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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S우주인 8시간3분 최장 유영 기록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미국인 우주비행사 2명이 7일(현지시간) ISS 사상 최장시간 동안 우주 유영을 했으나 유영 목적인 냉각 시스템 수리에는 실패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우주비행사 더그 휠록과 트레이시 콜드웰 다이슨은 8시간3분 동안 ISS 밖을 유영하면서 고장난 ISS 냉각시스템 펌프 제거 작업을 진행했으나 최장 우주 유영 기록만 세우고 정거장으로 돌아갔다. 미 항공우주국(NASA)는 이번 우주 유영 시간은 ISS 역사상으로는 가장 긴 시간이며, 모든 우주 유영 역사상으로는 6번째로 긴 시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NASA는 이번 유영 결과를 토대로 11일로 예정된 2차 우주 유영 계획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ISS에서는 지난달 31일 냉각시스템 2개 중 1개가 고장나면서 과열 방지를 위해 일부 장비들의 가동이 중단됐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그곳에선 무엇을 하든 캔버스가 된다

    그곳에선 무엇을 하든 캔버스가 된다

    경북 경주를 소개하면서 유명 관광지 이외의 곳을 여행 목적지로 권하는 것은 다소 부담이 따릅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우리 역사와 만날 수 있는, 내 나라 안에서 첫손 꼽히는 관광지 중 하나가 경주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의 무게에 더해 빼어난 아름다움까지 갖춘 유적들을 둘러보기에도 하루 해가 짧은데, 다른 곳까지 찾을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차로 한 시간만 나가면 검푸른 동해바다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지요. 마음은 급해지고 발걸음은 그만큼 빨라지게 될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권해 봅니다. 낮 동안은 경주의 역사와 함께하고, 해거름이거나 이른 시간에 트레킹 삼아 잠시 이곳을 둘러보라고요. 장담컨대 손해볼 일 전혀 없습니다.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막연히 그냥 걸어도 좋겠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그곳은 배경이 되고, 캔버스가 되고, 한적한 산책길이 되니까요. 경주 암곡동 대단위목장입니다. 이름 참 촌스럽죠? 그런데 풍경만큼은 이름과 정말 다릅니다. 산자락 여기저기를 잇는 구릉 위로 너른 호밀밭이 끝간 데 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산 정상에 초록의 바다가 펼쳐져 있는 듯합니다. 간간이 핀 야생화들은 운치를 더해주는 데 모자람이 없습니다. ●초록의 바다를 유영하다 호밀밭은 낯설다. 장년층이라면 어린 시절 몰래 밀밭에 들어가 덜 여문 밀을 불에 구워 먹던, 이른바 ‘밀 서리’의 기억은 있겠으나, 호밀밭에 관한 기억은 쉬 떠오르지 않는다. 기껏해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1951)을 읽은 기억쯤 있을까. 아무래도 우리가 즐겨 먹는 곡물이 아닌 탓일 게다. 밀은 밀이되, 앞에 오랑캐 호(胡)자를 붙인 것도 그런 까닭으로 보면 맞을 듯하다. 예전과 달리 요즘엔 호밀밭이 느는 추세다. 얼핏 보리밭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호밀밭인 경우가 적지 않다. 호밀은 자체로 농산물이 되기보다 주로 소의 먹이, 혹은 자운영처럼 지력(地力)을 높이기 위한 천연 비료 등의 목적으로 쓰인다. 호밀밭 조성 여부야 어찌됐건, 보기 드문 풍광을 펼쳐내는 건 분명하다. 대단위목장을 찾아 가는 길은 벚나무 터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문단지 안에 조성된 것보다 한결 굵어 보이는 벚나무들이 깊은 음영을 만들고 있다. 초봄 벚꽃으로 즐거움을 준 나무들이 이젠 시원한 그늘로 또 한번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셈이다. 암곡동 무장사지 주차장에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2.5㎞가량 오르면 대단위목장이 시작된다. 현지인들에겐 예전 이름인 ‘도투락목장’이 더 친숙하다. 철제 대문을 지나 관목 사이로 난 소로가 끝나면, 왼쪽으로 호밀밭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호밀밭 가운데는 소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서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를 통해 ‘전지현 소나무’로 인기를 얻었던 강원 정선 새비재의 소나무와 비슷한 자태다. 이 때문에 대단위목장을 찾았던 이들은 이곳을 가장 인상적인 장소로 꼽곤 한다. 정말 너른 호밀밭은 여기서 야트막한 고갯길을 지나야 나온다. 고갯마루 아래 산사면 이쪽저쪽이 온통 호밀밭이다. 대단위목장을 임대 운영하고 있는 김승태씨는 총 면적이 약 1300만㎡에 달한다고 했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건축면적 5만 9747㎡) 220개가량의 면적이 호밀밭인 셈이다. 그 너른 공간을 차지한 호밀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파도처럼 일렁인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초록빛 바다다. ●TV 드라마, 영화 등 단골 촬영지 막간에 질문 하나. 찔레꽃은 어떤 빛깔을 하고 있을까. 트로트 가요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을 떠올린다면, 가차없이 ‘땡~’이다. 찔레꽃은 미색이다. 대단위목장을 둘러보는 동안 자주 눈에 띄었던 꽃이기도 하다. 늘 곁에서 보던 꽃도 이런 범상치 않은 장소에서는 마치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희귀 야생화처럼 보인다. 호밀밭 사이로 작은 길들이 성긴 그물처럼 이어져 있다. 김씨에 따르면 목장 내 소로의 전체 길이는 ‘10리’(4㎞)를 넘어선다. ‘발병’ 나기 딱 좋은 거리다. 어른 가슴 언저리까지 웃자란 호밀밭 사잇길을 걷다 보면,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듯한 느낌 마저 든다. 이 너른 호밀밭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TV 드라마 ‘선덕여왕’ 등이 촬영됐다. 최근엔 KBS 전쟁드라마 ‘전우’의 촬영지로 쓰이기도 했다. 대부분 장쾌한 스케일의 전투신을 찍은 것이 공통점. 목장 내 폐건물 곳곳에 ‘US ARMY’ 등의 글귀가 적혀 있는 것도 영화 촬영 때문이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가을엔 농염한 붉은 수수밭으로 볼을 간질일 정도의 바람이라도 불면 호밀이 서로 부대끼며 사르락, 사르락 소리를 낸다. 어디선가 들었던, 친숙한 소리다. 어머니 밥 지을 때 쌀 씻던 조리 소리와 닮았다. 어머니 손 안에서 빙빙 도는 조리에 쌀들이 부딪치며 내던, 바로 그 소리다. 호밀밭 사이를 거닐 때 유난히 포근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그 때문일 터다. 하지만 이 호밀밭의 절반가량은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이다. 대단위목장의 소유주인 한 건설회사에서 이곳에 골프장을 조성할 예정이기 때문. 원래 지난해 골프장이 들어설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대체로 7월이 가기 전에 호밀은 모두 베어진다. 그 자리에 다른 농작물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단위목장 측은 호밀이 사라진 자리에 수수를 심을 예정이라고 했다. 여름 내내 초록 바다를 이루다 가을에는 붉게 익은 수수로 또 한번 장관을 이룰 터다. 붉은 수수밭이라. 어딘가 여름보다 뜨거운, 농염한 장면이 연상되지 않는가. 글 사진 경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찾아가는 길이 다소 복잡하다. 경주 보문단지 대형 물레방아를 기점 삼아 200m쯤 지나면 삼거리다. 여기서 암곡 방향으로 좌회전한 뒤 3.5㎞ 직진하면 암곡면, 다시 1.5㎞ 더 가면 무장사지 주차장이다. 트레킹을 원할 경우 이곳에 주차한다. 차로 돌아볼 경우 선덕여왕 촬영지 입간판을 보고 좌회전한 뒤 첫 번째 갈라지는 길에서 오른쪽 용문사 방향, 두 번째 갈라지는 길에서는 사슴목장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대단위목장 정문까지는 2.5㎞가량 된다. 대단위목장 정문 경비초소 직원은 오후 5시에 퇴근한다. 그 이후엔 정문 왼쪽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호밀밭에 닿을 수 있다. 경상북도관광협회 745-0750. →맛집 경주에 가서 반드시 맛봐야 할 것이 황남빵과 찰보리빵이다. 황남빵은 1939년 처음 선보인 이후 3대에 걸쳐 부드럽고 고풍스러운 맛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도 손저울을 사용하고 팥소를 넣은 둥글납작한 반죽덩어리 위에 빗살무늬 도장을 찍어 멋을 낸다. 749-7000. 황남빵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명물이 찰보리빵이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 777-0070.
  • 참돌고래 2000마리 떴다

    10일 오후 울산 앞바다에 참돌고래떼 2000여마리가 나타났다. 울산 남구에 따르면 고래탐사 관광에 나섰던 ‘고래바다 여행선’이 오후 3시부터 30여분간 동구 울기등대 14.5마일 해상에서 참돌고래떼 2000여마리를 목격했다. 참돌고래떼가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수면으로 뛰쳐 오르며 유영하자 고래바다 여행선에 탑승했던 울주군 두동면 원예농협 회원을 비롯한 탑승객 75명은 일제히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관광객 김영락(60)씨는 “너무 신비스럽고 놀라운 광경에 가슴이 멍할 정도였다.”며 “바다에 고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참돌고래떼는 고래바다 여행선 주위를 30여분이나 떠나지 않고 유영을 하면서 관광객들을 더욱 즐겁게 했다. 이날 탑승객은 울기등대 6마일과 7.4마일 해상에서도 각각 2마리씩의 밍크고래도 발견하는 행운을 누렸다. 고래바다 여행선은 토, 일요일에는 정기적으로 운항하고, 평일에는 단체 탑승객이 원할 때 수시로 운항한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동해 고래떼 관광객 유혹

    ‘동해의 고래들이 울산 앞바다로 관광객들을 부르고 있다.’ 17일 울산 남구에 따르면 지난 9일 출항한 고래바다여행선이 동구 울기등대 동방 6.8마일(10.9㎞) 해상에서 밍크고래 5마리를 발견했다. 고래들은 20여분 동안 고래바다여행선 주변을 유영하면서 관광객 91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올들어 처음 고래떼가 울산 앞바다에서 발견되자 고래바다여행선 예약률도 치솟고 있다. 이미 이달 분 예약이 완료됐고, 6월분도 절반이나 차서 조만간 끝날 전망이다. 고래바다여행선 예약은 개인 뿐 아니라 각종 단체들의 관심도 잇따르고 있다. 단체 관광객은 학생, 기업, 경찰, 관공서 관계자 등 다양하다. 남구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울산 앞바다에 고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지난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줬던 고래떼의 재롱이 다시 시작되면서 관광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래바다여행선은 매주 토·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장생포항~울기등대 구간 해상 5~7마일 앞바다를 운항한다. 고래바다 여행선 탑승 신청을 원하는 사람은 고래바다여행선 홈페이지(http://whale.ulsannamgu.go.kr/)에 접속해 신청하면 된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전남 순천 주암호 해토머리 풍경

    전남 순천 주암호 해토머리 풍경

    경칩이 지나도 폭설이 내리는 등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봄은 옵니다. 봄이 가장 먼저 촉촉한 훈기를 풀어 놓는 곳은 역시 남도지요. 뒷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도, 마을앞 고샅길에도, 수북한 눈을 헤치고 봄기운은 어김없이 찾아 들고 있습니다. 섬진강의 가장 큰 지류인 보성강 물줄기를 막으면서 생긴 전남 순천의 주암호는 남도의 호수답게 봄빛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여러 갈래 흐트러진 마음으로 일상이 힘겨울 때, 오롯이 스스로와 대면하고 싶을 때 찾는 곳이 호수 아니겠습니까. 주암호를 찾아 새봄을 준비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주암호의 해토머리(얼었던 땅이 녹아서 풀리기 시작할 때) 풍경을 담아 왔습니다. ●추동저수지 등 비경 숨겨 놓은 호수 이른 아침, 이방인의 방문에 놀란 물새들이 물수제비를 뜨며 날아 오르고, 낮게 깔린 물안개는 호수 이곳저곳을 보듬으며 휘돌아 간다. 보성강 물줄기를 주암댐에 내주고 얻은 풍경이다. 주암호는 1992년 높이 57m, 길이 330m의 주암댐이 조성되면서 생겼다. 면적은 1010㎢. 순천시와 보성군, 화순군 등 3개 지역에 걸쳐 있다. 호수 양옆으로 145.5㎞의 호반도로가 나있어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주암호를 돌아보는 길은 천년고찰 송광사를 기점으로 두 갈래로 나뉜다. 송광사에서 송광면 소재지 가기 전 우회전, 신평교를 건너 왕대·후곡·추동마을 순으로 돌아보는 것과 15번 국도를 따라 보성 방향으로 가다 복교리에서 우회전, 추동마을까지 들어가는 코스다. 아름다운 주암호의 속살을 엿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왕대마을에서 후곡마을을 거쳐 산길을 따라 추동마을까지 가는 것이다. 가는 길 중간중간 네비(四?)마을 등 수몰 마을의 흔적과 야생 차밭 등 보기 드문 풍경들과 마주할 수 있다. 호수 모래톱 언저리에서 한가로이 유영하는 물새들은 풍경의 덤. 문제는 후곡마을부터 추동마을까지 비포장 산길이라는 것이다. 4륜구동 지프라면 넉넉하게 갈 수 있지만, 초봄 해빙기라 낙석의 위험이 매우 크다. 따라서 해빙기가 지나고 청명하게 갠 날, 호수와 나란한 이 길을 따라 돌아볼 것을 ‘강추’한다. 비포장길이 끝날 때쯤 느닷없이 ‘월산상회’라는 상호가 붙은 오래된 집 한 채가 튀어 나온다. 1970년대 ‘빈티지풍’의 풍경.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이다. 이곳이 추동마을 끝자락으로, 마을 위쪽의 추동저수지를 찾아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드는 사진작가들로 몸살을 앓곤 한다. 추동저수지는 모후산에서 주암호로 흘러드는 물을 가둬 조성됐다. 주변 풍경도 아름답지만, 이곳을 주암호변 최고의 ‘명소’로 만든 것은 저수지에 놓여진 흔들다리다. 나무와 철제와이어 등으로 만든 다리는 절묘한 모양새로 늘어지며 저수지 한가운데 정자가 세워진 작은 섬과 연결돼 있다. 물안개가 주변 풍경에서 농담(濃淡)을 거둬가는 날이면 저수지 풍경은 말 그대로 ‘한 편의 수묵화’가 된다. ●고려 공민왕 전설 품은 호수 주변 마을들 주암호 주변에는 유독 고려 31대 공민왕(1330~1374)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지명들이 많다. 공민왕은 12세 이후 줄곧 원나라 연경에 볼모로 잡혀 있다, 22세 되던 1351년 왕위에 오른 인물. 노국대장공주와의 사랑, ‘요승’ 신돈과 벌인 파란 많은 정치 역정 등으로 곧잘 TV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집권 후 원나라의 간섭을 멀리하는 배원정책(排元政策)과 강력한 개혁정책을 펴던 공민왕이 재위 10년째인 1361년 홍건적의 난을 피해 복주(福州)로 몽양을 떠나면서 순천과의 관계는 시작된다. 공민왕이 잠시 머물렀던 복주는 지금의 경북 안동을 가리키는 지명이라는 것이 학계의 대체적인 정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주암호 인근 마을 주민들은 공민왕이 머문 복주가 순천, 특히 주암호 일대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주암호를 품고 있는 모후산(母後山·919m)의 원래 이름은 나복산이었다. 그러다 공민왕이 피난온 뒤 ‘나를 어머니처럼 지켜줬다’는 뜻에서 모후산으로 바뀌었다는 것. 특히 주암호 상류의 유경·왕대 등 마을 이름은 공민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홈페이지는 공민왕 일행이 머물렀다는 뜻에서 유경(留京), 왕이 피신한 곳이란 뜻에서 왕대(王臺, 또는 王垈)라 불리게 됐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왕대마을에서 300m쯤 떨어진 일야정(日夜亭)은 공민왕이 하룻밤을 묵은 곳이란 뜻. 꼭 공민왕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왕대마을은 세월이 더께로 쌓인 돌담길 등 빼어난 풍경을 숨겨두고 있다. 마을 위쪽 초연정(超然亭)은 모후산을 외원(外苑) 삼아 지어진 드문 예의 정자다. 우리나라 정자들이 대부분 확 트인 경관을 감상하는 것이 목적인 데 반해 초연정은 마을 뒷산의 깊은 계곡 속에 조성돼 있다. 나무에 가려져 계곡은 보이지 않되, 청량한 물소리만 들리는 것이 독특하다. 조선 순조9년(1809년)에 중창된 건물로, 전남도 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돼 있다. ●‘국보급’ 주변 볼거리 주암호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어렵지 않게 ‘국보급’ 관광명소들과 만난다. 조계산 자락 양쪽으로 대가람 송광사와 선암사가 나란하고,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보성다원 또한 멀지 않다. 선암사 선암매(仙巖梅)는 이달 중순쯤 만개해 고졸한 정취를 선사할 전망. 대원사도 빼놓으면 서운할 명소다. 행정구역으로는 보성군에 속하지만, 주암호에서 더 가깝다. 대원사까지는 죽산교 앞에서 좌회전해 5㎞쯤 왕벚꽃터널을 지나는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을 만큼 풍광이 수려하다. 주암호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터를 잡은 고인돌공원도 둘러볼 만하다. 주암댐 조성 당시 발굴한 고인돌 140여기와 선사 시대 움집, 솟대 등을 복원·전시해 뒀다. 고인돌공원에서 주암호 쪽으로 내려가면 산책하기 좋은 오솔길도 조성돼 있다. 주암호 기슭에서 꼭 살펴봐야 할 곳이 민족의 자주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서재필(1864~1951) 박사 기념공원이다. 그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외갓집 생가와 유품 전시관 등이 눈길을 붙든다. 글 사진 순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출발할 경우 호남고속도로→주암 나들목→27번국도→주암호, 혹은 서해안고속도로→고창분기점→고창-담양간고속도로→대덕분기점→호남고속도로→주암호 순으로 간다. 관리사무소 749-7205~6. →묵을 곳 송광사 인근에 금광여관(755-2063), 대원사 쪽에 용암관광모텔(853-2283), 봉쥬르민박(853-0040), 대원펜션(852-1671) 돌개쉼터민박(853-3698) 등이 있다. →맛 집 송광사 아래 길상식당(755-2173), 송광식당(755-2126) 등은 산채정식을 잘한다. 주암호 주변에 민물고기 매운탕과 쏘가리회, 향어회 등을 차리는 식당도 여럿 있다.
  • [18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50분) 가톨릭 수사였던 서영남씨가 2003년, 노숙자들을 위해 단 돈 300만원과 6인용 식탁 하나로 문을 연 식당. 7년이 지난 지금은 스무 명은 거뜬히 들어갈 정도로 넓어졌고, 하루에 손님 300명이 방문하는 인천의 소문난 맛집이 되었다. 민들레 국수집의 기적의 주방장 서영남씨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공부의 신(KBS2 오후 9시55분) 부담임으로서 해고가 보류된 한수정은 영어 수업 준비에 한창이고, 강석호는 양춘삼을 영어강사로 초빙한다. 액티브한 에어로빅과 팝송 등을 활용한 양춘삼의 수업에 흥미를 보이는 학생들. 강석호는 한수정과 양춘삼에게 각자의 교육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학생들의 시험 성적으로 특별반의 영어 선생님을 정하자고 제안한다. ●희망특강 파랑새(MBC 오후 5시35분) 50년 국악 외길을 걸어온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와 병창 예능 보유자이자 판소리 명창 안숙선의 희망특강을 들어본다. 한평생을 소리에 바친 안숙선의 삶은 어느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고 지금도 새로운 판소리를 위해 창극을 만들고 후배들을 가르치며 판소리가 생활예술로 다시 태어나기를 꿈꾸고 있다. ●백세건강 스페셜(SBS 낮 12시30분) 지구촌 곳곳의 장수촌을 찾아 100세 장수의 비밀을 추적해온 세계적인 장수 연구학자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가 전하는 장수이야기 제3부 ‘빈둥대려면 왜 살아!’다. ‘장수란 결국 얼마나 몸을 잘 움직이며 살아왔는가’라는 전 세계 장수인들의 공통된 특성을 통해 장수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는다. ●세계테마기행(EBS 오후 8시50분) 13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타히티 본섬에서 다시 페리를 타고 40여분, 타히티의 형제로 불리는 모레아 섬이 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바다는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의 천국. 바로 곁에서 상어 떼가 유유히 유영하는 곳, 형형색색의 열대어들과 보내는 남국 섬의 풍경은 신비롭기만 하다. ●하늘에서 본 지구2(OBS 오후 10시) 멸종 위기를 맞은 야생동물들의 미래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사진작가 얀 아르투스 베르트랑의 ‘하늘에서 본 지구’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이 작품에서는 코끼리 상아를 노리는 밀렵꾼과 농민들, 그리고 호랑이 등 인간에 의해 멸종되고 있는 동물들의 실태를 이야기 한다.
  • 경기 여주 여강길 따라 문화 생태체험

    경기 여주 여강길 따라 문화 생태체험

    요즘 길 따라 걷기가 여행의 한 테마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이 그중 대표적이지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추세에 맞춰 지난 9월 인천 강화 나들길 등 7곳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선정했습니다. 내 나라 안 아름다운 길이 여기뿐이겠습니까만 우리 길들을 새롭게 이해하려는 첫 시도라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문화생태탐방로 중 한 곳인 경기 여주 여강길을 다녀왔습니다. 다른 길들을 제쳐두고 여강길을 서둘러 찾은 까닭은 영속성이 위협받고 있는 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원인은 4대강 사업에 따른 여강 일대 강천보 조성공사였습니다. 보를 세우면 사실상 여강길의 훼손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고 현지 지역 주민들이나 환경단체 등은 보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문화와 생태가 ‘있는’ 길이 아닌 ‘있었던’ 길이 되고 말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여강길 운영 단체인 ‘강길’의 박희진 사무국장이 서둘러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길 바란다는 뜻을 밝힌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여강길에 서니 차가운 강바람이 두 볼과 머릿결을 스칩니다. 굽돌아 가는 강물을 따라 물억새도 춤을 춥니다. 겨울 여강길은 이렇듯 넉넉하면서도 역동적인 자태로 여행자를 맞고 있었습니다. 여주 사람들은 여주를 휘돌아가는 남한강을 여강이라 부릅니다. 검은 말(驪)을 닮은 강(江)이란 뜻이지요. 예로부터 남한강은 세곡을 실어 나르고 한양 가는 길손들이 주로 이용하던 길이어서 여주에만 12개의 나루터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여강길은 이처럼 선인들이 걷던 남한강 주변의 여러 길들을 하나로 모아 탐방코스로 만든 것입니다. 전체 길이는 55㎞쯤 됩니다. 하루에 다 볼 수는 없어 ‘강길’에서는 여주읍내로 돌아오는 대중교통 유·무에 따라 3개 코스로 나눴습니다. ▶1코스 - 우만리, 흔암리… 나루터 흔적 따라 15.4㎞ 1코스는 특성상 ‘나루터길’이라 불린다. 부라우와 우만리, 흔암리 등 이름만큼 아름다운 나루터의 흔적들을 좇는 길이다. 달을 맞는 누각 영월루에서 출발해 고운 모래가 특히 아름다운 금모래은모래 유원지, 아홉사리과거길 등을 거쳐 도리마을에서 끝난다. 거리는 15.4㎞. 5~6시간 소요된다. ▶2코스 - 경기·강원·충청 3도 3색 문화의 향기 솔솔 2코스는 ‘세물머리길’이다.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 등 삼도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따라 각 지역 문화를 엿보며 걸을 수 있다. 모래톱이 예쁜 청미천과 합수머리에 버티고 선 붉은 절벽 자산, 1970년대 풍경으로 착색된 듯한 부론마을 등을 거친다. 다만 차도를 따라 걷는 구간이 많은 것이 흠. 17.4㎞에 6~7시간가량 걸린다. ▶3코스 - 바위늪구비길 원시강 생태와 만나 보세요 3코스는 ‘바위늪구비길’. 원시강의 생태와 만날 수 있다. 골재채취장이 습지로 변한 바위늪구비 일대가 하이라이트다. 물억새의 흔들림도 좋고, 단양쑥부쟁이(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등 희귀 동식물과 만나는 것도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 준다. 모랫길에선 신발을 벗고 걸어도 좋겠다. 22.2㎞. 7~8시간 소요된다. ‘강길’은 1코스와 3코스의 핵심 지역들을 엮은 ‘추천 코스’를 내놨다. 바쁘고 성격 급한 도시인들의 성화가 빗발쳤기 때문. 1코스 우만리 나루터에서 옛 남한강대교를 타고 여강을 뛰어넘은 뒤 3코스 바위늪구비가 있는 강천마을에서 끝난다. 5~6시간가량 걸린다. 낙엽 쌓인 흙길과 모랫길, 자갈길 등이 번갈아 나오는 여강길은 아름다웠다. 물억새도 지천이다. 물살이 잔잔해지는 곳에선 조약돌 던져 물수제비 한번 떠 보시라. 예전 과거 보러 한양 가던 선비들도 오랜 여정에서 오는 지루함을 떨치기 위해 비슷한 놀이를 즐기지 않았을까. 여강길은 철 따라 다른 자태를 선보인다. 박희진 사무국장은 “봄에는 강물의 색깔이 돌아오는 느낌이 좋아요. 여름엔 강수욕도 즐기고 달빛 쏟아지는 강길을 걸을 수도 있지요. 가을엔 끝 간 데 없이 핀 물억새가 지평선을 만들어요.”라고 설명했다. 눈 내리는 강변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철새들의 자태는 겨울철 여강길의 백미. 호사비오리(천연기념물 제448호)와 백조로 불리는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 등이 한가롭게 여강 위를 유영하고, 청둥오리 등은 무시로 군무를 펼친다. 말똥가리 등 맹금류와도 어렵지 않게 조우할 수 있다. 곳곳에 옛이야기 숨겨둔 유적들도 많다. 부라우나루터의 부라우는 ‘붉은 바위’란 뜻. 여강을 향해 불쑥 솟은 암반에는 인현왕후의 오빠 민진원의 정자터가 남아 있다. 민진원의 호 또한 붉은 바위를 뜻하는 단암(丹巖). 바위 앞쪽에 또렷이 음각(陰刻)돼 그 시대를 웅변하고 있다. 우만리 나루터는 조선시대 우만이라는 이름의 장수가 난 곳이다. 도리마을과 흔암리 마을을 잇는 아홉사리 산길은 충주 사람들이 과거 보러 가던 길. 9월9일 이곳에 피는 구절초를 캐내 달여 먹으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박 사무국장에 따르면 그 전설을 믿고 미리 구절초를 심어 놓는 사람들도 있단다. 하류의 삼합마을은 남한강과 섬강, 청미천 등 강줄기 세 개가 합쳐지는 마을이다. 원주와 여주, 충주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3도 사람들이 아직도 일년에 한 차례 체육대회를 연다. 삼합을 바라보고 있는 흥원창터는 고려시대 세곡을 모아둔 조창. 굽이쳐 흐르는 세 강줄기를 여유있게 내려다보고 있는 자산의 풍채도 일품이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강길’(blog.daum.net/rivertrail)은 매달 2·4주 여강길 정기 답사를 진행한다. 식대 5000원. 물과 음료수, 모자, 선블록 등을 가져가면 좋다. 단체는 예약을 하면 요일에 관계없이 안내자와 함께 답사할 수 있다. 코스는 수시로 변경된다. 5일에는 특별히 ‘여강 5일 장터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여주 5일장에 들러 잔막걸리 마셔가며 옛 정취를 만끽할 예정이다. 강길 885-9089, 박희진 사무국장 016-744-3930.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여주 나들목을 나와 37번도로를 타고 여주 버스터미널 방향으로 가다보면 은모래금모래 유원지가 나온다. 가족·연인 등 개별적으로 탐방을 할 경우 이정표와 ‘강길’ 측에서 나무 등에 매 놓은 파란색 리본을 따라 가면 된다. →맛집:(구)보배네 만두(884-4243)가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집. 배춧속을 넣은 시골만두를 푸짐하게 내준다. 여주읍 오금리에 있다. 보리밥(5000원), 만두(5000원), 두부(4000원). 글ㆍ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이사람]하계열 부산진구청장

    [이사람]하계열 부산진구청장

    현직 기초자치단체장이 시집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는 하계열 구청장이 첫 시집 ‘탱고를 추세요’(계간문예)를 최근 발간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시집은 140쪽 분량으로 모두 81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수록돼 있다. 이번에 발표한 시들은 하 청장이 40여년간의 공직 생활 틈틈이 써온 자작시들이다. 앞서 하 청장은 지난 6월 ‘계간문예’에 ‘아침 의식’과 ‘막달레나 이야기’ 등의 시를 발표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등단 이전에도 ‘석필’ ‘길’ 등의 문학동인회에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왔다. 또 2007년 11월에는 공직생활의 소회와 강연 내용을 엮은 수상록 ‘바다를 두려워하라’를 펴낸 바 있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에 대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그의 가슴 안에는 바닷속같이 깊은 시의 상상력과 산호 같은 신비한 시어들이 심해어처럼 유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인 이해인 수녀는 추천사에서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따뜻한 인간애가 넘치며 사물을 보는 예리함과 삶에 대한 예의, 이별에 대한 애틋함이 잘 녹아 있다.”고 감상평을 밝혔다. 하 청장은 “살아온 날들을 시로 들려줌으로써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 청장은 1969년 동사무소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부산시,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대통령비서실, 합천군수, 관선 부산진구청장 등을 거쳤으며 2006년 부산진구청장으로 선출됐다. 현재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아빠를 위한 ‘여행 처방전’

    [내 책을 말한다] 아빠를 위한 ‘여행 처방전’

    불혹에 들어선 난 평생 처음으로 딸에게 성적을 물었다. 학교 공부는 엄마 담당이라. “요즘 몇 등 하나.” “뒤에서 2등.” “엄마야 학교 가 봐라. 천재들만 모였나.” 학교 다녀 온 엄마 왈, “100점이 7명이라네요.” “뭐라.” “과목당 30만원씩 주고 과외한대요.” “뭐라, 초딩이 과외를? 딸, 가자.” “어디로.” “문화재 답사. 인문학의 바다나 유영하자꾸나.” 자고로 남들 다 가는 길은 피해 가는 게 상책. 딸에게 매일 사자성어 날리기 시작. 선비나 만들어야지. 주말에 한 문제를 낸다. 맞히면 1만원. 틀리면 국물도 없고. 자고로 돈의 시대. “딸, 용돈의 10퍼센트는 불우이웃에 던져라.” “월드 네이버스에 3만원씩 보내고 있어. 좀 아깝긴 하지만.” 베스트셀러 나올 때까지 하겠다던 택시 운전은 이미 5년째. 책 두 권이 완전 쪽박 찼으니. 그래 라면 끓여 먹으며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을 발간했다. 대박. 건축가 김원 선생에게 전화했다. “선생님, 드디어 5년 만에 연 1만권 파는 베스트셀러를 만들었습니다.” “그래! 조정래 선생은 한 달에 1만권 파는 책이 수두룩해.”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딸 왈. “아빠, 나 학교 그만 둘래.” “그러세유. 단 조건이 있다.” “먼데.” “1주일에 한 권씩 독서.” “그럼 한 권 읽을 때마다 1만원씩 줘.” “당근.” 어떤 사람이 숭례문에 불을 질렀다. ‘내 이놈을.’ 택시회사를 사직했다. 승부를 걸겠다. 이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전업 건축평론가. 굶어 죽을 가능성이 많은. 아지트를 대전으로 옮겼다. 사통팔달. 여관비와 휘발유 값을 감당 못하니.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이용재 글, 디자인하우스 펴냄)을 냈다. 책 한 권에 1500만원이 들어갔다. 수록된 지역은 30곳이지만 100곳 다녀 보고 추린 거다. 눈 오면 다시 간다. 꽃 피면 또 간다. 낙엽 져도 가고. 자살은 늘어가고. “딸, 가장 큰 불효가 머냐?” “공부 안 하는 건가.” “아니, 부모보다 먼저 가는 거.” “알았어.” 이 시대 가장들은 인문학 기행을 해야 한다. 우리 선비들이 지난 시절 얼마나 고단한 인생을 살았는지를 보여 주는 게 어떤 정신 치료약보다 효과가 있다. 지난주 딸과 처음 흑산도를 찾았다. 목포에서 두 시간. 우리 시대의 선비 정약전 선생은 아무런 죄도 없이 이 오지에서 16년 귀양 살다 간 거다. 얼떨결에 지천명에 이르렀다. 센 놈은 하늘에서 전화가 온다고 하던데. 전화가 왔다. “야.” “예.” “까불지 마라.” “아, 예.” 이제 가훈을 바꿨다. 까불지 말자. 가로 열고. 다침. “아빠, 인문학적인 건축이 뭐야?” “자연 속에 들어가 자연을 완성하는 건축.” “아빠, 적자보면서 까지 책내는 이유가 뭐야?” “엄마한테 복수하려고. 인세로 엄마 연봉을 넘어서는 게 아빠 꿈이걸랑.” “내가 보기엔 안 될 거 같은데.” “안 되면 말고.” 1만 4800원. 이용재 전업작가
  • 1500마리 참돌고래떼 울산 앞바다에 나타났다

    1500마리 참돌고래떼 울산 앞바다에 나타났다

    울산 앞바다에서 참돌고래떼가 발견됐다. 울산 남구는 다음달 고래축제를 앞두고 지난 13일 첫 시험 운항에 나선 ‘고래바다 여행선’의 항해 과정에서 1500여마리의 참돌고래떼를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고래바다 여행선은 이날 오후 3시30분 우리나라의 옛 포경 전진기지였던 장생포항을 출항한 지 1시간여 만에 동구 방어동 울기등대 3.2마일 해상에서 유영하는 참돌고래떼를 발견했다. 몸길이 2m 안팎의 참돌고래는 2~3마리씩 짝지어 배 옆에서 유영하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때로는 7~8마리가 동시에 수면 위로 뛰어오르며 바닷물을 뿜어 내는 장관을 연출했다. 예고없이 펼쳐진 참돌고래떼 쇼는 20여분간 지속됐다. 이날 첫 운항에 나선 고래바다 여행선은 귀빈실, 세미나실, 영화관실, 선상공연장, 휴게실, 의무실 등을 갖추고 150여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고래바다 여행선은 다음달 14~17일 열리는 제15회 울산고래축제에 투입된다. 고래축제 이후에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2회씩 운항할 예정이다. 김두겸 남구청장은 “고래바다 여행선의 처녀운항에서 이렇게 많은 고래떼를 발견한 것은 남구가 고래탐사 관광지로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면서 “이번에 발견한 고래떼는 고래관광사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길조라고 생각하고 더 많은 고래 관련 인프라 확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SPECIAL 편지] 고래, 바다가 보내는 편지

    [SPECIAL 편지] 고래, 바다가 보내는 편지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겨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김남조, <편지> 《삶과 꿈》 잡지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원로 시인 김남조 선생님의 시 <편지>로 이 글을 시작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부치지 않은 편지겠지요. 하지만 편지가 사람만의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사람과 함께 사는 자연도 편지입니다. 마당에 꽃밭을 가진 사람은 철마다 피는 꽃밭이 보내는 꽃의 편지를 받고 논농사를 짓는 농부는 땅의 편지를, 나무 농사를 짓는 사람은 나무의 편지를 받습니다. 삼면이 바다를 가진 우리에게는 바다가 보내는 편지도 있습니다. 바다는 날마다 파도로 평화의 편지를 보내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사람들에게 분노할 때는 해일이나 쓰나미 같은 편지를 씁니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바다의 편지를 받습니다만,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면 그곳에 또 다른 바다의 편지가 있습니다. 고래! 그렇습니다. 고래도 바다의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받는 사람은 사실 ‘행운의 편지’를 받는 것이지요. 고래의 편지는 받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귀신고래 회유해면’이란 천연기념물 126호를 가진 고래도시 울산광역시의 앞바다 동해는, 예부터 ‘고래바다’(鯨海)라고 불리는 바다입니다. 최근 그 바다에 낫돌고래 수천 마리가 모여들어 다시 한 번 고래바다라는 이름에 명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고래 한 마리는 바다가 보내는 한 문장의 편지이지만 수천 마리의 돌고래가 동시에 유영하는 것은 바다가 우리에게 보내는 긴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필자와 함께 최초로 받아본 김종경 시인(《울산신문》 大記者)은 그 감동을 이렇게 들려줍니다. “울산 앞 바다는 역시 고래바다였다. 수천마리의 돌고래가 유유히 유영하고 있었다. 파도가 만드는 리듬을 즐기는 듯했다. 물굽이를 오르내리며 도레미파솔라시 7음계를 끝없이 연주하는 듯했다. 물 속에서 수면 위 1m쯤 높이까지 치솟았다가 가라앉았다가를 반복하며 바다를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고래나라에 초대받아 대대적인 환영인사를 받는 것 같았다. 환영인사치고는 전대미문의 쇼, 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너무나 황홀했다. 환상적이었다.” 그런 바다의 편지를 받아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황홀’과 ‘환상’을 이야기 합니다. 바다가 돌고래를 통해 보내는 편지는 음악편지일 수도 있습니다. 돌고래의 검은 등은 검은 음반이고 하얀 배는 하얀 건반입니다. 바다는 수천 개의 건반으로 ‘바다 환상곡’을 연주해 우리에게 음악편지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다의 편지는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어야 그 연주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김종경 시인의 황홀감은 계속됩니다. “서너 마리에서부터 수십 마리가 대열을 맞춰 다녔다. 그러다가 수면 아래 얕은 곳을 잽싸게도 지나갔다. 치솟았다가 가라앉았다가를 되풀이했다. 대열을 바꾸는 솜씨가 남달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종대에서 횡대로 뒤집었다. 거대한 열병식을 보는 것 같았다. 파도를 타는 재주가 너무나 날렵했다. 거침이 없었다. 그 모두가 종횡무진 장엄을 이뤘다.” 파도가 치는 거친 편지지 위에 또박또박 쓰는 편지. 수천 문장을 한꺼번에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소개한 김남조 시인의 시처럼, 사람이 한 구절을 다 읽으면 또 한 구절을 쓰는 바다의 편지. 아아, 그렇다면 바다는 지금 누군가와 열애 중이며, 그건 사랑의 편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눈으로 그 아름다운 편지에 감춰진 뜻까지는 읽어내지 못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사람의 편지는 종이 위에 쓰는 평면이지만 바다의 편지는 살아 움직이는 입체적인 편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바다를 가진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것이 제 운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의 생명은 바다에서 온다고 믿습니다. 또한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의 영혼은 바다로 돌아간다고 믿습니다. 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1878~1967)는 시인은 원래 바다 동물이었는데 진화하여 육지에 산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제 생각을 덧붙인다면 바다의 편지가 되었던 고래들만이 시인으로 진화해 오는 것입니다. 바다의 편지는 읽을 줄 아는 눈과 귀와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읽는 편지입니다. 이건 저속한 연애편지도 아니고, 구태의연한 편지도 아닙니다. 최고의 메타포(은유)를 담아 보내는 바다의 편지며 하늘의 편지입니다. 바다에서 목숨을 걸고 사는 사람들은 바다의 일이 하늘의 일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도 바다의 편지에 답장을 쓰지 못하지만 수천 년 전 글을 몰랐던 선사인들은 그 바다의 편지를 바위그림으로 새겨놓았습니다. 그것 또한 고래바다로 흘러들어오는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중상류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입니다.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에는 세계 최초인 50여 점의 고래 그림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학자들은 아직까지 고래를 새긴 이유를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한때 바다의 편지였던, 고래에서 시인으로 진화해 온 사람들은 그것이 바다의 편지에 대한 답장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역사시대 이후 편지는 문자로 써지지만 문자 이전의 편지는 바다의 편지처럼 자연의 편지처럼 우리에게 참으로 아름다운 은유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편지에는 답장보다는 시와 음악과 그림만이 답장일 것이라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오늘은 당신과 함께 바다로 나가 그 편지를 읽고 싶습니다. 글 · 사진 정일근 기획위원
  • 본질 꿰뚫는 시어… 그림속엔 삶의 철학

    본질 꿰뚫는 시어… 그림속엔 삶의 철학

    고은(76) 읽기는 참 쉽다. 어린아이처럼 해맑고 순수한 언어로 일견 복잡다단해 보이는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낸다. 명쾌한 표현으로 이뤄낸 핵심의 접근은 차가운 겨울 새벽, 우물물 받아 놓은 세숫대야에 손 담근 듯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하지만 고은은 대단히 어렵다. 울근불근 치솟는 원시의 생명력으로 지금, 여기를 꺼이꺼이 부르짖다가도 또 한편에서는 마치 현학의 극치를 자랑하듯 동서의 고전과 역사, 철학 등 인류 지성의 축적물을 무시로 넘나들기 일쑤다. 반도의 삶에 바탕하여 대륙을 내달리고, 전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그를 평가하기는커녕 제대로 읽기조차 어려운 까닭이다. 150여권의 저서를 가진 다작의 시인이자, 10여개국 언어로 번역돼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은 지난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이에 맞춰 많은 이들이 고은 읽기와 고은 평가에 도전했다. 하지만 고은이 쉼없이 진화하듯 그에 대한 평가와 도전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은의 대표적인 시를 정리한 시선집 ‘오십년의 사춘기’(김형수 엮음, 문학동네 펴냄)와 그가 직접 그린 그림 35점이 담긴 아포리즘 에세이 ‘개념의 숲’(신원문화사 펴냄)이 잇따라 나왔다. ‘개념의 숲’에는 ‘쉬운 고은’과 ‘난해한 고은’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고은은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괴롭히거나, 있는 듯 없는 듯 벗하고 있는 숱한 언어들의 개념을 차곡차곡 정리한다. 그는 ‘개념’을 두고 ‘개념은 발전한다. 개념은 본질을 포착한다. 개념은 비본질도 포착한다. 개념은 모든 현상 속에서 모호해진다, 확실한 낙조가 흐리멍덩한 어둠으로 변하는 것처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거친 바다를 헤치는 배를 직접 타본 이와, 책으로만 바다를 알고 있는 이가 갖고 있는 ‘바다에 대한 개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객관성을 지향하면서도 주관의 영역에 머물 수밖에 없는 ‘개념’의 한계를 고은은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예술에 반드시 필요하다. 권력에 반드시 불필요하다.’고 개념 정리한 단어는 바로 ‘광기’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공산주의’는 ‘인류의 꿈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류의 한 재앙이다. 25세기 그 시대에는 단계적으로 실현되리라.’고 규정했다. 구현에 실패한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절망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인류사적 지향점임을 명확히 했다. 여기에 1950년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기 전까지 화가를 꿈꿨다는 그가 붓으로 풀어낸 세계도 시 못지않게 진한 사유가 배어 있다. 그림 또한 쉬우면서도 어렵다. 시인 김형수가 엮은 ‘오십년의 사춘기’는 고은의 시를 시기별로 3부로 나눠서 각각 15~16편씩 담았다. ‘고은 시험’이 있다면 수험서 역할을 할 만하다. 실제 고은의 삶과 사유의 진화 흐름을 독자들이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4부 ‘많은 사람들’에는 ‘만인보’ 에서 20편을 골랐다. 김형수는 서문에서 “고은의 시를 고르는 일은 흐르는 강에서 물 한 바가지를 퍼오는 격”이라면서도 “시집 한 권으로 고은 미학을 개괄하고자 하는 욕심, 그의 문학적 유골로 추정될 몇 토막을 지금 시점에서 추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부 ‘집을 버리다’의 ‘폐결핵’, ‘사치’ 등 시편에서 고은이 보여 주는 인간적인 흔들림과 고뇌는 2부 ‘외치다’에서 좌충우돌 세상과 불화를 자청하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3부 ‘다시 길을 가다’에서는 비판은 원숙함 속에서 더욱 통렬해졌고, 사유의 깊이는 종횡무진이다. 지난해 쓰여진 ‘개밥을 주면서’는 풍자시의 전형을 보여 준다. 고은의 진화를 얼핏 맛보기라도 하는 데에는 대표시 모음이 제격일 게다. 하지만 그의 철학적 사유와 사상의 흐름을 접하기에는 직접 쓰고 그린 책이 딱 맞춤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울산 앞바다는 ‘고래 안방’… 작년 13회 발견

    울산 앞바다는 ‘고래 안방’… 작년 13회 발견

    울산 앞바다에 고래떼가 노닌다. 7일 울산시에 따르면 고래연구소와 공동으로 고래회유 경로 및 고래관광 타당성 조사를 위해 2008년 한 해 동안 동구·북구 연안(20㎞)에서 총 28차례에 걸쳐 고래탐사를 벌인 결과 46%인 13차례나 고래를 발견했다. 이 기간 울산 앞바다에서는 참돌고래 및 밍크고래 5회, 낫돌고래 2회, 상괭이 6회 등 13회에 걸쳐 3000여마리가 목격된 것으로 집계됐다. 참돌고래는 수백마리씩 떼지어 다닌 것이 목격됐고, 낫돌고래도 수십~수백마리씩 유영하다 발견됐다. 상괭이는 20~30마리씩 한꺼번에 몰려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김장근 고래연구소장은 “고래탐사 경험이 축적되면서 고래 발견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 종류의 고래가 여러 차례 발견된 것은 울산 앞바다가 고래탐사 관광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시는 고래연구소와 공동으로 연초부터 돌고래 이동경로 위성추적과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선(70t급) 공동탐사를 시작한 데 이어 오는 4월에는 260t급 고래관광선을 띄운다. 앞서 울산 남구청은 6일 부산항 제5부두에서 오는 4월 출항할 고래관광선(260t급 해상탐사선)을 국립수산과학원으로부터 인수받아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다. 고래관광선 탐구 5호는 울산 연안을 유영하는 고래탐사와 관광을 병행할 예정이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울산 고래관광 첨단화

    울산 고래관광 첨단화

    무인 비행선이 하늘에서 울산 앞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의 위치를 알려준다.이 신호를 받은 고래탐사선이 관광객을 싣고,푸른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는 고래의 뒤를 쫓는다. 국립수산과학원과 울산시는 내년부터 본격 시작될 고래관광사업을 앞두고 고래탐사 무인비행선 시험 비행과 관광선으로 이용될 해상탐사선 탐구5호 사용 협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무인 비행선(길이 11m,폭 3m)은 기체 아래 고해상도의 영상 및 사진 촬영 카메라 등을 설치해 최고 시속 70㎞의 속도로 4시간 동안 울산 앞바다를 누비며 고래의 움직임 등을 정밀 탐사하게 된다. 무인 비행선이 찍은 고래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를 관광선에 전송하면,관광선은 이를 토대로 고래의 위치를 찾아 움직이게 된다. 그동안 연안에서 고래 출몰이 일정하지 않아 운이 좋아야 고래를 눈으로 볼 수 있었지만,비행선 운행으로 앞으로는 허탕치는 일이 줄게 됐다. 배헌민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생태연구과장은 “무인 비행선은 원래 해상의 적조나 해양 생태계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도입됐는데,이번에 고래탐사를 위해 개조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희생정신보다 시스템·기술이 먼저

    허정무 감독이 ‘해외파’ 점검을 위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잉글랜드에 갈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니까 허 감독은 박지성, 설기현, 김두현을 확인하러 가는 길이 아니다.잠시 독일에 들러 이영표를 면담할 계획도 잡혀 있는데, 그 앞뒤로 박주영이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AS모나코의 경기를 두 차례 관전하는 게 기본 계획이다. 요컨대 해외파 전체가 아니라 박주영을 점검하러 나선 것이다. 중요한 여정이다. 극심한 골 가뭄을 겪고 있는 대표팀 상황에서 프랑스 리그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박주영은 역시 중요한 공격 카드이기 때문이다.텔레비전 중계로 다 볼 수 있는데 거기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이는 단견이다. 대표팀 감독의 입장에서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써가면서 경기 전체를 조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그런데 한 가지 참견을 하자면, 흔히 말하는 ‘컨디션 파악’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박주영이 프랑스 리그 데뷔전에서 1골 1어시스트라는 아름다운 성취를 보여줬을 때 축구협회의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지난 2년간 ‘정말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활약이 미미했는데 가자마자 저렇게 잘하니 꿈인가 싶더라.”고 감회를 밝힌 적이 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냉소적으로 해석하자면, 평소 이 위원장과 허 감독이 지론으로 밝혀온 ‘정신력’과 ‘국가관’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왜 갑자기 저렇게 잘하나.’하는 아쉬움이 배어 있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이 위원장은 “해외파 선수들이 대표팀에 오면 안 뛴다는 얘기가 들려온다.”고 밝히면서 “사명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감독의 과제”라고 특별히 주문한 적이 있다.허 감독도 “투사의 마음을 갖고 희생할 수 있는 정신”을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박주영이 ‘갑자기’ 잘 뛰는 이유는 정신력 때문이다. 해외로 나가면서 뭔가 동기를 찾았다는 뜻이다. 물론 축구계 대선배의 덕담을 이렇게 냉소적으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할 것이다.‘꿈인가 싶더라.’는 원로의 소회 그대로 큰 물고기가 넓은 물을 만나 마음껏 유영하는 모습이 보기에 흐뭇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주영을 비롯한 해외파 선수들을 어떤 관점에서 파악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해석의 정답이 갈릴 수 있다. 만약 허 감독이 ‘정신력’이란 관점에서 해외파를 점검하고 그런 맥락에서 대표팀 소집 이후에 ‘희생정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일관한다면 앞서 언급한 냉소적인 해석이 맞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해석이 들어맞았다고 해서 결코 좋아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 축구가 뒷걸음질치는 길이다.중요한 것은, 이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면,‘선수가 맞나’ 싶을 만큼 미비한 선수가 어떻게 ‘꿈인가 싶을’ 정도로 잘 뛰게 되었을까 하는 점을 시스템과 기술의 차원에서 분석하는 것이다.허 감독이 유럽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바로 그런 기술의 측면이다.박주영은 현지에 급파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템포가 빠르고 패스의 타이밍과 질, 정확도가 좋다. 미드필드에서 만들어가는 플레이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만약 박주영을 대표로 선발할 생각이라면 ‘희생정신’ 같은 관념적인 지도가 아니라 이처럼 실사구시적인 그라운드의 전술과 시스템부터 구상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대표팀 감독의 몫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박태환 모델기용 기업 ‘함박웃음’

    박태환 선수가 한국 수영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자 박태환을 모델로 내세운 기업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박태환을 모델로 ‘올림픽 생각대로 하면 되고’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SK텔레콤은 박태환을 공식 후원하는 기업으로서 어느 기업보다 기뻐하고 있다.SKT는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자 국민들이 박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축하하는 내용으로 제작한 광고를 11일자 주요 일간지에 내보내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SKT는 박태환이 가지고 있는 ‘젊음’,‘리더’,‘세련됨’의 이미지가 대표 브랜드인 ‘생각대로 T’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 박 선수를 활용한 마케팅에 신경을 쓰고 있다.SKT 관계자는 “박 선수가 이번에 금메달을 획득함에 따라 우리 SKT 광고가 올림픽 시즌의 최고의 광고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달 전부터 박태환 선수와 김연아 선수가 동시에 나오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국민은행도 이번 승전보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상은 했지만 금메달을 따니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김연아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있던 국민은행은 올림픽을 앞두고 메달 획득이 유력한 박태환 선수를 섭외해 ‘국민 동생들’이 처음으로 함께 나오는 광고인 ‘여름소년, 겨울소녀’편을 제작했다. 보통 광고를 시작한 뒤 2∼3편 정도 내보내는데 이번에는 올림픽을 전후해 5∼6편을 내보내는 등 재빠르게 대응했다. 롯데칠성도 5월 해양심층수 제품 ‘블루마린’을 출시하며 박태환을 모델로 영입했기 때문에 금메달 소식에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특히 박태환의 별명 ‘마린보이’가 ‘블루마린’이라는 상품명을 연상시키는 데다 TV광고도 박태환이 심해를 부드럽게 유영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 광고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칠성은 박태환의 추가 메달 획득을 기원하는 취지로 이달 말까지 자사 홈페이지 방문자 중 박태환 선수의 출전 결과를 맞히는 응모자에게 박태환의 사인이 담긴 수영모자와 블루마린 1박스 등 경품을 주는 ‘박태환의 수영모자를 잡아라’ 행사도 진행한다. 의류업체 베이직하우스는 전속모델인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자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고려중이다. 베이직하우스는 올해 1월 박태환을 모델로 기용, 카탈로그와 TV·지면광고에 등장시켰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Beijing 2008] ‘찬란한 문명’ 화려한 군무·디지털로 재현

    세계적인 거장 장이머우 감독이 총연출을 맡은 베이징올림픽 개회식 문화행사는 황허(黃河)문명으로 시작돼 5000년을 이어온 중국의 유구한 역사를 화려한 영상과 수천명의 군무, 첨단기법으로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오후 7시52분(이하 현지시간)에 시작해 9시7분까지 75분간 이어진 문화공연은 환희와 감동에서 출발해 전 인류의 희망으로 막을 내렸다.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의상과 형형색색의 폭죽은 중국의 웅장한 역사를 담은 대서사시를 더욱 빛나게 했다. 다양한 색채를 띤 빛의 향연과 사람의 몸짓과 함께 어우러진 대서사시는 관객들과 지구촌 TV시청자들의 눈을 시종일관 사로잡았다. 2008명의 고수들이 베이징의 올림픽 주경기장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 등장해 중국 전통 타악기인 ‘부(缶)’를 두드리며 힘찬 시작을 알렸다. 흰색, 파란색 빛을 뿜어내는 북소리와 함께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8시 정각이 되자 메인스타디움을 메운 9만 1000여명의 관중은 100년을 참아온 뜨거운 함성을 내질렀고, 수만 발의 불꽃이 베이징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악대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인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를 힘껏 외치며 세계를 향해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베이징 시내 29곳에서 솟아오른 폭죽은 발걸음을 옮기듯 메인스타디움으로 계속 다가오며 관객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이어 궈자티위창 내에서는 올림픽 오륜기가 입체적으로 세워지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의 전통의상을 입은 224명의 어린이 합창단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들고 나와 단합의 이미지를 과시했고,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합창했다. ‘아름다운 올림픽’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문화 공연의 1부는 ‘찬란한 문명’이 테마였다. 제지술을 처음으로 발명한 중화 민족의 우수성을 잔잔하게 전하면서 두루마리로 말리는 장면으로 영상은 시작됐다. 곧이어 폭 147m에 달하는 거대한 두루마리가 실제 주경기장 한가운데 펼쳐지기 시작했다. 두루마리가 펴지자 그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 인간 붓 역할을 하며 한 폭의 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손과 발이 두루마리를 스칠 때마다 중국 고유의 수묵화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후 중국의 4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활자인쇄술을 담아낸 공연이 이어졌다. 세계 유일의 상형문자를 사용하는 중국의 한자를 주제로 한 내용이었다. 수많은 활자판 속에 사람이 들어가 역동적이고 규칙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며 중국의 자랑거리인 한자의 변천 과정을 그려냈다. 특히 ‘화(和)’자의 변천 과정을 통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제창한 ‘허셰(和諧·화합)’ 의지를 드러냈다. 공자의 3000제자로 분장한 공연단이 중국 고대의 책인 ‘죽간(竹簡)’을 들고 나와 ‘공자의 제자는 모두가 하나의 형제’라는 구절을 외치는 퍼포먼스로 올림픽은 세계인이 펼치는 화합의 축제임을 강조했다. 활자판들은 중국의 자랑거리인 만리장성으로 변모하며 갈채를 받았다. 이 공연이 끝나자 13개월 동안 구슬땀을 흘렸던 사람들이 활자판 밖으로 나와 해맑은 웃음을 드러내며 관중과 함께 호흡하기도 했다. 드넓은 바다와 대륙으로 가로지르는 비단길과 중국 전통 명화들이 두루마리 영상에서 펼쳐졌고, 중국 전통 음악인 ‘예악’이 관객들의 귀를 자극했다. 이어진 경극에서는 세계 8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진시황릉에서 1㎞가량 떨어진 유적지인 병마용을 표현해냈다. ‘영광스러운 시대’로 명명된 2부는 중국이 배출한 천재 피아니스트 랑랑과 5살 어린이 피아니스트 라무쭈의 협연으로 시작됐다. 정치·종교·인종적 갈등과 차별이 전혀 없는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순서였다. 조선족·장족·위구르족 등 소수민족들이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며 화합을 강조했다. 베이징의 옛 이름인 ‘연경’을 뜻하는 제비의 모습을 담아내는 군무가 함께 펼쳐졌다. 제비의 모습은 어느새 궈자티위창의 모습으로 바뀌며 탄성을 자아냈다. 이어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하는 태극권 공연도 잔잔하게 이어졌다.2008명에 달하는 허난성 무술학교 학생들이 등장해 역동성을 불어넣기도 했다. 우주인이 베이징 밤하늘을 유영하며 등장한 뒤 궈자티위창의 바닥이 열리며 무게 16t, 높이 24m에 달하는 거대한 지구 모형이 떠올랐고, 와이어를 이용해 지구를 도는 지구인의 모습을 통해 역대 최장의 성화 봉송 과정을 재현하는 한편, 정치·종교·인종적 갈등과 차별이 전혀 없는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베이징 올림픽특별취재단 jenuesse@seoul.co.kr
  • [홍두식의 루어낚시 따라잡기] 안성 고삼지

    안성의 고삼지는 경기도 송전지, 신갈지 등과 함께 경기도 3대 대형 저수지로 꼽힌다. 수면적 약 280만㎡로 송전지에 이어 두 번째 크기다. 제방에서 최상류까지 직선거리 3.5㎞, 저수지 둘레는 약 18㎞나 된다. 수질은 다른 저수지에 비해 비교적 맑은 편. 떡붕어 낚시터로 널리 알려져 있어 대낚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3∼4년 전 배스들의 원인 모를 떼죽음으로 인해 한동안 배서들이 발길을 돌렸지만, 최근 봄 산란기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워낙 방대한 수면적과 130여개에 달하는 수상좌대가 설치돼 있어 도보 낚시보다 트롤링 모터가 달린 나룻배를 이용한 낚시가 많이 이뤄진다. 낚싯배는 현지에서 손쉽게 빌릴 수 있다. 배터리를 포함, 하루 사용료는 5만원. 개인용 땅콩보트나 고무보트를 띄우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고삼지 남쪽 중상류, 밤나무골에서 서삼초교 앞까지 삼은리 일대는 평균수심 1m 내외 지역으로 산란기 때 고삼지의 모든 물고기들이 이곳으로 몰린다는 말이 있을 만큼 좋은 포인트다. 월향리(향림)라 불리는 중류는 논이 수몰된 지역. 수초와 갈대가 산재돼 있어 봄철 산란터로 인기가 높다. 팔자섬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좌대가 있어 낚시꾼이 없는 좌대 주변을 공략한다면 씨알 좋은 배스를 낚을 가능성이 높다. 수초들이 있는 수심 얕은 연안지역을 지그헤드 채비나 와키 리그 등의 웜 채비를 캐스팅한 다음, 수초에 걸렸다 빠지는 듯한 액션을 연출하다 정지한다. 길게는 10∼20초 정도 정지해 있을 때 배스가 반응하는 패턴을 보이는데 산란 후 알자리를 지키는 수컷 배스들은 먹이 활동보다 알자리를 보호하려는 습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빨리 유영하는 루어나 액션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알자리로 짐작되는 곳에 웜이나 러버지그 등을 캐스팅한 다음, 가만히 놔두는 기법만이 산란철 배스를 자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 시기에는 산란 배스를 노리는 것이 씨알면에서 앞선다. 마침 먹이활동 시간대를 만난다면 낙하하는 루어에도 활발한 반응을 보인다. 주로 잔씨알이 주류를 이루긴 하나, 산란을 끝내고 회복을 위해 먹이를 찾는 40㎝ 이상의 중대형 배스도 심심찮게 낚인다. 탐색 루어로 알려진 스피너베이트나 미노 등 유영하는 하드베이트류보다는 포인트를 꼼꼼하게 뒤질 수 있는 노싱커웜이나 지그 종류가 더 주효한 산란 시즌이다. (사)한국스포츠피싱협회 홍보이사
  • 필리핀 보홀섬 보석처럼 빛나다

    필리핀 보홀섬 보석처럼 빛나다

    스페인의 탐험가 마젤란이 처음 발을 디뎠다는 필리핀 제2의 도시 세부를 출항한 배가 하늘빛을 훔쳐 풀어 놓은 듯한 잉크빛 바닷물을 가르며 달려간다. 필리핀을 구성하고 있는 7107개의 섬 가운데 ‘숨겨진 보석´이라는 보홀섬을 찾아가는 길이다. 필리핀에서 열 번째로 큰 섬. 원주민들이 싣고 가는 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뱃전에서 꾸벅꾸벅 졸던 여행자 머리 위로 몽실몽실 꿈이 피어난다. 산호초 바다 위를 두둥실 떠다니며 한없는 자유를 만끽하는 그런 꿈이다. 느닷없이 솟아오른 돌고래가 튀긴 바닷물에 눈을 떠보니 닭 울음소리만 요란하다. # 돌고래의 고향 파밀라칸 타그빌라란 항구에 내려서자 열대지방 특유의 풍경이 여행자를 반긴다. 도시 곳곳에서 운동회라도 열리는 듯 삼각형 깃발들이 펄럭인다. 홈커밍 시즌을 알리는 깃발이다. 우리네 명절처럼 가족들이 모일 기회가 없는 필리핀 섬주민들은 5월1일∼6월 초 외지에 나갔던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돌고래가 살고 있다는 파밀라칸섬까지는 보홀섬에 내려 연륙교로 팡라오섬까지 간 다음, 원주민 배를 얻어 타고 40분가량 더 들어가야 한다. 참치, 오징어 등 좋아하는 먹이가 많아 스핀 돌고래 등 11종의 돌고래가 아예 이 부근 해역을 집 삼아 살아간다.3∼6월 사이엔 간혹 거대한 고래가 출몰하기도 한다. 돌고래는 취식 시간인 아침 6∼8시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멀리 파밀라칸섬의 야자수가 흐릿하게 보일 때쯤 돌고래 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30∼40마리는 족히 넘어 보인다. 녀석들은 물 위로 나오는 순간 “푸우∼” 하며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쉬었다. 배고픈 소가 허겁지겁 여물을 먹으며 내뿜는 가쁜 숨소리를 닮았다. 귀찮다는 듯 슬금슬금 배를 피하는 어른 돌고래와 달리, 어린 녀석들은 신이 났다. 경주하자는 듯 배 옆쪽으로 바짝 달라붙어 달리는데, 절대 배에 뒤지는 법이 없다. 수면 바로 아래를 빠른 속도로 유영하다, 어느 순간 꼬리지느러미를 힘차게 흔들며 대기중으로 솟구쳐 오른다. 자유를 만끽하는 듯도 하고, 자신이 속할 수 없는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의 몸짓으로도 보인다. 영화 속 ‘프리 윌리´처럼 환상적인 점프는 아니었지만,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야생을 느낀다는 것은 이방인에겐 짜르르한 감동이었다. 파밀라칸 인근 어류보호지역에서 즐기는 스노클링도 각별한 재미다. 연한 연둣빛 바다에서 놀고 있는 강렬한 원색의 작은 물고기들과 만날 수 있다. 간간이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흰동가리의 모습도 눈에 띈다. 잠수가 목적이라면 성에 차지 않겠지만, 처음 스노클링에 도전한 사람이라면 그 작고 앙증맞은 것들의 유희에 넋을 놓게 된다. # 작고 앙증맞은 맹수-타르시어 원숭이 보홀섬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야생 동물이 타르시어 원숭이다. 원주민들은 ‘마오막´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겐 안경원숭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 몸길이가 13㎝에 불과한 데다 눈 하나가 머리 전체 크기보다 커 붙은 별명이다. 원주민들이 화전을 일구기 위해 서식지를 파괴한 데다, 사람들이 키우는 집고양이들에게 잡아먹히는 등 수난을 겪다 현재 1000여마리 정도가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수명은 20년 정도.11∼3월 사이 짝짓기를 한 다음,6개월 임신기간을 거쳐 한 마리의 새끼만 낳는다. 인위적으로 서식지를 옮기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는 탓에 보홀섬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타르시어´란 이름은 뒷다리에 붙은 ‘타르살´이란 작은 뼈에서 비롯됐다. 메뚜기 뒷다리를 닮은 이 뼈 덕에 녀석은 자기 체구보다 몇 배 높이 뛰어올라 메뚜기, 나비 등 곤충들을 사냥할 수 있는 것. 사냥꾼으로서 갖춰야 할 요건들은 빠짐없이 갖췄다. 포식자와 피식자의 구분은 눈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피식자의 경우 대부분 눈이 머리 양쪽에 붙어 있다.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천적들을 살피기 위해서다. 포식자의 눈은 이와 반대. 일렬로 나란하다. 피식자의 움직임에만 주목하기 위해서다. 선해 보이는 녀석의 눈 또한 마찬가지. 직선으로만 보는 단점은 유연한 목이 뒷받침해 준다. 좌우 180도, 모든 방향으로 목을 돌릴 수 있다. # 전설 품고 명소로 거듭난 초콜릿힐 보홀 지역을 소개하는 책자에는 거의 예외없이 맨 앞장에 등장하는 명소가 초콜릿힐이다. 우리나라 경주의 고분군 모양을 한 언덕들이 보홀섬 중앙 대평원을 에워싼 채 수없이 솟아나 있다. 그 수가 무려 1268개에 달한다는데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건기(12∼5월)가 되면 녹색의 풀이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그 모습이 ‘키세스 초콜릿´을 닮았다 해서 ‘초콜릿힐´이라고 부른다. 거인 ‘아로고´에 잡혀온 ‘알로야´라는 여인의 눈물이라는 전설도 전해져 온다. 현지 관계자는 고대 산호초 퇴적물이 융기와 부식, 풍화작용을 거쳐 생성됐다고 전했다. 가장 규모가 큰 해발 550m짜리 언덕 위에 전망대를 마련해 뒀다.214개의 계단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초콜릿힐이 펼쳐진다. 정상 가운데 종을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 그 밖의 관광명소 초콜릿힐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로복강은 ‘보홀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많은 주민들이 이 강에 기대어 살아간다. 총길이는 21㎞. 로복강 선상투어는 로아이대교 선착장부터 3㎞ 구간에서 이뤄진다. 배가 원시림을 지나는 동안 밴드 공연을 들으며 느긋하게 식사할 수 있다. 단, 맛은 기대하지 마시라. 이밖에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교회건물 중 하나인 바클레욘 성당, 거대한 마호가니 숲인 맨메이드 포레스트, 스페인 총독과 보홀 족장이 피를 나눠 마셨다는 혈맹기념비 등이 있다. 글·사진 보홀(필리핀)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 필리핀항공이 인천공항에서 세부까지 수·목·토·일요일 주 4회 운항(4시간)한다. 세부에서 보홀까지는 페리(1시간40분 소요)를 이용한다.2등석 400페소. 시설이용료 20페소. ▶현지 교통 : 지프니와 오토바이를 개조한 트라이시클, 택시 등이 있다. 지프니는 기본 6페소,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트라이시클도 기본 6페소,1㎞마다 1페소를 더 내야 한다. 대개 흥정을 통해 요금을 정한다. ▶비자 및 화폐 : 비자 없이 21일간 체류할 수 있다. 화폐는 페소. 원화에 20을 곱하면 계산이 편하다. 소액권을 많이 환전해 가야 여러모로 유용하다. 달러는 통용되지 않는 곳이 많다. ▶기후 : 평균 기온 27도로 후텁지근하다.6∼10월은 우기라 스콜이 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쇼핑 : 보홀은 물가가 싸지만, 살 것이 많지 않다. 대부분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세부의 SM몰을 이용한다. ▶숙소 : 알로나 팜 비치, 팡라오 아일랜드, 에스카야 풀 빌라(이상 5성급), 보홀 비치 클럽, 플로싱 메도(이상 4성급), 아마렐라 부티크(3성급) 등이 있다. ▶여행상품 : 온필(www.onfill.com)은 마닐라·보홀 패키지 투어(마닐라-보홀 항공 포함)를 89만원(4일),96만원(5일)에 판매하고 있다. 왕복항공권, 호텔(조식 포함), 초콜릿힐, 안경원숭이 등이 포함된 보홀 데이투어와 파밀라칸 돌고래 관람, 가이드 및 기사팁, 현지 공항세 등이 포함돼 있다. 세부를 경유해 보홀로 가는 패키지는 왕복 배편을 포함해 85만원부터. 보홀 지역에서만 운용하는 여행상품도 판매 중이다.1544-0008.
  • [4·9 총선-무소속들 약진] 한·민주 리턴매치 승자는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통합민주당 후보의 재대결로 접전을 치른 곳이 많았다. 수성과 탈환, 연승과 연패의 희비가 교차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선·후배가 세 번째로 격돌한 서울 서대문갑에서는 한나라당 이성헌 후보가 현역인 민주당 우상호 후보를 5000표가량 따돌리고 4년 만에 금배지를 탈환했다. ‘젊은 피’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던 성동을에서는 한나라당 김동성 후보가 2500표가량 앞서며 민주당 임종석 후보의 3선을 저지했다. 노원갑과 노원을에서도 한나라당 현경병 후보와 권영진 후보가 각각 민주당 정봉주·우원식 후보를 상대로 설욕에 성공했다. 마포을의 한나라당 강용석 후보도 민주당 정청래 후보의 재선을 막았다. 네 번째 맞대결이 치러졌던 부천 원미을에서는 한나라당 이사철 후보가 8년의 와신상담 끝에 16∼17대 의원이었던 민주당 배기선 후보를 1만표가량 따돌리고 역대전적 2승2패로 국회에 재입성했다. 인천시 정무부시장 출신끼리 재대결했던 인천 남구갑에서도 한나라당 홍일표 후보가 현역인 민주당 유필우 후보에게 ‘멍군’을 불렀다. 지난 총선 당시 ‘탄핵 역풍’을 뚫고 광명을에서 당선됐던 한나라당 전재희 후보는 개표 시작 2시간도 안돼 민주당 양기대 후보와 20%포인트가량 차이를 벌리며 일찌감치 수성에 성공했다. 안양 동안을의 한나라당 심재철 후보도 민주당 이정국 후보를, 인천 남동갑의 한나라당 이윤성 후보도 민주당 신맹순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금배지를 지켰다.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부산에서 당선했던 민주당 조경태 후보는 사하을에서 다시 만난 한나라당 최거훈 후보를 제쳤다. 경기 군포의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검사 출신 한나라당 유영하 후보를 거푸 누르고 3선의 영예를 안았다. 고교·대학 선후배이자 의원-보좌관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무소속 현경대 후보와 민주당 강창일 후보의 제주갑 대결에선 강 후보가 지난 총선에 이어 5선의 현 후보를 따돌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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