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지마-웃찾사… 웃기지마-개콘
요즘 안방극장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브라운관을 휩쓸던 드라마 열풍이 잠시 주춤한 대신, 코미디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가히 ‘코미디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드라마를 제치고 시청자들을 코미디로 끌어들인 일등 공신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쌍두 마차격인 KBS ‘개그 콘서트’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두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을 알아봤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웃찾사
“지금 나의 개그는 신선한가?” “아이디어가 빛나는가?” “최선을 다한 것인가?”
지난주 24.7%의 시청률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시청률(24.3%)을 처음으로 제치는 기염을 토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아이디어 회의실에 붙어 있는 문구다.
바로 이 세 문구가 ‘웃찾사’의 최근 인기 비결을 그대로 말해 준다.
‘웃찾사’의 개그는 신선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무리한 억지 웃음을 유발해 시청률 부진에 빠졌던 ‘웃찾사’는 지난가을 개편 이후 새로 부임한 이창태 프로듀서의 지휘하에 코너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다.
식상한 기존 10여개 코너들을 모두 폐지하는 대신, 지난 2003년 연말 뽑은 공채 7기 신인 개그맨들을 코너에 대거 투입, 그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코너를 속속 선보였다.‘그런거야’는 물론 ‘택아’,‘뭐야’,‘단무지 아카데미’,‘행님아’ 등이 그렇게 탄생한 코너다.
‘웃찾사’의 개그 아이디어는 빛난다. 오후 11시대 심야 프로그램임에도 불구, 가학적이고 선정적인 ‘저질 표현’들은 모두 걸러냈다. 대신 ‘그때 그때 달라요’코너와 ‘리마리오’ 캐릭터에서 보듯 여성층은 물론 어린이·청소년들에게까지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웃음 코드를 추구하려 했다. 또 현장에서 춤과 노래 등 ‘몸’으로 승부하는 대신 대본에 충실한 ‘개그적 요소’를 강화했다.‘복고 바람’ 등 사회내 트렌드도 적절하게 차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시청자들은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의 고질에서 탈피한 ‘웃찾사’의 신선한 시도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웃찾사’ 멤버들은 최선을 다한다.‘웃찾사’ 멤버들은 이른바 ‘짬밥‘ 차이가 없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무대에 오른다.
‘시청자 우선주의’에 입각, 최고 인기 코너라도 재미가 없으면 바로 간판을 내린다.
이창태 프로듀서는 “신인과 기성 개그맨 사이의 조화가 ‘웃찾사’의 성공 동력”이라고 분석하면서 “한달에 한 코너씩은 새로 선보이고, 신인 연기자들도 임없이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 개콘
문제도 해결책도 결국은 ‘사람’이다.
KBS2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의 김석현 프로듀서 등 개콘 제작진이 최근 내린 결론이다.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약진도 개콘의 부진도 그 이유는 결국 ‘사람’에게 있다는 뜻.
신인들 중심으로 치고 나오는 ‘신흥세력’ 웃찾사의 강점을 그대로 뒤짚으면 ‘수성세력’인 개콘의 약점이 된다. 이들은 “원래 캐릭터성 강한 코미디에서는 오히려 신선한 신인급들이 잘 먹혀들 수도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상대적으로 중견급이 많은 개콘이 식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 또 중견급들은 오로지 웃찾사에만 전념하는 신인급들에 비해 집중도 면에서는 떨어진다. 아이디어 고갈이나 이로 인한 개인기 치중 경향 등은 이미 고질적인 문제들. 그러나 김 PD는 “개콘의 강점도 역시 똑같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말했다. 즉 이들은 이미 검증된, 앞으로 웃찾사 팀들이 겪어야 할 온갖 어려움들을 이미 거친 ‘역전의 용사들’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팀내 주도권 경쟁 문제 등 온갖 갈등 요소를 미연에 피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보여주는 팀워크를 바탕으로 신인급들을 무리없이 기존 체계에 녹여낼 수 있다. 또 이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보유한 코미디에 대한 노하우는 큰 재산이다.
이런 분석에 따라 앞으로 개콘은 “약점은 줄이고 강점은 살리는” 대대적인 보완에 들어간다. 박준형 등 고참급 팀원들은 주로 팀을 떠받치는 ‘수비수’ 역할을 맡으며 뒤로 한발짝 물러서고,‘복학생’ 유세윤,‘안어벙’ 안상태를 비롯해 강유미, 김대범, 유상무, 장동민, 황현희 등 올 4월에 입사한 KBS 19기 공채 신인들이 대거 공격수로 포진된다. 고참급들은 ‘결정적 패스’로 팀을 살리고 안정감을 부여하는 한편,‘현장 감독’으로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살려낸다.‘젊은 피’들은 “실질적으로 골을 따내는 역할”(김 PD 표현)을 맡는다. 이외에도 성인층을 위한 코미디 등 타깃층을 각각 겨냥한 다양한 코너 연구·개발 등 축적된 노하우들을 적극활용할 방침이다.
김석현 PD는 “관건은 어떻게 하면 당장 웃기는가 하는 눈앞의 성과보다는 어떻게 하면 안정적·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가가 문제”라면서 “2달 정도 뒤에 다시 한번 평가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