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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탕 수준… 체크카드 유인책 빠졌다”

    “재탕 수준… 체크카드 유인책 빠졌다”

    금융위가 26일 발표한 신용카드시장 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두고 업계 및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는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만 20세 이상 성인이면서 개인신용등급이 6등급 이내이고, 가처분소득이 있는 이들에게 한정하는 대책은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체크카드 유인을 위한 획기적 대책을 기대했지만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이번 카드 대책은 크게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신용 있는 사람의 특권이며, 모든 이의 권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용카드의 본질은 외상구매이기 때문에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데다가 직불형 카드에 비해 높은 가맹점 수수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우리나라 민간의 소비지출 중에 신용카드 이용 비율은 61.3%로 지난해(57%)에 비해 4.3% 포인트 상승했다. 1인당 신용카드 보유 수는 4.9개다. 신용카드 4장 중 1장(26.3%)이 휴면카드다. 반면 우리나라의 직불형 카드 이용 비율은 전체 카드 이용액의 9%에 불과하다. 미국(42.3%), 영국(74.4%), 독일(92.7%) 등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저조한 편이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이번 대책에 알맹이인 ‘체크카드 유인 대책’이 빠졌다고 지적한다. 만 18세에서 20세로 올려 카드 발급이 줄어드는 소비자는 극소수이고 신용등급 6등급 미만은 올해 초 금융감독원의 지도에 따라 이미 발급이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한 내용보다 대책이 두루뭉술하고 부실하다.”면서 “체크카드 소득공제 한도를 300만원에서 크게 올리고 카드업체에 매출 비중의 일정 비율까지 체크카드를 늘리도록 하지 않는 한 신용카드 사용자가 체크카드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현대 등 카드전업회사들은 은행계 카드사와 달리 0.2~0.5%의 은행계좌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해 체크카드 영업에 적극적이지 않다. 또 직불형 카드는 외상개념이 없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신용평가사들의 반발도 해결해야 한다. 금융위는 체크카드 사용실적을 개인신용등급평가에 반영토록 하는 내용을 확정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지불수단인 현금을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신용평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번 대책이 가계 부채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신용자 및 청소년 층의 카드 발급을 규제하는 것인데 이들은 어차피 통장에 돈이 없어 체크카드로 옮겨갈 요인이 크게 없다.”면서 “특히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부동산 대출이 중심이지 신용카드 비중은 매우 작아 이번 카드대책으로 가계 부채 문제가 크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특성화고-전문대-中企 ‘맞춤형 기술인력’ 양성

    특성화고-전문대-中企 ‘맞춤형 기술인력’ 양성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호소한다. 대학 졸업자는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특성화고마저 대학 진학에 몰입하고 있다. 고졸, 중소기업 근무자를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으로 보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회적 왜곡이 개선되기는 힘들다. 그동안 수많은 직업교육이 시행됐지만 정규교육과정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욱이 단기간에 추진되면서 유야무야돼 시행착오만 되풀이했다. 기술과 학력을 겸비한 중소기업 맞춤형 기술인력 양성 프로젝트가 닻을 올렸다. 내년이면 대학 진학자가 배출되는 등 반환점을 돌게 된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지속성이 필요하다. 기업도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직업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산·학·관의 ‘동행’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청이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은 수요자(중소기업)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정책이다. 특성화고 졸업자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이론적 지식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어진 일, 단순한 기계는 잘 다루지만 고장 원인을 찾거나 업무 개선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현행 교육체계에는 이 같은 부족함을 보완하거나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결국 개인의 역량, 노력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기술사관은 ‘이론과 기술’을 겸비한 기술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특성화고와 전문대를 연계한 5년제 기술심화형 체계를 통해 진학에 대한 욕구와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토록 설계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정책과 중기청의 산업정책을 융합해 새로운 교육형태를 창출했다. 협약기업이 교육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졸업 후 채용까지 이어감으로써 실효성을 높였다.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은 지역 특성화고와 전문대를 연계한 15개 사업단이 운영 중이다. 사업단에는 15개 전문대와 33개 특성화고(2011년 5개 전문대·11개 특성화고 추가)에 학생 1391명이 재학 중이다. 1개 전문대에 인접한 1~4개 특성화고를 매치했다. 정부는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2015년까지 3800명의 기술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기술사관의 교육과정은 일반 특성화고와 차이가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직무분석과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해 특화된 커리큘럼과 교재를 제작했다. 고교과정은 정규 교육외에 방과후 학습과 실습 등 기초와 기능 중심으로 500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기술이론과 심화과정을 교육한다. 기업은 현장 체험과 실습, 연수 등을 주관해 미래 필요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 필요시 산학겸임교사로 직접 참여해 실무 기술능력을 전수하고 수행평가에도 참여한다. 대학은 취업이 보장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 효과가 기대되고, 학생들은 향후 근무하게 될 기업에서 미리 실습을 받으며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 기술사관이 대학에 진학하면 정부가 등록금의 30~40%를 지원한다. 중기청은 사관들의 개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과 협약기업이 일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제주관광대학(메카트로닉스학과)에 진학하는 한림공고 기계과 학생(33명)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한림공고는 2009년 기계과 입학생을 대상으로 학부모 회의에 제도를 설명한 뒤 희망자를 선발해 1개 반을 기술사관으로 전환, 운영했다. 3년이 지난 현재 기술사관이 취득한 자격증이 평균 4개에 달하고, 영어와 수학 등 성적도 학교 내에서 가장 우수하다. 제주도라는 지역적 한계에도 협약기업 10개가 참여하고 있다. 기술사관에 대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다른 과에서도 전환요청이 많다. 제주사업단의 현창해 제주관광대학 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는 “공부도 못하고 자신감도 부족한 학생은 사회적 약자면서도 탈출구가 없었다.”면서 “3년간 교육을 통해 명품 학생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중기청은 현행 5년 과정을 4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기술사관과 교사들이 과다한 교육시간에 고충을 토로하고 기업들도 조기 투입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방과후 학습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 고교에서 미리 학점을 이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법령 개정 등을 거쳐 내년에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2014년 취업률을 주목하고 있다. 사업단이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시론] 기술보호주의와 국가안보/김종호 호서대 법학과 교수

    [시론] 기술보호주의와 국가안보/김종호 호서대 법학과 교수

    삼성전자와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이 글로벌 특허경쟁과 특허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 구글이 특허를 확보하려고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는 등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며, 특허분쟁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특허분쟁이 국가의 존립과도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논리의 비약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 선도기업이 특허분쟁에서 패소하게 되면 매출의 급감으로 이어지게 되고 관련산업의 연쇄불황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는 나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특허전쟁의 양상과 이에 따른 산업 경쟁구도의 재편을 조망하려면 당국과 관련 기업 모두 특허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상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과거 국가 간 분쟁의 주 영역은 국제·군사·안보·정치 분야였지만 이제 그 중심축이 첨단 산업현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술이 복잡해지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기업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부터이다. 최근 특허 비즈니스 환경은 첫째, 특허 자체를 수익자산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허가 제조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인식되면서 라이선스, 벤처 투자, 재판매 등 특허를 활용하는 기업의 공격적 수익창출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둘째, 특허 비즈니스 모델이 분업화·전문화되고 있다. 셋째, NPE(Non-Practicing Entities)라 불리는 특허권 관리기업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제품의 품질로 승부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라이선스 계약이나 소송으로 기존 제조업체를 위협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특허와 주요 산업의 경쟁구도 변화는 어떠한가? 특허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따라 기술혁신 속도가 빠르고 특허 출원이 많은 IT 분야에서 특허를 확보하고 방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스마트폰·반도체·LED를 대표 산업으로 선정하여 분석한 결과, 이들 산업에서의 특허경쟁 양상과 이에 따른 경쟁구도 재편 방향은 우선 고성장하는 융복합 분야인 스마트폰의 경우 기술과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한 세 불리기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고 업체 간 수익성 양극화가 뚜렷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술력을 갖춘 중위권 업체가 누적된 적자를 만회하고자 자사의 미활용 특허를 특허권 관리기업(NPE)에 양도하거나 직접 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LED 산업에서는 원천특허를 중심으로 소수의 메이저 업체가 특허블록을 구성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5년간 적발된 기술 유출 시도가 실현되었을 때 피해액이 거의 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기술보호와 국가안보를 지키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새로운 특허 비즈니스 환경 하에서 한국기업은 특허를 비즈니스 자산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휴면특허를 활성화한다거나 특허 보유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의 주력 사업뿐만 아니라 미래 신사업 영역과 인접 분야까지 포괄하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신속히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글로벌 특허 생태계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외에도 기업들은 지식재산전략을 여타 기업의 경영전략과 동등 수준 또는 우선하는 수준으로 격상하고 전사적 차원에서 지식재산을 통합·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허관리 강화를 통한 글로벌 특허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견고한 특허 역량을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해외 대학·연구소 등과 연계하여 필요한 전문가와 핵심기술을 빠르게 탐색·확보해야 한다. 특허방어펀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경쟁기업의 소송위험에 대처하고, 한국형 전문특허관리 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질의 특허가 창출될 수 있도록 유인책과 일관된 특허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특허 경쟁력이 취약한 한국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내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국 미래의 국가안보를 지키는 길이다.
  • [기고] 출연연과 중소기업의 스킨십/임충식 중소기업청 차장

    [기고] 출연연과 중소기업의 스킨십/임충식 중소기업청 차장

    혁신이론의 권위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파괴적인 혁신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새로운 개념의 상품 및 서비스로 틈새를 파고들어 시장에 진입한 후 시장 전체를 장악해 나가는 경영기법을 말한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아무래도 부족한 것이 많은 중소기업이 ‘파괴적 혁신’ 전략을 어떻게 구사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산·학·연 협력에 있다. 산·학·연 협력이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파트너를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찾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학 협력은 산·연 협력에 비해 활성화된 편이다. 하지만 요즘의 중소기업은 공동기술개발 때 우수한 연구인력, 연구장비·시설, 기술력 등의 이유로 연구기관을 더욱 선호하는 추세다. 실제 산·연 협력은 산·학 협력보다 저조하다. 2009년 기준 정부연구개발(R&D) 예산의 40%가 출연연구소에 투입되고 있으나, 출연연의 예산 대비 중소기업 지원은 1.5%로 극히 미미하다. 중소기업은 공동기술개발 파트너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희망하는데 왜 출연연의 참여는 저조할까? 출연연구소 연구자들은 중소기업 지원사업 참여를 막는 요인을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중소기업 지원사업이 아니라도 편하게 수행할 대규모 R&D 사업이 많다. 대부분 연구기관은 연구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R&D 과제는 꺼린다. 둘째,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기관, 연구자에 대한 제도적 유인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연구자 개인평가 때 연구비 수주를 통한 재정기여도와 논문, 특허 등 연구실적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라도 연구비 지원이 많은 대형 사업 참여에 주력한다. 셋째,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에 관한 규정 가운데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규정이다. 연구자가 동시에 수행 가능한 연구개발과제는 최대 5개, 이 중 연구책임자로 동시수행 가능한 과제는 최대 3개로 제한하고 있어 한정된 과제 수에서 중소기업 지원과제에 대한 참여가 낮다. 산·연 협력 특히, 정부출연연구소와 중소기업 간 협력이 활성화되지 못한 데 비해 외국은 활성화되고 있다. 타이완 ITRI는 연구기관 내 오픈랩을 거점으로 중소기업과 연구소 간 공동연구 등 중소기업 전반에 대한 인큐베이팅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프라운호퍼연구회는 56개 컨소시엄 형태로 자동차 관련 부품 중소제조업의 공정기술개발 등을 중점 지원한다. 우리 정부출연연구소의 중소기업지원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과위는 임무수행형(강소형) 연구조직화 등 조직개편을 논의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지원 부분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국가연구개발기능 제고라는 측면에서 출연연 고유 임무 중심의 성과지향 및 장기·대형 연구체제로의 전환 방향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중소기업 지원이 지금보다 더욱 소외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국형 히든 챔피언의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출연연구소가 눈높이를 낮추고 중소기업과 스킨십을 강화하여 산·연 간 공동기술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 [사건 inside] (8)“내 애인이 ‘꽃뱀’이라니”…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사건 inside] (8)“내 애인이 ‘꽃뱀’이라니”…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그 여자가 그럴리가 없어요. 뭔가 잘못 알고 계신거 아니에요?” 경찰을 찾은 최모(72)씨는 자신의 애인이 사기도박단의 ‘꽃뱀’이었다는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는 형사의 말에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지난 10일 경기 양주경찰서가 밝힌 ‘사기도박단 사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았다.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 역시 “영화 ‘타짜’의 수법과 너무나 똑같아 깜짝 놀랐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들의 타깃은 경제적으로 윤택한 모든 남성들이었다. 이들은 ‘정보통’, ‘꽃뱀’, ‘바람잡이’, ‘선수’, ‘꽁지’ 등 치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완전 범죄를 노렸다. 이 모든 사기 행각은 이른바 ‘왕회장’ 김모(57·여)의 계획과 지휘로 이뤄졌다. ●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처럼…아리따운 ‘꽃뱀’의 유혹 “최 사장님, 알게 된 동생이 있는데 같이 만나보지 않으실래요?” 최씨가 미모의 여성 이모(44)씨를 만난 것은 지난 3월 쯤. 연 매출 100억원대의 건실한 주류 도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그는 자신이 종종 들르던 경기도 성남시의 한 기원에서 알게 된 바둑친구 또 다른 이모(53)씨를 통해 그녀를 소개받았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만난 그녀는 40대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외모와 세련된 감각을 뽐냈다. 게다가 마치 자신에 대해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듯 취미와 취향마저 똑같았다. 특히 최씨는 평소 즐기던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친밀해졌다. 최씨는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며 다정하게 대하는 이씨에게 마음을 빼았겼다. 두 사람 사이는 이내 내연의 관계로 발전했다. 달콤한 연애에 푹 빠진 최씨는 이씨와 전국 각지를 돌며 골프를 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그까짓 1만원쯤이야”…재미로 시작한 도박이 깊은 수렁으로 “오빠, 다음엔 우리 양평으로 나가보지 않으실래요?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그쪽에 있는데 오빠 얘기를 했더니 꼭 뵙고 싶다고 하네요.” 최씨에게 도박의 유혹이 찾아온 것은 지난 8월 중순. 여느 때와 같이 데이트를 즐기던 중 이씨로부터 양평 쪽으로 놀러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사랑하는 애인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인 최씨는 경기도 양평군의 한 식당을 찾았다. 풍광 좋고 공기 맑은 곳에 위치한 식당은 여느 휴양지 식당과 다를 바 없었다. 최씨는 이 곳에서 이씨의 지인들을 소개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 이제 술도 한잔 돌았고 이렇게 즐거운 날 그냥 헤어질 수는 없죠. 최 사장님, 고스톱 치실줄 아시죠? 가볍게 한 게임 어떠세요?” “고스톱? 좋지. 1점당 얼마 걸고 칠까?” “깔끔하게 1점당 1만원. 괜찮죠?” “그럼. 1만원쯤이야.” “와~ 우리 오빠 진짜 화끈하다. 내가 남자보는 눈이 있다니까.” 애인과의 달콤한 밀회에 푹 빠져있던 최씨는 이들이 자신을 먹잇감으로 삼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기도박은 이렇게 시작됐다. 흔히 고스톱·섯다·포커 등 도박으로 분류되는 게임들은 이기고 지는 데 일정한 확률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인들에게나 통용되는 일. 이른바 ‘타짜’, 즉 전문 도박사가 낀 도박판에서 일반인이 돈을 딸 확률은 절대로 없다. 처음에는 평범한 화투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최씨가 이기고 지는 것을 반복하며 전체적으로는 돈을 조금씩 잃어가는 상황에 놓였다. 패가 나오는 순서를 미리 설계해 둔 ‘탄카드’는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점수를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주변에서 권하는 술에 조금 취한 최씨가 한눈을 파는 사이 ‘선수’는 1200점을 냈다. 최씨는 순식간에 1200만원을 잃었다. 이런 식으로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진 도박판에서 최씨는 무려 9000여만원을 잃었다. 처음부터 도박을 하려고 간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리게 됐다. 최씨가 한눈을 파는 사이 화투는 탄카드로 바꿔치기 됐다. 패가 나오는 순서를 미리 설계해둔 탄카드는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점수를 조작할 수 있게 했다. 보통 고스톱판에서 나오기 힘든 1200점이란 점수도 탄카드 때문에 가능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화학약품을 통해 화투패 뒷면에 표시를 남기는 등 다양한 사기수법이 나오고 있지만 이보다 원시적인 방법인 탄카드가 오히려 ‘봉’들을 현혹시키기 쉽다. 이씨 일당은 최씨로부터 딴 돈을 몰래 밖으로 빼돌렸다가 ‘꽁지’를 이용해 배달하는 척 하면서 다시 최씨에게 빌려줬다. 최씨는 이런 방법으로 2개월여 사이 5차례의 도박판에서 모두 5억 3000여만원을 잃었다. 재력이 충분했던 최씨에게는 수억원을 잃은 것보다는 자신과 잠자리를 함께하는 애인이 자신을 속이고 사기 도박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정보통’·‘꽃뱀’·‘선수’가 혼연일체…치밀한 사기도박단의 정체 양주경찰서가 관내 제보자를 통해 이들 조직의 실체를 파악한 것은 최씨가 사기도박의 마수에 걸렸던 때보다 조금 앞선 지난 7월. 꽃뱀에게 속아 돈을 잃은 피해자가 최씨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수사 결과 이 일당들은 2006년 사기 도박단을 조직해 최근까지 17회에 걸쳐 최씨를 비롯한 남성 재력가 5명에게서 10억여원을 뜯어냈다. 이들은 서울·경기는 물론 광주광역시 등 전국적인 규모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 5명의 손해는 1000만원에서 5억여원까지 다양했다. 이들의 도박행각을 계획한 총책 김씨는 이씨 등 유인책 2명을 고용했다. 40대인 이씨는 50~70대의 노년층을, 30대인 또다른 유인책은 40대 중년층을 공략했다. 김씨는 속칭 ‘정보통’이라고 불리는 모집책을 통해 돈 많고 유혹하기 쉬운 남성들의 정보를 얻었다. 처음 최씨에게 이씨를 소개해 줬던 바둑친구가 바로 모집책이었다. 모집책이 정보를 제공하면 유인책이 봉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맺는 등 친밀한 관계를 만든 뒤 도박판으로 끌어들였다. 한 번 도박판에 발을 들이게 하면 돈을 뜯어내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전문 도박사는 물론 돈을 잃어주는 바람잡이 역할까지 있어 피해자들은 사기도박일 것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한 게임에 큰 점수가 나오는 것이 미심쩍긴 했지만 사기일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최씨는 이들 일당이 검거된 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이씨가 이들과 한패일리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씨는 나와 같은 피해자”라며 그녀를 감싸기까지 했다. 사랑에 목마른 중장년 남성들을 유혹해 사기 도박의 나락으로 떨어트린 도박단은 결국 덜미를 잡혔지만 믿었던 애인이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에 피해자들은 허탈감과 배신감을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안게 됐다. 검거된 일당들은 유치장에서도 서로 입을 맞추기 위해 다른 공범에게 메모지를 건내다 적발되는 등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총책 김씨와 유인책 이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또 다른 유인책 1명과 모집책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선수’ 최모씨 등 전문 도박사 3명을 쫒고 있다. 양주경찰서 관계자는 “이들은 신원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차명으로 이용했다.”면서 “검거된 일당 외에도 이른바 ‘대포폰’, ‘대포통장’을 이용한 공범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20)성과평가제

    [테마로 본 공직사회] (20)성과평가제

    승진과 보수는 공무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공무원봉급 인상률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는 것이나 연말 성과평가를 앞두고 사무실마다 업무실적 자료를 정리하느라 분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성과평가 결과가 보수로 반영되는 2~3월이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과천정부청사 등 관가에는 묘한 찬 바람이 분다. 평온한 듯하면서도 같은 부서에서도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뒤숭숭한 기류가 흐른다. 정부중앙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서기관급 공무원은 “동료에게 술 한 잔하자는 말도 섣불리 꺼내기 어려울 때가 있고 때로는 신경이 날카로워져 작은 다툼도 일어나곤 한다.”고 곤혹스러운 분위기를 넌지시 전했다. 1999년 도입돼 올해로 13년째를 맞고 있는 공무원 성과평가제의 공과를 짚어본다. ●공직사회 생산성 향상 위해 도입 성과상여금제도는 뿌리 깊은 연공서열 보수 체계의 관행을 깨고 공직사회에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1999년 국민의 정부가 100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도입했다. 초기엔 3급 이하 공무원이 대상이었다. 근무성적평가 결과에 근거해 네 등급으로 나눈 뒤 상위 50%에게만 기본급의 50~200%에 해당하는 성과상여금을 차등 지급했다. 공무원 절반은 상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셈이다. 1995년부터 특별상여수당제도를 만들어 상위 10%에게 지급하긴 했지만 사실상 처음으로 전면 시행됐기에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거렸음은 물론이다. 이후 점점 적용대상이 확대돼 장·차관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무원이 대상이 된 상태다. 지급률 격차도 초기엔 150%→110%→100% 등으로 보수적으로 운영하다 성과상여금 제도에 대한 공무원들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격차를 다시 늘려 현재 230%에 이르고 있다. 성과상여금제는 현재 42개 중앙기관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올해 국가일반직 공무원 31만 1091명을 대상으로 한 성과상여금 예산으로 1조 30억원이 편성됐다. 46만 4952명의 공·사립 교원 성과상여금 1조 2042억원을 포함하면 성과상여금 예산총액은 2조 2072억원이다. 성과상여금 지급 비율, 범위 등은 모두 정부 표준안일 뿐 부처별로 자율적으로 정한다. 예컨대 지난해의 경우 국토해양부 등 24개 기관은 최하위 등급에도 성과상여금을 지급했고, 행정안전부 등 18개 기관은 지급하지 않았다. 표준안에 따르면 5급의 경우 상위 20%인 S등급은 593만 7000원을 받고, 그 다음 30%까지인 A등급은 413만원, 그 다음 40%에 이르는 B등급은 232만 3000원, 하위 10%인 C등급의 성과상여금은 ‘0원’이다. 9급 공무원의 경우도 최대 296만 7000원(S등급)에서 116만 1000원(B등급)까지 차이가 난다. 박봉의 공무원 월급 수준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액수다. ●고공단 대상 연봉제 ‘이란성 쌍둥이’ 연봉제는 성과상여금제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와도 같다. 1999년 정무직과 1~3급 국장급을 대상으로 시행됐다가 2005년 3~4급 과장급에까지 확대돼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연봉제 운영도 유형을 나눠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 대통령,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은 고정급 연봉제다. 고위공무원단(이하 고공단)은 성과계약을 맺은 뒤 성과목표 달성도 등 개인실적 평가와 부서실적 평가, 직무수행능력 평가 등을 통해 1~4개 등급으로 나누는 직무성과급적 연봉제가 적용된다. 성과급은 5급 이하든 이상이든 일시불로 지급된다. 고공단의 경우, 전년도 성과급 규모에 따라 다음해 연봉산정에 유불리가 생길 수 있어 부담이 더하다고 볼 수 있다. 고공단 ‘가’급인 실장급의 경우 최상위 20%에 해당하는 S등급은 지급기준액의 15%, A등급은 10%, B등급은 6%를 받는다. 돈으로 환산해보면 1207만원부터 483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역시 하위 10%인 C등급은 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한다. 여기에 2년 이상 C등급을 받을 경우 적격심사 대상이 돼 자칫 고공단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핵심성과 파악 위한 신뢰성 갖춰야 고공단 성과평가는 도입 당시 절대평가 방식이었다. 상급자와 맺은 성과계약에 따라 업무 목표를 연말에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봤다. 하지만 아랫사람을 돌보려는 온정주의와 적격심사에 대한 부담감 등이 맞물려 전반적으로 관대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생겼다. 2006년과 2007년 80% 가까운 평가대상자들이 A등급 이상을 받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8년부터 S등급을 20% 이내로 제한하고 C등급 이하는 최소 10% 이상이 되도록 상대평가 방식으로 성과평가 규정을 바꿨다. 신영숙 행정안전부 성과급여기획과장은 “성과평가 규정을 바꾼 뒤 관대화 경향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큰 오류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OECD 조사 결과, 성과평가와 성과급의 활용은 각각 8위, 10위 수준으로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성과평가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13년째를 맞아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지난해 성과평가의 경우, 관세청 등 3개 부처에서 33건의 이의신청이 들어왔다. 자신이 받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이 중 26건이 받아들여져 상향 조정됐다. 행안부 소속의 한 사무관은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평가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교 평가되는 게 불쾌하고, 결과에 수긍하지 않더라도 내가 더 나은 실적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기에 가만히 있는다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피평가자와 소통을 통한 제도 개선이 더욱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수재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평가지표 등 형식적으로는 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핵심성과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향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상여금 외에도 승진, 연수 확대 등 평가 활용의 방식을 다양하게 보완해 피평가자들에게 실질적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플러스] 6개월 금연 성공 땐 복지포인트

    노원구(구청장 김성환) 최근 ‘직장 금연클리닉’에서 6개월간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 대해 금연 수료증과 함께 유인책을 제공했다. 유인책을 받은 직원은 지난해 9월 금연클리닉 신청자인 흡연자 51명 중 16명(31%)이다. 이들에게는 복지포인트 100점(10만원 상당)과 4~5시간의 교육 시간을 인정하는 혜택을 줬다.
  • “노인=수혜대상 인식부터 바꿔야”

    “노인=수혜대상 인식부터 바꿔야”

    노인복지 전문가 한정란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의 노인자원봉사 활동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초기단계”라고 설명했다. 선진국들은 자발적인 참여로 30%가 넘는 가입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참여율이 10%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봉사보다는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이 많아 공공근로에 참여하는 노인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한 교수는 “자원봉사라고 해도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현재보다 더 많은 수준의 보상을 해주는 유인책을 시행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려면 단순히 국가에서 나서서 할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참여를 요청해 공익사업은 정부가, 나머지 부분은 민간 쪽에 역할을 맡기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자원봉사라는 개념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캠페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자원봉사에 대한 캠페인은 사실 눈에 띄는 것이 거의 없다.”면서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매번 정기적으로 노인의 긍정적인 모습을 담은 서적을 발간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과는 매우 상반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노인은 무조건 수혜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65세 이상 노인뿐만 아니라 예비노인으로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조차 봉사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다는 것이 한 교수의 지적이다. 한 교수는 “내가 사회에 무엇을 돌려줘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과거처럼 노인이 되면 무조건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 노인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곰곰이 따져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자원봉사’라는 개념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노인 자원봉사 모델을 꾸준히 제시해 다음 세대가 그 모델을 보고 따라가는 방식이다. 그는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 교수는 “어려서부터 노인 자원봉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깨우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인자원봉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도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을 지원하는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예산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면 기업에서 학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한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연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교육을 할 수 없고 현장에 들어가야 하는 전문가도 육성할 수 없다.”면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정부가 앞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애물단지’ 전락 컵대회 어쩌나

    ‘우리의 열정 놀이터, K리그’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다. 지난 29일 리그컵 대회가 벌어진 네 경기 평균관중은 3433명. 올 시즌 K리그 평균관중의 30% 수준이다. 승부조작 파문에 궂은 날씨까지 겹쳤다고 하지만 경기장은 ‘황량’했다. 8강 토너먼트지만 경남FC와 울산을 제외한 6개팀은 모두 2군으로 스타팅을 꾸렸다. 리그 1위 전북은 18명 엔트리조차 채우지 못했다. 1992년 시작한 전통 있는 컵대회가 ‘애물단지’가 된 이유는 있다. 우승상금 1억원이 ‘당근’의 전부다. 웬만한 주전급 선수의 연봉에도 못 미치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K리그(1~3위)와 FA컵(우승)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챙길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컵대회에 괜히 주전급 선수를 출전시켜 힘 빼고 다치느니 차라리 기회가 없었던 벤치멤버를 내보내는 게 현명하다. 이기면 좋고, 져도 그만이다. 30라운드로 치러지는 K리그에 FA컵, AFC챔피언스리그, R리그(2군 리그)의 일정만으로도 충분히 살인적이다.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는 컵대회가 승부조작의 온상이 된 이유와도 상통한다. 현장의 목소리에도 불만이 가득하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지금 같은 식이면 컵대회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리그 개막 전에 하든지, AFC챔스리그 진출권을 주든지, 상금을 올리든지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맞대결한 김호곤 울산 감독조차 “우리는 홈이니까 좋은 경기를 해야 하지만 (일정이 촘촘한) 전북 상황도 이해한다.”고 했을 정도다. 프로축구연맹은 리그컵 운영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으나 뚜렷한 해법은 찾지 못했다. ‘무용론’에도 대회 자체를 없애는 건 어렵다. 정규리그만 소화하기에는 각 팀이 한 해에 치르는 경기 수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 리그컵 우승팀에 챔스리그 출전권을 주는 것도 좋은 유인책이지만 이는 AFC 규정에 위배된다. AFC는 리그컵 대회를 챔스리그 출전권과 별개의 대회로 규정하고 있어, 연맹 임의대로 티켓을 줄 수 없다. 상금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얼마나 유인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리그컵을 활성화시킬 만한 뾰족한 수는 없다. 하지만 승부조작에 노출된, 박진감 떨어지는 현재의 리그컵이라면 한국축구의 미래는 어둡다. 축구 관계자들이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가계부채 대책] 종합대책 주요내용

    [가계부채 대책] 종합대책 주요내용

    정부가 29일 내놓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은 공급 측면에서 은행, 카드사, 할부금융사, 상호금융사의 가계대출을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수요 측면에서 세제 혜택 등 유인책으로 가계대출 구조를 개편한다는 게 주요 뼈대다.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이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고, 금융회사의 충격 흡수 능력도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율이 매우 높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95%로 비정상적이다. 거치기간을 연장하거나 만기 때 한꺼번에 갚기로 하고 이자만 내는 대출이 80%에 달하는 등 대출 구조에도 문제가 많다. 정부는 변동금리·거치식·일시상환 대출이 많은 우리 가계대출 구조가 외부 충격에 취약할 뿐 아니라 금리 변동기간이 짧아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우선 가계대출이 435조 1000억원(2011년 3월기준)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권에 대해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당초 은행들은 2013년 말까지 예대율을 100% 이하로 맞춰야 했지만, 정부는 이 시한을 내년 6월 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아울러 고위험 주택담보대출과 특정 부문에 편중된 대출은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계산할 때 위험가중치를 높이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대출도 소득증빙 자료를 필수적으로 확인토록 했다. 현재 은행들은 DTI 규제 대상이 아니면 LTV 비율만 감안할 뿐 대출자의 상환 능력은 거의 따지지 않고 있다. 이석준 금융위 상임위원은 “만기 5년 이하 일시상환 대출 가운데 대출자 부채 비율이 500%를 넘거나 3건 이상 대출자에게 또 대출하는 게 고위험 대출의 예”라면서 “주택담보대출 같은 특정부문에 자기자본의 두 배를 넘겨 대출하는 은행도 BIS 비율 산정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주택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은행별 출연요율도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연동대출은 금리변동의 상한선을 두고 금리변동 주기는 3개월에서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 밖에 은행의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적극적으로 사들여 유동화를 지원하고 이 같은 대출채권을 바탕으로 커버드본드(우선변제권부채권)를 발행할 수 있는 모범규준을 제정해 장기 대출을 유도키로 했다. 농·수·신협 단위조합과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사의 예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상호금융사가 비과세 혜택으로 최근 2년간 예수금을 29.1%나 늘리고 가계대출에 집중 운용해 대출이 31.2%나 뛰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15.4%)를 매기지 않았지만 2013년부터 5%, 2014년부터 9%의 세금을 물릴 계획이다. 이 밖에 카드사와 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차입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규제를 도입하고 회사채 발행 특례를 폐지해 카드대출이 지나치게 늘지 않도록 억제하기로 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복수노조 혼란은 기우…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사 윈윈”

    “복수노조 혼란은 기우…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사 윈윈”

    “복수노조제도가 큰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입니다.” 지난 2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1동 2층 집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복수노조제도로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계가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주장하고 각 기업은 복수노조 설립에 대해 대비책을 세우느라 부산한 데 대해서 “복수노조 때문에 없던 근로자의 불만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노동계가 집행부의 입장에만 매몰돼 노동조합법 전면 재개정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반대하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노조 역시 사측과의 교섭에서 힘을 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관습과 다른 데 대해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민주주의 체제에 여러 정당이 있듯 한 기업에 여러 개의 노조가 있는 것은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7월 1일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된다. 교섭창구 단일화나 복수노조 설립 등 현장의 혼란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지나친 우려다. 현재까지의 관습과 달라 우려가 생길 수 있지만 교섭창구 단일화는 혼란을 없애기 위해 만든 제도다. 한 회사에 노조가 여러 개 생기면 근로자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결사체가 생겨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지만 회사와 따로 교섭하려면 노조의 힘이 분산되는 약점이 생긴다. 교섭창구 단일화로 노조는 힘을 모을 수 있고 회사는 효과적으로 교섭을 할 수 있다. 물론 기존의 노조는 새로운 노조의 탄생이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이 여러 개인 것처럼 노조가 여러 개인 것은 성숙된 사회로 가는 당연한 과정이다. →노조법 전면 재개정 등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하반기 노사관계 전망은. -현장의 노사관계는 대단히 안정적이다. 양대노총 등 중앙 단위가 시끄러운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한국노총의 이용득 위원장이 들고 나온 노조법 전면 재개정의 핵심인 복수노조제도는 이미 국제노동기구로부터 결사의 자유를 지키지 못한다고 11차례 개선 권고를 받은 바 있다. 14년 유예 끝에 한국노총도 합의를 했고 민주당 소속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시절에 국회를 통과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자를 위해서 노동권의 신장과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혹시 기존 노조의 간부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면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한다. 노조는 존립 근거가 대한민국 근로자에 있다. 총연맹의 집행부 입장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시간제 일자리는 일자리 나누기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질 좋은 일자리보다 질 낮은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비판이 많다. -시간제 일자리의 목적은 기존 일자리를 쪼개는 것이 아니고 사각지대에 숨어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있다. 우리는 왜 밤에 몸이 아프면 병원의 좋은 시설이 있는데 응급실에 가야 하나. 휴일에 왜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가. 직장 보육원을 왜 낮에만 쓸 수 있나.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면 얼마든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틈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다가 통상 근로자로 전환하는 절차 등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의 보호책이나 기업의 유인책도 만들고 있다. →최근에 발효된 ILO의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에 대한 우리나라의 비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가사노동자는 약 30만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는데 우선 이른 시일 내에 실태조사에 나설 것이다.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해당되는 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결사의 자유가 침해받는다면 노동조합법을, 산재보험이 필요하다면 산재보험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미루기 위한 목적은 전혀 없다. 단, 무조건적인 보호보다는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겠다. →지역 일자리가 향후 일자리 정책의 핵심이라는 의견들이 많다. 동의하는지. -지금까지 중앙정부 위주로 일자리 정책이 펼쳐져 왔다. 하지만 ‘될성부른’ 지역주도형 일자리를 찾아 중앙정부는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만큼 지역의 일자리를 잘 아는 곳은 없다. 이 과정에서 다른 소관 부처들도 적극적으로 설득할 생각이다. 일례로 최근에 경기 이천시 하이닉스반도체를 방문했는데 환경부 소관 법령이 개정되지 않아 공장 증설이 막혔고, 지역 일자리 창출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이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다른 부처들에 협조를 촉구했다. 지자체 장들도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지역 일자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어 힘들어한다. 고용허가제를 업종이나 숫자 모두 늘려 달라는 건데, 반면 국내 근로자와 경합관계가 문제될 수 있다. 해법은 있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는 내국인에게 먼저 일자리를 주는 원칙과 내국인이 도저히 가지 않는 곳에만 외국인 고용을 허가한다는 원칙이 있다. 외국인 인력을 더 쓰자는 목소리가 분명 많은데 참고는 하되 실제 그런지 업종별로 분석해서 정책을 만들 수밖에 없다. 실제 해당기업이 내국인을 구하려는 노력을 14일(채용 공고기간) 정도 했는지 등이 그것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4일 자영업자 실업급여 임의 가입 법안이 환노위를 통과했다(29일 본회의 예정). 자영업을 하다가 망하는 경우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능력개발과 직업훈련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이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장애인을 정부가 미고용 기업에 주는 경제적 페널티 때문에 고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애인을 볼 때 장애 있는 부분만 보지 말고 다른 부분을 보면 유용하다. 숨은 보배를 쓴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채용이 미진한 것을 볼 때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만일 장애인을 처음부터 쓰기 힘들다면 인턴처럼 채용해 보고 늘려갈 수 있다. 물론 장애인 채용에 대한 사회적 압력을 기업에 가하기 위해 다음 달 1일부터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경우 장애인 부담금을 최저임금(90만 3000원) 수준으로 크게 올린다. →다음 달 5일 노동부에서 고용노동부로 개명한 지 1년이 된다. 소회는. -그간 일자리 현장 지원단을 만들어 소관 업무와 거리가 있는 근로감독관까지 일자리 현장에 투입했다. 지난 한 해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 냈다면 앞으로는 이런 정책들을 내실화하고 조율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고용노동부는 태생적으로 노사 모두로부터 압박받는 어려운 입장에 있다. 이 두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감안하되 국민 입장에서 정책을 고민하겠다. 전경하·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이채필 장관은 ▲1956년 울산 출생 ▲검정고시, 영남대 행정학과 졸업 ▲행시 25회 ▲1992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1994년 고용부 양산지청장 ▲2004년 산업안전국장 ▲2005년 고용정책심의관 ▲2007년 직업능력정책관 ▲2008년 노사협력정책국장 ▲2009년 기획조정실장 ▲2010년 노사정책실장, 고용노동부 차관 ▲2011년 5월 고용노동부 장관
  • 사립대 중복학과 통폐합 땐 분교도 본교 인정

    사립대 중복학과 통폐합 땐 분교도 본교 인정

    사립대학이 본교와 분교의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할 경우 분교도 본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올해부터 추진된다. ‘한 지붕(법인) 두 가족(학교)’ 형태인 분교를 또 하나의 대학간 통폐합 대상에 포함시켜 최근 가속화되는 대학 구조조정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같은 학교 안에서도 학과 통폐합을 두고 정원 조정과 본교 이전 문제 등으로 수년째 논의가 공전을 거듭해온 데다 주요 학과가 서울 본교로 집중될 경우 당초 지역발전 정책으로 시작된 분교 설립 취지가 훼손될 우려도 있어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21일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지금까지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통폐합 유형에는 대학과 대학, 대학과 전문대 등 본교 간의 통폐합만 규정돼 있었을 뿐 같은 법인 소속 대학의 ‘본교·분교 간 통폐합’은 제외돼 있다. 이에 따라 개별 학교법인이 본교와 분교 간에 학과를 겹치지 않게 운영하면, 앞으로는 지방 분교도 모두 본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분교를 운영하는 대학은 건국대, 고려대, 경희대 등 모두 11곳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본교·분교 간 통폐합은 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며, 통폐합시 최근 3년간의 미충원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조건도 붙게 된다.”면서 “대학 입장에서는 운영비 절감, 특성화를 통한 교육연구역량 강화 등을 통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교·본교 간 통폐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두 캠퍼스 간의 입학 수준 격차가 커서 같은 학교 안에서도 반대 논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몇몇 대학들은 분교에서 지역 명칭을 없애는 등 자구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졸업생들은 “취업 때 여전히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분교 개편안은 신임 총장들의 기본 공약이 될 정도로 수년째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통폐합 대상에 따라 학과 간 운명이 바뀔 수 있어 학내에서도 의견 통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최근 KTX, 전철 같은 교통수단 발달로 캠퍼스 간 이동이 편리해지면서 학교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통폐합안을 추진하는 추세”라면서 “다만 1980년대에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와 지역발전을 위해 분교 설립을 허가했는데, 학과 통폐합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주요 학과의 서울 집중 등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어 보다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금감원 직원 87% 취업 제한… 공직 풍토 대변화 예고

    금감원 직원 87% 취업 제한… 공직 풍토 대변화 예고

    전관예우 근절방안에 대해 공직 사회는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떨떠름한 표정이다. 이번 근절방안의 주요 목표가 되는 경제 부처는 좌불안석이다. 공무원 사회에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일 한 경제 부처 차관은 “퇴직하고 1년은 무조건 쉬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경제 부처는 민간 기업의 이해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의 업무 중 민간 기업의 이해 관계에 영향을 주는 업무는 퇴직 후 1년간 취급 금지’라는 ‘1+1’ 제도를 벗어나기가 힘들다. 취업심사 대상에 매출액이 큰 법무법인(로펌)도 포함됨에 따라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진 셈이다. ●공공기관 재취업 경쟁 심화 단, 공공기관은 예외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이나 산하 단체 기관장이나 고위직을 두고 퇴직 예정 고위 공무원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둔 한 공기업 사장은 “요즘은 퇴직 공무원에 비해 산하 기관장 자리가 부족해 나도 1급으로 퇴직한 뒤 반년가량을 아무 일도 없이 놀았다.”고 전했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다. 금융감독원은 산하 기관이 없고 공정위는 2008년 출범한 공정거래조정원이 유일하다. 퇴직 고위 공무원이 주로 로펌에 재취업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막막하다는 입장이다. 경쟁법 관련 로펌의 수요는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항변한다. 공정위 한 과장은 “‘강등해서 (취업심사를 받지 않는) 5급 이하로 내려가는 방법은 없냐’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업무 관련성 적용 기간이 퇴직 전 3년간 소속 부서일 때도 공정위는 민간 기업 취업이 어려웠다. 이번 조치로 적용기간이 퇴직 전 5년간으로 확대됨에 따라 4급 이상으로 퇴직 시 민간 기업의 취업은 사실상 봉쇄된다. 금감원은 이번 조치로 취업 심사 대상자가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10명 중 9명꼴로 취업이 제한되는 철퇴를 맞았다. 임원을 제외한 금감원 전체 인력 1605명 중 4급 이상은 1398명으로 87%다. 금감원에 5급 조사역으로 입사한 뒤 보통 5년 동안 3개 정도 부서를 거치면 4급 선임 조사역이 된다. 즉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진 뒤 퇴직하면 모두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금감원 4급 선임조사역은 “일부의 잘못으로 금감원 전체가 제약을 받는 셈”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금감원에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반면 국장급 간부는 “지금 상황에서는 유구무언”이라며 “묵묵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반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공무원이 직무상 다뤘던 민간 기업에 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라며 “민간 기업에 대한 인허가권이나 재정 보전 등의 권한을 가진 사람은 5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가지 않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우수한 민간인 영입 어려울 듯” 정부 부처에서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을 공개채용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 취업 제한이었다. 국장급으로 근무하고 나면 취업 심사 대상이 돼 원래 업무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부처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공개 채용을 하면 지원자는 있겠지만 우수한 인력은 더욱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감원도 변호사는 4급 이상, 회계사는 경력에 따라 4급 또는 5급 이상으로 경력 채용한다. 이번 조치가 확정되면 경력직으로 채용되는 변호사나 회계사들은 로펌에 재취업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조치에 수긍하면서도 공무원들은 제도적 뒷받침을 주문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전관예우가 공무원들에게 박봉에도 끝까지 버티게 하는 유인책”이라며 “경력 20년이면 민간과 연봉 차이가 5배까지 나는데 누가 공무원을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유일한 보루는 대학? 로펌 관계자는 “로펌에서는 공직자들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높이 사는 것뿐”이라며 “공직자 출신들이 퇴직 전에 담당했던 업무에 대해 취급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취업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로펌 관계자는 “공직자 출신 고문이나 전문 위원이 없으면 법률 자문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로펌 취업제한조치에 대한 과태료가 1000만원 이하로 책정되는 등 실효성이 어느 정도 있을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실효성에 대해서는 교수들도 문제를 제기한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관예우를 금지하려면 지금보다도 더 페널티 조항을 강화해야 실효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력한 제한 규정 신설과 함께 공직자의 전반적인 도덕성 수준이나 책임도 동시에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위 공직자의 강의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박흥식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학 입장에서 이론과 실무 사회 경험이 적절히 조화되고 학생 교육으로 이어진다면 반대할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이용관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재능기부 형태로 학생들을 위해 공직 시절 전문성과 재능을 가진 분들이 교단에서 활동한다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전경하기자·부처 종합 lark3@seoul.co.kr
  • ROTC 경쟁률 女 7.7대1, 男 3.2대1

    올해 육군의 여자 학군사관(ROTC) 후보생 경쟁률이 남자 지원자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지난 4일 육군의 제52기 남녀 ROTC 후보생 지원서를 마감한 결과 남자는 2000여명 모집에 63 00여명이 지원했으며, 여자는 220명 모집에 1700여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여성 지원자의 경쟁률이 무려 7.7대1을 기록해 남성 지원자의 경쟁률 3.2대1보다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특히 여성 ROTC 후보생 경쟁률은 학군단 창설 이래 처음으로 모집을 실시한 지난해 경쟁률 6대1보다 높았다. 군의 한 관계자는 “여자 ROTC 후보생 모집 인원이 적은 데다 여군에 대한 군 내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점이 (여자 ROTC후보생 지원자의) 높은 경쟁률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ROTC 지원율 상승에 대해 “18개월로 단축됐던 병 복무기간이 21개월 재조정되면서 병사로 입대하려는 병역자원 추세가 줄어들었고, 예비장교 후보생 제도 정착에 따라 장교 선발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된 것이 경쟁률을 높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실시되는 단기복무 장교에 대한 장려금 제도도 지원율 상승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국방부 관계자는 “단기복무 장교의 장려금과 ROTC 후보생 교재지원비 지급 등의 유인책도 지원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오는 29일 정원의 두배 이내로 1차 합격자를 선발하고 다음 달 2~20일 신체검사와 체력검정, 면접평가를 해 6월 10일쯤 정원의 150% 내에서 2차 합격자를 발표한 뒤 8월 25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업무유공 특진 ‘가뭄에 콩나듯’… 대기발령은 퇴출 신호탄?

    [테마로 본 공직사회] 업무유공 특진 ‘가뭄에 콩나듯’… 대기발령은 퇴출 신호탄?

    공직사회가 부단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무사안일, 복지부동 등 낡은 관행도 여전하다. 이 때문인지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평가는 후하지 않다. 이에 서울신문은 공직사회 경쟁력 제고 및 공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직무를 중심으로 한 ‘테마로 본 공직사회’ 기획 시리즈를 매주 1회씩 게재한다. 첫 회는 특별승진과 대기발령이다. 2회는 유연근무제다. 특별승진은 국가공무원법 40조 4항, 지방공무원법 39조 3항 등에 따라 업무유공, 제안 채택, 명예퇴직, 사망 추서, 봉사상 수상을 인정받았을 때 할 수 있다. 제안 채택·수상은 가시적 성과물을 인정받은 경우다. 명예퇴직과 사망 추서는 퇴직 또는 사망 이후 승진하는 셈이므로 현직 공무원이 누릴 수 있는 수혜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특별승진은 ‘직무수행 능력이 탁월해 행정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자’에게 주는 ‘업무 유공’에 국한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업무유공 특별승진은 “살아서는 받을 수 없는 승진”이라는 푸념이 공무원들 사이에 적지않다. ●살아서 받을 수 없는 승진? 지난 5년간(2005~2009년) 국가공무원 승진통계에 따르면 특별승진자는 모두 5354명으로 총 승진자 8만 764명의 6.6%다. 이 가운데 업무유공 특별승진자는 1602명으로 전체의 2%에 불과하다. 특히 기능직 공무원이 특별승진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2009년 기준 전체 특별승진자 1076명 중 기능직은 123명이나 이 역시 전원 명예퇴직하면서 얻은 승진이다. 지방공무원도 마찬가지다. 행안부에 따르면 2009년 특별승진한 지자체 공무원 1092명 중 명예퇴직이 1061명(97.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망추서 20명(1.8%), 업무유공 10명(0.9%)이 뒤를 이었다. ●특별승진 활성화… 실효성 의문 이런 이유로 특별승진 활성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특별승진을 매년 1회 이상 정기실시하고 연간 승진예정 인원의 30% 이내를 특별승진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총리실도 개인별 5년간 업무 실적을 측정해 직급별 승진인원의 20% 범위 내에서 특별승진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도 비슷한 방침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그럴 듯한 유인책으로 보이지만 행정 공무원은 팀단위로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업무 성과를 재기 어려워 실제 승진비율은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발령 ‘징계성’은 미미 대기발령은 ‘징계 또는 문책성’과 인사운용상 불가피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그 숫자가 많지 않다. 주로 징계위원회 의결에 앞서 현 보직에 놔두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의 인사조치이다. 주로 고위직 인사에서 엿볼 수 있다. 올초 건설현장식당(함바집) 비리 사건 연루 의혹을 받은 김병철 당시 울산경찰청장은 검찰 출두에 앞서 경찰청 경무과로 대기 발령났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시민을 내사해 물의를 빚은 총리실의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도 대기발령받았다. 업무능력을 이유로 한 대기발령 조치도 있다. 고용부는 지난해 중앙부처로는 처음으로 무능·태만 공무원 40여명을 무더기 대기발령 낸 바 있다. 지역발전 업무를 담당하던 행안부 박모 사무관은 유관기관 비상임감사직을 겸직하면서 재단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다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됐다. 박씨는 행안부가 비위사실 확인 조사에 들어가면서 3개월 넘게 무보직 대기발령 상태에 있었다. 비위의혹이 제기된 당사자를 현직에 그대로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수순이었다. 결국 박씨는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된 직후인 지난 1월 파면조치됐다. 대기발령이 공직에서 영영 ‘아웃’되는 통로가 된 셈이다. 지자체의 경우, 서울시가 2008~2009년, 2년에 걸쳐 모두 14명을 퇴출시킨 바 있다. 징계성 대기발령자들은 직위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가공무원법 73조에는 임용권자가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성적이 극히 나쁜 자,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자, 형사사건 기소자에 대해 직위해제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인사 수요·공급 불일치 대기도 다수 그러나 일반적인 대기발령은 인사 수요·공급의 불일치에 따른 경우다. 2008년 9월 서울시로 파견 명령을 받았던 행안부 조모 과장은 1년 3개월 만인 지난해 1월 복귀했지만 과장 결원 직위가 없는 바람에 3개월 가량 ‘대기자 신세’로 지내야 했다. 결국 지식경제부의 한 기획단 과장으로 다시 한번 ‘바깥 바람’을 쐰 뒤 지난달 행안부로 돌아왔다. 공무원 임용령 제43조에는 무보직 발령이 가능한 경우로 휴직자의 복직, 파견자 복귀, 파면·해임·면직자 복귀 때 해당 직급에 결원이 없거나 1년 이상 장기국외훈련을 위해 2개월 이내에서 준비기간이 필요할 때 등을 들고 있다. 대기발령자는 출근의무도 없고 보수도 깎인다. 정상 근무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급여와 기본수당은 챙기지만 시간외 수당, 교통보조비, 정액급식비 같은 실비변상적 성격의 수당은 받을 수 없다. 4급 이상은 관리업무수당과 직책금을 추가로 받지 못한다. 이런 무보직자들은 발령이 예정된 부서에서 미리 일손을 돕거나 개별 프로젝트를 맡아 보고서 작성을 하는 등 정식발령 때까지 소일거리로 시간을 때운다. 이재연·박성국기자 oscal@seoul.co.kr
  • 공직 인사의 명암 특별승진 vs 대기발령

     특별승진은 국가공무원법 40조 4항, 지방공무원법 39조 3항 등에 따라 업무유공, 제안 채택, 명예퇴직, 사망 추서, 봉사상 수상을 인정받았을 때 할 수 있다.  제안 채택·수상은 가시적 성과물을 인정받은 경우다. 명예퇴직과 사망 추서는 퇴직 또는 사망 이후 승진하는 셈이므로 현직 공무원이 누릴 수 있는 수혜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특별승진은 ‘직무수행 능력이 탁월하여 행정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자’에게 주는 ‘업무 유공’에 국한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업무유공 특별승진은 “살아서는 받을 수 없는 승진”이라는 푸념이 공무원들 사이에 적지않다.  지난 5년간(2005~09년) 국가공무원 승진통계에 따르면 특별승진자는 모두 5354명으로 총 승진자 8만 764명의 6.6%다. 이 가운데 업무유공 특별승진자는 1602명으로 전체의 2%에 불과하다. 특히 기능직 공무원이 특별승진을 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2009년 기준 전체 특별승진자 1076명 중 기능직 특별승진은 123명이나 이 역시 전원 명예퇴직하면서 얻은 승진이다. 지방공무원도 마찬가지다. 행안부에 따르면 2009년 특별승진한 지자체 공무원 1092명 중 명예퇴직이 1061명(97.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망추서 20명(1.8%), 업무유공 10명(0.9%)이 뒤를 이었다. ●특별승진 활성화?…실효성은 의문  특별승진 활성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고용부는 올해부터 특별승진을 매년 1회 이상 정기실시하고 연간 승진예정 인원의 30% 이내를 특별승진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총리실도 개인별 5년간 업무 실적을 측정해 직급별 승진인원의 20% 범위 내에서 특별승진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도 비슷한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그럴 듯한 유인책으로 보이지만 행정 공무원은 팀단위로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업무 성과를 재기 어려워 실제 승진비율은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발령…징계성은 미미  ‘징계 또는 문책성’ 대기발령과 인사운용상 불가피한 대기발령으로 나눌 수 있다. 문책성 대기발령은 그 숫자가 많지 않다.  징계성 대기발령은 징계위원회 의결에 앞서 현 보직에 놔두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의 인사조치이다. 주로 고위직 인사에서 엿볼 수 있다. 올초 건설현장식당(함바집)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김병철 당시 울산경찰청장은 검찰 출두에 앞서 경찰청 경무과로 대기 발령났다. 지난해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시민을 내사해 물의를 빚은 총리실의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도 대기발령받았다.  업무능력을 이유로 한 대기발령 조치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중앙부처로는 처음으로 무능·태만 공무원 40여명을 무더기 대기발령을 낸 바 있다. 지자체의 경우, 서울시가 2008~2009년, 2년에 걸쳐 모두 14명을 퇴출시킨 바 있다.  징계성 대기발령자들은 직위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가공무원법 73조에는 임용권자가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성적이 극히 나쁜 자,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자, 형사사건 기소자에 대해 직위해제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일반적인 대기발령은 인사 수요·공급의 불일치에 따른 경우다. 공무원 임용령 제43조에는 무보직 발령이 가능한 경우로 휴직자의 복직, 파견자 복귀, 파면·해임·면직자 복귀 때 해당 직급에 결원이 없거나 1년 이상 장기국외훈련을 위해 2개월 이내에서 준비기간이 필요할 때 등을 들고 있다.  대기발령자는 출근의무도 없고 보수도 깎인다. 정상 근무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급여와 기본수당은 챙기지만 시간외 수당, 교통보조비, 정액급식비 같은 실비변상적 성격의 수당은 받을 수 없다. 4급 이상인 경우에는 관리업무수당과 직책금, 정액급식비, 교통보조비를 받지 못한다.  이재연·박성국기자 oscal@seoul.co.kr
  • [시론] 동남권 신공항의 교훈/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시론] 동남권 신공항의 교훈/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중국에서 여행객을 모으려면 일단 서울 찍고 제주를 찍어야 그 상품이 팔립니다.” 중국관광객을 지방공항으로 유인할 수 있을까를 논의하는 세미나 자리였다. 지역공항의 활성화를 위한 연구보고서들을 보며 쉽지 않을 것은 예상했지만 듣고 보니 맥이 풀렸다. 대안은 없을까. 여행업계의 실무팀장의 말은 곧 시장수요자의 요구였다. 비즈니스와 관광의 유인책을 지방마다 스스로 창출해야 한다는 결론밖에 없었다. 공항에 있어서 1차적 수요자는 항공사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있으면 어디든지 노선을 개발하고 취항한다. 공항을 잘 지어도 채산이 안 맞으면 취항하지 않는다. 여객도 역시 일이건 관광이건 목적이 있어야 비행기를 탄다. 이러한 파생적 수요가 많아야 여행사와 항공사, 공항 그리고 관광에 종사하는 업계가 먹고 산다. 지역경제도 흥한다. 글로벌 시대에 항공은 매력 있는 산업이긴 하지만 위험도 만만치 않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파산하는 항공사도 많고, 개점휴업인 공항들도 적지 않다. 며칠 전 TV 화면에는 개항 10주년을 맞은 인천공항의 들뜬 행사장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에 흥분하는 지역주민들이 연이어 비쳐졌다. 세계적 공항의 반열에 올라선 기쁨과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 신공항 백지화에 분노하는 지역민심이 우리를 우울하게 했다. 그동안 말 많던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일단 결말이 났다. 이 기회에 문제의 출발점을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02년 4월 김해공항으로 착륙하던 중국의 민항기가 추락하는 대형사고가 났다. 곧바로 공항의 안전성이 제기됐다. 그해 대선 정국에선 새로운 공항의 필요성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수요증가로 인해 2025년에는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2007년 대선을 거치면서 동남권 신공항은 기정사실처럼 됐다. 그러나 막상 후보지 선정단계에 들어가면서 10조원 규모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좌초됐다. 이는 수년간 지역민들에게 희망을 줬던 국책사업의 약속이 지켜지지 못한 또 다른 사례로 남을 것이다. 그나마 이번 기회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지방공항의 문제점들을 국민이 함께 공유하게 됐다는 점이다. 막대한 투자와 적자 운영을 모두 정부가 부담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선 공항을 유치하는 성과만 향유하는 불균형한 수급구조다. 그래서 해당 지역의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공항이 생겨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수천억원이 투자될 때에는 공항 유치에 열을 올리던 주체들 가운데 매년 막대한 적자를 겪는 현실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일본의 공항정책에서도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 지리적으로 항공 여건이 훨씬 유리한 조건임에도 나리타, 주부, 간사이 등 지역마다 건설됐던 허브공항들은 사실상 실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이기주의로 인해 공항이 무리하게 건설돼 부실화되고, 투자 회수를 위한 고비용으로 인해 많은 여객을 인천공항에 빼앗기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부터는 도쿄의 같은 권역에서 하네다공항이 허브전략으로 전환했다. 이제는 나리타공항과 서로 생존을 위한 노선 유치 경쟁을 해야 하는 난감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제주지역 역시 제2공항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타당성 검토 결과, 현재의 공항을 개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기회에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사전 평가 제도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지역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는 공항건설의 경우만이라도 논의는 필요하지 않을까. 한마디로 투자와 운영을 모두 정부가 떠안는 현행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개발을 분담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선거 때마다 공약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사업의 타당성을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중국관광객을 유인하는 대안도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 [발언대] 신 재생에너지 분류체계 정립해야/장기석 한국산업폐자원공제조합 사무국장

    [발언대] 신 재생에너지 분류체계 정립해야/장기석 한국산업폐자원공제조합 사무국장

    에너지 통계연보를 보면 신재생 에너지의 75% 이상이 폐기물로부터 생산된 에너지이다. 바이오 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는 ‘임산연료, 목재 펠릿, 우드 칩’ 등도 폐기물 에너지로 분류한다면 실제 신재생 에너지 중 폐기물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이른다.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태양열, 풍력 등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생산량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폐기물 에너지에 대한 지원책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또한, 2012년부터 시행하는 RPS제도(발전의 일정비율을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의무 생산하는 것)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별 가중치도 폐기물 에너지는 풍력이나 바이오 에너지 등에 비해 낮게 적용해 고시했다. 신재생 에너지원의 다양화를 위해 태양열이나 풍력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신에너지원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폐기물 에너지에 대해서도 개발과 투자를 통한 유인책이 강구돼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 분류 방법도 타당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폐기물 관리법을 적용하면 바이오 에너지로 분류되는 임산연료나 목재 펠릿, 우드 칩 등도 생활 폐기물이나 고형연료, 정제연료와 같이 폐기물 에너지로 분류할 수 있다. 생물성을 적용한다면 ‘폐목재’는 바이오 에너지로 분류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현재 쓰레기 소각열 설비를 이용해 생산되는 에너지는 대형 도시 쓰레기 에너지로 분류하고, 생활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설비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생활 폐기물 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생활 폐기물을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시설이 없고, 대형 도시 쓰레기에 대한 정의도 없다. 소각시설은 소각열을 이용하여 발전 또는 열을 생산하고 있으므로 대형 도시 쓰레기 에너지와 생활 폐기물 에너지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생활 폐기물 에너지와 사업장 폐기물 에너지로 분류하든가 이를 통합하여 폐기물 소각열 에너지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 [2·11 전·월세대책] “고민한 흔적 역력” vs “전세난 해결엔 미흡” 엇갈려

    [2·11 전·월세대책] “고민한 흔적 역력” vs “전세난 해결엔 미흡” 엇갈려

    정부가 고민 끝에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11일 발표했다. 시장에선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면서도 “전·월세난 해결에는 미흡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전세자금 지원과 세제를 통한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담은 정부의 보완책은 전세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임대주택 물량을 늘리는 대책은 1~2년 뒤에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13 대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 분당신도시에 사는 주부 최모(31)씨는 최근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이 아닌 중개업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2년 전 계약 때보다 6000만원 오른 차액을 월세로 전환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시세보다 1000만원가량 비싼 가격이었다. 최씨는 “대출 등 빚만 권하는 정부 정책으로는 결코 전세난을 잡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11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2·11전·월세대책’은 (앞서의 대책을)보완해 내놓은 것”이라며 “대책을 마련할 때마다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그동안 ‘더 이상의 대책은 없다’고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1·13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카드를 꺼내 든 데 따른 해명이다. 전세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날 대책은 중·장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보완책에 방점을 찍었다. 법 개정을 통한 세제 및 기금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에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가 4만 3000여 가구나 있다.”면서 “개인이나 건설사, 리츠 등 민간이 임대 사업에 적극 뛰어들어 500조원의 시중 부동자금을 풀도록 하는 유인책을 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공급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분양 아파트 등은 전세 주택 필요지역이 아닌 시 외곽이나 지방에 있는데다가 법 시행까지도 일정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실효성 측면에서 이달 말 예고된 매매활성화 대책에 앞서 굳이 지금 꺼내 들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도 “중대형 매입 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양도세 인하가 아닌 감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관련법 개정을 늦어도 4월까지 마무리하고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법 개정 뒤 시장에 임대물량이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1·13대책의 도시형 생활주택과 다세대·다가구 공급도 6개월가량의 시간이 필요했다. 매입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해 ‘부익부’현상만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을 지자체 자율에 맡긴 것도 사업성 악화를 우려한 조합원들의 반대로 실효성이 떨어진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글로벌 시대] 베이징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위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베이징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위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지난 한해 한반도는 긴장의 악순환을 겪었다. 남북 경제공동체를 향해 순항하는 듯 보였던 한반도가 왜 긴장과 위기 속에 빠져들게 됐을까. 남북한 및 주변 주요국가들의 돌출 행동을 순화시키고 제약할 수 있었던 6자회담 같은 다자 틀이 사라진 탓도 있을 것이다. 2008년 말 6자회담이 표류하자 북한은 선군정치로 더 매진하면서 핵 개발을 가속화했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미국이 이를 방치한 탓도 있다. 전임 정부와 달라진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과 이에 대한 북한의 모험적인 대응이 상황을 더 나쁘게 했다. 남북한의 정책과 실제 행동의 상호작용은 한반도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다. 한반도가 불안정해지고, 갈등이 깊어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한반도가 긴장되면 어김없이 외세의 개입 강화가 따라온다. 미국의 개입이 심화되고, 일본도 이에 호응하면서 입지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이래저래 미국에 더 기대게 된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기존 세력 구도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게 되면 중국도 새로운 전략 조합과 변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략적인 균형 변화를 중국은 바라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적대적 대치 관계 형성은 남북한이나 중국 모두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반도가 불안정해지면 중국도 남북한 못지않은 피해자가 된다. 한반도 상황 악화로 손해는 누가 보고, 이득은 누가 챙겼을까. 한반도의 긴장은 미국에는 득이다. 동북아에서 전략적 존재와 패권적 지위를 더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긴장을 통해 실제로 미국은 한·미, 미·일 군사동맹이라는 미국의 ‘동북아 패권의 발판’을 더 굳건하게 할 수 있었다. 미국의 군사적 힘과 결의를 과시하고 강화할 수도 있었다. 한반도 불안정은 중국을 견제하고 누르는 유용한 구실로 이용된다. 한반도의 불안정은 중국의 지속 발전에 필요한 평화로운 외부 환경을 훼방 놓는다. 중국에 심리적, 군사적, 외교적인 부담이다. 중국의 발전과 영향력 확대를 도전으로 여기는 미국은 긴장과 갈등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놓고 한반도 상황을 쥐락펴락하려 한다. 미국의 국익에 따라, 정책적 목적을 위해 상황을 주도하려고 한다. 이달 초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동북아 3개국 순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6자회담이 표류하고 북한 비핵화과정이 중단되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중국에 “책임을 다하라.”고 압박했고, “왜 북한을 굴복시키지 않느냐.”며 중국의 대북 경협과 지원을 비난했다. 중국은 2002년 시작된 2차 북핵 위기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 남북한 사이에서 중재·조정 역할을 시도했지만 그 어느 편에 서서 특정 입장을 옹호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참여했지만 북한에 대한 채찍과 당근(유인책 및 인도적 지원)의 병행과 균형을 주장해왔다. 안정이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최우선 순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런 선택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북한의 모험주의 행동을 겪으면서 한국 정부는 새로운 장애를 만났다. 화해정책에 대한 반감과 격앙된 여론은 대북 화해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한반도 상황은 긴장과 대결에서 협상 국면으로 옮겨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주장하면서 공을 한국과 미국 측으로 던졌다. 그동안의 과정과 배경이 어떠했는지에 관계없이, 북한의 평화 공세는 국제무대에서 정치적 호소력과 영향력을 갖는다. 한국 정부가 이를 한 차원 높은 고차원 외교로 다뤄야 할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신년사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지구촌 선진·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한국이 ‘북한 리스크’에 발목을 잡혀서야 되겠나. 한국 정부가 2011년을 동북아 평화 국가의 명실상부한 이미지를 선점하고, 북한 리스크를 국가 도약의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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