천불천탑을 몽골인이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는 않으려 한다.다만 지금까지 논의되어온 비밀스럽다던 탑신의그 문양이 몽골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고,석불들이 불상이기보다는 몽골인들의 조상신인 석인상과 그 형태와 세우는 방식이 많이 닮았다는 점을 보고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문화의 새벽이 오기 위해서는 부질없는 권위주의적 학문 방법과 속좁은 민족 문화론을 내세워 너무나 객관적이고 엄연한 역사사실을 업신여기는 태도를 부끄럽게 여길 줄도 알야야만 한다.부끄러움을 알면 모두가 평등하고 아름답다.아,그리고 천불천탑은 몽골군의 삼별초를 진압한 전승기념물이었을지도 모른다.
  • 이란 지진매몰 97세할머니 8일만에 극적 구조

    “따뜻한 차 한잔 달라.” 폐허로 변한 이란 남동부 고대 유적도시 밤에서 지진 발생 8일 만인 3일(현지시간) 기적적으로 구조된 97세의 할머니가 구조요원들에게 건넨 첫마디였다.할머니는 팔과 다리가 경직되고 탈수현상을 보였지만 건강한 상태였다. 외신들은 밤에서 구조활동중인 적신월사 요원들의 말을 인용,3일 샤르 바누 마잔다라니라는 할머니가 담벽이 무너지면서 생긴 좁은 공간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채로 구조됐다고 4일 보도했다.적신월사는 이슬람권의 적십자사에 해당한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데니스 매클린 대변인은 할머니가 구조 직후 “매우 춥다.차 한잔 달라.”고 말한 뒤 “지진이 있었느냐.”고 되물었다고 전했다.할머니는 이어 “신이 나를 살게 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적십자사 소속 의사인 파울 오드베르그 박사는 “적신월사 구조요원들이 3일 잔해더미 사이로 손이 하나 삐죽 나와 있어 또 다른 사망자려니 생각하고 파보니 옷을 여러 벌 껴입은 할머니가 담요에 싸인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오드베르그 박사는보통 건강한 사람도 3일밖에 견디지 못하는 상황에서 100세 가까운 할머니가 살아남은 것은 벽들이 무너지면서 생긴 공간 덕분에 숨을 쉴 수 있었던 데다 지진 발생 직전 가족들이 잠자리에 음식물을 갖다 놓았고,껴입은 옷과 담요가 추위와 충격을 완화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구조대원들은 할머니의 아들 2명과 손자 2명의 이름을 확인해 그들을 찾고 있다.앞서 2일에는 아홉살 된 소녀를 비롯,임신부와 중년 남자 등 3명이 구조됐다.적신월사 등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3만 5000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
  • 하이 서울, 예스 서울신문/다시 깨어나는 서울의 꿈

    2004년 1월1일,‘대한매일’이 ‘서울신문’으로 재탄생했다.역사와 전통,역동성을 갖추고 21세기 세계 도시를 향해 힘차게 비상(飛翔) 중인 대한민국 수도의 이미지와 걸맞게 대한매일이 정겨운 ‘서울’의 이름을 달고 독자들 앞에 다시 섰다. ●서울신문의 출발 최근 서울 시내 택시와 버스에는 서울신문 광고물이 붙어 시내를 질주하고 있다.변화하고 살아 움직이는 서울의 모습만큼이나 친근하고 정겹게 다가온다.‘아이♥서울,아이♥서울신문’,‘하이 서울,예스 서울신문’,‘새로운 창으로 세상을 보세요’ 시내 곳곳엔 서울신문의 재탄생을 알리는 현수막도 자주 눈에 띈다. 시민들은 유심히 문구를 들여다 본다.날로 발전하는 서울의 이미지와 오버랩돼서인지 전혀 낯설지 않다고들 말했다.회사원 이진우(38)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이 들어간 신문이 없어 섭섭했는데,이제 서울신문이 그 이름에 걸맞은 대표언론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김철우(56·상업·동대문구 이문동)씨는 “독재정권 시절 서울신문의 아픔을 잊고 국민속의 서울신문으로 거듭나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신문의 재탄생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서울에 대한 기대와 함께 담았다.대한민국 대표도시는 서울이요,서울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자연·인간·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하이 서울’ 서울은 환경도시로 거듭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한강’이 전쟁의 아픔을 딛고 발전을 이룩한 기적의 상징이었다면,청계천 복원사업은 친환경 도시의 선언이다.1950∼70년대 기승부린 개발독재의 희생양이 돼 반세기 가까이 복개 구조물 아래,어둠 속에 갇혔던 청계천의 푸른 물이 두꺼운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내년 말쯤 꿈에 가득찬 흐름을 되찾는다. 머잖아 청계천에는 도룡뇽과 강도래,버들치 등 1급수 중에서도 상급수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되돌아와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랄 것이다.주변엔 이팝나무·회화나무 등 관목과 초본이 빼곡히 들어서고 창경궁∼종각∼남산∼한강을 잇는 ‘녹지띠’는 대한민국의 자랑,문화유적과 연결돼 쾌적한 도시로 탈바꿈한다.시대를 넘나드는 문화의 향기도 곳곳에서 풍긴다.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대규모 공연시설은 물론 거미줄처럼 뻗어가는 지하철 역사(驛舍)에서는 국악,클래식,가요,외국인 음악공연 등이 매월 150여건 이어지고 있다. 용산구 한강로 등 첨단산업단지 개발 요충지 마다마다에는 초고층 빌딩을 올려쌓는 타워 크레인 소리가 서울의 대도약을 알려주듯 힘차게 들려온다. 서울시 이용백 시정개발연구원장은 “국가끼리의 경쟁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간 싸움으로 대변되는 게 국제적인 추세”라며 “비단 수도라는 점에서뿐 아니라 역사·문화·경제적 발전의 상징적인 의미가 짙은 서울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표신문을 향해 서울신문은 서울을 꿈꾸는 신문,서울을 이야기하는 신문을 지향하려 한다.사원들은 업그레이드된 서울의 이미지처럼 업그레이드된 언론의 모습을 제시하려고 다짐하고 있다. 일방적인 주장과 주의만 난무하는 혼돈의 시대에 상식을 말하는 신문,느낌이 있는 신문,이야기가 있는 바른 언론으로 거듭나고자 다짐하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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