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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턴 뮤지엄 직원 “수박 들여오면 안돼” 흑인 비하했다가 사과

    보스턴 뮤지엄 직원 “수박 들여오면 안돼” 흑인 비하했다가 사과

    “음식도 음료도 수박도 가지고 들어오면 안돼요. 여러분!” 미국 보스턴의 데이비스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마블린 라미는 12~13세 학생들을 데리고 보스턴 뮤지엄을 찾았다가 뜨악한 경험을 했다. 한 직원이 흑인과 소수인종 아이들을 졸졸 따라 다니며 전시물에 가까이 가려면 소리부터 질러댄 것이었다. 백인 아이들은 여러 차례나 전시물에 손을 댔지만 못 본척 했다. 수박이란 표현은 남북전쟁 때 백인들이 흑인들을 비하해 쓰는 단어였다. 관람객 일부도 아이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차별적인 언급을 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너무 일찍, 감당하기에 이른 상처를 안기고 있다고 판단해 학생들을 불러 모아 뮤지엄을 떠나고 말았다고 영국 BBC가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라미는 페이스북에 제자들이 당한 부당한 대우와 인종차별을 폭로하는 글을 올렸다. 마티 월시 보스턴 시장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당혹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엄 대변인은 문제의 직원이 수박(watermelon)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물병(water bottles)이라고 한 것인데 잘못 들은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또 한 관람객이 두 차례 차별적인 언사를 한 것을 확인했다며 그의 연간회원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학생 방문객들을 대하는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추가로 해 뮤지엄 안팎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학생들이 미행 당한다는 의심을 품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교육하겠다고 덧붙였다. 1860년대 말 미국의 노예제가 폐지됐을 때 일부 흑인들은 가족에게 먹이거나 팔려고 수박을 재배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게으르고 소소한 즐거움에 만족해 독립 능력이 없다는 식으로 흑인을 비하할 때 백인들은 수박이라고 표현한다.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재임하던 때도 버젓이 일간지에 흑인을 조롱하는 만평이 실렸다. 2014년 일간 보스턴 헤럴드는 백악관에 도둑이 들자 욕조에 앉아 있는 남자를 그려놓고 “수박 향을 입힌 치약”이라고 조롱하는 만화를 게재했다가 온갖 비난을 듣고 뒤늦게 사과했다. 같은 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아메리칸풋볼 코치는 경기 뒤 축하 파티 때 유인원 울음 소리를 흉내내는 이에게 수박을 던져 박살내는 퍼포먼스를 선수들에게 시켰다가 해고된 뒤 나중에 다시 부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아들 짝짓기까지 관여하는 동물계 극성맘은

    [달콤한 사이언스] 아들 짝짓기까지 관여하는 동물계 극성맘은

    자식 짝짓기하는 데 보초 서며 보호하는 어미 보노보“자신의 유전자를 유지하려는 일종의 종보존 전략”피그미 침팬지라고도 불리는 보노보는 아프리카 콩고강 남쪽 끝 저지대에 분포하는 유인원이다. 성비는 1대 1로 친척인 침팬지처럼 부계 중심이 아닌 모계 중심사회로 구성돼 수직서열적 사회가 아닌 민주적 수평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독특한 동물이다. 이 때문에 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학교수 시절 ‘보노보 찬가‘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모계중심의 수평적 사회를 이루고 있는 보노보 사회에서도 엄마들의 극성은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제공동연구진이 보노보 엄마들이 아들의 결혼에까지 나서는 등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나오는 극성엄마들 같은 ‘헬리콥터맘’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미국 뉴멕시코대, 더프츠대, 하버드대, 워싱턴대, 듀크대, 애리조나주립대, 일본 교토대, 영국 존무어대, 스위스 뇌샤텔대 공동연구팀은 침팬지의 친척인 보노보 사회에서도 자식들의 생활에 일일이 간섭하는 헬리콥터맘이 있다는 사실을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1일자에 발표했다. 헬리콥터맘은 자녀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면서 과잉보호하는 엄마를 가리키는 말로 엄마들은 아이들이 성장해 사회생활을 시작해도 헬리콥터처럼 자녀들 주변을 선회하면서 참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부계사회 중심으로 구성된 침팬지의 경우 엄마들이 수컷 자식들이 지배권 다툼에 나설 때 자기 아들을 도와주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렇지만 모계사회를 이루고 인간처럼 자유로운 성생활이 가능한 보노보 사회에서도 엄마 보노보의 간섭이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졌다.모계중심의 보노보 사회에 암컷은 사춘기 무렵 무리를 떠나 자신의 배우자를 고르게 된다. 이 때 암컷들은 소수의 선택된 수컷들로 구성된 일종의 ‘짝짓기 풀’(mating pool)에서 맘에 드는 수컷과 결혼을 하게 된다. 짝짓기 풀에 포함되지 못한 수컷들은 생식에 참여하지 못해 결국 ‘대가 끊기게 된다’. 연구팀은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정글에서 230일 동안 침팬지와 보노보의 짝짓기를 관찰한 결과 침팬지와는 달리 보노보 집단에서 수컷을 가진 엄마들은 아들의 짝짓기에 적극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수컷 보노보 엄마들은 선택됐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보다 생식력이 높은 암컷에게 끌고가 일종의 중매를 선다. 특히 엄마 본인의 순위를 이용해 아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고 애쓸 뿐만 아니라 생식력 높은 암컷과 강제로 짝짓기를 시도하거나 아들이 짝짓기 시도를 하는 동안 보초를 서기도 하며 다른 수컷들이 가까이 올 경우 짝짓기 시도를 좌절시키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관찰됐다. 실제로 엄마의 지원을 받은 수컷 보노보들은 엄마가 없거나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들보다 새끼 낳을 확률이 3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이끈 마르틴 슈벡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교수는 “엄마 보노보는 아들 보노보에 사람의 시선으로 보기에도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과잉보호를 받지만 딸 보노보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 관찰됐다”라면서 “이 같은 현상은 보노보 집단이 모계 사회라는 특징 때문에 딸들은 성장하면 출가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거나 다른 집단에 소속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슈벡 교수는 “이것은 진화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엄마 본인이 새끼를 많이 낳는 것보다 아들이 건강한 암컷과 짝짓기를 해 새끼를 낳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길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슬쩍 ‘셀피’ 포즈 취하는 마운틴 고릴라 두 마리, 애달픈 사연이

    슬쩍 ‘셀피’ 포즈 취하는 마운틴 고릴라 두 마리, 애달픈 사연이

    야생에 1000마리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멸종위기종 마운틴 고릴라 두 마리가 밀렵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국립공원 레인저가 셀피를 촬영할 때 뒤에서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국립공원인 콩고민주공화국 비룽가 국립공원의 센퀘퀘 보호소에서 촬영된 사진인데 ‘은다카지’와 ‘은데제’란 이름으로 불리는 두 암컷은 각각 생후 4개월과 2개월 됐을 때인 2007년 7월 어미들이 밀렵꾼에 살해된 아픔을 갖고 있다고 영국 BBC와 인디펜던트, 미국 AOL 닷컴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그 뒤 공원 레인저들이 거두어 길러왔는데 두 마리 모두 부모처럼 레인저들을 여겨 이렇듯 천연덕스럽게 셀피 포즈를 따라 하는 것 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이노센트 음부라눔웨 비룽가 국립공원 부국장은 아주 어릴 적부터 이곳 공원에서 레인저들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고릴라들이 “인간 흉내를 낸다”며 두 다리로 서는 것이 그들 나름대로 “인간이 되려고 배우는” 방법이라고 말하면서도 “늘상 있는 일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그걸 보고 많이 놀랐다. 아주 재미있다. 고릴라가 얼마나 인간을 모방해 그렇게 서 있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밀렵을 반대하는 운동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다 BBC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유엔 케냐 지부에서 일하는 이본느 은데게가 BBC에 알려 보도되면서 선풍적인 관심을 끌고 고릴라 보호에 앞장 선 비룽가 국립공원을 돕기 위해 기부금을 내겠다는 약속이 이어졌다. 국립공원측은 인스타그램에 연출된 것 아니냐는 댓글 등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고릴라들이 이렇게 두 발로 서 있는 모습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며 많은 유인원들이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편안하게 직립보행을 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셀피를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예외적인 여건에서”촬영된 것이며 관광객들이 이런 순간을 만들어내려고 따라 해선 절대 안된다고 경고했다. 또 레인저로 일하는 것이 즐거운 일만은 아니며 아주 위험한 일자리다. 지난해에도 이 공원의 레인저 다섯 명이 반군으로 의심되는 이들의 매복 공격을 받아 숨지는 등 1996년 이후 13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서는 정부군과 다양한 무장 분파들의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들 무장 분파 가운데 몇몇은 공원 안에 근거지를 두고 때때로 동물들을 밀렵하곤 해 레인저들과 충돌을 빚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와우! 과학] 사자보다 큰 신종 ‘최강 포식자’…박물관 서랍서 발견

    [와우! 과학] 사자보다 큰 신종 ‘최강 포식자’…박물관 서랍서 발견

    현존하는 지상 최강의 포식자인 북극곰이나 사자보다 더 큰 신종 포유동물의 화석이 새롭게 발견됐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해외언론은 지금으로부터 약 2200만 년 전 동아프리카를 주름잡았던 신종(種) 거대 포유동물의 화석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스와힐리어로 '아프리카 큰 사자'라는 의미의 '심바쿠브와 쿠토카아프리카'(Simbakubwa kutokaafrika)로 명명된 이 동물은 코에서 엉덩이까지 길이가 2.5m, 무게는 1500㎏에 달한다. 심바쿠브와는 약 900만 년 전 멸종한 '하이에노돈'(hyaenodonts)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에노돈은 공룡이 멸종한 이후 지상을 주름잡았던 육상 포식자로, 흥미롭게도 오늘날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나 육식 포유류와는 밀접한 관계가 없다. 또한 하이에나를 연상시키는 이름도 그 치아구조가 비슷해서 생긴 이름이지 현존하는 하이에나하고도 관련은 없다.흥미로운 사실은 하나 더 있다. 심바쿠브와 화석이 발견된 곳이 케냐 국립박물관의 서랍에서였다는 사실. 보도에 따르면 이 화석은 지난 1970년 대 고대 유인원 화석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된 후 전문가들의 관심을 받지못해 서랍으로 직행했다. 그러나 2년 전 미국 오하이오대학 연구원들이 10㎝에 달하는 송곳니를 가진 이 화석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 '정체'가 드러났다. 연구에 참여한 매튜 보스 박사는 "심바쿠브와는 북극곰보다도 덩치가 크고 거대한 이빨을 가진 초 육식동물"이라면서 "지구상의 마지막 남아있던 하이에노돈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히 무엇이 이들을 멸종으로 몰고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구 기후가 건조해지면서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한 것이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척추고생물학회지’(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18일 자에 발표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거울’을 보면 인간 진화의 역사가 보인다

    [달콤한 사이언스] ‘거울’을 보면 인간 진화의 역사가 보인다

    “마흔이 넘으면 그 사람의 인생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100년도 못 사는 인간 개개인의 삶이 얼굴로 표출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나무에서 내려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인류 조상 때부터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400만~500만년의 긴 진화의 역사도 얼굴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인간의 신체 중에서 유인원들과 가장 특징적으로 다르게 진화된 것은 서로를 인식하고 구분하며 먹고, 숨쉬고 보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얼굴이라고 18일 밝혔다. 미국 뉴욕대 치의대, 애리조나주립대 인간진화및사회변화학부, 조지워싱턴대 고인류학 고등연구센터, 영국 자연사박물관 인간진화센터, 요크대 의대, 독일 튀빙겐 베버하르트 칼스대 고등연구센터, 스페인 인간진화및행동연구센터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진화’ 16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약 450만년 전 현재와 같은 이족 보행의 기능적 구조를 갖추게 된 이후 계속 진화한 부분은 턱, 치아, 얼굴의 형태로 먹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두개골과 치아 형태는 진화의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데이터베이스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초기 인류의 조상들은 현재 유인원들처럼 질긴 식물성 음식을 섭취해야 했기 때문에 턱 주변 근육이 잘 발달해 얼굴이 넓고 깊었다. 이후 200만년이 지나면서 환경의 변화와 불의 사용으로 식생활이 변화했고, 음식을 좀 더 쉽게 분해할 수 있게 되면서 턱 근육이 이전보다 쇠퇴했다. 이는 얼굴을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 연구팀은 인류의 얼굴 변화가 단순히 씹는다는 기계적 요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와 표정을 통한 비언어적 수단을 사용하면서 턱 근육 이외 얼굴 근육이 발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크고 돌출된 눈썹 부분의 융기형태는 현재는 멸종된 다른 인간종들에게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이다. 서양인들의 경우 눈썹 윗 부분이 융기된 형태를 여전히 갖고 있다. 이런 부분은 현생인류종이 다른 인류종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로드리고 라크루즈 뉴욕대 치의대 교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과거의 산물”이라며 “이번 연구는 얼굴 뼈대의 주요 특징을 분석하면 현대 인류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빠진 부분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네안데르탈인은 고기만 먹는 ‘육식 마니아’ 였다 (연구)

    네안데르탈인은 고기만 먹는 ‘육식 마니아’ 였다 (연구)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의 근연종으로 최근 유전자 분석 연구를 통해 아프리카인을 제외한 현생 인류에 유전자를 남겼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진 원시종이 아니라 우리 안에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라시아 대륙에서 번영을 누렸던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혼혈이 되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현생 인류의 조상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주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수십 만년 간 터전을 잡고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인류가 아닌 네안데르탈인이 극히 일부 유전자만 흔적으로 남기고 사라졌다는 것은 대부분 후손 없이 멸종했다는 의미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몇 가지 단서는 찾아냈다. 최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이끄는 국제 과학자팀은 프랑스에서 발굴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에서 질소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이 잡식주의자인 현생 인류의 조상과 달리 거의 육식만 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은 탄소나 질소 동위원소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동물 중 인간이 아니라 의외로 늑대에 가까운 식단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덩치가 크고 인간보다 지능이 낮기 때문에 이들이 적극적으로 사냥을 하기보다는 고릴라 같은 대형 유인원처럼 초식 위주의 식단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후 발굴된 도구와 먹다 남긴 동물 뼈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이 매우 뛰어난 사냥꾼으로 매머드 같은 대형 초식동물 고기도 즐겨 먹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아예 육식동물이라는 증거가 나온 셈이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 과학원회보 (PNAS)에 발표됐다. 아마도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는 현생 인류와 달리 네안데르탈인은 대형 초식동물이라는 제한된 먹이에 주로 의존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먹이가 풍부한 상황에서는 생존에 어려움이 없지만, 기후 변화 등으로 먹이가 감소할 경우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보다 멸종 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졌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의 높은 지능과 유연성이 인류의 성공 비결인 점은 분명하다. 사진=123rf.com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생각하고 사랑하고… 인간을 점점 닮아가는 동물

    생각하고 사랑하고… 인간을 점점 닮아가는 동물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1872년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라는 획기적인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학계에선 주목받지 못한 채 오랫동안 기억에서 거의 지워지다시피 했다. 그 책에서 다윈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이 기쁨, 슬픔, 또는 분노처럼 기본적인 감정을 느낄 때 유사한 형태의 표정을 짓는다.’ 인간과 동물이 유사한 감정을 가진다는 이 명제는 정치적인 이유로 오랜 기간 잘못된 주장으로 치부됐다. 그 외면의 가장 큰 바탕은 당대까지도 유력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 때문이었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고 동물은 본능에 따르는 만큼 근본적인 차이를 갖는다.’하지만 이제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거의 설득력을 잃어 가는 추세다. 독일 동물행동학의 선구자인 뮌스터대 동물행동학연구소 노르베르트 작서 소장도 책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동물들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기뻐하고 화 낼 줄도 알며 슬픔과 두려움을 느끼고 사랑하고 미워한다.” 동물도 이성을 가졌다니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각종 실험과 사례들을 통해 드러내는 인간과 동물의 유사성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진원류에 속하는 상당 종들은 공평함의 의미를 알고 있으며 다른 개체들의 감정을 공유하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무리에 속한 일원을 위로하기도 한다. 심지어 갈등이 벌어지면 해결책과 타협점을 모색하기도 한다. 몇몇 동물들은 도구를 만들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며 새로운 것을 고안해 다음 세대들에게 전달하면서 문화적 전통을 형성한다. 대형 유인원이나 돌고래, 코끼리는 인간처럼 자의식을 가진 것으로도 추정된다. 그렇다면 모든 동물들이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주장은 어떨까. 책에서는 실제로 동물들의 다양한 학습 능력과 형태가 소개된다. 새끼 오리들은 부화하자마자 누구를 따라갈 것인지를 학습하고 금화조들은 부모를 통해 어떤 짝짓기 대상을 선택할지를 배운다. 버빗원숭이들은 어떤 경고음이 표범을 경계하라는 소리인지 배우며 비둘기들은 학습한 기호를 바탕으로 마치 대화하듯 정보를 교환한다. 동물 역시 자기를 인식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인간이 연인을 사랑하거나 헤어졌을 때의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개의 질투 감정 실험은 대표적인 예다. 개 주인에게 일부러 자기 개를 무시하게 한 다음 그 개와 똑같이 생긴 인형과 함께 놀도록 했다. 그러자 개는 주인과 인형 사이에 거칠게 끼어들어 주인의 관심을 끌려 애썼다. 심지어 인형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끙끙대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노르베르트 작서는 이 밖에 여러 실험과 사례 연구를 통해 개들이 어떻게 감정을 이입하는지, 쥐들이 어떻게 알츠하이머병에서 벗어나는지, 앵무새와 까마귀가 ‘사람과’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지적 능력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보여 준다. 저자는 이 같은 동물의 모든 행동을 진화의 산물로 본다.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 자연선택에 의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좋은 행동을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번식 성공’이라는 최종 목적에서 동물과 인간은 결국 같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인간에게는 동물들에게 없는 ‘법’과 ‘도덕 윤리’라는 테두리를 세워 그 안에서 동물과 달리 살려고 노력한다. 책은 인간적인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다운 것과 동물 같은 것의 차이에 대해 질문을 줄기차게 던진다. 어찌 보면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로도 비친다. 그 말미는 이렇다. “우리가 수년 전에 그저 상상만 했던 것들을 넘어설 정도로 동물과 인간 사이의 공통점이 갈수록 늘어나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와우! 과학] 인류 최고(最古)조상 ‘리틀 풋’…인간 뇌 진화 과정 밝히다

    [와우! 과학] 인류 최고(最古)조상 ‘리틀 풋’…인간 뇌 진화 과정 밝히다

    20년 전 과학자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 동굴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완벽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인 '리틀 풋'(Little Foot)을 발견했다. 이 화석은 기념비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이자 인류의 조상 화석으로 유명한 루시보다 오래되고 더 잘 보존된 화석 표본으로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기반암과 너무 단단히 결합한 상태라 손상 없이 분리하는데 2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최근 리틀 풋을 온전하게 발굴하는 데 성공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탄트 대학의 연구팀은 마이크로 CT를 통해 이 화석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 두개골을 상세히 연구했다. 루시의 경우 전체 골격이 상당히 잘 보존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두개골은 일부만이 보존돼 전체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반면 리틀 풋의 경우 뇌를 보호하는 두개골의 모든 부분이 잘 보존되어 발견 당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리틀 풋의 연대는 367만 년 전으로 루시보다 오래됐기 때문에 인류의 조상이 다른 유인원의 공통 조상에서 분리된 후 뇌의 진화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한 결정적 정보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비트바테르스탄트 대학의 아멜리에 뷰뎃 박사는 마이크로 CT 데이터를 이용해서 리틀 풋의 뇌가 현생 인류와 침팬지 같은 다른 유인원의 특징을 같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뇌 자체는 화석으로 남기 어려운 부드러운 조직이라 직접 비교할 순 없지만, 뇌가 있었던 두개골 안쪽의 주름과 입체적 구조를 통해 뇌의 크기와 형태에 대한 추정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리틀 풋이 인간과 비슷한 중간 뇌막 혈관(middle meningeal vessel)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 혈관은 뇌에 산소를 공급하고 온도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초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역시 현생 인류처럼 뇌 기능이 활발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리틀 풋의 뇌는 사실 인간보다는 침팬지에 가까운 크기지만, 이런 특징을 감안하면 침팬지보다 더 높은 지능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반면 침팬지와 비슷한 원시적 특징도 같이 발견됐다. 리틀 풋은 상대적으로 큰 시각 피질(visual cortex)을 지녔지만 두정엽(parietal cortex)은 작았는데, 이는 현생 인류보다는 침팬지와 비슷한 특징이다. 이는 인간 뇌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으로 이 연구는 '인간 진화 저널'(Journal of Human Evolut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아마도 367만 년 전 리틀 풋은 지금 현생 인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지능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도 존재할 수 있다. 이들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앞으로도 인류 진화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계속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넷플릭스 스트리밍 D-8 ‘모글리 정글의 전설’ 우울하거나

    넷플릭스 스트리밍 D-8 ‘모글리 정글의 전설’ 우울하거나

    29일(이하 현지시간) 한정된 극장 상영관에서만 개봉하고 다음달 7일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는 ‘모글리-정글의 전설’을 감독이 직접 소개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골룸으로, ‘혹성탈출’에 유인원 대장 시저 역을 열연했던 앤디 서키스(54)가 감독으로 전업해 러디야드 키플링의 원작 소설 정글북을 조금 더 차갑고 암울하게 옮긴다. 2년 전 디즈니에서 제작해 제법 흥행을 한 온가족이 볼 수 있었던 ‘정글북’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영화다. 진지하고도 거의 현학적인 각색이 이뤄졌다. 쉽게 말하면 팝콘을 입안 가득 털어 넣으며 볼 영화는 아니란 뜻이다. A리스트 배우들이 말할줄 아는 동물 목소리를 열연해 눈길을 끈다. 크리스천 베일이 표범 바기라, 케이트 블란셋이 비단구렁이 카, 데이비드 컴버배치가 늑대 우두머리 셔 칸, 서키스 감독이 갈색곰 발루 목소리를 맡았다. 주인공 모글리는 로한 찬드가 열연했는데 정글에서 홀로 수많은 적과 맞서 싸워야 하는 이의 분노와 슬픔, 상실감을 제대로 살려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러나 미리 본 이들은 동물들이 말하는 장면의 컴퓨터 그래픽 화면이 입모양대로 움직이지 않아 흥미를 반감시킨다고 꼬집는다. 하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하고 극적인 맛을 살린 각색이 훌륭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사진·영상= Fandango All Access youtube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지금 나 찍는 거야?’ 카메라에 관심 갖는 고릴라들

    ‘지금 나 찍는 거야?’ 카메라에 관심 갖는 고릴라들

    자신을 몰래 찍는 카메라를 발견했을 때 고릴라는 어떻게 반응할까. 답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호기심’이 왕성했고 ‘집요’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최근 네덜란드 겔더란트주 아른헴에 위치한 로열 버거 동물원에서 재미난 장면이 포착됐다. 다른 영장류들에 비해 호기심이 적다고 알려진 고릴라들이 자신들을 관찰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카메라에 놀라울 정도로 높은 관심을 가진 것이다. 영상에는 유리 상자 안에 담긴 카메라를 발견한 고릴라들의 반응이 담겼다. 고릴라들은 유리 상자를 똑똑 두드리는가 하면 유리 안에 있는 카메라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한 고릴라는 카메라를 꺼내려는 듯 유리 상자를 두 손으로 잡은 후 마구 흔들기까지 한다. 동물원 측은 “유인원의 훌륭한 지능과 호기심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면서 “이 멋진 비디오는 값을 매길 수 없다”며 놀라워했다. 고릴라가 마치 사람처럼 카메라를 열심히 관찰하는 모습은 그들도 사람처럼 감정적인 삶을 산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사진·영상=ODN/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최세일의 건축이야기] 풍수지리로 해석한 건축

    [최세일의 건축이야기] 풍수지리로 해석한 건축

    사람이 무엇인가를 만들 때는 일차적인 필요 때문이다. 내외부적 환경이 변화하고 1차적 필요가 충족되면 2차적 기능이 추가되고 마지막은 최상위 기능이 추가된다. 그 최상위 기능은 형이상학적 기능들이다. 풍수지리는 집과 무덤이라는 사람의 목적물에 최상위 기능을 담은 것이다. 무덤의 최상위 기능은 추모와 기원이고 집의 최상위 기능은 괘적한 환경으로 건강하고 편안한 일상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동물도 집을 짓는다. 사람과 동물의 차별성은 집보다 무덤이 먼저였다. 수만년 전 유인원에 가까운 조상이 주검을 앞에 두고 망자를 추모했다면 그 원시인들이 우리의 조상이라는 생각이 좀 쉽게 다가오지 않는가. 수만년 전의 죽은 원시인의 화석 위에서 온갖 종류의 꽃 유전자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추모하며 꽃을 바쳤을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인류의 무덤을 동물과 차별되게 만들었으며 죽음과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영원할 것 같은 무언가를 찾아 숭배하는 신앙이 되었다. 풍수지리는 대개 외부 요인을 극복하려는 학문이었다. 요즘 가장 중요한 환경을 꼽으라면 자연환경보다는 인공환경을 꼽을 것이다. 교통, 교육, 편의시설 인프라 외에 사람들이 구분하는 무형의 이미지까지 수많은 인공 환경이 땅이나 집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통적인 풍수를 따지는 이가 적지 않다. 전통적인 풍수는 무엇일까? 미신으로 취급하는 이들이 많지만, 풍수를 미신이라고 무시하기엔 인간적이기도 하고 합리적인 면도 있다. 과거 환경을 연구한 학문 중 하나가 풍수지리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요즘 배우는 학문과 굳이 연관시키면 환경공학과 인간공학일 것이다. 물론 지리학, 지질학, 천문학까지 연결되어 있지만, 그것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원론적이고 상식적인 범위는 아니다. 일반인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기 어려운 우주의 기운이니 땅의 기운이니 하는 이야기들을 빼고 살펴보면 풍수는 양택(주택)이든 음택(무덤)이든 모두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이론임을 알 수 있다. 명당을 찾는데 그 이유가 자신과 후손들을 위한 것이다. 환경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땅을 고른 것이다. 북풍이 매서우니 북쪽을 산이 막아주고 좌청룡 우백호가 호위하듯 감싸니 마음이 안정적이다. 좋은 기운의 물이 휘돌아 나가며 땅을 비옥하게 한다. 남쪽으로는 넓은 평지가 있어 햇볕이 잘 들고 양식거리가 충분하니 겨울이 무섭지 않다, 태평양을 지나온 남동쪽의 바람은 여름 더위를 식혀준다. 조상의 묘 옆에서 해를 넘기며 3년씩 시묘하던 자식들에겐 습하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고 양지바른 조상의 묘소가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시묘를 살며 탁 트인 남쪽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상을 살필 수 있고 왕래가 쉬워야 좋을 것이다. 춥고 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탈상을 한 친구보다 건강하니 자손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자신의 묘자리를 미리 만들며 후손들의 건강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최근 개봉해 상영 중인 명당에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왕이 두 명 나오는 자리라 하여 절이 있던 자리를 강탈하여 만든 묘라니 참 과해도 너무 과했다 싶다. 그 명당에 묘 대신 절이 있어 스님들이 나라의 안녕을 기원했다면 흥선군의 자손이 왕이 되지는 않았더라도 조선의 운명은 그처럼 급격히 쇠락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운송수단이 배나 뗏목이던 시절 물결이 거칠지 않고 배를 대기 좋은 곳이고 논밭에 물을 대기 좋으니 어찌 명당이 아닐까? 지는 해보다 뜨는 해를 매일 볼 수 있으니 마음이 부유하다. 지대가 낮지 않아 수해의 염려가 없고 앞이 탁 트여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어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으니 어찌 명당이 아닐까? 환경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명당을 고르던 풍수가 요즘 현실에 맞게 발전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명당인 곳이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길을 내기 힘든 곳에 길이 나고 수해가 잦던 곳이 치수가 돼 경관 좋은 관광지가 되었다. 물 위에 집짓기도 한다. 풍수가 건강한 삶을 보조할 때 발전하고 사랑받는다.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돈 때문에 버려진 침팬지, 인간의 자격을 묻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돈 때문에 버려진 침팬지, 인간의 자격을 묻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길에 오른 지난 18일.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문재인’ ‘김정은’ 등이 1, 2위에 올라도 시원찮을 마당에 ‘퓨마’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당당히 1위를 차지해 화제였다.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했고 4시간 만에 사살됐다. 뽀롱이라 불리던 이 퓨마는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사살됐는데, 적절한 대응인가를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다. 이 동물원은 지난해에도 북극곰 한 마리가 췌장암으로 폐사하는 등 동물원이라고 하기에는 열악한 곳이었다. 제대로 건사도 못 하면서 왜 동물들을 왜 가두어 두는 걸까, 동물원 자체에 대한 갑론을박도 여전하다. 동물 학대는 동물원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헤스의 ‘님 침스키’는 인간이 지적 만족, 혹은 실험을 위해 마음대로 유인원들을 학대한 것을 고발한 책이다. 침팬지 님은 “인간화된 침팬지에게 소통 기술을 가르칠 수 있으면 인간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이 밝혀지리라는 희망”을 안고 시작된 실험, 이른바 ‘프로젝트 님’의 실험 도구였다. 1973년 11월 19일 미국 영장류연구소에서 태어난 님은 엄마 캐럴린의 손에서 자라지 못하고, 출생 10일 만에 뉴욕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실험 도구였으되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님은 대리모의 끔찍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님도 그를 곧잘 따랐다. 님은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으며, 어려운 배변 훈련을 거쳐 (가끔)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했다. 낚시를 즐겼고, 가족을 위해 설거지를 하기도 했다. 생후 2개월부터 배운 수어(수화) 덕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남다른 사랑을 받았다. 물론 야성을 이기지 못해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 때도 많았다. 문제는 돈이었다. 연구비가 고갈되자 영장류연구소는 실험을 중단했고, 님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사실 영장류연구소는 님 외에도 여러 침팬지를 사람들에게 입양했었다. 하지만 님처럼 오래 버틴 침팬지는 없었다. 무려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침팬지 님과 인간 가족은 행복했다. 님 외의 침팬지들은 대개 폭력성 등의 이유로 파양됐고, 님보다 먼저 사육장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사랑했던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님은 이 시설 저 시설로 떠돌아다녀야만 했다. 그중에는 ‘불길한 의학 연구 실험실’도 있었다. 결국에는 님을 포함한 침팬지들이 영장류 생체실험을 하는 한 연구소에 팔렸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님을 포함한 일부 침팬지가 동물보호 운동가들에게 구출돼 동물보호소로 옮겨졌다.1973년에 태어난 님은 2000년에 죽음을 맞이했다. 놀라지 마시라. 보통의 침팬지는 50년을 산다. 님은 고작 스물일곱 해를 살았으니, 살아생전 님이 받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님은 사람 옷을 입었고, 같은 음식을 먹었으며, 설거지를 할 줄 알았으며, 수어를 배웠다. 그렇게 사람과 함께 평생 살았다고 인간이 됐을까. 님은 단지 인간의 편의와 실험정신(?)에 희생된 한 마리 가여운 침팬지였다. 저자는 묻는다.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과 더불어 세계를 나누고 있는 뭇 생명에게 인간은 인간답게 행동하고 있는가. 부끄러움에 책장을 덮을 수 없는 책 ‘님 침스키’의 일독을 권한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인류에게 닥친 위협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인류에게 닥친 위협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유발 하라리 지음/전병근 옮김/김영사/560쪽/2만 2000원 전 세계 50개국에서 800만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는 독자의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작가다. 아마도 그가 다루는 주제가 ‘빅 히스토리’(거대담론)여서일 것이다. 오랜 기간, 폭넓은 지역의 이야기를 다루려면 굵직한 주제만 남기고 세부적인 이야기는 생략할 수밖에 없다. 책으로 비유하면 ‘목차+요약판’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방대한 분량의 정보가 매일 쏟아지는 시대다.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공부하려면 사실상 온 인생을 바쳐도 어렵다. 이럴 때는 그의 책이 요긴하다. 굵직한 주제를 핵심만 요약해 엮어내는 그의 솜씨를 따라갈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 ●사피엔스·호모 데우스에 이은 신작 신간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도 그의 특기는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는 인류가 당면한 굵직한 주제들을 던지고, 어떻게 대처할지 우리에게 묻는다. 앞서 저자는 보잘것없던 유인원이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됐는지 설명한 ‘사피엔스’로 과거를 조망했다. 두 번째 책 ‘호모 데우스’에서는 기술혁명, 생명혁명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미래에 신이 될 수 있을지 추측했다. 과거와 미래를 거쳐 이번 책이 향하는 시점은 바로 ‘현재’다. 21개 주제는 5부로 엮었다. 1부 ‘기술적 도전’은 ‘환멸’ ‘일’ ‘자유’ ‘평등’을, 2부 ‘정치적 도전’은 ‘공동체’ ‘문명’ ‘민족주의’ ‘종교’ ‘이민’을 다룬다. 3부 ‘절망과 희망’의 테마는 ‘테러리즘’ ‘전쟁’ ‘겸허’ ‘신’ ‘세속주의’다. 4부 ‘진실’에서는 ‘무지’ ‘정의’ ‘포스트-트루스’ ‘과학 소설’을, 5부 ‘회복력’은 ‘교육’ ‘의미’ ‘명상’으로 구성됐다.●인공지능·빈부 갈등 등 굵직한 주제들 21개 주제는 하나하나가 굵직하다. 저자는 이 주제들을 통해 인류가 당면할 위협과 위험을 집중 조명한다.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외려 인류를 새로운 도전과 위협에 직면하게 했다. 인공 지능이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킬 수 있지만,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 생명기술의 혁명적 발전에 따라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지만, 빈부 갈등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기후 변화와 핵전쟁은 인간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민족과 종교, 인종주의에 갇혀 반목한다. 21개의 주제는 마치 독립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이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연결해 서사적으로 구성한다. 예컨대 3부의 경우 ‘테러리즘→전쟁→겸손→신→세속주의’로 이어진다. 저자는 우선 인류가 최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테러리즘을 왜 두려워하는지 설명하고, 테러리즘이 핵무장으로 번질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런 핵무장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어리석음을 반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저자는 이런 어리석음을 치유하는 해법으로 ‘겸손’을 든다. 이 겸손은 신을 향한 겸손함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도덕적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신이 필요한가?’라고 묻는다. 이런 질문에 관한 답은 세속주의에 대한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테러리즘으로 시작한 설명이 인류사의 전쟁을 훑고, 신을 넘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는 셈이다. 독립된 듯 보이는 주제를 설명하고 비판하고 답을 추구하는 이런 방식의 서술은 그야말로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감탄스럽다. 특히 앞선 2권의 저작과 연결하면 인류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연결된 21개 주제의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최종 주제인 명상에 이른다. 인류 조상인 사피엔스부터 시작한 여정이 결국 나 자신에 이른다는 점에서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사실상 하나로 묶이는 셈이다. ●읽는 내내 해결책을 고민하게 하는 책 저자는 앞서 2권의 책을 통해 박학다식, 참신한 해석, 도발적 문제제기를 보여줬다. 이 책들에 매료됐던 이들이라면 이번 책도 만족할 것이다. 다만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들에게 예고하건대, 저자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지는 않는다. 개별 주제들은 전 세계 석학들이 했던 이야기가 사실상 태반이다. 주제별로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분야별로 다른 책을 읽는 게 낫다. 무엇보다 큰 주제들을 다루기 때문에 세부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힘이 떨어진다. 따라서 읽는 내내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역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이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생각해보고, 해결책을 고민하게 하는 게 바로 이 책의 매력인 셈이다. 500여쪽에 이르는 책은 ‘현재’라는 과목의 한 학기 인문학 강의를 통째 수록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이런 저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는 순간 결국 유발 하라리의 식견과 통찰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와우! 과학] 인류는 언제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을까?

    [와우! 과학] 인류는 언제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을까?

    유인원과 인류의 공동 조상은 1250만 년 전부터 체내에 지방을 축적하기 시작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튀빙겐대학 연구진이 약 10년간 오스트리아 남부 카린시아(케른텐)에서 발견된 1250만년 전 선조의 치아를 분석한 결과, 당시 치아에서 충치를 비롯해 체내에 지방이 축적된 흔적을 발견했다. 1953년 발견된 이 치아는 유인원의 선조로 여겨지는 드리오피테쿠스(Dryopithecus)의 것으로 추정된다. 드리오피테쿠스는 침팬지와 오랑우탄, 고릴라, 인류의 공동 조상으로 여겨진다. 연구진이 해당 치아를 정밀 분석한 결과, 현존하는 인간이나 고릴라, 오랑우탄 등에 비해 요산분해효소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산분해효소의 결핍은 혈액 내 요산의 수치를 높이고, 이는 섭취한 당분이 체내에서 지방으로 축적되는데 영향을 미친다. 또 요산이 많으면 고혈압이나 신장병, 지방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요산분해효소가 적으면 과당(프룩토오스)가 증가하고 이것이 체내 지방 저장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드리오피테쿠스의 치아의 충치와 체내 지방 축적을 유발한 원인을 찾기 위해 치아가 발견된 카린시아의 나무와 관목, 포도나무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야생 체리와 딸기 등 총 9종의 고당 과일의 흔적을 발견했다. 또 꿀을 채취할 수 있는 46종의 식물(나무) 흔적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과거 식량이 부족할 당시 살아남기 위해 우리 조상은 체내에 지방을 저장했어야 했을 것이다. 요산분해효소의 결핍이 체내 지방 축적으로 이어졌으며, 이러한 환경이 1250만 년 전 조상의 충치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농업이 싹튼 초기 신석기보다 훨씬 앞선 시점부터 충치를 가진 고대 조상이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매우 놀라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과도한 지방 축적이 당뇨와 비만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러한 과정은 유인원을 유라시아에 정착하게 하고 종의 다양성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상업적인 식량 생산이 이뤄지는 현대에 들어 (질병을 유발하는) 장애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30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기후변화·인류세… 인류는 지구를 계속 파괴할 것인가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기후변화·인류세… 인류는 지구를 계속 파괴할 것인가

    휴먼에이지/다이앤 애커먼 지음/김명남 옮김/문학동네/468쪽/1만 8800원올여름의 더위는 유독 심했다. 앞으로도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한파가 나타나며 본격적인 기후변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사도 쏟아졌다. 한동안 북극의 빙하가 녹는 사진으로만 실감했던 지구온난화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과학자들은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의 개념을 검토하고 있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환경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음을 확언하는 단어인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지질시대를 연 우리는, 결국 우리의 손으로 보금자리를 파괴하게 될까. ‘휴먼에이지’는 인류세에 관한 냉철하면서도 낙관적인 통찰이다. 저자 다이앤 애커먼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삶의 본질을 서술해 낸다는 평을 받는 에세이스트로, 국내에서는 ‘감각의 박물학’으로 먼저 알려졌다. 1990년에 집필한 ‘감각의 박물학’에서 그는 인간의 여섯 가지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추적했다. 약 30년이 흐른 지금, 이제 다이앤은 수십 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확장된 감각을 갖게 된 인간에 관해 서술한다. 인간은 자신의 감각을 과학과 공학을 통해 넓혀 왔을 뿐만 아니라 자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 지구를 바꾸어 놓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지구의 기후변화에서부터 인간에게 적응한 야생 생태계, 도시와 건축문화, 바다와 숲을 구석구석 비추며 인류세의 증거들을 포착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연을 감각하는 방식조차도 본질적으로 변해 가고 있음을 조명한다. 이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나노 규모를 자연스럽게 다루며, 디지털 세계의 픽셀화된 자연에 익숙해졌다. 3D 프린터와 같은 기술들은 사물의 정의 자체까지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부피와 질량을 가진 실체가 있는 사물이 아니라, 비물질적이고 ‘접근 가능한’ 도면으로만 존재하는 물성으로. 다이앤은 인류가 바꾸어 갈 세계에 대한 우려만을 표하지 않는다. 그는 낙관적인 미래, 우리가 다르게 감각하고 더 폭넓게 받아들일 세계를 상상한다. 우리는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과 공존하고, 로봇의 감정을 이해하며, 유인원들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더 놀라운 세계의 비밀들을 밝혀내는 탐구자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지구는 우리의 손에 의해 변하고 있으며 그 사실만은 부정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 그러나 그 변화가 어떤 것이 될지는 여전히 우리가 결정할 몫이 아닐까.
  • 공감→공정→정의의 도덕… 유인원과 다른 인간 진화

    공감→공정→정의의 도덕… 유인원과 다른 인간 진화

    도덕의 기원/마이클 토마셀로 지음/유강은 옮김/이데아/336페이지/1만 9000원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의 침팬지 무리를 보면 그들만의 권력관계가 있고 다툼이 있다. 침팬지에 대한 기사를 쓴다면 정치 기사나 사회 기사를 쓰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문화 기사가 나오기는 어렵다. 예술을 창조하고 감상하는 행위는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공동소장인 영장류학자 마이클 토마셀로는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에 ‘도덕’을 추가한다. 저자는 3~4세 아동과 침팬지, 보노보와 같은 대형 유인원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비교 실험을 한 결과를 모아 수백만년에 걸쳐 진행된 ‘도덕의 진화’ 과정을 탐구한다.인간과 침팬지 모두 ‘공감의 도덕’을 갖고 있다. 적어도 종족을 번식하는 동물이라면 새끼의 안전을 염려한다. 포유류는 이 같은 공감의 도덕을 ‘수유’를 통해 보여 준다. 3~4세의 아기를 보면 이미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자신과 놀아 주던 어른이 놀이를 멈추면 아기는 고갯짓이나 손짓으로 그를 다시 끌어들이려고 한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침팬지는 파트너를 다시 끌어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식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징이다. 아기는 부모를 의식하고, 성인은 오늘 입을 옷이나 직장에서의 평가에 대해 늘 의식한다. 초기 인간의 협업도 서로를 평가·의식하면서 이뤄졌다. 유인원과 달리 인간은 서로에 대한 상호 존중의 감각을 배웠고, 무임승차하려는 인간은 무리에서 배제했다. 저자는 인류가 이런 과정을 통해 ‘공정의 도덕’을 진화시켰다고 말한다. 공정심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가짜 먹이를 받은 침팬지는 외견상 화를 내지만, “동종 개체가 더 좋은 먹이를 받는다는 사실에 대한 분함을 의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넓게는 국가와 국가, 좁게는 지역과 지역으로 집단이 구분된 인간은 ‘너와 나’가 아닌 ‘그들과 우리’로 사고를 바꾼다. 이 같은 집단 중심의 사고는 인간의 도덕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꾸고, 체계적으로 규범화한다. 저자는 앞서 쓴 ‘생각의 기원’에서 호모 사피엔스, 즉 인류의 ‘생각하는 능력’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소개했다. 신간 ‘도덕의 기원’은 ‘생각의 기원’의 후속작이자 인간과 유인원이 어떻게 다른지를 더욱 확실히 보여 주는 진화인류학 서적이다. 인간이 ‘너와 나’ 외에 또 다른 집단 구성원을 ‘생각’하기 시작하며 인간 사고에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 20만년 전이었다면, 집단 속에서 도덕이 객관적으로 진화한 것은 10만년 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공감의 도덕’에서 ‘공정성의 도덕’으로, 이어 ‘정의의 도덕’으로 이어지는 도덕의 진화사는 생각의 진화보다 늦게 진행됐지만, 인간과 유인원을 더욱 구별 짓는 요소가 됐다. 물론 인간이 유인원과 다른 차원의 도덕을 갖고 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인류가 저지른 전쟁과 폭력을 보면 인간이 여러 차원에서 유인원과 다르다는 주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차라리 ‘인간의 도덕’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최소한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때로는 선행을 행하는 행태는 사실 인류 역사가 켜켜이 쌓이며 이뤄 낸 진화의 결과인 셈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미술에 빠진 제주… 빛으로 물든 제주

    미술에 빠진 제주… 빛으로 물든 제주

    ‘거물 화상’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 35년간 모은 근현대 미술 117점 전시 박수근·백남준·천경자 등 작품 선보여 브루스 먼로 등 세계적 예술가들 한자리 오름 등 3만평 대지에 ‘빛축제’ 라프 장관우리 미술사의 100년을 살뜰히 굽어보는 여행이 시작된다. ‘빛의 풍경화’가 된 오름에선 여름밤의 정취가 더 농밀해진다. 중국 현대미술을 이끄는 중국 작가들의 재기 넘치는 화폭이 내걸린다. 올여름 거대한 미술관으로 변한 제주 곳곳의 풍경이다.‘제주 미술관 기행’의 첫걸음은 ‘교과서 속 그 작가, 그 그림’으로 먼저 친밀도를 높이는 게 제격이다. 오는 10월 3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근현대미술 걸작전: 100년의 여행, 가나아트 컬렉션’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좋은 이유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전시는 국내 거물 화상인 이호재(64)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의 ‘35년 그림 인생’을 농축했다. 스물아홉 살이던 1983년 가나화랑을 열어 그림을 모아 온 그가 2014년 설립한 가나아트문화재단에 기증한 근현대 미술 300점 가운데 117점을 골라냈기 때문이다.작가들과 오랜 인연을 맺으며 우리 미술 시장을 일궈 온 화상의 컬렉션인 만큼 그림 한 점 한 점마다 각별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장우성의 ‘춤추는 유인원’은 작가가 내놓지 않으려는 걸 이 회장이 작업실에 가서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손에 넣은 작품이고, 장욱진의 1988년 작 ‘새’는 보자마자 쓸쓸한 여운에 작가의 죽음을 예감한 작품이다. 실제 작가는 2년 뒤 작고했다.지난 20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만난 이호재 회장은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초 미술관을 설립해 채워 넣으려던 컬렉션으로, 당시 ‘화랑이 왜 미술관을 하려 하느냐’는 반론이 많아 설립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당시 목록에서 생존 작가는 제외하고 작고 작가 작품만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환기, 박수근, 구본웅, 오윤, 이인성, 오지호, 나혜석, 백남준, 장욱진, 이성자, 천경자 등을 모은 이번 전시에는 처음 수장고에서 나온 작품도 적지 않다. 박생광, 김경 등 시장에선 인기가 없었지만 미술사에서는 높이 평가받는 작가의 작품들도 징검다리를 촘촘히 잇듯 채워 넣었다. “가나아트의 독보적인 소장품 목록은 국공립미술관도 이렇게 체계적으로 모으기 힘들다 할 정도로 한국 근현대 미술사 그 자체를 이룬다”(윤범모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는 평이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이 회장은 “시장에서 가치를 몰라 주면 팔지 않고 소장한 것도 많아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여럿 있다”며 “권진규 작가의 작품을 10점 이상 한꺼번에 공개하는 것도 처음이고 도상봉의 정물화(개나리, 라일락)도 기존에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조각, 부조, 회화 등 권진규의 작품 12점을 한데 모은 공간이나 안락한 응접실처럼 꾸며 도상봉의 정물을 벽에 건 공간은 돋보이는 기획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끈다. ‘제주의 푸른 밤’이 내려앉으면 조천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차밭이었던 조천읍 선교리의 완만한 오름에 프랑스 인상파 화가가 다녀간 듯 ‘빛의 풍경화’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조명 예술가 브루스 먼로(영국)가 약 1만 9800㎡(약 6000평)의 오름에 2만 1500개의 ‘빛의 꽃’을 심어 장관을 일궜다. 오는 27일 개막하는 제주 조명예술축제 라프(LAF·라이트 아트 페스타)를 대표하는 작품 ‘오름’이다. 어둠이 완전히 깔리기 직전인 저녁 8시쯤 ‘오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섰다. 대지에 촘촘히 심긴 빛의 꽃 2만여 송이가 초록, 노랑, 분홍, 보라, 주홍 등 다채로운 빛을 뿜어내자 어둑한 하늘의 몽환적인 노을과 어울려 마법 같은 풍경을 빚어냈다. 습기 가득한 여름밤, 코끝에 짙게 끼쳐 오는 풀 냄새가 유일하게 현실을 일깨워 주는 감각이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광섬유, 아크릴, 유리, LED 조명으로 만든 빛이 강렬하지 않아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은은한 빛무리를 제주의 풍광과 함께 보다 보면 “밤에 보이는 작품이라 최대한 달빛, 별빛과 어우러질 수 있게 빛의 톤을 낮췄다”는 작가의 의도가 외려 자연과 어울리는 지혜임을 깨닫게 된다. 라프에서는 3만평 규모의 대지에서 브루스 먼로뿐 아니라 미국 조각가 톰 프루인, 미국 뉴미디어 아티스트 젠 르윈, 프랑스 디자이너 장 피고치 등 작가 6명의 작품 14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8월 3일 제주세계유산센터에서 열리는 ‘한·중 아방가르드 대표작가전-제주, 아시아를 그리다’에서는 ‘녹색개’ 시리즈로 유명한 저우춘야, 소비사회 중국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왕칭쑹 등 중국 작가 5명과 국내 작가 7명의 작가 정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제주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와우! 과학] 2300년 전 진시황 할머니 무덤서 멸종 원숭이 발견

    [와우! 과학] 2300년 전 진시황 할머니 무덤서 멸종 원숭이 발견

    약 23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한 무덤에서 지금은 멸종된 유인원(원숭이)의 두개골 화석이 발견돼 학계가 연구에 나섰다고 영국 인디펜던트 등 해외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영국 런던동물학회는 중국 산시성에서 발견된 2300년 전 분실(무덤이 있는 방)안에서 현재는 찾아볼 수 없는 신종 긴팔원숭이 친척뻘의 유인원 두개골 조각을 찾았다고 밝혔다. 해당 무덤은 진시황의 할머니의 것으로, 여기에 함께 묻힌 원숭이는 진시황의 할머니가 생전 키우던 애완동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이 ‘쥔즈 임페리얼리스’(Junzi imperialis)라고 명명한 이 원숭이의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 이는 현존하는 긴팔원숭이의 친척뻘에 해당하며 현존하지 않는 멸종된 동물로 밝혀졌다. 또 지금까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속(屬, 생물 분류의 단위로 과(科)와 종(種)사이)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해당 두개골과 턱 부위는 현존하는 긴팔원숭이 20종과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으며,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발견된 적이 없었던 신종 긴팔원숭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한편 신종 긴팔원숭이의 멸종 원인은 현존하는 유인원의 멸종 위기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이 나왔다. 연구진은 “고대 중국에서는 긴팔원숭이와 같은 동물을 매우 고귀하게 여겨 종종 이를 잡아 애완동물처럼 키웠다”면서 “신종 긴팔원숭이 두개골이 발견된 무덤에서는 표범과 곰, 스라소니 등의 동물 뼈도 함께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역사적 환경으로 살펴봤을 때, 애완동물로 키우기 위한 무분별한 사냥이나 숲이 무너지고 농업이 확장되는 등 서식지 파괴의 영향으로 멸종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현존하는 긴팔원숭이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적은 것도 이 같은 역사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긴팔원숭이 전문가 토마스 가이스만 박사는 “이 두개골의 발견은 매우 놀랍다. 이번 연구는 고대 중국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긴팔원숭이가 다수 서식했다는 증거가 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대 중국인들이 영장류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영역을 광대한 산림에까지 확장하면서 긴팔원숭이의 멸종을 이끌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Science) 21일자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꿀벌도 ‘무’(無)를 이해한다

    꿀벌도 ‘무’(無)를 이해한다

    선불교에서 말하는 ‘무’(無)와 같은 상태를 수학에서는 ‘0’으로 표시한다. ‘아무 것도 없음’을 의미하는 0은 약 2000년 전 인도에서 만들어져 활용됐지만 서양에서 0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수학에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과학혁명이 시작된 다음인 17세기 이후이다. 현대 과학과 수학이 지금처럼 발달하게 된 것도 0 덕분이다.실제로 아이들이 숫자를 배우면서 0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동물들의 지능과 인지능력을 측정할 때 0의 개념을 이해하는지 실험을 한다. 지금까지는 원숭이 같은 유인원들과 일부 동물들이 0의 개념을 이해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여기에 호주와 프랑스 연구진이 곤충인 꿀벌도 ‘0’의 개념을 이해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호주 로열멜버른공과대(RMIT) 생체모방디지털센서연구실, 모나쉬대 생리학교실, 프랑스 툴루즈대 통합생물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인간 뇌신경의 880분의 1 밖에 안되는 꿀벌들도 추상적 개념인 ‘0’을 이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8일자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꿀벌은 개미와 같이 군집생활에 대한 연구에 많이 활용됐지만 숫자나 추상적 개념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진행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꿀벌 10마리에게 하얀색 바탕에 1~4개 사이에서 각기 다른 갯수와 크기의 검은색 사각형이 그려진 그림판을 두 장 제시하고 ‘좀 더 적은’ 갯수의 그림판에 앉는 경우 설탕물을 주고 많은 그림판에 앉으면 쓴 맛이 나는 물질을 주는 식으로 훈련했다. 또다른 꿀벌 10마리에게는 ‘좀 더 많은’ 갯수의 그림판에 앉는 경우 설탕물을 주고 적은 그림판에 앉으면 쓴 맛이 나는 물질이 주는 훈련을 실시했다. 충분한 훈련 뒤 꿀벌들이 80% 이상의 성공률을 보이자 연구팀은 두 번째 ‘진짜’ 실험을 실시했다.2~5개의 검은색 원이 그려진 그림판과 아무 것도 없는 그림판을 제시하자 꿀벌들은 첫 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좀 더 적은’ 갯수를 선택하도록 훈련받은 꿀벌은 아무 것도 없는 그림판에 앉고 두 번째 ‘좀 더 많은’ 갯수를 선택하도록 훈련받은 꿀벌들은 검은색 원이 그려진 그림판을 선택했다. 성공률은 63% 정도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정도의 성공률은 도형이 없는 그림판이 단순히 시각적 자극으로 선택을 하거나 거부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애드리언 다이어 RMIT 바이오센싱 교수는 “이번 연구는 꿀벌처럼 작고 단순한 뇌로도 복잡하고 추상적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것으로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 사람을 제외한 영장류,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비슷한 이해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이어 교수는 “100만개 미만이 뉴런을 가진 뇌로 추상적인 0을 감지해낼 수 있다면 인공지능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때 좀 더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美시트콤 ‘로재너 아줌마’ 인종차별 발언으로 종영

    美시트콤 ‘로재너 아줌마’ 인종차별 발언으로 종영

    미국 ABC방송의 인기 시트콤 ‘로재너 아줌마’가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로재너 바(65)의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전격 종영됐다.발단은 바가 29일(현지시간) 오전 트위터에 쓴 한 줄 문장에서 비롯됐다. 그녀는 “무슬림 형제단과 ‘혹성탈출’이 아기를 낳았다=vj”라고 적었다. ‘vj’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악관 선임고문이었던 발레리 재럿(62)의 머리글자다. ‘무슬림 형제단’은 범아랍의 이슬람주의 단체로, 재럿의 출생지를 시사한다. 풀이하자면 이란에서 태어난 흑백 혼혈 출신인 재럿을 영화 ‘혹성탈출’에 나오는 유인원에 비유한 것이다. 재럿은 무슬림이 아니다. 바의 트윗이 소셜미디어에 전파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바는 자신의 트윗을 삭제하고 “발레리 재럿이 무슬림 형제와 혹성탈출의 산물이라고 한 글은 허튼 농담이었다”면서 “그녀의 정치와 외모에 대해 심한 농담을 해서 정말 죄송하다. 용서해 달라”는 개인 성명을 발표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바가 출연해 온 ‘로재너 아줌마’의 제작자이자 공동주연인 세라 길버트는 “바의 글은 혐오스럽고 우리 제작진의 신념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비판했다. 공동제작자 완다 사이크스는 시트콤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채닝 던지 ABC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그녀의 쇼(로재너 아줌마)를 취소하기로 했다”며 시트콤을 폐지했다. 바로부터 인신 공격을 받은 재럿은 언론 인터뷰에서 “난 괜찮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내 인종주의 논의가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담담하게 대응했다. ‘로재너 아줌마’는 1988년부터 1997년까지 미 중서부 지역의 백인 노동자 계층 가족의 희로애락을 소재로 인기리에 방영됐던 국민 시트콤이었다. 종영된 지 21년 만인 올 3월부터 리메이크 방송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리메이크작에서는 지금 시대에 맞게 주인공 로재너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로 설정해 현실감을 더했다. 실제로 바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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