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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은 공신’ 골키퍼 김용대

    핌 베어벡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 그리스와의 친선경기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했을 때 가장 고개가 갸웃거려졌던 대목은 골키퍼 김용대(28·성남)의 기용. 본인은 경기 뒤 “그리스 선수들이 워낙 키가 커 세트피스 상황에서 영광이보다 나은 것으로 판단돼 기용한 것 같다.”고 밝혔지만,2005년 2월 이집트와의 평가전에 주전 이운재(34·수원)와 교체 출장한 지 2년 만의 A매치여서 팬들로선 불안하기만 했다. 그러나 김용대는 ‘유로2004’ 챔피언 그리스를 맞아 세 차례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막아내 숨은 공신이 됐다. 김용대는 전반 36분 그리스 미드필더 소티리오스 키르지아코스가 문전에서 넘어지면서 슈팅한 것을 몸으로 막아낸 데 이어 흘러나온 볼을 테오파니스 게카스가 다시 강하게 슛으로 연결하자 동물적인 감각으로 걷어냈다. 후반 11분에는 스트라이커 요아니스 아마나티디스가 골문 앞에서 혼전 중에 기습 슈팅을 날렸지만 육탄 방어로 막아냈다. 후반 4분 스텔리오스 지안나코폴로스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히고, 종료 직전 앙겔로스 카리스테아스가 인저리 타임에 넣은 골이 오프사이드로 판정돼 운이 따른 측면도 있었지만, 김용대의 선방은 분명 눈부셨다. 김용대는 지난해 5월 발표된 독일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독일로 향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붙박이 이운재에게 밀려 단 1분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이운재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빠지자 그 자리는 후배 김영광(울산)의 차지였고 그는 늘 벤치 신세였다. 189㎝의 장신에 유연함과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을 갖췄지만 과감함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는 “실망하지 않고 대표팀에서 훈련하며 열심히 기다린 게 오늘 성과로 나타난 것 같다.”며 “성남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이면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기회가 올 것이다. 영광이와 경쟁은 지금부터”라며 각오를 다졌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스웨덴식 복지 패배 아닌 승리”

    “스웨덴식 복지 패배 아닌 승리”

    지난달 17일 스웨덴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하자, 한국에서는 유럽식 사민주의 복지모델이 드디어 파탄났다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그런데 정작 스웨덴을 공부한 학자들은 보수언론이 주도한 얄팍한 아전인수식 해석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번 기회에 스웨덴 모델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요청에 ‘오해의 결이 워낙 두껍게 쌓여 있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조차 모르겠다.’(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다 안재흥 아주대 교수가 아예 ‘2006년 스웨덴 총선 결과의 해석-스웨덴 모델의 특성과 신정치의 아이러니’라는 글을 본지에 보내왔다. 이번 스웨덴 총선의 전말과 의미를 분석한 글이다. 안 교수는 서강대, 미시간대를 거쳐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유럽 사민주의를 연구한 정치학자다. ●스웨덴 총선결과는 ‘시장의 완패’ 환호성의 배경에는 ‘사민당 패배=스웨덴 모델의 패배=시장의 승리’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안 교수는 이번 총선결과가 외려 스웨덴 모델의 철저한 승리라 분석한다. 이번에 승리한 보수당은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같은 부자당·친기업당의 단골 메뉴인 ‘감세안’을 들고 나왔다가 창당 이래 최대의 참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감세안을 던져버리고 스웨덴 모델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끝에 승리했다. 보수당마저 스웨덴 모델을 지키겠다고 선언하고서야 집권할 수 있었으니 스웨덴 모델의 진정한 승리가 아니냐는 얘기다. 거꾸로 사민당의 패인은 실업과 복지같은 좌파적 이슈를 외면하고 ‘성장’,‘균형예산,‘물가안정’ 같은 우파 레퍼토리만 읊어댔다는 데 있다. ●사민당 패배는 복지개혁의 아이러니 안 교수는 이를 신정치, 즉 비난회피정치의 아이러니로 봤다. 세계화 시대 새로운 정치는 복지국가 개혁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는 총대를 누가 메느냐다. 복지혜택자들의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 위험은 크다. 이 비난을 피하는 데 사민당은 일단 유리하다. 최소한 ‘사민당이라면 엉뚱한 짓은 안 하겠지.’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게 바로 감세안처럼 급진적 처방을 내건 보수당이 대패하고 사민당이 계속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이게 이번 총선에서 역전됐다. 사민당은 1994년 재집권한 뒤 보편적 복지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지개혁을 진행하면서 5%대의 높은 경제성장률까지 이뤄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완전고용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이런 성과만 강조하다 보니 신자유주의적으로 비쳐졌고,‘그래도 스웨덴 모델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약속한 보수당보다 더 반노동자적으로 인식된 것이다. ●‘극적인 전환’은 없다 그렇기에 안 교수는 ‘사민당의 우향우, 보수당의 좌향좌’ 현상이 이번 총선에서 두드러졌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극적인 전환’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스웨덴 정당사에서 이런 유연함은 언제나 있어왔다는 것이다.20세기 초 노조를 기반으로 집권한 사민당은 외려 “정치권력을 장악했으니 이제 민간기업에 우호적인 조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한걸음 물러선 뒤 법인세 감면, 임금억제 등 온갖 투자유인책을 마련했다. 동시에 우파인 자유당은 스웨덴 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소유집중을 해결하기 위해 ‘임노동자기금’(이윤의 일부를 주식 형태로 노조에 줘 소유집중을 완화하자는 방안)을 제일 먼저 구상했던 정당이다. 스웨덴 총선에서 진정으로 배울 것은 현실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정당의 이런 모습이라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통도사 아미타여래 설법도 보물로

    통도사 아미타여래 설법도 보물로

    문화재청은 ‘통도사 아미타여래 설법도’‘여주이씨 옥산문중 소장 고문서’‘경주이씨 양월문중 소장 고문서 및 향안’ 등 3건의 문화재를 보물로 지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통도사 아미타여래 설법도’(보물1472호)는 필치가 섬세하고 유연함이 돋보이며, 통도사를 비롯한 경상도 지역의 불화제작을 주도한 화사 임한(任閑)이 제작한 이른 시기의 불화로 이른바 ‘임한파’ 화풍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여주이씨 옥산문중 소장 고문서’(보물1473호)는 회재 이언적(1491∼1553)과 관련된 고문서로, 이언적의 학문적 위상을 시사하는 유지(有旨)를 비롯, 납속(納贖)을 통해 신분적 제약에서 벗어나는 허통급첩(許通給牒) 등 문서가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밖에 ‘경주이씨 양월문중 소장 고문서 및 향안’에서 17세기 경주 향안은 조선시대 향촌사회의 운영질서와 체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됐다. 문화재청은 또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안압지 출토 금동판불상 일괄’(10점)과 옥산문중 소장 ‘퇴계 이황의 유묵 원조오잠·사산오대’를 보물로 지정예고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발끝의 기적 숨죽인 지구촌

    발끝의 기적 숨죽인 지구촌

    월드컵이 치러질 때마다 조편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죽음의 조’에 편성된 국가들은 축구화 끈을 바짝 졸라맨 채 조별리그부터 치를 격전을 걱정했고,‘행운의 조’에 속한 전통의 강호들은 일찌감치 조별리그 이후를 대비했다. 이번 독일월드컵 조추첨은 살벌한 ‘죽음의 조’를 두 곳이나 만들어 놓았다. 아르헨티나(FIFA랭킹 9위)-네덜란드(3위)-코트디부아르(32위)-세르비아 몬테네그로(44위)가 경합을 벌이는 C조와 체코(2위)-이탈리아(13위)-미국(5위)-가나(48위)가 묶인 E조는 어느 나라도 16강 티켓을 장담 못할 만큼 혈투가 점쳐진다. 반면 ‘개최국’ 독일(A조)과 ‘최강’ 브라질(F조) 등은 무난한 16강행이 기대된다. 조별 전력판도와 함께 국가별로 눈여겨 볼 선수들을 꼼꼼하게 짚어보자. 곽영완 최병규 박준석기자 kwyoung@seoul.co.kr ● [A조 Special 독일 vs 폴란드] 전차군단 수성인가 저격수 돌풍인가 개최국 독일의 16강 진출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1장의 티켓을 놓고 3개국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우승 확률이 가장 낮은 코스타리카가 상대적으로 처지고 폴란드가 에콰도르보다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독일-폴란드전, 폴란드-에콰도르전이 조 판도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이번 대회를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하게 뗄 기회로 여긴다. 개최국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한·일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하향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우승 주역 위르겐 클린스만이 지휘봉을 잡은 뒤 점차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올 해 치른 두차례의 평가전은 불안감을 불식시키기에는 아직 이르다. 강호 이탈리아에 1-4의 대패를 당했고, 미국에는 4-1의 대승을 거두는 등 기복이 심하다.6월10일 새벽 열리는 코스타리카와의 개막전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개막전 징크스를 깨고 대승을 거둘 경우 ‘무적 전차군단’의 위용을 되찾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핵심전력은 중앙 미드필더인 미하엘 발라크(30)다.1999년 대표팀 발탁 이후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다.189㎝,85㎏의 체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움직임은 파괴적이라는 말이 걸맞다. 그러나 다혈질인 성격이 걱정이다. 한·일월드컵에서도 준결승에서 받은 경고누적으로 결승전에 나서지 못했다. 폴란드는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잉글랜드에 두 번 졌지만 다른 상대들과는 8전 전승을 거뒀다. 독일과는 역대 세차례 싸워 1무2패로 열세다.‘왼발의 저격수’ 야체크 크르지노벡이 폴란드의 16강 진출을 이끈다. 좌측 미드필더인 그는 1998년 11월 슬로바키아전을 통해 대표팀 데뷔전을 치르면서 급성장했다. 이듬해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했고 2부팀이었던 뉘른베르크를 이적 첫해 1부리그로 끌어올렸다. 그의 맹활약으로 분데스리가는 쟁탈전을 벌였고 2004년 명문클럽인 바이에른 레버쿠젠으로 옮겼다. 한·일월드컵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했다. 한국에 패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한국이 비긴 미국과의 경기에서 완승을 이끌었다. 골잡이 올리사데베가 빠진 폴란드는 크르지노벡의 왼발에 16강 기대를 걸고 있다. 2회 연속 출전하는 에콰도르는 본선에서 1승 밖에 챙기지 못했지만 첫 승 제물은 2002년 유럽 강호 크로아티아였다. 스타일이 비슷한 독일과 폴란드가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다.‘타고난 골잡이’ 아구스틴 델가도가 팀을 이끈다. 지역예선에서도 최다골(5골)을 폭발시켰다.187㎝의 장신이지만 남미 특유의 유연함에 거침없는 플레이가 장점이다. 한 때 잉글랜드에서 뛰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위기에서 한 방을 터뜨리는 집중력이 무섭다.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는 코스타리카는 공격수 파올로 완초페에 기대를 건다.‘검은 표범’ 완초페는 한·일월드컵에서 12년 만의 본선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2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비롯해 형제들도 모두 축구선수인 축구가족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뛴 경험이 있어 유럽축구에도 정통하다. ● [B조 Special 잉글랜드 vs 스웨덴] 이것이 바로 축구장의 카리스馬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16강에 무난히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파라과이가 조별리그 통과를 노리고 있지만 순탄치는 않을 듯하다. 월드컵 본선 무대 처녀출전하는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일단 1승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잉글랜드의 목표는 우승이고 파라과이는 16강, 스웨덴은 8강 또는 4강,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본선 무대에서 참패하지 않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희망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우승후보 잉글랜드의 조 1위가 유력하다. 그러나 스웨덴에 절대 약세인 점이 판도에 가장 큰 변수다.1968년 이후 공식 A매치(국가대표간 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10번을 싸워 6무4패만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04년 3월31일 경기에서 0-1의 패배를 당해 정신적으로 주눅이 들어 있다. 잉글랜드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조국 스웨덴과 대결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킬러본능’으로 불리고 있는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부상회복 정도가 잉글랜드 팀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는 강호 브라질에 이어 두번째로 우승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루니의 부상 이후 독일에 뒤진다는 평가다. 현재로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나 16강 전부터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에릭손 감독은 부상 중인 루니를 주저없이 엔트리에 넣은 것에서 그의 가치를 읽을 수 있다. 루니는 잉글랜드 축구역사를 쓰고 있다.17세의 나이에 대표팀 최연소로 데뷔했다. 뛰어난 스피드와 흠잡을데 없는 골 결정력, 그리고 10대 시절부터 보여준 대범함을 두루 갖췄다. 기술에선 완벽에 가깝지만 다혈질 성격이 단점으로 꼽힌다. 스웨덴은 조 1위까지 넘본다. 잉글랜드를 만나면 신 들린 듯한 플레이를 펼칠 정도로 강팀으로 변한다.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유벤투스)가 선봉에 있다.194㎝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제공권을 물론 섬세한 볼터치와 감각적인 테크닉을 자랑한다. 유고슬라비아 혈통이지만 스웨덴 국적을 갖고 있고 21세 이하 대표팀을 거쳐 2001년 대표팀에 합류했다. 비록 한·일월드컵에서는 후보선수에 그쳤지만 유로2004에서는 2골1어시스트로 8강을 견인하면서 간판 골잡이로 거듭났다. 파라과이는 남미 예선 홈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를 잡았고 원정에서도 비기는 등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특히 스웨덴과 역대 전적에서 1승1무로 앞서 있다. 파라과이는 과거 호세 칠라베르트처럼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없지만 아니발 루이스 감독은 잉글랜드, 스웨덴을 모두 엇비슷한 호적수로 보고 승부수를 띄울 태세다. 공격수 로케 산타크루스(바이에른 뮌헨)는 유럽의 파워와 남미의 정교함을 갖추었다는 평이다. 특히 연습이 끝난 뒤 흩어진 공을 주워 모으는 등 스타플레이어답지 않은 겸손한 인간성으로 더욱 신뢰를 받고 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바레인과의 플레이오프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본선에 올랐다. 그 중심에는 35세의 노장 드와이트 요크가 있다. 한때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판골잡이로 활약하는 등 16년 동안 잉글랜드에서 뛰었다. 지난해엔 조국을 월드컵 무대로 이끌어내며 한물 갔다는 평가를 일축시켰다. ● [C조 Special 네덜란드 vs 아르헨티나]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아라 단 한마디로 ‘죽음의 조’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는 물론, 축구 강국 유고에서 독립한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아프리카의 복병 코트디부아르 등이 한데 묶이는 바람에 어느 팀도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두팀을 선택하라면 역시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이 두 팀이 한 조에 묶인 것은 네덜란드가 톱시드를 받지 못했기 때문. 네덜란드는 한·일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로 톱시드를 받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로서는 4년전에 이어 불운의 연속이다.2002년에도 잉글랜드 스웨덴 나이지리아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돼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프리카 팀에 약한 징크스를 떨쳐내야 하는 것도 과제.1990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카메룬에 일격을 당했다. 이후 아프리카 팀과 대결은 언제나 부담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에르난 크레스포(첼시)와 ‘제2의 마라도나’로 불리는 하비에르 사비올라(세비야) 등 두 공격수에다 미드필더 후안 베론(첼시)을 중심으로 16강을 넘어 우승까지 이뤄낸다는 각오다. 네덜란드는 비록 톱시드를 받지 못했지만 톱시드의 아르헨티나와 상대 전적에서 앞선다.1998프랑스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를 꺾었다. 이영표와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는 에드가 다비즈가 비록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아르엔 로벤(첼시)과 박지성의 팀 동료인 루드 반 니스텔루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끄는 공격 라인은 C조 ‘최강’으로 평가된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는 수비가 강한 팀이다. 예선 10경기에서 단 1골만을 내주며 6승4무로 패배 없이 조 1위를 확정했다. 한·일월드컵과 유로2004 예선에서 탈락한 뒤 지휘봉을 잡은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은 1994미국월드컵에서 유고의 4강을 이끈 미야토비치, 미하일로비치 등 노장들을 솎아내고 사보 밀로셰비치, 다르코 코바체비치, 마테야 케즈만 등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들은 유럽예선에서 강호 스페인을 제치고 조 1위로 독일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월드컵 지역 예선 10경기에서 단 1실점만 내준 수비력이 최고의 자랑이다. 스페인에만 한 골을 내준 포백 라인은 유럽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족하다. 코트디부아르는 월드컵 본선에 처음 출전하는 팀이지만 아프리카 예선에서 카메룬을 밀어내고 올라왔다. 아프리카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강호로 분류되는 전통의 팀이다. 간판 킬러 디디에 드로그바(첼시)를 비롯해 아스널에서 뛰는 투레, 에부에, 조코라, 딘다네 등 유럽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홈팀 이집트에 아깝게 우승을 내줬지만 준우승을 차지해 대륙 최강의 전력을 선보였다. 카메룬, 나이지리아도 눌렀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5개국 중 코트디부아르를 최고의 복병으로 지목했다. ●[D조 Special 포르투갈 vs 멕시코] 그대, 축구계의 판도를 뒤흔드는 자 가장 평이하면서도 가장 예측이 어려운 조다. 톱시드 중 최약체로 꼽히는 멕시코, 본선 처녀 출전팀인 앙골라,FIFA 랭킹 7위 포르투갈, 아시아의 강호이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최고성적이 14위에 그친 이란 등 고만고만하다. 그만큼 변수도 많을 것으로 예상돼 16강 진출팀을 점치기도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지옥의 조’가 될 수도 있다. 앙골라가 월드컵 데뷔 무대에서 얼마나 활약할지가 가장 큰 변수지만 16강 진출 가능성은 멕시코와 포르투갈이 높다. 북중미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멕시코는 일부 전문가들의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컨페드컵에서 브라질을 꺾고 아르헨티나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북중미 지역예선 득점랭킹 1∼3위를 모두 차지했을 정도로 공격력이 강하다. 멕시코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스트라이커 하레드 보르헤티(볼턴)는 이번 지역예선에서 14골을 터뜨려 북중미 지역예선 득점왕에 올랐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수비수 마르케스와 장신 공격수 보르헤티가 공수에 앞장설 멕시코는 기복이 심한 편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가가 2라운드행을 결정한 전망이다. 오히려 D조에선 톱시드의 멕시코보다는 포르투갈이 조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다. 한·일월드컵 당시 ‘골든 제너레이션’을 앞세워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받고서도 미국과 한국에 패해 16강 진출에 실패한 포르투갈은 이후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명장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을 영입했다. 또 능력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기존 선수들과의 조직력을 강화한 결과 지난 유럽선수권대회 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박지성의 팀 동료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를 비롯해 바르셀로나의 데코, 첼시 듀오 카르발류, 페레이라, 미드필더 마니셰, 코스티냐 등이 버티고 있다.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앙골라는 전력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D조의 다른 팀들이 모두 두려워하고 있는 상대다. 골잡이 만토라스가 포르투갈 프로팀 벤피카에서 뛰고 있기도 하다. 아프리카 예선에서 나이지리아와 1승1무를 기록해 첫 출전팀이라고 무시하기 힘들다는 평가도 많다. 이란은 ‘테헤란의 마술사’ 알리 카리미(바이에른 뮌헨)를 비롯해 메흐디 마다비키아(함부르크), 페레이둔 잔디(카이저스라우테른), 모하람 나비드키아(하노버) 등 대표팀 ‘사총사’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주축 멤버들이 홈 구장이나 다름없는 독일에서 결전을 치르는 이점이 있어 D조 판도를 뒤흔들 다크호스로 지목받고 있다. ●[E조 Special 이탈리아 vs 체코] ‘제2의 코리아’ 주인공은? E조는 또 하나의 ‘죽음의 조’다.16강에 오르기 위해 다른 조보다 더 많은 힘을 소진할 게 뻔하다. 체코와 이탈리아가 전력상 앞서지만 미국과 가나도 무시할 상대가 결코 아니다.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면서 4-5-1의 변칙 전형을 쓰기도 하는 체코는 빠른 공격과 강한 체력, 장신을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뿐만 아니라 탄탄한 수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2m가 넘는 장신 얀 콜러(도르트문트)와 빠르고 기량이 탁월한 밀란 바로시(아스톤빌라)의 투톱 조합은 환상적이라는 평가. 중원을 마구 휘젓는 파벨 네드베드(유벤투스)와 카렐 포보르스키(체스케), 그리고 공격형 토마시 로시키(도르트문트)와 수비형인 토마시 갈라섹(아약스)의 미드필드진도 훌륭하다. 마렉 얀클로프스키(AC밀란), 토마시 유즈파루시(피오렌티나), 다비드 로체날(PSG), 즈네넥 그리게라(아약스)가 나서는 포백 수비는 공격 가담보다는 자리를 지키며 안정적인 수비를 운영한다. 골키퍼 페트르 체흐(첼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특징은 활발히 움직이며 공간을 만드는 미드필더들에게 수비수들이 긴 패스로 공을 연결하고, 힘의 우위를 앞세운 허리진과 공격진이 상대를 제압하면서 3∼4차례의 패스로 득점을 노리는 선굵은 축구다. 주전과 백업요원간의 기량 차가 거의 없는 것도 강점. 특별히 약점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조직적인 패스로 다가오는 상대에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빗장 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이번 독일월드컵에 ‘공격 축구’를 예고하해 눈길을 모은다. 이탈리아는 그동안 미드필더 프란체스코 토티(AS로마)를 최대한 활용하는 4-3-1-2전형을 주로 채택해 왔지만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이탈리아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잇는 알베르토 질라르디노(AC밀란)와 루카 토니(피오렌티나), 여기에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유벤투스)를 내세우는 4-3-3 전형을 실험하면서 평가전에서 다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안드레아 피를로, 젠나로 가투소(이상 AC밀란), 마우로 카모라네시(유벤투스) 등 몸싸움과 체력이 뛰어난 미드필드진과 지안루카 잠브로타, 파비오 칸나바로(이상 유벤투스), 알레산드로 네스타(AC밀란), 파비오 그로소(팔레르모)가 버티는 강력한 수비진은 이탈리아 축구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낼 전망. 미국은 8년째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브루스 아레나 감독이 브라이언 맥브라이드(풀럼), 클라우디오 레이나(맨체스터시티), 디마커스 비즐리(에인트호벤), 랜던 도노반(LA갤럭시), 에디 존슨(캔자스시티) 등 신구 선수들의 조화를 이끌어 내면서 다져놓은 조직력이 뛰어나다. 팀의 주축인 레이나와 맥브라이드가 각각 34살과 35살로 나이가 많은 것이 흠이다. 미셸 에시앙(첼시), 술레이 문타리(우디네세), 스테판 아피아(페네르바체) 등 ‘미친 미드필더들’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력한 미드필드진이 돋보이는 가나는 지난 2001년 세계청소년(20세 이하)선수권대회 준우승 멤버들이 주축이다.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이 위력적. 그러나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크고 확실한 골잡이가 없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F조 Special 브라질 vs 크로아티아] 아킬레스건을 잡아라 최근 한국을 방문한 거스 히딩크 호주대표팀 감독은 독일월드컵과 관련,“호주는 32년만에 본선에 진출한 것에 만족하고 있으며 우승후보인 브라질 외에 일본과 크로아티아의 전력이 만만찮아 16강행이 힘들 것”이라면서 “그러나 한국을 위해 일본을 이기겠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한국의 이웃 국가 일본을 의식한 히딩크의 엄살이다. 다른 모든 감독들처럼 언제나 승리를 갈망하는 히딩크는 브라질과 함께 16강행을 노리고 있으며 그 이상의 성적을 원하고 있을 게 뻔하다. F조의 화두는 누가 브라질과 함께 16강을 가느냐다. 따라서 비슷한 전력의 호주와 일본, 크로아티아가 16강행 티켓을 치열하게 다툴 전망. 교과서적인 축구를 구사했던 호주는 잉글랜드 등 유럽에서 뛰는 재능 많은 선수들이 히딩크의 조련을 거치면서 다양한 전술을 가미해 강하게 변모했다. 우세한 체격과 힘을 바탕으로 미드필드부터 강한 압박과 수적 우위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며 원톱의 포스트 플레이와 재빠른 2선 침투를 활용한다. 해리 키웰(리버풀)과 마크 비두카(미들즈브러)는 골 결정력이 위협적이다. 팀 카힐(애버튼)과 브렛 에머튼(블랙번)은 헌신적인 미드필더. 마르코 브레시아노(파르마)는 ‘호주산 진공 청소기’다.4-4-2 전형을 주로 구사하나 중앙 수비가 약한 편. 공수 전환이 느린 단점도 드러냈다. 3-5-2 전형을 주로 채택하는 일본은 나카타 히데토시(볼튼)와 나카무라 순스케(셀틱), 이나모토 준이치(웨스트브로미치) 등이 이끄는 미드필드가 강하다. 독창적인 이들의 패스와 측면 공격의 스피드, 정교한 크로스, 그리고 수비와 미드필더간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돋보이지만 득점력이 떨어지는 게 고민이다. 야나기사와 아쓰시(가시마), 다카하라 나오히로(함부르크) 등이 스트라이커로 나서지만 파괴력이 미흡하고, 신장이 작은 수비진의 공중볼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측면 공격보다는 중앙 침투를 선호한다. 한 번에 이어지는 긴 패스를 체격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이 몸싸움과 헤딩으로 따낸 뒤 순식간에 상대 문전을 위협한다. 장신 투톱 다도 프르소(글래스고)와 이반 클라스니치(베르더 브레멘)의 뒤에서 즐라코 크란카르 감독의 아들 니코 크란카르(하이두크)와 다리오 스르나(샤크타르)가 공격 지원에 나선다. 주전 대부분이 유럽 빅리그에서 뛰며 공·수가 탄탄하지만 노장들이 많고 확실한 스타플레이어가 없다는 게 약점. 브라질은 유럽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유럽 강호들의 벽을 뚫고 우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4강에만 그쳐도 실패로 치부하는 브라질 축구는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 호나우디뉴(바르셀로나), 카카(AC밀란), 아드리아누(인터밀란) 등 화려한 공격 라인을 살리기 위해 4-2-2-2의 독특한 전형을 구사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에메르손(유벤투스), 질베르투 실바(아스널)와 호베르투 카를루스(레알 마드리드), 주앙(레버쿠젠), 카푸(AC밀란) 등의 철벽 포백 라인은 그야말로 ‘드림팀’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준다. 윙백인 카를루스와 카푸의 공격 가담은 일품이지만 이들의 노쇠화로 수비 복귀가 늦어 빈 공간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H조 Special 스페인 vs 우크라이나] 거미손, 축구의 차이를 말한다 스페인은 세르비아-몬테네그로에 밀려 조 2위에 머물렀지만 슬로바키아와의 플레이오프를 1승1무로 마치고 본선진출을 확정했다. 지역예선에선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한·일월드컵 멤버들이 고스란히 버텨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일단 레알 마드리드의 이케르 카시야스(24)가 여전히 골문을 지키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파블로 이바녜(24)와 FC 바르셀로나의 카를로스 푸욜(27), 레알 마드리드의 세르히오 라모스(19) 등이 지키는 수비도 비교적 탄탄하다. 레알 베티스의 호아킨(24), 잉글랜드 리버풀의 샤비 알론소(24), 발렌시아의 빈센테(24)가 맡고 있는 허리진도 수준급. 여기에 지난해 12월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던 샤비(바르셀로나)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의 라울 곤살레스(27)를 비롯해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페르난도 토레스(21)의 공격력은 날카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반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에서 단 1골을 뽑은 것을 놓고 톱시드에 올라 있는 유럽국가 중 가장 약하다고 혹평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지난 1994년까지 구 소련연방에 묶여 있다가 4년 뒤 프랑스월드컵부터 유럽지역 예선에 참가해온 우크라이나는 이탈리아 AC 밀란의 ‘득점기계’ 안드리 셰브첸코(29)의 맹활약 덕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2004년 유럽 최고의 선수로 꼽힌 셰브첸코는 유럽예선에서 6골을 몰아치며 진가를 발휘했고, 독일 바이에르 레버쿠젠에서 활약하고 있는 안드리 볼로닌(26)도 공격에 가세한다. 유럽국가 중 개최국 독일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터키에 거둔 3-0 승리를 제외하고는 몇 차례의 A매치에서 박빙의 승부에 그쳐 그다지 위력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엇갈린 평가도 있다. 튀니지는 아프리카 지역예선을 통과한 5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월드컵을 경험한 국가로 2004년 아프리칸 네이션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가 하면 1996년에도 준우승을 경험한 아프리카 강호다.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1998년 프랑스대회와 한·일대회에 이어 통산 네번째,3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지만 단 한 차례도 조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1978년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3-1로 승리하면서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거둔 첫 아프리카 국가라는 자긍심은 여전하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첫 튀니지 선수인 볼턴의 수비수 라디 자이디(30)를 비롯, 프랑스 툴루스에서 뛰는 스트라이커 실바 도스 산토스가 요주의 인물.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에서 활약하는 수비수 하템 트라벨시(28)까지 2002년 멤버들이 수두룩하다. 아르헨티나 출신 가브리엘 칼데론이 지휘봉을 쥔 사우디아라비아는 한·일월드컵에서 4강을 차지한 대한민국을 두 차례나 울리며 본선에 올랐다. 전원 자국의 클럽 출신으로 짜여졌다. 베테랑 스트라이커 사미 알 자베르(34)와 야세르 알 카타니(34) 등을 앞세워 12년 전 이뤘던 16강 진출을 다시 노리고 있다. 특히 아시아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는 마브루크 자예드(이상 알 이티하드)가 지키는 골문은 빈틈이 없다.
  • [01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35분) 19일부터 22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여성발명 우수사례 발표회. 숯 침대·식기 등 숯 관련 생활용품부터 색깔 있는 소금까지 아이디어 제품들이 선보였다. 여성의 유연함과 섬세함, 창의성을 발명으로 연결시켜 여느 발명품보다 실용적인 것들이 인상적이었던 발표회 현장을 들여다본다.   ●하나뿐인 지구(EBS 밤 12시) 풍란은 남해안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식물이지만 분재 재료로서의 관상 가치 때문에 너도 나도 캐어가서 지금은 희귀식물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2002년 진도 앞바다 관매도에서 자생지가 발견됨으로써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됐다. 관매도 풍란 복원 프로젝트의 현장을 찾아가 본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8시55분) 결혼 5년차 부부. 꾸준히 직장을 다녔던 아내는 사회생활을 위해 아이 낳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와 달리 아이를 빨리 갖고 싶어했는데, 이에 남편은 아내 몰래 피임약을 바꿔치기 했고 후에 아내는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분노한 아내를 향해 남편은이혼하자고 말하는데….   ●여성의 힘 희망한국(MBC 밤 12시25분)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더 많은 여성정치인을 배출하려는 여성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회 전반에 걸친 여성문제의 논의는 물론 여성들의 활발한 정계 진출을 위해 새로운 단체를 결성하기까지 여성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발로 뛰는 ‘생활자치 맑은정치 여성행동’의 남윤인순 대표를 만나본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55분) 70,80년대 최고의 스타배우로, 최근엔 드라마에서 유머와 끼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중견탤런트 이영하를 만나본다. 탤런트 출신 박사 1호, 홍유진 교수가 ‘원폭 피해자’를 다룬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홍유진의 색다른 연극 이야기, 데뷔 시절 아찔했던 실수담과 교수가 된 사연 등을 공개한다.   ●가요무대(KBS1 오후 10시) 맑은 목소리로 많은 히트곡을 냈던 정훈희가 ‘꽃밭에서’와 ‘풀꽃반지’를, 성악가만큼이나 폭넓은 성량을 자랑하는 김경남은 많은 사람들이 애창하는 가곡인 ‘목련화’를 부른다. 귀여운 신인가수 아이리스가 부르는 ‘정열의 꽃’은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발랄하고 즐거운 멜로디의 가요들을 감상해 본다.
  • [열린세상] 전환기 한국 외교,무엇이 필요한가/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기상도는 ‘흐림’이다. 북핵문제는 2005년 9월,6자회담 공동성명 발표 이후 위폐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논란 때문에 일정기간 휴면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북핵 해법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까지도 포함시켰던 공동성명의 도출로 한때 상당한 탄력을 받았던 한국 외교로서는 다소 맥 빠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가운데 일본이 다시 독도문제로 한·일관계의 뇌관을 건드리면서 한국에 단호한 행위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관계도 위폐 문제와 6자회담 소강상황의 관련성, 미군기지 확장 이전과 관련한 국내 시위와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으로 부산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5일 중국 국방부장 차오강촨(曹剛川)이 한·중 군사협력을 위한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중(對中) 경사(傾斜) 태도를 비판하는 논조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그것을 배경삼아 보통국가론의 정책적 실천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북·미관계가 여전히 교착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요컨대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점차 협착(狹窄)해 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착의 상황이 어디 어제오늘만의 일이랴.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자율 공간의 협소화는 한국 외교에 태생적으로 주어진 조건으로 작동해 왔다. 때로는 협착 상황으로 인한 국제정치적 강압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고, 다른 국가와 강력한 동맹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생존의 해법을 찾기도 했다.21세기 초,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는 한국 외교에 협착의 압박은 다시 현실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전환기의 한국 외교,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전환기의 한국 외교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전제는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대립과 갈등구조가 나타나면 그 일차적 피해자는 한반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으로서는 그러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테면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이 한국 외교의 중장기적 목표여야 한다. 이를 위해 타개할 것은 타개하고, 조성해야 할 것은 조성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유산은 과감히 타개해 나가면서, 지역적 평화와 안정적 환경의 조성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자임하는 의지가 요구된다. 이러한 원칙 위에서 다양한 전략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전략들이 병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외교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협착 구도 속에서도 틈을 찾아야 한다. 한국 외교는 평화와 안정이라는 보편적 명제를 선창(先唱)해야 한다. 보편가치의 선점전략이다. 협력적 지역 질서를 창출하고 강화하기 위한 협력촉진전략도 한국으로서는 염두에 둬야 할 외교적 과제다. 반면, 지역 갈등이 생기는 경우 평화적 중재의 외교적 의지를 표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른바 균형외교의 혜지가 요청된다. 한편, 현실적으로 한국이 원하지 않는 대립적 국면으로 치닫는 경우에 대비한 전략도 강구해 두어야 한다. 전환기 한국 외교의 현장에 한·미동맹의 유지도 그래서 필요하다. 이것은 일종의 안전판과도 같은 것이다. 다만 한·미동맹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적 경직성이나 한·미동맹의 조속한 변경만이 절체절명의 시대적 대안이라는 대항적 경직성에서는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 스펙트럼 양극의 두 대안 모두 동북아 대립질서 형성을 촉발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연한 병행전략의 지혜가 필요하다. 유연함은 담대하고도 여유 있는 자세에서 나온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열린세상] 하버드 ‘천재 총장’이 실패한 까닭/이덕연 연세대 교수

    지난달 하버드대학의 로런스 서머스 총장이 사임하였다. 그 이유와 배경에 관해 말들이 많지만, 한마디로 말한다면 학부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혁 프로그램이 교수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이다. 대학에 대하여 정치만큼이나 경쟁력이 없다는 ‘심한’ 비난과 함께 개혁 요구가 집중되는 우리 상황에서 대학개혁과 그것을 둘러싼 갈등 자체는 새삼 관심거리가 될 것이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고,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우리나라 유수한 대학의 10배이상인 하버드대학의 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대학의 심각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진단 및 구조개혁 처방은 이미 과잉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학이 왜 그리고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더이상 재론이 필요 없을 정도로 충분히 논의되었다. 우리 교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서머스가 최우선 개혁 대상으로 관심을 가졌던 커리큘럼이 어떻든간에 매킨지그룹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유수한 기업으로부터 초임 연봉으로 9만달러를 제의받는 졸업생을 배출하는 하버드의 교수들도 대부분 문제인식은 공유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겠지만, 정치개혁·정부개혁·의회개혁·사법개혁·교육개혁·식단개혁 등등 개혁의 홍수 속에서 교수 생활을 하는 한 시민으로서 이번 ‘하버드 스토리’를 굳이 소개하는 까닭은 조금 생뚱맞지만 ‘사람’과,‘사람관계의 다발’인 세상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에서 둘째 가라면 서운해 할 하버드의 교수들, 특히 전통적인 연구 중심의 대학구조와 운영체제 속에서 학부 강의시간을 최소로 유지하면서 연구를 우선해 온 정년보장 교수들에게 강의부담이 가중되는 방향의 학부 커리큘럼 개혁이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치열한 스타교수 영입경쟁에서, 돈보다는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위한 적은 강의부담이 최선의 유혹수단이 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서머스의 개혁구상은 총론적으로는 맞지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좀더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서머스 개혁’이 실패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었던 듯하다. 그의 아버지는 펜실베이니아대학, 어머니는 와튼경영대학원의 교수를 지냈고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MIT의 폴 새뮤얼슨과 케네스 에로 스탠퍼드대 교수가 삼촌과 외삼촌이다.28세 최연소로 하버드대 정교수에 임명되었고,1993년 차관으로 재무부에 들어가 44세인 99년 장관이 되었다. 이어 2001년 하버드대 총장에 취임하기까지 서머스 자신도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다. 최고의 경제학자 집안 출신에, 탁월한 능력과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만큼 아마도 세상에 무서울 게 없었을 터. 그는 세간의 기대에 한치의 어긋남 없는 재승박덕의 천재 악동(惡童)식 행태로 유명하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마돈나와 순결의 관계만큼이나 그와 겸손은 거리가 멀다.’라 하고, 루빈은 재무부장관 재직 중에 가장 즐거웠던 일이 ‘서머스 길들이기’였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다. 루빈의 길들이기가 효과를 봤는지 장관 재직 중에 많이 순화되었다는 평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점잖은 하버드 교수들에게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개혁을 주도하는 젊은 총장 서머스는 여전히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을 신고, 셔츠 끝자락이 삐쭉 튀어나와 있는’ 똑똑한 철부지에 불과하였던 듯하다. 그에게 2% 부족했던 건 나이나 식견이 아니었다. 개혁의지도 아니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겸손과, 겸손하지 않고는 결코 가질 수 없는 덕성과 유연함, 바로 ‘사람’이었다. 러플린 총장 주연의 ‘카이스트 스토리’의 갈등구조는 어떤 것인지, 바빠서 어렵겠지만 혹시라도 우리 ‘개혁공화국’과 ‘개혁대학’의 리더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적잖이 궁금하다. 이덕연 연세대 교수
  • 20살 성년 두 극단 화려한 봄나들이

    20살 성년 두 극단 화려한 봄나들이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와 극단 아리랑(대표 방은미)은 우리 전통연희 양식의 미덕을 누구보다 잘 지켜내고 있는 단체다. 마당놀이(미추)와 마당극(아리랑)이라는 전통 민족극 형식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현대극, 뮤지컬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유연함이 돋보인다. 어느 작품이든 사회현실의 문제에 깊은 시선을 두는 점 역시 닮았다. 1986년, 같은 해 태어나 올해 스무살 성년이 된 두 극단이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잇따라 기념공연을 올린다. 미추는 17일부터 26일까지 창작 초연작 ‘주공행장’을, 아리랑은 4월1일부터 16일까지 시대극 ‘격정만리’를 공연한다. ●금주령에 얽힌 풍자와 해학극 극단 미추는 연출가 손진책이 연극 동지이자 인생 반려자인 김성녀와 배우 윤문식, 김종엽, 정태화 등 30여명과 함께 만든 단체다.‘추(醜)를 떠난 미(美)가 없고, 미를 떠난 추가 없다.’는 창단 선언처럼 극단 미추는 지금까지 추한 현실에서 희망을 찾고, 외적인 아름다움의 이면에 감춰진 어둠을 드러내는 무대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다. 해마다 고전을 재해석해 무대에 올리는 마당놀이 풍자극을 비롯해 뮤지컬 ‘정글이야기’‘최승희’, 현대극 ‘허삼관 매혈기’‘벽속의 요정’ 등 숱한 화제작을 남겼다. 20주년 기념작 ‘주공행장(酒公行狀)’(배삼식 작·손진책 연출)은 조선 영조시대 금주령을 둘러싼 갈등과 해학을 담은 코미디극이다. 여러 번안극에서 원작을 뛰어넘는 탁월한 글솜씨를 뽐내온 극작가 배삼식이 ‘오랑캐여자 옹녀’이후 두번째로 내놓은 창작 희곡으로, 공연 전부터 대학로는 물론 충무로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수리 소생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고민하던 왕은 궁중 연회장에서 술에 취한 신하들이 생모 영전에 올리는 제주(祭酒)를 거론하며 불만을 쏟아내자 금주령을 내린다. 주인공 주호는 애주가인 아버지가 금주령의 폐단을 상소하다 매를 맞고 죽자 왕에게 술을 권하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건 도전을 감행한다. 연극은 왕의 권위에 맞서 기행을 벌인 한 소년의 행적과 그에 대한 기록을 옛 가전체 소설을 빌려 코믹하게 풀어놓는다. 윤문식, 이기봉, 이미숙이 연령대별 주호로 분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극의 묘미를 살린다.1만 5000∼3만원.(02)747-5161. ●격정의 시대를 산 연극인들의 자화상 “우리는 ‘아리랑’이라는 조각배를 바다에 띄운다. 선원 모두가 익사할 때까지 우리의 항해는 계속될 것이다.”1986년 8월22일 신촌의 한 소극장 분장실. 창단 첫 공연을 앞두고 서른 다섯살의 대표 김명곤은 단원들 앞에서 비장하게 말했다. 조각배는 암초와 폭풍우를 헤치며 20년간 항해 중이고, 지난 연말 국립극장장직에서 물러나 현장에 복귀한 초대 선장은 이달 초 문화행정의 수장이 됐다. 연극 ‘격정만리’는 김명곤 문화관광부장관 내정자가 1991년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격변의 세월을 살아낸 연극인들의 다양한 삶을 담고 있다. 창극, 신파극, 악극 등 한국 연극사의 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작품 성격 때문에 초연 당시 이념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방은미 대표는 “연극의 사회적 책무와 예술적 완성도를 위해 꾸준히 창작극의 길을 고집해 온 지금까지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극단이 지향할 방향을 점검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현준, 이승비, 권태원 등이 출연한다.2만∼5만원.(02)762-91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양심적 병역거부의 해법/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12월26일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제까지 늘 그러했듯이 인권위의 결정 이후에도 격렬한 논란만이 계속되고 있다. 새해에는 모든 사람이 삶의 의미와 희망을 공유하는 ‘열린세상’의 꿈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인권위 결정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결정의 핵심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고, 따라서 입법자와 정책당국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무’를 조화시키는 대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형사처벌과 병역의무 이행간의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아니하고, 대안을 제공하는 대체복무제도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권고가 그 결론이다. 사실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전향적인 헌법해석과 대체복무제의 도입 자체는 해묵은 내용이고, 이미 2004년 8월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도 충분히 논의된 바 있다. 전자의 부분은 2명의 재판관이 제시한 반대의견에 해당되고, 후자 또한 다수의견이 병역법규정에 대하여 합헌의견을 내면서도 국회에 대하여 적극적인 입법개선을 권고하면서 보완책으로 제시한 내용이다. 관련 법률안도 이미 2004년 11월 국회에 제출되어 계류 중에 있다. 그러나 인권위 결정의 각별한 의미는 그 내용이 아니라 결정의 효력에서 찾아진다. 일반적으로 인권위의 권고결정은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결정의 법적 효력의 관점에서 보면 오해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피권고기관의 장이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록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은 없지만, 이 존중과 이행노력의 의무는 명실상부한 법적 의무이다. 의제된 결론에 끼워맞추는 작위적인 논의나, 진지한 고민과 검토의 과정을 생략하는 성급한 예단이 성실한 의무이행으로 인정될 수 없다. 그것은 우선 차분한 대화가 가능한 열린 공론의 마당을 열고,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은 즉시 의무이행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공표하고,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최우선의 작업은 직접 당사자인 우리 젊은이들의 국가안보의식과 윤리관, 병역의무에 대한 인식의 현황 등을 정확하게 조사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이는 입법자의 정책적 재량과 헌법심사에서 결정적인 판단기준이 되는 이른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존부를 확인하는 작업의 핵심이다. 대체복무제에 대하여 단순히 찬반의견만을 묻고, 압도적인 다수가 반대한다는 통계수치를 제시하는 식의 설문조사는 더 이상 필요없고, 보다 엄정하고 전문적인 조사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정서법’의 근거가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과 토론을 위한 적확한 실증자료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캠퍼스에서 매일 만나고 있는 우리 청년세대의 생기발랄하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은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믿는다. 적어도 자신의 전인격을 걸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들 생각의 다원성과 균형감각, 유연함과 진지함도 확신한다. 이러한 소신이 조사를 통하여 확증된다면 적어도 우리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국민정서와 국가안보위험을 이유로 하는 절대 반대론과 시기상조론은 배제하고 구체적인 권고이행의 방안을 모색하는 후속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조사결과가 그 반대라면 유감스럽지만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조건이 성숙되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한 확인으로 입법개선차원의 논의는 일단 종결되고, 그것으로 권고의 존중과 이행노력의 법적 의무는 다한 것이 된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 [독일월드컵 2006] 수비 허술…공격력 막강

    ‘허술한 수비, 막강한 공격력’ 독일월드컵 본선에서 한국과 첫 경기를 치를 토고 축구대표팀이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토고는 11일 밤 열린 아프리카 최강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28분 아데카미 올루파데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간판 골잡이 에마뉘엘 아데바요르(AS모나코)와 주니오르 세나야가 출전하지 않았지만 공격력은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수비는 여전히 상대의 측면 공격에 허점을 드러냈다. 또 다른 특징은 전반에 고전하다 후반에 활기를 찾는 ‘슬로 스타트’. 한국으로서는 체력저하가 우려되는 후반 경계를 강화해야 할 대목. 지역예선에서 올린 22득점 가운데 후반 득점이 14점이다. ●공격 올루파데의 경기 조율 능력이 돋보였다. 가나전 후반 올루파데의 투입으로 중원이 탄탄해지면서 좌우 침투 횟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아프리카 특유의 유연함과 개인기도 겸비해 한국 수비진이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포백수비 시스템은 공격지향적이어서 토고의 급습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축구평론가 정윤수씨는 “중앙수비에는 상대의 개인기에 대비, 맨투맨 능력이 뛰어난 김영철과 최진철이 포진하면 좋은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드필드 조직력과 전술의 부재가 다소 보이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드필드에서 공격을 풀어갈 때 좌우 측면에서 오버래핑하는 등 전술의 다양성이 부족해 가나전에서는 단조로운 종패스나 드리블이 자주 나왔다. 정씨는 “한국으로서는 초반부터 거친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 ‘혈맥’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격력은 후반에 강화되는데 효과적인 차단에 이은 빠른 역습에서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미드필드진은 박지성을 비롯해 김두현 이호 조원희가 있고 여기에 ‘파이터’ 김남일까지 가세한다면 중원싸움에선 승산이 있다. ●수비 여전히 구멍을 드러냈다. 장신인 에릭 아코트를 비롯한 포백 라인의 공간 이해 능력이 떨어졌다. 정씨는 “상대가 측면을 파고들 때 심지어 두명의 수비수가 한꺼번에 공을 따라가는 모습도 보였다.”면서 “발빠른 박주영이나 이천수를 활용한 좌우 측면 공격이 주효할 것”이라고 평했다. 두 선수 모두 좌우 측면에서 골문에 이르는 대각선 공격이 뛰어나 직접 슈팅기회도 주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프로축구 2005 K-리그] 박주영, 만장일치 신인왕

    [프로축구 2005 K-리그] 박주영, 만장일치 신인왕

    ‘축구천재’ 박주영(20·FC서울)과 ‘지략가’ 장외룡(46) 인천 감독이 프로축구 K-리그 23년 역사를 바꿨다. 박주영은 12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05 K-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총 73표 중 한 표의 이탈도 없이 만장일치로 최고의 신인 자리에 올랐다. 프로축구 23년 사상 처음. 박주영은 올시즌 두 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19경기에서 12골 3도움의 성적을 올리며 K-리그에 ‘박주영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박주영은 “신인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고 동계훈련 동안 투쟁력을 키워 내년에 더 많은 골을 넣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주영은 또 월드컵 조편성과 관련,“올해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맞붙은 스위스는 포백을 쓰면서 10명의 선수가 잘 짜여진 커튼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이었다.”면서 “하지만 필리프 센데로스 같은 선수는 장신이지만 스피드가 떨어지니 그 선수와 마주친다면 과감하게 드리블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나이지리아와 치른 아프리카팀과의 경기에 대해선 “유연함과 파괴력, 개인기량이 뛰어나지만 조직력에서는 허점이 있었다.”면서 “다만 정보가 부족하니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상 투표에선 창단 2년 만에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끈 장외룡 감독이 총 73표 가운데 35표를 얻어 34표를 얻은 김정남 울산 감독에 1표차로 앞서 올시즌 최고의 감독 자리에 올랐다. 감독상 역시 비우승팀에서 수상자가 나오긴 처음이다. 장 감독은 “김 감독님께 가야 하는 상이라고 생각했다. 힘내라는 채찍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K-리그를 빛낸 베스트 11에는 골키퍼에 김병지(포항), 수비수에는 조용형(부천)-김영철(성남)-유경렬(울산)-임중용(인천)이 이름을 올렸다. 미드필더에는 이천수-이호(이상 울산)-김두현(성남)-조원희(수원)가, 공격수에는 박주영-마차도(울산)가 각각 선발됐다. 이들에 대한 시상은 오는 28일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최우수선수(MVP) 발표와 함께 열린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동양그룹-창업주 故 이양구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동양그룹-창업주 故 이양구회장家

    동양은 국내 재벌가(家)에서 최초로 사위가 승계한 그룹이다. 동양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이 1945년 북에서 혈혈단신으로 월남한데다 이관희(76)여사 사이에 딸만 둘을 둔 것과 무관치 않다. 이 창업주의 차녀인 화경(49)씨가 일찍이 경영에 참여해 현재 오리온 사장직을 맡고 있지만 동양의 ‘경영 대권’은 맏사위인 현재현(56) 동양 회장과 둘째 사위인 담철곤(50) 오리온 회장에게 돌아갔다. 가족 구성원이 단출한 만큼 이 창업주가(家)의 혼맥도는 정·관·재계에 든든하게 뿌리를 내린 국내 여느 재벌가와 달리 단순하다. 또 이 창업주가 딸들의 통혼을 통해 사돈가(家)의 후광을 기대하기보다 자신의 유업을 이어갈 사위들의 ‘사람 됨됨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도 혼맥의 단순함을 더했다. 특히 오리온 담 회장의 집안이 화교 출신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설탕왕·시멘트왕’ 이양구 창업주 동양 창업주인 서남(瑞南) 이양구 회장은 1916년 함경남도 함주군의 작은 농가에서 부친 이교흠(작고)씨와 모친 김성자(작고)씨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이 25세의 젊은 나이로 병사하면서 서남의 어린 시절은 힘겨운 생활로 점철됐다.15세의 늦은 나이에 보통학교 졸업장을 받은 서남은 상급학교 진학 대신 ‘함흥물산’이라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료품 도매상에 취직했다. 서남은 훗날 이곳에서 ‘정직과 신용’이라는 상도를 배웠다고 밝혔다. 8년간 악착같이 돈을 모은 서남은 1938년 식품도매상인 ‘대양공사’를 시작으로 6·25전까지 수차례의 회사를 세우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그때마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여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고향에 수십만평의 토지와 1억원에 가까운 거금도 삼팔선과 전쟁으로 잃었다. 그러나 그는 부산에서 설탕도매업을 기반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전시의 특수 경기와 생필품 부족이 거꾸로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서남은 부산과 마산, 대구 등에서 이른바 ‘설탕왕’으로 불렸다. 서남은 당시 국내 유일하게 설탕을 생산했던 고 이병철 삼성 회장, 고 조홍제 효성 창업주와 가까운 사이였다. 서남은 1955년 삼성 이 창업주와 풍국제과의 배동환씨 3인의 공동 출자로 동양제당공업주식회사를 설립했으며, 풍국제과의 경영에도 참여해 오늘날 오리온(옛 동양제과)의 기틀을 다졌다. 또 동양제당이 국내 최고의 역사를 지닌 삼척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서남은 자연스럽게 시멘트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서남은 1957년 삼척시멘트를 동양시멘트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한 뒤, 노후시설 교체와 증산을 통해 한때 시멘트 왕국을 건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 경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신규 업체의 대거 진입으로 시멘트가 남아돌았고, 정부의 금융 긴축정책으로 동양은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서남이 훗날 ‘운명의 날’이라고 밝혔던 1971년 9월10일 법원에 회사보전신청을 제출해 세인으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채에도 불구하고 동양은 살아났다. 정부의 사채동결조치가 사실상 동양의 구명줄이었으며, 평상시 쌓아온 정직과 신용도 큰 도움이 됐다. ●운명적인 만남 서남과 이관희 여사의 인연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6·25가 이들을 만나게 하고, 또 헤어지게 만들었지만 결국은 거제도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게 했다. 6·25 발발로 3년 5개월만에 공군 소속으로 귀향한 서남은 모친의 부탁에 이관희씨와 약혼했다. 그의 나이 34세였다. 관희씨는 당시 함흥의 명문인 영생고녀(永生高女)를 나와 교편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군의 전쟁 개입으로 두 사람은 결혼식도 못올리고 생이별을 하게 됐다. 부산으로 내려온 서남은 가족 소식을 알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가 뒤늦게 피란선을 타고 월남해 거제도에 머물던 관희씨와 극적으로 만났다. 이 여사는 현재 서남재단 이사장으로 남편의 유업을 기리고 있다. 서남과 이 여사는 슬하에 장녀 혜경(53)씨와 차녀 화경씨 등 2녀를 뒀다. 이화여대 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혜경씨는 평소 집안끼리 잘 알고 지내던 고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의 중매로 1976년 현재현 회장과 결혼했다. 현 회장은 당시 부산지검 검사로 재직중이었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대학 3학년 때 1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혜경씨는 현재 전공을 살려 동양매직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 회장의 집안은 전형적인 선비 가문이다. 고려대 초대 총장을 지내고 ‘유학계의 마지막 거두’로 알려진 고 현상윤 총장이 그의 조부이며, 이화여대 의대 교수를 역임한 고 현인섭씨가 그의 부친이다. 그는 고 현 교수의 3남2녀 가운데 셋째다. 첫째는 고려대 대학원장인 현재천(61)씨이며, 둘째는 현재민(59) KAIST 교수, 장녀는 현재희(51) 세종대 교수, 차녀는 현재란(49) 의사로 현재 이화의원 원장이다. 현 회장과 이 고문은 ‘정담(28·여)-승담(25·남)-경담(23)-행담(18)’ 등 1남3녀를 두고 있다.2세 모두 미국 스탠퍼드대를 다녀 현 회장과 동문이다. 첫째인 정담씨는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복수로 전공한 뒤 지금은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장남 승담씨는 컴퓨터 사이언스와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차녀 경담씨는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있다. 막내딸 행담씨는 스탠퍼드대 교양학부 1학년에 재학중이다. 서남의 둘째 딸 화경씨는 이화여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1980년 뜨거운 열애끝에 담철곤 회장과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담 회장의 선친은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했으며, 타이완 국적으로는 한의원 경영이 쉽지 않아 일찍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화경씨와 담 회장은 슬하에 경선(20)씨와 서원(16·남) 1남1녀를 뒀다. 경선씨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서원군은 국내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서남가(家)의 혼맥은 이처럼 단순하지만 그나마 현 회장 집안을 통해 정·재계에 인연이 이어진다. 현 회장의 조부인 현상윤 전 총장은 6∼8대 국회의원이었던 김봉환 전 국회법사위 위원장과 사돈지간이다. 김 전 법사위원장은 손경식 CJ 회장과 사돈으로 연결된다. ●잉꼬 부부 이 고문과 현 회장은 중매로 만났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애틋하고 각별하다. 결혼 이후 경영수업을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에 홀로 유학한 현 회장은 이 고문에게 자주 편지를 보냈고, 편지 첫 머리에 늘 ‘사랑하는 당신’이라고 적었다. 담 회장과 이 사장은 서로가 첫 사랑이다. 대구에서 서울로 유학온 담 회장은 중학교 3학년 때 이 사장을 같은 반 친구로 처음 만났다. 이 때부터 서로에게 끌린 두 사람은 10년 이상 연애했다. 담 회장이 미국 조지워싱턴대로 유학간 4년이 유일하게 떨어진 시간이었다. 이 때도 두 사람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수백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비싼 국제전화를 하는 탓에 꾸중도 많이 들었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친구에서 연인, 다시 부부로 인연이 이어지기까지 두 사람은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오랜 만남을 지속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막상 결혼때는 집안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담 회장과 이 사장은 국내 재계에서 보기 드문 ‘부부 CEO(최고경영자)’다. 담 회장은 현재 이 사장이 총괄경영을 맡고 있는 오리온의 엔터테인먼트사업 아이디어를 추진한 주역이다. 이 사장은 “나는 다소 감성적인 반면 담 회장은 실용적이어서 상호 보완이 된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 이제는 이 세상에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시에 더없이 훌륭한 사업 파트너”라고 곧잘 언급한다. ●혹독한 경영 수업 서남은 사위들을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더 철저하게, 더 강하게 경영 수업을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내 딸, 내 사위라고 해서 특혜는 없다.”는 것이 서남의 ‘후계자론’이다. 현 회장은 75년 부산지검 검사로 입문한 뒤 결혼과 함께 경영자로 변신했다. 그는 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재계의 첫 발을 내디뎠고, 초고속 승진을 통해 동양의 후계자로 대내외에 알려졌다. 그러나 후계자의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이 창업주는 타계하는 날까지 두 사위와 작은 딸에게 이론과 실전으로 혹독한 경영자 수업을 시켰다. 현 회장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국제금융을 전공한 이후, 이 창업주로부터 직접 경영수업을 받았다. 낮에는 현장을 같이 누비며 실전과도 같은 수업을 받았고, 밤에는 새벽까지 수십년동안 쌓아온 이 창업주의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 창업주의 경영수업은 이틀 정도 잠을 안재우는 일이 허다할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이화경 사장은 동양제과(현 오리온)에서 인턴사원으로 일을 시작했으며, 담철곤 회장도 유학을 마친 후 동양시멘트 구매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 창업주는 ‘경영자가 되려면 기본부터 충실해야 한다.’며 두 사람 모두 구매부로 발령냈다. 이후 이 사장은 영업부를 제외한 각 부서를 돌며 업무를 익혔다. 특히 마케팅담당 시절엔 획기적이고 신선한 광고로 광고담당자들을 놀라게 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초코파이의 ‘정(情) 시리즈’ 광고다. 그는 입사 26년만에 오리온그룹의 외식과 엔터테인먼트사업을 담당하는 CEO에 올랐다. 이 사장은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코리아가 발표한 한국의 여성부호 50인 가운데 8위(1652억원)에 올랐다. 담 회장도 81년부터 동양제과로 자리를 옮겨 구매부장과 사업, 관리, 영업 상무 등을 거치며 89년 동양제과 CEO에 올랐다. ●동양·오리온의 분가 이 창업주가 1989년 타계한 이후 동양의 경영권은 가족간 협의를 통해 맏사위인 현 회장이 승계했고, 둘째 사위인 담 회장은 동양제과를 맡았다. 현 회장과 담 회장은 13년간 각각 시멘트·금융, 제과·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영역에서 독자 경영을 해왔다. 이 때문에 사위간에 기업 분할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여기에 동양제과가 영상미디어 분야에 투자와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30대 기업집단으로 제한을 많이 받아 계열분리가 빨라졌다. 동양제과는 2001년 9월1일 동양에서 분가했다. 동양그룹 32개 계열사 가운데 제과와 엔터테인먼트 계열의 16개사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그러나 동양과 오리온(옛 동양제과)은 여전히 그룹 CI(기업이미지)를 함께 사용할 정도로 뿌리에 대한 깊은 유대감을 이어가고 있다. 현 회장은 “동양과 오리온의 분가는 미래 지향적인 경영을 위해서이며, 한 뿌리에서 나온 두 그룹이 한국경제의 거목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지를 펼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계열분리 이후 동양은 금융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증권·종금·투신업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사로 거듭났으며, 동양생명은 6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동양은 현재 제조업 6개사, 금융 7개사로 총자산은 15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4조 300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그룹은 케이블 방송과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해 계열사를 26개사로 늘렸다. 지난해 매출액 1조 5300억원을 올렸다. 특히 미디어플렉스의 극장사업체인 메가박스는 전국에 117개 스크린을 확보하며 최고의 영화관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영화투자 배급사인 쇼박스는 ‘말아톤’과 ‘웰컴투 동막골’,‘가문의 위기’ 등을 잇달아 흥행시켜 설립 3년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베니건스를 중심으로 한 외식사업과 편의점 사업체인 바이더웨이 등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양·오리온의 대표 CEO 노영인(59) 동양시멘트 사장은 30여년을 시멘트업계에 종사한 산증인이다.98년 동양시멘트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외환위기 한파를 수출로 돌파했다. 그동안 시멘트 수출은 채산성이 안 맞고, 선진국의 품질검사가 까다로워 시늉만 내왔다. 그러나 노 사장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밀어붙여 99년에는 창사이래 최대 물량인 171만t을 세계 각국으로 수출했다. 덕분에 579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기나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노 사장은 동양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박중진(54) 동양종합금융증권 부회장은 금융업계에선 신사로 통한다. 친근한 말투가 트레이드 마크. 그는 조지워싱턴대 MBA 출신으로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을 갖고 있다.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동양증권과 동양생명, 동양종금을 거치며 10년이상 실전 금융을 익혔다. 윤여헌(57) 동양생명 사장은 행시 14회 출신으로 건설부와 재무부를 거쳐 95년 동양에 합류했다. 윤 사장은 겉치레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내실형’ 스타일이다. 철저한 손익 위주의 경영을 선호한다. 오리온그룹을 이끄는 전문 경영인으로는 김상우(48) 오리온 대표이사를 꼽을 수 있다. 김 대표는 1987년 오리온(옛 동양제과)에 입사한 이후 줄곧 마케팅 분야를 맡았다. 농심이 장악한 국내 스낵시장에 포카칩과 스윙칩 등을 출시해 오리온의 돌풍을 일으켰다. 오일호(53) 스포츠토토 사장은 1987년 오리온 마케팅부 과장으로 입사해 오리온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004년엔 스포츠토토 사령탑을 맡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초기 난관을 극복했다. 특히 가라앉은 ‘토토´를 최근 ‘토토 붐´으로 확산시킨 것은 그의 공이 컸다는 평이다. golders@seoul.co.kr ■ 창업주 두딸 이혜경·화경씨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자매.’ 이혜경(53) 동양매직 고문은 국내 ‘재벌가(家)의 딸’들이 그러하듯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전공(이화여대 미대)을 살려 동양매직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가정에 더 충실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장녀로서 모친인 이관희(서남재단 이사장) 여사를 도와 부친의 뜻을 기리는 서남재단의 이사로서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적이다. 반면 이화경(49) 오리온 사장은 1975년 동양제과(현 오리온)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밑바닥을 두루 거친 뒤 26년만에 오리온 사장에 올랐다. 약력에서 알 수 있듯 이 사장은 그동안 ‘경영자의 길’을 걸어왔다. 언니와는 다르게 ‘바깥 일’을 더 중시한다. 이 때문에 자매를 잘 아는 지인들은 보통 언니를 ‘살림꾼’으로, 동생을 ‘여장부’로 부른다. 이 고문은 소박하면서 다정다감하다. 살림을 손수 챙기며, 요리 실력이 수준급이다. 미술 감각을 살려 실내 장식과 정원 등은 손수 꾸민다. 또 혼자서 곧잘 동대문 시장에 나가 살림 도구나 가족 옷을 산다. 자녀 교육에도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1남3녀를 모두 미국의 명문 대학인 스탠퍼드대에 진학시킨 것은 이 고문의 노력과 관심 덕분이다. 이 고문은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때 사회활동을 극도로 자제했으며, 수년간 미국에 머물며 자녀 뒷바라지를 했다. 현 회장도 틈틈이 아이들의 영어와 수학을 직접 가르쳤다. 막내딸 행담씨가 올해 대학에 들어가면서 이 고문은 건강 관리를 위해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이 사장은 경영인, 아내, 엄마의 ‘1인3역’을 소화하느라 늘 시간에 쫓긴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 소홀한 법이 없다. 자녀(1남1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업무 외의 약속은 잡지 않는다. 경영인으로서 이 사장은 어떨까. 호탕하고 도전정신이 강해 부친을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간 현대경영이 2003년 8월 100대 기업 비서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세대 여비서들이 모시고 싶은 CEO’에 뽑히기도 했다. 그만큼 업무상의 유연함과 직원 배려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인턴사원으로 출발해 구매부, 조사부, 마케팅부 등 주요 부서를 거쳐 누구보다 현장 분위기와 실무진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오리온의 외식 및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직원들은 이 사장을 열정적인 CEO로 평가한다. 이 사장이 전담하는 계열사는 온미디어와 미디어플렉스, 외식 사업부문인 롸이즈온 등 3개사. 일주일을 나눠 각각의 회사에 출근한다. 이 사장은 현장 경영을 중시한다. 직원들과 직접 회의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며, 영화사업을 담당하는 CEO로서 때로는 서울 삼성동의 메가박스에서 하루종일 영화를 보기도 한다. 이 사장은 “내가 재밌고, 감동을 받아야 관객들에게 권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golders@seoul.co.kr ■ 두 CEO 경영스타일 비교 ‘외유내강 VS 실용주의’ 사위들이 경영권을 승계하다 보니 현재현(56) 동양 회장과 담철곤(50) 오리온 회장은 곧잘 비교의 대상이 된다. 재계 안팎에선 현 회장을 선 굵은 외유내강형으로, 담 회장을 철저한 실용주의형으로 분류한다. 기업의 성장세로는 담 회장의 오리온이 빠르다.1989년 매출액 1360억원에 불과했던 동양제과(현 오리온)를 지난해 1조 5300억원으로 10배 이상 키운 것은 신규 사업을 진두지휘한 담 회장의 공이 크다. 현 회장은 오리온이 분가한 이후 그룹 구조조정에 매진했다. 금융계열사를 통합, 매각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이 덕분에 1000%를 웃돌았던 부채비율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진입했다. 상대적으로 그룹의 외적 성장은 더디었지만 속은 눈에 띄게 알차졌다. 현 회장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과시하며, 재계의 ‘스타 CEO’로 떠올랐다.CEO 서밋 의장으로서 각국 CEO(최고경영자)들과 토론 및 기자회견을 깔끔하게 소화해 화제가 됐다. 그는 이처럼 남들이 멍석을 깔아주지 않는 한 자신의 진면목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외유내강형 CEO로 불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현 회장은 화를 내지 않는다. 늘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그룹 총수가 화를 내서 임직원들의 기를 꺾으면 차후 일 진행이 쉽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대신 원칙에 따라 결정된 내용은 남들이 주저해도 과감하게 추진한다. 현 회장이 경영자로서 평가받은 첫 사업은 1984년 일국증권(현 동양종합금융증권) 인수다. 당시만 해도 증권사는 대형사고와 부실경영의 대명사로 인식됐던 터라 임직원들의 증권사 인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만 현 회장은 자본금 20억원에 지점이 덜렁 하나뿐인 일국증권을 불과 5년만에 10대 증권사로 키워냈다. 이를 계기로 동양은 30년간 지속된 시멘트와 제과 사업에서 탈피해 금융업 중심으로 업종 다변화를 일궈냈다. 현 회장의 취미는 바둑. 중학교 시절 바둑을 배워 고등학교 때는 적수가 없을 정도였고, 대학 때는 교내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했다. 장수영 9단에 2점으로 버티는 아마 고수다. 현 회장의 고교·대학 동기들은 그를 ‘티없는 친구’로 기억한다.“품성이 맑고 깨끗하며 원만할 뿐 아니라 일처리까지 깔끔하다.”는 것이다. 담철곤 회장은 실용주의자이자 ‘일벌레’라는 평가를 받는다. 요즘도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골프를 치지 않는다. 대신 스키 등 다이내믹한 스포츠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냉혹한 스타일도 아니다. 직원들은 잔정이 많은 CEO라고 얘기한다. 한 임원의 설명이다.“부장 시절에 기획안을 제출했다가 담 회장으로부터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회장으로부터 휴대전화가 왔습니다.‘다시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다’는 내용이었죠. 직원의 기를 꺾지 않으려는 회장의 배려였지요.” 담 회장은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90년대 초반에는 20대 중심의 신규 사업팀을 구성한 뒤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여러 분야의 사업에 진출해 쓴맛을 많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훗날 오리온의 케이블 TV사업과 극장·외식사업 등으로 진출해 현재의 그룹 규모를 갖추는데 일조했다. 담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잘 엮는다. 국내 제과사들이 90년대 안방시장에 안주하며 저성장의 어려움을 겪을 당시,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오리온의 고성장을 주도했다.2003년엔 남들이 모두 망했다고 평한 체육복표 사업체 스포츠토토를 인수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꿔 놓고 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그린스펀 18년 빛과 그림자

    ‘경제 대통령’, 경제정책의 ‘마에스트로’로 일컬어지며 18년간 세계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앨런 그린스펀(78)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시대가 사실상 끝났다. 1987년 8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FRB 의장에 임명된 뒤 미 역사상 최장기 호황과 저인플레 시대를 열었다. 취임 직후 2000대였던 다우지수가 현재 1만선을 넘었다.4%였던 핵심 인플레지수는 2%로 떨어졌고, 실업률도 7%대에서 18년 평균 5.5%에 머물렀다.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인플레 없는 고성장이 지속되는 ‘신경제’를 낳았다. ‘선제적’ 금리정책으로 인플레 억제에 성공하면서 시장의 절대적 신뢰를 확보, 이른바 ‘그린스펀 효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주식·부동산시장에 섣불리 개입하기보다는 주요 경제지표들의 관리를 통한 ‘비개입 정책’과 위기관리전략은 FRB의 기본원칙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그린스펀의 힘은 “(경제상황에 대한)유연함과 기존 경제 도그마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에서 나온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위크는 “그린스펀의 최대 업적은 호·불황의 격랑 속에서 미국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나간 것”이라고 평했다.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취임 두 달만인 1987년 10월 주가가 500포인트 폭락한 ‘블랙 먼데이’와 IT 거품이 터지면서 2000년 주식시장 폭락을 경험했다. 저축대부조합 대량 파산과 1994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동아시아(1997년)·러시아(1998년) 금융위기에 이어 2001년 9·11테러를 맞았다. 그 때마다 신속한 통화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갔다. 반면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거품과 쌍둥이 적자 등은 미해결 과제로 차기 의장에게 넘겼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한국의 미를 다시 읽는다/권영필 등 지음

    ‘벌버둥치며 자기를 보라는 그러한 것도 아니면서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도 움켜잡을 수 있는 바로 그 것이 한국의 미가 아닌가?’ 국내 고고학계의 태두로 평가받은 김원용(1922∼1993)은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미란 무엇이며,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한국의 미를 다시 읽는다’(권영필 등 지음, 돌베개 펴냄)는 바로 이같은 명제에 대한 지난 1세기 동안의 연구성과를 총체적으로 재검토하고, 한국미 논의의 가치와 한계, 과제를 조망한 책이다. 안드레 에카르트와 고유섭으로부터 시작해 지난 2002년 작고한 조요한을 마지막으로 총 12명의 미학자들의 한국미론을 담았다. 과연 이들을 사로잡은 한국미는 무엇일까?일찍이 한국미술통사를 집필한 독일인 에카르트는 고궁과 서민건축에서 유연함에 숨겨진 고전적 조화, 단순미와 소박한 아름다움을 본다. 서구미론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고유섭은 감은사지동삼층석탑에서 ‘구수한 큰 맛’을 찾아낸다. ‘내핍에서 발원한 선과 형태의 미’(신사임당 초충도)‘무심스럽고 어리숭한 둥근 맛’(달항아리),‘비균제성과 자연 순응성’(신라와당) 등 한국미에 대한 치밀한 탐색이 새삼 우리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2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5~15일 이강소 개인전

    간결하면서도 단호한 붓 놀림. 요지부동의 절대성과 물처럼 유연함이 함께 묻어난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이강소(62) 화백의 개인전이 오는 5∼15일까지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린다. 그가 그린 풍경은 현실 저 너머 세계이다. 오리가 자맥질을 하는 물가에는 평화만이 존재하고, 강 기슭의 임자없는 배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담겨 있다. 서양과 동양화법이 절묘하게 결합되면서 정제된 세련미를 보이는 그의 작품은 한편의 시(詩)를 연상케 한다. 함축적인 단어가 주는 강한 임팩트처럼 간결한 필선에서 파워가 느껴진다. 그의 최근 작품들은 과거보다 선(禪)적인 분위기가 더욱 강해졌다. 길게 쭉 뻗친 한줄기 붓자국 위에는 조그만 집이, 아래에는 작은 배가 있을 뿐. 집과 배도 기호화된 형태이지 세부적인 묘사가 아니다. 공간의 여백이 너무나 많아 휑하다는 느낌보다 명상과 고요의 시간을 가져다 주는 혜택을 받게 된다. 특히 몇년전부터 보이기 시작한 작은 집 한채의 등장이 이채롭다. 이 화백은 “집·오리·배를 그려 넣음으로써 바다와 산·호수 등의 이미지가 그려지면서 그림이 다른 풍경으로 보이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색채면에서는 종전의 희미한 푸르스름한 색까지도 배제시킨 완전한 흑백의 무채색 계열로 바뀌었다.15일까지.(02)739-3271.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상암벌서 울린 “남북은 하나”

    상암벌서 울린 “남북은 하나”

    “축구공 하나로 통일은 됐어!” 8·15민족대축전 행사 가운데 하나로 남북통일축구가 열린 14일 밤 상암월드컵경기장 한쪽 천장에는 큼지막한 한반도기와 함께 ‘통일은 됐어’라는 대형 글귀가 펄럭였다. 비록 남측이 3-0으로 이겨 승패를 갈랐고, 남북의 스무살 남짓한 청년들이 90분 내내 강한 승부욕을 드러내며 옐로카드를 맞바꿀 정도로 격렬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때뿐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돈 선수들은 쉴 새 없이 파도타기 응원과 아리랑 합창을 토해낸 6만 5000여명의 관중은 물론 TV로 경기를 지켜본 우리 민족 7000만 모두와 하나가 됐다. 이날 경기는 최근 조 본프레레 감독의 퇴진 압박 등으로 절박한 처지에 놓인 남측의 우세였다.3골은 모두 쓰리톱으로 나선 박주영(20)과 김진용(23), 정경호(25)가 해결했다. 첫 골은 정경호의 ‘원맨쇼’. 정경호는 전반 34분 자신이 직접 얻어낸 프리킥을 김두현이 오른발로 띄워 주자 다이빙 헤딩슛, 오른쪽 골그물을 가르며 선취골을 뽑아냈다. 백지훈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김진용이 넘어지면서 절묘하게 오른발로 밀어넣은 공이 북측 골키퍼 김명길(21)의 키를 넘긴 건 불과 2분 뒤인 전반 36분. 후반에는 ‘축구 천재’ 박주영도 골퍼레이드에 가세했다. 후반 23분 김진규(20)가 찔러준 킬패스를 무서운 순간 스피드로 2선에서 침투한 박주영은 뛰어나오는 골키퍼를 보고 오른발로 가볍게 툭 차 세번째 골을 터뜨렸다. 부상에 시달렸던 오른발이 완전히 회복됐음을 입증한 것. 3골차로 뒤진 북측은 후반 31분부터 무서운 공세를 폈다. 후반 31분 김철호(20)의 크로스를 안철혁(18)이 헤딩슛을 날렸지만 아깝게 크로스바를 넘기고 말았다.3분 뒤에는 교체 투입된 박성관(25)의 오른발 슛도 김용대의 품에 안겼으고, 아크 왼쪽에서 얻은 김성철(22)의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나오는 등 골운도 따르지 않았다. 후반 39분에도 밀집 수비속에서 김성철이 발만 대면 골로 연결될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특히 이날 본프레레 감독은 그간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편협한 선수 기용의 문제점을 시정하려는 듯 이동국(26)을 선발에서 제외했고, 이운재(32) 대신 김영광과 김용대(26)를 전·후반 번갈아 골키퍼로 기용하는 유연함을 보였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선수들뿐이 아니었다. 수시간 전부터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전반 12분 박주영이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수비수 3명을 제치고 들어갈 때, 또 전반 30분 북측 한성철(23)의 강력한 오른발 슛을 남측 골키퍼 김영광(22)이 막아낼 때, 그리고 넘어진 북측 안철혁을 김동진이 손잡고 일으켜줄 때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함성과 박수를 이들에게 아낌없이 쏟아내며 90분을 가득 채웠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美 ‘성과 우선’ 전략적 北배려

    우리 정부가 26일 시작되는 북핵 6자회담의 성과에 기대감을 갖는 이유는 남북관계에서 드러난 북측의 분위기도 있지만, 전에 없는 미국측의 적극성과 유연함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회담 테이블에서 “핵을 과감하게 폐기하고 에너지 및 경제지원을 얻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미국측이 얻게 될 때 이같은 신축성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에 대해서 납치문제를 뒤로 물리라고 권고한 것도 6자회담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3차례 회담을 거치며 진전의 걸림돌로 작용한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미국은 우리 정부와 같이 정면 돌파가 아닌, 측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HEU에 대해선 우리 정부도 미 정부와 같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부인하는 만큼 체면을 살려주면서 회담의 성과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는 묘책을 찾자는 게 우리 방침이다. 이 안을 미측이 일단 수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미 양측은 지난 세 차례 회담에서 HEU를 놓고 팽팽하게 대치,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었다.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에 달렸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존의 회담 때처럼 회담 첫날 개막식에서 각국 입장을 설명하는 기조 연설을 하지 않고 하루 뒤인 27일 전체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기로 한 것도 ‘기(氣)싸움’으로 빚어질 파국을 차단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정부는 북측이 지난 2월10일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군축회담을 하자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조연설 발표 전 완충기를 담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루 이틀 군축회담을 하자고 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힌 정부 당국자의 말은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8일 “한·미·일 3자협의에서 일본의 소극성에 대해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강하게 지적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본측에 일본인 납치문제를 6자회담 논의에서 제쳐둘 것을 권고한 뒤 나온 발언이어서 다분히 정치적인 인상을 풍긴다. 한 소식통은 미국의 납치문제 입장 변화와 관련,“미국 입장에서 최대 현안인 HEU를 우선 덮어 놓고 일단 출발하자고 하는 마당에 과거처럼 일본 정부의 일본인 납치 문제 의제화를 지지 또는 묵인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도 최근 “핵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모인 틀 안에서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면서 “이번에는 일본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과거 회담에서 기조발언에 일본인 납치문장을 넣어 북측의 반발을 샀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2005피스컵 코리아축구대회] 지구촌 최강, 그들이 왔다

    [2005피스컵 코리아축구대회] 지구촌 최강, 그들이 왔다

    ‘피스컵 주인공은 바로 나.’ 2005피스컵 코리아 축구대회가 15일 성남 일화와 PSV에인트호벤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2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전세계를 대표하는 별들이 총출동, 그라운드를 화려하게 수놓으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줄 전망이다. 2003년 초대 챔피언 에인트호벤에는 ‘백전노장’ 필립 코쿠(35)가 있다.98프랑스월드컵 이후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에서 뛰다 지난해 고향 팀으로 돌아온 코쿠는 최전방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윙포워드, 최후방 수비수 등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98프랑스월드컵 한국과의 예선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네덜란드의 5-0 승리를 이끌었고 04∼05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2골을 작렬,AC밀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다. 지난 대회 결승에서 에인트호벤에 무릎을 꿇은 올랭피크 리옹은 프랑스 국가대표 ‘영건’ 시드니 고부(26)를 내세워 복수전을 노린다.2002유럽청소년축구대회(21세 이하)에서 프랑스를 결승으로 이끈 고부는 흑인 특유의 유연함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이용한 파괴력 있는 돌파력을 갖춘 스트라이커.04∼05시즌 프랑스 1부리그 36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며 팀의 정규리그 4연패를 이끌었다. 축구종가의 자존심 토튼햄 핫스퍼에는 잉글랜드의 ‘차세대 스트라이커’ 저메인 데포(23)가 빛난다. 번개 같은 스피드와 패스의 흐름을 읽는 시야, 확률 높은 골 결정력으로 웨인 루니(2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을 이끌 차세대 투톱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시즌 22골을 터뜨리며 프리미어리그 득점 4위에 올라 이적 1년 만에 팀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건너온 레알 소시에다드에는 카흐베치 니하트(26)가 눈길을 잡는다.2002년 레알 소시에다드에 입단한 뒤 04∼05시즌 36경기에서 23골을 폭발시킨 ‘터키의 별’.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으로 레알 소시에다드 소속으로 뛰는 이천수(24)와 포지션 경쟁을 펼쳐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축구의 대륙 남미의 대표 보카 주니어스에는 마르틴 팔레르모(32)가 화끈한 골 사냥으로 팀을 이끌 전망이다.2000년 유럽과 남미 챔피언팀 간의 대결인 도요타컵에서 유럽 챔피언인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혼자 2골을 작렬, 팀의 2-1 승리를 이끈 팔레르모는 저돌적인 드리블과 절묘한 컨트롤을 활용하는 득점능력이 뛰어나다. 한국 대표 성남 일화에는 K-리그 간판 공격수 김도훈(35)과 ’러시아 특급’ 이성남(28)이 나선다.K-리그 통산 득점랭킹 2위(104골) 김도훈과 최소경기(220경기) 50-50클럽의 주인공 이성남이 개최국의 자존심을 곧추세우기 위해 한껏 땀을 흘릴 전망이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데스크시각] 新유목민시대의 명암/김종면 주말매거진WE팀 차장

    인류 미래의 대안을 노마드(유목민)에서 찾을 수 있을까.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노마드적 삶의 양식에 주목한다. 그가 말하는 노마드란 물론 광활한 초원에서 소나 양떼를 키우는 소박한 의미의 유목민이 아니다. 직업이나 주거, 가정을 수시로 바꾸는 불안정한 ‘도시 유목민’ 내지 첨단 정보기술로 무장하고 사이버 세계를 떠도는 ‘디지털 노마드’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노마드적인 삶을 살고 있음에 틀림없다. 현대에 들어 노마드 혹은 노마디즘의 의미는 점차 확장되고 있다. 공간적인 이동뿐 아니라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정체성을 바꿔가는 창조적인 행위까지 그 범주에 든다. 직업을 따라 유랑하는 잡(job) 노마드의 등장 또한 그런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세계화와 디지털화, 극단적인 개인주의의 흐름 속에 기존의 정착생활 방식을 바꿔놓고 있는 이들은 사이버 제국의 시민이다. 사이버 공간의 분신인 복제이미지가 그들의 일상을 대신한다.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마셜 맥루언의 지적대로 미래의 세계는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 지구 곳곳을 떠돌아다니지만 어디에도 집은 없는 그런 부류의 인간으로 가득차게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현대판 노마드의 삶이 그 유연함만큼이나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파괴적이기까지 하다.X세대,N세대 등을 통해 이어져온 신(新)노마드족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중시한다. 때문에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 같은 것은 이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 사이버상에서 알게 된 아이와 연락을 갖는 ‘사이버아줌마’니 ‘임대아이’니 하는 말은 그런 정황을 잘 설명해 준다. 최근 새로운 사회병리 현상으로 떠오른 이른바 ‘리셋 증후군’도 노마드적 충동이란 관점에서 다룰 만하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존의 일이나 인간관계를 일거에 뒤집어보려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유목민’의 부정적 양상이 아닐 수 없다. 기자는 이 지점에서 최근 몽골 여행을 통해 느낀 진정한 유목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신석기시대 이래 유목생활을 해온 몽골인들에게 유목은 운명과 같은 것이다.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그것은 견원지간인 중국인들과 벌이는 그들의 논쟁을 통해서도 어렵잖게 확인된다. 중국의 내몽골과 신장 지역 260개 현에는 4000만명의 몽골족 후손들이 대부분 정착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남쪽의 농경민(중국인)들은 유목민들을 가축의 꽁무니만 따라다니며 집 하나 제대로 없는 괴상한 인간들이라고 비웃는다. 반면 몽골인들은 남쪽 농경민들을 땅바닥에 늘 엎드려 하늘이 얼마나 높고 신비한지도 모르는 잡초벌레라고 조롱한다. 몽골어로 ‘계속해서 한 곳에 거주하다.’라는 뜻을 지닌 ‘코르고다크’라는 동사는 몽골인들에게는 가장 경멸적인 표현에 속한다. 그러니 몽골 정부가 역사상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토지사유화와 정주정책에 유목민들이 저항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는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유목민적 덕목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무엇보다 유목민 특유의 수평적 사고와 협동의식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1만년 가까이 농경 정착민으로 살아온 우리로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대목이기도 하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근교에는 돌궐제국을 부흥시킨 명장 톤유쿠크의 유훈이 새겨진 비문이 있다.“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이를 오늘의 현실에 대입하면 정착민의 닫힌 사회, 수직적 사고방식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격랑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몽골 사람들은 종종 “떼를 지은 까치는 혼자서 가는 호랑이보다 힘이 있다.”라는 속담을 들먹인다. 그 뜻 역시 곰곰 새겨볼 만하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이 사이버 유목전사들을 양산해 내는 요즘이기에 원시 노마드의 청신한 기풍은 더욱 요구된다. 몽골 초원에서 만난 유목민들은 결코 야만과 무지의 화신이 아니었다. 유목민에 대한 상(像)은 그동안 정착민적 사관에 의해 심각하게 왜곡돼 왔다. 몽골 유목민은 기자에게 인류의 문명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 일종의 정면(正面)교사였다. 김종면 주말매거진WE팀 차장
  • 그대 성공을 꿈꾸는가 中 태평성세를 읽어라

    ● 강희제 (1654∼1722) 청나라의 제4대 황제(재위 1661∼1722)로 본명은 현엽(玄燁). 순치제(順治帝)의 셋째 아들로, 아들 35명, 딸 20명을 두었다. 순치제의 유명(遺命)으로 8세 때 즉위하고,14세 때 친정을 시작하였는데, 중국 역대 황제 중에서 재위기간이 61년으로 가장 길다. 청나라의 지배는 그의 재위기간에 완성되었으며, 다음의 옹정제(雍正帝)·건륭제(乾隆帝)로 계승되어 전성기를 이루었다. 만년에 후계자 문제로 고통을 겪고, 황태자를 폐위시키기도 하였으나,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1722년 12월20일 병사하였다. ● 옹정제 (1678∼1735) 청나라 제5대 황제(재위 1722∼1735)로 본명은 애신각라 윤진(愛新覺羅胤진). 강희제의 넷째 아들이다. 강희제 말기 붕당 싸움이 심할 때 즉위해 동생인 윤사·윤당 등을 물리쳐 서민으로 삼고, 권신 연갱요와 융과다 등을 숙청하여 독재권력을 확립하였다. ● 건륭제 (1711∼1799) 중국 청나라 제6대 황제(재위 1735∼95)로 본명은 홍력(弘曆)이다. 옹정제의 넷째 아들로, 조부 강희제(康熙帝)의 재위기간(61년)을 넘는 것을 꺼려 재위 60년에 퇴위하고 태상황제가 되었는데, 이 태상황제의 3년을 합하면 중국 역대황제 중 재위기간이 가장 길다. 초기엔 민중 계도와 붕당정치 타파 등 내치에 힘쓰다가 만년엔 위구르·네팔·타이완·베트남 등 10여회에 걸친 원정과 평정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 수신제가치국평천하 흔히 중국의 ‘3대 성세(盛世)’로 서한의 ‘문경의 치’, 당나라의 ‘정관의 치’, 그리고 청나라의 ‘강건성세’가 꼽힌다. 그중 강희·옹정·건륭제 3대에 걸쳐 130년간 이어진 청대의 강건성세(康乾盛世)는 가장 길게 이어진 태평성세다. 중국에서 경제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 ‘강건성세’ 열풍이 불고 있다.5000년 역사의 중국에서 최고의 태평성세를 이뤘던 시대, 그 시대를 이끌었던 인물에 대한 폭발적 관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학계와 정치·경제·문화계 전반에 걸쳐 이들을 배우기 위한 열기도 뜨겁다. 공교롭게도 이 열풍 이후 최근 5년간 중국은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란 평가를 얻을 만큼 우뚝 컸다. 강희·옹정·건륭제의 강건성세와 현대 중국의 초강대국화.IMF 이후 소모적 논쟁과 갈등만을 되풀이하며 7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우리에게 200년을 건너 뛴 이 ‘역사적 연관’은 결코 예사로울 수 없다. ‘수신제가’(강희제),‘치국’(옹정제),‘평천하’(건륭제)(둥예쥔 편저, 허유영 황보경 송하진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는 바로 강건성세의 주인공 강희(康熙)·옹정(雍正)·건륭(乾隆)황제의 치세와 경세 이야기를 담은 처세서다. 이 책은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출간 이후 줄곧 성공학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특히 청ㆍ장년층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강희제는 강유병거(剛柔幷擧), 즉 강함과 유연함을 함께 사용해 치세에 성공한 황제였다. 황제에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삼계가 반란을 일으키자 강희제는 무력으로 반란을 평정함과 동시에 관대함을 베풀어 반란군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면 그 죄를 묻지 않았다. 이같은 중도정책으로 정국은 안정을 되찾았고, 반란도 모두 평정됐다. 그는 또 중국 역사상 최초의 학자형 황제이자, 문무를 겸비한 몇 안 되는 걸출한 황제였다.8살의 어린 나이에 황상에 올라 61년간 천하를 호령했으며, 앞날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울 줄 알았다. 한 손에는 사서오경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수학과 외국어 서책을 들었으며, 주자학을 신봉하며 왕도정치를 내세웠고, 백성들을 감화시키고 천하에 위엄을 떨쳤다. 신하들의 공적은 치켜세우고 관대함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다. 중용은 그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근본이 되는 도리였다. 부패는 중벌로 다스리면서도 지나치게 작은 부패까지 처벌하지 않게 함으로써 융통성을 발휘했다. 그의 치하에서 청나라는 내우외환의 커다란 혼란에서 벗어나 태평성세로 나아갔으며, 백성들은 풍족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옹정제는 ‘늑대의 근성’으로 천하를 제패한 황제로 알려져 있다. 그는 황제 등극 전 수십명의 왕자들이 골육상쟁을 벌일 때 한 발 비켜서 있다가 그들이 상처투성이로 기진하자 가볍게 제압하고 황제에 올랐다. 그는 강희제와 건륭제의 중간에서 양 대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며, 후대 정치에 막강한 영향을 미쳤다. 옹정제는 정치적 재능이 탁월했다. 천 년을 이어온 지연, 학연, 혈연에 따라 이루어지는 붕당정치를 깨뜨리고, 과감한 인재 등용을 통해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 토지세 개혁, 부정축재와 부패한 지방세력에 대한 철저한 사정과 응징 등 강희제 말기 불거졌던 적폐와 유산을 청산하는 개혁을 단행하고, 정적들을 제거함으로써 건륭제가 부담해야 할 짐을 덜어 주었다. 건륭제가 청대 최고의 전성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부친인 옹정제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건륭제는 오늘날의 중국 영토를 개척하고 확정지은 황제다. 어려서부터 유가사상의 영향을 받아 음양설의 참뜻을 받아들이고 ‘흑과 백의 정치’를 절묘하게 활용했다. 다스림에 있어서 관대함은 백으로, 엄격함은 흑으로, 백성을 길들이는 데는 은혜를 백으로, 위엄을 흑으로 삼았다. 또 군사를 부리는데는 긴장을 백으로, 느슨함을 흑으로 삼았으며, 신하를 부림에 있어서는 충성을 백으로, 간사함을 흑으로 삼았다. 건륭제는 흑과 백, 백과 흑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서로를 제약하는 것으로 보고, 그 운영의 묘를 완벽히 체득하고 운영했다. 편저자 둥예쥔(東野君)은 중국의 대표적인 소장 역사학 연구 그룹. 대표자 류샤를 비롯한 청장년 학자, 작가로 이루어진 이들은 당대 중국 지식 문화계의 실질적 주역들이다. 주로 역사 인물을 소재로 한 전기·평전 등 역사 교양서를 기획, 출간하고 있다. 각권 656~832쪽,2만 3500∼2만 4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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