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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일 北核압박 포위망 균열 오나” 촉각

    “한·미·일 北核압박 포위망 균열 오나” 촉각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5·29 스톡홀름 합의’ 이행에 따라 4일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해제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전략과 동북아 정세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북한은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며 한국뿐 아니라 미·중에 대한 전략적 위치를 점유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고, 일본은 남북 경색 국면 속에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공조해 온 한·미·일 3국 등 국제적인 대북 포위망의 구멍이 점차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이 해제한 대북 독자 제재는 대북 송금의 신고 상한액 인하와 인도적 목적의 북한 선박 일본 입항 금지, 양국 인적 교류 제한 등이다. 일본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 제재와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많다. 일본의 독자 제재들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라 유엔안보리 제재와 맞물려 부과됐다는 점이다. 일본이 대북 독자 제재의 명분은 안보리 결의안을 근거로 하고도 해제는 자국의 납치 문제와 연관시키는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 무엇보다 핵과 납치 문제를 분리 대응하려는 북한의 전략을 일본이 수용했다는 점에서 북핵 압박 구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겉으로는 이번 제재 해제의 파급 효과가 미미하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려와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남북관계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북한이 일본을 돌파구로 동북아의 외교적 틈새를 공략하고, 우리 정부의 대북 전략을 역으로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대북 수출입 전면 금지와 선박·전세기 운항 금지 등 핵심적인 제재는 유지했지만 향후 납북자 조사 결과에 따라 해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9일 조선총련 중앙본부 건물을 낙찰받은 일본 부동산 회사의 매각 허가 효력을 이례적으로 정지시키는 등 북한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며 북·일 관계의 동력을 만들고 있다. 북한은 혈맹이라 불리던 북·중 관계는 소원해졌지만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일본의 제재 해제를 이끌어 내는 등 외교 노선의 다변화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이 납북자뿐 아니라 행방불명자까지 의혹이 제기되는 모든 일본인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해 ‘협상 레버리지’를 키우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일 간 합의 이행이 인도적 사안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 등 남북 간 인도적 대화를 촉진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북·일 대화를 폄훼하기보다는 한반도 긴장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북·일 납치조사 논의 앞서 ‘미사일 설전’

    납북 일본인에 대한 재조사와 이에 따른 일본의 대북 제재 해제 논의를 위해 1일 중국 베이징에서 국장급 협의를 한 일본과 북한이 납치 조사 논의에 앞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일본 측 수석대표인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전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회의 모두발언에서 “중요한 협의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새벽 북측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면서 “일본 정부는 다시 한번 강력하게 항의하며 앞으로 탄도미사일 발사가 거듭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엔안보리 결의, 일·조(북·일) 해양선언, 6자 회담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북한 측 대표인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 대사는 “조선전략군사령부의 전술 로켓 발사와 관련해 우리는 조선중앙통신에서 밝혔듯이 유엔안보리 미사일 결의를 인정하지 않고 배격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면서 “이번 발사는 발사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계산하고 궤도와 목표 지역에 대한 조사를 빈틈없이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본격적인 협의에 앞서 북·일 양측이 미사일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지만 이번 접촉에서 일정 정도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사일 문제를 제외하고는 북·일 양측 모두 지난 5월 이뤄진 합의를 확실하고 착실하게 이행하면서 실효성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나가자는 데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일본은 이번 협의가 잘못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클 수 있어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면서 “추가적인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납북 일본인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 방침을 밝히고 이를 수행할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과 활동 방안을 일본 측에 설명하면 일본은 이 방안을 검토한 뒤 대북 제재 해제 여부와 범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北 4차 핵실험 전망 혼선… 기만책 통하나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 여부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북한의 과거 핵실험 패턴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2006년 10월부터 3차례의 핵실험을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이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 이후 최후의 카드로 활용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의 마지막 단계인 가림막 설치와 철거작업을 반복하며 한·미 정보당국에 혼선을 주는 기만전술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제 핵실험이 임박했는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7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첩보 위성에 의도적으로 자체 활동을 노출시키면서 4차 핵실험 준비 작업을 지속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갱도 입구 가림막의 설치와 제거를 반복하고, 갱도 앞에 차량과 인력을 철수시켰다 재투입하는 등의 활동을 3주째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림막 설치는 통상적으로 핵실험 마지막 단계인 갱도 입구 봉쇄의 사전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 CNN 방송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정찰위성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관측한 결과 터널 입구를 덮은 방수포를 설치한 것을 발견했다”면서 “터널 입구를 가린 것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정찰위성이 모르게 하려는 의도이며 북한이 곧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의 기존 1·2·3차 핵실험 패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유엔안보리 제재→이에 따른 반발로 핵실험을 예고하는 외무성 성명→핵실험의 과정을 거쳐왔다. 이를 통해 볼 때 현재로서 북한이 당장 핵실험 카드를 사용하기 이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3차 핵실험을 보면 북한은 2012년 12월 12일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했고, 지난해 1월 23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이를 규탄하는 결의 2087호를 내자 다음 날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을 겨냥한 핵실험을 언급했다. 이후 3주 뒤인 2월 12일 핵실험을 감행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북한이 과거에는 안보리 제재에 대해 동참한 중국에 대해 반발하는 차원에서 핵실험을 감행해왔지만 제재라는 선행조치가 없는 지금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는 미사일과 핵을 동시에 쓸 수 있는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일단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와 내부 결속 차원에서 위기 국면을 장기화하는 정치적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신성택 GK전략연구원 핵전략연구센터 소장은 “남한이 6·4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북한이 당장 핵실험을 실시해 박근혜 정부에 반사이익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룡해 좌천 등에 따른 내부 불안과 동요가 최고조에 이르면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의 핵실험은 대미 압박 등 정치적 카드보다 기술적 필요에 따른 측면이 더 크다”면서 “북한 입장에서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관련 데이터를 확실히 얻을 수 있는 환경 등을 고려해 시점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러시아 재부상의 의미/이기철 국제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러시아 재부상의 의미/이기철 국제부 전문기자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친러시아 세력들의 격렬한 분리 활동을 통해 러시아는 자신의 무게감과 중력을 세계에 뚜렷이 각인시켰다.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25년 전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이 주도해 왔던 세계질서가 지정학적으로 재편되는 징후로 읽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근대사에서나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핵무기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물려받은 데서 보듯 소련을 계승한 나라다. 소련이 한반도 분단의 책임이 크기에 우리로선 러시아의 대응 전략을 유심히 봐야 한다. ‘슈퍼 파워’ 소련은 1980년대 유가 하락에 따라 외채가 산더미처럼 쌓여 부도 직전으로 내몰렸다. 1989년 12월 몰타에서 냉전 종식 선언으로 체제 우위 경쟁은 끝났다. 1991년 7월 동유럽 국가의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는 해체했고, 그해 12월 소비에트연방은 붕괴했다. 이후, 유가가 오르면서 2006년 러시아는 외채를 모두 갚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반면 서방 군사조직인 나토는 오히려 동유럽 국가를 받아들이며 회원국을 늘렸다. 1999년 폴란드 등 3개국을 신입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것을 시작으로 2004년 발트 3국 등 7개국을, 2009년 크로아티아 및 알바니아를 받아들이며 동진했다. 이런 와중에 2003년 조지아에서 ‘장미 혁명’이, 2004년 문제의 우크라이나에서 ‘오렌지 혁명’이 발생해 친러 정권이 무너졌다. 우크라이나의 ‘마이단 시위’와 마찬가지로 이들 혁명 뒤에는 서방의 조종이 있다고 러시아는 믿어왔다. 2011년 12월 ‘안방’ 모스크바에서 발생했던 반정부 시위의 배후는 미국이라고 당시 총리 푸틴이 맹비난했다. 나토의 동진이나 동유럽에서의 민주화 운동이 자신들을 위태롭게 한다고 러시아는 받아들인다. 러시아의 급선무는 나토의 동진을 막는 것이었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그 계기가 되면서 푸틴은 ‘군사 근육’을 과시했다. 우크라이나를 잃지 않으면서 사태 봉합을 바라기는 나토나 러시아나 같은 입장이다. 나토는 냉전시대와 비교하면 병력이 크게 감축됐고, 국방비도 크게 줄어들었다. 종이호랑이는 아니겠지만 작전능력이 떨어져 하드웨어로 러시아의 버릇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면 러시아는 나토와의 관계 재설정이라는 실리를 챙기게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수습되면 푸틴은 눈을 동쪽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계속되면 러시아는 한국에 투자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푸틴은 또 중국에 지나치게 경도된 북한에 대해 관계 재정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례로 러시아는 최근 북한의 부채 11조 3000억원 가운데 90%를 탕감했다. 만성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한 북한에 대해 러시아는 천연가스라는 매력적인 지렛대를 갖고 있다. 북핵과 ‘통일 대박’ 해법에 러시아라는 큰 변수가 불거지게 됐다. chuli@seoul.co.kr
  • “北 핵포기하면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 만들어 체제 보장”

    “北 핵포기하면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 만들어 체제 보장”

    박근혜 대통령의 28일 드레스덴 연설은 통일을 넘어 통일의 궁극적 목표인 ‘통합’을 지향했다. 이날 제시한 여러 대북지원은 그 통합의 한 과정으로서 ‘일치화’ ‘동질화’의 방안을 다루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될 것이냐의 핵심은 ‘5·24 조치’ 및 ‘북한 비핵화’와의 상관관계이다. 남북 관계는 천안함 사건과 이로 인해 남한정부가 취한 포괄적 대북제재 조치인 5·24 조치 이후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후 점증되는 북핵 위협이 이 경색 상황을 공고화시켰다.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에 포함된 ‘평화통일 기반 구축 3대 제안’에는 이에 대한 전제 조건이 달리지 않았다. 연설 말미에 “하나 된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하루빨리 이뤄지도록 북한은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 핵을 포기하여 진정 북한 주민의 삶을 돌보기 바란다”는 정도로 언급했을 뿐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5·24 조치는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한 교류와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 등은 국민적 공감대를 기초로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인도적 지원과 5·24 조치 및 북한 비핵화와의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했다. 오히려 비핵화에 대한 보상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핵을 포기하면 주변국과 함께 ‘동북아개발은행’을 만들어 북한과 주변지역의 경제개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6자회담 당사국과 유럽연합,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의 공동 출자로 거대 투자금융기관을 설립하려는 계획”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포기를 결정할 경우 북한 체제 보장을 위한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 추진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복합농촌단지 구상은 사실상 북한판 새마을 운동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유화 국면’에 대한 국내외의 거부감을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예컨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 없이 북한에 인프라를 추진하는 데 대해 국제사회에 설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등 국제규범과 국제사회의 합의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인 협력과 지원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대북 지원과 관련해 중국, 러시아 등과 협의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과 중국 및 러시아 간의 협력사업 추진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곧 구체적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드레스덴(독일)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모닝 브리핑] 北 작년 무기 수출액 1100만 달러

    북한이 무기 수출을 금지한 2009년 유엔안보리 결의 1874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00만 달러(약 117억 8000만원) 규모의 무기를 수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4일 세계적 군사전문 컨설팅 업체 IHS가 발표한 연례 국제 군수산업 교역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밝히면서 지난해 북한의 무기 수입액은 6300만 달러(약 674억 5000만원)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란, 파키스탄과 미사일 발사체와 관련한 기술협력을 이어왔고, 국제사회의 제재로 규모가 축소되기는 했지만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음성적으로 미사일 부품이나 권총, 탄창 등 소형무기를 거래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방위장비 수출액은 6억 1300만 달러(약 6563억원), 수입액은 16억 2700만 달러(약 1조 7420억원)로 나타났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이란, 이라크에 무기 첫 공식 판매

    이라크가 유엔으로부터 무기수출 금지조치를 당한 과거의 ‘앙숙’ 이란과 1억 9500만 달러(약 2086억원)어치의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로이터가 25일 전했다. 양국의 공식적인 무기 거래는 처음이다. 2년 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한 이후 가까워지고 있는 이란 시아파 정부와 이라크 시아파 정부 간의 유대 관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이라크 정부에 사실 규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 무기의 제3국 인도는 유엔안보리 결의 1747호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라크와 이란 정부는 무기 거래와 관련된 어떤 정보도 제공을 거부하고 있으며, 인도 시점도 알려지지 않았다. 양국의 무기 거래 계약은 8건으로 소화기, 박격포 및 포탄, 탱크, 야간 투시경, 통신장비, 방독면과 방독장갑 등이 거래 목록에 포함돼 있다. 두 나라의 무기판매 계약은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알카에다 연계 무장세력과 싸우기 위해 무기 추가 구입과 관련해 미국을 방문, 오바마 행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말에 이뤄진 것이다. 이라크는 서부 안바르주에서 수니파 알카에다 무장단체와 반체제 부족들을 대상으로 2개월째 싸우고 있다. 양국의 무기 거래량은 적지만, 세 번째 임기를 노리는 말리키 총리에게는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다. 달러가 급한 이란에 금융을 지원하는 것과 말리키의 임기 연장을 테헤란 측이 지원해달라는 의미가 담긴 ‘정치적 거래’라고 한 정치 평론가는 분석했다. 말리키 총리가 2010년 두 번째 임기에 당선된 직후 이란은 반항적인 시아파에 영향력을 행사해 그의 편에 서도록 했다. 미국이 이라크에 아파치 공격헬기 24대를 팔기로 해놓고 수니파에게 사용할 우려가 있다며 인도를 수개월째 늦추는 것에 대해 말리키 총리가 워싱턴에 보내는 항의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최근 헬파이어 미사일과 정찰 드론을 이라크에 인도했고, M1 아브람스 탱크와 F16 전투기를 인도하는 과정에 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인도는 특별해… ‘동방의 등불’ 한국인에 희망줘”

    “인도는 특별해… ‘동방의 등불’ 한국인에 희망줘”

    새해 첫 해외순방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후 인도 뉴델리에 도착, 교포간담회 등 첫날 일정을 소화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인도 국영방송 두다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원전 건설과 운영 그리고 안전까지 인도의 아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원전 세일즈’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인터뷰는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인도와의 협력 강화에 대해 “2020년까지 양국 교역수준 10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하려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정이 관건”이라며 “포스코의 오디사 프로젝트 조기 현실화와 중소기업 전용공단 등이 되면 투자도 좀 더 활성화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문제와 관련, “유엔안보리 개혁은 책임성·민주성·대표성·효율성의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 번의 선거로 영구히 지위를 갖게 되는 상임이사국 자리를 증설하는 것보다 정기 선거를 통해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상임이사국을 증설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한국 정부는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방문하고 싶었던 나라였다. 한국 국민들 가슴속에 특별한 게 있는 나라”라면서 “일제강점기 많은 한국 국민이 어려움을 겪을 때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를 한국 국민에게 보내 한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뉴델리 시내의 한 호텔에서 교포 200여명과 함께 만찬 간담회를 갖고 인도 동포사회가 진출 초기 역경을 헤쳐 나온 것을 치하하고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주 월요일부터 인도 전역에 우리 드라마 ‘허준’이 방송된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우리 문화의 전도사들이 돼 달라”고 부탁했다. 박 대통령은 1만명 교포사회의 숙원 사업이었던 한국국제학교 설립 등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뉴델리(인도)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사용 주체 빠진 ‘유엔 시리아 화학무기 보고서’ 논란만 증폭

    시리아 참사에 대한 유엔조사단의 진상조사 보고서가 발표된 가운데 화학무기를 사용한 주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비공개로 열린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회의에서 “지대지 미사일 공격 과정에서 사린가스가 사용됐으며, 당일 기상 상황마저 화학무기 살상 피해를 키웠다”고 밝혔다. 앞서 유엔조사단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에서 수집한 로켓 파편과 현지 토양, 대기 증거물 등 30개에서 치명적 살인 무기인 사린가스를 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달 21일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 과정에서 부상한 34명의 혈액, 소변, 머리카락 등에서도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조사단이 반 총장에게 제출한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사린가스를 사용한 무기는 ‘M14 대포’이며, 이 무기를 통해 광범위한 지역에 사린가스가 살포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화학무기를 사용한 주체에 대한 규명은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보고서는 “다마스쿠스 외곽의 자말카, 에인타르마 지역 북서쪽에서 발사된 로켓을 통해 사린가스가 사용됐다”고 적시했다. 이 지역은 시리아 정부군이 주둔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이에 대해 마크 리올 그랜트 주유엔 영국 대사는 “화학무기 공격에 쓰인 로켓의 종류와 발사 위치에 관한 유엔 조사 결과를 통해 알아사드 정권의 만행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화학무기 공격의 근원에 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영국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알아사드 정권의 우방으로서 시리아 응징을 반대한 러시아는 “독가스 공격이 반군의 소행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탈영한 시리아 정부군 장교가 군 지휘부로부터 직접 화학무기 사용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일간 더내셔널에 따르면 아사드 정부군의 화학전을 담당했던 자헤르 사케트 준장은 자신이 복무 당시 정부군이 일으킨 화학무기 공격이 14차례에 달하며, 지난 3월 탈영 후에도 20여 차례의 추가 공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교육부 “日에 교과서 왜곡 시정 요구”

    교육부는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이달 말 일본 교과서의 역사왜곡을 시정해 달라는 내용의 요구서를 일본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워크’ 등 일본의 시민단체와 역사 교사 1만명에게 왜곡 교과서 문제를 알리는 메일을 발송하고, 8월에 국제 학술회의를 열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26일 검정을 통과한 일본의 고등학교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21종 가운데 15종이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로 영유권 분쟁을 유엔안보리나 국제사법재판소(ICJ) 등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기술했다고 집계했다. 일부 교과서에서 태평양 전쟁 말기 한국인 강제 징용·징병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는 현상도 포착됐다고 교육부는 덧붙였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동북아시아 영토·역사왜곡·교과서 분쟁과 관련된 쟁점을 고대사부터 체계적으로 정리해 대응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달부터 동북아역사재단·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서 연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한·미·일 국방장관 “北 핵프로그램 폐기해야”

    한·미·일 국방장관 “北 핵프로그램 폐기해야”

    한국과 미국, 일본 국방장관이 한목소리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를 촉구했다.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다. 3국 장관은 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반도 안보현안을 논의하는 회담을 갖고 “북한이 모든 핵무기 및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폐기를 포함한 유엔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추가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안보리 결의를 지지한다”며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한 3국 공조를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별도 회담을 갖고 “북한을 압도하는 연합방위력을 키우도록 동맹관계를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두고 미사일 방어(MD)체계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국방부는 “MD참여와 관련해 달라진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MD참여로 우리가 얻을 실익이 없고 감당해야 할 안보 비용이 커질 뿐더러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문제라는 점에서 이번 회담에서도 미국으로부터 참여 요청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같은 날 이뤄진 김 장관과 치젠궈(戚建國)중국 부총참모장의 면담에서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강조됐다. 김 장관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중국의 협조에 사의를 표시했고, 치젠궈 부총참모장은 “한국과 중국은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기고] 말리, 알제리 사태를 보는 새로운 눈/한양환 영산대 교수·아프리카연구소장

    [기고] 말리, 알제리 사태를 보는 새로운 눈/한양환 영산대 교수·아프리카연구소장

    서부 아프리카의 말리에서 벌어진 이슬람 세력의 반란을 지상군 파견으로 제압한 올랑드 대통령이 프랑스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모양이다. 리비아의 카다피를 최초로 공습한 우파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바로 그 독재자로부터 대선자금을 받아 썼다는 사실이 공개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을 떠올리게도 하는 프랑스 사회당 정권의 말리 파병은 인접한 니제르의 우라늄광산에 대한 기득권 보전을 위한 방안이었다. 때문에 프랑스인들의 열광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단지 무인폭격기지를 니제르에 건설하려는 미국이 말리에 유엔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로 막 전쟁을 끝낸 프랑스와 합의한 점이 눈에 거슬린다. 강대국의 국익 추구 비용을 국제사회에 분담시키는 약삭빠른 행동이라서 그렇다. 국내에서는 프랑스의 파병에 대한 보복으로 발생한 알제리 인질극에 이어,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급진파가 북한 의료진을 살해하면서 아프리카에서의 이슬람 문제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 ‘혼돈의 도미노’에 대처하는 우리의 외교방안을 제시한 2월 8일자 서울신문의 시론이 눈길을 끈다. 즉, 이슬람 근본주의의 과격성이 모든 사태의 근본인 만큼 원인제공자인 미국?서방 대신 중동·북아프리카 역내에서 선린외교를 펼치며 급부상하는 중견국가 터키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15년 만에 비상임이사국 지위를 회복한 우리 한국의 바람직한 유엔안보리 외교노선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터키가 말리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과 함께 시간을 거슬러 역사적 맥락을 이해해야 올바른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우선 말리의 북부지역을 휩쓴 내전 아닌 내전의 직간접적인 배경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말리 북부의 생활터전에서 밀려나 카다피 독재에 동원된 투아레그족이 최신병기로 무장하고 돌아와 벌인 독립투쟁에 알카에다 등 근본주의 세력이 가세한 것이 사태의 직접 원인이다. 간접 원인은 아랍인을 자처하는 사막의 ‘푸른 복면전사’로서 반달 모양의 칼을 휘두르며 호전성과 함께 사하라 이남 흑인들과 차별성을 강조해온 투아레그족의 민족사적 비극이다. 19세기 말 유럽제국주의 식민 경쟁이 초래한 이들의 비극은 지금도 터키의 압제 하에 있는 쿠르드족의 운명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나의 민족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외부여건에 굴복, 분리돼 살아가는 현실이 남북한의 경우와도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유엔에서 터키를 벤치마킹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말리 사태의 본질이 식민종주국의 자의적 영토 분할과 소수민족의 자결권 부정에 있음에도, 터키와 함께 해법을 도모하자함은 아프리카의 정치지형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결여된 제언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게 세네갈의 학자·정치인이었던 셰이크 앙타 디옵이 주장한 방안, 즉 북회귀선을 경계로 아랍세계와 분리된 준대륙적 흑인연방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반세기에 걸친 내전 끝에 남수단의 독립은 흑인과 아랍인의 공존을 환상으로 귀결지은 바 있다. 말리, 니제르와 함께 투아레그족의 땅을 아랍세계에 반환하는 대신 영토 맞교환 협상을 통해 지중해에 이르는 교통로를 확보하면 내륙국가의 한계 극복이 가능하다. 국제정치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게 바로 아프리카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반하는 제안일 것이다.
  • [서울광장]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 레짐 체인지/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 레짐 체인지/구본영 논설실장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서슬이 갈수록 시퍼렇다.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이 통과되자 남쪽을 향한 협박이 가히 장난이 아니다. ‘핵 선제타격’이나 ‘제2의 조선전쟁’ 으름장은 예사고, 한반도 비핵화선언과 정전협정의 무효화를 일방적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한·미 연례 방어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된 지난 11일. 북한 노동당 김정은 제1비서는 우리 측 백령도가 빤히 보이는 월내도에서 “명령만 내리면 적들을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넣으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얼마 전 “적들이 우리 영토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군다면 적진을 벌초해 버리라”고 했던 그다. 20대 후반 최고사령관의 목청이 한 옥타브 더 높아졌다. 말 대로라면 북측이 여차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저지를 태세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 너무 과민반응을 보일 이유는 없을 듯싶다. 북측의 광기 어린 협박에 대해 오공단 미국 국방연구원(IDA) 책임연구원의 분석이 그럴싸하다. 즉 “어린이가 몸집 큰 어른한테 작대기를 한번 휘둘렀는데 어른이 쩔쩔매면 그다음부터는 자꾸 도전의 수위를 높이는 심리”라는 것이다. 하기야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지 않은가. 역설적으로 북 지도부의 거친 언사는 그들의 절망이 깊어졌다는 증좌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작 걱정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을 게다. 혈맹인 중국마저 유엔제재에 동참할 낌새를 읽고도 핵실험을 강행했다면 북의 핵보유 의지가 그만큼 강고하다는 얘기다. 김정은의 지상과제는 세습체제를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착각이지만 이를 위한 ‘유일한 수단’인 핵보유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목표임은 불문가지다. 1993년 1차 북핵위기 이후 우리와 국제사회가 대화와 제재 등 온갖 카드를 사용해 봤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오죽하면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조차 “지난 20년간 대북정책은 그 성격이 포용이든 봉쇄이든 북의 (핵)위협을 줄이는 데 분명히 실패했다”고 했겠는가. 이 와중에 북한 주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북한 영유아의 27.9%가 발육부진 상태라고 밝혔다. 유엔개발계획(UNDP) 통계를 보면 북한 영유아 사망률은 우리의 6배 이상이었다. 이는 북한정권의 위기이지만 막 출범한 새 정부에 울린 경보음이기도 하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명명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 간 신뢰를 쌓아가는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평화통일을 추구한다는 게 요체다. 그러나 북의 핵실험 및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탄도미사일 발사로 ‘박근혜 표’ 정책은 펼치기도 전에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북한 세습정권은 진퇴양난에 처한 지 오래다. 주민을 먹여 살리려면 개혁·개방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기만적인 주체사상으로 쌓아온 모래성이 무너지고 마는 딜레마다. ‘김씨 조선’의 3대 상속자 김정은이 끝내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는 역설적으로 김정은보다 합리적인 정권으로 북한의 지도부가 바뀌는, ‘레짐 체인지’(정권교체) 이외엔 북의 핵개발이나 대남 도발을 억제할 길이 없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 간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과 사회경제적 교류 협력의 상호 보완적 발전을 도모하려는 구상이다. 그런 신기능주의적 접근의 취지는 백번 옳다. 하지만 북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요한 약속을 깬 마당에 당장 진도를 나가기도 어렵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된 우리로선 북측이 신뢰를 보여줄 때까지 팔짱만 끼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표방하되, 조용히 ‘플랜 B’도 가동해야 한다. 자력으로는 개혁·개방을 선택할 수 없어 스스로 레짐 체인지를 부르고 있는 김정은 이후의 시나리오도 짜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가 과연 그런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긴 한지 궁금하다. kby7@seoul.co.kr
  • ‘키 리졸브 맞불’ 北 원산서 국가급훈련 예고… 도발 위협 현실화

    ‘키 리졸브 맞불’ 北 원산서 국가급훈련 예고… 도발 위협 현실화

    한·미 양국 군이 11일부터 ‘키 리졸브’ 연습에 돌입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북한은 ‘맞불’ 성격으로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육해공군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가급 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관측돼 도발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의 특히 예측하기 어려운 ‘치고 빠지는’ 식의 기습적 도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오는 21일까지 진행되는 ‘키 리졸브’ 연습은 유사시 한반도에 미군의 증원군과 물자를 신속하게 배치하기 위한 훈련이다. 하지만 북한은 1994년부터 실시했던 이 훈련을 비난하며 정전협정 백지화와 남북한 간 불가침에 관한 합의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 파기 등을 선언했다. 북한의 이 같은 위협은 한반도 위기를 최대한 고조시켜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시도해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는 10일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주장한 것은 정전협정에 위배되는 도발도 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 내에 1~2개 중대 병력과 중화기를 반입해 무력 시위를 벌일 수 있다”면서 “사이버 테러나 후방 지역의 국가 중요 시설 테러,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비무장지대에서의 기습 등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군 총참모장 현영철이 지난 9일 오후 6시쯤 판문점 통일각과 남측 감시용 철탑 등을 30여분간 시찰했다”면서 “판문점과 DMZ에서의 도발과 관련해 모종의 지침을 내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키 리졸브 연습이 끝나는 21일 이후에나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과 유엔의 대북 제재에 맞서 위협으로 대응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다만 북한의 최근 강경한 태도는 시기적으로 두 사안이 겹친 데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때부터 3개월간 유엔안보리 제재와 3차 핵실험, 이에 따른 안보리의 거듭된 제재 등에 따른 반발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처럼 실제 인명을 살상할 수준의 도발 가능성은 현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수십일간 협박을 최고조로 이어 왔기에 마지막으로 ‘전시 상태’임을 선포할 수 있으나 이제는 더 협박할 게 없는 상황”이라면서 “키 리졸브 연습 종료 시점인 21일 이후 우리의 대응 태세가 다소 해이해졌을 때를 골라 사이버 테러 등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군사훈련이 끝난 후 단거리 미사일을 서해 북방한계선 우리 수역으로 발사하는 등 저강도 무력 시위를 벌일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핵 선제 공격권 행사” “서울·워싱턴 불바다” 北, 위협 세지고 표현 거칠어져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핵 선제 공격권 행사” “서울·워싱턴 불바다” 北, 위협 세지고 표현 거칠어져

    북한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때마다 군사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맞불을 놓는 전략을 써 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핵선제 공격권 행사’를 주장하며 ‘서울·워싱턴 불바다’를 언급할 정도로 강경한 것은 아니었다. 3차 핵실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데다 대북 제재 결의안의 수위가 한층 높아지면서 표현은 거칠어지고 위협 강도도 세졌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후 유엔결의 1718호가 채택됐을 때만 해도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동향을 주시할 것”, “그에 따라 해당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과 만나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위협이 본격적으로 거칠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 때부터다. 같은 해 6월 12일 제재 결의안 1874호가 채택되자 북한 외무성은 “더 이상의 도발을 해 오는 경우 자위적 조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제재 결의안에 손을 들어준 중국과 러시아도 싸잡아 비판했고 판문점 대표부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했다. 한 달 앞서 유엔안보리가 대북 제재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의장성명을 내놨을 때는 6자회담 불참 의사를 밝혔다. 급기야 지난 1월 23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2012년 12월)에 따른 제재 결의안 2087호가 나오자 북한은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종말을 고했다”고 선언했다. 또 “핵 억지력을 포함한 자위적인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하는 임의의 물리적 대응 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北, 연일 南 협박… 美와의 대화 지렛대 삼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北, 연일 南 협박… 美와의 대화 지렛대 삼나

    북한이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 2094호를 주도한 미국을 겨냥하지 않고 연일 한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8일 “남한을 볼모로 미국과 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무력 도발을 감행할 것처럼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고 간 뒤 미국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려는 ‘벼랑 끝 전술’이자 ‘지렛대 전략’이란 것이다. 지난 5일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이후 북한은 세 차례에 걸친 공식 성명에서 단 한 차례 ‘워싱턴 불바다’를 언급했을 뿐, 미국을 향한 직접적 군사위협 발언은 자제해 왔다. 대신 화살을 한국으로 돌려 ‘정전협정 백지화’(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제2의 조선전쟁, 서울 불바다’(외무성 대변인), ‘남북 불가침 합의 전면 폐기, 청와대 박살’(조평통) 등을 운운했다. 북한 매체들도 최근 전시를 대비하는 평양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활발히 송고하며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핵실험 국면에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동 순방길에 오르는 등 미국은 중동보다 동북아 문제를 덜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관심을 끌지 않으면 미국으로부터 소외받을 수 있다는 조급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 관계자도 “지금 워싱턴은 북한과의 대화 얘기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국은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 당사자인 데다, 군사적 자신감을 과시하면 북한 군부와 주민의 충성까지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대남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이 제재 결의안에 동참하며 북한으로 하여금 강수를 두게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수년간 북·미 직접 대화에 목을 맸던 이유는 체제보장과 경제보상을 해줄 유일한 주체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마주 앉아 핵 문제를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북·미관계가 개선돼 북한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 간 힘의 균형이 팽팽해지면 북한은 지정학적 유용성을 적절히 활용해 양쪽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도 있다. 북한은 탈냉전 직후인 1992년 북·미 간 첫 고위급 만남에서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구애하기도 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키리졸브가 적당한 선에서 끝난다면 북한도 이후에 함부로 도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한반도 긴장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은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1994년 이후 수차례 파기선언… 선언적 수준 그쳐

    1994년 이후 수차례 파기선언… 선언적 수준 그쳐

    북한은 1990년대부터 정전협정 백지화를 수차례 언급했지만 지난 5일 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한 정전협정 파기 선언은 위협 수위가 이전보다 높고 단호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전협정 백지화 시기를 11일로 못 박고,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신했던 판문점대표부 활동마저 전면 중단하겠다는 등 추가 조치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점도 과거와는 다르다. 이전까지는 정전협정 파기를 주장했을 뿐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4년 외교부(현 외무성)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 백지화를 처음 선언한 뒤 군사정전위를 폐쇄하고 다음 해 9월 중립국감독위원회 사무실을 아예 봉쇄했다. 그 이후에도 정전협정 무력화 시도는 계속됐지만, 근간까지 뒤흔들 만한 조치는 실제로 취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3차 핵실험 성공 이후 북한의 달라진 지위가 전시상태 돌입이나 다름없는 정전협정 백지화를 실행할 자신감을 얻게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거리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핵심 기술까지 갖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상 국제사회가 군사적 맞대응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2차 핵실험 직후인 2009년 5월에도 북한은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발표 양식도 과거에는 판문점대표부 ‘담화’를 택한 반면 당시에는 이보다 격이 높은 ‘성명’을 택했다. 서해 5도 주변의 선박 운항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하는 등 군사적 도발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번을 제외한 역대 정전협정 파기 주장 중 가장 수위가 높았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법적으로 북한의 일방적 협정 파기를 막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정전협정 62조에 수정 또는 평화협정 등으로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 협정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돼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양자조약은 한쪽이 파기를 선언하면 사실상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엔안보리가 이를 평화 위협 행위라고 판단하면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이미 핵실험에 대한 유엔 차원의 고강도 대북제재 결의안이 이번 주 채택을 앞두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시론] 명분도 목적도 없는 북한 핵개발/예종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국제정치학 교수

    [시론] 명분도 목적도 없는 북한 핵개발/예종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국제정치학 교수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한다는 소식에 국제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이미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한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확대 결의안에 찬성했을 뿐 아니라 3차 핵실험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핵개발이 고유한 권리 행사라고 주장하며 일관된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있다. 주체정신을 생명처럼 여기는 북한정권 차원에서는 타국의 왈가왈부가 부당하다고 항변할 것이고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국내에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심지어는 우리가 갖지 못한 핵무기를 북한이 대신 보유한다는 대리만족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핵개발 명분은 설득력이 있는 것인가.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핵을 통한 자위의 목적 달성은 가능한 것인가. 세계화와 더불어 점점 더 분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국제관계가 복잡해질수록 국가 간에 약속과 규칙을 필요로 하게 되고 동시에 공동의 가치를 발견하고 존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국가 주권행사의 영역 또한 상당 부분 축소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오늘날의 이러한 국제관계를 부정한다면 국제질서와 평화의 유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국가 간 약속은 일례로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찾아볼 수 있다. NPT에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북한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엔 회원국이 참가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핵 확산 방지는 국제사회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가치로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NPT 성립 당시 이미 핵무기개발을 마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불평등한 측면이 있는 점은 사실이나, 더 이상의 핵확산은 인류에게 재앙을 의미하며 기존의 핵보유국도 궁극적으로는 핵을 폐기하겠다고 하는 원칙에 절대다수의 국가들이 수긍하고 이를 공동의 가치로 받아들인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국제사회에서 명분을 구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렇다면 과연 핵무기는 북한의 주장처럼 적어도 국가의 안보를 보장해주는 것인가. 즉, 핵 보유는 전쟁억지력을 갖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답은 “아니다”이다. 아니 오히려 “북한의 안보는 더욱 불안해진다”가 정답이다. 오래전에 이미 정리가 끝난 핵전략이론에 따르면, 핵억지력의 관건은 핵무기의 보유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국이 설사 선제적인 기습공격을 통해 자국의 핵무기 제거를 시도하더라도 이 공격을 고스란히 피해 남아 있는 핵무기로 적국에 보복을 가할 수 있는 핵 보호능력의 확보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번에 북한은 미국을 겨냥해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하겠다고 공언하긴 했으나 군사력과 첨단정보 기술력의 차이를 고려하면, 미국에 의한 선제적 핵제거 시도는 가상적·이론적으로 상존하는 반면 북한의 핵보호능력은 기초적 수준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즉, 핵을 보유하는 순간부터 북한은 가상의 기습공격으로부터 핵을 보호하기 위해 핵보유 이전보다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를 제거당할 가능성이 두려워 그전에 차라리 먼저 핵을 사용할 수도 없다. 설령 그런 결정을 하더라도 오히려 적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키울 뿐이다. 요컨대 애초에 핵을 개발한 이유도 목적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결국 핵은 북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애물단지가 되고 마는 것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을 포함하여 중국, 러시아도 유엔안보리를 통해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을 시사하고 있는 반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적극적인 경제·식량지원을 할 것을 밝히고 있다. 통합과 화해는 국내정치 영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명분도 설득력도 당위성도 없는 핵 개발 시도를 도대체 왜 하는 것인가. 핵 포기야말로 북한과 북한정권 스스로를 돕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 [김정은의 북한 어디로 가나] ‘장거리 로켓’ ‘핵실험’ 카드로 對美 공세적 협상 제의 가능성

    [김정은의 북한 어디로 가나] ‘장거리 로켓’ ‘핵실험’ 카드로 對美 공세적 협상 제의 가능성

    북한의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와 우리 대통령 선거를 끝으로 한반도의 2012년이 막을 내렸다. 새해의 한반도 정세는 재선된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 2기와 중국의 시진핑 체제, 일본의 아베 신조 내각 등 각국 새 지도부와 로켓 발사에 따른 북한 제재의 향방, 북한의 경제 개혁 가능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정권 출범 2년차를 맞는 김정은 정권의 치열한 생존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김정은 정권이 새해에는 공고화된 내부 지배 권력을 바탕으로 중국으로부터 외교·경제적 지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면서 장거리 로켓으로 입증된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을 외교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카드를 손에 넣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신감을 갖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나 북·미 간 대화가 성공할지는 불확실하다. 북한이 새로 출범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시험하기 위해 도발과 길들이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지난 17대 대선 이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이 2008년 4월 1일 이명박 정부 출범 한달여 만에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비핵 개방 3000’ 정책과 인권 문제 거론을 비판한 것으로 미루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에도 새 정부의 대화, 협력 의지를 우선 지켜보고 이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유래없는 3대 세습을 이룬 김정은 정권은 지난 1년간 체제 ‘군기 잡기’에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은 최고 군사지휘관 및 친인민적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면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차별화된 파격적인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아버지의 ‘유훈’을 등에 업고 권력을 거머진 뒤에는 군부 최고 지도자 숙청에 나섰으며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스타일을 따라 하며 인민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퍼스트 레이디 리설주를 내세워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국제사회가 성급하게 북한의 변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남 비방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남한과는 대립각을 이어 갔다. 하지만 북한 인민의 생활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평양에 30개 이상의 테마파크를 짓는 등 평양과 특권층 위주의 정치로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양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과학기술 대국을 강조한 김정은 정권의 지난 1년간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한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1일 “현 시점에서 북한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 발전과 주민 생활 개선”이라면서 “새로운 경제 조치와 대외관계 복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과 핵실험 가능성은 새해 북한 대외정책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예정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의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량 살상 무기 능력 과시를 활용한 외교”라면서 “북한이 국내 경제를 통해서는 정권 유지에 필요한 재정을 충분히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끊임없이 외부 원조를 얻어야 하고 그 지렛대가 핵과 미사일 등 대량 살상 무기”라고 설명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2006년 핵실험 당시보다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을 성대하게 선전한다”면서 “핵보유국으로서 발사 수단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에 공세적인 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비핵화 중심으로 6자회담을 논의했다면 지금의 북한 입장에서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을 보편적 권리라고 주장할 것이고 평화협정 체결 등을 의제로 내세울 것”이라면서 “동북아 각국 정권이 민족주의적 색체가 강해졌고 다자회담보다는 북·미 회담 등 양자채널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동북아를 둘러싼 4강 국가들에 적극 손을 내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새 지도부와 우선적으로 정상회담을 통해 전통적 유대를 과시하고 일본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적극성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제재를 풀기 위한 대화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으나 성사 여부는 불확실하다. 우리 새 정부에 대해서는 길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양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대외적 행보를 넓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핵 보유국으로서의 입장을 주장할 북한의 요구 수준이 높고 미국은 북한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북·미 대화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존 케리 신임 국무장관이 협상파인 만큼 협상을 제기할 수는 있으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에 새로운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가 유엔안보리에서 의장성명 정도에 그친다면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안보리에서 보다 강력한 제재가 나오면 북한이 핵실험을 앞당겨 강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실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미국도 실질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식하고 모종의 타협을 할 가능성이 있고 차기 정부가 대화에서 소외되는 ‘통미봉남’이 재현될 수도 있다”면서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화를 제시하면 미국도 우리 입장을 존중하고 있으니 북한이 핵실험을 자제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길들이기 차원에서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박근혜 차기 정부가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놓고 이명박 정부와 얼마나 차별화된 정책을 선보이고 대화 의지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김정은 정권의 행보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북 미사일 발사, 국제고립 자초했다

    북한이 어제 장거리 로켓을 전격 발사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위성임을 강변하면서 미사일을 쏘아 올린 것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불가측성과 낮은 신뢰도가 재차 확인됐다고 하겠다. 북한은 어제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의 발사가 성공했다.”고 밝혔다. 일련의 사정으로 발사 시기를 당초 22일에서 29일로 연장한다던 북한의 발표와 기술적 결함으로 로켓을 수리 중이라는 보도를 믿었던 국민들로선 큰 충격을 느꼈을 것이다. 북의 장거리 미사일 사거리가 1만여㎞에 달한다는 추정이 맞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대량살상무기 개발 목표에 엄청난 진전을 이뤘음을 의미한다. 북의 군사적 위협은 말이 아닌 현실이 됐다는 뜻이다. 북한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3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한다. 까닭에 이번에 북의 미사일 발사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정보력의 한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발사를 위한 마지막 단계를 로켓 수리로 거꾸로 판단했다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북한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이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유엔 차원의 제재가 불가피한 이유다. 우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북의 돈줄을 죌 금융제재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국제사회가 긴밀한 협조체제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실질적 제재를 위해서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중국도 이미 유감을 표명한 만큼 제재 국면에 중국이 적극 나서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착착 진행하는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핵무기 보유국임을 인정받기 위함일 것이다. 대량살상무기를 지렛대로 미국 등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협상을 기도할 게 뻔하다. 김정은으로서는 얼떨결에 권력을 세습한 애숭이가 아니라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면서, 세습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핵실험 등 또 다른 불장난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혹여 대선정국의 한복판에 터진 북의 도발을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 될 것이다. 평화를 위협하는 북의 도발을 막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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