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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플러스] “경제 성장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요… 고객·실력·소통에 충실”

    [인터뷰 플러스] “경제 성장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요… 고객·실력·소통에 충실”

    소규모 영세자영업자, 저신용자 등에게 금융기관의 문턱은 아직 높다. 나이스평가정보에 의하면 2018년 1~9월 신용대출자 수가 62만 4927명이다. 이들은 은행으로부터 외면당한 서민들로 대부 금융업체를 이용한 고객이다. 이들에게 불법 대부업체를 만나지 않고 법적으로 안전한 업체를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3필(必)과 3불(不)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한국의 대부 금융업계를 선도하는 심형석 테크메이트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그는 “3必은 고객, 실력, 소통입니다. 고객은 첫 번째 가치로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과 행복을 추구하는 금융서비스입니다. 실력은 프로다운 모습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업무역량을 일당백의 실력으로 갖추자는 것이고 소통은 고객과 회사의 소통, 그리고 회사 내 의견교환과 교류활동 입니다. 또한 3不은 부정, 불신, 불태입니다. 부정은 금융인으로서 거짓과 금전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고 불신은 소통과 정면으로 대치하는 것으로 고객 불만족은 고객 이탈로 이어지고 사내에서는 조직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기에 서로 배려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불태(不態)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으로 예의범절과 태도, 근면·성실함을 말합니다.” 사회적 인식 제고와 고객서비스에 대해 “작년부터 중금리 대출을 실시하면서, 현재 월평균 대출금리는 10% 후반대로 저축은행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습니다. 대부업의 이미지 쇄신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외면 받는 저신용자 서민들이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피해받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법을 준수하고 고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하겠습니다.”고 신년 포부도 밝혔다. 테크메이트코리아의 계열사를 비롯한 전 임직원은 물론, 주주 전원과 주요 투자자, 협력업체, 협회 인사 등이 참석하여 신년 워크숍이 진행된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심형석 대표를 만났다. 전년도 실적평가, 신년도 사업계획, 목표 달성전략 등 회사의 주요 경영전략 계획을 전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자리이다. 아울러 2018년도 실적을 근거로 전 직원 20%의 우수사원들에게 포상을 하였는데, 특히 최우수 직원에게는 ‘테크인’으로 선정하여 금 1냥과 진급 가점을 부여하고 상위 5% 직원에게는 해외연수의 특전도 부여하였다. 또한 이 자리에서 혁신성장을 위해 ‘합종연횡(合從連衡), 부위정경(扶危定傾)’ 사자성어를 2019년도 캐치프레이즈로 결정하고 총자산 2,200억원, 세전 이익 55억원의 성장 목표를 결정하고, 우량자산 매입 및 담보대출 확대를 통해 실현 계획도 세우고 전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기해년 새해 포문을 열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경제 성장만큼이나 중요하게 요청되는 덕목입니다. 국가에서 구성원에게 부여한 의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음에 병역의 의무도 장교로서 완료하였고, 기업의 성공은 더 큰 의무 수행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장하는 심형석 대표와 행사장에서 만나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대부금융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15년간 사업을 하셨는데 창업 동기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지금은 돌아가신 선친 권유로 동국대학교 법대에 진학하고 ROTC를 지원하여 신병교육대의 교관 임무로 시작하여 교육장교, 예하부대의 군수장교 등 보직을 수행하고 만기전역 하였습니다. 전역 후 삼성그룹에 공채로 삼성화재에 입사하여 첫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90년대 삼성그룹은 반도체 사업 등 새로운 방향성 설립을 위해 안정적 자금공급이 필요했고, 금융계열사는 자산 확대를 위해 총력 매진하던 때였습니다. 장교 출신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관리 및 매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며 이끌어 언제나 본부 내 상위우수 점포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5년간 주어진 임무에 과도하게 몰입한 결과, 스스로 방전이 된, 즉 번아웃 증후군(Burn out)에 빠졌습니다. 가족과 주변의 만류에도 퇴사를 하고 완전한 비움을 위해 반년간 전국 여행의 재충전 휴식기를 갖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지인 소개로 러시앤캐시의 전신 중 ‘프로그레스’라는 일본계 대부업체에 입사 기회가 생겼습니다. 업종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새로운 일에 대해 도전하기로 용기를 냈습니다. 영업 일선과 영업기획부서 등에서 4년간 대부업 직장생활을 경험한 결과, 20%대 총자산 대비 이익률을 시현하는 고수익 사업인 것을 알게 되었고 나아가 스스로 회사를 설립해 좀 더 선진화된 토종 서민금융 대부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승부를 보고 싶어 2005년 5월 창업을 했습니다. →테크메이트코리아를 소개해 주세요. -2005년 리드캐피탈이란 상호로 서민금융사업을 시작하였고, 몇몇 계열사들을 설립하여 운영하여 2009년 현재의 테크메이트코리아를 설립 후 계열사 자산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사업을 해 왔습니다. 현재 계열사를 포함하여 직원은 80여명이고, 총자산 1,900억, 2018년 매출액 295억원을 달성하였습니다. 또한 2018년에 세전 이익 40억원을 초과하였고, 테크메이트코리아 포함 지분 및 자산인수를 통하여 대부업체 3개, 대부중개업체 1개, 부실채권 회수전문업체 1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칼라일그룹 및 크레디 리요네(CLSA) 2개 외국투자 회사가 주주로 참여해 있고, 국내 저축은행, 캐피탈, 사모펀드 등이 당사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 투자사의 투자 규모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해외 대형펀드인 칼라일그룹과 크레디요네(CLSA)가 각각 10%, 9.65%의 지분을 가진 주주입니다. 저희와는 2016년에 합류하였습니다. 지분 투자 외에도 두 주주가 회사에 투자한 자금은 510억원 규모로 회사채 발행물량의 2분의 1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후 추가 투자도 이루어져 장기적인 동반성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해외 주요 펀드가 국내 대부업체에 투자 사례는 있었지만, 대규모 투자는 저희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해외 글로벌 펀드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은 회사의 성장성과 경영 투명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았기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대부 금융업체로부터 대출받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먼저 금융감독원 또는 지자체에 등록된 대부업체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가급적 자산규모가 크고, 오래된 회사일수록 고객을 보호하는 영업을 합니다. 업체 선정 이후에도 계약 내용을 잘 확인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꼼꼼히 문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필수 서류 작성 및 날인 때 최종 확인하고 거래하시고, 사후 분쟁이 생길 경우, 금융감독원에서 민원에 대한 중재를 시행하고 있으니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인가된 대부업체는 수수료 명목 등으로 절대 금전 요구를 하지 않는 점을 알고 대응하면 됩니다. →경영상 어려움이 있는 것이 업계 현실인데 수익성 제고를 위한 방안이 있으신지요. -우선, 회사 자산규모와 수익성이 성장하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 조달 금리가 인하되고 이자 비용도 꾸준히 낮아졌습니다. 또한 영업 정보 자산을 활용하여 고객 유입을 위한 대출중개수수료 비용도 절반 가까이 절감되었고, 영업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 또한 업무 효율화를 통해 2년 전 대비 30% 이상 낮아졌습니다. 신용대출 외에 부동산담보대출 취급을 통해 대손 비용 또한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임직원 모두의 노력으로 상한 금리 인하 기조에도 수익성 개선으로 지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을 위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아시아 개발도상국은 현지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 필수이며, 높은 경제성장률 대비 해외직접투자자로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것을 감안하여 베트남 해외사업은 파일럿 개념으로 시작하여 시행착오에 대응하면서, 단계적으로 규모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직원을 파견하여 현지 파트너와 협업하여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T&N HAPPY MONEY’ 브랜드로 서민금융 대출점포 1호점을 올 2월에 개설할 예정입니다. 베트남은 대출을 위한 개인 신용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 우리의 사업 노하우를 현지 실정에 맞게 진행할 것입니다.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씀씀이가 ‘바른기업’ 상을 수상하셨는데요.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공헌캠페인이 있으신지요. -많지는 않지만 회사 이익을 일정 부분을 매년 광복회, 대한적십자사, 6·25참전유공자회 등 여러 공공단체에 대해 꾸준히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3년부터 스페셜올림픽이라는 사단법인의 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지적 장애우의 행사에도 매년 후원을 하며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취업을 꿈꾸는 젊은 청년들에게 ‘대부관리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주관하는 민간자격증으로서 대부업 임직원이 업무수행에 알아야 할 전문지식, 신용업에 대한 이해, 고객 보호를 위한 법규 지식 등을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자격증이라 저희도 전 직원이 의무적으로 취득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희 업계에 취업을 희망하는 분들이라면 이 자격취득으로 취업할 때 가점을 받을 수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업적 포부가 있으신지요. -2000년대 초반, 국내 금융기관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시장을 외면할 당시, 일본 대부업체들이 자국에서 성공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국내 대부업에 진출하여 크게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국내자본은 이 시장을 과소평가했고, 그 결과 일본업체들은 저축은행 인수 등을 통해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처럼 외국계 업체들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에서 당당하게 서민금융의 한 축으로 토종 대부업체로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베트남 등 해외에서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서민금융시스템으로 상호 윈-윈 하는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삶의 소신과 꿈은 무엇인가요. -‘비겁하지 않게 당당하게 모든 일에 언행일치(愼獨) 하며, 반드시 세상에 도움이 되는 빛과 소금 같은 사람이 되자’ 입니다. 그리고 해의추식(解衣推食)과 읍참마속(泣斬馬謖). 이 두 한자성어는 제 삶의 나침반입니다. 타인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본인에게는 엄격하게, 그리고 해야 할 결단을 할 때는 대의를 위해 희생을 마다않는 용기를 갖자는 것입니다. 끝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꿈이 있습니다. 선친께서 살아생전 바라셨던 장학재단을 세워 물질적 부족으로 공부를 못하는 재능 있고 나라에 도움이 될 인재를 찾아 대한민국과 세상에 도움이 되는 동량(棟梁)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김병식 객원기자 kbs@seoul.co.kr ■심형석 테크메이트코리아 대표 1972년 서울 출생 학력 1990. 02 (서울)청량고등학교 졸업 1994. 02 (서울)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6. 08 (서울)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IMBA 3기 졸업 경력 1994. 03 삼성그룹 37-3기 공채 입사 1994. 03~1996.06 ROTC 장교 군 복무 (37사단) 1996. 07~1996. 10 삼성그룹 신입사원 교육과정 1996. 10~1997. 03 삼성화재 본사 1997. 03~2001. 08 삼성화재 경인지역본부 영업소장 근무 2001. 12~2005. 05 일본계 소비자금융업체 아에루 그룹근무(현 러시앤캐시) 2006. 06~2010. 01 리드캐피탈 대표이사 2010. 01~현 테크메이트코리아㈜ 대표이사
  • 정우성 “순수함 지키는 노총각 순호가 나와 닮았더라”

    정우성 “순수함 지키는 노총각 순호가 나와 닮았더라”

    영화 ‘더 킹’(2017)의 차세대 검사장 후보에서 ‘강철비’(2017)의 북한 최정예 요원, ‘아수라’(2016)의 부패 경찰까지, 최근 스크린에서 만난 배우 정우성(46)은 강렬하고 거칠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서글서글한 눈빛으로 돌아왔다. 오는 2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증인’(작은 이한 감독)에서 정우성이 연기한 ‘순호’는 이름만큼이나 순하고 인간미 넘치는 노총각 변호사다. 17년 전 TV광고 촬영 때 처음 만난 아역 출신 배우 김향기(19)와 영화를 통해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는 “거친 짐승들 사이에서 살아남겠다고 늘 으르렁거리다가 김향기씨를 만나니 포근한 안식처에 있는 느낌이었다”며 웃었다.순호는 한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파이터’로 불렸지만 아버지의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고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 일하는 인물이다. 어느 날 순호는 출세가 걸린 살인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영화는 순호가 변론을 위해 살인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의 변화를 따라간다. “순호는 순수한 남자는 아니지만 순수함을 지키려는 남자예요. 지우를 만나면서 초심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남자죠. 단순히 순호가 지우를 만나 정의를 펼치는 내용이었다면 뻔한 법정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지만 순호의 딜레마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또 다른 휴먼 드라마가 완성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특히 예전에 제가 맡았던 캐릭터는 강하게 보이려고 자기 속내를 감췄다면 이번 역할은 감정의 진폭이 더 다양해서 오히려 더 강렬한 느낌이었어요.” 지우는 방과후 귀갓길에 동행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퀴즈를 내는 순호에게 천천히 마음을 연다. 지우와 조금 가까워졌다고 느낄 때쯤 지우가 순호에게 건네는 묵직한 질문은 이 영화를 관통한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지난날 소신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열정을 다했지만 어느덧 속세에 물드는 자신을 보며 혼란을 겪는 순호가 내내 곱씹게 되는 물음이다. “누구나 할 법한 질문인데 누구도 안 하는 질문이죠. 기성 세대로서 아이가 던지는 질문에 떳떳할 수 있는지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죠. 중요한 건 자신에게 묻은 때가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 그 때를 씻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한번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우성은 극 중 순호가 끝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했다. “20대 때는 영화를 통해 많은 걸 이루고 또 얻어서 참 행복했어요. 나름대로 이른 시기에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빨리 느꼈고요. 30대가 되니까 그런 생각이 무뎌지고 작품을 대하는 방식이 구태의연해지더라고요. 40대가 되니까 ‘지금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20대의 열정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과거를 돌아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각이 들었어요. 압박에 의한 노력이 아니라 순리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이것도 정우성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의외의 선택’을 많이 했다는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조선시대가 배경인 사극 액션 영화로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배우로 데뷔하기 전부터 상상하는 걸 좋아했어요. 배우로서 촬영 현장을 계속 관찰하는 것 자체가 공부였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연출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스스로를 완성하기 위한 도전은 계속해왔어요. 배우로서 (연기력을) 입증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정우성이라는 사람이 한 인생에서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계속될 겁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나쁜형사’ 신하균-이설, 유치장 앞 만남 포착 “의심 VS 눈물” 결말은?

    ‘나쁜형사’ 신하균-이설, 유치장 앞 만남 포착 “의심 VS 눈물” 결말은?

    ‘나쁜형사’가 종영까지 단 4회만을 남기고 결말을 향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폭주하고 있는 가운데 유치장 앞에서 만난 신하균과 이설의 모습을 담은 스틸을 공개했다.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19금 관람등급이라는 다소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월화드라마 시청률 왕좌의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MBC 월화드라마 ‘나쁜형사’(극본 허준우, 강이헌 Ⅰ연출 김대진, 이동현)가 은홍구 살인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한 신하균이 이설과 유치장 앞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는 모습이 공개되어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이번에 공개된 스틸에는 유치장 앞에서 재회하게 된 신하균과 이설의 모습을 담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쁜형사’에서 그 동안 신하균과 이설은 13년 전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첫 만남을 한 이후, 형사와 용의자에 이어 공조 관계에 이르기까지 급변하는 관계를 선보이며 극의 몰입도를 고조 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스틸 속에서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 만남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 중에서도 이설을 바라보고 있는 신하균의 눈빛에서는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되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자신의 양부모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아달라 부탁한 이설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신하균의 눈빛에서는 안타까움과 여전히 가시지 않은 미안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는 것. 무엇보다 처음부터 그녀를 양부모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의심을 했었던 신하균이기 때문에 과연 그녀의 모든 행동들이 진심인지, 아니면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한 페이크인지 이설의 미세한 표정과 행동 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이들의 관계가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 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무한 증폭시킨다. 반면 이설은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긴 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유치장에 갇힌 서주임을 바라보고 있는 눈빛에서는 눈물이 고여 있지만, 이 또한 그녀의 진짜 감정인지 의심이 되는 상황. 특히 이설은 지난 방송에서 우태석에게 자신의 양부모를 죽인 진짜 범인을 잡아달라고 부탁하며 “내 양부모가 왜 죽어야 했는지 아는 순간, 우태석씨는 엄청난 고통을 맛보게 될 테니까. 그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마지막 남은 희망 따위는 없을 거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었기 때문에 더욱 그녀의 숨은 의도에 대한 궁금증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신하균과 이설은 그 만남만으로도 미묘한 텐션을 무한 자극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스틸 속에 담긴 유치장 재회가 ‘나쁜형사’의 마지막 사건 수사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그 결과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나쁜형사’는 연쇄살인마보다 더 독한 형사와 연쇄살인마보다 더 위험한 천재 사이코패스의 아슬아슬한 공조수사를 그린 범죄드라마로 오늘 밤 10시에 29-30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월드피플+] 택배기사로 일하는 왼팔과 오른 다리 없는 청년의 사연

    [월드피플+] 택배기사로 일하는 왼팔과 오른 다리 없는 청년의 사연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가 없는 탓에 의족에 기대 택배 업무를 담당하는 20대 청년이 화제다. 중국 산둥성 지난시(济南)에서 택배 기사로 일하는 둥훙시 군(28). 둥 군은 대학 졸업 후 곧장 고향을 떠나 대도시인 지난시에서 거주하며 택배 기사로 근무해오고 있다. 하지만 둥 군은 그가 9세 때 겪은 전기 감전 사고로 인해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 일부를 잃은 상태다. 현재 그는 오른쪽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단단한 의족을 단 채 일평균 30여 건의 택배 업무를 소화해내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둥 군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직후 다수의 기업체에 이력서를 제출했으나 그가 가진 장애 탓에 선뜻 채용하겠다는 회사를 찾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졸업 당시 수 백 만원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과 치료비 명목으로 지출했던 대출금 등이 남아 있는 탓에 둥 군을 취업을 서두를 수밖에 없던 형편이었다. 그는 “열심히 공부한 끝에 4년제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대학 시절에도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막노동, 농촌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등을 해왔다”면서 “나 스스로는 내가 가진 장애 때문에 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여기며 살아왔는데 막상 취업 시장에 나오니, 각 기업체에서는 나의 장점보다 불편한 신체를 더 크게 문제 삼는 것 같았다”고 했다. 둥 군은 이후 자신의 장애가 문제가 되지 않는 인터넷 상에서 활동하는 각종 상품 판매직군에서 수 개월을 근무했다. 하지만 실내가 아닌 실외 현장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는 곧장 택배 기사로 취업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둥 군은 “현재 내가 재직 중인 택배 회사에서는 내가 가진 장애를 문제 삼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회사 면접관은 내게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면 둥 군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준 것에 큰 힘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취업에 성공한 둥 군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시에서 택배 기사로 근무해오고 있다. 그는 매일 오전 9시에 기상, 10시 이후 본격적인 택배 배달 업무를 시작해오고 있다. 이후 오후 3시부터 5시에 이르러서야 늦은 점심 식사를 해오고 있다. 그는 “평소 전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탓에 업무를 완성하는데 큰 불편은 없다”면서도 “일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아파트에서 계단을 이용해 20층 사무실에 배달해야 하는 경우에는 무릎이 시큰거리는 등 힘겨운 점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날은 퇴근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서 홍화씨유 한 병을 구매한다”면서 “아픈 다리 무릎에 기름을 바르고 마사지를 하고 잠들면 그 다음 날에는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둥 군은 농촌에 거주 중인 그의 부모에게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택배’라는 것을 알리지 못했다. 그는 “매일 밤 부모님과 통화, 안부를 묻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 부모님께서는 아직까지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한다. 부모님은 내가 전기 용품 판매직에 종사하고 있는 줄로만 아신다”고 했다.이어 “만약 내가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경우 부모님은 평소보다 더 많이 내 건강 걱정을 하실 것”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병원 치료비 등으로 고생하셨던 부모님 마음을 더 이상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둥 군은 오는 ‘춘지에(春节, 중국식 설날)’ 연휴 기간 동안에도 지난 시를 떠나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춘지에 연휴 기간 동안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일하는 택배원에게 회사 측에서는 일평균 20개 배달 완료 시 약 300위안(약 5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면서 “이 돈은 아직까지 학자금 대출금이 남은 내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춘지에 명절에는 부모님께 2000위안(약 33만원)을 보내드렸다”면서 “우리 아버지는 평소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신다는 점에서 올해는 아버지께 성능 좋은 다기 세트를 보내드리고 싶다. 또 어머니께는 예쁜 팔찌를 선물할 예정이다”고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둥 군의 월평균 수입은 5000~6000위안(약 83~100만원)이다. 그는 “내게는 왼 팔과 오른 다리 일부가 없지만, 비장애인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의족을 두른 다리로 내 인생을 올 곧게 지탱해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여기는 남미] 위기의 베네수엘라…반려동물도 수난시대

    [여기는 남미] 위기의 베네수엘라…반려동물도 수난시대

    고양이 3마리와 개 3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주부 로사 스트레페사는 요즘 반려동물만 생각하면 괴롭다.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반려동물들과 헤어져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는 때문이다. 그는 "사랑하는 반려동물들을 길에 버릴 수는 없다"면서 안락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페사는 남편에게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남편 역시 선뜻 결심을 하지 못해 부부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결정"면서도 "더 이상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하려면 결국은 안락사가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며 울먹였다. 베네수엘라에서 반려동물들이 길에 버려지거나 죽어가고 있다. 주인들에게 사료를 댈 여력이 없어지면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게 6kg 나가는 반려묘는 매달 평균 사료 3kg를 먹는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에서 21달러(약 2만3500원)를 줘야 살 수 있는 양이다. 동일한 양의 반려견 사료를 사려면 26달러(약 2만9000원)를 줘야 한다. 올 들어 베네수엘라의 최저임금은 300% 인상됐다. 노동자들이 받는 최저임금은 1만8000볼리바르로 훌쩍 뛰었다. 공식 환율로 환전하변 약 21달러(약 2만3500원)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일반인에게 공식 환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암시장에서 최저임금을 전액 달러를 바꾸면 손에 쥐는 건 겨우 6달러(약 6700원)에 불과하다. 반려동물의 사료는커녕 사람이 먹을 걸 사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반려동불의 예방접종도 대다수 베네수엘라 국민에겐 꿈같은 일이다. 베네수엘라의 반려동물 예방접종 비용은 평균 30달러(약 3만3600원)다. 5개월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최저임금을 모아야 마련할 수 있는 돈이다. 현지 언론은 "이렇게 반려동물을 키우기 힘들다 보니 길에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수두룩하다"면서 "반려동물을 위해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아 슬픈 이별도 꼬리를 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수아레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열린세상] 대학에서 ‘꿀강의’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학에서 ‘꿀강의’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대학생들이 누리는 이상한 특권 중 하나는 공부로부터의 해방이다. 중ㆍ고등학교에 비해 수업은 물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적다. 1909년부터 24년간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한 애벗 로웰은 “새내기들은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입학하는데, 졸업생들은 거의 아무것도 가지고 나가지 않기 때문”에 대학이 지식의 전당이라고 풍자했다. 미국의 대학생 중 상당수는 지금도 그리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 2018년 미국 대학생 학습 참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7%의 대학생이 주당 15시간 이하로 공부한다. 한국의 대학생들도 고시나 취업 준비생을 제외하면 미국 대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국이나 미국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학점이 나오는 ‘꿀강의’가 많기 때문이다. 수업에 빠지지 않고 시험 때만 반짝 공부하면 학점이 잘 나오는 강의 말이다. 예습은 물론 복습을 거의 할 필요가 없는 이런 수업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상한’ 선배로부터 ‘눈치 빠른’ 후배들에게 높은 ‘당도’로 추천된다. 현재 이루어지는 유일한 수업 효과성에 대한 평가인 강의 평가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한다. 강의 종료 후 수강생들로부터 수집되는 강의 평가 결과에 대한 여러 실증적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 결과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강의의 효과성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를 들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강의보다 편하게 해 주는 강의를 학생들이 더 좋게 평가한다. 지적 능력 배양에는 실패와 훈련이라는 고통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능력 배양을 위해 생각을 하게 하고 과제 부담이 높은 수업을 진행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강을 철회하거나 아니면 강의 평가 점수를 박하게 준다. 그리고 이런 평가 점수는 바로 교수의 교육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반영된다. 따라서 교수가 웬만큼 확신이 없으면 이런 수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꿀강의’가 좋은 강의를 밀어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꿀강의’를 없앨 수 있을까. 필자의 제안은 권장 공부 시간을 정하게 하는 동시에 이에 맞게 수업이 진행됐는지를 강의 평가를 통해 확인하게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학 전체, 단과 대학, 혹은 학과 차원에서, 예를 들어 교양 과목의 경우 주당 수업 시간의 한 배, 전공 과목의 경우 주당 수업 시간의 한 배 반을 추가로 공부하도록 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교수에 따라 천차만별인 수업 부담이 어느 정도 균등해질 수 있다. 권장 시간을 정할 때 당사자인 대학생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그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논의의 편의상 위에서 제안한 것처럼 교양 수업은 수업 시간의 한 배로, 전공 수업은 1.5배로 정해졌다고 하자. 현재 학생들은 주당 3시간 수업을 6과목 정도 듣는다. 편의상 이 중 4과목은 전공, 2과목은 교양을 듣는 학생을 가정해 보자. 이 학생은 주당 수업 18시간 외에 전공 4과목을 위해 각각 4.5시간 총 18시간, 교양 2과목을 위해 3시간씩 총 6시간을 공부해야 한다. 결국 주당 총 42시간을 공부해야 하는데, 하루에 수업을 포함해 8시간 정도 공부하고 저녁과 주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다. 물론 원할 경우 그 시간에 공부해도 된다. 이 정도가 적절한지 아니면 늘리거나 줄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실행한 다음 보완해 갈 수도 있다. 교수는 권장 공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고, 완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지금도 매주 이렇게 하는 교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점검에 시간이 많이 들어 그 수는 매우 적다. 다행히도 과제 완수 여부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업에서 권장 시간이 준수됐는지를 묻는 문항을 강의 평가에 포함시켜야 한다. 과제가 너무 많거나 적은 수업의 평가 점수가 낮아지게 하고, 필요할 경우 다른 문항보다 이 문항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교수도 평가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제안은 단지 ‘꿀강의’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학 수업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학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말은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해당된다.
  • [In&Out] 국회를 혁신한다는 것/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In&Out] 국회를 혁신한다는 것/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지난해 9월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혁신자문위원회’(위원장 심지연)를 구성했고 필자도 위원 중 한 사람이다. 그동안 자문위는 국회의장의 제안에 따라 국회의 예산, 인사, 정보공개, 국민청원 등 여러 개선방안을 건의했다. 임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다시금 ‘국회혁신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국회를 혁신한다는 건,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이 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어떤 국회를 원할까? 국회불신의 출발은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국민들 입장에선, 4년에 한 번씩 내가 고용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줬고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인데,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당연히 세금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보고부터 해야 한다. 묻기 전에 먼저 보고해야 하고, 물어볼 때는 즉각 즉각 답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보공개가 중요한 이유는 국회가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은 국회에 대해 ‘몽땅 도둑놈이다’라는 뼈아픈 비판을 한다. 국회가 뭘 하는지 제대로 알리지 않은 탓이 크다. 설마 4000만명이 고심해서 뽑아 놓은 국회에 ‘몽땅 도둑놈’만 있기야 하겠는가. 국회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려야 국민들도 잘한 일은 잘했다, 못한 일은 못했다 평가할 수 있다. 그래야 국회도 나아갈 길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또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하는 이유로 꼽는 것이 ‘무능하다’는 거다. 국내외적으로 큰일들이 뻥뻥 터지고 있는데 국회는 늘 ‘뒷북’만 치는 느낌이다. 사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국회도 여러 일을 한다. 하지만 국회가 복잡 다난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국회의 전문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하는 건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이 국내외 고급정보를 접할 수 있어야 하고 전문가들의 충분한 지원을 받아야, 입법과 심의의 질이 높아지고 국민이 덜 고생을 한다. 이렇게 되려면 국회의 예산과 조직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줄여 입법 및 정책능력을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국회는 지금 이 순간 국민이 물으면 곧바로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국민청원이 보다 손쉬워야 하고, 정보공개가 더 쉬워져야 한다. 지금 당장 국민들이 원하는 능력을 발휘할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야 한다. 입법 및 정책능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도록 예산과 조직, 인사를 바꿔 나가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런 원칙에 충분히 공감하고 현재 개선방안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의장의 의지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국회를 통과해야 법이 되고 제도가 된다. 우리 헌법이 행정부와 사법부를 제도로서 견제하도록 만들어 놓은 유일한 기관이 국회다. 행정부, 사법부를 견제하려면 국회부터 건강하고 능력을 갖춰야 한다. 300명의 국회의원이 국회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 [미투 1년]“성추행 항의하니 교수 해임…서지현도 심석희도 함께 연대해야”

    [미투 1년]“성추행 항의하니 교수 해임…서지현도 심석희도 함께 연대해야”

    강제 입맞춤 시도 등 성추행 대학원장막강한 권력 악용 사건 왜곡·축소 앞장사과는커녕 강의 빼앗고 학교서 쫓아내나홀로 소송 3년 만에 마침내 유죄 판결막막한 피해자들 위해 경험 공유할 것“성추행 사건으로 갑자기 운동가가 돼 너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자들의 유일한 힘은 연대이니까요.”지난 25일 서울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남정숙(57) 전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교수가 건넨 명함에는 ‘전국미투생존자연대 대표´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35년간 문화 기획 전문가로 살아온 남 전 교수의 삶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남정숙 대표는 2004년부터 비정규직 강사로 성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현장 경험을 인정받아 10년 이상 강의와 연구를 하며 대우전임교수가 됐다. 비정규직 교수였지만 문화융합대학원 신설 실무를 맡기도 했다. 대학원장이었던 이경현 전 교수는 평소 아슬아슬한 성희롱 발언을 자주 했다. 남 대표는 “이런 말씀을 학생들한테는 하지 마시라, 큰일 난다”고 받아쳤다. 그러나 결국 사건은 발생했다. 이 전 교수는 2011년 다른 대학원 엠티(MT) 자리에서 남 대표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려 하고 몸을 밀착하는 등 성추행을 했고, 2014년에는 공개된 장소에서 남 대표를 성추행하고 다른 교수를 성희롱했다. 남 대표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선뜻 고발하지 못했다. 2015년 한 대학원생이 익명으로 학내 성평등상담실에 투서하며 알려졌다. 남 대표는 “당시 투서가 반갑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교수 임용이 눈앞에 있었고, 자신의 땀방울이 들어간 대학원에 흠집을 내고 싶지도 않아서였다.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에 왜 이런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길까” 한숨이 먼저 나왔다. 그러나 사건을 축소하려는 학교와 가해자의 태도에 남 대표의 생각이 달라졌다. 성평등상담실이 아닌 교무처 직원이 조사에 개입하는 등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뚱뚱한 여자가 자기가 대학원장 되려고 거짓말을 한다”는 거짓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남 대표는 “교수가 되지 못해도 사건이 덮이는 것은 막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학내 카르텔은 공고했다. 사건 조사만 1년이 걸렸다. 가해자의 사과도 없었다. 그사이 남 교수는 대학원 강의에서 배제됐다. 2015년 연말에는 재임용 심사에서도 탈락했다. 남 대표는 “가해자인 대학원장은 학내 여러 자원을 활용했고, 학교는 비정규직인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2015년 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3년 만에 가해자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피해를 고발한 다음날인 2018년 1월 30일, 민사소송 1심에서 이긴 것이다. 2월에는 형사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미투 운동이 본격화한 이후 첫 승소 사례였다. 대학 내 미투 피해자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산재를 신청했고, 학교 측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 소송과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가해자에게 권력 카르텔이 있다면, 피해자에게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남 대표는 “견디지 못할 고통이었지만 그나마 나는 혜택받은 1%라는 걸 깨달았다”며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려 한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돕기 위한 ‘미투연대´를 만든 이유다. 남 대표는 “서지현 검사, 심석희 선수 등 분야에 상관없이 피해자들이 연대했으면 좋겠다”며 “지난 1년간 상처받은 Me(나)가 쏟아져 나왔다면, 앞으로는 Too(함께)가 더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이따금 풍경 소리만… 그리고 고요

    이따금 풍경 소리만… 그리고 고요

    경남 산청군 대성산 절벽에 절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산허리를 도는 길을 자동차로 20분쯤 오르면 모습을 드러내는 절, 정취암입니다. 누군가는 정취암을 ‘절벽 위에 핀 연꽃’이라 칭합니다. 그 말이 맞습니다. 거친 절벽의 끝에 어찌 이리 다소곳한 암자를 세웠을까요. 절은 속세의 시끄러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습니다. 소란스러움은 이곳에서 사치입니다. 셋보다 둘이, 둘보다 혼자가 어울리는 절이지요. 한겨울인지라 자연은 색을 잃었고, 깊은 산중인지라 절은 소리를 잃었습니다. 이따금 풍경 소리가 꿈결인 양 아스라하게 들려올 뿐입니다. 색과 소리를 내려놓은 절에서 마음이 고요로 차오릅니다.정취암의 역사는 신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창건설화에 따르면, 신라 신문왕 6년(686) 동해에서 부처가 솟아올라 두 줄기 서광을 발하니 한 줄기는 금강산을, 다른 한 줄기는 대성산을 비추었다. 이때 의상대사가 두 줄기 서광을 쫓아 금강산에는 원통암을, 대성산에는 정취사(지금의 정취암)를 세웠다고 한다. 고려 말에는 공민왕을 위시하는 개혁세력의 거점이었고 현대에 들어서는 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고암 대종사나 성철 대종사가 머물며 정진했다. 정취암이 이름난 것은 절이 품은 풍경 때문이다. 자그마한 절이지만 산중 높은 곳에 자리해 산청의 산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깊은 산속, 자연을 벗하며 혼자만의 적요를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절이 어디 있을까. 옛날에 정취암에 가려면 산길을 오르며 고생깨나 했겠지만, 2010년 도로가 닦이며 지금은 입구까지 자동차로 편히 갈 수 있다.●기암절벽에 매달려 산청을 굽어보는 절, 정취암 절 옆은 까마득한 절벽이다. 겨울바람에 댕그랑 울려 퍼지는 풍경이 이곳의 유일한 소리다. 정취암 입구에 서자 전각과 그 뒤의 바위 봉우리가 회화적인 구도를 이룬다. 절은 전각이 올망졸망 모여 아담하다.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웅장함 대신 시골집 앞마당 같은 포근함이 맴돈다. 입구를 지나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은 정취암의 주전인 원통보전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정취관음보살을 본존불로 모신다. 오늘날 원통보전에 자리한 산청 정취암 목조관음보살좌상(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43호)은 조선 효종 3년(1652) 때 화마로 소실되었던 것을 2년 뒤 새로 만든 것이다. 50cm 정도 크기의 인상이 부드러운 관음보살이다. 네모진 얼굴에 가느다란 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하다. 원통보전 뒤의 돌계단을 오르면 왼쪽에 응진전, 오른쪽에 삼성각이 있다. 삼성각에서 볼 것은 석조 산신상 뒤에 봉안된 산청정취암산신탱화(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43호)다. 일반 탱화에는 산신이 호랑이 옆에 앉아 있는데 비해 이 그림은 호랑이에 올라탄 산신을 협시동자가 보좌하고 있다. 우리나라 토속신앙인 산신과 불교의 융합을 보여주는 예다.관음보살좌상과 산신탱화를 봤다면 절이 품은 더 큰 보물을 만나러 갈 차례다. 응진전 옆에 난 등산로를 10여 분 올라 절 뒤의 너럭바위로 향한다. 등산로 곳곳에 먼저 다녀간 이들이 쌓은 돌탑이 이정표가 되어준다. 편평한 너럭바위에 서자 위로는 하늘이요, 아래로는 산청의 산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산수화는 정취암이 간직한 더 큰 보물이다. 첩첩이 밀려오는 산 능선, 색을 벗은 산청의 들녘, 산허리를 휘감은 도로가 펼쳐진다. 장관이다. 바위 아래에는 정취암 전각의 지붕이 정답게 이웃한다. 하계를 내려다보는 신선이 된 양 풍경 놀음을 즐기느라 겨울바람의 매서움도 잊는다. 일행과 함께 왔더라도 너럭바위에서만큼은 잠시 혼자일 것을 권한다. 이토록 고요한 순간은 좀처럼 만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절 처마에 매달린 풍경 소리가 이따금 적막을 깰 뿐 고요 뒤의 또 다른 고요가 한없이 이어진다. 너럭바위에서 보이는 풍경의 또 다른 매력은 ‘시선의 교차’에 있다. 도로에서 정취암이 보이고 바위에서 지나온 도로가 보인다. 목적지를 올려다보거나 온 길을 돌아보게 되는 여행지는 많지만 시선이 양방향으로 오가는 곳은 드물다. 앞으로 가야 할 자리와 지나온 길을 확인할 수 있는 곳, 그렇게 여행의 궤적이 선명해지는 곳.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실존적 감각이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라면 정취암은 분명 근사한 여행지다. ●따뜻한 꽃 목화가 뿌리내린 땅, 목면시배유지 ‘붓 대롱 속에 숨긴 목화 종자가 조선으로 들어온다. 목화 씨앗 10여 개가 산청에 뿌려진다. 그로부터 3년 뒤 목화가 전국적으로 재배된다. 한겨울에도 삼베옷을 입고 추위에 떨던 조선 백성들은 포근한 솜옷을 입게 된다.’ 문익점의 목화 이야기가 목면시배유지에서는 사뭇 새롭다. 고려 말, 문익점과 장인 정천익이 목화 재배에 성공한 곳이기 때문이다. 목면시배유지는 전시관, 면화시배사적비, 삼우당 유허비, 부민각, 효자비각으로 이뤄진다. 목면시배유지 전시관은 올해부터 무료로 개방해 발 디디기가 더 쉬워졌다. 규모가 아담해 30분이면 충분히 둘러본다. 전시관은 우리나라 의복 발전사, 목화 재배·성장 과정, 목화솜이 무명베가 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소개한다. 무명베 만드는 과정이 특히 실감 난다. 목화에서 씨앗을 거르고, 솜을 부풀리고, 물레질로 실을 뽑아내고, 베 짜기를 위해 실 가닥을 모으는 등 일련의 과정을 모형으로 보여준다. 목면시배유지를 둘러싸고 330㎡(100평) 남짓한 목화밭이 있다. 목화는 4월에 씨를 뿌려 9, 10월에 꽃이 핀다. 목화가 거두어졌을 계절이지만 관광객을 위해 일부는 따지 않고 남겨두었단다. 눈송이가 내려앉은 듯한 풍경에 마음도 덩달아 포근하다.●옛 담이 아름다운 마을, 남사예담촌 옛 담이 아름다워 ‘예담촌’이다. 남사예담촌은 어른 키만 한 돌담과 18~20세기 초에 지은 한옥 40여 채가 조화를 이루는 마을이다. 그 풍경이 볼만해 한 민간단체에서 마을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마을에는 전통 한옥이 잘 보존되어 있다. ‘경북에는 안동, 경남에는 산청 남사’라고 할 정도다. 이씨 고가, 최씨 고가, 사양정사 등 고색창연한 집들이 모여 있는데, 마을의 진정한 멋은 고가를 에두르는 옛 담장에 있다. 담장은 마을을 휘감아 도는 남사천의 강돌을 주민들이 손수 날라 쌓은 것이다. 큰 막돌을 2~3층으로 덤벙덤벙 쌓고 위에 더 작은 돌과 진흙을 올렸다. 그렇게 쌓은 돌담 길이가 3.2㎞다. 마을을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발길 닿는 대로 돌담길을 타박타박 걸어보는 것. 돌담에 어룽지는 겨울 햇살, 집 안에서 넘어오는 맵싸한 연기, 옛집만큼 나이 들었을 고목이 호젓한 정취를 자아낸다. 이씨 고가 입구에는 남사예담촌의 상징인 X자 회화나무 한 쌍이 있다. 줄기가 구부러져 서로 어깨를 다독이는 듯한 모양새다. 다정한 자세 때문인지 나무에는 ‘부부 나무’라는 별칭이 붙었다. 부부가 나무 아래를 지나면 백년해로한다는 말도 전해진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300살 먹은 노거수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근사하다.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마을안내소를 마주했을 때를 기준으로 마을 왼쪽을 둘러보는 편이 낫다. 이씨 고가 앞 회화나무를 본 뒤 남성천 물소리에 발걸음을 맞추며 돌담길을 산책할 수 있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사진 장명확(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 : 서울에서 자동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 통영대전고속도로, 정곡척지로를 지난다. 한남IC에서 부산 방면 우회전 후 경부고속도로를 2시간가량 달린다. 통영대전고속도로 비룡분기점을 지나 산청 방면 좌회전한 뒤 덕계로에서 ‘진주, 사천’ 방면우회전한다. 정곡척지로에서 ‘외송, 정취암’ 방면 우회전 후 둔철산로를 따라가면 정취암이다. →맛집 : 산청한방테마파크 주차장 옆에 자리한 약초와 버섯골 식당(973-4479)은 ‘약초와 버섯 샤부샤부’가 대표메뉴다. 보통의 샤부샤부와 달리 약재 우린 물을 육수, 약초를 채소로 쓴다. 동의약선관(972-7730)은 약선한정식을 코스로 낸다. 지리산에서 채취한 송이를 넣은 신선로, 전복구이, 갈비찜 등 한 상 차림이 푸짐하다. →잘 곳 : 남사예담촌에 있는 월강고택(973-2454)은 남부 지방의 전통적인 사대부 한옥이다. 경남 문화재자료 제117호에 지정된 한옥 내부는 화장실, TV, 에어컨, 인터넷 등 현대적 시설을 갖췄다. 너와나펜션(973-3322)은 야외 테라스, 바비큐장, 수영장이 딸린 펜션이다. 바로 옆에 단성묵곡생태숲이 있어 산청의 수려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 [새 영화] 인간의 모습 닮은 ‘알리타’…‘아바타’가 돌아온 것 같다

    [새 영화] 인간의 모습 닮은 ‘알리타’…‘아바타’가 돌아온 것 같다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액션 블록버스터 ‘알리타: 배틀 엔젤’(이하 알리타)은 영화 ‘아바타’, ‘타이타닉’을 연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오랜 열망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영화의 원작인 일본 작가 기시로 유키토의 만화 ‘총몽’에 매료된 캐머런 감독이 일찌감치 판권을 구입해 각본을 쓰고 영화화를 추진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만족할 만한 시각효과를 구현하기 어려워 연기됐다. 이후 ‘아바타’ 후속편 연출에 전념하게 되면서 본인 대신 ‘알리타’의 연출을 맡을 적임자로 ‘씬 시티’ 시리즈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을 직접 선택했고, 본인은 제작자로 힘을 보탰다. 다음달 5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로드리게즈 감독은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알리타’는 캐머런 감독이 (2009년 개봉한) ‘아바타’를 선보이기 전부터 기획한 프로젝트였다”면서 “그가 원작 판권을 샀을 때부터 관심이 갔는데, 그 작품을 직접 만들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알리타’는 모두가 갈망하는 공중도시와 공중도시로부터 착취와 약탈을 당하는 고철도시로 나눠진 26세기가 배경이다. 인간의 두뇌와 기계의 몸을 가진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가 자신이 고철도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적들과 맞서는 과정을 그린다.로드리게즈 감독은 “캐머런 감독의 각본을 처음 본 순간 눈앞에 (영상이) 보이는 것 같았다”면서 “캐머런 감독의 비전과 각본에 맞춰 만들되 원작 속 디자인이나 의상 등도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존 랜도 프로듀서 역시 “아시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라면서 “올해 극장에서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인간의 모습을 닮은 알리타는 CG로 탄생한 캐릭터다. ‘반지의 제왕’, ‘킹콩’, ‘아바타’ 등의 특수효과 작업을 맡은 VFX(시각특수효과)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의 기술력으로 탄생했다. 배우가 착용한 특수의상과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얼굴과 몸의 움직임을 캡처하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CG로 솜털, 모공, 머리카락, 치아와 잇몸, 피부 밑 근육의 움직임까지 완벽히 표현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알리타를 연기한 배우 로사 살라자르는 “(움직임을 포착하는) 특수의상과 헬멧을 쓰고 연기하는 것이 힘들기는 했지만 다른 연기자들과 촬영하면 그런 부수적인 것들이 제약이 되진 않았다”면서 “여배우로서 하나의 페르소나를 만들고 싶었는데 완벽한 기술력과 저의 연기가 맞물려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알리타’ 속편 제작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로드리게즈 감독은 “‘알리타’는 ‘아바타’ 이후 최고의 CG 영화라고 자부한다”면서 “아직 안 보여 준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관객들의 호응에 따라 속편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계양테크노밸리, 일자리 넘치는 직주 근접형 자족도시 만들 것”

    “계양테크노밸리, 일자리 넘치는 직주 근접형 자족도시 만들 것”

    박형우 인천 계양구청장은 인천지역 기초단체장 가운데 유일한 3선이다. 다른 9곳의 구청장과 군수가 대부분 바뀌었지만 그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3선에 성공했다. 그만큼 주민들의 신망을 받는다는 방증이다. 그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민들과 소통한다. 오전 8시쯤 출근하자마자 구청 홈페이지에 접수된 민원을 체크한다. 현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민원인에게 전화를 걸어 전후 사정을 묻는다. 박 구청장은 “전화하면 대부분이 ‘진짜 구청장이 맞느냐’고 묻는다”면서 “그리고는 민원 해결을 떠나 관심을 가져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만 해도 민원의 80%는 해결되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또 민원을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하기 위해 2011년 인천지역 최초로 주민소통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것 등이 바탕이 돼 계양구는 7년 연속 인천시 국정시책 합동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그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에 계양테크노밸리가 선정되면서 한껏 고무돼 있다. 첨단도시 구축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구청장은 “3기 신도시에 계양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이 포함되면서 그린벨트가 54%에 달해 발전이 더뎠던 계양구가 새해를 맞아 미래지향적인 경제도시로 도약하는 활기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구청장이 24일 서울신문과 가진 일문일답이다.→계양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계양테크노밸리는 타 신도시와는 달리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을 제외한 가용면적 184만㎡의 절반에 가까운 89만㎡을 자족용지 개발로 계획했는데 이는 2기 신도시의 3∼4배에 달하는 수준이고 판교 제1테크노밸리의 1.4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나머지 부분에는 1만 7000가구의 택지를 조성해 이곳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주거시설과 교육, 보육, 공공서비스 등을 갖춘 직주(직장+주거) 근접형 자족도시로 개발하는 게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귤현·동양·박촌·병방동 일대 335만㎡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도시공사가 참여해 2026년까지 첨단도시를 조성하게 된다. 수도권 동부에 강남의 테헤란밸리와 판교, 동탄으로 이어지는 경부라인 첨단산업축이 있다면 수도권 서부에는 계양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송도국제도시 바이오클러스터, 남동공단, 서울 마곡, 상암DMC를 연결하는 신경인산업축이 형성된다. 계양테크노밸리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데 약속을 지켜 준 대통령께 감사드린다.→수도권 신도시 중 계양테크노밸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계양지역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모두 연결하는 공항경제권으로 글로벌기업 유치를 위한 최적의 입지로 손꼽힌다. 계양테크노밸리는 인천지하철 1호선인 박촌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간선급행버스체계인 S-BRT(Super-Bus Rapid Transit)를 신설해 광역 교통수요에 대응한다. S-BRT는 지하도로, 교량 등으로 교차로 구간에서 정지 없이 이동하는 신개념 교통수단이다. 또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전용IC(서울 방향) 신설을 통해 김포공항까지 6분, 여의도 15분, 강남권 40분 내 접근이 가능해져 첨단산업 및 종사자들에게 매력적인 기업환경을 제공한다. 인천지역 각종 개발사업이 현재 송도·영종·청라 등에 집중돼 있는데 계양테크노밸리로 인해 균형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고, 부평·주안·남동공단 같이 노후된 제조업 중심의 산업지역을 변화시키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계양테크노밸리는 복합최첨단단지인 더드림(The Dream)촌 조성, 도시첨단산업단지로의 중복지정 등 기업 및 청년창업 지원을 위한 구체적이고 촘촘한 자족성 확보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더드림촌에는 4차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업성장센터, 창업지원주택 등 공공 주도의 창업·기업지원 공간뿐 아니라 벤처타운, 혁신타운, 사이언스빌리지 등 민간 주도의 혁신공간도 마련된다. →취임 이후 계속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해왔는데. -좋은 일자리 창출의 교두보가 될 자치구 단위 전국 최초의 산업단지인 서운일반산업지가 지난해 기반시설을 준공한 데 이어 하반기 기업 입주가 시작된다. 현재 용역 절차가 진행 중인 제2산업단지도 들어서면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세수가 증대될 것이다. 계양테크노밸리 사업이 단순히 아파트 공급을 통한 인구유입 기능에만 그치지 않고 서운산업단지와 함께 자족도시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와 적극 협력해 최선의 방안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경인아라뱃길 주변에는 권역별로 계양의 새로운 문화·관광·경제 인프라로 구축하고자 한다. 아울러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과 중소기업 육성기금을 확대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서민경제의 중심인 전통시장은 시설 개선과 경영 지원을 통해 더욱 활기찬 생활터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미래를 선도하는 교육문화체육도시를 지향하는데. -2022년까지 100억원의 기금을 확보할 인재양성 장학재단을 적극 추진해 지역의 우수 인재를 발굴 육성하고, 작전·효성권역에 청소년 문화의 집을 건립해 청소년들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현재 운영 중인 초·중·고 무상급식과 우수 농산물 식품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내년에는 사립 유치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할 것이다. 또 계양구 유구한 역사의 근간인 계양산성 복원과 국가사적 지정에 최선을 다하고 계양산성박물관은 가치 있는 전시물 확보와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역사도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 권역별 체육시설 인프라 구축사업도 지속적으로 펼쳐 올해 계양동에 체육관을 개관하고 방축동에 유소년축구 전용구장, 갈현동에 야구장을 단계별로 건립해 전국 최고의 생활체육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구민 모두가 행복한 복지도시가 되려면. -계양구의 복지 정책 방향은 ‘맞춤형 복지’로 유아부터 노년까지 생애 단계별로 필요한 복지서비스 제공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 이달부터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을 처음 실시하고, 기존 출산·입양 장려금 지원 중 둘째아 출산·입양 장려금을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또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지낼 수 있도록 권역별 치매안심센터와 건강증진센터를 설치하고 첨단 장비와 시설을 갖춘 보건소를 짓고 있다. 저소득층과 위기가정에 대해서는 긴급 지원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지역사회 보장협의체 기능을 강화해 구민과 함께하는 복지공동체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장애인에 대해서는 주택개조사업과 생활안정자금 지원을 적극 추진하고 권역별로 장애인 보호시설을 설치해 장애인이 있는 가정의 어려움 해소에 주력하겠다. →참여와 소통이 열린 도시를 유달리 강조하는데. -주민과의 소통은 구정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적극적인 현장 행정을 중심으로 ‘구청장과 만남의 날’, 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를 통해 구민과의 소통 행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계양구의 주인인 주민이 동네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치력 강화를 위해 주민참여예산제와 온라인 주민 패널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운영을 통해 구민과의 공감행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단독]“성폭행 처벌 못해도 외쳐야 했다”… 동네 체육관의 미투 절규

    [단독]“성폭행 처벌 못해도 외쳐야 했다”… 동네 체육관의 미투 절규

    “관장이 지시 안 따른다며 1년간 폭행” ‘해고 협박’과 함께 성폭행까지 이어져 경찰 “목격자 없어 기소 어렵다” 판단 해당 관장 “폭행·성폭행 사실 아니다” “범죄 특성상 객관적 증거확보 어려워” 수사기관 접수 성폭행 사건 절반 불기소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의 고발로 체육계에 ‘미투’ 바람이 불어닥친 이후 서울신문은 태권도 사범 A(여)씨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함께 일하던 관장에게 1년간 상습 폭행은 물론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법적으로 다퉈 보려 경찰서를 찾았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 보지도 못했다. 그는 “더이상 태권도를 할 수 없게 되더라도 마지막으로 내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본인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이름 없는 체육인들이 많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가 겪은 악몽 같은 1년에 대해 들어 봤다. “최근 체육계 미투를 보면서 ‘저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유명하지도 않고, 가해자를 처벌할 증거도 없는 사람들이요.” 2016~2017년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던 A씨는 언론의 문을 두드린 이유를 “억울해서”라고 했다. A씨는 지방의 한 태권도장에서 일할 당시 관장 B씨에게 상습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을 시작한 직후인 2016년 12월 가벼운 폭행이 시작됐고 4개월쯤 지나자 손바닥으로 뺨이나 머리를 구타하는 등 강도가 세졌다.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군대식 말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A씨는 “관장과 사범 관계는 시합하는 선수와 지도자 관계 못지않게 위계적”이라고 말했다.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관장은 A씨에게 “내 말을 듣지 않으면 태권도계에 발붙이기 어렵고, 사범 생활도 그만둬야 한다”는 말을 곧잘 했다고 한다. A씨는 ‘사범 생활이 힘들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지만 폭행 사실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A씨는 “폭언, 폭행하던 관장이 꾹 참는 나를 보고는 어느 날 성관계까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3월 수업이 없는 점심 시간 때 일이었다. A씨는 “성관계를 거절하니 ‘너 여기서 나가고 싶냐’며 뺨을 때렸다”면서 “더이상 저항하지 못하자 강제로 성관계했고, 이후 2차례 더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17년 8월 도장을 그만뒀다. 이후 A씨의 삶은 황폐해졌다. 길거리에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나 노란 차(태권도장 버스)만 봐도 손이 떨렸다.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도 받았다. 변호사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사건을 회상하는 게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A씨는 2017년 9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B씨가 상습 폭행과 성폭행 등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해 5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사건을 다시 살펴봐 달라”며 항고와 재정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도장 안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었고, A씨가 폭행이나 성폭행 이후 남긴 SNS나 문자메시지 기록도 없었다”며 “참고인 조사에서도 ‘그랬다고 하더라’는 증언만 일부 있고, 직접 목격한 사람이나 추가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허위 주장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수사의 단초가 될 만한 증거가 없어 기소 의견을 내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A씨가 일했던 도장에 아이들을 보냈던 한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관장이 사범을 사무실 안으로 데려가 가끔 때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제가 직접 본 게 아니라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사정이 안타까워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관장 B씨는 A씨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폭행과 성폭행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공개된 공간인 도장 안에서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나”라며 “제가 잘못한 것이 있었으면 경찰 수사에서 이미 밝혀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금이라도 ‘증언하겠다’는 목격자 나타났으면…”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에 접수돼 처리된 성폭력 범죄 3만 78건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48%(1만 4404건)에 그친다. 전체 사건 중 절반 가까이가 법원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예강의 안주영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은 범죄 특성상 증거 확보가 어려워 불기소되는 경우가 있다”며 “CCTV와 같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씨도 참고인들이 진술을 거부하는 바람에 증언 확보에 실패했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혼자서 증거를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면서 “증거 없이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받다가 불기소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성폭행 이후에는 기억이 조각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찰 조사 등에서 피해자가 정확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게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지금이라도 체육관 내 폭행을 본 목격자 중 누군가 ‘증언하겠다’며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송구… 참담…” 고개 숙인 사법부

    “송구… 참담…” 고개 숙인 사법부

    “사법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 수행” 김명수 대법원장 ‘대국민 사과’ 밝혀 양승태 화장실 포함 6㎡ 독방에 수감전임 수장의 구속이라는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날을 맞이한 사법부가 결국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사법농단 의혹의 최고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새벽 구속되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면서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저의 마음과 각오를 밝히고 또 국민 여러분께 작게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 저는 찾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발언을 시작하기 전 3초 정도 허리를 숙여 인사한 김 대법원장은 말을 마친 뒤에도 또 한 차례 허리를 숙여 거듭 사과했다. 이어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면서 “그것만이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는 유일한 길이고, 그것만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상황을 맞이한 사법부 구성원들에 대한 당부의 뜻으로 읽힌다. 앞서 이날 새벽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의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 피의자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사태의 ‘주범’이자 최종 책임자였다는 검찰 주장을 법원이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심사 결과를 기다린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이 발부되자 오전 3시쯤 교도관의 영장 집행을 받고 화장실 포함해 6㎡(1.9평) 규모의 독방에 수감됐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7개월 만에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며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도 곧 막바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 책임자로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짧게 입장을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군산시의회 군산대 약대 유치 지원

    전북 군산시의회가 군산대 약학대학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군산시의회는 24일 건의문을 통해 “인구 28만 규모 도시 중 군산은 의대와 한의대, 치대, 약대 등 의학 계열 학과가 없는 유일한 도시이며 의료 환경도 매우 열악하다”며 “지역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군산이야말로 약대가 설립돼야 할 적지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시의회는 군산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큰 위기를 맞은 만큼 새 동력의 하나로 약학대학 유치가 절시하다고 강조했다. 시의회는 “소규모 도시에서 지역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사회 성장의 구심체로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며 “군산대 약대 유치는 지역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밝혔다. 건의문은 교육부 등 정부 관련 기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정우성, ‘여배우=꽃’ 비유 발언 사과 “차별적 표현 성찰할 것”[공식]

    정우성, ‘여배우=꽃’ 비유 발언 사과 “차별적 표현 성찰할 것”[공식]

    배우 정우성이 여배우를 ‘꽃’으로 비유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영화 ‘증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정우성은 23일 공개된 한 인터뷰에서 JTBC ‘SKY 캐슬’에서 활약 중인 염정아의 연기를 극찬하며 “꽃은 지지 않는다는 걸 온 몸으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꽃’이라는 표현을 비유적으로 사용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길 바라며, 진심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정우성은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여러분의 애정어린 지적에 감사를 표한다”면서 “표현한 사람의 의도와 상관 없이 받아들인 대상이 불편한 마음을 느낀다면 그 표현은 지양돼야 하고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이 기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쓰여지고 있는 차별적 표현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또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여러분의 좋은 가르침 다시 한 번 감사하고 느끼신 불편한 마음에 깊은 유감과 사과의 마음 전한다”고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한편 ‘증인’은 유력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사건 현장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2월 13일 개봉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저울 하나로 지구 무게를 단 천재의 이야기

    [이광식의 천문학+] 저울 하나로 지구 무게를 단 천재의 이야기

    기괴한 성격의 천재 과학자 지구의 무게를 최초로 측정함으로써 과학사에 불멸의 이름을 남긴 영국의 헨리 캐번디시(1731-1810)는 과학자로서는 아주 특이한 캐릭터의 소유자였다. 우선 그는 역사상 어떤 과학자보다 부유했다. 데본셔 공작 가문 출신으로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아 당시 영국 은행의 최대 예금주였다고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그의 성격인데, 지독하게 수줍음을 타는 성격으로 상대와 눈을 맞추고 대화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모임에서도 늘 구석자리만 찾아다녔으며, 누가 질문이라도 하면 늘 허공을 본 채 몇 마디 중얼거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런 수줍음은 특히 여성에 대해 더욱 심했다. 심지어 그는 집안의 하인들과 접촉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가 테이블에 저녁식사 메뉴를 적은 쪽지를 올려놓으면 그것을 보고 저녁을 준비할 정도였으며, 특히 하녀와의 만남을 피하기 위해 저택 내에 따로 전용 계단을 만들었을 정도다. 만약 하녀가 실수로 그와 마주치기라도 했다면 바로 해고시켰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성격에 대한 현대의 설명은 자폐증의 하나인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을 의심하고 있다. 캐번디시의 유일한 사회적 활동은 왕립학회 참여였는데, 여기서는 매주 모임 전에 회원들이 함께 식사를 했다. 캐번디시는 이 모임을 빠진 적이 거의 없으며, 동료 과학자들에게 깊은 존경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번디시는 비사교적인 성향으로 인해 종종 자신의 업적을 출판하는 것을 피했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동료 과학자들에게도 거의 알리지 않았다. 많은 실험과 여러 논문을 남겼으나, 그 3/4은 미발표였다. 캐번디시의 선구적인 연구 업적은 약 1세기 후인 19세기 후반, 전자기파 이론을 확립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그의 유고를 정리하면서 밝혀졌다. 1785년에 발표된 쿨롱의 법칙을 1772∼1773년 사이에 발견했고, 옴이 1826년에 발견한 옴의 법칙을 옴보다 45년 먼저 앞선 1781년에 발견했다. 지구의 무게를 알아낸 캐번디시 실험 이 같은 선구적인 캐번디시의 업적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지구의 무게를 측정한 실험이다. 이미 2100년 전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의 크기를 알아냈지만, 그 질량은 근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수수께끼였다. 캐번디시 실험으로 알려진 이 지구 밀도 측정 실험에서 캐번디시가 사용한 기구는 아주 단순한 장비로, 막대기 양쪽에 둥근 납공을 실로 매달아놓은 비틀림저울이었다. 이것은 저울은 영국 지질학자 존 미첼이 고안한 비틀림 저울을 약간 수정한 것이었다. 미첼 역시 이 저울로 지구 무게를 측정하려다가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사망 하는 바람에 저울은 캐번디시에게로 보내졌고, 캐번디시는 1797-1798년에 실험을 완료하고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실험에 사용된 장치는 막대의 양 끝에 매달린 2개의 큰 고정식 납공(159㎏)에 각각 2개의 작은 납공(0.7㎏)이 또 매달린 비틀림 저울이었다. 이 저울은 수평 방향으로만 회전한다. 막대의 관성 모멘트는 막대가 복원력에 의해 진동하는 주기를 측정하여 알아낼 수 있다. 막대의 한쪽 끝에 다른 공을 가까이 대면 중력에 의해 서로 끌어당기게 되고 막대가 미세하게 회전한 각도를 측정하여 이 힘을 알아낼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해 중력상수를 구하려는 실험이었다. 질량을 갖는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 뉴턴의 이론에 따르면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의 크기는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중력이란 것이 큰 규모에서는 지구를 공전시키고 물체를 낙하시키는 강한 힘을 보이지만, 사실 자연계에 작용하는 힘 중에서도 가장 약한 것으로, 1m 떨어진 3톤짜리 두 트럭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의 힘은 모래알 하나를 움직일 정도라 한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에 따르면,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은 두 물체의 질량의 곱을 그들 사이의 거리 제곱으로 나눈 값에 비례하며, 그 비례상수는 중력상수 G로 나타낸다. (만유)인력상수라고도 하며 단위거리만큼 떨어진 2개의 단위질량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의 값으로 만유인력법칙에서 비례상수 G를 말한다. 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다.캐번디시는 작은 두 납공 사이의 중력적인 이끌림을 측정하려 했다. 그는 미첼의 장치가 온도차와 공기 흐름에 아주 민감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장치를 분리된 공간에 두고 시험시에는 외부 제어를 통해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방식을 취했다. 캐번디시는 비틀림 저울의 진동주기에서 납공 사이의 인력을 계산한 다음, 이 값을 사용하여 지구 밀도를 계산했다. 그는 이 실험을 무려 29차례나 거듭하고 그 값들을 평균한 결과 지구의 평균 밀도는 물의 평균 밀도보다 5.48배 큰 것으로 나왔다. 캐번디시 실험의 특별한 점은 측정에 개입될 모든 오류 원인을 제거하고 납공 무게의 1 / 50,000,000에 불과한 놀랍도록 작은 인력을 측정해낸 정확성이다. 캐번디시가 구한 지구 밀도 값의 오류 범위는 현재 받아들여지는 수치의 1% 이내이다. 보다 정확한 중력상수 및 시간에 따른 중력상수의 변화를 측정하려는 실험이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캐번디시의 이 실험으로 인해 정확한 중력 상수(G)와 지구 질량이 결정되었다. 이 실험을 토대로 중력 상수 G는 6.754 × 10−11N-m2/kg2로 나타났고, 이는 실제 중력 상수 6.67428 × 10−11N-m2/kg2에 아주 근접한 값임이 밝혀졌다. 캐번디시가 자신의 저택 정원에 있는 별장에서 그 유명한 지구의 밀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할 때, 이웃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그 건물을 가리켜 지구의 무게를 다는 곳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장인이 만들어 낸 고기맛, 파리의 아티장 정육점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장인이 만들어 낸 고기맛, 파리의 아티장 정육점

    파리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고기를 사고자 한다면 선택지는 두 가지다. ‘이브 마리 르 부도넥’과 ‘우고 드누아이에’. 얼핏 들으면 유명 패션 브랜드 이름 같지만 이 둘은 스타 셰프들 못지않게 유명한 ‘스타 정육업자’다. 파리 시내에서 각자의 이름을 딴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 셰프는 그렇다 쳐도 스타 정육업자라니. 자타 공인 미식의 수도인 파리에서라면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 일도 아니다.이들은 ‘아티장’ 푸주한이다. 아티장을 우리말로 옮기면 장인 정도 될까. 품질에 대한 철저한 고집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제품을 생산하는 이들에게 아티장이라는 이름이 주어진다. 음식의 영역에선 아티장 치즈, 아티장 베이커리 등이 있다. 한데 정육업자란 그저 고기를 잘라서 파는 이들이 아니었던가. 완결된 제품을 파는 것도 아닌데 장인이라는 칭호는 좀 과한 게 아닐까. 파리에서 가장 핫한 정육점 중 한 곳을 방문해 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그런 생각은 무지에서 나온 편견이었다는 걸. 우고 드누아이에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의 이야기 중 흥미로운 대목은 정육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다. 그의 아버지는 뭘 잘하는지 모르는 아들을 위해 짬이 날 때마다 직업 체험을 시켰다. 마침 아버지의 친구가 정육점을 운영했고 그곳에서 며칠간 일을 해본 우고는 그 일이 자신의 길이란 걸 단숨에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가 그의 나이 열다섯 살 되던 무렵이었다. 정육을 본격적으로 배운 그는 좋은 품질의 고기를 찾기 위해 프랑스 전역의 초원을 누비고 다녔다. 1998년 아내와 둘이서 자신의 이름을 건 정육점을 열었는데 머지않아 그는 곧 피에르 가니에르, 베르나르 파코 등 유명 셰프들의 러브콜을 받는 유명인사가 됐다. 이유는 탁월한 고기 품질 때문이었다. 가게를 확장하고 동명의 레스토랑을 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과거 한국에서는 고기를 다루는 이들을 백정이라 하여 천대했다. 이런 사정은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중세 교회에서는 푸주한의 일을 더러운 짐승의 피로 얼룩진 사악한 일로 규정했다. 요즘은 도축하는 일이 따로 분리돼 있지만 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업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문화권을 막론하고 꽤 오랜 시간 곱지 않았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스타 정육업자의 등장은 혁명적인 일이다. 수천 년간 멸시받던 일이 이제는 대중의 존경과 선망을 받는 대상이 된 것이다. 우고와 이브 마리의 행보를 살피면 정육업자의 역할이란 단순히 받아 온 고기를 잘라서 파는 게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요리사가 좋은 요리를 만들려면 좋은 재료가 필요한 것처럼 좋은 고기를 팔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잘 키운 동물이 필요하다. 이들이 스타 정육업자, 아티장으로 불릴 수 있었던 건 사육부터 도축까지의 과정까지 철저히 살핀 후 고기를 선택하는 고집스러운 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들은 자연 방목을 통한 동물복지를 추구함은 물론 먹이와 먹는 물까지 꼼꼼히 신경을 써야만 좋은 품질의 고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건강하게 잘 자랐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품질의 고기가 되는 건 아니다. 도축 방식에 따라서도 고기의 품질이 크게 달라진다.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은 체내 아드레날린 수치가 높아져 색이 옅고 흐물흐물해진다. 이런 고기로는 요리를 해도 제 맛이 나지 않는다. 잘 도축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 내는 것뿐만 아니라 고기를 최상의 상태로 숙성하거나 보관하는 일도 정육업자의 몫이다. 최고 품질의 고기를 만들어 낸다는 건 사육부터 도축, 관리까지 모든 과정이 완벽해야 가능한 일이다. 고기를 분할하는 정형도 중요한 부분이다. 정육점 매대는 그 나라의 식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식문화에 따라 정형 방식이 결정되기도 하지만 정형 방식이 요리법을 한정시키기도 한다. 서양 정육점의 경우 고기에 지방과 뼈가 붙어 있거나 구이나 스테이크용으로 큼지막하게 썰어 있는 게 대부분이다. 고기를 덩어리째 요리하기에 우리처럼 얇게 슬라이스한 정육은 찾기가 어렵다. 현대 프랑스 요리를 진보시키는 데엔 정육업자들의 공도 있었다. 몇몇 진보적인 정육업자가 해부학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부위의 특성에 따라 정형을 시도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조리법을 요리사와 함께 연구한 것이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의 저렴한 정육코너에 밀려 소형 정육점들이 사라지고 있는 건 유럽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아니라 품질로 경쟁하는 아티장 정육 문화는 규모의 경제에 휩쓸려 경쟁력을 잃어가는 소규모 정육점들이 살아남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가 아닐까.
  • “孫의원 처신 부적절” 與서도 비판 목소리

    ‘서영교 문제’ 당 대응도 자성 잇따라 “국민 눈높이 안 맞아” 징계 가능성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침묵으로 일관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 상당수 의원은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손 의원의 투기 의혹에 대해 ‘투기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국회의원으로서 처신은 부적절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5선의 이종걸 의원은 23일 라디오에서 “공직자로서의 엄격한 자기 관리, 자기 감시는 국민이 아무리 강하게 요청해도 저희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볼 때 투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잘못이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점이 있더라도 공직자로서 엄격한 이해충돌에서의 예민한 문제까지도 과연 다 지켰는지를 더 살피는 상황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날 금태섭 의원도 방송에서 “문화재 지정을 위해 국회에서 발언하는 가운데 부동산을 구입했으니 이익충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 바 있다. 이해찬 대표 비서실장을 맡은 김성환 의원은 투기는 아니라고 방어하면서도 “이해충돌 방지는 세심하게 살펴봐야 될 유일한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서영교 의원에 대해 당이 징계 없이 원내수석부대표 자진 사퇴만 수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뒤늦게 나왔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저희가 서 의원에 대해 ‘모든 절차가 다 끝났다’ 이렇게 말씀드린 적도 없다.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며 징계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여당은 국민 앞에서 겸허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함께했으면 한다”며 여권 고위 관계자로서 처음으로 나서 자성을 촉구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佛 “獨,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지원”… 새 우호조약 체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구심력을 강화하기 위해 56년 만에 새로운 우호조약(일명 아헨조약)을 체결했다. 프랑스는 특히 독일의 숙원이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원하기로 해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간 기존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이 주도하던 세계 안보 질서에 지각변동이 생길지 주목된다. 양국 정상은 양국 간 우호조약인 엘리제조약 체결 56주년을 맞아 이날 독일 서부 아헨 시청에서 외교·국방,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증진하고 독일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기로 했다고 BBC 등이 전했다. 아헨은 중세 서유럽 통합의 기초를 마련한 샤를마뉴 대제의 거처가 있던 장소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번 협정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극우 세력의 부상에 직면한 EU의 구심력을 강화하고자 마련됐다. 2차 대전 패전국인 독일은 그동안 영국의 EU 탈퇴 이후 프랑스가 안보리 상임이사국 내 유일한 EU 회원국으로 남게 된다는 점을 들어 “프랑스는 상임이사국 지위를 EU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프랑스가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절충안으로 타협했다. 그러나 독일이 상임이사국이 되려면 승전국인 기존 5개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양국은 이밖에도 공통의 방위·안보위원회를 만들기로 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내에서 활동할 유럽 방위군을 조직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경제적으로는 공동경제구역을 설정하기로 했다. 이번 조약은 양국 의회의 승인을 받은 뒤 정식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서지현 검사 “안태근 실형, 너무 당연한 결과지만 예상 못 해”

    서지현 검사 “안태근 실형, 너무 당연한 결과지만 예상 못 해”

    안태근 전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서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던 안 전 검사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 검사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제 사건이, 이번 판결이 검찰개혁의 진정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23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에서 의도적으로 부실 수사를 했고, 저를 조직적으로 음해하는 것을 1년 동안 겪었기에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면서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에게 이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비위를 덮으려 지위를 이용해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에게 부당한 인사로 불이익을 줬다”면서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서 검사는 “제가 가진 유일한 힘은 진실밖에 없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면서 “제 진실과 진심이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지난해 1월 자신의 피해사실을 밖으로 알린 이유에 대해 “어떤 한 사람을 처벌하고 비난하기 위해 입을 연 것이 아니다. 제가 입을 연 이유는 검찰이 정의롭지 못한 것, 그리고 가해자가 처벌은커녕 옹호받고 있는 것,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받고 고통받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원한 것은 검찰은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받고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안 전 검사는 실형을 선고받자 “너무 의외의 결과”라면서 “지난해 1월 29일 이전까지 서지현이라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서 검사는 “사실 많은 범죄자들이 최종심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이례적인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이 사건에 있어 검찰이 내부에서 발생한 성범죄를 어떻게 조직적으로 은폐했는지, 검찰에서 얼마나 공정하지 못한 인사가 이뤄지고 한 사람에 의해서 인사가 어떻게 좌지우지되는지를 보여주게 됐는데, 사실 이것은 작은 바늘구멍으로 극히 일부를 들여다본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제 그 문 열어젖히고 검찰을 제대로 개혁해야 한다. 제 사건, 이 판결이 검찰개혁의 진정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범죄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 검사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첫 번째는, 검찰은 정의로워야 합니다. 두 번째는,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피해사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이렇게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사회는 이제는 종결되어야 됩니다. 피해자를, 그리고 내부고발자를 창녀, 꽃뱀, 배신자라고 부르고 손가락질하면서, 가해자를 옹호하는 이 잔인한 공동체는 바뀌어야 합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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