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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남편 살해사건 당신의 선택은?

    술에 취해 자신을 때린 남편을 목졸라 숨지게 한 부인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검사는 아내가 남편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또 그런 의도를 갖고 남편 목을 졸랐다고 주장한다. 변호인은 견딜 수 없는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던 중 무심코 일어난 행위라고 맞선다. 과연 당신의 선택은? 12일 서울중앙지법 466호 대법정에서 ‘국민의 형사재판참여법’에 따라 국민이 배심원단으로 참여하는 형사모의재판이 열렸다.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 300여명과 배심원들의 눈과 귀는 유무죄를 다투는 검사와 변호사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렸다. 배심원석에는 이날 별도로 구성된 영화감독 임권택씨, 시인 김용택씨, 영화배우 장미희씨 등 문화·예술인 9명이 관할 지역내에서 무작위로 뽑힌 일반인 9명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사건의 관건은 아내의 살해의도를 판단하는 것.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자료와 피고를 직접 수사한 경찰관, 아들, 이웃주민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배심원들은 검사와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를 유심히 살펴 보고 증인들의 진술을 받아적으면서 꼼꼼히 살폈다. 재판부와 검사, 변호사는 재판 진행 중 틈틈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때’‘정당방위’의 개념 등을 설명하며 배심원들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목이 졸려 사망하면 입안과 눈동자 등에 핏자국이 생긴다.”는 생리학적 지식 등을 접한 배심원들 중 일부는 용어가 생소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사와 변호인의 신문과 증거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배심원들은 평의에 들어가 다수결 원칙을 따라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는 문화·예술인들과 일반 배심원단 모두 피고가 처음부터 남편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 폭행치사죄만 인정해 의견이 일치했다. 재판을 지켜본 강모(20·여)씨는 “법대생이라 용어가 낯설지 않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내년부터 5년 간 배심ㆍ참심 혼합형 국민참여 재판제도를 시행한 뒤 미비점을 보완해 2012년부터 완성된 형태의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데스크시각] 최경주의 외로운 도전/곽영완 체육부 부장급

    지난 주말 미프로골프(PGA) 투어 첫 메이저인 마스터스가 막을 내렸다. 필 미켈슨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2연패를 저지하며 2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는 드라마를 보며 그를 우상으로 삼는 백인들의 흥분은 마지막 홀을 보기로 마치는 쑥스러움에 아랑곳 않고 넘쳐 흘렀다. 하지만 한국 팬들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였다. 마스터스에 출전한 100여명의 ‘명인’ 가운데 유일하게 응원했던 최경주가 일찌감치 컷오프되는 바람에 맥이 빠져버린 탓이다. 올해로 4년 연속 출전권을 받았고,2004년엔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최경주였던 만큼 기대도 컸었는데. 사실 올 들어 최경주는 아직 ‘톱10’에 한번도 못 들 정도로 부진하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이젠 돈도 벌만큼 벌었을테니’하며 예전만큼 강인해 보이지 않는단다. 그런데 미켈슨이 우승하는 순간, 최경주는 어디 있었을까. 컷오프되자마자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갔을까. 최경주는 아마도 오거스타골프장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거기서 자신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완하고 있거나 남아서 플레이하는 다른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봤을 것이다. 최경주는 그런 선수다. 기자는 국내외에서 여러차례 최경주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지만 지난 2003년 그해 두번째 메이저로 시카고 인근 올림피아필즈에서 치러진 US오픈에서 본 최경주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대회에서 그는 단 1타차로 컷오프됐다. 물론 그는 많은 대회에서 우승도 하고, 컷오프도 됐지만 그가 컷오프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본 건 그 때가 유일하다. 남은 이틀 동안은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그는 컷오프된 직후 곧바로 연습그린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연습을 거듭했다. 마치 다음날도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처럼. 표정에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투어프로라면 모두 그럴 것이라고?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2년전 나상욱이 동참하기 전까지 PGA 투어의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지난 2000년 그가 처음으로 PGA 투어에 도전할 때 그의 성공을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올림피아필즈에서 보았던 그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고, 왜 성공했는지를 알 게 해주는 단편적인 것에 불과했다. 미국 진출 초창기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에 골몰하던 그는 연습을 멈추고 옆에서 연습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샷을 연구했다. 그는 지금도 “타이거 우즈, 어니 엘스 등이 모두 나의 스승”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치라고 가르쳐 주진 않았지만 그들의 샷을 보고 따라하며 그들의 장점을 배웠다는 뜻이다. 그같은 노력이 골프의 명인들만 출전한다는 마스터스에 4년 연속 출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됐고, 그같은 노력을 했기에 부끄러움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마스터스에서 컷오프될 즈음 국내에서는 그 못지않은 노력이 필요했을 또 다른 스포츠스타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의 최우수선수인 하인스 워드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29년만에 자신이 태어난 한국을 방문한 흑인 혼혈인 그는 짧은 체류기간에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오는 2009년부터 초·중·고교의 교과서부터 단일민족에 대한 강조보다 다인종·다문화를 수용·인정하는 쪽으로 내용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 흑인 혼혈이라는 멸시 속에 NFL의 최우수선수가 된 워드와 백인들의 영역인 골프에서 명인 반열에 오른 최경주. 우리에게 처음 다가온 워드가 많은 것을 한꺼번에 알려줬다면 최경주는 서서히 우리에게 자부심을 심어줬다는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마이너리티의 핸디캡을 딛고 성공한 대표적인 선수들로 기억돼야 할 것이다. 곽영완 체육부 부장급 kwyoung@seoul.co.kr
  • [가슴속 그림 한 폭] 김일해의 ‘어느 하루’

    [가슴속 그림 한 폭] 김일해의 ‘어느 하루’

    “김일해 화백의 꽃그림들을 좋아해요.” 첫마디를 들었을 때 ‘아름다운 꽃과 여배우’를 연상했다. 하지만 탤런트 채시라씨는 내내 꽃씨 이야기를 했다. “김일해 화백의 ‘어느 하루’란 그림이에요. 이상한 점이 보이시나요?” 뜬금없는 질문에 유심히 들여다 봤다. #1 연기는 꽃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는 작업 “백합이 소녀보다 크기가 훨씬 커요. 실제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죠. 그래서 전 소녀가 상상속에서 키워낸 꽃이라고 생각해요. 소녀가 상상의 꽃씨를 뿌리고 저만의 색깔과 크기로 꽃을 키워낸 셈이죠.” 예상치 못한 말에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봤다. “중2때 처음 잡지표지 모델을 시작했어요. 그 어린 나이에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저에게 연기는 상상의 꽃씨를 꽃으로 키워내는 작업이에요. 처음 대본을 받으면 전 여느 소녀로 돌아가 사색의 날개를 펴요. 그러면 꽃이 피듯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가 떠오르죠.” #2 사랑, 어떤 꽃이 필지 모르는 꽃씨 그가 처음 김 화백의 작품을 접한 계기는 남편이 결혼전 함으로 지고 들어온 그림을 소장하게 되면서부터다. “제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꽃선물이었죠. 바닷가에 붉은 맨드라미가 피어 있는 그림이에요. 처음엔 바닷가에 때아닌 맨드라미가 있어 의아했죠.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편안한 그림이었어요. 원래 결혼이 운명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의아한 것이지만 이상하게 편하고 포근한 거잖아요.” #3 딸, 내가 심은 소중한 꽃씨 우문일지 모르지만 그녀가 심은 가장 소중한 꽃씨는 무어냐고 물었다. “딸 채니요. 이제 6살이에요. 요즘은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생각하면 하루가 가요. 아 참 채니도 빨리 소녀가 되어서 이 그림을 좋아하면 좋겠어요. 전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거든요. 한계 없이 꿈을 꾸고 키우려고 노력했으면 해요. 아이가 그 과정에서 실패해도 그로 인해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을 아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어요.” 한바탕 유쾌한 수다를 끝냈다. 이 사람, 배우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 모든 역할을 꽃으로 소중하게 키워가려 한다. 결국 어떤 꽃이 어떤 모양으로 어떤 향을 내며 만개할지는 모르지만 절로 응원이 되는건 모든 것을 가능하다고 여기는 그 긍정적인 자세 때문이리라.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독자의 소리] 쌀 원산지표시 제대로 해야/백영현

    국내 쌀 산업 보호를 위하여 그동안 과자, 떡, 뻥튀기 등의 가공용 원료로만 용도를 제한해오던 수입쌀의 일부가 이달부터 밥쌀용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므로 쌀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밥쌀용으로 판매되는 수입쌀 중 미국산 ‘칼로스’와 태국산 쌀은 ‘중립종’과 ‘장립종’으로 쌀의 길이가 우리 쌀보다 다소 길어 소비자가 유심히 살펴보면 육안으로도 원산지 식별이 가능하지만, 중국산과 호주산은 국산 쌀과 유사하여 원산지 식별이 어렵다. 밥쌀용 수입쌀 가격이 국산 쌀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될 경우, 밥쌀용 수입쌀의 원산지를 국산 쌀로 허위로 표시하여 판매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내 쌀 산업을 보호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쌀의 유통질서가 반드시 확립되어야 한다. 쌀의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쌀을 판매하는 가공업자나 판매업자가 쌀의 원산지, 품종, 도정일자 등 양곡관리법의 규정에 의한 의무표시사항을 반드시 표시하고, 소비자는 쌀을 구입할 때 표시사항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백영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유통지도과>
  • 儒林(574)-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10)

    儒林(574)-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10)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10) 박제가(朴齊家·1750~1805)는 ‘북학의(北學議)’에서 이 무렵의 과거장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유생들이 마실 물과 불, 짐바리와 같은 물건을 시험장 안으로 들여오고, 힘센 무인(선접꾼)들이 들어오며, 심부름하는 노비들이 들어오고, 술파는 장사치까지 들어오니, 과거 보는 뜰이 비좁지 않을 이치가 어디 있으며 마당이 뒤죽박죽이 안 될 이치가 어디에 있겠는가. 심한 경우에는 마치로 상대를 치고, 막대기로 상대를 찌르고 싸우며, 부문 앞에서 횡액을 당하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욕을 얻어 먹기도 하며, 변소에서 구걸을 요구당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하루 안에 치르는 과거를 보게 되면 어느새 머리털이 허옇게 세고, 심지어는 남을 살상하거나 압사당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온화하게 예를 표하여 겸손해야 할 장소에서 강도짓이나 전쟁터에서나 할 짓거리를 행하고 있으므로 옛사람이라면 반드시 과거장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박제가의 생생한 묘사처럼 율곡은 ‘부문 앞에서 당한 횡액’을 아슬아슬하게 모면하고 마침내 아수라장을 벗어나 거장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이다. 수협관은 율곡의 몸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였다. 붓주머니를 뒤져 붓통 속까지 훑어 보았다. 많은 거자들이 반드시 휴대하여야 할 붓 대롱 속에다 깨알 같은 글씨로 커닝 페이퍼를 말아 놓고 들어가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수협관은 율곡이 입고 있는 옷의 소매 속까지 검사하였다. 이는 혹시 옷소매 속에 수진본이 들어 있을까 수색하기 위함이었다. 수진본(袖珍本). 이는 ‘소매 속에 넣고 다닐 수 있을 만한 작은 책’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소에는 암기용, 혹은 휴대용 학습서로 유생들이 자주 이용하던 일종의 메모노트였는데, 몰래 거장 안으로 갖고 들어가 시험을 볼 때 틈틈이 훔쳐보기에는 안성맞춤의 책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수협관은 율곡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많은 거자 중에는 콧구멍이나 귓구멍 속에 깨알 같은 글씨로 예상 답을 적은 종이를 말아 끼우고 입장하는 부정행위가 적발되는 사례도 자주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수협관에게 발각되면 6년간 과거시험을 치를 수 있는 응시자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유생들은 수협관을 ‘저승사자’라고 부르며 두려워하기 마련이었던 것이다. 모든 수색을 끝낸 율곡은 마침내 반수당 안으로 들어섰다. 시험장인 명륜당 뜨락에는 이미 입장한 거자들이 여섯 자의 거리를 두고 질서정연하게 앉아 있었다. 시험장은 일소(一所)와 이소(二所)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는 부자, 형제, 혹은 가까운 친척들이 한자리에서 시험을 보지 못하도록 하려는 조치였다. 형제들이 같은 시기에 시험을 볼 경우 각기 다른 장소에서 치르게 하기 위해서 구역을 두 개로 미리 갈라놓은 것이었다. 이를 상피제(相避制)라 하였는데, 율곡이 앉은 자리는 이소 중에서도 자연 가장 후미진, 지금도 남아 있는 은행나무의 밑둥이었다. 율곡이 자리를 잡고 앉자 동시에 부문이 닫혔다. 율곡으로서는 운명적인 과거시험이 시작된 것이었다.
  • [책꽂이]

    |실용| ●요리사가 말하는 요리사(한영용 등 지음, 부키 펴냄) 디저트의 종류로는 달콤한 것과 치즈 및 치즈 요리가 주가 된 세보리, 바바루아·블랑망제·샤를로트·무스 등 찬 후식, 베니에·크레페·푸딩 등 더운 후식이 있다. 이밖에 과일이나 건과, 건포도를 내놓기도 한다. 요리사의 세계는 디저트만큼이나 다양하다. 책에 나오는 14명의 현직 요리사들은 “눈은 선배의 요리를 훔쳐 배우고, 귀는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코는 냄새를 맡고, 입은 모르는 것을 물어보라.”는 요리계의 격언을 새내기 요리사들에게 들려준다.9500원. ●이솝경영학(데이비드 누난 지음, 김광수 옮김, 세종서적 펴냄) 기원전 620년경 노예의 아들로 태어난 이솝은 곱사등이에 말더듬이였지만 타고난 지성과 재치있는 말솜씨로 그리스 시민들 사이에서 현자로 추앙받았다. 그는 동서양 무역으로 국민들에게 황금을 뿌려줄 만큼 부유했던 도시국가 리디아의 ‘CEO’ 크로이소스 왕의 보좌관으로 활약하면서 인도와 중국까지 아우르는 동서양의 지혜를 집대성, 이솝우화로 알려진 ‘인간학의 바이블’을 썼다. 책은 이솝의 이야기에서 비즈니스 교훈을 하나씩 들춰낸다.1만원. ●만달라스 그리기(요하네스 로젠가르텐 지음, 최외선 감수, 이지북 펴냄) 불교 수행자가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한 그림인 ‘만달라스’. 그러나 만달라스를 유심히 살펴보면 이 그림에는 특별히 종교적인 색채랄 게 없다.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원과 선, 사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한 만달라스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초로 탐구한 사람이 바로 심리학자 융이다. 우리가 그리는 원 그림이 무의식의 표현이며 무의식에 갇힌 창조적 에너지를 끌어내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게 그의 주장. 누구나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는 만달라스 도안집. 전2권. 각권 6000원. ●연인끼리 함께 보는 별자리 비밀(겐 에니시 지음, 김현남 옮김, 아카데미북 펴냄) 그리스신화의 농업의 여신 데메테르는 왼손에 보리의 이삭을 들고 있다. 그 이삭 앞에서 빛나는 별이 스피카다. 보리 이삭이 물들기 시작할 무렵 하늘 높이 빛을 발한다. 푸른 기운을 띠고 하얗게 빛나기 때문에 ‘진주성’으로도 불린다. 신비로운 별들의 세계.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양의 점성술은 고대 바빌로니아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시작됐다. 책은 흔히 아는 12별자리가 아닌 24개 별자리를 다룬다.8000원. ●깨진 유리창 법칙(마이클 레빈 지음, 김민주ㆍ이영숙 옮김, 흐름출판 펴냄) 전설적인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는 항상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늘 관중석에 자신의 플레이를 처음으로 직접 보는 팬이 앉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디마지오는 56게임 연속 안타의 신화를 세울 수 있었다.‘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기업의 실수로 고객이 겪은 불쾌한 경험이 결국 기업의 앞날을 뒤흔든다는 것. 디마지오는 작은 것에도 강박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범죄학에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둔 ‘깨진 유리창 이론’을 비즈니스세계에 접목한 책.1만원.
  • 기능직 공무원도 ‘좁은문’

    기능직 공무원도 ‘좁은문’

    3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권상주(28)씨는 올해부터 눈높이를 낮췄다. 경쟁이 치열한 9급 대신 기능직으로 목표를 돌린 뒤 요즘은 고시학원 대신 인터넷으로 기능직 시험 강좌를 듣고 있다. 하지만 권씨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기능직 공채인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 등 일부 기관에서 여전히 기능직을 선발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상당히 좁아졌다. 권씨는 “공무원의 꿈을 버리고 싶지 않아 기능직 공무원에 응시하려고 하지만 변수가 많아 속만 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온라인 학원도 우후죽순 증가 기능직은 공직 가운데 가장 말단직이다. 조무·전산 등 사무보조를 비롯, 농림·보건위생·방호·주차단속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기능직 채용은 중앙인사위원회가 아닌 각 지자체와 교육청별로 따로 뽑는다.2003년까지 비공식적으로 채용하다 2004년부터 공개선발로 전환됐다. 응시연령은 18∼40세다. 가장 큰 장점은 9급보다 합격하기 쉬우면서도 급여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시험과목도 대부분 국사와 일반상식 정도다. 서류와 면접으로 채용하는 기관도 많다. 따라서 그만큼 시험준비의 부담이 적다. 올해 이미 공고가 난 채용 인원은 전국적으로 300여명. 서울시교육청이 조무직으로 112명을 뽑기 위해 다음달 17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이밖에 경기도교육청과 부산시, 대구시 등도 선발공고를 냈다. 기능직은 인원이 필요할 때 바로 뽑기 때문에 각 기관 홈페이지 등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능직 공무원 수험대비 학원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의 P학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9급직과 함께 기능직 온라인 강좌를 개설했다.”면서 “현재 수강생이 5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채용 줄어드는 ‘레드오션’ 하지만 전체적으로 갈수록 기능직 공채 선발인원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 등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행정직과 기능직의 업무구분이 없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원이 많은 행정직이 기능직을 대체해 기능직 채용을 자제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4년부터 아예 기능직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기능직 자리를 일반직으로 돌리거나 민간위탁을 하고, 행정직 9급에게 업무를 맡기는 등 갈수록 행정·기술직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능직 공채의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지난 25일 경기도가 방호직 1명을 선발하는 시험에 440명이나 몰렸다. 이 가운데는 상당수 석사 학위자도 지원했다. 자치단체 한 관계자는 “승진 제한이 없는 대졸 출신 9급들도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고학력자들이 우선 취업하고 보자는 식으로 기능직을 택하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이사람] ‘인간중심 도시’ 설계사 원제무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

    [이사람] ‘인간중심 도시’ 설계사 원제무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

    서울 광화문 10평 남짓한 한양대 도시공학과 원제무(57) 교수의 사무실. 사무실 벽에는 한강과 중랑천, 그리고 서울과 관련된 온갖 지도가 붙어 있었다. 그 위로는 메모지가 덕지덕지 도배돼 있었다. 도시계획 전문가의 방이었다. 유심히 사무실을 감상하는 데 불쑥 얘기를 건넨다.“앞으로는 중랑천이 서울시 환경정책의 화두가 될 것입니다. 청계천과 함께 ‘인간다운 도시’ 서울을 이끌 쌍두마차죠.” 원 교수는 청계천 복원사업 초기부터 참여한 청계천의 산증인이자 사람이 중심되는 ‘푸른 서울’을 꿈꾸는 도시공학가이기도 하다. ●서울을 사람중심으로 가꿔야 지난달 24일 원 교수는 교통 관련 시민단체인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에 취임했다. 녹색교통운동은 사람과 환경을 위한 교통문화를 지향하는 시민단체다. 원 교수는 앞으로 2년 동안 공동 대표로 녹색교통운동을 이끌게 된다. 도시계획·교통 전문가답게 서울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짜내다 보니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내부순환 도로 등이 건설되면서 자동차를 통한 시내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서울이 자동차 위주로 교통체계가 이뤄져 원천적으로 교통체증과 매연이라는 부산물까지 떠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현재 서울 지하철 총 연장이 220㎞나 되지만 수송 분담률은 30%에 그치고 있다.”면서 “분담률이 60%에 달하는 도쿄 지하철과 비교한다면 투자대비 효과가 엄청나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정작 지하철은 건설만 해 놓고 시민들을 끌어모을 고민은 부족했다는 것이다.“한 번 갈아타려면 10분 가까이 걸어야 하는 지하철을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보행권 문제도 또 다른 숙제다. 최근 고가육교가 철거되고 횡단보도가 설치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사람 위주의 교통 정책은 멀기만 하다는 것. 원 교수가 꿈꾸는 서울은 ‘인간 중심도시’다. 그는 “자동차가 점령한 서울을 사람에게 돌려주고, 대중교통 체계의 효율화로 인간적인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며 “보행자와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에 대한 정책수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공직자들과 시민들의 의지만이 잿빛 아스팔트 도시인 서울을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계천복원 패러다임 변화 불러 그에게 청계천은 ‘집 앞 개울’이나 마찬가지다.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고교 시절에는 당시 집이었던 신당동에서 계동 중앙고등학교까지 등·하굣길에 청계천을 끼고 다녔다. “60년대의 청계천은 ‘서울의 하수구’였죠. 천변에 통나무를 기둥삼아 서 있던 수많은 판잣집에서 온갖 오물이 청계천으로 쏟아졌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아이들은 청계천에서 미역을 감곤 했죠. 당시 유명한 윤락가인 ‘종삼’도 청계천변에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친구들과 일부러 그쪽으로 가 학교 모자를 던지는 장난도 쳤죠.” 이처럼 청계천과 학창 시절을 함께 한 그였기에 청계천 복원을 위한 청계천시민위원회에 참여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전공을 살려 교통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청계천 복개불가론’의 가장 중요한 요지도 교통문제였다. 서울 동서축의 주요 도로인 청계고가가 사라지면 도로 정체로 인한 ‘교통 대란’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은 서울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왔다. 도심을 통행하는 자동차의 숫자가 복원 전 30%로 줄어들었다. 대신 바람길과 물길은 도심으로 흘러들었다. 슬럼화됐던 청계천변으로 밤 늦게까지 인적이 끊이지 않게 됐다. 모범적인 도심재개발의 증거인 도심회귀(gentrification)가 이뤄진 셈이다. 원 교수는 “역사성 복원의 과제가 남아 있지만 청계천을 볼 때마다 마치 늦둥이를 얻은 것마냥 흐뭇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모습 화폭에 담기도 도시계획은 ‘선의 학문’이라고 한다. 지도에 선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도시정책의 틀이 한 순간에 바뀐다. 기술 행정분야 ‘꽃’으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원 교수가 한양대 도시공학과에 입학한 것은 67년.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도시공학을 선택한 것은 인천시장 등을 거친 선친 원병의씨의 영향이 컸다. 그때는 울산중화학공업단지가 조성되던 시절. 마침 원 교수의 선친은 울산시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선친은 울산 개발현장을 찾은 미국의 도시계획 학자들의 ‘계획적인 국토개발을 위해서는 신학문인 도시계획 학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듣고 원 교수에게 도시공학을 권유했다. 그의 또 다른 직업은 화가다. 지난해 초에 광화문에서 ‘서울의 영감, 풍경의 매혹’전이라는 이름의 작품 전시회까지 열었다. 이때 생태도시, 환경도시를 테마로 40여점의 유화를 선였다.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년 동안 틈틈이 그린 결실이었다. 붓을 본격적으로 잡은 것은 1996년. 미술사가인 한양대 이정순 교수를 사사했다. 아울러 그는 훌륭한 문필가이기도 하다. 전시회 이름과 같은 ‘서울의 영감 풍경의 매혹’과 ‘수채화 세계도시 기행’이라는 두 권의 책을 펴냈다. 두 책에는 본인이 직접 그린 수채화도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 펴낸 ‘수채화’는 베를린, 바르셀로나, 워싱턴, 뉴욕 등 세계 19개 도시를 답사한 감상을 풀어냈다. 그는 향후 서울의 이상적인 변화 모델은 스웨덴의 스톡홀름이다.“스톡홀름은 자동차 보급률이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대중교통이 잘 발달된 도시”라며 “인구가 300만이 넘는 대도시면서도 쾌적한 생태환경을 유지하고 있어 모범사례로 꼽을 만하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낙관적인 전망과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더욱 살기 좋은 서울과 우리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밝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원제무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 ▲경기도 용인 출생(1949년) ▲서울 중앙고등학교, 한양대 도시공학과 졸업(1974년) ▲서울대 도시 및 지역계획 석사(1976년) ▲미국 UCLA 교통계획 석사(1979년) ▲미국 MIT 교통공학 박사(1983년) ▲경실련 교통정책위원회 위원장(1993년∼1994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2002년∼2004년) ▲청계천시민위원회 교통분과위원장(2002년∼2005년) ▲현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 [Book & Life] 영어교재 스트레스 날리자

    [Book & Life] 영어교재 스트레스 날리자

    “김 기자, 그때 영어교재 본다는 거 뭐였죠? 영어공부 다시 좀 하려는데….” 40대 중반의 시민단체 임원 김모씨. 평소 잘 알고 지내온 그가 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최근 함께 참석했던 모임에서 ‘영어 콤플렉스’에 대한 토론을 벌였던 터라, 영어를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그의 말이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두기만 하고 제대로 읽지 않은 영어교재가 수없이 쌓여 있다는 그의 후회 어린 말도 생각났다. ‘무슨 책을 소개해야 하나. 내가 공부하는 교재가 그에게 맞을까….’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우선 생각나는 책의 제목을 알려줬다. 출퇴근 시간에 볼 수 있는 포켓사이즈의 ‘1분 영어사전’. 하루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기본적인 회화는 가능하다고 교재 서문에 써 있지만, 정작 기자도 4권짜리 이 교재의 절반도 읽지 못했다. 매일 조금씩 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공부하고 이내 질려서 놔버리기를 반복한 것이다. 2006년, 직장인들의 화두는 여전히 영어다. 주변에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 내내 영어과외를 할 만큼 문법에는 자신이 있었고, 지난해 연수도 다녀왔지만 여전히 영어는 풀지 못한 숙제처럼 마음을 누른다. 그래서 주변에 영어를 어느 정도 잘하는 사람이든 못하는 사람이든 만나기만 하면 영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쁘다. 좀더 잘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무슨 교재를 보면 도움이 되는지 등등. 지난해부터 출판분야를 맡게 된 덕분에 영어 관련 교재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괜찮아 보이는 교재들은 집으로 가져가 책상과 침대에 잔뜩 쌓아 놨다.‘웃기는 미국, 덩달아 영어’,‘콤플렉스를 부수면 영어가 보인다’,‘문화를 알아야 영어가 산다’,‘더티 영문법’ 등 제목만 봐도 다양하다. 그러나 웬걸.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으니. 그런데 최근 이런 스트레스 날리기를 도와주는 책을 발견했다. 영어라면 코웃음을 치는 나라 프랑스의 글로벌기업 임원 출신인 장폴 네리에르가 쓴 ‘글로비쉬로 말하자’가 주인공이다. 단어만 61만개가 넘는 ‘잉글리쉬’ 대신 1500개의 단어로 이뤄지는 ‘글로비쉬’로도 원어민과 당당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것. 영어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일 뿐, 이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내가 주도권을 잡는 영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주말탐구-짝퉁] “감별 20년째… 출근길 시계·핸드백 관찰 버릇”

    [주말탐구-짝퉁] “감별 20년째… 출근길 시계·핸드백 관찰 버릇”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세관 5층에 있는 ‘지적재산권 보호 전담팀’. 책상마다 가득 쌓인 명품 브랜드의 가방이니 옷가지, 골프용품 등을 예리한 눈초리로 살펴보는 사람들이 있다. ‘짝퉁’을 가려내는 데는 ‘도사’로 통하는 서울세관의 전문 조사관들. 사흘째 의심스러운 제품을 뜯어보고, 만들어진 과정을 역추적하고 있다. 홍콩아니면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짜라는 단서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짝퉁 명품뿐이 아니다. 수사권을 갖고 있는 이들은 이틀전 일본의 유명 전자회사의 상표가 붙어 들어온 새끼 손가락만 한 전자 칩이 일본 본사의 확인을 거친 결과 가짜임을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하기도 했다. 반장인 선평우(52) 조사관은 가짜 수입품 적발의 산증인이다. 김포, 인천, 서울세관을 두루 섭렵하며 20년째 짝퉁만을 추적하고 있다. 세관의 가짜 수입품 적발 건수는 2004년 기준으로 한해에 670만건에 이르고, 금액으로 2100억원이 넘는다. 이 분야에서 아시아권 2위라는 악명을 떨치고 있다. 조사관들은 “짝퉁 기술자들은 도주가 편리하도록 월급이 아닌 주급으로 임금을 받을 정도로 조직이 은밀화하고, 제품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따라서 “짝퉁은 보기만해도 느낌이 온다.”는 선 조사관에게도 철저한 사전준비는 필수. 조사의 단서는 수출입 과정에 대한 정보분석, 제보, 그리고 직접구매 등이 주류를 이룬다. 정보분석은 세관 내부 전산망(CDW)을 이용한다. 수출입 물품정보, 기업 및 거래인 정보, 유통과정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전체 수출입 물량의 3% 정도는 표본조사를 거치는데, 새로운 상품정보를 얻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조사관들이 정보원이나 외부의 제보는 물론 뉴스나 소문으로도 짝퉁을 솎아낸다. 선 조사관은 지난 2000년, 인천세관에 근무할 때 중국에서 컨테이너로 들여오는 가짜 일본산 담배를 찾아내 언론에 대서특별되기도 했다. 당시 “담배 맛이 이상하다는 유사제보가 빗발쳤다.”며 무용담을 들려줬다. 조사관들은 외근이나 출·퇴근 때도 행인들의 핸드백이나 외투·시계·구두 등의 상표를 유심히 보는 일종의 ‘직업병’을 갖고 있다고 한다. 문득 다른 사람의 시선을 느낄 때면 겸연쩍지만 그래도 “가짜가 활개치지 못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작고 짧은 여성의 턱 호르몬과 관계 있다

    문턱까지 다가온 봄에 사랑을 찾고자 하는 선남선녀들은 자신을 거울에 유심히 비춰 보자.15일 과학 전문 웹사이트 ‘라이브 사이언스’는 얼굴, 엉덩이, 허리 등 신체 부위와 사랑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먼저 얼굴은 성적 능력을 보여주는 창(窓)이며,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은 여성 얼굴 아랫부분과 턱을 작고 짧게 만든다. 이마도 작아져 눈은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한다. 남성의 얼굴은 ‘테스토스테론’이 좌우한다. 이 호르몬은 남성의 얼굴 아랫부분과 턱을 크게 만들고, 이마를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이런 특성은 생식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끼게 한다는 것.얼굴의 좌우 대칭이 맞는지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 15년 동안 연구해온 미국 뉴멕시코대학의 생물학자 랜디 손힐은 “얼굴의 대칭상태가 완벽한 상대를 만나면 역시 대칭이 잘 맞는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며 “컴퓨터 분석 결과 대칭비율이 높은 이성일수록 호감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체외분비성 물질인 ‘페로몬’도 사랑을 만드는 과정에 작용한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페로몬이 후각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체형도 중요하다. 텍사스대학의 데벤드라 싱 교수는 허리-엉덩이둘레 비율(WHR)은 자식을 낳아 돌볼 능력과 질병 저항력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WHR 0.7인 여성이 남성들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다.남성은 WHR가 0.8∼1.0이면 여성에게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 코널대학 연구진이 18∼24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장기적 파트너에게서 바라는 최고의 덕목으로 ‘정절’을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외모, 가족에 대한 헌신, 부와 사회적 지위 등을 꼽았다.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미리본 올봄 패션트렌드

    미리본 올봄 패션트렌드

    올 봄에 유행하는 옷은 뭘까. 일반 소비자들은 패션쇼나 패션 잡지를 봐도 한눈에 감을 잡기 어렵다. 가장 쉬운 방법은 매장으로 직접 나가 보는 것. 마네킹에 걸려 있는 옷들은 매장에서 제일 ‘자신있는’ 것이다. 이 옷들만 유심히 봐도 유행의 맥을 짚을 수 있다는 게 의류 담당 마케터들의 조언이다. 마음은 벌써 봄이지만 아직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지 못한 소비자들이 많다. 유행 1번지 강남지역 백화점 숙녀 정장 코너와 아웃렛 아동복 코너를 의류 담당 바이어들과 함께 둘러봤다. 중·고가 숙녀 정장 브랜드가 다양하게 들어서 있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아동복 신상품, 이월 상품,PB(자사 브랜드) 상품을 골고루 싸게 파는 뉴코아아웃렛에서 올 봄 유행을 대표할 만한 ‘핵심 아이템’들을 뽑아봤다. 사진은 잠원동 뉴코아아웃렛 아동복 코너에서 소비자가 의류를 고르는 모습.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아웃렛의 경우 백화점식 프리미엄 아웃렛을 표방하고 있다. 상품 구성은 이월 상품 40%, 신상품 30∼40%,PB 상품 20%. 가격은 30∼80% 저렴하다. 최근 백화점이나 아웃렛 매장에 가보셨나요? 막바지 겨울 추위 때문에 입은 두툼한 옷이 한결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겁니다. 겨울의 끝자리에서 다소 ‘도발적 색상’으로 갈아 입은 의류시장엔 벌써 봄꽃이 피어 있습니다. 노랑, 분홍 화사한 색으로 꾸민 매장에서 하늘하늘거리는 봄 옷들이 손짓을 합니다. 그러나 선뜻 옷을 사기엔 망설여집니다. 올 봄 트렌드가 무엇일지, 꼭 하나 사둬야 할 아이템이 무엇인지, 매장을 한 번 둘러봐선 알기 힘듭니다. 가장 쉽게 유행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매장에 디스플레이돼 있는 제품들을 눈여겨보는 것입니다. 각 브랜드에서 가장 자신있는 제품들을 내놓기 때문이죠. 의류 담당 바이어들의 비슷한 조언입니다. 의류 담당 바이어들과 함께 디스플레이된 제품들을 중심으로 봄 패션 트렌드를 짚어 보았습니다. 최첨단 유행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은 백화점 숙녀 정장 코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지하 1층과 2층에는 ‘심플한 여성스러움’이 강조된 옷들로 장식돼 있었다. ●단순하면서 고급스러운 흰색 카디건이 핵심 아이템 김석주 현대백화점 의류담당 바이어는 “올 봄 패션의 전반적 분위기는 지난해에 비해 절제되고 단순해졌다.”면서 “고급스럽고 성숙한 여성스러움은 더욱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화이트 계열의 천과 장식이 로맨틱한 느낌을 주는 옷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마인’ 매장에 걸린 구슬 장식과 시폰 레이스가 조화된 흰색 니트 카디건(59만 9000원)에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디자인에 큰 굴곡을 준 것은 아니지만 잔잔한 무늬를 이루는 구슬 장식과 하늘거리는 레이스가 충분히 여성스런 느낌을 살려 준다. 허리선이 강조된 것도 특징이다.‘마인’은 주황색 바지 위에 흰색 벨트를 느슨하게 걸쳐 밋밋할 수 있는 허리 라인을 살렸다. ‘타임’의 실크 블라우스(39만 5000원)도 허리에 주름을 줬다. 치마나 바지를 모두 절묘하게 어울린다. 비대칭으로 물결 느낌을 줘 날씬해 보이는 블랙 스커트(33만 5000원)로 마무리지으면 가장 무난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공주풍’ 드레스도 과감하게 입어볼 만 아이템 중에는 ‘드레스’가 핵심으로 떠올랐다.‘오브제’의 화이트 레이스 스커트(39만 8000원) 원피스는 아니지만 풍성한 드레스 느낌을 준다. 청색 데님이 시원한 느낌을 주는 재킷(69만 80000원)은 흰색 원피스에 걸쳐 입어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봄이면 늘 사랑을 받는 ‘트렌치코트’도 로맨틱 무드의 강세로 이번 봄에는 우아하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등장했다. 천이나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벨트로 허리 라인을 강조하고, 어깨와 엉덩이를 부풀린 1980년대식 실루엣을 재현한 스타일이 눈에 많이 띈다. 다소 ‘공주풍’ 옷도 올 봄엔 과감하게 도전해볼 만하다. 아웃렛에서는 아동복이 핵심 품목이기 때문에 아이들 옷의 유행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새 학년에 올라가 새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 선 아이가 ‘뭔가 달라보이게’ 꾸며주고 싶은 게 엄마의 심정.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뉴코아아웃렛 매장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 김학성 아동복 담당 바이어는 “올 봄엔 밝고 화려한 색상 보다는 누명한 수채화 색감이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아용 옷은 꽃무늬를 활용한 아이템이, 남아용 옷은 빈티지 스타일의 활동성을 강조한 아이템이 다양하게 출시됐다.”고 조언했다. ●여아용은 잔잔한 꽃무늬, 남아용은 빈티지 룩 ‘언더우드 스쿨’ 매장에 걸린 여아용 블라우스(2만 2900원). 잔잔한 꽃무늬는 색상이 튀지 않으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다. 성인용 여성 의류와 마찬가지로 여성스러움을 살린 디자인이 여아복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주름으로 활동성과 발랄한 느낌을 살린 청치마(2만 9900원)를 매치시켜 ‘꼬마숙녀’의 느낌을 강조했다. 남아용의 경우 빈티지 스타일을 기본으로 활동성을 강조했다. 카키색 티셔츠(1만 7900원)와 카고 바지(3만 2900원)는 여아용과 마찬가지로 튀지 않는 색상이지만 발랄한 느낌을 준다.9900원짜리 야구 모자로 귀여움을 살린 게 가장 돋보이는 점이다. 점잖은 느낌을 주고 싶은 아이 엄마라면 ‘오후’에 디스플레이된 제품들이 눈에 띌 것이다. 후드 조끼 위에 남색 재킷을 입혀 신사적인 분위기가 난다. 건빵바지 스타일의 청바지는 품이 넉넉해 활동성이 좋은 데다 허리 부분의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어 실용성이 높다. ●9000원짜리 모자 하나면 ‘멋쟁이 꼬마 신사’ 여아용은 분홍색 카디건(2만원)을 걸쳐 보온성을 보완하는 효과를 냈다. 흰색과 푸른색 줄무늬의 티셔츠(9000원)와 어울려 상큼한 이미지를 준다. 활동적인 성격의 아이라면 ‘유솔’의 ‘스포티 룩’이 잘 어울릴 듯하다. 봄 신상품으로 선보인 다양한 ‘스포티 룩’ 제품들은 강렬한 색상 대비, 편안한 디자인으로 경쾌한 느낌을 준다. 여아용 청바지는 분홍색 선을 포인트로 준 신상품(1만 5000원). 깔끔한 흰색 면 점퍼에 반짝이는 분홍색 하트모양 무늬가 앙증맞다. 남아용 후드티(9000원)도 청색에 주황색이 도드라져 경쾌한 분위기다. 건빵 바지 스타일의 청바지(1만 9000원)를 하나 사두면 날씨가 어중간한 늦봄이나 초가을에 유용하게 입힐 수 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20&30] 설 장보기 이렇게…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주부들에게 장보기는 일종의 재테크다. 그렇다고 무작정 여기 저기 싼 곳을 찾아 발품만 팔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알뜰 장보기의 노하우가 보이지 않을까. 대형 할인매장과 인터넷 쇼핑몰, 재래시장에서 일하는 결혼한 20∼30대들의 설 장보기 비법을 들어봤다.●할인마트 ‘할인권을 챙겨라’ “할인쿠폰으로 중무장하고 깜짝세일 시간대를 맞추면 넉넉한 쇼핑을 할 수 있어요.”대형할인점인 까르푸 시흥점의 야채·청과 코너에 근무하는 김영숙(38)씨는 설 전날 퇴근하기 전에 매장을 돌며 설 준비를 할 예정이다.“야채류는 오후 9시 이후 최대 50%나 할인됩니다. 재고나 신선도 때문인데 물건은 낮이나 밤이나 같은 거예요. 결국 타이밍 싸움이죠.” 특히 도라지·고사리·토란 등 제수용품은 설이 지나면 판매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직전에는 할인 폭이 크다. 이런 깜짝세일은 생선류 등에도 해당된다. 특별히 직원 할인이 없는 탓에 김씨 역시 틈틈이 전단지와 매장 앞에 전시된 할인쿠폰을 모아 두고 있다. 가맹점 카드를 이용,6개월 무이자 할부를 받는 것은 기본. 그는 또 갑작스럽게 방송이 나오며 세일한다는 품목이 있으면 꼭 들러보라고 권한다.또 구매량이 많은 경우 할인권을 통해 따로 5% 할인을 받을 수 있다.●인터넷도 ‘서두르는 자에게 복(福)’ 인터넷 쇼핑 H몰(www.hmall.com)에 근무하는 오형주(35) 대리는 이미 3주 전 인터넷을 통해 지인들에게 보낼 설 선물 구매를 모두 마쳤다.“보통 인터넷 쇼핑은 장에 갈 시간이 없어 구입한다고 생각하지만 2∼3주 전 미리 사면 최고 10%까지 할인받을 수 있거든요.” 맞벌이 부부에게 클릭 하나만으로 비교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잘 골라보면 배송료가 무료인 곳도 적지 않다.오씨는 “선물 살 때 오가는 차비와 고르는 시간, 택배비용 등을 고려하면 인터넷 구매와 무료배송의 이익은 만만찬다.”고 말한다. 가격동향을 바로 알 수 있고 어떤 상품이 인기가 있는지도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쇼핑몰별로 이른바 ‘미는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것도 권한다. 대량구입을 하는 탓에 오프라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설 선물 등은 여러 개를 사면 적립금과 경품혜택 등이 있어 구매자에게도 유리하지요.10개 사면 1개를 더 주는 ‘10+1행사’ 등도 유심히 보세요.”●재래시장은 가격의 최강자 서울 강서구 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최성관(36)씨는 “재래시장은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자부한다. 건어물부터 생선, 나물, 과일 등 제수용품은 물론 아이들 설빔까지도 재래시장은 가격의 최강자라는 것. 최씨는 “제수용품으로 조기, 병어, 오징어 등이 가장 잘 팔리는데 재래시장에서 1000원에 파는 것이라면 할인마트나 백화점 등에서는 1600∼1800원에 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설을 맞아 대부분 상점이 오후 10시까지 여는데 ‘떨이’ 시간은 보통 오후 8시 이후다. 도매구입 후 반품이 비교적 어려운 소상인들은 재고부담이 커 이 시간 이후 떨이를 주는 일이 많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길섶에서] 예절과 부모/이목희 논설위원

    어느 퇴근길,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히고 있었다. 헐레벌떡 뛰었더니 다행히 문이 다시 열렸다. 안에 타고 있던 10살 안팎의 남자 아이가 열림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처음 본 사이인데도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하는 모양이 기특했다. 며칠 후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그 아이를 만났다. 역시 인사 예절이 밝았다.1층에 도착하자 문을 붙들고 내가 내리길 기다려 주었다.“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엄마와 같이 걸어가는 아이를 보았다.“어떻게 교육시켰기에 어린 아이가 저렇듯 의젓할까.” 엄마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게 되었다. 같은 엘리베이터에서 불쾌한 일도 겪었다. 고교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뒤에서 “같이 가자.”고 소리쳤다. 그런데 학생은 힐끗 돌아보기만 했을 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얼마 후 아빠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학생을 만났는데 인사를 해도 받는 둥 마는 둥 했다.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되겠으나, 어쩔 수 없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부모속 좀 썩이겠구나.” 그날 저녁 우리 아이들에게 “예절을 안 지키면 아빠 체면 구겨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이색일터 엿보기] 제약사 프로덕트 매니저

    일 년에 신제품 680여개 출시, 한 달 평균 57개의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불꽃 튀는 제약업계에서 소비자의 기억에 남기 위해 오로지 하나의 제품에 밤낮으로 매달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제약업계의 프로덕트 매니저(PM;Product Manager)이다.PM은 제품의 시장조사부터 출시, 마케팅, 홍보 등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내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그 실행까지 책임지고 주도해야 한다. 또 학술·생산·영업부서가 유기적인 관계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데 바로 PM이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폐경치료제 PM으로 활동 중인데, 환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에서 보람을 찾는 직업의 특성상 여성의 건강한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맡게 된 것은 행운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30대 중반의 남자가 50대 전후 여성을 위한 폐경치료제를 담당하다 보니 질환의 주체인 여성에 대한 연구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폐경치료제 ‘리비알’은 의사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병원을 판매 타깃으로 하지만, 실제 사용자인 50대 여성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활력 넘치는 중년 여성을 보면 ‘폐경치료를 받고 있어서일까’ 혹은 한 겨울에도 덥다며 손부채질 하는 여성을 보면 ‘혹시 안면홍조(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폐경의 기초증상)가 아닐까?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 봐야 할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여성, 심지어는 본인조차 모르고 있는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내가 먼저 보게 되면 그 증상을 알려주고 치료를 권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드는 폐경치료 전도사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제약회사에서 제품의 생사를 책임지는 PM은 보통 3∼5년 정도 한 제품을 담당하게 되는데 언제 어떤 제품을 담당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평소에도 담당 제품 외에 의학정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와 내부 동료와의 의사소통 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제약회사 영업부서의 경우 매출과 직결이 되는 부서로 필드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개인적으로도 영업부서에서의 근무가 큰 도움이 되고 있어 현장경험을 위한 영업부서 근무를 추천한다. 모든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한 리더십은 물론 분석력, 전략적인 사고가 요구되며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외국어 능력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김정헌 한국오가논 마케팅부 과장
  • [이색일터 엿보기] 미디어바이어

    [이색일터 엿보기] 미디어바이어

    1980∼90년대만 하더라도 남보다 뭔가 기발하고 독특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직업을 갖고 싶어하는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는 광고회사였다. 지금은 워낙 직업이 다양해지고 전문직이 늘어나 당시만큼의 호황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광고회사는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 중 하나다. 광고회사 업무는 전반적으로 크리에이티브,AE(Acount Executive), 마케팅, 세일즈 프로모션, 미디어 부문 등으로 크게 나뉜다. 그 가운데 현재 맡고 있는 분야는 미디어 부문이다. 미디어 부문도 인쇄, 방송, 인터넷, 매체플랜 등으로 팀이 분류되는데, 방송미디어팀에서 미디어바이어(Media Buyer)로 근무하고 있다. 한 기업의 매체전략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마케팅 활동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대중매체를 활용한 광고의 적절한 노출이다. 아무리 훌륭한 광고를 만들었다 해도 적재적소의 대중매체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그 광고의 절반 이상은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이처럼 광고의 적절한 대중매체 노출을 위해 필요한 매체를 기획하고, 해당 매체의 광고시간대를 구입하는 것이 바로 매체 구매자로 해석될 수 있는 미디어바이어의 업무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광고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통해서만 광고시간대 구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최고의 광고시간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KOBACO를 수시로 드나들며 그야말로 영업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외에 하루 수십만원에서 수억원대의 광고 예산을 집행하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얻으려면 경쟁 광고회사, 경쟁 광고주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 효과적인 매체집행을 위해 기발한 광고집행 패턴을 생각해 내는 일도 필수업무다. 이 일을 5년째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빅 스포츠 이벤트가 있었던 시기를 들 수 있다. 입사 첫 해 맞이한 시드니 올림픽이 그렇고,2002년 한·일 월드컵도 잊지 못할 순간이다. 평소 프라임타임대의 15초 방송광고 단가가 1200만원 정도였으나, 우리나라가 유럽 강호들을 물리치고 16강,8강,4강으로 올라가면서 6500만원이라는 전무후무한 가격으로까지 치솟았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클라이언트에게 5배 이상 솟아버린 광고예산을 어떻게 청구할지 눈앞이 캄캄해졌던 기억이 있다. 현재 방송광고와 광고시장은 변화를 맞고 있다. 때문에 미래 방송광고 산업을 이끌어 나갈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변화하고 있는 매체환경에 대한 전문지식과 함께 부단한 자기계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 [데스크시각] ‘시끄러운 일등’을 주목하는 이유

    IT 분야의 현장 기자들은 기사 쓰는 시간보다 마지막 손질을 하는 데스크에게 설명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푸념적인 말을 자주 한다. 첨단 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 기술을 탑재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니 이 말은 맞는 듯하다. ‘컴퓨터를 옷처럼 입고, 모니터를 모자처럼 쓰는 시대’가 가까이 왔다고 말하면 이를 곧이곧대로 듣고 넘길 데스크가 몇 명이나 될까. 기사를 유심히 읽어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IT는 이처럼 첨단 기술과 서비스로 무장하면서 ‘세계 1등’ 고지를 하나씩 접수 중이다. 대표적인 휴대전화 외에도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세계 시장에 처음 내놓는 서비스가 수위 자리 등극을 위해 꽤 요란스럽다. 한국의 IT시장은 이제 1등이 아니면 명함을 내놓을 수 없다.‘2등은 시끄럽다’는 광고 카피가 무색할 만큼 이제 2등이 아닌 1등까지 시끄러워졌다. 고무적인 일이다. 1등이 시끄러워진 것은 우리가 제대로 키운 ‘산업의 쌀’ 반도체와 영특한 소비자의 덕이 크다. 지금도 손톱만한 반도체 칩(Chip)은 기기에 장착되면서 첨단·첨소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다른 얘기지만 황우석 박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 논란도 1등의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언론이 ‘과학적 증명’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떠나 국내 과학계가 그동안 세계 1등을 해보지 못한 탓에 사안이 시끄러워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의 정보통신 사회는 이제 ‘시끄러운 1등’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정보통신이 오프라인을 무차별적으로 온라인화하고, 첨단 서비스를 유·무선으로 네트워크화해 콘텐츠를 서로 이동시키고 연결시키는 엄청난 기능과 파워(힘)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리의 첨단 IT 기술은 이제 세계 시장을 한발 앞서 이끌고 있다. 어느 분야이든 IT를 접목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에도 귀가 솔깃해진다.‘1등들의 아우성’이 장밋빛으로 예견되는 대목들이다. 그러나 이 기대에는 전제가 있다. 다름 아닌 1등 경험들의 축적이다. 경험을 쌓는 과정은 어려움과 시끄러움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 속에서 나온 노하우는 경험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첨단 기술뿐 아니라 최고의 기술자를 길러내고 이들의 기를 살려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신기술을 탑재한 시제품을 소개하며 자주 시장에 화두를 던진다. 대부분이 기술의 컨버전스(융합)를 얹은 것이다. 그의 화두에 시장은 금방 시끄러워진다.1등 때문이다. 그러나 빌 게이츠도 1등 자리가 불안한 현실이 된 것이 지금의 세계 정보통신 분야다. 한때 세계 컴퓨터 업계를 호령하던 IBM과 애플도 최근 후발 주자의 공세에 주춤하는 경우를 보면 기술 세상에는 영원한 제왕은 없는가 보다. ‘시끄러운 1등’이 나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시대와 시장을 앞서는 발빠른 속도는 기본 사양이어야 한다. 대제국을 건설한 몽골의 칭기즈칸은 ‘말의 기동력’이란 최고의 무기를 가졌다. 말발굽의 요란스러움이 커질수록 영토는 넓어졌지만 그 소리가 잦아들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지금 그들은 몽골의 크지 않은 초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로 있지 않은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붉은 꽃도 10일을 못 넘긴다)’이란 단어를 들먹이지 않아도 기술이든 서비스든 진화를 못하면 이제 뒤안길로 사라지게 돼 있다. 세계 정상에 선 우리 IT는 좀더 시끄러워지고 이를 발판으로 발전을 해나가야 한다.‘시끄러운 1등’이 긍정적인 주목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기홍 산업부 차장 hong@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아쉬웠던 농민시위 보도/ 진정회 성균관대 4학년 경제학과

    지난달 23일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비준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11월 한 달만 해도 농민 세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한 명은 시위 중 부상을 입고 9일 만에 숨졌다. 농민들이 죽음을 택할 정도의 싸움을 할 때, 언론은 과연 그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성실하게 담아냈을까. 서울신문의 보도를 보면 농민들의 시위를 ‘관망’하고 ‘중계’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느낌이다.“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적인 투쟁도 전개할 계획이다”(10월28일자 3면),“전국 90여 곳에 벼 쌓아두고 격렬 시위” “부시·WTO 관계자 등 허수아비 화형” (10월29일자 6면)등 대체로 시위의 양태와 일정을 전달하는 데 지면을 할애했다. 여의도에서 농민 1만여 명이 시위를 벌인 다음날인 11월16일도 9면에 농민들은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경찰은 방패로 막고 있는 사진과 함께 농민과 경찰의 충돌을 자세히 전했다.(‘성난농심·경찰 충돌 140여명 후송’) 반면에 농민들이 그렇게 격렬한 시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농민들의 요구는 무엇인지는 기사에 잘 드러나 있지 않았다. 10월29일자 6면 “‘쌀비준 철회’ 성난 農心거리로”에서 “쌀 협상 비준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것은 농민을 기만하고 농업을 말살하는 행위”라는 한 농민의 말을 전달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왜 그렇게 농민이 격렬 시위를 하는지 알기 어렵다. 11월14일자 5면 ‘이 한목숨 농촌에 큰힘 되길’에서는 “어려운 농촌 현실과 정부가 농촌의 쌀과 교육정책을 올바로 세워줄 것을 적었다.”며, 자살한 30대 농민운동가 정모씨의 유서 내용을 전달했지만 궁지에 몰린 농촌 현실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11월22일자 11면 ‘상경무산 농민, 곳곳 도로점거’에서도 “그동안 피와 땀을 흘리며 농토를 일궈 왔는데도 이제 농민들에게 남은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와 절망적인 현실뿐”이라는 농민의 발언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이렇게 농민들의 요구나 주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반면,11월18일자 8면 ‘농림부, 죽을 맛’에서는 “10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하고 농민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대부분 들어줬는데 더 이상 뭘 얻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농림부 관계자의 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의 주장을 유심히 살펴보면 한결같이 “정부의 정책이 농촌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누누이 말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촌의 현실이란 ‘극심한 농가부채’다.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되던 당시 38.8%였던 농가의 부채비율이 10년이 지난 2004년에 92.7%에 달했다고 한다. 감당할 수 없는 부채에 땅을 한 필지 두 필지 팔다 보니 이제 전국의 비농민 소유농지가 50%수준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윤석원 중앙대 산업과학대학 학장은 인터뷰에서 “농민들이 안고 있는 악성부채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소득도 안정되고 농촌도 유지될 수 있지, 지금처럼 공공비축재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왜 농민들이 목숨 걸고 데모를 하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농민단체는 쌀 협상 비준동의안 처리를 무조건 반대했던 것이 아니다. 이들은 비준안의 국회 처리 전에, 쌀 협상 결과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농업-농촌의 지속적인 유지·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먼저 세울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 ‘격렬 시위’ ‘쌀 개방 반대’ 등을 부각시키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동안, 정작 350만 농민들이 전하고자 했던 의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시위에서 입은 부상으로 9일 만에 세상을 떠난 고 전용철씨에 대한 사인의 소재를 놓고 논란이 치열하다. 언론은 지금부터라도 ‘사인 싸고 공방 치열’식으로 100m 떨어져서 중계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해주길 기대한다. 진정회 성균관대 4학년 경제학과
  • [신연숙칼럼] 과학으로 돌아가자

    [신연숙칼럼] 과학으로 돌아가자

    며칠전 케이블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미국의 유명 드라마에 이런 장면이 나왔다. 여주인공이 길에서 남성 친구와 맞부딪치게 됐는데 옆에 동성애 파트너를 동반하고 있던 그 친구의 말.“안녕, 우리 결혼했는데 아기를 가지려고 대리모를 구했거든. 근데 아직 난자를 못 구했어. 혹시 네 난자를 줄 수 있겠니? 생각해 보고 결심이 서면 전화해 줘.”황당한 표정의 여주인공,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이 얘기를 해 주며 “졸지에 난자공장으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씩씩거리는 것이었지만 이것이 결코 낯선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드라마를 더욱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던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난자채취 의혹을 계기로 윤리논란이 뜨겁다. 드라마의 상황에는 생명윤리 문제뿐만 아니라 동성애자의 자녀양육 등 사회적 이슈들이 숨어있지만 현재까지 황우석 논란의 초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황교수가 과학자로서 연구윤리를 위반했는지의 여부와 그동안 거짓말을 한 데 대한 개인의 도덕성 문제다. 후자는 황교수가 해명을 했다. 연구윤리 문제는 생명과학윤리심의위원회가 서울대 수의대기관윤리위원회의 해명에 대해 재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통령산하의 국가최고 심의기구인 만큼 엄정한 조사로 국내외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주기 바란다. 사실 생명윤리의 본질적 쟁점도 아닌 단순한 연구윤리 문제를 이처럼 키워온 데는 정부와 일부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작년 2월 황교수가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배양을 발표했을 때 네이처지는 연구원의 난자사용 문제를 제기했었다. 연구원이 진술을 번복해 기사 내용은 유야무야됐지만 정부에서만큼은 자체대비를 했어야 했다. 이 기회를 놓치게 한 것은 본질을 흐려버린 비과학적인 태도다. 네이처지는 황 교수의 논문이 실린 사이언스지의 경쟁지로서 사이언스에 세계적 업적 발표의 선수를 빼앗긴 분풀이로 상대방 흠집내기를 시도했다는 해설이 나오자 “그러면 그렇지.”라는 식으로 이 문제를 없던 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그 후 생명윤리학회에서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메아리없는 외침이 되고 말았다. 지난달 섀튼 교수가 황우석 교수와 결별선언을 했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섀튼 교수가 결별이유로 연구용 난자 제공의 윤리문제를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검증하기보다는 줄기세포연구의 주도권 다툼이니, 독자적 연구서막이니 하는 추측만 쏟아냈다. 최근엔 특허권 불만 쪽이 그럴듯한 해설로 등장한 듯하다. 과학에 정치적 해설을 붙이고, 정치적 이해를 얹어 편가르기 하듯 사안을 판단하다 보니 볼 것을 못 보고 결국 문제가 터진 것이다. 과학기술이 물질적 풍요의 바탕이 되고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수단이 됨에 따라 정치권이나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는 업적이 필요하고 언론은 스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과학기술을 오도해 과학에 대한 신뢰가 깨졌을 때 과학이 받는 타격은 지난 과학사가 말해준다. 원폭투하와 환경파괴의 여파로 일어난 ‘반(反)과학’움직임이 그 실례다. 과학은 사실에 기초하여 검증 가능한 객관적 지식을 추구한다. 과학적 이성은 인류를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성찰적 과학’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인류의 희망이 아니던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감정이나 이해가 아니라 과학으로 돌아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것이 과학기술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다. 생명윤리심의위원들에게 기대가 크다. 특히 과학기술계 대표들은 과학을 살려야 할 주체들이다. yshi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데뷔 35년… ‘문인들이 좋아하는 화가’ 이왈종 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데뷔 35년… ‘문인들이 좋아하는 화가’ 이왈종 씨

    폴 고갱은 나이 마흔셋에 문명 세계에 대한 혐오감을 느껴 남태평양의 작은 섬 타히티로 훌쩍 떠났다. 여기에서 ‘타히티의 여인들’ 등 불후의 명작을 많이 남겼다. 빈센트 반 고흐 역시 대도시 생활에 싫증을 느껴 지중해로 떠나 걸작 ‘해바라기’를 남겼다. 아마 예술가의 포부를 위해 자기유배의 길을 스스로 떠나지 않았을까. 이왈종(60)씨.‘생활속에서-중도 시리즈’로 잘 알려진 한국 화단의 중견작가다. 지난 1990년, 그해 어느날 교수직(추계예술대)을 홀연히 버리고 따뜻한 남쪽의 섬 제주를 택했다. 주위에서는 서울로 곧 돌아오리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예술가적인 기(氣)를 충전하고 돌아올 것으로 다들 생각했지만 15년째 눌러 살고 있는 것. 이젠, 자신을 해방시킨 제주를 왜 떠나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또 복잡한 서울을 더 이상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푹 파묻혀 있다. 이 화백은 올해로 화단 데뷔 35년째를 맞고 있다. 그러니까 1970년 한국미술대상전(국립현대미술관)에 이어 이듬해인 스물여섯 나이에 국립공보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그동안 국내외 개인전만 20여차례, 단체전의 경우 매년 1∼2차례 참가했으니 그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난주 제주의 밤 바다가 보이는 서귀포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때마침 서울에서 온 손님(화랑 관계자)과 싱싱한 복어회에다 소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서울에서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후래삼배’를 먼저 권한다. 이 화백이 약간 취기가 있었기에 같이 보조를 맞추자는 뜻에서였다. 창너머 서귀포 앞바다에는 한치잡이 어선에서 켠 불빛이 아름답게 빛나 장관을 이루었다. 문득 한마디 건넨다.“선생님, 아름답죠?” 그러자 “암요,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돌아왔다. “……?” “자연입니다. 인간에게 맞추면 괴롭고요, 자연에 맞추면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이 마음의 작용이지요. 괴로움도 즐거움도 말입니다. 파리나 참새도 똑같은 생명입니다.” 술잔이 다시 오고갔다. 안주도 권했다. 사전에 질문 거리를 몇 가지 생각했지만 취기가 있어서인지 갑자기 순서가 헷갈린다. 들켰을까. 이 화백도 그걸 아는지 껄껄 웃으며 선문답 형태의 얘기로 분위기를 설렁설렁 몰아간다. 에라 모르겠다,“선생님은 그동안 제주 어디에다 맞춤표를 두셨는지요?”라고 질문을 툭 던졌다. “아닌 곳이 없지요. 제주에 왔을 때 시장바닥을 봐도, 잡초나 동백꽃을 봐도 행복했습니다. 마음이 어디에 치우치느냐가 문제이지요. 꽃을 봐도 괴로울 수가 있습니다. 제주란 아름다움이고 그렇게 맞추었습니다. 또 집착하지 않고 평등하게 바라보면서 ‘중도관’을 생각했습니다.” 이 화백은 제주 생활을 하면서 ‘중도시리즈’를 표방해 왔다. 또 오랜 금욕적인 생활방식과 돌담처럼 쌓인 열정으로 붓의 힘이 더욱 세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석한 화랑 관계자도 “이 화백은 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라면서 “(그림이)흥분된 에너지를 능란한 서예의 획으로 쓱쓱 그려진다.”고 거들었다. “중도란 무엇입니까.” “너무 가까이 가서도, 너무 멀리 떨어져도 괴롭지요. 하나는 전부요, 전부는 하나입니다.” “지난 제주생활의 15년을 관통한다면 어떤 의미로 새겨집니까?” “행복,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몸속에 채워져 있을 때가 괴롭지요. 비운 마음은 작은 것도 크게 보입니다. 사람 만날 일도 없고, 그림 그리고 밥 먹는 게 전부입니다.(제주)올 때 모든 것을 놓았어요.” 처음 5년은 그리고 싶은 그림을 실컷 그리다 죽었으면 원이 없겠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벌써 15년이 됐단다. 어디서나, 아무때나 들을 수 있는 새소리, 파도소리, 장중하고 때론 감미로운 바람소리, 그리고 동백꽃, 매화, 수선화 등 온갖 꽃들 향기에 취해 살아온 몽유의 세월이었다고 했다. 까닭에 화폭에는 꽃, 새, 물고기, 노루, 자동차, 전화기 등이 자주 등장했다. 요즘에는 골프장 풍경을 많이 그린다. 예술성이든, 상업성이든 따지지 않고 즐겁게 그렸고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활짝 웃는다. “최근에는 도자기 작업에도 열중하고 있지요. 향로를 만들고 거기에 그림을 집어넣는 향로들이지요. 저 세상으로 떠난 친구의 영혼 안식을 빌어주고 또 다사다난한 현실에서 많은 번뇌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심사를 편안케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이지요.” 다시 건배를 하고 나서 잠시 창밖을 응시한다. 때를 놓칠세라 제주에 대한 감상을 물었다. “곡선입니다. 인간은 수직적이고 상하관계로 연결되고 이해관계로 얽혀져 있습니다. 해안선과 돌담, 다들 아름다운 곡선이지요. 제주의 자연을 보면 마음을 덜어내는 행복을 느낍니다. 또 솟구치는 파도를 보면서 인간의 한계를 새삼 절감하지요.” “선생님, 왜 서울을 버리고 제주를 택했나요? 그리고 다시 서울 갈 생각은 없나요?” “그곳은 와글와글합니다. 먼지 속으로 사람 많은 곳으로 갈 이유가 하나도 없지요. 자연과 호흡하는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평생 제주에 있을 작정입니다. 여기에서 놓고 가야지, 어떡하겠습니까.” 요즘 그는 어린이들과 일주일에 두번씩 동심의 세계에 푹 빠져든다. 지난 10월 초부터 서귀포시 평생학습센터 ‘엄마랑 아이랑 함께하는 미술교실’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 매주 월요일 유아반, 화요일 초등반으로 나눠 각각 한시간반씩 그림 지도를 해주고 있다. 친근감을 주는 ‘동시’와 ‘동요’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초부터 틈틈이 어린이들에게 지도를 해오다 아예 고정적인 시간을 마련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학부모들로부터 수강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서귀포시 관계자는 전했다. “어린이들한테 많이 배우고 있어요. 어른들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거든요. 어린이들에게 그림은 상상력과 사고력을 확충시켜 주지요.” 이 화백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오후 5시까지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버린 자식처럼 들꽃과 산꽃을 무작정 만나기도 하고 붓을 들어 그림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한다. 두달에 한번 만나는, 서귀포 시내의 향토예술인 모임 ‘문화사업회’에 참석하는 것이 유일한 개인생활이다. 슬쩍 젊었을 적 시절을 물었더니 “국전에서 아홉번 낙선하고 아홉번 당선(입선)했다.”는 말이 금방 나온다. 자료를 뒤졌더니 국전 15회(66년)부터 27회까지 17∼19회를 제외하곤 연이어 심사에 뽑힌 것으로 확인된다.‘9전9기’가 아니냐고 했더니 그냥 멋쩍게 웃기만 한다. 경기도 화성 출신인 그는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이었다. 어려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몸이 하도 허약해 농사꾼조차 못되는 쓸모없는 아이로 취급받았다. 중학때 미술 선생이 좋아 특활시간에 미술반에 들어간 것이 계기가 돼 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 소정 변관식(76년 작고) 화백 등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데뷔 초기에는 실경산수를 자주 그렸다. 그는 슬하에 딸과 아들을 두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딸은 동양화를 전공, 현재 전시회를 준비 중이고 아들은 영국 켄트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생로병사의 근심을 털고 모두들 아름다운 마음이 되어 행복과 안식이 온 누리에 펼쳐지길 희망합니다.” ■ 그가 걸어온 길 ▲1945 경기도 화성 출생 ▲70년 중앙대 회화과 졸업, 한국미술대상전(국립현대미술관) 전시 ▲88년 건국대 교육대학원 회화과 석사 ▲79∼90년 추계예술대 교수 ▲90년∼현재 제주에서 생활 ▲71년 국립공보관 첫 개인전 ▲76년 2회 개인전 미도파화랑 ▲80년 3회 개인전 미도파화랑 ▲이후 2005년까지 19회 국내외 개인전 ▲단체전은 75년 아시아 현대미술전(도쿄)을 시작으로 50여회 참여 ■ 상훈 국전 제15,16,20,21,22,23,25,26,27회 입선. 한국미술대상전 입선(70년), 한국미술대전 문공부장관상(74년), 미술기자협회 미술기자상(83년), 미술시대 미술작가상(91년), 월전미술문화재단 제5회 월전미술상 수상(2001년) ■ 저서 ‘생활속에서-중도의 세계 이왈종의 회화’ ‘도가와 왈종’‘중국 회화 사상 및 문학성에 대한 연구’‘이왈종 화집’ k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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