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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와 산](40) 청주 우암산

    [도시와 산](40) 청주 우암산

    충북 청주시 동쪽에 있는 우암산(338m)은 한남금북정맥에 속한다. 이 정맥은 충북의 속리산 천황봉에서 서북으로 뻗어 북부 내륙을 동·서로 가르며 경기 안성 칠장산에 이르는 산줄기다. 우암산은 ‘와우산(臥牛山)’이란 별칭처럼 소가 누운 형상으로 명암동, 내덕동, 우암동, 수동, 대성동, 문화동, 용암동 등에 걸쳐 있다. 청주 중심을 관통하는 무심천과 함께 청주를 상징한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무심천을 따라 청주까지 와 정착한 뒤 우암산을 든든한 울타리로 삼았다. 그렇게 청주시민들은 우암산에 의지하며 유구한 역사를 이어왔다. 문화도 발전시켜 왔다. 지금은 청주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청주시민의 삶과 문화의 터전인 셈이다. ●청주의 진산이자 주산 청주의 진산(鎭山), 또는 주산(主山)으로 불리는 우암산은 청주시민이 의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언덕이며 생활의 근거지였다. 우암산 주변에서 선사시대 유적지와 유물이 발견되고 있다. 일찍부터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와 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암산의 남쪽 경사면 지역인 용담동에서 출토된 마제석기와 무문토기 유적은 선사인들의 생활터전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삼국시대 백제에 속했던 청주는 ‘상당현(上黨縣)’이란 이름으로 기록에 나온다. 우암산은 상당현의 행정 사무를 맡아보는 기관이 있던 곳이다. 우암산 여기저기서 다량으로 발견되는 삼국시대 토기 조각들이 이를 입증한다. 우암산에는 종교 또는 신앙과 관련된 유적이 매우 많다. 우암산의 사방으로 통하는 계곡에서 대략 20여곳의 절터가 확인됐다. 흔적마저 사라진 곳이 많은 터. 절터가 80여곳에 이른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조선시대 지역마다 설치됐던 향교와 성황당도 우암산에 세워졌다. 현재 청주향교의 문묘는 남아 있으나 성황당은 일제 강점기 초인 1914년에 철거됐다. ‘우암산 그 역사의 숨결’ 저자인 박상일 서원향토문화연구회 회장은 “우암산은 선사시대 이래 농경생활과 지방행정, 종교, 신앙의 중심지였다.”면서 “청주의 역사와 사연들을 간직하며 영원히 청주를 지켜줄 산”이라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에 산 이름 바뀌어 우암산의 옛 이름은 ‘와우산(臥牛山)’, ‘당이산(唐?山)’, ‘장암산(壯岩山)’, ‘대모산(大母山)’, ‘무암산(毋岩山)’, ‘목암산(牧岩山)’, ‘목은산(牧隱山)’ 등 비교적 많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와우산과 당이산이다. 470여년 전인 조선시대 초기 완성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與地勝覽)’은 청주의 진산을 ‘당이산’으로 서술했다. 조선왕조 영조(1725~1776) 때 기록인 ‘여지도서(與地圖書)’는 ‘당이산은 청주의 진산이고 토성 터가 있다.’고 서술하면서 ‘당이산은 와우산에서 뻗어내려 솟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의 우암산을 와우산과 당이산으로 분리해 불렀던 것이다. 박상일 회장은 “성황당이 있던 쪽을 성황당의 ‘당’자를 따서 당이산으로 따로 명명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암산으로 불리기 시작한 시기는 현재 정확히 알지 못한다. 향토 사학자들은 수백 년 동안 불려오던 우리의 고유한 지명들이 일제 강점기 때 제멋대로 바뀌면서 우암산으로 바뀐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일제 중기 문헌부터 와우산이란 명칭이 사라지고 우암산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제가 민족정신 말살 같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우암산의 이름을 바꾼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암산의 다른 유래는 산꼭대기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등성이에 소바위라는 거대한 바위가 있어 단순히 ‘소바위’를 한자로 바꿔 우암산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순환도로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 현재 청주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우암산은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다. 약수터와 운동시설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고, 접근성까지 뛰어나 가벼운 등산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매일 붐빈다. 등산로는 모두 6개다. 삼일공원, 청주향교, 백운사, 어린이회관, 청주대 등 곳곳에서 오를 수 있다. 청주향교에서 출발하는 구간이 2㎞로 가장 길다. 산행시간은 40분 정도. 산은 낮지만 숲이 우거져 여름에도 해를 보지 않고 산행을 즐길 수 있다. 20여년 전 개통된 우암산 순환도로(5㎞)는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4월에는 도로가에 심어진 벚꽃들이 만개해 장관을 연출한다. 차를 타고 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매년 새해 첫날이면 신년 해맞이 축제가 우암산에서 펼쳐진다. 올해도 우암산에서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맞이 행사가 진행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우암산은 탁한 도시공기를 맑게 해주며 시민들에게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청주의 허파역할을 하는, 시민들에게 가장 친근한 산”이라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사진 청주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준공 앞둔 국궁장입구 전망대 충북 청주에 있는 우암산은 뛰어난 조망권을 갖추고 있다. 우암산은 높이가 338m에 그치지만 주변에 큰 산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은 국궁장 입구이다. 우암산 순환도로 시작 부분인 3·1공원에서 청주대 쪽으로 걸어서 2~3분만 올라가면 ‘우암정’이라는 국궁장이 나온다. 이 국궁장 입구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65만명이 생활하는 청주시의 전경이 활짝 펼쳐진다. 우암산 뒤쪽에 있는 금천동과 용암동 등을 제외하고는 청주가 한눈에 들어온다. 최근 아파트 8000여가구가 들어선 청원군 오창읍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멀리 내다보인다. 청주시는 평소에 청주의 전경 및 야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붐비고 있는 국궁장 입구 인근에 최근 5억 2000만원을 들여 전망대를 설치했다. 공사는 마무리됐고 조만간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우암산 자락에 설치한 이 전망대는 2505㎥(가로 24m, 세로 18m, 높이 5.8m)로 2단으로 꾸며졌다. 나무를 주재료로 써 아늑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민들이 잠시 머물며 청주의 경관을 감상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도록 의자 20여개가 배치됐다. 또 야경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태양광을 이용한 유도등을 전망대 바닥에 설치했다. 전망대는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청주의 전경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설치된 전망대”라며 “청주의 대표적인 경관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할머니가 사라졌다. 노인정과 공판장을 지나 경찰서로 뛰어가던 엄마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뭐라고? 할머니가, 어디? 엄마, 잘 안 들려요! 모퉁이를 돌아서자 팀장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얼결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 재빨리 칸막이를 닫았다. 어느새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전부터 기숙사에 와 잔소리를 해대는 팀장과 이러저러한 일들이 겹쳐 오후 두 시가 다 되도록 한 번도 자리에 앉지 못했다. 내친김에 변기 위에 걸터앉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가 울렸다. 곧 리허설을 시작하겠다는 팀장의 목소리였다. 그건 안 됩니다. 코끼리들 상태가 좋질 않아요. 오늘은 무조건 쉬게 해야 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팀장은 무전기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장 달려오라고 했지만 당장은 가기 싫었다. 무전기의 전원을 끄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어디 가셨다는 거지? 몸도 안 좋으시면서.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삼촌의 이름이 전광판에 떴다. 울고 있던 가족들이 황망히 수골실로 내달렸다. 나는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삼촌의 유골은 대리석 탁자 위에 새카맣게 탄 못들과 뒤엉켜 있었다. ‘냉각’을 거쳤다고는 하나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유골이었다. 할머니가 탁자 모서리에 가슴을 짓찧었다. 망연히 서 있던 아버지가 서둘러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려 했을 때, 나는 할머니가 작은 뼛조각 하나를 움켜쥐는 것을 보았다. 탁자 옆에 서 있던 나도 얼른 새카맣게 탄 못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무도 못 본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고모들은 아예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내내 울음을 참던 아버지도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못을 내 몸에 박아두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쥐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나는 공항에서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나를 데리러 온 사촌 동생의 차를 탈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도 어쩐지 집으로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례식장 앞에서 선뜻 안으로 들어서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는 나에게 둘째 고모가 내 몫의 상복을 내밀었다. 장례식장 안팎에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은 삼촌이 왜 죽었을까 답답해했고 삼촌의 동료와 친구들은 경찰서를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당이라도 불러 알아볼 수 없을까? 사촌 동생이 불쑥 꺼낸 말이었다. 삼촌의 방에 널브러진 술병들, 불에 탄 이부자리, 종류가 다른 담배꽁초들. 어떤 추측은 가능할 테지만 진실은 아무도 몰랐다. 그날 밤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삼촌은 각기 다른 이유들로 죽고 또 죽었다. 효원 장례식장 국화실에 놓인 영정사진 속 삼촌은 너무나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릎에 올려놓은 상복이 자꾸 무겁게 느껴졌다. 할머니는 삼촌의 죽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서 삼촌의 시신을 보았다는데도. 거의 녹아내린 새카만 못과 유골을 분리하는 일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뼈가 상하지 않게 하려는 아버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그만 잠에서 좀 깨어나라고 흔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데 나는 어쩌려고 못을 집어든 것일까. 할머니가 두 주먹을 옹골차게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덩달아 나도 주먹에 힘을 주었다. 내 손이 못과 함께 타들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원내 방송이 들려왔다. 잠깐 눈만 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재빨리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숫자를 거꾸로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득달같이 일어나 문을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달라는 방송은 계속 되었다. 운영실이 가까워질수록 방송이 더 자주 들려왔고, 느려터진 두 발은 점점 더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내가 도착하기만 하면 저 공손한 팀장의 말투는 야수로 변해 나에게 돌진할 것이었다. 그때 가로수 사이로 한 여자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남색 기지바지와 연두색 스웨터, 복고풍의 파마머리까지. 혹시 할머니인가 싶어 가던 방향을 바꿔 전속력으로 달려갔다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팀장이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두루마리 휴지가 창문 쪽으로 날아갔고, 내 가슴팍에 내리꽂힌 전화기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원내 방송 담당 아나운서가 시디 데크를 만지작거리는 게 보였다. 팀장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악단장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악단장의 발치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나비넥타이가 떨어져 있었다. 기어이 팀장과 한바탕 한 것 같았다. 오전에 병원으로 실려 간 러시아 무용수는 응급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하혈이 심해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악단장과 팀장의 관계를 가장 잘 알고, 더듬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러시아 말을 할 줄 알았던 내가 그 ‘중요한’ 시기에 사라졌다는 것이 팀장이 화를 내는 이유였다. 앞으로 바짝 다가온 팀장의 손이 내 뺨을 향해 날아왔다. 그때 태국인 조련사 푸앙이 운영실 안으로 들어왔다. 푸앙은 코끼리들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퍼레이드를 취소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코끼리의 설사 따위는 팀장에게 먹혀들 만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나는 푸앙의 손을 잡아끌고 코끼리 우리로 갔다. 쏘냐는 계속 설사를 했고, 아프리카 산 일 년 생 코끼리 튀라는 쏘냐의 엉덩이 쪽에 대가리를 박고 누워 있었다. 제때 검사를 하며 건강을 돌보아 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야생과는 달리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잔병치레가 잦았다. 그래서 예방 접종, 먹이, 변의 상태 등을 확인하여 제때 사료 혹은 건초 더미를 바꾸어 주는 것들은 무척이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일들이었다.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팀장은 번번이 동물원의 재정 상태를 운운하며 우리가 올리는 건의사항들을 묵살했다. 이하설, 오늘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너부터 자를 줄 알아!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팀장님, 직접 오셔서 코끼리들을 살펴보시란 말이에요! 무조건 데리고 나가는 일이 능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뭐야? 푸앙이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코끼리 나가지 마, 나 죽어. 푸앙,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어떻게 되겠어. 그러니 나한테 제발 좀 이러지 마! 그러나 푸앙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삼촌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내가 아는 한 삼촌은 아픈 동물은 절대로 퍼레이드에 내보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외국인 조련사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었고, 윗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그 사람이 원하는 선에 맞추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못을 만졌다. 잠깐이지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울고 있는 푸앙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오늘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퍼레이드의 리허설이 열리는 날이었다. ‘우리를 나온 동물들의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한 달 전부터 신문 및 지역 방송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나날이 쇠락해가는 테마랜드의 혁신을 위해 팀장이 삼 개월 넘게 심혈을 기울인 행사였다. 만약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삼촌은 일급 코끼리 조련사이자 동물 쇼의 사회자였다. 공휴일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기 한 달 전이면 삼촌의 얼굴이 실린 포스터가 동네 곳곳에 나붙었다. 지역 방송국에서는 매일 테마 랜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또 어떤 쇼가 진행 중인지 보도해 주었다. 삼촌은 방송에도 자주 나왔다. 나도 삼촌에게 꽃을 건네는 어린이 중 한 명으로 텔레비전에 나온 적이 있었다. 십 년이 지나 스무 살이 된 나도 테마 랜드에 조련사 보조로 들어왔다. 그러다 조련사가 되었지만 그 삼촌에 그 조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내내 업무에 허덕이다 시간이 되면 퇴근하기에만 급급한 나날이었다. 삼촌처럼 되기를 원했지만 그를 뛰어넘을 재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동물 구입 차 태국과 러시아에 출장을 간 사이 삼촌은 직원 기숙사 방문 손잡이에 목을 맸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삼촌의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하루가 지난 뒤 실신한 채 삼촌이 있는 병원으로 실려 왔다. 어린이 날 행사를 며칠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바쁘게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악단장과 팀장 사이에 생긴 일들을 조율하고 동물원 곳곳의 문제들을 해결하며 별 탈 없이 생활을 했다는 진술들이 이어졌다. 내가 아는 바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장례식 도중, 나는 삼촌이 행사를 진행할 때 입던 붉은색 조련복을 챙겨두었다. 팀장은 동물원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이유가 사육사들이 동물 관리를 잘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 구입의 명목으로 예산을 타갔지만,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단란주점에서 여자애들과 놀아났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어느 날에는 실내 경마장에서 누군가와 게임을 했다는 말도 들렸다. 건의서를 제출하면 가지고 있는 동물 관리나 잘하라며 번번이 우리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물이 죽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후 사체처리비로 외유를 떠났다. 이사장이 바뀌고 줄을 잘 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 후 악단의 인원이 대폭 감소되었다. 게다가 이러저러한 꼬투리를 잡아 악단장의 연봉도 삼십 퍼센트나 감봉시켰다. 대부분이 계약직인 연주자들은 불만을 표시할 수가 없었다. 곧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하나 둘, 동물원을 떠나는 연주자들이 늘자 참다못한 악단장이 팀장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악단장은 내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소주를 마시고, 매일 두 갑의 담배를 피웠다. 테마랜드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병든 짐승들과 관리되지 않은 채 잡풀이 번다한 식물원, 날만 흐리면 전기가 오르는 범퍼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놀이기구만 모아 놓은 부상 랜드였다. 사육조장에게선 늘 술 냄새가 났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는 이유로, 날이 더우면 덥다는 이유로, 동물들이 발정이 나면 수컷이 없다는 이유로 그는 늘 술을 마셨다. 나도 간간이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곤 했지만 어쩐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그는 술만 취하면 내게 삼촌의 이야기를 하려고 들었다. 삼촌의 성격과 그와의 관계, 동물들을 아끼던 마음, 은밀하게 나누곤 했던 농담들. 하지만 나도 다 아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반쯤 마신 매실 주스에 소주를 타먹곤 하는 버릇이 있었다. 오늘도 그는 코끼리 우리를 나오면서 빈 매실 주스 병 두 개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많이 진정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없어진 할머니를 이곳에 있는 내가 어찌해 볼 도리는 없었다. 엄마,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요, 지금 좀 바빠! 통화를 끝내자마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조장님, 홍학 우리에 고양이가 들어와 새끼들을 물어뜯고 난동을 부렸어요. 뭐라고? 홍학 한 마리가 다리를 크게 다쳤어요. 알았어, 곧 갈게. 안 그래도 행사 준비 때문에 신경이 무척 곤두서 있는 홍학무리였다. 허겁지겁 바쁘게 뛰어가다 보니 남색 기지바지가 또 눈에 띄었다. 오늘은 동물원에 남색 기지바지가 유난히 많았다. 그 바지들은 여기서도 나타났고 저기로도 지나갔다. 동물원에 온 할머니들은 대부분 남색 기지바지 혹은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모두들 엇비슷한 파마머리를 한 채 손차양으로 햇빛을 가리고 느릿느릿 걷거나 그늘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납골당은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는 공원을 지나 한참 더 올라가는 산 중턱의 후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적한 공터인 줄 알았던 공원도 지나가며 살펴보니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었다. 그물이 벗겨진 하나밖에 없는 축구 골대, 녹슨 시소, 줄 끊어진 그네. 곳곳에 놓인 페인트칠이 벗겨진 벤치와 그곳에 누워 있는 사람들. 공원을 지나 한참을 걸었는데도 납골당이 나오질 않아 잘못 찾았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나와는 달리 할머니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산길을 따라 삼십여 분쯤 더 걸어가다 보니 자그마한 분지 위에 지어 놓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우리는 곧장 유골 안치실로 들어갔다. 삼촌의 위패에 쓰여 있는 이름이 낯설었다. 이선빈이 아닌 고(故) 이선빈은 내게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수학공식 같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저쪽 세계의 풀 수 없는 문제 같은 것인가. 돌아갔으나, 되돌아 올 수는 없다는 낙인? 오늘만큼은 할머니가 글자를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퍽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할머니는 귀신같이 아들 있는 곳을 찾아냈다. 가져간 술과 포를 놓고 준비되어 있는 향을 피웠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훌쩍이는 소리에 혹시나 싶어 뒤돌아보니 할머니는 대꾼한 두 눈을 슴벅이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계시라 해도 한사코 일어서서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술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잔을 쥐고 향 위에 세 번을 돌린 후 상에 올렸다. 두 뺨이 경련이 이는 것처럼 제멋대로 움직였다. 옆 칸에서 제를 지내던 사람들이 담배에 불을 붙여 제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 보였다. 분향실의 향내에 짓눌려 있던 나는 생담배 타는 매캐한 냄새가 차라리 반가웠다. 우리도 한 대 필까, 삼촌? 부검 결과 별다른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악단장과 몇몇의 연주자들, 팀장에 대한 조사가 차례대로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알지 못하던 우울증이 새로 생겨났으며,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알코올 중독이란 말이 덧붙여졌다. 추측성 발언들이었지만 조서에 쓰인 것들은 그대로 사인(死因)이 되었다. 분개한 가족들이 사건 수사를 계속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바로 장례 일정이 잡혔다.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발인 날짜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발인 전날 신발도 신지 못하고 영안실로 달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납골당 쪽을 다시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쉽게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저쪽의 삼촌을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할머니의 어깨가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듬성듬성하던 머리칼은 그 사이 더 빠졌는지 머릿속이 훤히 다 보일 지경이었다. 올라오는 길을 잘 찾았던 할머니가 돌아가는 길을 헷갈렸다. 납골당에 들어서는 길은 우리가 걸어온 길 하나밖에 없는데도 할머니는 분향실에서부터 출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맸다. 내가 앞장서 걸을 수도 있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그렇게 이끌고 있는 것만 같아 가만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지난 주말에 할머니와 내가 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납골당에 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내가 만약 그곳에 할머니를 모시고 간 것을 알면 크게 혼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의 기억에는 할머니가 한 번도 삼촌에게 다녀온 적이 없다는데, 처음이라는 할머니는 삼촌의 자리를 잘도 찾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홍학 우리 안의 소동이 잠잠해진 뒤였다. 고양이에게 물려 다리를 다친 홍학은 다행히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이 아니라 두 달 전에 알에서 깬 새끼였다. 놀란 홍학들을 진정시키느라 껍질 깐 호두와 아몬드를 두 자루나 뿌려주었다. 어느샌가 팀장도 홍학 우리 앞에 와 있었다. 그는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들을 좀 더 밝은 빨간색 형광 안료로 칠하라며 조련사들을 다그쳤다. 나는 홍학들에게 빨간 안료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보았지만 팀장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았다. 나는 물끄러미 팀장과 조련사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제 여기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삼촌을 보내고도 꿋꿋하게 나오던 곳이고, 그가 하던 일만은 내 손으로 이어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조련사들이 빨간 형광 안료 통을 들고 사육실 안으로 들어갔다. 퍼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나는 옷장에서 삼촌의 조련복을 꺼내 입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것이라 혹시 곰팡이라도 슬었으면 어쩌나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의자 위에 놓아둔 전기 총을 집어 들자 푸앙이 비명을 지르며 울어댔다. 미안해,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우리 얼른 끝내버리자. 나는 입을 앙다문 채 쏘냐의 뒷다리에 총을 쏘았다. 쏘냐가 움찔하며 왼쪽 다리를 들었다. 재빨리 엉덩이에도 총을 갖다 댔다. 한참 만에 쏘냐가 일어섰다. 푸앙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다 울부짖으며 내 왼팔에 매달렸다. 쏘냐의 몸에 멋을 내느라 발라놓았던 노란색 형광안료가 설사에 섞여 줄줄 흘러내렸다. 바닥에 형광 선을 긋는 것 같았다. 무전기에서는 팀장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무전기 소리를 무시하니 그 뜻 없는 말들은 점차 행진곡 풍으로 변해갔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괜찮다고, 얼른 끝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호두를 쪼아 먹고 있던 홍학들이 코끼리 우리 앞에 나와 있었다. 온몸에 빨간색 형광 안료를 잔뜩 바른 홍학 무리였다. 등에 홍학을 둘씩 태운 코끼리들이 정문으로 출발했다. 붉고 노란 머리들이 공중에다 점을 찍었다. 휴대전화와 무전기에서 팀장과 사육조장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어차피 코끼리들이 도착하지 않으면 행렬을 완성할 수 없고 또 사회자인 내가 가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물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 역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뺐다. 팀장님, 지금이라도 리허설을 취소해 주세요. 뭐, 뭐야? 이대로 가단 코끼리들이 죽습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얼른 데리고 나와! 시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지켜보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니가 나한테, 대든 거냐? 쏘냐와 튀라는 절뚝이고 비틀거리면서도 앞만 보고 걸었다. 푸앙이 코끼리 배에 손을 얹고 함께 걸었다. 저렇게라도 가주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쏘냐는 설사를 하고 있었다. 코끼리, 죽어. 나도 죽어. 푸앙이 울며 말했다.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잖아, 미안해! 니가 살려! 푸앙, 죽어가는 것들을 일으키고 이미 죽은 것도 살려낼 수만 있다면야 오죽이나 좋겠니. 푸앙이 이를 악물고 우는 소리와 코끼리들의 거친 숨소리가 마치 한 덩이처럼 느껴졌다. 정문 쪽에 노란 나비넥타이를 한 악단장의 모습이 보였다. 전보다는 풀이 죽은 모습이었지만 잘 다려진 연미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심벌즈 연주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탬버린을 담당했던 사람이 심벌즈를 잡고 있었다. 다섯 명이던 작은 북 담당 연주자들은 둘밖에 없었고 심지어 트럼펫 연주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행렬이라도 완성해야 한다는 팀장의 고집 때문에 음악은 녹음해둔 것으로 대체되었다. 연주자들이 항의했지만 오늘은 ‘리허설’ 날이니 그렇게 해도 된다는 악단장의 말에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연주자들의 얼굴 표정은 괜찮아진 것 같지 않았다. 안 그래도 불안한 처지인데 악단장마저 번번이 자신들 앞에서 팀장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에 익지도 않은 악기를 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갔다. 악단장은 연신 나비넥타이만 고쳐 맸다. 동물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직접 코끼리를 만지려고 다가갔다. 놀란 사육사들이 그들을 말리는 사이, 나는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이었다. 눅눅한 공기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동물들의 우는 소리들이 마구잡이로 내 가슴속에 맺혔다. 그 사이 ‘시’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이 정문 쪽으로 다가왔다. 행사를 하는 날도 아닌데 무슨 일로 온 거지? 팀장은 ‘시’ 사람들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시’ 사람들은 악단장에게도 다가갔다. 팀장이 활짝 웃으며 악단장의 오른팔을 잡아끌었다. 팀장에게 이끌린 악단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엉거주춤하게 그들과 악수를 했다. 허리를 제대로 굽히지 않은 채 인사를 하는 악단장을 바라보는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팀장은 악단장에게 당장 연주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악단장은 시디를 틀기로 되어 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빨리 하라니까! 팀장 자신도 모르게 나온 큰 소리에 본인이 더 놀라고 있는 사이, 악단장이 뒤돌아섰다. 그러나 내내 굽실거리거나 팀장에게 할 말을 다 못하고 돌아서던 악단장의 얼굴이 아니었다. 악단장은 맨 앞줄의 연주자가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넘겨받았다. 지휘봉을 연미복 허리춤에 찔러 넣은 악단장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축배의 노래였다. 멍한 얼굴의 팀장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악단장의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다른 연주자들의 악기도 조금씩 리듬을 탔다. 때마침 비가 내렸다. 당황한 팀장이 재빨리 ‘시’에서 나온 사람들을 이끌고 자리를 벗어나는 와중에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절정으로 향해 갔다. 어느새 굵어진 빗방울들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원숭이와 코알라, 나뭇가지에 걸쳐 놓은 채 들고 나온 나무늘보들을 적셨다. 문제는 코끼리 등 위에 빨간 형광 안료를 덕지덕지 바르고 올라 앉아 있는 홍학들이었다. 진회색의 코끼리 등에 붉은 물이 들어갔고,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열심히 연주를 하는 악단장과 ‘시’ 사람들을 서둘러 본관으로 끌고 가는 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거세지자 동물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작은 소란이 일었다. 그때 푸앙이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홍학의 다리를 잡아챘다. 푸덕, 푸흐드덕! 홍학이 거센 날갯짓을 했지만 푸앙의 손아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푸앙이 정문과 반대쪽을 향해 뛰었다. 마치 홍학 연을 타기라도 한 것처럼 재빠른 속도였다. 홍학 한 마리가 사라지자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다른 홍학 네 마리도 푸앙이 사라진 쪽을 향해 날아갔다. 푸앙은 홍학의 습성도 잘 알았다. 아마도 어미를 데려갔을 거였다. 홍학이 날아가면 코끼리들은 그 자리에 앉아 무릎을 굽혀 반쯤 앉거나 선 채 왼발을 들어 쇼의 시작을 알리게끔 훈련되어 있었다. 내가 말려볼 틈도 없이 정문에서가 아니라 정문으로 가는 도중에 코끼리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붉은 꽃 한 송이를 등에 얹은 코끼리들이 추는 군무가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와 함께 어우러졌다. 그때까지도 정문 앞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거나 사진을 찍어댔다. 쏘냐와 튀라는 설사를 좍좍 갈기면서도 춤을 추었다. 코를 양 옆으로 흔들면서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대로 접고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며 엉덩이춤을 추었다. 코를 하늘 위로 높게 치켜세웠다가 쿵쿵 땅을 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왼쪽 오른쪽으로 두 차례씩 긴 코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빗줄기를 쏟아붓는 하늘을 향해 코를 쏘아 올리기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 쇼를 시작하면 끝이 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게 훈련된 코끼리들이었다. 홍학과 함께 한 군무가 오 분, 코끼리만 하는 쇼가 십오 분이었다. 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코끼리들 옆에 전기 총을 든 채 무력하게 서 있었다. 코끼리의 군무가 점점 더 활기를 띠기 시작할 때쯤 다시 축배의 노래가 들려왔다. 악단장은 마치 무한 반복이라도 할 것 같은 완강한 표정이었다. 코끼리들은 덜렁덜렁 코를 흔들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었다. 차례대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 후 푸앙이 쏘냐의 어깨 위에 올라가 커다란 횃불을 치켜세우는 것으로 끝이 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푸앙이 없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홍학들은 왜 하나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본관으로 갔던 팀장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정문을 가로지르는 팀장의 뒤쪽으로 익숙한 남색 기지바지가 지나갔다. ……할머니? 축배의 노래에 맞춰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할머니였다. 나는 재빨리 할머니를 향해 뛰었다. 할머니, 할머니이! 그러나 할머니는 멈춰 서지 않았다. 내 등 뒤에서 악단장이 연주하고 있던 바이올린이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뒤따라 전기 총을 쏘는 소리도 들려왔다. 코끼리들이 거세게 날뛰며 질러대는 울음과 구경하던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였다. 돌아서서 잠시 주춤하던 나는 다시 있는 힘껏 할머니 쪽을 향해 뛰어갔다. 빗물이 자꾸 눈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삼촌의 뼛조각을 손에 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어서인가. 내 손은 자꾸만 할머니의 몸을 움켜쥐려고 했다. 아버지가 못을 골라내자 화장장 직원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바로 삼촌의 뼈를 유골함에 넣어주었다. 고모들은 자신의 혈육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막힌 듯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촉망받던 조련사였으며, 사람 좋던 막내 삼촌은 그렇게 몇 줌의 유골이 되었다. 옥색 유골함 위에는 삼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삼촌은 옥함 겉면의 금박 이름으로만 남게 될 모양이었다. 할머니가 움켜쥐고 있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크게 우시려는가 싶어 나는 고개를 돌려 유골함 쪽을 쳐다보았다.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단단히 쥐고 있던 두 주먹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두 손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는 사이 할머니는 천천히 입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수골실의 모든 것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가 갑자기 상체를 숙였다. 입 속의 것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가.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오랫동안 할머니 뒤쪽의 흰 벽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잘 움직이지 않았고 무엇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가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지 말고, 동물원에 가보자. 집으로 돌아온 후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처음으로 한 부탁이었다.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했지만 그것은 분명 동물원이라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동물원에 데려다주지 않자 할머니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모든 행위들을 다시 거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기세와 할머니의 고집 사이에서 가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나는 밤마다 할머니 방으로 가서 할머니의 몸을 쓰다듬었다. 여기 어디쯤 삼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할머니의 몸이 무척 단단하게 느껴졌다. 삼촌은 할머니의 쇄골 위에 올라 있었다. 할머니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 속에서도 삼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어느 날엔가 삼촌은 할머니의 팔목을 그러쥔 채 죽이 담긴 숟가락을 할머니의 입 속으로 밀어 넣어주기도 했다. 먹은 음식이 어쩌다 얹히기라도 하면 조용히 할머니의 등을 쓸어주었다. 나는 삼촌이 그렇게라도 여기서 할머니와 함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삼촌, 좋아? 나는 탄 못과 할머니의 무릎을 번갈아가며 만졌다. 할머니는 오래 울었다. 가족들 모두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상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할머니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새벽에 홀로 깨어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물에 만 밥 한 그릇을 다 먹고 난 뒤에도 삼촌의 베개를 쓰다듬으며 울었다. 어쩌다 밥상에 삼촌이 좋아하던 창란젓이라도 올라오면 그걸 바라보며 오래 울었다. 눕거나 앉거나 간신히 일어서거나 벽에 등을 기대거나. 언제 어디에서건 어떤 자세로든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속으로 울고 있었지만 나는 할머니가 울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어쩌면 울다 지쳐 손으로 몸을 짚기라도 하면 어디에서건 삼촌이 만져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러는 것인지도 몰랐다. 살아 있는 유골함이 되는 일은 무척 힘겨워 보였다. 그래도 할머니는 식구들 앞에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고,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오늘 할머니는 혼자서 동물원에 온 거였다. 우리가 걸음을 멈춘 곳은 식물원 입구였다. 할머니를 막 따라잡으려다가 도대체 왜 동물원에 왔고 또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궁금해 뒤를 따랐던 참이었다. 할머니의 남색 기지바지 속에서 끊임없이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원내 방송이 나왔다. 이하설 조장님,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식물원 뒤쪽에는 고사한 나무들이 즐비했다. 희귀한 꽃이나 과실수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팔려가거나 누군가가 빼돌린 뒤였다. 테마 랜드를 재정비한다면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할 곳도 여기였다. 할머니는 왜 하필 이곳으로 온 것일까. 마침내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단풍나무 둥치에 기대앉았다. 집에서 동물원까지 걸어왔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텐데……. 나는 천천히 할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집으로 모셔 갈 작정이었다. 그때 할머니가 손을 뻗어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뭇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내 새끼손가락만 한 나뭇조각이었다. 주저할 새도 없이 할머니는 그것을 입에 넣은 후 가슴을 쳤다. 그러다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크으헉, 으흑. 그것은 그동안 가슴에 쌓였던 울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다가가 말리지 않았다. 할머니도 얼마간은 큰 소리로 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주먹으로 툭툭 땅을 쳤고, 나무 둥치에 등을 짓찧었다. 돌로 만든 조형물에 얼굴을 갖다 박았고 두 손으로 머리채를 쥐어뜯었다. 할머니는 그동안 속으로만 쌓였던 울음들을 모조리 뱉어내려는 것 같았다. 그때 식물원 어디선가 커다란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푸앙? 그는 나에게 다른 한국인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향기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자기를 찾는 거라 여기고 또 달아나버리면 어떡하지? 푸드덕거리는 새소리와 할머니의 울음이 식물원 안을 가득 채웠다. 죽은 나무들도 잔잔한 바람을 타며 울음소리와 박자를 맞췄다. 나는 할머니가 울고, 푸앙이 새들과 함께 마음을 삭이고 있는 여기가 아주 잠깐 동안만이라도 누군가에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눈물을 그친 할머니가 다시 걸었다. 나는 할머니를 뒤따라갔다. 할머니는 여전히 뒤에 있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참 동안 동물원 곳곳을 걷던 할머니는 코닥 필름 사진관 앞에서 멈춰 섰다. 우두커니 서서 문 닫힌 사진관의 창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코끼리 등에 올라 탄 삼촌이 붉은 조련복을 입고 활짝 웃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테마랜드 30년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된 사진들이었다. 오래되어 빛이 바랬을 뿐, 사진 속의 모든 것들은 충분히 식별이 가능했다. 할머니는 손을 뻗은 채로 창가에 바짝 다가섰다. 삼촌의 사진이 언제부터 저곳에 걸려 있었던 걸까. 테마랜드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저 사진을 그곳에 걸어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할머니! 그제야 내가 큰소리로 할머니를 불렀지만 할머니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코끼리 등 위에 앉아 밝게 웃고 있는 삼촌과 그것을 향해 말 없이 손을 뻗는 여인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사진 속으로도 빗방울들이 쏟아져 내렸다. 정적을 깬 것은 다름 아닌 푸앙이 우는 소리였다. 푸앙은 팀장에게 멱살을 잡힌 채 이쪽으로 끌려오는 중이었다. 여전히 홍학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야, 이하설! 나는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놀라 나도 모르게 할머니!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내내 그렇게 멈춰 있을 것만 같던 사진 속 초로의 여인이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여인의 핏발 선 두 눈이 멈춘 곳은 내가 입고 있는 삼촌의 조련복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단추를 달고 솔기를 여며준 이 옷을 할머니는 단번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 어느새 창틀에서 떼어 낸 삼촌의 사진을 안고 있는 할머니가 다른 한 손으로 내 옷을 가리키며 다가왔다. 팀장과 푸앙도 이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코끼리 울음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쏘냐와 튀라는 우리로 돌아갔을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못을 꺼내 쥐었다. 나는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했다. 누군가 먼저 잡아당기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서 있을 것만 같았다. <끝> ■ 당선소감 -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타슈켄트 동물원에는 코끼리 두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초원을 훑어야 할 우묵한 눈들이 녹슨 푸슈킨 동상을 바라보고 있지요. 어느 날 저도 모르게 코끼리 우리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늙고 병든 코끼리의 두툼하고 너덜너덜한 귓불을 한참 동안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 코끼리들이 저와 함께 아랄 해를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요즘 노인정에서 한글을 배우고 계십니다. 손녀가 쓴 글을 읽겠다고 약속을 하셨어요. 저는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글을 써나갈 작정이므로 할머니는 기필코 200세 장수하셔야 합니다.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도 기뻐해주신 ‘동인, 그 섬’의 대장 임철우 선생님(‘그 섬에 가고 싶다’를 필사하던 그 순간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잘 견디고 천천히 나아가겠습니다.), 치열하고 엄중한 소설쓰기가 일상의 진부함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시해주신 최수철 선생님(선생님의 조언과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마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살고, 쓰겠습니다.), 검룡소에서 풀솜대를 뜯어주신 최두석 선생님(돌아가지 못하는 시의 자리가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글 쓰는 손가락은 절대적으로 겸손해야 함을 일깨워주신 서영채 선생님(밤새 꺼지지 않던 선생님 연구실의 불빛을 바라보며 술 취한 저는 도서관에서 잠들곤 했지요.), 사물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신 주인석 선생님(아, 이제 오디오 튜닝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10년 전 홍성여고 문예반 수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겁니다, 이정록 선생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행운입니다. 그 운명을 결정지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제가 무너지려 할 때마다 옆에서 바로잡아주고 격려해준 권오영 시인께는 미처 다 갚을 수도 없는 마음들을 받았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동안 내내 소설 쓰기의 치열함을 온몸으로 가르쳐주던 김도연 선배께 맥주 한 잔 사드리고 싶습니다. 철없는 저를 뒤치다꺼리해 주느라 고생한, 제일 먼저 축하해준 이진희 시인. 정말 고맙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끝까지 손에 들고 계셨던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같이 힘들어도 조금 더 기운을 낼 수 있는 뚝심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얼른 ‘리보통(Ly-botong)’으로 달려가 그곳에 계신 분들과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약력 -본명:이미선. 1983년 충남 보령 출생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소설전공 수료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학 한국어 강사 역임 ■ 심사평 - ‘현대인 삶의 축도’ 동물원… 상징적 압축미 탁월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열 편. 이 가운데 다시 세 편의 작품을 어렵게 추려 놓고 생각했다. 신춘문예가 필요로 하는 소설은 어떤 소설인가? 우리 소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단편소설은 산문 양식임에도 언어의 경제성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는 이 짧은 언어로는 ‘모든 것’을 쓸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양식은 이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한다. 어떻게? 수사학, 즉 기교가 우리를 지상적인 삶에서 초월적 의미의 세계로 순간이동시켜 준다. 그러니 기교가 모든 것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다. 상징적 깊이나 환유적 지시 체계를 갖추지 못한 훌륭한 단편소설이란 일종의 형용모순과도 같다. 하이준씨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현대적 일상을 사건으로 만들어 가는 문체가 돋보였다. 강남의 한 미장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조그만 사건은, 일상의 소소함이 그 한계 내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만든 장점도 갖추었다. 김명진씨의 ‘뷰티플 원데이’는 베트남에서 온 아버지와 아버지의 젊은 여인과 ‘나’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나’의 내면의 섬세함이 다문화라는 문제를 사회성 이상의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의미를 구성하는 사건이 너무 희박하고, ‘뷰티플 원데이’는 사건을 보편적인 의미로 상승시키는 힘이 부족하다. 이은선씨의 ‘붉은 코끼리’는 상징적 압축미가 뛰어나다. 동물원 코끼리 조련사의 이야기 안에 많은 것을 담았다. 동물원이라는 배경 자체가 어떤 상징성을 띤, 현대인의 삶의 축도로 이해하게 한다. 여기서 동물원을 지배하는 어떤 메커니즘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세계의 어떤 축도와도 같다. 이 작품은 쓴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면서 독자에게 시적인 울림을 선사한다. 재능과 생각을 겸비한 이은선씨에게 축하의 말씀과 함께 정진을 당부 드린다.
  • [우리말 여행]복마전

    몰래 나쁜 일을 꾸미는 무리들이 모이거나 활동하는 곳을 비유적으로 가리킬 때 쓰인다. ‘수호지’에 나오는 말이다. 홍신이 용호산에서 ‘복마지전(伏魔之殿)’이란 간판이 달린 집을 보게 됐다. 거기서 돌로 만든 비석을 들추었는데 그 안에 갇혀 있던 마왕 108명이 뛰쳐나왔다. ‘복마전’은 마귀가 숨어 있는 집이나 굴이란 뜻이다. 복마전은 여기서 유래한다.
  • 광주·양평·남양주 ‘에코관광벨트’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경기 광주 귀여리와 양평 두물머리, 남양주 다산유적지 일대가 수도권 친환경관광지로 탈바꿈한다. 경기도는 이들 3개 지역을 엮는 ‘에코-트리-벨트’ 조성 사업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사업은 생태복원 등 친환경 관련 사업, 다산유적지 일대 관광자원 개발 및 나루·포구 복원 사업, 유기농 확대 등으로 나눠 진행된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북한강변 다산 정약용 유적지 일대 16만 6600여㎡는 내년 6월까지 128억원을 들여 생태공원으로 꾸민다. 생태경작지, 체험농장, 습지, 물푸레나무 등으로 이뤄진 숲, 조류관찰지 등이 만들어진다. 생태체험 및 관광은 물론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한강의 수질을 개선하는 기능도 하게 된다. 인근에는 이미 다산유적지가 조성돼 있는 데다 최근 실학사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실학박물관이 문을 열어 역사 탐방코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도는 이와 함께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에도 150억원을 들여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 나루터를 복원한다. 가평 달전리나루터, 양주 사기막나루터, 광주 문호리 나루터 등 16개 나루터도 복원된다. 삼각형을 이루며 마주하고 있는 이 시설들이 모두 완공되면 이 일대는 황포돛배가 오가는 친환경 관광벨트로 떠오르게 된다. 특히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는 2011년 개최 예정인 세계유기농대회에 발맞춰 웰빙 농산물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유기농 박물관’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두물머리 일대가 자연생태 종합체험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선 숙박 및 편의 시설 등이 필수적이지만 상수원보호구역에 묶여 적지 않은 어려움도 예상된다. 최근 이들 3개 지역을 둘러본 경기도 비전기획관실 현지 답사팀은 “규제완화와 함께 생태복원을 역사·문화 관광자원과 어떻게 연계시키느냐가 사업의 관건”이라며 “주변 관광지간 네트워크 구축 및 다양한 볼거리 제공을 위한 지역별 관광특화 사업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새해 달라지는 것들] 저소득 무주택근로자 월세 40%까지 소득공제

    [새해 달라지는 것들] 저소득 무주택근로자 월세 40%까지 소득공제

    ■세제 ▲소득세율 1200만~8800만원 구간 추가 인하 과세표준 1200만원 초과 4600만원 이하 구간은 소득세율이 16%에서 15%로, 4600만~8800만원 구간은 25%에서 24%로 인하된다. 8800만원 초과 구간은 2011년까지 35%로 유지된다. ▲저소득 무주택 근로자 월세 소득공제 신설 부양가족이 있고 총급여 3000만원 이하에 무주택이면서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주택 세입자는 300만원 한도에서 월세 지급액의 40%를 소득공제한다. 개인 간 주택임차 차입금도 원리금 상환액의 40%를 연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한다. ▲양도세 예정신고세액공제 폐지 부동산 등을 판 뒤 2개월 안에 신고하면 납부세액의 10%를 공제해 주던 양도세 예정신고 세액공제 제도가 없어지고 예정신고가 의무화된다. 내년 1년간은 양도시 과표 4600만원 이하 부분에 대해 5%를 공제해 준다. 예정신고를 하지 않으면 내년에 가산세 10%를 부과하고 2011년부터는 20%를 부과한다. ▲낮은 법인세율 추가 인하, 높은 세율은 유지 과표 2억원 이하의 낮은 법인세율은 2단계 법인세율 인하에 따라 11%에서 10%로 낮아진다. 2억원을 넘는 높은 법인세율은 애초 22%에서 20%로 내릴 예정이었으나 2년간 유보돼 현행 22%로 유지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직불·선불카드는 공제율 인상 현재는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총급여의 20%를 넘는 경우 초과금액을 연간 5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해 주고 있지만 내년에는 공제한도가 300만원으로 줄어든다. 최저사용금액도 총급여의 25%로 조정된다. 직불·선불카드의 공제율은 20%에서 25%로 높아진다. ▲장마저축 세제지원 개편 올해 말까지는 가입한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에 대해 이자 및 배당소득을 비과세하고 불입금액의 40%를 공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가입시한을 2012년 말까지로 3년 연장하고 소득공제는 올해 말까지 가입한 자에 한해 총급여 8800만원 이하인 경우는 2012년 불입분까지 3년간 허용된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 부분 연장 투자지역에 따라 투자금의 3% 또는 10%를 공제해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는 올해 끝날 예정이었으나 내년까지 부분적으로 연장된다. 내년에는 지방투자분에 대해서만 투자금의 7%를 공제해 준다. ▲신성장·원천기술 분야 R&D 세제지원 연구개발(R&D) 활동에 대한 법인·소득세 공제 제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분야의 R&D 비용에 대해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20%, 중소기업은 30%로 확대한다. ▲폐업 영세 개인사업자 경제활동 재개 지원 폐업한 영세사업자(직전 3년간 평균 수입 2억원 이하)가 내년 말까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할 경우 무재산으로 결손처분한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에 대해 500만원까지 납부의무를 없애준다. ▲계부·계모 증여도 증여세 공제 재혼가정 증가를 감안해 계부나 계모로부터 증여 받을 경우에도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을 때와 동일하게 3000만원(수증자가 미성년자이면 1500만원)을 증여재산가액에서 공제해 준다. ▲에너지 다소비 품목 개별소비세 과세 에어컨과 냉장고, 드럼세탁기, TV 가운데 소비전력량이 상위 10%에 드는 제품에 대해 개별소비세 5%를 부과한다. 내년 4월1일부터 2012년 말까지 시행한다. ▲국세 신용카드 납부범위 확대 납세 편의를 위해 신용카드로 국세를 낼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다. 납부 한도를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리고 대상도 개인에서 법인까지 넓힌다. 납부할 수 있는 세금 종류도 모든 세목으로 확대된다. ▲고소득 전문직 영수증 미발급시 과태료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1회 30만원 이상을 현금으로 거래할 경우 현금영수증 등 적격 증빙을 발급하지 않으면 미발급액의 50% 과태료를 부과한다. ■교통 ▲우측보행 본격 시행 내년 7월부터 지하철역 등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본격 시행된다. ▲자동차 등록사무 전국 처리제 시행 시·도 지역에서만 처리가 가능한 자동차 등록사무가 내년 6월부터 전국 모든 등록관청에서 처리한다. ▲뺑소니 교통사고 신고포상금제 도입 내년 7월부터 뺑소니 운전자를 행정관청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해 검거되면 100만원 미만의 포상금을 받는다. ▲장애인주차구역에 일반차량 주차금지 내년 7월부터 여객터미널과 지하철역, 공항 등에 설치된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면 최고 2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 ▲일반국도 지자체 위임 관리 국가에서 관리하던 일반 국도 1만 1503㎞ 가운데 간선 기능이 낮은 2919㎞에 대한 신설 및 유지관리 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된다. ▲고속버스 환승 확대 실시 내년 상반기부터 휴게소 고속버스환승제가 영동선과 호남선에도 확대되고, 주말에도 고속버스 환승을 이용할 수 있다. ▲신규 개인택시면허 양도·상속 금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시행령에 따라 신규로 따는 개인택시 면허는 양도나 상속이 금지된다. ▲여객자동차 운전가능연령 완화 사업용 자동차의 운전가능 연령이 현행 21세 이상에서 20세 이상으로 1년 하향 조정된다. ▲판매 자동차 사후관리 강화 자동차를 판 날부터 3년 이내에 엔진 등 동력전달장치에 하자가 발생하면 무상수리를 해 주고, 그 밖의 장치는 2년 이내 무상수리를 해 줘야 한다. ▲복합환승센터 개발 건축기준 완화 교통시설물에 건립되는 복합환승센터의 건폐율과 용적률이 기존 지자체가 정한 수준의 150%까지 완화된다. ▲자전거 연계시설 의무화 철도역 등 25개 도시개발사업의 인·허가 때 자전거주차장과 환승시설 등 연계시설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농식품 ▲농어업인 연금보험료 지원액 상향 올해 39만 4000원이던 1인당 연간 연금보험료 지원 최고액이 42만 3000원으로 오른다. ▲은퇴농 농지 매입·비축 농사를 그만두는데도 땅을 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은퇴농을 위해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이 농지를 사준다. 영농 규모를 줄이려는 농민의 농지도 대상이다. 매입가격은 감정평가 가격으로 정한다. ▲귀어(歸漁) 대책 추진 어업인이 되려고 어촌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귀어·귀촌 종합대책’이 추진된다. 영어(營漁) 정착자금으로 1인당 2000만∼2억원을 지원한다. 어촌 정착을 위해 주택을 마련할 때 구입비를 2000만원 이내(금리 3%)에서 융자하고, 집 수리비도 500만원 범위에서 보조한다. ▲조건불리 직불금 인상 황무지가 많고 경사지가 많은 땅에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주는 조건불리 직불금이 인상된다. 올해 밭 1㏊당 40만원, 초지 1㏊당 20만원이던 것을 내년엔 밭 50만원, 초지 25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수입 쇠고기도 이력제 내년 12월부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대형 정육점 등에서는 계산대에서 수입 쇠고기의 원산지, 종류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농어업 재해보험 대상 확대 농어업 재해보험의 보장 대상이 농작물, 양식수산물, 가축에서 농어업용 시설물로 확대된다. 재해의 경우도 자연재해는 물론 병충해, 야생동물 피해, 질병, 화재 등으로 대상이 넓어진다. ■건설ㆍ부동산 ▲아파트 공급규칙 개정 수도권 66만㎡ 이상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에 청약할 때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일정 비율을 우선 분양한다. 비율은 ‘3(지방자치단체) : 수도권(7)’에서 ‘3(기초자치단체) : 2(광역) : 5(수도권)’로 개정이 추진된다. ▲보금자리주택 거주의무기간 마련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특별법을 개정, 보금자리주택 입주자에 대해 5년간의 거주 의무를 부여한다.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요건 변경 내년 7월부터 소득세법상 투기지역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주택 투기가 성행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지역에도 투기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설치·운영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으로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해당 시·군·구에 조정위원회를 설치한다. ▲지적도(임야도) 발급지 확대 전국 시·군·구에서만 발급하던 지적도를 모든 읍·면·동에서도 발급하고, 내년 5월부터는 온라인 발급도 가능하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제도 개선 시공능력평가액이 과다하게 평가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재무구조 배점을 줄이는 대신에 기술능력의 배점 비중을 높인다. ▲노후산단 재정비(재생) 사업 대상지역 확대 내년 3월부터 노후 산업단지 재정비(재생) 사업대상에 대규모 공업지역과 산업단지 주변 지역도 포함한다. ▲토지보상 채권·대토보상 활성화 내년 상반기부터 현금 대신에 땅으로 받을 수 있는 ‘대토보상’ 범위가 1인당 330㎡에서 990㎡로 상향 조정된다. ■산업 ▲중소 수출기업 맞춤형 수출보험 내년 3월 제도를 개정, 3년간 3000개 업체를 선정해 수출 규모에 따라 4단계로 나눠 보험료를 최고 50%까지 깎아주고 단기수출보험 한도를 확대한다. ▲겨울철 저소득층 연탄 지원 올해 연탄가격의 인상분 30%를 기준으로 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에 무료 연탄쿠폰을 지급한다. ▲기업형 수퍼마켓(SSM) 등록제 내년 중반에 현행 등록제를 확대·적용하고 등록요건 중 ‘지역 협력 사업계획’을 포함한다. ▲서민층 지원 우체국 예금상품 출시 내년 4월부터 특별우대금리 7%포인트를 추가 지급하는, 연이율 10% 수준의 자유적립식 적금 상품을 출시한다. ■노동 ▲저소득층 취업성공 패키지 지원사업 확대 저소득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취업 성공수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취업성공 패키지’ 지원 사업 대상이 2만명으로 확대된다. 직업훈련 참여기간에 월 20만원의 수당도 새로 지급한다.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 시간당 최저임금이 4110원으로 인상된다. 일급(8시간 근무) 기준 3만 2880원이다. 상용근로자 외에 임시·일용직 및 시간제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등도 적용받는다. ▲직장 보육시설 설치 및 운영지원 확대 사업주가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할 때 지원하는 융자지원금 상한액이 5억원에서 7억원으로 확대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1대1로 직장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중소기업과 같이 소요비용의 80%가 무상 지원되고 1%의 융자이율이 적용된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 개선 사업주가 취업기간(3년)이 만료된 외국인 근로자를 재고용할 경우 해당 근로자가 출국했다가 재입국하지 않아도 2년 미만 범위 안에서 계속 고용할 수 있다. 부처 종합 ※ 일부 제도는 국회·정부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음
  • [키워드로 풀어본 퀴즈 2009] 온 가족 함께 풀어보세요

    경찰관 1명을 포함해 6명의 목숨이 희생된 ‘용산 참사’의 책임공방으로 시작한 2009년 기축년은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세계 119개국 정상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막을 내린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놓치기 아쉬운 뉴스 속의 키워드를 퀴즈 형식으로 정리해 보며 2010년 희망의 경인년을 준비하자. 출제 이종원 DB팀 기자 jongwon@seoul.co.kr 1월 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3명을 사살한데 대한 보복으로 팔레스타인이 로켓으로 공격하자, 이스라엘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를 공습하면서 시작된 ‘가자전쟁’이 18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휴전 선언으로 끝이 났다. 아마드 야신이 1987년 말에 창설한 반(反)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무장저항단체의 이름은? ② 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의 건물을 점거하고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회원, 경찰과 용역회사 직원 사이에 충돌이 벌어진 가운데 발생한 화재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도시정비사업은? 2월 ① 김수환 추기경이 87세를 일기로 16일 별세했다. 추기경이 선종한 뒤 대한민국은 ‘신드롬’이라 할 정도로 수십만 명에 이르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그가 각막을 기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 국민의 장기기증 참여가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천주교 세례명은? ②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아시아 4개국을 택했다. 힐러리 장관은 16일부터 이루어진 순방기간 중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비롯한 각국의 안보현안과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하여 한반도 주변국이 참여하는 다자(多者) 회담은? 3월 ①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미국 국적의 여기자 2명이 17일 북한 압록강 일대에서 북한군에 억류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8월 북한을 방문하면서 이들은 석방됐고, 이를 계기로 물꼬가 터진 북·미 직접대화의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만 상대하겠다.”는 북한의 대미 외교정책은? ② 김연아가 29일 ‘2009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 종합점수 200점을 돌파하며 우승했다. 그녀는 올해 출전한 5개 국제 대회에서 최고점을 잇달아 경신하며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프리스케이팅과 달리 정해진 6~7가지 종류를 넣어서 각자의 안무로 2분간 연기하는 피겨경기 종목은? 4월 ① 2008년 하반기 리먼 브러더스의 부실과 환율 폭등 등 대한민국 경제의 변동 추이를 예견하여 주목을 받았던 인터넷 논객 박대성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후 20일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인 박씨의 인터넷 필명은? ② 멕시코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플루는 순식간에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확산되면서 지구촌을 공포에 떨게 했다. 지금까지 208개국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스위스의 제약회사 로슈가 특허권을 가지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점 생산하는 신종플루 치료제의 이름은? 5월 ① ‘지구촌 최대의 선거’로 불리는 인도 총선이 16일 집권 국민회의당이 주도하는 통일진보연합의 승리로 끝났다. 1916년 간디의 영향으로 국민회의에 참가하여 독립 이후 초대 인도총리를 역임했으며 비동맹 외교로 제3세계의 지도자를 자임했던 사람은? ②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의 조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 고향마을에 있는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함으로써 이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 야당은 검찰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반발하는 등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왔다. 수사 중인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수사가 종결되도록 되어있는 검찰 사건 사무규칙은? 6월 ① 25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의 사인은 심장마비. 그의 죽음을 두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으며 로스앤젤레스 검시소는 잭슨의 죽음을 ‘살인‘으로 결론지었다. 잭슨이 솔로로 독립하기 이전에 활동했으며 잭슨 형제로 이루어진 인디애나 주 출신의 대중음악 그룹은? ②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7일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문화유산은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을 비롯해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등이었다. 경기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합장릉은? 7월 ①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한족과 위구르족 노동자들의 집단 충돌로 19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뿌리 깊은 차별과 경제적 소외감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위구르는 티베트와 함께 중국의 화약고로 남을 전망이다. 톈산산맥의 북쪽 기슭, 해발 915m의 고지에 위치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수도 이름은? ② 22일 대기업 및 일간신문의 방송사 지분 소유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미디어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야당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했음에도 사실상 유효한 것으로 결정이 나면서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뉴스 보도를 비롯하여 드라마·교양·오락·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편성하여 방송할 수 있는 채널은? 8월 ① 폐렴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서거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고인이 남긴 민주화 및 남북화해 업적을 고려해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장으로 치러졌다. 그의 서거로 이른바 ‘3김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김 전 대통령을 일컫는 별칭이면서 혹독한 겨울의 척박한 땅 위에서도 꽃과 향기를 뿜어낸다는 식물은? ② 일본에서 30일 하토야마 유키오가 이끄는 민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54년동안 지속돼 온 자민당 일당 지배체제가 무너졌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으로 대변되는 아시아 중시 외교는 동북아 국제질서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중의원과 함께 일본의 양원 국회의 하나로 상원에 해당되는 의회는? 9월 ① 이명박 정부의 집권 2기의 출발을 좌우할 중대 정국 변수인 ‘정운찬 총리 인준안’이 가결됐다. 인사청문회 당시 정 총리가 행정중심복합도시 계획의 수정을 언급하면서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하반기 정계 갈등의 기폭제가 되었다. 충청남도 연기군, 공주시 일대에 2015년까지 정부 부처가 이주하기로 했던 행정도시의 이름은? ② 24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된 제3차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내년 11월 제5차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한국은 신흥국 중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유치함으로써 세계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제4차 정상회의 개최가 예정인 나라와 도시는? 10월 ①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가 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21차 IOC총회에서 2016년 여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리우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가 됐다. 브라질과 경합을 벌였던 나머지 3개 후보도시는 미국 시카고, 일본 도쿄, 그리고 어디인가? ②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인천대교가 19일 개통됐다. ‘바다위의 고속도로’라 불리는 인천대교는 연결도로를 합치면 21.38㎞에 다리의 길이만 12.12㎞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송도처럼 일정한 구역을 지정하여 경제활동상의 예외를 허용해주며 따로 혜택을 부여해주는 특별 구역의 명칭은? 11월 ① 북한 경비정이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무단 침범, 우리 해군과 교전을 벌였다. 경고통신에도 계속 남하하던 북 측 경비정의 공격에 우리 해군은 함포로 대응사격을 가해 퇴각시켰다. 2002년 제2연평해전의 전사자를 기리기 위해 참전했던 참수리급 357정의 정장 이름을 따서 지어진 대한민국 해군의 차기 고속함은? ② 28일 의문의 교통사고를 기점으로 연일 터지고 있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섹스 스캔들이 결국 우즈가 무기한 골프 중단을 선언하는 사태로까지 비화됐다. 우즈의 공백은 향후 골프계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경기 한 홀에서 기준 타수보다 1타 많은 타수로 홀인(hole in)하는 골프용어는? 12월 ①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18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전직 총리가 체포영장이 발부돼 강제 구인되기는 한 전 총리가 처음이다. 형사책임에 관하여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 권리로 검찰에 소환된 한명숙 전 총리가 행사했다는 기본권은? ②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전 세계 119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막됐다. 구속력 있는 합의문 도출에는 실패한 채 선언적인 협정문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는 분석이다. 애초 이번 대회는 2012년 만료되는 ‘이것’을 대체할 새로운 협약 마련을 위해 열렸다. 여기서 ‘이것’은?
  • 역대 정부수반 거처 6곳 되살린다

    역대 정부수반 거처 6곳 되살린다

    경교장과 이화장 등 역대 정부수반들이 머물던 유적들이 본격적으로 정비된다. 서울시는 임시정부 귀국 후 첫 국무회의가 열렸던 종로구 평동의 경교장과 대한민국 초대정부의 조각본부였던 종로구 이화동의 이화장 등 6곳을 복원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복원사업에는 장면 전 총리와 윤보선·박정희·최규하 전 대통령의 가옥도 포함됐다. 경교장은 2011년 11월까지 전면 복원된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부터 건물 소유주인 삼성측과 협의를 거쳐 정밀 안전진단과 설계에 착수했다. 문화재청과 협의해 내년 6월에는 복원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사적 497호로 뒤늦게 승격된 이화장은 내년까지 정비계획이 마무리된다. 이곳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유품을 전시하는 기념관을 건립하는 등 2013년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종로구 명륜동의 장면 전 총리 가옥은 이미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 사랑채와 대문, 축대 등의 복원을 마쳤고, 현재 유족들이 거주하는 안채 등에 대한 복원공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일반에 공개된다. 이미 보수공사를 마친 종로구 안국동의 윤보선 전 대통령 가옥은 개방 확대를 놓고 유족과 협의 중이다. 중구 신당동의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의 경우 원형 고증작업을 거쳐 설계와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지난 7월 서울시가 매입해 영구 보존하고 있는 마포구 서교동의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은 유품 기록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중 일반에 공개된다. 시 관계자는 “6곳의 복원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주변 명소와 연계해 관광코스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우리말 여행] 고식적

    잠시 숨을 쉬다. 한자어로 표현하면 ‘고식(姑息)’이다. 잠시 숨을 쉬는 것은 달리 말해 숨을 고른다는 의미다. 그래서 ‘고식’은 우선 당장에는 탈이 없고 편안하게 지낸다는 비유적 의미로 쓰인다. 이 고식에 접미사 ‘-적’이 붙었다. ‘-적’은 ‘그 성격을 띠는’이라는 뜻을 더한다. ‘고식적’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임시변통으로 하는’이라는 의미가 됐다.
  •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천전리각석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천전리각석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추진된다. 23일 문화재청과 울산시에 따르면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국보 제147호)이 있는 울산 울주군 언양읍과 두동면 대곡천 일대를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묶어 28일부터 30일까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는 내년 1월 초 심사를 거쳐 1월 말쯤 홈페이지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등재는 서류전형으로 진행돼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반구대암각화는 수직의 거대한 바위면 아랫부분(높이 3m, 폭 10m)을 쪼아 각종 동물과 도구, 사람 얼굴 등을 새겼다. 학자들은 신석기~청동기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림 자체가 갖는 가치와 ‘반구대’(盤龜臺·산세가 거북 모양임)로 불리는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구대암각화에서 대곡천 상류를 따라 1.5㎞를 올라가면 선사시대에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기하학적 무늬의 천전리각석도 있다. 울산대학교박물관이 조사한 결과 고래와 거북, 사슴, 호랑이, 새, 멧돼지, 여인상, 배, 작살, 그물 등 모두 296점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높게 평가되는 것은 58점의 고래그림이다. 새끼 밴 고래를 비롯해 향유고래, 흰수염고래 등 다양한 종류의 고래를 볼 수 있다. 배나 작살, 그물 등을 이용한 고래사냥 기술도 묘사돼 주목을 받고 있다. 대니얼 호비노 국립파리자연사박물관 교수는 저술 ‘포경의 역사’에서 “반구대암각화는 최초로 거대한 고래들을 표현한 매우 드문 그림이며, 흥미로운 고래사냥 방법을 소개해 우리가 고래에 대해 알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반구대암각화는 1965년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사연댐 건설 이후 해마다 7~8월 물에 잠겨 훼손돼 세계유산으로 등록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근 경북 청도 운문댐의 물 7만t을 매일 울산시민의 식수로 공급하고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향으로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인간의 창조적 천재성이 만들어낸 걸작 반구대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도록 지역을 뛰어넘는 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세계유산이 되기 위해서는 작품의 완전성과 진정성, 뛰어난 보편적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완벽한 보전관리 계획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대곡천 암각화군을 비롯해 ‘남한산성’, ‘염전’, ‘서남해안 갯벌’, ‘익산역사유적지구’, ‘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 ‘중부내륙산성군’, ‘우포늪’, ‘낙안읍성’, ‘외암마을’ 등 총 10건의 잠정목록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송구영신-해넘이·해돋이 숨은 명소 8選

    송구영신-해넘이·해돋이 숨은 명소 8選

    시나브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야 할 때지요. 기축년(己丑年)의 붉은 해가 펼치는 마지막 빛의 축제에 아쉬움만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빈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울 때, 가슴 벅찬 환희와 감동도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옛것을 털고 새것을 맞는 송구영신 의식을 치르기 적합한 장소를 모았습니다. 해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일출·일몰 명소들은 배제하고, 접근하기 쉽고 덜 알려진 곳들로 골랐습니다. 다만, 최근 화재로 사라진 전남 여수의 향일암은 예외입니다. 오르기는 다소 힘들어도 해넘이와 해돋이를 함께 볼 수 있는 ‘랜드마크’와도 같은 곳이었지요. 향일암을 잃은 비통함에 해질녘 여수 앞바다는 얼마나 붉디붉은 빛깔을 토해 낼까요. ●넉넉한 가슴으로 지는 해를 보내다 망해사 하늘과 땅이 맞닿은 풍경을 볼 수 있는 내나라 안 유일한 곳이 김제·만경평야다. 그 지평선의 끝자락, 그리고 막 수평선이 시작되는 곳에 망해사(望海寺)가 있다. 극락전과 낙서전, 범종각 등이 전부일 정도로 작은 절집. 하지만 뜨락만큼은 세상 어느 거찰보다 넓다. 서해-새만금간척사업이 바다를 갈라 놓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히는 육지 속 바다-를 앞마당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절집 앞 범종각에 걸린 해넘이 풍경이 일품이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온 절집의 연륜만큼이나 깊고 웅장하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너른 바다와 단절된 탓일까, 광대하기는 하나 한켠에선 쓸쓸함도 묻어 난다. 대해의 위세를 잃어버린 바다 아래로 몰락하는 해가 여느 곳보다 붉다. 백합조개 산지로 유명한 인근 심포항도 둘러볼 만하다. 전북 김제에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서김제 나들목→우회전→29번 국도 만경 방향→만경고 삼거리→좌회전→702번 지방도 심포항 방향→망해사(063-543-3187). 궁평항 경기도 화성8경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궁평 낙조’다. 길이 2㎞, 폭 50m에 달하는 백사장과 수령 100년이 넘는 해송 500여그루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를 펼쳐낸다. 궁평항의 자랑은 길이 193m짜리 ‘피싱피어’(Fishing Pier)다. 뭍에서 바다까지 긴 나무다리를 설치하고 끝부분에 넓은 휴식공간인 ‘파고라’를 만들어 휴식과 산책, 낚시 등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 나무다리에서 바라보는 해넘이 풍경이 그만이다. 인근 화옹방조제는 반드시 들를 것. 서신반도와 우정반도를 잇는 4차선 도로로, 일직선으로 달리는 드라이브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송산면 고정리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공룡알 화석지도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비봉 나들목→306번 도로→20㎞ 직진→309번 도로→궁평항. 화성시청 (031)369-2114. 천수만 해거름. 노을이 만든 붉은 하늘과 한낮의 기운이 여전한 파란 하늘이 팽팽히 대립하는 시간. 그 경이로운 하늘 위로 먹물 번지듯 검은 물체들이 퍼져 간다. 가창오리 수십만마리가 펼치는 군무(群舞)다. 충남 서산의 천수만에서는 이처럼 ‘겨울 진객’ 철새와 해넘이가 어우러지는 풍경과 만날 수 있다. 특히 일몰 전후로 벌어지는 가창오리의 ‘에어 쇼’는 감동적이다. 가을걷이 끝난 너른 간척지 들녘을 자분자분 걷는 맛도 각별하다. 인근 안면도 일대에는 꽃지해수욕장 등 일몰 명소가 가득하다. 서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부석사와 옛 정취 물씬 풍기는 해미읍성도 둘러볼 만하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홍성나들목→28번 국도→서산·해미 방향 좌회전→40번 국도→안면도 방향 좌회전→천수만. 서산시청 (041)660-2498. ●가슴 열어 오는 해를 맞다 함백산 일출산행을 말할 때 가장 앞줄에 세울 만한 산이 강원도 태백과 정선 등에 걸쳐 있는 함백산(1573m)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 높은 산. 정상까지 포장도로가 생기면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이 됐다. 겨울이면 설경과 일출이 어우러져 선계가 따로 없을 비경을 펼쳐 낸다. 눈이 많이 오면 길이 통제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국도→석항→31번국도→화방재(어평재)→414번 지방도→함백산. 고한읍사무소 (033)560-2615. 오도산 경남 합천의 오도산(1134m)은 작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너른 풍광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멀리 지리산 등 명산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해돋이는 오래전부터 근동의 사진작가들 입에 오르내릴 만큼 유명하다. 수십개의 봉우리가 넘실대는 ‘산들의 바다’를 눈으로 따라잡기 벅찰 지경.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다. 다소 폭이 좁은 것이 흠. →가는 길 88고속도로→해인사 나들목→1084번 지방도(야로·합천 방향)→26번 국도→묘산면 소재지→묘산초등학교→오도산 중계소→오도산. 묘산면사무소 (055)930-4031. 백운산 강원도 정선의 백운산(1376m)은 특유의 고원지형과 백두대간 전경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장(2832m)의 곤돌라를 타고 은색의 태백준령을 발 아래 두는 맛이 각별하다. 백운산에서는 아기자기한 눈꽃보다 산들의 파노라마에 주목해야 한다. 내로라하는 백두대간의 마루금들이 주름 접힌 채 다가서는 장면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광이 아니다. 설경이 아름다운 산 중턱의 도롱이연못을 반드시 찾을 것.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영월→사북→하이원리조트. 관광곤돌라 어른 1만 2000원, 어린이 1만원.1588-7789. ●뜨고 지는 해를 한자리에서 만난다 향일암 지난 20일 화재로 소실된 비운의 절집. 아침 해를 향한 암자라는 이름만큼 다도해 너머 펼쳐지는 해돋이 풍경이 장관이다. 향일암으로 향하는 산길은 제법 가파른 편. 중간쯤에 암벽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암자 근처에선 집채만 한 바위 사이로 난 석문을 통과해야 한다. 암자 오른쪽 기암괴석 너머로 사라지는 해넘이 풍경도 처연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일출제 행사는 규모를 축소해 예정대로 새해 1일 오전 6시 열린다. 여수시청 관광진흥과 (061)690-2037. →가는 길 남해안고속도로→광양 또는 순천 나들목→여수→돌산대교→17번 도→16㎞→죽포→7번 국도→9㎞→임포→향일암(061-644-4742). 홍포 경남 거제 앞바다는 넓고 웅장하다. 특히 남쪽 홍포의 빨려들 듯 망망한 바다는 거제 바다의 본성이라 할 만하다.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는 거의 전 구간이 일출·일몰 전망대나 다름없다. 대·소병대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주르륵 펼쳐져 있고, 멀리로는 일본땅 대마도가 아련하다. 해가 대·소병대도 사이에서 떠 통영 쪽으로 질 때면 홍포(紅浦)란 이름에 걸맞은 풍경이 펼쳐진다. 거제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며 한려수도에 대비해 혁파(赫波)수도, 혹은 적파(赤波)수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상동동 계룡산(566m) 자락의 포로수용소 유적지도 유명한 해넘이 전망 포인트다.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거제도. 거제관광안내소(055)639-3399.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전북서해안 ‘해양·농경·역사’ 특화

    전북서해안 ‘해양·농경·역사’ 특화

    전북지역 서해안 일대가 해양·농경·역사문화권 특정지역으로 개발된다. 전북도는 정읍, 김제, 고창, 부안 등 4개 시·군 1066㎢ 일대가 국토해양부로부터 이 같은 특정지역으로 지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도내 서해안 일원은 내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국비와 지방비, 민자 등 7527억원이 투자돼 30개 관광개발사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서해안 특정지역은 역사문화자원정비, 농경문화 역사정비, 해양관광·레저 기반시설 등 3개 분야로 나뉘어 개발된다. 역사문화자원정비 분야는 김제 벽골제 농경문화 역사정비 등 11개 사업이 추진된다. 마한과 백제시대의 고분, 탑사, 읍성, 고인돌을 토대로 한 문화지구와 동학농민 혁명지와 연계한 역사문화체험 벨트가 조성된다. 정읍 눌제 농경체험지구 조성 등 17건의 농경체험지구 조성사업과 줄포만 해안체험탐방도로, 고창 역사문화관광지 연계 도로 등 2건의 기반시설 확충사업이 추진된다. 해양관광·레저단지는 서해안의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해수욕장과 어항 시설, 줄포만 일원의 청정 갯벌 자원, 변산 지역의 역사·불교 유적 등을 새만금 관광단지와 연계해 개발된다. 도는 이 같은 권역별·테마별 동선을 연계해 풍부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등을 제공해 역사·문화·전통이 어우러진 그린투어리즘의 중심축으로 만들어 관광산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고창∼부안∼김제의 해안선은 208.6㎞에 이르러 도내 해안선(총 258.3㎞)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변산국립공원과 선운산 도립공원을 제외하면 거의 평야지대여서 해양·농경문화 개발의 적지라는 평가다. 특히 이 지역은 선박의 입·출항이 쉬운 수심과 조류 등으로 일찍부터 해상 중계지 역할을 하며 동진강 수로를 따라 정읍, 김제, 고창 등 내륙평야를 연결하는 교통요지였던 서해안은 마한·백제·고려의 문화 중심지로 화려하고 다양한 문화가 숨 쉬고 있다. 도는 이 사업을 통해 해양·농경역사의 문화, 경관, 생태자원을 복원해 정비하면 새로운 개념의 학습·체험관광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이 사업은 역사문화자원을 보존하고 다양한 테마를 가진 관광휴양공간을 조성해 친환경적인 해양·내륙형 복합관광지대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며 “지역민에게는 농업 이외의 새로운 소득을 안겨주고 도시민에게는 웰빙체험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이스라엘 나사렛서 예수 시대 집터 발견

    이스라엘 북부 나사렛에서 발견된 집터가 21일 공개됐다. 집터는 예수와 동시대의 것으로 추정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태고지교회에서 불과 수십 미터 거리에서 발견된 집터에는 방 2개, 정원, 빗물을 보관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저수시설이 설치된 정원 등의 유적이 남아 있다. 집터에선 사발 등 점토로 만든 용기 조작들도 일부 발견됐다. 용기는 주후 1-2세기 때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고로 만든 용기 조각들도 발견됐다. 발굴팀 관계자는 “석고는 종교적인 이유로 유대인들만 용기의 재료로 사용했던 것”이라며 “2세기 이후에는 석고로 만든 용기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1세기까지만 석고용기가 사용된 듯하다.”고 설명했다. 발굴작업을 지휘한 이스라엘의 고고학자 야르데나 알렉산드레는 “발견된 건 유대인 가정이 살던 전형적인 주택”이라면서 “따라서 예수가 살았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사렛은 당시 조그마한 마을이었다.”며 “로마와의 전쟁이 있었던 1세기 때 피난처가 됐던 집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은 발견”이라면서 “어쩌면 이곳에서 어린 예수가 놀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집터는 국제 마리아센터 건설을 위해 땅을 파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국은 발견된 집터를 센터의 일부로 포함시켜 보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도시와 산] 경남 남해 금산

    [도시와 산] 경남 남해 금산

    경남 남해 금산(錦山)은 조물주가 빚은 천태만상의 바위조각 걸작품들의 전시장이다. 곳곳에 솟아있는 갖가지 기묘한 형상의 거대한 바위 군상이 남쪽 앞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남해와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금산은 금강산을 빼닮았다고 해서 소금강 또는 남해 금강으로 불리기도 한다. 제각각의 전설과 이야기를 갖고 비경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기암괴석과 유적만 모두 38개나 된다. ‘금산 38경’이다. ●조선 건국의 기도를 받아준 산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품은 금산은 조선 건국 신화를 비롯해 많은 전설과 역사를 담고 있다. 산 아래 남쪽은 상주 은모래 비치(상주해수욕장)로 이어지며 한려해상 속으로 잠긴다. 금산은 원래 보광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금산이라는 이름은 이성계가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계는 고려 후기에 백두산과 지리산을 찾아 나라(조선)를 세워달라며 산신에게 기도했다. 두 산이 뜻을 받아 주지 않자 보광산을 찾았다. 임금이 되게 해주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둘러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100일 기도를 했다. 결국 이성계는 조선 건국의 꿈을 이뤘다. 임금이 된 이성계는 이 약속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신하들과 의논했다. 신하들은 비단으로 덮으면 당장은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러워져 보기 싫어지기 때문에 산 이름을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으로 지어 영원히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진언했다. 이를 이성계가 받아들였다는 것. 정상 바로 아래 기도도량으로 유명한 보리암이 있고 보리암 동쪽 밑으로 200m쯤 떨어진 곳에 이성계가 기도했던 곳으로 알려진 이씨기단이 있다. ●‘밤배’가 태어난 금산 검은빛 바다 위를 밤배 저 밤배 무섭지도 않은가봐./한없이 흘러가~네./끝없이 끝없이 자꾸만 가면 어디서 어디서 잠들텐가./음~볼 사람 찾는 이 없는 조그만 밤배야./ 1970년대 포크듀엣 ‘둘 다섯’이 부른 노래 ‘밤배’다. 아름다운 가사와 감미로운 곡으로 지금도 널리 애창된다. 이 노랫말이 태어난 곳이 금산이다. ‘둘 다섯’의 멤버인 이두진씨는 몇년 전 이렇게 적었다. “1973년 남해를 여행하던 길에 금산 보리암에 하룻밤을 묵게 됐는데 발아래는 남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상주해수욕장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캄캄한 바다에 작은 불빛이 외롭게 떠가는 것이 정말 인상적이어서 즉석에서 노래를 짓게 됐다.” 이씨는 “당시 느낌을 그대로 적어 즉석에서 곡을 흥얼거려 보니 어느 정도 노래가 돼 다음날 서울에 올라온 뒤 오세복씨와 함께 다듬어 밤배를 완성했다.”고 회상했다. ●정상까지 걸어서 1시간 금산을 오르는 데 많이 이용하는 길은 2가지다. 상주해수욕장 쪽에서 걸어서 오르는 길과 산 뒤쪽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8부 능선까지 가는 길이다. 금산의 진면목을 찬찬히 감상하기에는 걸어서 오르는 길이 제격이다. 금산탐방지원센터 최태운(62)씨는 “일년내내 전국에서 많은 등산객이 금산을 찾아온다.”고 말했다. 상주해수욕장 쪽 주차장에서는 1시간쯤 걸으면 정상이다. 바위에 2개의 큰 굴이 뚫려 있는 쌍홍문을 통과하면 곧 정상이다. 고려 명종 때 설치된 높이 4.5m의 봉수대가 있는 망대가 정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최남단에 있는 봉수대다. 동쪽으로는 창선면 대방리 봉수대를 거쳐 진주로 연결됐고 서쪽으로는 남면 봉수대를 거쳐 여수 돌산도로 이어졌다. 북쪽으로는 이동면 원산 봉수대로 연결됐다. 망대에 서면 금산 38경과 광활한 남해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금산 일출도 장관이어서 정상 일대는 해맞이 장소로 유명하다. ●전설과 이야기의 보고 주봉인 망대를 중심으로 문장봉, 대장봉, 형사암, 삼불암, 천구암, 쌍룡문, 상사바위, 촉대봉, 향로봉, 흔들바위, 일월바위, 화엄봉 등에는 기암괴석이 많다. 바위 위에 얹혀 있거나 매달려 있는 크고 작은 바위들은 등산객들의 발걸음 소리에도 금방 떨어져 내릴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해빙기 때 낙석이 잦아 봄이 되면 암벽 등산로 구간은 위험지구로 지정된다. 문장봉에는 조선시대 학자 주세붕이 새겼다는 ‘유홍문 상금산(由虹門 上錦山)’이라는 글귀가 있다. 주세붕은 금산이 명산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쌍홍문을 통해 정상에 오른 뒤 전설이 가득한 비경에 감탄해 이런 글귀를 남겼다고 한다. 망대 아래 삼사기단은 원효대사, 의상대사, 윤필거사가 기단을 쌓고 기도를 올렸다고 해서 지어졌다. 촉대봉과 향로봉은 대사 세 명이 기도를 올릴 때 촛대로 사용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씨기단 옆에 깎아지른 바위 3개는 부처의 좌상처럼 생겼다고 해서 삼불암이라고 부른다. 삼불암은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하기 전에는 모두 누워 있었으나 기도가 끝나자 2개는 일어나 앉았다. 3개가 다 일어났더라면 이성계는 중국까지 다스리는 천자가 될 수 있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사선대 북쪽에는 입구는 넓지 않은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져 100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백명굴이 있다. 정유재란 때 100명의 주민이 한꺼번에 피란한 곳이라고 해서 백명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굴 안에는 방을 놓았던 아궁이 흔적이 남아있다. 이 굴은 찾기가 어려워 등산객들의 발길은 뜸하다. 금산 서남쪽의 큰 바위 부소암과 부소암 아래 상주리 석각은 중국 진시황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부소암은 진시황 아들 부소가 유배됐다 간 바위라는 전설이 전한다. 석각은 진시황의 사신 서불(徐市)이 선남선녀 500명을 이끌고 금산에 불로초를 캐러 왔다가 돌아가면서 남긴 흔적(徐市過此)이라는 설이 있지만 아직 정확하게 판독을 못하고 있다. 남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사회공헌 특집] 두산 - 베트남 얼굴기형 환자 무료수술

    [사회공헌 특집] 두산 - 베트남 얼굴기형 환자 무료수술

    두산은 1978년 연강재단을 중심으로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 구축을 위해 장학·학술·문화·해외 지원 등 분야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용현 회장이 이사장인 연강재단은 매년 초·중·고교 교사들의 해외 학술시찰을 실시, 중국에서 고구려 문화유적과 일본 안의 백제 문화유적을 탐방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7년부터 ‘과학교육 개선 및 과학문화 확산’에 뛰어난 성과를 올린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자 전원에게 국·내외 현장시찰을 지원하고 있다. 2005년 이후 매년 가정형편이 어려운 초·중학생 201명을 ‘두산 어린이 가족’으로 선발, 총 3억 60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두산 체육꿈나무 장학금 1억원도 지원했다. 두산중공업은 중앙대 의료원과 함께 베트남 쾅아이성과 의료봉사활동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올해 38명의 얼굴기형 환자를 무료로 수술하고 주민검진 봉사를 펼쳤다. 두산은 연강재단이 운영하는 두산아트센터를 통해 문화·예술 분야의 인프라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아트 인큐베이팅’을 모토로 아티스트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두산레지던시 뉴욕’을 시작해 작가들에게 미국 뉴욕 첼시에 있는 스튜디오를 무상 제공하는 등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첼시에 비영리 국제 전시공간인 ’두산갤러리 뉴욕’을 개관해 젊은 예술가들의 활동 기반을 마련했다. 또 두산 임직원과 가족,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문화 행사로는 올해 17회째를 맞은 ‘두산 신년음악회’와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두산 가족음악회’가 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살아있는 역사의땅 이스라엘을 가다

    살아있는 역사의땅 이스라엘을 가다

    이스라엘. 누군가에게는 거룩한 곳이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낯설거나 불편한 곳이다. 하지만 신성(神性)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만 빼고 바라보면 믿음 여부를 떠나 종교 관련 유적지야말로 역사, 문화 공부에 더 없이 좋은 여행지다. 켜켜이 쌓이는 수직의 역사와, 그 기억과 공간을 공유하는 수평의 사람이 서로 씨줄날줄로 얽혀 살아가고 있는 곳. 이스라엘 땅에 스며있는 수천년의 역사와 자연 경관의 독특한 매력을 짚어 본다. │예루살렘 박록삼특파원│헤롯왕이 건설한 지중해변의 옛 항구도시 케사리아(Caesarya)와 이스라엘 북쪽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아코(Akko)는 이 땅 위에서 인간이 얼마나 융성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융성함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스라엘의 경제 수도 역할을 하는 텔 아비브에서 차로 1시간 정도 올라가면 케사리아, 40분 정도 더 올라가면 아코가 나온다. ●수직으로 쌓인 제국의 융성과 몰락의 시간들 아기 예수의 후환을 두려워하며 베들레햄의 갓난아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 이가 헤롯왕이다. 욕망은 늘 공포의 단짝이다. 케사리아는 그 헤롯왕이 기원전 22년 방파제로 지중해의 파도를 잠재워 해상 무역을 위한 항구로 만든 인공의 도시다. 그는 원형극장, 마차경기장 등 당대 로마 못지않은 화려함도 함께 추구했다. 케사리아는 이후 로마제국이 총독부를 마련하며 더욱 번성했다. 로마는 1만 5000여명의 병사들이 먹을 식수를 끌어오기 위해 수㎞에 이르는 멋드러진 수로교(水路橋)를 지었고, 로마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목욕탕을 갖춰 놓는 등 화려함과 영원을 추구했다. 로마의 몰락 뒤 7~10세기는 이슬람의 시대였고, 11세기에는 십자군이 침략하며 종교의 지엄함을 원했다. 이후 터키제국이 지배의 발길을 거친 곳이다. 모두 자신들의 종교와 문화를 이식하기 위해 노력했다. 수백, 수천년이 흐른 지금 그저 부서진 기둥 조각과 앙상한 돌무더기, 절반 남짓의 담벼락 등으로 남은 폐허는 제국의 영광, 승리의 기쁨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옛 제국은 아이들의 소풍 놀이터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관광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 앞으로 몸을 내주며 흔적을 새겨 놓을 뿐이다. 모든 제국은 몰락했다. 모든 침략자는 패퇴했다. 유구하리라 바랐던 제국의 융성과 번창함은 또 다른 제국에 몸을 내줬고, 창과 칼로 만들어낸 승리는 영원한 지배를 약속하지 못했다. 시간이 강제하고, 인간이 그러하게 만들었다. 아코 역시 마찬가지다. 무슬림들의 정복, 십자군의 지배, 오스만튀르크의 지배가 밀물과 썰물이 나들듯이 이뤄졌다. 지배와 복속, 승리와 패퇴는 수천년이 흐르는 동안 이곳의 고대 건축물에 덧입혀져 왔다. 십자군시대의 건축물이 지하에 있고, 터키제국의 건축물이 그 위에 올려졌다. 또한 아코의 건축물들 위에는 또 다른 지배자 영국의 흔적까지 쌓였다. 이제껏 4% 남짓만 발굴됐다고 하니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 ●예루살렘, 평화와 수평의 가치를 역설하다 이스라엘을 찾은 이의 발걸음은 당연히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이곳은 오늘의 이스라엘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키워드를 모두 품고 있다. 특히 올드시티에는 유대교를 믿는 이들, 이슬람교를 믿는 이들, 기독교를 믿는 이들이 공존한다. 유대인의 마을과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아랍인의, 이슬람인의 풍경이 번갈아 등장한다. 예루살렘의 상징인 통곡의 벽(Western wall)을 손으로 짚고서 앞뒤로 몸을 흔들며 기도하는 유대인, 몇 골목 떨어진 곳에서는 시장통에서 팔라펠(피이타 빵 안에 야채와 고기 등을 넣은 아랍식 샌드위치)을 팔던 손길을 잠시 멈추고 코란 독경 소리에 맞춰 남루한 담요를 펴고 바닥에 엎드려 기도 올리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있는 곳이 바로 예루살렘이다. 경계의 이쪽저쪽에서 경계를 존중하며, 또한 경계를 비웃으며 살고 있는, 공존의 지혜를 터득한 이들이다. 하지만 초등학생 현장 학습 시간이면 총든 경호원이 꼬박 따라붙는다. 15명당 1명의 경호원은 의무 사항이다. 이러한 모습은 이곳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 불균형한 전쟁이 수십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곳임을 일깨워준다. 안타깝게도 분쟁과 갈등은 어린이와 여성 등 민간인 위주의 희생을 재촉한다. 이스라엘은 내부의 팔레스타인 외에도 시리아, 레바논과도 여전히 국경 분쟁과 지지부진한 평화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수천년 수직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예루살렘에서 평화와 공존, 수평의 가치가 더욱 절실히 느껴진다. 실제로 이스라엘 북쪽 나자렛은 종교의 박물관이자 평화적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곳이다. 예수가 나고 30년을 자랐던 나자렛에는 그리스·이집트 정교, 이슬람교, 천주교, 기독교, 동방교회 등 여러 종파들이 저마다 각자의 성당, 교회, 회당을 갖고서 최고 신성(神性)의 시원(始原)으로 삼고 있다. 글 사진 youngtan@seoul.co.kr ●여행 팁! 갈릴리 호수 북쪽 골란고원에서 요르단강 계곡을 따라 남쪽으로 가면 사해가 나온다. 90번 도로다. 4시간 남짓 걸리는 비교적 긴 거리다. 길 왼쪽으로 이스라엘의 집단농장 키부츠가 가꾸는 바나나밭, 대추야자밭 등이 이어지고, 더 멀리로는 요르단의 산맥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린다. 요르단강은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국경이다. 오른쪽으로는 흙바람 날리는 광야, 양떼를 모는 목동이 점점이 보이는 풍경이 펼쳐진다. 중간중간 차를 멈춰 그 광경에 들어가 보는 것도 좋다. 서쪽으로는 지중해를 끼고 올라가는 길이 있다. 2번 도로다. 역사 속에서 유럽 등과 무역이 이뤄졌던 항구를 많이 끼고 있어 상대적으로 번성했다. 자파, 텔 아비브, 하이파, 아코 등 아름다운 도시들을 선으로 잇고 있다. 특히 해가 지는 시간에 이 도로를 타고 올라가면 지중해 석양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 “식수원 확보” 지자체들 ‘물전쟁’

    “식수원 확보” 지자체들 ‘물전쟁’

    정부가 광역상수원 조정을 통해 안정된 물 공급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상수원을 나누지 않으려는 인접 지역간의 ‘물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지역의 반대 움직임은 자칫 지자체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울산시와 대구시는 경북 청도 운문댐 물 공급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고, 서부 경남권은 진주 남강댐 물을 부산에 나누는 방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부가 울산 사연댐 물에 잠겨 훼손되고 있는 선사유적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전을 위해 최근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고, 대체 식수원으로 경북 청도의 운문댐 물을 울산에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대구시에서 반발하고 있다. 14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울산의 식수원인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대신 부족한 물을 인근 청도 운문댐에서 하루 7만t씩 끌어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시가 핵심 취수원을 울산과 나눌 경우 물 부족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소는 “시민의 25%가 이용 중인 운문댐물을 울산으로 보낼 경우 대구의 식수원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해 반대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했다.”면서 “운문댐 물은 신서혁신도시와 첨단의료복합단지 등이 들어서는 2011년부터 하루 30만t으로 늘어 울산에 나눠줄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울산시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운문댐 물 취수방안밖에 없는 만큼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운문댐의 물을 끌어와야 식수원인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1965년부터 물에 빠진 반구대 암각화를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실시한 ‘낙동강수계 광역상수원 조사사업’ 용역에서 안동댐의 물 88만t을 대구지역에 공급키로 한 만큼 운문댐 물의 일부를 울산으로 가져와도 물 부족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고민 끝에 찾은 해법인 만큼 대구시와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토부가 경남 진주 남강댐의 수위를 높여 추가 생산된 하루 100만t을 부산의 식수원으로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계획도 경남 서부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토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남강댐 물 부산공급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이달 말쯤 나오면 그 결과를 토대로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진주와 산청·사천 등 서부 경남권 주민들은 지난 7일 경남도청 앞에서 ‘남강물 부산공급 계획’ 반대 집회를 갖고, 정부의 남강댐 치수 및 용수증대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남강댐의 수위를 높여 용수량을 늘리고 늘어난 물 중 일부를 부산에 공급할 계획이지만, 이 계획을 실현할 경우 진주 등 서부 경남의 대규모 홍수피해가 불가피하다.”면서 “갈수기 때 물부족 사태를 심화시키고 심각한 기후변화를 초래해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짓밟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부산시는 안전한 식수원 확보 차원에서 남강댐 물을 하루 100만t 공급받게 될 경우 현재 수돗물 전량을 낙동강 표류수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도시와 산] (37) 경주 남산

    [도시와 산] (37) 경주 남산

    천년 고도 경북 경주에서 남산을 올라보지 않았다면 경주를 봤다고 할 수 없다. 남산이 신라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난 곳이 남산 서쪽 기슭 우거진 소나무 숲 속에 있는 나정이다. 진한의 6부촌장이 신라를 건국하기 위해회의를 한 곳도 나정이다. 신라의 종말을 가져온 포석정도 남산에 깃들어 있다. 신라 55대 경애왕은 이곳에서 신하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와 춤을 즐기다 불시에 쳐들어온 후백제 견훤에게 죽임을 당하고 천년 신라는 막을 내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포석정이 유흥 장소로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주장이 있다. 경주남산연구소 김구석(57) 소장은 “포석정은 제례의식을 행한 곳이다. 경애왕이 술 마시고 놀다가 죽은 게 아니라 신라의 장래를 위해 하늘에 기도를 드리다 변을 당했다. 화랑세기에도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는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산 연구를 위해 1999년 공직을 박차고 나왔다. ●신라의 시작·끝 역사 산기슭에 고스란히 남산만큼 자연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룬 곳은 드물다. 신라 화랑들의 훈련장이기도 했다. 신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혼이 깃들었다고 이곳에 불국토를 세우려 했다. 이를 증명하듯 골짜기마다 석불과 석탑이, 봉우리마다 절터가 있다. 절터 150곳과 석불·마애불 129기, 탑 99기, 석등 22기, 왕릉 13기, 고분 37기 등 모두 694개에 이른다. 산 그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다. 2005년 바위절벽 불상이 발견되는 등 지금도 계속 문화유적이 나타나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흔적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남산을 일컬어 ‘산속의 노천박물관’이라 한다. 이 때문에 196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1985년에는 산 전체가 사적 311호로 지정됐다. 2000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경주시가 2052년까지 54년 계획으로 1200억원을 들여 남산을 살리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이 산이 품은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커서다. ●불상 대부분 8세기 중반 이후 세워져 남산에 왜 문화유적이 많은 걸까. 왕족과 귀족들이 불국사, 천황사, 황룡사 등 큰 절집에서 예불을 올릴 때 민초들은 남산으로 향했다. 남산의 불상은 대부분 이름 없는 석공들이 무딘 정을 들고 마음을 새겼을 것이다. 이 때문에 석굴암처럼 완벽하고 잘생긴 석불은 그리 많지 않다. 미완의 작품이 많다. 불상의 뒷모습 처리도 깔끔하지 않다. 동네 아저씨 같은 서글서글한 부처상이나 옆집 아줌마 같은 넉넉한 보살상, 깊이 새기지 못하고 절벽에 윤곽만 새겨놓은 선각불 등이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그래서 정일근 시인은 경주 남산이란 시에서 남산을 ‘신라인의 마음을 싣고 흘러가는 한척의 배’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신라인으로 불리는 향토사학자 고(故) 윤경렬 선생은 “남산을 보지 않고서는 신라를 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소장은 “남산의 불상은 대부분 8세기 중반 이후 새겨졌다. 이전에는 왕권이 안정돼 백성들이 남산에서 불상을 새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후 국가통제가 약화되면서 남산의 불상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산 불상을 백성들만 새겼다고 볼 수 없다. 먹고사는 데 여유가 있어야 불상 새길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귀족들도 남산을 찾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망산의 남산 향한 절개 고속도로가 끊어 남산은 돌산이다. 동서로 4㎞, 남북으로 8㎞로 뻗은 이 산에는 2개 봉우리가 오롯이 마주 보고 있다. 금오봉(해발 468m)과 고위봉(494m)이다. ‘고위’는 주변 봉우리보다 높다고, ‘금오’는 황금빛 거북 모양의 봉우리라고 해 붙여졌다. 남산은 어느 동네에나 다 있다. 경주 남산도 임금이 있는 반월성의 남쪽에 있다고 붙여졌다. 남산은 재미난 탄생 비화가 있다. 옛날 부부신이 경주에 내려왔다. 이들은 경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면서 사랑을 속삭였다. 이때 빨래를 하던 동네 아낙네들이 거대한 부부신을 보고 “산봐라.”라고 외쳤다. 깜짝 놀란 부부신은 그 자리에 굳어서 남신은 남산이, 여신은 망산이 됐다고 한다. 망산은 주변 많은 산의 유혹에도 끄떡없이 남산만 바라보는 지조를 지켰다.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망산의 상당 부분이 잘려나가 남산에 대한 일편단심은 지킬 수 없게 됐다. ●남산의 주봉은 금오봉 남산의 등산로는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많이 오르는 코스가 삼릉에서 냉골계곡으로 오르는 코스다. 삼릉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능을 지칭한다고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여름에도 찬바람이 분다는 냉골계곡을 따라 오르면, 상선암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은 제법 경사지지만 길지는 않다. 상선암 위에는 몸통뿐인 마가석가여래좌상이 있다. 능선을 따라가면 고위봉보다 높이는 낮지만 주봉인 금오봉에 도착한다. 능선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다 오른쪽 용장골로 내려서는 길. 벼랑 끄트머리엔 산 전체를 기단 삼아 세워진 용장사지 3층석탑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아래쪽 등성이에는 황남빵을 쌓아놓은 듯 삼륜대석불좌상이 있고, 옆쪽 바위벽엔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용장사지는 옛 영화를 상징하는 안내판만 덩그러니 세워진 채 적막하다. 산대나무 터널을 지나 용장계곡을 통해 하산한다. 가족들과 함께 남산을 찾은 정모(47·대구 수성구 지산동)씨는 “남산에 10번째 왔는데 알면 알수록 풍성한 느낌이 드는 명산”이라고 말했다. 연간 남산 탐방객은 60만명에 이른다. 법정탐방로는 7개이지만 샛길이 100여개라 탐방객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공원 경주사무소는 지난달 30일 동남산과 삼릉 등 2개 지점에 뒤늦게 전자계측기를 비치했으나 어림도 없다. 법정탐방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주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남산에 드리운 조선 그림자 경북 경주 남산이 신라의 문화유적만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조선의 그림자도 드리워 있다. 남산에서 가장 큰 절집 용장사다. 지금은 안내판만 있지만 세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책을 다 불사른 뒤 평생을 유랑했던 매월당 김시습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생육신인 김시습은 이 절에서 30세 때부터 7년간 머물며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창작했다. 금오신화는 설화를 소설형식으로 이끌어 올린 것인데 여기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은 ‘만복사의 저포 놀이’, ‘이생이 담너머를 엿보다’, ‘부벽정에서 취하여 놀다’, ‘남염부주 이야기’, ‘용궁잔치에 초대받은 이야기’ 등이다. 이 소설은 귀신과의 사랑, 염라왕과의 토론, 용궁에서의 생활 등을 다뤘다. 김시습은 1455년 단종이 수양대군에 의해 폐위되자 ‘설잠’이라는 이름으로 중이 돼 방랑의 길을 떠났다. 10년간 떠돌아다니다가 세조 10년(1465) 경주에 도착, 용장사에 정착한다. 매월당도 용장사 앞에 매화가 있어 지은 이름이라 한다. 세조가 김시습의 거처를 알고 데리고 오도록 했으나 응하지 않으려고 용장사 건너편 골짜기로 몸을 숨겼다. 그래서 이 골짜기를 은적골이라고 한다. 37세 때에 경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온 뒤 성종 12년(1481) 47세 때 환속해 안씨와 결혼했다. 성종 24년(1493) 충남 홍산에 있는 무량사에서 일생을 마치니 59세였다. 용장사 위쪽에는 삼층석탑이 있다. 군데군데 깨진 삼층석탑은 자체로야 별다를 게 없지만, 바위에 올라서 사바세계를 내려다보는 탑의 모습은 병풍처럼 펼쳐진 산의 능선과 어우러지며 위엄을 갖추고 있다. 삼층석탑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이란다. 경주남산연구소 김구석 소장은 “모든 석탑은 하층 기단이 있는데 이 삼층석탑만은 암봉에다 바로 앉혀 놓았다. 따라서 암봉이 하층 기단인 셈이다. 암봉이 해발 350m는 되니 세계 최고의 석탑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경주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경주 외국관광객 유치 한류이벤트

    경북도가 내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경주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규모 한류 이벤트를 개최한다. 도는 내년 10월쯤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함께 총 1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경주시 일원에서 드라마 ‘선덕여왕’ 주인공들과 한류스타들과 함께 펼치는 이벤트 등을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국 방문의 해에 천년의 도시 경주에서 재미와 감동이 넘치는 다양한 이벤트와 홍보를 개최해 외국인 관광객들을 최대한 유치해 보자는 목적으로 기획했다. 주요 행사로는 선덕여왕과의 만남을 비롯해 행차 시연, 한류 스타 팬사인회, 신라복식 패션쇼, 선덕여왕 유적지 답사, 신라 달빛 역사기행, 신라 역사·문화·음식체험, 안압지 야간 상설공연, 템플스테이, 한옥체험 등으로 경주만의 특화된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도는 특히 서울과 수도권 외국인 관광객들을 경주로 적극 끌어들이기 위해 서울과 경주를 오가는 시티투어 버스를 연중 운행키로 했다. 또 경북관광 홍보를 위한 방송 프로그램 공동 제작과 아시아나 항공기 기내지 홍보, 해외 특별 유치단 파견, 방한 촉진 이벤트 개최, 환대 서비스 개선사업 등도 위원회와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박순보 도 관광산업국장은 “‘한국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을 주제로 열릴 내년 축제가 드라마 선덕여왕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과 아시아는 물론 세계인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국인 유치 확대는 물론 경북 관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방문의 해는 우리나라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설정된 2010~2012년 3년간이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4대강 현장서 조선전기 제방 발견

    4대강 현장서 조선전기 제방 발견

    4대강 살리기 사업 공사구간인 경남 양산 증산리 일원에서 기록으로만 전해졌던 조선시대 제방이 발견돼 얼마 간의 공사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동아시아문화재연구원은 9일 “낙동강 권역에 속하는 이 지역에서 여러 시대의 유구(遺構)와 유물이 발굴됐다.”며 “나말여초, 고려, 조선전기에 해당하는 세 개의 문화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각 층에서는 규모를 확인할 수 없는 건물터를 비롯해 농사를 지었던 흔적과 토기·도기·청자·기와편 등 생활 유물이 발견됐다. 특히 조선전기 문화층에서 발견된 제방은 정조실록이나 고지도에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황산언(黃山堰)’으로 추정된다. 황산언은 이곳에 있던 황산역(黃山驛)의 역참시설과 마위답(馬位沓·역마를 기르기 위해 지급된 논)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제방이다. 4대강 공사를 앞두고 20여개 지역에 대해 발굴조사가 진행됐지만 이렇듯 의미있는 유구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발견된 제방은 흙으로 틀을 잡고 돌을 쌓은 다음 다시 흙을 덮은 토석혼축(土石混築) 형식으로 낙동강이 흐르는 방향과 나란히 설치돼 있다. 현재까지 총 725m가 확인됐다. 제방 안쪽으로는 조선시대 농사 흔적과 분청사기 조각 등 16~17세기 유물이 발견됐다. 이 일대에는 증산리왜성(문화재자료 276호), 화제리 도요지(도기념물 195호) 등 여러 유적이 분포해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 4대강 공사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유구가 발견된 이상 본격적인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모르는 작업인 만큼 이 일대 4대강 사업계획을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울산 반구대암각화 훼손촉진 광물 발견

    선사시대의 유적인 울산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에서 바위 훼손을 가속화시키는 점토광물이 발견돼 보존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 조홍제(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8일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사연댐 수위조절에 따른 용수 공급능력에 대한 검토자료’를 통해 “반구대암각화에서 물을 흡수하고 팽창시키는 성질의 스멕타이트가 발견됐다.”면서 “이 물질은 암각화에 매우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암각화 주변의 암석을 분말시험한 결과 스멕타이트가 5.6%나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 때문에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더라도 바닥에 물이 있으면 모세관 및 침투현상으로 인해 실제로 물에 잠겨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스멕타이트는 철, 마그네슘, 칼슘, 나트륨 등의 양이온을 상당량 함유하는 함수 규산염 점토광물의 일종으로 층간 팽창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또 “암각화는 스멕타이트에 의해 표면과 내부에 물이 침투할 경우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고 겨울철에는 얼었다가 녹는 것이 되풀이돼 물에 잠겨 있는 것처럼 훼손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문화재청이 내놓은 사연댐 수위 조절안으로는 암각화의 훼손을 막을 수 없고, 암각화 주변에서 물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도록 댐의 수위를 50m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 교수의 지적에 따라 사연댐의 물을 50m 이하로 낮출 경우 사연댐이 울산시민 식수원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하기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반구대암각화의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현재 60m에서 52m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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