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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SG 경영 선두주자 신한금융… 탄소 저감 나선 이유는

    ESG 경영 선두주자 신한금융… 탄소 저감 나선 이유는

    포스트 코로나 대안으로 ‘그린 뉴딜’이 거론되는 가운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앞세우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저성장 국면의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금융권에서 부는 ESG 바람은 투자 등 돈의 흐름을 바꾸면서 기업 가치 변화의 신호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사회적 활동이 가져온 경제적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를 만드는 등 경영 활동에 ESG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조용병 회장의 연임 사유 가운데 하나도 ‘ESG 경영체계 확립’이었다. 인수합병(M&A)이나 높은 순이익 등과 같은 성과보다 ESG가 앞으로 금융산업의 핵심 흐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ESG 경영은 기업의 환경오염 가담 정도, 사회적 역할과 평판, 지배구조가 가져오는 영향 등을 고려해 경영 전략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매출, 이익 등 재무적 요인뿐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인에 맞춰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ESG를 고려하지 않은 기업 활동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과 정부의 규제에 가로막힌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일본 후생연금펀드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투자 기준에 ESG를 추가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투자 기업들에 기후변화 관련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블랙록은 신한금융, 포스코 등 우리나라 기업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교육청이 금고를 선정할 때 “석탄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은행을 우대해 주는 ‘탈석탄금고’를 선언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이 ESG에 매달리는 것은 이처럼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신한은행은 2005년 금융업계 최초로 사회책임 보고서를 발간했고, 2009년에는 그룹 전체에서 이 보고서를 발간할 정도로 신한금융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왔다. 이번에도 ‘착한 기업에 돈이 몰린다’는 새로운 추세에 뒤처지지 않고 앞서 나가겠다는 것이다. 조용병 회장이 지난해 미국, 호주 등에서 주요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연 기업설명회(IR)에서도 ESG가 주요 의제였다.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그룹전략총괄(CSO) 상무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앞세우다 보면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ESG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소비자와 투자자들 선택 기준도 옮겨 가고 있다”며 “ESG를 필두로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곧 주주 가치를 높이는 시대가 왔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먼저 가보겠다는 의지로 관련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신한금융의 ESG 경영은 ▲저탄소 금융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경영 ▲스타트업 기업 육성 등 혁신·포용금융으로 금융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상생경영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 신뢰 경영이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저탄소 금융은 우선 친환경 전용 대출 규모 확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확대 등 대출과 투자의 우선순위를 환경에 둔다. 금융사의 기본 업무인 대출, 투자 과정에서 기업 선정, 심사 등에 환경 요소를 기본 전제로 깔고 간다는 의미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2821억원 규모의 친환경 전용 및 보증 대출을 실행했고, 올해는 1분기에만 관련 대출 597억원을 집행했다. 친환경 분야 PF에도 지난해 5816억원을 쏟아부었다. 에너지나 친환경 수단 투자도 8018억원이 실행됐다. 신한금융은 올해 친환경 대출과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더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카드도 지난달 업계 최초로 1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특수목적 채권인 ESG 채권은 취약계층 지원, 친환경 개선 등 발행 자금 사용이 제한적이다. 신한금융은 지주, 은행, 카드에서 현재까지 2조 9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이처럼 재무적인 관점에서 수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려운 분야에 투자하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ESG 경영의 지향점인 ‘책임투자’의 영향이 크다. 온실가스 배출권처럼 친환경이 투자 판단의 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이 지속가능 경영협의회와 같은 그룹 차원의 ESG 구동체계를 구축하고, 신재생에너지포럼에 참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임투자와 ESG 경영 초기 단계인 우리나라에서 투자기업,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기후변화와 사회적 역할에 대해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은 지난해부터 기후변화 재무영향공개(TCFD) 권고안에 따라 대출·채권·주식 등 포트폴리오에서 탄소 배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2030년까지 녹색산업에 20조원을 투자·지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까지 저감하는 ‘에코(ECO) 트랜스포메이션 2020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투자, 대출 등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지도 올해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금요칼럼] 역사 왜곡, 처벌 대상인가/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역사 왜곡, 처벌 대상인가/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21대 국회가 개원했다. 흔히 ‘진보’로 불리는 범여권이 180석 이상 차지한 사상 초유의 국회다. 개헌을 빼고는 거의 다 할 수 있는 입법 권력을 더불어민주당이 확실히 장악했다. 선거로 나타난 민심의 결과이므로, 명분만 확실하다면 어떤 법이라도 제정하거나 개정할 수 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한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이 이번에 통과되면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역사왜곡금지법’이나 그와 비슷한 법안 발의도 적지 않아 역사학도로서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초 5·18의 진상을 왜곡하는 행위를 처벌하자는 법안으로 국회가 잠시 시끄러웠다. 이제 새 국회를 맞아 제정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5·18왜곡처벌법’이 바로 그 법안이다. 그런데 최근 같은 당의 한 초선 의원이 ‘역사왜곡금지법’을 들고 나와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비슷한 법안을 병합해 처리하면서 시간만 지체할 뿐 아니라 그 여파로 ‘5·18왜곡처벌법’마저 제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당의 중진들이 난색을 표했다. 그런데 그 논리가 너무 전략적인 것뿐이라 적이 실망했다. 역사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역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 처벌 법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역사 문제는 처벌법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역사란 무엇인지, 역사의 왜곡이란 또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해석과 이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 전혀 다른 해석일지라도 평화롭게 병립하는 학설이 역사학 분야에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혹자는 해석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만 처벌하는 것이니 문제가 안 된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그 역사적 사실도 결국은 역사가의 주관이 작용한 해석의 일부일 뿐이다. 역사 자료를 검토하고 취사선택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사가도 철저히 객관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주관이 전혀 없다면 그것은 죽은 자이지 산 사람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인간은 주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5·18왜곡처벌법’은 역사라는 단어를 뺌으로써 이런 문제를 비켜 가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읽힌다. 그렇지만 5·18 자체가 역사이므로, 큰 차이는 없다. 헌법에 명시된 3·1운동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폄하하고 조롱하는 이가 일부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특별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의도가 악의적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역사 해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 민주사회의 더 큰 덕목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다음 개헌 때 5·18도 헌법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그럴지라도 그 왜곡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역사의 해석은 그야말로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고조선을 세계적 제국으로 신봉하는 유사역사학 관련자들을 일일이 처벌할 필요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홀로코스트부정금지법’처럼 우리도 역사 부정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꽤 높다. 하지만 유럽 여러 나라가 제정한 유사한 법들은 국가권력에 의한 양민 학살이라는 점보다 한 종족이 다른 종족을 집단 학살한 제노사이드에 대한 경종이라는 공통점이 훨씬 더 크다. 역사 해석 차원이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한 최소의 보호막을 국가가 사후에나마 제공한 셈이다. 이런 점에서 동질성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운동에 한 획을 그은 5·18의 성격과 의의는 꽤 다르다. 심지어 프랑스가 2011년 제정한 ‘아르메니아인학살부정처벌법’ 등 일부 법률은 반인류·반인격적 제노사이드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사 해석을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차라리 고의성이 짙은 악의의 가짜뉴스로 처벌하는 법안이 더 유용하지 않을까.
  • 오영환 사무총장 “코로나19가 노인들 금융 교육 필요성 알려줘”

    오영환 사무총장 “코로나19가 노인들 금융 교육 필요성 알려줘”

    “감염 우려에도 은행 창구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 19로 노인들은 더 소외되고 있어요.” 오영환(60)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19가 노인들의 디지털금융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확인해줬다”며 “앞으로 교육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 소외로 인한 불편함을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던 노인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오 사무총장은 “금융기관들이 점포 수가 줄어들고 비대면 거래를 늘리는 만큼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디지털금융 교육에 동참해야 한다”며 “노년층의 정보격차는 금융격차를 가져오고 노후 빈곤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의 점포는 지난달 말 기준 4584개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00개 정도 줄었다. 게다가 코로나 19로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하면서 노인들은 안전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노인에게 금융교육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 사무총장은 “금융교육을 특화해서 진행하고 있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협의회에서 교육을 받은 노인은 모두 1만 7400여 명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 거래 방법 등 디지털금융 활용교육뿐 아니라 노후자산관리, 유산·상속·증여·신탁 등을 다룰 수 있는 은퇴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초고령층을 대상으로는 금융사기 예방에 초점을 둔 연극이나 뮤지컬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해마다 금융교육을 받으러 오는 노인들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오 사무총장은 “설립 때보다 교육생이 10배 넘게 늘었다”며 “공무원연금공단, 복지회관, 경로당 등 협력기관 등에서도 재교육을 요청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온라인과 유튜브를 활용한 금융교육컨텐츠를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일정이 늦춰졌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준비해 2021년부터는 지자체와도 협력하는 등 서울과 부산을 넘어 전국 단위로 활동할 예정이다. 협의회는 지난 국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과되면서 금융위원회에 만들어진 금융교육협의회에도 참여한다. 오 사무총장은 “정부기관과 금융기관들과 함께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교육을 어떻게 정책적인 측면에서 준비할 것인지 논의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획득했다”며 “시니어 금융교육에 대한 발언권이 생긴 만큼 더 적극적으로 노인들을 위한 금융교육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시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관광/조광익 대구가톨릭대 관광학과 교수

    [시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관광/조광익 대구가톨릭대 관광학과 교수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세계 각국은 앞다퉈 국경문을 닫고 항공 운항을 멈췄다. 관광 여행도 멈췄고 세계 관광 수요는 제로에 수렴하고 있다. 국내관광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정부가 여행업, 관광숙박업 등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어 국내관광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이유이다. 코로나 사태의 끝을 알 수 없는 가운데 2차 유행을 예상하는 보건 전문가가 많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의 경우 발병 이후 4~8개월 만에 국내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여행) 관광이 예년 수준을 회복했으나, 최근 미국의 한 조사에서는 국제 관광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최소 18~2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해소돼도 국제관광은 상당 기간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그럼 코로나 사태 이후 관광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국제관광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바이러스나 감염병의 영향은 국제적이고 그 대응 또한 국제적일 수밖에 없지만, 대처능력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모든 나라에서 감염 위험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제관광의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가 “기후변화가 낳은 팬데믹”이라는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재와 같은 삶의 양식이 지속되는 한 바이러스 감염 위협이 상존할 것이고 국제관광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원거리보다는 자국에서 가까운 역내관광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내여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지역의 취약한 관광인프라 업그레이드가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단체 관광이 감소하고 개별 여행이 증가하는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다. 캠핑이나 가족여행처럼 소규모, 거리두기형 여행이 증가할 것이고 비대면 관광 콘텐츠의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과밀형 대량관광이 감소하고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는 생태관광 같은 대안관광, 책임여행이 더욱 크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산업도 변화될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여행사가 쇠퇴하고 비대면 중심의 온라인 여행사(OTA)의 영향이 확대될 것이다. 항공이나 호텔 예약 또한 모바일 앱 등 플랫폼을 이용한 비대면 구매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글로벌 관광 플랫폼 기업의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초기 바이러스 인큐베이팅 역할을 했던, 감염에 취약한 크루즈 여행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분산’은 관광의 주된 과제가 될 것이다. 미래 관광 여행에서 감염 바이러스가 상수라면 관광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 관광 여행에서 지나친 집중과 밀집은 위험하다. 정부에서는 감염 예방을 고려한 ‘안전 수용력’을 정해 지자체와 관광사업체에 권고해야 한다. 휴가 분산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방문 지역 집중도 시정돼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관광 집중 현상은 위험하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감염병에 취약하듯이 한국은 서울과 수도권에 관광객이 집중되는 관광 비만증이 심각하다. 과밀 혼잡, 교통체증, 높은 여행물가, 낮은 만족도와 재방문율 등은 한국 관광이 취약해지는 요인이다. 반면 지방은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방문자도 적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관광의 질적 도약을 위해 지역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 일회성 할인이나 관광상품권, 숙박쿠폰 지급도 좋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환경파괴 논란이 많았던 ‘산림휴양관광진흥법’이 아니라 ‘지역관광 발전 특별법’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관광재정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관광재정의 대부분은 관광진흥개발기금이 차지한다. 올해의 경우 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87%로 절대적이다. 문제는 기금의 재원이 출국자 납부금과 카지노 납부금인데, 코로나 사태 이후 현재까지 인·아웃바운드 관광객 모두 제로에 가깝고 내외국인 카지노 모두 임시휴업이나 개점휴업 상태라 기금 수입이 제로라는 점이다. 당장 올해 기금 수입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천수답’과 다를 바 없는 기형적인 관광재정 구조를 안정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각계가 머리를 맞대고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관광패러다임을 진지하게 고민해 한국 관광이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 日아베, 北납치 피해자 부친 사망으로 외교적 성과 다시 도마 위에

    日아베, 北납치 피해자 부친 사망으로 외교적 성과 다시 도마 위에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시대착오적 검찰 장악 시도 등으로 최악의 지지율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에는 ‘구호뿐인 대북 외교’로 또다시 비판받고 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 피해자의 상징적 인물 요코타 메구미(납치당시 13세)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다.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타 시게루는 지난 5일 지병으로 8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메구미는 중학교 1학년이던 1977년 고향인 니가타에서 학교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다 실종됐고, 나중에 북한으로 납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 당국은 메구미가 북한에서 결혼해 딸을 낳고 살던 중 1994년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했다. 2004년에는 메구미의 것이라는 유골을 일본 정부에 보냈다. 그러나 감정 결과 다른 사람의 유골로 확인되면서 일본 정부와 가족은 북한의 말을 못 믿겠다면서 메구미의 생존을 전제로 한 송환을 요구해 왔다. 시게루는 1997년 3월 납치피해자가족회가 결성된 뒤 이 모임 대표를 맡아 아내 사키에와 함께 일본 전역을 돌며 딸의 구출을 호소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1400회 이상 강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딸과 상봉을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면서 납치문제를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해 온 아베 정권의 약속이 진정성이 결여된 정치적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요코타의 별세에 대해 “전력을 다해왔지만 메구미의 귀환을 실현하지 못해 애끊는 심정이다. 정말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에 동행해 북·일 간 주요 현안이었던 납치 문제에 관방부장관으로서 깊이 관여했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 일행은 ‘북일 평양선언’의 대가로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의 납치 사실에 대한 사과를 받고 피해자 5명을 데리고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당시 김 위원장과의 약속은 잠시 가족상봉만 하고 피해자들을 다시 북한에 돌려보내는 것이었지만, 일본에 돌아온 아베 총리는 태도를 바꿨다. 피해자들을 북한에 다시 보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기대하고 하고 있던 외무성은 펄쩍 뛰며 반대했지만, 아베 총리는 결국 여론의 전폭적 지지 속에 피해자 5명의 영구 귀국을 관철시켰다. 이로 인해 북·일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지만, 그는 자국민을 지켜 낸 정치인으로 주가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이는 그가 2005년 10월 관방장관을 거쳐 이듬해인 2006년 9월 만 52세에 제90대 총리에 오르는 데 커다란 밑거름이 됐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해 압력을 통한 해결을 모색했다가 진전이 없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무조건 대화를 요구했지만, 지금은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아베 정권에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즈카 시게오 납치피해자가족회 회장은 “이렇게 오랜 기간 납치 문제를 방치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의) 귀국을 기다리는 가족이 한두명씩 줄어가고 있다”고 아베 정권에 아쉬움을 표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야쿠자들, 코로나 잠잠해지자 다시 ‘피의 복수전’…도심 저격 테러

    야쿠자들, 코로나 잠잠해지자 다시 ‘피의 복수전’…도심 저격 테러

    지난달 30일 오후 2시 35분쯤 일본 오카야마현 오카야마시의 한 번화가 주차장에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일본 최대 지정폭력단 ‘야마구치구미’의 하부조직 다이도카이의 간부 기시모토 아키오(52)가 적대세력인 ‘고베야마구치구미’ 계열 이케다구미의 넘버2 마에타니 유이치로(58)의 복부에 권총을 쏜 것. 마에타니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져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이날 현장에서는 2016년 5월 31일 야마구치구미 조직원들에게 총살당한 이케다구미의 당시 넘버2 다카기 다다시의 4주기 법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케다구미의 입장에서는 다카기에 이어 마에타니까지 2대 연속으로 넘버2들이 야마구치구미 조직원에게 테러를 당한 것이다. 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지정폭력단의 피의 복수전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어 치안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정폭력단은 통상 ‘야쿠자’로 불리는 범죄위험집단으로 ‘구미’(組)는 한국으로 치면 ‘파’(派)에 해당한다. 같은 뿌리를 가진 야마구치구미와 고베야마구치구미는 지난해 봄부터 상대방 간부 암살 등 극한투쟁을 벌여 왔다. 4월 고베야마구치구미 간부가 야마구치구미 조직원에 의해 테러를 당했고 8월에는 야마구치구미 측이 보복을 받았다. 10월에는 다시 고베야마구치구미 소속 2명이 야마구치구미 조직원에 의해 사살됐다. 11월에는 야마구치구미 쪽의 공세가 더욱 거세져 고베야마구치구미 전체 간부 5명 중 3명이 습격을 당했다. 이 중 한 명은 자동소총을 28발이나 난사당해 사망했다. 두 세력은 결국 올 1월 오사카부, 아이치현, 효고현 등 6개 지역 공안위원회로부터 고베시 등 경계구역 내에서는 같은 조직원 5명 이상 모여 있는 것만으로 바로 경찰의 체포가 가능한 ‘특정항쟁지정폭력단’으로 지정돼 활동이 제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밀한 활동을 지속해 왔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에는 사실상 ‘휴전’에 들어갔다. 조직 본부 차원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지령이 조직에 하달됐다. 일부 조직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조직 간부의 상당수가 감염 취약계층인 70대 이상 고령자란 점 등이 고려됐다. 폭력단체의 수익원이 집중돼 있는 유흥 환락가가 전국적인 긴급사태 발령으로 크게 위축된 것도 투쟁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이유가 됐다. 그러나 이번에 야마구치구미의 간부가 나서 상대세력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넘버2를 저격하면서 긴급사태 해제 이후 극한대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베야마구치구미는 2015년 8월 야마구치구미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당시 야마구치구미 내 최대 파벌인 고도카이가 전체 조직의 넘버1과 넘버2를 독식한 데 반발, 경쟁파벌이었던 야마켄구미 등이 이탈해 고베야마구치구미란 이름으로 독립했다. 이후 원수지간이 됐다. 현재 야마구치구미의 조직원은 약 4400명, 고베야마구치구미는 약 170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경계에 집을 짓다…아버지 삶을 잇다

    경계에 집을 짓다…아버지 삶을 잇다

    한국인 건축가 유동룡(庾東龍). 그는 일제강점기 때 징용 간 경남 거창 출신의 부모 밑에서 2남 7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당시 한국인들은 대부분 조선학교를 다녔지만 장남으로서 동생들을 돌봐야 할 책임 때문에 일본학교로 보내졌다. 일본학교를 다녔을지언정 유동룡이라는 한국이름과 한국국적을 고수했던 그였기에 유소년 시절부터 차별이라는 족쇄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1968년 작가 활동을 앞두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국을 찾은 그는 한국의 수려한 강산과 문화에 매료된다. 이후 자연과 조화를 꾀하면서 환경에 순응하는 한국 전통공간의 아름다움은 이타미 준의 건축 철학 근간이 됐다. 민화를 시작으로 가구, 도자기 등 고미술품이 주는 조형의 순수함과 따뜻한 온기에 빠졌다. 틈날 때마다 전국을 여행하면서 전통건축물들을 손수 도면화했다. 일본에서 ‘이조의 민화’(1975), ‘이조의 건축’(1981), ‘조선의 건축과 문화’(1983), ‘한국의 공간’(1985) 등 저서들을 연달아 출간하며 조선의 예술미를 찬미했다. 이 책들은 아직까지도 조선 건축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연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건축가로서 ‘어머니의 집’이라는 작품 데뷔를 앞두고 성씨인 유가 일본 활자에 없어 곤란해지자 그는 ‘국제인’이 돼 살기로 결심한다. 뿌리를 찾기 위해 고국을 처음 방문할 때 출발했던 이타미공항에서 ‘이타미’라는 성을, 그리고 당시 의형제처럼 지내며 ‘요시아 준’이라는 예명으로 일본에서도 활동하던 작곡가 길옥윤 선생의 ‘준’에서 이름을 따서 작가명 ‘이타미 준’을 만들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일본경제 활황기에 서구화, 근대화를 지향하며 반짝거리는 첨단건축을 선보였던 다른 건축가들과 달리 이타미 준이 본인만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존재의 근원을 질문하는 모노하의 예술가들과 의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모노하의 대부 곽인식(1919~1988) 선생은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곽인식이라는 작가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타미 준은 없다”라는 말을 종종 할 정도였다. 사물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존재의 근원에 도달하려는 모노하의 정신은 이타미 준의 작가세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소재 그 자체의 물성을 찾기 위해 의식적으로 흙, 돌, 금속, 유리, 나무 등의 소재를 콘크리트와 대비시켜 조화와 대립을 꾀했다. 이타미 준이 데뷔한 1980년대 일본 건축계는 유리와 철이 중심을 이루는 획일화된 건축이 주류였다. 그때 그는 “현대건축에 본질적인 무언가가 결여돼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체온과 야성미일 것”이란 말을 남긴다. 표현할 시대정신마저 잃어버리고 현대건축을 구성하는 건축언어조차 애매하고 뒤죽박죽인 상황은 그에게 표현할 주제의 상실이자 온기의 상실이었다. 당대의 획일화된 산업사회 시스템 속에서 반근대적인 태도로 현대건축을 실천하고자 했던 이타미 준은 “토착 재료를 사용해서 그 땅이 지닌 오래된 가치를 오늘날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면서 산업사회 이전의 조형의 순수성을 추구했다. 돌을 이용한 ‘각인의 탑’, ‘석채의 교회’, ‘M빌딩’, 그 지역의 황토를 현장에서 직접 찍어내어 만든 ‘온양민속박물관’ 등은 자체의 물성만으로 그 존재를 강하게 드러낸다. 도쿄의 아카사카라는 도시 한복판에 세워진 M빌딩에서는 깨어진 면이 살아 있는 돌을 외벽에 그대로 사용해 그 야성이 드러나도록 함으로써 “획일화된 도시의 흐름을 거역하기 위해 도시의 빈틈에 기둥이 되라는 뜻”을 담고자 했다.1990년대 이후 건축에서는 비교적 강인한 조형과 토착 소재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진다. “사람의 생명, 강인한 기원을 투영하지 않는 한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는 건축물은 태어날 수 없다. 사람의 온기, 생명을 작품 밑바닥에 두는 일. 그 지역의 전통과 문맥, 에센스를 어떻게 감지하고 앞으로 만들어질 건축물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땅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가 들려주는 언어를 듣는 일이다.”(이타미 준·‘Architecture and Urbanism 1970~2011’ 중에서) 그는 일찍이 한국의 전통 건축이 지닌, 자연과의 조화와 환경에 순응하는 건축물에 매료됐다. 제주도를 포함한 자연을 캔버스 삼아 작업 활동을 펼치며 대지에서 인간과 자연의 매개로서 건축 역할을 고민한다. 그에게 건축은 “자연과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추구해야 하며, 공간과 사람, 자신과 남을 잇는 소통과 관계의 촉매제”여야 했다. 재료 자체가 날것 그대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풍경과 융합될 수 있고 온기가 있는 고요한 작품을 추구했다. 특히 제주에서의 작업들은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환경과 풍경에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바람이 많은 자연환경에도 순응해야 하는 건축을 강조했다. 건축 자체가 주인공이기보다 바람에 의해서 조각된 건축물로 남아 그대로 그 대지에 스며들기를 추구한 것이다. 제주도는 그에게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바닷가에 있는 마을인 시즈오카 시미즈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에게 제주의 바닷가는 말년을 보내고 싶을 만큼 고국의 품과 같은 곳이었다. 이타미 준은 “국제적이며 보편적인 세계에서 독창성이란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에서 생성된 사상이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그리고 그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제주에 건축가로서의 정점을 찍는 대표 작품들을 연달아 남긴다. ‘포도호텔’, ‘수, 풍, 석 미술관’, ‘두손 미술관’, ‘방주의 교회’, ‘비오토피아’ 등은 일본 건축계도 그를 주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외국인에게는 수상의 기회가 전혀 없었던 무라노 도고 건축상을, 한국에서는 김수근 건축상 등의 영예를 안겨 줬다. 이러한 작품들을 쏟아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지 우연한 건축주와의 만남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긴 세월 간직해 온 제주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이해가 바탕이 되고, 오랜 세월 굳건히 다져온 건축에 대한 그의 확고한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풍토, 경치, 지역의 문맥(context) 속에서 어떻게 본질을 뽑아내고 건축에 스며들 수 있게 하는지를 고려합니다. 경치와 건축이 대립해도 좋고 조화가 돼도 좋습니다. 거기서부터 발생해서 새롭게 펼쳐지는 세상을 저는 보고 싶습니다.”(통일일보 이우환 작가와의 대담 중) 이타미 준의 건축에서 시간은 공간만큼이나 중요한 요인이다. 시간의 흐름과 역사성 속에서 유효할 때만 현대에도 유효할 수 있고, 그저 단순히 이념적으로만 말하는 것은 유행에 불과하며, 시간적인 두께가 없는 현재란 시제에만 머물 뿐 정착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새로운 대지를 접할 때나 복잡한 세상에서 새로운 행위를 하고자 할 때면 그 지역의 문화성과 역사성을 배경으로 하여 콘텍스트를 현재로 이끌어 내지 않고서는 사실성을 획득할 수 없음을 강조하며, 그 땅이 내는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한 신념과 정성이 있었기에 수십 년이 지난 작품에서도 사실성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자연에 저항하지 않는 유기체를 추구하고 그 지역의 풍토와 자연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어 내며 언젠가는 결국 흙으로 다시 돌아갈 건축을 생각하며 시간의 흐름을 담담히 반영한다. “완만한 기복을 보이는 산과 우리 전통의 마을이 조화를 이뤄 춤추는 듯하다”며 예찬했듯이 그는 이 땅에 없지만 그의 건축은 그렇게 바람과 함께 숨 쉬며 넉넉히 살아가고 있다. “나 같은 재일동포 2세들은 한국에서는 일본인으로, 일본에서는 한국인으로 늘 경계에 서 왔다. 그러나 가슴속에는 늘 태극기를 품고 살아왔다”고 가슴을 치며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어눌한 한국말로 ‘조국’이라는 어려운 발음을 하실 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이 단어를 끌어내셨다. 건축 이야기를 안 하실 때면 “백자는 나의 스승”이라며 오로지 한국의 도자기 예찬만을 하셨던 분이다. 백자와 같이 따뜻한 온기를 품으며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그런 푸근함과 고귀함을 지닌 건축을 하고 싶으셨던 분이다. 그렇게 한국의 백자는 아타미 준 건축철학의 바탕이 됐고, 대지에 순응하며 겸허한 자세로 존재하는 한국의 전통건축 또한 그의 건축 철학의 근간이 됐다. “시대 조류에 흔들리지 말고 너만의 감성을 키우고 역사 위에 서는 건축가가 되라”라는 말씀은 내게 귀한 유산이 됐다. “예순을 넘으니 이제 건축이 뭔지 알 것 같고, 일흔이 넘으니 나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 분. 일흔살까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현재대로 복잡성이 일상화됐고, 그것이 오히려 장르가 돼 가는 이 시대에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기 위한 노력은 매우 쉽지 않지만 멈출 수 없는 소명이다. 더이상 도시엔 그 지역의 문맥이나 지역성 따위를 찾아내기 힘들다. 그러나 아버지가 건축을 대하는 태도와 정신만큼은 이 복잡한 시대에서도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렇게 나 또한 아버지를 이어 현재도 미래에도 목소리를 내기를 멈추지 않고자 한다. 건축가 유이화
  • “건강미란 이런 것”...유이, 하의실종 파격 화보 공개 [EN스타]

    “건강미란 이런 것”...유이, 하의실종 파격 화보 공개 [EN스타]

    배우 유이의 건강미 넘치는 화보가 공개돼 화제다. 1일 패션 매거진 싱글즈는 유이와 함께 한 화보컷을 선공개했다. 사진 속 유이는 탄탄한 보디라인과 독보적인 비주얼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완성도 높은 화보의 결과물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3개의 컷을 먼저 공개한 싱글즈 측은 이후 풀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화보에서 유이는 유이는 내추럴한 메이크업과 평소 꾸준한 자기 관리와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바디라인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심플 룩들을 고급스럽게 소화하며 소녀 같으면서도 시크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특히 디테일을 절제한 티셔츠와 바디 슈트, 심플한 상의를 입고 모델 포스 다운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한 편의 예술 작품 같은 컷들을 완성해냈다. 유이 고유의 사랑스러우면서도 시크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화보를 통해 표현해내는 독보적 포스 및 아우라와 어우러져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 더욱 주목된다. 또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과 초호화 스태프들이 참여해 화보의 완성도를 높인 이번 화보는 유이의 탄탄한 무결점 몸매와 어우러져 보는 이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그야말로 유이다운 매력으로 패션과 뷰티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이는 최근 SF8 시리즈 증강 콩깍지에 출연을 확정, 촬영을 마치고 방송을 앞두고 있다. 한편, 유이의 신선한 매력이 가득한 화보는 싱글즈 7월 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인도 하루 감염 8000명, 정부는 그래도 “봉쇄 완화”

    인도 하루 감염 8000명, 정부는 그래도 “봉쇄 완화”

    인도의 하루 신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인도 보건복지부가 30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9시까지 지난 24시간 확인된 신규 감염자가 7964명 늘어 하루 증가 폭으로는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전날 같은 시간 집계된 7466명보다 5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달 중순만 하더라도 하루 1000명 수준으로 나름 선방하는 듯 보였던 인도의 코로나19 감염자는 이달 들어 하루 2000∼3000명대로 올라서더니 18일 이후 5000명대, 22일 이후 줄곧 6000명대를 기록하다 29일 처음으로 7000명선을 넘겼는데 이제 곧 8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인도 감염자의 3분의 1 이상은 마하라슈트라주에 집중됐는데 이곳은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이며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은 주민이 모여 사는 뭄바이가 속해 있다. 이번주 뭄바이 병원들에서 촬영된 사진들을 보면 거의 모든 병동에 환자들이 넘쳐나 의료 체계가 와해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막대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고 요기타 리마예 BBC 특파원은 우려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도 정부는 두 달 동안 이어져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준 국가 봉쇄령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되돌리지 않을 태세다. 경제가 무너져 일자리에서 쫓겨나 생계가 어려우니 감염병이 문제가 아니란 판단 때문이다. 바이러스 검사를 대폭 늘리는 것도 감염자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한데 여전히 실제 감염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누적 감염자 수는 17만 3763명이 됐고 이날 하루만 265명이 세상을 떠나 지금까지 4980명이 숨을 거둬 중국을 넘어섰다. 인도의 2019∼2020 회계연도(매년 4월 시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2%로,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2009 회계연도의 GDP 성장률은 3.1%였다. 인도의 2018∼2019 회계연도 GDP 성장률은 6.8%였다. 인도 경제는 지난해부터 소비 위축, 유동성 악화, 투자 부진 등 여러 악재로 어려움을 겪다 코로나란 더 큰 암초를 만났다. 인도중앙통계청(NSO)은 2019∼2020 회계연도의 마지막 분기인 올해 1∼3월 경제성장률이 3.1%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통계청은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3월 25일부터 시작된 전국 봉쇄령으로 많은 기업이 영향을 받았다”며 “기업 관련 데이터 수집이 31일 끝나기 때문에 경제 성장률 통계 수치에 일부 수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인도의 코로나19 봉쇄령이 3월 25일부터 이달 31일까지 두 달 넘게 이어졌고,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기에 2020∼2021 회계연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도 기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문병훈 서울시의원 “주민의견 적극 반영된 내곡지구 체육시설 부지 활용 다목적 복합체육관 건립 타당성 조사 주문”

    문병훈 서울시의원 “주민의견 적극 반영된 내곡지구 체육시설 부지 활용 다목적 복합체육관 건립 타당성 조사 주문”

    서울시의회 문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서초3)은 내곡지구 체육시설 부지 활용 다목적 복합체육관 건립 타당성 조사를 실시함에 있어 주민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주문했다. 문병훈 의원은 28일 서울시 서소문청사에서 진행된 ‘내곡지구 체육시설 부지 활용 다목적 복합체육관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 착수 보고회’에 참석해 “다목적 복합체육관 건립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는데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향후 체육관의 용도와 활용방안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의견이 타당성 조사에 최우선으로 반영돼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문 의원은 다목적 복합체육관 건립 타당성 조사와 관련해 “국내·외 복합체육시설의 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성공적인 계획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더불어 문병훈 의원은 다목적 복합체육관의 주된 이용자는 ‘지역주민’임을 강조하면서 “이번에 실시되는 타당성 조사에서는 지역주민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수렴되어 실용적이면서 주변 환경과 조화로운 주민 친화적 복합체육시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착수 보고회에는 문병훈 의원을 비롯해 장영민 서울시 체육정책과장, 박범규 도시기반시설본부 시설국 건축부 문화시설과장, 김현욱 서초구 체육교육과 체육진흥팀장, 송동준 서울시체육회 경영기획부장, 백공명 서울월드컵경기장 시설팀장, 곽흥문 장충체육관 사업팀장, 허진성 난두루 건축 소장, 임정택 제이플러스 건축 소장, 김영학 에이치유이앤디 대표 및 김진환 진성 대표가 자문위원으로 참석해 타당성 조사와 관련하여 훌륭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모두의 관심이 부담됐나… 새 주인 못 찾은 ‘간송불상’

    모두의 관심이 부담됐나… 새 주인 못 찾은 ‘간송불상’

    재경매·박물관 등과 매매 협의 지켜봐야 재정난에 경매 출품 알려져 여론 들끓어 지정문화재는 비과세… 상속세 부담 의문 금동보살입상 진위 여부까지 제기 ‘몸살’간송 전형필 선생의 후손이 재정난을 이유로 경매에 내놓은 보물 2점이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27일 열린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경매에서 간송미술관이 관리하는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은 각각 시작가 15억원으로 출발했으나 응찰자가 아무도 없어 유찰됐다. 간송이 경매에 내놓은 첫 국가지정문화재인 데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 경매 참여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금동여래입상은 7세기 중반 통일신라 불상으로, 높이 37.6㎝다. 비슷한 시기 제작된 국내 금동불상 중에선 드물게 크다. 금동보살입상은 6세기 말∼7세기 초 불상으로 경남 거창에서 출토됐다고 전해진다. 높이는 18.8㎝로, 머리에 보관을 쓰고 있다. 두 불상 모두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 간송이 일제강점기에 전 재산을 바쳐 수집하고, 지켜 낸 유물이 재정난으로 경매에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가 예산을 투입하거나 국립중앙박물관 등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이 개별 협의로 유물을 구입하는 방안을 타진하면서 경매 취소 가능성도 나왔다. 하지만 “이미 공개 시장에 나온 만큼 민간 참가자도 존중해야 한다”는 위탁자 의견에 따라 예정대로 경매를 진행했다고 케이옥션 관계자는 전했다. 연간 유물구입비 예산이 40억원인 국립중앙박물관은 민간후원단체인 국립중앙박물관회가 비용을 보태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불상 구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매에서 유찰되면서 보물 2점은 일단 간송미술관으로 돌아가게 됐다. 간송미술관이 금동불상들을 다음 경매에 다시 출품할지, 아니면 국립중앙박물관 등과 개별적으로 매매 협의를 벌일지 관심이 쏠린다. 경매 출품과 유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간송 일가와 간송미술관은 80여년간 쌓아 온 명성과 자존심에 흠집을 입게 됐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지난 21일 공식 입장문에서 2013년부터 대중 전시와 문화 사업들을 병행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해 재정적인 압박이 커졌고, 2018년 간송의 장남인 전성우 전 재단 이사장 별세 후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비용이 상속세로 해석되면서 문화재 상속세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관련법상 국보나 보물 등 지정문화재는 상속세가 없고, 공익법인에 출연한 비지정문화재도 과세 대상이 아니어서 실제로 간송 일가의 문화재 상속세 부담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간송 컬렉션 중 국보와 보물은 간송 후손 개인 소유이고, 비지정문화재는 재단으로 이관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폐쇄적인 운영 탓에 외부에선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는 구조다. 일각에선 금동보살입상의 출토지가 경남 거창으로 신라 지역인데 백제 양식이 섞인 점을 두고 진위에 대한 의문마저 나왔다. 간송미술관은 지정문화재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재정을 운영해 오다 2018년부터 수장고 신축 건립비 등 48억원의 정부 예산을 받았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모두의 관심이 부담됐나… 새 주인 못 찾은 ‘간송불상’

    모두의 관심이 부담됐나… 새 주인 못 찾은 ‘간송불상’

     간송 전형필 선생의 후손이 재정난을 이유로 경매에 내놓은 보물 2점이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27일 열린 케이옥션 경매에서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은 각각 시작가 15억원으로 출발했으나 아무도 입찰에 응하지 않아 유찰됐다. 금동여래입상은 7세기 중반 통일신라 불상으로, 높이 37.6㎝다. 비슷한 시기 제작된 국내 금동불상 중에선 드물게 크다. 팔각 연화대좌 위에 정면을 보고 당당한 자세로, 살짝 오므린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 금동보살입상은 6세기 말∼7세기 초 불상으로 경남 거창에서 출토됐다고 전해진다. 높이는 18.8㎝로, 머리에 보관을 쓰고 있다. 두 불상 모두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  간송이 일제강점기에 전 재산을 바쳐 수집하고, 지켜 낸 유물이 재정난으로 경매에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가 예산을 투입하거나 국립중앙박물관 등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실제로 경매가 열리기 전 국립중앙박물관은 불상을 구입하는 방안을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연간 유물구입비 예산이 40억원인 국립중앙박물관은 민간후원단체인 국립중앙박물관회가 비용을 보태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유물 구입을 진지하게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매에서 유찰되면서 보물 2점은 일단 간송미술관으로 돌아가게 됐다. 간송미술관이 다음 경매에 다시 출품할지, 아니면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공립이나 뜻이 있는 사립미술관과 매매 협의를 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격적인 경매 출품과 유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간송 일가와 간송미술관은 80년간 쌓아 온 명성과 자존심에 적지 않은 흠집을 안게 됐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지난 21일 공식 입장문에서 2013년부터 대중 전시와 문화 사업들을 병행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해 재정적인 압박이 커졌고, 2018년 간송의 장남인 전성우 전 재단 이사장 별세 후 상속세 등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법상 국보나 보물 등 지정문화재는 상속세가 없고, 공익법인에 출연한 비지정문화재도 과세 대상이 아니어서 실제로 간송 일가의 문화재 상속세 부담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간송 컬렉션 중 국보와 보물은 간송 후손 개인 소유이고, 비지정문화재는 재단으로 이관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폐쇄적인 운영 탓에 외부에선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는 구조다. 아무리 간송의 상징성을 감안하더라도 개인 재정난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게 옳으냐는 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금동보살입상의 출토지가 경남 거창으로 신라 영역인데 백제 양식이 섞인 점을 두고 진위에 대한 의문마저 나왔다.  간송미술관은 지정문화재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재정을 운영해 오다 2018년부터 수장고 신축 건립비 등 48억원의 정부 예산을 받았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일본 시청직원에 국민지원금 10만엔 ‘강제 기부’ 요구

    일본 시청직원에 국민지원금 10만엔 ‘강제 기부’ 요구

    코로나19 위기 대응 차원에서 일본의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약 114만 7000원)씩이 ‘특별정액급부금’라는 이름으로 지급될 예정인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소속 공무원들에게 해당 금액을 주민 지원기금으로 기부하도록 해 논란을 빚고 있다. 2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효고현 가사이시(인구 약 4만 2800명)는 최근 ‘모두가 조성하는 코로나19 대책기금’을 만들면서 약 600명의 시청 직원들이 각자의 특별지원금 10만엔을 기부하는 것을 전체로 기금 예산을 편성했다. 코로나19 관련 주민생활 지원이나 영세자영업자 대책 등에 사용될 이 기금의 전체 규모는 7750만엔으로, 6000만엔은 시청 직원들의 기부금으로 조성하고 나머지 1750만엔은 시 간부와 시의회 의원의 급여·보수 삭감을 통해 충당하기로 했다. 니시무라 가즈히라 시장은 지난달부터 “이렇게 어려운 때 가시이시가 하나가 돼야 한다”며 모든 시청 직원들에게 “정부에서 나온 10만엔을 반드시 기금에 넣어 달라”고 호소해 왔다. 니시무라 시장은 아사히에 “기부에 강제성은 없다”고 말했으나 직원들은 ‘강제기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예산에 편성된 금액이 6000만엔이 전 직원이 참여하지 않고서는 만들 수가 없는 금액인 데다 다음달 직원들의 수당에서 공제된다고 이미 통보가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가사이시 외에 이시카와현 시카마치정(인구 약 1만 8700명)에서도 10만엔 특별급부를 이유로 올 6월부터 내년 3월까지 소속 공무원들의 월급을 5%씩 삭감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이를 통해 조성된 돈으로 국가 지급 10만엔 외에 2만엔을 추가해 총 12만엔을 주민들에게 주기 위해서다. 물론 상당수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히로시마현 유자키 히데히코 지사도 현 소속 공무원들은 각자 받은 10만엔을 부족한 재정 보충을 위해 현에 기부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내부 비난이 빗발치자 철회하기도 했다. 국가에서 주는 10만엔을 공무원도 고스란히 다 받아야 하는가는 이 방안이 처음 발표됐을 때부터 논란이 돼 왔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부 전 지사는 “경제가 어려워져도 급여가 전혀 줄지 않는 국회의원, 지방의원 및 공무원들은 10만엔을 받을 수 없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인으로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 다카스 가쓰야도 “경제 지원에도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공무원의 경제사정 악화는 맨 마지막 단계에서 일어난다”고 공무원 제외론에 힘을 보탰다.그러나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많은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데 그들의 사기를 꺾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앞으로 공무원들도 앞으로 급여 삭감 대상이 될 테니 이번에는 지급해 줘야 한다”, “공무원 배우자의 수입 삭감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다양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들도 다양한 형태로 반응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각료 및 차관급 인사들이 전원 10만엔을 받지 않기로 한 가운데 제2야당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10만엔을 수령한 뒤 일본골수은행 등에 기증할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받지 않는 게 옳다는 풍조를 만들어내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길섶에서] 쪼들림의 이유/장세훈 논설위원

    아내에게는 이미 계획이 있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얘기다. 지난 주말 미뤄 놨던 숙제를 하듯 아내와 동네 점포를 돌며 지원금을 사용했다. 그렇다고 충동적 소비로 비치지는 않았다. 지원금 액수보다 여전히 돈을 써야 할 데가 훨씬 더 많으니 씀씀이의 우선순위를 따진 결과로 여겨진다. 예상하지 않던 수입이 생겨 일시적으로나마 심리적 여유를 느끼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봐도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는 월급쟁이는 거의 없는 듯싶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도 이른바 ‘월급텅장’(텅 빈 통장) 잔액이 덩달아 늘어나지는 않는다. 맞벌이든 외벌이든 통상 수입에 맞춰 지출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 아닐까. 핵심은 수입은 지극히 예측 가능한데 지출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당초 계획과 달리 돈 쓸 데가 줄어들면 좋으련만 예상하지 못한 지출로 구멍이 늘 생기고, 이를 메우느라 허덕인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수입이 많으나 적으나 대동소이하다. 늘어나는 지출에 맞춰 ‘나이롱 수입’을 만들어 낼 수 없으니 쪼들림의 이유가 아닐까. 부모님의 그늘에 있었을 때 투정을 부리듯 받아 냈던 이런저런 용돈의 값어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크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다 내다팔아도 야구단만은 지킨다”는 두산, 왜

    “다 내다팔아도 야구단만은 지킨다”는 두산, 왜

    KS 우승 6회… 구단가치 1907억 ‘1위’ 연간 운영비 160억 투입 “충분히 감당” 매출보다는 신뢰 등 기업 이미지 중점두산중공업이 21일부터 약 350명을 대상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30대 직원도 대상에 포함됐으며 20대 직원도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두 차례 명예퇴직으로 89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두산그룹은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에 제출했다. 두산솔루스를 비롯, 알짜배기 회사라도 “돈 되는 건 다 판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야구단 두산베어스만큼은 예외다. 채권단이 두산베어스 매각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오자 두산그룹은 “계획이 없다”고 즉각 선을 그었다. 실제로 베어스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다. 구단을 지켰을 때 나타나는 효용이 오히려 상당할 것으로 회사가 판단해서다. 21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두산베어스는 지난해 매출 579억원을 올렸고 32억 6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구단 운영에는 한 해 160억원 정도가 드는데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계산이다. 월간지 포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두산베어스의 구단가치는 1907억원이다. 시장가치 370억원, 경기장 가치 1009억원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10개 프로구단 중 단연 1위다. 베어스를 매각한다면 금액은 2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베어스를 매각한다고 해도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약속한 자구안 규모(3조원)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반대로 베어스가 지니는 역사적 가치와 거기서 비롯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회사는 판단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6번이나 한 명문구단이고 연고지가 서울이라는 점도 상당한 프리미엄이다. 베어스에 대한 직접적인 분석은 아니지만, 프로야구 시장의 규모 등을 비교해 보면 간접적으로 무형적인 효과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일각에서 이번 매각설의 진원지를 채권단이 아닌 프로야구 진출을 노리는 증권·정보통신 업계로 추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산그룹이 과거 맥주 등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에서 중공업 등 ‘B2B’(기업-기업)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뒤로도 야구단을 운영하는 게 낭비라는 지적도 있지만, 베어스가 지니는 가치를 그렇게 단순히 평가할 일은 아니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학과 교수는 “B2C(기업-소비자)가 직접적인 매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B2B는 신뢰와 명성 등 기업의 이미지를 강조한다”면서 “한국 프로야구에서 그 자체로 상징적인 팀인 두산베어스가 그간 두산그룹의 여러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던 만큼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야구단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고 분석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두산은 왜 “다 팔아도 베어스만은 안 된다”고 하는 걸까

    두산은 왜 “다 팔아도 베어스만은 안 된다”고 하는 걸까

    두산중공업은 21일부터 약 350명을 대상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30대 직원도 대상에 포함됐으며 20대 직원도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두 차례 명예퇴직으로 89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두산그룹은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에 제출했다. 두산솔루스를 비롯 알짜배기 회사라도 “돈 되는 건 다 판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야구단 두산베어스만큼은 예외다. 채권단이 두산베어스 매각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오자 두산그룹은 “계획이 없다”고 즉각 선을 그었다. 실제로 베어스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크지 않다. 구단을 지켰을 때 나타나는 효용이 오히려 상당할 것으로 회사가 판단해서다. 21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두산베어스는 지난해 매출 579억원을 올렸고 32억 6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구단 운영에는 한해 160억원 정도가 드는데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계산이다. 그룹 관계자는 “야구단을 통한 그룹 계열사 의 광고노출 효과를 비롯해 실질적인 영업이익 외에 거두는 무형적인 효과는 운영비의 몇 배는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월간지 포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두산베어스의 구단가치는 1907억원이다. 시장가치 370억원,경기장 가치 1009억원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10개 프로구단 중 단연 1위다. 베어스를 매각한다면 금액은 2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베어스를 매각한다고 해도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약속한 자구안 규모(3조원)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반대로 베어스가 지니는 역사적 가치와 거기서 비롯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회사는 판단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6번이나 한 명문구단이고, 연고지가 서울이라는 점도 상당한 프리미엄이다. 2009년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연구소가 기아타이거즈의 우승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2022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어스에 대한 직접적인 분석은 아니지만, 프로야구 시장의 규모 등을 비교해보면 간접적으로 무형적인 효과를 유추해볼 수 있다. 일각에서 이번 매각설의 진원지를 채권단이 아닌 프로야구 진출을 노리는 증권·정보통신(IT)업계로 추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산그룹이 과거 맥주등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에서 중공업 등 ‘B2B’(기업-기업)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뒤로도 야구단을 운영하는 게 낭비라는 지적도 있지만,베어스가 지니는 가치를 그렇게 단순히 평가할 일은 아니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학과 교수는 “B2C(기업-소비자)가 직접적인 매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B2B는 신뢰와 명성 등 기업의 이미지를 강조한다”면서 “한국 프로야구에서 그 자체로 상징적인 팀인 두산베어스가 그간 두산그룹의 여러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던 만큼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야구단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고 분석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송현서의 각양각세(世)] 현실로 다가온 세상 ‘디스토피아‘

    [송현서의 각양각세(世)] 현실로 다가온 세상 ‘디스토피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에 전 세계가 멈춰 버렸다. 컨테이너에는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신이 쌓이고, 마스크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전염병에 지친 사람들이 눈을 돌린 곳에는 온갖 잔혹한 방법으로 여성들을 학대한 이른바 ‘n번방’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소설 속 디스토피아를 연상케 하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전염병에 잠식된 작금의 상황은 정유정의 소설 ‘28’과 닮아 있다. 가상의 도시 화양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는 개와 사람에게 전염되는 정체불명의 인수공통전염병으로 개들이 무참하게 살처분당하고 봉쇄된 도시에 남겨진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죽이고, 분노하며, 공멸해 간다. ‘n번방’ 사태를 떠오르게 하는 작품으로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1985년 발표작인 ‘시녀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여성의 몸이 공공재로 소비되는 세계, 계급에 따라 여성이 그저 아이를 낳는 도구와 성노예로 전락한 세계, 그래서 때로는 여성이 인간 아닌 가축으로 취급받는 세계를 그린 이 소설은 피해 여성을 ‘노예´로 부르며 돈벌이 수단으로 착취하고 소비한 ‘n번방’의 수많은 범죄자를 연상케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소식들이 가상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상황에 놓이니,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들이 더는 허구로만 보이지 않는다. 디스토피아 작품의 대표 격인 ‘멋진 신세계’가 다시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는 과학기술의 지나친 남용으로 인간성이 파괴된 암울하고 끔찍한 세계가 배경이다. 하나의 난자에서 180가지의 인간이 생산되고, 실험용 병 속에서 태아가 자라나며, 267일 만에 기계적으로 대량생산되는 태아들은 병마개가 열려야 세상에 나온다. ‘멋진 신세계’는 약 90년 전에 완성된 소설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발하면서도, 코앞까지 닥친 현실을 그렸다는 점에서 섬뜩하다. 실제로 2018년 중국에서는 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면역력을 가진 ‘맞춤형 아기’가 탄생했다. 작가는 소설의 내용이 600년 뒤를 예견한 것이라 말했지만, 이미 인류가 인조인간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모든 것이 사이버 머니로 결정되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 드라마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 ‘핫 샷´, 핵전쟁으로 인해 더이상 살 수 없는 지구를 떠나 우주정거장에서 살고 있는 인류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원헌드레드´ 등도 허구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디스토피아 작품으로 꼽힌다. 영화와 드라마, 소설 속 한 장면을 눈앞에서 봐야 하는 지금, 어떤 디스토피아가 가장 먼저 현실이 될지, 그 현실이 얼마나 암울할지 두려워하는 이가 적지 않다. 무엇이 인류를 포함한 생명체를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지, 성별을 둘러싼 양극화와 혐오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인간성을 말살하는 과학과 기술은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등의 현실적 고찰이 없다면 디스토피아는 머지않아 더이상 허구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huimin0217@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고독 연습, 함께 - 살아감의 예식

    [강남순의 낮꿈꾸기] 고독 연습, 함께 - 살아감의 예식

    1942년에 나온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은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의 감정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외로움이란 나이, 문화, 시대와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씨름하는 감정이다. 또한 외로움은 개인적인 주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철학적 주제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에서 모든 뉴스가 우리의 외면 세계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외면세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내면세계다. 고립, 외로움 그리고 고독의 경험은 내면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고립 상태에 있다고 외로움 느끼는 것 아니다 나치의 반유대주의를 피해 1933년 독일에서 프랑스를 거쳐 1941년 미국으로 망명한 해나 아렌트는 1951년 유명한 ‘전체주의의 기원’이라는 책을 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렌트는 이 책을 고립(isolation), 외로움(loneliness) 그리고 고독(solitude)이라는 세 개념에 대한 논의로 매듭짓는다. 자신의 정치철학의 화두를 ‘아모르 문디’ 즉 ‘세계 사랑’으로 삼았던 아렌트는 이 세계의 변화는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즉 개인들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그리고 고립, 외로움, 고독은 개인들의 내면세계는 물론 사회정치세계인 외면세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전체주의나 독재적 상황과는 무관한 것 같은 21세기 한국에서, 이 세 용어는 매우 개인적이기만 한 것일 뿐 사회·정치적 함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경험은 표면적으로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실제로 개인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매우 다르며 ‘함께-살아감’이라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고립’은 물리적으로 혼자 있음을 나타내는 중성적인 것이기도 하고 사회정치적인 영역에서 누구와도 함께 행동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외로움은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데, 고립과 외로움은 다르다. 고립의 상태에 있다고 해서 모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고립에는 창의적 고립도 있고 파괴적 고립도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 고립은 자발적이며 자신만의 작업을 하기 위해 스스로 ‘퇴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로부터의 이러한 ‘자의적 퇴거’는 세계와의 연결성을 유지하는 ‘잠정적 고립’이다. 또한 모든 고립이 외로움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더라도 함께할 사람이 없기에 어떠한 행동을 취할 수 없는 상태의 고립이 있다. 즉 나의 행동에 ‘함께’ 동조하고 연대하는 사람이 없을 때의 경험이다. 공포와 두려움을 권력 유지의 무기로 삼는 정치나 종교는 개인들이 고립의 상황에 처하도록 하면서 고립감이 주는 두려움을 이용해 그들을 조종하게 된다. ●종교집단은 두려움을 도구로 맹종 ‘요구’ 외로움은 자신이 어딘가에, 누군가에, 또한 무엇인가에 속하지 않았다는 경험으로부터 야기된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나 동료 등 자신의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반자의 부재’를 느낄 때 인간은 지독한 외로움을 경험한다. 외로움은 아무리 주변에 사람이 많고, 많은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진정한 교제와 소통을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여타의 관계들에 대한 기대감들이 결국 ‘공허한 기대감’이라는 자각에 이르렀을 때 외로움은 가중된다. 외로움의 경험이 줄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측면은 바로 ‘자기 신뢰의 상실’이다. 고립의 정황이 외로움으로 이어질 때 인간은 사회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에서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 외로움의 경험은 테크놀로지의 발달이나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더욱 심화되며 마치 ‘존재론적 질병’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고통스럽게 한다. 아렌트는 이러한 종류의 고립과 외로움은 공포와 두려움의 토대가 되며 따라서 전체주의적 국가의 본질을 이루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표면적으로 정치적 전체주의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고립과 외로움을 무기로 써서 사람들을 동원해 종교적,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소위 ‘태극기부대’에 동원되는 이들 또는 ‘기독교’라는 종교적 깃발 아래 신천지와 같은 종교집단에 빠지는 이들, 현 정부를 악마화하는 광화문 집회에 앉아서 선동 지휘하는 ‘지도자’의 발언에 ‘할렐루야’와 ‘아멘’의 함성을 내며 앉아 있는 이들의 경우이다. 이들은 고립이나 외로움이 아닌 ‘소속감’을 느끼게 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동지가 있는 것 같은 ‘왜곡된 의식’ 속에 빠지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특정한 종교 집단의 문제가 표면으로 불거졌는데 그 집단만이 아니라 많은 왜곡된 종교집단들은 개인이 겪는 고립과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도구로 이용해 집단에 맹종하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외로운 사람은 언제나 모든 것을 가장 최악으로 돌린다.”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말이다. 권력 지향만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가나 종교 지도자는 사람들의 이러한 두려움과 공포를 권력 확장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사람들은 고립과 외로움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교지도자나 정치지도자들의 선동에 빠지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고립과 외로움의 경험을 창의적인 경험으로 전이할 수는 없는 것인가. 아렌트는 그것을 ‘고독’(solitude)이라고 본다.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면서 ‘외로움’을 ‘고독’으로 전환하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외로움이 세상이나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되는 것이라면 고독이란 ‘자기 자신과 함께 있음’의 상태이다. 동시에 이 세계와 타자와의 관계를 유지한다. 모든 사유는 바로 고독의 공간에서만이 가능하다. 고독은 ‘나와 나 자신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그 대화가 바로 사유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독의 공간에서의 사유란 왜 중요한가. 아렌트는 고독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비판적 사유의 중요성을 개인적 삶만이 아니라 사회정치적 문제로 연결하고 더 나아가 ‘인류에 대한 범죄’와 연결시킨다. ‘악이란 비판적 사유의 부재’라는 ‘악’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준 아렌트는, 그 ‘비판적 사유의 부재’가 바로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인류에 대한 범죄’를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 따라서 사유함이란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삶에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인간의 책임적 행위다. 사유를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하고, 그 판단을 통해 개인적 또는 사회적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유·판단·행동’의 사이클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자리는 바로 ‘고독’의 시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립감과 외로움을 ‘고독의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우선적 전제조건은 자기 신뢰와 자기 사랑이다. 자기 신뢰를 통해 자신과 또 다른 자기와의 대화인 비판적 사유가 가능하게 된다. 자기 신뢰와 자기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자 사랑을 할 수 없다. 고립과 외로움의 세계를 벗어나서 타자들과의 진정한 관계, 함께-살아감의 세계는 비판적 사유를 하는 개별인들에 의해 비로소 가능하다. ●넬슨 만델라는 창의적 고립인 고독으로 전환 넬슨 만델라는 사회로부터 고립된 공간인 감옥에서 27년 6개월을 살았다. 그러나 그 ‘타의적 고립’을 파괴적인 고립이 아니라 창의적 고립인 ‘고독’으로 전환한다.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물리적으로는 세계로부터 고립돼 있었지만 그의 내면세계는 자기 자신, 타자 그리고 이 세계와 연결돼 있었다. 외적인 고립이 정신세계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자기만의 정원을 끊임없이 가꾸는 것이다. 그는 오랜 고립의 시간에 끊임없는 독서와 자기 성찰을 통해서 더 나은 세계를 향한 ‘낮꿈 꾸기’를 멈추지 않았다. 고립과 외로움이 줄 수 있는 파괴성을 넘어서서 비판적 사유와 성찰이 일어나는 ‘고독’의 시공간을 창출하면서 27년 6개월이라는 길고 긴 고립의 시간 동안 새롭게 변화된 세계에 대한 낮꿈을 일구어 내었다. 새로운 시작은 이러한 고독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자기 신뢰와 자기 사랑을 지켜 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 타자, 세계에 대한 성찰을 계속하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다. 고독의 시간에 자신과 만나는 것은 타자와 ‘함께-살아감’의 중요한 토대가 되기에, 함께-살아감의 소중한 예식이다. ‘고독 연습’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대리점 갑질’ 남양유업, 앞으로 대리점과 영업이익 공유한다

    ‘대리점 갑질’ 남양유업, 앞으로 대리점과 영업이익 공유한다

    ‘대리점 갑질’로 논란이 일었던 남양유업이 자율적 협력이익공유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해 대리점과 영업이익 일부를 나누기로 했다. 또 대리점의 단체구성권도 보장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으로 남양유업에 대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동의의결 제도란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제안한 시정방안이 타당한 경우,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앞서 남양유업은 2013년 소비자 불매 운동 여파로 대리점 매출이 감소하자, 2014년 수수료율을 2.5%포인트 인상했다가 2016년에 충분한 협의도 없이 2%포인트 인하했다. 이듬해인 2017년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면서 남양유업은 대리점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정하겠다며 자진시정방안을 지난 1월 마련했다. 우선 남양유업은 자율적 협력이익공유제를 시범도입해 농협 위탁 거래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5%를 대리점과 공유한다. 업황이 악화되더라도 최소 1억원을 공유이익으로 보장한다는 단서도 붙였다. 또한 농협 위탁 수수료율을 업계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고,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이를 위해 매년 신용도 있는 시장조사기관 또는 신용평가기관에 의뢰해 동종업체의 수수료율을 조사해 그 수준을 맞추기로 했다. 대리점의 도서지역 하나로마트, 영세한 하나로마트 거래분에 대해선 수수료를 2%포인트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대리점의 단체교섭권도 보장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과 ‘상생 협약서’를 체결해 대리점이 대리점단체에서 자유롭게 가입·활동할 수 있고, 남양유업은 대리점단체 가입·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다. 또한 남양유업이 중요 조건을 변경하고자 할 때, 개별 대리점과의 사전 서면협의는 물론 대리점 단체와도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 원활한 활동을 위해 대리점단체에 매월 200만원의 활동비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외에 대리점주 장해 발생 시 긴급생계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자녀 대학 장학금, 자녀 및 손주 육아용품도 제공하기로 했다. 장기운영 대리점에 대해선 포상 제도를 신설 또는 확대 운영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동의의결은 대리점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거래질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향후 5년간 남양유업의 이행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배민아의 일상공감] 눈치 터득하기

    [배민아의 일상공감] 눈치 터득하기

    유치원 수업 중 까불고 떠드는 아이들에게 교사가 한마디 한다. “너희들 이렇게 말 안 듣고 장난만 칠 거면 그냥 집으로 가!” 시무룩하니 야단맞는 아이들 사이에서 한 아이가 번쩍 손을 든다. “선생님, 지금 집에 가요?” 교사와의 게임에서 연속 세 번 패배하며 잔뜩 심술이 난 아이가 네 번째서야 이긴 후 그제야 표정이 풀리며 실수한 교사를 향해 깔깔대며 놀린다. 사회성 교육을 위해 미리 승부가 예정된 게임 수업이었고, 교사가 아이에게 묻는다. “이번 게임은 아주 잘했어. 그런데 네가 지고 있을 때 선생님이 혼자만 기분 좋아 웃으며 너를 놀렸다면 네 기분은 어땠을까?” 교실 내 작은 도난 사고로 범인을 찾기 위해 모든 아이들의 눈을 감기고 친구의 물건을 갖고 간 사람은 손을 들라고 교사가 이야기한다. 한참이 지나도 손을 드는 아이는 없고, 샛눈을 살짝 뜨거나 움직이는 아이들이 생기자 엄중한 목소리로 다시 묻는다.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으면 모든 친구들이 함께 벌받을 거야. 모두 눈을 감고 있으니 조용히 손만 들어 봐. 지금 솔직하게 얘기하면 무조건 다 용서할 테니.” 드디어 범인이 손을 든다. 그런데 두 명이다. 나중에 개별 면담을 통해 한 명의 가짜가 밝혀졌다. “친구들 모두가 벌받을까 봐 제가 그냥 손들었어요.” 세 가지 에피소드 모두 눈치가 없거나 눈치가 너무 빠른 조카들의 유치원 시절 이야기다. 눈치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어떤 주어진 상황을 때에 맞게 빨리 알아차리는 능력으로 다른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고 대인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한 수단이며, 의사소통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정의한다. 눈치 있게 행동하는 것이 어찌 보면 쉬운 일인 거 같아도 공식과 정답이 없는 꽤 어려운 숙제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말로 표현하지 않는, 혹은 말과는 다른 속내를 알아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상황 판단을 잘 했더라도 그에 걸맞은 행동이 바로 뒤따르지 않는 경우 눈치 없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이러한 판단 능력과 적절한 행동은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통을 통한 다양한 경험에 의해 자연스레 습득된다. 사회성 교육의 최초의 장소인 가정에서도 예전과 달리 한 자녀만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온라인 영상 매체를 통해 혼자 놀기의 고수가 늘어나는 요즘의 시대에 관계를 통한 사회성 교육, 눈치 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그동안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든 분야의 활동이 위축되고 사회의 여러 모습이 바뀌었다. 드라이브스루 방식이 확대돼 카페, 식당, 진료, 쇼핑, 꽃구경까지도 대면 접촉 없이 가능하고 교육 현장에서도 온라인 원격으로 비대면 교수ㆍ학습이 진행된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따른 최선의 선택이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보완책으로 생활의 불편함을 조금씩 덜고 있기는 하지만 비대면 삶이 주는 한계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이번 달 안에 순차적으로 등교수업도 진행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눈치는 나보다 강한 상대나 우월한 입지에 있는 사람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비굴하거나 처세술의 한 형태로 하는 행위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나 공공의 예의범절을 위해 꼭 필요한 매너이다. 말의 뜻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던 눈치 없던 조카 1호는 센스 있는 사회인으로, 상대방 기분 파악이 늦었던 조카 2호는 누구에게나 따뜻한 말을 잘하는 중학생으로, 눈치 빠른 평화주의자 조카 3호는 의협심 넘치는 청년으로 성장했다. 눈치 교육의 교과서나 커리큘럼은 따로 없다. 이렇게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대인관계와 사회적 소통을 통해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것이 눈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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