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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좋은 광고로 경제와 사회에 활력을/김충현 서강대 광고·마케팅학 교수

    [열린세상] 좋은 광고로 경제와 사회에 활력을/김충현 서강대 광고·마케팅학 교수

    경제 불황의 끝을 예견하기 어렵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조용하기만 하다. 글로벌 경제나 실물경제의 구조적 결함도 문제이지만 갈수록 위축되는 소비자 심리 또한 경제 활성화에 큰 장애물이다. 물론 기업이나 가계 불문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지만 지나친 투자·소비 억제는 경제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 정부는 대기업 금고에 잠자는 1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풀어 경제 활성화에 적극 참여하기를 요구하지만 기업은 들은 척하지 않는다. 이처럼 불황인 시기에 기업더러 생산 설비, 연구 개발에 투자를 권유하는 것도 어려운데 거기다 비용으로 간주되는 광고·마케팅을 활성화하라고 하면 어이없어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광고·마케팅 활동을 펼칠 이유가 있다. 우리 광고시장은 꾸준히 성장하여 세계 10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광고시장은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수준에서도 세계 수준에 크게 손색 없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최근 일본을 잠시 방문한 기회에 일본 광고를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오히려 우리 수준에 미흡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광고계가 최근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행사는 물론 광고미디어 관련기업도 도산 직전에 처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불황기에 광고·마케팅비를 대폭 삭감한다. 가장 쉽게 삭감할 수 있는, 투자가 아니고 ‘비용’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분석하면 그것은 비용이 아니라 장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불황기에 꾸준하게 광고활동을 펼쳐온 기업이나 브랜드가 경제 회복시 그 효과를 톡톡하게 챙겼음을 입증하는 연구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그것은 경쟁 브랜드나 기업이 불황기에 광고를 중단하거나 축소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지도와 선호도를 유지, 강화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기업 이미지를 재활성화하거나 강화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다음으로 기업이 불황기에 광고·마케팅 활동을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는 꽁꽁 얼어붙은 소비자 심리를 다소나마 움직이려면 좋은 광고로 소비에 대한 긴장감을 해소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광고마저 침묵한다면 소비자들은 점점 더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여 지갑을 더욱더 열려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이 있다. 평소 기업활동으로 획득한 이윤의 일부를 적절한 과정을 통해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라기보다는 필수적인 기업 책무로 이해된다. 국가가 전체적으로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이를 회복하기 위한 총체적 노력에 기업이 앞장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위축된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적절한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고취하는 것도 당연히 기업이 수행해야 할 과제이다. 특히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희망, 나눔, 행복, 용기, 사랑, 웃음 등의 소재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광고나 독특한 브랜드 컨셉트를 위한 창의성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여 우수한 광고를 집행한다면 광고주에게는 물론 시장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반전시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금고를 열어 광고 및 마케팅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등에서도 기왕에 예정된 광고·홍보 프로젝트를 앞당겨 집행하여 경기 활성화 및 소비심리 제고에 일부라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광고대행사나 미디어도 이에 호응하여 충실하고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을 기약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충현 서강대 광고·마케팅학 교수
  • ‘김태균을 잡아라’ 일본 프로구단들 혈안

    ‘김태균을 잡아라’ 일본 프로구단들 혈안

    ”김태균을 잡아라.” 일본 프로야구 각 구단들이 한국의 ‘신 해결사’ 김태균(27)에게 군침을 흘리고 있다. 특히 한신 타이거스 등은 사장, 단장이 나서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김태균 스카우트 전쟁을 예고했다. 김태균은 지난 7일 도쿄돔에서 열린 WBC아시아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 1회말 마쓰자카의 직구를 강타, 좌측 관중석 상단 대형광고판을 맞히는 140m짜리 초대형 투런홈런을 터뜨려 일본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김태균의 홈런이 터진 순간 일본 관중석은 2006년 1회 대회 이승엽의 홈런 한방에 역전을 당한 악몽이 연상되는듯 ‘아!’하는 탄성속에 순간 얼어붙었다. 9일 일본과의 두번째 맞대결에서도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지난 2일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평가전에서는 기무라 후미가즈의 145㎞ 직구를 밀어쳐 우중간 스탠드에 꽂히는 120m짜리 대포를 터뜨린 터다. 일본에서도 힘 있는 직구를 밀어쳐서 홈런을 만들 수 있는 선수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김태균의 홈런 퍼레이드에 화들짝 놀란 일본은 ‘김태균 경계령’을 발동하는 동시에 그를 스카우트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다. 특히 한신 타이거즈는 미야자키 쓰네야키 사장이 직접 나와 6일 한국-대만전에서 김태균을 유심히 관찰했고 7일에는 누마자와 쇼지 단장이 김태균의 대형홈런을 목격한 뒤 에이전트들을 통해 스카우트 가능성 등을 타진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한신은 마운드와 슬러거 영입을 위해 팀 리빌딩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이밖에 다른 구단들도 김태균의 신분을 조회하는 등 영입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이들이 김태균에게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홈런 한방의 영향은 아니다. 타격시 스트라이드 폭이 작아 유인구에 잘 속지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일본의 현미경 데이터 야구로도 약점을 찾기 힘든 선수라는 판단이다. 선구안이 좋고 밀어쳐서 홈런을 만들 정도로 파워도 좋다. 게다가 더 매력있는 것은 스물여덟살의 젊은 나이에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는 점이다. 일본 프로야구단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한국선수들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오고 있다. 김태균처럼 자국의 최고 선수들을 상대로 힘 자랑을 한 경우는 관심이 더 증폭될 수 밖에 없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여고생 4명 45분 대화 중 욕설 248번

     “욕은 마약이다.안 하려고 해도 입에서 저절로 나오니까,내 의지와 상관없으니까.”  중학교 졸업반인 동구(가명)는 성적도 중상위권이며, 노래도 잘 부르고 친구들한테 인기도 있다. 하지만 그는 대화 중 욕설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KBS스페셜’ 제작팀이 조사해 본 결과 그는 하루에 무려 103번이나 욕설을 내뱉었다.  요즘 교복 입은 청소년들에게 욕설은 더 이상 ‘욕설’이 아닌 생활이다.그들의 대화를 유심히 들어보면 마치 부사나 형용사·감탄사처럼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작진이 초등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욕설을 한다’는 학생은 97%로 나타났다. 특히 ‘뜻도 모르고 욕설을 한다’는 응답은 72.2%에 달했다.  제작진은 또 관찰 카메라를 통해 여고생 4명의 일상생활도 살펴봤다.약 45분 동안 지켜본 결과 이들의 대화 속에는 약 15종류의 욕설이 있었으며,욕설을 한 횟수는 무려 248번이나 됐다.  제작진은 “일상생활에서 욕설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요즘,아이들은 욕설을 하는 아이도 듣는 아이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며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욕설을 입에 달고 산다.”고 지적한다.  제작진은 대중매체,인터넷 등 사이버공간,통제 없는 또래 집단 등을 욕설이 청소년 언어문화를 지배하게 된 환경적 요인으로 들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욕설이 10대들의 하위문화가 되면서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욕설은 배설인데 아무 곳에나 배설하면 욕설 쓰레기장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학교에는 폭력, 마약, 절도, 방화 등 상스럽고 저속한 언행에 관한 행동 등이 명기된 행동지침서가 있다.학생들이 이 지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교사는 절차에 따라 1차 경고,2차 학부모 면담,3차 정학 처분을 한다.욕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정학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제작진은 “언어는 사회의 거울”이라며 “지금의 상황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교육의 최종 목표,더 큰 가치를 어디에 둘지 갈팡질팡하는 동안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청소년들의 언어 습관 속에 뿌리박혀 있는 욕설의 사용 실태와 원인·해결책은 8일 오후 8시 ‘KBS스페셜-10대, 욕에 중독되다’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정준모의 시시콜콜 예술동네] 덕수궁 근대미술전 찾는 이유

    [정준모의 시시콜콜 예술동네] 덕수궁 근대미술전 찾는 이유

    요즘 덕수궁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근대미술걸작선-근대를 묻다’ 전(3월22일까지) 때문이다. 지난 한 달 동안 벌써 10만의 관객을 모았다니 “관람객 없는 것을 관람객들 탓”으로 돌렸던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민망한 노릇이다. 그런데 이 전시를 관람객이 유독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람료가 없다고 하지만 덕수궁 입장료는 내야 하는 형편이니 마냥 공짜라고마는 할 수 없는데 말이다. 입장객들을 유심히 보면 그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그들은 한국인에게 ‘근대’란 어떤 것일까. 당시 사람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근대’는 그들의 삶과 생각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전시장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 오고, 세계열강들의 조선반도에 대한 야욕과 일제강점기라는 가장 어려웠던 시절 그들의 근대는 지금의 국제 금융위기로 비롯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터이다. 관객들은 역사를 통해, 당시의 미술품을 통해 당시를 살았던 그들이 어떻게 세파를 견디고 이겨 내면서 스스로들을 다졌을까 하는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찾은 전시장에서 ‘근대인’들의 변화하는 모습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미 여성들은 남성들의 구속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지기 시작했으며, 자유연애 바람은 절절한 한 화가의 연서에서 읽을 수 있다. 또 6·25전쟁으로 피폐해진 삶과 폐허를 그린 그림에서 지나간 우리의 처지를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해 준다. 많은 전시들이 열리고 있지만 항상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던데 반 해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란 세상과 담을 쌓고 단순하게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 주는 곳이 아니라 어제를 통해 오늘의 우리를 보고, 내일 우리 모습을 그려 보는 곳이라는 미술관 본래의 모습과 역할을 다시금 새기게 해 준 것도 성과 중 하나이다. 바로 단순히 그림을 나열하고 자료를 늘어 놓는 전시가 아닌 ‘미술관 해석’이라는 박물관학의 기본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미술품의 수집과 보존이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한 박물관학에서는 ‘자료’라 부르는 ‘작품’을 어떤 입장을 가지고 읽고, 분석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것이 바로 ‘미술관 해석’이다. 그 해석의 성과물은 바로 전시로 드러나서 관객들을 만나고 작품에 담겨 있는 시대정신과 당시의 사람들의 삶과 생각의 편린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우리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일부 작품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소장가들이 출품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게 소장하고 지금껏 애지중지해온 그림을 보상은 해 주지 못할망정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바람에 속이 상한 탓이다. 그래서 국립미술관에는 더더욱 작품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탁월한 미술관 해석을 통해 근대정신을 구현한 이번 전시가 ‘미술품 소장’이라는 아름다운 행위를 범죄시하는 비근대적 정신 때문에 훼손당한 셈이다. 정준모(미술비평, 문화정책)
  • 김태현 “데뷔 후 우울증으로 1년간 집나가”

    김태현 “데뷔 후 우울증으로 1년간 집나가”

    배우 김태현이 “우울증이 불현듯 찾아 와 1년 동안 집을 나가 산 적이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김태현이 20일 방송되는 MBC ‘오늘밤만 재워줘’를 통해 방송 최초로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집을 공개했다. MBC 아침 일일드라마 ‘하얀 거짓말’에서 실감나는 자폐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태현은 자폐연기와 관련해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공개했다.집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른 김태현을 유심히 보시던 주인할머니가 갑자기 “엄마~ 해봐!”라고 하자 이에 김태현 역시 바로 “엄마!”라고 대답했다고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귀공자 같은 외모의 김태현이지만 어린 나이부터 어머니를 모시고 가장 노릇을 해야만했던 어려웠던 가정환경을 고백했다.김태현은 영화 ‘청연’을 찍던 당시 영화 출연료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그 때의 힘들었던 기억이 나에게는 자부심이다.”라며 으쓱해했다. 하지만 일찍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던 김태현은 “우울증이 불현듯 찾아 와 1년 동안 집을 나가 산 적이 있었다.”며 “그 시기가 어머니에게 제일 불효한 시기였다.”는 후회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이날 김태현은 첫사랑 이야기를 하며 의외의 로맨틱한 면모를 보여줬다. 고등학교 시절 7살 연상의 첫사랑에게 고백 한 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들어가면 만나준다는 말에 김태현은 열심히 공부해 결국 사랑을 쟁취했다고. 김태현은 그녀를 위해 사람이 많은 강남역 한복판에서 판초 복장을 하고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 그녀를 감동시킨 사연을 전했다.김태현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는 MBC ‘오늘밤만 재워줘’는 20일 오후 11시 40분 방송된다. (사진제공 = MBC)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충남 서산과 태안 사이 가로림만

    충남 서산과 태안 사이 가로림만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 놓고 서해안 지역을 유심히 보면 충남 서산과 태안 사이에 호리병 모양으로 쏙 들어간 곳이 눈에 띈다. 가로림만(加露林灣)이다. 숲에 이슬을 더해 주는 바다. 그 이름만으로도 안개 짙게 깔린 포구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내륙 깊숙이 들어온 바다 면적은 너른데 비해 입구의 폭은 2.5㎞에 불과하다. 때문에 간척사업의 유혹을 꽤나 받았을 법한데, 서해안의 크고 작은 만들이 육지로 바뀌는 와중에도 용케 살아 남았다. 호리병 주둥이를 따라 뭍 가까이 들어온 바닷물은 곧 호수처럼 잔잔해진다. 하지만 유속은 빠르다. 가로림만 북단을 막아 조력발전소를 세우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까닭이다. 주민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갈린 상태. 평화로운 풍경 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 하나가 숨어 있는 느낌이다. 사람의 일은 어찌 됐건 가로림만엔 봄기운이 가득하다. ■ 갯벌에도 봄소식… 썰물땐 거대한 진회색 평원으로 가로림만의 갯벌은 썰물 때면 거대한 진회색 평원으로 변한다. 동시에 바다 위 여기저기 떠있던 섬들은 갯벌을 통해 하나로 이어진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섬이 서산시 대산읍 웅도다.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질 때만 ‘유두다리’ 를 건너 들어갈 수 있다. 해안선 길이가 5㎞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광활하게 드러나는 갯벌이 장관이다. 거대한 갯벌의 바다가 새로 열린 듯하다. 이 기름진 갯벌에서 굴, 바지락, 낙지 등 다양한 갯것들이 생산된다. 대표적인 게 바지락이다. 바지락 어장은 갯벌 초입에서 500m~3㎞ 떨어져 있다. 거리가 멀다 보니 캐낸 바지락을 뭍으로 옮기는 것도 큰 일이다. 그 무거운 바지락을 이고지고 실어 나르던 주민들은 1970년대 초부터 소달구지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바지락을 가득 실은 소달구지가 갯벌을 가로질러 마을로 귀환하는 행렬은 웅도의 대표적인 풍경이 됐다. 주민들의 이런저런 애환이 담긴 풍경임에도 웅도의 이미지는 이처럼 서정적인 그림으로만 그려졌다.외지인들을 대하는 섬주민들의 표정은 그리 곱지 않다. 소 닭보느니만도 못한 듯하다. 거기엔 까닭이 있다. “와 봤자 쓰레기만 남기고 가는 사람들이 관광객덜이유. 주민들이 동물원 원숭이도 아닌데 사진만 찍으려 들고, 깔보는 말만 툭툭 내뱉는 외지인들이 뭐 좋것슈.” 윤병일 이장의 말이다. 찾아 와서는 가슴을 열지 않고 구경만 하다 간 뭍사람들에 대한 서운함이 무척 깊은 듯했다. 들물이 시작되고 바지락을 실은 소달구지가 갯벌 너머에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갯벌 초입에 즉석 어판장이 형성된다. 소달구지 한 대에 80~100㎏의 바지락이 실려 있다. 1㎏에 1600원이니 한나절 작업에 16만원 안팎의 돈을 버는 셈이다. 하지만 간만의 차가 큰 사리 전후에만 어장에 물이 빠지기 때문에 실제 작업할 수 있는 날은 한 달의 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소달구지가 늘어선 풍경을 볼 수 있는 날도 딱 그만큼인 셈이다. 웅도에 갇히는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반드시 물때를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대산읍사무소(041-681-8003)에서 물때를 알려 준다. 썰물시간이 일몰 이후인 경우, 거대한 뻘밭 너머로 해가 지는 장관과 마주할 수 있다. 가로림만을 사이에 두고 서산시 대산읍과 마주한 곳이 태안군 이원반도다. 태안반도 가장 윗쪽에 낚시 바늘 모양을 한 채 삐죽 솟아 있다. 이원반도 끝자락은 만대포구다. 태안읍에서 ‘태안의 땅끝마을’ 로 불리는 만대포구까지는 30㎞쯤 된다. 요즘에야 603번 지방도로 덕에 오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지만, 예전엔 80리 가까운 길을 발품팔아야 닿았던 오지 중 오지였다. 하지만 안면도 등 태안의 관광명소들에 비해 개발이 더디게 진행된 까닭에 외려 호수와 같은 가로림만 풍경을 그나마 잘 간직할 수 있었다.태안쪽에서 가로림만과 만나려면 이원면까지는 가야 한다. 새섬리조트가 있는 당산리 일대 바다는 마치 항아리처럼 파여 있는데, 바닷물과 뭍이 둥그렇게 경계를 이루는 곳에 해안도로를 조성해 놓았다. 잔잔한 바다가 꼭 거대한 호수를 보는 듯하다. 이원면 관리에서 원북면 학암포 방향으로 난 이원방조제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뭍이 된 예전 섬들과 너른 들녘이 시원하고 장쾌하다. 가로림만의 고즈넉한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만대포구다. 뭍에서 보는 가로림만의 끝이자 망망한 서해가 시작되는 곳이다.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서해안 특유의 포구 풍경이 잘 살아 있다. 버스를 타고 만대포구에 들어갈 때는 색다른 즐거움이 기다린다. 사라졌던 버스 안내양이 돌아와 “오라이, 스톱!”을 외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태안군이 안내양 제도를 부활한 것은 2006년. 주민 서비스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1개 노선에서 안내양 제도를 운영하다 승객들의 호응이 이어지자 천리포, 안면도 등 모두 4개 노선으로 확대했다. ■ 태안의 땅끝마을 만대포구… “버스 안내양도 만나보세요” 만대포구로 들어가기 직전 왼편 산등성이를 따라 가면 작은 구매, 큰 구매 등 아늑한 풍경과 만난다.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작은 구매 앞 바다에 떠있는 삼형제바위까지는 썰물 때 걸어갈 수 있다. 큰 구매는 만대포구에서 접근할 수 있다. 꾸지나무골 해수욕장도 잊지 말고 들르자. 요즘 잘나가는 ‘F4’ 뺨치게 잘 생긴 소나무가 빼곡하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서산나들목→32번 국도→서산시→29번 국도→대산읍→오지리 방향 좌회전→3㎞ 직진→대산초등학교 웅도분교장 표지판→좌회전→웅도 순으로 간다. 이원반도는 대산읍→29번국도→일람사거리→634번 지방도 팔봉 방향→603번 지방도 만대방향 순으로 간다. ▲맛집: 대산읍 중왕리 왕산포구 우정횟집(662-0763), 이원반도 초입 원북면 원풍식당(672-5057) 등은 박속밀국낙지탕으로 소문난 집이다. 살짝 데친 낙지를 간장소스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은 뒤 다시 밀칼국수나 수제비를 넣고 한 소끔 더 끓여서 먹는다. ▲잘 곳: 웅도 내 두 집이 민박을 운영한다. 5만원 선. 681-8824,663-8916. 섬 초입에 바다사랑 펜션타운 등도 조성돼 있다. 웅도리 어촌계 663-8903. ▲둘러볼 곳: 웅도에서 나와 한적한 소로를 10㎞쯤 달리면 벌말(벌천포)과 만난다. 가로림만과 서해가 만나는 자리에 있는 작은 포구로 한적하기 그지없다. 썰물 때면 벌말 초입에 커다란 풀등(모래톱)이 드러난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새섬 초입까지 이어져 있다고 한다. 대산읍 벌천포 독곶리에 불쑥 솟은 황금산은 ‘가로림만의 망루’란 표현처럼 하산시 만나는 해안풍경이 빼어나다. 글 사진 서산·태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저금리 시대 종잣돈 어디에

    저금리 시대 종잣돈 어디에

    증시가 무너지고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와중에 회사채에 주목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증시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채권을 팔아서 그럭저럭 연명했다는 말이 솔솔 나올 정도다. 그동안 기관투자가들 또는 거액의 자산가나 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회사채 투자에 개인이 몰리는 것은 높은 금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회사채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수익률이다. 증시 폭락 때문에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면서 국고채 금리는 연 3%대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은행 예금 금리도 3%대 수준을 넘지 않는다. ●재무구조 등 회사정보 분석 후 투자를 이에 반해 회사채는 7%대 수익률을 보장한다.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 때문에 9%대를 넘나들던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AA-등급)의 경우 지난 16일 기준으로 6.85%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은행 금리의 두배 정도 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채가 국고채보다는 덜 안정적이지만 우량 회사채는 부도 위험이 낮기 때문에 안심할 만하다. 적당히 돈 굴릴 만한 곳이 없는 투자자들로서는 매력적이다. 증권업계는 지난 1월 한달 동안 개인 투자자에게 판 회사채가 1조 5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동양종금 관계자는 “카드채나 캐피털채, A등급 회사채 등을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문의와 판매가 모두 늘었다.”면서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물량이 부족해 예약을 받아 팔아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BBB- 이하의 투기등급 회사채에까지 관심이 미치고 있다. ●여윳돈 장기투자 전략이 바람직 그럼에도 회사채는 사실 개인이 선뜻 직접 투자하기에는 까다로운 상품이다. 회사채를 구입하려면 그 회사에 대한 분석력과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개인들이 개별 회사에 대해 알기란 쉽지 않다. 또 금리 변동을 이해해야 하는 데다 세금을 떼고 이자를 붙이는 방식이 다양하다. 한국거래소가 소액채권시장을 살리겠다며 주식처럼 개인이 홈트레이딩시스템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성사되는 예가 드문 이유다. ●이자 생활자는 이표채가 좋아 채권투자의 핵심은 주식거래처럼 사고 파는 과정에서 차액을 남기기보다는 만기 때까지 꾸준히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매매에 따른 차액보다 이자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주식이나 펀드야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빨리 돈을 빼내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지만 회사채는 아직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은 편이어서 당장 현금화하기가 어렵다. 채권 만기는 대개 1년에서 5년 사이다. 이 때문에 금리가 좋다는 이유로 회사채에 돈을 무리하게 집어 넣을 경우 나중에 개인 차원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회사채 투자에서 여윳돈으로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다. ●만기에 수익률 몰아주는 복리·할인채도 자기 목표에 맞게 채권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이자 수익으로 생활비 등에 보태겠다면 몇개월 간격으로 정기 이자를 주는 이표채가 좋다. 아예 돈을 묻어 두겠다면 이자까지 다시 투자해 만기에 수익률을 몰아 주는 복리채나 할인채가 있다. ‘몇년 만기에 몇개월 이자 지급식’이라는 표현을 유심히 살펴 봐야 하는 이유다. 김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는 단타매매가 쉽지 않은 장기투자이기 때문에 투자하려는 회사의 재무구조 분석에 대해 전문가 상담을 꼭 받는 것이 좋고, 초보 투자자는 되도록 투기등급 회사채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진보에 길을 묻다 5] “美·유럽 두 카드 쓰는데 한국은 한 패만

    [진보에 길을 묻다 5] “美·유럽 두 카드 쓰는데 한국은 한 패만

     “미국과 유럽은 두 팔을 쓰는데 한국 정부는 한 팔만 고집하고 있어요.”  장진호(40)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나 사회가 1997년 외환위기를 당하고도 그보다 더한 실패와 재앙을 준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4일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 데 이어 금산분리 완화, 금융지주회사법, 보험업법 등 ‘금융 빅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그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동남아 어느 국가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인 근저에는 지배 엘리트의 무지와 일차원적 사고, 나아가 지성의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장 연구원은 “자통법은 미국과 유럽에서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와 정확히 역행한다.”며 이들 나라의 지배 엘리트들은 한 팔로는 대외적으로 주창해온 신자유주의 정책을 구사하면서 다른 한 쪽에선 필요에 따라 현실주의적인 정책을 펴는 반면 한국의 엘리트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납작 업드려 다른 한 팔을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없애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월스트리트 최고경영자(CEO)의 연봉 상한을 도입하고 지난해 말 AIG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은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 말레이시아가 은행 국유화를 밀어붙일 때 성토했던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가 얼마 뒤 당시로선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한 사례를 우리 정책 당국자들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장 연구원은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1998년 재벌의 제2금융권 소유를 허용한 것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을 잘못 진단한 끝에 나온 악수(惡手)란 것이다. 그는 “금융위기에 한국이 더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 것은 세계시장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자본의 유동성이 원활해진 데도 원인이 있다.”며 만약 재벌에 은행마저 내줄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폐해는 재앙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지난해 말 환율 방어에 연기금을 동원하는 등 국민이 노후에 대비해 믿고 맡긴 자금을 쌈짓돈 쓰듯이 하고 있다는 것. 더욱 문제는 지난 10년 간 초국적 금융자본이 국내에서 수익을 챙겨 떠날 수 있게 만든 것처럼 정부가 연기금 등을 동원해 떠받치는 행태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그나마 시민단체·노동계가 간여할 여지가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펀드매니저 등에게 운용을 맡겨 거의 ‘조공(朝貢·emperial tribute)’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부채는 줄었지만 국민경제 전체의 부채는 줄지 않고 오히려 가계는 대출 이자로, 정부는 세금으로 은행을 이중으로 돕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런 은행마저 재벌 소유가 될 경우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성장의 근본적인 동력인 제조업을 기피하고 인수·합병(M&A)으로 머니게임이나 벌여 국민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장 연구원은 이에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와 다른 원리로 움직이는 금융주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준국유화 또는 반(半)국유화 은행의 출범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일본처럼 지역 밀착형에 비영리(NPO) 성격의 은행을 시민운동 차원에서 만드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지난 10년간 ‘부자되기 신드롬’이 중립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연대와 공동체 정신을 사라지게 만든, 보수적인 정치적 프로젝트였다는 것이다. 장 연구원은 “진보세력은 ‘욕망의 물꼬’를 어떻게 돌려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정치세력화를 기약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다음은 장진호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4일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됐다.법 시행의 의미와 전망,진보진영에 던지는 과제부터 정리한다면.  자통법은 금융기관의 업무 장벽을 없애 금융 허브로 가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에서 나왔다.다른 업종에 있던 금융기관들끼리 한 링에서 싸우게 만든 것이다.은행 보험 증권사가 자기 영역을 허물고 함께 겨뤄야 하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문제는 경쟁이 격화되면 수익성 추구의 강도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특히 증권사의 지급결제기능 허용 등은 은행과 증권사간 경쟁 격화를 가져올 수 있는 동시에,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 진입장벽을 대거 허무는 결과로 금융부문의 초국적화를 가속시킬 것이다.또 경쟁 과정에 탈락되는 기관도 있을 것이고 많은 이들이 구조조정되는 한편,외국의 금융회사들이 국내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 97년 외환위기때 은행에서 일어났던 자본의 탈국적화가 제 2금융권에서 일어날 가능성도 더 커졌다.  자통법이 안고 있는 급진적 규제완화는 미국과 유럽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와도 역행하는 것이어서 진보진영이 이를 지적하고 대안을 마련해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금융위기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서 사회과학도로서 느꼈던 문제점이 있다면.  금융위기 진행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보도는 성실했지만 왜 위기를 불러왔는가를 시스템의 위기라기보다 관리의 문제로 보는 정부당국의 변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데 지성의 위기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글로벌 스탠더드를 비현실적 교조적으로 국가의 정책 엘리트들이 단순히 무지해서가 아니라 이해가 녹아들어 있는 측면이 있다.글로벌 스탠더드 지경부 간부들이 판단 근거나 권위의 기반을 외부에서 찾는 경향이 짙다.이를 만든 미국과 유럽의 정책 엘리트들은 두 팔을 모두 사용한다.한 팔은 대내외적으로 내세워온 자유주의 이념을 외치고,다른 팔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현실적,실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월가 최고경영자에 대한 보수 상한이라든가 AIG에 대한 구제금융은 언제라도 국유화 등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일이다.몇년 전만 해도 사회주의적 짓이란 비판받을 수 있는 내용인데도 최근에는 이를 무시하는 두 팔을 주어진 글로벌 스탠더드에 너무 집착한다.생산 주체하는 사람들의 자율적 사고 기능이 멈춰섰다는 극언이 가능할 정도다.외부의 권위와 영향력을 업은 지배 엘리트가 영향력을 미친다는 역사적 관성에 따른 것이다.지성의 위기가 정치사회의 위기와 결합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금융지주회사법,보험업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금융빅뱅 법안의 처리 전망과 향후 대응,진보진영이 염두에 둘어야 할 관점들을 요약한다면.  -1948년 건국 이후 미군정이 자유주의 경제질서를 이식하면서 은행의 민간 소유를 장려했다.그러면서 재벌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박정희 군사정권이 산업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은행 국유화를 시켰다.그런데 재벌은 은행을 갖고 싶다는 욕구를 내비치다 1980년대 이후 2금융권을 먹기 시작했고 그것도 모자라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은행을 소유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1948년 이후 1960년대 이전 문제점이 되풀이 되지 않겠는가 걱정된다.  자금 동원력이 커지니까 산업 부문의 경쟁력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돈놀이,M&A를 통한 머니게임에 몰두할 수 있다.재벌의 사금고화와 산업의 경시가 둘이 따로 떨어질 수 없다.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굳이 제조업에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몰두할 이유가 없어진다.  잘못된 보약을 처방해 큰 탈이 날 수 있다.산업자본으로선 단기적으로 횡재로 비치겠지만 국민경제적 입장에서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의 2금융권 소유를 허용했는데 재벌의 과잉투자를 위해 종금사 등이 과도한 외채를 끌어들인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우리 경제의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데 작용했다.  2금융권 소유 만으로도 재앙을 불러왔는데 은행마저 소유하게 하면 더 큰 규모의 빚잔치를 불러올 수 있다.  ●재앙이 다가올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 해법을 제시한다면.  바둑에서 복기를 하듯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에 대해 짚어야 한다.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그때 꼭 그런 결정을 해야 했는지,다른 대안은 없었는지,그 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현안에 매몰되다가 오늘 그런 위기를 불러온 원인을 짚는 데 소홀했다.  사실 어떤 결과가 현실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까 꼭 늦었다고 볼 수는 없다.한국경제가 동남아 어떤 나라보다 급격한 환율변동과 타격을 입었는데 이것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잘못과 연계돼 있다.  신자유주의화,금융자본주의화,은행에 의해 자산운용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자는 제도의 전환보다 욕망의 전환,행동방식의 전환도 크게 나타났다고 본다.일상생활의 금융화가 최근 10년동안 공세적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가 동남아보다 한국에서 더욱 불안정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국내 경제가 세계경제에 긴밀하게 통합되었다는 측면도 있고 국내 자본시장에 들어와 있는 초국적 자본의 이동이 용이해졌기에 가능한 면도 있다.최근 10년동안 경제정책에 금융 주도 노선이 관철됐던 배경에는 국내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대폭 증대한 데도 원인이 있다.펀드 투자 붐이 이어졌고 최근 위기로 많은 손실을 봤다.  단순히 신자유주의로 인해 제도와 법률,규칙만 바뀐 것이 아니라 사고와 행동양식의 변화까지 수반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부자되기 신드롬과 일상생활의 금융화로 자산 설계와 재무적인 관심이 생애 설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10년간 재테크교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팽배해졌다.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줬는데 과연 그런가라는 질문을 뒷전으로 밀어놓았다.부자가 늘어난다는 건 빈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부자란 타인의 노동을 평균 이상으로 집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부자가 늘어나면서 국민 전체가 잘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식민지 개척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집적한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부자되기 신드롬이 개인적 자산추구 경쟁으로 몰두하게 만들면서 사회 공동체적 연대성을 파괴시켜왔다.나 아니면 경쟁자로 파악하게 만들어 사회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개인적으로 탈출하는 전략에 몰두하게 하면서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상실하게 만들었다.80년대 전태일 평전이 대학가에서 꼭 읽어야할 책이었다면 지금은 워런 버핏이나 잘나가는 CEO의 평전이 팔리는 세태가 의미하는 바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위기를 통해 개인적 경쟁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이제 그런 경쟁이 모두를 안정되고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면서 개인에 도움을 주는 기법이라 하겠지만 정치적 연대,약자에 대한 배려와 연민을 묻어버리고 개인적 생존전략만 추구하게 만드는 굉장히 효과적인 정치 프로모션이라 할 수 있다.이걸 바꾸지 않고선 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도 어렵지 않겠느냐 보고 있다.  대중의 욕망의 물꼬를 어떤 방향으로 돌리느냐 이걸 고민해야 한다.  자통법을 시행하는 이유도 금융 허브화를 노리는 것인데 이게 뭔가.결국 외환위기 때 당한 것을 동남아에서 벌어(만회해) 보자 이런 얘기다.우리가 욕하던 국제적 수탈을 똑같이 다른 이에게 하려는 모순도 포함돼 있다.  서구의 복지국가가 식민지 수탈을 통해 이룩됐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70년대 서유럽 국가들은 재정 적자의 위기에서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으로 연기금을 초국적 자본으로 바꿔 신흥시장의 배당을 뽑아 지원받는 전략을 썼다.연금을 시장화하기 때문에 위기에 취약해졌다.연기금을 시장화하니 불안정성이 높아진다.신흥시장의 노동가치를 배당 등으로 유출하는 것이니까 노동가치가 자본시장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니까.  ●금융빅뱅 법안에 그런 내용들이 포함됐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건가.  전혀 내용을 모르고 있다.심상정 같은 이가 어느 정도 그런 안목을 갖고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에 대해 무감각하다.  월가 급여를 제한한다는 사회주의적인 규제가 나오고 있다.지금은 상식처럼 받아들이고 있다.월가가 위기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고 그런 공감대가 맞춰질 정도로 위기가 심각한 것이다.유럽도 그런 식이다.우리는 그 정도 규제는커녕 있는 규제도 없애는 판국이다.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조금 더 잘하면 되겠지,정신무장을 잘하면 되겠지 하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계속)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이혼하려면 부부사이 빚도 나눠라” ‘그들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덩치 더 커진 ‘슈퍼 빅 백’ 패션계 접수하다 김정호의 22첩 대동여지도 실물로 보세요 올챙이 뻥튀긴 듯 못생긴 장치찜 ‘동해의 참맛’ 강원도에 생기려다 만 ‘누드 비치’ 제주도에선?
  • ‘핸드폰’ 엄태웅 “감독님 시키는 대로 했다”

    ‘핸드폰’ 엄태웅 “감독님 시키는 대로 했다”

    배우 엄태웅이 영화 ‘핸드폰’을 통해 다혈질적이고 속물적인 매니저로 연기변신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핸드폰’(감독 김한민ㆍ 제작 (주)씨네토리, 한컴)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엄태웅은 매니저라는 역할을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엄태웅이 극 중 맡은 역할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열혈 매니저. 섹스 동영상이 담긴 핸드폰을 분실하면서 피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는 영화 속에서 막춤부터 주차장 바닥에서 알몸으로 구타당하는 장면까지 몸을 아끼지 않는 열정을 선보였다. 엄태웅은 매니저 역할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냐는 질문에 “영화 속 핸드폰을 가지고 열었다 닫았다 하는 장면이나 승민의 특이한 버릇은 처음 감독님과 이야기 나눌 때부터 준비한 몸짓”이라며 “항상 옆에서 함께 생활하는 매니저들을 유심히 관찰했다.”고 전했다. 이어 “항상 화를 내고 흥분상태인 역할이다 보니 촬영하면서도 연기 부분에 있어 헷갈렸다. 그래서 감독님을 많이 믿었던 것 같다. 제가 연기를 하고 나면 감독님이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정신이 없었지만 그냥 감독님만 믿고 시키는 대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용우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서로 맡은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굳이 영화 속에서 많이 부딪치지 않아도 문제될 게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핸드폰’은 휴대전화 없이 단 1초도 살 수 없는 연예기획사 대표 승민(엄태웅 분)이 실수로 핸드폰으르 분실한 후 전화기에 담긴 정보가 악용되며 일상이 위협받자 그것을 가지고 있는 ‘익명의 남자’(박용우 분)를 추격하는 사투를 그렸다. 2월 19일 개봉.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m/ 사진=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美·유럽 두 카드 쓰는데 한국은 한 패만”

    “미국과 유럽은 두 팔을 쓰는데 한국 정부는 한 팔만 고집하고 있어요.” 장진호(40)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나 사회가 1997년 외환위기를 당하고도 그보다 더한 실패와 재앙을 준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4일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 데 이어 금산분리 완화, 금융지주회사법, 보험업법 등 ‘금융 빅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그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동남아 어느 국가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인 근저에는 지배 엘리트의 무지와 일차원적 사고, 나아가 지성의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장 연구원은 “자통법은 미국과 유럽에서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와 정확히 역행한다.”며 이들 나라의 지배 엘리트들은 한 팔로는 대외적으로 주창해온 신자유주의 정책을 구사하면서 다른 한 쪽에선 필요에 따라 현실주의적인 정책을 펴는 반면 한국의 엘리트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납작 업드려 다른 한 팔을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없애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월스트리트 최고경영자(CEO)의 연봉 상한을 도입하고 지난해 말 AIG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은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 말레이시아가 은행 국유화를 밀어붙일 때 성토했던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가 얼마 뒤 당시로선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한 사례를 우리 정책 당국자들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장 연구원은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1998년 재벌의 제2금융권 소유를 허용한 것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을 잘못 진단한 끝에 나온 악수(惡手)란 것이다. 그는 “금융위기에 한국이 더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 것은 세계시장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자본의 유동성이 원활해진 데도 원인이 있다.”며 만약 재벌에 은행마저 내줄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폐해는 재앙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지난해 말 환율 방어에 연기금을 동원하는 등 국민이 노후에 대비해 믿고 맡긴 자금을 쌈짓돈 쓰듯이 하고 있다는 것. 더욱 문제는 지난 10년 간 초국적 금융자본이 국내에서 수익을 챙겨 떠날 수 있게 만든 것처럼 정부가 연기금 등을 동원해 떠받치는 행태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그나마 시민단체·노동계가 간여할 여지가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펀드매니저 등에게 운용을 맡겨 거의 ‘조공(朝貢·emperial tribute)’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부채는 줄었지만 국민경제 전체의 부채는 줄지 않고 오히려 가계는 대출 이자로, 정부는 세금으로 은행을 이중으로 돕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런 은행마저 재벌 소유가 될 경우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성장의 근본적인 동력인 제조업을 기피하고 인수·합병(M&A)으로 머니게임이나 벌여 국민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장 연구원은 이에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와 다른 원리로 움직이는 금융주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준국유화 또는 반(半)국유화 은행의 출범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일본처럼 지역 밀착형에 비영리(NPO) 성격의 은행을 시민운동 차원에서 만드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지난 10년간 ‘부자되기 신드롬’이 중립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연대와 공동체 정신을 사라지게 만든, 보수적인 정치적 프로젝트였다는 것이다. 장 연구원은 “진보세력은 ‘욕망의 물꼬’를 어떻게 돌려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정치세력화를 기약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다음은 장진호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4일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됐다.법 시행의 의미와 전망,진보진영에 던지는 과제부터 정리한다면. 자통법은 금융기관의 업무 장벽을 없애 금융 허브로 가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에서 나왔다.다른 업종에 있던 금융기관들끼리 한 링에서 싸우게 만든 것이다.은행 보험 증권사가 자기 영역을 허물고 함께 겨뤄야 하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문제는 경쟁이 격화되면 수익성 추구의 강도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특히 증권사의 지급결제기능 허용 등은 은행과 증권사간 경쟁 격화를 가져올 수 있는 동시에,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 진입장벽을 대거 허무는 결과로 금융부문의 초국적화를 가속시킬 것이다.또 경쟁 과정에 탈락되는 기관도 있을 것이고 많은 이들이 구조조정되는 한편,외국의 금융회사들이 국내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 97년 외환위기때 은행에서 일어났던 자본의 탈국적화가 제 2금융권에서 일어날 가능성도 더 커졌다. 자통법이 안고 있는 급진적 규제완화는 미국과 유럽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와도 역행하는 것이어서 진보진영이 이를 지적하고 대안을 마련해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금융위기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서 사회과학도로서 느꼈던 문제점이 있다면. 금융위기 진행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보도는 성실했지만 왜 위기를 불러왔는가를 시스템의 위기라기보다 관리의 문제로 보는 정부당국의 변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데 지성의 위기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글로벌 스탠더드를 비현실적 교조적으로 국가의 정책 엘리트들이 단순히 무지해서가 아니라 이해가 녹아들어 있는 측면이 있다.글로벌 스탠더드 지경부 간부들이 판단 근거나 권위의 기반을 외부에서 찾는 경향이 짙다.이를 만든 미국과 유럽의 정책 엘리트들은 두 팔을 모두 사용한다.한 팔은 대내외적으로 내세워온 자유주의 이념을 외치고,다른 팔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현실적,실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월가 최고경영자에 대한 보수 상한이라든가 AIG에 대한 구제금융은 언제라도 국유화 등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일이다.몇년 전만 해도 사회주의적 짓이란 비판받을 수 있는 내용인데도 최근에는 이를 무시하는 두 팔을 주어진 글로벌 스탠더드에 너무 집착한다.생산 주체하는 사람들의 자율적 사고 기능이 멈춰섰다는 극언이 가능할 정도다.외부의 권위와 영향력을 업은 지배 엘리트가 영향력을 미친다는 역사적 관성에 따른 것이다.지성의 위기가 정치사회의 위기와 결합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금융지주회사법,보험업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금융빅뱅 법안의 처리 전망과 향후 대응,진보진영이 염두에 둘어야 할 관점들을 요약한다면. 1948년 건국 이후 미군정이 자유주의 경제질서를 이식하면서 은행의 민간 소유를 장려했다.그러면서 재벌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박정희 군사정권이 산업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은행 국유화를 시켰다.그런데 재벌은 은행을 갖고 싶다는 욕구를 내비치다 1980년대 이후 2금융권을 먹기 시작했고 그것도 모자라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은행을 소유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1948년 이후 1960년대 이전 문제점이 되풀이 되지 않겠는가 걱정된다. 자금 동원력이 커지니까 산업 부문의 경쟁력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돈놀이,M&A를 통한 머니게임에 몰두할 수 있다.재벌의 사금고화와 산업의 경시가 둘이 따로 떨어질 수 없다.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굳이 제조업에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몰두할 이유가 없어진다. 잘못된 보약을 처방해 큰 탈이 날 수 있다.산업자본으로선 단기적으로 횡재로 비치겠지만 국민경제적 입장에서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의 2금융권 소유를 허용했는데 재벌의 과잉투자를 위해 종금사 등이 과도한 외채를 끌어들인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우리 경제의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데 작용했다. 2금융권 소유 만으로도 재앙을 불러왔는데 은행마저 소유하게 하면 더 큰 규모의 빚잔치를 불러올 수 있다. ●재앙이 다가올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 해법을 제시한다면. 바둑에서 복기를 하듯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에 대해 짚어야 한다.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그때 꼭 그런 결정을 해야 했는지,다른 대안은 없었는지,그 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현안에 매몰되다가 오늘 그런 위기를 불러온 원인을 짚는 데 소홀했다. 사실 어떤 결과가 현실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까 꼭 늦었다고 볼 수는 없다.한국경제가 동남아 어떤 나라보다 급격한 환율변동과 타격을 입었는데 이것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잘못과 연계돼 있다. 신자유주의화,금융자본주의화,은행에 의해 자산운용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자는 제도의 전환보다 욕망의 전환,행동방식의 전환도 크게 나타났다고 본다.일상생활의 금융화가 최근 10년동안 공세적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가 동남아보다 한국에서 더욱 불안정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국내 경제가 세계경제에 긴밀하게 통합되었다는 측면도 있고 국내 자본시장에 들어와 있는 초국적 자본의 이동이 용이해졌기에 가능한 면도 있다.최근 10년동안 경제정책에 금융 주도 노선이 관철됐던 배경에는 국내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대폭 증대한 데도 원인이 있다.펀드 투자 붐이 이어졌고 최근 위기로 많은 손실을 봤다. 단순히 신자유주의로 인해 제도와 법률,규칙만 바뀐 것이 아니라 사고와 행동양식의 변화까지 수반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부자되기 신드롬과 일상생활의 금융화로 자산 설계와 재무적인 관심이 생애 설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10년간 재테크교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팽배해졌다.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줬는데 과연 그런가라는 질문을 뒷전으로 밀어놓았다.부자가 늘어난다는 건 빈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부자란 타인의 노동을 평균 이상으로 집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부자가 늘어나면서 국민 전체가 잘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식민지 개척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집적한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부자되기 신드롬이 개인적 자산추구 경쟁으로 몰두하게 만들면서 사회 공동체적 연대성을 파괴시켜왔다.나 아니면 경쟁자로 파악하게 만들어 사회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개인적으로 탈출하는 전략에 몰두하게 하면서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상실하게 만들었다.80년대 전태일 평전이 대학가에서 꼭 읽어야할 책이었다면 지금은 워런 버핏이나 잘나가는 CEO의 평전이 팔리는 세태가 의미하는 바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위기를 통해 개인적 경쟁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이제 그런 경쟁이 모두를 안정되고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면서 개인에 도움을 주는 기법이라 하겠지만 정치적 연대,약자에 대한 배려와 연민을 묻어버리고 개인적 생존전략만 추구하게 만드는 굉장히 효과적인 정치 프로모션이라 할 수 있다.이걸 바꾸지 않고선 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도 어렵지 않겠느냐 보고 있다. 대중의 욕망의 물꼬를 어떤 방향으로 돌리느냐 이걸 고민해야 한다. 자통법을 시행하는 이유도 금융 허브화를 노리는 것인데 이게 뭔가.결국 외환위기 때 당한 것을 동남아에서 벌어(만회해) 보자 이런 얘기다.우리가 욕하던 국제적 수탈을 똑같이 다른 이에게 하려는 모순도 포함돼 있다. 서구의 복지국가가 식민지 수탈을 통해 이룩됐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70년대 서유럽 국가들은 재정 적자의 위기에서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으로 연기금을 초국적 자본으로 바꿔 신흥시장의 배당을 뽑아 지원받는 전략을 썼다.연금을 시장화하기 때문에 위기에 취약해졌다.연기금을 시장화하니 불안정성이 높아진다.신흥시장의 노동가치를 배당 등으로 유출하는 것이니까 노동가치가 자본시장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니까. ●금융빅뱅 법안에 그런 내용들이 포함됐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건가. 전혀 내용을 모르고 있다.심상정 같은 이가 어느 정도 그런 안목을 갖고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에 대해 무감각하다. 월가 급여를 제한한다는 사회주의적인 규제가 나오고 있다.지금은 상식처럼 받아들이고 있다.월가가 위기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고 그런 공감대가 맞춰질 정도로 위기가 심각한 것이다.유럽도 그런 식이다.우리는 그 정도 규제는커녕 있는 규제도 없애는 판국이다.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조금 더 잘하면 되겠지,정신무장을 잘하면 되겠지 하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계속) 글 /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경기 하남문예회관 매진행렬 왜?

    경기 하남문예회관 매진행렬 왜?

    경기 하남문화예술회관의 대극장인 검단홀은 1, 2층 합쳐 911석이다. 결코 큰 극장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인구가 14만명 남짓한 하남에선 3000석이 넘는 서울 세종문화회관보다 오히려 커 보인다. 그런 하남문예회관에서 올해 들어 매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인순이와 함께 하는 2009 신년 음악회’는 지난 연말에 이미 표가 모두 팔렸고, 274석의 아랑홀에서 15일 열린 굿모닝콘서트 ‘유익종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도 매진됐다. 31일 검단홀에서 펼쳐지는 김태균·정찬우 개그 콤비의 ‘새해맞이 컬투쇼’도 당일에는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매표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남은 이미 미사리(지금은 미사동이다)를 중심으로 ‘라이브 카페’라는 독특한 문화가 형성돼 있는 도시다. 미사리는 알아도 하남은 모르는 사람이 많을 지경이다. 하남문예회관이 대중문화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 것도 ‘지역 이미지에 맞는 공연개발’이 극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19일 가수 박학기에 이어 추가열, 조덕배, 김세화, 유심초가 오전 11시 굿모닝콘서트와 오후 3시 콘서트를 위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작은 무대에 ‘모시기’ 어려운 인순이의 콘서트가 가능했던 것은 방송작가 출신으로 대중문화분야 전반에 인맥을 갖고 있는 박만진 공연기획팀장의 역할이 컸다. 박 팀장과 친분이 두텁다는 인순이는 하남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잊지 못해 5월에 한 차례 더 검단홀 무대에 선다. 박 팀장은 “실험적이거나 전문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면서 “일단은 많은 시민들이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잘 알려지고 검증된 작품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모스크바 소년소녀합창단의 송년음악회와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명품 클래식의 밤’ 같은 정통 클래식 콘서트는 많은 관람객을 불러들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는 2월21일엔 비올라연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과 독일의 고음악연주단체 알테 무지크 쾰른의 바로크콘서트, 6월엔 역시 리처드 용재 오닐과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참여한 앙상블 디토, 9월에는 첼리스트 정명화의 공연 등 대중성과 의미를 모두 살린 기획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특히 10월에 프랑스 작곡가 마스네의 오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의정부예술의전당과 공동으로 기획해 공연하는 것은 하남의 문화사를 새로 쓰는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남문예회관은 2007년 개관한 이후 아직 한 차례도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 적이 없다. 서동철 문화부장 dcsuh@seoul.co.kr
  • [길섶에서] 비둘기 발/강석진 수석논설위원

    후드득 날아오르는 것만으로도 평화를 상징하던 비둘기가 도시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도시의 여기저기에는 모이를 주지 말라는 주의표시가 나붙어 있다. 그래서일까. 서울의 비둘기 밀도는 몇 년 사이에 현저히 떨어진 것 같다. 도심 곳곳에 화려한 군세를 보이던 비둘기들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궁금할 정도다. 시인 김광섭이 일찍이 ‘성북동 비둘기’에서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고 읊은 것처럼. 예전보다 흔치 않게 되면서 비둘기를 만나면 유심히 들여다볼 때가 있다. 뜻밖에 발이 오그라들거나 뭉개져 제대로 걷지 못하는 비둘기가 많다. 병 때문일까? 누군가는 ‘가는 실이나 끄나풀을 버리면 그게 비둘기 발에 감겨서 조막손처럼 된다.’고 설명한다. 인간 근처에 산 업보라기에는 너무 가혹하고 가엽다. 모이로 산아제한하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기왕 세상의 빛을 본 녀석들은 발 뻗고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거센 강물과 사투벌인 英 마이티 마우스

    영국에서 거친 강물을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작은 들쥐의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긴 꼬리를 이용해 거센 강물에서 목숨을 건진 용감한 들쥐 한 마리를 소개했다. 컴브리아주 칼라일 근처에 사는 존 암스트롱(John Armstrong, 42)은 3주간 얼어붙었던 날씨가 풀린 뒤 물이 넘치기 시작하는 어싱 강(River Irthing)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강 건너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필사적으로 올라가는 작은 쥐를 발견했다. 존이 유심히 관찰하는 동안 쥐는 나뭇가지 위에서 강을 가로지르는 돌다리 위로 뛰어 오르려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다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물 속으로 빠졌다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쥐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쥐의 꼬리가 강물을 타고 흘러 내려오던 나무 조각을 감싼 것이다. 나무 조각을 이용해 물 위에 떠있던 쥐는 마침내 무사히 강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존은 “쥐가 물에 빠진 뒤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했다.”며 “결국 물에서 탈출해 정말 행복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문설주 기자 spirit0104@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현장 행정] 중랑구 어린이집 보육모니터링

    [현장 행정] 중랑구 어린이집 보육모니터링

    “이 돈가스 소스는 유통기한이 잘 안 보이네요. 날짜가 언제죠.” “방마다 모서리 보호대를 잘 붙여 놓았네요.”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랑구 상봉1동 구립어린이집. 얼굴엔 미소를 띠고 있지만 예리한 눈빛의 세 여성이 어린이집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있다. 간식을 먹는 유아들의 얼굴표정이나 행동까지도 유심히 살펴본다. 이들은 중랑구의 보육 모니터링단이다. 중랑구는 지난해 7월부터 안심보육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 어린이집 종사자, 담당공무원이 한 조가 돼 보육시설을 직접 방문하고 시설 상태를 점검한다. 그동안 전문가 없이 공무원 혼자 현장에 나가 시설을 둘러보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내부 위생상태나 안전 문제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가정복지과 직원 5명과 주부, 어린이집 원장 10명 등 총 15명이 모니터링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237곳의 어린이집을 3~4개월마다 점검한다. 이날 구립 어린이집을 찾은 어린이집 원장과 주부 단원들은 유독 조리실을 신경써서 관찰했다. 유통기한은 맞는지, 위생 상태는 깨끗한지를 꼼꼼히 확인했다. 어린이들에게 다가가 음식이 맵거나 짜지 않은지 묻고 복장이나 표정도 하나하나 살폈다. 모니터링 단원인 주부 한소희(37)씨는 “다섯 살 된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엄마 입장에서 무엇보다 음식 재료가 신선하고 맛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면서 “아이들 표정만 봐도 시설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씨가 식당을 살펴보는 동안 가정복지과 직원 김해경(40)씨는 서류를 확인했다. 물품 내역과 급식 메뉴가 맞는지 검수·운영일지 등을 살폈다. 간혹 회계서류 액수가 맞지 않을 때에는 철저한 조사에 들어간다고 했다. 허위 청구로 드러나면 정부에서 지원한 보조금을 환수조치한다. 위생 시설이 불량하면 시정조치를 내린다. 안심보육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단원이나 점검을 받는 보육시설 모두 만족도가 높다. 처음엔 공개를 꺼렸던 어린이집 원장들도 지금은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그만큼 학부모의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다른 보육시설을 보고 벤치마킹도 한다. 주부들 사이에서도 안심하고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됐다며 호응도가 높다. 모니터링단은 교통비 외에 따로 받는 임금은 없지만 “내 자녀가 다닐 어린이집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어린이집 운영자로 모니터링에 참가하고 있는 김숙자(49) 원장도 “시설을 점검하며 오히려 배우는 점이 많다.”면서 “미끄럼방지 타일이나 방마다 설치된 수도시설 등은 보자마자 우리 어린이집에도 바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손정석 가정복지과 과장(57)은 “주부와 전문가가 직접 어린이집 개선에 나서면서 보육 환경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좋아지고 있다.”면서 “현재 공무원 1명당 50여곳의 어린이집을 관리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모니터링단 규모와 활동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호모 리터니즈/진보경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호모 리터니즈/진보경

    나는 빈 칸에 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다.‘해당 정보와 일치하는 아이디는 다음과 같습니다.jeonghyuns**’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끝 두 자리는 별표로 표시한다는 설명이 붙지만 나머지 철자는 뻔하다.정현수.그러니까 숨겨진 두 글자는 알파벳 ‘oo’인 셈이다.화면 상단의 비밀번호 찾기로 들어간다.아이디와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 인증번호를 차례로 채운다.마지막으로 새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정현수의 보안장치는 너무 허술했다.현실과 가상으로 나누어진 그의 공간.탐사 삼 일째,잠입은 성공적이다. 첫째 날은 집 안을 둘러보고 청소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불청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냄새였다.숙성이라고 해야 할까,부패라고 해야 할까.여러 소(素)들이 섞여 오랜 시간 묵은 냄새.증발된 삶의 흔적들이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고여 있었다.음식 냄새,담배 냄새,가구 냄새,하수구 냄새…….그리고 그의 체취.좀 더 강한 냄새부터 잔향까지.모두가 뒤섞여 도무지 구분되지 않는,냄새들의 저장소.금세 두통이 도졌다.발코니로 다가가 창을 열었다.앞 동은 층고가 낮고 뒤쪽은 야트막한 산이 배경인 아파트의 21층.벌거벗고 집안을 활보해도 될 만큼 자유로운 높이에 그는 살고 있었다.발밑으로 솜뭉치 같은 먼지들이 풀풀거렸다.청소기를 돌리고 썩은 음식들을 내다 버렸다.자정이 넘은 시각,음식물 쓰레기통 뚜껑을 여는 남자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둘째 날은 늦잠을 잤다.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는 그의 침구 속에서,나는 배가 고파 눈을 떴다.냉장고 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생수 두 통뿐이었다.주방 수납장에서 라면 몇 봉지를 발견했다.계란도 단무지도 김치도 없이,끓인 라면을 뚜껑에 덜어 두 끼를 때웠다.정현수의 휴대전화를 충전해 전원을 켰다.다행히 잠금 설정은 되어있지 않았다.전화번호 저장함은 텅 비어 있었다.통화목록도 모두 지워져 아무런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수신함에 읽지 않은 메일 수백여 통이 쌓여 있다.나는 잠깐 망설인다.메일들을 클릭하는 순간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스팸메일이야 그렇다 쳐도,수신 확인은 그의 실존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되지 않겠는가.어쩌면 나에겐 그것이 더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우선 광고메일들을 체크해 휴지통으로 보낸다.발신자가 백화점이나 은행,식당,웹사이트 등의 상호로 표시되거나 제목에 ‘대출’,‘오빠’,‘신제품’ 같은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으면 무조건 삭제한다.그러고 나니 순수한 의도와 목적을 가진 듯한 메일 여섯 통이 남는다.지난달에 수신된 두 통은 결혼식과 돌잔치 안내가 제목으로 올라와 있고,한 통은 ‘형 잘 지내요?’로 안부를 전하는 메시지다.네 번째 메일의 제목은 ‘수정 관련사항입니다’,발신인은 ‘한강병원’이다.언뜻 봐선 그의 사적인 일에 관한 내용인 듯싶다.정현수는 유부남이었을까.내용을 살펴본다.안녕하세요.한강병원 원무과 김 대리입니다.제작해 주신 홈페이지에 오류가 발생하여 문의 드립니다.추가로 수정을 원하는 부분도 상세하게 적어두었으니 첨부파일을 참고하세요.비용 관련 협의는 전화로 했으면 합니다.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발신인이 ‘리쉬케쉬’인 메일 두 통을 놓고 고민한다.리쉬케쉬는 실명일까,닉네임일까.‘제목 없음’이 제목인 이 메일은 광고일까,아닐까.얼핏 대부업체 상호 같은 느낌도 든다.인터넷 새 창을 열어 검색어를 입력한다. 요가와 명상의 도시 리쉬케쉬.갠지스 강의 상류에 위치한 히말라야의 관문이다.힌두교인의 성지이므로 이곳에서 푸자를 하고 꽃접시를 띄워 보내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요가의 본고장이라 수많은 아쉬람과 요가선생들이 있고,비틀스가 구루(guru) ‘마하리쉬 마헤쉬’를 찾아와 머무르면서 더욱 유명해진 도시.장기간 요가와 명상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최적의 장소이며 금주와 채식의 고장.술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고 100% 채식을 하므로 이곳에서는 달걀조차 먹을 수 없다……. 수행자의 도시에서 온 메일.역시 판단하기가 어렵다.어쩌면 그가 가입한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의 이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가입한 카페 목록을 열어본다.삼십대 중반의 남자라면 대부분 가입했음직한 성격의 카페들이 주르륵,여섯 개가 뜬다.등산,음악,사진,재테크,여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CEO클럽.정현수의 직함은 대표이사였다.회사명은 ‘펨토테크놀로지’.첫째 날,그의 명함에 찍힌 회사 전화번호를 눌러보았다.결번이었다.명함 우측 상단엔 ‘네트워크 솔루션’이라는 단어가 인쇄돼 있었다.회사 도메인을 주소창에 입력했다.웹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을 닫게 된 그 회사의 CEO가 정현수였다.한강병원에서 발주를 받은 건 회사를 폐업하기 전이었을까,아니면 이후일까.그가 되기 위해선 그를 완벽히 알아내야 한다.나는 리쉬케쉬에서 온 메일을 열어보기로 결심한다. 수신날짜가 8월 5일인 첫 번째 메일은 사진 한 장과 두 줄의 메시지가 전부였다. 내가 지금 이곳에 머무는 이유에 대해 잊으려고 노력 중이야.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어.요즘 사귄 새 친구를 소개할게. 허름한 골목길,얼룩소 한 마리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사진.소의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물인지 침인지 모르겠다. 두 번째 메일은 내용 없이 인물 사진만 첨부돼 있다.통통한 체형에 단발머리인 여자는 무표정하다.그렇지만 딱딱하게 굳지 않은,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다.아마도 발신인의 사진 같다.두 통의 메일로는 아무것도 추측할 수가 없다.그녀는 정현수와 어떤 관계일까.수신된 날짜는 10월 17일.내가 그를 발견하기 하루 전에 도착한 것이다. 마른 낙엽을 수북이 덮고 그는 얌전히 엎드려 있었다. 평일 오후의 등산로는 한산했다.매표소 앞 매점에서 김밥과 라면을 사먹고 네 시쯤 오르기 시작한 산행이었다.중년부부 두 쌍과 젊은 여자 한 명,대학생으로 보이는 일행 대여섯 명 정도가 그날 마주친 사람 전부였다.어디서 넘어왔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모두 하산 길이었다.조용한 산길에서 서로 말없이 길을 터주며 걸음을 재촉했다.깔딱고개를 지날 땐 평소보다 심하게 헉헉거렸다.지난밤 과도하게 마신 술과 담배 때문이었다.계곡을 치고 올라온 지 한 시간이 지났다.정상이 눈앞에 보였다.숨이 턱까지 차올랐다.마지막에 사람을 가장 고통스럽게 담금질하는 건 산행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조금 있으면 해가 질 시간이었다.산속의 어둠은 모든 것을 까마득하게 지워버린다.주변은 물론,시야에서 사라진 길 위에 서있는 내 모습 까지도.검은 하늘과 더 짙은 능선의 경계만 구분할 수 있을 뿐이다.야간산행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당혹감을 넘어 두려움으로 온몸을 굳게 만드는 어둠.나는 산속의 어둠쯤 두렵지 않았다.거의 매일 오르내린 덕분에 눈 감고도 헤칠 수 있는 길이었다.호흡은 가빠도 마음은 더없이 고요했다.등산객 이외의 어떤 것으로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 산.그곳에 있을 때 나는 가장 자유롭고 평등했다. 물든 단풍은 정상 근처에서만 볼 수 있었다.발밑에선 낙엽들이 사각,소리를 내며 부서졌다.가을은 아직 오지 않고 가뭄이 세상을 바짝바짝 말리고 있었다.나는 용변 볼 장소를 찾아 길을 등졌다.널찍한 바위 뒤편에 쭈그리고 앉아보았다.굽이진 길 위로 하산하는 일행이 보였다.소변이야 대충 돌아서서 금방 끝낼 수 있지만 엉덩이를 까고 앉아야 하는 일은 더 은밀한 장소여야 했다.아래쪽은 급경사였다.다른 길을 찾아볼 여유는 없었다.나는 내리막 경사를 따라 미끄러지듯 뛰었다.이 정도면 됐다 싶은 곳에 바지를 내리고 앉았다.어느새 파리들이 다가와 윙윙거렸다. 발끝으로 낙엽을 모아 용변을 덮었다.역시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냄새가 심했다.시큼하고 들큼하고 구렸다.손가락으로 코를 싸쥐고 발로 계속 낙엽을 찼다.사위는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대충 정리를 끝내고 비탈길을 오르던 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누가 불러 세운 것 같기도,알 수 없는 신호를 받은 것 같기도 했다.내가 앉아있던 주변을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내려다봤다.불룩하게 솟은 무언가가 보였다.바위도 아니고 흙도 아니었다.나는 슬금슬금 내려가 다시 그 자리에 섰다.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유심히 살폈다.수북한 낙엽 사이로 푸른 옷자락이 보였다.손바닥으로 낙엽을 헤쳤다.역한 냄새가 훅 끼쳤다.푸른 상의에 검은 바지 차림의 누군가가 엎드려 있었다.그의 등에 손바닥을 댔다.차가웠다.이봐요.나는 푸른 옷의 오른팔을 들춰보았다.표피가 터질듯 부풀어 오른 파리 유충들과 딱정벌레 무리가 굼실거리고 있었다. 요동치는 마음과 달리 나는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불현듯 오한이 들고 온몸이 떨려왔다.나는 망설였다.그냥 모른 척 되돌아가고 싶었다.후들거리는 발이 붙박인 듯 움직이지 않았다.휴대전화를 꺼내 ‘119’를 눌렀다.깊은 계곡 안이라 통화불능이었다.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통화를 시도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조금만 기다려요.그 말은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었다.천천히 몸을 움직여 일을 진행했다.구조대원들이 발견하기 쉽도록 그를 덮은 흙과 나뭇가지,낙엽들을 옆으로 치웠다.벌레들이 놀란 듯 꼬물거렸다.파리들이 머리 위를 맴돌았다.냄새 때문에라도 더는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현장 정리를 마치고 돌아서려던 그때,또다시 무언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그의 바지 뒷주머니 위로 반쯤 삐어져 나온 지갑. 나는 침착하게 등산장갑을 손에 꼈다. 어차피 이 사람에겐 소용없는 물건 아닌가.발견한 구조대원이 유족들을 수소문해 돌려줄 수도 있겠지.하지만 나와 같은 누군가가 이것을 먼저 발견한다면…….장갑 낀 손으로 지갑을 빼냈다.몇 장의 카드와 신분증,현금은 십만 원도 채 안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내 의도와 상관없이 유예된 삶에서 벗어날 방도를 궁리 중이었다.좀 더 잘살기 위해 선택한 길인데 어쩌다 보니 한가운데 갇혀버린 채 덜컥 문이 닫혔다.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사람들 또한 그랬다.서른 살 넘은 무직자인 나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어릴 적 친구들뿐.누구도 나를 달가워하지 않았다.나는 이제껏 그 흔한 연애조차 못 해봤다.더 나은 모습으로 더 좋은 상대를 골라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다.현재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없었고 그런 내가 적응할 수 있는 집단이나 장소 역시 없었다.하지만 그건 명백히 내 잘못이 아니다.나는 열심히 노력해 왔다.단 한 번도 샛길로 빠져보지 않은 그야말로 모범생이었다.그렇다 해도 나를 그럴듯하게 돋보일 수식어가 없는 한,내 삶은 유예 중인 거였다.이제 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전면적인 궤도 수정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벌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집마련을 목전에 두고 있는 또래들을 보면 더욱 극심한 절망감에 빠졌다.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오던 길 계속 가는 것도 불안하고 새 길을 찾아내는 것 역시 자신 없다.나는 내 인생의 판을 새로 짜고 싶었다.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갑에서 현금 대신 신분증을 꺼냈다.아이 손바닥만 한 작은 플라스틱 판 안에 그의 정보가 고스란히 들어있었다.이름은 정현수.나와 동성(同性)이고 나보다 한 살이 많다.뿔테 안경에 회색 스웨터 차림의 증명사진 속 그는 나이보다 조금 더 늙어 보였다.주소지는 서울의 남쪽 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 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이제껏 한 번도 품어보지 못한 생각이,그야말로 섬광처럼 떠올랐다.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댔다.아니다.그것은 전부를 버려야 가능해지는 일이다.지금까지의 나,나의 생활,인간관계,과거 행적까지 모두. 그럴 수 있겠는가. 모든 일은 순식간에 처리됐다.‘그럴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결단은 내리지 못한 채였다.나는 내 지갑의 신분증을 꺼내 그의 것과 맞바꿨다.신용카드 한 장과 그의 명함도 몇 장 챙겼다.현금은 건드리지 않았다.주머니에 지갑을 원래대로 꽂아두었다.오른쪽 앞주머니를 더듬어 휴대전화와 열쇠꾸러미까지 갈취했다.딱딱한 그의 골격이 손가락에 닿았다.헤친 낙엽과 흙을 다시 그의 몸 위에 덮었다.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깜깜한 그곳을 어떻게 등지고 하산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가을밤,산중의 바람은 차가웠다.땀에 젖은 바지가 다리에 자꾸 휘감겼다.어지러워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주저앉았다.멀리서 매점 불빛이 반짝였다.내 삶을 최초로 이탈하는 순간이었다. 두 통의 메일로 봐선 정현수와의 관계를 가늠하기가 어렵다.현재 인도에 머물고 있는 여자는 두 달 간격으로 소식을 전해왔다.그것도 너무나 간략하게.여자의 이전 소식을 알 수 있을까 싶어 메일 보관함을 뒤졌다.정현수가 따로 보관 중인 메일은 없었다.휴지통마저 텅 비어 있었다.그는 관리가 철저하고 주변정리가 깔끔한 사람이었다.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들은 폴더 별로 분리되어 탐사하기가 수월했다.‘사진방’ 폴더를 클릭한다.날짜 및 장소별로 지정된 폴더 안에 인물 사진은 그의 독사진 몇 장뿐이다.나머지는 모두 풍경사진.내친김에 앨범을 찾아보기로 한다.서랍과 책꽂이,장식장,심지어 다용도실까지 뒤졌지만 그 흔한 졸업앨범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그는 누구일까.나는 갑자기 불안해진다.그를 빌리기로 결심한 이후 가장 걱정되는 점이 그의 인간관계였다.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과 통화목록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용기를 내지 않았던가.그러니 오히려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그래도 설마 했지만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최소한의 관계인 가족조차도.모든 인연에 무관한 그의 삶이 어쩌면 의도에 의한 것은 아닐까,궁금해진다. 사흘간의 탐사 끝에 비로소 나는 그가 되어 사는 일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아파트 정문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상가 식당에서 백반을 사먹었다.식사 후엔 동네 주변을 산책했다.나는 정현수 대신,아니 정현수가 되어 거리를 쏘다녔다.그의 옷은 내게 헐렁했다.살을 좀 찌워야 하지 않을까,나는 잠시 고민했다.키는 더 늘일 수 없으니 소매와 바짓단을 줄여야 할 것이다.거대한 체구와는 다르게 정현수는 심플한 취향을 가졌다.살림살이 역시 단출했다.옷장,침대,컴퓨터 책상,주방가구.거실엔 한쪽 벽을 책장으로 채웠을 뿐 마땅히 갖춰야 할 티브이와 소파가 없다.드문드문 꽂혀 있는 책들은 대부분 IT와 경영관련 서적이고 간간이 ‘줄리아나의 리더쉽’,‘협상의 원포인트 레슨’ 같은 처세 관련 책들이 눈에 띈다.옷장 서랍 밑바닥에 통장 대여섯 개가 나란히 깔려 있었다.모든 공과금은 정해진 날짜에 자동이체로 빠져나갔다.그는 통장마다 맨 앞 장 귀퉁이에 연필로 비밀번호 네 자리를 적어두었다.잔고는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관계없음’으로 인한 정현수의 삶은 외로웠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익숙한 내게는 무척 다행한 일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아버지는 내가 중학생이던 때 엄마와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엄마는 늘 내게 말했다.명심해라.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걸.아버지와 결혼할 당시 엄마는 항공사 승무원 시험 최종합격을 앞두고 있었다.사랑에 빠져있던 엄마는 결혼을 선택했고 그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어긋난 거라고.그때 내가 승무원의 길을 택했더라면…….평생을 잊지 못할 아쉬운 선택에 엄마는 탄식했다.그건 모르는 일이죠.그 길에서 또 어떤 일이 엄마를 어긋나게 했을지.어쩌면 지금보다 더 참혹했을 수도 있어요.나는 혼자 중얼거렸다.알밤을 맞을 일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의 고귀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믿는 일이,원래 주어진 참혹한 삶을 인정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였다. 졸업 후 여기저기서 취업 제의가 들어왔다.금융권의 계약직 사원으로 취직한 동기들이 앞다퉈 나를 데려가려고 나섰다.나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이년째 낙방 중이었다.마음만 먹으면 중소기업 정규직 자리도 널려 있었다.서른이 넘도록 용돈을 타 쓰는 일이 괴로웠던 나는 솔깃했다.하지만 엄마가 고집을 부렸다.출발점이 어디냐에 따라 네 인생이 달라지는 법이야.지금 그렇게 아무 곳에나 들어가면 너는 평생 그 좁은 바닥에서 푸드덕거리다 끝날 게다.어려워도 더 넓고 깊은 물에 뛰어들어야 해.나중에 후회 없으려면 엄마 말 잘 들어라.그렇게 삼 년이 더 흘렀다.취업문은 좁아졌고 동기들은 제 밥줄 잡고 있기도 힘겨워했다.엄마는 내가 큰 물에 몸을 던지는 일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그리고 나는 지금 첫 단추를 새것으로 갈아치웠다. 받은 편지에 대한 답신을 보낸다.기쁜 날 참석 못해 미안하다.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당분간 메일로만 연락이 가능할 것 같다.안부를 물어온 정현수의 후배에게도 마찬가지 내용이다.리쉬케쉬의 여자에게는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마지막으로 한강병원 김 대리에게 짧은 메시지를 적는다.보내주신 수정안 잘 받았습니다.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마감이 겹쳐 당장은 진행이 어렵습니다.조금만 말미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며칠 후에 전화 드릴게요. H은행 통장정리기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다.입출금 명세를 기록하는 기계음이 찌익 찍,지루하게 이어진다.다른 은행에 비해 시간이 길다.인쇄되는 내용이 많은 걸로 보아 이곳이 정현수의 주거래은행인 모양이다.답신을 보낸 다음날 전화가 걸려왔다.정현수의 휴대전화가 울리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받아야 하나,말아야 하나.벨소리는 길게 이어졌고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잠시 후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한강병원 김 대리입니다.유지보수비 외에 수정비용을 따로 지불해드려야 할까요.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응답을 하지 않으면 또 전화가 걸려올지도 몰랐다.나는 간단히 답신을 보냈다.그건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투입구에서 빠져나온 통장을 받아 살핀다.한강병원으로부터 매달 일정금액이 입금되고 있었다.김 대리가 말한 유지보수비,프로그램에 대한 사후관리비쯤 되는 것인가.그러잖아도 잔고가 떨어져 걱정하던 참이었다. 전화벨이 울린다.발신번호를 확인하고 수신버튼을 누른다.네,정현수입니다.나는 또박또박,이름을 밝혔다.웹마스터 P가 인사말도 없이 웅얼거린다. “요청하신 작업은 사흘이면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아,예.그렇게 처리해 주세요.” “결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갑에서 정현수의 신용카드를 꺼내 일련번호 열여섯 자리를 불러준다. 홈페이지 수정작업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정현수의 실력까지 덮어쓸 순 없었으니까.김 대리에게 답신을 보낸 후 컴퓨터에서 ‘한강병원’ 폴더를 찾아냈다.나로서는 알 수 없는 파일들만 수두룩했다.집에서 가까운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찾아가 기존 프로그램의 수정과 보완이 가능한지를 물었다.담당자는 원본 파일들을 가져오라고 했다.집으로 돌아와 저장장치에 파일을 복사했다.그리고 어제 그것들을 P에게 건네주고 왔다. 지하철 역 입구에 서서 잠시 고민한다.오늘 저녁으론 무얼 먹을까.내가 살던 집 근처엔 할머니 혼자 삼십 년 넘게 꾸려온 순댓국집이 있다.좁은 공간에 테이블 여섯 개가 전부여도 끼니때가 되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맛 소문이 났다.요즘 자꾸 그 맛이 당긴다.정현수의 집으로 가는 길과 순댓국집으로 가는 길은 서로 반대 방향이다.어떻게 할까.주변을 무심히 둘러본다.길 건너 환한 불빛,‘병천○○순대’ 체인점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횡단보도 쪽으로 몸을 돌려 걷는다.어쩌면 할머니 순대를 다시 먹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우울해진다.내 안에 축적된 기호와 습성들을 완전히 지울 방법은 없을까.나는,정현수니까. 온라인 원격교육 사이트에 로그인한다.첨삭해야 할 리포트가 다섯 개 올라와 있다.통신교육업체의 수강생들이 문제지를 풀어 올리면 그것을 채점하는 일이 나의 몫이다.각 과정별로 교재는 무료로 제공된다.나는 그 교재를 읽고 함께 제공된 답안지를 참고삼아 점수를 매긴다.의뢰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완료하면 되는 일이다.딱히 어렵거나 촉박하지도 않다.외부활동 없이 집에서 책을 읽고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된다.대신 보수는 적다.리포트 한 건당 삼천 원.그럭저럭 웬만큼만 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며칠 동안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돌며 일을 찾았다.남은 잔고와 한강병원에서 입금되는 유지보수비로는 관리비와 공과금 납부도 빠듯했기 때문이다.앞으로 생존에 관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정현수의 떡고물을 축내려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니까.결과물을 보고 김 대리는 아주 만족해했다.이번에는 그의 전화를 피하지 않았다.윗선에서 따로 비용지불은 어렵다고 합니다.대신 제가 술 한 잔 사도록 하죠. 수강생의 이름을 클릭하고 점수 칸을 채운다.참고가 될 만한 사항은 교재에서 발췌해 따로 코멘트를 달기도 한다.객관식과 주관식 문항에 꼼꼼히 답을 단 사람들에게서 성실한 삶의 태도가 느껴진다.대부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다.교재 내용은 직장 내 소통과 개인적인 성공에 관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회사 내에서 상사가 지켜야 할 점,동료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설득과 대화의 심리학…….틈틈이 다른 일자리를 더 알아봐야겠다.언제까지나 방구석에 처박혀 지낼 수만은 없다.정현수의 전공과 이력이라면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그러기 위해선 공부도 많이 해야 하겠지.새로운 영역을 배우는 일,마음이 설렌다.그리고 상황이 된다면,아니 무엇보다 먼저,연애를 하고 싶다. “선배님,오랜만입니다.” 몸집이 작고 다부진 체구의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나는 한강병원 로비의 회전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김 대리와 만나기로 약속을 정해놓고 전전긍긍했다.지난번 빚진 거 갚아야죠.정 선배님 얼굴도 보고 싶고,한 잔 사겠습니다.처음엔 핑계를 대며 몇 번 거절했다.서슴없이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그가 정현수의 어느 시절 후배인지,그저 의례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일 뿐인지,알아낼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무작정 미루고 있는 것도 불안했다.세 번째 전화를 받았을 때 어쩔 수 없이 수락을 한 거였다.나는 최대한 정현수처럼 보이도록 치장했다.사진 속 그의 것과 비슷한 뿔테안경을 구입했다.옷장에서 가장 낡은 옷을 골랐다.낡은 것은 오래 묵었다는 증거 외에 그만큼 애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두툼한 회색 니트를 꺼내 입었다.키높이 구두를 신었더니 바짓단을 접지 않아도 되었다. “작년 봄 제작 회의 때 뵙고 이번이 두 번째네요.살이 좀 빠지신 것 같습니다.제가 기억하는 선배님 첫 인상은 꽤나 듬직한 체격이었는데요.허허.” 당혹스런 속내와 달리,나는 머쓱하게 웃었다.불판 위에서 고기가 지글거리며 익어간다.김 대리가 잔을 든다. “과묵한 건 여전하시네요.” 선후배 사이긴 해도 두 번째 만남이라고 하니 저쪽도 어색한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취기가 오르면서 분위기는 조금 부드러워졌다.티브이에서 저녁뉴스가 방영되고 있지만 취객들의 소음에 뒤섞여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다.화면과 자막을 흘끔거린다.불콰해진 김 대리는 말이 많아졌다.이 나라 국민치고 내일이 불안하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침체의 늪에 이제 막 첫발이 빠졌을 뿐인데요,자신이 어떤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요.저희 병원도 감원의 칼바람이 언제 휘몰아칠지 몰라 매일 살얼음판입니다.나는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동조와 연민이 담긴 눈길을 보냈다.따끈한 온돌 방바닥에 엉덩이를 지지며 우리는 조금씩 노곤해졌다. “그런데,신 선배는 아직 연락 없어요?” 우물거리던 입놀림을 멈추고 그를 건너다본다.기어이 우려하고 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그는 정현수와 사적인 관계였다.둘의 공통분모,신 선배라니. “아직…….” “참,세상 일 알 수 없고 믿을 놈 아무리 없다 해도 어떻게 신 선배가 그럴 수 있어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이쯤에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야 할까.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면 곤란한데. “정 선배님이야,회사 일로 알게 됐지만 신 선배하고 저는 수업도 같이 듣고 꽤 가까웠거든요.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고요.” 그가 고기와 술을 추가로 주문하고 담배연기를 후,뱉으며 말을 잇는다. “선배님 많이 드세요.형수님 소식도 들었습니다.지난여름 동문 모임에서요.어딘가로 떠나셨다면서요…….혼자서 얼마나 힘드세요.” 나는 점점 궁금해진다.신 선배라는 사람은 정현수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정현수의 아내는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그에게서 떠난 걸까.혹시 리쉬케쉬의 여자일까.이대로 묵묵히 김 대리의 말을 듣고 있어도 괜찮으리라.아마 정현수였더라도,지금의 분위기에선 그랬을 것이다.그의 몸이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린다. “이게 다 신 선배 때문 아닌가요?그 사람 절대 용서하지 마세요.동업자이기 전에 둘도 없는 친구였다고 들었습니다.자기 혼자 잘살자고 그런 짓을 하다니요.결국 경쟁사만 좋은 일 시키고,회사 문 닫고,자기는 도망쳐버리고,친구도 잃고,이게 뭐예요.어떻게 정 선배한테 그럴 수 있냐고요…….” 풀썩,김 대리가 옆으로 쓰러진다.불판 위에선 까맣게 눌어붙은 고기조각이 오그라들고 있다. 김 대리의 말을 정리해 보면 신 아무개와 정현수는 절친한 친구이며 동업자였다.그런데 신씨가 정현수를 배신하고 회사를 닫게 만들었다.이후 정현수의 아내가 그의 곁을 떠났다. 만취해 그대로 잠이 든 그를 힘겹게 깨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선배님 잘살아요.김 대리가 눈을 꿈뻑이며 중얼거렸다.나는 그의 등을 두어 번 다독이고 택시를 잡았다. 메일함을 연다.리쉬케쉬에서 메일이 도착했다.‘회귀’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삶의 의미를,내가 사는 이유를 찾아내고 싶어 떠나온 지 벌써 이 년이 지났어.나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지만 그것이 내가 찾아낸 정답이라면 당신은 아마 웃을 테지?아무것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살아야겠어.다시 나로 돌아가 내 삶을 찾는 것이 방법일 거야.이곳에서의 삶도 그곳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사람 사는 모습은 엇비슷하고 어디에 머물든,어떻게 살든,나는 그저 나일 뿐이더라고…….당신 많이 보고 싶다. 여자의 도착 예정일은 11월 28일이라고 했다.앞으로 일주일 후면 그녀는 정현수를 찾아 이곳에 올 것이다.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연은 무엇일까.나는 그녀를 맞이해야 할까,피해야 할까.그렇게 되면 나의 일생일대 프로젝트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삶을 원했던 이유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나는 무능한 사회부적응자였으니까.새로운 길을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가 어려웠다.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모두 접고 다른 일을 시작하기에 나는 너무 많이 와버렸기 때문에.한 번만 더,이번엔 되겠지.미련을 쉽게 접을 수 없었다.모든 것을 내 손으로 허물어야 하는 일이 아직은 자신 없다.그곳으로 돌아가 다시 내가 된다면 똑같은 고민과 패배감에 휩싸여 매일 산에 오르는 일만 반복할지 모른다.나는,나로 사는 것이 두렵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멍하니 바라본다.우측 선반 맨 위,낯익은 제목이 시야에 들어온다.만년수험생으로 타 분야 서적을 읽을 시간이 없던 내게 친구 녀석이 선물해줬던 책.‘잠깐 머문 곳도 내게는 고향’이라는 인상적인 구절이 떠오른다.의자를 놓고 올라가 그것을 꺼내든다.툭.발밑으로 무언가 떨어져 내린다.누런 서류봉투가 반으로 접혀 있다.도톰하다.책을 내려놓고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낸다. 모두 같은 장소에서 찍힌 수십 장의 사진이다.리쉬케쉬의 여자와 정현수.새하얀 예복을 입은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그와 그녀가 공유했던 삶의 윤곽…….봉투와 책을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두고 쫓기듯 도망치듯 나는 밖으로 뛰쳐나온다.정현수 당신,고작 이런 거였어?그를 빌리기로 작정했던 순간 내가 바라던 상황은 이런 게 아니었다.적어도 나보다 나은 인생일 거라 믿었는데…….이런 삶을 나더러 어떻게 살아내라고.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뒷산을 오르고,다시 내려와 걷는다.인도를 따라 무작정 뛰고 헉헉대며 걷다가 호흡이 잦아들면 다시 뛴다.어느 방향이든 상관없다.지극히 외롭고 무거운 그의 삶을 벗어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정현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지 모르겠다.그의 죽음은 우연한 사고였을까.어쨌든 그는 실족하지 말았어야 했다.그렇게 마침표를 찍은 삶을 내가 이어 사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이것은 무늬만 다른 삶 외에 어떤 뜻이 있는가.지금의 삶이 차곡차곡 쌓여 미래가 되고 어느 지점쯤에 다다르면 나는 또 새 판을 짜고 싶어질까. 리쉬케쉬의 여자처럼 나도,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옷장 안 깊숙이 넣어두었던 등산복을 꺼내 입는다.두꺼워진 허리에 바지 지퍼가 올라가지 않는다.허리띠 버클을 조정해 간신히 채운다.배낭을 메고 그의 신분증과 휴대전화,신용카드와 명함,열쇠꾸러미를 주머니에 넣는다.현금카드,통장,그동안 사용하던 물품들은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마지막으로 현관에 서서 집안을 둘러본다.돌아온 그의 여자가 낯선 흔적을 발견할 수 없길 바라며. 어둑해진 산길을 천천히 오른다.사각거리던 낙엽들이 어느덧 수북이 쌓여 발목을 푹신하게 감싼다.오랜만의 산행이라서일까,무거워진 몸 때문일까.걸음이 쉽지 않다.리쉬케쉬의 편지 내용이 떠오른다.다시 나로 돌아가 내 삶을 찾는 것이 방법일 거야.나는 그저 나일 뿐이더라고.새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남의 인생을 덮어쓰는 일,그것은 결국 누구의 삶도 아니었다.과거를 버려둔 채 현재의 나를 바꿀 수는 없는 거였다.그런데 길이 낯설다.그날 내려왔던 그대로 마른 계곡을 따라 길을 잡았는데 이쯤 나타나야 할 바위가 보이지 않는다.하산 길 이정표를 지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는데. 이정표 지점부터 다시 시작한다.부쩍 떨어진 기온에 으슬으슬 한기가 든다.그를 다시 만나야 하는 일이 내키진 않지만 내 자리로 돌아가려면 이곳을 꼭 거쳐야 한다.빌린 물건을 돌려주고 맡긴 내 물건도 되찾아야 하니까.이제 회계사 시험공부 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다시 나로 돌아가 모든 것을 엎고 새 삶을 시작할 것이다.조만간 납골당의 엄마에게 인사드리러 가야겠다.발걸음이 빨라진다.계곡 깊이 내려앉은 어둠에 더 이상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다.랜턴을 켠다.십여 미터 전방에 그날의 바위가 보인다.나도 모르게 진저리를 친다. 바위 뒤를 돌아 내려선다.낙엽더미에 무릎이 푹,빠진다.벌레도 냄새도 거의 사라졌다.춥고 건조한 초겨울의 바람 덕분이리라.발견 당시 유충들의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던 정현수.죽음 이후의 삶은 이곳에서 더 의미 있고 유용했을지 모르겠다.장갑을 끼고 낙엽을 헤집는다.정확한 지점이 어딘지 헷갈린다.앉아 있던 자리 주변을 몇 군데 파헤친다.다시 몇 걸음 옮겨본다.일어서서 발로 바닥을 굴러본다.어느 지점쯤,돌출된 나무뿌리를 밟은 듯 딱딱한 느낌.자리에 앉는다.장갑 낀 손으로 그곳을 더듬어 굴곡을 살핀다.머리끝까지 소름이 돋는다.잘 있었어요…….나도 모르게 울컥,감정이 솟는다. 수분이 빠져나간 그의 둔부는 아래로 쑥 꺼져 있다.지갑이 꽂힌 자리만 조금 도드라질 뿐.나는 챙겨온 정현수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낸다.먼저 휴대전화와 열쇠꾸러미를 그의 바지 앞주머니에 밀어 넣는다.어쩐지 이전보다 헐렁해진 느낌이다.뒷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낸다.휴대전화의 감촉이 손끝에 와 닿는다.채우고 흐르던 내용물이 사라지고 지지대만 남은 그의 몸.갑자기 누군가 머리칼을 잡아챈 듯 정수리에 극심한 통증이 인다.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펼쳐 신분증을 교환한다.꽂혀있던 내 것을 꺼내고 가져온 그의 것을 쑤셔 넣는다.그리고 재빨리 지갑을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둔다. 모든 것은 끝났다.이제 나는 돌아가 내 삶의 새 판을 짤 것이다.그럼,잘 있어요.인사를 마치고 신분증을 내 지갑에 꽂는다.그런데 뭔가 이상하다.손끝에서 느껴지는 낯선 이물감.신분증을 다시 꺼낸다.바닥에 두었던 랜턴을 집어 그것을 비추어 본다.경련으로 요동치는 내 손바닥 위의 이것은……,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그의 주머니에 있던,내가 꺼낸 신분증에 기록된 낯선 사진과 정보.이름 한재우.주민등록번호 690125……. 무릎이 꺾인 듯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그의 지갑에 넣어두었던 내 신분증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정현수가 보관하고 있어야 마땅할 내 물건.대체 누가 나와 똑같은 짓거리를 한 걸까.여기 이렇게 얌전히 엎드려 있는 이 사람은……,누구인가!나는 거칠게 그를 뒤집어 가슴팍을 움켜 일으킨다. 손에 들린 파란 등산복 밑으로 우수수,무언가 떨어져 내린다.
  • 구글어스로 수백종의 ‘새로운 생명체’ 발견

    구글어스로 수백종의 ‘새로운 생명체’ 발견

    사생활 침해 가능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구글어스가 이번에는 세상에 전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종(種)’의 보고를 발견하는데 큰 역할을 해 화제다. 지난 가을 영국 과학자 줄리안 베이리스는 구글어스를 이용해 지구의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중 남아프리카 모잠비크 북쪽에 일련의 녹색 지역을 발견했다. 그는 구글어스를 더 조작하여 해발 1600m 지역을 유심히 살펴 보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험한 지형과 수십년 간의 내전으로 접근이 힘들었던 지역. 녹색의 띠를 더 자세히 살펴본 줄리안은 이 지역이 아직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정글 지역임을 확신하게 된다. 구글어스로 이 지역을 발견한지 3주만에 영국, 탄자니아, 스위스 등에서 온 28명의 과학자 팀이 조직됐고 70명의 짐꾼과 함께 이 지역으로 탐사대가 출발했다. 구글어스로 보았던 이 지역은 7천ha 넓이로 이 지역에서는 마부(Mabu)란 이름으로 불리는 산. 이 정글산을 들어간 탐험대는 놀랍게도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種)’들과 조우하게 된다. 이들이 발견한 종들은 200여종의 나비, 한번만 물려도 사망하는 맹독을 가진 가본 독사(Gaboon viper), 푸른 다이커 영양, 사망고 원숭이, 설치류, 수백 종의 열대 식물이었다. 이들이 발견한 새로운 종의 샘플은 영국으로 옮겨져 현재까지 3종류의 나비와 한종의 뱀이 공식적으로 새로운 종으로 확인 되었고 향후 2종의 새로운 식물과 더많은 새로운 곤충의 종이 확인될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탐사의 팀장인 조나단 팀버레이크는 “새로운 종을 발견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개발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는 자연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도 환기시킨다.”고 밝혔다. 또한 “구글어스로 서칭을 하다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를 발견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모잠비크나 파푸아 뉴기니 지역에는 아직 한번도 탐사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고 덧붙였다. 사진=텔레그래프 서울뉴스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태경(tvbodaga@hanmail.net)@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증시 유동성 랠리 시작됐나

    증시 유동성 랠리 시작됐나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전망이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증시 얘기다.최근 정부가 잇달아 각종 경기부양대책들을 내놓으면서 증시가 탄력을 받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지난 달 20일 948.69로 연중 최저점을 찍은 코스피 지수가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그 사이에 경기가 악화됐다는 지표가 끊이지 않았지만 주가는 여기에 굴하지 않았다.이 때문에 ‘유동성 랠리’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1%포인트라는 파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 유동성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미국도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해서 곧 제로 금리 시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고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한국도 곧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이렇게 되면 유동성이 풍부해져 결국 투자할 곳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각 증권사들은 최소한 코스피지수 1200선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경제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다 보니 당분간 증시가 올라설 것”이라면서 “실제 유동성 랠리는 내년 1·4분기에서야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만 증시가 이보다 앞서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랠리땐 금융업종 주목을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업종이나 종목이 거론되기도 한다.12월 보름 동안 빠르게 상승한 업종은 운수장비·건설·비금속 등 자본재 성격이 짙은 업종들이다.이 업종들은 코스피지수가 1100선 안에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고 있는 동안 20%대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가격 메리트가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주가 회복률이 낮은 업종이 혜택을 더 볼 수 있다.”면서 “금융·운수장비·운수창고 업종 등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특히 유동성 랠리 때 빛을 발하는 금융업종을 유심히 보라는 권고도 있다. ●추격매수,지나치면 안 된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짧게 즐기라는 것이다.섣불리 이익을 보겠다고 나설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반등은 즐기되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면서 “최근 주식 상승은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주식시장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중요한 것은 펀더멘털이고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신용경색 문제는 언제든 다시 들이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파트장 역시 “삼성전자를 비롯해 우량한 기업들까지 실적이 안 좋을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정한 유동성 랠리라고 보는 것은 어렵다.”면서 “겉으로는 건설·금융주가 상승세를 타니까 그렇게 보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을 정확히 말하자면 유동성 랠리가 아니라 유동성 ‘기대’ 랠리에 가깝다.”고 말했다.아직까지 장기적으로 추격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 기회에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게 더 좋다는 충고도 있다.손실률이 지나치게 높아서 주식투자에 대한 비중을 줄이지 못한 사람은 어느 정도 손절매를 감수하고서라도 주식 비중을 줄여 현금을 확보해 두는 것이 더 좋다는 설명이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증시가 오르는 게 되레 특이한 현상인데 그만큼 갈 곳 없는 자금들이 많다는 현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면서 “대세를 따라 짧은 기간에 매매를 집중해 손실을 줄이되 장기적인 투자는 당분간 삼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거리에 버려진 껌에 그림 그리는 英화가

    영국 런던 거리를 걸을때 면 발밑에 버려진 껌조차 유심히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보도블록에 버려진 껌에 작은 예술이 숨 쉬고 있기 때문. 영국 텔레그래프는 최근 거리에 버려진 껌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벤 윌슨(Ben Wilson)의 사연을 보도했다. 런던을 무대로 활동하는 화가 벤 윌슨은 2004년 부터 본격적으로 껌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현재 영국과 유럽에 약 1만여개의 작품을 완성했다. 그가 이같이 그것도 버려진 껌위에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벤 윌슨은 예술 전문 잡지 로우비젼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환경은 매우 통제적이다. 심지어 갤러리, 박물관 들도 그렇다.”며 “이런 작업을 통해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벤 윌슨이 껌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도 독특하다. 일단 작은 열기구로 껌에 열을 가하고 래커를 발라 딱딱하게 만든 후 특별제작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을 묻는 질문에 벤 윌슨은 한 남자의 프로포즈를 꼽았다. 윌슨은 ”껌에 ‘당신을 사랑해. 나와 결혼해 주겠소?’라는 그림을 부탁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림이 완성한 후 여자친구에게 그 그림위에서 청혼을 했고 여자친구는 그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정부는 매년 단단하게 굳어진 껌을 압력 증기 청소기로 제거하는데 1억 5천만 파운드(3천억원)를 소비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태경(tvbodaga@hanmail.net)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환경&에너지] “기후변화 위험속에 기회가 있다”

    [환경&에너지] “기후변화 위험속에 기회가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75 Green Businesses’라는 책이 화제다.우리말로 옮기면 ‘녹색성장을 이용해 돈 벌 수 있는 직업 75가지’ 정도가 될 것이다.지난 8월 출간된 이 책이 인기를 얻자 월스트리트저널,비즈니스위크 등 미국의 미디어들은 저자인 글렌 크로스톤 박사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크로스톤은 UC샌디에이고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생물학자이다.그러나 크로스톤은 이 책을 출간하며 그린 비즈니스 전문 저술가가 됐다.또 ‘Starting Up Green’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그린 비즈니스 창업 컨설턴트,방송 해설자 등으로 맹활약중이다.미국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는 크로스톤 박사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생물학자에서 녹색 기업인으로 전향한 이유는. -전향한 것이 아니라,생물학의 영역을 확대했을 뿐이다.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든 것이 연결돼 있지 않은가.지금 지구는 기후변화라는 매우 중대한 위험에 처했다.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위험만 볼 뿐,그와 함께 오는 기회를 보지 못하고 있다.그런 사람들이 기회를 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책을 썼다. →그린 비즈니스가 기존의 비즈니스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그린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환경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완벽한´ 녹색을 찾는 사람도 있다.좋은 목표지만 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지금 중요한 것은 오늘 하고 있는 사업들을 좀더 환경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이다.또 차츰 그 목표를 높여가는 것이다. →왜 하필 75개 비즈니스인가. -75라는 숫자에 큰 이유는 없다.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이 순간에도 지금도 창조적인 기업인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린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기업인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들은 대기업 경영인들보다 주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보다 발빠르게 움직인다.녹색 기업인들은 대체로 책을 많이 일고,대화를 많이 나누며,그들에게 부닥친 문제들을 해결할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낸다.인터넷에는 그린 비즈니스들이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많은 리소스가 있다. →글로벌 금융 및 경제 위기가 그린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소비를 줄이고,비용을 아끼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그린 비즈니스는 에너지를 절약하고,물이나 종이를 덜 쓰고,제품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도울 수 있다.미국에는 경제난 이전부터 입던 옷이나 중고품을 파는 상점이 계속 늘어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10년 동안 500만개의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가능할까. -매우 큰 목표지만,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전세계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깨끗한 재생에너지를 원하는 수요가 엄청나다.이런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수많은 비즈니스와 일자리가 새로 나와야 한다.또 현재 미국 내에서만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려는 집과 건물이 수백만 채에 이른다.또 전기나 바이오연료로 가는 자동차를 원하는 사람도 많다.정부가 올바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이 모든 기회가 비즈니스로 완성되고 고용을 창출하며,결국 경제를 살리게 될 것이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주로 어떤 반응을 보이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매우 재미있는 피드백들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그들의 열정과 창의력,그리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욕은 나를 놀라게 한다.그 때문에 우리가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크로스톤 박사는 현재 ‘그린 비즈니스 창업 방법(How to Start a Green Business)’이라는 제목으로 후속작을 저술하고 있다.) →한국처럼 기술은 좋지만 시장이 작은 국가에는 어떤 그린 비즈니스가 어울릴까. -그린 비즈니스의 기회는 지역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내가 알기로 한국은 외국에서 엄청난 원유를 수입한다.따라서 우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제조업 분야에서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컴퓨터나 전자제품,가전제품을 만들 수 있다.또 폐기물을 줄이고 공해배출을 감소시키는 분야에서도 기회가 있다고 본다.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오늘 창업해서 내일 돈 버는 그린 비즈니스는 없을까. -(웃음)재미있는 사실은 그것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사업이라는 것이 빠르고 쉬운 일이 아니다.대부분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어떤 비즈니스를 하는가는 그 사람의 기술이나 관심,경험,그리고 자원에 따라 좌우된다.적당한 백그라운드와 경험이 있다면 하룻밤에도 관련 서비스업을 시작할 수 있다.다른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헌 제품을 재활용하고,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유심히 생각해보자. 이도운기자 dawn@seoul.co.kr
  • 미국LPGA투어 ‘미셸 위, 예의주시 하고 있다’

    미국LPGA투어 ‘미셸 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 보고 그의 기사를 관심있게 읽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의 LPGA 인터내셔널에서 시작되는 Q스쿨 최종 예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셸 위(19·나이키골프) 때문이다. LPGA투어의 흥행을 이끌던 아니카 소렌스탐이 떠나는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타이틀 스폰서도 감소하는 등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어 어느 때보다 슈퍼스타의 출현을 원하고 있다. 현재로선 갤러리 동원능력이나 언론의 관심도 면에서 미셸 위를 능가하는 선수를 찾기 어렵다. 미셸 위로서도 이번 Q스쿨은 대단히 중요하다. 반드시 통과해야 활동무대를 얻을 수 있다. 만약 풀시드가 주어지는 20위 안에 들지 못할 경우 미셸 위는 졸지에 ‘미아’가 될 수도 있다. 과거엔 그의 명성 덕에 초청하는 대회가 많았지만 경쟁력을 잃은 후엔 거액의 초청료를 주면서 미셸 위를 모셔가는 대회 스폰서는 사라졌다. 연간 1000만달러를 지불하는 후원사인 나이키와 소니를 위해서도 미셸 위는 이번에 반드시 투어카드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LPGA투어 측은 대회코스인 LPGA 인터내셔널에 갤러리 스탠드까지 만들어 놓았다. 미셸 위의 갤러리를 위한 배려다. 문제는 미셸 위의 현재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는데 있다. 대회장인 LPGA 인터내셔널의 레전드코스와 챔피언코스는 거리가 덜 나가는 코스로 유명하다. 습기가 높은데다 바람도 심한 편이라 다른 지역의 골프장 보다 10~15야드가 덜 나간다. 미셸 위는 드라이버의 정확성이 떨어져 애를 먹고 있다. 많은 시간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보냈다. 러프가 깊지 않은 점은 다행이지만 거리 확보가 안된다면 평지에 봉긋이 솟아 있는 대회장의 그린에 볼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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