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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SIS “북한 평산 우라늄 공장 가동 유지”

    CSIS “북한 평산 우라늄 공장 가동 유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위성사진 등을 바탕으로 북한 평산 우라늄 공장이 2017년 이후 가동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평산 우라늄 공장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사용되는 육불화우라늄의 공급원이다. CSIS 빅터 차 한국 석좌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이날 북한 전문사이트 ‘분단을 넘어’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지난 3월 22일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 정련 공장 일대를 찍은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2017년 이후 북한의 핵 실험이 없었음에도 평산 우라늄 농축 공장이 가동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면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며 “핵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사용되는 육불화우라늄(UF6)의 유일한 공급원”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이 시설의 폐기는 의미있는 비핵화 협상의 필수적 요소가 될 것”이라며 “현재 활동 수준을 고려할 때 예측 가능한 미래까지 활동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45㎞ 떨어진 평산 공장은 우라늄 정광 생산 시설로, 북한의 핵 연구와 무기 개발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그 주제가 나왔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평산 우라늄 정련 공장의 해체는 북미 간에 향후 의미있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합의에서도 필수적인 요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40억 상당’ DJ 유산 놓고 김홍업·홍걸 이복형제 간 분쟁

    ‘40억 상당’ DJ 유산 놓고 김홍업·홍걸 이복형제 간 분쟁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의 유산을 두고 이복형제 사이인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삼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분쟁 중이다. 법적 다툼이 벌어진 유산은 감정가액 약 32억원 상당의 서울 동교동 사저와 남은 노벨평화상 상금 8억원이다. 29일 김홍업 이사장과 김홍걸 당선인 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김홍업 이사장은 지난 1월 법원에 김홍걸 당선인 명의로 된 사저에 대해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김홍걸 당선인 측은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김홍걸 당선인이 인출해 간 노벨상 상금에 대해서는 김대중기념사업회(김대중재단)이 ‘재단으로 돌려 달라’고 내용증명을 여러 차례 보낸 상황이다. 일단 김홍걸 당선인이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제출한 공직자 재산신고 목록에 따르면 동교동 사저의 소유권을 자신의 명의로 바꾼 것이 확인된다. 다만 노벨상 상금 8억원은 김홍걸 당선인이 제출한 재산목록에 포함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 다툼은 이희호 여사 유언에 따라 재산을 처분하기로 한 3형제의 ‘확인서’ 내용으로부터 비롯됐다.연합뉴스가 전한 ‘확인서’ 사본 내용에 따르면 2017 2월 1일자로 ▲상금 8억원을 김대중기념사업회에 전액 기부하고 ▲유산으로 증여받은 부동산은 김대중·이희호기념관으로 사용하기로 적혀 있다. 만약 지자체나 후원자가 사저를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보상금의 3분의 1은 김대중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를 삼형제가 균등하게 나눠 갖는다는 조항도 있다. 유언장은 삼형제 측의 서명과 도장이 찍혔지만, 별도의 공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김홍업 이사장은 생전 이희호 여사의 뜻과 삼형제의 약속을 어기고 김홍걸 당선인이 유산을 가로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홍업 이사장은 연합뉴스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2년 전, 유언에 따라 동교동 집과 노벨상 상금을 재단에 유증하기로 3형제가 동의하고 한자리에 모여 합의서에 인감도 찍었다”고 주장했다. 김홍업 이사장은 “홍걸이가 부동산 명의 이전에 내가 동의했다고 궤변으로 거짓말까지 한다”면서 “이번 분쟁은 형제간의 재산 싸움이 아니라, 재단에 가야 할 재산을 가로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홍업 이사장은 “홍걸이가 총선 전 재단 이사장인 권노갑 고문을 찾아와 ‘기자회견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던데 다급했던 모양”이라면서 “그러고 나서 태도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홍걸 당선인은 유언장이 무효이며 본인이 유일한 법적 상속인이라고 반박했다.김홍걸 당선인은 입장문을 내고 “관련 보도는 사실과 다른 부정확한 내용”이라면서 “과거 아버님을 모신 분들이 부모님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분란을 조장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머지않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법상 부친이 사망할 경우 전처의 출생자와 계모 사이의 친족 관계는 소멸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희호 여사의 유일한 친자인 김홍걸 당선인이 유일한 상속인임을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홍업 이사장과 그의 맏형인 고 김홍일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째 부인인 차용애 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김홍걸 당선인 측은 “유언장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일주일 이내에 법원에 신청해야 하는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청이 안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김성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이 유언장을 처음 공개했던 점을 지적하며 “진실로 잘 작성된 유언장일까, 의심쩍은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당선인이 ‘유일한 법적 상속인은 나뿐이지만, 어머님 유언을 받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두 형수한테 얘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3할 타자’ 없는 한화, 해결사 없이는 날개 못 편다

    ‘3할 타자’ 없는 한화, 해결사 없이는 날개 못 편다

    한화 이글스가 타선의 침체 속에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10개 구단 중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없는 유일한 구단이라는 점은 한화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한화는 28일까지 치른 경기에서 팀타율 0.247로 부진하다. 70타점(9위), 득점권 타율 0.237(9위), OPS 0.658(9위), 팀 삼진 153개(9위) 등 각종 지표가 팀 순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팀 홈런 13개, 팀 득점 73점은 SK 와이번스와 공동 꼴찌다. 28일 LG전에서 워윅 서폴드가 1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갔음에도 한화는 웃지 못했다. 투수진이 3점만 내주며 선방했지만 팀 타선이 1점도 못 뽑아냈기 때문이다. 한화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유일하게 3할 타자가 없는 팀이다. 전체 꼴찌인 SK마저 최근 타박상을 입은 한동민이 0.317의 타율로 3할 타자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한화는 다른 팀에서 방출, 보호전력 외 선수가 주전으로 뛰어야 할 만큼 타선의 뎁스가 약하다. 시즌 초반은 타석 수가 적어 타자들의 타율이 높은 경향이 있어 지금도 4할 타자가 3명(페르난데스, 로하스, 김현수)이나 있지만 한화만은 예외다. 한화는 암흑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 팀타율이 전체 8위-7위-8위-7위-7위에 그쳤다. 9개 구단 체제였던 2013~2014년엔 8위-7위를 했고, 10개 구단 체제인 2015년부턴 8위-7위-5위-8위-8위를 했다. 현재도 8위다. 한화가 아무리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도 돌고 돌아 김태균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도 타선의 부진에 있다. 김태균은 규정 타석을 못 채운 시즌도 있지만 2008년부터 타율 만큼은 3할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팀 사정이 이렇다보니 김태균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올해는 김태균마저 시즌 초반 1할대 타율에 그치며 2군으로 내려갔다. 김태균이 빠지자 해결사는 더 안 보이는 상황이 됐다. 막내 주전 정은원이 0.288의 타율로 규정타석 기준 팀내 최고 타율이다. 그러나 정은원은 수비 부담이 많은 2루 포지션인 데다 해결사 역할을 해야하는 타자도 아니다. 3할 타자의 부재는 단순히 수치상의 의미 뿐만 아니라 실제 경기에도 두려움을 주는 타자가 없게 만든다. 투수진이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만큼 한화로서는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해결사의 등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금천구, 금하마을 철쭉어린이공원 물놀이형 공원으로 재조성

    금천구, 금하마을 철쭉어린이공원 물놀이형 공원으로 재조성

     서울 금천구는 독산1동 금하마을에 있는 철쭉어린이공원을 여름철 물놀이형 공원으로 재조성한다고 30일 밝혔다.  철쭉어린이공원은 경기도 광명시와 인접한 금천구 독산1동 금하마을에 1993년 조성된 유일한 마을공원이다. 2009년 서울시 상상어린이공원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우주탐험을 주제로 한 어린이공원으로 재조성됐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됐다.  구는 지난 5개월간 여러차례 주민 협의를 통해 새로운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공원 중앙에 탄성포장을 한 뒤 물놀이형 조합놀이대를 설치해 여름철 물놀이가 가능해진다. 여름철 외에는 일반적인 놀이시설로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그네도 설치한다. 공원 주변에는 휴식을 위한 휴게시설을 확충하고, 그늘막 체력단련시설과 거꾸로 매달리기 등 운동시설을 추가한다. 에너지 자립마을이라는 마을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해 태양광을 활용한 등과 안내판도 설치한다.  금천구는 7월 중으로 공사를 마무리해 올 여름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금하마을은 2017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선정되면서 어린이공원 개선, 가로등 설치, 가로환경정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구 최초의 물놀이형 어린이공원으로 무더운 여름철 어린이들과 주민들이 더위를 잊고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지역명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열린세상] 맞짱을 뜨다/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맞짱을 뜨다/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지금까지 이런 겨루기는 없었다. 단일 종목으로 종합적 역량을 검증하는 국가 간 대항이 벌어지고 있다. 자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는 국가별 코로나19 대응책 말이다. 축구나 야구, 배구 시합에선 국가 순위를 매길 수 있다. 키가 큰 국민이 많은 나라가 키 재보기 시합에서, 빠르게 뛰는 선수를 보유한 나라가 달리기 대회에서, 헤엄을 잘 치는 선수가 많은 나라가 수영대회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나라의 선수가 눈싸움 대회에서, 과녁 조준에 뛰어난 선수의 나라가 총과 활쏘기 시합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선진국으로 불리진 않는다. 문화국가나 경제대국이라는 지표가 있으나 문화와 경제 부문에서 동시에 추앙받는 나라는 드물다. 선진복지나 정치선진국이라는 용어도 양상을 부분적으로 보여 준다는 한계가 있다. 비슷해 보이는 겨루기가 있긴 하나 목적이 다르다. 사람과 물자의 소진을 목표로 한 1차, 2차 세계대전이 그 부류다. 경제력과 정신전력을 군사력의 하위 구성 요소로 파악할 수 있으나 전쟁의 승패를 국량의 총화로 간주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세계 온 나라 전투역량의 총합을 나라별로 동시에 펼쳐 보이기도 어렵다. 반면 모든 나라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코로나19와 싸워야 하는 현재 상황은 단일한 종목으로 겨루되 각 나라의 총체적 역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안이다. 국경 폐쇄 조치까지 불사하는 작금의 국가 간 겨루기는 실질적인 ‘최초의 세계대전’이라 일컬을 만하다. 막상 맞짱을 뜨고 봤더니, 한국의 국량은 기존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던 나라들을 압도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불안을 떨치려고 한시바삐 탈출하는 이중 국적자들의 여분의 나라가 아니라 목숨을 위해 기어코 돌아오고 싶은 국민들의 유일한 나라가 됐다. 시쳇말로 선진국, 그중에서도 ‘출중한 선진대열’의 나라다. 자유 겨루기에 가까운 코로나19 대응은 생물과 같아서 추후 그 전개 양상을 낙관적으로 속단할 수는 없다. 국민의 발가락 하나라도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절대 명제 앞에 방심은 금물이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발휘한 국량의 질을 살피건대 향후 어떠한 난관이 닥치더라도 이겨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어디서 연유한 힘일까. 우선 법체계를 잘 다듬었다. 2015년 ‘감염병예방법’을 대폭 정비했고 2020년 3월 이를 보완하는 개정입법을 했다. 신속한 검사와 관리, 비용의 공적 부담, 감염병 실태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공개 의무화, 대응지침 위반자에 대한 책임 장치가 마련됐다. 2018년에는 진단시약의 긴급사용을 가능하게 한 조항을 ‘의료기기법’에 신설했다. 민간과 공공의료기관의 우수한 역량과 그 종사자의 헌신적 노력, 공무원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표 나지 않게 꾸준히 준비하고 목숨 걸고 일한 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데 인색할 필요가 없다. 이들 개별 요소를 종합하고 대응을 선도한 정부 당국에도 박수를 보낼 수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현 정부와 이전 정부를 가르고 현 시기 공무원의 어제와 오늘에 금을 그어서 공과를 따로 억지 추궁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 이번 맞짱 뜨기는 시민들의 자발적 협력을 근간으로 한다. 늘 그러했듯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전선에서 재난을 경보해 온 언론인들의 공도 매우 크다. 와중에 누군가를 공격하고 이죽거리며 폄훼하고 혐오하는 언론과 유사언론이 없지 않으나 이미 우리 국민은 질 좋은 정보와 싸서 버려야 할 정보를 구분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엉큼한 돈에 표를 팔았다거나 의뭉스러운 정부의 거짓 정보에 어리석은 시민들이 놀아나고 있다는 따위로 국민의 역량을 얕잡아 보는 언론 게재 글이 적지 않다. 우리 사회와 시민의 의식수준은 그러한 외곬의 관점까지 언론의 자유로 포용해 주는 단계에 진입했다. 그 모든 시민과 국가의 역량은 이 나라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나의 나라라고 천명한 헌법 제1조 제1항에서 비롯됐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기미년 임시정부 헌법으로부터 백년을 뿌리내려 온 얼과 혼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언론과 유사언론의 거짓 정보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은 곧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맞짱 뜨기에서 질 수 없는, 져서도 안 되는 이유다.
  • [문현웅의 공정사회] 배제와 포용

    [문현웅의 공정사회] 배제와 포용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동네 아이들과 참 많은 놀이를 했던 기억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그중에서도 다수의 아이가 함께 참여해서 웃고 떠들던 놀이들이 유독 더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날은 놀이가 끝나고도 미련이 남아 손가락 걸며 미리 내일을 기약했던 적도 있었고 또 어느 날은 놀이가 다 진행되기도 전에 중단돼 기분이 상해 집에 돌아오던 날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느낀 것이지만 놀이가 재밌게 끝난 경우는 서로 열심히 경쟁을 하지만 지켜야 할 것을 충실히 지켰고 실수를 책망하지 않았으며 함께 놀고 싶은 아이들을 배제하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깍두기’라는 것이 있었지요. 함께 놀기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 놀이에 끼워 줘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 말입니다. 반면에 놀이가 중도에 파해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집에 돌아가는 경우는 서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았고 실수를 과도하게 책망했으며 놀고는 싶지만 그 놀이에 낄 수 없는 아이들을 배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편을 갈라 자기들끼리만 놀이를 하는 경우 놀이가 재밌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편을 가르지 않고 함께 놀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요. 결국 지켜야 할 질서를 잘 지키고 서로에게 관용과 포용의 자세를 견지했을 때는 놀이가 본래적 기능에 충실하게 되는 반면 질서를 무시할 뿐 아니라 서로를 배제하고 포용보다는 질책이 더해졌을 때 놀이는 본래적 기능을 잃고 어린 마음에 상처만 남기게 됐던 것입니다. 어쩌면 어린 시절 학교 공부보다 더 큰 공부는 또래들과 함께 어울리는 놀이를 통한 배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면서 놀이를 통한 배움의 소중한 지혜가 어른이 된 지금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우리 사회는 범죄에 대해 엄벌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범죄가 발생한 경우 대다수의 국민은 엄하게 처벌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만약 법정형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닌 경우라면 법정형을 대폭 높일 것과 형사 처벌 대상에 포섭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특히 성인과는 달리 형사정책적인 면에서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는 소년에 대한 형사 처벌 목소리도 매우 높은 상황이지요. 이런 엄벌주의는 엄한 처벌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범죄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이야말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법의 이념에 충실하다는 관점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 공통적으로 형량을 아무리 높인다 한들 범죄는, 특히 흉악범죄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형벌의 위하력(威?力)에 따른 일반 예방적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책임주의에 따른 응보 관념 즉 ‘네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아라’라는 관점이 엄벌주의를 떠받치는 거의 유일한 기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관점의 이면에는 범죄자와는 함께 살 수 없다는 배제와 격리의 도도한 흐름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책임주의에서 더 나아가 무조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시 어린 시절 놀이의 추억 속으로 돌아가 봅니다. 지켜야 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놀이를 방해하는 아이들이 밉고, 함께 놀기 싫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고약한 짓을 하던 아이들도 사실은 늘 함께 놀고 싶어 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소통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든가 또는 그날따라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는 이유가 고약한 짓의 발단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은 함께 놀지 못했지만 며칠 후 다시 만나 함께 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재밌게 놀고 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놀이의 기능에 충실하려면 배제보다는 포용의 자세가 더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 놀이를 통해 우리는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엄벌주의를 경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새콤달콤향긋’ 토마토, 엄청난 쓸모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새콤달콤향긋’ 토마토, 엄청난 쓸모

    편리한 시대다. 근처 어느 마트를 가더라도 식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손가락 몇 번으로 문 앞까지 식재료를 배달해 준다. 주방 한편에 내용물보다 더 큰 부피의 택배 상자가 쌓이는 걸 보면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 약간의 죄책감은 이내 뒤따라오는 편리함에 뒤덮인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다. 음식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대가로 우리가 잃은 건 혹시 없을까.사시사철 접할 수 있는 식재료 중 대표적인 게 토마토다. 원래 토마토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가을 초까지가 제철이다. 남미 안데스가 원산지인 토마토는 햇빛을 좋아해 일조량이 많고 기온이 높아야 농사가 잘된다. 신대륙에서 토마토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유럽에선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세 나라의 남쪽에서 자라는 토마토를 제일로 친다. 우리가 감귤 하면 제주도를 떠올리듯 이탈리아에서 가장 맛있는 토마토가 자라는 곳은 남쪽의 시칠리아섬이다. 시칠리아 중에서도 최남단 파키노에서 생산되는 방울토마토가 맛 좋기로 유명하다. 처음 시칠리아에서 맛본 파키노산 방울토마토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대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달콤하냐 묻는다. 토마토를 과일로 본다면 틀린 질문은 아니다. 하지만 토마토의 진정한 미덕은 단맛에만 있지 않다는 걸 그때 경험했다. 좋은 토마토란 단맛과 신맛이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하고, 거기에 중요한 건 향이라는 사실이다.우리가 먹는 토마토는 대개 향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미미하다.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편리함을 얻은 대신 토마토가 가진 싱그러운 향을 잃었다. 농사는 당연히 땅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과일과 채소는 영양분이 들어 있는 양액을 통해 재배하는 수경재배가 대세다. 관리가 편하고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관능적인 관점에서 보면 좋은 토양에서 재배된 토마토보다 맛과 향이 덜하다. 그렇다고 땅에서 키운 게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토질이 좋지 않으면 되레 수경재배보다 못할 수 있다. 향의 차이는 수확 방식과 유통기간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시중 대부분의 토마토는 유통상 편의를 위해 미처 다 익기 전에 딴다. 완전히 성숙한 토마토가 100%라고 한다면 미성숙 토마토가 수확되는 시점은 대략 70~80% 사이다. 미성숙 토마토는 가지에서 떨어져 나와도 시간이 지나면 붉게 변한다. 보기엔 먹음직스럽게 새빨갛지만 맛과 향은 완전히 성숙한 후 딴 토마토와 큰 차이를 보인다. 갓 딴 토마토는 풋풋한 풀 내음이 특징이다. 완전히 성숙한 토마토는 단맛과 신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향도 풋내 가득하다. 완숙 토마토라고 해도 수확 시기를 확인하는 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토마토의 풍미는 서서히 그 강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맛 좋은 토마토만큼 주방에서 쓸모 많은 식재료가 또 없다. 냉장고에 과일과 채소가 없어도 토마토가 있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실제로 토마토는 과일이냐 채소냐 논란이 있는 유일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식물학적 분류보다는 용도에 따라 쓸모를 구분하는 편이 머리가 덜 아플 수 있다. 토마토가 유럽에서 처음 건너올 땐 독이 있는 걸로 오해받아 식재료로 사용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토마토가 가진 단맛과 신맛, 그리고 감칠맛을 내는 특성으로 인해 소스에 들어가는 조미료의 일종처럼 사용되다가 19세기나 돼서야 샐러드처럼 생으로 먹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토마토는 껍질과 과육, 그리고 젤리처럼 생긴 즙으로 구성된다. 몇몇 조리법을 보면 데쳐서 껍질을 제거하고 즙은 따로 모아 버린 후 과육만 쓰는 걸 추천하는데,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이렇게 하는 건 단지 입안에서 걸리적거리는 느낌 없이 달큼한 과육만 요리에 쓰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토마토 향 대부분은 껍질에서, 고유의 상큼한 산미는 즙에서 나온다. 향이 좋은 토마토라면 껍질은 굳이 벗길 필요는 없다. 벗긴 껍질은 따로 오븐에서 말리거나 튀겨 토마토 파우더, 장식용 가니시로 쓰면 좋다. 새콤달콤한 즙을 모아 드레싱에 뿌리면 토마토 과육 없이도 토마토 향이 나는 샐러드를 만들 수 있다. 토마토의 향으로 맛을 구분하는 시대가 온다면 그다음에 오는 건 다양성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토마토는 2만종이 넘지만 한국에서는 고작해야 예닐곱 가지를 접할 수 있다. 강원 영월에서 유기농법으로 완숙 토마토를 생산하는 그래도팜에서는 15종의 에어룸 토마토를 올해 처음 수확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양한 품종의 완전히 숙성한 토마토를 맛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 비대위 3040·수도권 낙선자 전면배치

    비대위 3040·수도권 낙선자 전면배치

    인물·노선·정책 고강도 쇄신안 논의 예고 기반 없는 신인 많아 ‘김종인 원톱’ 우려미래통합당의 재건과 혁신을 주도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는 4·15 총선 때 수도권에서 패배한 젊은 낙선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27일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공개한 비대위 명단에는 재선의 성일종(57, 충남 서산·태안) 의원, 김미애(51·부산 해운대을) 당선자, 김현아(51) 전 의원, 김재섭(33)·김병민(38) 전 후보, 정원석(32) 전 당협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애초 김 위원장이 정치 경험이 없는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김 위원장은 직접 선거를 뛰어본 3040을 전면에 배치했다. 청년정당을 꾸리다 통합당에 합류한 김재섭 비대위원은 서울 도봉갑에서 진보진영의 대모인 인재근 의원에게 패했으나 40.4% 득표로 선전했다. 지난해 당의 공개오디션에서 청년인재로 발탁된 정 비대위원은 서울 강남을 당협을 맡았으나, 유력인사들의 사천(私薦)이 반복돼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김미애 비대위원은 부산 방직공장 여공, 초밥집 사장,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3명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싱글맘이다. 보수정당에서 보기 드문 그의 삶의 궤적이 통합당의 재건 방향과 닿아 있다는 평가다. 유일한 현역 의원인 성 의원은 김 위원장이 당을 초·재선 중심으로 운영하고자 발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대위는 통합당의 인물과 노선, 정강·정책을 총망라해 고강도 쇄신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부분 비대위원이 당내 기반이 전혀 없는 신인이라는 점에서 결국 ‘김종인 원톱 비대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특정 현안에 입장 차를 보이는 갈등 상황에서 중재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비대위 3040·수도권 낙선자 전면배치

    비대위 3040·수도권 낙선자 전면배치

    미래통합당의 재건과 혁신을 주도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는 4·15 총선 때 수도권에서 패배한 젊은 낙선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27일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공개한 비대위 명단에는 재선의 성일종(57, 충남 서산·태안) 의원, 김미애(51·부산 해운대을) 당선자, 김현아(51) 전 의원, 김재섭(33)·김병민(38) 전 후보, 정원석(32) 전 당협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애초 김 위원장이 정치 경험이 없는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김 위원장은 직접 선거를 뛰어본 3040을 전면에 배치했다. 청년정당을 꾸리다 통합당에 합류한 김재섭 비대위원은 서울 도봉갑에서 진보진영의 대모인 인재근 의원에게 패했으나 40.4% 득표로 선전했다. 지난해 당의 공개오디션에서 청년인재로 발탁된 정 비대위원은 서울 강남을 당협을 맡았으나, 유력인사들의 사천(私薦)이 반복돼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김미애 비대위원은 부산 방직공장 여공, 초밥집 사장,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3명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싱글맘이다. 보수정당에서 보기 드문 그의 삶의 궤적이 통합당의 재건 방향과 닿아 있다는 평가다. 유일한 현역 의원인 성 의원은 김 위원장이 당을 초·재선 중심으로 운영하고자 발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대위는 통합당의 인물과 노선, 정강·정책을 총망라해 고강도 쇄신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부분 비대위원이 당내 기반이 전혀 없는 신인이라는 점에서 결국 ‘김종인 원톱 비대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특정 현안에 입장 차를 보이는 갈등 상황에서 중재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우승 적기’ 평가 LG 복덩이 라모스 있음에

    ‘우승 적기’ 평가 LG 복덩이 라모스 있음에

    화끈한 장타로 LG의 4번 타자 고민을 해결해준 이 남자. 창단 30주년, 류중일 감독 계약 마지막 해,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의 은퇴 시즌 등과 맞물려 우승이 꼭 필요한 시기라는 평가를 받는 LG가 시즌 초반 로베르토 라모스라는 날개를 달고 비상하고 있다. 팬들은 라모스의 불방망이에 벌써부터 설레는 분위기다. 지난 24일 잠실에서 열린 kt와의 경기는 라모스의 존재감이 빛난 경기였다. 정근우의 태그업 플레이에 대한 오심으로 벤치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이날 라모스는 5-7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홈런을 때리며 드라마를 연출했다. 끝내기 만루 홈런은 LG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회자되는 로베르토 페타지니 이후 두 번째다. 라모스는 26일 한화전에서도 결승 홈런을 때려내며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라모스는 전체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마지막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총액 50만 달러(계약금 5만·연봉 30만·인센티브 15만 달러)로 금액도 높지 않다. 예상과는 다른 선수를 데려오자 팬들의 기대감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라모스는 LG의 영원한 숙제와도 같은 거포 4번 타자의 갈증을 해소시켜주고 있다. 홈런 8개, 장타율도 0.794는 전체 1위다. 삼성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가 7안타에 그친 점과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라모스의 남다른 파워는 LG 최초의 잠실홈런왕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그동안 역대 3번의 잠실홈런왕 모두 OB·두산 소속(1995년 김상호, 1998년 타이론 우즈, 2018년 김재환)이었다. LG는 페타지니 이후 조쉬 벨, 브랜든 스나이더, 잭 한나한, 제임스 로니, 아도니스 가르시아, 토미 조셉 등이 거쳐간 외국인 타자 자리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5~2017년 루이스 히메네스가 그나마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히메네스도 유일한 풀타임 시즌이던 2016년 전반기에만 20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과시한 이후 후반기 부진하며 아쉬움을 남겼고 이듬해 중도 퇴출됐다. 라모스는 정교함과 힘을 모두 갖췄다는 점, 아직 나이가 젊어 성장 가능성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 LG의 키맨으로 꼽히고 있다. 잠실 라이벌 두산이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를 데리고 승승장구한 모습을 지켜봤던 LG는 페르난데스 못지 않은 외국인 타자를 갖춤으로써 팀의 21세기 첫 우승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윤미향, 8년 전 이용수 할머니 비례대표 출마 말려…녹취록 공개

    윤미향, 8년 전 이용수 할머니 비례대표 출마 말려…녹취록 공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옛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8년 전 이용수 할머니의 국회의원 출마는 만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출마를 결심한 이용수 할머니에게 윤미향 당선인이 “위안부 문제 해결은 국회에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득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된 것이다. 노컷뉴스가 녹취록을 입수해 27일 보도한 윤미향 당선인과 이용수 할머니의 통화는 2012년 3월 8일 이용수 할머니가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선언을 하기 직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도저히 죽을 수 없다. 국회의원이 되면 일본 국왕으로부터 사죄와 배상을 반드시 받아오겠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국회의원 안 해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 보도에 따르면 윤미향 당선인은 당시 이용수 할머니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은) 국회의원을 안 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출마를 만류했다. 그 밖에도 ‘(이용수 할머니의) 총선 출마를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싫어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 이에 이용수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이 뭐하는데 기분 나빠하느냐. 나는 그런 것 때미로(때문에) 할 것 안 하고 (하지 않는다)”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죽어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안타깝다”고 반박했다.이어 “국회의원이 되면 월급은 다 좋은 일에 할(쓸) 것”이라며 “(내가) 걱정되면 ‘할머니 건강이 걱정된다’고만 하면 된다”며 윤미향 당선인을 나무라기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러한 통화가 오가고 6일 뒤인 그 해 3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시 이용수 할머니는 “국회에 진출해 직접 정부와 일본을 압박하는 것이 살아 있는 동안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노컷뉴스 측은 이와 관련해 윤미향 당선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열흘동안 900만명 검사한 中우한…“5~10명씩 묶어 검사”

    열흘동안 900만명 검사한 中우한…“5~10명씩 묶어 검사”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받는 중국 우한시에서 감염 재확산을 우려해 열흘 동안 주민 900만명을 대상으로 대량 핵산검사를 진행한 결과 200여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27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우한시는 지난 15~24일 검사를 받은 우한 주민 900만명 중 확진자가 1명, 무증상 감염이 218명 발견됐다. 중국은 현재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공식 확진 통계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10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900만명이나 검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룹검사’ 덕분이라고 전했다. 우한대학 중난병원의 한 의사는 “우한의 병원과 검사기관에서는 대체로 5~10명의 검체를 함께 검사했다”면서 “음성이 나오면 해당 그룹은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한다. 양성이 나오면 검체를 분리해 개별적으로 다시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펑즈융 중난병원 중환자실 주임도 “이는 검사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방법이 아니었다면 우한시는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검체를 검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룹검사의 정확도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그룹검사는 감염 비율이 1% 아래일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했다. 감염률이 5% 이상이었다면 그룹검사는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상주 인구가 1100만명인 우한시는 5월 들어서 거주단지별로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자 이미 핵산검사를 받았던 사람이나 6세 이하 아동을 제외한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검사를 벌이기로 했다. 첫날 11만여명이 검사를 받았고, 7일째인 지난 21일에는 검사 인원이 100만명으로 늘어났다. 전수검사가 거의 끝난 현재 많은 우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핵산검사 결과를 지인들과 공유하고 있다. 주민 뤄닝씨는 “나는 음성 판정을 받았으니 나와 어울려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오늘의 눈] 사과의 매듭/정서린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사과의 매듭/정서린 산업부 기자

    지난 6일 대국민 사과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시계는 유독 빠르게 돌았다. 국내외는 물론 산업계 경계를 가로지르며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 갔다. 지난 13일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삼성SDI 사업장에 초청해 첫 단독 회동을 가졌다. 17~19일에는 2박 3일간 코로나19 진단 검사와 결과 대기를 세 차례 반복해 가며 중국 출장을 강행했다.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인 시안 반도체 공장의 2기 증설 작업을 점검했다. 지난 21일에는 평택에 9조원을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위기의식이 턱 밑까지 치받혔음을 거듭 강조했다. 사과문에서 그는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말로 ‘뉴 삼성’을 향한 비전과 도전 의지를 설파했다. 시스템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키워 내려는 최근 행보는 그 약속을 이행하고 있음을 몸소 보여 준 셈이다. 하지만 경영·사업에 집중된 이 부회장의 움직임이 분주한 것과 대조적으로 막상 대국민 사과의 핵심 이유인 승계·노동·노조·시민사회와의 소통 문제 등 과거 준법 위반 행위의 재발을 막을 이행안 마련은 아직 더뎌 보인다. 이 부회장의 사과와 별도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주요 계열사가 낸 개선안은 2개월간의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구체성과 실행력이 떨어져 미흡하다는 평가로 퇴짜를 맞았다. 근본적으로 이 부회장이 사과를 해야 했던 원인에 대한 대책, 과거 위법 행위와의 고리를 끊어 낼 재발 방지안으로 매듭을 짓지 않으면 사과는 그럴 듯한 형식과 공허한 선언에 그칠 뿐이다. 삼성은 사과문이 이 부회장이 직접 고심해 작성한 것임을 들어 ‘진정성이 담긴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진정성이란 스스로 선전해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로 이어졌을 때 외부에서 인정해야 얻어지는 가치다. 쇄신 없이 반복된 사과는 “삼성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세간의 비판과 의심을 확산시켜 왔다. 이 부회장은 2017년 8월 국정농단 사건 1심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평소 ‘제가 경영을 맡으면 제대로 한 번 해보자, 법과 정도를 지키는 건 물론이고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기업인이 되어 보자’고 다짐해 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뜻을 펴 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돼 버리니 만감이 교차하고 착잡합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는 절박했던 당시의 다짐을 실현할 출발점이다. 경영진도 ‘법을 다 지켜 가며 어떻게 기업을 이끄냐’는 낡은 사고를 버리고 충실한 액션플랜을 내놔야 한다. 삼성은 물론 우리 사회의 새 출발이 될 기회를 이번엔 날려보내지 않길 바란다. rin@seoul.co.kr
  • 中 반감 커진 EU, 미중 사이 ‘등거리 외교’ 균열

    中 반감 커진 EU, 미중 사이 ‘등거리 외교’ 균열

    코로나·홍콩보안법 두고 대중외교 고심가디언 “미중, 둘중 하나 선택 압력 커져” 반중노선은 미국만 파트너로 남아 우려 팬데믹 이후 시진핑 국제적 역량에 의문 獨·英, 5G사업에 화웨이 배제 움직임 伊 등 친중국가 얽혀 대립각 세우기 곤란 코로나19 사태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논란 등 중국발(發) 이슈가 잇따르며 대중외교 노선을 둘러싼 유럽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커지고 있지만, 자칫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 노선에 편승하는 듯한 모습이 될 수 있는 등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를 전환점으로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유럽은 다른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발언을 보도했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보렐 고위대표는 최근 잇따른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대중국 관계의 변화를 주장해 왔다. 유럽은 그동안 중국과의 경제·외교 관계를 의식해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해 왔다. 중국 역시 중·동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17+1’ 정상회의를 만드는 등 자국 주도로 전 세계 경제벨트를 구축하는 ‘일대일로’에 유럽을 끌어들이는 데 적극적이었다. 가디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지나친 반중노선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중국과 멀어질 경우 트럼프가 EU의 유일한 주요 파트너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유럽이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없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를 비롯해 일련의 사태들을 거치며 중국을 향한 유럽의 인내심도 조금씩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대중국 관계의 ‘게임체인저’가 됐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드러난 중국의 폐쇄성 문제는 시진핑의 중국이 국제사회의 리더이자 동반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키웠기 때문이다. 자국 내 5G(5세대) 이동통신 사업에서 중국의 화웨이 참여를 배제하려는 독일과 영국 등의 최근 움직임은 이 같은 변화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보렐 고위대표는 “그동안 EU와 중국의 관계가 신뢰와 투명성, 상호주의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하며 관계 재설정을 주문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유럽이 미국의 뒤를 이어 중국과 전면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중국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독일보다도 높은 이탈리아처럼 ‘친중색’이 짙은 국가가 있는 등 회원국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점도 변수로 지적된다. 독일 저널리스트 프랭스 시에렌은 “EU 지도자들도 이제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에 대해 얘기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중요성도 알고 있기에 (그들과의) 협력도 강조한다. 트럼프의 세계보건기구(WHO) 비판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말을 아끼기도 했다”면서 “EU는 미국을 따라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코로나 치료비 500만원… 건강보험 있어 K방역 가능했다

    코로나 치료비 500만원… 건강보험 있어 K방역 가능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치료비가 1인당 평균 48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서울신문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각종 진료비를 계산한 결과 코로나19에 걸리면 진단비(16만원)와 치료비로 평균 505만원이 들었다. 물론 증상에 따라 비용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지내는 경증 환자가 아니라 음압병상을 이용해야 하는 중등도 환자는 평균 입원일수 20일로 계산할 때 전체 치료비가 평균 1300만원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치료비 낼 돈이 없다는 이유로 도망 다닌 코로나19 확진환자는 아무도 없었다. 진단비부터 치료비까지 모두 국가가 책임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줄곧 강조하는 ‘K방역’의 기본 원칙은 ‘조기 검사, 조기 추적, 조기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 등 입국금지 문제나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혐오와 배제를 배격한 것 역시 인권 문제와 방역 문제가 결합해 있다. 그런데 만약 돈이 없어서 진단을 거부하거나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어땠을까. K방역은 고사하고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돌아다니거나 추적을 피해 도망 다니는 사태가 생기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코로나19 진단검사는 물론 음압병상 치료비까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야말로 K방역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본인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이 가능한 건 국민건강보험에서 80%, 정부에서 20%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사실상 전 국민을 포괄하는 가장 대표적인 보편적 복지제도라는 성격 때문에 외국에 비해 낮은 의료비로 높은 의료접근성을 가능하게 한다. 사회보험제도를 택한 나라를 비교해 보면 독일의 직장보험료가 14.6%인 반면 한국은 6.67%로 두 배 이상 저렴하다. 전 국민 건강정보가 축적되다 보니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환자의 기저질환 여부를 확인하고 위험군을 분류하는 것도 신속하게 가능하다. 또 대구 등 특별재난지역은 건보료 납부액 기준 하위 50%이거나 그 외 지역 건보료 납부액 기준 하위 20% 가입자의 건보료를 3개월간 50% 감면해 주고,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 후 청구하는 급여비의 90%를 열흘 안에 지급하는 정책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사실 한국은 특이한 건강보장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다. 선진국 가운데 유일한 예외인 미국를 빼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 의료보장제도는 크게 국영의료서비스(NHS)와 사회보험으로 유형을 나눌 수 있다. 국영의료서비스는 국가가 세금을 재원으로 운영하며 의사는 공무원이거나 그에 준하는 신분으로 일한다. 사회보험 방식은 직장이나 지역별로 다양한 조합에서 보험료를 거둬 운영한다. 하지만 한국, 일본, 대만 등은 직장과 농어민 조합 등을 모두 통합했다. 한국도 처음에는 직장과 지역 등 수백곳으로 나눠져 있었지만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건강보험제도가 K방역의 디딤돌이 됐다면 그 반대편에 존재하는 실패 사례는 단연 미국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국은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66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0만명을 바라본다. 미국은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는 물론 진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 연방의회는 부랴부랴 지난 3월 18일 코로나19 검사비를 전액 보전해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건강보장제도도 없다 보니 치료비 부담까지는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는 형편이다. 미 건강보장제도의 중심에는 민간 보험회사가 있다. 65세 이상 혹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어’와 저소득층 대상의 ‘메디케이드’ 등 공적 의료보험 가입자는 전체 미국인 가운데 34.4%에 불과하다. 아무런 의료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인구도 8.5%나 된다. 코로나19로 실직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의료보험 가입 자격도 없어지기 때문에 의료보험 사각지대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 인구센서스(2017년 기준)를 바탕으로 249만 재미동포들의 의료보험 가입 현황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약 41만명이 어떠한 의료보험에도 가입해 있지 않은 상태다. 민간 의료보험도 직장 가입자가 약 135만명, 개인 가입자가 약 19만명이다. 공적 의료보험 가입자 53만명 가운데 7만명은 별도로 민간 의료보험에 중복 가입했다. 민간 의료보험 가입도 산 넘어 산이다. 보장 수준이 보통 등급인 민간 의료보험조차 공제금 4000달러(약 473만원)를 먼저 납부한 뒤 매달 365달러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가입을 했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미 보건의료단체 ‘페어헬스’에 따르면 백내장과 유방암 관련 의료비는 의료보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약 3676만원과 6억 1203만원(2019년 기준)이나 된다. 의료보험 가입자라 하더라도 본인부담금이 923만원에 이른다. 미국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장제도를 만들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1939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1945년 해리 트루먼, 1956년 린든 존슨 등 민주당 대통령들이 잇따라 시도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보수파, 지역적으로는 남부의 조직적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나마 존슨 전 대통령이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도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등 미국인 가운데 35%가량이라도 공적 의료보험 헤택을 받게 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오바마케어’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의무화 조항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는 코로나19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국과 미국 사례를 보면 ‘개인의 건강’과 ‘공동체의 건강’을 조화시키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국 역시 20년 전 건강보험 통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면 미국과 같은 사태를 겪지 말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신속한 건보료 지원은 진단·추적·치료에 이은 K방역의 4번째 요소인 셈이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5·18 기획’ ‘20대 국회 법안 분석’ 돋보여… 소외계층 기사 적어 아쉬움

    ‘5·18 기획’ ‘20대 국회 법안 분석’ 돋보여… 소외계층 기사 적어 아쉬움

    서울신문은 5월 주요 현안과 이슈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26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제127차 독자권익위원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 회의는 지난 1월 이후 처음 열렸다.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위원장을 비롯해 심훈(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 박준영(변호사), 이동규(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김준일(뉴스톱 대표), 유승혁(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독자권익위원이 참여했다. ‘5·18 소년이 40년 후 소년에게’ 기획 보도, ‘20대 국회 분석’ 등 총선 이후 보도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 인터뷰 등은 다소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래는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심훈 편집이 상당히 좋아졌다. 제목과 사진이 어긋나는 경우가 있었는데 많이 줄어들었다. 여성을 주제로 한 기사들이 예전에 비해 좀더 등장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지면에서 여성과 노인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경제면은 서민 생활과 경제를 강조하면 좋겠다. 13일자 엔씨소프트의 매출 신기록 기사보다는 소상공인 2차 대출 신청 기사에 더 큰 비중을 뒀으면 했다. 오피니언면에선 1일자 ‘네 발의 천사 안내견을 아시나요’를 인상 깊게 봤다. 안내견의 날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정치, 경제, 사회 외에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발굴해 다뤘으면 한다. 18일자 1면에 ‘5·18 소년이 40년 후 소년에게’ 기사 편집은 소년들의 사진을 나열하며 울림을 줬다. 이 외에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비중 있게 다뤘는데 이게 왜 과학적으로 중요하고 우리 실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내용이 없어 아쉬웠다. 박준영 민감한 얘기 좀 해 보려고 한다. 지난 12일 정준영, 최종훈씨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2심에서 감형이 이뤄졌다. 법원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가 많았다. 그런데 사실 성폭력 사건은 약물을 사용한 증거가 없으면 판단이 어렵다. 정씨가 강간이 아니라 준강간으로 기소된 이유다. 이런 고민 속에서 재판부가 감형을 한 것 같다.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것에 대해 엄중히 처단하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무차별적으로 비판만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연장선상에서 14일자 씨줄날줄 칼럼을 비판적으로 본다. 피해자와 합의한 부분은 양형에서 반영 안 할 수 없고, 법원이 선고일을 연기한 것을 (봐주기와 연관시킨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서는 누구나 억울하다는 주장은 할 수 있다. 저는 당시 검찰 수사가 위법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런 억울한 사례는 서민들에게 너무나 많다. (국회의원들은) 이런 부분은 관심도 없이 유력 정치인만 부각시키는데 비판을 받아야 한다. 유승혁 n번방, 정의연 등 큼지막한 이슈들이 많다 보니 소외계층 기사가 상대적으로 적어 아쉽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8일자 사회면에 ‘아빠의 아빠가 된 후에야 사랑의 기억을 찍습니다’ 기사는 읽으면서 짠함을 느꼈다. 정의연 사건은 전반적으로 정리는 잘했지만 11일자에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대립하는 기사는 진영 논리에 방점을 찍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21일자 문소영 논설실장의 진영 논리를 지적한 칼럼은 좋았다. 하지만 좀더 일찍 지적해 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5·18 관련 기획은 (언론사 중) 유일한 기획기사가 아니었나 싶다. 평소 매주 월요일자로 나오는 ‘채움’ 기사를 잘 챙겨 보는데 더 분석적으로 이슈를 다뤄 주면 좋겠다. ‘인포데믹’(거짓 정보가 유행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분석을 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지면이라고 생각한다. 김숙현 1일자 오피니언면에 K방역의 국제표준화를 다룬 기사를 보면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변화가 전면적으로 나온다. 다만 국제표준화를 언급하면서 이를 위해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언급돼 있지 않아 아쉬웠다. 유럽이나 일본만 봐도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는데 자가격리앱 등의 국제표준화를 어떻게 현실화시킬지 고민이 필요하다. 국제면은 내용이 사실상 유사한 기사가 하루 건너 나와 아쉬웠다. ‘中 때려서 표 모으는 트럼프’(4일자) 기사와 ‘미중, 코로나 팬데믹 원인 공방 격화’(5일자) 기사가 그렇다. 8~9일자 생방송 ‘아베 망신쇼’ 기사 등 일본 관련 기사는 제목이 자극적인 면이 있다. 반일 감정을 갖고 있는 독자들은 통쾌할 수 있지만 제목 하나로 기사가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 정의연 기사는 많이 다뤄지고 있는데 윤미향 전 이사장 인터뷰는 의혹에 대해 좀더 공세적으로 대답을 이끌어 냈으면 좋았을 것 같다. 11일자 대통령의 ‘포스트 코로나’ 구상에 실행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 사설이 좋았다. 대통령이 언급한 ‘인간안보’는 모호한 개념이니 지침이나 길라잡이가 필요하다. 김준일 5·18 관련 보도가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온라인과 지면의 유기적 연결은 아쉬웠다. 과연 누가 지면을 보고 서울신문 홈페이지 URL을 일일이 쳐서 인터랙티브를 볼까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QR코드를 만들어 스캔 한 번으로 간편하게 접근하도록 했으면 좋았겠다. 인터랙티브 사이트도 들어가서 좀 실망했다. 사진이 나열돼 있고 사진을 누르면 설명이 나오는 방식이 밋밋하게 느껴졌다. 서울신문은 독자들이 기사를 공유하거나 저장을 하는 행위까지 끌어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25일자의 민선 7기 중간평가 기사도 몇 년에 한 번씩 공약을 평가하는 방식인데 장단점이 있지만 그 시점만 보여 주는 ‘횡단연구’ 방식은 한 번 읽으면 잊혀지는 감이 있다. 광역지자체 17개만 정해 단체장 공약을 다 적어 놓고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지속적으로 변화를 보여 주는 ‘종단연구’ 방식의 사이트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또 저널리즘의 신뢰도가 낮은 현실에서 장기적으로 언론사가 어떤 전략을 갖고 갈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동규 20대 국회 활동을 분석한 기사들을 흥미롭게 봤다. 22~23일자 1면에 20대 국회 법안을 분석했는데 발의 건수가 아니라 법안의 중요도 등 다면적 요소로 평가하는 게 필요하다는 부분에 공감했다. 언론은 어떠한 이슈를 사회운동으로 연결 짓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화제가 되는 이슈인 민식이법 논란, 전 국민 고용보험, 원격의료 등에 대해 심층 기획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사설 등을 통해 자주 내용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고, 시의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본다. 14일자 ‘거리두기 늘자 숙박·음식업 직격탄’ 기사는 통계 분석이나 전문가 제언을 통해 고용 충격을 잘 보여 줬다. 다만 25일자 경제면의 산업연구원 보고서 기사는 독자들이 보기에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중차분법’이라는 용어가 나왔는데 개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만흠 12일자에 통합당 초재선들의 개혁 모임을 기사로 다뤘는데 현재 상황만 다뤄서 좀 아쉬웠다. 과거에 새로운 개혁파들이 들어와서 성공한 모델이 있는지 함께 다뤄 줬으면 독자들에게 더 좋은 기사가 됐을 것이다. 윤미향 전 이사장과 관련해서는 김 위원도 말했지만, 상황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으나 인터뷰를 좀더 공세적으로 했으면 좋았을 거 같다. ‘리셋 21대-구태를 끊으면 국민이 보인다’ 5회 시리즈 첫 번째로 다룬 법안 베끼기는 잘 지적했다. 사회적 운동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에 대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국회, 시민단체, 서울신문 등이 나서서 기준을 만들기 위한 토론을 하면 좋겠다. 정리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경기도의회 민주당 “진실 밝히는 노력 폄훼, 용납 않을 것”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대표의원 염종현·부천1) 의원들은 26일 성명서를 내고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통해 불거진 정의기억연대, 나눔의집 사태와 관련해 “‘헌신은 존중하되 책임은 분명하게’라는 원칙을 통해 공정하게 해결되길 바라며, 이번 사태를 빌미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운동을 폄훼하고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세력들에게 즉각 중지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위안부 문제는 군국주의 일본 정부가 아시아 여성을 전쟁터에 조직적으로 동원해 저지른 반 인도주의적 범죄행위”라며 “일본정부는 패전 이후에도 위안부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자신의 책임을 반성하고 사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가 역사적 사실로 밝혀지고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는 데에는 피해 당사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과 더불어 30여년에 걸친 정대협의 헌신적인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1440회에 걸쳐 진행된 수요집회와 국내는 물론 미국 의회 등에서 행한 피해당사자들의 고통스런 증언을 통해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의 양심을 움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의 소위 ‘위안부 합의’는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짓이었다”며 “공식적인 반성과 사죄 없이 보상금을 지급하여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에 우리 정부가 부화뇌동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역사적 진실은 몇 푼의 돈으로 가려질 수 없다”며 “돼지저금통을 들고 수요집회에 참석한 어린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고 바른 역사를 후손에게 전해주기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나눔의집에 대한 경기도의 특별점검에서 다수의 법률을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발견됐다”며 “공정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있는 그대로 사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련 단체들도 초심으로 돌아가 그 동안 소외되었던 피해 할머니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돌보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이번 사태를 이용해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폄훼하고 좌절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죄와 합당한 배상만이 피해할머니들의 한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역사를 왜곡하고 망각을 강요하는 세력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1370만 경기도민과 함께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인터뷰] 정규리그 1위 이끈 여자배구 레전드 이도희의 배구인생

    [단독인터뷰] 정규리그 1위 이끈 여자배구 레전드 이도희의 배구인생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 이도희(52) 감독은 1990년대를 풍미했던 여자배구의 전설이다. 현역 시절 자로 잰 듯 공격수 손아귀에 빠르게 안착시키는 볼 배급력으로 인해 ‘컴퓨터 세터’로 불렸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배구계의 오랜 격언대로 이도희를 보유한 팀은 긴 연승과 연속 우승을 만끽했다. 일신여상은 그가 고3이던 1985년까지 119연승을 했다. 실업팀 호남정유(현 GS칼텍스)는 92연승 금자탑을 세웠다. 그가 주장을 맡은 국가대표팀은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국제 대회 사상 첫 금메달을 안았다. 2006년부터 흥국생명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어온 그는 2017년 4월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고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3시즌 만인 2019~20시즌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서울신문은 26일 경기 용인 현대건설 배구단 체육관에서 이 감독을 만나 그의 배구 인생을 들었다. ― 현대건설을 9년 만에 정규 1위로 이끈 비결은. “제가 팀을 이끌었다기보다 팀 분위기가 좋아서 1위를 한 것 같다. 평소 훈련 중에도 대화를 많이 한다. 배구는 조직력이 중요한데 서로 맞춰 가면서 끈끈해졌다.” ― 감독님만의 선수 지도 철학이 있는가. “감독인 나의 스타일을 강요하기보다는 선수들 각자의 장점을 발굴하려고 노력한다. 선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은 한다. 선수들이 배구를 하면 스트레스에 굉장히 많이 노출되는데 선수들 얘기를 경청하면서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려고 도와준다. 배구가 재밌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다. 선수 시절에 내가 싫었던 건 웬만하면 강요하지 않으려고 한다. 반대로 하기 싫었지만 도움이 됐던 것들은 이해를 시키려고 하는 편이다.” ― 올시즌 유일한 이적생인 고예림 선수가 ‘새 직장’ 현대건설이 다른 점으로 소통을 많이 하는 점을 꼽더라. “선수들이 저하고도 얘기를 많이 하지만 훈련 시간에 선수들끼리 대화하는 시간을 준다. 수비와 세터 간 호흡은 어떤 식으로 맞출 건지, 어느 위치에서 수비할 건지 등을 얘기한다.” ― 감독 두 번째 시즌 때 11연패를 당하며 부진했다. 어떻게 극복했나. “분석해 보니 포지션 간 조직력이 안 맞았다. 보통 공격은 레프트와 라이트가 하는데 우리는 레프트 공격이 많이 약했다. 우리 팀에는 공격에 능한 양효진 센터가 있으니 공격을 센터와 라이트 외국인 선수 중심으로 하고 나머지는 어중간한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하며 범실을 줄이기로 했다. 그게 양효진의 최우수선수(MVP), 정지윤의 신인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 하루 일과를 설명해주시면. “주중에는 오전 8시 30분 스태프 미팅을 마치고 오전 훈련을 하고, 점심먹고 오후 훈련을 한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내 자신을 돌아본다. 혹시나 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선수들이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잘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 운동 외에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 있나. “훈련 시간 중간에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책을 많이 보는 편이다. 고전도 많이 읽는다. 최근에는 패스트와 한중록을 읽었다. ― 마음 속에 간직하는 격언이 있나. “항상 겸손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어느 위치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 감독님을 두고 주변 사람들이 차가워보인다는 얘기를 하더라. “저는 정적인 사람이다. 여행보다는 책 읽기, 돌아다니기보다는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굉장히 단호하다. 과거 일에 끙끙 앓고 미련 두기보다는 앞으로 계속 가는 스타일이다. 정에 이끌리지는 않는다. 꽤 오랫동안 나름대로 주변 사람들 말도 들어보면서 묵묵히 숙고(熟考)한 뒤에 단호하게 결정을 내리고 그 뒤로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 만약에 잘못되면 그건 내가 책임져야하는 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차가워 보인다는 얘기를 듣지 않나 싶다.”― 고교시절부터 함께한 김철용 감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두 분의 첫 만남이 궁금하다. “제가 일신여중으로 스카우트 됐는데 김철용 선생님도 제가 고등학교 갈 때 일신여상에 부임하셨다. 고3 언니들이 전국체전이 끝나고 실업팀으로 간 뒤인 중학교 3학년 2학기 중반부터 고등학교 체육관에 올라가서 연습을 했는데 그때 선생님을 처음 뵀다.” ― 김철용 감독은 당시 A속공을 가장 잘하는 1학년 이도희를 공격수에서 세터로 전향시켰다고 하던데. “사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세터를 시키려고 했는데 제가 하기 싫다고 했다. 세터들이 워낙 욕을 많이 먹으니까 하기 싫었다. 중학교 때는 신장이 큰 편이라 항의가 받아들여졌는데 고등학교 올라가니 배구 선수 치고는 신장이 170cm로 작은 편이라 안 먹혔던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때도 공격수였는데 당시 주전 세터였던 임혜숙 언니가 1학년 중반쯤 국가대표팀에 차출돼서 나가는 바람에 세터 자리가 비었고 그때 김철용 감독님이 세터를 시켰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선생님이 시키면 하는 거였다. 제가 1학년때 고3 언니들이 좋은 경기력을 갖고 있었다. 토스를 초보자가 하는데도 언니들이 받아주고 잘 때려주니까 계속 이겼던 것 같다.” ― 초등학교 1학년때 육상 선수를 하다가 10살 때 배구를 시작하셨다. 배구를 시작한 배경은. “키가 커서? 어렸을 때는 잘 뛰고 그랬나보더라. 몸이 약한 편이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말랐는데 부모님이 몸이 약하니까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지 않겠냐고 해서 하게 됐다. 제가 막내라 아버지가 저를 되게 예뻐하셨다. 아버지가 처음에는 운동하는 걸 별로 안좋아하셨는데 학교 선생님이 설득했다. 그뒤 부모님이 뒷바라지를 잘 해주셨다.” ― 김철용 감독과 이도희 감독 본인의 스타일을 비교한다면. “김 감독님은 훈련의 종류와 양이 많은 것으로 이름 높은데 저도 훈련은 충실히 해야 한다고 본다. 김 감독님의 좋은 점들을 코칭스태프와 의논해서 요즘에 맞게 적용해 보려는 부분들이 있다.”― 화려한 커리어에도 은퇴를 여러 번 결심했다 번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은퇴를 결심한 건 언제인가. “실업 4년차였을 때 고교랭킹 1위로 왼손잡이에 점프력도 좋고 몸도 빠른 후배가 들어왔다. 1, 2년차 때 선배 언니가 위에 있을 때는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배가 뛰고 내가 밖에서 기다릴 때는 마음이 힘들더라. 세터는 팀에서 포지션이 한 자리라 주전 세터와 호흡을 많이 맞추다 보면 나머지 세터는 자연스레 훈련장 바깥으로 빠지게 된다. 안 되겠다 싶어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고 김철용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1년만 노력해 보자고 했다. 그때부터 똑같이 훈련을 시켜 주셨다. 그런데 선생님이 원하는 플레이에 후배보다 제가 더 맞았던 거 같다.” ― 1991년 3월부터 1995년 1월 선경에 패하기 전까지 4년 2개월 동안 92연승을 했다. “1991년 슈퍼리그 첫 우승 때 제가 6년차였고 장윤희, 김호정, 홍지연, 이정선 등 고교 4총사가 3년차였다. 박수정이 1년차로 엄청 어렸다. 뒤로 갈수록 더 전성기가 온 것 같다. 제가 나간 뒤에도 주전 공격수들이 그대로 남았고 1999년까지 9연패를 했다.” ― 선수 시절 겪은 후보의 설움이 이제 선수를 지도하며 도움이 되는지. “사실 옛날 얘기를 안 하려고 한다. 자꾸 하면 ‘꼰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대신 선수 말을 듣는 편이다. 후보는 몸이 안 풀린 상황에서 들어가서 주전보다 잘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잘해야겠다는 욕심보다 팀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독려한다.” ― 1992년 MVP를 받고 세 번째 우승을 거둔 1993년 다시 은퇴를 고민한 것으로 아는데. “아버지가 아프셨다. 그리고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소원이 죽기 전에 삼남매 가운데 누군가 결혼하는 걸 보는 거였다. 얼른 은퇴하고 선 봐서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만두지 못했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김철용 선생님이 국가대표팀 감독이 됐고 주변에서 “네가 도와줘야 한다”고 얘기했다. 아시안게임 있는 그 시즌까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1994년 8월 국제 그랑프리 경기가 열릴 때 부친상을 당한 슬픔에도 경기에 나섰는데. “그랑프리는 한국, 필리핀, 태국에서 일주일씩 돌아가며 경기를 한 뒤 4위 안에 들면 중국 상하이 결승에 가는 방식이었는데 아버지는 제가 한국에 있을 때 돌아가셨다. 선수들이 검은색 리본을 달고 경기를 뛰었다. 출국을 앞두고 있어 임종은 지켰지만 장지는 따라가지 못했다. 아버지가 도와주셔서 그런진 몰라도 그때 성적이 좋았다. 필리핀에서는 미국, 네덜란드, 독일을 다 이겨서 1등을 했다. 저는 대회 MVP도 받았다.” ― 가족들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제가 주장이었고 이틀 뒤 경기가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엄마랑 오빠가 가서 경기하라고, 아버지도 그걸 원하실 거라고 얘기했다. 또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선수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 줘서 출전했다. 제가 몰입을 잘하는 편이라 경기할 때는 잊어버렸다가 경기가 끝나고 아버지 생각이 나서 잠을 잘 못 잤다. 한국에 돌아와서 김철용 선생님이 아버지 산소에 같이 가주셨다. ― 두 달 뒤 열린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을 따고 바로 브라질로 가서 세계선수권대회 4위를 했다. 돌아와서 시즌을 치렀다.” ― 1991년 태릉선수촌에서 당한 무릎 연골 부상도 은퇴를 앞당겼다. “그때 무릎 연골이 몇㎝ 찢어져서 굉장히 많이 붓고 물도 찼다. 지금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참고 치료를 받으면서 경기에 나갔다. 그 다음해 소속팀에서 일본에서 수술을 안 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서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갔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수술하면 시즌을 못 치르니까 그냥 돌아오기도 했다.” ― 1994년 한국체대에 입학했다. 늦깎이 대학생이 된 이유는. “자기 만족이 컸다. 어렸을 때 여대생으로 캠퍼스를 누비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그래서 운동을 그만두면 대학 가서 공부도 하고, 은퇴쯤에는 공부 많이 해서 교수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막상 공부를 해보니까 쉽지 않아서 석사까지만 했다.” ― 1995년 3월 슈퍼리그를 끝으로 은퇴했다가 6개월 만에 복귀하고 1996년 슈퍼리그 6연패 달성 후 다시 은퇴했다. “당시 엄청 울었다. 1996년에는 애틀랜타올림픽이 있었다. 대표팀에 12명을 뽑는데 김철용 선생님이 나까지 일단 13명을 뽑아 놓으셨다. 끝내 안 들어갔다. 대학 생활을 했고 1997년에 결혼을 했다.” ― 그런데 1999년 11월 한시적으로 복귀하고 2000년 3월 또 은퇴를 했다. “감독, 코치님들과 선수들이 팀 10연패를 위해서 좀 도와 달라고 했다. 그때 큰애가 3살이었다. 주전 세터가 아니었는데도 운동을 안 하다가 하니까 힘들었다. 결국 10연패는 하지 못했다. 그땐 스물여섯, 스물일곱이어도 노장 소리를 들었는데 저는 서른한 살이라 후배들을 위해서 얼른 자리를 비켜 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 요즘 여자배구 인기가 상한가다. “이전에도 여자배구는 인기가 많았다. 고교 시절엔 남학생들에게 선물과 팬레터도 많이 받았다. 물론 선생님들이 점검하고 건네 주시긴 했지만. 그때는 운동을 잘하는 운동선수로서 인기가 많았다면 지금은 운동도 잘하면서 외모도 예쁜 셀럽으로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 ― 여자프로배구 사상 최초 여성 코치이면서 또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과 함께 여성 지도자 시대를 열었다. “과거에는 감독과 코치 두 명이 모든 훈련을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남자 지도자가 남자 파워로 때려 줘야 제대로 훈련이 된다고 여기는 측면이 있었다. 프로화가 되면서 파트별로 코치, 트레이너 등이 세분화, 전문화되면서 여성 지도자가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지상파 3사 해설위원을 거쳤는데. “김철용 감독님이 2006년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고 저를 (코치로) 불렀다. 1년 정도 하고 그만뒀다가 2년 뒤 다시 코치가 됐는데 그사이 방송 해설을 하면서 팀을 객관적으로 보고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을 키운 것 같다.” ― 흥국생명이 이다영을 데려갔다. 이다영이 부진할 때 믿고 기용해 리그 최고 세터 수준으로 키운 걸로 아는데. 현대건설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큰 것 같다. “아쉽지 않다고 얘기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FA는 전적으로 선수 본인의 선택이고 그 선택을 존중한다. 거기 가서도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애정을 갖고 그 선수를 키웠기 때문에 그 선수가 좋은 선수가 성장하길 바란다. 팬들의 그런 비판은 2018~2019 시즌에 이다영 선수가 힘들어할때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최근 이다영의 대체자인 세터 이나연 영입도 화제였다. “아직까지 평가를 내릴 수는 없는 단계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건 좀 있다. 이 선수가 얼마나 따라올지, 이 선수가 내가 얼만큼 발전 시킬 수 있을지가 문제다. 이 선수랑 같이 훈련해보면서 이 선수가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보이게 하는 게 제 역할이다. 단점은 안 보이게 하면서 장점 부각되게 하는게 제 역할인 거 같아서. 이나연 선수는 자신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 이다영 선수는 당연히 포함 될테니 이다영 선수를 빼고 코치 시절부터 통틀어서 감독님 밑을 거쳐간 세터 중에 기억에 남는 세터를 말해달라. “염혜선 선수는 굉장히 열심히 하는 선수여서 좀 더 잘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효희 도로공사 코치는 선택이 굉장히 좋은 선수여서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사실 흥국생명 이영주 선수가 기억에 남는다. 공격수 였다가 세터로 전향한 선수였다. 프로팀에서 제일 처음 가르쳤던 선수라서 구질도 좋고 그래서. 운동을 좀 더 오래 하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김다인 선수가 제 밑에서 올해 3년째 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 선수가 잘 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수원시청에서 뛰던 김주하는 결혼 뒤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감독님과 닮았다. 감독님도 수원시청에서 뛰셨다. “코로나19로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하면서 리베로 김주하 선수를 선보이지 못하고 끝난게 아쉬웠다. 김연견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대체자가 필요했는데 이영주는 너무 어렸고, 고유민은 리베로 자리를 부담스러워해서 레프트 백업으로 원위치했다. 그래서 김주하 선수에게 부탁을 했고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 김주하는 우리 팀의 주전 리베로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다. 수원시청에서 선수생활을 했는데 이번 시즌 개인사로 작년에 그만둔 것 같더라. 몸이 좀 많이 아팠는데 몇개월 쉬고나니까 괜찮아졌다고 하더라. 김주하 선수는 체력이라든지 고질적인 부상이 있다. 충분히 체력 보강을 해야 시즌때 아프지 않고 시즌을 마칠 수 있다고 많이 얘기를 했다.” ― 앞으로 꿈은. “거창한 꿈은 없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사는 것이다. 새 시즌에도 선수들과 재미있게 좋은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美 ‘우한연구소 때리기’ 아팠나…연구소장 첫 등장 “완전 조작”

    美 ‘우한연구소 때리기’ 아팠나…연구소장 첫 등장 “완전 조작”

    왕옌이 소장 “작년 12월 30일 바이러스 처음 봐”“가지고 있지도 않은 바이러스 어떻게 유출하나”연구 바이러스-코로나19 유전자형 96.2% 유사왕 소장 “유전학에서 3.8%는 엄청난 차이” 반박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바이러스 유출설’ 진앙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소장이 언론 인터뷰를 갖고 유출설을 강력 부인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옌이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소장은 관영 영문뉴스 채널 CGTN과 인터뷰에서 이 연구소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돼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완전한 조작”이라고 일축했다. 왕 소장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유출설을 부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우리는 지난해 12월 30일 이 바이러스의 샘플을 처음 접했으며, 이후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전에는 접촉한 적도, 연구한 적도, 보관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바이러스를 어떻게 유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에볼라 바이러스 등 치명적인 병균을 연구할 수 있는 중국 내 유일한 ‘생물안전 4급’(P4) 실험실로,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 화난수산시장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로 인해 이 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합성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돼 확산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도 그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이 연구소 연구팀이 발견해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19와 96.2% 유사성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런 의혹을 키웠다.이에 왕 소장은 “‘RaTG-13’이라는 바이러스가 코로나19와 게놈 유사성이 96.2%라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일반인의 눈에 96.2% 유사성이 대단히 의미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유전학에서 3.8% 차이는 엄청난 차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보유한 살아있는 바이러스는 3종으로, 이 중 코로나19와 유사성이 가장 높은 바이러스도 그 유사성이 79.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왕 소장은 “과학자들은 세계 각지의 야생동물이 어떤 바이러스를 가졌는지, 코로나19와 유사성이 높은 바이러스는 어디에 있는지 등을 아직 알지 못한다”며 “코로나19의 기원을 찾는 것은 과학자들이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열린세상] 뉴딜 정책의 데자뷔로 본 코로나 이후 미래설계의 방향/이은우 건양대 교수

    [열린세상] 뉴딜 정책의 데자뷔로 본 코로나 이후 미래설계의 방향/이은우 건양대 교수

    세계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보이지 않는 적을 섬멸할 무기도 없이 오직 적으로부터 격리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는 어려운 형편이다. 필자도 처음으로 이번 학기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다. 많은 교수들이 그동안 외면해 오던 온라인 교육시스템에 강제적으로 적응하고 있으며 이제는 그 장점도 인식해 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비대면 교육, 재택근무, 화상회의, 무관중 경기·공연·토론회, 온라인 상거래 등 언택트(비대면) 사회의 요소들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운석이 떨어져 지구상의 공룡이 멸망했듯이 코로나바이러스가 그전의 사회를 멸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 나갈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해 온다. 현재로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각국의 급격한 경제활동 위축으로 휴업과 폐업, 대규모 실업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난국을 타계하고 더 밝은 미래를 위한 한국형 뉴딜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1918년 끝난 1차 세계대전 때까지 미국은 연합국의 보급기지 역할을 하면서 경제가 활황을 거듭하지만 전쟁 이후에도 생산설비를 줄이지 않은 탓에 상품은 과잉 생산되고 수요는 줄어들어 결국 1929년 10월 24일 ‘뉴욕 주식거래소’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대공황이 시작된다. 개인주의와 자유방임주의를 표방하는 아메리칸드림을 신봉하던 후버 대통령은 정부 지원책은 실업자들을 도덕적으로 타락시킬 뿐이라는 믿음이 확고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불황기인 1933년 취임한 루스벨트는 정부가 개입해 실업자 구제, 경기부양, 경제제도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를 창출한다는 대선 공약인 뉴딜 정책을, 라디오 방송프로 노변정담을 활용해 비난하는 국민을 설득해 가면서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유일한 4선 대통령이 된 루스벨트는 과잉생산과 자유방임으로 일어났을지도 모를 물리적 혁명을 피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공동의 선을 이루는 데까지 아메리칸드림의 의미를 확장했으며 소속 정당의 30여년 집권의 터를 닦았다. 지금의 상황이 경제적 충격 면에서는 미국의 1920년대 말 대공황 못지않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와 코로나 사태 이후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루스벨트가 성공적시켰던 뉴딜 정책의 데자뷔로 보는 한국형 뉴딜 정책의 방향을 생각해 본다. 첫 번째 방향은 과학기술기반의 복지국가를 미래 지향점으로 설정하자는 것이다. 복지에 대한 투자가 일시적 고통 완화로만 끝나게 되면 모두가 가난한 평등만 실현될 우려가 크다. 지속가능하고 건실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복지지출이 성장에 대한 투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과학과 의료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혁신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이 과정도 K방역에서 증명된 것처럼 과학기술자 등 전문가가 주도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코로나 사태의 충격으로 엄청나게 커진 사회적 수용성이 사라지기 전에 과감한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가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 합의하고 세계 각국이 경제사회 살리기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지출에 나서도 별 저항이 없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핵심은 신속하고도 과감한 규제혁신이다.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전에 이 막다른 골목 효과를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 이익공유와 고통분담으로 규제를 둘러싼 해묵은 사회적 갈등을 풀어 나가야 한다. 세 번째는 국민적 자긍심을 승화시켜 국민의 심리적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계기로 만들자는 것이다. 우수한 의료진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및 바이오 기술, 그리고 자발적 방역 참여자들 덕분에 국민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는 국민적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웃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시민의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에 적극 동참한 국민들이 있었기에 지역이나 도시의 봉쇄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런 마음을 자긍심으로 승화시켜 국민적 화합과 희망찬 미래로 나가야 한다.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되어 가는 중차대한 이 시기에 우리가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념을 뛰어 넘어야 한다. 루즈벨트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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