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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임기 보장된 윤석열 검찰총장, 오해 살 행동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지난주 법무부와 검찰에서 동시에 인권수사를 위한 TF를 출범했다”면서 “권력기관 스스로 주체가 돼 개혁에 나선 만큼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여당 인사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압박하던 터라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윤 총장의 진퇴 여부에 대해 의중을 밝힐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문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의 협력을 강조했다. 윤 총장에 대한 여권의 압박은 당분간 수그러들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어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앞으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조차 거명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대응과 관련해 당내 의원들이 개별적인 공세를 하지 말고, 문제가 있다면 상임위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적이다. 박범계 의원도 “(윤 총장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은 이 나라에 대통령 한 분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민주당 지도부의 신중론은 윤 총장에 대한 당내 공세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을 중심으로 반격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보수 야권의 전략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청법 제12조 3항에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규정돼 있다. 검찰총장이 법과 양심에 따라 소신 있게 일하라는 취지로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여권의 윤 총장 흔들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윤 총장이 내년 7월까지 임기를 마치도록 돕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윤 총장이 종편인 채널A기자와 검사장의 유착 의혹과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부의 조사에 제동을 걸어 인권부로 관할을 옮긴 것은 감찰 회피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검언유착의 의혹을 사는 검사장은 윤 총장 측근이고, 인권감독관은 윤 총장과 함께 일했던 현직 차장검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윤 총장은 대검 감찰부에 진정된 한 전 총리 사건을 한 달 동안 조사한 뒤 보고하자 이를 협의나 재배당 절차 없이 사본을 만들어 서울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일방적으로 재배당했다. 원본이 아닌 사본을 통한 사건 배당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윤 총장은 대검 감찰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 기밀 각색한 볼턴의 외교결례… 살얼음판 남북미에 돌 던졌다

    기밀 각색한 볼턴의 외교결례… 살얼음판 남북미에 돌 던졌다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부터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회동까지의 뒷얘기를 다룬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는 권력에서 축출된 ‘네오콘’의 민낯이 드러난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경색되고 있는 북미·남북 관계를 수렁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회고록 자체가 리비아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유일한 대북 해법으로 여기는 네오콘 출신 ‘슈퍼매파’ 볼턴의 관점으로 각색됐다. 정상외교 이면을 공개하는 것은 외교 기본에 어긋나며 살얼음판을 걷는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을 드러내고자 ‘배설’하듯 쏟아냈다. 애초 한반도의 운명 따윈 관심 밖이었으며 ‘불량국가’를 무너뜨리는 데 골몰했던 그가 안보기밀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볼턴이 백악관에 머문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는 남북미 정상의 톱다운 외교에 힘입어 한반도 운명의 대전환기였다. 그는 북미 정상외교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협상의 본질적 내용보다는 언론의 주목을 끄는 데 있었으며, 대북 외교는 완전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등 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짓말쟁이’라고 부르고 “더 많은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신뢰 구축은 허튼소리”라고 맹비난한 점 등은 북측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미측이 협상 신의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북측이 ‘어느 쪽이 정상국가인가’라며 반발하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미 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다. 비핵화 협상 동력을 살리고자 부심했던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시종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본다. 볼턴이 북미 외교를 “한국의 창조물”,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된 것”이라고 묘사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뒷받침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볼턴은 판문점 회동 당시 북미 모두 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고, 특히 미국은 동행 제안을 3차례나 거절했음에도 문 대통령이 매달렸다는 식으로 묘사했다. 청와대가 22일 볼턴 회고록을 이례적으로 맹비난한 것은 가뜩이나 남북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상 외교의 내밀한 뒷얘기가, 자의적으로 왜곡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방관한다면 볼턴의 주장이 사실처럼 간주될 우려가 있고, 남북·북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담겨 있다. 북한의 개성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9·19 군사합의 무력화에도 대화를 포기할 뜻이 없는 청와대로선 북한과의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불순물’이 가득한 주장을 정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대응은 백악관과도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책은 거짓말과 지어낸 이야기의 모음”이라고 비난했다. 볼턴이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에 대해 “조현병 같은 생각”(schizophrenic idea)이라고 원색적으로 폄훼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볼턴) 본인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응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판문점 남북미 회동 당시 볼턴이 몽골에 갔던 점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때 볼턴의 역할이 뭐였는지 말씀드리지 않아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볼턴은 판문점 회동 두 달여 뒤 경질됐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조선 찻사발 ‘히틀러 거래상’ 손에 어떻게 들어갔나

    조선 찻사발 ‘히틀러 거래상’ 손에 어떻게 들어갔나

    조선시대에 제작된 명품 찻사발이 나치시대 미술상의 컬렉션을 몽땅 상속받은 스위스 베른의 한 미술관에서 확인됐다. 한국 문화재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에게 고용된 미술상의 손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관심이 집중된다. 스위스 베른시립미술관은 2014년 사망한 독일인 코르넬리우스 구를리트가 소장하던 작품 1500여점에 대해 4년간의 출처 조사를 마치고 작품 리스트를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그에게 작품을 대거 물려준 아버지는 히틀러를 위해 일했던 유명한 예술품 거래상이었다.●임진왜란 전 조선 찻사발 일본 통해 간 듯  21일 베른시립미술관이 웹사이트에 게재한 구를리트의 잘츠부르크 리스트에 따르면 엷은 황토색의 조선시대 다완 2점이 사진과 함께 간략하게 소개돼 있다. ‘072_10_a’와 ‘072_10_d’라는 번호가 붙여진 도자기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이 확실하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072_10_a’ 찻사발은 깨어진 조각을 붙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미술관 측은 ‘아시아 도자기’라고만 소개하고 있다.  사진을 본 비영리법인 법기도자 이사장인 신한균 사기장은 “실물을 직접 보지 않았지만 ‘072_10_a’는 임진왜란 이전에 조선에서 만들어진 명품 찻사발이 분명하다”며 “이런 명품 찻사발을 서양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함축하는 바가 많다”고 평가했다. 신 사기장은 ‘072_10_d’에 대해서는 “임진왜란 직후 일본인들이 조선 도공에게 주문해 만들어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찻사발은 17세기 중반까지 조선에서 만들어졌으나 이후 맥이 끊어졌다가 20세기 중후반에 재현됐다. 신 사기장은 조선 전기의 도자기가 어떻게 머나먼 유럽까지 갔는지에 대해 전문가와 학계가 나서 연구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계통의 도자기 가운데 최고봉으로는 꼽히는 기자에몬(喜左衛門·일본 도쿄 다이토쿠지 고호안 소장)은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다. 신 사기장은 “베른의 조선 찻사발은 일본이 유럽에 도자기를 수출할 때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도자기의 보관 상태, 관련 에피소드 등에 대해 이메일로 물었으나 미술관 측은 답하지 않았다.  베른시립미술관은 어떻게 조선시대 명품을 소장하게 됐을까. 수많은 작품을 가졌던 구를리트가 사망 직전인 2014년 5월 모든 소장품을 베른미술관에 넘긴다는 유언을 남기면서 미술관은 소위 ‘횡재’를 했다. 작품 상당수는 작품성이 높지 않지만 일부는 이름만으로도 놀랄 만한 작가들의 것이다. 이를테면 모네, 르누아르, 고갱, 리베르만, 뭉크, 마네, 로댕 등의 작품이 포함됐고 그리스, 로마시대의 것도 있다. 상속받은 작품 중 출처가 명확한 마네의 1873년 작품인 ‘폭풍 치는 바다’는 베른미술관이 지난해 일본 국립서양미술관에 400만 달러(약 48억원)에 팔았다.  독일 국적이던 그가 다른 나라 미술관에 작품을 몽땅 기증한 것은 독일이 자신과 부친을 홀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 당국이 그의 소장품 출처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그의 소장품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우연이다. 2010년 9월 70대 노인이던 그가 현금 9000유로를 들고 스위스에서 국경을 넘어 독일로 들어왔다. 합법적으로 반입 가능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직업도, 소득 수단도 없는 그가 2~4주마다 현금을 가져오는 것을 수상히 여긴 독일 세관 당국이 그에게 현금 출처를 추궁했다. 그러자 그는 “그림을 판 돈을 은행에서 찾아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미심쩍게 생각한 세관 당국은 2011년 뮌헨에 있는 그의 아파트를 압수수색해 판매 기록과 같은 증거를 찾아 헤집었다. 그곳에서 그림과 조각 등 예술품 1300여점이 무더기로 나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예술품 발견 사건이었다. 그의 또 다른 집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도 250여점이 나왔다. 이렇게 발견된 작품 1500여점을 통상 ‘구를리트 컬렉션’이라고 부른다. ●나치 소장 예술품 20상자 보유한 구를리트家  방대한 분량의 구를리트 컬렉션은 그의 아버지 힐데브란트 구를리트(1895~1965)가 수집한 것이다. 미술사학자로 예술품 거래상을 했던 그는 히틀러를 위해 일했다. ‘총통 미술관’ 설립을 추진했던 히틀러가 개인 미술관을 채우기 위해 고용한 거래상 4명 가운데 한 명으로 활동했다. 이들 거래상은 명작을 수집하기 위해 군대까지 동원해 파리를 비롯한 유럽 곳곳으로 예술품 구매 여행을 다녔다. 나치에게 박해받아 유럽을 떠나려던 유대인 자산가들이 소장한 작품을 헐값에 사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구를리트는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자신의 컬렉션을 위해서도 작품을 마구 사들였다. 이런 과정에서 조선의 찻사발도 그의 손에 들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구를리트가 부인과 함께 체포될 때 예술품을 20상자 분량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1945년 2월 미군의 드레스덴 대공습 당시 화재로 자택에 보관 중이던 작품과 미술품 거래 내역 대부분이 불타 버리고 남은 것이 이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연합군의 추궁에서 벗어났고 소장품들을 압류당하지 않았다고 아트뉴스가 전했다.  구를리트는 자신의 몸에 “유대인 피가 4분의1이 흐른다”며 나치 박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의 할머니가 유대인이다. 그는 곧바로 풀려나면서 다시 거래를 시작했다. 외아들 코르넬리우스 구를리트가 1968년 아버지 컬렉션을 모두 상속받았다. 아들은 직장도, 직업도 구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은둔했다. 그러다 생활비가 떨어지면 말썽이 되지 않을 작품을 내다 팔고, 그 돈을 스위스 은행에 넣어 뒀다가 조금씩 조금씩 빼내 쓰는 생활을 계속해 왔다. 독일 미술계는 구를리트 컬렉션을 알고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컬렉션의 존재가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던 것이다.  2012년 예술품을 모두 압류당한 아들 구를리트는 아버지의 상속 예술품을 돌려 달라고 주장했지만 정부 당국은 작품 출처들을 조사해야 한다며 반환을 거부했다. 나치시대 강탈된 작품들은 원래의 합법적인 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독일 당국의 주장이었다. 결국 양측은 강탈한 작품은 원소유자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는 코르넬리우스에게 반환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 양측이 서명하고 한 달쯤 뒤인 2014년 5월 그가 81세로 사망했다. 사망 직전 그는 모든 재산을 독일 대신 베른시립미술관에 넘겨준다는 유언을 남겼다. ‘구를리트 컬렉션’의 소유권 문제가 다시 얽히는 순간이었다.●약탈품 속속 반환… 조선 찻사발 유출 경로 추적을  유일한 상속자 베른시립미술관은 다시 독일 정부가 2016년 만든 ‘독일분실예술품재단’과 합의, 강탈된 예술품은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작품 분류에 들어갔다. 이런 분류 작업이 4년의 활동 끝에 지난달 말 끝났다. 1566점에 대한 최종 분류 결과 앙리 마티스와 막스 리베르만 등의 작품 14점만 약탈품으로 공식 확인됐고, 이 가운데 13점이 원래의 소유자 또는 그 후손들에게 반환됐다고 독일 일간 도이체빌레가 보도했다.  이 외 1000여점은 약탈인지, 합법인지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 있다. 나머지 300여점은 나치 이전에 구를리트 가문이 소유한 것으로 판명 났다. 강탈 확인이 극히 미미한 것과 관련해 독일분실예술품재단 사무국장 길베르트 루페는 “회색 영역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상상할 수 있는 가능한 조사는 다 해 봤다”며 “더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나치시대 이후 70여년이 흘러 약탈 피해자나 1차 상속자들이 숨지면서 약탈 입증 문제는 더욱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늦기 전에 조선의 찻사발에 대한 유출 경로 추적에 나서야 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배설’하듯 쏟아낸 볼턴…한반도로 장난치는 ‘네오콘 민낯’ 드러내다

    ‘배설’하듯 쏟아낸 볼턴…한반도로 장난치는 ‘네오콘 민낯’ 드러내다

    靑, ‘文폄훼’ 및 남북·북미관계 악영향 우려 맞대응 볼턴 ‘조현병’ 언급에 “본인, 그런 것 아닌가” 응수 2018년 6월 1차 북미정상회담부터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회동까지의 뒷얘기를 다룬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는 권력에서 축출된 ‘네오콘’의 민낯이 드러난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경색되고 있는 북미·남북관계를 수렁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회고록 자체가 리비아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유일한 대북 해법으로 여기는 네오콘 출신 ‘슈퍼매파’ 볼턴의 관점으로 각색됐다. 정상외교 이면을 공개하는 것은 외교 기본에 어긋나며 살얼음판을 걷는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을 드러내고자 ‘배설’하듯 쏟아냈다. 애초 한반도의 운명 따윈 관심 밖이었으며 ‘불량국가’를 무너뜨리는데 골몰했던 그가 안보기밀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볼턴이 백악관에 머문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는 남북미 정상의 톱다운 외교에 힘입어 한반도 운명의 대전환기였다. 그는 북미 정상외교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협상의 본질적 내용보다는 언론의 주목을 끄는데 있었으며, 대북 외교는 완전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등 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거짓말쟁이’로 부르고 “더 많은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신뢰 구축은 허튼소리”라고 맹비난한 점 등은 북측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미측이 협상 신의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북측이 ‘어느 쪽이 정상국가인가’라고 반발하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한미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다. 비핵화 협상 동력을 살리고자 부심했던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시종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본다. 볼턴이 북미 외교를 “한국의 창조물”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 된 것”이라고 묘사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뒷받침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볼턴은 판문점 회동 당시 북미 모두 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고, 특히 미국은 동행 제안을 3차례나 거절했음에도 문 대통령이 매달렸다는 식으로 묘사했다. 청와대가 22일 볼턴 회고록을 이례적으로 맹비난한 것은 가뜩이나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상 외교의 내밀한 뒷얘기가, 자의적으로 왜곡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방관한다면 볼턴의 주장이 사실처럼 간주될 우려가 있고, 남북·북미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담겨 있다. 북한의 개성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9·19 군사합의 무력화에도 대화를 포기할 뜻이 없는 청와대로선 북한과의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불순물’이 가득한 주장을 정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대응은 백악관과도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책은 거짓말과 지어낸 이야기의 모음”이라고 비난했다. 볼턴이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에 대해 “조현병 같은 생각”(schizophrenic idea) 이라고 원색적으로 폄훼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볼턴) 본인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강도높게 응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판문점 남북미회동 당시 볼턴이 몽골에 갔던 점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때 볼턴의 역할이 뭐였는지 말씀드리지 않아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볼턴은 판문점 회동 두달여 뒤 경질됐다. 그는 또한 “한국이나 미국뿐 아니라 대통령의 참모는 비밀준수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더욱이 볼턴은 일종의 허위사실을 (회고록으로 펴냈으니) 미국 쪽이 판단해서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트럼프, 2017년 말 볼턴 불러 ‘북한과 전쟁할 확률 얼마냐?‘ 물어“

    “트럼프, 2017년 말 볼턴 불러 ‘북한과 전쟁할 확률 얼마냐?‘ 물어“

    북미 간 험한 말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2017년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시 ‘야인’으로 지내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불러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을 물어봤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곧 출간할 회고록에서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할 예정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지난 2017년 12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일부 소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되기 전이었던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선제 타격이 왜, 그리고 어떻게 효과가 있을지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서울을 위협하는 북측 비무장지대(DMZ)의 포대를 겨냥해 대량의 재래식 폭탄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 또 그렇게 함으로써 사상자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이 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미국이 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그대로 놔두거나 군사력을 사용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로 신속하게 접근해야 했는지도 설명했다”고도 전했다.볼턴 전 보좌관은 “유일한 다른 대안은 한국 주도 하에 한반도를 통일하거나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진하는 것이 있는데, 두 가지 방법 모두 우리가 대화를 시작하지도 않은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당신은 우리가 북한과 전쟁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50 대 50?”라고 물었고, 볼턴은 “중국에 달렸다. 아마도 50 대 50?”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돌아보며 “당신 생각이랑 같군”이라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떠올렸다.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대화는 북미 사이에 ‘화염과 분노’로 상징되던,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대북 초강경파로 꼽히는 볼턴은 다음해인 2018년 4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해영의 쿠이 보노] 피케티 그리고 기본소득

    [이해영의 쿠이 보노] 피케티 그리고 기본소득

    그래도 코로나 국면에서 우리가 집단학습한 것이 있다면 누가 뭐래도 기본소득이다. 국민들 눈높이에서 재난기본소득이건 재난지원금이건 무엇이 대수랴. 그래도 너도 나도, 여도 야도 다 기본소득을 말하니 참으로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스타 경제학자 프랑스의 토마 피케티가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신간을 들고 다시금 우리를 찾았다. 주위 푸념처럼 1300쪽에 달하는, 베개로 쓰기에도 불편한 분량이다. 때마침 기본소득을 둘러싼 우리네 갑론을박이 있는지라 피케티의 새 책은 견주어 우리의 ‘지금 여기’를 가늠하기에 제법 그 용도를 따질 만하다. 최저소득 보장제도로서 기본소득에 대한 피케티의 생각은 당연히 우호적이다.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인구의 약 30%에게 특히 저임금 노동자층을 중심으로 아예 급여에 자동지급되게끔 하자는 것인데 기본소득에 소요될 총비용을 피케티는 국민소득(혹은 국민총생산(GNP))의 5%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런데 피케티가 강조하는 것은 “사회정의가 기본소득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 기본소득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래구상 ‘패키지의 일부’, 즉 하나의 구성요소이지 그것이 정의 자체이며 목표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목표는 “최저소득 수준이 아니라 소득과 소유 분배 전체를, 그리하여 권력과 기회의 분배를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피케티의 신간은 프랑스 등 유럽의 새로운 담론지형을 반영해 기본소득 못지않게 담대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제안을 하고 있다. 방대한 경험적 자료를 동원해 그는 1980년대 이후 부의 불평등과 소유의 집중이 전 지구적으로 급증해 왔음을 입증해 내고 있다. 특히 19세기 이후의 현대사에서 인류는 소유 집중에 반대하는 수많은 운동을 전개해 왔다. 토지가 가장 강력한 생산수단일 때는 그 토지의 집중에 반대하는 토지재분배의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하이퍼자본주의’하에서 더이상 토지는 극단적인 부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유일한 원인이 될 수 없다. 우리의 현대사 역시 농지개혁을 이승만 정권의 가장 행복한 한때로 추억하고 있듯이, 이제 ‘21세기형’ 농지개혁이 절실한 때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보편자본’(universal capital)이다(이 책에서는 ‘보편적 자본지원’이라고 번역). 이것은 “농지개혁 개념을 민간자본 전체와 관련된 영구적 과정으로 전환시켜 일반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쉽게 말하면 “사회의 가난한 50%가 경제활동 특히 창업 및 기업지배구조에 참여할 가능성” 곧 ‘소유 확산’을 위해 25세의 모든 청년에게 창업자본을 지원하자는 말이다. 요컨대 저소득층 약 30%에 대한 기본소득, 특정 연령대 청년 모두에게 성인 평균자산의 약 60%에 해당되는 보편적 창업자본지원(약 12만 유로)을 하자는 것이다. 청년 창업자본지원에 소요되는 재원을 피케티는 국민소득의 약 5%로 잡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그 재원을 조달할 것인가. 사실 이것이 핵심이다. 답은 조세재정정책을 통한 강력한 누진세 즉 자산, 상속, 소득 각각에 대한 누진세 3종 세트의 도입이다. 예를 들어 평균자산보다 2배를 소유했을 경우 1%, 100배는 10%, 1만배는 90%의 누진자산세를 낸다. 평균소득의 2배인 경우 40%, 10배인 경우 60%, 1만배인 경우 90%의 누진소득세를 낸다. 그래서 자산, 상속세원으로 보편적 창업자본지원금의 재원 5%를 충당하고 누진소득세원으로 기본소득 및 생태 복지국가의 재원 국민소득 40%를 조성하자는 구상이다. 피케티가 옹호하는 것은 ‘절대적 평등’이 아니다. 오히려 ‘정당한 불평등’하에 ‘기본재화’에 대한 접근의 ‘절대적’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다. 기본재화란 교육, 보건의료, 주거, 고용, 연금 등을 말한다. 강력한 누진세를 통해 조성된 국민소득의 40%에 달하는 가장 큰 규모의 재원은 이 기본재화 혹은 복지국가적 기획에 투입된다. 기본소득만 놓고 보자면 피케티에게 그것은 어떤 ‘기적의 해결책’도 아니고 특히 복지국가를 포기하는 대가로 미리 받는 현찰이 돼서도 안 된다. 지금 우리 사회의 기본소득 논란은 다소 과장돼 있고 편향돼 있으며 과도하게 정치화돼 있다는 점에서 피케티의 신간이 균형자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미래기획의 가뭄 속에 간만에 단비 같은 피케티의 새 책은 인문, 사회과학의 21세기 심포지엄이다.
  • [In&Out] 갈 수밖에 없는 길, 비대면 플랫폼 서비스/장영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In&Out] 갈 수밖에 없는 길, 비대면 플랫폼 서비스/장영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어느덧 반년 가까이 지났다. 미증유의 전염병은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장보기, 영화 감상, 학교 수업, 은행 업무, 외식은 물론 심지어 회사 업무까지 전시와 다름없는 위기 상황에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큰 불편함 없이 삶이 영위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반면 최강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어떠한가? 신규 확진자는 여전히 매일 1만명을 훌쩍 넘기고 있다. 대공황 수준의 실업, 시민들의 사재기, 때아닌 인종차별 문제 등으로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반면 3개월 만에 기어코 ‘V자’ 반등을 만들어 낸 우리의 주식시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 경제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위기 대응력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코로나19 대응력의 원천에는 성숙한 공동체 의식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 체계를 실현한 보건 당국과 의료진의 헌신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대응 역량은 ‘플랫폼’ 비즈니스와 결합해 꽃을 피웠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유일한 대응 수단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과 광속 배송 등 각종 비대면 플랫폼 서비스는 이러한 사회적 거리를 메워 줬고, 이를 인지한 국민들은 뱅크런이나 사재기 같은 불안 행동 없이 편안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었다. 쿠팡, 카카오뱅크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다른 국가들이 치르고 있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절약해 준 셈이다. 전시에 비유하면 일종의 방위산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플랫폼 기업 중 일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확진자 수가 늘어났고, 여기에 확인되지 않은 각종 루머와 가십 등이 더해져 이들 기업의 이미지는 코로나19 시대의 수호자에서 가해자처럼 여론에 인식되기 시작했다. 비상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현시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전파됐다는 이유로 이들 기업과 노동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비대면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명사인 아마존에서도 지난 3월 이후 최근까지 1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감염자가 발생했다. 국내외 어느 기업도 코로나19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비난은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시점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고 우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발전적 논의를 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방식의 플랫폼 비즈니스 수요는 더욱더 커질 것이고, 더 많은 기업과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규제의 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 기업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고도화된 직원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취중생]대자보 대신 실검총공·입장문 해석…대학가 비대면 시위

    [취중생]대자보 대신 실검총공·입장문 해석…대학가 비대면 시위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도 대학가에서 대자보는 학생들이 학내외 이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요 소통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은 대자보 대신 ‘실검 총공(실시간 검색어 총공격)’이나 학교 입장문 재해석 등으로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대학들이 비대면으로 시험을 치르면서 부정 행위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거나, 대면 시험을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학생들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비대면 강의가 충실하지 못했고 과제만 과도하게 많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결국 대학생들은 이번주 학교 측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면서 연달아 ‘OO대는 소통하라’는 검색어로 실검 총공에 나섰습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소통하라’를 입력하면 ‘경희대는 소통하라’, ‘성균관대는 소통하라’, ‘연세대는 소통하라’, ‘한양대는 소통하라’, ‘중앙대는 소통하라’, ‘이화여대는 소통하라’ 등이 자동 검색어로 뜹니다. 지난 15일 ‘연세대는 소통하라’는 검색어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등급 성적 대신 과목 이수 여부만 표시되는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도입한 학교들도 있습니다. 홍익대와 서강대입니다. 온라인 시험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기 어렵고, 증상이 있어도 대면 시험을 치르기 위해 학교에 오는 등 예상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대부분 대학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분노한 학생들은 학교의 공지문에서 일부 글자만 남긴 ‘해석본’도 공유했습니다. 지난 15일 연세대에서 “다음 학기부터 재수강 기회를 1회 늘리고 비대면 강의의 수강신청 인원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장문의 공지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은 ‘여러분의 700만원은 안 준다’는 글자만 남겼습니다. 고려대에서는 지난 17일 나온 공지에서 ‘강의실에서 기말고사 실시 가능. 감염에 대한 학생들의 우려 불편함’이라는 글자를 뽑았습니다. 학생들과 학교 간의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들의 움직임은 온라인 공간 뿐만 아니라 거리와 법정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등록금 반환을 결정한 대학은 건국대가 유일한 가운데,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환 소송도 준비 중입니다. 오는 26일까지 등록금 반환 소송인단 신청을 받는 등록금 반환 운동 본부는 “대학 재정 중 미사용 차액 및 불필요하게 적립된 금액과 교육부 지원으로 재원을 조달해 1학기 등록금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국 대학 학생회 네트워크는 세종 교육부 청사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까지 5박 6일 동안 행진한 뒤 20일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482㎞ 걸어서 고향까지…40대 페루 여성의 영화같은 여정 (영상)

    482㎞ 걸어서 고향까지…40대 페루 여성의 영화같은 여정 (영상)

    코로나19 팬데믹이 좀처럼 종식의 기운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19를 피해 무려 482㎞를 걸어서 이동한 페루 일가족의 사연이 소개됐다. 미국 CNN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마리아 탐보(40)와 그녀의 세 딸은 페루 아마존강과 인접한 외딴 지역인 우카얄리주에 살다가, 17살이 된 큰딸이 대학에 합격하면서 수도인 리마로 거주지를 옮겼다. 부모님을 돌봐야 하는 남편은 고향에 남아야 했다. 이후 리마에 정착한 탐보 일가족은 작은 방을 얻어 생활하기 시작했고, 일자리를 구해 생계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수도에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꿈을 꾼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탐보는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고, 리마에 얻은 작은 집의 월세도 내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 결국 탐보 일가족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인 우카얄리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교통편이 코로나19 봉쇄령으로 멈춰 섰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권은 그저 걸어서 고향까지 가는 것 하나뿐이었다. 리마에서 이들의 고향까지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 더 먼 484㎞에 달했다. 탐보는 출발하기 전 CNN과 한 인터뷰에서 “위험하고 힘든 선택이라는 것을 알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이곳(리마)에서 탈출하거나 남아서 굶어 죽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초, 탐보와 일가족은 마스크를 쓴 채 긴 여정을 시작했다. 이 여정에는 CNN 소속 현지 특파원이 동의를 구하고 동행했다. 오랜 시간 걸어야 하는 만큼 최소한 짐을 간소화했지만, 탐보와 어린 딸들의 등에는 형형색색의 가방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집으로 가는 이들은 외롭지 않았다. 탐보 일가족처럼 교통편이 끊긴 탓에 걸어서 고향으로 가는 수많은 페루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탐보는 지쳐 우는 갓난쟁이 딸을 위해 길가에 앉아 나지막이 노래를 불렀다. 갈수록 떨어져가는 식량과 물에 두려워할 때 즈음, 차를 타고 지나가던 한 운전자가 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었다. ‘걸어서 고향까지’를 시작한 지 3일째 되던 날, 안데스 인근에 도착했다. 희박해진 산소 탓에 아이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다행히 인근을 지나던 한 트럭 운전사가 이들을 태워주는 선행을 베풀었다. 트럭 뒤에 탄 아이들의 손이 고산증으로 보라색이 돼 버린 상황이었다. 아마존 인근에 도착했을 땐 경찰의 저지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아이를 데리고는 해당 지역을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탐보는 거짓말을 섞어 경찰을 설득해야 했다. 긴 여정을 시작한 지 7일째 되던 날, 탐보와 그녀의 아이들은 무사히 고향인 우카얄리주에 도착했다. 한밤중에 도착했지만, 고향 집의 개가 뛰어나와 가족을 반겼다. 그녀의 남편과 시아버지도 어둠 속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탐보는 무릎을 꿇고 개를 쓰다듬으며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신께 기도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탓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포옹조차 하지 못한 탐보는 7일 밤낮을 함께 걸은 CNN 기자에게 눈물을 흘리며 “너무 힘든 길이었다. 다시는 리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경북도독립운동기념관 3대 관장, 정진영 전 안동대 교수 취임

    경북도독립운동기념관 3대 관장, 정진영 전 안동대 교수 취임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제3대 관장에 정진영(65·사진) 전 안동대 교수가 취임했다. 정 신임 관장은 안동 출신으로 영남대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했으며 안동대 사학과 교수, 인문대 학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정 관장의 임기는 2022년 6월까지 3년간이다. 정 신임 관장은 “경북도는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성지로서 그 위상을 거양하고 선열들의 희생정신과 애국정신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선양사업을 추진하고 미발굴·미포상 독립운동가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경상북도 독립운동기념관은 2017년 6월 개관됐다. 도 단위로는 국내 유일한 경북도 독립운동기념관은 기존 안동 독립운동기념관을 2014년 1월 확대 승격해 건립됐으며, 주요 시설로는 ▲전시관(독립관, 의열관) ▲연수원 ▲강당 ▲체험지구(신흥무관학교 체험장) 등이 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김천 황악산, 사명대사공원 22일 준공…체류형 복합 휴양관광단지

    김천 황악산, 사명대사공원 22일 준공…체류형 복합 휴양관광단지

    경북 김천시 황악산 일원에 직지사와 연계한 체류형 복합 휴양관광단지로 조성된 ‘사명대사 공원’이 마침내 문을 연다. 김천시는 오는 22일 김천 대항면 운수리 사명대사공원에서 준공식을 갖는다고 19일 밝혔다. 2011년 ‘황악산 하야로비공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9년 만이다. 시는 지난 2월 공원 명칭을 하야로비공원에서 사명대사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이름을 떨친 사명대사는 직지사에서 출가해 주지를 지내는 등 김천시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총 81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김천 운수리 일대 터 14만 3695㎡(4만 3400평)에 조성된 사명대사 공원은 주요 시설로 ▲평화의 탑 ▲김천시립박물관 ▲건강문화원 ▲솔향다원 ▲여행자센터 등을 갖췄다.평화의 탑은 사명대사공원의 랜드마크로 5층 목탑 규모다. 내부에는 사명대사 관련 전시공간 등이, 외부에는 경관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도 웅장한 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김천시립박물관(5241㎡)은 사명대사공원에서 유일한 현대식 건물로 지어졌다. 전시실, 어린이문화체험실, 강당 등이 마련됐으며, 김천 출토 유물 564점이 전시됐다. 김천의 주요 관광지를 VR로 체험할 수 있는 김천패러글라이딩 투어와 터치모니터를 활용한 도자기 만들기, 퍼즐 맞추기 등 다양한 체험형 디지털 콘텐츠로구성했다. 건강문화원은 한옥 숙박동과 체험동으로 꾸몄다. 숙박동은 4동, 5개 객실로 38인이 숙박할 수 있다. 한옥의 특성에 맞게 한 개 동을 제외하고는 모두 독채 형식으로 꾸며 자연과 어우러져 한옥에서 쉬어갈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를 제공한다. 체험동은 족욕과 온열체험 등 건강관련 장비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건강 상태와 체력, 스트레스를 자가 측정해볼 수 있는 건강측정실이 있다. 숙박동과 체험동 모두 유료 예약제로 운영된다. 솔향다원은 사명대사공원이 내려다보는 멋진 전망을 배경으로 다도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시는 이 공원이 운영에 들어가면 인근 부항댐 주변의 부항권역, 청암사·무흘구곡·수도산자연 휴양림이 있는 증산권역과 연계돼 관광벨트화 된다는 것이다. 특히 연간 260만 명의 관광객 방문으로 1444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연간 24억원의 소득유발 효과는 물론 연간 645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충섭 김천시장은 “사명대사공원은 김천이 체류형 관광휴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중요한 관광자원이다”면서 “앞으로 관광객들이 체류하면서 즐길 수 있는 관광 김천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사설] 수도권발 전국 집단감염 위험, 소규모 모임도 자제하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따르면 어제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59명으로 생활방역 기준인 50명을 훌쩍 넘었다.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 중 감염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감염 비율도 생활방역 기준 5%의 두 배인 10% 수준이다. 그동안 지역사회 감염이 없던 대전에서 다단계 판매업소와 교회를 연결고리로 한 집단감염이 발생해 지난 15일 밤부터 어제까지 2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의 소규모 집단감염이 충남, 세종 등으로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어제 “소규모 공간에서 집단감염을 어떻게 막을지가 앞으로 산발적 집단감염을 차단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소규모 공간은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워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 자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의 30% 정도이다. 또 코로나19는 증상이 가볍게 시작하는 초기에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배출해 대부분의 전파를 일으키는 ‘교활하고 무서운’ 특징을 갖고 있다. 소규모 모임에서 무증상 또는 가벼운 증상의 감염자가 전파자가 될 수 있다. 확진자가 발생해 역학조사가 시작돼도 감염속도가 빨라 방역 당국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n차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하면 전국적인 대규모 유행 가능성도 커진다. 4월 말과 5월 초 ‘황금연휴’를 거치면서 이동과 모임이 늘어나 수도권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그 결과 공공시설 8000여곳 운영 중단 등 수도권에 강화된 방역조치가 실행됐고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가 또 연기됐다. 곧 다가올 여름 휴가철을 황금연휴처럼 보내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유행할 수 있다. 정부는 해수욕장 예약제, 휴가 분산 등을 통해 코로나 확산을 막겠다는 계획이지만, 실행은 시민의 몫이다.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어제 “코로나19 ‘2차 유행’을 언급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지역사회에 숨어 있는 코로나19가 계속 공격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시작되면 그 피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부모의 돌봄을 기대할 수 없는 어린이 등 취약계층에게 몰린다. 치료제도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막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고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또한 모임 장소에 사람들이 붐비면 결연히 자리를 떠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로부터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지켜 낼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잊지 않기 바란다.
  • 갈림길 선 이재명… 대법 판결 따라 민주 당권·대권구도 요동

    갈림길 선 이재명… 대법 판결 따라 민주 당권·대권구도 요동

    이낙연 ‘대세론’ 흔들 유일한 대항마 주목 李, 무죄 땐 잠룡 간 이슈대결 등 본격화 당권구도 영향 경기권 의원들에 ‘정성’ 당선무효형 받는다면 정계은퇴 불가피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가 18일 시작되면서 최종심 판결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판결 결과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대결 및 2년 뒤 대선 구도는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사에 대한 최종 선고는 다음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인 7월 16일 내려질 수 있다. 이 지사는 현재 대권 주자 지지율 2위로,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의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이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이 지사는 잠룡 간 이슈 대결 등에서 본격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지사는 기본소득과 관련해 전 국민 고용보험을 강조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등 정책 대결의 한가운데 서 있다.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 후보들도 이후 기본소득 등을 놓고 이 지사와 논쟁 구도를 만들고자 나설 수도 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은 “결국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 지사가 자신의 상대를 정하게 될 것”이라며 “최근 기본소득 논쟁을 보면 박 시장을 의식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권 구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위원장은 경기 지역 의원들에게 유독 정성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지사가 재판에서 자유로워지면 이들의 입장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 지사의 경쟁자인 이 위원장을 적극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지사는 이런 당내 역학구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지사는 재판을 앞두고도 경기지역 민주당 의원들과 만찬을 가지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만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사진찍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의원들에게 이 지사가 ‘지금 쓰지 않아도 좋으니 무죄 나오면 그때 활용하라’며 넉살을 부리더라”고 전했다. 다만 이 지사가 2심과 같이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확정받는다면 정계은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되기 때문에 다음 대선 출마는 불가능하다. 이 경우 ‘이낙연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월드피플+] 482㎞ 걸어 고향으로…페루 여성의 영화같은 여정 (영상)

    [월드피플+] 482㎞ 걸어 고향으로…페루 여성의 영화같은 여정 (영상)

    코로나19 팬데믹이 좀처럼 종식의 기운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19를 피해 무려 482㎞를 걸어서 이동한 페루 일가족의 사연이 소개됐다. 미국 CNN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마리아 탐보(40)와 그녀의 세 딸은 페루 아마존강과 인접한 외딴 지역인 우카얄리주에 살다가, 17살이 된 큰딸이 대학에 합격하면서 수도인 리마로 거주지를 옮겼다. 부모님을 돌봐야 하는 남편은 고향에 남아야 했다. 이후 리마에 정착한 탐보 일가족은 작은 방을 얻어 생활하기 시작했고, 일자리를 구해 생계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수도에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꿈을 꾼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탐보는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고, 리마에 얻은 작은 집의 월세도 내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 결국 탐보 일가족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인 우카얄리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교통편이 코로나19 봉쇄령으로 멈춰 섰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권은 그저 걸어서 고향까지 가는 것 하나뿐이었다. 리마에서 이들의 고향까지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 더 먼 484㎞에 달했다. 탐보는 출발하기 전 CNN과 한 인터뷰에서 “위험하고 힘든 선택이라는 것을 알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이곳(리마)에서 탈출하거나 남아서 굶어 죽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초, 탐보와 일가족은 마스크를 쓴 채 긴 여정을 시작했다. 이 여정에는 CNN 소속 현지 특파원이 동의를 구하고 동행했다. 오랜 시간 걸어야 하는 만큼 최소한 짐을 간소화했지만, 탐보와 어린 딸들의 등에는 형형색색의 가방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집으로 가는 이들은 외롭지 않았다. 탐보 일가족처럼 교통편이 끊긴 탓에 걸어서 고향으로 가는 수많은 페루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탐보는 지쳐 우는 갓난쟁이 딸을 위해 길가에 앉아 나지막이 노래를 불렀다. 갈수록 떨어져가는 식량과 물에 두려워할 때 즈음, 차를 타고 지나가던 한 운전자가 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었다. ‘걸어서 고향까지’를 시작한 지 3일째 되던 날, 안데스 인근에 도착했다. 희박해진 산소 탓에 아이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다행히 인근을 지나던 한 트럭 운전사가 이들을 태워주는 선행을 베풀었다. 트럭 뒤에 탄 아이들의 손이 고산증으로 보라색이 돼 버린 상황이었다. 아마존 인근에 도착했을 땐 경찰의 저지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아이를 데리고는 해당 지역을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탐보는 거짓말을 섞어 경찰을 설득해야 했다. 긴 여정을 시작한 지 7일째 되던 날, 탐보와 그녀의 아이들은 무사히 고향인 우카얄리주에 도착했다. 한밤중에 도착했지만, 고향 집의 개가 뛰어나와 가족을 반겼다. 그녀의 남편과 시아버지도 어둠 속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탐보는 무릎을 꿇고 개를 쓰다듬으며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신께 기도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탓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포옹조차 하지 못한 탐보는 7일 밤낮을 함께 걸은 CNN 기자에게 눈물을 흘리며 “너무 힘든 길이었다. 다시는 리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태년 “대북전단 문제 관련 부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아쉬워”

    김태년 “대북전단 문제 관련 부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아쉬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18일 “대북전단과 같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관련 부처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북측의 과격한 행동과 무례한 언행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남북 간 합의가 어떠한 장애와 난관에도 진전될 수 있도록 창의적 해법과 끈기 있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대표는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해결책은 ‘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자존감을 모독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유일한 한반도 평화로 가는 첫 길”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북측은 이런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상호 존중하는 자세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며 “아울러 우리 정부도 금도를 넘는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이해찬 “北 도발, 단호하게 대처하되 대화 끈 놓지 말라”

    이해찬 “北 도발, 단호하게 대처하되 대화 끈 놓지 말라”

    “남북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도발 멈춰라”“대화 어렵지만 유일한 평화로 가는 첫 길”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북한은 남북 양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도발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개성 및 비무장지대 군사 배치에 대해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외교적 사안을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위협적 발언을 이어가는 것 역시 금도를 넘은 행위”라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자존감을 모독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서로 비난하고 대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나, 남는 것은 한반도 긴장과 남북 양측의 불안과 불신뿐”이라며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건 어렵지만 그래도 유일한 한반도 평화로 가는 첫 길”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북한에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상호 존중하는 대화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금도를 넘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하되 대화의 끈을 놓지 말라”고 당부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불펜 약점 NC 이동욱 감독 “트레이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냐”

    불펜 약점 NC 이동욱 감독 “트레이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냐”

    올 시즌 승승장구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는 NC 이동욱 감독이 트레이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 감독은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감독이야 전력이 좋아지면 좋지만 트레이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트레이드 건은 구단하고 상의해야할 부분이고, 되려면 되겠지만 안 되면 또 안 되는 것이 트레이드”라고 밝혔다.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른 NC는 불펜이 유일한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NC는 구원 평균자책점이 6.21로 NC보다 불펜이 약한 팀은 한화와 kt뿐이다. 한화와 kt가 하위권 팀이라는 점에서 NC의 불펜 성적은 팀 순위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다. 전날 경기에서도 불펜이 무너지며 4-7로 역전패를 당했다. KIA는 2017 시즌 중반 이승호와 손동욱을 내주고 넥센으로부터 김세현과 유재신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바 있다. 핵심은 2016년 넥센의 마무리로 활약하며 36세이브를 올린 김세현이었다. 김세현은 KIA 이적 후 전반기 부진을 떨쳐내는 활약을 펼치며 KIA 우승에 일조했다. 이 감독도 “어느 팀이든 강점이 있으면 약점도 있다”면서 “(불펜이 약한 점은)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들이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여러 설들이 나오는데 트레이드는 실제로 돼야지 되는 것”이라며 떠도는 소문을 일축했다. NC는 지난 2년간 백업 선수들의 성장으로 다른 팀에 비해 두터운 뎁스를 자랑한다. 이 감독도 전날 “부족한 부분들을 선수들이 다 메꿔주니까 28명이 다 할 수 있는 야구를 선수들이 잘 채우고 있어서 팀이 잘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자쪽에서 NC는 어느 포지션 가릴 것 없이 트레이드 자원이 충분하다. NC가 필요로 하는 카드를 얻기 위해선 과감한 선택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 감독의 말처럼 트레이드 카드 맞추기가 쉽지 않고, 지금 안정적인 전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트레이드를 쉽게 단행하기도 어려운 만큼 NC가 단행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광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몬스타엑스, 美타임지 주최 온라인 행사 무대 오른다

    몬스타엑스, 美타임지 주최 온라인 행사 무대 오른다

    북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보이 그룹 몬스타엑스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여하는 미국 타임지 주최 온라인 대담 행사에서 특별공연을 펼친다.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몬스타엑스는 17일 오후 6시 온라인으로 생방송되는 ‘타임100 톡스’(TIME100 Talks)에 유일한 공연자로 참여한다. 이번 행사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 인도 배우 아유쉬만 쿠라나, 인공지능(AI) 전문가이자 시노베이션 벤처스 회장인 리카이푸 등이 타임지 관계자와 대담을 한다. 타임 측은 “각 분야의 뛰어난 지도자들이 해법을 조명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행동을 요청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몬스타엑스는 연쇄 대담 오프닝과 클로징 무대를 모두 장식할 예정이다. 타임 측이 먼저 공연자로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몬스타엑스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떠오르는 케이팝 강자로 지난 2월 발표한 첫 영어 앨범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uv)로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5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국내 새 앨범 ‘판타지아 엑스’(FANTASIA X)를 발매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클라라 주미 강-손열음, 4년 만에 듀오 리사이틀

    클라라 주미 강-손열음, 4년 만에 듀오 리사이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듀오 리사이틀이 4년 만에 열린다. 국내 클래식계 스타 듀오인 두 사람은 오는 9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를 비롯해 2일부터 10일까지 전국 7개 지역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인 2004년부터 함께 연주하며 호흡을 자랑했다. 04학번인 주미 강과 02학번인 손열음은 서로 가장 오래 연주한 매우 각별한 선후배 사이다. 이들은 2012년 미국 카네기홀에서 듀오 데뷔 무대를 가진 뒤 2013년과 2016년 국내에서 전국 투어로 인기를 얻었다. 주미 강은 인디애나폴리스, 센다이, 서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게르기예프, 테미르카노프, 정명훈 등 저명한 지휘자의 지휘로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손열음은 지난해 성황리에 마친 BBC 프롬스 데뷔 무대를 비롯해 돋보이는 무대로 다양한 국제 활동을 하고 있다. 2018년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최연소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저서 활동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펼치고도 있다. 주미 강과 손열음은 4년 만의 콘서트에서 라벨의 ‘유작’이라는 부제로도 알려진 바이올린 소나타를 비롯해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멜로디, 슈트라우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소나타, 스트라빈스키 디베르티멘토를 연주할 예정이다. 서울 뿐 아니라 제주(2일), 수원(5일), 고양(6일), 구미(8일), 함안(9일), 대구(10일)에서도 만날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코로나19 치료제 나왔다? “덱사메타손, 중증 환자 사망률 크게 낮춰”

    코로나19 치료제 나왔다? “덱사메타손, 중증 환자 사망률 크게 낮춰”

    염증 치료 등에 사용하는 제너릭(복제) 스테로이드 치료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이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크게 낮춰준다는 시험 결과가 나와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 주도로 ‘리커버리’(RECOVERY)란 이름의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돼 왔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입원 환자 2000명에게 소량의 덱사메타손을 치료제로 사용한 뒤 투약하지 않은 4000명의 환자와 비교했다. 시험 결과 덱사메타손을 투약한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8∼40%,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0∼25%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BBC는 코로나19 환자 20명 중 19명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도 호전되며, 입원한 이들의 대다수는 산소호흡기 등의 도움 없이 완치된다고 전했다. 다만 가벼운 증상을 보여 호흡에 문제가 없는 이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영국에서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덱사메타손을 사용했다면 최대 5000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덱사메타손을 당장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틴 랜드레이 옥스퍼드대 교수는 “산소호흡기 등을 단 환자가 덱사메타손 치료를 받는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특히 놀랄 만큼 저렴한 비용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자인 피터 호비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현재까지 사망률을 현저하게 낮추는 효과를 보인 유일한 약품”이라며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아직 코로나19와 관련해 승인된 치료제나 백신은 없다고 전했다. BBC는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사망률을 높이고 심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치료제로 부적합하며,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회복 시간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대응 정례 기자회견에서 임상 시험 결과에 대해 축하의 뜻을 나타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가장 큰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점에 기쁘다. 이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이 약은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이용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더라도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하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 최고과학보좌관인 패트릭 발란스 경은 잉글랜드 최고의료책임자가 곧 덱사메타손의 병상 내 사용에 대한 지침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덱사메타손 임상시험을 주도한 호비 교수도 참석했다. 호비 교수는 덱사메타손이 매우 널리 보급된 약으로 몇년 동안 손쉽게 사용된 데다 매우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에 감염돼 호흡에 문제가 있는 환자 8명에게 약을 사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40 파운드(약 6만원)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확률을 35%가량 줄일 수 있다고 소개하면서,“거의 모든 환자들이 약을 복용해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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