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여신규제 대폭 완화/4월부터
◎관리대상 「30대」서 10대 재벌로 축소/각 그룹 2개 주력 업체는 「관리」 제외/「제조업 경쟁력 강화」 금융지원책
대기업에 대한 여신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여신한도관리 대상 그룹이 30대 재벌에서 10대 재벌로 축소되고 10대 재벌이라 하더라도 그룹내 각 2개씩의 주력 업체는 여신한도관리를 받지 않는다.
부동산취득 및 기업투자 규제를 받는 50대 재벌내 각 2개씩의 주력업체에 대해 투자금액의 1∼6배에 해당하는 금액을,은행을 통하지 않고 유상증자나 소유부동산 처분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해 조달토록 하는 자구의무가 면제되거나 완화된다.
재무부는 6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전문화를 위한 여신관리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현행 총자산규모 기준 30대 재벌로 돼있는 여신한도관리 대상을 총대출 규모기준 10대 재벌로 바꾸어 대상그룹수를 대폭 줄이고 대상선정기준도 변경했다.
90년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은행대출이 많은 10대 재벌은 삼성·현대·럭키금성·대우·선경·기아·효성·쌍용·금호·두산이다.
그러나 은행대출이 많은 10대 재벌은 추후 경제기획원·재무부·상공부·은행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협의,선정하는 주력업종의 범위내에서 2개씩의 주력업체를 선택하게 되며 10대 재벌 주력업체의 대출금은 여신한도관리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여신한도관리는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기업의 재무구조를 건전화 하기 위해 은행별로 총여신중 관리대상 계열기업군의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매년 일정수준 이내로 억제함으로써 대기업의 은행빚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다.
재무부는 이날 이같은 여신관리제도 개편방안을 자문기구인 금융산업발전심의회에 상정,심의했으며 조만간 최종안을 확정하고 여신관리 규정의 개정절차를 밟아 오는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또 현행 총여신(대출+지급보증) 규모 1천45백억원 이상인 49대 재벌로 돼 있는 부동산취득 및 기업투자 규제 대상을 총대출규모기준 50대 재벌로 바꾸기로 했다.
은행빚이 많은 50대 재벌도 각각 관계기관이 협의,결정하게 될 주력업종의 범위내에서 2개씩의 주력업체를 선택하게 되며,50대 재벌의 주력업체에 대해서도 자구의무를 면제 또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취득 및 기업 투자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재무부는 주력업종의 선정에 대해 『제조업 분야중 국민경제의 전반적인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기술개발을 통해 국내기업의 대외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업종을 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향후 새 여신관리제도의 운용과 관련,『은행빚이 많은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주식분산을 통한 국민기업 육성을 위해 주식분산이 위장없이 실질적으로 잘돼 있는 기업은 여신관리 대상기업에서 제외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계열그룹의 비주력 업체에 대한 여신관리는 더욱 강화되며,각계별 그룹이 기존 업체를 주력업체로 선정하는 경우 주력업체의 주력업종에 대한 매출액 구성비가 50%를 넘어야 하고,선정후에는 매년 주력업종의 매출액 구성비를 높여나가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경제력 집중」 우려… 보완해야”/금융발전심의회
재무부의 여신관리 완화방침에 대해 금융발전심의회 위원들은 신중한 검토와보완을 요구했다.
6일 제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발전심의회에서 참석위원들은 대부분 재무부가 마련한 여신관리제도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또다시 특혜시비를 가져오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현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도보완을 촉구했다.
김중웅위원(전국 종합신용평가 사장)은 재벌그룹의 주력업체 선정과 관련,『이로 인한 대기업의 독과점이 오히려 심화돼 경쟁력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 투자의욕 제고에 초점/관리기준,자금서 대출로 전환/한진·한화·동아건설·롯데 풀리고/빚 많은 기아·효성·금호·두산·묶여(해설)
대기업에 대한 여신규제를 풀면 여신혜택이 재벌에 편중돼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킨다. 그러나 여신 규제를 계속하면 대기업은 설비투자의욕이 떨어져 대외경쟁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은 여신규제문제를 바라보는 재무부의 시각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경제력집중 완화와 대외경력 강화는 우리경제가 동시에 추구하고 달성해야 할 두가지 정책목표다. 그러나 대기업 여신규제문제에 관한한 이 두가지 정책목표는 상충관계에 있어 동시추구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 재무부의 시각인 것 같다.
7일 재무부가 발표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전문화를 위한 여신관리제도 개편방안」은 이같은 관점에서 기존 여신관리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기존 여신관리제도는 덩치가 큰 기업 즉 재벌기업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금융자산인 은행빚을 이용할 수 잇는 기회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즉 대기업의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기업에 투자하는 등의 기업규모 확대행위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주거래은행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투자금액의 1∼6배까지의 자구의무(유상증자 또는 부동산처분)가 부과되고 있다. 이는 대기업의 부동산취득과 기업확장을 규제하는 것으로 74년부터 시행돼 왔다.
이같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여신점유 비중이 계속 확대됨에 따라 지난 84년부터는 일정규모 이상의 계열기업군의 여신점유 비중이 일정수준 이내를 유지하도록 하는 보다 엄격한 규제장치를 마련했다. 이를 여신한도관리(또는 바스켓관리)라고 부르고 있다.
부동산취득 및 기업투자 규제와 여신한도관리는 기존 여신관리제도의 핵심적인 두가지 규제장치다. 이 제도는 대기업이 쓰는 은행빚 규모를 억제함으로써 경제력집중을 완화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기존제도하에서 여신한도관리 대상인 총자산기준 30대 계열기업군의 대출 점유율은 지난 88년 18.31%에서 89년 14.67%,90년 13.5%로 매년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이처럼 기존 여신관리제도 특히 여신한도 관리는 대기업의 은행빚 이용을 억제하는데도 유용한 제도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자금의 용도나 성격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대기업의 은행빚 이용을 억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즉 대기업이 은행빚을 얻어 부동산을 사는 경우나,혹은 국가기간 산업에 설비투자를 하는 경우 모두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
이같은 「무차별 여신규제」 방식은 정책목표인 대기업의 기업확정 의욕만을 봉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적극 육성·보호해야할 소중한 싹인 제조업 설비투자 의욕까지도 꺾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 여신관리제도의 개편을 추진중인 재무부의 판단이다.
오는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새여신관리제도는 이같은 관점에서 향후 여신관리정책 방향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즉 은행빚의 생산적인 설비자금화가 담보될 수 있다면 그 사용주체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은행 빚 이용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무부의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새 여신관리제도가 기존의 제도와 크게 달라지는 부분을 정리하면 ▲여신한도 관리의 대상이 「총자산 기준 30대 계열기업군」에서 「 총대출 기준 10대 계열기업군」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20개 계열기업군인 대거여신 한도관리의 「사슬」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 「총자산기준」이 「총대출기준」으로 바뀜에 따라 90년말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계열규모로는 10대 재벌에 들지만 은행빚이 적은 한진·한국화약·동아건설·롯데 등 4개 재벌이 여신한도관리 대상 10대 계열에서 제외된다. 그대신 계열규모로는 10대 재벌에 못들지만 은행빚이 많은 기아·효성·금호·두산 등 4개 재벌이 여신한도관리 대상 10대 계열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기준시점이 달라질 경우에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또 ▲종래 주력·비주력 구분없이 여신한도의 「무차별 규제」 방식이 비주력업체만 여신한도를 관리하는 「선별 규제」 방식으로 바뀐다.
이밖에 ▲비주력업체에 대해서는 대출금잔액 동결,바스켓관리 비율의 하향조정,일부 비주력업체의 처분유도 등으로 여신규제가 보다 강화된다. 새 여신관리제도를 시행할 경우 재벌기업에 대한 은행빚 이용규제기 상당부분 풀림에 따라 대기업의 여신점유율은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여신혜택의 재벌편중과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