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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꿈은 국대”

    “내 꿈은 국대”

    “메달이 걸려 있잖아요. 아파도 참고 뛰어야죠.” 제93회 동계체전 알파인스키 이틀째 대회전 경기가 열린 16일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 야마가슬로프. 초등부 경기에 나선 조범희(12·울산 궁근정초)는 의기양양하게 스타트를 끊은 뒤 슬로프를 내달렸다. 통과해야 할 기문은 모두 22개. 전날 슈퍼대회전 금메달로 2연패를 달성해 자신감이 더했다. 나머지 세 종목에서 몇 개나 메달을 따느냐가 관건이었다. 알파인스키는 슈퍼대회전·대회전·회전·복합경기로 나뉜다. 슈퍼대회전은 슬로프 시작점과 종착점의 표고 차가 크고 기문이 14~17개로 적다. 기문을 통과하며 그리는 원과 호가 크고 완만하기 때문에 스피드가 관건이다. 대회전과 회전은 하단부로 내려갈수록 기문이 많아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꾸는 ‘쇼트턴’ 위주의 경기를 해야 한다. 7개째 기문을 통과하는 순간 조범희의 왼쪽 부츠가 스키판과의 연결부인 바인딩에서 떨어져 나갔다. 스키선수들이 보통 ‘터졌다’고 얘기하는 상황이다. 체중과 활주 때의 속도 등을 감안해 설정한 바인딩 압력이 마찰과 충격에 느슨해진 것. 슬로프 아래에서 바인딩이 터졌을 때는 한쪽 발로라도 피니시라인까지 타고 내려올 수 있지만 이렇게 위쪽에서 잘못되면 100% 실격이다. 바인딩이 떨어져 나가면서 조범희는 부상까지 당했다. 절룩거리며 내려오는 게 심상치 않았다. 메달이 날아간 건 둘째치고, 17일 회전과 복합 두 종목에 나설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었다. 조범희가 스키를 타기 시작한 건 두 살 때. 여덟살에 선수가 되기까지 요리조리 잔재주를 부리는 선수들을 유심히 봤다. 회전경기의 1인자 마르셀 히르셔(오스트리아)를 롤모델로 삼았다. 6년 뒤 평창동계올림픽 목표는 소박하게 ‘출전’으로 잡았다. 만 15세 때 시작, 100점부터 차감하는 랭킹포인트를 잘 만든 뒤 출전권을 따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 설천봉의 칼바람을 맞으며 내려오는 조범희의 표정은 밝다. “(정)동현이 형이나 (박)제윤이 형도 중3 때부터 포인트를 쌓기 시작해서 이듬해 국가대표가 됐잖아요. 저도 그렇게 해보려고요. 그러려면 우선 아파도 내일 경기를 뛰어야죠.” 무주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Mr. 가위손’

    ‘Mr. 가위손’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의 배경에는 미스터 가위손이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재정 위기를 겪는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강등하는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수석 애널리스트 모리츠 크래머(45)가 ‘저승사자’로 떠올랐다. 그가 이끄는 평가팀이 유럽 각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관가의 경제 분야 공무원들은 그를 마뜩잖게 흘겨보면서 신평사들의 성급함을 비판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크래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빌딩 27층 사무실에서 팀원 10여명과 유로존 국가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모니터하고 있다. 독일 출신답게 치밀함과 냉혹함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는 그는 미국 워싱턴의 미주개발은행에서 잠시 근무한 뒤 2001년부터 S&P에서 일하고 있다. 크래머는 2007년 이후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을 36차례나 끌어내린 탓에 일부 국가 정책담당자들로부터 ‘가위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진짜 손 대신 가위손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 판타지 영화 ‘가위손’에서 따온 말이다. S&P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 탓에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게 된 국가의 관료들은 ‘화풀이 대상’으로 크래머를 지목한다. 그의 결정은 국채 금리에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태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등 파장이 크다. 크래머는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달갑지 않다. S&P는 “신용등급 결정은 개인이 아니라 위원회가 내린다는 것을 강조해 주기 바란다.”고 언론에 부탁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평사가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너무 거만하게 일처리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크래머의 동료와 일부 유로존 국가 관료들은 크래머가 유럽 국가의 신용등급 업무를 다룰 적절한 인물이라고 감쌌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최효종 “새로운 도전이 삶의 에너지”

    최효종 “새로운 도전이 삶의 에너지”

    “쑥스럽지만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광고 쪽입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삶의 에너지가 됩니다.”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두산인프라코어 대학생 비즈니스 스쿨. 강연자는 유명한 기업인이나 대학교수가 아니었다. 최근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맨 최효종씨가 강연대 앞에 섰다. 대학생 비즈니스 스쿨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진행하는 대학생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공모전이다. 현재 예선에 합격한 18팀의 대학생들이 지난 9일부터 2박 3일간 합숙하며 본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광고, 마케팅 분야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으며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다. 최씨의 강연 주제는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사는 법’. 최씨는 창의적인 삶을 살기 위해 유심히 보는 습관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뭐든지 관심 있게 보면 새로운 것을 생산해낼 수 있다고 권유했다. 최씨는 “어딜 가든 간판이나 광고 문구 등 거의 모든 글씨를 읽고 기억해두는 편”이라면서 “아이디어를 짤 때 사소한 문장들을 활용하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애정남’ 최효종 ‘크리에이티브한 삶’ 주제 대학생 강연

    ‘애정남’ 최효종 ‘크리에이티브한 삶’ 주제 대학생 강연

     “쑥스럽지만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광고 쪽입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삶의 에너지가 됩니다.”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두산인프라코어 대학생 비즈니스 스쿨. 이날의 강연자는 유명한 기업인이나 대학교수가 아니다. 최근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맨 최효종씨가 강연대 앞에 섰다.  대학생 비즈니스 스쿨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진행하는 대학생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공모전이다. 현재 예선에 합격한 18팀의 대학생들이 지난 9일부터 2박3일간 합숙하며 본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광고, 마케팅 분야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으며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다.  최씨의 강연 주제는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사는 법’. 최씨는 창의적인 삶을 살기 위해 유심히 보는 습관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뭐든지 관심있게 보면 새로운 것을 생산해낼 수 있다고 권유했다.  최씨는 “어딜 가든 간판이나 광고 문구 등 거의 모든 글씨를 읽고 기억해두는 편”이라면서 “아이디어를 짤 때 사소한 문장들을 활용하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했다.  ‘승부욕’과 ‘발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 머릿속에만 가지고 있는 생각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면서 “원석은 가치가 없고 가공을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남의 평가를 의식하지 말고 편안하게 스스로의 생각을 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들이 기성세대나 사회에 대해 원망하지 않고 스스로 잘하고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건 Inside] (1) 믿었던 ‘모델급’ 여친이 회사 사장과…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 Inside] (2) 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끔찍한 지옥으로…인천 ‘미성년자 꽃뱀 사건’ [사건 Inside] (3) 생면부지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 (4) 밀폐공간에 속 시신 3구, 누가? 왜?…‘울산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사건 Inside] (5) “입양한 딸, 남편이 바람핀 뒤 나 몰래?”…‘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 Inside] (6) 조강지처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 놓고 태연히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 Inside] (7) 범인 “시신은 상상할 수 없는 곳에 있다”…‘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 Inside] (8) “내 애인이 ‘꽃뱀 예림이’라니”… 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사건 Inside] (9) 군대에서 발견된 성병, 범인은 ‘그 아저씨’…‘전주 무속인 추행 사건’ [사건 Inside] (10) 이웃사촌들이 최악의 ‘집단 성폭행’…전남 장흥 시골마을의 비밀 [사건 Inside] (11) 명문 여대생, 남친 잘못 만나 마약에 성매매까지… [사건 Inside] (12) 부인 시신에 모자씌워 저수지로…사기 결혼이 부른 엽기 살인 [사건 Inside] (13) “나만 믿으면 100만원이 3억원으로”…‘인터넷 교주’ 믿었다 패가망신 [사건 Inside] (14) 독극물 마신 살인범 주유소로 난입해…‘강릉 30대女 살인사건’ [사건 Inside] (15) 글러브 끼고 주먹질에 ‘쵸크’로 반격…엽기 커플의 사랑싸움 [사건 Inside] (16) “감히 나를 모함해?”…가양동 ‘일진 할머니’의 기막힌 복수 [사건 Inside] (17) “실종된 여고생 3명, 장기가 적출된 채…”…순천 괴소문의 진실 [사건 Inside] (18) 남자 720명 울린 부천 꽃뱀 알바의 정체…수상한 레스토랑의 비밀  
  • [경제프리즘] 카드사 이어 은행까지… ‘전자지갑’ 진화

    전자지갑이란 용어는 최근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인기어’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도 살 수 있는,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 현실화된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주머니’와 하나은행이 지난 2일 발표한 ‘하나N월렛’은 이런 전자지갑과 비슷한 콘텐츠를 갖췄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사이버머니(모바일화폐)를 충전한 뒤 송금, 출금, 결제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지불결제 서비스다. 기존의 전자지갑은 신용카드사들이 개발을 주도해 왔다. 휴대전화에 신용카드 유심칩 또는 IC칩을 삽입한 뒤 이를 단말기에 들이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모바일카드가 주된 형태였다. 그러나 전용 단말기 보급이 더디고, 카드 종류가 많지 않아 인기를 끌지 못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내놓은 전자지갑은 편의성 측면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 현금을 충전해서 쓰는 선불제이기 때문에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가 필요 없다. 또 해당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가상계좌번호를 통해 현금 충전을 한 뒤 이용할 수 있어 개방성을 갖췄다. 그러나 전자지갑이 진짜 지갑을 대체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금과 신용카드를 모두 넣고 이용할 때마다 결제수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통합형 지갑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금과 카드 기능을 모두 갖춘 통합 전자지갑은 모바일 금융의 최종 진화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기술적으로나 서비스 만족도 측면에서 당장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카드, 통신사 등 관련 업계는 제휴 관계를 확대해 통합형 전자지갑을 개발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하나N월렛’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면서 카드사와 유통 가맹점 등과 제휴를 맺어 결제 기능을 추가, 보완할 예정이다. 삼성카드는 상반기 중에 쿠폰, 멤버십 기능을 강화한 전자지갑을 내놓을 계획이다. 비자카드도 여러 종류의 카드를 담을 수 있는 전자카드를 하반기에 출시한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사설] 민주통합당 새 지도부 수권정당 모습 보여라

    민주통합당이 어제 전당대회를 열어 한명숙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등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했다. 민주당의 새 지도부에는 시민통합당 출신보다 옛 민주당 출신이 훨씬 많이 포진됐다. 야권의 중심 세력에 급격한 변화가 오지는 않은 셈이다. 그러나 현 정권에서 검찰에 의해 두 차례나 기소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은 한 대표가 통합 야당의 리더로 부상함에 따라 앞으로의 여야 관계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 야권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 논란, 선관위 사이버 테러 등과 관련해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할 것이다. 민주당이 정부의 정책 오류와 한나라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라는 야당의 역할을 하는 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여론의 뒷받침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금도를 넘어 지나친 정부 정책 발목 잡기와 정치적 공세에 치중한다면 수권 정당의 이미지는 오히려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나름대로 몇 가지 정치적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의원 30%에 당원과 시민이 70%를 차지하는 개방적인 시민참여 경선으로 치러졌다. 또 정치 사상 처음으로 모바일 투표를 도입, 무려 80만명에 육박하는 선거인단을 구성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과 국민의 정치적 참여 욕구 확대라는 시대적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민주당의 주축이었던 호남 세력이 약화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 내 호남 세력의 약화는 친노무현 세력의 약진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386’으로 대표되던 친노 세력은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집권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노무현 정부가 끝난 뒤 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486’으로 변화한 친노 세력이 정책적·정치적으로 얼마나 성숙했는가를 유권자들은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시민통합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이미 정강·정책의 상당 부분을 ‘좌클릭’한 상태다. 통합진보당과의 연대에 함몰돼 정책적으로 너무 많은 양보를 하게 된다면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거대 수사자와 마주친 겁없는 소녀

    거대 수사자와 마주친 겁없는 소녀

    거대한 수사자 앞에서도 전혀 겁을 먹지 않는 소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3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뉴질랜드 웰링턴 동물원 사자 조련사 소피아’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네티즌은 물론 현지 매체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커다란 몸집의 사자와 어린 소녀가 대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소녀는 겁을 알만한 나이로 보임에도 유리창에 손을 대고 사자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사자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소녀를 마치 자신의 식사인 마냥 입맛을 다시며 으르렁거렸고 잠시 뒤 화가 난 듯 양쪽 앞발로 유리창을 마구 긁어댔다. 이에 소녀는 잠시 뒤로 주춤하는 듯 보였지만 그 사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오히려 그 행동에 좋아라하는 모습을 보였고 사자는 몇 차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장면은 많은 현지 매체들을 통해 소개됐고 이 겁없는 어린 사자 조련사는 웰링턴에 사는 소피아 워커로 밝혀졌다. 소피아는 아직 3살밖에 되지 않았으며, 그의 부친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딸아이가 원래 겁이 없다고 말했다. 현지 네티즌들은 사자 앞에서 겁을 먹지 않는 소녀에 대해 대부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는 자칫 유리라도 깨졌으면 어찌할 뻔 했느냐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보였다. 이에 대해 현지 동물원 측은 우리는 3cm짜리 강화 안전 유리로 파손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안정성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사자와 마주친 겁없는 아이 영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에서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한 아기와 암사자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거대 수사자와 마주친 겁없는 소녀 영상 보러가기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59) 김제 망해사 팽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59) 김제 망해사 팽나무

    ‘침묵의 봄’으로 유명한 지난 세기 최고의 해양생태학자 레이철 카슨(1907~1964)은 유고집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에서 “자연을 ‘아는 것’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자연에 진정으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그 어떤 지식보다 자연으로부터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올바른 지식과 지혜는 “자연에 대한 감정과 인상이 튼튼한 바탕을 이루어야 열매 맺게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뭇 생명을 만나는 데에 있어서 상대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거니와 길고 깊은 만남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름을 알기 전에 거쳐야 할 다른 과정은 없을까. 꽃도 잎도 열매도 모두 내려놓은 겨울 나무는 그의 이름을 알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떠오르는 생각이다. ●지식보다는 감성으로 지켜온 나무 사람이나 짐승에게 그렇듯이 나무의 이름도 그의 특징을 드러내는 한 표징이다. 그래서 이름을 잘 알아두면 그 나무와 더 빠르고 깊이 친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름을 모르거나 혹은 잘못 아는 나무와의 관계는 어떠할까. 전북 김제의 너른 만경벌 끝자락 바닷가에 자리 잡은 망해사에서 400년을 살아온 한 쌍의 나무 앞에 서면, 이 같은 의문이 구체적인 현실을 만나게 된다. 이 나무는 봄에 노란색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까만색 열매가 조롱조롱 맺히는 팽나무다. 그게 이 나무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다. 그러나 절집에서나 마을에서나 이 나무를 팽나무라고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슷하게 가지를 넓게 펼치는 느티나무와 헷갈려 잘못 부르는 것도 아니다. 한 쌍의 나무 가운데 비교적 우뚝 선 큰 나무를 사람들은 ‘할배나무’라고 부르고 조금 작은 옆의 나무를 ‘할매나무’라고 부를 뿐이다. 전라북도 지방기념물 제114호인 이 나무 앞에는 지자체에서 정성들여 세운 입간판이 있다. 거기엔 분명히 ‘망해사 팽나무’라고 씌어 있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입간판 바로 앞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할배나무 할매나무라고 부른다. 사람의 호칭인 ‘할배’, ‘할매’가 어찌 나무의 이름이 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식물학적으로 따지고 들면 이 같은 호칭은 이치에도 맞지 않다. 팽나무는 은행나무나 비자나무처럼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 암수딴그루가 아니다. 굳이 할배 할매처럼 성(性)을 구별해 부르려면 최소한 암수로 구분되는 나무여야 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이 같은 지식은 소용에 닿지 않았다. 절집 요사채 앞마당에 너그러운 품으로 서 있는 나무를 보고, 사람들은 고향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올린 건지 모른다. 게다가 400년을 살아온 나무이니, 나이로 치면 영원한 할배 할매가 아닐 수 없었다. ●400년 전 진묵 대사가 심어 망해사 팽나무는 400년 전 이 절에 주석한 진묵(震默, 1562~1633) 대사가 심은 나무라고 한다. 망해사는 신라 문무왕 11년(671)에 지은 천년고찰이지만 여러 차례의 부침을 겪은 뒤 조선의 대표적 선승(禪僧) 가운데 한 사람인 진묵이 주석하면서부터 인근에 사세를 널리 떨쳤다. 진묵은 망해사에 주석하면서 한 채의 전각을 짓고, 법당이자 요사채로 사용했다. 소박한 전각이지만 서해 낙조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어서, 낙서전(西殿)이라는 당호를 붙였다. 낙서전을 지은 뒤에 진묵은 그리 넓지 않은 앞뜰에 나무를 심었다. 바닷바람을 막으려는 뜻도 있었겠지만 작은 마당이 허허로운 탓이기도 했다. 그때가 1624년,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이다. 두 그루 가운데 할배나무로 불리는 큰 쪽의 나무는 키가 21m나 되고, 가지는 사방으로 고르게 25m 가까이 펼쳤다. 그 곁에 다소곳이 서 있는 할매나무는 키가 17m, 가지퍼짐은 사방으로 17m쯤 된다. 할배나무보다는 작지만 이 정도면 우리나라의 여느 팽나무에 비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나무가 전체적으로 순한 동그라미 모습을 갖춘 것도 사람들에게 고향 집 할머니의 너그러운 품을 떠올리게 했을 게다. 한 쌍의 팽나무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윽한 눈길을 데면데면 나누며 4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왔다. 마치 겉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평생 드러내지 않으면서 마음속으로만 서로를 보듬어 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성정과 분위기를 영락없이 닮았다. 이 나무가 팽나무인지 느티나무인지 소나무인지를 아는 게 과연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일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마을로 닥쳐오는 칼바람을 온몸으로 막으며 우리네 할매와 할배처럼 세상살이에 지친 영혼을 위무하고 지켜온 세월이 400년이다. 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서해바다 지금은 새만금 방조제로 주지 스님이 출타 중인 오붓한 절집 망해사에 가톨릭 교회의 수녀님 다섯 분이 찾아 들었다. 김제 시내의 성당에 살면서도 멀지 않은 망해사를 찾아오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바다를 바라보아 망해사라고 했지만, 지금은 새만금 방조제에 막혔으니 호수 호(湖)자를 써서 망호사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절집을 이리저리 구경하던 수녀님들 가운데 가장 젊어 보이는 수녀님이 홀로 할배나무 앞의 입간판을 유심히 읽은 뒤, 칼바람에 윙윙거리는 나뭇가지 끝을 바라보며 ‘팽나무’라고 분명하게 소리 내어 나무의 이름을 불렀다. ‘망해사’가 아니라 ‘망호사’라 부르고 싶은 것처럼 그 나무는 ‘팽나무가 아니라, 할배나무예요’라고 고쳐 주려다 그만두었다. 이름보다 더 귀중한 것이 삶의 진정성, 느낌, 인상 그런 감정에서 오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였다. 세상에 떠도는 모든 이름들이 허공으로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겨울 오후다. 글 사진 김제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 가는 길 전북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1004. 서해안고속국도의 동군산나들목으로 나가서 전주 방면으로 직진한다. 대야교차로를 지나 5.6㎞ 남쪽으로 가면 다시 신금교차로가 나온다. 우회전하여 지방도로 711호선을 이용해 5㎞ 남짓 간다. 만경여자중학교 앞의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광할 방면으로 지평선을 바라보며 9.5㎞ 간다. 오른편으로 나오는 심창초등학교를 지나면 ‘망해사’ 혹은 ‘곽경렬선생묘소’ 방면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나온다. 우회전하여 300m 가면 망해사 입구다. 절집까지는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솔숲에서 걸어가야 한다.
  • 中 “공산당원에게 종교는 없다”

    중국 당국이 공산당원들을 상대로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지침을 천명했다.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 주웨이췬(朱维群) 부부장(차관급)은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에서 ‘일부 공산당원들이 종교 신도가 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당원의 종교 자유 규제 지침을 재확인했다고 신화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주 차관은 칼럼에서 “일각에서 당원에 대한 종교 자유 제한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시민의 종교 자유 보장에 위배되는 만큼 당원의 종교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면서 “그러나 당원이 종교 신앙을 가질 수 없는 것은 한 치의 동요도 없이 이어져 온 당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산당의 신앙인 마르크스주의는 유물주의에 입각한 반면 종교 신앙은 유심주의에 기초한 것”이라면서 “당원에게 종교를 허용하는 것은 섞일 수 없는 유물론과 유심론을 혼합시킴으로써 결국 당의 분열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은 공산당원은 원래부터 신앙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칼럼의 내용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반응이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빠르게 확산중인 기독교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 1979년 개혁 개방을 선언하면서 불교 등 일부 전통 종교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기독교와 가톨릭에 대해서는 적대적이란 평을 받고 있다. 과거 가톨릭이 폴란드의 공산주의 붕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만큼 종교는 중국 공산 정권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3) 억울한 소녀의 죽음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3) 억울한 소녀의 죽음

    2009년 가을 어느 날.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 앞 보도에 10대 소녀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 최초 발견자는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비명 소리가 나더니 바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급히 밖으로 나왔는데 여자아이가 이렇게 쓰러져 있었어요.” 언뜻 중학생이나 됐음 직한 앳된 얼굴의 소녀. 옆에는 꺾인 나뭇가지들이 잘게 흩어져 있었다. 추락하는 과정에서 나무 가장자리에 부딪힌 듯했다. 경찰은 아파트 건물 주변을 수색했지만 특이점은 찾아내지 못했다. 신원을 알려줄 만한 소지품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소녀는 차가운 부검대에 올라야 했다. 사망 원인은 추락에 의한 다발성 손상. 추락사는 자살이나 사고사일 때가 많지만, 타살인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의 한 병원 통계에 따르면 추락으로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 중 20%는 범죄와 관련돼 있다. 혹시 모를 타살의 흔적을 찾아봐야 하는 이유다. 시신은 떨어질 때의 충격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다. 추락 과정에서 소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오른쪽으로 튼 듯했다. 상처 부위가 모두 오른쪽에 집중됐다. 오른쪽 팔과 옆구리, 허벅지 등에 멍든 자국이 또렷했다. 온몸 곳곳에서 골절도 나타났다. 치명적인 상처는 머리뼈 바닥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법의학적 용어로는 두개저 골절이라 부르는데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심하게 넘어져 머리를 부딪혔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오른쪽 갈비뼈와 양쪽 어깨뼈, 오른쪽 엉덩뼈까지 성한 데가 없었다. 충격을 받은 뇌와 기도, 폐 등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 ●소녀의 몸에 난 두 줄의 상처 소녀는 어디에서 떨어진 걸까. 사고가 난 주상복합 아파트는 상가 위에 다시 아파트가 세워져 각각 옥상이 있는 구조였다. 상가는 2층 건물로, 옥상에는 높은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싸인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다. 상가 위 비교적 낮은 옥상은 10여m 높이지만, 아파트 옥상은 수십 미터에 달했다. 건물 중간 높이에서 창을 열고 뛰어내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부검팀은 시신의 손상 정도에 따라 추락의 높이를 계산해 보기로 했다. 1998년 싱가포르의 과학자 라우 등이 고안한 방법으로, 추락해 숨진 시신의 손상 정도를 지수화(ISS·injury severity scale)해 비교하면 떨어진 높이를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 지수화 과정에서 변사자의 나이와 뇌, 심장, 골반, 척추, 비장, 흉부 대동맥 등 각 기관에 남은 손상 정도를 꼼꼼히 기록한다. 부검의가 추산한 높이는 10~20m. 계산대로라면 소녀는 아파트 옥상이 아닌 상가 옥상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컸다. 실제 3층에서 경찰은 주방용 비닐장갑과 빗자루 등을 발견했다. 소녀의 몸속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던 부검의는 허리와 엉덩이에 남은 멍 자국에 주목했다. 중선출혈(重線出血)이었다. 우리 몸은 회초리, 지팡이, 혁대, 알루미늄 파이프같이 폭이 좁고 가벼운 물체로 맞으면 해당 부위의 가장자리에 두 줄의 출혈 자국이 생긴다. 영어로는 두 줄 출혈(Double line hemorrhage)이라고 부른다. 물론 추락 도중 엉덩이나 허리 부분이 나무에 걸렸다면 멍 자국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나무에 걸려 생긴 상처로 보기엔 멍이 발생한 부위가 광범위했다. 몸 안쪽의 흔적은 더욱 선명했다. 둔탁한 힘으로 피부는 파열되지 않았지만, 모세혈관과 정맥 등은 파열돼 출혈이 나타났다. 추가 조사에서 성적으로 학대당한 흔적도 드러났다. 소녀가 죽기 직전 누군가로부터 구타를 당한 것이다. 일단 타살로 수사의 초점이 모아졌다. 여기서 잠깐. 추락사한 시신이 스스로 떨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밀려 떨어졌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실험은 1970년대 초 미국 볼티모어에서 최초로 실시됐다. 남편이 10만 달러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부인 아이리스 시거를 61m 높이에서 밀어 버린 이른바 ‘아이리스 시거’ 사건이다. 사건 초기부터 경찰은 남편을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당시 부인의 시신이 발견된 위치는 건물 외벽에서 5m 정도 떨어진 바닥이었다. 법의학자들은 아내의 몸무게와 똑같은 인형을 제작해 반복 실험을 했다. 실험은 발을 헛디뎠을 때와 스스로 몸을 던졌을 때, 뒤에서 밀었을 때의 세 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인형은 발을 헛디뎠을 때는 3.2m, 뛰어내렸을 때는 4.3m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남편으로부터 “술에 취해 난간 밖으로 밀었다.”는 자백을 받아 냈다. ●10대라기엔 너무 대담했던 소녀들 수사가 진행되면서 죽은 소녀의 신원이 밝혀졌다. 가출 신고가 된 14세 A양이었다. 이상한 것은 A양이 숨지기 이틀 전 경찰서를 찾은 적이 있다는 점이었다. A양은 경찰에서 “동네에서 친구와 오토바이를 타다가 아이를 치고 그냥 달아났다.”면서 “오토바이를 몬 친구 등이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어린아이가 다친 걸 생각하니 양심의 가책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경찰은 곧바로 사라진 B(15)양과 C(13)양을 수소문했다. 탐문 과정에서 경찰은 이 소녀들이 친구들에게 “배신자(A양)를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팬 후 옥상에서 밀어 버렸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A양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도 그들이었다. B양과 C양은 특수절도죄로 몇달 전 한 보호관찰소 위탁감호시설에 입교하고 알게 된 사이였다. 이들은 A양을 건물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죽은 소녀가 자신들을 배신한 데 대해서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3) 추락한 소녀, 몸을 통해 타살을 증명하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3) 추락한 소녀, 몸을 통해 타살을 증명하다

     2009년 가을 어느 날.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 앞 보도에 10대 소녀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 최초 발견자는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비명 소리가 나더니 바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급히 밖으로 나왔는데 여자아이가 이렇게 쓰러져 있었어요.”  언뜻 중학생이나 됐음 직한 앳된 얼굴의 소녀. 옆에는 꺾인 나뭇가지들이 잘게 흩어져 있었다. 추락하는 과정에서 나무 가장자리에 부딪힌 듯했다. 경찰은 아파트 건물 주변을 수색했지만 특이점은 찾아내지 못했다. 신원을 알려줄 만한 소지품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소녀는 차가운 부검대에 올라야 했다.  ●소녀의 몸에 난 두 줄의 상처  사망 원인은 추락에 의한 다발성 손상. 추락사는 자살이나 사고사일 때가 많지만, 타살인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의 한 병원 통계에 따르면 추락으로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 중 20%는 범죄와 관련돼 있다. 혹시 모를 타살의 흔적을 찾아봐야 하는 이유다.  시신은 떨어질 때의 충격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다. 추락 과정에서 소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오른쪽으로 튼 듯했다. 상처 부위가 모두 오른쪽에 집중됐다. 오른쪽 팔과 옆구리, 허벅지 등에 멍든 자국이 또렷했다. 온몸 곳곳에서 골절도 나타났다. 치명적인 상처는 머리뼈 바닥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법의학적 용어로는 두개저 골절이라 부르는데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심하게 넘어져 머리를 부딪혔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오른쪽 갈비뼈와 양쪽 어깨뼈, 오른쪽 엉덩뼈까지 성한 데가 없었다. 충격을 받은 뇌와 기도, 폐 등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  소녀는 어디에서 떨어진 걸까. 사고가 난 주상복합 아파트는 상가 위에 다시 아파트가 세워져 각각 옥상이 있는 구조였다. 상가는 2층 건물로, 옥상에는 높은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싸인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다. 상가 위 비교적 낮은 옥상은 10여m 높이지만, 아파트 옥상은 수십 미터에 달했다. 건물 중간 높이에서 창을 열고 뛰어내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부검팀은 시신의 손상 정도에 따라 추락의 높이를 계산해 보기로 했다. 1998년 싱가포르의 과학자 라우 등이 고안한 방법으로, 추락해 숨진 시신의 손상 정도를 지수화(ISS·injury severity scale)해 비교하면 떨어진 높이를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 지수화 과정에서 변사자의 나이와 뇌, 심장, 골반, 척추, 비장, 흉부 대동맥 등 각 기관에 남은 손상 정도를 꼼꼼히 기록한다. 부검의가 추산한 높이는 10~20m. 계산대로라면 소녀는 아파트 옥상이 아닌 상가 옥상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컸다. 실제 3층에서 경찰은 주방용 비닐장갑과 빗자루 등을 발견했다.  소녀의 몸속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던 부검의는 허리와 엉덩이에 남은 멍 자국에 주목했다. 중선출혈(重線出血)이었다. 우리 몸은 회초리, 지팡이, 혁대, 알루미늄 파이프같이 폭이 좁고 가벼운 물체로 맞으면 해당 부위의 가장자리에 두 줄의 출혈 자국이 생긴다. 영어로는 두 줄 출혈(Double line hemorrhage)이라고 부른다. 물론 추락 도중 엉덩이나 허리 부분이 나무에 걸렸다면 멍 자국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나무에 걸려 생긴 상처로 보기엔 멍이 발생한 부위가 광범위했다. 몸 안쪽의 흔적은 더욱 선명했다. 둔탁한 힘으로 피부는 파열되지 않았지만, 모세혈관과 정맥 등은 파열돼 출혈이 나타났다. 추가 조사에서 성적으로 학대당한 흔적도 드러났다. 소녀가 죽기 직전 누군가로부터 구타를 당한 것이다. 일단 타살로 수사의 초점이 모아졌다.  ●10대라기엔 너무 대담했던 소녀들  여기서 잠깐. 추락사한 시신이 스스로 떨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밀려 떨어졌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실험은 1970년대 초 미국 볼티모어에서 최초로 실시됐다. 남편이 10만 달러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부인 아이리스 시거를 61m 높이에서 밀어 버린 이른바 ‘아이리스 시거’ 사건이다. 사건 초기부터 경찰은 남편을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당시 부인의 시신이 발견된 위치는 건물 외벽에서 5m 정도 떨어진 바닥이었다. 법의학자들은 아내의 몸무게와 똑같은 인형을 제작해 반복 실험을 했다. 실험은 발을 헛디뎠을 때와 스스로 몸을 던졌을 때, 뒤에서 밀었을 때의 세 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인형은 발을 헛디뎠을 때는 3.2m, 뛰어내렸을 때는 4.3m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남편으로부터 “술에 취해 난간 밖으로 밀었다.”는 자백을 받아 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죽은 소녀의 신원이 밝혀졌다. 가출 신고가 된 14세 A양이었다. 이상한 것은 A양이 숨지기 이틀 전 경찰서를 찾은 적이 있다는 점이었다. A양은 경찰에서 “동네에서 친구와 오토바이를 타다가 아이를 치고 그냥 달아났다.”면서 “오토바이를 몬 친구 등이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어린아이가 다친 걸 생각하니 양심의 가책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경찰은 곧바로 사라진 B(15)양과 C(13)양을 수소문했다. 탐문 과정에서 경찰은 이 소녀들이 친구들에게 “배신자(A양)를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팬 후 옥상에서 밀어 버렸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A양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도 그들이었다.  B양과 C양은 특수절도죄로 몇달 전 한 보호관찰소 위탁감호시설에 입교하고 알게 된 사이였다. 이들은 A양을 건물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죽은 소녀가 자신들을 배신한 데 대해서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길섶에서] 늦가을비/구본영 논설위원

    며칠 전 지난여름 산사태 이후 한동안 찾지 않았던 우면산에 갔다. 전날 살짝 내린 늦가을비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팍팍한 현실을 핑계 삼아 계절의 변화에 둔감했던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그래서 오래 전 한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났다. “꽃 지고 나서야 꽃 피었었구나 아는 게 인생”이라고. 나이 지긋한 선배로부터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단풍이 드는가 했더니 벌써 잎사귀를 반 이상 떨군 나무들을 보고 새삼 가슴에 와 닿았다. 선배의 말마따나 누구나 크고 작은 일상사에 얽매여 ‘오고 가는 계절을 늘 한뼘씩 놓치기 일쑤’가 아닌가. 하지만 늦가을비에 얼마간 우울해지려는 맘을 추슬렀다. 아직도 남은 단풍잎들이 늦가을 햇살에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문득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법어가 떠올랐다. 그렇다. 마음 먹기에 따라 평범하고 하찮은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작은 생활의 기쁨은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휴대전화, 편의점·대형마트서도 산다

    휴대전화, 편의점·대형마트서도 산다

    내년 5월부터 대형마트나 해외에서 직접 구입한 휴대전화도 유심(USIM·가입자 식별카드)만 넣으면 어느 이동통신사에서나 곧바로 개통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도 휴대전화를 살 수 있는 유통 혁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세대(3G) 이동통신부터 휴대전화 단말기에 유심만 넣으면 개통해 쓸 수 있는 ‘개방형 IMEI(단말기 국제고유 식별번호) 관리제’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제도’가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고 13일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이 블랙리스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IMEI는 15자리 단말기 식별번호로, 국내에서는 이통 3사가 자사 시스템에 등록된 단말기만 개통해주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으로 운용됐다. 이 때문에 단말기 유통은 이통사 외에는 불가능한 폐쇄적 구조로, 외국에서 들여온 단말기나 중고폰을 쓰는 데 제약이 많았다. 제조사 장려금과 이통사 보조금이 불투명하게 혼재돼 단말기 가격 경쟁도 활성화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는 도난·분실폰 이외의 모든 단말기에 유심만 넣으면 쓸 수 있다. 이론상으로 전 세계 어떤 휴대전화든 유심만 꽂으면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현재처럼 특정 이통사가 특정 단말기를 독점 판매하는 폐쇄적인 휴대전화 유통 구조도 사라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제조사들은 가전 유통망을 통해 직접 휴대전화를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 유통업체와 온라인 등 유통망이 다양해지고 해외 저가 단말기 공급이 많아져 이용자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반면 이통사는 단말기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저렴한 요금제와 서비스로 경쟁하게 되는 생태계가 구축된다. 이통사에 등록된 단말기 수급에만 의존했던 이동통신 재판매사업(MVNO)도 독자적인 단말기 수급이 가능해져 고객 유치가 쉬워진다. 최성호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단말기뿐 아니라 요금과 서비스 경쟁이 유발돼 통신비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방통위는 휴대전화 사용자가 IMEI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내년 5월부터 단말기 외부에 번호를 표시할 방침이다. 또 분실·도난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이통 3사가 ‘IMEI 통합관리센터’를 구축하고 해외 이통사와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텔레콤과 KT에만 우선 적용된다. LG유플러스는 2G 서비스가 종료되고 4G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돼도 이통사가 직접 판매한 단말기에 요금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할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는 이통사들이 중고폰이나 자사 유통망을 거치지 않은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요금 할인을 제공하도록 관련 요금제 출시를 유도할 방침이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8) 다발성 손상이 남긴 진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8) 다발성 손상이 남긴 진실

    2004년 4월 28일 경기 안성시 외곽의 도로변 산자락. 나물을 뜯던 동네 여인들이 뼈만 남은 사람 팔을 발견했다. 바로 옆 헤집어진 흙바닥 틈으로는 백골이 된 머리뼈도 보였다. 주변엔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굶주린 산짐승들이 누군가의 묘소를 건드렸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소름이 돋았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추슬러 쏜살같이 산을 내려왔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동네 어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상적으로 묘를 썼다면 그렇게 동물이 시신을 훼손할 정도로 얕게 묻을 리도, 근처에 썩는 냄새가 진동할 리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 감식반은 엎어진 채 매장돼 있는 여성의 시체를 발견했다. 시신은 땅바닥에서 30㎝ 정도 깊이에 묻혀 있었다. 마음이 급한 누군가가 시신을 숨기려 한 정황이 역력했다. 최초 팔이 발견된 곳으로부터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서는 다른 신체의 일부도 발견됐다. 산짐승들 때문에 주검은 비록 여기저기 흩어졌지만, 결과적으로 그 덕에 여성은 억울함을 풀 기회를 얻었다. 여성은 분홍색 반소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키는 170㎝가량. 비교적 큰 체구였다. 하지만 그 이상을 알아내기는 어려웠다. 신분증이나 지갑이 없었고, 손가락은 심하게 부패해 지문 채취가 불가능했다. 감식반은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긴 뒤 실종자 명단을 뒤지기 시작했다. ●교통사고·추락사고로 인한 메세레르 골절 시신은 숨을 거둘 당시의 정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사인은 다발성 손상. 부러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갈비뼈는 무려 17곳이 나갔다. 부검의는 여성의 왼쪽 다리 뼈와 아래·위 팔뼈를 유심히 살폈다. 부러진 곳은 하나같이 쐐기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순간적으로 휘어지던 뼈가 더 버티지 못하고 충격의 반대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갈라진 모습이었다. 메세레르 골절.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신체가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생기는 손상이다. 경찰은 일단 그녀가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숨진 뒤 이곳에 매장된 것으로 추리했다. 그렇다면 추락과 교통사고 중 어느 것이 원인이었을까. 비밀은 부러진 다리뼈에 숨어 있었다. 부검의는 뼈를 추슬러 부러진 부위의 정확한 높이를 쟀다. 사인이 교통사고였다면 그녀의 다리뼈에는 자동차 범퍼와 부딪칠 때 생긴 골절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범퍼의 높이는 차종마다 다르다. 일반 세단형 승용차는 50㎝ 안팎이고 소형 트럭이나 소형 버스는 6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대형 트럭, 버스 등은 이보다 높다. 여기에는 물론 변수가 있다. 급제동 여부다.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 순간 자동차 앞부분이 아래로 숙여지기 때문에 손상 부위가 실제 범퍼의 높이보다 낮은 곳에 자리 잡게 된다. 사고 당시 신발의 높이도 변수가 된다. 숨진 여성의 넓적다리뼈는 발바닥으로부터 65㎝ 정도 높이에서 부러져 있었다. 결론적으로 여성은 승용차보다는 범퍼가 높이 달린 트럭이나 SUV 등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서 잠깐, 보행자가 차와 부딪쳤을 때 뼈가 견뎌낼 수 있는 강도를 따져 보자. 흔히 예상하는 것보다 세지 않다. 건강한 성인 남자라도 시속 25㎞로 서행하는 경차(약 650~700㎏)와 부딪쳐 뼈가 부러질 수 있다. 경차의 속도가 시속 45㎞까지 올라간다면 부딪힌 사람은 예외 없이 뼈가 부러진다. 물론 뼈가 약한 여자나 노인, 아이들은 더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진다. 여성의 신원이 확인됐다. 열 달 전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인근 동네 새댁 A(당시 33세)씨였다. 이가 빠진 모양과 키, 사라질 당시 입고 있던 옷, 나이답지 않게 많았던 새치까지 모든 것이 일치했다. 2003년 7월 초 A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구멍가게 여주인이었다. “아마, 가게 문 닫을 시간이었죠. 밤 10시 20분쯤 남편 끓여 준다며 라면을 사 갔어요. 아… 새댁이 나간 후 ‘쿵’ 하는 소리가 났어요. 무슨 일이 있나 나가 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10개월 전 현장에 떨어진 손톱만한 크기의 증거 강력반 형사들은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시신을 숨겼다고 판단했다. 이제 10개월 전 인적 드문 시골길에서 뺑소니를 친 범인을 찾을 차례. 막막해하는 형사들에게 반장은 호미를 하나씩 건넸다. “다들 현장에 나가서 후딱 증거 찾아와.” 산도적 같은 덩치의 강력반 형사들은 투덜거리며 호미를 들고 A씨의 예상 경로를 따라 길가를 뒤졌다. 그렇게 현장 뒤지기를 몇 시간. 한쪽에서 “찾았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두께 5㎜, 지름 2~3㎝ 정도의 엄지손톱 크기만 한 플라스틱 조각 3개였다. 그곳에서는 몇년 동안 한 건의 교통사고도 없었다. 경찰은 차량정비 전문가들을 통해 그 조각들이 1991~1996년식 SUV 갤로퍼의 방향지시등 덮개임을 알아냈다. 당시 안성과 충북 진천 등 그 일대의 해당 차종 소유자는 286명이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A씨가 사라진 당일의 행적과 차량 보험처리 여부, 방향지시등 교체 여부 등을 조사했다. 한 명씩 용의선상 인물을 좁혀 가는 과정에서 범인이 먼저 움직였다. 최근 방향지시등은 물론 엔진까지 교체한 같은 동네 주민 B(43)씨였다. 그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바로 잠적해 버린 것이었다. 그는 도주 과정에서 가족에게 뺑소니와 암매장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안성 시내를 뒤져 B씨를 검거했다. 그런 독한 짓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날 밤 B씨는 시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앞에서 오는 대형 트럭의 전조등이 시야를 가리는 순간 차량 오른쪽이 뭔가를 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그는 ‘들짐승이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차를 몰았다고 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몇 시간 뒤 다시 돌아와 살펴보니 논두렁에 A씨가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논두렁에서 새댁을 꺼내 차에 실은 그는 차를 몰았다. 우선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갈림길이 나왔다. 한쪽은 병원을, 다른 한쪽은 산을 향하는 길이었다. 핸들의 방향에 따라 그의 운명이 바뀌는 자리였다. 잠시 후 그의 차는 산쪽을 향하고 있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28)부러진 뼈의 모양이 일러준 사고의 진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28)부러진 뼈의 모양이 일러준 사고의 진실

     2004년 4월 28일 경기도 안성시 외곽의 도로변 산자락. 나물을 뜯던 동네 여인들이 뼈만 남은 사람 팔을 발견했다. 바로 옆 헤집어진 흙바닥 틈으로는 역시 백골이 된 머리뼈도 보였다. 주변엔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굶주린 산짐승들이 누군가의 묘소를 건드렸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소름이 돋았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추슬러 쏜살같이 산을 내려왔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동네 어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상적으로 묘를 썼다면 그렇게 동물이 시신을 훼손할 정도로 얕게 묻을 리도, 근처에 썩는 냄새가 진동할 리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쇄골모양으로 부러진 뼈…메세레르 골절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 감식반은 엎어진 채 매장돼 있는 여성의 사체를 발견했다. 시신은 땅바닥에서 30㎝ 정도 깊이에 묻혀 있었다. 마음이 급한 누군가가 시신을 숨기려 한 정황이 역력했다. 최초 팔이 발견된 곳으로부터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서는 다른 신체의 일부도 발견됐다. 산짐승들 때문에 비록 주검은 여기저기 흩어졌지만, 결과적으로 그 덕에 여성은 억울함을 풀 기회를 얻었다. 여성은 분홍색 반소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키는 170㎝가량, 작지 않은 체구였다. 하지만 그 이상을 알아내기는 어려웠다. 신분증이나 지갑이 없었고, 손가락은 심하게 부패해 지문 채취가 불가능했다. 감식반은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긴 뒤 실종자 명단을 뒤지기 시작했다.  시신은 숨을 거둘 당시의 정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사인은 다발성 손상. 부러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갈비뼈는 무려 17곳이 나갔다. 부검의는 여성의 왼쪽 넓적다리 뼈와 아래위 팔 뼈를 유심히 살폈다. 부러진 곳은 하나같이 쐐기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충격에 순간적으로 휘어지던 뼈가 더 버티지 못하고 충격의 반대방향으로 비스듬하게 갈라진 모습이었다.  메세레르 골절(Messerer´s fracture).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신체가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생기는 손상이다. 경찰은 일단 그녀가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숨진 뒤 이곳에 매장된 것으로 추리했다.  그렇다면 추락과 교통사고 중 어느 것이 원인이었을까. 비밀은 부러진 넓적다리 뼈에 숨어 있었다. 부검의는 뼈를 추스러 부러진 부위의 정확한 높이를 쟀다. 사인이 교통사고였다면 그녀의 다리 뼈에는 자동차 범퍼와 부딪힐 때 생긴 골절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범퍼의 높이는 차종마다 다르다. 일반 세단형 승용차는 50㎝ 안팎이고 소형트럭이나 소형버스는 6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대형트럭, 버스 등은 이보다 높다.  여기에는 물론 변수가 있다. 급제동 여부다.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 순간, 자동차 앞부분이 아래로 숙여지기 때문에 손상 부위가 실제 범퍼의 높이보다 낮은 곳에 자리잡게 된다. 사고 당시 신발의 높이도 변수가 된다. 숨진 여성의 넓적다리 뼈는 발바닥으로부터 65㎝ 정도 높이에서 부러져 있었다. 결론적으로 여성은 승용차보다는 범퍼가 높이 달린 트럭이나 SUV 등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서 잠깐, 보행자가 차와 부딪혔을 때 뼈가 견뎌낼 수 있는 강도를 따져보자. 흔히 예상하는 것보다 세지 않다. 건강한 성인 남자라도 시속 25㎞로 서행하는 경차(약 650~700㎏)와 부딪혀 뼈가 부러질 수 있다. 경차의 속도가 시속 45㎞까지 올라간다면 부딪힌 사람은 예외 없이 뼈가 부러진다. 물론 뼈가 약한 여자나 노인, 아이들은 더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진다.  여성의 신원이 확인됐다. 열 달 전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인근 동네 새댁 A씨(당시 33세)였다. 이가 빠진 모양과 키, 사라질 당시 입고 있던 옷, 나이 답지 않게 많았던 새치까지 모든 것이 일치했다.  2003년 7월 초 A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구멍가게 여주인이었다.  “아마. 가게 문닫을 시간이었죠. 밤 10시 20분쯤 남편 끓여준다며 라면을 사갔어요. 아…새댁이 나간 후 쿵하는 소리가 났어요. 무슨 일이 있나 나가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10개월전 현장에 떨어진 손톱크기의 증거  강력반 형사들은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사고차량의 운전자가 시신을 숨겼다고 판단했다. 이제 10개월 전 인적드문 시골길에서 뺑소니를 낸 범인을 찾을 차례. 막막해 하는 형사들에게 반장은 호미를 하나씩 건넸다. “다들 현장에 나가서 후딱 증거 찾아와.”  산도적 같은 덩치의 강력반 형사들은 투덜거리며 호미를 들고 A씨의 예상 경로를 따라 길가를 뒤졌다. 그렇게 현장을 뒤지기를 몇시간. 저쪽에서 “찾았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두께 5㎜, 지름 2~3㎝ 정도의 엄지손톱 크기만한 플라스틱 조각 3개였다. 그곳에서는 몇년 동안 한 건의 교통사고도 없었다. 경찰은 차량정비 전문가들을 통해 그 조각들이 1991년~1996년식 SUV 갤로퍼의 방향지시등 덮개임을 알아냈다.  당시 안성과 충북 진천 등 그 일대의 해당 차종 소유자는 286명이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A씨가 사라진 당일의 행적과 차량 보험처리 여부, 방향지시등 교체 여부 등을 조사했다.  한 명씩 용의선상 인물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범인이 먼저 움직였다. 최근 방향지시등은 물론 엔진까지 교체한 같은 동네주민 B씨(43)였다. 그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바로 잠적해 버린 것이었다. 그는 도주과정에서 가족에게 뺑소니와 암매장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안성 시내를 뒤져 B씨를 검거했다.  그런 독한 짓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날 밤 B씨는 시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앞에서 오는 대형 트럭의 전조등이 시야를 가리는 순간. 차량 오른쪽이 뭔가를 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그는 “들짐승이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차를 몰았다고 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몇 시간 후 다시 돌아와 살펴보니 논두렁에 A씨가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논두렁에서 새댁을 꺼내 차에 실은 그는 차를 몰았다. 우선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갈림길이 나왔다. 한쪽은 병원을, 다른 한쪽은 산을 향하는 길이었다. 핸들의 방향에 따라 그의 운명이 바뀌는 자리였다. 잠시 후 그의 차는 산쪽을 향하고 있었다.  유영규기자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흔해서 더욱 잔인한 교통사고 위장 살인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살인현장 속 왠 대변(?)검사…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진실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엽기살인마는 피가 다르다(?) 혈흔 속 性염색체가 ‘악마의 姓’ 을 지목하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물 마신던 A씨의 갑작스런 사망 왜?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엄마…알고보니 생활반응은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성형수술 자국이 일러준 주검의 주민번호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20대 여성이 남긴 마지막 글씨…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 살인…‘전류반’은 못 숨겼네 몸에 남은 전기충격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 22) 70% 부패한 시신… 말없이 증언하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의 240㎜ 운동화…60대 노인의 트릭이었다 별무늬 자국의 비밀 24) 택시에 튄 흙탕물이 살인자를 뒤바뀌 놓다 돈 버리고 납치… 이상한 택시 강도 25) 담배꽁초에 묻은 립스틱 DNA 검사해보니 살인 현장에 남은 ‘그 남자’의 립스틱 26) 목졸려 숨진 60대 시신 크게 훼손됐는데…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흉기에 17번 찔려 죽은 여자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부러진 뼈의 모양이 일러준 사고의 진실…범퍼가 남긴 ‘메세레르 골절’
  • [커버스토리] 오늘 한국판 Occupy 시위… 금융권 촉각속 대책 부심

    [커버스토리] 오늘 한국판 Occupy 시위… 금융권 촉각속 대책 부심

    15일 서울 여의도를 비롯해 지구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반(反)월가 시위를 계기로 금융권이 사회적 약자 배려에 적극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0조원 안팎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들은 고액 배당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대출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석동 금융위원장, 금융계 원로 등으로부터 탐욕에서 벗어나라는 강력한 주문을 받고 있는 터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변화를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A금융지주 관계자는 14일 “올해 현대건설 매각대금 등 특별 이익이 많이 나서 당초 주주 배당금을 늘릴 계획이었으나 사회적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고 당국의 반대가 거세다.”면서 “대손준비금 형태로 이익을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손준비금은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손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과 별도로, 향후 경영 상황 악화 등에 대비해 이익의 일부를 떼어 쌓아 두는 돈이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이런 방식으로 고액 배당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은행들은 이익을 쌓아두지 않고 높은 배당으로 소진하다 보니 자본이 부족하면 정부에 손을 벌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주주들을 적극 설득해서 이런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선제적으로 사회 책임경영에 나서야 했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은 가계대출 금리를 0.2~0.5% 포인트 낮출 여력이 있다.”면서 “매를 맞기 전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면 지금처럼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현재의 사회공헌예산을 10~15%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적어도 2배 이상을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사회공헌예산은 7800억원가량이다. 금융권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과 경제단체들도 반월가 시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역시 청년실업률과 고물가 등으로 시달리고 있는 만큼, 유럽이나 미국처럼 시위 양상이 확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D대기업 관계자는 “지금껏 해오던 대로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사회공헌 활동에도 참가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E대기업 관계자는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각종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공생발전 방안의 하나인 사회적기업 지원 및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회성 지원보다는 사회적 지원 형태로 돼야 거기서 혜택 받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류지영·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중·고교 중간고사 서술·논술형 강화… 과목별 학습법은

    중·고교 중간고사 서술·논술형 강화… 과목별 학습법은

    중간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급하다고 서두르다가는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우선 자신의 목표 점수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냉정한 평가도 필요하다. 50점 받던 학생이 이번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받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은 곤란하다. 이를 지키기도 어렵고, 이루지 못하면 자신감만 잃을 수도 있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성공이라도 반복되면 성취감을 얻고, 이를 통해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법이 중요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과목별 중간고사 단기 학습법을 알아봤다. 특히 2학기부터 서울시내 중·고교에서는 전체 시험성적의 30%를 정기고사의 서술형·논술형 평가와 수행평가로 치른다. 서술형·논술형 평가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국어 -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 적어야 국어의 경우 어법에 맞는 간결한 문장으로 명확한 답을 적는 게 좋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답을 적기 위해서는 단원별 주제와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시된 글의 줄거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주제와 근거, 주인공의 심리상태 등을 파악해야 한다. 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한 부분을 꼼꼼하게 필기해 두면 서술형 문항을 적을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을 설명하라’, ‘근거를 들어라’, ‘해결책은 무엇인가’ 등의 서술형 문제가 나오면 학생들은 답을 장황하고 길게 작성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만을 조건에 맞춰 간결하고 정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 평소에 교과서 지문에 대한 주제어와 핵심 단어를 찾는 연습과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기에 단원별로 꼼꼼히 공부해 작품의 기본적인 내용이해를 끝내둬야 한다. 핵심 내용을 파악했다면 문제풀이로 본인의 실력을 확인해 보면 좋다. 특히 선생님이 설명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복습하면 좋다. 아울러 이해가 안 되면 기본서나 개념강의로 보충을 해야 한다. ●수학 - ‘오답노트’ 활용 반복 학습을 수학은 풀이과정을 꼼꼼하게 작성하는 연습을 하면 좋다. 수학은 단원별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예시문제와 연습문제는 물론 익힘책에 나오는 문제들까지 풀이과정을 꼼꼼하게 작성해 답을 찾는 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난도가 높은 문제에 대한 풀이 과정은 학생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오답노트를 활용해 반복적으로 학습하면 고난도 서술형 문제 대비에 많은 도움이 된다. 풀이과정을 기록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은 선생님의 필기나 교재의 풀이과정을 참고해 충분히 연습해두는 것이 좋다. 또 문제에서 묻는 개념이나 활용할 수 있는 공식을 빨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도 좋다. 아울러 수업 교재나 수업시간에 나눠준 유인물 중심으로 공부하면 더 유리하다. 하지만 유인물 등을 중심으로 공부한다고 해도 문제 유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결국은 그 문제에서 묻는 개념을 확실히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 -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연습을 영어는 문법에 맞게 영어로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영어 서술형 문제의 핵심은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을 해석하고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문법에 맞게 영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대화문을 서술형으로 바꾸는 문제, 핵심 내용을 요약하는 문제 등이 주로 출제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교과서 지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다. 또 단원별로 주어지는 주요 문법을 잘 정리해 두고, 지문 속에 적용된 어휘를 암기해 자연스럽게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충분히 훈련해야 한다. 본문을 여러 번 읽어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른 반 친구의 교과서나 필기를 빌려보는 것도 좋다. 같은 내용이라도 다르게 설명하면 머리에 더 잘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험범위의 단어나 본문, 대화, 듣기 지문을 암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외울 수 없다면 적어도 문장이 눈에 익을 때까지 여러 번 읽어야 한다. 물론 이때도 최소한 시험범위에 나오는 단어는 모두 외워야 한다. ●사회 - 핵심 용어·도표·그림 이해를 사회는 교과서에 나온 핵심 용어·도표·그림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사회 서술형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단원별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단답형 문제와는 달리 서술형 문제에서는 용어를 직접 사용해 문장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핵심 용어를 반드시 암기하고 글로 작성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도표와 그림을 해석하는 문제도 자주 출제되므로 교과서에 나온 도표와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도록 한다. 단원 제목을 적어 전체적으로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좋은 공부법이다. 흐름을 파악했다면 목차로 핵심용어를 통해 생각지도 등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흐름과 함께 중요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 - 실생활 적용까지 사고 확장을 과학은 각 단원의 핵심 개념과 실험을 꼼꼼히 정리해야 한다. 과학은 핵심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생활과 연관지어 사고를 확장해 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에서 실험 준비물, 실험 과정, 실험 결과를 통해 알게 된 사실과 주의사항 등을 꼼꼼히 살피고 핵심 개념과의 연관성을 잘 정리해 둬야 한다. 실험과 관련된 내용을 따로 모아 ‘실험 관찰 노트’로 만들어 각 단원의 핵심 개념과 실험 내용을 정리해두고 실생활에 어떻게 응용되는지 기록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문제풀이로 개념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도 좋다. 문제 풀이때도 도표나 그래프 해석, 실험결과 등은 한번 더 복습해야 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거리 구걸’ 中거지, 알고보니 억대 연봉자?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중국의 한 거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人民網)등 복수의 현지 언론이 지난 21일 보도했다. 주인공은 베이징 중심부의 상업거리인 시단(西單)에서 매일 구걸을 하는 일명 ‘시단커토왕’. 네티즌들이 ‘머리를 조아린다’는 뜻의 단어를 써서 지은 별명이다. 이 거지는 항상 상의를 탈의한 채 구걸을 하며, 행인들의 눈에 쉽게 띌 수 있도록 쉴 새없이 절을 한다. 그의 ‘노력’에 눈길을 돌린 시민들은 오고가며 1위안(185원)짜리 지폐 한 장이라도 적선하는데, 놀라운 것은 그가 이렇게 벌어들이는 ‘수입’이 시간당 평균 1000위안(18만 5000원)정도라는 주장. 이 같은 주장은 그의 하루를 유심히 살펴본 한 남성이 “베이징에 호화로운 집이 두 채, 고급 자가용이 4대, 시간당 4000위안을 버는 거지가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퍼져나갔다. 많을 때는 4000위안이 넘기도 하며, 이를 토대로 계산했을 때 그의 ‘연봉’은 120만 위안(한화 2억 200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네티즌이 올린 글은 수 십 만 네티즌에게 즉각 전달됐고, 일부에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간에 4000위안을 받으려면 평균 40명에게 100위안짜리 지폐로 1분 30초마다 한 명꼴로 적선을 받아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일부 네티즌들은 “거지들의 구걸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일부 언론과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 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진위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길섶에서] ‘행연거’(杏然去)/임태순 논설위원

    ‘도화유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유명한 시 ‘산중문답’(山中問答)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복숭아꽃이 흐르는 물에 아득히 흘러가는구나.’라는 뜻이다. 제법 글을 읽는다는 서울양반이 낙향해 동네를 기웃거리다 서당을 지나게 됐다. 때마침 시골훈장이 가르치던 대목이 산중문답. 글 짧은 훈장은 ‘도화유수묘연거’를 ‘도화유수행연거’로 써놓고 천연덕스럽게 읽고 있었다. 아득할 ‘묘’(杳)자가 살구나무 ‘행’(杏)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 ‘묘’자의 날 일(日)자 변에서 한 ‘일’(一)자를 뺀 것이 ‘행’자니 착각할 만도 하다. 호기심이 동한 서울양반은 시골훈장이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유심히 지켜봤다. 그런데 시골훈장은 태연히 ‘복숭아꽃이 살구머니 흘러가는구나.’라고 학동들에게 설명했다. 아득히 흘러가나, 살구머니 흘러가나 전혀 뜻이 통하지 않는 것이 아니어서 속으로 머쓱하고 말았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일화다. 시골훈장의 재치에 절로 미소가 입가에 돈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Canada West & East ③Je T’aime Que´bec

    Canada West & East ③Je T’aime Que´bec

    퀘벡시티의 중심가 외벽에는 ‘젬므 퀘벡 파르스크J’aim Que′bec parce que…(나는 퀘벡을 좋아한다. 왜냐하면…)’라는 글귀와 함께 퀘벡시민들이 퀘벡을 좋아하는 이유가 말풍선으로 달려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퀘벡 사랑은 배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울타리를 낮게 치고서 타지의 여행자를 언제 어디서나 너그러이 반겼다. 유럽인도 캐나다인도 아닌 ‘경계인’으로 살아온 세월이 그들에게 관용을 가르쳤을 터. 퀘벡시티와 사랑에 빠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거리마다 흐르는 음악에 이끌려 무작정 걷다 보면 치열했던 역사의 흔적을 우연히 만날 수 있다. 또 부티크한 매력이 ‘철철’ 넘쳐 여행 내내 심장이 뛸 것이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캐나다관광청 02-733-7741, kr.canada.travel 1 퀘벡 프레스코 벽화 앞에서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가 흘러 나왔다 2 퀘벡시티 관광은 플라스 다름에서 시작된다. 플라스 다름 주변에는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다 3 트레조르 거리에서 만난 핑거 페인팅 화가 패트릭 콜리떼씨는 퀘벡시티를 그림으로 그린다 4 생장 게이트 앞에서 만난 노만드 펠레티어씨가 구슬픈 색소폰 음악을 들려 주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Artistique 예술가의 꿈이 피어나다 퀘벡시티 중앙에서 길을 헤매던 찰나, 산책 중이던 노인이 길을 알려 주었다. 몇분 후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뛰어와서는 “생장 거리Rue Saint Jean를 잊지 마라!”며 한 번 더 어깨를 두드리고 사라졌다. 노인의 말대로 생장 거리로 접어드니 여행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퀘벡시티의 한쪽 길목인 생장 게이트Sanit Jean Gate에 들어서자 색소폰 소리가 발길을 사로잡았다. 색소폰의 주인은 노만드 펠레티어Normand Pelletier. 나란히 진열된 6개의 앨범 표지에는 퀘벡시티의 주요 명소에 서서 연주하는 그가 서 있다. 음악교사였던 펠레티어씨는 음악이 좋은 나머지, 교실 밖을 떠나 거리에 정착하고 말았다. 노래를 신청하라 채근하기에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부탁했다. ‘And so I came to see him. To listen for a while(그를 보기 위해 왔어요. 잠시 동안 노래를 듣기 위해)’라는 노래 가사처럼 퀘벡시티는 거리 악사를 보기 위해, 노래를 듣기 위해 여행을 해도 좋을 정도로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 생장 게이트에서 색소폰이 울려 퍼진 것처럼 요새 박물관Muse′e de Fort 인근에서는 키보드 소리가, 다름 광장Place d’Armes과 퀘벡 프레스코 벽화La Fresque des Que′becois 앞에서는 기타 소리가 새어 나왔다. 퀘벡시티에는 어디를 가나 ‘예술감’이 충만했다. 퀘벡시티는 여름이 특히 압권이다. 매년 여름이면 음악 축제가 열리는데 축제 기간 동안 도시 전체가 공연장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 축제는 지난 7월7일부터 17일까지 열렸고 엘튼 존과 메탈리카 등 유명 가수가 이곳을 찾았다. 퀘벡시티가 400주년을 맞이한 2008년에는 폴 매카트니와 퀘벡 출신의 셀린 디옹이 퀘벡시티의 전장공원Parc des Champs de Bataille에서 공연을 했다. 두 공연에 몰린 관중 수를 합하면 퀘벡시티 인구 수에 가깝다고 하니, 음악을 향한 이들의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이 간다. 축제 기간을 놓친 것이 다소 서운했지만 무료 재즈공연이 있었기에 위로가 됐다. 무료 재즈공연은 클라렌동 호텔Clarendong Ho^tel 1층에서 매주 목, 금, 토요일(4~11월 목요일 제외) 밤 9시부터 12시까지 열린다. 1870년대 지어진 이 호텔은 퀘벡시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샤토 프롱트낙 호텔Cha^teau Frontenac Ho^tel보다 나이가 많다. 호텔 로비에는 재밌는 사진첩이 놓여져 있는데 사진첩에는 1870년대 당시 호텔에 묵었던 손님들이 가져온 호텔의 옛날 사진과 기사들이 스크랩돼 있다. 공연이 열리는 1층 홀에서는 맥주나 와인도 판매한다. 간단한 맥주 한 잔과 그윽한 재즈에 몸을 맡기는 순간 퀘벡의 밤은 일시정지된다. 예술의 한 축이 음악이라면 다른 한 축은 미술이다. 재즈가 흐르는 클라렌동 호텔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생탄 거리Rue de Sainte-Anne가 나온다. 한눈에 봐도 알 만한 유명 인물의 캐리커처가 지나가는 여행자를 지켜보고 있어 찾기 쉽다. 거리의 미술가가 세워 둔 이젤에 가려 살짝살짝 보이는 샤또 프롱트낙의 수줍은 모습은 위풍당당한 정면 모습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직선으로 뻗은 거리가 캐리커처로 메워져 있다면, 생장 길 방향으로 펼쳐진 좁은 트레조르 거리Rue du Tre′sor에는 풍경화, 동판화 등이 걸려 있다. 퀘벡시티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던 패트릭 콜리떼Patrick Collette씨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핑거 페인팅 화가인 그는 손가락으로 한 땀 한 땀 그림을 그렸고, 그림 속에는 샤또 프롱트낙, 플라스 다름 등 퀘벡시티의 주요 명소가 판박이처럼 옮겨와 있었다. 캐나다 뉴 브런즈윅주가 고향이라는 콜리테씨는 여행 중 퀘벡시티에 반해 아예 이곳에 정착해 버렸다. 작품 설명 내내 문화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에 힘을 주어 말하던 그. 퀘벡시티를 주제로 출발한 작품 세계는 사회와 정치를 풍자하는 그림으로 더 넓게 뻗어 나가고 있었다. T clip. 퀘벡, 1년 365일 축제로 들썩들썩 퀘벡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축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퀘벡에는 크고 작은 축제가 자주 열려 별도의 액티비티를 즐기지 않고도 특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름 퀘벡의 여름은 음악으로 물든다. 퀘벡시티의 서머 페스티벌Quebec Summer Festival, 몬트리올의 재즈 페스티벌Montreal Jazz Festival 동안에는 내노라하는 뮤지션의 공연, 흥미로운 부대행사가 도시 곳곳에서 열린다. 재즈 페스티벌은 내년 6월28일부터 7월7일로 예정돼 있다. www.montrealjazzfest.com 겨울 58회를 맞이하는 퀘벡 윈터 카니발Quebec Winter Crnival이 내년 1월27일부터 2월12일까지 추운 캐나다의 겨울을 뜨겁게 달군다. 눈 퍼레이드, 눈조각 경연대회, 카누 경기, 개썰매 경주 등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축제의 마스코트인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눈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뜻의 ‘본옴므’. www.carnaval.qc.ca Historique 퀘벡의 역사가 박힌 길 혹자는 퀘벡시티를 일컬어 ‘거만하지 않은 파리’라 했다. 유럽 여행을 마치고 퀘벡시티를 여행 중이라던 한 일본인도 “퀘벡시티는 유럽과 빼닮았지만 유럽보다 청초하고 무엇보다 성심이 곱다”고 말했다. 교역을 발판 삼아 힘을 떨치던 유럽 강대국의 기 싸움 속에 퀘벡은 이중의 상처를 입었다. 완벽한 프랑스인도 영국인도 될 수 없었던 그들은 이제 캐나다인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퀘벡 분리주의자들은 영국 왕실의 퀘벡주 방문에 반대시위를 하는 등 퀘벡의 과거사는 지금까지도 힘을 미친다. 길게 이어진 총독의 산책로Governor’s Walk를 지나 전장공원에 이르면 퀘벡의 지나간 역사가 압축적으로 빠르게 밀려온다. 샤토 프롱트낙 호텔을 지나면 세인트 로렌스 강변 언덕길의 산책로가 나오는데, 바로 이곳이 테라스 뒤프렝Terrace Dufferin이다. 전망 좋은 테라스 뒤프렝은 바로 총독의 산책로와 이어진다. 고즈넉한 강가를 천천히 걷다 보면 중간 지점에서 시타델과 22연대 박물관을 만날 수 있고 산책로의 끝에 전장공원이 기다린다. 1,700년 초기, 세인트 로렌스강에는 프랑스의 식민주의가 흘렀다. 당시 원주민의 땅이었던 퀘벡을 탐험가 사뮤엘 드 샹플랭Samuel de Champlain은 새로운 프랑스로 만들고자 했고 프랑스인들을 하나 둘 이주시켰다. 누벨 프랑스의 수도가 된 퀘벡은 근대주의의 흐름에 편입되면서 유럽 강대국의 싸움으로 그들의 역사를 채우게 된다. 사뮤엘 드 샹플랭의 동상은 지금 다름 광장에서 퀘벡시티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러나 영원한 국가는 없듯이 사뮤엘 드 샹플랭이 세운 퀘벡도 1759년 몽캄Moncalm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에 의해 함락되고 영국령이 됐다. 시타델의 남쪽으로 걸어 산책을 마무리하면 아브라함 평원Plain of Abraham으로 불리는 전장공원이 나오는데 바로 이곳이 두 나라가 싸웠던 터다. 치열했던 전쟁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운동 중인 노인, 형형색색의 레깅스를 신고서 무리지어 지나가는 청춘남녀들이 공원을 메우고 있다. 전장공원으로 넘어오는 계단 아래쪽의 한쪽 벽에는 ‘퀘벡 리브레QUE′BEC LIBRE’라는 글씨가 그래피티로 새겨져 있었다. 자유LIBRE 라는 단어는 퀘벡의 정서를 한마디로 함축한다. 캐나다 연방으로부터 끊임없이 독립하려 했던 퀘벡은 끝내 독립하지 못했지만 과거 프랑스의 정서와 언어를 그대로 유지하며 그들의 과거를 잊지 않고 있다. 퀘벡 사람들은 영어와 불어를 대개 동시에 쓸 수 있지만 불어가 그들의 주 언어다. 퀘벡인의 불어는 옛것을 그대로 고수한 탓에 프랑스식 불어와는 큰 괴리가 있다. 퀘벡의 차량 번호판을 유심히 살펴보면 ‘나는 기억한다Je me souviens’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것은 패전 후 그들을 두고 사라진 프랑스를 향해 띄우는 일종의 편지인지도 모른다. 또한 언제든지 다시 자유를 노래할 수 있다는 절치부심하는 그들의 신념이기도 하다. 복잡한 계보 속에 형성된 퀘벡의 매력은 끊임없이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다. T clip. 캐나다의 원주민을 찾아서 웬다트Wendat 원주민 박물관 유럽의 식민지가 되기 이전, 퀘벡을 포함한 캐나다는 원주민의 땅이었다. 몽모랑시 폭포Montmorency Falls 인근에서 만난 초등학생들은 인디언 복장을 한 채 야외 수업에 참가하고 있었다. 인디언 차림으로 연극을 하던 아이들은 아주 오래 전 조상이었던 원주민을 떠올리며 지금의 퀘벡과 캐나다를 몸소 배운다고 했다. 퀘백 원주민들의 역사를 보기 위해서는 퀘벡시티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웬다트 원주민 박물관을 가야 한다. 1960년대 원주민들은 퀘벡시티 근교 웬다케Wendake에 정착해 살았다. 웬다트 원주민 박물관은 당시 원주민의 의식주를 완벽하게 재현해 두었다. 한국의 민속 박물관과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면 영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주소 575, Stanislas Koska, Wendake, Que′bec, GOA 4VO 입장료 가이드 투어 12캐나다달러 문의 418-0842-4308 홈페이지 www.huron-wendat.qc.ca 1 세인트 로렌스 강이 펼쳐진 총독의 산책로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2 웬다트 원주민 박물관은 방문자를 위해 인디언 전통 춤을 보여준다 3 영국과 프랑스의 치열했던 전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 전장공원에는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하다 4 샤토 프롱트낙 호텔 뒤편에는 산책하기 좋은 테라스 뒤프랭이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Boutique 행복을 부르는 아기자기함 퀘벡시티를 돌아보고 나면 “부티크Boutique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퀘벡시티의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부티크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Hotel 친절한 빅토리아 마누아르 호텔 “봉주르Bonjour 메이 아이 헬프 유May I help you?” 빅토리아 마누아르 호텔에 들어서면 처음 듣는 말이다. 이 호텔의 직원들은 커다란 캐리어를 끙끙 옮기는 여행객에게 다가와 미소부터 보낸다. 직원의 친절 덕분인지 호텔은 더없이 아늑하게 다가온다. 호텔의 버나드Bernard씨와 마죠렌 드 사Marjolaine De Sa매니저는 한국인과 인연이 많고 유머감각이 넘친다. 호텔을 찾는다면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 보길 바란다. 시설은 유명 호텔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부티크 호텔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또한 호텔의 전체적인 색감이 갈색톤이라 상당히 클래식하다. 미로처럼 연결된 통로는 혼자 걸으면 다소 으슥하지만 대저택의 주인이 된 듯한 묘한 기시감도 든다. 주소 44, Co^te du Palais, Vieux-Que´bec, G1R 4H8 문의 1-800-463-6283 홈페이지 www.manoir-victoria.com Shop 독특한 기념품을 원한다면 빅토리아 마누아르 호텔의 입구에서 왼쪽으로 뻗은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유럽을 옮겨 놓은 듯한 부티크숍이 많은 폴 거리Rue Paul로 갈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티크숍은 113번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우베르Ouvert다. ‘Open’이라는 뜻의 우베르는 에코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가게다.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을 연상케 하는 귀여운 모양의 캐릭터가 거울, 옷 등으로 재탄생해 있다. 수제품이라 가격은 높은 편. 우베르의 이웃 가게인 117번 사본리Savonnerie는 염소 우유로 만든 비누를 판매한다. 염소 우유 비누는 사람의 피부 산도와 가장 비슷해 아토피 환자의 치료용으로도 좋다고 한다. 우베르Ouvert 명함 케이스 18캐나다달러, 가방 22캐나다달러, 거울 120캐나다달러 사본리Savonnerie 비누 하나 기준, 5캐나다달러 Street 퀘벡시티의 대표 거리 쁘띠 샹플랭 쁘띠 샹플랭 거리Rue du Petit-Champlain는 퀘벡시티 여행자라면 꼭 한번 들르는 장소다. 이 거리는 어퍼 타운Upper Town 언덕과 로어 타운Lower Town이 연결되는 일명 ‘목 부러지는 계단Escalier Casse Cou’에서 시작된다. 곳곳에 탄성을 자아내는 가게, 식당, 카페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사진 찍기 좋은 퀘벡의 프레스코 벽화La Fresque des Que´becois와도 가깝다. 또한 어퍼타운과 로어타운을 손쉽게 연결하는 케이블카 푸니쿨라Funicular도 있으니 한번쯤 타보는 것도 좋겠다. 주소 61,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G1K 4H5 홈페이지 www.quartierpetitchamplain.com Market 저렴한 메이플 시럽과 와인 사세요 현명한 여행자는 ‘시장’에 간다. 현지 시장에 가면 삶의 냄새를 물씬 맡을 수 있을 뿐더러 저렴하고 괜찮은 아이템을 살 수 있다. 부티크숍 거리 맞은편에도 퀘벡시티 현지인들이 찾는 구항구 시장Marche´ du Vieux-Port이 있다. 시장 뒤편에는 강이 흐르고 있어 쇼핑에 지친 여행자에게 휴식을 준다. 메이플 시럽은 플라스틱, 유리, 철 등 다양한 소재의 통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 모양도 와인, 단풍잎 등 다양하고 예뻐 선물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참 착하다, 메이플시럽은 중심가의 가게 물품보다 최소 1캐나다달러 이상 저렴하다. 메이플은 버터, 잼, 주스 등으로도 만들어져 있고,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곳곳에서 시식도 가능하니 구입 전에는 먼저 맛볼 것을 권한다. 주소 160, Quai St-Andre Que´bec G1K 3Y2 홈페이지 www.marchevieuxport.com Bus 단돈 1캐나다달러로 퀘벡 한바퀴 퀘벡시티는 도보로 둘러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아담하다. 그러나 주요 관광지가 밀집된 플라스 다름의 주변 지역을 조금 벗어나고 싶다면 에콜로 버스를 한번 타보자. 장난감 버스처럼 생긴 자그마한 이 버스는 퀘벡시티의 주요 지점만을 콕 집어낸다. 주요 관광지 앞에 에콜로 버스 정거장을 알리는 스탠드형 팻말이 세워져 있다. 팻말에 적힌 시간에 맞춰 버스에 타면 된다. 주요 정거장 주의회 의사당, 생장 게이트, 클라렌동 호텔, 구항구 시장 시간 새벽 5시~다음날 새벽 1시(정거장 앞에 버스 도착 시간이 기록돼 있으니 참고할 것) 요금 1캐나다달러 1 관광하기 좋은 곳에 들어선 빅토리아 마누아르 호텔의 외관 2 빅토리아 마누아르 호텔의 버나드씨와 마죠렌 드 사 매니저. 유머감각이 철철 넘쳐 투숙객을 항상 기분좋게 만든다 3 아늑한 분위기의 스탠다드 룸 4 거리에서 만난 꼬마는 자신이 만든 상자 TV에서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냈다 5 쁘티 샹플랭 거리는 부티크함의 끝을 보여준다 7 수제품을 파는 부티크숍 우베르의 입구 6, 8 우베르의 내부, 마트료시카 인형을 연상케 하는 물건들이 많이 보인다 9 현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구항구 시장 10 독특한 용기에 담겨있는 메이플 시럽들 11 구항구시장 뒤편의 정경 T clip. 퀘벡시티 돋보기 퀘벡 퀘벡시티를 퀘벡주 전체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퀘벡시티는 퀘벡의 주도일 뿐이다. 퀘벡의 가장 번화한 도시는 올림픽으로 잘 알려진 몬트리올. 몬트리올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시’의 느낌이 물씬 나지만, 성곽으로 둘러싸인 퀘벡시티는 아늑하고 소박한 멋이 있다. 퀘벡시티는 2008년 탄생 400주년을 맞이하기도 했다. 퀘벡주는 퀘벡시티를 중심으로 흐르는 세인트 로렌스강을 끼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미국과 바로 접해 있다. 미국과 가깝다는 장점 때문에 퀘벡과 미국을 한번에 여행할 수도 있다. 항공 퀘벡시티로 바로 갈 수 있는 직항편은 없지만 퀘벡시티로 가는 다양한 경유편이 있다. 대한항공, 에어캐나다가 대표적이며 지난해 새로 취항한 델타항공의 인천-디트로이트 직항편을 이용해도 좋다. ①대한항공 인천→토론토→퀘벡시티 ②델타항공 인천→미국 디트로이트→퀘벡시티 ③에어캐나다 인천→밴쿠버→토론토→퀘벡시티, 인천→밴쿠버→몬트리올→퀘벡시티 기차 비아레일을 이용하면 몬트리올 등 퀘벡시티의 인근 도시로 기차여행을 떠날 수 있다. 기차역은 구 시가지 성벽 북쪽의 VIA팔레역. 450 rue de la Gare du Palais Que′bec, G1K 3X2 언어 퀘벡에는 PFKLe Poulet Frit du Kentucky가 있다. 패스트푸드점의 대명사인 KFCKentucky Fried Chicken의 프랑스식 표현이다. 17세기 개척 초기 퀘벡에는 프랑스계 사람들이 많이 이주했고 지금도 누벨 프랑스 시대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정작 프랑스 사람들은 퀘벡에서 통용되는 불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퀘벡인들이 쓰는 언어가 고대 프랑스어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퀘벡시티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참 재밌다. 한 사람이 불어로 말을 하고 상대방은 영어로 대답하는 경우도 있다. 불어를 주로 쓰지만 영어도 함께 사용해 간단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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