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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리, 대북제재안 초안 합의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서울 이두걸기자│난항을 거듭해 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협상이 9일 사실상 타결됐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 일본 등 주요 7개국(P5+2)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결의안 초안에 합의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선박 검색 문제에 대해 이견을 나타냈던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이변이 없는 한 결의안 채택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결의안에는 선박 검색을 비롯해 대북 금융제재 등이 포괄적으로 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는 이날 전체회의를 소집, 이사국들이 결의안 초안을 회람하게 한 뒤 이르면 10일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북한 기업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금융 제재를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정에 따라 이달 초부터 조선광업무역회사와 단천상업은행, 조선용봉총회사 등 3개 북한 기업에 대한 금융 제재에 들어갔다. 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지난 4월 북한의 로켓 발사로 유엔 안보리가 북한 3개 기업에 대해 제재를 함에 따라 회원국 통보 과정을 거쳐 우리도 6월1일부터 미사일 프로그램에 관련된 이들 기업에 금융 제재를 가했다.”고 말했다. kimkm@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긴장 속에 지샌 6·10대회 前夜 과외 끊기니 애인도… ‘취집’이라도 해야하나 여의도 금융가 불안에 떨게 하는 이것 나경원 의원 패션모델로 전업? 홍석현 회장 법정 서는 이유 유시민 “가해자가 헌화하는 가면무도회” 유인촌 1인시위 학부모에 “세뇌되신 거예요”
  • 여의도 금융가 A형 간염에 떤다

    A형 간염이 서울 여의도 금융가에 빠르게 번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은 9일 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A형 간염 등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앞서 금감원과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금융위원회에서 한 사무관(5급)이 A형 간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특히 지난 4월에는 한 금융투자회사 소속 30대 펀드매니저가 A형 간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또 다른 회사에서는 직원 3명이 업무 도중 동시에 쓰러졌다. 이들 모두 A형 간염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여의도 일대 병원에는 20~30대 간염 환자들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형 간염은 전염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면서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회사 차원의 대책도 서둘러 내놓고 있다. 상당수 증권사와 투신사 등이 직원들에게 예방접종비 7만원을 지원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A형 간염은 음주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회식 등을 할 때 폭탄주 대신 각자 자기 술잔에 술을 받아 마시는 예가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형 간염 탓에 술잔 돌리기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왜곡된 음주문화가 개선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씁쓸해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긴장 속에 지샌 6·10대회 前夜 과외 끊기니 애인도… ‘취집’이라도 해야하나 나경원 의원 패션모델로 전업? 홍석현 회장 법정 서는 이유 유시민 “가해자가 헌화하는 가면무도회” 유인촌 1인시위 학부모에 “세뇌되신 거예요”
  • 긴박한 6·10정국…거리로 나선 민주 시민단체도 연대

    긴박한 6·10정국…거리로 나선 민주 시민단체도 연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6월항쟁 계승 민주회복 범국민대회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 집결했다. 정부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 방침에 따라 미리 “서울광장을 지키겠다.”는 취지에서다. 당 지도부는 ‘1박2일’ 장외투쟁을 위해 이날 오후부터 의원단 전체에 소집령을 내렸다. 오후 4시쯤부터 서울광장에 속속 모여든 민주당 의원들은 광장 내부에 천막을 설치해 6·10 범국민대회 불허 관련 의원단 대책회의를 열고 현 시국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조별로 돌아가며 철야로 천막을 지켰다. 민주당은 10일 서울광장에서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범국민대회를 갖고 이명박 정권의 국정기조 전환과 미디어관련법 등 쟁점법안의 강행처리 포기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앞서 정세균 대표는 긴급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행사 불허 방침 철회와 서울광장 상시개방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소수당이 거대 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평소에 하지 않던 일도 해야 한다.”면서 “평시라고 생각해 대충 대응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외에서 정부 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을 예고한 것이다. 이날 민주당은 서울광장을 ‘확보’하기 위해 하루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전에는 이석현 의원을 비롯해 원내부대표단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한승수 국무총리를 항의방문했다. 같은 시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대정부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발언들이 쏟아졌다. 최영희 의원은 “경찰 버스에 맞서 드러누울 각오로 서울광장 봉쇄를 막자.”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은 “(범국민대회 시작 시간인) 10일 오후 7시까지 서울광장에 베이스캠프를 치자.”고 말했다.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야4당 대표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등 사회 원로들과 이날 오전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만나 “국민 화합을 위해서는 우선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가 전환돼야 한다.”는 요지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소통을 위한 연석회의’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 참석자들은 “소통부재와 일방적인 국정운영 방식을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반성하고 바꾸지 않으면 국가적 어려움과 사회 혼란이 계속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적 권리의 회복, 악법 시비로 사회적 논란이 많은 법안들의 강행 처리 포기, 공안탄압과 외면을 반복하는 배제의 정치 청산 등을 요구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과외 끊기니 애인도… ‘취집’이라도 해야하나 여의도 금융가 불안에 떨게 하는 이것 나경원 의원 패션모델로 전업? 홍석현 회장 법정 서는 이유 유시민 “가해자가 헌화하는 가면무도회” 유인촌 1인시위 학부모에 “세뇌되신 거예요”
  • [2030] 청년백수 이래서 힘들다

    [2030] 청년백수 이래서 힘들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청년 백수의 일상을 실감나게 그린 가수 장기하씨의 노래 ‘싸구려 커피’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청년실업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너와 나의 일이 된 탓이다. 그만큼 청년 백수들은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 돈, 연애, 미래 걱정까지…. 청년 백수들이 토로하는 ‘백수생활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1년3개월째 백수생활 중인 김모(24)씨는 “백수의 서러움 중 8할은 돈 문제”라고 잘라 말한다. 취업공부하고 사람 만나다 보면 최소한의 생활비는 들게 되는데 월급받을 곳이 없는 백수다 보니 항상 돈에 쪼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돈만 있으면 안 될 게 없는 우리 사회에서 돈이 없다는 건 곧 자존심이 없다는 것과 같다. 돈 때문에 자존심 상하고 위축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며 김씨는 거의 울먹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은 벌었지만 지난해부터 경제 위기가 오면서 그나마 두 개 정도 하던 과외도 다 그만두게 됐다. “지금은 부모님에게 생활비 50만원을 받아 쓰지만 그마저도 눈치가 보여 계속 받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돈에 울고… “백수 서러움 중 8할은 돈” 공기업 회사원 박모(32)씨는 1000원짜리 소시지와 콩나물이라면 질색이다. 백수시절 아픈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경남 진주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진학하면서 자취를 시작했다. 2003년 대학을 졸업할 무렵, 과일가게를 하던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보증금 2000만원짜리 자취방도 내놓아 아버지 치료비에 보태야 했다. 대학원 진학을 꿈꿨던 박씨는 취직 준비를 시작했다. 넓은 방을 쓰는 친구 집에 얹혀 살았다. 한 달에 10만원을 내는 대신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전담한다는 조건이었다. 집에서 용돈이 올라오기는커녕 치료비를 보태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박씨는 과외 2개를 하면서 50만원을 벌었다. 그 중 30만원을 떼어 집에 부치고 집세 10만원을 빼면 남은 생활비는 10만원이었다. 술과 담배를 끊고 밥은 집에서 해먹었다. 가장 싼 식재료인 1000원짜리 분홍색 소시지와 1500원어치 콩나물은 밥상 위의 단골 메뉴였다. 그렇게 6개월을 지내면서 취업공부를 했고 그해 겨울 공기업에 당당히 합격했다. 박씨는 “눈물 젖은 소시지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백수 생활을 논할 자격이 없다.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참고 먹었던 곰이 된 심정이었다.”며 쓰린 과거를 돌아봤다. 백수를 괴롭히는 다른 요인은 바로 ‘마인드 컨트롤’이다. “저 나이 먹도록 놀고 먹는구나.”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그렇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다. 사법고시 준비를 그만두고 일반 기업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정모(29)씨는 요즘 통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책상 앞에만 앉으면 온갖 고민들이 떠오르는 탓이다. 형제 중 장남인 정씨는 빨리 취업해서 부모님도 모시고 가정을 꾸려야겠다는 책임감이 부쩍 강하다. 그러나 취업이 말처럼 쉽지가 않아 안정된 생활을 꾸리게 되는 시간이 자꾸만 늦춰져 불안하다는 게 정씨의 고민이다. 정씨는 “사법고시를 포기하기까지 정말 고민이 많았다. 1차는 붙는데 2차까지 가는 게 어려웠다.”면서 “조금만 더 하면 길이 보이는데 하는 생각에 몇년을 붙들고 있다가 미련을 떨친 게 얼마 전이다. 남들보다 늦은 만큼 빨리 취직해야 할텐데 나이도 있고 정말 앞날이 막막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올해 초 중견기업 홍보실로 입사한 박모(30)씨의 지난 3년도 번뇌와 고민으로 점철됐다. 박씨는 2006년 서울의 한 사립대학을 졸업했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선호하지 않는 인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때 학과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미국으로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그러나 번번이 낙방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졸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의기소침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하는 희망을 품고 기업에 원서를 접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였다. 박씨는 긴 좌절의 시절로 접어들었다. 세상과 담을 쌓은 ‘백수’의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대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사귄 남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남자 친구는 2007년 졸업과 동시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왠지 남자친구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박씨는 자격지심을 이기지 못해 결국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불안감에 울고… “앞날 생각하면 막막” 이후 고등학교, 대학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리려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박씨는 지난해 말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다. 호프집, 마트 등 여러 곳에서 일하며 사회와 정면으로 부딪치기로 했다.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은 박씨는 올해 초 당당히 입사했다. 박씨는 “지난 3년 같은 세월은 다신 되풀이하지 않겠다. 절망의 끝을 본 만큼 이젠 희망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한창 불타는 사랑을 경험할 20~30대지만 백수에겐 그것조차 녹록지 않다. ‘백수=낙오자’라는 사회적 낙인 때문에 스스로 위축돼버려 좀처럼 사랑을 시작하기 힘들다고 백수들은 입을 모아 하소연했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2년째 준비하는 이모(25)씨는 얼마 전 스터디 모임을 탈퇴했다. 그 스터디 모임에 속해 있던 한 남자 때문이다. 스터디가 결성된 것은 3개월 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모인 4명의 남녀는 1주일에 두 번씩 모여 상식 문제를 같이 풀고 논술과 작문을 연습했다. 모임 첫날 이씨는 그곳에 나온 한 남성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신보다 세 살 많은 그 남자는 쾌활하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같은 언론고시를 준비하다 보니 말도 잘 통하고 생각도 비슷했다. 딱 이씨의 이상형이었다. 이씨는 남몰래 그에 대한 호감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러기를 3개월. 적극적인 성격의 이씨는 먼저 그에게 고백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언제까지나 그가 고백을 해오길 기다릴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스터디 모임 때문에 간혹 그에게만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즉각 답신이 오는 것으로 봐서 그도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었다. 사랑에 울고… 자격지심에 남친과 이별 마침 스터디 사람들끼리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이씨는 2차 술자리가 끝난 뒤 “더운데 바람이나 쐬러 가자.”며 그와 단둘이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용기를 내 고백한 이씨에게 그 남성은 “노”라고 했다. 자신도 이씨에게 호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연애할 때가 아니라 취업 준비에 매진해야 할 때인 것 같다는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서로 격려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이씨의 매달림에도 그 남자는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스터디를 탈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떤 백수들은 움츠리고만 있지 않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1년간의 백수 생활을 ‘취업’이 아닌 ‘취집(취업 대신 시집가기)’으로 해결한 양모(26)씨도 그런 경우다. 5년 전 지방대학을 졸업한 양씨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들고 동네 도서관에 가서 인터넷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다가 해질녘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한 달쯤 하자 점점 싫증이 났다. 행정법은 이해가 안 되고 영어 단어는 도통 외워지질 않았다. 안 하던 공부를 하려니 의자에 앉으면 하품이 나고 좀이 쑤셨다. 도서관에 가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서 놀고 쇼핑하는 횟수가 점점 잦아졌다. 보다 못한 엄마는 “그렇게 공부할 거면 아예 접고 시집이나 가라.”며 양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 역시 “싹수가 안 보이니 아버지 회사에서 경리 일이나 도와주면서 맞선을 보라.”며 엄마 말에 맞장구를 쳤다. 양씨 스스로도 경쟁률이 100대1이 넘는 공무원 시험을 통과할 만큼 자신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양씨는 과감히 방향을 전환해 맞선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비록 직업이 없고 학력도 보잘 것이 없는 양씨지만 키가 크고 서글서글한 인상 때문에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집안 조건도 꽤 괜찮은 편이라 선 자리는 꾸준히 들어왔다. 양씨는 6개월 동안 7차례 정도 선을 봤다. 은행원, 한의사, 사업가 등 면모도 쟁쟁했다. 그중 양씨는 가장 마지막에 만난 네 살 위 대기업 회사원과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했다. 그리고 양씨는 2년 전 아들을 낳아 아이 엄마가 되었다. 그는 “맞선을 보지 않고 공무원 시험을 계속 준비했다면 여전히 백수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면서 “‘취집’도 색안경만 쓰고 볼 게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오달란 박성국기자 dynamic@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긴장 속에 지샌 6·10대회 前夜 여의도 금융가 불안에 떨게 하는 이것 나경원 의원 패션모델로 전업? 홍석현 회장 법정 서는 이유 유시민 “가해자가 헌화하는 가면무도회” 유인촌 1인시위 학부모에 “세뇌되신 거예요”
  • 은행들 “돈줄 쥔 마더를 홀려라”

    은행들 “돈줄 쥔 마더를 홀려라”

    은행들이 엄마들의 마음 잡기에 바쁘다. 불황일수록 가정의 경제권은 엄마들이 더 움켜쥐기 마련이어서 경제권을 쥔 엄마만 잡으면 대마(大馬)는 내 것이란 판단에서인지 은행들은 유독 엄마에게 지극정성이다. “철저히 주부를 위한 은행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8일 오전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홈플러스 중계점. 1층 한쪽 260m²(약 80평)가량 되는 공간에 띄엄띄엄 소파가 놓여 있다. 중앙 라운지를 중심으로 차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겉보기에 영락없는 커피숍이지만 최근 하나은행이 야심차게 문을 연 대형마트 속 은행지점(Store-in Branch)이다. 지난달 말 문을 연 경기 병점점과 서울 강동점에 이은 3호점이다. 주된 공략 대상은 주부다. 정조영 하나은행 마케팅기획부 차장은 “대형마트 손님의 70%가 30~50대 주부라는 점을 감안, 직원 12명 가운데 10명을 아예 주부로 채웠다.”면서 “같은 주부로서 편하게 재테크 상담도 하고 은행 업무도 볼 수 있게 한 것이 컨셉트”라고 말했다. 은행 안으로 카트를 밀고 들어올 수 있도록 문도 턱도 없다. 누구나 쇼핑하다 피곤하면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특히 영업시간도 마트의 개·폐점시간에 맞췄다. 물론 주말에도 예외 없다. 은행 측은 “주부들에게 설문조사와 수익성을 고려해 6개월쯤 뒤 같은 영업점을 추가로 낼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이 대형마트 속까지 침투한 이유는 주부고객을 잡기 위해서다. 실제 은행 방문 고객 수에서 여성은 압도적이다. 2007년 12월 하나은행이 방문한 고객의 성별과 수를 조사한 결과 아파트 등 주거밀집 지역 지점에서 여성 비율은 80%를 넘었다. 보통 남성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무실 지역에서도 여성 손님 비율은 58%를 차지해 남자(42%)에 비해 16%포인트나 많았다. 그만큼 금융상품의 의사결정권은 여성에게 있다는 뜻이다. 방법은 다르지만 엄마들을 향한 은행의 마케팅은 현재진행형이다. 외환은행은 오는 18일 입시전문 교육기관과 함께 입시전략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보통 가을부터 시작하는 입시설명회보다 한 박자 빨리 가겠다는 전략이다. 10일까지 예약 신청을 받는데 선착순 300명에게는 1대1 맞춤 설명회를 제공한다. 외환은행은 “주부들이 만족할 만한 유명 입시 전문가와 각 과목 유명강사를 섭외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최근엔 자녀를 유학 보낸 엄마들을 위한 은행간 환전수수료 인하 경쟁도 치열하다. 신한과 외환은행이 환전수수료를 최대 70%까지 할인하겠다고 밝히자, 씨티은행은 300달러까지는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일부 은행은 대형TV와 게임기, 테마파크 이용권까지 경품을 걸고 환전 경쟁에 뛰어드는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황기일수록 여성들이 가정의 경제권을 쥐는 경향이 세지는 만큼 엄마들의 환심을 끌려는 은행의 노력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한나라 쇄신논의 종착역은 ‘박근혜 대표’? ☞유시민 한명숙 손석희 누가 나와도 吳 시장 누른다 ☞사면초가 대검 중수부 ☞‘엄숙한 도시’ 사우디 수도서 30년만에 영화상영 ☞유럽의회에 당당히 발 들여놓는 스웨덴 ‘해적당’
  • [계속되는 北 도발] 예상보다 중형… 對美협상력 극대화 노린 듯

    [계속되는 北 도발] 예상보다 중형… 對美협상력 극대화 노린 듯

    북한 중앙재판소가 지난 3월 북·중 두만강 인근에서 취재를 하다 국경을 넘어 체포된 미국인 여기자 2명에 대해 12년 노동교화형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북한은 장고(長考) 끝에 중형을 내린 셈이다. 북한은 여기자의 석방을 놓고 미국측과 협상을 벌이는 등 ‘여기자 카드’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고는 내려졌지만 북·미간 협상은 이제부터다. 선고가 예비게임이라면 협상이 본게임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자 처리결과는 앞으로 북·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북한은 그동안 여기자에 대한 재판날짜를 공개하고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가 여기자들을 접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나름대로 ‘투명한’ 절차를 밟는 것처럼 해왔다. 북측이 억류하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에 대해서는 접견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북한 형법 제24조에 따르면 노동교화형의 기간은 최소 6개월부터 최대 15년까지다. 12년 노동교화형은 당초 북한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는 수위가 높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0년 정도의 노동교화형 등을 예상했다. 이란은 ‘취재행위를 빙자한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지난 1월 체포했던 이란계 미국인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에게 1심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북한이 미국 여기자들에게 예상보다 강한 수위의 ‘중형’을 선고한 이유로는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꼽힌다. 또 최근 미국이 북한의 2차 핵실험 등을 계기로 강한 제재를 주장하는 것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도 깔려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8일 “북한이 미국 여기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해 대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검토하는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강경대응을 하려는 것에 대한 경고성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미국과의 대화 및 협상을 유도, 대미 대화 국면전환 카드로 활용하려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앞으로 미국의 반응을 살피며 국가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에 의해 (미국 여기자들에 대한) 정치적 사면 조치를 내리면서 대화를 통한 미국과의 외교적 해결을 꾀할 것”이라며 “여기자들에 대해 중형을 선고한 것도 김 위원장이 향후 정치적 사면 결정을 내릴 때 그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 (누군가) 대북 특사가 북한과 협상한 뒤 이들과 함께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미국은 대북 특사 파견을 적극 추진중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측에 여기자의 석방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미국은 석방을 위해 모든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힐러리 장관은 7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 “여기자 문제는 (북한 핵실험 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기자문제와 최근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제재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두 사안이 실제로 완전히 분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한나라 쇄신논의 종착역은 ‘박근혜 대표’? ☞유시민 한명숙 손석희 누가 나와도 吳 시장 누른다 ☞매연 심한 낡은 경유차 내년 수도권 못 다닌다 ☞[환각에 빠진 연예계] 끊이지 않는 연예인 마약 왜 ☞[관가 포커스]“호화결혼식 자제하세요” ☞‘엄숙한 도시’ 사우디 수도서 30년만에 영화상영
  • 검찰 내주 朴게이트 수사 발표때 盧관련 부분 포함 고심

    검찰이 다음주 내놓을 ‘박연차 게이트’ 수사결과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내용 포함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기소 전 단계에서 피의자인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관련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끝났다. 통상 수사 중 피의자가 사망했을 때 검찰은 구체적 혐의에 대한 설명 없이 적용 법조와 처리 결과를 밝히는 선에서 발표해왔다. ● 檢 책임론·무리한 수사 비판 대응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 민주당 등 야권에서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내용을 밝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착수부터 정치적이었다는 야권의 비판에 대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국세청의 고발이 있었고, 증거가 나오는 대로 수사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검찰 책임론’을 반박하겠다는 것이다. 또 “증거도 없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도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 진술 등을 공개함으로써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내용을 수사결과 발표에 포함시키더라도 혐의의 범위와 내용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박근용 시민감시국장은 “기소를 못했기 때문에 법정공방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없고, 피의자 측의 적극적인 방어권도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검찰은 어떤 내용을 밝힐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일각 “사자명예훼손 소지…신중을” 또 ‘사자(死者)명예훼손’의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야 하는데, 법정에서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허위사실 유포로 볼 수 있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유무죄 여부는 다시 판단을 해야겠지만, 유족이 사자명예훼손으로 검찰을 고소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판사는 “다른 피고인의 공소유지를 위해 부수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이 꼭 필요하다면 발표에 포함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검찰이 스스로 수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확정되지도 않은 망인의 혐의를 공표하는 것이라 대의명분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수사결과 발표내용은 수사가 종결된 다음에 검토되고 논의될 것”이라면서 “아무 것도 정해지지도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8일 밝혔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한나라 쇄신논의 종착역은 ‘박근혜 대표’? ☞유시민 한명숙 손석희 누가 나와도 吳 시장 누른다 ☞[관가 포커스]“호화결혼식 자제하세요” ☞6월 모의고사 후 고3 수험 전략 “영역별 성적 고려 목표대학 정해야” ☞‘엄숙한 도시’ 사우디 수도서 30년만에 영화상영 ☞유럽의회에 당당히 발 들여놓는 스웨덴 ‘해적당’
  • 사우디 수도서 30년만에 영화상영

    지난 6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파하드국왕문화센터. 한손에는 짭조름한 팝콘, 다른 한손에는 음료수를 들고 코미디 영화 ‘메나이’ 상영을 기다리는 이들의 표정이 잔뜩 상기돼 있었다. 사우디 수도에서 30년만에 처음으로 영화가 공개 상영됐다고 AP통신 등이 8일 보도했다. 사우디에서는 극장이나 공연장에서는 남녀가 동석을 할 수 있고 이는 ‘남녀유별’과 같은 이슬람 가치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영화나 공연이 금기시되고 있다. 특히 다른 도시에 비해 보수적인 수도 리야드에서는 정부가 영화관을 모두 폐쇄하고 상영을 금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도시인 제다에서는 같은 영화가 지난 12월 공개 상영됐지만 리야드에서는 이번 상영이 수십년만에 처음이었다. 이번 상영에는 3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남성과 10세 이하 남녀 아동만이 입장 가능했다. 두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한 사업가는 “내 아이들이 어둠 속에서 자라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평화적인 혁명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여성은 배제됐지만 사우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이번 영화 상영이 있기까지는 2005년 압둘라 국왕 즉위 이후 조성된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 영향이 크다. 여기에 경제전문 격주간 포브스 선정 세계 13위 부호에 오른 국왕의 조카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메나이’를 비롯한 영화 제작에 나선 상태다. 그는 공개적으로 영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사우디 최초의 극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사우디에는 극장이 없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비디오 대여점에서 키스 장면 등이 삭제된 테이프를 빌려 보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유시민 한명숙 손석희 누가 나와도 吳 시장 누른다 ☞사면초가 대검 중수부 ☞매연 심한 낡은 경유차 내년 수도권 못 다닌다 ☞[환각에 빠진 연예계] 끊이지 않는 연예인 마약 왜 ☞[관가 포커스]“호화결혼식 자제하세요” ☞6월 모의고사 후 고3 수험 전략 “영역별 성적 고려 목표대학 정해야”
  • [서울광장]피맛골 백자와 바돌로뮤의 한옥/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피맛골 백자와 바돌로뮤의 한옥/김성호 논설위원

    ‘피맛골에서 최상급 조선백자가 출토됐다.’ 지난주 불쑥 전해진 피맛골의 백자 발굴소식. 재개발이 한창인 피맛골 청진동에 조선초기 보물급의 희귀 순백자 항아리 3점이라니. 고고학 발굴서 보물급의 백자를 수습하기란 아주 드문 일일 터. 그것도 예상치 않은 엉뚱한 곳에서 왕실의례용 고급 자기가 모습을 드러낸 연유에 세인들의 관심이 쏠림은 괜한 게 아닐 것이다. 조선시대 종로 일대 고관대작들의 말을 피해 서민들이 드나들던 피맛골. 큰 길 양쪽의 좁은 골목길이 자연스럽게 서민들의 공간으로 형성된 채 보통 사람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서민의 골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백자는? “후대인이 소장하다가 급하게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발굴팀의 설명.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황급히 묻었을까. 발굴 자체보다 지켜내기 위한, 누군가의 절박한 몸짓에 신경이 쏠린다. 빌딩 올려세우기가 한창인 서민의 거리에서 500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백자. 사라져 가는 것들의 가치를 ‘지켜내라.’는 소리없는 외침으로 들림은 왜일까. 지난주 피맛골 백자 출현과 함께 전해진 동소문동의 한옥 지킴이 소식 역시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울림이 아닐까. 재개발이 한창인 지역에서 철거될 뻔한 한옥 43채를 살려낸 미국인 바돌로뮤씨. 1968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왔다가 35년째 동소문동 한옥에 몸담아 살며 한옥이 들어있는 동소문동 재개발 취소소송을 낸 지 3년만에 결국 취소 판결을 끌어냈다고 한다. 경제 이데올로기에 휩쓸린 채 스러져 가는 우리 것들을 못 본 척 지나치는 세상. ‘한옥을 살려내야 한다.’는 한 외국인의 힘겨운 싸움을 향해 많은 이들이 보내는 박수에 씁쓸함이 묻어나는 건 왜일까. 피맛골에서의 백자 출토와 동소문동 한옥 지킴이의 소식에 얹어 멀지않은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을 떠올려 본다. 원래 고종이 황제 자리에 오른 뒤 ‘나라의 기틀을 새롭게 한다.’는 통합의 뜻을 담은 핵심공간으로 일궜다는 서울광장의 유래를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덕수궁 대한문을 중심점으로 해서 방사선형 도로를 닦아 이룬 서울광장. 고종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울광장은 현대사를 관통하며 분열과 갈등의 공간에 치우쳐온 파란의 궤적을 담고 있다. 3·1운동, 4·19혁명, 한일회담 반대시위, 6월 민주화운동…. 이 서울광장이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 이후 또다시 관심의 극단적 초점이 되고 있다. 서로 다른 구호와 이념이 엇갈린 채 난무하는 각축장으로서의 서울광장은 분명 슬픈 공간이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 이어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 행렬과 그로 인해 치열했던 광장 개방의 공방.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른바 ‘뜨거운 6월’의 서울광장은 혼란스러운 가치 다툼이 난무한 채 가파른 충돌을 또 겪어내야 할 것 같다. 나라의 갈라짐을 한군데로 모으기 위한 통합의 공간이었던 광장은 실종된 채. 허물고 다시 쌓아올리는 불도저 소리에 파묻힌 피맛골서 나온 백자, 그리고 동소문동의 쓰러져 가는 한옥을 지켜 내려는 고달픈 싸움은 그래서 반갑다. 우리가 정작 지켜 내야만 하지만, 휩쓸린 채 잊고 살아가는 것들의 가치를 서울광장에서 먼저 찾을 길은 없을까. 날 세운 구호와 가치의 충돌을 잠재울 평화와 통합의 광장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뜨거운 6월 피맛골의 백자, 아니 ‘서울광장의 백자’는 그래서 더 애틋하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유시민 한명숙 손석희 누가 나와도 吳 시장 누른다 ☞사면초가 대검 중수부 ☞[환각에 빠진 연예계] 끊이지 않는 연예인 마약 왜 ☞[관가 포커스]“호화결혼식 자제하세요” ☞6월 모의고사 후 고3 수험 전략 “영역별 성적 고려 목표대학 정해야”
  • 유시민 한명숙 손석희 누가 나와도 吳 시장 누른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1년 남았지만 성급한 이들은 벌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민심의 흐름이 지방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을 재단하고 있다.  주간 ‘시사IN’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투표를 딱 1년 앞둔 지난 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친노(親盧) 진영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한명숙 전 총리가 오세훈 현 시장과의 서울시장 가상 대결에서 여유있게 승리할 수 있다고 13일자 최근호(91호)에서 전했다.서울의 19세 이상 남녀를 성 연령 구별 인구비례에 따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했고 이 결과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오차범위를 갖고 있다고 잡지는 설명했다. ●선명 유시민 안티없는 한명숙 오 시장 압도 유 전 장관과 한 전 총리 뿐만아니라 그 뒤를 이어 범야권 3순위 후보로 꼽힌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까지 모두 오 시장과의 가상대결에서 7~10%포인트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민주당과 범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유 전 장관(29.2%),한 전 총리(20.6%),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8.9%),추미애 민주당 의원(6.6%),정운찬 서울대 교수(5.1%),박원순 변호사(3.9%) 순으로 지지를 받았다.유 전 장관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48.9%의 지지를 받은 반면,한 전 총리는 한나라당·자유선진당 지지자들에게도 각각 19.4%와 35.1%의 후한 지지를 얻어 지지층의 폭이 상대적으로 더 넓음을 보여줬다. 또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묻는 조사에서 ‘모름/무응답’이 21.1%로 한나라당의 36.1%에 견줘 현저히 낮아 민주당의 인물난이 말끔히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섯 가지 가상대결 조합에서 모름/무응답 비율이 박 대표와 오 시장,노 대표의 대결구도 때 10.1%를 기록하고 모두 그 이하여서 눈길을 끈다.이와 관련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모름/무응답 비율은 선거운동 기간이 돼야 10% 아래로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모름/무응답 비율이 한 자릿수로 나온다는 건 유권자가 지금 사실상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의미로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 전 장관은 오 시장,노회찬 대표와의 가상대결에서 45.9%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38.2%)과 노 대표(10.8%)를 따돌리고 승리했다.유 전 장관은 범야권 후보들의 여섯 가지 가상대결 조합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한 전 총리도 43.8%의 지지율로 오 시장과의 가상대결에서 33.8%에 그친 오 시장을 가장 크게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다시 말해 여섯 가지 가상대결 조합 중 오 시장의 지지율은 한 전 총리와 맞붙을 때 가장 낮게 나왔다.이는 오 시장의 표밭으로 여겨지는 여성들의 지지 성향이 한 전 총리와 맞붙었을 때 크게 잠식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영입 제의를 뿌리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손 교수 역시 오 시장을 42.3%- 35.3%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친노 아니면 오 시장과 대결에서 모두 패배 그러나 오 시장은 박 변호사와 맞붙었을 때 39.3%를 얻어 박 변호사(26.8%)를 제치고 승리한 것을 비롯,추 의원과 대결 때 39%를 득표해 추 의원(27%)을 꺾고,정 교수와 대결 때 36.6%를 득표해 정 교수(31.4%)를 물리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친노 계열이 아닌 인물이 오 시장 등과 맞붙으면 필패한다는 전망인 셈이다. 이와 관련,시사IN은 내년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5월23일)와 서울시장 선거 투표일(6월2일)이 불과 열흘 차이라는 점을 들어 ‘친노’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러나 이 잡지는 “유 전 장관의 민주당 복귀가 쉽지 않고,한 전 총리가 있는 이상 민주당이 (유 전 장관의 영입에) 집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유 전 장관이 ‘친노의 적자’로 대중의 승인과 지지를 받을수록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의 고민 역시 깊어질 전망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민주당에 ‘기회가 주어졌다’고 보는 게 옳다.앞으로 2~3개월간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지율 변동이 일시적 현상일지 고착화될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민주 ‘丁-李 투톱체제’로

    ‘바람 잘 날 없던’ 민주당이 바뀌었다. 당권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가 사사건건 다른 목소리를 내던 모습이 잦아들었다.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내부의 골을 메우고,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소통 창구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투톱 체제로의 변신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에게 권력을 집중하는 원톱체제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최근 정세균 대표는 원내 운영권을 이강래 원내대표에게 넘겼다. 친노 386 중심의 주류가 장악하던 당권을 비주류 대표주자인 이 원내대표에게 나눠주면서 자연스레 비주류의 참여 폭도 넓어졌다. 2일 원내대책회의에 원내대표단 말고도 중진의원들을 대거 참석시킨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주류와 비주류가 이견을 보이던 뉴 민주당 플랜 입안 작업은 비주류의 요구대로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당초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하려던 정 대표가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비주류의 목소리를 수용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사실상 투톱체제로의 변화가 주류와 비주류라는 이분법을 허물고 있다.”고 전했다. 계파간 목소리의 공백은 여권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채워지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김경한 법무부장관 등 수사책임 라인의 경질을 요구한 데 이어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선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의 변신은 진보진영 결집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국을 풀어가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친노 핵심인사들을 영입하기 위한 사전 정비 작업이라는 성격도 짙다.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참여정부 말기 ‘노무현’을 부정하려 했던 멍에를 벗기 위해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영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당내 갈등부터 갈무리해야 한다는 자성이 당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면서 “민심이 노 전 대통령의 적통 역할을 민주당에 부여하고 있는데, 당 안에서 접시 깨는 소릴 낼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치컨설팅업체 포스의 이경헌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민주당이 최대 목표인 정국 주도권 탈환을 위해 역할 분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민주당의 변신이 친노와 공동의 진로와 비전으로 승화될지가 향후 정국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뉴 민주당 플랜도 ‘노무현 정신’이나 참여정부의 공과를 승계하는 것과 함께 맞물려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이후]정국 난기류… 여야 움직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나자마자 여의도가 급류에 휩싸이고 있다. 민주당은 31일 ‘서거 책임론’에 따른 요구사항을 공식 제시하며 여권을 강도높게 압박했다. 이에 한나라당도 침묵을 깨고 ‘여야 3당 청와대 회동’과 ‘국회내 대화’ 카드로 힘겨루기에 나섰다. ●민주 “노무현 정신 이어가겠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법무부 장관·검찰총장·대검 중앙수사부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노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의 피의사실을 일방적으로 공표한 수사 관계자들은 당 차원에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 수사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면서 “‘천신일 특검법’을 관철시켜 현 정권 관련 의혹도 반드시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개혁을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또 현 정부 정책 기조의 전면적 전환과 인적쇄신을 주장하며,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 등 ‘MB악법’을 철회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여권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8일 열릴 예정인 6월 국회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정 대표는 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민주개혁진영이 한자리에 모였다. 노무현 정신을 이어가겠다.”면서 “모두가 하나돼서 계승 작업과 추모 사업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친노세력에 대해서도 “당내 의견을 모으면서 그분들과 대화를 통해 차분하게 한발씩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與 사무총장 장광근·여연소장 진수희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열기가 ‘제2의 촛불사태’로 번질까 전전긍긍하면서도 민주당의 공세에는 “국회로 들어가 대화로 풀자.”고 제동을 걸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제 평상으로 돌아가 모든 문제는 국회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국회내 상임위에서 대화와 타협, 토론을 거쳐 모든 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대통령 및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회담’을 건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안 원내대표는 정 대표의 ‘MB악법 철회’ 요구에 “뭐가 ‘MB악법’이냐.”면서 “ 미디어 관련법은 이미 3당 원내대표들이 약속한 것으로, 그 약속은 민주당이 존중해 주리라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북핵 문제가 굉장한 위기이지만, 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는 게 더 위기”라면서 조문정국에서 한발 비켜서려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르면 1일 사무총장에 3선의 친이명박계 장광근 의원을, 여의도 연구소장에 이재오 전 의원의 핵심 측근인 진수희 의원을 각각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분위기를 정비해 6월 국회의 입법 전략 등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김지훈 허백윤기자 kjh@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盧의 측근들 향후 행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동지들은 고인의 서거 이후 지난 일주일을 “인생 최대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며 자책했다. 29일 영결식과 노제를 마치고 이들은 고향 봉하마을에 노 전 대통령을 묻었지만 차마 가슴에 묻어두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추모 기간 내내 “우리는 죄인”이라며 가슴을 쳤던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며 뭉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일단 본업인 변호사(법무법인 부산 대표변호사)로 돌아간다. 이후 49재와 비석 건립, 기념관 설립 등 고인의 장례를 위한 후속조치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측은 “고인의 뜻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인 만큼 장례 이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분간 봉하마을에 머물면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장례 절차를 마무리하는 일에 몰두할 예정이다. 안 위원은 “이제까지 정말 정신이 없었다. 우선 장의위원회가 해산되면 고생한 위원들에게 인사드리는 등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할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우제까지 있으면서 당분간 봉하에 남아 권 여사님과 아들 건호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고 상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태영 전 연설기획비서관은 고인의 기록물 작업을 정리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비서관은 이날 영결식에서 한명숙 장의위원장의 눈물어린 조사를 작성한 주인공이다. 청와대 대변인과 연설기획비서관을 맡으며 고인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린다는 평을 들었던 만큼 그는 고인과 작별을 고하는 길에서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노 전 대통령측에서 “조사를 쓸 다른 적임자가 없다.”고 할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자신의 뜻을 밝히는 책을 내고 싶어했던 만큼 이 작업은 비석 건립과 더불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노 전 대통령이 어려울 때 자신을 지켜준 ‘유일한 동지’라고 손을 들어준 유시민 전 장관은 지난 일주일 내내 서울역 분향소에서 대표 상주를 맡았다. 경북대에서 맡고 있는 강의를 계속하면서 대통령 기념사업 등 고인의 업적 기리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장례 기간 동안 조심스러웠던 ‘책임론’ 부분도 짚고 넘어갈 계획이다. 청와대 춘추관장이었던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영결식 이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것”이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재 의원과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은 영결식 직후 다시 영어의 몸으로 돌아갔다. 이재연 유대근기자 oscal@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꽃잎처럼 흘러가시라”… 줄지 않는 흰국화 행렬

    [노 前대통령 국민장] “꽃잎처럼 흘러가시라”… 줄지 않는 흰국화 행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일째인 27일에도 김해 봉하마을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뙤약볕 아래에서도 3㎞쯤 늘어선 ‘흰국화 행렬’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몰랐다. ●끊임없는 조문객 행렬 29일이 영결식이어서 문상 기간이 내일 하루밖에 남지않아서 인지 오후 들어서부터 직장인과 중장년층의 조문이 부쩍 늘었다. 이날 25만여명 등 5일간 누적 조문객은 90만명을 돌파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이모(57)씨는 “생전에는 노 전 대통령을 미워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시니 그분의 명복이라도 빌려는 생각에 일을 끝내고 급히 달려왔다.”면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빈다.”고 애도했다. 공동 장례위원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이날 “권양숙 여사가 빈소 자원봉사자와 분향소를 찾은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권 여사가 ‘무더운 날씨에도 본업을 뒤로한 채 슬픔을 같이하고 도움을 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한다는 말을 대신 전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역사 희생자 보듬었던 고인 이날 오전 제주시 4·3항쟁 유족 대표 20여명이 조문했다. 이중흥(63)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사저를 방문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방문 당시 사저 정원이 너무 허술해 나무 하나 심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하니 ‘제주 수종으로 심어달라.’고 하셔서 산딸기나무를 심었다.”고 소회했다. 일본군 위안부 출신 이용수(81) 할머니도 고인의 영정 앞에서 흐느끼며 “큰 별이 떨어져서 달려왔다.”면서 “명절마다 권 여사가 술·과일을 챙겨주셔서 꼭 방문하고 싶었다.”며 눈가를 훔쳤다. 봉하마을 진입로 양쪽에는 1700개의 만장이 내걸렸다. 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회 회원들이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 오른 노 전 대통령 추모글을 적은 만장은 빈소까지 2㎞ 구간에 설치됐다. 만장에는 ‘돌아와 주세요. 노 통장님.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울어도 울어도 보고 싶다.’라며 애도와 그리움을 나타내거나 ‘우리 갈 길 멀고 험해도 끝내 이기리라.’라는 민중가요 가사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경남지방경찰청장 물병 세례 일부 조문객들이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과 경찰간부 40여명에게 물을 뿌리고 야유를 퍼부었다. 이 경남경찰청장 등 일행이 봉변을 당한 까닭은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길게 늘어선 조문객들을 제치고 맨 앞으로 나아가 ‘새치기 조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 청장이 조문하는 동안 먼저 차례를 기다리던 일부 조문객들은 경찰간부 일행에게 물을 뿌리고 울먹이면서 “경호(청와대 경호를 오해)도 못하고 자살경위 수사도 제대로 못한 주제에 무슨 얼굴로 왔느냐, 경찰이 왜 조문 순서를 지키지 않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화가 난 일부 조문객은 경찰 일행이 벗어놓은 신발을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경찰간부 일행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흩어진 신발을 집어와 신은 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김해 김정한 이재연기자 jhkim@seoul.co.kr ■ 식지 않는 추모열기 서울광장 추모제 끝내 불허 한낮에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뜨거운 추모 열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서울역사박물관 등 전국 93개 공식분향소를 비롯한 300여개 민간 분향소에는 고인의 서거 5일째인 27일에도 추모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 추모 행사를 위해 신청한 서울광장 사용을 이날 결국 불허했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중앙청사 접견실에서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이대영 경실련 사무총장 등 시민추모위원회 관계자 4명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추모위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추모문화제를 개최하기로 하고 서울시에 허가를 신청했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광장 사용규정에 따라 비정치적 행사만 보장되면 개방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추모위는 이날 오후 8시30분 정동교회 앞 광장에서 20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약식 추모제를 열었다. ●유시민 “영결식 때 노란넥타이 맬 것”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이날 서울역 정부 분향소를 찾았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분향소에서 지은 ‘넥타이를 고르며’라는 글을 통해 “꼭 검은 넥타이어야 할까,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자들과 같은 것을 맬 수 없다.”면서 “5월29일 서울광장 노제에서 노란 풍선 백만개가 하늘 높이 오르는 꿈을 꾼다….”며 영결식 당일 노란 넥타이를 매고 가겠다고 말했다. 관공서와 기업들이 회식 등 각종 여흥 행사를 국민장 이후로 미루는 등 전국이 ‘엄숙 모드’에 들어갔다. ●재계 줄지어 분향… 진도에선 씻김굿 서울역사박물관에는 이날도 정·재계 인사들의 분향 추모가 이어졌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는 오후 8시30분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정부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앞서 오전 7시40분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선두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이 분향했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회사 버스 편으로 도착해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등 30여명이 단체 분향을 했다. 오후 1시쯤 분향소를 찾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전직 대통령의 서거는 모두의 비극”이라면서 “생전에 고인을 대전야구장에서 뵌 적이 있는데 매우 인간적인 분이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신동빈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사장단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도 분향소를 찾았다. 충북지역 시민추모위는 28일 오후 7시30분 청주시 상당공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시민추모제를 개최한다. 또 전남 진도군은 진도 씻김굿 주최로 28일 오후 8시 진도읍 철마광장에서 인간문화재와 씻김굿 기능 보유자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씻김굿을 한다. 전국종합 김해 강원식 서울 김성수 김민희기자 kws@seoul.co.kr ■휴가내고… 지방서… 자원봉사 물결 서울에 사는 정모(45)씨는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은 뒤 곧바로 김해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정씨는 음식점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휴가를 내고 27일까지 5일째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정씨는 “저에게는 유일한 대통령이었던 노 전 대통령을 위해 무작정 봉하마을로 내려와 국밥 끓이기, 설거지, 청소, 자원봉사 모집, 물나르기 등 닥치는 대로 일하고 있다.”면서 “여기서(봉하마을)는 딱 정해진 일이 없어 그때 그때 필요한 일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모(여·33·여수)씨도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하자마자 여수에서 경남 양산 부산대학병원을 거쳐 5일째 봉하마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양산에서 집으로 돌아갈까 했는데, 봉하마을에 가면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찾아왔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에는 하루 400~5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된다. 이들은 대부분 새마을단체나 녹색회 등 단체 소속이지만, 상당수는 스스로 일손을 자청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조문객 질서유지, 리본 및 조화 나눠주기, 국밥 끓이기, 쓰레기 줍기, 설거지, 간이화장실 청소 등 수십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정씨와 이씨처럼 스스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하루 300명 이상에 이른다. 하루 몇 만명의 조문객을 맞아야 하는 봉하마을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조문객으로 왔다가 일손을 도와달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자원봉사자로 남은 사람들도 많다. 김모(55·부산·식당업)씨는 25일 오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밤늦게까지 국밥에 들어갈 무를 종일 썰고 이튿날 귀가했다. 김해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방명록 수놓은 조문객 글들 “당신의 빈자리 이렇게 클 줄…” “6년 전 당신을 알았습니다. 앞으로 60년 당신을 기억하며, 가슴에 담고 살아가겠습니다.”(경기 부천시 배항섭)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은 고인을 잊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방명록에 옮기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저마다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마음을 햐얀 종이에 쏟아내고 있다. 초등학생 정지은양은 “대통령 할아버지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국화 놓고 갈게요.”라고 썼고, 김명규씨는 “정작 가야 할 사람은 나이 많은 나인데, 아직 할 일이 많은 당신을 먼저 보내 가슴이 미어집니다.”며 애끊는 마음을 옮겼다. 이진희씨는 “말이 안 나옵니다. 그냥 멍하네요. 멍했다, 슬펐다, 다시 멍해집니다. 살면서 흔들릴 때마다 대통령님을 생각하겠습니다.”고 적었다. 송민호씨는 “주름진 이마와 희끗한 머리를 보면 ‘할아버지’, 막걸리 잔을 기울일 땐 ‘이웃집 아저씨’, 밀집모자를 쓰고 들녘에 나선 모습을 볼 때면 ‘삼촌’이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빈 자리가 이렇게 클줄 몰랐습니다.”며 생전을 추억했다. 한권, 한권 맺어지는 방명록에는 권양숙 여사를 걱정하는 마음도 담았다. 연옥이라는 추모객은 “권 여사님, 기운 차리세요. 대통령님은 가셨지만, 여사님은 우리 곁에 남아 우리를 지켜주세요.”라고 걱정하는 마음을 담았다. 김해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공시족’에게 공직이란?…달라진 의식들 “비정규직 차별 임금 차액 전액 지급하라” 유학생 입국 시즌… 신종플루 금주가 고비 서울대 주요학과 합격자 출신고 분석하니 올 지방직 9급 시험문제 분석해보니 경호관은 은폐 시도… 경찰은 부실 수사
  • [노 前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 1383명

    [노 前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 1383명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國民葬) 장의위원회가 사상 최대인 1400여명 규모로 꾸려졌다. 이는 박정희·최규하 전 대통령 서거 때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행정안전부는 27일 유족 측과 협의해 29일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열릴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장의위원회를 1383명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장의위원회에는 입법·사법·행정 3부의 전·현직 고위공무원 1010여명과 대학총장, 종교계, 재계 등 기타 사회지도층 인사 260여명, 유족이 추천한 친지 및 친분이 있는 인사 110여명이 포함됐다. 한승수·한명숙 공동 장의위원장을 비롯해 부위원장 15명, 고문 59명, 집행위원장 및 위원 5명, 운영위원장 및 위원 등 87명이다. 각계 분야별 장의위원은 국회의원과 국회사무처 차관급 이상 278명,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55명, 행정부 장·차관급과 각종 위원회 위원장 등 116명, 시·도지사 16명, 17대 국회의원 155명, 전직 장·차관급 이상 281명, 친지 및 유족 추천인사 111명 등 1296명이다. 이번 장의위원회에는 유족 측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한 데다 운영위원이 처음 생기면서 규모가 커졌다. 특히 장의위원에 노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의 17대 국회의원 155명과 제16대 대통령자문위원장 17명 등이 새롭게 들어가면서 인원이 크게 늘었다. 국립·사립대학교 총장 167명이 포함된 것도 규모를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최규하 전 대통령 국민장 때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규하 전 대통령 국민장 때는 총 680명,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장 당시엔 691명의 인사들이 장의위원에 포함됐다. 이번 장의위원회에 새로 만들어진 운영위원장과 위원에는 노 전 대통령과 정치 인생을 함께한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권오규 전 부총리 등 6명이 포함됐다. 또 장의위 위원에 노 전 대통령 시절 측근이 다수 들어 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김완기 전 인사수석,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명계남 전 노사모 대표 등이 선임됐다. 이 밖에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과 단일화에 합의했다가 선거 하루 전날 이를 철회했던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위원으로 영결식에 참석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28일자 일간신문에 장의위원 전체 명단 등이 담긴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공고문을 게재했다.”고 말했다. 강주리 임주형기자 jurik@seoul.co.kr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喪家를 움직이는 5인방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는 비서실 출신을 주축으로 한 ‘5인 회의’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이병완 청와대 전 비서실장, 천호선 전 수석비서관, 행정관을 지낸 민주당 백원우 의원, ‘좌(左)희정’으로 불린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5인 회의의 고정 멤버다. ‘박연차 게이트’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사실상 폐족(廢族)이 되었을 때 눈치 살피지 않고 주군인 노 전 대통령의 사저로 달려갔던 인사들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리며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실세총리’로 막강한 힘을 휘둘렀던 이해찬 전 총리가 회의 멤버에서 빠져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문 전 비서실장(변호사)은 ‘박연차 게이트’가 터져 노 전 대통령이 수사 전면에 등장했을 때 노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킨 인물이다. 코너에 몰린 노 전 대통령의 ‘입’이었고, 노 전 대통령이 ‘VIP의 무덤’이라는 대검 중수부 12층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줄곧 주군 곁에 있었다. 이 전 실장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발탁돼 비서실장과 정무특별보좌관까지 맡았던 ‘노의 그림자’였다. 천 전 수석비서관과 백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 출신으로 영원한 ‘노의 사람’이다. 특히 재선인 백 의원은 국회 내 친노(親)의 최측근 인사다. 안 최고위원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측근 중의 측근이다. 노 전 대통령 사후(死後) 새롭게 등장한 ‘5인방’은 고비마다 대책회의를 열고 결론을 도출, 권양숙 여사에게 승인을 받은 뒤 처리하고 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부터 줄곧 상가(喪家)를 지키고 있다. 가족장을 고집하던 권 여사를 설득해 낸 것도 다름 아닌 이들이었다. “권 여사가 가족장을 고집한 것은 남편의 유언도 유언이지만 밑바탕에는 현 정권에 대한 격한 감정이 깔려 있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권 여사라 해도 남편의 사후 ‘충신’인 이들의 요청을 거부하지 못했다. 김해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미처 꿈 피우지 못하고…” 분향소마다 끝없는 애도 물결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미처 꿈 피우지 못하고…” 분향소마다 끝없는 애도 물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사흘째인 25일 전국 81개 정부 분향소와 197개 민간 분향소에는 평일인데도 남녀노소 추모객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일부 추모객은 고인의 비극적인 최후가 안타까운 듯 흐느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또 전 세계 재외공관과 한인회에도 분향소가 설치돼 교민들도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전국 278곳 분향소에 추모객 몰려 서울 경희궁 옆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에 마련된 정부 공식 분향소에서는 오전 8시쯤 유족측 대표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노 전 대통령의 영정 봉안식을 거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식 조문에 들어갔다.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유족대표 자격으로 추모객을 맞았다. 한승수 국무총리,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희락 경찰청장 등 정·관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과잉수사 논란으로 주목받고 있는 임채진 검찰총장도 문성우 대검 차장과 빈소를 찾았으나 굳은 표정으로 헌화한 뒤 말없이 돌아갔다. 오세훈 서울시장,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도 고인을 엄숙히 애도했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정부 분향소에는 여행객과 출·퇴근길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추모객을 맞았다. 분향소 주변에서는 ‘상록수’ ‘아침이슬’ 등 민중가요가 배경음악으로 잔잔히 울렸다. 서울시는 모든 분향소에 페트병 수돗물 ‘아리수’를 무료 공급했다. 한편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대한문 앞에 차려진 분향소를 경찰차로 막은 데 대해 “일부는 버스를 치워달라고 요구하지만 일부는 경찰 버스가 막아주니 분향하는 데 오히려 아늑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버스가 막아주니 아늑” 발언 논란 전남 함평군 해보면 대각리 오두마을에서 생태휴양지 ‘황토와 들꽃세상’을 운영하는 김요한(66) 목사는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큰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김 목사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오두마을을 방문한 사실을 떠올렸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국가를 대표해 제주 도민과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고,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위령제에 직접 참석해 희생자들을 위로했다.”면서 조문단을 구성, 국민장에 참석하기로 했다. 부산역광장 분향소에는 노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가 영정 앞에 추모의 글을 올리고 “무엇이 급해 그토록 소원했던 ‘사람 사는 세상 봉하마을’의 꿈을 미처 피우지 못한 채 서둘러 떠났느냐.”라고 애통해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4월 충북도로 이관한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도 영정이 설치됐다. 청남대관리사무소는 역사문화관에 영정과 함께 좌우에 노 전 대통령의 활동사진 20여점을 전시했다. 대전시청 북문 앞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50m 길이의 현수막이 걸렸고, 노사모 회원이 사용했던 노란색 풍선도 등장해 애통함을 더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애도의 조문행렬 주미 한국대사관은 24일(현지시간) 대사관 1층에 분향소를 설치, 교민과 외국인들의 조문을 받았다. 한덕수 주미대사는 부인과 함께 가장 먼저 분향한 뒤 동포단체 등의 조문을 받았다. 한 대사는 “애통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강하신 분이라 잘 견디실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인회와 종교 단체에도 민간 분향소가 속속 설치됐다. 주일 대사관도 25일 미나토구의 대사관 건물 1층 접견실에 고인의 분향소를 설치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한·일 관계를 냉각시켰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당수, 하시모토 세이코 외무성 부대신과 야부나카 미토지 외무성 사무차관 등이 이날 오후 분향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면서 명복을 빌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도 이날 총영사관에서 떨어진 지역의 교민들을 위해 지역 민단에 분향소를 뒀다. 이현주 주중한국대사관 공사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국민장 기간에 화려한 복장이나 빨간색 넥타이 등을 자제하고 음주 가무를 중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대전 이천열·베이징 박홍환·서울 김승훈기자 sky@seoul.co.kr
  • 유시민 “내게는 영원한 대통령”

    유시민 “내게는 영원한 대통령”

     25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부 공식 분향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신의 팬클럽 사이트인 ‘시민광장’에 ‘서울역 분향소에서’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유시민 전 장관은 시(詩)처럼 짧은 문장들로 이뤄진 글에서 “연민의 실타래와 분노의 불덩어리를 품었던 사람,모두가 이로움을 좇을 때 홀로 의로움을 따랐던 사람이 떠났다.”고 가슴 아픈 심정을 내비쳤다.  이어 “스무 길 아래 바위덩이 온몸으로 때려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껴안고 모두의 존엄을 지켜낸 남자 그를 가슴에 묻는다.”고 썼다.  마지막으로 “내게는 영원히 대통령일,세상에 단 하나였던 사람”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 전 장관은 전날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직전 경호관에게 담배가 있느냐고 물었던 사실 때문에 경남 김해 봉하마을 빈소에서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영전에 바쳐 눈길을 끌었다.그를 따라 봉하마을을 찾은 조문객들이 담배에 불 붙여 영전에 올리는 모습이 잇따랐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봉하마을 임시 분향소 조문 잇따라…일부에선 몸싸움도

    경남 김해 봉하마을 회관 입구에 23일 오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시 분향소가 마련된 뒤 오후 8시 40분부터 유족들의 분향을 시작으로 정치인과 일반인의 조문이 시작됐다. 근호씨와 정연씨 부부가 제일 먼저 분향한 다음 한명숙 전 총리,정세균 민주당 대표에 이어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민주당 천정배 의원,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 참여정부 각료들이 잇달아 잔을 올리고 향을 피웠다. 분향이 시작되자 마을회관 앞에 모인 조문객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노사모 회원들은 임시분향소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노 전 대통령의 생전 국정 운영 모습을 담은 영상을 상영하며 서거를 애도했다.   글 /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관련영상] ☞ 유서 “화장해라.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 충격과 비탄속 노 전대통령 시신 봉하마을에 ☞ 경찰, 盧 추모집회 봉쇄…시청역 ‘충돌’ ☞ ’부엉이 바위’ 어떤 곳이길래 ☞ 서울도 노 전대통령 추모 열기…‘촛불’ 켜졌다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남은 盧의 사람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그와 영욕을 함께해 온 친노(親) 그룹은 더 외롭게 됐다. ‘친노 386’으로 불렸던 ‘노무현의 사람들’은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국정의 중심에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박연차 게이트’ 수사 등의 여파로 세(勢)는 크게 위축된 상태였다. 친노 진영은 지난해 총선에서 유시민 김형주 유기홍 김태년 전 의원 등이 잇따라 낙천 또는 낙선하면서 퇴조를 보이는 듯했지만 살아남은 인사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정세균 대표체제를 지지하는 핵심세력으로 부상했다. 친노측은 내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부활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왔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친노신당 창당 시나리오도 나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사정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노무현 패밀리’의 몰락은 본격화됐다. 도덕성도 땅에 떨어지면서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의 표현대로 ‘폐족’(廢族·조상이 큰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자손)의 위기에 내몰렸다. ‘우(右) 광재’로 불리던 이광재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3월26일 구속됐다. ‘좌(左) 희정’으로 불린 안희정 최고위원과 노 전 대통령 비서 출신인 서갑원 의원 등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각각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조사받았다.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박정규 전 민정수석 등도 구속된 상태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박 전 회장과 강 회장도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친노 인사들이 흩어진 가운데 오랜 친구이기도 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전해철 전 민정수석 등이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변호인단으로 활동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기록물 관련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움츠러들었던 친노 진영이 결속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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