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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고용 불안 OECD 13개국 중 최고

    한국 고용 불안 OECD 13개국 중 최고

    정부와 여당이 하반기 최대 과제로 노동 개혁을 내세우면서 개혁의 방향성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21일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확보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성패를 좌우하는 ‘유연·안정성’에 대한 평가와 합리적인 확보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청년실업 등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이 동시에 확보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적자원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재배분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능력으로, 통상적으로 해고의 용이성, 임금 결정 방식과 조정 가능성, 유연한 근로시간 등이 기준이 된다. 반면 노동시장 안정성은 고용 보장과 실업급여 등 사회적 안전망 혜택 여부 등을 토대로 평가된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지 않고 현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 “유연성 확보와 이로 인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안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노동자의 근속기간은 5.6년으로 가장 짧았다. 남성 노동자는 6.7년, 여성은 4.3년에 불과했다. 프랑스(11.4년), 독일(10.7년), 스페인(10.4년), 네덜란드(9.9년), 오스트리아(9.6년) 등에 비해 노동시장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금 교수는 “대기업 사무직의 50세 전후 명예퇴직, 중소기업 노동자의 빈번한 이직, 영세사업장의 잦은 파산이나 폐업 등으로 고용이 불안한 상황”이라면서 “사회적 부작용을 불러오는 양적 유연화가 아닌 기능적 유연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될 당시 정부가 주장했던 ‘일반적인 고용해지 기준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일반 해고 요건 완화)은 양적 유연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성과 중심 임금 체계로의 개편, 탄력적 근무시간제 도입, 전환배치 확대 등은 기능적 유연화로 분류된다. 지난 4월까지 진행됐던 노사정 대타협 논의 내용에 대해 발표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취업규칙 변경, 통상 해고 절차 마련 등은 노사정 간 이견이 극심하고 적용 과정의 문제 및 효과에 대한 예측이 충분치 않아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앞으로 노사정 대화의 특성상 쟁점에 대한 자율조정이 힘든 상황이라면 제3의 전문가그룹이 공공적 관점에서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가 22일 당·정·청 협의를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르면 다음달부터 진행될 2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의 내용이 주목된다. 노사정 대화를 복구할 것인지, 아니면 여당의 독자적인 입법이나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정 등으로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노동개혁이 추진되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일반 해고 지침 등 노동시장 유연화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밖에도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사회안전망 강화 등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를 진행하던 노사정은 지난 4월 취업규칙 변경 및 통상 해고 절차 마련 등 일부 핵심 쟁점에 대한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논의를 중단했다. 노사정 대화를 이끌어야 할 노사정위원장 자리는 노사정 대타협 결렬의 책임을 지고 김대환 전 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석 달 넘게 공석이다. 이후 정부는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독자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강행하고 있다. 하지만 1차 노동시장 추진 방안에는 노사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규제 합리화, 이른바 ‘쉬운 해고’라고 불리는 배치전환·계약해지,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은 제외됐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씨줄날줄] 그리스 ‘직접민주주의’의 퇴행/구본영 논설고문

    서구 문명의 요람이었던 그리스 국민들의 생활고가 요즘 말이 아니다. 국가 부도(디폴트) 상황을 맞아 은행마다 시민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뱅크런(예금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하루 60유로(약 7만 5000원)로 인출을 제한하면서다. 소비가 70%가량 줄고 가게들이 문을 닫자 멀쩡한 차림의 시민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그리스가 부채상환 불능 상태에 빠진 근본 원인은 뭘까. 두말할 것 없이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의 적폐다. 이번에 좌파 시리자 정권이 사고를 쳤지만, 좌우파를 막론하고 지난 수십년간 포퓰리즘 경쟁을 해 왔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그리스는 북유럽 국가들이 울고 갈 정도로 후한 연금과 고용보험의 혜택을 누리는 ‘복지 천국’이었다. 정당들이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득표 전략으로 삼으면서 재정 고갈은 더 심해졌다. 심지어 지각하지 않고 제 시간에 출근하는 공무원들에게 ‘정시 수당’까지 쥐여 줄 정도였으니…. 문제는 포퓰리즘의 폐해에서 벗어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로화 가입 이후 그리스 좌우파 정당 간 선심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재정 위기에 빠진 지 4년째인 올해까지도 연금 개혁과 노동 유연화 등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했다. 그런데도 연금 혜택이나 공공부문 다이어트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스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20.5%로 유럽연합(EU) 내에서도 손꼽히는 고령화 사회다. 관광 및 해운업 의존도가 높은 반면 고용을 창출할 제조업은 공동화된 지 오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시리자 정권은 국제 채권단 협상안을 5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추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EU 채권단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맞서 빼든 카드다. 치프라스 총리가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면서 반대하도록 독려하는 까닭도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즉 그렉시트를 배수진으로,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동원한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최대한 채무 탕감을 얻어내려는 노림수다. 그리스는 직접민주주의 발상지다. 아테네 등 고대 도시국가에서 아고라로 불린 광장에선 다양한 공적 의사 소통이 이뤄졌었다. 그러나 그때 꽃피웠던 직접민주주의가 오늘의 그리스에서 다시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포퓰리즘의 달콤한 맛에 중독된 시민들에게 의사 결정의 책임을 미룬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구조조정은 늦어지고 미래세대의 부담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소지가 크다는 뜻이다. 이는 플라톤이 우려했던 ‘중우정치’와 닮았다고 해야겠다. 하긴 먼 나라 걱정할 계제도 아니다. 우리도 얼마 전 공무원연금 개혁은 맹탕으로 끝나고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은 겉돌고 있으니….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세계銀 “신흥국에 악영향” 美 금리인상 제동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통화긴축 정책을 시작하면 신흥국으로 유입되던 투자금이 줄어들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세계은행(WB)이 밝혔다. WB는 10일(현지시간) 발표한 ‘6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부터 미국 통화정책의 점진적인 긴축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결과로 장기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신흥시장으로의 자본 유입액은 지금보다 18~4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2013년의 ‘긴축 발작’, 즉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거론했을 때처럼 미국 금리 인상폭의 70%만큼이 세계 금융시장에 반영된다면 신흥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량은 현재보다 3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연준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하고 있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올해 안 어느 시점에”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WB는 국제적 차원에서 이런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 간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충격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낮추거나 충격의 강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당 신흥국들이 미국의 금리 인상 충격으로 인한 단기적인 금융시장의 불안을 덜기 위해 정책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런 수단으로는 외환시장 유연화와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조치들, 시장에 대한 신뢰를 유지 또는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카우시크 바수 수석연구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바수 연구원은 “연준에 자문하는 위치라면 그 일(금리 인상)을 올해 말보다 내년에 하도록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일찍 (기준금리를) 움직이면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달러화 강세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이는 경제에 좋지 않고 다른 나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WB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 1월 발표보다 0.2% 포인트 낮은 2.8%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전망치는 1월보다 0.5% 포인트 낮은 2.7%로 제시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1.1%에서 1.5%로 높였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단독] 5·24조치 5년… 정부, 대안 찾기 ‘부심’

    [단독] 5·24조치 5년… 정부, 대안 찾기 ‘부심’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제재로 단행된 5·24 조치가 24일로 5주년을 맞는다. 남북교역 중단과 대북 신규 투자 금지,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등을 골자로 한 5·24 조치의 해제 여부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 5·24 조치의 해제가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시발점이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한 후 이를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내린 뒤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남북교역 중단,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 제외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을 골자로 한 5·24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는 2011년부터 비정치, 종교, 문화 분야에서 선별적 방북을 허용하는 유연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2012년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유연화 조치는 유야무야됐다. 개성공단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2013년 4월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조업 중단 사태를 겪고 난 뒤 제도적 보안책을 마련하고자 추진한 개성공단 ‘국제화’ 문제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또 3통 문제(통신·통관·통행)도 북한의 비협조로 중단됐다. 최근 불거진 북측 근로자 임금인상 문제도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로 가는 ‘성장통’이란 평가와 함께 남북 간 ‘기싸움’이 혼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천안함 피격을 오히려 ‘조작극’으로 몰면서 먼저 5·24 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기본적으로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5·24 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해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요구하는 5·24 조치의 해제에 대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당국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5·24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쪽은 현 조치가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5·24 조치를 해제하기는 어렵다는 반대론은 물론 남북 모두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균형론도 설득력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1일 “천안함 사건의 징벌적 조치인 5·24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변화를 보이지 않는데 5·24 조치를 선제적으로 해제하면 남북관계의 원칙이 훼손되며 북한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5·24 조치 해제를 위한 국내 여론 조성을 위해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수용하고 정부는 북한이 요구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구조개혁 부진에 수출까지 경고음… “금리인하·추경 검토해야”

    구조개혁 부진에 수출까지 경고음… “금리인하·추경 검토해야”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에 가세했다. KDI가 성장률을 사실상 2%대로 전망한 까닭은 지지부진한 구조개혁,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 ‘세수 펑크’ 등의 악재뿐 아니라 수출 부진이 심각하다는 점이 반영됐다. 역설적으로 KDI의 ‘공식 전망치 3.0%’를 달성하려면 연금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 부실기업 정리 등의 구조개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좀처럼 진도가 안 나가는 연금 개혁과 노사정 대타협이 올해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한은은 11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우려해 금리 추가 인하에 소극적이다. 저물가와 연말정산 추가 환급 등으로 올해도 ‘세수 펑크’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기도 좋지 않다. 내수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수출이 큰 폭으로 줄면서 성장세를 제약하고 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20일 “이 조건들이 다 충족돼야 성장률이 3.0%가 된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KDI는 경제정책을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과 함께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수 펑크를 막기 위해 증세 방안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올 하반기에 세수 펑크가 지난해 수준(10조 9000억원)으로 커지면 ‘재정 절벽’을 막기 위해 ‘세입 추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물가 경고 수위도 올렸다.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당초 전망(1.8%)보다 무려 1.3% 포인트나 낮은 0.5%로 본 것이다. 담뱃값 인상분(0.58%)을 빼면 아예 ‘마이너스 물가’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1.8%)보다 높은 2.3%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수출 부진보다 수입 감소가 더 커져서 1130억 달러 흑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 안정”이라며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위험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공식 통계로 잡히지 않는 개인 간 전세보증금 증가 속도와 구조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50조원으로 추정되는 개인 간 전세보증금이 가계부채의 잠재적 위험이라는 경고다. 국내외 기관들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3.4%에서 3.1%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3.3%에서 한 달 만에 3.1%로 하향 수정했다. 일본 투자은행인 노무라증권은 2.5%까지 끌어내렸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도 기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46으로 세계 60개국 중 59위를 기록했다. 우리 국민들의 소비 심리와 경제 전망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연되는 구조개혁뿐 아니라 소비와 투자, 수출에서도 회복세가 보이지 않아 여전히 위기”라면서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성장률 2%대 하락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예수냐 바울이냐(문동환 지음, 삼인 펴냄) 고(故) 문익환 목사의 동생인 문동환 목사가 기독교 신학의 중심으로 통하는 사도 바울 신학을 재해석했다. 목사는 책에서 바울 신학 사상의 근본을 명쾌하게 들춰 낸다. 바울과 예수의 삶으로부터 시작해 복음의 참 의미와 목적, 십자가에 대한 이해, 그들이 조성한 공동체와 창출한 문화 등을 대조해 바울 신학이 예수의 본뜻을 얼마나 훼손하고 오도했는지를 풀어나간다. 우선 바울 신학은 예수를 유대민족이 대망하던 메시아라고 주장함으로써 예수가 창출한 ‘생명문화공동체운동’을 곁길로 오도했다는 비판이 눈에 띈다. 다윗 왕조가 섬기는 일개 민족의 신을 유일신이라며 앞으로 올 메시아 왕국이 온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민족주의라고 본다. 그 연장선에서 바울의 메시아 사상이 청년 예수가 지향한 참된 생명의 길과는 정반대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혁명가 예수가 폐기하려던 강자의 논리로 점철됐다는 것이다. 304쪽. 1만 3000원. 지하드 여전사가 되어(안나 에렐 지음, 박상은 옮김, 글항아리 펴냄) 왜 세계의 젊은이들이 이슬람국가(IS)에 가담차 현실을 떠나는 것일까. IS는 그들을 어떤 방식으로 유혹할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IS에 접근해 실상을 폭로한 프랑스 여기자의 르포. 인터넷상에서 이슬람으로 거짓 개종해 레반트에서 IS 전사들과 합류를 바라는 젊은 툴루즈 여인으로 위장,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추적했다. 2014년 봄 IS 젊은 전사와 접촉,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선전문들을 일일이 검토했다. 스카이프에서 외국인 용병을 모집하는 전사와 히잡을 쓴 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끝에 IS에 위장 지원했다. 취재를 계속하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그곳에서 다시 터키로 넘어갔지만 신변 위협을 느껴 파리로 돌아온 뒤 취재 내용을 발표한 책이다. 인터넷을 통한 신병모집 과정에서 드러나는 IS의 실체가 놀랍다. 저자는 책 출간 이후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며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272쪽. 1만 3500원.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정희선 지음, RHK 펴냄) 300종이 넘는 마약 검사 끝에 사인을 밝힌 가수 김성재 사망사건, 프랑스의 콧대를 꺾은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 보이지도 않는 혈흔을 분석해 완전범죄를 막은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DNA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공소시효 1년을 남기고 검거한 성폭행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34년간 몸담았던 전 국과수 원장이 큰 사건의 수사 과정을 기록했다. 진실 규명을 위한 연구원들의 열의와 집념, 구체적인 수사 과정이 눈에 보이듯 풀어진다. 창의력을 발휘해 실마리를 풀어낸 사건을 비롯해 미세물질실·영상연구실·유전자분석실·최면수사 범죄심리실·총기연구실 등 과학수사의 세세한 분야를 짚었다. 국과수의 첫 여성 수장인 저자가 국과수에 입사해 여성 법과학자로서 활약한 개인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국과수의 역할은 진실을 밝혀 사망자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며, 이것은 인권과 인간의 존엄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280쪽. 1만 3000원. 노동여지도(박점규 지음, 알마 펴냄) 1997년 IMF 사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대량 해고가 이어졌다. 외환위기를 넘긴 기업 사정은 나아졌지만 고용은 이전처럼 늘지 않았다. 남은 노동자들 일자리도 안전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닥치지 않은 위기 앞에서도 해고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5년간 진행된 ‘노동 유연화’의 실상이다. 책은 한국 사회의 곪은 상처를 노동자들의 맨 얼굴로 들춰 터뜨렸다. 저자는 20여년간 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해 온 인물. 2014년 3월 ‘삼성의 도시’ 수원에서 시작해 지난 4월 ‘책의 도시’ 파주까지 전국 28개 지역을 발로 뛰어 그려낸 ‘한국 노동지도’인 셈이다. 자동차 부품사, 조선소, 의료기기 제조사, 병원, 증권사, 출판사, 공항, 패스트푸드점 등 다양한 일터의 사람들이 기꺼이 들려준 육성들이 생생하다. 노동조합을 제 삶에 가까운 것으로 여기지 못하는 실상이며 정규직 노조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의 목소리도 가감 없이 전해진다. 392쪽. 1만 6800원.
  • 자금 바닥난 그리스 “공공기관의 모든 자산 중앙은행으로 옮겨라”

    ‘돈줄이 말라 버린’ 그리스가 지방정부·공공기관에 자산을 중앙은행으로 이전하라고 전격 지시했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 기관들은 보유 현금과 예금 자산을 중앙은행인 그리스은행에 입금해야 한다”며 “매우 극단적인 상황인 데다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법령을 고시했다. 법령에 게재된 ‘긴급 필요 사항’에는 “급여 명목으로 11억 유로(약 1조 2776억원), 사회보장기금 8억 5000만 유로, 5월 12일 부채 및 이자 명목으로 2억 유로, 국제통화기금(IMF) 상환 명목으로 7억 4600만 유로”라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미트리스 마르다스 그리스 재무차관은 “필요 시 중앙은행을 통해 공공부문 재정을 사용할 수 있다”며 “영국과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도 비슷한 조치를 시행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현금 고갈 위기에 처한 중앙정부가 자금줄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 조치를 통해 그리스 정부가 모두 20억 유로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스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IMF와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등 ‘트로이카’ 국제채권단은 지난달 그리스에 대해 24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4개월간 연장해 주기로 합의했지만, 제출된 개혁안 내용이 미흡하다며 72억 유로의 분할 지원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그리스는 오는 24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채권단과 구제금융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트로이카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연금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그리스는 노동시장 보호, 기초연금 확대로 맞서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리스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1.1%포인트 오른 19.5%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도 0.58%포인트 상승한 13.2%까지 급등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그리스 또 벼랑 끝… ‘채권단 트로이카’와 협상 시작부터 난항

    그리스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 이른바 국제 채권단 ‘트로이카’가 18일(현지시간) 그리스의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을 위한 실무 협상에 들어갔다. 이 실무 협상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그리스의 협상이 오는 24일로 잡혀 있는 만큼 이번 주가 그리스 사태의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와 트로이카 실무진으로 구성된 ‘브뤼셀그룹’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70억 유로(약 8조 1874억원) 규모인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문제를 놓고 회의를 시작했다. 브뤼셀그룹은 그리스가 제출한 경제 구조개혁안을 평가해 24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분할금 지원을 본격 논의할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개혁안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제 채권단은 2010년 5월부터 경제 구조 개혁을 대가로 그리스에 모두 24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며 72억 유로는 마지막 분할금에 해당한다. 그리스는 이달 말 연금 및 공무원 임금으로 17억 유로, 다음달 6일 IMF 채무 상환에 1억 8600만 유로를 쓰고 나면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5월 13일 IMF에 7억 4700만 유로를, 6월에는 16억 유로를 각각 갚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은 연금과 민영화, 노동 관계법,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4대 쟁점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아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국제 채권단은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연금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그리스는 노동시장 보호, 기초연금 확대로 맞서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20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합의한 협상 시한인 4월 말까지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지난 17일 협상과 관련해 “핵심 날짜는 없다”며 “24일에 합의안은 없을 것이지만 진전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초 제출한 개혁안에 유로그룹 회의의 평가가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리스가 분할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8일 IMF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에게 “그리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우리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 확실하다”며 “지금은 매우 위급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사설] 민주노총 파업 접고 대화의 場에 나와야

    민주노총이 24일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번 파업에는 노사정 대타협 결렬 선언과 함께 협상을 벗어던진 한국노총과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전국공무원노조도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 1주년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정치색 짙은 춘투(春鬪)가 될 전망이다. 노사정 협의 참여를 거부해 온 민주노총의 파업 선언은 이미 예고된 것이기는 하다. 그들은 파업 명분으로 노동시장과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뿐 아니라 세월호 시행령 폐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퇴진 등도 내세웠다. 다분히 정치적 목적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정부가 노사정위를 들러리로 내세워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 더 많은 비정규직 양산을 시도하려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지만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 개혁이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최우선적 과제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고용 유연화가 이른바 ‘쉬운 해고’ 논란으로 이어져 적잖은 갈등을 빚고 있지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경제 성장을 해치는 상황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도 노동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선택이 아니라 당위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 참여 자체를 거부하며 노동시장 개혁을 무작정 ‘죄악시’하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 정부도 지적했듯이 정부 정책이나 법 개정 사항 등은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 그런 만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마땅하다. 혹시라도 세월호 희생자 1주기 추모 분위기에 편승해 대정부 투쟁의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라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순수성이 훼손될수록 노동계는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무릅쓰는 ‘정치파업’ 집단이라는 비난을 뒤집어쓰게 될 게 뻔하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파업은 결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은 노사정 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지난한 과제다.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 또한 우리 경제의 시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민생을 파탄지경으로 몰아넣을 생각이 아니라면 민주노총은 지금이라도 당장 대화의 장에 동참해야 옳다. 정부 또한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되 대화의 끈을 이어 가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 한국노총, 노사정 협상 결렬 선언

    한국노총, 노사정 협상 결렬 선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위한 노사정 협상의 결렬을 선언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대 수용 불가 사항 등과 관련해 정부와 경영계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의 5대 수용 불가 사항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제정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업무 확대, 주 52시간제 단계적 시행,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체계 개편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정부가 5대 수용 불가 사항을 철회하고 노총의 핵심 요구인 근로기준법 적용 사업장 확대, 청년 고용 할당제 확대 등을 받아들인다면 대화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기본 원칙과 방향에 합의한 이후 논의를 이어 왔지만 당초 약속한 3월 말 시한을 넘기고도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일반 해고 요건 가이드라인 제정’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에 대해 정부와 경영계는 정규직 과보호론을 내세우며 고용 유연화를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해고 기준이 완화되면 고용 안정성이 낮아진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26개 산별조직 대표와 16개 시·도 지역본부 의장이 참석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결과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 끝내 엇박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8일 노사정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은 ‘일반해고 요건 가이드라인 제정’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에 대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이라 당분간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고 노동조합 조직률이 10%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손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및 비정규직 확산 대책 등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것”이라며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가지 쟁점은 한국노총의 5대 수용 불가 사안에 포함돼 있다. 노사정은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취약근로자계층 지원 및 보호, 상위계층(대기업 정규직) 임금 인상 자제 및 유연성 강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일부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저성과자를 사용자가 해고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노동계는 “성과 부진 등을 빌미로 고용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비정규직 양산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해진다”고 반대했다. 지난해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 이러한 방안을 포함한 정부와 고용 유연화를 주장하는 경영계는 정규직 과보호론을 내세우며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현행법상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요건에 대해서는 노조나 노동자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경영계는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따라 근로조건을 합리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명확한 기준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사용자가 임의로 노동자를 전환 배치하거나 근로조건을 바꾸는 데 악용될 수 있는 데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는 본질적으로 관련 없는 내용이라며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노동계의 지속적인 반발로 인해 협상 과정에서 두 가지 쟁점을 아예 빼고 논의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결국 노사정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 3일 논의가 중단됐다. 한국노총이 잠정적 대화 중단을 선언한 지 나흘 만인 지난 7일 노사정 대표자가 모여 막판 협상을 시도했지만 합의에는 실패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도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중단한 이유는 국민과 약속한 시한을 넘기면서 시간만 지체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5대 수용 불가 사항을 철회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노사정 대화 주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통해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 노동계가 기존 잠정 합의안들을 거부하고 5대 요구안을 제시한 것은 협상의 기본 자세를 저버린 것”이라면서 “대타협 결렬로 고용 창출은 당분간 불가능하게 됐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화 재개를 위해 한국노총과의 접촉을 이어 가겠다”면서도 “5대 수용 불가 사안 등 선결 조건을 내세우기보다는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 모든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9일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소집해 한국노총의 결렬 선언 등 경과를 보고하고 향후 운영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타협 결렬 시 사퇴 의사를 밝혔던 김대환 노사정위원장도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노사정 대타협, ‘합의를 위한 합의’는 안된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지난달 31일로 된 시한을 넘긴 가운데 막바지 협상이 한창이다. 어제도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박병원 한국경총 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등 노사정 대표자 4인 회의에 이어 고위급 실무자와 공익전문가로 구성된 8인 연석회의를 가동하면서 이견 조율을 했다. 한국노총이 제시한 소위 5대 수용불가 사항 중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체계 개편 관련 사항 등에서 일부 이견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대 현안인 일반해고 완화 등 고용 유연화 부분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한 치 양보 없이 평행선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노동계로서는 일반해고 완화에 대해 선뜻 찬성하기 어려운 처지임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규직이라고 해서 능력이나 근무 성실성에 관계없이 끝까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도 합리적이지는 않다. 일단 대기업 정규직으로 고용되면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간의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가 벌어지면서 한국 노동시장 특유의 이중구조가 만들어지는 근원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6.1, 중소기업 정규직은 59.5,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0.7에 불과하다.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일정부분 해고 요건에 대한 완화도 필요하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합의시한을 넘긴 노사정이 ‘보여주기식 협상’을 계속하다가 실효성이 떨어진 선언적인 수준의 합의를 내놓거나 비정규직 대책과 사회 안전망 구축 등을 위한 별도의 논의기구를 설치해 논의를 이어가자는 식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사정특위는 지난해 12월 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에 관해 합의하면서 ‘노사정은 동반자적 입장에서 장기적 관점과 노와 사,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시각을 가지고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사정은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나누어 진다’는 명분에도 동의했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지난 3개월간 ‘통상임금·정년제·근로시간’의 3대 현안,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사회안전망 강화의 3대 주제 아래 특위와 전문가 그룹에서 갑론을박의 치열한 논의를 해 왔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합의시한까지 넘긴 상황에서 국민의 눈길을 의식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애초부터 협상을 타결시킬 의사도, 자신들이 고집하는 기득권을 포기할 의지도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노사정 모두 조직논리와 정치논리에 밀려 이중구조 개선의 핵심을 담지 않은 채 겉포장만 그럴듯하게 대타협이라는 이름으로 합의문을 작성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서로 면피를 위한 합의나 선언적 수준의 합의문이라면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다는 것은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 청년과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대변하지 않는 기득권 노조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 사이의 ‘담합 협상’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 노사정 협상 타결 분수령… ‘해고요건 완화’ 쟁점 풀릴까

    노사정 협상 타결 분수령… ‘해고요건 완화’ 쟁점 풀릴까

    진통을 겪고 있는 노사정의 노동시장 구조 개편 논의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은 ‘해고 요건 가이드라인 제정’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다. 정부와 경영계는 정규직 과보호론을 내세우며 고용 유연화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해고 기준이 완화되면 고용 안정성이 낮아진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저성과자에 대해 사용자가 해고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안은 지난해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객관적, 합리적 기준에 의한 평가로 교정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노동계는 “성과 부진 등을 빌미로 해고 요건을 내세우며 임금 인하를 강요하는 등 고용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용자 마음대로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해 비정규직이 양산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사정 논의에 참여한 공익 전문가들은 “업무 성과와 무관하게 회사와 대립하는 노동자의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오남용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은 현행법상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요건에 대해서는 노조나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경영계는 요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취업규칙 변경 시 일관된 규정이 없어 노사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따라 근로조건을 합리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노동계는 사용자가 임의로 노동자를 전환배치 하거나 근로조건을 바꾸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는 관계없는 내용이라며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두 가지 사안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제시한 5대 수용 불가 사항에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노사정 간 협상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쟁점으로 꼽힌다. 한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2일 오후 노사정 4인 대표자 회의를 재개해 밤늦게까지 마라톤협상을 이어 갔다. 노사정이 당초 약속한 3월 내 합의 시한을 넘긴 만큼 이번 주 중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해고요건 완화 충돌… 또 합의 불발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논의 중인 노사정이 당초 약속한 3월 내 합의를 지키지 못한 채 쟁점 사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1일 오후 노사정 4자 대표자 회의를 재개해 밤 늦게까지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해 2일에도 대표자 회의를 이어 갈 예정이다. ‘정규직 과보호론에 기반한 해고 요건 완화’에 대한 노사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어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사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사안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즉 일반해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정규직 과보호론을 내세우며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 등 고용 유연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규직 과보호론은 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기업 정규직이 과보호받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도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면서 이번 노사정위 협상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와 경영계는 해고가 어려운 경직적인 고용 구조의 ‘유노조·대기업·정규직’과 그렇지 않은 ‘무노조·중소기업·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이중 구조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저성과자에 대한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하고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자는 입장이다. 노동자의 전환 배치나 퇴출 등을 통해 고용 유연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연장과 노사정이 논의하고 있는 임금피크제, 임금체계 개편 등과도 연관돼 있다. 정부와 경영계는 기업의 조직, 직무 체계, 임금 체계를 재편해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해고 기준이 완화되면 고용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제시한 5대 수용 불가 사항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노총은 이날 특위의 논의 기간 연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과는 무관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5대 수용 불가 사항을 주장했다”며 “특히 노동자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쉽게 하는 것은 1800만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후퇴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사용자들이 성과 부진 등을 빌미로 해고 요건을 내세우며 노동자들에게 임금 인하를 강요하거나 고용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정규직 노동자 해고→비정규직 양산’으로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더 심각해지고, 노동시장이 하향평준화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노사는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 허용 업종 확대, 근로시간 단축의 세부 사안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미 대법원 판단이 내려진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제외 물품 및 범위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사정위에 참석하지 않고 장외 투쟁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쉬운 해고,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 양산을 노린 노동시장 개악 음모는 실패했다”며 노사정위 논의 중단을 거듭 요구했다. 이번 주 중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노동계 내부의 반발과 낮은 수준의 합의, 추후 법 개정 작업 등 변수가 많아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로 상생의 길 찾아야

    우리 사회가 직면한 핵심 사안 중 하나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혁하는 문제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에 같은 일을 해도 임금 격차가 크고 서로 경쟁이나 이동이 극히 제한된 우리의 노동시장은 기형적 구조임이 틀림없다. 노사정위원회가 지난해 말 ‘노동시장 구조개선 원칙과 방향’이라는 기본 합의안을 확정했고 다음달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노사정 대표들과 오찬을 하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장 구조 개선과 관련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 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상관없이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난관은 역시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이다. 정년 연장과 통상 임금, 비정규직 보호, 고용 유연성 제고 등 초민감 사안과 맞물려 있어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기가 만만치 않다. 기형적인 노동시장 구조, 특히 전체 근로자의 30%를 넘어선 비정규직 양산 문제는 우리 사회를 통째로 뒤흔드는 뇌관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당대에 그치지 않고 신분과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성 구조가 됐다. 엊그제 보도된 ‘비정규직의 직업이동 연구’(김연아 성공회대 사회복지학 박사) 논문에 따르면 부모가 비정규직이면 자녀도 비정규직일 확률이 78%가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정규직으로 오래 일할수록 정규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반면 300명 이상 대기업 직원의 경우 10곳 중 3곳꼴로 고용 세습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단체협약 실태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600여곳 가운데 180곳이 넘는 곳에서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직원 가족의 채용 특혜를 보장하는 고용 세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인 대기업 노조가 요구하는 특혜를 사용자들이 받아들인 결과다. 부익부 빈익빈, 신분의 대물림이 고착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해결하기 위해선 일정 부분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논의가 정규직의 과보호 해소로 귀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규직 노조 가운데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는 130만명 안팎이다. 전체 정규직의 10.9%에 불과하다. 노조의 정규직 보호가 지나쳐 기업들이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지적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정규직의 몫을 빼앗아 비정규직에 나눠 주는 방식은 온당치 않다. 자칫 사용주들의 요구대로 비정규직만 양산하고 정규직 보호 자체가 후퇴할 수 있다. 정부 역시 노사의 양보만 강조하지 말고 실업급여 지급 규모와 지급 기간을 늘리는 등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내실화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해고의 공포를 걷어내는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 모두 과도한 밥그릇 지키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의 필수 조건은 각 주체의 양보로 귀결된다. 노사정 모두 국가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각오로 조금씩 내려놓는다는 마음으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 “4년짜리 미생 만든 최경환 학생, F학점”

    “4년짜리 미생 만든 최경환 학생, F학점”

    “최경환 학생, F학점 답안지 받아 가세요.”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중앙도서관 게시판과 노천극장 등에는 ‘최경환 학생, 답안지 받아 가세요’라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앞서 이달 초 연세대와 고려대 등에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편지’라는 제목으로 학비 문제와 취업난, 청년 자살 문제 등을 거론한 대자보가 붙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시험 답안지 형식을 빌린 대자보에는 ‘오늘날 한국 경제 위기의 해결 방법에 대해 쓰시오’라는 시험문제와 마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작성한 것처럼 꾸민 답안들이 쓰여 있다. 대자보는 답안에 적힌 경제정책에 모두 감점을 주고 낙제를 뜻하는 ‘F’를 부여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대자보를 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최휘엽(21)씨는 30일 “고려대와 연세대에 최경환 부총리에게 보내는 대자보가 붙었던 것에 공감해 대자보를 붙이게 됐다”며 “최 부총리가 내놓은 경제정책들은 20대의 평범한 대학생이 보기에도 걱정될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껏 노동자는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고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쉬웠다”며 “(정부가) ‘노동유연화’라는 칼날로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노동자, 청년들과 여성 노동자들을 베어 버리고 정규직마저도 베려 한다”고 꼬집었다. 시험 답안지 형식을 빌린 대자보는 학내는 물론이고 온라인상에서도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기말고사 기간에 대자보를 붙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학생들이 (대자보를) 읽게 할까 고민하다가 시험지 형태로 붙이게 됐다”며 “페이스북에도 웹자보 형태로 글을 올렸지만 대자보 형태가 아직 대학 내에서는 가장 유의미한 소통의 수단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자보를 붙인 이후 최씨에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최씨는 “정부가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서 비정규직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은 2년짜리 ‘미생’이 4년짜리 ‘미생’이 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면 좋겠는데 (이번 대자보에 이어) 어떤 형식으로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최경환 학생에게 > 안녕하세요. 최경환 학생, 아니 한국의 경제 부총리 아저씨. 한국 경기가 한 겨울처럼 꽁꽁 얼어있어서 요즘 걱정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세계경제는 계속 어렵기만 하고, 일본은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하고, 미국은 금리인상 시기를 점치고 있는 와중에 한국은 적절한 경제성장을 위한 출구전략이 안보여서 막막한 것 같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경환 아저씨가 제시하는 한국경제 위기의 대안을 보고 있노라면, 20대의 평범한 대학생으로써 걱정이 많이 됩니다. 첫 번째 부동산 규제가 한 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주택 담보대출 등의 규제를 완화하시겠다고 하셨죠. 이미 침체되어 있는 부동산 시장에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말하며, 소비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대책은 빚져서 빚 갚기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이미 가계부채가 천조라는데, 더 부채를 조장해서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대출부담 완화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6억이 넘는 비싼 집을 가진 사람들만 혜택을 보고 투기로 이어지고 있다는데, 우리 같은 학생들, 서민들에게는 실효성이 없어 보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대책은 더욱 걱정이 많이 됩니다. 한국은 이제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중적인 노동구조 맞습니다. 그래서 불안정한 일자리가 너무나 많습니다. 고용이 경직되어 있어서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뙨 안정적인 일자리도 부족하고,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생활임금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쓸 돈도 없습니다. 가계가 돈을 많이 써야지, 내수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쓸 돈도, 쓸 만한 돈을 벌만한 일자리도 없는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먹고사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일자리에 투자가 가능하겠습니까?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 근로환경 격차를 줄이면서 이중구조 자체를 없애고, 청년, 여성, 중장년층, 노년층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여성들이 결혼, 출산, 임신 등으로 경력단절 문제를 겪는 것,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전전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대로 된 여성 노동정책을 내지 않는다면 출산율 저하, 고령화, 정부부채 압박, 생산인구 감소 등의 문제 앞에서 한국은 밑바닥 경쟁을 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규직 과보호를 해결하기 위해 해고 요건을 간소화하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최경환 아저씨는 2009년을 기억하시나요?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는 경영난을 이유로 2646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경영난은 회계조작으로 부풀려진 거짓 경영난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얼마 전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는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났습니다. 그리고 쌍용자동차 해고자였던 한 노동자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26번째 죽음입니다. 2009년부터 이어진 죽음의 행렬이 26번째에 죽음까지 도달했습니다. 정규직 과보호가 심하다고요? 이 논란이 있기 전에도 노동자는 언제든지 해고되고, 가난의 끝자락으로 떨어지기 쉬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노동유연화라는 칼날로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청년들과 여성 노동자들을 베어버리고 정규직마저도 베려고 하시는군요. 600만 명의 장그래가 칼날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서울 중심부의 한 전광판 위에는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 2명이 추위에 떨고, 쌍용자동차 노동자 2명은 70m 높이의 굴뚝 위로 올랐습니다. 얼마나 궁핍해지고, 얼마나 아프고, 포기해야만 한국 경제는 살아난단 말입니까? 진짜 살아나기는 하는 겁니까?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가족도, 좋은 집도 다 포기해가며 살아왔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스펙이란 스펙은 다 쌓고, 할 수 있는 언어란 언어는 다 배워보려 하지만 괜찮은 세상은 더 멀어지기만 합니다. 대자보 읽고 나서 청년들의 좌절이 얼마나 깊은지 알겠다고 하셨죠? 그리고 대화와 소통을 하시겠다고 하셨죠? 청년들만의 좌절과 불안이 아닙니다. 언제까지 대화와 소통하겠다는 말을 인터넷으로만 들어야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26번째 쌍용자동차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 추운 날씨에 힘겨운 고공농성을 하고 계신 노동자들을 지지합니다. 정치외교학과 12학번 최휘엽
  • 비정규직 계약기간 2년 늘려 최장 4년

    3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가 원하면 계약기간을 2년 더 연장하고 5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정부안이 29일 발표됐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이날 나온 정부안을 토대로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을 취합해 내년 3월까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현안 문제’, ‘사회안전망 정비’ 등 3대 핵심 현안에 대한 최종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논란이 됐던 정규직 고용 유연화와 관련해 정부는 경영상 해고를 해도 경영이 정상화되면 재고용하도록 오히려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일반 해고에 대해선 고용해지 기준과 절차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해고 요건 완화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고용노동부 권영순 노동정책실장은 “정규직 해고를 쉽게 하자는 의도는 없다”면서 “합리적 기준과 절차가 있으면 합법이고 그게 아니면 불법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저(低)성과자에 대한 노사 분쟁을 줄이자는 게 이번 대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안을 들고 나왔다. 근로계약 당사자가 자유롭게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경영합리화의 필요’ 수준으로 완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양대 노총은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 양산 대책”이라며 폐기를 촉구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최장 4년까지 늘리면 결국 기업들이 정규직 고용을 꺼려 비정규직만 늘고 정규직의 삶도 피폐해질 것이란 주장이다. 비정규직 해법을 둘러싼 노사정 입장 차가 너무 큰 만큼 합의시한인 내년 3월까지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알맹이 빠진 ‘노동시장 구조개혁’ 합의

    알맹이 빠진 ‘노동시장 구조개혁’ 합의

    노사정이 3개월에 걸친 진통 끝에 23일 노동시장 구조 개편에 관한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에 합의했다. 노사정 모두가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위해 대화와 타협의 길로 나선다는 게 합의문의 골자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사정위 본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노동시장 구조 개편에 대한 기본합의문을 채택했다. 임금체계 개편, 고용 유연화 등 ‘알맹이’가 모두 빠져 합의문이라기보다는 ‘선언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사정은 내년 3월까지 연공급(호봉제) 중심의 현행 임금체계 개편 등 합의문에 미처 담지 못한 세부 과제에 대한 합의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당장 오는 29일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를 열어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우선 추진 과제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내년 3월까지 큰 가닥을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합의문에는 노사정이 동반자적 입장에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향후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나누어 진다는 두 가지 원칙이 담겼다. 또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와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원·하청,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기틀을 마련하고 비정규직 고용 규제 및 차별시정 제도 개선, 노동이동성 및 고용·임금·근무 방식 개선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향’이 포함됐다.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등 고용 유연화는 빠지고 ‘노동 이동성’이란 애매한 표현이 대신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유연화가 아니라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근로자의 직종 이동 등을 포함한 포괄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 노동 핵심 현안은 노사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에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정부와 경영계 독단으로 향후 노동시장 구조 개선 문제를 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이뤄진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문은 나왔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부가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정규직 과(過)보호론에 따른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주장이 재등장할 여지는 남아 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정규직 고용 유연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이 중요하다”며 양보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오늘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또다시 일방적으로 노동 관련 정책을 발표한다면 합의 위반으로 간주하고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2015 경제정책 방향] 노사정 노동시장 구조개혁 큰 틀 합의…체질개선 속도 낸다

    [2015 경제정책 방향] 노사정 노동시장 구조개혁 큰 틀 합의…체질개선 속도 낸다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가운데 고용노동 분야의 핵심 과제인 노동시장 구조개혁 문제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기본 합의가 불발되면서 22일 경제정책방향 정부 발표에 담기지 못했다. 다만 노사정위가 이날 비공개 대표자 회동을 갖고 뒤늦게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세부안을 담는 작업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노사정 대표들이 만나 지난 19일 회의에서 매듭짓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봤다”며 “내일(2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등 노사정 대표가 참석하는 본위원회에서 합의안 형태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안에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이중구조 해소,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한 원칙과 방향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회의에서 노사정은 정규직 정리해고 완화, 직무·성과급 위주의 임금체계 개편 등 정부와 경영계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합의문에 적시하는 대신 ‘노동시장 구조개혁 과정에서 고통을 분담한다’는 등의 원론적 표현을 중심으로 합의문 문구 조율 작업을 했다. 노사정위 본위원회를 거쳐 큰 틀의 합의안이 나오더라도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최종안은 아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연공급 중심의 현행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을 둘러싼 노사정 간 기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권 장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이번 주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과 비정규직 보호 방안이 큰 틀에서 합의되면 다음주 특위를 열어 집중적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2015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서 “최우선 순위는 노동시장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밖에 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배출하는 ‘산학협력 선도대학’ 56곳에 22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여당은 이날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취업 장려를 위해 실업급여 하한액을 현행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낮추고, 상한액은 하루 4만원에서 5만원으로 높이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조속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4대 구조개혁 이렇게 풀자] 노동부문

    [4대 구조개혁 이렇게 풀자] 노동부문

    4대 구조개혁 가운데 노동이 가장 뜨겁다. 기획재정부의 의도된 계획인지, 혹은 의지가 앞선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규직의 해고 완화에 대한 쟁점 부각에는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노동 개혁안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돼 갈등 조정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되레 노동시장의 하향 평준화와 함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고용 정책인 ‘고용률 70%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정규직의 해고 완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노동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인데,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에만 관심을 갖고 있어서다. 근로소득이 늘어야 침체된 내수도 되살릴 수 있다는 기본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지만 노사정위원회의 사회적인 대타협을 통해 정부와 기업, 노조가 서로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는 15일 “2016년부터 정년 60세 시대가 되면 기업은 정규직의 정리해고가 더 어렵고 임금 부담은 커진다”면서 “정규직이 기득권을 양보해야 청년 취업의 길이 더 확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임금체계 개편도 당장 월급을 깎는 것이 아니라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꿔 임금 상승폭을 조정하는 것”이라면서 “호봉제의 급격한 임금 인상을 막아 확보한 돈을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직원, 파견 근로자 등의 처우를 개선하고 청년 채용 기금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재원 한양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규직의 밥그릇을 뺏어 비정규직을 늘리려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면서 “한국은 실업수당 등으로 해고자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덴마크 등 선진국과 달라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규직의 임금 체계를 빠르게 개편하면 근로소득이 줄어 소비가 감소하고 내수 침체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처우 개선 등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기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시장 전체를 키우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정규직의 고용 유연화, 임금수준 인하 등 기업 챙기기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그동안 노조에서 정규직에 대한 보호 장치를 양보했지만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쓰이지 않았고 기업들의 금고에 돈만 쌓였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07만 7000명으로 집계됐다. 비정규직 ‘600만명 시대’가 열렸음을 알린 것이다. 불경기 탓에 인건비를 줄이려는 기업들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더 뽑아 1년 새 13만 1000명이나 늘었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이 이뤄진 것도 아니다. 차별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올 6~8월 평균 월급을 기준으로 비정규직(145만 3000원)과 정규직(260만 4000원)의 월급 격차는 115만 1000원이다. 2007년 73만 2000원에서 7년 새 1.6배가량 급증했다. 올해 비정규직의 국민연금(38.4%), 건강보험(44.7%) 가입률은 지난해보다 각각 0.8% 포인트, 1.5% 포인트 떨어졌다. 퇴직금과 상여금을 받는 비정규직의 비율도 39.5%, 39.7%로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는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문에서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노사관계 생산성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 해고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지난 3월 세부 실행과제를 발표하면서 방침을 더욱 구체화했다. 공공 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줄여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고, 최저임금 준수 의무를 위반하면 벌칙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고 정규직과의 차별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 개선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구조개혁 방안은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파이를 키우는 정책이 아니라 지금의 파이를 쪼개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당초 기재부는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함께 정규직 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에 대해 “해고를 쉽게 하기보다 임금체계를 바꾼다든지 여러 방법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정규직 해고 완화에 이어 정규직의 임금체계 개편이 노동 개혁의 화두가 된 것이다. 노동 개혁의 곁가지가 갑작스레 본질이 됐다. 고용노동부는 발빠르게 임금체계와 관련해 호봉제에 기초한 연공 중심의 경직적 임금체계를 직무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양질의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근로시간에 대한 탄력 제도인 ‘유연 근무’와 무기계약직을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지, 여성의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쏙 들어갔다. 이 교수는 “정부가 노조의 양보를 얻어내려면 정규직이 해고 등으로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수당과 이직 교육 등으로 먹고살 수 있는 방도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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