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재선 ‘덕양갑’ 르포/ 썰렁한 유세장… 호남표심 변수
11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고양시 한 사무실.4·24 덕양갑 재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 진영의 선거운동원들이 전화홍보 및 거리유세를 준비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비슷한 시각,다른 후보의 거리유세장에선 선거관계자들 외엔 아무도 후보 연설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날 비가 내린 탓도 있겠지만 정치에 대해 무관심 일색인 지역민심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유권자들,“선거는 무슨…”
각 당 후보의 열띤 선거운동에 대해 대부분의 지역 유권자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한 후보의 거리유세장에서 만난 김형호(55·버스운전 기사)씨는 “길만 막히고 시끄럽기만 하고…,모든 게 마음에 안 든다.”고 혀를 찼다.김모(54·여·부동산업)씨는 “선거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그 사람이 그 사람 아니냐.”며 “자기네들끼리만 난리”라고 쏘아붙였다.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정권심판,정치개혁 등을 외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분위기였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이렇듯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각 후보진영은 거리유세에 치중하기보다 유권자들을 직접 찾아가 한표를 호소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후보들,“내가 앞선다!!!”
한나라당 이국헌 후보와 개혁당 유시민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각 당은 중앙당 당직자들을 일찌감치 지역에 내려보내는 등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이 후보측은 7대3으로 낙승할 것이라고 장담했다.한 관계자는 “전화홍보 결과,(응답자의) 60% 이상이 매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 “선거 당일 투표율이 30%쯤 되면 1만 6000표를 얻어 당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혁당 유 후보측도 선거 결과를 낙관하는 모습이었다.양순필 공보팀장은 “유세장에 가보면 선거운동원의 수와 열정에서 한나라당을 앞서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2만 2000표(55∼60%) 이상 얻는 게 목표”라고 필승을 다짐했다.
●투표율이 최대 변수
선거 당일 투표율이 최대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각 후보진영의 공통된 인식이다.투표율이 30% 이상이면 유시민 후보,그 이하이면 이국헌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재선거의 투표율은 항상 저조했고,이 후보가 그동안 이 지역에서만 다섯 차례에 걸쳐 선거를 치른 만큼 조직력에선 타 후보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며 투표율 저조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개혁당의 한 관계자는 “투표율이 30∼35%를 넘으면 20%포인트차 이상으로 압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표심도 변수
민주당의 한 당원은 안형호 고양시 축구협회장이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됐다가 출마를 포기한 것과 관련,“우리가 민주적 절차를 밟아 선출한 후보를 주저앉힌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투표를 하면 다른 당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투표 향배도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다.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인 이들이 민주당이 자체 후보를 내지 않고 개혁당 후보를 지지하기로 한 데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만큼 지지표 분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양 홍원상기자 ws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