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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성학은 최초의 정밀과학”

    “점성학은 최초의 정밀과학”

    점성학(Astrology)과 천문학(Astronomy). 현대 첨단과학의 세례를 받고 있는 우리 머릿속에서 얼핏 전자는 미신이고, 후자는 과학이다. 그러나 기실 역사적인 진실은 그렇지가 않다. 서양역사를 짚어볼 때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도록 둘은 구별조차 되지 않았다. 자연과 세계의 작동원리에 천착한 프톨레마이오스, 트라실로스 등 고대 자연철학자들은 이름난 점성가였다. 또 코페르니쿠스, 티코 브라헤, 케플러 같은 현대 천문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이들도 알고 보면 생계를 위해 별점을 쳤던 점성가들이다. ‘별자리의 모양에 대한 학문’이란 문자적 뜻을 가진 점성학은 동양에서는 ‘천문(天文)’ 즉 ‘하늘의 무늬’라는 표현으로 존재해왔다.‘천문’은 중국에서 무려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단어로 기록돼 있다. ●“고대 그리스 학자들 별 움직임 주시” 천문학자이자 과학사를 전공한 중국의 과학저술가 장샤오위안은 ‘별과 우주의 문화사’(홍상훈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에서 점술이나 사이비과학으로 치부돼온 점성학을 학문의 울타리 안으로 당당히 복권시키려 한다. 그 현재적 가치를 아울러 둘러봄은 물론이다. 점성학이 과학임을 주장하는 저자의 논거는 간명하다. 고대 서양에서 점성학은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학자들에게 필수과목이었다. 철학, 과학, 수학, 의학의 구분이 모호했던 고대 그리스 시대만 해도 모든 학자들은 별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예컨대,‘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점성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가 아니라 바보”라 설파하며 점성학으로 ‘환자에게 흉한 날’을 파악하도록 제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로마라고 다를 게 없었다. 고대 로마사회에서 점성학은 상류사회의 최고 관심사였다. 재능과 책략을 갖춘 카이사르는 자신의 군대를 상징하는 깃발에 황소자리 별모양을 그려넣고,‘별자리에 대하여’란 책을 썼다. 훗날 카이사르가 자객의 손에 죽음을 당할 때도 기이한 천문현상을 토대로 한 점성가들의 예언이 당시 권력무대를 소용돌이치게도 했다. 이렇듯 궁정의 권력투쟁에 점술가들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아우구스투스 등 위정가들은 그들을 정치무대 주변에서 완전추방하는 정책을 펴야 했을 정도다. 실제로 당대의 유명한 점성가 트라실로스는 네로 황제의 후계자 선정을 좌우했다. ●“정밀한 관측·계산 뒷받침된 과학” 르네상스기까지 천문학자들은 거의 모두 점성가이기도 했다. 천동설을 주창한 프톨레마이오스가 점성학을 집대성한 책 ‘사원의 수’는 이후 1900여년 동안 서양 점성학의 교과서로 활용됐다. 생계를 위해 점성학을 동원한 사례도 얼마든지 많다. 행성의 궤도와 운동법칙을 밝혀낸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알고 보면 그도 상류층 인사들의 미래를 점쳐주거나 ‘별점 달력’을 팔았던 일류 점성가였다. 저자가 “점성학은 최초의 정밀과학”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은 분명하다. 점성학이 다분히 비과학적 전제에서 출발한 건 사실이나, 실제 별점의 내용을 따져 보면 상당한 과학적 접근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밀한 관측·계산법은 기본이고 천문관측용 기구와 지표천문학, 기하학, 다양한 수학적 도구들이 동원돼야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류, 여전히 하늘에 미래를 묻다 책은 점성학의 역사를 점사의 대상에 따라 ‘군국 점성학’과 ‘생신 점성학’으로 대별했다.‘군국 점성학’이 별자리 모양을 근거로 전쟁의 승부, 풍년 여부, 재해, 제왕의 안위 등에 주목했다면 ‘생신 점성학’은 출생시간의 천문현상을 토대로 평생운명을 예언했다. 동양이 거의 군국 점성학에만 관심을 쏟아온 데 반해 서양은 둘 모두를 활용해 왔다는 차이점이 발견된다. 중세에 이름을 날렸던 점성가 스콧의 저서 ‘점성학 요강’에는 생신 점성학에 대해 자세히 기술돼 있다. 부인들이 수태하는 시간이 분만 시간보다 훨씬 중요하며, 수태 시간의 별자리 모양이 태어날 아이의 복과 재앙을 결정짓는다는 요지의 흥미로운 내용을 발췌해 실었다. 인간이 하늘에 미래를 묻는 행위는 현대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멀리갈 것도 없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중대사안을 결정할 때마다 별자리점을 봤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550여쪽에 걸쳐 푸짐한 도판과 관련기록들을 곁들여 점성학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책에는 과연 어떤 현재적 가치가 담겨 있을까. 머리말에서 저자는 “(점성학은) 다른 고대문화와 마찬가지로 파고들수록 더 많은 값진 유산들을 발굴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다.2만 2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라질 위기 생활어·직업어에 ‘숨결’

    제주시 애월에 사는 한 해녀의 말.“애고 이젠 대통령 삶이주기. 곤썰이 어디 셔? 식게 때나 곤밥 요만히 허영 먹엇주기. 경허연 살아서.” 이것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아이고 이제는 대통령 삶이지. 쌀이 어디 있어? 제사 때나 쌀밥 요만큼 해서 먹었지. 그렇게 살았어.”라는 뜻이다. 강원도 인제의 심마니는 ‘비녀꼭지’를 조심스레 다룬다. 심마니와 비녀가 무슨 상관일까. 비녀꼭지란 산삼 뿌리의 맨 윗부분에 난 돌기로, 다음해에 싹이 나올 부분을 가리킨다. 경기도 한지장이, 충청도 단청장·대장장이·무속인, 전라도 참빗장·젓갈·김치, 경상도의 옹기장·사기장·혼례음식, 제주도 해녀·민속주….‘체험, 삶의 현장’의 현장 목록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이 지난 한 해 조사한 기층 생활어와 직업어의 항목이다. 국어원이 펴낸 ‘2007년도 민족생활어 조사 보고서’(전10권)는 전국 6개 권역 26곳을 대상으로 삼았다.34개 분야 71명의 제보자로부터 정감 넘치는 ‘우리말’을 채집했다. 국어원이 민족생활어를 조사해 보고서로 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국어원이 국어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만든 이 보고서에는 1만 1603개 어휘가 실렸다. 이 중에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어휘만 6401개.111개의 구술자료를 포함,3835장의 사진,2개의 동영상도 담겼다. 국어원은 지난해 3억원과 조사원 10명을 투입해 이번 조사를 실시했으며 오는 2016년까지 이 같은 작업을 계속해 매년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국어원은 특히 직업이 다양하게 분화·생성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법조계·언론계 등 특정 직업군의 ‘직업용어’에 대한 어휘 분석도 보고서에 담을 예정이다. 국어원 측은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식민 지배와 전쟁 등의 변화를 겪고 전통 생활양식이 바뀌면서 우리의 고유 생활어와 전통 직업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를 보존·전승하기 위해 체계적인 조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夜~好 그곳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夜~好 그곳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여행은 밤에도 멈추지 않는다. 은은한 경관 조명이나 교교한 달빛 아래 낮보다 빼어난 자태를 뽐내는 여행지가 적지 않다.‘꿈결 같은 야간 여행´에 걸맞은 여행지를 모았다. # ‘별 헤는 밤´ 경기 양주 송암천문대 송암천문대는 스페이스센터와 천문대, 호텔급 숙소 등을 갖추고 있는 천문테마파크다. 첨단우주체험기기로 가득 차 있어 낭만과 즐거움을 찾는 연인, 가족 모두에게 제격인 별 여행지. 천문테마파크 너머 북한산까지 이어진 능선 위로 총총하게 박혀 있는 별들이 더할 수 없이 아름답다. 천문대 아래 스페이스 센터에는 사계절의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플라네타륨과 우주공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그래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챌린저 러닝센터 등이 갖춰져 있다. 개관시간 주중 오전 11시∼오후 10시, 주말은 오전 10시∼오후 10시. 천문대 이용권+케이블카 왕복 탑승권+플라네타륨 관람권 어른 2만 6000원, 청소년 2만 3000원.3인 가족은 패밀리티켓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6만 1000원. 양주시청 문화체육과 031)820-2121, 송암천문대 894-6000∼2. # ‘천년의 도시´ 전북 전주 한옥마을 한옥마을은 1930년대 일본인의 세력 확장에 반발한 인사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면서 시작됐다. 이 일대 한옥군은 주변 일본 가옥들과 대조를 이루는 한편, 화산동 선교사촌 등 서구식 건물들과 어우러지며 기묘한 도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해질 녘 한옥마을 야경 탐방에 나서면 호젓하게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다. 경기전을 기점으로 도보로 10분 거리에 풍남문, 전동성당, 오목대 등의 볼거리는 물론 감칠맛 나는 오모가리탕 집들이 늘어선 가리내길 등 전주를 대표하는 맛집들이 늘어서 있다. 덕진공원 야경도 빼놓으면 서운하다. 여름이면 연꽃이 만발해 전국의 사진작가들을 불러모은다. 전주시청 문화관광과 063)285-5151, 전주한옥마을 282-1330. # 화려한 신라의 달밤 경북 경주 경주 야경의 백미로 꼽히는 임해전지(안압지)와 월성, 계림, 첨성대 등은 국립경주박물관과 대릉원 사이 7번 국도 1.5㎞ 구간에 모여 있다. 천천히 걸어도 20분 정도면 닿는 거리. 저마다의 야경도 화려하거니와 이들을 자연스레 이어주는 산책로 또한 무척 운치가 있다. 임해전지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30분 공연이 펼쳐진다. 신라문화원에서 마련한 ‘달빛·별빛 역사기행’도 인기 프로그램. 매월 보름을 전후한 토요일에 경주시 유적지를 둘러본다.14일,21일 출발. 참가비는 별빛 1만 4000∼1만 6000원, 달빛은 1만 6000∼1만 8000원. 경주시청 문화관광과 054)779-6061, 신라문화원 774-1950. # “밤이 멋져부러∼” 전남 여수 수많은 섬과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이 어우러지며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여수는 밤만 되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야경의 하이라이트는 유람선 투어. 해맞이 포인트로 유명한 오동도의 음악분수대 앞에서 출발해 자산공원∼해양공원∼돌산대교∼국동 어항단지를 1시간가량 돌아본다.10월 말까지 운항한다. 여수의 또 다른 관광명소인 진남관은 충무공 이순신이 전라좌수영의 본영으로 사용하던 곳. 단층 목조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향일암은 한국 4대 관음기도처 중 한 곳. 암자 내 울창한 동백나무숲과 아열대 식물이 금오산 주변 기암괴석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항아리 속처럼 오목한 방죽포 해수욕장도 가볼 만하다. 여수시청 관광진흥과 061)690-2037. # 달빛 아래 젖는 효심(孝心) 수원 화성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수원시 화성은 조선 22대 임금 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배어 있는 곳.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 가까이에서 어머니 헌경왕후(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살기 위해 2년8개월에 걸쳐 축성했다. 저녁이 되면 수원화성 전체가 은은한 조명 속에서 한껏 매력을 드러낸다. 특히 정조의 어좌가 있었던 방화수류정의 용연은 ‘용지대월(龍池待月)’이라 해서 수원8경의 하나로 꼽힌다. 하늘에 뜬 달이 용연과 술잔에 비치고, 다시 그 달들이 연인의 눈동자에 뜬다는 것.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무예 24기 시범, 장용영 수위의식 등 다양한 상설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창룡문 근처에 활쏘기체험장, 용차탑승장 등이 있다. 활쏘기 체험은 초등학교 1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하다.1순(5발)당 1000원. 용차는 연무대앞과 팔달산 강감찬 장군 동상 앞을 순환하는 코스로 운영된다.1500원. 수원시청 문화관광과 031)228-2068, 수원시화성사무소 228-4410∼4, 수원시티투어 256-8300. # 야(夜)한 곳 찾아가는 여행상품 ▲‘감춰진 보석 김천! 별빛기행’은 김천시에서 지난달 31일 처음 시작한 야간 프로그램. 해 지는 직지사 경내를 둘러보는 산사체험과 경쾌한 음악 분수쇼를 즐길 수 있다. 솔항공여행사 02)2279-5959. ▲‘야(夜)∼한 밤에 섬&크루즈’는 퇴근 후 데이트를 즐기고픈 커플들을 위해 저녁시간대에 유람선을 출발시킨다. 인천 연안의 고즈넉한 섬, 세어도에서의 도보 데이트와 서해 야경을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현대마린개발 032)885-0001. ▲‘별 따라 소리 따라 남도 선비여행’은 첫날 전남 장흥 천문문학관에서 별 헤는 밤을 체험하고, 이튿날 밤 목포 루미나리에 거리 야경을 감상한다. 롯데관광개발 1577-3700.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 “앙코르와트 산림복원 산림청 주도”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주변의 황폐한 산림복원사업을 산림청이 주도할 전망이다. 4일 산림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산림자원외교에 나선 하영제 청장이 3일 캄보디아 요청으로 훈센 총리를 면담한 자리에서 앙코르와트 주변 산림 복원을 요청받았다는 것. 훈센 총리는 또 캄보디아 고무나무 조림 및 펄프재 생산을 위한 열대수종 아카시아 조림에도 한국 기업이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산림청은 덧붙였다. 이에 하 청장은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 청장은 이어 소쿤 산림청장과 만나 ‘한-캄보디아 산림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국은 정부 차원의 산림자원 개발 및 협력의 구체적인 이행을 위해 협의체인 ‘한-캄보디아 산림협력위원회’를 2년마다 개최하기로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양해각서 체결로 잠재력이 풍부한 캄보디아 산림자원 개발에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면서 “우리나라는 부족한 산림자원 확보가 가능해졌고, 캄보디아는 산림녹화 등 선진기술 전수 및 사막화 방지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수난의 우리 문화재를 지킨 사람들

    수난의 우리 문화재를 지킨 사람들

    “3∼4일 전 무기를 가진 일본인 130∼200명가량이 급습해 와서, 관리자와 주민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탑을 해체하여 개성철도역으로 운반하고, 다시 부산으로 실어갔다고 한다.…우리 인민이 그 만행과 모욕에 능히 항거하여 일어설 것임은 이미 스스로 표시하였다. 만약 다나카 자작이 그 귀중한 석탑의 불법반출을 기어이 해 간다면 그가 능히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곤란을 겪게 될 것이다.” 1907년 3월7일자 대한매일신보는 논설로 일본의 궁내대신 다나카가 조선에 특사로 왔다가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부소산에 있는 경천사터십층석탑을 빼앗아가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서울신문의 전신으로 영국인 어니스트 베델이 발행인으로 있던 대한매일신보는 이후 6월5일자까지 무려 9차례에 걸쳐 다나카의 만행을 고발하는 기사와 논설을 실었다. 또 미국인 호머 헐버트는 이듬해 일본의 ‘재팬 메일’과 ‘재팬 크로니클’ 등에 관련 내용을 기고해 비난여론을 들끓게 했고, 결국 일본은 1918년 11월 이 탑을 반환했다. 이 탑은 경복궁을 거쳐 지금은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수난의 문화재, 이를 지켜낸 인물 이야기´(눌와 펴냄)를 내놓았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6·25전쟁 등 긴박한 시대적 상황에서도 민족 문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자긍심으로 문화재를 지킨 13건의 사례를 담았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8월 팔만대장경이 있는 합천 해인사에서는 500명 남짓한 낙오 인민군이 게릴라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장지량 당시 제1전투비행단 중령은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작전명령을 받고 미 고문단을 설득하면서 시간을 끄는 지혜를 발휘하여 해인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유산을 수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을 비롯한 수천점의 문화재를 모아 오늘날의 간송미술관을 이룩한 간송 전형필도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뒤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다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 간 강화도 외규장각 도서를 찾아낸 재불서지학자 박병선 박사도 빼놓을 수 없다. 독일의 오틸리엔 수도원에 있던 겸재화첩을 국내에 돌아오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성 베네딕도수도원의 선지훈 신부와 경복궁 자선당 유구를 일본 도쿄의 오쿠라 호텔 정원에서 발견하여 반환받도록 한 김정동 목원대 건축과 교수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문화재청은 장지량 전 공군참모총장과 김정동 목원대 교수, 북관대첩비의 반환에 힘쓴 초산 스님 등 생존인물은 물론 돌아가신 분의 후손을 5일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초청하여 감사장을 전달하고 노고를 위로하기로 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통일신라시대 중원경 비밀 벗긴다

    통일신라시대 중원경 비밀 벗긴다

    충북 충주를 중심으로 하는 중원(中原)지역은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지리적 요충으로 삼국의 각축장이었다. 장미산성을 쌓은 한성백제가 물러난 뒤 고구려는 국원성을 설치하고 5세기 중원고구려비를 남겼다. 신라의 진흥왕은 557년 국원성을 빼앗아 국원소경을 두었고, 삼국통일 이후 경덕왕은 742년 오소경(五小京)의 하나로 중원경을 이곳에 설치했다. ●삼국시대 유적 반경 2㎞에 몰려 있어 특히 충주시 가금면에는 반경 2㎞도 되지 않는 좁은 지역에 장미산성과 중원고구려비, 그리고 중원경의 존재와 연결지을 수 있는 통일신라시대 7층석탑인 중앙탑이 한데 몰려 있다. 따라서 학계는 국원성과 국원소경, 중원경의 행정·군사적인 중심지인 치소(治所)도 현재의 충주 시가지와는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는 이 지역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학계는 물론 지역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는 중원경 등의 치소를 찾는 작업이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의 출범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중원문화재연구소는 삼국시대 이후 지방행정 치소를 밝히는 것을 포함한 ‘고대 중원경 종합학술연구’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다. 연구소는 당장 가을부터 고구려의 국원성과 통일신라의 중원경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원고구려비와 중앙탑 주변을 각각 시굴조사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이 지역 2만 6000㎡를 대상으로 지하에 유구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물리탐사를 벌였다. 그 결과 중앙탑 북쪽의 탑평리에서는 5칸 이상의 대형 건물터를 비롯한 인공 구조물의 하부구조가 대규모로 남아있는 흔적을 찾아냈다. 중앙탑 주변에서는 1992∼1993년 한국교원대박물관의 발굴조사에서도 규모가 큰 건물터가 여럿 확인되었고,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는 토기와 기와조각도 상당수 나왔다. 실제로 중원고구려비가 있는 용전리에서 중앙탑이 있는 탑평리에 이르는 남북 2.1㎞, 동서 1.6㎞의 남한강 주변을 돌아보면 탑평(塔坪)이라는 땅이름처럼 반듯하고 넓은 지역으로 상당한 규모의 도시가 들어서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누암리·하구암리서 신라 양식 무덤 확인 연구소는 특히 탑평의 뒷산에 해당하는 누암리와 하구암리 일대에서 신라의 굴식돌방무덤(횡혈식석실분)이 대규모로 확인된 것은 상당한 인구를 가지고 있었을 중원경의 존재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누암리고분군에서는 1989∼1991년 발굴조사에서 모두 38기의 신라고분이 발견된 데 이어 후속 지표조사에서는 봉토 직경이 11m 안팎인 대형 무덤 40기를 포함하여 모두 271기의 고분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웃한 하구암리고분군에도 400기가 넘는 고분이 밀집 분포하고 있으며, 축조연대를 비롯하여 무덤의 양식과 유물의 출토양상이 모두 누암리와 거의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신창수 중원문화재연구소장은 4일 “중원경 등의 치소를 확인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최근 이 지역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학술적 가치가 큰 것은 물론 지역의 최고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의 존재를 하루빨리 밝혀내지 못한다면 자칫 개발의 삽날에 영원히 묻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충주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출범 6개월 맞은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中原문화’ 정체성 확립 주도적 역할 기대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경주와 부여, 가야(창원), 나주에 이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5번째 지역 연구소로 지난해 12월11일 출범했다. 중원연구소는 이른바 중원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활용가치를 창출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지역에서는 ‘지역문화’ 차원에서 연구되었던 중원문화가 국가차원에서 조사·발굴·연구된다는 점에서 연구소의 출범을 누구보다 크게 반겼다. 이에 부응하듯 중원연구소는 중원경의 치소(治所)를 찾는 시굴조사와 고분군 정밀실태조사,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실태조사를 비롯한 학술 연구의 기반 조성 사업에 나서고 있다. 올해 ‘중원의 산성’을 발간하고, 중원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주제별 학술총서도 연차적으로 발간하는 등 지역 문화자원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은 소장과 학예연구실장 등 2명의 학예연구관과 2명의 학예연구사 등 정원이 9명에 불과해 의욕만큼 현실은 따라주지 않고 있다. 충주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제주 세계자연유산지구 무료 개방

    ‘세계유산에 푹 빠져보세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성산일출봉 등 제주 세계자연유산과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가 이달 제주와 강원에서 열린다. 강릉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는 4일부터 11일까지 강원 강릉시 남대천 단오장에서 펼쳐진다. 천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강릉단오제는 8일간 영신제와 영신행차, 단오굿, 관노가면극, 송신제 등 지정문화재를 비롯해 모두 7개 분야 74개의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단오제 기간에는 중요 무형문화재 및 강원도 무형문화재 초청 공연, 강릉농악과 학산오독떼기, 하평답교놀이 등의 공연이 열리고 창포머리감기, 신주 담그기와 맛보기, 수리취떡 만들기, 단오부채 및 관노탈, 시시딱딱이탈, 단오부적 그리기 등 체험 행사도 풍성하다. 또 씨름과 그네, 줄다리기와 투호대회 등 민속 행사를 비롯해 전국 한시백일장과 시조경창대회, 강릉사투리 경연대회 등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진다. 올해부터 공연이 없는 야간 시간대(22∼24시)에는 공연장에서 영화를 상영해 볼거리도 제공한다. 단오제위원회는 관람객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임시 가교를 확장했고, 단오장 인근인 홍제동 둔치에 무료 주차장을 마련했다. 강릉단오제와 연계한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단오장을 출발해 문화예술관, 경포대, 참소리박물관, 선교장, 오죽헌, 시립박물관, 행사장을 순환하는 셔틀버스도 운영된다. 제주도에서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6월을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달’로 정하고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14일 세계자연유산 사랑 민간 서포터스 출범식을 시작으로 27일부터 3일간은 성산일출봉 등 제주 세계자연유산 지구를 관광객들에게 무료 개방한다. 본격 피서철이 시작되는 7월1일에는 새벽 5시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 정상에서 ‘거문오름 희망 일출제’가 열리고 5일에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국제트레킹 개막식’을 갖는다.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은 거문오름과 벵뒤굴 일대를 연결한 10.5㎞ 코스를 직접 걸으며 자연유산 생태탐방을 체험하는 행사로 2개월간 계속된다. 또 8월에는 세계유산캠프,9월 세계자연유산 국제사진전, 국제용암동굴학회, 제주 세계자연유산 국제심포지엄 등도 잇따라 마련된다. 한편 강릉단오제는 2005년 11월25일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으로 선정됐고,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2007년 6월27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촛불시위에 문화재 수난…경복궁 담장 50m·기왓장 훼손

    촛불시위에 문화재 수난…경복궁 담장 50m·기왓장 훼손

    문화재청은 지난 1일 새벽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시위 과정에서 경복궁 서쪽 담장 50m가 훼손되고 500장 남짓한 기와가 파손됐다고 3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촛불 집회로 인해 예기치 못한 문화유산의 훼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각종 집회로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집회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제주, 짧은 기쁨 긴 한숨

    제주, 짧은 기쁨 긴 한숨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요즘 제주지역 관광업계는 밀려드는 관광객 특수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해외 항공요금 부담 증가, 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국여행 경비가 증가하면서 제주를 찾는 국내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제주행 항공권 구하기 전쟁을 벌어지는 등 지역 관광업계는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마냥 즐거워 할 수만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국내선 항공요금 인상, 제주 기점 국제선 감축 등이 예상되고 있어 이같은 관광객 증가 특수가 이어질지 미지수다. 지난 5월 한달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무려 60만 6876명. 이는 지난해 5월에 비해 10% 늘어난 것이고 1960년 이후 월 단위 관광객수로는 최고 수치다. 유가 급등에 따른 국제선 항공요금 부담 증가와 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관광객들이 국내로 선회하면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유가·환율 상승에 발길 부쩍 늘어 또 지난달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연휴 등도 관광객 증가에 한몫을 했고 바가지 추방, 관광요금 인하 운동 등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제주도의 자체 분석이다. 제주도는 6월을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달’로 정하고 성산일출봉 등 자연유산지구 무료 개방 등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는 전략이다. 특히 본격적인 여름 휴가가 시작되는 7·8월 피서철에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중국 지진 여파와 엔고 등 환율 상승 등이 지속돼 중국과 일본 등지로 여름 휴가를 예정했던 피서객 상당수가 제주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주말에는 항공권 구하기가 어려워 제주행을 포기하는 관광객이 많다.”면서 “해수욕장 바가지 추방 등으로 올 여름 제주를 찾는 피서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선에도 유류할증료제 추진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국내선 항공요금 인상 여부에 제주도와 지역 관광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역 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가 유가 인상과 국내선 적자 등을 이유로 국내선에도 유류 할증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유류 할증료 제도는 항공유의 국제시세에 연동해 기본 항공료 이외에 별도로 징수하는 제도로 현재까지는 국제선에만 적용돼 왔다. 항공사들이 국내선에 유류 할증료를 적용하면 현재 8만 8400원(공항이용료 포함)인 김포∼제주 편도 운임은 10만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저가 항공사를 표방하고 있는 제주항공은 최근 유가 급등을 이유로 7월부터 항공요금을 두 항공사 대비 70%에서 80% 수준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항공료 비중 높아 관광객 급감 우려 제주 관광비용 가운데 항공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항공요금이 인상되면 관광객이 급감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의 국제선 감축과 폐지 등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다. 지난 5월부터 주 4편 운항해온 동남제주∼마닐라 노선이 잠정 운휴에 들어갔고, 제주∼상하이 노선을 주 2편 운항해온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5월7일부터 무기한 운휴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주 6편 운항해온 일본 후쿠오카 노선을 지난 1월부터 운항을 중단한 상태이고, 나고야 노선 역시 올해 초 주 10편에서 주 6편으로 감편, 운항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은 7월부터 현재 주 14편 운항 중인 제주∼오사카 노선을 주 8편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경실 제주도 문화관광교통국장은 “관광 요금 인하 등으로 제주관광의 이미지가 개선돼 관광객들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국제선 노선 유지와 피서철 국내선 제주노선 증편 등을 항공사에 요청하는 등 항공 좌석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Metro & Local] ‘광릉요강꽃’ 새 자생지 발견

    [Metro & Local] ‘광릉요강꽃’ 새 자생지 발견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덕유산국립공원에서 멸종위기종인 광릉요강꽃의 새 자생지를 발견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자생지의 광릉요강꽃 개체수는 21개이며, 현재 국내에서 자생하는 광릉요강꽃의 총 개체수는 200개 정도이다. 멸종위기 야생식물 1급으로 지정된 난초과의 광릉요강꽃은 특성이 까다로워 생육이 극도로 어려우며 국내에서는 덕유산, 경기도 광릉, 강원도 춘천 등 극히 제한적인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외규장각 도서 원문서비스 시작

    문화재청은 프랑스국립도서관이 보관하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의 원문 이미지를 국가기록유산 포털(http:///www.me morykorea.go.kr)이 30일부터 서비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상 도서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간 조선왕조의 의궤류 297책 가운데 없는 유일본 30권과 비단표지 24면, 반차도(임금 행차도) 50면 등이다. 문화재청은 프랑스와 합의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외규장각 도서를 원문에 가까운 고화질로 볼 수 있도록 디지털화 작업을 벌여 왔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 (14) 설악산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 (14) 설악산

    설악산(1708m)은 한반도의 가장 큰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중앙부에 자리잡은 산으로 강원도 속초시, 인제군, 양양군, 고성군 등 4개 시군에 걸쳐 있다. 최고봉인 대청봉을 비롯하여 백두대간을 이루는 북주릉, 귀떼기청봉(1578m)과 안산(1430m)이 솟은 서북릉, 권금성과 화채봉(1320m)을 잇는 화채릉, 가리봉(1519m)을 품은 서릉 등이 뼈대 구실을 하며 그 사이사이에 천불동계곡, 백담계곡, 흑선동계곡, 십이선녀탕계곡 등 깊고 긴 계곡을 빚어내고 있다. 주봉인 대청봉을 중심으로 인제 쪽을 내설악, 동해 쪽을 외설악, 그리고 오색과 양양 쪽을 남설악으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1965년 천연기념물 171호로 지정되었으며,1970년부터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또한 1982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설악산은 명산다운 경관과 규모에 걸맞게 다양하고 귀한 식물들을 키워내고 있다.1000여 종류의 식물이 생육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는데, 이는 남북한을 합쳐 대략 35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4분의1쯤에 해당한다. 자생하는 식물의 숫자로만 볼 때는 남한에서 가장 많은 식물이 자라는 제주도가 1800여 종류, 산역이 넓은 지리산이 1500여 종류여서 설악산은 이에 못 미친다. 오히려 오대산이나 치악산과 비슷한 숫자다. 하지만 그 안에 자라고 있는 희귀식물들로 말한다면 한라산에 버금가는 산으로서 설악산을 주저 없이 꼽을 만하다. 설악산에는 그만큼 귀중한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는 셈인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주로 북한에만 있는 식물이 설악산까지 내려와 자라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 식물들은 백두산, 금강산 등 북한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남한에서는 설악산에만 자라는 것들이다. 이런 북방계식물들은 설악산이 분포의 남방한계선이 되고 있는데, 가는다리장구채, 금강봄맞이, 난쟁이붓꽃, 노랑만병초, 눈잣나무, 만주송이풀, 바람꽃, 봉래꼬리풀, 비늘석송, 숲개별꽃, 월귤, 장백제비꽃, 홍월귤 등이 있다. 둘째, 높은 바위봉우리와 능선들은 희귀한 고산식물들이 자라기에 알맞은 자연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발 1708m의 대청봉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펼쳐지는 북주릉, 서북릉, 화채릉, 서릉 등이 고산능선을 이루고 있으며, 이 능선들 곳곳에 솟은 높은 바위봉우리들이 고산식물이 자랄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능선에는 바위가 노출된 곳이 많으며 어떤 곳은 고산초원지대를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런 곳에 많은 고산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기생꽃, 눈향나무, 다북떡쑥, 닻꽃, 댕댕이나무, 들쭉나무, 등대시호, 땃두릅나무, 만병초, 산솜다리, 산쥐손이, 솔체꽃, 애기사철난, 이삭단엽란, 자주솜대, 참바위취, 털진달래 등이 설악산을 대표하는 고산식물이다. 설악산 식물의 귀중함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한국특산식물이 많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 400여 종류 중에서 60여 종류가 자란다. 설악산의 한국특산식물 숫자는 한라산의 70여 종류에 다음가는 것으로, 설악산보다 덩치가 큰 지리산의 40여 종류보다도 많다. 고산구슬붕이, 금강초롱꽃, 금마타리, 만리화, 모데미풀, 요강나물, 왜솜다리, 산앵두나무, 솔나리, 연잎꿩의다리, 참배암차즈기, 털댕강나무, 홀아비바람꽃 등이 설악산에 자라는 한국특산식물이다. 이처럼 수많은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설악산은 학자들은 물론이고 식물동호인들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특히 봄과 여름의 중간 시기로서 다른 산에서는 꽃이 핀 식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맘때에도 설악산 능선과 숲 속에서는 고산구슬붕이, 댕댕이나무, 자주솜대 같은 희귀식물들이 꽃을 피운다. 자주솜대는 높은 산의 숲 속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덕유산, 방태산, 소백산, 지리산, 태백산 등지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설악산에 가장 많다. 해발 1200m 이상의 숲 속에서 큰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꽃은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볼 수 있는데, 처음에 필 때는 노란 빛이 도는 녹색이지만 나중에 자주색으로 바뀐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종이며,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설악산의 희귀식물들은 고산능선이라는 악조건에 적응하며 자라온 것들이기 때문에 한 번 훼손되면 인위적인 복원이 결코 불가능하다. 설악산의 희귀식물을 지키는 일, 그것은 설악산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영어판 시리즈에 한국소설 넣을 생각”

    세계문학 시리즈인 ‘펭귄클래식’으로 유명한 영국의 세계적인 출판그룹 펭귄그룹의 존 매킨슨(54) 회장이 펭귄클래식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방한했다.29일 서울 사간동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수년 전부터 펭귄클래식 시리즈를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는데, 아시아권에서는 중국과 한국이 시리즈의 전통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고 한국진출 배경을 밝혔다. 펭귄그룹은 웅진씽크북 단행본 그룹과의 합작브랜드인 펭귄클래식 코리아를 통해 앞으로 5년간 250여종의 펭귄시리즈를 출간할 계획이다. 펭귄클래식 코리아는 29일 ‘동물농장’‘첫사랑’‘지킬박사와 하이드’등 시리즈의 대표적 단행본 11권을 1차분으로 펴냈다. 펭귄은 펭귄클래식 외에 ‘돌링 킨더슬리’‘퍼핀’등 세계적인 브랜드로 매년 4000여권의 책을 내놓는 메이저 출판 그룹. 고전에서 현대문학까지 펭귄클래식 시리즈는 지금까지 1200여권이 나왔다. 이 시리즈가 아시아권에서 발간되기는 올해 2월 중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이다. 매킨슨 회장은 펭귄시리즈의 출판 국가를 선정하는 데는 ‘자격요건’이 있다며 시리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뿌리깊은 문화유산과 전통에 근거한 자체적인 고전문화가 있어야 하고, 시리즈 판매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시장규모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밝힌 그는 “미국과 영국에는 학생들이 펭귄클래식을 읽으며 성장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향후 한국 소설도 시리즈로 펴낼 계획이 있다고 귀띔했다.“앞으로 한국어판 시리즈에 한국작품이 포함될 예정인데, 그 가운데 한두 작품을 영어판 시리즈로 출판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에 익숙한 신세대를 겨냥해 펭귄시리즈는 최근 미국에서 전자책(e-book)으로도 발간됐다. “한국에서 전자책을 낼 계획은 아직 없지만, 이번에 한국 출판시장을 꼼꼼히 둘러보고 갈 작정”이라는 그는 “신세대 독자들에게 책을 사서 읽으라고만 주문할 게 아니라 창조적인 콘텐츠를 제공받는 대상으로 그들을 출판현장에 적극 참여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큰 부자는 德에서 나온다

    큰 부자는 德에서 나온다

    중국 화베이(華北)지방 산시성(山西省)의 핑야오구청(平遙古城)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곽도시이다. 명·청 시대의 상점거리가 남아 있는데, 현대적인 은행의 할아버지뻘로 1823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표호(票號) 일승창(日昇昌)도 여기 있다. 오늘날 은행의 3대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예금·대출·환업무를 모두 취급한 표호를 만든 사람들이 바로 진상(晉商)이다. 표호는 고객의 돈을 받은 다음 법적으로 보호도 받을 수 없는 환어음만 한 장 써주었다. 그 어음이 다시 돈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는 오로지 표호의 신용에 달려 있었는데, 진상은 ‘의(義)로서 이(利)를 제약한다.’는 원칙으로 수백년 동안 신용을 지켜와 표호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한다. ●속임수 쓰지않는 신용제일주의 실천 ‘중국 거상에게 배우는 부의 전략’(량샤오민 지음, 서아담 옮김, 김영사 펴냄)은 중국의 10대 상방(商幇) 가운데서도 으뜸이라는 산시성 진상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지은이는 베이징대학 교수 출신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로 경제이론을 엮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대중친화적 경제학자이다. 진상의 역사는 춘추시대(BC8∼BC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晉)나라에 계연(計然)이라는 상인이 있었는데, 장사를 하여 큰 돈을 벌었고 ‘재산을 모으는 이치(積著之理)’라는 상업이론을 세웠다는 사람이다. 진나라는 현재의 산시성이고, 계연은 진상의 원조가 되는 셈이다. 진상은 대량의 소금, 곡물, 비단, 철기를 비롯하여 일용잡화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분야가 거의 없었다. 또 러시아 및 몽골과의 차 무역으로도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참새가 있는 곳에 산시 사람들이 있다.’는 중국 속담은 바로 진상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음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밀가루 1근 팔면서 실제 1근 2냥 줘 진상이 다른 상인 조직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시대적인 조건에 맞는 효과적인 제도를 창안해 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승창은 주식제도를 시행했는데, 출자금 3만냥에 한 주는 1만냥으로 모두 30주가 있었으며 공로주도 30주가 있었다. 여기에 진상의 엄격히 제도화된 내부 관리나 운영방식 역시 현대 서양의 선진기법에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진상이 시행했던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현대기업들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진상은 ‘작은 부자는 머리에 의존하고, 큰 부자는 덕에 의지한다.’는 말을 증명이라고 하듯 속임수를 쓰지 않는 상업윤리를 실천했다. ●학교 건립… 가난한 사람엔 구원의 손길 치아오지아다위엔(僑家大院)이라는 대저택을 남긴 교씨의 가게는 주변 가게들이 대부분 저울을 속이는 데도 밀가루 1근을 팔면서 실제로는 1근 2냥을 주었다. 교씨는 다른 가게 주인들로부터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소비자들은 교씨의 가게에서만 밀가루를 샀고, 다른 가게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잔머리를 굴리면 잔돈푼은 벌 수 있을지 몰라도 큰 돈은 벌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달았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렇게 부자가 된 진상은 결코 인색하게 굴지 않았고, 사회적인 책임감이 있었다.”면서 “백성의 고통에도 관심을 가져 길을 닦고, 다리를 놓고, 학교를 세우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했으며 위험과 재난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 달려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으니 오늘날의 졸부들은 부끄러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고 있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의원님들, 해외연수 맞나요”

    ‘연수인가, 외유인가.’울산에서 지방의회 의원의 해외연수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최근 중구·남구·울주군 3개 의회가 총선 직후 외유성 해외연수를 갔다며 울산시 감사관실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의회측은 연수지원팀을 구성해 적지를 선정하고 경비 일부를 자비를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지방의회 의원의 관광성 외유 논란이 그치지 않는 터여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동구의회는 잡음이 크게 일자 전국 처음으로 시민단체와 동행 연수를 떠났다. 울산시민연대(공동대표 김승석·홍근명)는 중구 등 3개 의회가 총선이 끝난 직후 해외연수를 갔다온 것과 관련해 지난 15일 울산시 감사관실에 주민감사(지방자치법 제 13조)를 청구했다. ●“목적 불분명한 외유성… 예산 낭비” 시민연대는 감사청구 이유로 해당 의회의 해외연수가 준비부터 부실했으며 연수 목적도 불분명했다고 주장했다. 또 외유성 연수로 지자체 예산을 낭비하고 업무 연관성이 없는 공무원을 동행해 행정 공백을 불렀다고 말했다. 시민연대는 울산대공원 등 중·남구와 울주군 지역을 돌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주민감사는 청구서를 제출한 뒤 3개월안에 지자체별로 주민 150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한다. 서명이 제출되면 감사청구심의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감사여부를 결정한다. 3곳의 의회는 비슷한 시기에 연수를 갔다. 울주군의회는 지난 4월11∼17일 이스탄불·아테네·카이로 등을 방문해 피라미드·스핑크스·파르테논신전 등을 둘러봤다. 중구의회도 4월27∼5월7일 러시아·덴마크 등 북유럽 4개국을 방문했다. 남구의회는 이과수폭포를 비롯해 브라질·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둘러봤다. 이들 의회는 시민단체 등이 감사를 청구하자 시민단체·주민을 초청해 해외연수 보고회를 열고 “업무와 연관된 연수였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보고회 등 통해 ‘업무 관련´ 해명 남구의회는 지난 26일 의회 회의실에서 시민단체 대표와 의정모니터 요원 등을 초청한 가운데 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서 의원들은 브라질 쿠리치바시의 도시정책, 대중 교통망, 친환경적 공원 조성, 문화유산 보존관리 실태 등에 대한 연수 내용을 설명하고 토론을 했다. 중구의회도 29일 의회 회의실에서 구민들을 초청해 보고회를 했다. 중구의회는 중구의 복지정책과 관련시설의 관리실태를 비교 견학하기 위해 사회복지제도가 잘 발달돼 있는 북유럽 국가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의회측은 사전에 의원·사무국 직원 등 6명으로 ‘연수·견학 지원팀’을 구성해 지난 2월부터 여러 차례 회의와 토론을 거쳐 연수 대상국을 선정하는 등 내실있는 해외연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동구의회는 시민단체 따라가 ‘감시´ 연수 논란이 커지자 동구의회는 23∼30일 공원을 주제로 독일·프랑스로 해외연수를 가면서 이례적으로 시민단체인 동구 주민회와 ‘의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측 회원 각 1명을 단체측 경비로 동행케 했다. 의회측은 투명하고 내실있는 연수를 위해 시민단체와 동행하고 경비 50%를 의원 개인이 부담했다고 밝혔다. 동구주민회 임상호 회장은 “연수 계획이 목적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취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아 연수 내용을 영상 등으로 기록하고 문제점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따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회 이성규 사무국장이 의회 연수 모든 일정을 동행하며 내용을 기록하고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천재들은 알고보니 메모狂?

    다산 정약용은 18년간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무려 500여권의 저술을 남겼다. 경학·예학·사학·법학·지리학·토목공학·의학 등 그가 남긴 저술의 양과 질은 실로 불가사의할 정도다. 다산은 짧은 기간에 어떻게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그토록 방대한 저술을 남길 수 있었을까.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이재영 지음, 한티미디어 펴냄)은 다산과 같은 천재들의 위업에 얽힌 비밀을 풀어주는 책이다. 아이작 뉴턴, 레오나르도 다빈치, 벤저민 프랭클린, 이마누엘 칸트 등 ‘평범한’ 사람들이 인류 역사상 뛰어난 천재가 된 이면에는 꼼꼼히 챙긴 ‘노트’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책은 세계적인 천재들의 위대한 업적과 발견, 발명의 근원을 추적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는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정도다.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 그였던 만큼 남이 알아보기 힘들게, 글씨를 거울에 비춰야 정상으로 보이도록 쓰여진 노트에는 다양한 발명품들이 등장한다. 하늘을 날고자 하는 그의 열망은 비행을 위한 많은 도구들을 설계하도록 했다. 물론 오늘날의 첨단 항공역학은 몰랐지만 하늘을 나는 새를 잡아 분석하고, 그 기하학적 비례관계들을 살펴 도구로 표현한 것은 지금 봐도 놀랍다. 다빈치는 이를 노트에 자세히 기록했다. 그는 벽에 묻은 얼룩에서도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편화된 요즘, 손으로 적는 아날로그식 노트는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 의지한 ‘순간 정보’는 자칫 사상누각의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책은 노트에 무언가 끊임없이 적바림해 놓는 것이야말로 위대함으로 가는 첫걸음임을 웅변한다.1만 5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문화마당] 넘버원 관광 코리아/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마당] 넘버원 관광 코리아/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연휴만 되면 인천공항이 북새통이다. 아니 평일에도 초등학생에서부터 시골 할머니 단체관광객에 이르기까지 인천공항은 늘 분주하다. 원유가며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언론의 보도는 적어도 인천공항과 관계가 멀다. 이제 대학 기말고사가 끝나는 6월 중순부터 휴가철이 끝나는 8월 말까지 해외로 나가는 우리 국민의 엑소더스는 역대 최고가 될 것이다. 이미 해외여행 예약은 성시를 이루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를 찾은 외래관광객은 645만명인 데 비해 해외로 나간 내국인은 무려 1330만명이 넘었다. 세계 최고 해외관광객 송출률을 자랑하는 일본의 1700만여명에 비하면 아직은 적은 숫자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2.7배의 인구와 1.7배의 국민소득을 가진 나라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의미에서 일본보다 훨씬 많은 몇 배의 숫자가 해외로 나가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작년 한 해만 101억달러 곧 10조원이 넘는 관광수지 적자를 기록하였다. 가히 해외관광대국이라 할 만하다. 해외여행을 무조건 비난할 일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누구나 여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해외여행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다. 구태여 국제적 안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만큼 발전하는 데 해외여행도 눈에 보이지 않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외국의 관광지를 찾기에 앞서 얼마나 우리나라의 관광지를 가보고 또 알고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사실 우리나라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모든 면에서 제일가는 것은 아니다. 크기로 따진다면 우리가 자랑하는 경복궁이 어찌 중국의 자금성에 비길 수 있으며, 제주도의 천지연 폭포가 남미의 이구아수폭포나 북미의 나이아가라폭포에 견줄 수 있겠는가. 관광 인프라 또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관광(觀光)은 말뜻 그대로 그 나라의 빛 곧 문화와 정신을 보는 것이다. 유형의 문화유산은 물론이고 무형의 문화유산 그리고 한 민족의 종교와 정신과 문화를 빚어낸 자연유산의 깊은 내면을 음미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관광자원은 세계에 내놓아 결코 뒤지지 않는다. 7년 전 모처럼만에 여름휴가를 얻어 가족과 함께 강원도 일원을 여행했었다. 영국에서 한 4년 체류하면서 유럽여행 기회도 얻었던 우리 가족은 유럽 어느 곳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강원도의 산천에 감탄을 그칠 줄 몰랐다.700고지를 자랑하는 동계올림픽 후보지 평창에서부터 정선의 산기슭을 따라 민둥산 너머 태백으로 이어지는 이런 멋들어진 여행코스를 세계 어디에서 흔히 볼 수 있단 말인가. 문화유적지는 물론이고 가는 곳곳마다 깃들여 있는 설화며 옛 이야기들은 얼마나 구수하고 또 인간적인가. 제주의 구구한 전설이며 우람하면서도 어머니 품 같은 한라산과 주변에 봉곳이 솟은 오름들 그리고 아열대 작물들을 한꺼번에 간직하고 있는 섬을 미국이나 영국에서 쉽게 볼 수 있단 말인가. 처연하리만큼 고고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서해 바다의 저 외딴섬 홍도, 한 폭의 조선시대 정원 그 자체인 완도의 보길도, 늦은 가을 보슬비라도 내리면 왠지 서글픔이 세 겹 가슴 깊은 곳까지 후비는 듯한 민통선 안에 있는 고성의 건봉사. 어찌 우리의 발길을 사모하는 곳이 이곳들뿐이겠는가. 우리의 산하와 유적, 사람냄새가 진동하는 재래시장, 어느 곳인들 우리의 문화와 역사 없는 곳이 있단 말인가. 해외여행 가실 분은 가더라도 갈까 말까 망설이는 형제 이웃들이여, 이번 여름에 우리 국내 여행 한번 해봅시다. 북으로는 강원 고성에서 남으로는 제주 마라도까지, 동으로 경북 독도에서 서로는 전남 홍도까지 우리 국토 구석구석을 두루두루 관광(觀光)합시다. 혹시 해남 땅 끝 전망대에서 우연히 마주치걸랑 우리 서로 반갑게 아는 체합시다. 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 강릉단오제 새달 4일 팡파르

    강릉단오제 새달 4일 팡파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 유산인 강원 강릉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가 다음달 4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27일 강릉시에 따르면 국내 최고, 최대 민속축제인 강릉단오제가 남대천변 단오장 등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지난 9일의 신주빚기 행사를 시작으로 19일 대관령산신제와 국사성황제, 학산서낭제, 국사여성황봉안제가 열려 사실상의 단오행사 막이 올랐다. 다음달 4일부터 열리는 단오제 본행사에서는 영신제, 영신행차, 단오굿, 관노가면극, 송신제 등 강릉단오제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제 행사가 열린다. 행사 기간 국내 5대 농악축제와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 초청 행사, 강릉농악경연대회가 열리고 씨름·그네·줄다리기·투호·윷놀이 등의 민속놀이 행사가 흥을 돋운다. 단오제 신주 맛보기, 신주 담그기, 수리취떡 만들기, 관노탈 그리기, 창포 머리감기, 방짜수저·열쇠고리 만들기 등 체험 행사도 준비됐다. 한시백일장, 전국시조경창대회, 단오장기왕대회, 단오전국사진공모·전시회, 강릉사투리경연대회, 전통혼례시연 등의 경축행사도 잇따른다. 올해 부터는 공연이 없는 야간시간대(22∼24시)에 수리 공연장에서 영화를 상영해 볼거리도 제공한다. 이밖에 영어권 원어민 강사를 초청해 한국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국문화와 강릉 단오제를 세계에 홍보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관람객들을 위해 체험장과 주차 시설을 넓히고 행사장 스탠드에 느티나무와 소나무를 심어 녹음을 만들었다.”면서 “세계적인 축제 강릉단오제가 좀더 재미있고 알찬 내용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백록담 비경 안방서 실시간 즐긴다

    세계자연유산 한라산 백록담의 신비로운 비경을 안방에서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는 2억 5000만원을 들여 백록담과, 정상부 바로 아래인 용진각에 웹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세계유산관리본부는 웹 카메라 위치 선정 및 시스템 설계 등 용역을 거쳐 내년 상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가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한라산 정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 시스템은 360도 회전하면서 사계절 변화무쌍한 백록담 비경을 전해주게 된다. 또 시시각각 변하는 한라산의 기상 상태를 파악해 등반객에게 기상정보도 제공, 안전 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그러나 웹 카메라 설치에 따른 한라산 정상부까지 전원 공급 등 인공시설물 설치가 불가피해 환경훼손 논란도 우려된다. 세계유산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는 한라산 정상의 기상상태를 살필 수 없어 백록담에 오르는 등산객을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해 예찰을 위해서도 정상부에 웹 카메라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 관객을 유혹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 관객을 유혹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한자리에서 보여 주는 전시들이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는 한국의 현대미술이 구비구비 어떻게 흘러왔는지 압축해 보여 주는 대형전시 ‘오늘의 한국미술-미술의 표정’전이 한창 관객을 맞고 있다. 내친 김에 남현동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으로도 발길을 옮겨 보자. 회화, 조각, 사진, 설치, 영상 등 한국 현대미술의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작품들로 ‘내 마음의 보물’전을 열어 놓고 있다. #‘오늘의 한국미술-미술의 표정’전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전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46명이 200여 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밋밋한 종이 위에 담긴 이미지들이 어떻게 ‘예술’의 이름을 얻고, 또 보는 이들을 위무하는지 ‘미술의 원리’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전시에는 원로 화가 변시지(82)에서부터 한창 주목받는 젊은 작가 경성현(29)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국내 현대작가들이 참여했다. 최만린, 강요배, 이소영, 민병헌, 구본창, 도성욱, 이동기, 주태석, 함진, 홍경택, 박소영, 정연두, 박은선 박지숙 등 폭넓은 팬층을 거느린 작가들이 총망라됐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작가들도 작품을 많이 내놨다. 황란ㆍ김신일ㆍ윤희섭(미국), 방혜자ㆍ이효성(프랑스), 박성태(중국), 성상원(브라질) 등 해외무대에서 뛰고 있는 작가들도 다수 포함됐다. 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전시의 의미는 더 커진다. 조각, 사진, 설치, 비디오아트 등 다양하다. 전시 공간을 짜는 데에도 기획의도를 십분 반영했다. 시각예술의 기본에 입각해 ‘형태’ ‘빛과 색채’ ‘움직임’ ‘공간’ 등 4가지 테마에 맞춰 공간을 나눴다.“작가들을 일일이 설득해 전시 주제에 맞도록 작품을 받았다.”는 게 기획 관계자들의 말이다. 만 5세부터 초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한 2시간짜리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나는야 화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가람미술관에서 7월6일까지.(02)580-1300. #‘내 마음의 보물’전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에도 다양한 장르의 국내 작품들을 통해 한국 미술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기획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남서울 분관은 옛 벨기에 영사관 건물을 개조한 전시공간. 도상봉, 최영림, 오승우, 강익중, 배병우, 김상유, 이이남, 이길우 등 33명의 작품 51점을 만날 수 있다. 달 항아리, 고궁, 불상, 전통 수묵화 등 전통 문화유산에서 영감을 얻은 현대 미술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작들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 전통 문화유산이 직접적인 소재나 영감이 됐다는 대목. 도자기, 고건축물, 회화 등 부문별로 전시공간이 구성됐다. 예컨대 강익중의 달항아리나 도상봉의 항아리 그림은 ‘도자기’ 섹션에, 배병우의 종묘 사진이나 강정헌과 정진용의 숭례문 그림은 ‘고건축물’ 섹션에서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다.8월3일까지.(02)2124-8941.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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