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급자 170만 돌파
지난해 국민연금 지급액이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93년 최초로 수급이 시작된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3조원 돌파’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일찍부터 국민연금 고갈 우려가 제기돼 온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배꼽이 자라 머잖아 배보다 더 커질 것’이라며 벌써부터 섣부른 우려를 하기도 한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취임 이후의 변화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형 노후 복지의 꽃이라는 기대 속에 지난 88년 돛을 올린 국민연금의 실상과 문제를 짚고 바람직한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국민연금 현황
지난 88년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국민연금제가 시작됐다. 이후 92년에 5인 이상 사업장,95년에 농어촌지역으로 확대 적용됐으며,98년에는 관련 국민연금법을 개정, 급여 수준을 70%에서 60%로 하향 조정하고 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올렸다. 또 노령연금 최소 가입기간을 15년에서 10년으로 단축하는 등 재정안정화 방안을 마련했다.99년에는 도시지역으로 적용지역을 확대해 국민 노후소득보장의 기본틀을 완성했다.
그동안 가입자는 출범 첫해인 88년 443만 2695명으로 시작해 2000년 1620만 9581명,2003년에는 1674만 3932명으로 늘었으며,2005년 현재 적립기금 규모는 160조 3960억원이다.
가입자가 연령 등 조건을 충족시켜 지급한 연금지급액은 지급 첫 해인 93년 3331억원(58만 3014명)이었던 것이 96년 1조 1176억원(94만 2232명)으로 1조원대에 진입했으며,2003년 2조 3284억원(116만 9441명)을 거쳐 지난해 175만 7674명에게 3조 5849억원이 지급됐다.
●고갈의 근거와 수지 예측
고갈의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와 저출산이다. 즉, 수급자는 늘어나는 반면 가입자 수는 줄어 안정된 재정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성장률(전년 대비 인구 증가율)은 지난해 0.44%였던 것이 2010년에는 0.34%로 떨어지며 2030년 0.28%를 거쳐 2040년에는 -0.73%로 ‘마이너스 시대’에 진입하며,2050년에는 -1.18%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고령화율은 급속하게 진행돼 2000년 7.0%였던 고령화율이 2018년에는 14.0%가 돼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며,2026년에는 20.0%로 초고령사회,2050년에는 37.3%로 세계 최고령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연금의 핵심인 노령연금의 과다지출을 피할 수가 없게 된다. 또 연금보험금을 납부할 사람은 급감하는 반면 수급자인 노인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 여기에서 비롯된 적자구조를 벗어날 길이 없게 된다.
국민연금 관리공단은 이런 추세가 변화없이 계속될 경우 2036년도에 수지적자가 발생,2047년이면 기금이 완전히 소진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2036년의 총수입은 189조 690억원이지만 총지출액은 201조 4560억원으로 당기 수지 결손액이 12조 3870억원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기금이 완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 2047년의 경우 총수입은 139조 3260억원이나 총지출액은 473조 5420억원에 달해 수지 결손액은 무려 334조 2160억원에 이르며, 이 해의 기금 적립액은 -96조 1590억원이 돼 드디어 기금 고갈의 국면을 맞게 되는 것.
●대책은 무엇인가
문제는 고갈을 극복할 대책이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개선의 기본 방향은 현 제도의 틀을 유지하되 가입자 부담금과 급여체계를 조정해 적어도 노인 부양비율이 안정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는 2070년까지 기금의 소진을 막자는 것이다.
이 안대로라면 40년 장기가입자의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한 소득대체율을 현행 60%에서 2008년 50%로 낮추되 가입자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07년까지는 55% 대체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보험료율도 현재 9%인 것을 2010년부터 2030년까지 5년마다 1.38%포인트씩 인상해 2030년에 15.90%에 이르도록 하며 이를 2070년까지 유지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예컨대 소득대체율을 60%로 하고 2070년 기준 목표적립률을 2배로 잡았을 경우 급여 수준은 적절하나 가입자의 부담은 그만큼 버거워진다. 이 경우 가입자가 부담 가능한 보험료율 18%를 넘어서 인상분의 일정 부분에 대한 국고 지원이 불가피하다.
만약 소득대체율을 50%로 하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6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지나 급여는 평균 소득의 20년 가입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고작 최처생계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소득대체율을 40%로 할 경우에는 개별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줄지만 급여 수준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필요하다면 소득대체율을 55%나 45%로 하거나 소득대체율 45%에 가급연금 5%를 더하면 장기적으로는 여성의 소득활동이 늘어날 것인 만큼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정부와 재계, 노동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단일안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노동계에서는 소득대체율이 높으면서도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선호하는 반면 재계에서는 소득대체율과 보험료가 낮은 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선안 수준이라면 소득 규모나 현재 선진국의 부담 수준을 고려할 때 충분히 부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재정안정화 방안의 기조는 기본적으로 가입자, 즉 국민들의 불신 해소에 있다. 가장 실효성 있는 재정안정화 방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 기금 소진이 곧 급여 지급불능 상황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국민들의 불신과 우려를 씻어내겠다는 것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