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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앤 포시著 ‘안개 속의 고릴라’

    몇 년 전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란 책이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에 사로잡히게 한 적이 있다. 그런 구달이 침팬지의 수호자로 존경을 받고 있다면, 비루테 갈디카스는 오랑우탄, 다이앤 포시는 고릴라 연구자로 이름을 남겼다. 그 중 다이앤 포시의 자전적 연구보고서 ‘안개 속의 고릴라’(최재천·남현영 옮김, 도서출판 승산 펴냄)가 발간돼 눈길을 끈다. ‘…고릴라’의 국내 발간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동물생물학 분야의 권위자들에 의해 지금에라도 책이 나온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와 까치 생물학자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남현영씨가 번역을 맡았다. 최재천 교수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구달과 갈디카스의 연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포시의 연구역정만큼 파란만장하지는 않았다. 밀렵꾼들에 의해 무참히 죽어 나가는 고릴라들을 지켜내려다 자신도 끝내 죽음을 면치 못한 포시의 삶은 진정 영화가 되고도 남는다.”라고. 최 교수의 말처럼 다이앤 포시는 1985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르완다의 카리소케 야외연구센터 숙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범인은 고릴라 밀렵꾼의 하나로 추측되지만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은 시고니 위버가 주연한 영화 ‘정글 속의 고릴라’(1988)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이앤 포시는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면서 유인원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다.1963년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길에 탄자니아 올두바이 협곡에서 발굴작업을 벌이던 리키 박사를 만난 것은 그녀에게 유인원 연구에 관한 결정적인 인상을 남긴다. 이후 포시가 고릴라에 관한 몇몇 사진과 기고문을 발표하자 리키 박사는 이를 눈여겨봐 뒀다가 1966년 산악고릴라의 장기 야외 연구를 하지 않겠느냐고 그녀에게 제의한다. 단 조건이 있었다. 고지대에서의 연구를 위해 맹장수술을 받으라고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유인원 연구에 대한 갈증으로 이미 ‘발동’이 걸렸던 포시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그녀는 당장 맹장을 떼어 버리고 아프리카로 향한다. 그리하여 1985년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18년 동안 포시는 고릴라 연구에 온 열정과 사랑을 바친다. 실제로 포시의 연구처럼 장기간에 걸친 면밀한 관찰이 없었다면 고릴라들의 심성이나 개성은 물론 영아살해, 동종 식육, 동성애나 자위행위, 그리고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서는 드물게 관찰되는 완경(암컷 고릴라의 월경이 사라지는 현상)과 눈물을 흘리는 행동 등은 찾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최재천 교수는 설명한다. 연구뿐만이 아니라 밀렵 방지 활동에도 포시는 최선을 다한다. 밀렵꾼에게 고릴라가 처참하게 도살당한 사건을 언론에 고발하는 한편 멸종 위기종의 보존을 위해 자연서식처를 보호시설로 꾸며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그리고 특별히 애정을 가졌던 ‘디지트’라는 고릴라가 밀렵꾼들에게 죽임을 당하자 ‘디지트 기금’(1992년 다이앤 포시 국제 고릴라 기금으로 명칭이 바뀌었다.)을 설립해 남은 고릴라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외유내강의 다이앤 포시가 외강내유의 고릴라들과 함께하며 섬세하게 남긴 이 기록은 보전학자로서의 모험적인 탐구서이자 살아있는 유언장으로 다가온다.2만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35) 로랜드 고릴라의 ‘프라이버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35) 로랜드 고릴라의 ‘프라이버시’

    누군가 24시간 나를 지켜보고 있다면 어떨까. 심지어 옷을 갈아입거나 용변을 보고 잠을 잘 때도 말이다. 사람과 똑같을 순 없겠지만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할때 동물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동물도 프라이버시가 있다 지난 5월초 서울대공원은 로랜드 고릴라 우리 내실 창의 반 정도를 검정색 천으로 가렸다.250㎏이 넘는 덩치와는 달리 예민한 로렌드 고릴라들에게 사람의 시선을 피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만사 귀찮고 피곤할 땐 스트레스 받지 말고 들어가 쉬라는 의미로 만들어준 공간인데 고리롱(♂·1969년생)과 고리나(♀·1978년생)가 곧잘 이용하곤 한다. 동물원 동물들은 일거수일투족이 외부에 노출된다. 시민들의 입장에선 ‘관람’이고 사육사의 입장에서 보면 ‘관찰’일테지만 녀석들이 늘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시선을 즐길지는 의문이다. 사실 그들만의 공간을 만든 것은 고리롱의 이상한 행동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고리롱은 관람객이 들고 온 풍선이나 우산을 보면 무섭게 화를 내며 닥치는 대로 던지기 시작했다. 분비물부터 고구마나 잔디, 돌까지 거칠 것이 없다. 우리 앞에 ‘풍선금지’란 표지판도 세워봤지만 소용없었다. 임양묵(30)사육사는 “풍선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보기 싫은 것이 나타나도 보지 않을 방법이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런 탓에 녀석들만의 아지트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릴라들이 이 작은 공간에 적응하는 중이라 아직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동물원 측은 내년에는 천막 대신 고릴라 부부가 은밀하게 쉴 수 있는 밀실을 마련해 준다는 계획이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다른 유인원류도 자신만의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능청맞기로 유명한 늙은 오랑우탄 패티(♂·1968년생)는 귀찮거나 혼자 있고 싶을 때는 바닥에 머리를 대고 엎드리거나 두 손으로 제 눈을 가려 버린다. 옆 우리 침팬지들도 뭔가 보기 싫은 것이 나타나면 우리 꼭대기 천장에 스파이더맨처럼 찰싹 달라 붙는다. 우리 안에서 남에 눈에 띄지 않는 공간을 스스로 찾은 셈이다. 시선은 하늘에 고정되는데 이꼴 저꼴 안 보는 혼자만의 공간이다. 사실 일부 관람객들은 꼼짝도 하지 않는 동물에 만족하지 않는다. 자고 있으면 소리를 질러 깨우거나 쇠창살이나 유리창을 두드려 동물의 반응을 구경한다. 사육사 우경미(27)씨는 “동물원 관람은 동물들의 집에 사람이 놀러가는 것”이라면서 “동물들도 사람을 보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관람매너를 지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33) 동물원의 ‘어르신들’

    나이 많은 동물이 많다는 것은 동물원의 자랑인 동시에 걱정거리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천수(天壽)를 다할 만큼 잘 키웠다는 방증이다. 반면 늘 걱정되는 부분은 녀석들의 건강이다. 서울대공원에는 이렇게 야생의 수명을 넘겨 살고 있는 ‘고령의 동물’들이 많다. ●관절염 앓는 자이언트 56살 먹은 늙은 아시아 코끼리 ‘자이언트’는 대동물관의 한쪽 나지막한 울타리를 독차지하고 있다. 적당한 높이의 담장은 녀석이 긴 코를 올려놓고 쉬는 간이침대다. 자이언트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인도에서 창경원으로 들여왔다. 우리나라 동물원의 살아있는 역사다. 녀석은 하루에 몇 시간씩 벽에 기대 쉬지만 그렇다고 눕진 않는다. 녀석의 무게는 무려 4t이다. 무릎도 성치 않은 녀석이 잘못 누웠다간 혼자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자이언트는 흔히 노인성질환이라고 불리는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탓에 요즘 관절약을 달고 산다. 자꾸 기댈 곳을 찾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실 코끼리 같은 큰 대형 초식동물 등에게 관절염은 심각한 질병이다. 관절염은 겨울이 여름보다 심하다. 그래서 증세가 악화되는 겨울에는 온찜질도 고려 중이다. 평생 6번 교체한다는 이빨도 이미 다 간 상황이고 치아 마모도 많이 진행 중이다.‘밥이 보약’이라고 다행히도 먹성은 좋은 편이다. 김진아 사육사는 “종합영양제에 설탕물까지 타주며 녀석의 기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해양관에 사는 28살인 암컷 북극곰 ‘민국’이는 나이가 들면서 편식이 심해졌다. 담당 사육사는 “수컷과 함께 살았을 땐 게 눈 감추듯 먹던 먹이를 남기기 일쑤”라면서 “여름에는 먹이를 얼려 주는 등 식욕을 돋울 방법을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원관은 완전 경로당 유인원관은 동물원 속 노인정이다. 특히 이곳엔 유명한 ‘3원로’가 있다. 침팬지 ‘엉덩’이가 65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많고, 오랑우탕 ‘패티’가 68년생, 몸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로랜조고릴라 ‘고리롱’이 69년생이다. 대부분 평균 수명을 넘겨 장수하는 녀석들로 고참중 고참이다. 엉덩이는 노안(老眼) 탓에 먹이 등 뭔가 관심 있는 것을 볼 때는 오른쪽 눈을 가린다. 비교적 시력이 좋은 왼쪽 눈을 통해 또렷하게 보기 위해서다. 패티는 요즘 들어 도통 줄타기를 하지 않는다. 몸도 무겁고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이다. 다행히 특별히 아픈 데는 없다. 특기는 대자로 누워있거나 턱 괴고 관람객 구경하기다. 또 로랜드고릴라는 짝짓기에 관심이 없는 것이 걱정이다. 동물원 터줏대감인 만큼 텃새도 만만치 않다. 원로 셋 모두 웬만한 사육사의 머리꼭대기에 앉아 있다. 신참이나 여자 사육사들이 오면 괴성을 지르고 위협을 하는 등 기싸움을 벌이는데 일종의 통과의례다. 우경미 사육사는 “이들에게 한번 찍힌 사육사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계속 사납게 굴어 곤혹스럽지만 아기를 보면 뽀뽀를 날려주는 귀여운 노인네들”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침팬지 기본권도 보장하라”…유럽서 법률소송

    침팬지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정 싸움이 유럽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싸움을 주도하는 사람은 38세의 영국 여성 파울라 스티브(사진). 그녀는 “영장류도 사람과 같은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침팬지의 법정대리인 자격을 얻은 그녀는 현재 ‘매튜’라는 이름의 침팬지가 한 사업가로부터 3400파운드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소송 금액은 매튜가 있던 동물 보호소가 파산하면서 한 사업가가 매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챙긴 것. 그녀는 “매튜는 TV와 게임을 좋아하는 여느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당연히 한 개인으로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침팬지 전문가 제인 구달 역시 “인간과 침팬지의 근본적인 차이는 매우 적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도울 예정이다. 매튜를 위한 법정 싸움에 대해 동물 권리 운동가인 마틴 벨루치 박사는 “소송을 걸지 않았다면 매튜는 그저 한 마리 침팬지로 법원에서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 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법원도 매튜의 개인 권리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소송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런던대학 유전학 교수인 스티브 존스는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의) 기준이 무엇인가? 인간은 생물학적 조건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라며 반론을 폈다. 이 소식을 전한 영국의 ‘더 선’(The SUN)지는 “오스트리아 빈 법원은 유인원의 인권에 대한 첫 판례를 남겨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밝혔다.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제니 “나랑 같이 에버랜드서 놀아요”

    경기 용인시의 에버랜드가 12일 19개월간 정성스럽게 준비한 유인원(類人猿)류 전용 테마공간 ‘프렌들리 몽키밸리(Friendly Monkey Valley)’의 문을 연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친환경적 테마 동물원이다. 실내외 3000평 공간에 오랑우탄, 침팬지, 흰손긴팔원숭이 등 유인원 3종 18마리와 일본원숭이, 망토원숭이, 여우원숭이 등 10종 127마리의 원류(猿類) 원숭이가 전시돼 있다. 대부분 이곳에서 나고 자라 에버랜드가 고향인 원숭이들이다. 테마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큰 틀은 ‘인간과 원숭이의 교감’이다. 쇠창살을 없애고 그 자리를 통유리와 연못·바위 등 자연 조형물로 대체했다. 동물들의 특성에 맞는 환경을 꾸며줌으로써 활발한 행동을 유도하고 상호교감할 수 있는 행동전시 기법을 도입해 관람객과 동물들간의 벽을 허문 것이다. 몽키밸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전시기법은 오랑우탄 타워, 일명 ‘오-타워(O-Tower)’다. 오르내리기를 좋아하는 오랑우탄의 습성을 고려해 높이 14∼21m에 이르는 수직타워 3개를 ‘스카이 워크’라 불리는 굵은 로프로 연결해 놓았다. 총 길이는 38m. 사다리를 타고 타워에 오른 다음, 스카이 워크를 따라 아슬아슬하게 돌아다니는 오랑우탄들의 묘기가 볼 만하다.‘침팬지 버블’도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침팬지 버블은 침팬지 서식지 바닥에서 우주선 모양으로 튀어나온 지름 1m짜리 투명 반구. 침팬지의 숨소리가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다. 비행기 조종석에 사용되는 특수 강화유리라 깨질 염려는 없지만, 자기 구역에 침범한 이방인을 보고 흥분한 침팬지가 유리를 두드리면 은근히 겁도 난다. 노약자나 임산부 등은 주의해야 할 듯. 5∼6세 아이의 지능을 가졌다는 침팬지 루디는 이곳의 자랑거리다. 그림을 그리는 침팬지로 온라인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던 루디는 사람의 행동을 눈여겨 봐두었다가 비슷하게 흉내를 내 감탄사를 자아낸다. 이밖에도 40도 뜨거운 물로 채워진 ‘몽키 스파’에 몸을 담근 일본원숭이, 길이 100m 로프에서 줄타기 재주를 뽐내는 흰손긴팔원숭이 등도 볼거리이다. 어린이를 위한 ‘몽키댄스’와 침팬지 언어를 배우는 시간도 따로 마련했다. 에버랜드 입장객이면 별도 관람료 없이 둘러볼 수 있다.(www.everland.com,031-320-5000)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열린세상] 고고학과 발굴/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고고학은 이미 멀리 지나간 시대를 살았던 인류가 남긴 여러가지 흔적을 찾아 그때 사람들의 문화와 삶을 밝히는 학문이다. 고대(古代)와 학문이라는 두 낱말을 합성한 고고학(archaeology)은 본래 서양의 학문이지만, 옛것을 생각한다는 뜻은 동서양에 차이가 없다. 어딘가에 묻힌 무엇을 들추어야 하기 때문에 고고학에는 발굴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땅을 파서 유물을 찾는 고고학의 발굴은 19세기에 들어 자리를 잡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물을 건져 학문의 틀에 제대로 꿰맞추기까지는 난센스가 한때 판을 쳤던 모양이다. 그 대표적 케이스가 ‘필트다운 사람’이다.19세기 진화론에 영향을 받은 아마추어 고고학자 찰스 도슨이 1910년대 영국의 작은 마을 필트다운에서 찾은 현대인 머리뼈에 유인원 턱뼈를 맞추어 고인류 화석으로 꾸민 사건이었다. 이같은 조작 사건은 21세기에도 계속되었다.2000년 11월 일본 도호쿠구석기연구소 후지무라 신이치 부이사장이 발굴한 미야기(宮城)현의 구석기 유적이 그것이다. 한 언론사의 추적으로 꼬리가 잡힌 후지무라의 유적 조작은 자연과학을 비롯한 여러 인접학문의 부축으로 고고학 발굴이 제자리를 잡은 이 시대에 일어난 희대의 사건이어서, 가히 충격적이었다. 난센스라는 말을 따지면, 이치에 어긋나는 비리(非理)와도 맞물린다. 그런데 최근 한 법인체 발굴기관의 책임자인 고고학자 교수가 발굴비와 관련한 비리에 휘말려 구속되었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난센스치고는 좀 곤혹스러운 이 비리 말고도 다른 누구는 검찰에 발목이 잡혔고, 어떤 이는 내사를 받는다는 둥 온갖 소문이 돌아 고고학계가 뒤숭숭하다. 그가 구속으로까지 내몰린 발굴현장은 지방도시의 아파트 건립 예정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문화재 보존지역으로 결정되었는데, 이때 건설업자가 서두른 고발이 구속의 빌미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든 개발과 보존의 틈새에 끼어 고고학자가 구속에 이른 것은 분명하다. 이를 두고 문화재청 관계자가 언론에 흘렸다는 멘트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고학자가 아니라, 발굴업자가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는 말은 무책임하다.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고학력의 발굴요원들이 주렁주렁한 식솔을 거느리고 살게 보살펴야 하는 발굴기관 책임자의 딱한 처지도 생각하기를 바란다. 몇년 전에 남프랑스 니스의 테라 아마타 유적을 찾은 적이 있다. 혹스니안기(期)에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류가 살았던 이 구석기 유적은 아파트단지에 자리했다. 아파트가 완공되었을 때 니스시가 1∼2층을 사들여 불을 지폈던 화덕과 더불어 발자국 화석, 배설물로 나온 똥이 화석으로 변한 흔적 따위를 아파트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아파트 뒤쪽 절개지 축대에는 집자리 퇴적층을 남겨놓고, 철문을 닫았다. 현대사회에서 문화유적은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늘 갈등을 겪는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유적을 지혜롭게 보존한 모범사례가 테라 아마타다. 이 유적이 세상에 알려진 데는 ‘니스의 아침’을 뜻하는 지역신문 ‘니스 마탱’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지역신문에서 유적을 다루었을 무렵 테라 아마타에서는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는 것이다. 유적이 노출되면서, 보존을 둘러싼 논란도 일었다. 이때 아파트 공사를 맡은 건축업자는 공교롭게도 유적의 실체를 처음 보도한 ‘니스 마탱’ 기자의 아들이었다는 기묘한 사연도 간직하고 있다. 니스에 머무는 동안 테라 아마타에서 멀지 않은 나자레 유적에 들렀을 때 새떼처럼 조잘거리면서 고사리손으로 유물 부스러기를 고르는 초등학생 봉사활동 그룹을 만났다. 그 옆에는 니스시가 주는 품삯을 받고, 발굴현장에서 일하는 파란 눈의 아주머니들도 보였다. 문화대국의 문화정책을 실감했던 니스의 정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 ‘멸종위기’ 콩고 고릴라가 인류에 보내는 편지

    #1저는 아프리카 콩고공화국의 로시 보호구역에 사는 세살된 야생 고릴라예요. 무서운 질병과 싸우는 우리들의 얘기는 7일(현지시간) 저명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어요. 뉴욕타임스도 이날 우리들의 생존이 위험하다고 자세히 소개했어요. 우리가 사는 숲은 너무 무서운 곳이 되어 버렸어요.‘에볼라 바이러스’에 많은 동족들이 쓰러지고 있거든요. 독일 막스 플랑크 유인원연구소의 피터 월시 박사님은 2002년 이후에만 에볼라 바이러스로 고릴라가 3500∼5500마리나 죽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이 속도대로라면 우리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도 얼마남지 않았대요. 에볼라 바이러스는 2002년 콩고민주공화국 주민들에게서 발생했대요. 인간의 질병이 우리까지 죽일 줄은 몰랐어요. 숲을 거닐다 곳곳에 쓰러진 고릴라 친구들을 많이 봐요. 저도 무서워요. 월시 박사님은 우리가 떼를 지어 공동생활을 해서 전염이 더 쉽다고 말씀하셨어요. 박사님도 애가 많이 타나 봐요. 박사님이 직접 목격한 죽은 고릴라만 2002년 10월부터 2004년 1월까지 121마리나 된대요. 월시 박사님이 백방으로 노력은 하고 계시죠. 우리에게 백신 주사를 놓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기도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과일과 약을 섞어 주시기도 해요. 하지만 백신도 제때 공급하기가 어려운가 봐요. 지방 정부의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다고 하네요. 가끔 월시 박사님이 우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접하면서 박사님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가 되기도 해요. 우리들이 걸린 질병을 연구하시는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스튜어트 니콜 박사님도 우리가 어떤 경로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의문이래요. 분명한 건 인간에게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에 우리도 죽는다는 사실이죠. #2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우리를 사냥할 대상으로 보는 걸까요? 우리에게 에볼라 바이러스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가 인간이에요. 사람들을 피해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데도 우리를 쫓아와요. 에볼라 바이러스로 죽어가는 고릴라보다도 사람들에게 살해당하는 고릴라가 더 많대요.‘실종 고릴라’도 여전히 많아 다들 두려움에 빠져 있어요. 우리를 사냥해서 고기를 먹는대요. 그리고 아기 고릴라는 산 채로 잡아서 동물원이나 수집가들에게 팔기도 한대요. 제 친구도 2년째 행방불명이에요. 숲에서 사라진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우리들의 미래가 사라지고 있어요. 이제 우리를 도와주세요.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전국 대학생 독서 토론대회

    숙명여자대학교와 교보문고가 10월 28일 파주출판도시 내 ‘2006 파주북시티 북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전국 대학생 독서 토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폭력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열리며 휴학생을 포함해 참가를 원하는 대학생은 25일부터 10월8일까지 교보문고 홈페이지(www.kyobobook.co.kr)와 숙명여자대학교 의사소통능력개발센터 홈페이지(code.sookmyung.ac.kr)를 통해 2인1팀으로 신청하면 된다. 참가 신청팀은 인터넷으로 독서력 검사인 ‘READ 검사’를 받아야 하며 1450점 이상 획득해야 예선에 응시할 수 있다. 예선에서는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자유에서의 도피’‘내 안의 유인원’등 4권의 지정도서 중 한 권을 읽고 A4용지 2장 분량의 논술문을 제출해야 한다. 본선에 진출한 16개 팀은 10월28일 ‘2006 파주북시티 북페스티벌’ 행사장에서 토너먼트 형식의 토론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토론대회 대상 수상팀에는 상장과 상금 100만원이 수여된다.
  • 인류 최초 조상 ‘루시’ 자손 화석 발견

    인류의 최초 조상으로 추정되는 ‘루시’의 자손 화석이 발견됐다. 에티오피아 북동부 디키아에서 발견된 3세 가량의 여자아기 유골은 역시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인류의 ‘어머니’ 루시와 같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에 속한다고 영국 BBC가 20일(현지시간) 네이처 최신호를 인용해 보도했다. ‘셀람’으로 명명된 이 화석은 2000년에 발견됐으나 당시 사암에 묻혀 있어 한 알갱이씩 긁어내는 작업이 5년 이상 걸렸다. 퇴적물 분석 결과,330만년 전쯤 숨졌으며, 루시와 같은 종의 직립원인임이 확인됐다고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의 고고인류학자 제레세나이 알렘세게드 박사는 밝혔다. 연구진은 보존상태가 완벽한 보기 드문 아기 화석이라며, 아기가 홍수에 휩쓸려 금세 퇴적물에 파묻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두개골 외에 몸통과 팔다리 주요 부위 등도 나왔으며 컴퓨터단층촬영에선 채 돋지 않은 치아가 연령을 가늠케 했다.특히 화석화되기 어려운 설골(舌骨)이 발견돼 인두(咽頭)의 구조와 발성 방식을 짐작케 한다. 혀 근육에 붙은 설골은 침팬지의 것과 매우 흡사해 “사람 엄마보다는 침팬지 엄마의 귀에 더 호소력을 가졌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셀람의 하체는 사람과 비슷하나 어깨 뼈가 고릴라를 닮는 등 상체는 유인원에 가깝다. 알렘세게드 박사는 “사람과 유인원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어 인류의 기원을 규명하는 데 열쇠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1974년 발견된 루시는 320만년 전의 여성으로 추정되나 일각에선 침팬지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루시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팔을 가져 유인원처럼 나무에 오를 수 있는 조건이지만 실제로 사용했는지, 진화과정의 흔적인지는 의문이다.아직 사암에서 꺼내지 못한 셀람의 발뼈가 그래서 더 관심이다. 만약 엄지발가락이 사람의 엄지손가락처럼 굽었다면 나무타기 능력을 시사한다. 셀람의 두뇌 용량은 성인 아파렌시스의 63∼88%인 330㏄로, 같은 나이의 침팬지와 비슷하다.3세이면 두뇌가 성체의 90%로 자라는 침팬지에 견줘 두뇌 성장이 느린 것이다. 유년기가 긴 것은 인간의 특성이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인류·침팬지 분화 400만년 걸렸다

    인류·침팬지 분화 400만년 걸렸다

    인류와 침팬지가 갈라선 것은 400만년이라는 매우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결과라는 연구가 나왔다. 종(種)이 서로 분화되기 시작한 와중에도 수천년 동안 ‘동침(교잡)’을 할 정도로 ‘이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버드대 브로드 연구소와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팀은 17일(현지시간)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인류는 침팬지와 1000만년 전부터 결별하기 시작했다.”면서 “약 400만년이 지난 630만∼540만년 전쯤에 와서야 두 종의 분화가 완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인류와 침팬지의 분화가 단순히 약 700만년 전에 이뤄졌다는 종전의 연구보다 진일보한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또한 인류의 탄생 시점이 약 100만년 늦춰져 현세에 가까워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난 2002년 아프리카 차드에서 발견된 750만∼650만년 전의 두개골 화석 ‘투마이’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프랑스 푸아티에대 미셸 브뤼네 교수는 지난해 4월 “투마이는 침팬지나 고릴라가 아니라 두 발로 걸어다닌 최초의 원시 인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따르면 투마이는 인류가 완전히 분화되기 이전의 것으로 현생 인류보다는 암컷 유인원에 가까운 셈이다. 브로드 연구소의 닉 패터슨 박사는 “투마이 화석이 인간과 비슷한 생김새를 띠는 것은 두 종 사이에 교잡(이종교배)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종전보다 800배나 많은 규모의 인간과 침팬지 유전자(DNA)를 비교했다. 그 결과 어떤 것들은 지난 1000만년 동안 전혀 섞이지 않은 반면 다른 일부는 630만년 전 이후에도 접촉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류와 침팬지의 X염색체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인간의 X염색체는 다른 염색체들보다 분화가 늦어 120만년이나 젊다. 즉, 인류의 X염색체가 침팬지로부터 분화된 것은 540만년 전쯤으로 가장 나중에 완료됐다는 얘기다. 브로드 연구소의 데이비드 레이 박사는 “X염색체는 성을 결정하는 염색체로, 다산성을 지배하는 많은 유전자를 거느린다.”면서 “두 종이 서로 어울려 지낼수록 X염색체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종교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X염색체를 분화시키지 않는다는 게 진화의 법칙이다. 한편 영국 생거연구소 사이먼 그리고리 박사팀은 인간의 23개 염색체 중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고 가장 많은 질병과 관련된 1번 염색체의 완전 해독에 성공했다고 같은 잡지에 실린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로써 23개 염색체의 해독이 완료돼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됐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인류진화 ‘빠진 고리’ 찾았다

    인류진화 ‘빠진 고리’ 찾았다

    인류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마침내 찾아냈다. 에티오피아에서 미국과 프랑스, 일본 학자들로 구성된 다국적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현생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기원을 밝힐 화석들을 대거 발견했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2일 보도했다. 발견된 화석은 약 410만년 전에 살았던 원시인류 8명의 치아와 턱뼈 부분이다. 발굴팀의 팀 화이트 박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아르디피테쿠스라는 앞선 인류 사이에 존재하는 100만년의 간격을 메워줄 것”이라고 밝혔다. 화석유골의 주인공들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란 이름이 주어졌다. 연구팀은 이들을 360만∼300만년 전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직계 조상으로 보고 있다. 570만∼440만년 전에 살았던 아르디피테쿠스는 신체특징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훨씬 더 유인원에 가까웠지만 역시 두 발로 걸었다. 학자들은 두 원시인류의 화석이 같은 지역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막연히 아르디피테쿠스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선조일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대기적 간격이 지나치게 컸던 탓이다. 그러나 이번에 아나멘시스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연결고리가 명확해졌다. 화석이 발견된 지역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북동쪽으로 225㎞ 떨어진 ‘미들 아와시’라는 사막계곡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네발로 걷는 터키 5남매…

    두 손과 두 발을 땅바닥에 댄 채 네발짐승처럼 걷는 터키 5남매가 인간의 진화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들의 존재는 지난해 7월 학계에 처음 알려졌다. 터키 남부 외딴 마을에서 쿠르드족 부모 사이에 다른 13명의 형제자매와 함께 사는 3명의 딸과 2명의 아들이 마치 유인원처럼 두 손과 두 발을 땅에 댄 채 빠르게 걷는 모습이 서구 언론에 소개된 것이다. 이들 다섯명의 나이는 14∼32세다. BBC는 이들 20인 대가족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제작,17일 방영할 계획이다. 다섯 남매 중 세 남매는 줄곧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해 걸어야 하는 반면, 다른 남매는 곰이나 원숭이처럼 아주 잠깐 두 발로 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무릎과 목은 구부러진 상태를 유지했다. 앉은 자세도 침팬지에 가까워 고개를 바로 들지도 못한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이들은 균형감과 근육운동의 협력에 영향을 미치는 소뇌 기능장애가 있었다. 이들이 네 발로 걷게 된 원인에 대해선 두 가지 견해로 갈린다. 터키 쿠쿠로바 대학의 우네르 탄 교수는 “유전자 변형이 이같은 퇴행을 불러왔다.”고 믿고 있다. 남매들이 언어 구사에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이들은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불과 수백개 단어를 사용하며 계절, 연도, 날짜, 도시, 국가는 물론 시간과 공간 개념도 모른다. 반면 런던정경대학(LSE) 니컬러스 험프리 교수 등은 양육 과정 같은 문화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는 이들의 손가락이 매우 발달됐고 딸들이 바느질과 자수를 능숙하게 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다섯 남매가 인간이 직립 보행 능력을 얻기까지의 숨겨진 고리를 규명하는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는 일치하고 있다. 발가락 관절을 이용해 걷는 고릴라나 침팬지와 달리, 이들은 손가락을 최대한 들어올린 채 손목을 이용해 걷기 때문이다. 험프리 교수는 “우리는 지금 몇백만년 전 선조처럼 걷는 성인(成人)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제미마 해리슨은 “이 대가족의 따뜻함과 인간미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내안의 유인원/프란스 드발 지음

    유전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침팬지는 권력과 피에 굶주린 가부장적 동물로 정평이 나 있다. 반면 최근에야 그 독특한 본성이 연구되고 있는 보노보는 침팬지만큼이나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이면서도 평화를 추구하는 가모장적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권력을 갈구하는 침팬지와 평화를 추구하는 보노보 중 어느쪽을 더 닮았을까. ‘내안의 유인원’(프란스 드발 지음, 이충호 옮김, 김영사 펴냄)은 이렇게 대조적 본성을 지닌 두 영장류를 통해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인 인간의 초상을 바라보고자 한 책이다. ●집단 이루고 다른집단과 전쟁하는 침팬지 사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인간의 본성에서 오로지 침팬지의 ‘도살자 유인원’ 측면만 부각시켜 왔다. 침팬지 연구에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제인 구달을 비롯해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등 영장류를 다룬 명저들 대부분이 인간의 이기심과 공격성을 강조한 것들이다. 반면 저자는 침팬지 연구와 함께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보노보’의 존재를 인류의 진화연구에 복권시킨다. 관찰결과에 따르면 침팬지 수컷들은 홀로 있는 다른 집단의 침팬지들을 발견하면, 협력하여 그 뒤를 쫓아 제압해 죽인다. 확실히 죽이고, 나중에 이를 확인까지 한다. 이들은 또 사회집단을 이루어 다른 집단과 전쟁을 벌인다. 연구팀은 사육하던 침팬지들을 숲으로 돌려보내려고 시도했지만, 야생 침팬지들이 너무나도 사나운 반응을 보여서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인 구달이 인류 최초로 발견해 보고한 내용 중에도 침팬지의 육식, 도구 제작과 활용, 집단폭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침팬지 사회에선 유아살해도 종종 자행된다. 반면 250만년 전쯤 침팬지와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보노보는 폭력하고는 거리가 먼, 평화를 사랑하는 동물처럼 보인다. 설령 충돌 직전까지 가도 섹스를 통해 타협하고 긴장을 해소한다. 보노보는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섹스를 즐기며, 신이 인간에게만 준 체위라고 하여 ‘선교사 체위’란 별칭이 있는 정상위는 그들에게도 ‘정상위’이다. ●섹스 즐기며 약자 돕는 보노보 보노보는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도덕적 감성을 갖춘 동물이다. 실험결과 정상적인 보노보들은 자신들과 아무런 가족적 관계가 없음에도 심장병을 앓고 있는 보노보를 도와 지속적으로 안내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자신에게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이타적 행위는 적자생존이란 자연의 법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두 영장류는 550만년 전 인간이 갈라지기 전까지는 인간과 같은 조상을 갖고 있다. 결국 유전학적 계통수에서 침팬지와 보노보에 앞서 갈라져나갔던 인간의 본성엔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대조적인 이 두 가지 성격이 불안하게 결합돼 있다. 역사적으로 자행된 수많은 야만적 전쟁,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엽기적 범죄는 분명 침팬지의 폭력과 권력 성향을 닮았다. 반면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을 흘리고, 지하철에서 취객이 떨어지면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구하는 본성도 지니고 있다. 그중 우리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의 중요한 결론은 우리가 지닌 양면성을 우리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즉 한쪽 면이 다른 쪽면 보다 더 표출될 수 있도록 환경이나 동기를 만들 수 있다. 예컨대 쌍방이 서로 의존적인 관계를 만듦으로써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유럽공동체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은 후 이같은 상호의존 개념에 바탕을 두고 창설되었다. ●인간이 지닌 양면성 스스로 통제 가능 인간은 서로의 도움에 바탕을 둔 소규모 사회에서 진화해왔는데, 저자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다시 만들어내야 하는 조건이 바로 그런 사회다. 직업과 학업 등을 위해 매일 장거리를 이동하며 주거영역과 활동영역이 분리되어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이 단절된 도시생활은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더 나아가 범죄의 증가를 낳는다. 반면 같은 구역내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소규모 공동체들로 이루어진 도시를 설계한다면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내부에 있는 유인원을 선택할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1만 29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빅풋’ 존재 확인되나

    DNA검사가 전설의 빅풋(Big Foot) 존재를 규명해낼 수 있을까? 캐나다 캘거리주 앨버타대의 과학자들은 올여름 테슬린의 유콘 마을에 있는 집 근처에서 발견했다며 한 시민이 가져다준 빅풋의 털뭉치를 받았다. 빅풋은 아메리카 대륙 로키 산맥에 산다는 거대한 유인원으로 여러 목격담이 전해 내려오는 캐나다의 가장 인기있는 전설이며, 사스콰치로도 불린다. 유콘 마을의 빅풋 제보자는 한밤중에 큰 덩치의 유인원이 뛰어가는 것을 봤으며, 진흙에 찍힌 거대한 발자국 옆에서 털을 입수했다고 밝혔다.앨버타대 과학자들은 이번 주말쯤 털의 DNA검사 결과를 밝힐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26일 보도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원숭이와 초밥요리사 /박성규 옮김

    침팬지는 흔히 인간과 가장 비슷하다는 이유로 코미디에 자주 등장한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웹사이트에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바보처럼 고함을 질러대는 모습을 침팬지와 나란히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웃음의 근저엔, 침팬지가 아무리 인간과 비슷해 보여도, 인간과의 사이엔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가르치기와 배우기, 언어, 예술, 요리 등의 문화 그자체는 침팬지가 뛰어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인간중심주의의 마지막 보루를 뛰어넘으려는 학자가 있다. 미국 에모리 대학의 리빙 링크스 센터의 소장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발이 그 주인공. 그의 책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박성규 옮김, 수희재 펴냄)는 ‘타자로부터 배우는 행위인 문화가 인간의 유일무이함을 나타내는 징표’라는 가설이 얼마나 낡았는지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침팬지는 새끼들에게 고구마를 바닷물로 씻어먹는 방법, 돌로 견과를 쪼개는 방법을 보여준다. 풀로 자기 치료하는 방법을 배우는 유인원도 있다. 저자는 이같은 배움이 문화적 학습이라는 관점에서 초밥요리사의 수습생이 일을 배우는 방식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한다. 수습생은 초밥을 직접 쥐게 되는 날까지 수년간 말없이 장인의 어깨 너머로 관찰한 뒤 스스로 배운다. 저자는 동물에게서 관찰되는 ‘도움반응’도 그 동물의 긴밀한 관계성에 의거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것이 더욱 세련된 어떤 것, 즉 진짜 비이기적인 행동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을 끄집어낸다. 만일 그가 옳다면 침팬지를 비롯한 동물 행동 연구는 인간의 도덕규범의 윤곽을 그리기 위한 중요한 걸음이 될 것 같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유인원 생태’ 2년6개월의 기록

    SBS가 2년 6개월에 걸쳐 취재한 아프리카 야생 유인원의 생태 다큐멘터리 ‘TV동물농장’(일 오전 9시40분)이 5회 연속으로 방영된다. 지난 2002년 일본, 카메룬, 기니 등에서 ‘인류의 형제동물’이라 불리는 3대 유인원인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을 취재해 방송했던 이 프로그램은, 그 뒤에도 취재를 계속해 2년 6개월간의 기록을 모았다. 1편 ‘자연의 대사관’에서는 생태계 파손과 밀렵으로 위기에 놓인 아프리카 야생 고릴라의 보금자리인 카메룬의 림베 고릴라보호센터를 찾았다. 사람과 비슷한 꾀를 부리는 고릴라의 모습을 통해 이들의 지능 수준을 짐작해 본다.2편 ‘밀림의 킬링필드’에서는 밀렵꾼들의 충격적인 밀렵현장을 잠입 취재했다. 식용과 연구용으로 무분별하게 희생되고 있는 수많은 유인원들의 현실을 짚어본다. 3편 ‘숲속의 해방구’에서는 부모를 잃은 뒤 갈 곳 없는 어린 침팬지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살피고 있는 ‘고아 침팬지’의 대모 카트리샤를 만나, 민간 동물애호가들의 따뜻한 노력을 엿본다.4편 ‘공부하는 침팬지 아이의 아름다운 증거’에서는 사람보다 빨리 숫자를 깨우치는 천재 침팬지 아이(Ai)의 모습을 통해 인간 진화의 비밀을 찾는 연구현장을 공개한다. 마지막 ‘2년6개월간의 기록’에서는 서아프리카 기니의 보소숲에서 전염병으로 죽은 새끼를 품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어미 침팬지의 감동적인 모습을 비춘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스타워즈 4(MBC 오후 11시40분) 옛 제다이 기사인 다스베이더의 지배를 받는 제국군과 레아 공주가 이끄는 공화국군과의 전쟁을 주내용으로 한 기념비적인 SF영화. 은하제국의 독재자인 타킨 총독의 돌격대는 레지스탕스인 레아 공주의 우주선을 공격한다. 레아 공주로부터 은하제국의 비밀정보를 의뢰받은 정보 로봇과 통역 로봇은 아슬아슬하게 우주선을 탈출, 혹성 타로인 사막에 도착한다. 두 로봇의 컴퓨터 기억장치에서 레아 공주의 구원 신호를 포착한 루크. 사막의 기인이자 최후의 기사단인 밴 캐노버와 함께 레아 공주의 구출작전에 뛰어든다. 두 사람은 우주공항의 주점에서 우주해적선장 한 솔로와 유인원 추바카를 끌어들인다. 레아 공주의 구출원정대 일행은 데스 스타에 잠입하여 공주를 구출, 혹성 야빈으로 귀환한다. 레어 공주가 빼낸 데스 스타 요새의 비밀이 드디어 분석된다. 이 비밀을 바탕으로 은하공화국의 평화를 되찾기 위한 대십자군의 반격이 시작되는데…. 미국 영화의 전통적 장르인 서부영화에서 전쟁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의 재미있는 요소를 고루 갖춰 SF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됐다. 해적, 모험, 갱스터 무비, 공포, 뮤지컬적 요소도 포함돼 있고, 여기에 철학적 우화까지 곁들였다. 스타워즈 시리즈 가운데 가장 먼저 만들어진 작품.1977년 아카데미상 7개 부문을 휩쓸었고,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마크 해밀, 캐리 피셔, 해리슨 포드, 피터 쿠싱 등이 출연했고, 조지 루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121분. ●내 이름은 쿠바(EBS 오후 11시45분) 미국의 꼭두각시였던 바티스타 정권이 몰락하고 피델 카스트로가 정권을 잡기 전까지 쿠바의 현실을 다큐멘터리적인 화면으로 그려낸 작품. 마치 완결된 여러 단편들을 합쳐 놓은 듯 진행된다. 흥겨운 클럽과 인적이 닿지 않는 오지까지 다양한 쿠바의 모습을 스펙터클하게 담아내며, 당시 쿠바의 열광적인 정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는 부패한 경찰 간부를 암살하려는 청년학생 엔리케(라울 가르시아)를 통해 다양한 정치계급의 삶의 모습을 포착해 낸다. 결국 바티스타 정권에 대항하는 학생, 시민들의 저항운동이 카스트로로 결집돼 혁명으로 비화한다. 쿠바혁명에 대한 역동적인 찬가로, 미하일 칼라토조프 감독의 1964년작.141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버스타고 동물원 구경”

    올겨울 서울대공원을 찾으면 루돌프사슴과 산타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고, 버스를 타고 87만평에 이르는 동물원 구석구석을 돌며 동물에 얽힌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서울대공원은 다음달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이 같은 프로그램의 ‘동물원 겨울축제’를 열 계획이다. 동물원 버스투어’도 실시한다. 동물원 전체를 8개 정거장으로 15∼20분 간격으로 순회한다. 동물원 가이드가 동행한다. 매일 오후 1시 제1정류장인 유인원관에서는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원숭이 등의 동물별 생태, 습관 등에 대해 사육사가 설명을 해주며 아기원숭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도 마련된다. 2정류장은 온실식물원.60년 만에 한번씩 꽃을 피우는 용설란 등 1263종,3만 1500여포기의 식물에 대해 배운다. 십자매, 문조, 앵무새 등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려온다.3정류장 동양관에서는 매일 오전 11시 알비노어왕뱀, 이구아나, 누룩뱀과 함께 사진을 찍어보는 ‘관람객 뱀쇼 체험’ 행사가 열려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이사람] 동물사랑 외길39년 이길웅 서울대공원 사육사

    [이사람] 동물사랑 외길39년 이길웅 서울대공원 사육사

    까맣게 잊고 있던 그를 기억에서 되살려낸 건 얼마 전 신문 귀퉁이에 실린 한 컷의 사진에서였다. 서울 대학로에서 원숭이를 안고 시민들과 만나는 행사의 한 장면이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의 외길 인생을 소개했던 게 기자가 사회부에 있던 1991년 여름이었으므로, 벌써 13년 세월이다. 수소문을 해보니 ‘사육사 이길웅(62)’은 서울대공원 유인원관의 ‘거기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자식 같은 고릴라 몸살에 퇴직후 컴백 가벼울대로 가벼워진 대기를 찌르고 내려앉은 햇살과 수북한 낙엽에 뒤덮인 서울대공원은 도심과는 다른 가을 정취를 흠뻑 되살려준다. 낙엽을 밟으며 고릴라·침팬지·오랑우탄이 사는 유인원관,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기 앞서 가벼운 설렘이 스친다. 어떻게 변했을까, 나를 알아보기나 해줄까. 3평 남짓한 사무실에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도록 개조한 손바닥만한 방에서 기자를 맞은 그의 팔에는 9개월된 오랑우탄 ‘보미’가 안겨 우유를 먹고 있다. 체중미달로 태어난 보미는 어미가 젖마저 나오지 않아 그날로 그의 차지가 됐다. 출산 직전부터 지금까지 10개월간 어미와 보미를 보살피느라 집에 가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이런 걸 두고 어떻게 집에 가요. 날 믿고 사는데. 예민한 동물들은 잠시 자리를 비우면 그때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있어요.” 그는 “맛 좋지, 아 요새끼”라며 보미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평안히 품에 안겨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보미와 그는 딱 아기와 엄마다. 이제 보미는 제 어미를 알아보지 못하고, 어미도 보미를 새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유가 끝나기를 기다려 13년 전 신문의 복사본을 내밀자, 빙그레 웃는다. 아마도 기억을 잘 못하는 듯싶다. 그런들 어떠랴. 1999년 정년퇴직을 하고, 지금은 ‘전문직’으로 채용된 상태였다. 퇴직 후 동물들과 가까운 곳에 있고자, 과천 8단지 아파트의 경비원을 했다. 그 3개월간 그의 손을 그리워하는 고릴라, 오랑우탄들이 몸살을 앓았다. 궁리 끝에 서울대공원은 그를 다시 불렀다. “돌아오니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어요. 껴안고, 뺨에 뽀뽀하고, 머리털을 뽑으면서 애정표시도 하고. 그래서 그놈들을 붙들고 울었어요. 사람보다 낫잖아요.” 13년 전 기자는 “동물원에서는 헌신적이고 자상한 동물의 ‘어머니’로 대접받지만 집에서는 ‘0점짜리’ 남편 또는 아버지로 낙인찍힌 지 오래이다.”고 썼다. “나 듣는데서 애들(1남2녀)이 원망은 안해요, 사실 아비노릇을 못했죠. 학교다닐 때 외식 한번 안해 보고 학교에 가보지도 못했어요. 집사람에겐 고생만 시키고….” 그때처럼 그는 여전히 집이 없다. 안산에 있는 큰딸(34) 집에서 장남 내외와 손자, 부인이 기거한다. 그것도 툭하면 동물 돌보느라 집에 안가기 일쑤지만. 손에 쥐는 120만원의 절반은 어김없이 보미의 영양제, 녹용 드링크, 분유 같은 데 들어간다. 그런 그에게 부인(57)은 예나 지금이나 군소리를 하지 않는다. “난 얘들이 대공원 동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 것, 내 자식이라 생각하거든요. 재미있잖아요. 직업 중에서 내 직업만큼 세상에 좋은 게 없다고 봐요. 아픈 동물, 버림받은 동물 키우면 나한테 애정표시하고 그런데 매료되어 정들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관람객들도 좋아하고요.” 그렇다. 그를 취재하면서 천직(天職)이란 말이 꼭 어울린다고 느꼈던 13년 전이 생각난다. 변함없었다. 라면이 거의 유일한 끼니인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지 않는 요즘은 하루 세끼 라면을 먹는다. 싸고, 조리시간이 짧고, 반찬이 필요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남들보다 잘 먹는 건 아니지만 아파서 누워본 적이 없다.”는 그는 머리숱이 적어진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고릴라, 오랑우탄이 좋아하는 포마드를 바르는 습관도 39년째 그대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밤 11시에 자는 버릇도 처음 창경원에 들어왔을 때인 1965년 때부터 줄곧이다. 타고난 체력인 것 같다고 물으니 그는 “동물들이 자기들 돌봐달라고 나한테 건강을 준 것 같다.”고 그의 ‘자식들’ 치켜세우기 바쁘다. 세상물정과 등진 사람 같다.“바깥일은 잘 몰라요, 요즘은 좋지 않은 소리만 나와서, 듣기도 싫고요.” 무엇이 세상과 그를 소통시켜주는 걸까. 그는 관람객과 라디오라고 했다. 사무실에 TV가 있었지만, 고장난 지 오래다. 과천 아파트에서 버려진 걸 얻어온 고물라디오, 그리고 ‘자식들’ 보러 오는 관람객을 통해 세상과 만난다고 했다.“손님들 말로는 IMF때보다 더 힘들다고 해요. 정말 배운 사람들, 자기들 배부르니까, 없는 사람들 죽든 살든 신경 안쓰는 것 같아요.” 세상을 꼬집는 말투가 투박하긴 해도, 그 무게는 예사롭지 않다. 경기 김포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4학년때 6·25전쟁이 터지면서 그 이후론 학교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때 구경했던 창경원이 그에게 평생 동물을 사랑하게 해줬고,11살 소년 ‘이길웅’에게 “어른되면 찾아오라.”던 사육사 아저씨(박영달·작고)는 제대하고 곧장 창경원으로 달려온 그를 따뜻이 받아줬다. 그런 인연으로 39년 9개월 동안 그의 동물사랑은 가능했다. “비록 배운 건 없더라도 하나에 집착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알아내야 속이 시원해요. 좀 더 배웠더라면 좋았을 걸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걸 메우려고 선배한테 기를 쓰고 매달려 배우고, 공부했어요.” ●집은 없지만 박봉의 절반 쏟아부어 예전에도 “동물은 정직하게 대해야 한다.”던 그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다.“정직밖에 없다.”고. 동물원의 유인원들은 순해져 있을 뿐 야생동물의 습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어 가족 외에는 적으로 생각한단다. 그런 유인원의 의심과 경계를 푸는 것은 “날 믿도록 하는 정직이 최고”라는 얘기다. 영원한 사육사, 이길웅의 소원은 그의 동물원 생활 39년을 같이한 롤랜드고릴라 ‘고리롱’이 자손을 낳고, 그 자손들과 평생 곁에 지내는 것이다. 오후 1시25분이 되자 “나가야 한다.”고 보미에게 색동저고리를 입힌다. 하루 네차례 그렇게 그는 보미를 안고 ‘무대’에 서서 세상과 만난다. 소풍 나온 어린이들이 벌떼처럼 둘러싼다.“오랑우탄은 말레이시아말로 숲의 사람이고, 보미는 9개월된 아기”라고 소개하는 그에게 “둘이 닮았다.”고 관람객이 농담을 던지자 껄껄껄 웃는 그는 정말이지 보미와 똑 닮았다. 황성기 사회부장 marry04@seoul.co.kr
  • 영원한 어린아이,인간/클라이브 브롬홀 지음

    인간은 오래 전부터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해 왔다.유일하게 직립보행을 하고,그 결과 자유로워진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면서 말이다.하지만 우리의 먼 조상인 유인원이 처음 직립보행을 하던 600만년 전의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직립보행으로 인해 달리는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고,효과적인 무기인 커다란 송곳니도 잃어 버렸다.육식동물이나 모든 포유류들의 몸을 보호해 주는 털조차 없다. 적자생존의 법칙으로 보자면 하등 유리할 것 없는 방향으로 인간의 진화과정이 일어난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인간에게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모든 생물학적 특징들은 인류가 유인원 유아와 비슷하게 변화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은 성숙한 침팬지로 발달하는 중간 단계에서 성장을 멈쳐버린 ‘유아화된 동물’이며,평생 유아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영원한 아이’의 운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커다란 아이일 뿐이며,세상은 피터팬들의 유치원이 되어 버렸다고 단언한 저자는 인류의 모든 행동을 유아화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는 시도를 한다.먼저 여타 육식동물에 비해 연약하기 그지없는 우리 조상들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법은 유아적 행동이었다.유아들처럼 공격성이 없고,결속력이 강한 집단을 이루는 것이 인류의 유아화에 불을 붙였다면 자신과 자식들을 더 잘 보살펴줄 남자를 고르기 위해 유아적이고 의존적인 남자를 선호한 여성들의 선택 경향은 유아화를 강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의식의 발전과 더불어 창의력과 호기심이 많은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이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유아적 특징은 가치있는 덕목으로 자리잡게 됐다.저자는 인류가 처음 나타났을 당시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유아적인 특징들이 한데 합쳐져서 폭발적인 결과를 낳은 덕분이라고 결론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저자가 동성애,아동성애,근친상간,복장도착,성전환 등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들도 유아화의 잣대로 명쾌하게 분석한다는 것.이를 테면 동성애자들은 극단적인 유아화 때문에 동성 친구에게 애착을 보이는 아동기와,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성인기 사이의 경계선을 넘지 못한 이들이다. 저자는 유아화의 정도는 성별,인종,생존 전략,환경 등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4가지 유형의 인간형을 제시한다.공격적이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알파형,단결력이 강한 집단을 형성하는 관료형,자신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갖고 있는 네오형,그리고 상상력은 풍부하지만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울트라형.천재 예술가들 중에 울트라형이 많다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2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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