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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미디계 큰별 ‘비실이’ 배삼룡 하늘무대로

    코미디계 큰별 ‘비실이’ 배삼룡 하늘무대로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 배삼룡(본명 배창순)씨가 23일 새벽 2시10분 84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흡인성 폐렴으로 투병해온 고인은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중환자실을 오가며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으나 끝내 무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고인은 2007년 6월 행사장에서 쓰러져 입원했다. 최근 자가 호흡을 하고, 가끔 말도 했지만 지인들을 알아보지는 못했다. 외아들 동진씨는 “아버지는 의식이 없어 유언도 남기지 못하셨다. 지난해 말 의식이 있을 때 ‘다시 무대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신 것이 결국 마지막 말씀이 됐다.”며 눈물을 떨궜다. ●‘웃으면 복이 와요’로 큰 인기 ‘바보 연기의 원조’로 불리는 그는 1968년 MBC 코미디언으로 정식 데뷔해 ‘웃으면 복이 와요’, ‘부부 만세’ 등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다. 특유의 바보 연기, 허약 체질 연기로 ‘비실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동갑내기 단짝 구봉서와 콤비를 이뤄 1960~70년대 한국 방송 코미디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고인의 평소 연기 철학은 ‘웃음은 남을 주고 한숨은 내가 갖는다.’였다. 특히 허약한 두 다리를 우스꽝스럽게 흔드는 일명 ‘개다리 춤’과 몸을 사리지 않고 엎어지고 구르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기에 서민들의 애환을 달랬다. 당시 TBC, MBC, KBS 등 방송국들이 그를 두고 치열한 출연 경쟁을 벌이면서 1973년 12월에는 대낮에 납치극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사람팔자 시간문제’, ‘9대 독자 사랑법’ 등 400여편의 드라마와 ‘요절복통 007’(1966), ‘나의 인생고백’(1974), ‘형사 배삼룡’(1975), ‘마음 약해서’(1980), ‘철부지’(1985) 등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그는 1980년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연예인 숙정대상 1호’로 지목되며 방송출연 정지를 당했다. 시대에 역행하고 사회의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치는 인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중 한 명을 내놓고 지지했던 것이 화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 뒤 미국으로 떠난 그는 1983년 귀국했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하면서 생활고를 겪었고,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후에는 약 2억원의 병원비를 체납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997년 유랑악극 ‘눈물의 여왕’ 성공으로 어렵사리 재기에 성공한 그는 ‘그 때 그 쑈를 아십니까’로 3년여 인기를 다시 누렸다. ●“한국의 채플린 쓰러졌다” 추모열기 이날 아산병원에 차려진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 유족을 위로하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도 조문했다. 엄용수 코미디협회장을 비롯해 이용식, 김미화, 최양락, 임하룡, 이영자, 주병진 등 후배 코미디언들은 “천재적인 바보 선배”, “아버지이자 우상 같은 분”이라며 비통해 했다. 지난해 제1회 희극인의 날을 개최하면서 병상에서 고인의 핸드 프린팅을 떴던 이용식은 “6개월 전부터 선배님의 영정사진을 준비해놓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례는 한국코미디협회장으로 3일간 치러진다. 유족은 기념비 건립을 추진 중이고 방송사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검토 중이다. 네티즌들의 추모 열기도 뜨겁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 개설된 추모 서명 사이트에는 “한국의 찰리 채플린이 쓰러졌다.”는 등의 추모 글이 잇따랐다. 유족으로는 아들 동진, 딸 경주·주영씨가 있으며 발인은 25일 오전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고인이 걸어온 길 ▲1926년 강원도 양구 출생 ▲1946년 유랑 악극단 ‘민협’ 입단 ▲1968년 MBC 코미디언 데뷔 ▲1973년 방송사 ‘배삼룡 납치극’ 소동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방송출연 정지당한 뒤 도미(渡美) ▲1983년 귀국. 사업 실패 ▲1997년 악극 ‘눈물의 여왕’으로 재기 ▲2003년 대한민국 연예예술대상 문화훈장 화관장 ▲2009년 제1회 희극인의 날 기념해 병상서 핸드 프린팅
  • [NTN포토] 소녀시대 “PD님들이 주신 상 감사해요”

    [NTN포토] 소녀시대 “PD님들이 주신 상 감사해요”

    23일 오후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2회 한국PD대상’ 시상식에 가수부문에 상을 받은 소녀시대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인기리에 방영된 MBC TV 사극 ‘선덕여왕’과 ‘무한도전’이 TV작품상 드라마부문과 예능부문 상을 받는다. 출연자상 부문 중 가수부문에는 걸그룹 소녀시대와 밴드 장기하와얼굴들이, 탤런트 부문에는 고현정, TV진행자 부문에는 김제동, 코미디언 부문에는 박성호 등이 수상했다. 한편, 한국PD대상은 방송매체를 통해 자유언론과 사회문화 발전에 기여한 PD및 방송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PD들의 안목으로 한 해를 빛낸 방송프로그램과 방송인을 수상자로 선정한다. 서울신문NTN 강정화 기자 kj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NTN포토] 김제동, 상받고 ‘싱글벙글’

    [NTN포토] 김제동, 상받고 ‘싱글벙글’

    23일 오후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2회 한국PD대상’ 시상식에 TV진행자 부문에 상을 수상한 김제동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인기리에 방영된 MBC TV 사극 ‘선덕여왕’과 ‘무한도전’이 TV작품상 드라마부문과 예능부문 상을 받는다. 출연자상 부문 중 가수부문에는 걸그룹 소녀시대와 밴드 장기하와얼굴들이, 탤런트 부문에는 고현정, TV진행자 부문에는 김제동, 코미디언 부문에는 박성호 등이 수상했다. 한편, 한국PD대상은 방송매체를 통해 자유언론과 사회문화 발전에 기여한 PD및 방송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PD들의 안목으로 한 해를 빛낸 방송프로그램과 방송인을 수상자로 선정한다. 서울신문NTN 강정화 기자 kj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NTN포토] ‘MC 변신’ 태연, 떨리는 발걸음

    [NTN포토] ‘MC 변신’ 태연, 떨리는 발걸음

    23일 오후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2회 한국PD대상’ 시상식에 소녀시대 태연이 등장하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인기리에 방영된 MBC TV 사극 ‘선덕여왕’과 ‘무한도전’이 TV작품상 드라마부문과 예능부문 상을 받는다. 출연자상 부문 중 가수부문에는 걸그룹 소녀시대와 밴드 장기하와얼굴들이, 탤런트 부문에는 고현정, TV진행자 부문에는 김제동, 코미디언 부문에는 박성호 등이 수상했다. 한편, 한국PD대상은 방송매체를 통해 자유언론과 사회문화 발전에 기여한 PD및 방송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PD들의 안목으로 한 해를 빛낸 방송프로그램과 방송인을 수상자로 선정한다. 서울신문NTN 강정화 기자 kj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NTN포토] 유키스, 힘 넘치는 ‘카리스마 무대’

    [NTN포토] 유키스, 힘 넘치는 ‘카리스마 무대’

    23일 오후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2회 한국PD대상’ 시상식에 유키스가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인기리에 방영된 MBC TV 사극 ‘선덕여왕’과 ‘무한도전’이 TV작품상 드라마부문과 예능부문 상을 받는다. 출연자상 부문 중 가수부문에는 걸그룹 소녀시대와 밴드 장기하와얼굴들이, 탤런트 부문에는 고현정, TV진행자 부문에는 김제동, 코미디언 부문에는 박성호 등이 수상했다. 한편, 한국PD대상은 방송매체를 통해 자유언론과 사회문화 발전에 기여한 PD및 방송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PD들의 안목으로 한 해를 빛낸 방송프로그램과 방송인을 수상자로 선정한다. 서울신문NTN 강정화 기자 kj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관속에서 생각해 보는 삶

    관속에서 생각해 보는 삶

    “입관체험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여생을 봉사하고 베풀며 살아가고 싶어 호스피스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2008년 노원구의 웰다잉(Well-Dying)프로그램인 ‘아름다운 인생여행’에 참가했던 성순자(58·하계동)씨의 담담한 소감이다. 노원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음달 19일부터 5월28일까지 삼육대 보건복지교육관에서 열리는 ‘제4회 아름다운 인생’의 참가자 100명을 모집한다고 22일 밝혔다. 신청은 다음달 15일까지 구 보건소 지역보건과로 하면 된다. 선착순 마감이다. 10주 과정으로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 ▲의미를 발견하는 삶 ▲임종을 위한 법적 준비 ▲입관체험과 유언장 작성 등 다양한 이론 강좌와 체험실습으로 꾸며졌다. 참가자들은 ‘죽음’을 올바로 이해하고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참가비는 없으며 45세 이상 노원주민 80명과 다른 지역 주민 20명이다. 구가 2007년부터 삼육대와 협력을 맺고 진행하고 있는 이 강좌는 50대 후반 여성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켜 지난 3년간 모두 322명이 아름다운 죽음을 계획할 수 있었다. 구는 수료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상·하반기 수료자 재교육 특강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구는 원자력병원의 도움을 받아 유족 없이 사망한 국민기초생활수급자에게 시신운구에서 화장까지 토털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가족이나 연고자 없이 죽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임종에서부터 장례 마무리까지 도와주는 장례도우미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웰다잉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錢의 유혹’ 여전한 불량선거전

    ‘錢의 유혹’ 여전한 불량선거전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가 불·탈법으로 얼룩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된 선거법 위반 사례가 100여건을 넘어서는 등 과열·혼탁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광역·기초 비례대표 선거에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까지 함께 치러지면서 8개 선거가 동시에 실시돼 2006년 5·31 지방선거보다 불법 선거운동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충북지역에선 최근 군수 선거 출마예정자가 선거운동을 도와달라며 유권자에게 1600여만원을 건넨 정황을 선관위가 포착해 검찰에 고발하는 등 6·2 지방선거와 관련해 총 36건의 불·탈법 사례가 적발됐다. 금품과 음식물 제공이 17건으로 가장 많고 인쇄물 배부 8건, 홍보물 발행 3건, 신문방송 등 부정이용 2건, 선심관광 및 교통편의 제공 1건, 공무원 등 선거개입 1건, 기타 3건 등이다. 충북 청원군수와 음성군수는 유권자들에게 금품과 음식물을 제공하다 적발돼 최근 군수직을 상실했다. 전북지역에서 적발된 불·탈법 사례는 52건에 이른다. 전북도 선관위는 주민들에게 음식물과 교통편 등을 제공한 정읍시장 선거 출마 예정자를 최근 전주지검 정읍지청에 고발했다. 맥주, 소주, 음료수 등 510만원 상당을 350명의 당원과 행사 참석자들에게 제공한 혐의다. 전북도 선관위는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고창군의 한 면민의 날 행사에 경품을 협찬한 기초의원 선거 출마 예정자 3명과 이를 요구한 체육회 관계자 등 4명을 전주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20만원 상당의 예초기, 16만원 상당의 TV 1대, 40만원 상당의 세탁기 1대 등을 경품으로 제공했다. 전남지역에선 무려 150여건이 적발됐다. 전남도 선관위는 기초단체장 선거와 관련해 고발 6건, 수사의뢰 5건, 경고 70건, 수사기관 이첩 2건 등 모두 83건의 불·탈법 행위를 적발했다. 광역과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고발 7건, 수사의뢰 6건, 경고 47건 등에 이른다. 불법 사례 유형은 기부행위, 인쇄물 배부, 명함돌리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강원지역에선 도의원 선거 출마예정자가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선거구민들에게 무료로 수건을 나눠 주고 자신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책자를 방문 판매하다 적발, 고발 조치됐다. 또 다른 도의원 선거 후보예정자는 도의원으로 재직하면서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기관·단체에 32차례에 걸쳐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경비로 178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해 선관위로부터 수사의뢰 조치됐다. 강원 지역에서는 현재 74건이 고발·수사의뢰·경고 조치됐다. 선거를 앞두고 경쟁 후보를 음해하기 위한 루머까지 판을 치고 있다. 신현국 경북 문경시장은 ‘수사기관이 시장실을 압수수색했다.’는 등의 유언비어 유포자를 색출해 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신 시장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누군가가 정체불명의 악성 루머를 퍼뜨리면서 지난 15일부터 이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루머 유포자와 진원지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가 벌써부터 과열혼탁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선관위는 선거부정 감시단을 서둘러 운영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그동안은 선거일 180일을 앞두고 감시단을 운영해 왔지만 이번에는 1년여를 앞두고 일찍부터 감시단 운영을 시작했다.”며 “과열지역을 선정해 특별관리하는 방안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70년전 부친병원비 이제서야 갚습니다”

    “70년전 부친병원비 이제서야 갚습니다”

    일흔 나이의 노인이 70년 전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병원비를 내지 못하고 달아났던 아버지의 묵은 빚을 갚았다. 25일 전주 예수병원에 따르면 전북 김제시에 사는 양치곤씨는 큰딸과 함께 김민철 병원장을 찾아 아버지의 병원비 100만원을 전달했다. 양씨의 아버지 양대식(1969년 작고)씨는 1940년 탄광일을 하면서 돌이 담긴 대나무통을 메고 사다리를 오르다가 떨어져 얼굴이 찢어졌다. 예수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끝냈지만 치료비가 없던 그는 퇴원을 미루며 번민의 시간을 보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어려운 사정과 용서를 바라는 편지를 침대 위에 올려놓고 야반도주했다. 양씨의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아들에게 부끄러운 과거를 눈물로 털어놨고, 양씨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로 했다. 양씨는 늘 가슴 한구석에 “아버지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어느새 4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양씨는 김 원장에게 100만원을 건네면서 “지금도 형편이 어렵지만 아버지가 남긴 말을 한시도 잊을 수 없었다.”며 “독촉받는 빚이 아니라는 핑계로 늦었는데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퇴직금서 세뱃돈까지~ 은행 곳간 채워라

    퇴직금서 세뱃돈까지~ 은행 곳간 채워라

    시중은행들의 수신 경쟁이 눈물겹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한 틈새시장까지 샅샅이 훑고 있다. 아이들 세뱃돈부터 명예퇴직금, 고액연봉 외국인 근로자의 월급까지 말 그대로 가릴 것 없다. 금리를 높여주면 추가로 돈은 들어오겠지만 그렇다고 고비용인 특판예금을 계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은행이 틈새시장에 집착하는 이유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KT 등 대기업과 은행 명예퇴직자 중 은퇴자금을 맡기는 고객에 한해 은행 최고 고객(VIP)수준으로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이후 늘어난 명예퇴직자들의 신탁자금을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신한은행에서 명예퇴직자가 받을 수 있는 1년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4.78%로 지점장 전결금리(지점장 권한 최고금리)에 비해 0.3%포인트나 높다. 씨티은행도 다음달 26일까지 ‘프리스타일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KT 퇴직자에게 최고 0.3%포인트의 금리를 얹어 준다. 지난해 말 KT에서 퇴직한 직원은 약 6000명. 금융권에선 KT 한 곳의 명퇴금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본다. 이외에도 농협과 신한은행이 각각 400여명, 금호생명도 13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기업은행은 아이들이 세뱃돈을 은행에 맡기면 최고 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 주는 호돌이 적금을 내놨다. 설 연휴 직후인 다음달 16~19일 한정판매하는데, 첫 입금액에 대해 연 5.2%(기본금리 3.2%+2% )의 이자를 준다. 아이들 세뱃돈을 푼돈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은행권에서 추정하는 설날 세뱃돈 규모는 연 2조원 안팎이다. 게다가 미래 고객을 유치한다는 점은 덤이다. 이달부터 산업은행과 외환은행은 부유층 고객을 위해 유언서 작성부터 집행까지 도와주는 유언신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액자산가가 사망한 후 가족들 사이에 생길지 모르는 불필요한 다툼을 막아주겠다는 것이다. 전체 과정에는 전문 변호사와 세무사가 참가하는데, 작성 비용은 비교적 저렴하다. 산업은행에선 초기 유언서 작성에는 20만원, 보관에는 매년 5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실제 유언을 집행하는 과정에는 변호사 비용을 포함, 최고 2%까지 수수료를 받는다. 고액 자산가의 상속액이 보통 30억원을 넘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은행이 건당 6000만원까지 벌 수 있는 셈이다. 외환은행은 또 국내 거주 외국인 가운데 1억원 이상 고액연봉을 받는 4000명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고 한도를 보장하는 VVIP카드를 발급하고, 24시간 영어상담원도 이용할수 있다. 전세계 공항 VIP 라운지 이용은 물론 22개 국내 주요 호텔에서 발레파킹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타행에 비해 외국인 손님이 많은 외환은행으로서는 블루오션을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윤태웅 신한은행 상품개발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거 있던 상품을 업그레이드해 고객을 끌었다면 올해 은행들의 숙제는 세상에 없던 상품을 탄생시켜 고객을 끌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그만큼 틈새시장을 찾아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1)홍명희作 ‘임꺽정’

    [고전 톡톡 다시 읽기](1)홍명희作 ‘임꺽정’

    “너 어디 사느냐?” “양주 읍내 삽니다.” “나이 몇 살이냐?” “서른다섯살입니다.” “부모와 처자가 있느냐?” “아버지가 있고 처자도 있습니다.” “네 집에서는 농사하느냐?” “아닙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놉니다.” “아무 것도 아니하고 놀아? 네 아비는 무엇하는 사람이냐?” “소 백정입니다.” (강조 필자, 3권 381쪽) 꺽정이는 직업이 없다. 아비가 백정이라 아주 가끔 백정일을 거들기는 하지만 그걸 ‘업’으로 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 한마디로 ‘노는 남자’다. 비단 꺽정이만 그런 것도 아니다. 칠두령은 물론이려니와,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노는’ 남자들 혹은 ‘배우는’ 남자들 그럼 뭘 하고 노는가? 배우면서 논다. 꺽정이는 봉학이, 유복이와 더불어 서울 갖바치의 집에서 청년기를 보낸다. 갖바치는 당대 최고의 사상가이지만, 꺽정이에게는 집안 어른이자 스승이다. 꺽정이와 그의 친구들은 갖바치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면서 많은 걸 배운다. 물론 문자를 워낙 싫어하다 보니 배우는 게 주로 병법, 기예 같은 것들이다. 그럼, 배워서 뭐하지? 아무 이유 없다! -“대체 검술을 배워 무엇하니?”라고 묻자, 꺽정이의 대답. “그저 배워두었으면 좋으려니 생각할 뿐이지. 무엇하려는 작정은 없소.” 그냥 배운다.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논다. 그리고 그게 일상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들은 소위 백수다. 그런데 자괴감에 찌들기는커녕 정규직들은 상상할 수 없는 자유를 만끽한다. 비정규직 800만,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에 대하소설 ‘임꺽정’에 필이 꽂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길 위의 향연-배우고 사랑하고 싸운다 저자는 벽초 홍명희(1888~1968). 구한말 명망 높은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이광수, 최남선 등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천재’로 꼽혔다. 1920년대 민족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통일전선’ 신간회를 이끈 지도자이기도 하다. ‘임꺽정’은 그의 유일한 작품이자, 20세기가 낳은 걸작이다. 남북한이 함께 자랑해마지 않는, 아주 드문 고전이기도 하다. 시대 배경은 명종 때. 당대를 주름잡던 화적패 ‘청석골 칠두령’을 밑그림으로 조선시대의 사화와 정쟁, 풍속과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작가의 야심 찬 선언대로 ‘순(純) 조선적’ 정조(情調)를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하여, 서구적 의미의 소설이라기보다는 ‘이야기’에 가깝다. 그만큼 구술문화의 입담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위에서 보다시피 꺽정이와 그의 친구들은 정착민이 아니다. 농사를 짓자니 땅이 없고, 장사를 하자니 밑천이 없다. 출신성분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유복이는 이름대로 유복자고, 봉학이는 기묘사화때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바람에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곽오주는 ‘임노동자’, 길막봉이는 소금장수고, 배돌석이는 떠돌이 룸펜이다. 천왕동이는 백두산에서 살다 제 누이가 꺽정이랑 혼인을 하는 바람에 꺽정이네 집에 와서 더부살이를 한다. 한마디로 결손가족에, 집에서 내놓은 자식들이다. 따라서 이들을 하나의 집단, 하나의 계급으로 묶기란 참, 곤란하다. 말하자면, 특정 범주로 포섭하기 어려운, 체제의 변경을 떠도는 ‘마이너’들인 셈. 그러니 이들의 인생역정은 대부분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 예컨대, 유복이는 청년기를 앉은뱅이 신세로 지내는데, 하도 할 일이 없어 혼자 표창 연습을 하다 댓가지창의 명인이 된다.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냐 하면, 누워서 던져도 파리를 맞힐 수 있는 수준이다.(와우~) 그 인연으로 지나가는 이인을 만나 병을 고치고 차력사로 거듭난다.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다음, 관가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다 얼떨결에 최영장군 사당에서 각시를 얻는다.(이게 웬 떡!) 마을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벌역 따위엔 아랑곳없이 각시를 데리고 튄다. 이렇듯 이들은 모두 천민이자 도망자들이지만 사랑과 성을 박탈당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화끈하게 누린다. 장군귀신의 마누라를 달고 튄 유복이의 사랑도 ‘대박’이지만, 백두산에서 꽃핀 꺽정이와 운총이의 ‘풋사랑’이나 귀신도 녹여버린 봉학이와 계월향이의 열애 등도 하나같이 다 ‘블록버스터’다. 이 사랑의 서사 속에 조선조 민중의 ‘인정물태’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녹아있다. ●청석골-움직이는 요새 이 작품이 리얼리즘이나 민중성, 계급성 등으로 포획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청석골 칠두령’을 움직이는 건 도탄에 빠진 민을 구하겠다든가 혹은 썩어빠진 정치를 갈아엎겠다든가 하는 식의 명분이나 이념 따위가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어떤 권위에도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자존심’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이들의 자존심은 ‘원초적 야생성’과 ‘치기어린 객기’ 사이에서 동요한다. 하여, 때론 눈부시고, 때론 위태롭다. 이 작품이 신비로운 영웅담이 아니라, 희비극을 오가는 ‘인생극장’처럼 느껴지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므로 그들의 본거지인 청석골은 산중 깊숙한 곳에 있지만 결코 닫혀 있지 않다. 인근마을은 물론 서울 한복판까지 ‘한통속’으로 엮여 있다. 게다가 여차하면 요새를 버리고 튄다. 작품의 대미가 청석골을 버리고 자모산성으로 들어가는 장면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요컨대, 청석골은 길 위의 인생들에게 있어선 ‘움직이는 요새’이자 ‘자유의 새로운 시공간’이었던 것. 바야흐로 ‘집의 시대’가 지나가고 ‘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집으로 귀환했던 모든 의미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길 위에서 어떻게 ‘공부와 밥과 우정’의 향연을 펼칠 것인가. 이 시대의 청년들에겐 그야말로 절실한 화두다. 이 화두와 정면으로 맞짱을 뜰 용기만 있다면, ‘임꺽정’은 그에 대한 아주 멋진 응답이 될 수 있으리라. 글 고미숙 ■ 고미숙은… 1960년 강원도 정선 출생. 고전평론가. 고려대학교에서 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그린비 펴냄),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그린비),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사계절) 등이 있다.
  • 최송현, 미니스커트 벗고 ‘몸빼’ 입는다

    최송현, 미니스커트 벗고 ‘몸빼’ 입는다

    최송현이 화려함을 벗고 궁핍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서민’ 연기에 도전한다. tvN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 ‘미세스타운-남편이 죽었다’ 에서 극중 재키(최송현 분)가 무일푼으로 집에서 쫓겨나면서 최송현은 망가지는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재키가 죽은 남편의 전처로부터 유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게 된 것. 이에 초반 화려한 캐릭터 재키 역으로 오현경, 이아현 등 대선배들을 제치고 반짝이는 미니스커트와 진한 화장 등을 선보였던 그는 몸빼 차림에 장화까지 신고 국밥집에서 접시를 닦게 됐다. 긴 웨이브 머리 대신 어깨길이의 차분한 스타일로 바꾼 최송현은 머리를 질끈 묶고 식당에서 음식도 나르며 힘들게 번 돈이 아까워서 고급레스토랑에서 벌레까지 잡아넣는 웃지 못할 모습도 보여준다. 극중 재키는 돈 많은 남편과 애인 사이에서 화려한 생활을 하다가 미심쩍은 사고로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인물이다. 하지만 남편이 남긴 보험금과 유산으로 앞일 걱정은 ‘티끌’ 만큼도 없다. 허전함을 쇼핑으로 달래며 되지도 않을 가수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철부지 같은 면도 지녔다. 최송현은 “신인이어서 사건사고가 많고 의상이나 행동도 화려한 재키 캐릭터가 다가가기 쉬웠다” 면서 “요즘은 화려함은 덜해졌지만 인간적이고 성숙해 가는 모습을 표현해야 해 연기면에서 오히려 배우는 것이 더 많다” 고 말했다. ‘미세스타운’ 에서 보배(이아현 분) 집에 얹혀살면서 생계를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는 재키의 모습은 오는 8일 자정에 방송된다. 사진 = tvN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등장인물 변신남(남·46세), 조사원(남·30세), 여직원, 남직원, 젊은 여인, 교복1·2, 양복남자, 전당포주인, 딸(변신남의), 아내(변신남의), 문신 남자, 교도관, 사람들1·2·3·4, 노숙자들 ※변신남과 조사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배역은 1인 다역을 하도록 한다(젊은 여인?변신남의 아내/여직원?변신남의 딸, 사람들2, 노숙자/교복1·2?사람들3·4, 노숙자/양복남자?문신남자/전당포주인?교도관, 노숙자/남직원?사람들1, 노숙자). 시 간 현재 무 대 무대는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장소들은 각각 구체적으로 재현되기보다는 공간·디테일·조명 등으로 처리되며, 소도구는 극의 진행에 따라 사용한다. 시간과 장소의 전환은 ‘변신남’의 회상을 재현하는 것에 바탕을 두며 특별한 논리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물의 이동 또한 사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여행하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민원실 민원창구에 앉아 있는 여직원. 한 젊은 여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여직원 어서 오십시오. 시민의 안전을 지켜드리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입니다. 젊은여인 (가쁜 숨을 내쉬며) 내 남편 어디 있어요? 여직원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젊은여인 내 남편이요. 여직원 연락을 받고 오셨습니까? 젊은여인 전화요. 전화가 왔었어요. 여직원 아, 그럼 남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젊은여인 김상수. 여직원 김상수님…(컴퓨터로 조회해 보고) 두 분이신데…, 혹시 관리번호 받으셨습니까? 젊은여인 번호요? 아, 번호.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주며) 이건가요? 여직원 네, 맞습니다. 3-17이면··· (찾고) 아, 저희 쪽에 계시네요. 잠시만요. (인터폰으로) 3-17번 보호자 분 오셨습니다. (끊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젊은여인 내 남편, 괜찮은 거죠? 여직원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고 있었습니다. 젊은여인 어디 다친 데는 없구요? 여직원 그러시리라 예상되지만, 나중에 정확한 검진은 필요하실 겁니다. 젊은여인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얼마나 걸리나요? 여직원 …네? 젊은여인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요. 여직원 개인차가 좀 심해서, 보통은 일주일에서 한 달인데 요즘은 더 짧거나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직원이 상자를 들고 나온다. 젊은여인 (남직원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들듯) 자기야. 남직원이 상자를 내밀고는 뚜껑을 열어 젊은 여인에게 보인다. 상자 안에는 덩그러니 머그컵 하나가 들어 있다. 젊은여인 (여직원을 쳐다보고는) 컵이네요? 여직원 (한번 들여다보고는) 네, 컵이네요. 뭘로 변신하셨는지 전해 듣지 못하셨나요? 젊은여인 (컵을 본다) 남직원 남편 분은 오늘 아침 을지로2가 대로변에서 컵으로 변신하셨습니다. 젊은여인 머그컵으로요? 남직원 예. 젊은여인 이게 설마 내 남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죠? 남직원 (주머니에서 남편의 신분증을 꺼내 건네며) 정확한 변신 추정시간은 오전 8시 50분경이고, 운전을 하시던 중에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을지로 일대가 잠시 마비가 됐었습니다만, 다행히 저희 관리국의 발 빠른 긴급대응으로 출근 대란은 없었습니다. 젊은여인 말도 안 돼…. 아침까지 말짱했는데요. 남직원 요즘 유행하는 변신의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옷도 소지품도 남기지 않은 채 신분증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죠. 젊은여인 (컵을 받아들고 바라보다가) 남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직원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젊은여인 돌아오기는 하는 거예요? 남직원 (여직원에게) 안내를 충분히 안 해드렸나요? 여직원 그게…. 젊은여인 영영 안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남직원 대개는 돌아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죠.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발생한 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질병이라서 아직 임상 단계입니다. 통계도 잡혀 있지 않고, 아직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도 뭣하고 해서 지켜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젊은여인 그건 안 돌아온 사람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남직원 너무 염려 마십시오, 돌아오실 겁니다. 다만 깨지지 않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으로 변신하셨을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거든요. 잘못하다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도 어느 한 곳이 불구가 될 수도 있고, 기억이나 신경들이 뒤엉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젊은여인 (컵을 보며 울먹이는) 자기야…. 남직원 자동차는 신청서를 작성해주시면 일주일 이내에 순서에 따라 댁으로 배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남편 분께서 본 모습으로 돌아오시면 저희 본부민원실이나 희망2과로 연락 주십시오. 그럼 저희가 직접 방문하여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직원 언제든지 전화 주시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종이를 내밀며) 여기 인수증에 사인해주시겠어요? 남직원, 머그컵을 챙겨 상자에 담으려고 하는데 젊은 여인이 컵을 들어 바라본다. 젊은여인 (컵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곰이에요. 남직원 예? 여직원 (그림을 보고) 어머 그러네요. 젊은여인 남편이 동물을 아주 좋아했는데…. 곰처럼 묵묵히 일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늦었다고 그러면서 헐레벌떡 나갔었는데. (남직원을 향해) 그런데 왜 곰이 되지 않고, 하필 머그컵이 됐을까요? 남직원 …. 젊은여인 머그컵이 된 사람도 있었나요? 남직원 글쎄요. (여직원을 쳐다보며) …잘 모르겠습니다. 여직원 머그컵이 흔한 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어떤 분은 칫솔이 되기도 하셨고 선풍기나 베개가 된 분도 계시거든요. 심지어는 스티커가 된 분도 계시는걸요. 젊은여인 스티커요? 여직원 네. 다섯 살짜리 따님의 장난감 휴대폰에 안전하게 붙어 있다가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젊은여인 그렇구나. (그림을 보며) 당신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잖아. 곰처럼 생기진 않았었는데. 여직원 외모와 변신은 별개랍니다. 젊은여인 그래도 컵은 좀. 남직원 왠지 여유로워 보이시는데요, 남편 분. 젊은여인 …. 남직원 꿀을 넣은 차 한 잔을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죠. 변신하던 그 순간에요. 여직원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 짓는) 남직원 머그컵은 아주 낭만적인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여인 그런가요? 남직원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여직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희망2과도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젊은 여인은 남직원과 여직원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둡다. 상심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머그컵을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 젊은 여인. 그러다가 그만 손에서 머그컵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머그컵. 놀라서 얼어붙은 세 사람. 젊은 여인이 비명을 지른다. 암전. 어둠 속에서 뉴스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캐스터(목소리) 최근 무작위적인 변신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오후 2시경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으로 몰고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양동에 사는 서른두 살 박모 여인은 오늘 오전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인수받기 위해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를 찾았습니다. 인수증에 사인을 하기 전, 남편임을 확인하기 위해 컵을 들고 자세히 살피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려 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인데요. 검찰은 직원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수를 범한 박모 여인을 구속하고 실수가 아닌 고의적 훼손, 즉 살인이 아닌지를 검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모 여인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서는 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사건인 만큼 박모 여인에게 무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뉴스가 시작되고 잠시 후, 희미하게 조사실이 보이기 시작하면 변심남과 조사원이 문서를 작성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가 끝나면 무대 완전히 밝아진다. 컴퓨터에 뭔가 기록하는 조사원과 맞은편에 앉아있는 변신남. 변신남은 반팔 남방차림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사원 (자판을 두드리며) 깨어났는데 새벽이었단 말씀이시네요. 변신남 그렇다니까요. 조사원 쓰레기 집하장에서 말이죠. 변신남 정확히는 쓰레기 더미 사이였어요. 사방이 쓰레기봉투였고 머리 위로도 몇 덩이 쌓여 있었습니다. 조사원 얼마 동안이나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걸 알고 싶어서 여기 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그걸 알려 드리려면 저희 쪽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변신남 하고 있잖아요. 8월 1일. 그게 마지막 기억입니다. 조사원 휴대폰의 마지막 문자기록과도 일치하네요. 변신남 다 말했잖아요. 8월 1일 저녁에 마누라랑 딸이랑 쇼핑 간다고 문자가 왔어요. 바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직자에겐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천국이거든요. 조사원 그리고 집에서 맥주를 한잔 하신 것 같다고 했는데 어떤 맥줍니까? 변신남 맥주가 우리 집 찾는 거랑 뭔 상관입니까? 조사원 알코올 성분이 선생님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켜서 변신 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변신남 나 술 쎄요. 맥주 세 캔에 필름 끊기고 그런 거 안 해요. 조사원 (기록하며) 세 캔이라··· 아까는 하나 드셨다고 안 하셨나요? 변신남 하나고 셋이고 그 정도로는 멀쩡하다니까요. 이건 술과는 상관이 없어요. 어느 순간 머리가 띵하더니 깨지게 아팠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다니까요. 조사원 예 알았습니다. 어떤 걸로 변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냥 깨어나 보니까 처음 와 본 곳이었고, 그 전의 모습을 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니까요. 조사원 변신 순간에도 혼자셨나요? 변신남 그걸 기억하면 내가 여기서 똑같은 얘기 반복하고 있겠어요? 조사원 오늘이 9월 30일입니다. 두 달 만에 돌아오신 분도 흔치 않지만 이렇게 전혀 기억을 못하시는 분은 없었거든요. 사람에 따라 기억이 돌아오는 속도가 다르긴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변신 후 복귀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구요. 변신남 미치겠네 진짜. 휴대폰 기록과도 일치한다면서요. 조사원 잘 생각해보세요. 변신했다가 돌아온 분들은 긴 악몽을 꾼 것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개 기억하고들 있었습니다. 변신남 이유가 있을 거 아뇨. 이렇게 사람들이 변신하는 이유를 알면, 나도 그러그러해서 변했겠구나 추측도 하고, 그러면 자연히 내가 변신했었는지 단순 기억상실인지 분간도 가능하고. 조사원 저희도 원인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더 이상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변신남 최선만 다하면 뭐해요. 밝혀진 건 모두에게 알려서 스스로 원인을 제거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서 치료하도록 해야지. 뭐든 불투명해서 좋을 거 없잖아요. 조사원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그런 거죠. 아니면 밝힐 단계가 아니거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예요. 질병은 만방에 알려 함께 고쳐나가는 게 맞는 거 아니요? 나 같은 케이스의 변신이 또 있을지 누가 알아요. 조사원 저희도 이게 변종인지 조사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변신남 마누라랑 집 찾아달라고 했더니 이제 변태취급까지 하는 거요? 여기서 하는 일이 뭔데. 변신한 사람들, 아니 물건들, 집 찾아서 안전하게 돌려보내주고, 돌아오면 변신한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구요. 조사원 진정하십시오. 안 도와드리겠다는 게 아니라 집에서 변신했는데 깨어나 보니 쓰레기장이었다는 건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아닙니까. 거기다가 변신해 계셨던 기간도 길고, 어떤 걸로 변신해 있었는지조차 모르신다면서요. 변신남 나도 이상하니까 이렇게 찾아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보통은 변신을 했을 경우 신고가 들어옵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시민들이 발견하고 신고를 해주시거든요. 저희 직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선생님께선 변신이 아니라 단순한 기억상실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막중한 책임감 같은 걸 느끼셨냐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하셨잖습니까. 변신남 내 마누라랑 딸이 없어지고 집이 이사를 갔다니까요. 조사원 그 점도 이상하구요. 변신남 변신이 틀림없어요. 내 기억에서 지워진 두 달 사이에 뭔 일이 생긴 겁니다. 집이 사라지고 가족들도 연락이 안 되고. 뭔가 사고가 있는 게 틀림없다구요. 조사원 집에서 변신했다면 왜 사모님이 신고를 안 하셨겠어요. 변신남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겁니다. 조사원 혹시 몽유병 같은 거 앓으신 적은 없으시죠? 변신남 지금 장난합니까? 조사원 병력 사항 질문란에 적혀 있어서 그럽니다. (뭔가 기록하고)쓰레기장 주변 CCTV를 조사 중이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겁니다. 누군가 쓰레기장에 선생님을 옮겨 놓은 게 포착되면 역추적을 통해서 이동 경로가 파악되겠죠. 스스로 쓰레기장에 들어가지는 않으셨을 거 아닙니까. 변신남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내 발로 쓰레기장에 들어가겠어요? 조사원 알겠습니다. 변신남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냈다거나 하는 건 다시 알아볼 순 없습니까? 조사원 아까 알아봐 드렸잖아요. 변심남 그 사이에 또 뭐가 들어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조사원 경찰서 조회 결과로도 확인되는 게 없고. 저희 쪽에도 신고된 게 아직 없습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돼서 바로 뜨거든요. 변신남 …. 조사원 조만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리다 보니까 신고를 하지 못한 걸 수도 있으니까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변신남 (풀이 죽는다) 조사원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제일 빠릅니다. 변신남이 기억을 더듬어 회상으로 넘어간다. 그 때, 돌멩이 하나가 변신남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온다. 돌을 주워드는 변신남.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변신남 그날도 다른 날처럼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고 집을 나왔던 것 같아요. 월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화요일이었나? 회사에 안 나가면서부터 요일 구별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요. 딸은 방학이라 오전에 영어학원을 갔을 테고, 마누라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에어로빅에 갔을 겁니다. 구립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다 나왔는데,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육교가 하나 있어요. 그 앞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경찰이랑 얘기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무대는 육교가 서 있는 도로가로 바뀌고 변신남이 돌멩이를 들고 육교 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다. 경찰의 모습은 관객에게 보이지 않고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만 경찰과 인터뷰하듯 이야기한다. 변신남은 육교 건너편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교복1 진짜예요. 한순간에 변했다니까요. 교복2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교복1 바로 이 육교예요. 교복2 저기 위에 보이시죠? 우린 그냥 걸어가고 있었어요. 교복1 독서실은 반대쪽인데 떡볶이랑 순대 먹으려면 여기로 지나가야 되거든요. 교복2 그 시간에는 원래 육교에 사람이 없어요.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횡단보도가 있거든요. 교복1 우리는 그냥 여기로 건너요. 조금 편하자고 돌아가고 그러는 거 우린 안 하거든요. 이런 날씨에는 육교로 건너고 그러는 게 더 낭만적이잖아요. 교복2 오늘은 다른 날보다 사람도 없고 거리가 한산하면서 묘하게 나른했어요. 교복1 네, 그냥 단순히 여름이라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아지랑이가 세상을 녹일 것 같은 그런 날 있잖아요. (교복2에게) 좀 영화 같지 않았냐? 교복2 많이 영화 같았지. 교복1 그치그치. (앞을 보며) 한 아저씨가 육교로 올라오고 있더라구요. 와이셔츠를 입고, 보통 키에 그냥 흔한 아저씨였는데요, 우리는 반대쪽에서 올라갔고요. 교복2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그 아저씨 몸이 흐물거려 보였거든요. 교복1 아냐. 희미해 보이는 것 같았어. 옅어졌달까. 교복2 흐물거리던데. 교복1 희미해졌다니까. 교복2,1 (동시에 강하게 부정하며) 아니에요. 거짓말 아니라니깐요. 교복1 얘랑 저랑 말이 다른 게 아니라 표현방식이 다른 거예요. 교복2 원래 같은 걸 봐도 느끼는 회로 방식이 달라서 그래요. 교복1 아무튼요··· 그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다가, 점점 줄어들더니··· 교복2 한순간에 펑. 교복1 ‘펑’은 맞는데 스모그는 없었지? 교복2 맞아. 스모그가 없어서 더 마술 같았어요. 교복1 만화영화 보면 사이즈가 팍팍 줄어들면서 변신하는 장면 있잖아요. 교복2 슬로모션처럼요. 촤르르르륵. 교복1 딱 그랬다니까요. 그러더니 호호아줌마처럼 펑, 교복2 하고, 돌멩이가 됐다니까요. 교복1 네? 아, 네. 저희가 원래 호흡이 척척 맞아요. 돌멩이요? 교복2 그게요…. 교복1 사실 그 돌멩이 때문에 저희가 제보를 드린 건데요…. (교복2에게) 내가 말해? 교복2 (끄덕인다) 교복1 얘가요…, 장난으로 그 돌멩이를 차버렸거든요. 교복2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그 아저씨가 돌멩이로 변해서, 그걸 보는 순간 제 눈을 믿기 힘들어서, 한번 건드려본다는 게 그만…. 진짜 살짝 찼는데 밑으로 굴러 떨어지더라구요. 교복1 육교에서 차니까 당연히 밑으로 떨어지죠. 제가 봐도 진짜 살짝 찼거든요. 교복2 그래서 우리가 막 찾았는데 이 돌멩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교복1 가로수 밑이랑 인도 쪽도 샅샅이 뒤져 봤어요. 교복2 근데 그 아저씨 진짜 돌멩이로 변한 거 맞죠. 교복1 사람들이 이상한 걸로 변한다는 얘긴 되게 많이 들었는데, 우린 말만 들었지 처음 봤거든요. 교복2 당근 처음이지. 왕 놀랐다니까요. 교복1 나도 완전 놀랐잖아. 교복2 아니라구요? 왜요? 맞는 거 같은데. 교복1 우리가 직접 봤다니까요. 교복2 그 돌멩이는 어디 있는지 우리가 모르죠··· 몰라서 경찰서에 신고한 거죠. 교복1 아,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에도 신고하려고 했는데요 교복2 일단 돌멩이부터 찾아야 될 거 같아서요. 원래 뭐 찾는 건 경찰아저씨들이 더 잘하잖아요. 교복1 돌멩이 어딨냐고 물어보시는 거 보니까, 변한 거 맞죠. 그거 변신이죠? 교복2 맞아 맞아. 아저씨 얼굴 굳어지는 거 보니까 맞다. 교복1 (깜짝 놀라며)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우리는 그냥…. 그럼 직접 찾아보시면 되잖아요. 돌멩이를 들고 가서 신고 안 한 건 우리 잘못이지만, 그래도 목격자 신고는 했잖아요. 도서관도 안 가고 조사까지 받고. 교복2 그런데… 그 돌멩이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교복1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변신남이 두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변신남 혹시, 이 돌멩이 찾나? 교복1, 2 (눈이 휘둥그레져서) 오 마이 갓! 바로 이거예요. (뺏듯이 가져가서 경찰에게 보여주는) 이 돌멩이예요. 확실해요. 육교 위에 굴러다닐 만한 돌이 아니잖아요. 변신남 …그냥 돌멩인데. 교복1 이런 짱돌이 육교에 있는 거 보셨어요? 교복2 (돌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짝 차본다) 맞아요. 느낌이 똑같아요. 교복1 경찰서로요? 교복2 우린 무죄인 거죠? 그냥 참고인으로요? 교복1, 2 재잘거리며 경찰을 따라 나간다. 교복1, 2 (나가면서) 그러지 말고 변신대책본부로 가면 어때요. 거기가 어떤 덴가 구경하고 싶어요. 포상 같은 건 없나요? 사회봉사 가산점 같은 건요? 무대 중앙은 어두워지고 조사원이 앉아 있는 조사실 쪽이 밝아진다. 변신남이 원래 있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 돌멩이라면 저도 기억합니다. 유일했었죠. 변신남 그 사람은 돌아왔습니까? 조사원 일주일 쯤 뒤에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제 담당은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살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변신남 자살이요? 조사원 뛰어내리려고 점찍어둔 산에 큰 바위가 있는 절벽이 있었는데, 거기로 가는 길이었답니다. 그러다가 변신을 하게 됐구요. 변신남 다시 뛰어내린 건 아니겠죠? 조사원 별 소식 없는 걸 보면 힘내서 잘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행이군요. 하필 돌멩이라니…, 그걸 보니까, 혹시 변하게 되더라도 돌멩이로는 변하지 말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멩이는 좀…, 씁쓸하지 않겠습니까? 조사원 그러네요. 사이. 남직원 그 다음엔 어디로 가셨습니까? 노숙자들이 무대 위로 나온다. 한 줄로 서서 변신남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노숙자들. 그들은 공원에서 배식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다. 변신남,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뒤에 서서 따라간다. 변신남 늘 가던 공원에 갔습니다. 점심은 항상 여기 와서 먹거든요. 점심값도 아낄 겸 해서요. 그런데 그날은 어떤 양복 입은 남자와 밥을 같이 먹게 됐습니다. 무대는 공원 벤치로 바뀐다. 변심남이 사랑의 밥차에서 타온 도시락을 들고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똑같은 도시락을 든 양복 남자가 벤치에 다가온다. 양복남자 다른 벤치가 꽉 차서. 변신남 (자리를 조금 비켜준다) 양복남자 (앉으며) 찬이 점점 부실해지네요. 변신남 예, 뭐.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우리 구면이죠? 변신남 (양복남자를 한번 쳐다보고) 그런 것도 같고…. 양복남자 대개는 얼굴 익힐 만하면 안 보입니다. 노숙자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밥 타먹기 뻘쭘하니까 그렇죠. 변신남 …. 양복남자 실례지만, 뒤쪽에 있는 인력 사무소에 나오십니까? 변신남 아닙니다. 양복남자 옷차림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저도 아닙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하지만 일자리는 구하고 있죠. 변신남 면접이 있으셨나 봅니다. 양복남자 웬걸요. 이 나이에 면접 볼 데나 있겠습니까. 변신남 그럼…,(넥타이를 바라보는) 양복남자 아, 이거요? 뭐 흔한 케이습니다. 정리해고 당한 걸 집사람도 아는데, 제가 집에 있는 걸 도무지 싫어해서요.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한 옷이라도 입고 나갈라치면 티 좀 내지 말라고 해서 늘 이런 차림입니다. 변신남 예…. 양복남자 (서류가방을 들어 보이며) 만화책도 몇 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빌려드리죠. 변신남 예, 그럼 있다가.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들으셨어요? 변신남 뭘요? 양복남자 어제 뉴스에 나왔잖아요. 회의실 단체 변신 사건. 변신남 아, 그거요. 양복남자 거기, 제가 다녔던 회삽니다. 아침마다 매출신장 몇 퍼센트 달성을 외치며 으쌰으쌰하는 회의가 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세뇌 같은 건데 그게 또 서로 경쟁이 붙고 분위기를 그쪽으로 몰아가면 압도되는 묘한 마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그 회의실에서 무려 다섯 명이나, 똑같은 시간에, 변신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돼지저금통으로 변한 사람은 분명 박부장일 거예요. 원래 돼지같이 생긴 데다가 먹는 거랑 돈에만 욕심이 많았거든요.  변신남 . 복남자 (먹으며) 밥통으로 변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누군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아침을 안 먹고 왔을까요? 아니면 가족들 굶기게 될까봐 걱정을 했었나. 아무튼 월요일 아침마다 회의실 벽에 영업실적표가 나붙는데, 아침을 든든히 먹어도 그거 보면 속이 쓰리죠. 쇠주걱으로 긁어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제가 쓸데없는 얘길 했나요? 식사하시는데.  변신남 괜찮습니다. 어딜 가나 그런 얘기들뿐인데요.  양복남자 보건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곳이면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불안해서야 원.  변신남 국가재난설정 단계도 경계단계로 올라갔다고 하던데요.  양복남자 아무리 봐도 질병본부보다는 처음부터 재난본부에서 나섰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어요.  변신남 재난이든 질병이든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할 텐데 말이죠.  양복남자 (먹으며) 신기하지 않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변하잖아요.  변신남 우리 같은 사람들이요?  양복남자 이치가 그렇잖아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 더 많이 변신을 한다 이겁니다.  변신남 그만큼 피로가 쌓인 사람들이니까, 몸의 변화도 다르겠지요.  양복남자 우리는요? 나야말로 피로가 켜켜이 쌓인 사람인데.  변신남 사람마다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어떻게 재겠습니까.  양복남자 물론 상대적이겠죠. 그래도 노숙자는 안전하답니다. 걱정이 덜하니까요.  변신남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요.  양복남자 예술가는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막중한 책임의식 같은 걸 가지진 않을 테니까.  변신남 꼭 그렇지만도 않겠죠.  양복남자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래도 이건 뭐 소설 같은 데가 있지 않습니까?  변신남 .  양복남자 일하는 사람들 위주로만 변신한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그 사람들 일자리, 우리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변신남 그럼 우리도 변하겠죠.  양복남자 그래도 좋으니까 그 자리를 꿰차고 싶은 심정입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이렇게는 더 못살겠어요.  변신남 아직 다른 도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양복남자 서울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대책일 수 있겠네요.  변신남 그렇게 되면 서울 경제는 누가 돌립니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도 줄어들고.  양복남자 팔팔한 젊은 인력을 마구 뽑지 않을까요?  변신남 젊은 사람도 일하게 되면 똑같아지는 거 아닐까요? 살아남으려면 사회화되고 기성화될 테니까요.  양복남자 이럴 땐 내가 사회적 동물이란 게 싫어진다니까요.  변신남 사는 거, 퍽퍽하죠.  양복남자 예. 밥도 퍽퍽하고. (기합을 넣듯) 그래도 우리 주눅들지는 말자구요. 서로 변하지 말고, 매일 여기 나와서 밥 먹읍시다. 사랑의 밥.  변신남 긍정적으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양복남자 다 살아지는 법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변신남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여유가 생깁니까.  양복남자 그런 게 있습니다.  변신남 (씁쓸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덮는다)  양복남자 흠흠. 이건 비밀이라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해주는 건데, 처지도 비슷하고 나쁜 분도 아닌 것 같으니 내가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변신남 방법이요?  양복남자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입니다. 쓸모 있는 걸로 변신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법이 있어요. 나 같은 경우는 금으로 된 롤렉스시계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마누라한테 전당포에 맡기라고 하는 거죠. 밤이 되면 몰래 변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되고요.  변신남 그게 가능합니까?  양복남자 내가 이 더운 날 밥차에서 도시락까지 얻어먹으면서 거짓말 하겠어요? 불법으로 변신 기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는데, 관심 있으면 소개해 주리다. 하지만 그걸 연마하려면 보통 수행으로는 어림없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의 기를 몽땅 정수리에다 모으려면 (가슴을 탁 치며) 여기랑 (머리를 치며) 여기가 타들어가는 거 같거든요. 이런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니죠.  변신남 믿기지는 않지만, 가능만 하다면야 뭘 못하겠습니까.  양복남자 아니, 가능은 한데, 먼저 믿어야 연마가 가능하다니까요.  변신남 그런 얘기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요.  양복남자 계속,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나는 왜 이렇게 사나, 나는 우리 가족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차라리 금덩어리로 변해라. 그런 생각을 아주 간절히 혼신을 다해서 하는 거죠. 그러면서 나에게 주어진 많은 짐들을 머리 가득 넣고 가슴으로 우는 거예요.  변신남 가슴으로 울어요? (모르겠다는 표정)  양복남자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의무 같은 것들을 가슴에 채우고. 아 이거 말로 설명하려니까 어렵네. (주위를 살피더니) 내가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잘 봐요. 어차피 최소 한 시간은 변신해 있어야 하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만화책 보면서 기다리슈.  변신남 (못미덥게 쳐다본다)  양복남자 참 나. 내 기술을 무시하시네. 변신한 거 보고 놀라지나 마시라니까.    양복남자, 벤치에 앉아 양손을 맞잡고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한다. 한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언어로 중얼거리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미세하게 경련하기 시작한다.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불똥이 튀는 것을 느끼는 변신남. 그 순간, 눈앞에서 양복남자가 사라진다. 순식간이다. 벤치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황금 롤렉스시계.    변신남 (시계에 대고 다급히) 이봐요. 이봐요. 괜찮아요? 이봐요! (시계에 귀를 대보고) 이봐요, 괜찮은 거예요? (안절부절못하고) 이거 어떡하지? 진짜 변한 건가? 그럼(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다가) 거기 변신대책본부죠? 저기(엉겁결에 전화를 끊는다) 아니지. 아, 이거 어떡하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시계에 대고) 이봐요, 말 좀 해봐요. (시계를 흔들어보는) 괜찮아요? 대답 좀 해요.  변신남은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구에게 도움이라도 청하려는 것처럼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되돌아오더니, 주위를 살피고 롤렉스시계를 잽싸게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뜬다.    무대 어두워지고 조사실 창구만 밝아지면, 거기 조사원이 앉아 있다. 변신남,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조사원 아니 진짜로 그렇게 변신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변신남 (끄덕인다) 내 눈으로 봤다니까요.  조사원 말이 안 되죠. 그런 일이 있다면 왜 저희가 몰랐겠어요.  변신남 진짜라니까요.  조사원 그 양복 입은 남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변신남 나야 모르죠.  조사원 모르다니요? 주머니에 넣으셨잖아요. 신고는 하셨습니까?  변신남 (고개를 젓는다) 신고는 안 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조사원 아까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잖아요.  변신남 얘기하다 보니까 생각이 난 거죠.  조사원 하지만 아직까지 변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모두 유언비어예요.  변신남 결혼하셨습니까?  조사원 아니요.  변신남 혼자 사쇼?  조사원 부모님이랑 함께 삽니다. 신남 변신 자격미달이네요. 우리 조사원님은 어깨에 짊어질 무게가 하나도 없으시니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조사원 아직 증명된 원인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신남 중년의 남자들이 왜 그렇게 많이 변한다고 생각합니까.  조사원 드물긴 하지만 젊은 남자들도 종종 변합니다. 여성 가장들의 변신도 늘고 있는 추세구요.  변신남 그 사람들이야 특별 케이스고.  조사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긴 하겠지만, 유럽에선 사람이 벌레로도 변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필요하면 막 변했습니다.  변신남 그 사람이 왜 벌레로 변했겠습니까? 소설이나 신화 속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왜 지금 일어날까요?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변신하는 거 보셨습니까?  조사원 (고개를 가로젓는다)  변신남 행정하시는 분들이 이러니까 문제라구요. 사회 곳곳에 골고루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정확히 봐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거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 줄 알아요?    갑자기 무대 중앙이 밝아지면서, 변신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교도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 남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서 웃옷을 벗어붙인다. 온몸은 문신투성이지만 어딘가 둔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는 이소룡 흉내를 내듯 기를 모으고 변신 기술을 연마 중이다. 그러다가 비장한 각오를 밝히듯,    문신남자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변신에 성공해서 여기만 나가면 엄마 호강시켜 줄게. (다시 기를 모으고 숨을 후 내뱉으며) 아자!  교도관 거기 3113번. 허튼수작하지 말랬지?  문신남자 우리 엄마가 집에 혼자 계세요. 우리 엄만 너무 나이가 많아서 거동도 불편하다구요. 끼니도 제때 못 챙겨먹을 텐데. 연탄불은 꺼지지 않았는지.  교도관 한여름에 무슨 연탄불이야. 너는 앞으로 5년은 더 썩어야 돼.  문신남자 여름이요? 제가 여기 들어온 지 한 계절도 안 지났단 얘깁니까?  교도관 이상한 변신 같은 거 연마했다간 가만 안 둘 줄 알어. 힘은 아껴뒀다가 노동 시간에나 쓰란 말야.    교도소 옆방에서 철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재소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져 폭동처럼 들려온다.    소리 우리에게 변신의 자유를 허용하라! 허용하라! 우리의 변신 권리를 사수하자! 사수하자!    거리의 사람들 인터뷰가 이어진다.    사람들1 언제 변신할지 모르니까 불안할 수밖에요.  사람들2 그게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3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숨을 참으면 된대요.  사람들4 한번 변신하면 면역이 생긴다고 하던데요.  사람들1 내성이 생긴 변종변신도 생겨났다면서요?  사람들2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데 일부러 임상실험을 안 하는 거 맞죠. 사람들3 복수하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대요. 변신하면 죽이려고요. 사람들4 날 감시하는 게 틀림없어요. 내가 변신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사람들1 변신하면 배설은 어떻게 해결하죠? 사람들2 우리 아이랑 기르던 개가 이상해요. 변신한 것 같아요. 사람들3 언젠가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변할까봐 걱정돼요. 사람들4 변신 기술을 개발해서 정치적 무기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1 우리에게는 농업적 근면성이 있으니까 그 정도 변신 기술 개발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사람들2 전쟁시엔 적군을 모두 사물로 변신시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사람들3 노력하면 애완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 잘 만나면 애완동물로 사는 게 나을 때도 많잖아요. 사람들4 내 남편은 똑같은 모습의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어요. 외모는 똑같은데 분명 그이는 아니거든요. 사람들1 우리 집 가전제품들은 모두 사람들이 변신한 것 같아서 쓰질 못하겠어요. 사람들2 잘못 건드렸다가는 살인죄가 적용되는 거잖아요. 사람들3 남성을 중심으로 바뀌는 거면 여자 동성애자들은 안전한 거죠? 사람들4 저는 열두 살 소녀가장이에요. 무료백신은 안 놔 주나요? 사람들이 우왕좌왕 거리를 왔다갔다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변신한 사람들로 거리가 일대 혼란을 일으키고 마비가 된다. 사람들이 질러대는 소리들과 자동차들의 클랙슨 소리가 뒤섞여 정신없다. 사람들1·2·3·4 도와줘요, 청소기로 변했어요. / 여기 점퍼로 변한 사람이 있어요. / 어머, 이게 웬 모자지? / 장롱이에요, 거리 한가운데 장롱이 서 있다구요. / 와, 예쁜 목걸이네. / 앗! 오물 묻은 양말. 으윽 드러워. / 볼펜이다. / 장갑이에요. / 가위를 찾아주세요. / 여기 일회용 면도기가 한 무더기 있어요. / 마우스잖아. / 자전거로 변한 남편을 어떤 여자가 타고 갔어요. / 부서진 카세트네. / 사람이 두통약으로 변신한 거예요. 먹으면 안돼요. / 찢어진 천사 날개 못 보셨나요? / 무슨 의자가 이렇게 딱딱해. / 스카이 콩콩이요? 변신한 사람들로 일대 혼란을 일으키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바닥에는 변신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변신대책본부 직원들이 거리로 나가 떨어진 물건들을 수거하느라 정신없다. 조사실에 있던 조사원도 거리로 나가 직원들과 물건을 수거하고 그들과 함께 무대 밖으로 나간다. 조사원이 없는 조사실에 혼자 남겨진 변신남. 변신남만의 회상은 전당포로 이어진다. 무대는 전당포가 된다. 변신남, 전당포로 들어간다. 변신남, 주머니에서 롤렉스시계를 꺼내 주인에게 내밀면 주인, 확대경을 한쪽 눈에 끼고 시계를 감정하기 시작한다. 변신남 시곗줄만 보지 말고 문자판도 좀 보세요. 전당포주인 …(살핀다) 변신남 전체가 18K예요. 나사 하나까지 다. 전당포주인 …어디서 난 거요? 변신남 게다가 문자판은…. 전당포주인 그러니까 어디서 난 거냐구. 변신남 사업하시던 형님이 물려주신 겁니다. 전당포주인 다들 물려받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변신남 장물 아닙니다. 전당포주인 (확대경을 뺀다) 변신남 아니, 좀 더 자세히 보시라니까요. 안쪽에는 순금이에요, 순금. 전당포주인 갖고 가쇼. 변신남 예에? 전당포주인 그냥 가져가시라고요. 변신남 왜 그러시는데요. 훔쳐오거나 흠집 있는 물건 아니라니까요. 전당포주인 (쳐다본다) 변신남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전당포주인 훔치지 않았으면 어디서, 주웠소? 변신남 예? 전당포주인 그런가보네. 변신남 됐습니다. 전당포가 여기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귀한 물건 들고 나와서 푼돈 좀 만들어보자고 이런 모욕까지 들을 건 없잖습니까. 전당포주인 (시계를 다시 본다) 변신남 막말로 이 정도 물건이면 사장님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전당포주인 신데렐라 얘기 아쇼? 변신남 뭔데렐라요? 전당포주인 12시만 넘으면 호박으로 변하는 신데렐라 말이오. 변신남 왜요, 금시계 보니까 갑자기 금마차라도 생각나십니까? 전당포주인 호박이면 죽이라도 쑤어 먹지만 사람으로 변해버리면 난처해지죠. 요즘 전당포에 변신사기가 판을 칩니다. 변신남 …. 전당포주인 어떻게 장담하시겠소? 변신품이 아니라는 거 말이오. 변신남 속고만 사셨나. 사람이 이렇게 좋은 시계로 변하는 거 보셨습니까? 전당포주인 팔찌, 목걸이, 순금 트로피. 더한 걸로도 변할 수 있지요. 변신남 이건 우리 형님이 사업차 외국에 갔다 오시면서…. 전당포주인 (말 자르듯 망치를 내놓는다) 이걸로 한번 내리쳐 보시든가. 변신남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전당포주인 증명을 해보시라구요. 변신남 내가 못할 거 같아요? 전당포주인 그야 나는 모르지요. 변신남 시계가 망가지면 가격이 떨어질 텐데 그건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전당포주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보다야 덜 손해죠. 망가져도 제값은 쳐 드리지. 만약 사람이 변신한 거라면, 그 사람이 다시는 못 돌아오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쇼. 이 세상과는 영영 빠이빠이란 말이요. 저번엔 진짜로 내리친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나 끔찍했던지. 돌아오긴 했는데 반병신이 되었습디다. 평생을 병원에 누워 사는 수밖에. 변신남 그럴 일 없습니다. 이건 진짜 시계니까. 전당포주인 그럼 쳐 보시오. (빨리 쳐보라는 시늉) 변신남 (망설인다) 전당포주인 (떠보듯)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아까우면 그냥 갖고 가시든가. 변신남 (결정한 듯 내리치려 하지만 망치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전당포주인 뭐해요 안 내리치고. 변신남 진짜 이거 망가져도 제값 쳐주는 거죠? 전당포주인 증명만 해 보인다면야. 변신남 (심호흡.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얏! 전당포주인 (순간적으로 변신남의 팔목을 잡아채는) 잠깐! 변신남 (멈칫) 전당포주인 됐소. 맡겠소. (시계를 종이 상자에 넣으며) 길에서 변신한 사람들 주워다 돈벌이 하는 사람들 숱하게 봤지. 나도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 도리는 지키고 살아야 될 거 아뇨. 사람이 있어야 사람한테 사기도 치고 돈도 뜯고 그럴 거 아니요. (돈을 지불한다) 양심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는 복귀가 안 되는 거 알죠? 당신을 믿어보리다.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소중한 것일 테니까 꼭 찾으러 오쇼. 변신남 …(돈을 받아든다) 전당포주인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만 변신한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죠? 변신남, 대답 없이 돈을 들고 나간다.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무대 어두워지고, 다시 조사실만이 밝아진다. 변신남, 조사실 의자에 앉는다. 조사원, 땀을 닦으며 들어와, 정장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앉는다. 조사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본부 수거담당 쪽에서 급히 사람이 모자란다고 해서…. 그런데 어디까지 했었죠? 아, 그래서 그 시계는 어떻게 했습니까. 변신남 시계는… 내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그 벤치에 갖다 뒀습니다. 그 사람은 한 시간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구요. 그날 밤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조사원 (엷게 웃으며) 여전히 마음대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군요. 최대한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선생님뿐만 아니라 조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변신남 …. 조사원 그 다음엔 바로 집으로 가셨습니까? 변신남 예. 집에 가보니까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조사원 만나신 거네요? 변신남 그런 거나 마찬가지죠. 이제 생각 났습니다. 조사원 아까는 혼자 술을 드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그게··· 조사원 말을 자꾸 바꾸시면 안 됩니다. 변신남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는 겁니다. 조사원 예. 일단 얘기를 해보세요. 변신남 집에 갔는데 딸이 밥을 먹고 있었어요. 무대는 변신남의 집.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딸. 변신남이 집으로 들어간다. 변신남 나 왔어. 딸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는다) 변신남 학원은 어떠냐? 딸 (대답 없다) 변신남 요즘 대학생들은 배낭여행 많이 가던데. 넌 안 가도 되니? 딸 (아빠를 무시하며) 엄마, 국 좀 더 줘. 아내, 나온다. 아내 (변신남에게 왔냐는 인사도 없이) 그만 먹어. 살쪄. 딸 배고파. 변신남 나는 밖에서 먹고 왔어. 장 과장이 삼계탕 잘하는 집을 안다고 해서. (아내와 딸은 듣지도 않는데 과장되게) 어휴, 배부르다. 딸 (엄마에게 말하지만 아빠에게 들으라는 듯) 한밤중에 밥 먹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지금 먹어두면 좀 좋아. 덜그럭 덜그럭 잠이나 깨우고. 아내 (밥을 퍼서 변신남 앞쪽에 갖다 놓는다) 변신남 (침을 꿀꺽 삼키며) 배부른데···. 아내 먹어. 변신남 오이냉국 맛있어 보이네. 그럼 조금만 먹어볼까. 변신남이 못이기는 척 식탁에 앉자 딸이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변신남 (돈을 꺼내 놓으며) 저번에 맡았던 공사 말야. 그 쪽 업체에서 대금이 들어왔나봐. 월급도 제때 못줘서 미안하다고…. 보너스다 생각하라면서 주더라구. 아내 (남편을 돌아본다) 변신남 아파트 융자금 밀린 거 꽤 되잖아. 부족하겠지만 좀 보태라고. 아내는 남편을 돌아보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돈을 들고 들어간다. 혼자 남아 밥을 먹는 변신남. 공원에서 도시락을 타먹을 때보다 더 퍽퍽한 느낌이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시간이 구름처럼 흩어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둘러봐도 피아노는 없다. 밥을 먹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는 변신남. 보이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닮은 형체도 색깔도 없는 허공뿐…. 피아노 소리가 변신남의 가슴을 쓰다듬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힘들다….’ 식탁 위의 조명이 꺼질락 말락 불안하게 깜박인다. 변신남 어, 이게 왜 이러지? 변신남이 일어나서 전구를 이리저리 만지며 돌려본다. 피아노 소리 점점 커지다가 뚝 멈추면, 짧은 암전과 함께 변신남이 변신한다. 그가 앉아 있던 식탁의자 위엔 장난감 피아노 하나가 놓여 있다. 아내와 딸이 나온다. 아내가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뉴스캐스터(목소리) …머그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박모 여인에게 무죄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죽은 김씨와 아내 박모 여인은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밝혀졌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박모 여인은 남편의 변신 소식을 듣자마자 변신대책본부를 찾았다가 이런 변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어떤 정황으로도 남편에 대한 고의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박모 여인의 사례를 ‘매우 특이한 사건’으로 보고 그녀에게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박모 여인은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적 쇼크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그녀에게 시민들의 위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 (TV를 끄고) 저건 당연히 무죄 아냐? 고의로 죽인 것도 아니잖아. 아내 고의가 아니었는지는 저 여자밖에 모르지. 딸 던진 것도 아니고 미끄러져서 놓친 건데. 아내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야. 딸 대체 어떤 사람들이 변신을 하는 걸까. 아내 글쎄다. (빈 식탁을 보고는) 니 아빤 밥 먹다 말고 또 어디 갔대니? 딸 자주 없어지잖아. 아내 아빠가 돈을 주더라? 딸 어디서 구했을까. 이제 더는 빌릴 사람도 없을 텐데. 아내 먼저 얘길 안 하니, 아는 척 할 수도 없고. 회사 잘린 지가 얼마야. 딸 (장난감 피아노를 발견하고) 이게 뭐야? 아내 그게 뭐니? (살펴보는) 하여튼 이런 걸 왜. 딸 (피아노를 눌러보며) 소리도 안 나네.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해. 아빠가 주워온 것들로,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야. 아내 고장 난 걸 왜 들고 왔대니. 점점 이상한 버릇만 생기고. 딸 어떻게 좀 해봐. 언제까지 아빠 저러는 거 모른 척 할 건데. 아내 우리가 이런데 아빠는 오죽하겠니. 딸 아빠도 힘들지만 우리도 힘들잖아. 나…, 아빠가 매일 노숙자들이랑 밥 먹는 거 싫어. 아내 …. 딸 우리 이 집 팔고 이사 가면 안 돼? 더 작은 집으로. 아내 이게 어떤 집인데. 아빠가 젊을 때부터 벌어서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집이야. 여길 어떻게 나가. 딸 갚을 돈이 더 많잖아. 아내 생각 좀 해보자. 딸 아빠도 참, 그냥 확 터놓고 얘기를 하든가. 거짓말도 하루 이틀이지, 6개월을 뭐하는 거냐구. 아내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아빠야. 그거라도 없으면 니네 아빤, 죽어. 딸 그런 모습 더는 못 보겠어. (흉내를 내며) 삼계탕 먹었더니, 아휴 배부르다. 아내 (장난감 피아노를 가리키며) 이거 어따 치워라. 딸 몰라. 고장난 거, 갖다 버려. 아내 니가 버리든가. (방으로 들어간다) 딸 (따라 들어가며) 저런 것 좀 주워오지 말라고 해 제발.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은 장난감 피아노. 옆에 서서 아내와 딸을 바라보는 변신남의 모습처럼 쓸쓸하다. 딸이 눌러보던 버튼이 뒤늦게 작동하는지 장난감 피아노에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텅 빈 공간에 홀로 선 변신남만이 그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변신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전화벨소리. 조사실의 불이 켜지고 조사원이 전화를 받는다. 변신남은 다시 조사실의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래? 알았어. (끊고) 찾았답니다. 변신남 뭐를요? 조사원 사모님과 따님 찾았답니다. 이제 힘들게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 전에 여기로 출발하셨다니까 잠시 후면 도착하겠는데요? 변신남 그래요? (표정 어두워진다) 조사원 기쁘지 않으십니까? 표정이 왜 그러세요? 변신남 아니요. 그냥··· 조사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게 돼서 그러신가보네요. 오후 내내 조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는 변신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뭘로 변신하셨는지만 기억하시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 끝난 건가요? 조사원 집도 찾으신 것 같으니까, 먼저 가족들 만나보시고 마무리하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사원 밖으로 나가고 변신남 초조해한다. 긴장한 얼굴.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인다. 밖에서 조사원의 목소리 들린다. 조사원(목소리) 오셨습니까? 허영범씨는 안에 계십니다. 사모님이랑 따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얼마나 걱정을 하시던지. 이쪽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모시고 나오겠습니다. 조사실의 불빛이 깜박인다. 변신남, 고개를 들어 깜박이는 불빛을 쳐다본다. 불이 꺼진다. 짧은 암전 후, 조사원 들어온다. 조사원 어? 왜 불이 꺼져 있지? 조사원, 불을 켠다. 변신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변신남이 앉았던 자리 옆에 똑같은 의자가 하나 더 놓여 있다. 조사원 원래 여기 의자가 두 개였었나? (주위를 둘러보며) 허영범씨. 허영범씨. 어디 계세요? 허영범 씨. 허영범씨. 변심남을 찾는 조사원의 목소리만 허공에 가 부딪친다. <끝>
  • 추위, 화끈한 액션영화로 날려볼까

    2010년 신정 연휴는 유난히 길다. 가족 혹은 친구들과 잠시나마 여행을 가는 것도 좋겠지만 영하 10℃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예상돼 밖에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괜한 고생 말고 그간 송년회로 녹초가 된 몸도 보살필 겸 집에서 영화를 보며 편안한 휴식을 취해보는 건 어떨까. 신년 연휴 안방극장을 화끈하게 달궈줄 액션 영화들을 소개한다. ●청룽 액션의 총아 ‘상하이 나이츠’ 액션 영화에 청룽의 이름이 빠질 수 없다. 청의 황제가 살고 있는 자금성에 복면을 쓴 자객들이 숨어 들어 옥새를 강탈한다. 살해당한 무사는 딸에게 검은 상자를 건네며 오빠 ‘장웨인’에게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장웨인은 황실 근위병 출신으로 미국 서부에서 생활하는 쿵푸의 달인이다. 아버지의 부음을 접한 웨인은 원수를 갚기 위해 런던으로 향한다. 여기서 동생을 만난 웨인은 아버지를 죽인 자가 영국 황족인 ‘라쓰본’인 것을 알게 된다. 라쓰본은 왕위 계승 서열 10번째로 자기보다 윗 서열에 있는 황족들을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2003년 2월 개봉작. OBS 1일 밤 12시10분. ●화려한 무술 종합선물세트 ‘엽문’ 중국 무술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엽문’도 있다. 1930년대 중국 무술 달인들의 메카가 된 불산. 그곳에서 ‘엽문’은 고수 중의 고수로 이름을 날린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이 중국대륙을 침략해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불산은 일본의 식민지배 아래 놓인다. 일본은 먼저 ‘민족혼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불산의 무술가들을 비열하게 죽여나가자 엽문은 충격에 휩싸인다. 이에 엽문은 제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던 신념을 버리고 자신의 무술을 통해 일본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올해 4월 개봉작. KBS2 2일 밤 11시35분. ●미국 서부 액션극 ‘3:10 투 유마’ 이제 미국 서부의 액션극 ‘3:10 투 유마’으로 넘어가자. 서부 일대를 두려움에 몰아 넣은 악명 높은 무법자 벤 웨이드가 애리조나주에서 체포되자 그를 유마의 교수대로 보낼 호송대가 조직된다. 평범한 가장 댄 에반스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건 호송작전에 자원한다. 3시10분 유마행 열차에 도착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72시간. 벤 웨이드의 끈질긴 탈출시도와 그의 부하들의 필사적인 추격전 속에 대원들은 하나 둘 목숨을 잃어간다. 댄은 3시10분 유마행 열차에 벤을 태울 수 있을까? 2008년 2월 개봉작. KBS2 3일 밤 11시45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MB, ‘청해부대 思父曲’ 유족에 위로서신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 중인 청해부대 소속 아들에게 장례식에 오지 말고 임무수행에 매진하라는 유언을 남겨 감동을 안겨준 고(故) 이성우씨의 부인 강영자씨에게 서신과 조의금을 보내 위로했다. 해군 군수사 군무원이던 이씨는 지난 13일 췌장암으로 숨지기 직전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해외파병 임무를 수행 중인 아들 이환욱 하사에게는 죽음을 알리지 말고 설령 알게 되더라도 공무가 더 중요하니 장례식에 참석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서신에서 “고 이성우님의 유언과 그 유언에 따라 충무공 이순신함에 남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 하사의 소식을 듣고 숙연해지는 마음 가눌 길이 없다.”며 “오랫동안 조국 해상의 안전과 해군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헌신했고 떠나는 그 순간까지 국가와 조직을 먼저 생각한 고인의 남다른 나라사랑을 조국과 온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어 소말리아 해역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 속에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이 하사의 충성심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 같은 분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이 희망이 있고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서신과 조의금은 강씨가 군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해군사관학교의 최윤희 학교장이 대신 전달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아들아, 장례식 참석말고 소말리아해역 지켜라”

    “아들아, 장례식 참석말고 소말리아해역 지켜라”

    ‘18년 군무원’ 故이성우씨 군무원인 아버지는 해외 파병 중인 아들에게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라.”는 유언을 남겼고, 해군인 아들은 눈물을 머금고 아버지의 뜻을 따랐다. 18년간 해군 정비창 군무원으로 함포 등을 정비해 오다가 지난 13일 췌장암으로 숨진 고(故) 이성우(51)씨와 그의 아들 이환욱(21) 하사의 얘기다. 특히 이 하사는 부산 동의대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다 아버지의 투병비 마련과 고교 3년생인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원 입대한 사실도 알려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20일 해군에 따르면 우리 선박 보호와 해적퇴치를 위해 지난달 소말리아 해역으로 떠난 청해부대 3진 충무공 이순신함에 승선 중인 이 하사는 지난 14일 항해 중인 함정에서 부친상을 당했다는 비보와 함께 귀국 명령을 받았지만,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잔류를 선택했다. 아버지 이씨가 숨을 거두기 직전 가족들에게 “청해부대원으로 해외파병 중인 환욱이는 국가에서 부여한 임무를 수행 중이니 사망 소식을 알리지 말고, 알게 되더라도 공무가 더 중요하니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못하게 하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 하사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는 것이 더 큰 효도이며 군인의 길이라 생각한다.”면서 귀국을 권유한 부대장 김명성 대령을 도리어 설득했다. 정옥근 해군참모총장은 “이 하사와 부친 모두 군에 종사하는 공인으로서 더없이 훌륭한 귀감이 됐다.”며 이 하사를 격려하고, 이 하사를 대신해 장병을 장례식장에 보내 돕도록 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17일 TV 하이라이트]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월경은 매달 가임여성들에게 통과의례처럼 찾아온다. 월경이 시작되면, 반복적으로 자궁이 수축활동을 하면서 통증이 유발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생리통의 고통과 공포. 과연 가임기 여성들이 어쩔 수 없이 겪고 참아내야 하는 숙명인 것인가. 여성의 몸 건강을 알리는 지표, 생리통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본다.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나는 재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조영남을 만나본다. 화가, 가수, 작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그가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한 계기, 한국화가 최초로 치렀던 중국전시 이야기와 그림 소재로 자주 다루는 화투의 매력에 대해 들어본다. 또 최근 화제가 된 장례식 퍼포먼스와 유언장에 얽힌 이야기도 들어본다. ●히어로(MBC 오후 9시55분) 한결을 살인한 진범으로 칠성의 수하가 자수했다는 소식에 도혁과 용덕일보 기자들은 놀란다. 한편 용덕일보 기자들은 일두에게 제2라운드 선전포고를 한 뒤, 일두와 P마담의 관계가 드러난 사진과 기사를 송고한다. 반박기사 대신 P마담과 강산경찰서를 공격하는 대세일보의 기사에 놀란 도혁은 해성을 찾아간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SB S 오후 9시55분) 강진은 버스정류장에 지완이 붙여놓은 전단지 속 펜던트를 들여다보다가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눈빛이 흔들린다. 한편 재래시장에 간 지완은 이것저것 고르다가 산청에서 온 곶감을 보고 아련해진다. 태준은 지완의 방에 들렀다가 강진이 방을 고쳐줬다는 사실을 알고는 질투심이 생기는데…. ●극한직업(EBS 오후 10시40분) 자죽염 제조시 가장 중요한 것은 불 관리다. 불세례를 받아내는 가마는 수시로 보수를 하는데 매일 고된 작업의 반복이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황토 가마 안에서 새참을 먹는 시간만큼은 이들에게 주어진 행복한 휴식 시간이다.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만큼이나 치열한 삶을 사는 자죽염 제조 공장 사람들을 만나본다. ●전설의 시대(OBS 오후 11시) 잠실의 석촌 호숫가에 쩌렁쩌렁 울리는 이 소리는 과연 무엇일까? 매일매일 호수를 찾아와 미친 듯이 웃고 가는 한 남자가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유머치료사 최규상씨다. 잘나가던 사업가에서 웃음 전도사로 나선 최씨의 사연이 공개된다. 웃음의 힘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 근거없는 유언비어 왜 퍼질까

    소문(루머·rumour)은 불온하다. 소문은 인터넷을 통해, 혹은 입에서 입으로, 혹은 버젓이 활자화돼 사람들 사이를 바쁘게 움직인다. 소문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事實)로 공인받지 못했음에도 사실에 가까운 무게감을 갖기 일쑤다. 소문은 흔히 유언비어(流言蜚語)라고 한다.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을 때, 진실이 누군가에 의해 가려져있을 때,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닌, 띄엄띄엄 사실관계가 나올 때 유언비어는 사회에서 급속도로 유포된다. 또한 현실 속에서 진실(眞實)은 가볍다. 누가 사실에 ‘진실’이라는 권위를 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다만 소문의 외피에 둘러싸인 진실은 설령 묵직함을 갖고 있더라도 일부 그릇된 소문에 의해 그 무게감조차 잃어버리곤 한다. ‘루머’(캐스 선스타인 지음·프리뷰 펴냄)는 소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유포되는 거짓 소문의 배후와 그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거짓 소문의 변별만이 진실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규제정보국 책임자로 있는 저자는 ‘사회적 폭포효과(Social cascades)’와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라는 창을 통해 루머의 번식과 전파의 과정을 탐색한다. 사회적 폭포 효과는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특히 자신이 식견이 전혀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한다. 집단 극단화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면 그 전보다 더욱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하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넛지’의 공동저자인 캐스 선스타인은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이들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검열과도 같은 구시대적인 방식이 아니라도 엄정한 사법의 잣대를 통해 명예훼손죄 등을 적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아름다운 마무리 ‘웰다잉 교실’

    “사람들은 그를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의 죽음을 아들과 동생이 가장 슬퍼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많이 속았지만 속이지 않았다는 것이 업적이다.” 지나온 삶과 여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웰다잉(well-dying)’ 프로그램이 오는 17일까지 서울 구로구에서 열린다. 부고와 묘비명, 유언장쓰기 강좌를 모아 인생의 소중함을 느끼고, 안정된 삶을 꾸리도록 짜여진 프로그램이다. 웰다잉은 ‘웰빙(well-being)’에서 따온 신조어로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어다. 지난 1일 시작한 프로그램은 ‘웰빙 못지 않게 중요한 웰다잉’, ‘아름다운 마무리 준비교실’ 등 주 2회, 2시간씩 6회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1일과 3일에는 감성커뮤니케이션 연구소 김흥수 소장이 ‘죽음관 체크리스트’와 ‘준비된 죽음·죽음 준비교육의 필요성’을 각각 강연했다. 8일에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모임의 홍양희 회장이 ‘한국인의 죽음 이해’를 발표했다. 이어 푸른노년문화연구소 정상기 소장은 10일과 15일 ‘죽음은 마지막 성장, 사랑·화해·용서’와 ‘유언장 쓰기와 나의 묘비명·죽음과 법률’을 각각 진행한다. 마지막 날인 17일에는 홍양희 회장이 ‘존엄한 죽음과 사전의료 지시서’를 강의할 예정이다. 조현옥 교육진흥과장은 “지난해부터 웰다잉 준비교실을 열었는데 주민 반응이 좋았다.”면서 “바르게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란 생활관이 퍼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CEO 칼럼] 물의 노벨상/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CEO 칼럼] 물의 노벨상/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스웨덴 사람들의 물사랑은 유별난 편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스웨덴은 수자원에 관한 한 풍요를 누리는 나라 중 하나이다. 내륙에 무려 9만개의 호수가 있어 가히 ‘호수의 나라’ ‘물의 나라’로 부를 수 있다. 이런 나라가 물의 존귀함을 알리기 위해 물에 관한 유명한 상을 제정해 시상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 소문난 ‘물부자’가 일찍이 물의 가치를 깨닫고 세계 만방에 물의 유한성과 소중함을 전파하려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잠재돼 있다고 봐야 한다. 스웨덴이라면 흔히 노벨상을 떠올린다.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한 알프레드 베른하르드 노벨이 자신의 파괴적인 발명품으로 번 돈을 인류사상 가장 위대한 상을 만드는 데 쾌척해 시작된 상이다. 노벨의 유언에 따라 노벨상은 스웨덴 한림원 등 4개 위원회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재미난 것은, 평화상만큼은 이웃나라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위원회가 주관한다. 사실 스웨덴에서 제정한 ‘스톡홀름 물의 상(Stocholm Water Prize)’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권위 있는 상이다. 스톡홀름 물의 상은 스톡홀름국제물연구소(SIWI)가 주관하는 상이다. SAS 등 스웨덴 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의 기부로 설립된 ‘스톡홀름 물재단’의 위임을 받아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노벨상과 마찬가지로 구스타브 국왕이 수여하는 이 상을 일부에서는 ‘물의 노벨상’이라고도 부른다. 이 상을 수여하는 의식이나 장소도 노벨상과 똑같다. 물론 스톡홀름 물의 상이 하이라이트이긴 하지만 8월의 스톡홀름 물 축제에서 수여되는 상은 이것뿐이 아니다. 빅토리아 공주가 수여하는 ‘스톡홀름 청년 물의 상’은 자라나는 세대의 물사랑을 자극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또 모범적인 물관리 기업체에 수여하는 ‘스톡홀름 산업 물의 상’, 발트해의 수질보전 노력을 기리는 ‘스톡홀름 발트해 물의 상’도 있다. 스웨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종류의 물 관련 상을 제정한 것은 인류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자원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뜻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자기 나라의 물을 지키고 보전해 나갈 뿐만 아니라 물에 관한 연구와 사랑을 세계적인 운동으로 전개해 나가자는 숭고한 뜻이 담겨 있다. 지금 세계의 물 사정은 심각한 수준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어린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가난한 나라일수록 물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물을 배분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결여돼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인구의 20%(약 11억명)가 ‘타는 목마름으로 애타게 물의 은총’을 간구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산업화 초기 단계부터 다목적 댐의 건설 등 수자원 확보에 나서 지금까지는 물부족으로 심각한 애로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물부족에 직면하리란 국제적 예측이 이미 나와 있고 물소비의 증가도 뚜렷해 이에 대한 대비가 불가피하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주창한 ‘강산개조론’과 일맥상통하는 ‘4대강 살리기’의 대역사를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은 이념이나 경제를 넘어선 생명재임을 알아야 한다. ‘물의 천국’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스웨덴이 왜 저렇게 물사랑에 앞장서는지 심각하게 의미를 반추해 볼 시점에 있다.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 ‘망하면 안되는 금융기업’ 30곳

    ‘망하면 안되는 금융기업’ 30곳

    또다시 금융 위기가 닥칠 경우 전 세계로 ‘시스템 리스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시해야 할 금융기관 30곳이 선정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금융안정위원회(FSB) 주관 아래 각국 감독기관이 만든 감시 대상 명단에 악사, 아에곤, 알리안츠, 아비바, 스위스리 등 6개 보험사와 24개 다국적 은행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시스템 리스크는 한 금융기관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등의 이유로 결제 불능 상태일 때 연쇄적으로 다른 기관의 결제불능을 유발, 시스템 전체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24개 은행 명단에는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등 정부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5개 은행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유럽, 일본 등의 주요 은행이 이름을 올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번 명단은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에 따라 기존 금융안정포럼(FSF)의 후신격인 FSB 설립 이후 마련됐다. 감시단이 시스템면에서 중요한 글로벌 금융 기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명단 작성의 목적이다. 감시단은 이와 관련된 국가의 감독 기관에서 구성될 예정이며 글로벌 금융 그룹 감독을 강화하고 조정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또 감시단은 각 은행에 파산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사망선택유언’ 마련을 요청할 예정이다. FSB 위원인 폴 터커 뱅크오브잉글랜드 부총재는 “‘회복 및 해결 계획’으로 알려진 이 같은 문서가 향후 6~9개월 안에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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