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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여군장교 2명 특채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여군 장교 특별 채용을 실시해 해군사관학교 출신 여군 장교 2명을 채용했다고 20일 밝혔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유연함을 갖춘 데다, 군 생활에서 발휘한 리더십과 적응력으로 미래 여성 리더로 성장이 기대돼 이번 특별 채용을 진행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이달 초 사관학교 출신 여군 장교로는 처음 삼성전자에 입사한 최가영씨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해외영업부서에서 일하게 된다. 해군사관학교 61기 대위 출신인 최씨는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외국 귀빈 통역을 담당했다. 또 다른 여군 장교 1명도 내년 1월 입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임관 예정인 여군 육군학생군사학교(ROTC) 1기생들을 대상으로 여군 ROTC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우수 여성 인력 채용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女해군장교, 삼성전자에 가서 하는 일이…

    女해군장교, 삼성전자에 가서 하는 일이…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여군 장교 특별 채용을 실시해 해군사관학교 출신 여군 장교 2명을 채용했다고 20일 밝혔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유연함을 갖춘데다, 군 생활에서 발휘한 리더십과 적응력으로 미래 여성 리더로 성장이 기대돼 이번 특별 채용을 진행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이달 초 사관학교 출신 여군 장교로는 처음 삼성전자에 입사한 최가영 사원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해외영업부서에서 일하게 된다. 해군사관학교 61기(2003년 입학) 대위 출신인 그는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외국 귀빈 통역을 담당했다. 또 다른 여군 장교 1명도 내년 1월 입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임관 예정인 여군 육군학생군사학교(ROTC) 1기생들을 대상으로 여군 ROTC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우수 여성 인력 채용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레이드’ 이코 우웨이스 “원빈액션 공격적이고 현란해”

    ‘레이드’ 이코 우웨이스 “원빈액션 공격적이고 현란해”

    성룡과 이연걸의 뒤를 이을 차세대 액션배우 인도네시아 출신의 이코 우웨이스가 한국을 찾았다. 이코 우웨이스는 5살부터 인도네시아 전통 무술 ‘실랏’을 배웠으며 2005년 펜칵 실랏 축제에서 1인 무예 최고상을 수상한 ‘실랏’ 유단자다. ‘실랏’은 국내에서도 영화 ‘아저씨’의 원빈이 순식간에 적들을 제압하는 살상무술로 알려져 있다. ‘실랏’을 자신의 꿈과 같은 존재라고 소개한 이코 우웨이스는 ‘레이드’를 연출한 영국 출신의 감독 가렛 에반스의 ‘인도네시아의 비술: 펜칵 실랏’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인연을 맺고 그의 2009년 영화 ‘메란타우’ 그리고 이번에 ‘레이드’의 주연으로 발탁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차세대 액션 히어로로 각광받고 있다. 극한의 ‘리얼액션’의 위험한 영화였지만 ‘실랏’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부상투혼을 발휘했다는 이코 우웨이스를 만나 무술 ‘실랏’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레이드’ 주연배우 영상 인터뷰 보러가기 →한국을 방문한 느낌은? 한국방문은 두 번째 입니다. 2009년 액션영화 ‘메란타우’ 홍보를 위해 처음 부산을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는 2년만에 서울을 방문했는데요, 서울은 도시가 굉장히 아름답고 한국 사람들도 너무 친절합니다. 제가 서울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아시아에서 최고의 나라를 꼽는다면 인도네시아를 제외하고 한국을 뽑겠습니다. →영화 ‘레이드’에서 어떤 역으로 출연하나? 제가 맡은 역할은 ‘라마’역으로, 라마는 경찰특공대원입니다. 갱조직의 2인자인 형을 구하기 위해 폭력 소굴로 잠입을 합니다. 그곳은 30층의 낡은 건물로 갱조직의 우두머리와 온갖 조직폭력배, 마약, 매춘부들의 소굴입니다. 라마는 그들을 검거하기 위해 소굴로 들어가지만 오히려 건물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외부와 고립된 상태에서 적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과 끝까지 맞서는 주인공 역입니다. →본인에게 ‘실랏’이란 어떤 의미인가? 저에게 실랏은 무술을 뛰어넘는 제 꿈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의 자아성, 제 영혼을 확인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랏을 통해 심리적인 현상들을 자제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에도 매사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렛 에반스 감독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어떤 감독인가? 공과 사를 떠나서 영화를 찍을 때도 형제입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서양에서 온 형’ 같은 존재예요. 원래 사람들은 서로 연관된 일이 끝나면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 다반사인데 가렛 에반스 감독님과는 친구, 형제, 친척, 가족처럼 따뜻한 관계를 항상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연 역뿐만 아니라 무술안무가이기도 하다. 연기 혹은 무술 어떤 것이 더 어렵나? 영화배우 뿐만 아니라 무술안무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화계에선 액션배우로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아직 카메라 앞에 서면 떨립니다. 그래서 가렛 에반스 감독님의 지도가 아직은 많이 필요합니다. 많은 경험을 쌓아서 나중에 액션연기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연기도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실랏과 무에타이 어떻게 다른가? 무에타이와 실랏은 굉장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두 무술 모두 팔꿈치와 발꿈치를 사용하는 것은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다릅니다. 무예타이는 그 둘을 사용해서 상대방을 현란하게 죽이는 것이 난무하지만 실랏은 마치 하나의 춤처럼 부드러운 동작들이 이뤄집니다. 이것은 춤으로 착각을 할 정도로 동작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사실 실랏을 정의하기가 힘듭니다. 왜냐하면 실랏은 인도네시아의 33개주와 가장 유명한 10개의 실랏예술을 접하는 연합체에서 행하는 여러가지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그 정의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나 유연함을 갖춘 예술은 실랏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촬영을 하면서 다친 곳은 없었는지? 제 오른쪽 무릎 연골을 다쳤습니다. 반이상이 뒤틀어져 3주 정도 입원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주연배우이기 때문에 퇴원 후, 2주 정도의 휴식을 가진 후 촬영에 임했습니다. 저희는 오랜 시간동안 서로 믿고 호흡해 왔기때문에 부상이 있긴 하지만 영화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저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본인이 꼽는 가장 명장면은? 영화 중반에 남자들의 로망인 18 대 1로 싸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스틱과 나이프를 들고 컴컴한 복도에서 제가 저의 동료를 부축해 나가며 1대 18로 싸웁니다. 그 장면을 찍을 땐 저의 오른쪽 연골이 다 낫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장면을 찍고 나서 연골이 다시 파손되어 1주일간 쉬게 되었습니다. 그 장면을 관객들이 보게된다면 기립박수 정도는 아니지만 제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 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한국영화가 있는지? 우연찮게 오전에 ‘아저씨’를 봤습니다. 공격적이고 현란한 무술에 놀랐습니다. 한국영화는 매 신마다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영화를 많이 접하진 못했지만 이번에 한국영화를 보고 그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신인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감을 얻을 수 있어 저에게 큰 축복입니다. →가장 닮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여러 대선배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배우는 성룡입니다. 그의 모든 영화를 좋아하지만 여러 영화중 ‘가라데 키드’를 가장 좋아합니다. 또한 전 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무술동작들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인위적으로 꾸민 것들이 없습니다. 그의 영화에는 보조 스턴트맨들이 없으며 카메라 트릭이 없고 CG로 눈속임을 하지 않습니다. 그 점을 굉장히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래서 이번 저의 ‘레이드’ 영화에서도 그러한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오도록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 팬들에게? 가까운 극장을 찾아 저의 영화를 보세요. 정말로 리얼액션입니다. 공격적이면서 터프한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이 영화는 인도네시아 자체입니다. 그 안에 실랏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장면도 놓침없이 보세요. 당신들을 믿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 인삼공사 女배구도 우승… 심·심·심봤다

    인삼공사 女배구도 우승… 심·심·심봤다

    프로배구 여자부 KGC인삼공사가 창단 후 첫 통합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마지막까지 가는 혈투 끝에 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을 3-1(16-25 25-18 25-22 25-18)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인삼공사는 전신인 KT&G 이름을 달고 프로출범 원년인 2005년과 09~10시즌 우승을 했지만 정규리그와 챔프전을 통합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인삼공사는 여자 프로골퍼 유선영(26·정관장)의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과 남자농구 인삼공사 우승에 이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기자단 22표 중 20표를 얻어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뽑인 인삼공사의 외국인 몬타뇨는 이날 열린 5차전에서 두 팀을 통틀어 최다득점(40점)하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1세트 현대건설의 강한 서브에 밀리며 6득점에 그친 채 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부터는 특유의 유연함과 타점을 살린 공격이 불을 뿜으며 여유 있게 승기를 잡았다. 올 시즌 3년째 한국 무대에서 뛴 몬타뇨는 내년 시즌 재계약에 대해 “한국 리그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남아 있고 싶은 마음은 100%지만 혹시 내년 시즌 실력이 올해만 못하면 팬들이 실망하게 될까봐 정상의 자리에 섰을 때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삼공사가 몬타뇨의 팀으로만 비춰지는 것도 나나 다른 선수들에게 모두 안 좋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걱정도 있다.”며 ‘몰빵 배구’ 논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올 시즌 정규리그 3위로 시작해 도로공사를 꺾고 챔프전까지 어렵게 온 현대건설은 몬타뇨의 벽에 막혀 2년 연속 우승이 좌절됐다. 대전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발레아카데미 성인반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발레아카데미 성인반을 가다

    겨울의 마지막 꽃샘추위를 뒤로 하고 남녘에선 홍매화 그윽한 꽃향기가 봄을 재촉한다. 이 계절, 봄이 오는 길목에서 생동하는 봄기운을 흠뻑 느끼며 자신에 대한 애정을 굳게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서초동 국립발레단 부설 발레아카데미 초급 성인반을 찾았다. 스튜디오 밖으로 귀에 익은 연주곡 엘가의 ‘사랑의 인사’가 흘러 나온다.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피아노 선율의 흐름이 섬세하다. “원 앤 투 스리 포” 강사의 구령에 맞춰 거울 옆에 길게 이어진 바(bar)를 잡은 채 몸을 풀어주면서 기본 동작을 배우는 ‘바 워크’ 과정이 한창이다. 곳곳에 중년 여성들이 눈에 띈다. 노출이 많은 연습복 ‘레오타드’를 입고 자세를 꼿꼿이 하려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다. 기본 동작 하나하나부터 모든 것이 서툴지만 마음은 이미 우아한 한 마리 ‘백조’(白鳥)다. 최근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발레가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다. 하얀 레이스 스커트에 토슈즈를 신고 종종걸음하다 나비처럼 가볍게 뛰어오르는 ‘발레리나’는 모든 여자들의 로망. 어릴 적 발레리나를 꿈꿨던 김선옥 주부(42)는 “순백의 ‘튀튀’(발레리나가 입는 스커트)에 대한 동경을 실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발이 아파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몰려오는 통증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으로 참을 수 있었다. 김지영 발레아카데미 교장은 “발레리나가 작품에 몰입할 땐 마치 색다른 공기를 마시는 것 같다“며 “때묻지 않은 수강생들이라 무대에서 경험한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발레는 온몸의 근육을 사용하는 만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발레로 몸매 만들기와 체형교정에 성공한 여자연예인들의 사례가 늘면서 ‘발레다이어트’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서울 반포동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 성인발레 중급반. 한쪽 다리를 머리끝까지 번쩍 들어올리는 ‘데벨로페’ 시간이다. “한 5년만 젊었어도….” 연습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 이옥경(45·의사)씨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젊은 시절의 유연함은 없어도 남들의 시선에 대한 걱정이나 몸에 대한 불만은 없다. 그녀는 위축되지 않고 “곱게 나이 먹어 가고 싶을 뿐”이라며 연습에 열중한다.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 이미하 원장은 “발레는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도 기르고 근력을 강화해주기 때문에 탄력 있는 몸을 가꾸기에도 좋다.”며 “아름다운 음악과 움직임에 심취하는 심미적 만족감과 더불어 일상생활의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발레에 대한 관심은 건강한 삶의 질 향상과 맞물려 다양한 아이템으로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발레복 튀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샤스커트나 토슈즈를 본뜬 플랫슈즈는 요즘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패션 아이템이다. 발레를 응용한 태교운동도 있다. (주)디큐브에 의해 창안된 ‘임산부 발레’는 예비 엄마에게 필요한 스트레칭과 근력강화 동작들을 태교음악에 맞춰 발레로 풀어가는 프로그램이다. 김희석 디큐브 대표는 “임산부 발레로 분만준비를 위한 동작들을 좀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고 전했다. 발레가 다양한 변신으로, 늘 신선함을 찾는 대중들에게 색다른 감성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적성에 알맞은 새로운 삶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간다. 일상생활 속에서 흐트러진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고 우아함을 선사하는 발레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열린세상]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에게/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에게/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2월 졸업식으로 부산하다. 졸업생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이 시작된다. 극심한 취업난 탓에 대학 졸업식도 갈수록 썰렁해지고 있다.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 예비졸업생의 60%가 “졸업식에 가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취업을 못해서”라고 응답한 학생이 가장 많았다. 또한 예비졸업생 중 68%가 빚을 진 채 졸업한다고 답했다. 1인당 평균 빚은 1300만원 정도라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일반대학 졸업생은 1995년 18만명에 불과했으나 올해 29만 3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대 대학생도 14만 3000명에서 18만 8000명으로 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취업 재수생으로 전락했을 것이다. 실제 올해 고등교육기관 졸업생 중 취업 대상자는 49만 7000명인데 이 중 29만여명만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국교육개발원은 발표했다. 취업률은 58.6%로 10명 중 6명 정도만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이 얼마 전 ‘취업자격시험’ 도입을 구상 중이라고 발표했다. 국가가 대학 졸업생의 직무능력을 평가해 인증하는 ‘직업능력평가제도’를 올해 총선·대선에서 공약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수능점수로 대학 순위가 결정되고 졸업 후에 대학의 간판에 따라 ‘일자리의 질’이 결정되는 구조를 깨뜨리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청년 취업난의 근본 문제를 잘못 인식한 대표적인 테이블 정책의 단면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청년 취업난 해소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다. 고학력자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와 구인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과의 ‘미스 매치’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졸업 후의 진로에 따라 졸업식에 대한 체감 온도는 사뭇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학문적 성취는 축하받을 일이다. 그러나 졸업은 더 큰 의미가 있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다. 지금 당장 어렵다 하여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이 그냥 고개를 숙이기에는 젊음이 너무나 아름답다. 우리는 아파 보았기 때문에 안다. 준비하면 기회는 온다. 다만 시차가 있을 뿐이다. 청년들의 희망과 열정으로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웠던 우리나라가 아닌가? 졸업의 의미를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기를 믿고 미래를 보는 것이라고. 졸업식은 자신에 대한 칭찬과 격려의 자리다. 그래서 더욱 영예로운 자리다. 또한 졸업은 대학생활의 경험을 돌이켜보는 자리다. 부족한 부분은 졸업 후에라도 조금씩 쌓아 나가야 한다. 경험은 삶의 자산이자 사회생활과 사회 기여의 중요한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간과하는 것이 있다. 물을 담을 그릇의 크기이다. 그릇이 크지 않으면 많은 물을 담아낼 수 없다. 더 담고 싶어도 넘쳐 버린다. 그릇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그릇의 모양은 각자에 따라 달라야 한다. 이것이 바로 대학생활 경험의 중요함이다. 큰 뜻으로 세상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고자 해야 한다. 강함보다는 유연함을, 단호함보다는 따뜻함을, 역사·사회·세계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제 학교 밖으로 나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나눔과 돌봄을 실천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청년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살고 숨 쉬는 이 땅은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니다. 국가와 사회를 구성했고 한때는 청년이기도 했던 선배들의 눈물과 아픔을 통해 만들어진 곳이다. 물론 거기에는 잘못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 또한 있었다. 이것이 역사이다. 그릇을 키워 세상과 당당히 맞서야 한다. 그리고 미래의 청년들이 살아갈 이 땅을 새롭게 개척해야 한다. 바로 청년들이 가져야 할 역사적 소명이다. 더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자부심이다. 새로움을 만들어 가자. 꿈을 꾸지 않으면 이루어지는 것도 없다.
  • “세계는 아시아를 잘 이해하는 인재 요구”

    “세계는 아시아를 잘 이해하는 인재 요구”

    “지금 세계 무대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한국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꼭 얻어내세요.”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글로벌 커리어 포럼’을 열었다. 본래 국내외 기업인들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지만 구직난 속에 해외 취업을 꿈꾸는 대학생 800여명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 ●혁신 마인드·문화대응력·국제경험 중요 채은주 콘페리 인터내셔널 부사장은 “2020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3%, 2005~2020년 전 세계 일자리 창출의 67%를 아시아가 책임질 것으로 보여 세계 경제에서 아시아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면서 “세계는 기존의 인재상과 다른 ‘아시아 리더 2.0’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 부사장은 “아시아 리더 1.0 인재상은 서구권 소비자에 대한 이해, 비용 효율성, 특성화한 역량을 중시했다면 리더 2.0은 아시아 소비자에 대한 이해, 신개념 제품·서비스 창출을 위한 혁신성, 창조적 역량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인재상의 덕목으로 ▲혁신적 마인드 ▲다양한 문화 대응력 ▲국제 경험 ▲지도자 역량 ▲학습 능력을 꼽았다. 김용아 맥킨지앤컴퍼니 파트너(지역책임자)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치밀한 계획과 노력으로 명확하게 설계한 꿈을 성취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차별성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티 청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은 어떤 문제에 흑백논리적인 정답을 요구하기보다는 모호함과 다양성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원한다.”면서 “이는 유연함과 개방성을 통해 키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변 사람 통해 강점·약점 파악을” 롭 에드워즈(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상무) 주한 영국상의 회장은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자신을 잘 알아야 하고 주변 사람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앞서 축사에서 “전 세계적으로 실업이 만연해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 확장의 걸림돌로 인재 부족을 꼽고 있다.”면서 “더 창의적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담금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을 지켜본 참관자들은 “자신과의 경쟁이 두려운데 해법은 없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좋은 방법을 추천해 달라.”,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데 우선 주한 외국인 회사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어떤가.”, “외국인 상사와 이견으로 대립한 후 우호적 관계를 회복하는 지혜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했다. 참관한 대학생들은 외국인 상공인들과 자유롭게 영어로 질문하고 대답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동화 심사평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동화 심사평

    응모작의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기성작가들이 썼다면 ‘수작’ 소리를 들을 만한 작품이 여러 편 있었다. 소재도 다양했다. 학교폭력, 부모의 실직이나 공부 강요로 인한 가정 내 갈등, 장애아나 장애동물에 대한 연민, 일상생활에 얽힌 애환 등. 예년에 봇물을 이루던 다문화가정 이야기가 쑥 들어간 점은 눈에 띄는 변화였다. 이번에도 작자의 유소년 시절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어떤 의미로든 현재의 상황과 연계되지 않으면 한낱 추억담에 그치고 만다는 점을 유의할 일이다. 개중에는 문장이나 기법이 세련되고 이야기의 완성도도 높지만 주제의식이 결여된 작품, 또는 서두는 그럴듯하게 읽히나 결말이 흐지부지된 작품이 많았는데, 이런 응모자들은 동화문학에 대한 내적 탐구에 좀 더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끝까지 남아 저울질을 하게 한 다음 4편 중, 직업의 귀천을 떠나 자기 개성을 살리려고 하는 어린이와 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그린 ‘나의 첫 번째 손님’은 흠잡을 데 없이 무난한 작품이었으나 기성작가들이 이미 많이 다룬 주제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연립주택 지하층에 살게 된 소녀의 엉뚱한 꿈을 그린 ‘닭꼬치와 진주 원피스’는 문학성도 높고 결말의 반전도 재치 있었으나 별나라 소녀와 현실의 소녀가 처음 만나는 장면 묘사가 부자연스러워 이야기 전체가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억척 엄마가 작은 달팽이의 죽음 때문에 여성 본래의 유연함을 찾게 되는 ‘달팽이’는 엄마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으나 일관된 줄거리가 없이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다른 작품에 비해 산만한 인상을 주었다. 당선작 ‘조나단은 악플러!’는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악성댓글을 소재로 한 것인데 악플 때문에 갈등하는 두 소녀의 모습이 리얼하게 그려졌고 소재 자체도 다른 작품에 비해 신선했다. 최신의 소재를 순발력 있게 작품화한 작가의 저력에도 신뢰가 가 이 작품에 낙점을 찍기로 했다. 아쉽게 탈락한 분들에게 다음 기회에 좋은 작품으로 재회하기를 기대하며 분발을 당부한다.
  • [동반성장 현장을 가다] 핀란드 게임社 ‘프로즌바이트’

    [동반성장 현장을 가다] 핀란드 게임社 ‘프로즌바이트’

    헬싱키 중심부에서 지하철로 10분 남짓 떨어진 반하탈 비티에 거리. 구로디지털 단지 격인 이곳은 지난 몇 년 새 세계적인 게임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핀란드 최대 전산 솔루션기업 티에토도 들어와 있다. 러시아풍의 빨간 아파트형 공장 건물들이 즐비한 속에 섀도그라운드란 게임으로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업체 프로즌바이트도 이곳에 있다. 200여평 남짓한 사무실. 10여명의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편한 옷차림으로 컴퓨터작업을 하면서 게임프로그램을 만들고, 이곳저곳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 2009년 10년 가까운 와신상담 끝에 섀도그라운드1이 미국 시장에서만 수백만 달러어치 팔리며 성가를 올렸다. 지금은 연말 연초를 겨냥해 버전2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말고는 나가는 돈도 거의 없다. 이 회사는 청년들의 도전을 사회가 어떻게 뒷받침해 꽃피울 수 있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스무살의 고졸 출신 로리 히베리넨이 1년간의 군대생활을 마치고 2000년 선택한 길은 게임 만들기. 히베리넨은 자타가 공인하는 게임광. 그는 “무작정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인 등 5명의 친구들이 뜻을 같이했고,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차고가 그들의 공장이자 모태였다. “실패만 거듭했다. 되는 게 없었다. 시장도 냉담했다.” 히베리넨과 친구들은 소소한 게임 소프트웨어로 얼마간의 돈을 손에 쥘 때마다 이를 몽땅 제품 개발에 퍼부었다. 2003년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혁신기금 테케스가 개발 자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좌절은 계속됐고, 프로즌바이트는 창업자와 몇몇의 친구들로만 몇년 동안이나 유지해야 했다. “좋아하는 일을 했고, 사회보장 덕택에 굶어 죽을 염려는 없다.”는 생각이 히베리넨을 계속 게임 개발에 몰두하게 했다. 공공펀드의 청년창업지원과 테케스 등에서 받은 소프트론(떼이면 돌려줄 필요 없는 기술지원자금)도 버티는 데 한 힘이 됐다. 이 회사는 섀도그라운드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게임산업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히베리넨과 친구들은 영화 같은 느낌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스토리와 예술성을 중요시하고, 핀란드 전설이나 풍광을 넣어 게임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중년 및 노년층에까지 게임이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이들은 믿고 있고, 이런 확신과 기대감이 더 큰 힘을 준다. 프로즌바이트는 직업훈련을 위한 전문대학 폴리텍과의 정보 교류와 인적 충원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대외 담당 미카엘 하베리는 “회사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지역 폴리텍에 가서 학생 및 교수들과 프로그래밍 과정을 비롯해 게임 소재, 제작 방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의견을 교환한다.”고 소개했다. 지역 폴리텍에서는 매 학기 학생들을 인턴으로 보내고 이들 가운데 채용이 이뤄진다. 사장은 고졸이지만 하베리는 네덜란드에서 경영대학원을 마친 인재다. 대기업들의 스카웃 제의도 마다하고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도 미래를 믿기 때문이다. 청년 인구 비율이 높고, 다양성과 유연함을 존중하는 문화, 긴 겨울 실내에서 지내야 하는 생활 조건도 핀란드 게임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조건이 됐고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지형 코트라 헬싱키 무역관장은 “핀란드의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꼽히는 게임산업의 빠른 성장 뒤에는 실용적이고 단단한 중등교육의 성과와 도전을 북돋는 다양한 청년창업 및 벤처 지원 등 치밀한 지원시스템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헬싱키(핀란드)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인재를 아끼는 지방행정을/김경운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인재를 아끼는 지방행정을/김경운 사회2부장

    조조와 유비, 손권 등 걸출한 인물 3명이 중심인 3세기 중국 고대사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이를 소설로 다룬 ‘삼국지연의’는 현대사회에도 어색하지 않은 교훈을 준다. ‘간웅’(奸雄)으로 불린 위나라 조조의 성공비결 중에는 적이라도 꺼리지 않고 인재로 중용하는 그의 열린 마음이 있었다. 적장 관우의 환심을 사려고, 아끼던 ‘적토마’까지 서슴없이 내준 것이나 환관 집안인 조조 자신의 5대조까지 욕했던 원소의 심복을 웃으며 제 편으로 만드는 것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이렇게 모인 인재들은 조조 앞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으며 위나라를 군사 50만명의 강국으로 이끌었다. 그러고 보니 볼품없는 촉한의 유비도 관우와 장비, 조자룡, 황충, 마초 등 다섯 장군과 제갈량 등 인재들을 따르도록 한 덕(德)이 있었다. 또 오나라의 손권은 유비와 손잡고 조조를 격파하더니, 다음에는 조조와 함께 유비군을 치는 유연함을 보였다. 내 편, 네 편을 가르며 속 좁게 처신하지 않은 덕분에 그 역시 황제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까지 동진하면서 자신에게 무릎 꿇은 아시아의 청년들을 그리스인들과 똑같이 품에 안았다. 이질적인 적의 하나하나까지 존중했기에 전향적인 ‘동서양의 용합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반면 몽골의 칭기즈칸은 기마유목족에게 익숙지 않은 공성무기, 수군, 문자 등을 복속국으로부터 배워 이용만 했을 뿐, 끝내 순혈주의를 버리지 못했다. 인류사에서 가장 넓은 땅을 정복하고도, 훗날 추앙받을 수 있는 문명의 흔적을 남기지 못한 이유다. 지난 10·26 재·보선에서 서울시장과 함께 기초단체장 11명,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19명 등 총 42명이 지역 주민의 새 일꾼으로 뽑혔다. 모든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하며 참신한 지방 행정과 의정을 기대한다. 그런데 이럴 때면 마음 편치 않은 일이 또 생길까봐 언짢아진다. 예전에 구청장이 바뀌니까 총무, 인사, 감사, 기획, 홍보 등 주요 부서의 책임자급 공무원들이 줄줄이 짐 싸는 모습을 봐 왔기 때문이다. 구청장이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직원을 발탁해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할까. 다만 그전에 일했던 공무원도 나름대로 능력이 있으니까 핵심 업무를 맡았을 텐데, 그를 영락없이 이른바 ‘물먹은 곳’으로 내치는 게 문제라는 말이다. 물론 주민을 위해 일하는 구청 업무에 별 볼 일 없는 한직이 따로 있겠는가. 이미 그 부서의 직원들도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그렇지만 요직에 있던 간부가 갑자기 튕겨 나와 죄인처럼 힘 빠진 얼굴로 책상에 앉아 있다면, 그 아래 직원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모두가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 20년에 주민을 떠받드는 행정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정당공천을 통해 4년마다 치르는 지방선거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특히 단체장의 공천 정당이 바뀌면 전임자의 예산사업을 전면 무시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명백하게 잘못한 일이라면 바로잡는 게 마땅하다. 그렇다고 해도 소중한 세금이 이중으로 낭비되는 일은 유권자가 용서할 수 없다. 또 다른 치적용 사업이 진행돼서도 안 된다. 그래서 재정지수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부터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 단체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요즘 인기를 끄는 TV 드라마 ‘계백’은 백제 패망기의 한 단면을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백제는 찬란했던 500년 한성(서울) 시대를 뒤로하고 웅진(공주)으로 천도했지만, 신흥 웅진 귀족들의 등쌀에 왕이 연거푸 암살되는 등 혼란을 겪는다. 사비(부여)로 옮긴 뒤 이번엔 사비 세력이 왕비를 배출할 정도로 권세를 누렸다. 의자왕이 왕권 강화에 나서지만, 결국 때가 늦었다. 역사는 늘 교훈을 준다. kkwoon@seoul.co.kr
  •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D -15] 이 남자, 발만 떼면 세계新이 들썩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D -15] 이 남자, 발만 떼면 세계新이 들썩

    13억명 중국인이 사랑하는 스포츠 영웅, 허들 3관왕을 이룬 유일한 남자선수, 아시아인으로 단거리에서 정상에 선 첫 스프린터. 현재진행형인 레전드, 류샹(28)이다. 류샹은 ‘아시아인은 단거리에 약하다.’는 편견을 깨뜨렸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허들 110m에서 세계 타이기록인 12초 91을 찍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파란을 일으키더니 2006년 육상대회에서는 세계신기록인 12초 88을 찍었다. 이듬해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1위에 올랐다. 세계기록을 세우고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모두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 ●아시아인 단거리 첫 그랜드 슬램 달성 물론 류샹 전에도 굵직한 선수는 있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그레그 포스터(미국)는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고, 세계기록도 세우지 못했다. 세계선수권을 4차례 정복한 앨런 존슨(미국) 역시 올림픽 금메달은 땄지만 세계기록은 작성하지 못했다. 현재 세계기록(12초 87) 보유자인 다이론 로블레스(쿠바)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왼쪽 허벅지 근육통으로 주춤했다. 류샹의 ‘3관왕’이 여전히 의미 있는 까닭이다. 류샹은 어떻게 정상에 설 수 있었을까. 189㎝·82㎏으로 서양선수를 능가하는 우월한 체격을 갖춘 것도 이유지만 원래 높이뛰기에서 다져진 유연함과 순발력이 도움이 됐다. 류샹은 1999년 상하이 제2체육학교에 진학해 순하이핑 코치를 만나 운명적으로 허들에 입문했다. 어쩌면 도박이었던 선택은 잭팟을 터뜨렸다. 가속도와 힘을 이용해 허들을 넘는 일반 선수들과 달리 류샹은 하체를 활용한 유연한 허들링과 막판 폭발적인 스퍼트로 기록을 줄여나갔다. 1981년 허들 110m에서 처음으로 12초 9대에 진입한 미국의 레널도 네헤미아는 “여타 선수들이 2발짝 반에 허들을 넘는 것과 다르게 류샹은 정확하게 세 걸음 만에 스피드를 극대화해 허들을 뛴다.”고 극찬했다. ●첫 허들까지 7보로 줄이는 기술 연마 탄탄대로였던 류샹의 허들인생도 바닥을 쳤다. 안방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때였다. 9만명의 홈팬들 앞에서 예선 레이스를 준비하던 류샹은 다른 선수의 부정출발로 경기가 중단되자 갑자기 절뚝거리더니 레인 밖으로 나갔다. 오른쪽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기권한 것. 고질적인 부상이 가장 중요한 순간 재발했고 류샹은 기약 없이 수술대에 올랐다. 비관적인 전망 속에 길고 긴 재활이 이어졌다. 2009년 12월 동아시아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기록(13초 66)이 최고기록(12초 88)에 한참 못 미쳤다. 또 고독한 싸움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상하이그랑프리에서 13초 40으로 기록을 줄였고,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13초 09를 찍으며 대회 3연패를 이뤘다. 다시 ‘장밋빛 미래’를 그리게 됐다. 기세가 오른 류샹은 “대구세계선수권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에서 데이비드 올리버(미국)보다 0.11초 빠른 13초 07을 찍고 우승했고, 6월 대회 때는 13초 00으로 부상 후 가장 좋은 기록을 냈다. 출발선부터 첫 허들까지 8보로 달리던 류샹은 보폭을 늘려 7보로 달리는 새 기술을 연마하며 두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대륙의 자존심’ 류샹에게 달구벌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기고] 로마에서 배우는 공직사회의 개방성/김태룡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행정학회장

    [기고] 로마에서 배우는 공직사회의 개방성/김태룡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행정학회장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유럽을 제패한 로마의 성공 비결로 ‘개방성과 유연함’을 꼽은 바 있다. 로마는 주변 국가들을 차례로 정복한 후 복속된 국가들의 유력자들을 지배계급으로 편입시켰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반도의 우수한 인재들이 로마로 모여들어, 지배세력의 인력 순환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의 그리스는 개개의 폴리스 외의 출신자는 모두 외국인으로 취급하였다. 이와 같은 배타성은 빛나는 문명을 이룩했음에도, 결국 로마에 무릎을 꿇고 만 그리스의 실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수천년 전 유럽의 두 경쟁 국가의 명암을 가른 ‘개방성’은 우리 정부에도 시금석이 되고 있다. 특히 지식정보·글로벌화로 대변되는 유동적인 환경 아래에서 다양한 이슈에 대응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면 더욱 그러하다. 직업공무원 제도를 수십년간 유지해온 우리의 공직사회는 지금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있다. 원래 직업공무원제는 성격상 젊은 인재를 선발, 최하위 직급에 임용하여 평생을 봉직하게 하는 관계로, 중간 직급에서는 인력 순환이 거의 없는 폐쇄적인 형태를 띤다. 이렇게 직업공무원제에 기반을 둔 공채 위주의 선발은 행정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신규 채용자가 주로 사회 초년생으로서 현장 경험과 정책 대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인력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조직 문화의 경직성과 폐쇄성을 유발하는 문제는 이 제도가 안고 있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여 공직사회의 개방성을 높이고, 유능한 민간 인재를 유치하고자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왔다. 예를 들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차관을 직업공무원이 아닌 정무직으로 임용함으로써 정치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실·국장급 고위공무원단 직위의 일정 비율을 ‘개방형 직위’로 지정해 내부 공무원 외에 민간 인재까지 경쟁 범위를 넓혀 선발해 왔다. 올해부터는 과장급 직위에 대해서도 개방형 직위 제도를 확대 시행 중이다. 그러나 그동안 공직 사회의 개방성 확대를 위한 제도들은 주로 고위 간부급에 국한된 경향이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올 하반기부터 최초로 도입되는 ‘민간경력자 5급 일괄 채용시험’은 조직의 초급 관리자까지 공직 개방의 문턱을 낮추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민간경력자 5급 일괄채용’은 기존에 부처별로 시행하던 특별채용을 행정안전부가 일괄 실시하는 것으로, 중앙행정기관의 정책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5급 직위에 다양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고자 추진하는 제도이다. 행정안전부는 이 시험을 5급 공채(과거 행정고시)에 준하는 민간경력자의 등용문으로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공직사회의 인적 개방과 순환도 한결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날 한국의 직업공무원들은 경이로운 경제발전을 이끄는 데 일조해 왔다. 이제는 새로운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민간 출신 공무원들과 직업공무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한국의 미래를 만들기를 희망해 본다.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3) 주자학자 퇴계 이황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3) 주자학자 퇴계 이황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은 생후 7개월 만에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는 엄격한 숙부 밑에서 수학했으며 기묘사화 등을 경험하면서 사림의 처세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시대를 살았다. 경(敬)의 실천으로 요약되는 그의 일생은 이와 같은 내적·외적 이력의 결과였다. 하지만 퇴계는 이 모든 사실을 훌쩍 뛰어넘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퇴계는 한 인간이 의지와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높고 깊은 인격의 다른 이름이었다. 얼핏 보면 퇴계의 삶은 건조하고 답답하다. 매우 진지하고 실수가 없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공부만 해도 그렇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공부를 못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로서는, 퇴계의 공부 사랑은 결코 이해가 쉽지 않다. 하지만 퇴계에게 공부는 일상이었다. 그는 밥 먹듯이 공부했던 사람이 아니라 앉거나 서거나 걷는 것처럼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공부가 생활이고 놀이이자. 단순히 배움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자. 퇴계는 실제로 그런 인물이었다. 퇴계가 정확히 언제부터 주자학에 몰두하게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주자를 만나면서 퇴계는 인생의 분명한 비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자전서’의 글자가 희미해질 정도로 주자를 읽었다. 그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반드시 성현의 말과 행동을 마음에 본받아서, 조용히 찾고 가만히 익히는 것” 이었다. 요컨대 공부는 삶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가 보기엔 “바쁘게 말하여 넘기고 그저 예시로 외우기만 하는 것”은 가장 나쁜 독서다. 성현의 말씀과 내 생각이 다르다면 일단 나에게서 문제를 찾는다. 그럴 땐 “성현의 말을 더욱 믿어서 딴 생각이 없도록 간절히 찾아야” 한다. 이 간절함이 퇴계 공부의 요체다. 간절했기에, 퇴계에게 책 속의 글자들은 일상으로 들어와 이리저리 출렁이며 되살아나야 했다. 퇴계는 책과의 치열한 싸움만큼, 일상의 유연함 속에서 배움을 일궜다. 그렇기에 그의 노력에 엄숙함이나 비장함을 떠올리는 건 사실상 오늘날의 우리가 공부에 대해 갖는 편견의 결과일 뿐이다. 퇴계는 천재라기보단 노력파였다. 천지가 배움으로 가득차 있어 끝없이 질문하는 것에 머물고 싶었던 진솔함. 배움 앞에선 자신을 잊어버리면서까지 까마득히 몰입해 들어가고 또 무얼 배웠는지 따져보지 않으면서도 어느 순간 배움을 이루어내는 성실함. 퇴계는 배움을 ‘즐기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고 도달할 수 있는 한 경지를 인상 깊게 보여준다. ●책과 치열한 싸움·일상의 유연함으로 배움실천 퇴계는 34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출사했다. 홀어머니를 생각하라는 주위의 충고가 없었다면 아예 벼슬할 생각조차 접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 벼슬에 뜻이 없었던 까닭에, 그는 곧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사대부로서 출사하는 일 자체가 무용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곳은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었다. 그는 좀 더 자유롭고 유연하고 큰 공부를 원했다. 이후 공직(公職)에서 물러나기 위해 그가 벌인 노력은 처절하리만치 눈물겹다. 번번이 사표는 반려되었고, 사양할수록 더욱 높은 품계와 작위가 되돌아 왔다. 한번 잘못 발을 내디딘 세계는 그렇게 늪처럼 퇴계를 붙잡았다. 완전한 물러남! 퇴로를 찾을 때까진 어떠한 틈도 보이지 말아야 했다. 명종의 눈물겨운 구애에도 불구하고, 퇴계는 마치 자동응답 기계처럼 사퇴의 이유들을 되풀이했다. 아픕니다, 능력이 부족합니다, 관례에 어긋납니다, 시기가 적절치 않습니다, 집안에 상이 있습니다. 또 아픕니다…. 줄기찬 줄다리기. 급기야 몸이 단 임금의 친필까지 등장했지만, 퇴계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어리석음을 숨기면서 벼슬하는 것은 도둑질입니다!” 이쯤 되면 우리가 종종 보게 되는 인사청문회는 퇴계 인사 풍경의 네거티브 버전이라 할 만하다. 퇴계를 향한 구애는 명종에서 선조로 이어졌다. 68세의 퇴계는 5개월간 7차례나 관직을 제수하는 선조의 공세에 대해 바른 군주의 몸가짐을 충고하는 여섯 조목(‘무진육조소’)과 주자학의 핵심을 간추린 열 장의 그림(‘성학십도’)을 올리며 버텼다. ‘제발 성학(聖學)으로 정치의 근본을 삼고, 도덕과 학술로 인심을 밝히시길’(‘무진육조소’), ‘길(道)은 형상이 없고, 하늘은 말이 없는 법!’(‘성학십도’) 요컨대 답은 이미 자신에게 있으니, ‘부디 나를 찾지 말고, 스스로 답을 구하시라!’ 퇴계에게 공부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 삶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치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항상 다른 사람의 시선 앞에 나를 세울 것을 요구한다. 시선들을 계산하고 챙기느라 바쁜 곳, 그것이 관직의 세계다. 한 마디로 나를 위한 공부(위기지학)의 장이 아니라는 것! 이것이 퇴계가 140여회나 계속되는 군주의 청을 거절한 이유였다. 1558년 겨울, 성균관 대사성이었던 퇴계는 이제 막 과거에 급제한 고봉(高峰) 기대승(奇大昇)의 방문을 받았다. 젊은 고봉은 퇴계의 학설을 비롯해 성리학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그리고 몇 달 후,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논박을 듣고 나서 (나의 생각이) 더욱 잘못되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고쳐 보았습니다.” 얼핏 보면 이 문장은 마치 선배에게 가르침을 받은 후배의 문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편지를 쓴 것은 퇴계였다. 이에 대한 기대승의 답장. “그렇게 고친다면 비록 지난번의 설보다는 나은 것 같지만, 제 의견으로는 그래도 불만스럽습니다.” ●유명한 기대승과 서신 논쟁도 퇴계-고봉의 서신 논쟁이 시작되었다. 고봉은 주자의 글을 배경삼아 따졌고, 퇴계는 주자의 마음을 가지고 응수했다. 논쟁의 핵심은 순수 도덕 감정인 사단(四端)(측은, 수오, 사양, 시비)과 비도덕 감정인 칠정(七情)을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퇴계는 사단과 칠정을 각각 리(理)와 기(氣)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리에 해당하는 사단이 기와 상관없이 존재해야 했다. 하지만 주자의 기본 구도에 따르면 이치는 결코 기를 떠나 존재할 수 없었다. 8년에 걸친 논쟁의 결론은 파격적이었다. 퇴계는 결국 ‘이치도 (스스로) 움직인다.’고 주장했던 것. 퇴계와 고봉의 논쟁은 표면상 ‘고봉의 승리’처럼 보인다. 퇴계가 주자(학)를 이탈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퇴계에게 주자는 세계(우주)였다. 그에게 그 세계 밖은 상상의 외부였다. 그러했기에 퇴계는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언설들이 주자의 구도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논쟁의 한복판에서, 기대승의 날카로운 비판에 직면한 퇴계가 두 차례나 자신의 논지를 수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고봉이 주자의 논리에 근거했다면, 퇴계에게 중요한 건 주자의 ‘뜻’에 서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성인의 길을 묻는다. 주자는 그 길을 보여주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그런 길을 정말 우리가 갈 수 있느냐고. 불가능하다고, 너무 이상적이라고. 그런데 퇴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길을 정말 걸어가고 있었다. 길을 바라보는 자가 아니라 길 위에 서서 걷는 자! 하지만 그 길은 이전의 길이 끝난 길이었고 새로운 길이 시작되는 자리였다. 그렇게 퇴계는 주자를 넘어서 버렸다. 주자의 삶을 살고자 한 자, 그래서 주자가 다다르지 못한 길마저 개척한 자. 그럼으로써 주자마저도 새롭게 만든 자. 퇴계는 주자학의 내부에서 주자를 넘어가 버린 유일한 주자학자였다. 문성환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그가 공직임명을 140차례나 거부한 이유는?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은 생후 7개월 만에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는 엄격한 숙부 밑에서 수학했으며 기묘사화 등을 경험하면서 사림의 처세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시대를 살았다. 경(敬)의 실천으로 요약되는 그의 일생은 이와 같은 내적·외적 이력의 결과였다. 하지만 퇴계는 이 모든 사실을 훌쩍 뛰어넘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퇴계는 한 인간이 의지와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높고 깊은 인격의 다른 이름이었다.   주자학을 꿰뚫었던 ‘공부의 신’ 선생(퇴계)은 일찍이 서울에서 ‘주자전서’를 구하여 문을 닫고 들어앉아서 조용히 읽기를 시작하여 한 여름내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혹 누가 더위로 몸이 상하지 않을까 경계하면, 선생은 “이 글을 읽으면 가슴 속에서 문득 시원한 기운이 생기는 것을 깨닫게 되어 저절로 더위를 모르게 되는데, 무슨 병이 생기겠는가?”하였다.(‘언행록’)    얼핏 보면 퇴계의 삶은 건조하고 답답하다. 매우 진지하고 실수가 없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공부만 해도 그렇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공부를 못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로서는, 퇴계의 공부 사랑은 결코 이해가 쉽지 않다.  하지만 퇴계에게 공부는 일상이었다. 그는 밥 먹듯이 공부했던 사람이 아니라 앉거나 서거나 걷는 것처럼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공부가 생활이고 놀이인 자. 단순히 배움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자. 퇴계는 실제로 그런 인물이었다.  퇴계가 정확히 언제부터 주자학에 몰두하게 되었는 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주자를 만나면서 퇴계는 인생의 분명한 비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자전서’의 글자가 희미해질 정도로 주자를 읽었다. 그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반드시 성현의 말과 행동을 마음에 본받아서, 조용히 찾고 가만히 익히”는 것이었다. 요컨대 공부는 삶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가 보기엔 “바쁘게 말하여 넘기고 그저 예시로 외우기만 하는 것”은 가장 나쁜 독서다. 성현의 말씀과 내 생각이 다르다면 일단 나에게서 문제를 찾는다. 그럴 땐 “성현의 말을 더욱 믿어서 딴 생각이 없도록 간절히 찾”아야 한다.  이 간절함이 퇴계 공부의 요체다. 간절했기에, 퇴계에게 책 속의 글자들은 일상으로 들어와 이리저리 출렁이며 되살아나야 했다. 퇴계는 책과의 치열한 싸움만큼, 일상의 유연함 속에서 배움을 일궜다. 그렇기에 그의 노력에 엄숙함이나 비장함을 떠올리는 건 사실상 오늘날의 우리가 공부에 대해 갖는 편견의 결과일 뿐이다.  퇴계는 천재라기보단 노력파였다. 천지가 배움으로 가득차 있어 끝없이 질문하는 것에 머물고 싶었던 진솔함. 배움 앞에선 자신을 잊어버리면서까지 까마득히 몰입해 들어가고 또 무얼 배웠는지 따져보지 않으면서도 어느 순간 배움을 이루어내는 성실함. 퇴계는 배움을 ‘즐기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고 도달할 수 있는 한 경지를 인상 깊게 보여준다.   군주의 100여차례 관직 요청을 퇴짜놓다  퇴계는 34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출사했다. 홀어머니를 생각하라는 주위의 충고가 없었다면 아예 벼슬할 생각조차 접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 벼슬에 뜻이 없었던 까닭에, 그는 곧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사대부로서 출사하는 일 자체가 무용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곳은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었다. 그는 좀 더 자유롭고 유연하고 큰 공부를 원했다.  이후 공직(公職)에서 물러나기 위해 그가 벌인 노력은 처절하리만치 눈물겹다. 번번이 사표는 반려되었고, 사양할수록 더욱 높은 품계와 작위가 되돌아 왔다. 한 번 잘못 발을 내디딘 세계는 그렇게 늪처럼 퇴계를 붙잡았다.  완전한 물러남! 퇴로를 찾을 때까진 어떠한 틈도 보이지 말아야 했다. 명종의 눈물겨운 구애에도 불구하고, 퇴계는 마치 자동응답 기계처럼 사퇴의 이유들을 되풀이했다. 아픕니다, 능력이 부족합니다, 관례에 어긋납니다, 시기가 적절치 않습니다, 집안에 상이 있습니다. 또 아픕니다. 줄기찬 줄다리기.  급기야 몸이 단 임금의 친필까지 등장했지만, 퇴계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어리석음을 숨기면서 벼슬하는 것은 도둑질입니다!” 이쯤되면 우리가 종종 보게 되는 인사청문회는 퇴계 인사 풍경의 네가티브 버전이라 할 만하다.  퇴계를 향한 구애는 명종에서 선조로 이어졌다. 68세의 퇴계는 5개월간 7차례나 관직을 제수하는 선조의 공세에 대해 바른 군주의 몸가짐을 충고하는 여섯 조목(‘무진육조소’)과 주자학의 핵심을 간추린 열 장의 그림(‘성학십도’)을 올리며 버텼다.  ‘제발 성학(聖學)으로 정치의 근본을 삼고, 도덕과 학술로 인심을 밝히시길’(‘무진육조소’), ‘길(道)은 형상이 없고, 하늘은 말이 없는 법!’(‘성학십도’) 요컨대 답은 이미 자신에게 있으니, ‘부디 나를 찾지 말고, 스스로 답을 구하시라!’  퇴계에게 공부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 삶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치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항상 다른 사람의 시선 앞에 나를 세울 것을 요구한다. 시선들을 계산하고 챙기느라 바쁜 곳, 그것이 관직의 세계다. 한 마디로 나를 위한 공부(위기지학)의 장이 아니라는 것! 이것이 퇴계가 140여회나 계속되는 군주의 청을 거절한 이유였다.   저 유명한 기대승과의 서신 논쟁  1558년 겨울, 성균관 대사성이었던 퇴계는 이제 막 과거에 급제한 고봉(高峰) 기대승(奇大昇)의 방문을 받았다. 젊은 고봉은 퇴계의 학설을 비롯해 성리학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그리고 몇 달 후,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논박을 듣고 나서 (나의 생각이) 더욱 잘못되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고쳐 보았습니다.” 얼핏 보면 이 문장은 마치 선배에게 가르침을 받은 후배의 문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편지를 쓴 것은 퇴계였다. 이에 대한 기대승의 답장. “그렇게 고친다면 비록 지난번의 설보다는 나은 것 같지만, 제 의견으로는 그래도 불만스럽습니다.”  퇴계-고봉의 서신 논쟁이 시작되었다. 고봉은 주자의 글을 배경삼아 따졌고, 퇴계는 주자의 마음을 가지고 응수했다. 논쟁의 핵심은 순수 도덕 감정인 사단(四端)(측은, 수오, 사양, 시비)과 비도덕 감정인 칠정(七情)을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퇴계는 사단과 칠정을 각각 리(理)와 기(氣)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리에 해당하는 사단이 기와 상관없이 존재해야 했다. 하지만 주자의 기본 구도에 따르면 이치는 결코 기를 떠나 존재할 수 없었다.  8년에 걸친 논쟁의 결론은 파격적이었다. 퇴계는 결국 ‘이치도 (스스로) 움직인다’고 주장했던 것. 퇴계와 고봉의 논쟁은 표면상 ‘고봉의 승리’처럼 보인다. 퇴계가 주자(학)를 이탈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퇴계에게 주자는 세계(우주)였다. 그에게 그 세계 밖은 상상의 외부였다. 그러했기에 퇴계는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언설들이 주자의 구도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논쟁의 한복판에서, 기대승의 날카로운 비판에 직면한 퇴계가 두 차례나 자신의 논지를 수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고봉이 주자의 논리에 근거했다면, 퇴계에게 중요한 건 주자의 ‘뜻’에 서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성인의 길을 묻는다. 주자는 그 길을 보여주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그런 길을 정말 우리가 갈 수 있느냐고. 불가능하다고, 너무 이상적이라고. 그런데 퇴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길을 정말 걸어가고 있었다.  길을 바라보는 자가 아니라 길 위에 서서 걷는 자! 하지만 그 길은 이전의 길이 끝난 길이었고 새로운 길이 시작되는 자리였다. 그렇게 퇴계는 주자를 넘어서버렸다. 주자의 삶을 살고자 한 자, 그래서 주자가 다다르지 못한 길마저 개척한자. 그럼으로써 주자마저도 새롭게 만든 자. 퇴계는 주자학의 내부에서 주자를 넘어가 버린 유일한 주자학자였다.  문성환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그는 비아그라 120만개를 어떻게 다 세었을까?

    그는 비아그라 120만개를 어떻게 다 세었을까?

    “100만 21, 100만 22…셀 때마다 숫자가 달라지고, 집에선 안 온다고 난리고 제 고민 좀 해결해 주세요.” 23일 밤 11시 ‘안녕하세요’라는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천세관 소속 전모 주무관이 털어놓은 사연이다. 전 주무관은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여행객 소지품 검사에서 비아그라 120만정을 압수하게 됐는데 압수물품 담당직원이 자신을 포함해 2명뿐이어서 퇴근도 제때 못한 채 압수물품 관리문제로 진땀을 흘렸다고 소개했다. 관세청은 비아그라 같은 경우, 한알 한알 수량을 확인한 뒤, 소각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홍보가 튀고 있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딱딱하고 일방적인 주입식 홍보를 지양하고 소통과 유연함에 무게를 두는 홍보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들어 관세청 등에서는 기관 홍보를 위해 연예·오락·퀴즈 프로그램을 공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상대적으로 젊은 시청자들이 많아서다. 관세청은 이날 전 주무관 등 4명의 세관 공무원을 출연시켰다. 세관 공무원의 애환을 통해 업무와 정책을 소개하고, 기관의 친근성을 높이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관세청은 45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소재를 공모, 접수된 170편을 방송 작가 등과 협의해 최종 4편을 뽑았다. 고민에는 마약사범 검거에서 압수물품 관리 등 직무와 관련된 사안뿐 아니라 평소 좋아하는 연예인의 휴대품을 검사한 20대 여성 세관원이 겪은 후유증(?)도 포함됐다. 같이 근무하는 한 동료는 “아이돌 그룹의 가수 M씨를 좋아하는데 우연히 이분을 직접 검사하게 됐다.”면서 “당시 다른 멤버들과 달리 내가 세밀하게(?) 이분을 검사했는데 이후 자꾸 내 꿈에 나타난다.”고 폭소를 자아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사설] 이용득위원장 전임자 苦言 귀담아 들어라

    “투쟁을 포기하는 노조는 노조가 아니다.” 이용득 신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당선 일성으로 ‘투쟁하는 노조’를 내세웠다. 여당과의 정책 연대를 파기하고, 복수노조와 타임오프(유급근로시간 면제) 등을 담은 노조법을 전면 재개정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침도 제시했다. 2004년 이후 3년 남짓 한국노총을 이끌며 합리적이라는 평을 들은 그가 강경 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노조는 투쟁할 때는 투쟁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상식의 경계를 넘어서선 안 된다. 한국노총은 전임 장석춘 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노사 상생을 화두로 내걸었다. 대립과 반목을 넘어 대화하고 참여하는 합리적인 ‘책임노조’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런 만큼 이 위원장의 투쟁노선은 한층 우려를 낳고 있다. 타임오프제는 한국노총이 당사자로 참여한 협상을 통해 노·사·정이 합의한 제도다. 그럼에도 지난해 7월 타임오프제가 시행되는 순간 한나라당과의 정책 연대는 이미 효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7월부터 적용되는 복수노조 허용을 차단하겠다는 것 또한 무책임하다. 한나라당과의 정책 연대가 일각에서 우려하듯 노조 출신 정치인 배출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면 마땅히 배제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를 떠나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 무엇을 위한 정책 파기인가 곰곰 생각해보라. 대정부 투쟁의 선명성만 내세운다면 ‘노조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한국노총은 “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절호의 기회”라며 G20 서울 정상회의 기간 중 시위 불가를 선언했다. 규탄집회를 계획한 민주노총과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적잖은 공감을 얻었다. 이 위원장은 외국서 개최된 투자설명회에 노동계 수장으론 처음 참석해 경제활동을 벌이기도 한 ‘열린’ 인물이다. 조직도, 개인도 그런 유연함을 되찾아 주기 바란다.
  • [사설] 北 대화 제의 유연 대응하되 원칙은 지켜야

    북한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하고, 우리 정부가 수용 의사를 밝힘에 따라 조만간 예비회담이 열리게 된다. 우리는 예비회담이라도 가져 남북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촉구한 만큼 대화 재개를 적극 환영한다. 사사건건 티격태격해 오던 정치권이 환영 논평으로 입을 모으고, 미국도 반기는 등 나라 안팎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를 시발로 북핵 회담은 물론 금강산·백두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정상화 등 남북 화해와 협력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북한은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남북 간의 모든 군사적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모든’이라는 표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을 의제로 해서 지난해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모처럼 성사된 맞대좌에서 밀고 당기기만 계속된다면 해결을 위한 회담이 아니라 회담을 위한 회담이 되고 만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북의 진정성 있는 변화는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며, 핵심은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 사과와 재발 방지여야 한다. 그러나 표현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대화 분위기를 끊는 것보다는 북측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면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군사적 대결국면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북측의 회담 전략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게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남북 대화를 제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전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우려와 경고를 했다.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장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비핵화 회담도 마땅히 열려야 한다. 그러나 예비 군사회담이 대화 재개의 출발점이 된 이상 이 문제부터 성사시키는 전략적 선택도 필요하다.
  • [서울광장] 햇볕론 vs 난방론/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햇볕론 vs 난방론/박대출 논설위원

    태양은 에너지다. 수력·풍력도 태양에서 유래한다. 나무·석유·석탄은 태양열로 생산된다. 태양열은 빛으로 전달된다. 그 빛은 1억 4960㎞ 떨어진 지구를 밝게 한다. 따뜻하게도 해준다. 태양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공짜다. 혜택은 무한하고, 반대급부도 없다. ‘햇볕’을 붙이려면 이런 조건이 필요하다. 대북 햇볕정책을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한쪽에선 폐기를 외친다. 일방적 퍼주기라는 시각이다. 다른 쪽에선 존속으로 맞선다. 평화 비용, 통일 비용이란 개념이다. 양측엔 공통 분모가 있다.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퍼주기든, 비용이든 돈이 든다. 이 때는 햇볕을 붙이면 곤란하다. 돈이 들면 햇볕이 아니다. 그건 난방이다. 햇볕이라고 하면 기만이다. 공짜인 것처럼 포장하는 속임수다.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조다. 1998년 영국 런던대 연설에서 처음 사용했다.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 외투를 벗게 한다고 했다. 바람은 강경책을, 햇볕은 유화책을 상징했다. 햇볕정책은 노무현 정부도 계승했다. 두 정권은 금과옥조로 삼았다. 그런데 통일부와 수출입은행 등의 통계를 보자. 현금 29억 222만 달러, 현물 40억 달러에 이른다. 10년간 북한에 쬐어 준 건 공짜 햇볕이 아니었다. 값비싼 지원이었다. 햇볕정책은 온당치 않다. 난방정책이 맞다. 북한에 준 돈은 어디에 쓰였나. 따져보자. 돈을 받아 왼 주머니에 넣었다. 오른 주머니에도 원래 돈이 있다. 어느 돈을 꺼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돈을 꺼내 핵폭탄을 만들고, 해안포를 사서 연평도에 퍼부었다. 준 돈은 핵 폭탄, 해안포와 관계가 있는가, 없는가. 결과로 판단하면 된다. 엉뚱한 짓을 할 여윳돈이 생긴 게 결과다. 북한은 가뜩이나 쪼들리는 형편이다. 준 돈의 가치는 더 커진다. 이명박 정부는 퍼주기를 중단했다. 북한은 2차 핵실험으로 협박했다. 지난해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저질렀다. 10년간 북한에 퍼주었지만, 돌아온 건 북한의 도발이다. 돈 주고 뺨 맞은 꼴이 됐다. 대북 강경은 당연한 수순이다. 도발하지 말라고 또 퍼줄 수는 없는 일이다. 평화 비용, 통일 비용이라고 해도 지금 주기는 곤란하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반복해서 주어서는 안 된다. 일방적 퍼주기는 더 이상 없음을 각인시켜야 한다. 햇볕정책 존폐 논란이 한창이다. 여야 내부도 뒤섞였다. 한나라당에선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성과도 인정하자고 주장한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종북주의라고 발끈한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한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맞선다. 자기 반성과 상대 인정이 더 와 닿는다. 햇볕론 고수는 자가당착이다. 종북주의라는 반박은 대결주의 발상이다. 대립·갈등보다는 화해·평화가 낫다. 북 도발은 햇볕정책을 강요하는 몽니다. 더 부릴 공산이 크다. 갑자기 끊으면 금단현상이 생긴다. 북 도발도, 한반도 긴장도 금단현상에서 비롯됐다. 오래 가면 안 좋다. 북한을 따뜻하게 해줄 필요는 있다. 평화 비용을 감수하는 게 현명한 길이다. 장기적으론 통일 비용이 된다. 지금껏 돈을 들여 북한을 덥혀줬다. 굳이 식힐 필요는 없다. 든 돈이 아깝다. 물론 햇볕정책의 허상은 드러났다. 하지만 유효성마저 상실된 건 아니다. 올해 1조 달러 무역시대를 맞는다. 세계 9위로 도약하는 기회다. 국제사회가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긴장은 걸림돌이다. 오래 가면 안 좋다. 북한에 줄 만한 여건이 되면 줘야 한다. 그 여건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찾을 일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라고 하면 응할리가 없다. 긴장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 북한을 변화시키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오려면 유연함이 필요하다. 남북 경제력이 37대1이다. 우리가 좀 더 주는 게 낫다. 멀리 보면 이익이다. 햇볕정책은 폐기돼야 한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햇볕의 기만을 버리고, 정신을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모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때다. dcpark@seoul.co.kr
  • [사설] 경제·안보 두마리 토끼 소통과 단합이 관건

    이명박 대통령이 새해 국정 운영 기조의 두 축으로 경제와 안보를 제시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감행한 북한이 더 이상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튼튼한 안보의 틀을 유지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천명한 것이다. 당연한 일이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경제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대통령과 보좌하는 각료·정치권, 그리고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이룰 수 있다. 북한의 도발로 야기된 한반도 위기상황에서는 안보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으로 하여금 위험한 핵 장난과 군사적 모험주의를 포기토록 대내외적 노력이 병행되면 가능해진다. 안으로는 완벽한 국방 개혁을 이뤄내 확고한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는 일이 선결 과제다. 밖으로는 북한이 어리석은 도발을 생각조차 못하도록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심어주지 않으려면 대북 원칙이 일관되어야 하지만 지나친 강경 자세는 북한을 자극해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도 있다. 적절한 시기에 대화의 문을 열어 ‘채찍’만이 아니라 ‘당근’도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유도하는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 이 대통령은 5%대 성장·3%대 물가, 일자리 창출과 서민·중산층 생활 향상을 경제 운영의 목표로 내걸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성장률만 해도 국제기관들은 5% 이하로 전망하는 등 한국경제를 보는 시각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연초부터 물가는 심상치 않고, 500대 기업의 올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3.7% 줄어드는 등 우울한 소식부터 들려온다. 한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 있다는 일본 경제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해선 안 된다. 아울러 서민과 중산층이 피부로 경기회복을 느끼려면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향상이 중요하다. 연말 개각 때 새로 기용된 경제팀을 포함해 정책 당국은 외형 못지않게 내실을 튼튼히 하도록 경제 운용 방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일기가성(一氣呵成)을 새해 화두로 제시했다. 국정 기조를 바꿀 때는 아니므로 그동안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소통국정으로 국민적 단합을 이끌어 내 이 대통령의 신년사대로 희망의 사다리를 놓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5년차이자 마지막 해인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치러진다. 신묘년 새해는 정쟁에 휘둘리지 않고 일하는 마지막 해란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 [서울신문 신년특집] 지나간 10년, 다가올 10년 - 잠룡들의 대선전망

    [서울신문 신년특집] 지나간 10년, 다가올 10년 - 잠룡들의 대선전망

    2011년은 정치권의 부침(浮沈)이 가장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4년차에 접어드는 데다 총선과 대선이 모두 1년 앞으로 다가오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여야 잠룡들은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활동에 나설 것이고, 각 정당은 총선 승리 및 정권 창출을 목표로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2012년 각 정당과 차기 주자들 앞에 놓일 호재와 악재를 짚어 봤다. ●與 박근혜 절대우위 굳히기 오세훈·김문수 대항마로 2011년은 여야 ‘잠룡’들이 대권 준비에 ‘올인’하는 해이다. 잠재적 후보들이 수년 동안 쌓아온 내공과 정국에 대처하는 감각,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 악재를 호재로 돌려 놓는 돌파력, 대중을 이끄는 동원력 등 모든 정치력이 총동원되는 무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여권의 대권구도는 ‘박근혜 VS 비(非)박근혜’ 구도로 짜여졌다. 1952년생으로 용띠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12년 용띠 해에 권좌에 오르기 위해 2011년 토끼의 해를 분주하게 보낼 예정이다. 30%를 웃도는 견고한 지지율이 바탕인 ‘대세론’은 박 전 대표에게 확실한 호재다. 만약 2012년 상반기까지도 ‘절대 우위 구도’가 유지된다면 2012년 승부는 사실상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지지율이 보여주고 있는 높은 응집력이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갑자기 이완될 것도 아니고, 2002년의 노무현처럼 들불과 같이 번져갈 휘발성을 갖춘 새로운 후보를 또 다시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이젠 정책에서도 응용 문제를 능수능란하게 풀 정도가 됐다.”고 평가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꿈꿨던 나라가 바로 복지국가”라며 복지담론을 바탕으로 대선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성장을 중시한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고, 진보진영의 공세에 맞대응하려는 전략이다. ●박 前대표, MB와 차별화·진보진영 공세 맞대응 전략 그렇다고 앞길이 마냥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여성대통령 불가론’, ‘독재자의 딸은 안 된다는 당위론적 불가론’, ‘베일에 싸인 박근혜가 검증과정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적 불가론’에다 ‘계파에 갇힌 권위적 리더십 불가론’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친지들에 대한 선물로 계영배(戒盈杯·넘침을 경계하는 잔)를 애호한다고 한다. 이제 자신을 위해 계영배를 마련해야 한다. 여권 내 박근혜 대항마로는 우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꼽힌다. 오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전 총리를 내세운 야당의 총공세 속에서 어렵게 살아 남았다. 특히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등 야권의 차세대 주자들이 떠오르면서 1961년생인 오 시장이 여권의 새 희망이 됐다. 오 시장의 경쟁력은 개혁 이미지와 서울시정의 성과들이다. 정치 입문 전 활발한 언론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개혁 이미지는 17대 국회를 거치면서 ‘오세훈 브랜드’로 굳어졌다. 오세훈의 개혁 이미지와 서울시장 경력은 부동층이 다수인 수도권 중간층을 흡수해낼 수 있는 요소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의원들 대다수가 2012년 총선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오 시장을 간판으로 내세워 난국을 타계하려 할지도 모른다. 다만 서울시 의회가 여소야대여서 오 시장의 정책이 번번이 막히는 것은 악재다. 야권의 대표 정책인 ‘무상급식’을 막는 모습에서 그의 한계가 나타나기도 한다. 오 시장의 한 핵심 참모는 “2011년은 서울시정의 원숙기로 오 시장의 능력이 제대로 드러날 것”이라면서 “다만 원칙을 지키며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가장 일찍 대권 행보를 시작한 이는 김문수 경기지사다. 51년생으로 토끼띠인 김 지사는 올해 다양한 승부수를 던질 전망이다. 그는 때로 청와대와의 정면충돌도 마다하지 않았고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사태 등 안보정국에서는 보수우파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대변했다. 반면 지난 연말에는 무상급식 예산을 둘러싼 경기도의회와의 갈등 속에서 400억원에 달하는 친환경급식 예산 편성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유연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선판도 뒤집을 힘 가진 이재오장관 또 다른 변수 김 지사는 새해 초 지지자모임인 광교포럼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조직이었던 안국포럼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대선전략은 물론 조직, 정책 등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사의 최대 강점은 현장을 누비는 단체장 특유의 감각과 당당하게 할 말은 하는 배포이다. 중앙정치에서 한발 물러 서 있는 것과 보수층이 여전히 그의 사상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은 넘어야 할 장벽이다. 여권 대선 경쟁에서 또 다른 변수는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킹’보다는 ‘킹 메이커’ 이미지가 강하지만 대선 판도를 뒤집을 힘을 가졌다. 친이계를 규합해 대선 후보를 고르고 교체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고,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을 계속 던질 힘이 있기 때문에 판세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野 ‘反 MB’ 프레임 확산 전망 손대표 ‘정치력’ 위상 결정 대선 1년 전은 항상 여권의 이완을 불러왔다. 2006년만 해도 5·31 지방선거 이후 참여정부 국정지지도가 10%대까지 떨어졌다. 이 경험칙에 2011년을 대입해 본다면 ‘반(反) 이명박’ 프레임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잠룡들에겐 기회의 공간이 열린다. 대선주자의 위상을 인정받는 신뢰회복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2011년은 4대강 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여권의 핵심 정책들이 현실화되는 시기다. 국민적 평가가 집중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야권 대선주자들은 어느 때보다 경쟁력을 요구받게 된다. ●여권 핵심정책들 현실화 시기… 야권 연대 강조 배경으로 여권 잠룡들과 달리 호재와 악재가 맞물려 있는 측면이 상대적으로 크다. 대선 구도가 ‘박근혜’ 1인 지형으로 굳어진 여권에 견줘 아직은 다자 구도로 짜여져 있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더한다. 야권 연대가 유난히 강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야권이 맞게 될 호재와 악재, 어느 경우라도 책임성 측면에서 선두에 있다. 정치력과 대안 제시력에 따라 위상이 달라진다. 당 대표 임기도 1년이다. 2011년은 마지막 승부처다. 이전 야권 잠룡들에 비해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도권 후보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콘텐츠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대선 구도가 유·무능 프레임으로 형성되면 비교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대변하는 후보’(정체성)에서 ‘승산 있는 후보’(경쟁력)로 기준이 옮겨간다면 야권 연대 과정에서도 승산이 있다. 하지만 당내 기반이 약하다. 당내 지도체제 경쟁이 식지 않고 야권 내부 경쟁이 순탄치 않게 진행된다면 누구보다 치명타를 입게 된다. 지지층의 확장성은 높지만 충성도는 낮다. 진보개혁 진영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요구받는 이유다. ●유시민·정동영·정세균도 승부수 던질 듯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손 대표와 반대 요소가 많다.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다. 정치 활동이 없었을 때도 꾸준히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후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열성적 지지층만큼 비토층도 만만찮다. 역대 대선을 관통했던 화두는 ‘경제’였다. 18대 대선은 복지와 인권 등 ‘가치’ 중심의 화두가 강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과 다수의 집필을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유 원장은 “2011년은 전국 선거가 없는 해라 정책 연구와 저서 집필에 차분히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력을 자신했다. 그러나 ‘당과 대선 주자’ 관계는 다른 후보와 차이가 있다. 민주당 후보들은 당의 구심력에 편승할 수 있지만 유 원장은 국민참여당을 이끌고 가야 한다. 야권 연대가 ‘세 대결’로 흐르면 유리하지 않다. 요즘 각종 강의와 집회 참석 등 대외 활동이 많은데도 몸무게가 불고 있어 걱정이라고 한다. 민주당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은 야권의 적통성이 강한 후보다. 야권은 차세대 주자층이 여권보다 두껍다. 특히 민주당은 더욱 그렇다. 세대교체 바람이 불게 되면 가장 흔들릴 수 있는 후보라는 뜻도 된다. 민주당 내에서 손 대표의 정치력에 따라 상수가 될지, 변수에 그칠지 판가름 날 수 있는 현실적 요인도 무시하기 어렵다. 둘다 호남 후보다. 승부처인 수도권의 확산성이 부족하다. 때문에 두 후보 모두 ‘플러스 알파’에 주력하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보편적 복지’, ‘부유세’, ‘담대한 진보’ 등을 주장하며 진보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장관을 지낸 터라 한반도 문제와 외교안보 분야에 해박하다. 2011년의 남북관계가 정권 안보 차원을 뛰어넘어 국가 안보 차원으로 번질 경우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그러나 18대 총선 당시 탈당 등 정치적 신뢰 회복이 필요한 부분이 적지 않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당내 만만치 않은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야권 연대의 틀을 짤 때 유리하다. 실물 경제에 능통한 기업인 출신에다 산업자원부 장관, 정책위 의장 등의 경력에서 드러나듯 경제 정책 전문가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때부터 수차례 당의 ‘구원투수’로 뛰었음에도 국정의 ‘구원투수’로는 각인되지 못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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