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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정체’가 궁금해? 난 線 가지고 노는 놈!

    내 ‘정체’가 궁금해? 난 線 가지고 노는 놈!

    이미 숱하게 들어왔을, 그리고 숱하게 해왔을 ‘정체’에 대한 대답은 이랬다. “건축, 아트, 디자인 모두 하나이고 모두가 동반되는 표현”일 뿐이고 “디렉팅도 마찬가지”라 했다. 뻔한 질문과 대답보다 신관 1층에 있는 대나무 사진을 보는 게 낫겠다. 대나무가 세차게 흔들리는 사진인데, 그냥 사진이라고 말하기엔 수묵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은은한 달빛 내린 밤 같은 분위기에 엷게 번진 무채색 톤의 변주가 인상적이다. “아시다시피 대나무는 대개 군락을 이루죠. 저렇게 하나만 따로 떨어져 나오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그게 뭐 대단한 거냐 하실 수 있겠지만, 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모두가, 누구나 물어보는 ‘정체’에 대한 답이다. 설혹 앞으로 더 엉뚱한 짓을 벌여서 남들이 보기엔 휘청휘청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자신에겐 동양화가 뿌리임을, 오랜 동양화의 소재 대나무에 빗대 말하고 있는 것이다. 3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김백선(47) 작가. 정체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달력에 그려진 눈 휘몰아치는 설산(雪山) 그림에 반해 무작정 그렸다. 너무 열중하다 보니 보다 못한 할아버지가 중학교 때 그림 선생님을 정식으로 소개해줬다. 그렇다고 그림으로 뭘 해보겠다 생각한 건 아니었다. 목포상고 시절 반쯤 재미 삼아 미술대회에 나갔는데, 전국에서 붓질 좀 한다던 친구들 다 떨어뜨리고 1등으로 당선됐다. 그게 홍익대 동양화과로 이어졌고 거기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데 졸업 뒤 일하기 시작한 곳은 건축 스튜디오. 허드렛일부터 새로 배웠다. 그다음부터는 쭉 공간에 대한 작업들이다. 그러니까 건축이다. 옛 장인들의 냄새를 쫓다가 그들의 창살 문양을 확대 복사해 공간을 구성하기도 하고, 이를 여러 장소에다 응용하기도 하고, 아예 국수 가락에 비유해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설치 작업들을 진행한 경과는 전시장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모두 제시되어 있다. 그 맛에 차츰 동조하는 이들이 늘다 보니 불러주는 데가 늘기 시작했다. 홍익대 앞에 대안공간 루프도 짓고, 서울디자인페스티벌아트디렉터도 했다. 문화재청 자문위원도 하고 전주에 문을 여는 국립무형유산원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모 은행의 강남지역 프라이빗 은행 같은 곳도 설계했다. 지금은 잠실에 들어서는 제2롯데월드 주거공간 디자인 작업도 시작해야 한다. 화선지에나 댔던 붓을 허공에다 자연스럽게 휘두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양화가임에도 건축을 하는 작가의 가장 큰 관심은 ‘동양적인 선’이다. 왜 선일까. 끊어내면서도 이어버리는 묘한 성격 때문이다. “백남준 선생님 유명한 얘기가 있잖아요. 한지를 가져다 마음껏 표현해보랬더니 다른 사람들은 그 위에다 무얼 그리고, 찢고, 물에 적셔 뭉치고 했는데 백남준 선생님은 등을 비췄다고 하죠. 한옥이란 일상의 체험이 오래되다 보니 선생님은 한지의 본질이 그 투과성, 그러니까 빛에 있다는 걸 아신 거죠.” 그래서 “아직도 수묵이란 무엇인가가 나에겐 가장 중요한 질문”이고 “형태이기도 하면서 공간이기도 하면서 생각이기도 한 수묵에 대해 20여 년간 40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해오면서 끊임없이 유희를 하고 있을 뿐”인 작가에게, 동양화가가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은 결국 휘청휘청대며 잘 놀고 있는 작가에게 왜 놀고 있느냐 묻는 셈이 된다. 노는 건 잘 놀고 볼 일인데 말이다.(02)720-1524.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취임사 전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 쌓겠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취임사 전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 쌓겠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해외동포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에게 이런 막중한 시대적 소명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이명박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그리고 세계 각국의 경축 사절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뜻에 부응하여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이뤄낼 것입니다.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의 대한민국은 국민의 노력과 피와 땀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하면 된다는 국민들의 강한 의지와 저력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위대한 성취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리의 역사는 독일의 광산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은 공장과 연구실에서, 그리고 영하 수십도의 최전방 전선에서 가족과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위대한 우리 국민들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모든 우리 국민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온 우리 앞에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본주의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번 도전은 과거와는 달리 우리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을 믿습니다. 역동적인 우리 국민의 강인함과 저력을 믿습니다. 이제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 여러분과 함께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새 정부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그리고 ‘문화융성’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첫째,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가겠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기존의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제가 핵심적인 가치를 두고 있는 과학기술과 IT산업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기술들을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습니다.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는 사람이 핵심입니다. 이제 한 사람의 개인이 국가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인재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겠습니다. 또한 국내의 인재들을 창의와 열정이 가득한 융합형 인재로 키워 미래 한국의 주축으로 삼겠습니다.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일어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경제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서,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든지 간에 모두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그런 경제 주체들이 하나가 되고 다 함께 힘을 모을 때 국민이 행복해지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 토대 위에 경제부흥을 이루고, 국민이 행복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될 때 국민행복시대는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국민도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맞춤형의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으로 국민들이 근심 없이 각자의 일에 즐겁게 종사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개인의 꿈을 이루고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일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국민 개개인의 능력을 주춧돌로 삼아 국가가 발전하게 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배움을 즐길 수 있고, 일을 사랑할 수 있는 국민이 많아질 때, 진정한 국민행복 시대를 열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입니다. 개인의 능력이 사장되고, 창의성이 상실되는 천편일률적인 경쟁에만 매달려 있으면 우리의 미래도 얼어붙을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일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찾아내서 자신만의 소중한 꿈을 이루어가고, 그것으로 평가받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서 사회에 나와서도 훌륭한 인재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학벌과 스펙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꿈과 끼가 클 수 없고, 희망도 자랄 수 없습니다. 개개인의 꿈과 끼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학벌위주에서 능력위주로 바꿔 가겠습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여성이나 장애인 또는 그 누구라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주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입니다. 지금 한류 문화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기쁨과 행복을 주고 있고, 국민들에게 큰 자긍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5000년 유·무형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정신문화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우리 정신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 곳곳에 문화의 가치가 스며들게 하여 국민 모두가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생활 속의 문화, 문화가 있는 복지, 문화로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해 창조경제를 견인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인종과 언어, 이념과 관습을 넘어 세계가 하나 되는 문화, 인류평화발전에 기여하고 기쁨을 나누는 문화, 새 시대의 삶을 바꾸는 ‘문화융성’의 시대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민행복은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할 때 꽃 피울 수 있습니다. 저는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하루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랍니다.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아까운 자원을 소모하면서 전 세계에 등을 돌리며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함께 발전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한민족 모두가 보다 풍요롭고 자유롭게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킬 때 신뢰는 쌓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진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꿈꾸는 국민행복시대는 동시에 한반도 행복시대를 열고, 지구촌 행복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아시아에서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와 협력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및 아시아, 대양주 국가 등 역내 국가들과 더욱 돈독히 신뢰를 쌓을 것입니다. 나아가 세계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고민하고, 지구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의 임무를 시작합니다. 이 막중한 임무를 부여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입니다. 나라의 국정 책임은 대통령이 지고,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나가는 새로운 길에 국민 여러분이 힘을 주시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국가와 국민이 동반의 길을 함께 걷고,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이 선순환의 구조를 이루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그 길을 성공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서로를 믿고 신뢰하면서 동반자의 길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저는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같이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절 우리는 콩 한 쪽도 나눠 먹고 살았습니다. 우리 조상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 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계와 품앗이라는 공동과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입니다. 그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살려서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반드시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방향을 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며, 세계가 맞닥뜨린 불확실성의 미래를 해결하는 모범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저와 정부를 믿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길에 동참하여 주십시오. 우리 국민 모두가 또 한 번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 CNN “북한·부친 2개의 그림자 속 취임”… 中 관영매체들 취임식 생중계 관심집중

    해외 주요 언론들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소식을 실시간으로 타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첫 여성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북핵 문제와 세계 경제 위기 등 국내외의 산적한 문제가 새 정권 초기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AP통신은 “박 대통령이 지난 5년간 한반도에 흘렀던 적대감을 완화하는 대화 정책을 추구할지, 아니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경 노선을 유지할지 평양과 워싱턴, 베이징, 도쿄가 지켜보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의 결단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접근 방식의 큰 잣대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NN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이 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망령과 부친 박정희의 유산이라는 ‘2개의 거대한 그림자’ 속에서 취임한다”고 소개한 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신뢰하는 한국의 몇 안 되는 인물로서 신뢰 외교의 기조 아래 ‘당근과 채찍’을 섞은 대북정책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BBC는 “아시아 외환 위기를 극복했던 한국이 지금은 성장에 필요한 연료가 바닥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하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 유로존 위기, 일본의 엔저라는 3대 악재가 새 정부의 난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34년 전 암살당한 아버지의 피 묻은 셔츠를 씻으며 청와대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던 박근혜가 오늘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돼서 청와대로 돌아왔다”고 다소 감상적으로 보도했다. 중국의 주요 관영 매체들도 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생중계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중국중앙(CC)TV는 박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북한 스스로가 핵실험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북에 핵 포기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 청사진에 북핵 위협 해소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지는 못했다는 일부 한국 언론의 지적이 있지만 정권이 막 첫발을 떼는 단계여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일본의 요미우리, 아사히신문 등은 박 대통령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 영유권 같은 역사 및 영토 문제에 대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이 대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산케이신문은 오는 3월 일본 교과서 검정에 이어 외교청서, 방위백서 발표, 헌법 개정 등이 예고돼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uol.co.kr
  • [지방행정의 달인] 행정달인 18인 릴레이 인터뷰 ①

    [지방행정의 달인] 행정달인 18인 릴레이 인터뷰 ①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18명을 분야별로 릴레이 인터뷰를 게재합니다. 달인들의 행정 개선 사례들을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민간 부문에도 파급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이 개선하거나 새로 도입한 행정은 현장에서 바로 접목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시리즈 첫 회에는 대상을 받은 정보통신 부문의 황수연 경기 동두천시 정보관리팀 주무관과 우수상을 받은 문화관광 부문 오성희 대구 중구 주무관과 홍만표 충남도 국제전문팀장을 소개합니다. ■ 황수연 동두천시 정보관리팀 주무관 하루종일 걸리던 일 2분이면 ‘뚝딱’ 민원단축프로그램·순찰 앱 등 개발 “이제는 동료들이 업무 과정에서 불편했던 부분을 제게 먼저 알려줍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개발해야만 하는 이유이자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는 진짜 원동력이죠.” 황수연(45) 주무관이 2013년 최고의 지방행정달인으로 뽑히며 함께 받은 대통령 표창은 그에게는 그저 ‘작은 격려’ 정도의 의미다. ‘진짜 큰 상’은 지역 주민들이 관공서를 이용하며 느껴온 불편을 확 줄일 수 있었다는 뿌듯함, 동료들이 그 덕분에 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건네는 칭찬, 또 그가 속한 동두천시가 정부합동평가 때마다 받는 높은 평가다. 2011년 그가 개발한 지역순찰 앱(애플리케이션)이 행정제도선진화 우수사례가 되며 국무총리표창을 받았고, 민원단축프로그램으로 공공정보화대상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게 된 것 등은 모두 ‘진짜 큰 상’ 뒤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결과물에 가깝다. 그의 고객은 둘이다. 공무원으로서 늘 얼굴 마주치는 시민들이 당연히, 첫 번째 고객이다. 다음은 그가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동료 직원들이다. 두 번째 고객은 이제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다른 시·군·구에서 ‘민원단축프로그램’ 등을 도입하며 동두천시로 자료 요청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산직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무엇보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다”면서 “나의 노력으로 동두천시뿐 아니라 다른 공무원들도 편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도 그의 앞에 세워놓은 뒤 전산화 작업을 거치면 효율적이고 간편한 업무로 변신한다.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1997년 뒤늦게 공무원이 된 뒤 16년 동안 컴퓨터 프로그램부터 스마트폰 앱까지 60여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황 주무관은 “전산화 수준이 낮던 시절 직원 600여명의 초과근무 시간을 입력하는 작업이 전에는 꼬박 하루 걸렸는데,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 1, 2분에 끝날 수 있게 됐다”면서 “애정이 가지 않는 것이 없겠지만, 지역순찰제 스마트폰 앱을 만들 때 책 보고 배우며 힘들게 만들어서 애착이 크다”고 소개했다. 즐기는 이를 당해낼 재간은 없다. “업무 시간에는 짬이 별로 없죠. 또 퇴근 뒤 사무실에 남아서 일하는 것도 그리 편안하지 않아서 결국 몽땅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합니다. 함께 놀아주지 못하니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가 좀 싫어하더군요.”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뒤 시는 최근 황 주무관에게 또 다른 과제를 줬다. 세수 체납 관련 시스템을 좀 더 정교하게 보완해 달라는 요구다. 지역정보개발원에서 보급한 시스템이 있지만 세수 체납을 가능한 줄여 지방재정을 든든히 하겠다는 바람이다. 그가 흔쾌히 ‘오케이’했음은 물론이다.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상복보다 좋은 것이 일복이다. 달인이라면 이처럼 상복과 일복은 기본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홍만표 충남도 국제전문팀장 中 상하이·日 나라현 등과 교류협정 지자체 외교 수준 한 차원 끌어올려 지난 7년(2006~2012년)간 4차례 여권 갱신, 출입국 도장 243회. ‘지역 외교·홍보의 달인’으로 선정된 홍만표(49·지방계약직 가급) 충남도 국제전문팀장의 행적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기록이다. 그는 현재 일본 나라현 홍보대사, 시즈오카현 후지노쿠니 친선대사, 메이지대학 시민거버넌스연구소 연구추진위원, 2009년 도쿄에서 설립된 비영리민간단체(NPO)인 동아시아 이웃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홍 팀장은 충남이 중국 상하이·쓰촨성과 맺은 교류협정뿐 아니라 일본 나라현·시즈오카현과의 교류를 실무적으로 성사시키며 지자체의 외교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와 2010년 세계대백제전, 2006·2011년 금산세계인삼엑스포 등 대규모 국제행사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단순히 외국인 여행객이 많이 방문했다는 것과는 질이 다르다. 해외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들과 함께 충남의 행사장을 찾아 소통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홍 팀장이 공직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특이하다. 일본을 배우겠다며 1990년 단신으로 건너가 17년간 생활하면서 오사카상업대학원에서 지역정책학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2006년 귀국을 선택한 것은 장남 역할을 대신하던 동생의 투병이 계기가 됐다. 같은 해 3월 충남과 전북에서 일본 전문가 채용이 있었다. 전북이 충남보다 직급이 높았지만 충남을 지원해 합격했고 얼마 되지 않은 5월 동생은 운명을 달리했다. 홍 팀장은 “지역을 위해 일하라는 ‘천명’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일본에 있을 때 동생이 사망했다면 귀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공무원으로 변신한 그에게 ‘백제문화제를 일본에 알려라’는 미션이 부여됐다. 민간 전문가의 역량을 평가하는 절차였지만 스스로 능력을 시험해 보는 계기로 삼았다. 홍 팀장은 사고를 달리했다. 당시 충남은 구마모토현과 교류하고 있었지만 아스카문화의 상징과 같은 나라현 공략에 나섰다. 나라현은 프라이드가 워낙 강해 해외 지자체와의 교류 실적이 전무했다. 주말과 휴일에도 자비를 들여가며 일본으로 건너가 관계자를 찾아다니며 관계를 맺었다. 2007년 6월 13일 충남이 나라현과 문화관광분야 협력 의향서를 최초로 체결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는 세계대백제전을 2010년에 개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초 2011년 계획이었으나 2010년에 상하이엑스포와 일본의 헤이세이천도 1300주년 기념, 베트남 하노이 천도 1000년의 해로 동아시아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변경을 주장했다. 홍 팀장은 국제관계에서 ‘휴먼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우리는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인적관계가 80%를 좌우한다”면서 “풀뿌리 지방외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오성희 대구 중구 문화관광 주무관 경상감영 달성길·삼덕 봉산문화길 역사·문화가 흐르는 골목길 상품화 대구 중구 문화관광과의 오성희(47) 주무관은 골목에서 문화를 길어 올린 ‘골목투어의 달인’이다. 대구의 골목투어는 지난해만 1397회 열려 5만 4284명의 관광객이 참여하고, 2010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에 부여하는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될 정도로 인기다. 오 주무관은 2001년 대구시 자원봉사센터가 골목투어 해설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아! 내가 원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란 생각에 바로 등록을 하고, 대구 골목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민원, 병무, 민방위, 관광 등 다양한 업무를 했지만, 단지 성실한 공무원의 역할 외에 뭔가 더 없을까 고민하던 11년차 공무원이었다. 그는 1년여간 골목투어 해설 강의와 실습을 익히고, 골목해설사로 자원봉사를 시작했지만 해설사 집단은 평균연령 60세였고 참여하는 관광객 숫자도 많지 않았다. 지역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골목투어를 진행하던 사회단체도 2007년 도산하고 말았다. 당시 대구 중구에서 일하고 있던 오 주무관은 2008년부터 중구로 골목투어 사업을 이관했고, 2008년 87명이 참여했던 골목투어는 2009년 3019명, 2010년 6859명, 2011년 3만 362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점점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그가 설명하는 대구 근대골목투어의 인기 요인은 세 가지다. 근대골목투어는 ‘경상감영 달성길’ ‘근대문화골목’ ‘패션한방길’ ‘삼덕 봉산문화길’ ‘남산100년 향수길’ 등 다섯 코스로 나뉜다. 우선 1894년 기독교가 들어온 대구에는 1900년대 초반의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다. 또 1911년에 천주교 조선교구에서 대구교구가 갈라지면서 천주교와 관련된 붉은색 벽돌건물을 중국인 기술자들이 짓게 된다. 그리고 6·25전쟁이 터졌을 때 낙동강 방어선이 형성되면서 대구의 근대문화유산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반경 2㎞ 안에 41개의 문화재가 밀집한 대구의 골목투어는 풍경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지역의 관광과 달리 근대 100년의 역사를 품은 건축물과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조형물, 벽화 등이 연결되어 스토리가 담긴 관광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골목투어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든 고비가 있었다면, ‘대구의 명동’인 동성로에 있던 157개의 노점상을 정비한 일이었다. 60년 역사의 동성로 노점은 조직폭력과 연계된 기업형으로 정비가 시작되자 밀가루, 계란, 물세례는 물론 쏟아지는 욕설과 협박이 가족에게까지 이어졌다. 생명의 위협도 여러 차례 느꼈고, 폭력배의 고소로 경찰서도 숱하게 들락거려야 했던 오 주무관은 “사람의 밥줄을 없앤다는 것이 참 힘든 일이었지만, 동성로 노점상이 변해야 골목투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물러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살기 어려운 노점상에는 대체 부지를 제공하는 등 노점상 정비가 완료되자 골목투어는 대구시민의 자랑으로 자리 잡았다. 대구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새 통치자 통과의례 넘어선 당대 정치 등 문화양식의 결정체

    왕이 권좌에 오르는 즉위식은 단지 새 통치권자의 공인이라는 절차와 의식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세상을 평온하게 다스려 달라는 통치권자에 대한 백성들의 염원과 당대 정치·사회상이며 문화적 양식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즉위식 하면 ‘나폴레옹 대관식’을 비롯한 서양의 대관식 장면처럼 찬란한 왕관을 머리에 받아쓰는 장면을 연상하곤 한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떠나 즉위식은 간단치 않은 문화양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즉위식, 국왕의 탄생’(김지영·김문식·박례경·송지원·심승구·이은주 지음, 돌베개 펴냄)은 조선왕실에서 거행됐던 즉위식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돌베개가 왕실문화총서 중 왕실 행사를 다룬 기획의 마지막 편. 조선왕조 즉위식의 연원이 된 중국 황제의 즉위식을 훑은 뒤 조선시대 들어 변형 적용된 과정, 그리고 즉위식에 수반된 모든 절차와 상징까지 촘촘하게 들춰냈다. 조선왕조에서 왕이 등극하는 즉위식은 계승의 배경에 따라 각각 달랐다. 나라를 세우고 왕위에 오르는 개국(開國)과, 선왕이 살았을 때 후계자에게 왕위를 물리는 수선(受禪), 왕의 사망 후 후계자가 왕위에 오르는 사위(嗣位), 선대 왕을 폐위시켜 새로 추대된 왕이 왕위에 오르는 반정(反正)의 차이다. 이 가운데 개국은 태조 이성계, 수선은 정종·태종·세종·세조·예종·순종의 여섯 왕, 반정은 중종·인조 등 두 왕에 해당되며 나머지 대부분(18명의 왕)은 사위로 왕위를 물려받았다. 책은 네 가지의 구분된 즉위식 장면들을 생생한 도판과 함께 풀어내면서 독자들을 즉위식 현장으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태종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세종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수선과 선위의 사례. 태종으로부터 왕을 상징하는 국새와 의장물인 홍양산을 내려받은 세종의 즉위식은 이틀 후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렸다. 사위로 왕위에 앉은 왕들은 특히 전(殿)이 아닌 경복궁 근정문 같은 문(門)에서 즉위식을 가졌는데 이는 선왕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차마 선왕이 있던 ‘전’에 나아가지 못한다는 마음과 함께 선왕이 돌아가신 상황에서 편하게 전에서 의례를 치를 수 없다는 의미에서였다고 한다. 6명의 저자들은 즉위식이 단순한 통과의례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공통의 초점을 맞췄다. 조선왕실의 가장 중대한 의례인 즉위식을 과거의 유산이 아닌, 살아있는 현대의 문화요소로 복원하자고 제안한다. 이를 테면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도 조선 국왕의 즉위식과 접목시킨다면 우리 문화의 특성과 국가의 문화적 위상,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만 5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커버스토리] 시대의 거울이자 국민 향한 다짐…10명의 대통령 초심 지켰을까

    [커버스토리] 시대의 거울이자 국민 향한 다짐…10명의 대통령 초심 지켰을까

    비장하고 숭고했다. 그 자리에 선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눈빛은 한결같이 국가와 민족,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일념으로 이글거렸다. 1948년 대한민국 초대 정부 출범 이후 모든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의 기대와 환호속에 국민을 위한 멸사봉공을 다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시작 때의 감격은커녕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부하의 총탄에 맞고 숨졌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아니면 쓸쓸하게 해외로 망명했거나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감옥에 갔다. 이틀 뒤면 열한 번째 대통령이 취임한다. 임기를 마친 뒤 더욱 행복해하고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역대 대통령의 취임식과 취임사를 되짚어 본다. 5년 전인 2008년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장에서 ‘섬기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취임식 진행 역시 그에 충분히 호응했다. 무대 위는 국민대표와 각 나라 정상급 인사, 재외동포, 해외기업인 등 외빈에게 내주고 무대 아래에 새 정부 장관 후보자, 청와대 수석 내정자들의 자리를 만드는 파격을 선보였다. 지금껏 취임식 중 가장 많은 6만 405명이 참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대통령의 권위적 모습을 없애기 위해 취임식 엠블럼에도 봉황 문양 대신 ‘태평고’(태평소+북)를 집어넣었다. 장소는 국회의사당 앞 광장이었다.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이 늘 이렇게 성대하고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60여년 전에는 모든 게 처음이었다. 준비 일정은 숨가빴고 모습은 투박했다. 입헌민주주의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순정함과 독립국가를 만들려는 치열함이 그 원동력이었다. 1948년 7월 1일 제헌의회는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했고, 17일 헌법을 공포했다. 그리고 20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이승만을 선출했다. 그해 7월 24일 오전 10시 당시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던 옛 조선총독부 건물인 중앙청 광장에서 첫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다. 애국가 제창, 국기에 대한 경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취임사 등이 지금에야 뻔한 의례로 여겨지지만 입헌민주국가 건설의 새 역사를 쓰는 참석자들에게는 엄숙하고 가슴 벅찬 걸음걸음이었다. 해방된 대한민국의 첫 번째 대통령의 취임사는 비장했다. 그는 “내 집을 내가 사랑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필경은 남이 주인 노릇을 하게 된다”면서 “과거 40년 동안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국민에게 주문했다. 1960년 4·19혁명으로 자유당 정권이 붕괴된 후 민의원, 참의원 합동회의에서 2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보선은 8월 13일 국회의사당(현 서울시의회)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윤 대통령의 취임사는 ‘대통령 취임사’가 아닌 ‘대통령 인사’로 표기됐다. 그는 “4월혁명으로부터 정치적 자유의 유산을 물려받은 제2공화국 정부는 이제 국민이 잘먹고 잘살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를 위해 “독재가 뿌렸던 반민주성과 부패독소를 조속히 제거하고, 과감한 혁신행정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른바 ‘셀프 훈장’으로 논란이 됐던 무궁화대훈장 수여식은 이때 처음으로 이뤄졌다. 1961년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의 취임식은 1963년 12월 17일 오후 2시 중앙청 광장에서 열렸다. 취임식 참석 인원은 3373명이었다. 무궁화대훈장이 대통령과 함께 영부인에게도 수여된 것은 이때부터다. 무궁화대훈장을 목에 건 박 대통령은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조국의 근대화라는 막중한 과업을 앞에 두고 있다”며 ‘민족의 대단합’을 호소했다. 이날 취임식은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에 맞아 숨지기까지 5대 17년에 걸친 장기집권의 서막이었다. 격동의 현대사 한가운데에 놓여 있던 1980년 9월 1일 열린 11대 전두환 대통령의 취임식은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됐다. 그동안 사라졌던 대통령 찬가가 다시 불렸다. 전 대통령은 목에 무궁화대훈장을 걸고 붉은색 어깨띠(대수)까지 두르고 등장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개헌 의사를 천명했고, 1981년 2월 개헌을 한 뒤 본격적인 5공화국 시대를 열었다. 국정지표로서 ‘우리 정치풍토에 맞는 민주주의 토착화’, ‘진정한 복지국가 이룩’, ‘정의로운 사회 구현’, ‘교육혁신과 문화창달로 국민정신 개조’를 내세웠다. 특히 범국민적인 사회정화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이듬해 전 대통령은 개정 헌법에 의해 새로 구성된 대통령선거인단의 간접선거에 의해 다시 대통령에 선출됐고 1981년 3월 3일 12대 대통령 취임식을 가졌다. 1987년 6월 항쟁은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13대 노태우 대통령 취임식에서부터 무궁화대훈장을 목에 걸거나 어깨에 두르고 나오는 모습은 없어졌다. 예포 발사와 국립국악원의 국악이 취임식에 처음 등장했다. 장소도 체육관을 벗어나 국회의사당 앞 광장으로 옮겨졌다. 참석자들도 2만 5000명으로 확 늘어났다. 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자신을 ‘저’로 칭했다. 이승만·윤보선·박정희 대통령은 ‘나’로 표현했고, 최규하·전두환 대통령은 ‘본인’으로 자신을 나타냈다. 6월 항쟁으로 국민이 따낸 직선제 개헌에 의해 당선된 만큼 자신을 국민 개개인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표시였다. 노 대통령은 국민이 주인된 국민의 정부임을 강조하고, 고도성장의 열매가 골고루 미치는 정직하고 정의로운 분배를 실현하겠다고 역설했다. 또 이념과 체제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내용의 북방외교도 강조했다. 14대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환경’의 가치를 내세웠다. 재생용지로 초청장을 만들었고, 꽃가루 뿌리기와 풍선 날리기를 없앴다. 길가에서 태극기를 흔들어대는 시민동원도 중단했다. 취임식 참가자는 3만 8000명으로 늘었다. 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민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그 전까지 군 출신 대통령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핵심 국정 지표로 ‘신한국 창조’를 내걸고 이를 위해 부정부패 척결, 경제 회복, 국가 기강 정립을 내세웠다. 1998년 2월 25일 15대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서부터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꽃동네 주민, 독도경비대원, 마라도 주민, 대학생, 전방 소대장, 청년 노동자 등 국민 대표들이 처음으로 취임식 무대로 올라갔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속에 취임한 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새 정부는 ‘참된 국민의 정부’임을 선포하고, 대한민국이 모든 분야에서 좌절과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 뒤 총체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동전의 양면이고 수레의 양바퀴와 같다면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2003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은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일주일 뒤에 열려 경건한 분위기였다. 윤도현밴드의 공연을 취소한 것이 그 상징이다. 취임식에서는 운동권가요와 일반가요, 클래식, 국악 등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4만 8500명이 참석했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인 2만여명이 일반 국민이었다. 각계각층 국민대표 50명을 국회의원, 외빈 등과 나란히 앉을 수 있게 했다. 참여의 가치를 앞세운 노 대통령은 지방분권, 동북아시대의 중심국가로의 도약, 한반도의 평화 증진을 주요 지표로 내세웠다. 임창용 전문기자 sdragon@seoul.co.kr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KBS 스페셜(KBS1 일요일 밤 8시) 우리들의 삶과 밀접한 정치인이자 최고 권력인 대통령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대통령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 올바른 대통령의 역할과 자질은 무엇인지 심층 분석한다. ■한국 한국인(KBS1 토요일 오전 11시 30분)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전통민요 ‘아리랑’. 당시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회의에 참석한 세계인들 앞에서 경기아리랑을 불러 화제가 된 한국인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가 주인공이다. ■내 딸 서영이(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아버지가 하객 아르바이트로 자신의 결혼식을 지켜본 사실을 알게 된 서영은 충격에 빠지고, 동시에 끝까지 이 사실을 함구한 아버지에게서 깊은 사랑을 느낀다. 한편 완강한 지선의 행동에 초조해하던 기범은 고민 끝에 성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5분) 여관에서 청소하던 여종업원을 죽이고 12년간 교도소에 있다가 출소한 남자가 19개월 만에 다시 두 명을 살해했다. 교도소 수감 기간에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의 마음속 시한폭탄은 제거되지 않았다. 사회로 돌아온 후 직장생활을 하며 진정되는 듯했지만 결국 2년도 못 돼 다시 폭발하고 만 것인데…. ■주말특별기획 백년의 유산(MBC 일요일 밤 9시 50분) 철규는 채원을 차에 태우고 무작정 떠난다. 산속 깊은 펜션에 도착한 철규는 가위로 전화선을 자르며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말고 함께 있자고 한다. 철규가 외박을 한 것을 안 방 회장은 채원을 찾기 위해 국수공장으로 향한다. ■명불허전(OBS 일요일 밤 10시 15분) 파죽지세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복싱 챔피언 홍수환. 그러나 그의 인생은 빛나는 챔피언 벨트처럼 언제나 빛나지만은 않았다. 1인자의 자리에서 생긴 안이함, 기다렸다는 듯 찾아온 삶의 고비. 도망치듯 떠난 미국에서 겪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나눔 0700(EBS 토요일 오후 3시 50분) 김경옥씨는 열여덟 살 때 처음 신경섬유종증 진단을 받았다. 그때부터 얼굴과 몸 안팎에 동그란 종양이 생기기 시작했다. 온몸에 번진 종양 때문에 오랫동안 편하게 앉지도, 서 있지도 못하는 경옥씨. 치료를 받아 상태가 나아지면 딸과 함께 동해 바다로 놀러가고 싶다는 경옥씨의 소박한 소망을 들어본다.
  • 기독교역사문화박물관 윤곽

    개신교계가 의욕적으로 건립을 추진 중인 한국기독교역사문화박물관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위원장 이영훈 목사)가 21일 공개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2016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 선교교육원 자리에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연면적 1만 2000여㎡)의 한국기독교역사문화박물관이 들어선다. 총 400억원을 투입해 건립되는 박물관은 단순한 자료 전시관이 아닌 지역별 소규모 교회나 박물관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한국 기독교의 허브 공간으로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는 기독교박물관과 관련해 일단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를 기본으로 하되 기독교 역사 네트워크 구성과 문화유산 순례프로그램 개발 등 복합적인 문화 보존형태로 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박물관은 그동안 교단 차원 혹은 개별적으로 관리, 보존해 왔던 기독교 역사 자료를 취합해 보존하는 중심공간이면서 기독교 관련 역사의 중요성을 알리고 올바른 정신을 계승하는 지적 센터의 구실을 맡게 될 전망이다. 개신교계는 이를 위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기록물·사적 등 유물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역사적 가치가 있는 50년 이상 된 교회와 학교, 병원 건물을 중심으로 목록화하고 개요를 작성하는 작업에 나섰다. 박물관에 수장고 설립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면서 전시실과 아카이브(기록보존실)를 운영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특히 기독교역사네트워크의 일환으로 전국 기독교 문화유산의 기초 자료 공유에 치중하되 전시와 역사탐방 등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일반인들도 한국 기독교의 역사·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시청각 자료를 전시할 예정이며 신사참배거부운동을 비롯한 특정사건·인물 주제의 기획전시도 열기로 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건물 설계는 올해 안에 완료되며 본격적인 건축은 내년 중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400억원의 건립 예산 중 일부는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건립부지인 기장 선교원이 문화재로 지정돼 어려움이 따를 경우 아예 태릉 지역에 신축한다는 대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CCK는 “기독교박물관은 한국기독교가 한국사회에 끼친 공과를 공정하게 인식시켜 한국교회가 재도약할 기회로 활용하는 한편 역사적 성찰을 통한 기독교 신앙의 본질회복과 성숙한 신앙 양태를 앞당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낯선 터키의 중심 ②카라만 Karaman, 카파도키아 Kapadokya

    낯선 터키의 중심 ②카라만 Karaman, 카파도키아 Kapadokya

    풍요로운 도시 카라만 Karaman 여행자들에게 콘야는 안탈랴와 카파도키아 사이의 경유 도시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런 탓에 가이드북에서도 콘야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콘야에서 남쪽으로 100km 거리인 카라만은 콘야보다도 더 소외된 도시다. 콘야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임에도 카라만을 들러 여정을 잇는 이들은 흔치 않다. 한국인 여행자들도 마찬가지라 카라만의 존재는 그 흔한 블로그에서도 검색하기가 힘들다. 여행자들이 외면한 카라만이긴 하지만 시대를 아우른 보물을 간직한 풍요로운 도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카라만 성’에서는 예로부터 위풍당당했던 카라만의 면모를 볼 수 있다. 12세기 셀주크제국 당시 세 겹으로 겹겹이 지은 카라만 성은 요새와도 같았다. 무려 3km 바깥에 자리했었다는 해자와 외성外城은 카라만의 위상과 권위를 짐작하게 한다. 최근까지도 복원 중인 카라만 성은 현재 내성內城만 남은 상태. 아찔한 계단을 따라 성루에 오르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카라만 도심이 한눈에 담긴다. 200년 전의 오스만 전통 가옥인 ‘타르탄랄의 집’에서는 카라만에서 나아가 터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나무로 지은 집은 아래층과 위층에 각각 네 개의 방을 두었는데 아래층은 겨울에만, 위층은 여름에만 사용했다. 붙박이장과 샤워실 등은 각 층에 공통적으로 배치했지만 벽난로는 아래층에만 설치하는 식이다. 2007년에 복원한 2층은 배, 블루 모스크 등을 그려 놓은 천장 장식이 볼 만하다. 이슬람과 크리스트교를 넘나드는 카라만의 종교 유적지는 카라만에 풍요로운 볼거리를 더한다. 메블라나의 어머니를 모신 ‘아크테케 모스크’는 카라만의 자랑이다. 메블라나와 그의 아버지가 묻힌 콘야의 메블라나 박물관에 비해 너무나도 소박하지만 사원 앞에 자리한 커다란 나무는 1370년부터 이어온 사원의 유구한 역사를 속삭이듯 전한다. 아크테케 모스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비잔틴 당시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체쉬멜리 교회’가 남아 있다. 교회 내부 천장에는 프레스코화의 흔적이 아련하지만 크리스트교인들이 제 나라로 돌아간 후 교회는 문을 닫았다. 여행자들의 발길 또한 뜸해 교회 내부를 돌아보기는 쉽지 않은 일. 대신 체쉬멜리 교회 분수 유적은 카라만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카라만 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이다. 동전, 의복, 도자기 등 다양한 생활양식이 깃든 전시품은 기본. 조명을 밝힌 유리관 안에는 섬뜩하지만 눈길을 앗아가는 미라가 누워 있다. 이 미라는 카라만 도심에서 40km 떨어진 타쉬칼레 마나잔 동굴 5층에서 발견됐다. 타쉬칼레의 마나잔 동굴은 6~7세기 비잔틴 시대에 사람들이 살아가던 공간이다. 겉으로는 깎아지른 암벽으로만 보이지만 암벽 안에는 5층에 걸친 주거 공간이 오밀조밀하게 놓여 있다. 수백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당시의 입구는 찾을 수 없다. 암벽의 전면부가 무너져 내려 날개를 가진 새들만이 자유롭게 동굴을 드나든다. 사람들은 길이 아닌 환기구로 마나잔 동굴을 찾는다. 가느다란 손전등 빛에 의지해 허리를 굽혀 좁은 굴을 통과하고 환기구에 설치된 수직의 사다리를 기어오른다. 길은 또한 외길이다. 내려오는 데에도 팔과 다리의 근력이 만만찮게 요구돼 적절한 힘의 배분이 필요하다. 악조건을 딛고 찾은 동굴 자체는 그리 큰 볼거리가 아니지만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채우기에는 손색이 없다. 두 눈이 번쩍 뜨이는 타쉬칼레의 또 다른 볼거리는 마나잔 동굴에서 멀지 않은 타쉬 암발라에 자리한다. 타쉬 암발라는 비잔틴 시대, 사암의 무른 바위를 파 만든 350여 개의 곡물 창고다. 대형 비둘기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대한 바위를 질서정연하게 쌓아 만든 창고는 비록 필요에 의해 조성됐지만 놀랍도록 아름답다. 내부 온도가 13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창고는 50~60톤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의 곡물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 사람들이 바위를 기어다닐 수 있도록 홈을 파 놓았으며, 도르레를 사용한 흔적도 보인다. 곡물 창고 한 켠에 마련된 타쉬 메스짓 사원에서는 곡물 창고의 내부를 짐작해 보는 일이 가능하다. 사원은 나무 계단을 통해 편하게 드나들 수 있어 기도 시간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travie info 타르탄랄의 집┃관람시간 오전 8시~오후 5시 카라만 박물관┃관람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12시30분, 오후 1시30분~오후 5시, 월요일 휴무 아름답고도 슬픈 땅 카파도키아 Kapadokya 페르시아어로 아름다운 말馬이라는 뜻의 카파도키아는 박해를 피해 살던 많은 크리스트교인들이 정착한 땅이다. 60~70년대부터 400년대까지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크리스트교인들은 카파도키아의 어딘가에 숨어 피폐한 삶을 살아왔다. 지하 혹은 바위 동굴에 숨어 살던 그들에게는 크리스트교의 공인도 소용이 없었다. 교인들을 꾀어 내기 위한 술수라 여긴 그들은 크리스트교가 공인된 이후 더욱 깊은 곳으로 숨어 들었다. ‘데린쿠유’와 ‘카이마클르’와 같은 지하 도시는 애초에 히타이트인들이 파 놓은 곳이다. 박해를 피해 온 크리스트교인들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를 하기 위해 지하를 오가며 살았다. 지하 도시의 규모는 생각보다 무척 크다. 침실과 부엌, 원형 극장에 교도소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 가장 많을 때에는 2만~2만5,000명의 인구를 수용했다니 그 규모를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크리스트교인들이 정착한 땅에는 수도원 또한 많다. 카파도키아의 기괴한 지형은 그리하여 바위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은밀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괴뢰메 야외 박물관’은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라는 의미로 365개의 암굴을 파 수도원을 지었다는 곳이다. 기암괴석과 더불어 프레스코화의 상태가 좋은 동굴 교회가 꽤 있어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돌아보면 도움이 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98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젤베 야외 박물관’도 괴뢰메 야외 박물관의 일부다. 젤베는 물이 흘러 만든 계곡으로 가장 깊은 골로 접어들면 물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계곡 높은 곳에는 수도원이 지어졌고 성상파괴가 성행하던 8~9세기경 이곳 동굴은 은신처로 사용됐다. 크리스트교인들과 더불어 이슬람교인들이 살았던 흔적이 발견되며, 이슬람 사원의 미나레와 유사한 구조물이 아직까지도 보존돼 있다. 스머프 마을이라는 명성답게 ‘파샤바’에는 버섯 모양의 바위가 줄지어 서 있다. 송이버섯처럼 몸통은 하얗고 갓은 거무튀튀한 모양새가 재미있다. 어떤 곳의 바위는 눈처럼 하얘 화이트 샌드 혹은 소금 사막과 같은 느낌이 든다. 지하 도시와 괴뢰메 박물관 등 여행자들이 걸어서 닿을 수 있는 카파도키아는 사실 일부에 불과하다. 수많은 기암괴석과 계곡이 이룬 이곳 땅은 길보다는 길이 아닌 곳이 더 많다. 이런 카파도키아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열기구를 타는 것이다. 해가 뜨기도 전인 이른 아침, 여행자들을 가득 실은 열기구는 카파도키아의 하늘을 점점이 수놓는다. 열기구는 기암괴석에 가까이 가기도, 아주 높게 떠오르기도 하며 1시간 가량의 여정을 잇는다. 열기구를 타기 전에 잔뜩 겁을 먹었던 이들도 이내 적응해 하늘 아래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고, 과도하게 흥분된 마음으로 과도하게 많은 사진을 찍고 나서야 지상에 발을 내디딘다. 열기구 투어는 단언컨대 상상보다 황홀하다. 무섭다는 이유로, 비싸다는 이유로 절대 망설이지 말 일이다. Travel to Turkey ▶항공 터키항공(서울 사무소 02-3789-7054 www.turkishairlines.com)에서 인천-이스탄불 직항편을 매일 운항한다. 인천 출발 23:55, 이스탄불 도착 05:00, 이스탄불 출발 00:45, 인천 도착 16:55. 기내 서비스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이스탄불-콘야, 이스탄불-카파도키아 등 이스탄불 국내선도 터키항공으로 이용 가능하다. ▶시차 터키가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화폐 터키시 리라Turkish Lira를 사용하며 TL로 표기한다. 2012년 12월 기준, 1TL이 0.556미국달러, 0422유로 가량. 대략 1TL에 600원을 곱하면 원화로 쉽게 계산이 가능하다. ▶레스토랑 소마치(0332-351-6696 www.somatci.com)는 셀주크투르크의 음식을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레스토랑. 800년 전 요리법에 따라 메블라나의 책자에 나오는 음식을 선보인다. 토마토 소스나 해바라기 오일, 마가린 등 당시 콘야에 없던 재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 100년 된 가정집의 방과 정원을 레스토랑으로 활용하고 있어 분위기도 그만이다. 하브잔(0332-324-1100 www.havzanetliekmek.com.tr)은 터키식 피자인 피데 전문점이다. 1m 가량 되는 기다란 에뜰리엑멕 피데를 자르지 않고 내어 와 보는 즐거움도 크다. 두 명은 족히 먹고도 남을 만한 피데가 6TL로 가격도 저렴한 편. 2m가 넘는 피데도 만든 적이 있다는 게 주인장의 전언이다. 피데를 먹고 나올 때 레몬향의 스킨도 뿌려 준다. 타카(0332-237-8802 www.takarestaurant.com.tr)는 흑해에서 잡은 생선요리를 선보이는 집이다. 육류가 대부분의 밥상을 지배하는 중앙 아나톨리아에서 생선요리는 반가운 메뉴. 여러 종류의 생선 중에서 선택을 하면 튀김옷을 입혀 맛있게 내어 온다. 레스토랑 분위기도 매우 고급스럽다. 야카마나스트르(0544-601-1312)는 30cm는 족히 넘는 잉어를 통째로 튀겨 선보이는 집. 잉어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 베이쉐히르 호수에서 잡은 잉어를 요리의 재료로 사용한다. ▶카페 아이딘차부쉬(0332-325-2343, www.aydincavus.com)에서는 소박하지만 정겨운 콘야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진한 터키식 커피가 일품이다. 시니(0332-237-5853)는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도심을 360도 전망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자 카페다. 콘야 시내의 쿠레플라자 42층에 자리한다. 실레(0332-244-9028)는 터키전통의 물담배를 경험할 수 있는 커피숍이다. 성헬레나교회가 자리한 실레에서도 분위기가 꽤 괜찮은 곳으로 손꼽힌다.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낯선 터키의 중심 ①콘야 Konya, 베이쉐히르

    낯선 터키의 중심 ①콘야 Konya, 베이쉐히르

    식민지를 찾는 나라들의 교차로에 자리해 왕조의 흥망성쇠와 함께한 중앙 아나톨리아는 여행자들에게 카파도키아로 대표되는 땅이다. 영화 <스타워즈>의 루크가 자란 그 땅은 영화映畵보다 영화榮華스럽고 경이롭다. 중앙 아나톨리아에는 카파도키아와 더불어 콘야, 카라만 등 금은 낯설고 생소한 도시가 존재한다. 초라한 유명세에 가려졌지만 그 이면에 화려한 역사를 품고 있는 이들 도시는 미지의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를 자극한다. 메블라나의 흔적을 쫓아 콘야 Konya “오라! 오거라! 네가 누구든지 오라.” 1200년경, 이슬람 수피즘을 기반으로 탄생한 메블라나교는 이교도도 무신론자도 거짓을 행한 자도 차별 없이 받아들이는 크고 너그러운 마음을 바탕으로 교리를 펼쳤다. 그리고 지금, 메블라나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도시 콘야에서는 여행자들에게 메블라나의 가르침을 이야기한다. 콘야의 역사와 정을 느끼고 싶은 이라면 누구든 오라고. 이 계절, 터키의 해거름은 한국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된다. 더욱이 콘야의 하루 해는 이스탄불보다 짧아 콘야의 밤은 길고 지루하기만 하다. 낯선 곳에서의 저녁 나들이가 조금은 긴장되지만 콘야의 거리를 걷기에 이보다 좋은 때는 없다. 이국적인 풍경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출 때마다 “어디에서 왔냐?” “어디를 여행할 거냐?”로 출발하는 과도한 관심을 받게 되니 말이다. 열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라 했지만 이방인에게 특별히 각별해 보이는 콘야 사람들의 친절은 묘하게도 한국인들의 정과 닮아 있다. 수백년 전 메블라나의 가르침이 콘야 사람들의 정서와 닿아 있는 듯 콘야는 ‘메블라나의 철학과 함께 평화, 평안 그리고 관용의 도시가 됐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메블라나는 콘야의 긍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콘야에서 깨달음을 얻은 메블라나 젤라레띤 루미(1207~1271). 여전히 많은 이들의 정신적 지주로 칭송을 받는 그는 그의 아버지와 함께 ‘메블라나 박물관’에 묻혀 있다. 메블라나 박물관은 셀주크제국의 장미 정원을 하사 받아 조성된 메블라나교의 수행장을 개조해 1926년 문을 연 곳이다. 여러 이슬람 지도자들의 묘 가운데 메블레비들메블라나교의 수행자이 쓰는 긴 모자를 쓴 메블라나와 그의 아버지의 묘는 가장 크고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메블라나가 생전에 입던 의복, 용품과 더불어 이슬람의 예언자인 무함마드의 턱수염을 보관한 유리 상자도 흥미롭다. 일부러 향을 입힌 것도 아닌데 상자의 작은 구멍으로 향 냄새가 끊임없이 새어 나온다. 메블라나 박물관은 물과 나무가 존재하는 이슬람의 천국을 지향하여 조성됐다. 잘 꾸며진 정원의 한 켠에서는 실물 크기의 인형들을 전시해 메블레비의 생활을 재현해 놓았다. 메블레비들은 생활이 곧 수행이었다. 심지어 밥을 먹을 때에도 메블라나교의 평등의 원칙에 맞춘 순서와 법도를 따라야 했다. 메블레비는 1,001일 동안의 혹독한 수행을 거쳐야 했는데 수행에는 세마 의식 또한 포함됐다. 세마 의식은 터키 여행의 개인적인 로망이었다. 빙글빙글 하얀 치마가 만들어 내는 어지러운 원圓은 블루 모스크나 지중해의 따뜻한 햇살, 고등어 케밥을 순위에서 밀어낼 정도로 신비로워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운이 좋다. 메블라나교 종교의식의 한 형태이며 수행의 방법이자 명상의 한 종류인 세마를 접하기에 콘야보다 적합한 곳을 찾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매주 토요일 저녁 8시30분, 콘야의 메블라나 컬처 센터에서는 세마 공연이 무료로 진행된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세마는 공연이자 일종의 의식이라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터키어로 1시간여 의식에 관한 설명이 지속돼 이슬람교도가 아닌 여행자들은 이내 지치곤 한다. 본격적인 의식은 세마젠세마 의식을 행하는 사람이 쉐이흐세마젠을 이끄는 사람의 손에 입을 맞추고 크게 원을 따라 나아가며 시작된다. 아주 느린, 세 번의 인사를 마치고 세마젠이 입고 있던 망토를 떨어트리면 비로소 회전하는 행위가 시작된다. 지루함을 떨치고 절정을 향해 내달리는 시간,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한 관객이 눈물을 터트린다. 뜨거운 덩어리가 목까지 차오르고 그들의 절실함을 지루하다 비웃은 무지를 반성하니 의식이 더욱 성스럽게 다가온다. 세마 의식에서 도는 행위는 신과의 합일점을 향해 가는 길이며, 가슴에 손을 얹는 것은 유일신에게 다가가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점차 빠르게 돌기 시작하는 세마젠은 하늘의 축복을 받기 위해 오른손 손바닥을 위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왼손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다. 세마젠은 돌고 또 돈다. 치마를 휘날리며, 크게 원을 그리며. 그렇게 정신없이 돌다가 신호에 맞춰 순간 정지를 하는데 모든 세마젠이 흐트러짐 없이 꼿꼿이 몸을 가눈다. 세마 의식이 보여주는 수행의 길은 코끼리코 몇 바퀴도 이겨내지 못 하는 중생에게는 멀고도 먼 길임에 틀림없다. 세마 의식 외에 콘야에서는 종교적인 수행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코란, 수학, 물리학 등을 가르치던 ‘카라타이 신학교’와 하디스를 읽기 위해 세워진 ‘인제 미나레 신학교’가 대표적인 예. 두 신학교 모두 옛 교실을 활용해 박물관을 조성했는데 카라타이 신학교의 타일 장식과 인제 미나레 신학교의 해시계, 아랍어로 쓰여진 1200년대의 경전 등이 볼 만하다. ▶travie info 메블라나 박물관┃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4시40분 입장료 3TL 카라타이 신학교┃관람시간 오전 9시~정오, 오후 1시~오후 5시 입장료 3TL 인제 미나레 신학교┃관람시간 오전 9시~정오, 오후 1시~오후 5시 입장료 3TL 작은 도시, 크게 품다 베이쉐히르와 콘야 주변 Beyşehir & Around Konya 콘야에 며칠 머물면 인근의 작은 도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유명세를 타지 않아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한 도시들이지만 그들만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품어 안고 있다. 콘야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베이쉐히르도 그런 도시다. 베이쉐히르에 닿기 전, 라벤더샘이라 불리는 ‘에프라툰프나르’로 향한다. 기원전 12세기인 히타이트 시대, 바람의 신, 태양의 신 등 히타이트 신을 부조해 연못 위에 세운 기념비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정갈하다. 땅에서 샘솟아 맑디 맑은 연못의 물은 기념비를 포함한 사위를 그대로 투영한다. 에프라툰 프나르의 샘물은 그 옛날, 플라톤이 찾아와 마셨다고 한다. 작은 도시 베이쉐히르는 베이쉐히르 호수가 감싸안고 있다. 베이쉐히르 어디에서나 눈에 들어오는 호수는 낭만과 일상이 공존하는 시민들의 공간이다. 셀주크제국 당시 부족장의 이름을 딴 ‘에쉬레포울루 자미’는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모습으로 베이쉐히르 호숫가에 자리하고 있다. 장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전세계 사원 중 나무로 만들어진 최초의, 유일한 사원이다. 베이쉐히르 사람들은 그래서 애석해 한다. 베이쉐히르를 모르는 사람들이 에쉬레포울루를 알 리가 없다는 것이다. 베이쉐히르라는 이름을 어떻게든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에쉬레포울루 자미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로 등록한 지금, 사람들은 베이쉐히르라는 이름을 함께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에쉬레포울루는 겉보다 안이 아름다운 사원이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400여 개의 서까래는 거의 원형 그대로 중후한 나뭇결을 뽐내고 쭉 뻗은 나무 기둥은 위용을 머금었다. 호두나무로 만든 민바르이슬람교단는 못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아랍어를 미로처럼 조각해 놓았다. 가운데에는 알라, 밑에는 무함마드, 옆에는 모함마드 제자의 이름을 비롯해 코란 경전을 적었으며, 민바르 옆면은 해와 별 등 천체를 조각했다. 사원 내부의 가운데에는 우물이 자리했다. 뚫린 지붕에서 떨어진 물이 우물에 고이면 여름에는 천연 에어컨이 되고 겨울에는 냉동고가 된다고 했다. 강수량을 확인하는 데에도 우물은 유용했다. 콘야 인근에는 그밖에도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수많은 유적지가 자리한다. 콘야의 남동쪽 춤라의 작은 시골에 자리한 ‘차탈회육’은 요르단강 서안의 예리코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손꼽히는 인류의 집단 거주 지역이다.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7,000년경부터 공동 생활을 한 흔적과 농경 사회를 그린 벽화 등 가치 있는 유물들이 이곳에서 발견됐다. 차탈회육 공동 거주지의 집들은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문을 만들지 않았으며, 집과 집이 서로 연결돼 있었다고 한다. 차탈회육은 2012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작은 카파도키아라 불리는 ‘클리스트라’는 콘야 남서쪽에서 멀지 않은 곡유트르에 자리하고 있다. 바위를 파 만든 수도원의 모습과 흡사해 작은 카파도키아라 불리는 곳이다. 성경에는 사도 바울이 콘야와 얄바츠 사이(비시디아 안디옥), 클리스트라(루스드라)를 방문했다고 적고 있다. 사도 바울이 제자 디모데를 만난 곳도 이곳이라고 한다. 콘야에서 멀지 않은 실레의 ‘성 헬레나 기념 교회’도 볼거리다. 크리스트교를 공인한 콘스탄틴 대제의 어머니인 헬레나의 방문을 기념해 327년에 지은 교회로 터키의 현존하는 교회 건물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피플 인 포커스] 재선 성공 아르메니아 사르키샨 대통령

    세르지 사르키샨(59) 아르메니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결과 공화당의 사르키샨 대통령이 59%를 득표해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밝혔다. 전직 외무장관 출신의 라피 호브하니샨 유산당 후보는 37%를 득표해 2위를 차지했다. 사르키샨 대통령이 과반 이상 득표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 결선 투표를 거치지 않고 승리를 확정짓게 된다. 공식 개표 결과는 오는 25일 발표될 예정이다. 1954년 아르메니아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의 카라바흐에서 태어난 사르키샨은 예레반 주립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을 졸업한 뒤 스테파나케르트시 공산당청년협회 위원장, 카라바흐 지역 공산당에서 활동했다. 그는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을 벌이던 1989~1993년 당시 나고르노 카라바흐 공화국 자위대를 이끌며 수많은 전투에 참가했다. 1993년부터 2년간 국방장관을 역임한 그는 이어 국가보안부장, 내무장관 등을 지내는 등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사르키샨의 지난 5년의 재임기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야권은 그가 고질적인 부패를 척결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도 살리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의 월 평균 임금은 300달러(약 32만원)로 실업률은 16%, 빈곤층 인구가 30%에 달한다. 인접국인 아제르바이잔과의 관계 회복 역시 사르키샨에게 큰 숙제로 남아 있다.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은 국제법상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1988년 아르메니아계가 전쟁을 일으키면서 분쟁이 시작돼 3만여명이 사망했으며 1994년 휴전 이후 아르메니아가 통치하고 있다. 사르키샨은 유세 기간 동안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 카라바흐를 되찾으려 한다면 대규모 군사 보복을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정보마당] 구정소식·대중음악·공연·미술·전시·영화·쇼핑

    [구정소식] ●강남구 중소기업에서 3개월간 인턴을 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2013년도 강남구 중소기업 청년인턴십’에 참여할 청년인턴을 25일까지 모집한다. 일자리정책과 (02)3423-5564. 28일까지 구 홈페이지에서 3월 강남구 자전거교실 수강생을 모집한다. 자전거교실은 다음 달 4~31일 운영되며 초급반은 무료, 중급반은 월 1만원이다. 교통정책과 (02)3423-6415. ●강동구 23일 구민회관 3층 대강당에서 ‘강동구청과 기아대책이 함께하는 이지성·김종원 작가 강연회’가 열린다. 필리핀 쓰레기 마을의 교육 이야기, 희망의 가치관 교육, 기아대책 드림프로젝트 등을 소개한다. 문화체육과 (02)3425-5242. ●강북구 제5기 다산아카데미 수강생을 22일까지 모집한다. 구 교육지원과로 방문하거나 성신여대 평생교육원 홈페이지에서 접수 가능하다. 수강료는 3만원이다. 수강생 선발은 신청자를 연령별, 성별, 지역별로 인원을 배정해 추첨을 통해 실시한다. 강의는 다음 달 14일부터 성신여대에서 실시한다. 교육지원과 (02)901-6301. ●강서구 25일까지 집 주변 자투리땅이나 골목길, 담장 주변, 가로변 녹지대 등을 가꿀 나무와 초화류, 퇴비 등을 신청받는다. 공원녹지과 (02)2600-4190. 강서문화원은 28일까지 1층 갤러리에서 수강생들이 그린 민화와 수채화, 한국화, 서예 등 70여점을 무료 전시한다. 문화체육과 (02)2692-4268. ●관악구 23일 관악문화관 공연장에서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선생님과 함께 노래를’을 공연한다. 애니메이션 주제곡,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 등을 합창한다. 관람료 5000원. 문화체육과 (02)880-3495. ●광진구 광진노인종합복지관 2층 대강당에서 20일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까지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들을 대상으로 ‘어르신 눈 보건교육 및 안질환 검진, 상담 안내’ 행사를 진행한다. 눈 보건교육은 물론 안질환 조기검진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광진노인종합복지관 (02)466-6242. ●구로구 2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구청 5층 강당에서 교복 물려주기 나눔 장터를 연다. 동복 상·하의 각 3000원, 하복 상·하의 각 2000원, 블라우스(와이셔츠), 조끼, 카디건, 체육복 등은 각 1000원, 넥타이는 500원에 판매한다. 수익금은 학교에 전달해 교복 수선비나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한다. 교육지원과 (02)860-2248. ●금천구 시흥3동 주민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 통장협의회,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바르게살기위원회 등 주민단체는 정월 대보름을 맞아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민들과 함께하는 ‘2013년 정월 대보름 맞이 부침개 경연대회 및 척사대회’를 갖는다. 시흥3동 주민센터 (02)2627-2517. ●노원구 2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구청 대강당에서 13개 중·고등학교가 참여하는 교복 물려주기 행복 나눔장터를 개최한다. 단돈 500~3000원으로 교복을 장만할 수 있으며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노원구 교육 복지재단에 기탁한다. 교육지원과 (02)2116-3238. ●도봉구 22일 구민과 함께하는 정월 대보름 큰 잔치를 구청 앞 광장과 중랑천·방학천 일대에서 개최한다. 오후 2시부터 민속놀이 체험마당을 시작으로 연 만들기, 제기차기, 달집태우기, 길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문화관광과 (02)2091-2254. ●동대문구 22일 답십리1동을 시작으로 26일 전농2동까지 5일간 각동 직능단체가 주관하는 민속놀이 행사를 개최한다. 윷놀이, 투호놀이, 제기차기, 풍악놀이 등의 경연을 개인전과 직능단체 대항전, 통 대항전 등으로 나누어 많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자치행정과 (02)2127-4052. ●동작구 영·유아를 대상으로 A형간염 백신 무료 예방접종 지원에 나선다. 예방접종을 원하는 영·유아 부모는 예방접종수첩과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해 지역 보건소나 구청과 위탁계약이 체결된 의료기관을 찾아 접종하면 된다. 위탁계약 체결 의료기관은 구 보건소 홈페이지(healthcare.dongjak.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보건과 (02)820-9494. ●마포구 28일까지 ‘성인 기초영어 교육’ 수강생을 모집한다. 평생학습센터에서 다음 달부터 주 2회, 총 16회 강의를 진행한다. 알파벳 기초부터 강의한다. 수강료 2만원.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은 면제 및 감면 혜택이 있다. 교육지원과 (02)3153-8950. ●서대문구 구 보건소 4층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매월 2·4째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토요구강교실을 운영한다. 2인 이상 가족이면 참가 가능하며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플라크 체크, 치면 세균막검사, 올바른 칫솔질 체험, 불소도포 등 치아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구 보건소 구강보건센터 (02)330-1846. ●서초구 26일부터 생활체육교실 신규 회원을 모집한다. 주부 테니스, 주부 볼링, 배드민턴, 댄스스포츠, 자전거, 게이트볼, 달리기 등 11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생활운동과 (02)2155-6763. ●성동구 22일까지 구청 1층 비전갤러리에서 각 자치구에서 선정된 100여점의 간판사진을 전시하는 ‘2012 서울시 좋은 간판 전시회’가 열린다. 건설관리과 (02)2286-5565. 다음 달부터 왕십리도선동 등 10개 자치회관에서 운영하는 ‘자치회관 원어민영어교실’ 수강생을 26일까지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자치행정과 (02)2286-5146. ●송파구 다음 달부터 전 지역에서 공회전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 휘발유·가스 자동차는 3분 이내, 경유 자동차는 5분 이내로 이를 초과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긴급자동차, 냉동냉장차, 청소차 등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맑은환경과 (02)2147-3276. ●양천구 23일 오후 3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안양천 둔치(신정교 아래 축구장)에서 ‘정월 대보름 민속축제’를 개최한다. 문화체육과 (02)2620-3404. 양천장애인종합복지관은 22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장애인과 주민을 초청해 척사대회(윷놀이)를 진행한다. 양천장애인복지관 (02)2061-2500. ●영등포구 4월 여의도 봄꽃축제 기간에 국회 남문과 서문 사이 축제장에서 열리는 ‘우수 중소기업 제품 박람회’에 참가할 28개 업체를 다음 달 8일까지 모집한다. 참가 기업에는 홍보부스(3×3m) 1세트를 지원한다. 다만 현장 직접 판매는 금지한다. 참가를 희망하는 업체는 사업자등록증 사본, 전시제품 카탈로그 등을 준비해 구 지역경제과(문래동 에이스 하이테크시티 4동 3층)를 방문하거나 우편 또는 이메일(kmr1224@ydp.go.kr)로 신청하면 된다. 지역경제과 (02)2670-3422. ●용산구 총 3억원 규모의 식품진흥기금 융자를 지원한다. 식품제조업, 일반·휴게·제과점·위탁급식영업, 식품접객업 화장실 시설 개선 분야 등이며 업소당 최고 1억원, 연 1~2%로 지원한다. 보건위생과 (02)2199-8036. ●은평구 봄방학을 맞아 25일부터 27일까지 불광동 다문화박물관에서 ‘다문화 박물관과 함께하는 다문화 축제’를 개최한다. 문화체육관광과 (02)351-6413. 22일까지 2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정보화교실 3월 수강생을 모집한다. 전산정보과 (02)351-6355. ●중구 24일 오전 7시 30분 국립중앙극장 광장에서 남산 북쪽 순환도로를 돌아오는 중구민 한가족 걷기 대회를 개최한다. 생활체육팀 (02)3396-4633. 청소년수련관은 18~22일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50분까지 초등학교 3~5학년생을 대상으로 화폐 세계사 특강을 한다. 청소년수련관 (02)2250-0553. ●종로구 다음 달 9일 오전 8시 삼청공원에서 저소득 주민을 돕기 위한 ‘제53회 희망으로 한걸음 나눔 걷기 대회’를 개최한다. 걷기 대회에 참여한 주민이 1㎞당 100원을 자율적으로 기부하는 ‘KM100 사랑의 걷기 행사’도 함께 열린다. 별도 신청 없이 대회 당일 오전 7시 40분까지 삼청공원에 집결하면 된다. 삼청공원부터 말바위 등산로를 거쳐 북악산도시자연공원 입구까지 걷는 4.7㎞ 구간이다. 생활체육팀 (02)2148-2005. ●중랑구 20일 오전 11시 30분 신내1동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온면(溫麵)으로 지구 한바퀴 짜장 나눔’ 행사를 갖는다. 저소득층 주민 200여명이 참가한다. 주민생활지원과 (02)2094-1620. ●경기 고양시 2013년도 원어민 강사 영어교실 수강생을 다음 달 18일 오전 10시부터 홈페이지(www.goyangenglish.com)를 통해 모집한다. 강의는 4월 1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10개월간이며, 각 동 주민센터에서 주 2~3회 성인반과 초등학생반으로 나눠 진행한다. 교육지원과 (031)8075-2292. ●포천시 다음 달 1일부터 한 달간 ‘친환경 농업 직접지불제’ 사업 신청을 받는다. 친환경 농업 직접지불제는 초기 소득 감소분 및 생산비 차이 일부를 시가 지원하는 것으로, 준비서류를 농지 소재지 읍·면·동사무소에 신청하면 된다. 특화농업팀 (031)538-2319. [대중음악] ●이승환과 아우들 3월 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터파크아트센터 아트홀. 가수 이승환이 옐로우몬스터즈, 트랜스픽션, 갤럭시익스프레스, 로맨틱펀치, 안녕바다 등 인디 밴드들과 함께 펼치는 공연. 이들은 그간 이승환이 홍대 클럽 등지에서 공연하며 친분을 쌓은 인디 뮤지션들로 팀당 30분씩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4만 4000~5만 5000원. (02) 479-2455. ●세븐 10주년 토크 콘서트 ‘THANK U’ 3월 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올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세븐이 데뷔 10주년을 맞아 여는 단독 콘서트. 지난 10년간 팬들과 쌓아온 소중한 추억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석 5만원. 1566-5702. [공연] ●뮤지컬 ‘아리랑-경성(京城) 26년’ 23~24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명아트센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 ‘아리랑’을 품고, 일제강점기 1926년 경성에서 살아가는 청춘 남녀의 한과 민족의식, 삶을 그렸다. 연출 이지나, 극작·작곡 이지혜. 무료. DIMF 사무국에 신청하면 관람할 수 있다. (053)622-1945. ●국악뮤지컬 ‘운현궁로맨스’ 21~2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월 1~2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은평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국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국악뮤지컬집단 타루가 조선의 여류 소리꾼 진채선과 고종의 사랑 이야기를 판소리와 창작음악으로 풀어냈다. 판소리 ‘춘향가’의 인물과 상황을 재치 있게 녹였다. 2만~5만원. (02)6481-1213. ●어린이 연극 ‘행복로 개구리’ 21~23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 의정부예술의전당과 극단 하땅세가 공동 제작해 선보이는 어린이 연극. 햇빛이 아름답게 비치는 행복로 호수에 사는 개구리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재능과 끼가 넘치는 다다와 사사 남매가 아빠를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나면서 자연관찰과 상상력 넘치는 체험을 한다. 연출 윤조병. 2만원. (031)828-5841~2. ●연극 ‘그 집 여자’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바탕골소극장. 낡은 아파트 안에서 음식 준비에 분주한 며느리와, 손자를 데리고 수련회에 갈 채비를 하는 시어머니가 있다. 평범해 보였던 둘의 대화가 진행될수록 두 여자의 내밀한 갈등, 사회 문제와 가정폭력의 고리를 품은 ‘그 집’의 비밀이 드러난다. 박혜진과 이지하의 열연이 더해져 옆집의 이야기를 엿보는 듯한 긴장감이 넘친다. 작 이난영, 연출 박혜선. 2만원. (02)2001-5771. [미술·전시] ●필 휘태커 ‘미리 보는 2013 세계미술시장 동향과 트렌드’ 특강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장충동 동국대 학술관 덕암세미나실. 필 휘태커 소더비 인스티튜트 디렉터가 세계 경제흐름과 미술시장 동향, 미술품 투자 원리, 한국 미술에 대한 세계시장의 평가 등을 들려준다. (02)2260-3606. ●이두식 ‘이두식과 표현·색·추상’전 22일부터 3월 12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현대미술관. 화려한 원색으로 한국적 추상화를 그려온 이두식 홍익대 교수의 정년퇴임 기념 전시다. 1960년대 처음 화단에 진출한 이래 40여년간 한국 추상화의 맥을 이었다고 평가받는 작가의 작품답게 화려하고 기운 넘치는 화풍을 드러내는 30여점을 선보인다. (02)320-3272. ●‘서울에서 만나는 베네치아비엔날레’전 3월 2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청아아트센터. 2012년 베네치아건축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전시된 작품과 성과를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2012년 한국관은 ‘건축을 걷다’(Walk in Architecture)를 주제로 모두 8명의 작가가 참가했다. (02)406-2524. [영화] ●신세계 감독 박훈정. 출연 이정재·최민식·황정민·박성웅. 경찰청 강 과장(최민식)은 국내 최대 범죄 조직 ‘골드문’의 두목이 숨지자 후계자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신세계 작전을 설계한다. 8년 전 잠입시켜 어느새 조직 2인자 정청(황정민)의 오른팔이 된 이자성(이정재)에게 마지막 임무를 준다. 홍콩영화 ‘무간도’ 3부작을 떠올리게 하는 수컷 냄새 가득한 누아르다.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를 쓴 시나리오 작가 출신 박훈정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134분. 청소년관람불가. 21일 개봉. ●분노의 윤리학 감독 박명랑. 출연 이제훈·조진웅·김태훈·곽도원·문소리. 미모의 여대생이 살해된다. 회원제 룸살롱 호스티스이자 학생, 대학교수의 불륜 상대였던 그녀의 죽음을 계기로 주변인들은 서로 눈치채게 된다. 누구보다 평범하고 점잖은 얼굴로 살아왔던 이들은 살인사건을 계기로 내면에 자리하던 분노를 발견한다. 제작사 사람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는 다섯 명의 배우가 공동주연을 맡았다. 110분. 청소년관람불가. 21일 개봉. ●라스트스탠드 감독 김지운. 출연 아널드 슈워제네거, 포레스트 휘태커. 미 연방수사국(FBI)의 호송 도중 마약왕 코르테즈가 탈출한다. 시속 450㎞로 질주하는 슈퍼카를 탄 코르테즈는 특수기동대도 따돌린 채 멕시코 국경을 향해 질주한다. 그를 막는 건 국경마을의 늙은 보안관 레이(슈워제네거)의 몫.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자, 슈워제네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정계 외도를 한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복귀작이다. 107분. 청소년관람불가. 21일 개봉. [쇼핑] ●롯데백화점 캐주얼 브랜드 닥스와 협업해 ‘프리미엄 캐주얼 라인’ 셔츠를 판매한다. 이탈리아 원단을 사용해 감촉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며 체크무늬, 물방울무늬, 줄무늬 등 다양한 종류를 선보인다. 자체 브랜드(PB) 헤르본의 캐주얼 특화 라인인 헤르본 에스 플러스(S+) 제품의 판매도 시작한다. ●롯데슈퍼 20∼26일 ‘창고 대방출’ 행사를 열어 재고 상품 35만점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주요 상품으로 찐빵 등 겨울 먹거리는 반값에, 세제 ‘퍼펙트 1회 헹굼 리필’(4㎏)은 70% 할인한 6900원에, ‘한일 온수매트’는 45% 할인한 16만 5000원에 판매한다. ●에이스침대 4월 말까지 노르웨이산 젖히는 안락의자(라클라이너) ‘스트레스리스’의 한정 모델을 20% 할인 판매한다. 대상 제품은 1인용 ‘스트레스리스 콘솔’이다. 머리와 허리 부분의 받침대가 기댄 상태에 따라 자동 조절되는 ‘플러스 시스템’을 갖췄다. ●현대H몰 소셜커머스 방식으로 특가 상품을 판매하는 ‘클릭 에이치’관을 개장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에서 판매 중인 유명 브랜드의 최신 상품 200여종을 저렴하게 선보인다. 개관 기념으로 22일까지 추가 적립금을 지급하고 외식상품권 등을 증정한다. ●이마트 냄비, 프라이팬 등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주방용품 대전을 연다. 약 9만점, 30억원 상당의 제품을 선보인다. 이마트 바이어가 제조 단계에서부터 프랑스 테팔 본사와 협의해 단독으로 수입한 상품인 테팔 매직핸즈(5P) 세트 5만 4500원, 테팔 주디 프리퍼런스 상품 3만 4900원 등이다. ●롯데면세점 창립 33주년을 맞아 전 세계 33개 도시 왕복 항공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인다. 33달러 이상을 구매하는 내국인 중 33명을 추첨해 런던, 파리, 로마, 아테네, 뉴욕, 요하네스버그, 몰디브 등의 인기 도시 왕복 항공권 2매를 선물한다. 4월 30일 도시별로 1명(1인 2매)씩 추첨, 발표한다. 4월 18일까지 선불카드를 최대 21만원 증정하는 ‘더 롯데 페스티벌’도 진행한다. 행사 기간에 디지털카메라, 헤드폰, 면도기 등의 전자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특가전도 함께 열린다. ●홈플러스 28일까지 플로렌스&프레드, 뱅뱅, NIX, 게스 등 20개 청바지 입점업체가 참여하는 ‘진 페스티벌’을 연다. 플로렌스&프레드는 데님 패밀리룩을 선보인다. 여성과 남성 데님은 각각 1만 2900원, 아동 데님은 9900원이다. 겟유스드, NIX, 에드윈 등 입점 브랜드도 65만장의 물량을 준비했다. 겟유스드는 데님 팬츠, 컬러 팬츠, 셔츠 구매 시 4만 9000원에 같은 제품을 덤으로 주며 봄 신상품을 추가 구매하면 50% 할인해 준다. ●마리오아울렛 22일부터 28일까지 여성복, 남성복, 아웃도어,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캐주얼 의류 등 다양한 봄 상품을 정상가보다 최대 90% 할인하는 ‘새 봄·새 출발 기획전’을 진행한다.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JJ지고트 재킷과 원피스를 6만 9000원, EnC 트렌치코트를 3만 9000원 등에 판다. 아웃도어 브랜드 마운티아 티셔츠를 1만 9000원, 등산 바지를 4만 9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블랙스미스 28일까지 ‘이 시대의 장인 발굴 프로젝트’의 접수를 받는다. 요리, 달리기, 액세서리 만들기 등 자기 분야에서 장인처럼 열심히 일하는 이들의 사연을 홈페이지(www.blacksmith.co.kr)에 접속해 게시판에 올리면 온라인 및 면접 심사를 거쳐 대상 1명에게는 300만원, 우수상 2명에게는 200만원, 장려상 5명에게는 100만원의 응원금을 증정한다. 또 28일까지 블랙스미스에서 발급받은 영수증을 천천향에 제시하면 리솜스파캐슬과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천천향 40% 할인권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며 4월 30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쿠팡 구두 브랜드 ‘탠디’와 함께 헌 구두를 보내면 새 구두를 제공하는 ‘헌신 줄게 새신 다오’ 이벤트를 24일까지 진행한다. 봄맞이 구두 30여종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는 ‘탠디 봄맞이 기획전’에서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상품 구매 뒤 다음 달 3일까지 10, 15, 20년 전 구매한 탠디 구두를 탠디 본사로 보내면 기간에 따라 각각 쿠팡캐시 3만원, 새 구두, 쿠팡캐시 5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인터파크 다음 달 13일까지 스마트폰 매입 전문업체 비엔컴퍼니와 제휴해 중고폰 매입 서비스 ‘기적의 중고폰 판매왕’을 진행한다. 중고 휴대전화 회수 시 택배비는 무료다. 이벤트 기간 내 중고폰 판매 누적 금액이 높은 고객 3명에게는 인터파크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한 S머니 10만~30만원을 제공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댓글 작성 시 인터파크 영화 예매권을 제공한다.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임신부 백신접종을 다시 생각해봅시다

    인플루엔자 유행기를 앞두고 의례적으로 듣는 말이 ‘노약자,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은 독감 백신을 맞으라’는 권고다. 노약자나 만성질환자는 알겠는데, 과연 임신부에게까지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게 합당한 조치일까. 다 아는 사실이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다. 기껏해야 자녀 한둘이 고작인 지금도 그렇지만 대여섯에서 많게는 열명씩도 낳아 길렀던 옛날에도 여성이 오래 살았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임신과 출산은 남성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게다가 온갖 가사노동에다 생계를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는 일도 모두 여성의 몫이었는데, 왜 여성이 더 오래 살까.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가장 설득력있는 가설은 여성이 특별히 강한 면역력을 갖고 태어난다는 견해다. 확실히 여성은 남성보다 림프구가 많다. 여성이 임신을 해 태아를 보호하려면 강한 면역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래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약골이거나, 선천성 질환을 가졌거나, 큰 충격을 받으면 유산을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하게 되고, 이 때문에 개체수가 늘어난 과립구나 NK세포가 임신부와 태아를 직접 공격하기 때문이다. 면역질환을 가진 것도 아닌데, 인체를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자기 몸을 공격하는 상황은 확실히 특이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는 면역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면역체계를 혼란스럽게 한 몸의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이처럼 여성은 남성보다 강한 면역체계를 갖고 태어나는데, 인공 제제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임신부에게 인플루엔자 백신을 우선 권고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비상식적인 면이 없지 않다. 건강한 임신부까지 접종 우선순위에 두는 건 지나친 염려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백신도 부작용을 가진 약제이기 때문이다. 정말 임신부의 건강이 중요하다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임신부를 선별해 접종을 권고하는 게 보다 합리적인 조치 아닐까. jeshim@seoul.co.kr
  • 힐링, 드라마엔 없다

    힐링, 드라마엔 없다

    드라마들이 다시 복수와 치정, 살인이라는 고전적인 ‘막장’을 답습하고 있다. 예능과 다큐멘터리가 ‘힐링’과 ‘가족’을 들고나와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는 가운데 시청률 무한 경쟁에 내몰린 드라마들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드라마 가운데 MBC ‘백년의 유산’, SBS ‘야왕’ ‘돈의 화신’ 등이 벌써부터 막장 논란에 휩싸였다.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인 설정으로 시청률이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는 것과 동시에 뭇매를 맞고 있다.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은 시청률 20.5%를 찍었고,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돈의 화신’도 4회 만에 시청률 10%를 넘겼다. 월화드라마 ‘야왕’은 방영 10회 만에 17.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보는데 어떡하느냐며 은근히 시청자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서울 변두리에서 3대째 국수공장을 운영하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 ‘백년의 유산’은 따뜻한 드라마일 것이란 기대를 여지없이 저버렸다. 첫 회부터 극단적인 ‘시월드’의 모습을 과도하게 그리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시어머니(박원숙 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며느리(유진 분)에게 폭행과 막말을 일삼는다. 시어머니는 이혼을 결심한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감금한다.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던 며느리는 사고를 당해 기억까지 잃는다. 그런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불륜이란 누명을 덧씌운다. 이후 시어머니를 상대로 며느리의 복수극이 시작된다. 고부 갈등을 한 차원 넘어섰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달 초 첫 전파를 탄 SBS ‘돈의 화신’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돈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검사 이차돈(강지환 분)을 주인공으로 독극물 살해, 불륜, 살인이 잇따르고 있다. 비리로 얼룩진 세태를 풍자한다던 제작 의도와는 한참 엇나갔다. 주인공 이차돈의 아버지 이중만(주현 분) 회장은 내연녀 은비령(오윤아 분)이 부하인 지세광(박상민 분)과 밀애를 즐기자 그들을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계획이 노출되면서 오히려 독살당한다. 이 회장의 아내는 살인 누명까지 뒤집어쓴다. 은비령과 지세광이 밀애를 즐기고 함께 샤워를 하며 키스하는 등 적나라한 노출 장면은 선정성 논란까지 불러왔다. 살인과 불륜, 치정, 복수 등 막장 코드의 집합이란 평가다. ‘돈의 화신’ 못지않게 ‘야왕’도 선정성 논란에 빠졌다. 극 초반부터 자살, 미성년자 성추행, 의붓아버지 살해 후 암매장까지 극단적인 설정이 이어졌다. 주다해(수애 분)를 공부시키고 유학까지 보내기 위해 남편인 하류(권상우 분)가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모습도 그려졌다. 지상파 TV에서 이례적으로 19세 시청 등급을 내걸고 방영됐지만 호스트바에서 오가는 노골적인 ‘은어’와 반라의 남성들이 연기하는 접대장면은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원래 ‘막장’은 갱도의 막다른 부분을 뜻한다. 터무니없는 설정으로 갈 데까지 간 드라마를 부를 때 흔히 쓰인다.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배신과 복수 등이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사실 막장 드라마는 한 장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는 기존 드라마보다 더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인 설정이 태반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스토리의 진화 없이 선정성과 자극만 강해지는 추세”라며 “(지적받은 드라마들은) 막장의 종합세트 같다”고 평가했다. JTBC 등 종합편성채널까지 가세한 다채널 시대에 드라마 시청률 경쟁이 부른 결과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케이블, 종편과의 드라마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안정적으로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독한 소재’가 필요하다”면서 “시청자를 뺏기지 않으려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다급함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유행의 결핍을 보완하기 위한 주기적 흐름이란 해석도 있다. 1~2년 간격으로 불거지는 막장 논란이 그렇다. 지난해에는 MBC ‘빛과 그림자’ ‘해를 품은 달’ ‘닥터진’, SBS ‘추적자’ ‘유령’ ‘신사의 품격’, KBS ‘각시탈’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이 각기 다른 색깔로 ‘고퀄’(고퀄리티) 드라마 열풍을 몰고 왔다. 시대물, 로맨틱코미디, 수사물, 타임슬립 등 장르가 다양해지자 한석규, 장동건, 이범수 등 충무로 스타들의 안방 나들이도 잦아졌다. 방송가에선 “왜 욕하면서 보던 막장 드라마가 불현듯 자취를 감췄냐”는 얘기까지 돌았다. 반면 2011년에는 SBS ‘신기생뎐’ ‘당신이 잠든 사이’, MBC ‘애정만만세’ ‘천번의 입맞춤’, KBS ‘웃어라 동해야’ 등이 상식 밖의 스토리로 막장이란 비판을 받았다. 평론가 김어준은 저서 ‘닥치고 정치’에서 “세상의 모든 큰 유행(메가트렌드)은 반드시 이전 유행의 결핍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이를 설명했다. 예컨대 꽃미남이 유행하면 다음은 꽃미남이 갖지 못한 근육을 가진 짐승남, 이후에는 지적이면서 근육도 적당히 가진 차도남이 대세를 이룬다는 것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막장 드라마는 주기적인 패턴을 보이면서 강화되거나 주춤거리는 양상을 띤다”면서 “앞으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쑥 들어가고 새로운 패턴의 드라마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불교도 전통문화로 인식하면 차별·갈등 없어져”

    “불교도 전통문화로 인식하면 차별·갈등 없어져”

    “불교계에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불교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뀐다면 갈등과 차별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조계종 기획실장에 임명돼 2개월여 종단 안팎의 큰일들을 정리하고 있는 주경 스님. 종단 안으로는 현 집행부의 마지막 해를 마무리해야 하고, 종단 밖으로는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불교계의 현안들을 조율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요즘 불교계에서 가장 바쁜 인사”라는 말을 듣는다. “종단과 나라가 모두 큰 변화를 앞둔 시점에 큰 소임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다행히 종단 안팎의 일들이 순조롭게 풀려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조계종 기획실장이라면 종단의 주요 정책을 도맡아 기획하고 대외협력을 책임지는 총책. 지난해 승려 도박사태 이후 불교계에 쏟아지는 불편한 시선과 잇따른 종교편향,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종단 살림살이를 무난히 정리해 가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백양사 승려 도박 사태 이후 범종단 차원에서 추진해온 자성과 쇄신에 모든 게 묻혀버린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동안 종단의 해묵은 과제들이 적잖이 해결되고 정리됐다고 생각합니다. 주지 인사평가를 도입한 것이나 지방교구 활성화며 교육, 포교 차원에선 전에 없는 변화가 있었다고 봐야지요. 총림 문제나 선거제도, 사찰재정 투명성 같은 부분에서 미흡하긴 해도….” 내년 새로 출범하는 종단 새 집행부에 성과를 건네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지만 사실상 불교계 전체의 해묵은 과제 해결과 관련해 새 정부와의 관계 조율이 더 어렵단다. “따져 보면 불교계 안의 현안들은 모두 국가 정책 집행과 맞물려 있어요. 사찰 문화재관람료 문제며 전통사찰 보존·관리, 10·27법난, 남북 불교 교류, 종교차별 금지법 같은 것들이 모두 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들이지요.”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낸 불교 관련 공약이나 불교계에 대한 인수위의 접근 방식에 예민할 수밖에 없단다. 다행히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최근 인수위 측에서 들려오는 불교계 관련 소식들이 이명박 정권과는 사뭇 다르게 진지하고 실천 가능한 것이어서 조계종단을 비롯한 불교계가 고무되어 있다고 귀띔한다. “10·27법난만 해도 근현대사상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종교탄압과 폭력사건 아닙니까. 오는 6월 법난특별법 시한이 종료되지만 그동안 인정과 보상 차원에서 진전된 게 거의 없어요. 최근 사찰 문화재 관람료 부과를 둘러싼 천은사 소송 건도 일방적으로 사찰 경내를 관통해 낸 도로에 대한 사찰 측의 불만 표출 성격이 짙습니다.” 무엇보다 전통사찰 보존·관리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사찰 전각 건립 보수 등 최소한의 불사에도 5∼6개의 관련법이 복잡하게 적용돼 난감할 때가 많단다. “가장 개선돼야 할 것은 불교를 보는 일반의 인식이라고 봅니다. 타 종교나 일반인들은 불교계의 요구를 투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지만 따져 보면 불교계만큼 소외되고 홀대받은 종교가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조계종이 집중적으로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차별금지법은 이미 2007년 정부 차원에서 입안된 법이지만 흐지부지됐다. “타 종교에선 역차별법이라 여기지만 사실 이 법은 종교에 국한하지 않은 다문화 가정과 인종, 성 소수자까지 포함한 차별금지법입니다. 반드시 입법이 돼야 할 사안이지요.”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일상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종교인 만큼 종교를 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경 스님의 경계가 허튼 소리는 아닐 성싶다. “당장 눈에 보이는 유형의 문화유산에 매달릴 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삶의 큰 부분이자 양식인 불교와 불교 문화재를 전통문화로 받아들일 때가 됐습니다. 더 늦기 전에….”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대둔산·화암사의 아름다운 설경

    대둔산·화암사의 아름다운 설경

    대체 얼마를 겨눴는지 모릅니다. 겨울철 빼어난 설경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 대둔산 말입니다. 도회지의 월급쟁이가 자연의 시계를 따라잡기가 어디 쉬운가요. 대둔산에 눈이 내리면 일상이 몸을 붙잡고, 모처럼 시간이 나면 눈이 사라져 버리기 일쑤였지요. 그렇게 마주한 대둔산의 설경은 감동적이었습니다. 폭설이 내리고 이틀 뒤 찾았으니 필경 절정의 자태는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마저 눈물겹게 고마웠습니다. 대둔산 눈꽃 너머엔 ‘꽃바위’ 같은 절집, 화암사(花巖寺)가 있었습니다. 안내 책자의 소개글 하나 보고 찾아간 절집은 몇 구절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빼어난 풍모를 하고 있었지요. 배티재에 선다. 전북 완주와 충남 금산을 가르는 고개다. 사내의 알통을 닮은 암릉들이 전방의 시야를 꽉 채운다. 선인들은 저 모습에서 새싹을 보았던 게다. 대둔산의 둔(芚) 자는 싹이 나온다는 뜻. 짐작컨대 산의 이름을 대둔산이라 정한 것도, 최고봉인 마천대(878m) 등의 봉우리들이 봉긋봉긋 솟은 모양새가 봄의 새싹을 닮았다는 걸 비유하려는 뜻이지 싶다. 대둔산은 충남 금산과 논산, 전북 완주 등에 걸쳐 있다. 오르는 방법도 여러 가지. 가장 일반적인 건 완주의 대둔산도립공원을 출발해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마천대에 오르는 코스다. 하산은 낙조대와 용문굴 등을 돌아 다시 동심바위로 내려선다. 산행거리는 5㎞, 4~5시간쯤 걸린다. 케이블카를 이용해도 좋겠다. 대둔산 중턱인 금강구름다리 아래까지 단박에 오를 수 있다. 그 덕에 마천대까지 오가는 시간도 2시간 이내로 확 줄어든다. 케이블카 상부역사 위 정자가 산행 기점이다. 거인이 힘 주어 뽑아 올린 듯한 암벽 사이로 철계단이 나 있다. 암벽을 비집고 나서면 금강구름다리다.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빨간 철계단이다. 80m 높이에 50m 길이로 쭉 뻗은 구름다리에 서면 누구든 비명을 지르기 마련이다. 아래를 보자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리 들어 위를 보니 거대한 암봉들이 위압적인 자태로 서 있다. 오금 바짝 당겨 버텨봐도 입술 사이로 찬탄 섞인 비명이 새 나가는 건 막을 도리가 없다. 삼선계단은 더하다. 삼선봉으로 향하는 36m짜리 ‘수직’ 계단이다. 경사가 51도에 달하는 것에 견줘, 폭은 0.5m밖에 되지 않는다. 127계단을 오르는 내내 계단 틈에 코를 박고 납작 엎드려야 할 만큼 공포스럽다. 장난은 금물이려니와 혹시라도 계단 중턱에서 쉬게 될 경우 절대 뒤돌아보지 말길 권한다. 허공에 매달린 듯한 공포감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삼선계단에서 마천대로 향하는 길도 가파르긴 마찬가지다. 숨이 턱에 닿을 때쯤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마천대다. 정상에는 대둔산 개척 기념탑이 솟아 있다. 1972년 세웠다니 꼬박 31년 동안 마천대를 짓누르고 있었던 셈이다. 마천대에 오르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집산연봉과 마주한다. 그 자태가 꼭 파도를 닮았다. 전북과 그 아랫녘의 산자락들이 일망무제로 내달리고, 눈꽃 핀 숲은 밀가루를 뒤집어 쓴 듯하다. 손에 잡힐 듯한 덕유산은 물론, 멀리 마이산과 지리산까지 죄다 두 눈에 담긴다. 마천대에서 마주 보이는 왕관바위까지는 다녀오는 게 좋겠다. 마천대의 암릉들이 얼마나 기골이 장대한지, 어깨를 맞댄 주변의 산들은 또 얼마나 늠름한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완주 여정에서 화암사를 ‘발견’한 건 행운이었다. 자투리 시간에 노느니 독 깬다는 생각으로 돌아본 절집에서 뜻밖에 고즈넉한 풍경을 ‘캐냈’으니 말이다. 화암사는 꽃바위에 걸터앉은 절집이란 뜻이다. 오래전, 병마와 싸우던 공주가 용이 기르는 복수초를 먹은 뒤 씻은 듯 나았는데, 그 꽃이 핀 자리가 바로 화암사가 터를 잡은 바위벼랑이었다는 설화에서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불명산(佛明山)으로 방향을 잡는다. 화암사가 깃든 산이다. 들머리는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이다. 마을 초입에 내걸린 짚신 두어 켤레가 예사롭지 않다. 마을 안내판에 따르면 예전 남도의 선비들이 한양 갈 때면 이 마을에서 헤진 짚신을 갈아신었단다. ‘싱그랭이 마을’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화암사로 드는 산길은 싱그랭이 마을을 지나야 나온다. 판근과 불퉁한 바위들이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다. 우수를 앞둔 계곡에선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싱그럽다. 길은 계곡과 공간을 나눠 쓴다. 닦여진 길은 없고, 계곡물을 피해 발걸음 놓은 자리가 곧 길이 된다. 절집엔 그 흔한 일주문이 없다. 오래전 선인들이 걸었을 이 길, 절집으로 향하는 마음을 스스로 추스르게 만든 산길이 바로 일주문이었던 게다. 살풍경한, 그러나 바위벼랑을 오르기에 더없이 유용한 철제 계단을 오르면 누런 빛의 목재 건물이 객을 맞는다. ‘우화루’(雨花樓·보물 제662호)다. 애초 단청이란 없었겠다 싶을 만큼, 곱게 늙은 나뭇결을 온전히 드러낸 건물이다. 꽃바위에 걸터앉은 절집에 꽃비가 내리는 건 수미상응일 터. 행여 누각의 이름에서 신선에 이르는 ‘우화’(羽化)를 연상하지는 마시라. 절집은 소박하다. 민낯이다. 그리고 묵직하다. 건물을 이고 선, 빛바랜 나무들이 주는 세월의 무게감 때문이겠다. 절집으로 드는 문은 달랑 하나다. 우화루와 문간채 사이로 난 쪽문이다. 허리 굽혀 쪽문으로 들어도 본전인 극락전은 온전히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자칫 극락전에 고정될 뻔했던 시선 속에 주변의 소소한 것들까지 담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가람 배치 덕일 게다. 극락전은 우화루와 숨결이 맞닿을 거리에 서 있다. 지난 2011년 국보(제316호)로 승격된 절집의 본전이다. 극락전은 하앙식(下昻式) 구조로 유명하다. 처마를 좀 더 밖으로 빼기 위해 기둥과 처마 사이에 부재를 끼운 건축양식이다. 이 같은 공법의 건물은 국내에서 화암사가 유일하다. 절집은 극락전과 우화루, 그리고 요사채인 적묵당과 불명당이 마주 보는 구조다. 네 건물이 모여 네모난 작은 마당을 만들었다. 그러니 거기서 보는 하늘이라고 다르랴. 하늘도 땅도 죄다 네모다. 글 사진 완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번호 063)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 추부 나들목으로 나와 추부면 소재지를 지나 배티재를 넘어가면 대둔산이다. 천안~논산고속도로 논산 나들목을 나와 679번 지방도로→양촌·운주 방향 17번 국도→배티재→대둔산 순으로 가도 된다. 대둔산 케이블카는 2월까지 오전 9시~오후 5시,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왕복 기준 어른 8500원, 어린이 5500원. →맛집 화산면엔 붕어찜으로 유명한 집들이, 대아저수지 인근엔 민물고기 매운탕집이 많다. 대아댐에서 10여분 거리의 고산면 소재지엔 한우 전문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잘 곳 봉동읍 소재지와 대아저수지, 대둔산 인근에 깔끔한 모텔들이 몰려 있다. 완주군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wanju.go.kr) 참조.
  •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백자 달항아리 맥 잇는 도예가 양구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백자 달항아리 맥 잇는 도예가 양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일년 중 가장 큰 달은 언제일까. 정월 대보름에 뜨는 달이다. 그렇다면 달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자. 몸체는 풍만하고 굽은 입술의 지름과 다소 작은 모양을 하고 있다. 몸통 중간 부분에는 성형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듯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든 후 붙인 이음자국이 있다. 여기에 투명한 우윳빛 유약(釉藥)이 발라지면서 휘영청 둥근 달이 된다. 두둥실 하늘로 솟구친다. 어찌 할 거나. 그냥 쳐다만 볼 거나 아니면 달려가 손을 뻗을 거나. 그래서 불러본다. ‘달항아리’라고 말이다. 둥그스름한 모양에 아무런 장식이 없는 순백의 조선백자이다. 바라만 보아도 보름달과 같이 풍요롭고 두 팔 벌려 품으면 계수나무 은하수까지 가슴에 안은 듯한 느낌이다. 백자 달항아리는 서양인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보기에도 가장 한국적 정서가 풍기는 도자기이다. 둥근 몸체와 흰 때깔 등에서 오묘함이 절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화가 김환기(1913~74)는 유별나게 달항아리를 좋아했다. 골동품상을 기웃거릴 때마다 달항아리를 하나씩 들고 나올 정도였다. 그러면서 ‘둥근 하늘과 둥근 항아리와, 푸른 하늘과 흰 항아리와, 틀림없는 한 쌍이다’라고 읊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칠야삼경(漆夜三更)에도 뜰에 나서면 허연 항아리가 엄연하여 마음이 든든하고 더욱이 달밤일 때면 항아리가 흡수하는 월광(月光)으로 인해 온통 달이 꽉 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찌하여 사람이 이러한 백자 항아리를 만들었을꼬.’라고 했다. 그만큼 달항아리를 가슴에 꼭꼭 품고 작품 활동을 했던 것이다. 달항아리를 얘기할 때 흔히 백자대호(白姿大壺)라고 한다. 이유는 높이가 40㎝ 이상 큰 항아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몸체를 위 아래 따로 만들어 붙여 완전한 원형이 아닌 부정형의 둥그스름한 달덩이 모양을 하고 있다. 조선 백자 달항아리는 조선 숙종때인 17세기 후반에서 영·정조 시대인 18세기의 것으로 짧은 기간 그 모습을 드러낸 ‘백자대호’를 말한다. 유백이 가지는 따뜻한 촉감과 비대칭의 조형은 언어를 초월한 그윽함이 있고 한국인의 순수한 미감을 가장 잘 표현해내고 있다. 이러한 달항아리의 맥을 잇는 도예가는 흔치 않다. 양구(46)씨는 달빛을 머금은 순백의 항아리를 온몸으로 품은 지 28년째다.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지난 7일 오전 경기 이천에 있는 공방에서 그를 만났다. 백토를 꺼내 탁탁 두드리더니 물레를 돌리기 시작한다. 대충하는 듯이 보였지만 금세 모양을 갖춰나간다. 달항아리를 만들어나가는 손놀림과 눈빛이 간단치 않았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다. “달항아리는 보름달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정월 대보름에 풍년을 빌고 팔월 한가위 풍년에 감사했던 그런 보름달이지요. 원래 달항아리는 위와 아래를 각각 따로 만들어서 이어 붙입니다. 그래서 굽다보면 조금 틀어지기 때문에 둥그렇다가 아닌 둥그스러한 모양이 나오지요. 두 개가 하나로 이어지는 달항아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화해와 상생이 작업의 화두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올 한 해도 달항아리처럼 다들 서로 아름답게 어울리고 배려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낸다. 물레작업을 하던 그와 마주 앉았다. 달항아리의 특징에 대해 먼저 물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달항아리는 둥그스러한 모양입니다. 때문에 어떠한 잣대로 규정짓지 못하지요. 유한이 아니고 무한이며 무궁무진과 깊은 한국적 미감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식이 없고 솔직하며 시공을 초월한 우주적 표현과 자연스러운 미가 특징이지요.” 달항아리는 옛 조상의 소박하고 실용적인 그릇인 동시에 달과 같이 너그러움의 관용을 베푸는 미학의 결정체라고 거듭 강조한다. 달항아리의 역사에 대해서는 “17세기 중엽 관요로 시작됐으며 일제 강점기에 우리 고유의 것이 사라졌다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그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현재 달항아리에 전념하는 작가는 7~8명정도로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아무런 장식도 없이 오직 둔중한 구체 하나만을 하얗게 보여주는 달항아리가 최근 들어 서서히 그 가치를 다시 인정받고 있다고 부연한다. 그런 까닭은 담백하면서도 고요하고, 과묵하면서도 넉넉함이 넘치는 그 자태에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그동안 한눈 팔지 않고 달항아리 하나만을 고집해왔다. 자극과 수다스러움이 난무하는 시각적 무질서의 환경에서 절제된 미의식을 추구해왔고 ‘고도의 문명에 의해 상처받은 정신적 치유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달항아리라는 내면의 성찰을 찾으면서 도예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사각 사각’ 고운 살결 보이려고 물레 위에서 춤추는 항아리를 좋아했다. 그 춤사위는 민요가 되고, 블루스가 되고, 때로는 세상을 울리고 웃기는 소리꾼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노동이 있더라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모양이 밉든 곱든 ‘달항아리 탄생’이라는 기대와 설렘으로 흙을 만졌다. “달항아리의 격식을 따진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그러면 한 사람의 행위를 초라하게 만들어버리지요. 잘생긴 놈, 못생긴 놈, 길쭉한 놈, 넓적한 놈, 많은 관찰 끝에 나온 손놀림은 수고로움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돌돌돌, 물레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흥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달항아리라고 부르지요.” 전남 무안 출신인 그가 달항아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고등학교 졸업 무렵이다. 지인의 권유로 여주로 건너간 그는 전승 도자의 요장에서 물레대장 등을 거쳤다. 이 무렵 평생 스승으로 여긴 도예가 정형선씨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달항아리에 빠졌다. 전국의 박물관과 도요지 탐방 등을 통해 흙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조선의 달항아리가 소박하고 따뜻한, 그리고 가식 없는 한국인의 성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여러 문헌을 섭렵하면서 끈덕진 실험정신을 이어나갔다. 진정한 달항아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보여줄 수 없을까 하고 늘 고민했다. “조선의 백자를 공부하는 사람이 달항아리와 만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넉넉하고 풍성한 달항아리를 보면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지고 경건해지기까지 하거든요. 흙과 유약, 불을 공부하면서 조선 백자의 자연스러운 감성을 되살리기 위해 수없이 실험하고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어떨 때는 과연 조선의 백자가, 달항아리가 이 시대에 되살아날 수 있을지 한참 염려하기도 했지요.” 달항아리의 맛은 여러 요소가 통합될 때 나온다는 그는 20대 후반에는 역량이 부족해 형태만이라도 맛을 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만들다가 부수고, 수없이 그런 행위를 반복했다고 술회한다. 좋은 백토를 구하기 위해 소문을 들을 때마다 전국을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무기재료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단절된 감성과 때깔을 되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몇십t의 백토를 사들였다가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달항아리의 형태를 만들 때는 입술의 추임새와 몸체의 당당함, 굽의 비례가 조화로울 때 가능해지는데 물레기능이 일류라고 자부하는 양씨 자신도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맛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 백자의 때깔을 살리려는 것은 모든 도예인의 소망입니다. 도자기 공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도 당연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헌을 찾고 도요지를 답사하면서 도자사학에 심취한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달항아리 연구에 정열을 쏟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흙 주변에 흩어지는 보석 같은 파편들이었다. 이들을 보면서 다시 흙을 만지고 달항아리를 만들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꾸준히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흙을 찾으러 다닐 때의 고달픔과 뙤약볕 아래에서의 곡괭이질도 달항아리가 주는 감동 앞에서는 모두 인내할 수 있었다. 그 영혼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물론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두근거린다는 말이 있지요. 어느 날 조선 백자에서 그 두근거림을 봤습니다. 앞으로도 단지 달항아리가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따뜻한 피와 넉넉함의 온기가 흐르는 달항아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럴수록 연애하는 것처럼 마음은 더욱 두근거리겠지요”(웃음) 달항아리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도 없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라고 하면서 작업장에 흩어진 달항아리에 푹 파묻혀 환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보름달처럼 다가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도예가 양구는 1968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후 여주 도자 요장에서 물레대장 등을 거치면서 조선백자 달항아리에 입문했다. 1997년 이천에 전시장 ‘보인행’을 설립했고 2003년 서울 삼청동에 개인 전시장 ‘보인행’을 오픈했다. 2000년 ‘일묘(一妙) 양구 청자전’(인사이트센터, 인사동)을 시작으로 ‘한국의 도자기’(2005, 부산 롯데호텔), ‘한국의 명품전, 달항아리’(2005, 보인행, 삼청동), ‘한국·프랑스 작가 교류전’(2005, 세계 도자센터, 이천) 등을 거쳐 2006년 양구 도작(陶作) 20주년을 맞아 ‘청자와 백자전’(가나아트스페이스, 인사동), ‘고객 초대전’(보인행, 삼청동), ‘창작가마 초대전’(세계도자센터, 이천), ‘청자전’(보인행, 삼청동), ‘백두산과 달항아리’(서울갤러리, 프레스센터) 등의 전시를 열었다. 이 밖에 ‘양구 달항아리전’(2007), ‘양구 달항아리전-달이 휘영청’(2011), ‘양구의 달항아리전’(2012) 등이 있다.
  • 방학동 간송 선생의 생가 일대 공원으로

    방학동 간송 선생의 생가 일대 공원으로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사재를 쏟아부어 민족문화유산을 온갖 정성으로 관리하고 지켜냈다. 그가 평생에 걸쳐 지켜낸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 추사 김정희 글씨, 신윤복 화첩 등은 지금도 간송미술관에 남아 누구나 함께 향유할 수 있다. 그의 자취가 깃든 생가와 묘역이 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도봉구는 방학동 간송 가옥이 최근 문화재로 등록된 것을 계기로 간송 생가를 새롭게 보수 정비하고 일대를 공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100년 이상된 한옥 건물과 묘역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 그 문화적 가치와 의미가 남다르다. 이 밖에도 구에서 오랫동안 공들인 숨어있는 문화유산 찾기 노력이 최근 속속 빛을 발하고 있다. 서울시 지정보호수인 ‘방학동 은행나무’ 역시 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있다. 조선 전기에 식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방학동 은행나무는 연산군과 그의 비 신씨의 합장묘 아래에 위치해 지역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생장상태가 양호하고 수형 또한 아름다워 문화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에 남아있는 유일한 서원인 도봉서원 복원사업도 착공을 앞두고 있다. 또한 함석헌 기념관 건립사업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으로 본격 추진되는가 하면, 김수영 문학관은 금년 개관을 목표로 한창 진행중이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가 숨어있는 연산군묘와 은행나무길을 비롯해 무수골 왕족묘역길, 도봉서원과 바위글씨 길, 도봉 현대사 인물길 등 ‘스토리가 있는 도봉 역사문화길’ 7곳이 개발돼 구의 문화적 정체성을 높이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궁중음식 중요무형문화재 한복려

    [김문이 만난사람] 궁중음식 중요무형문화재 한복려

    ‘그분’이 오실 때면 우리를 항상 설레게 한다. 추운 겨울에 얼었던 마음을 녹여준다. 가족과 이웃을 만나 따뜻한 덕담을 나누게 한다. 어디 이뿐이랴. 한 살 더 먹게 하며 새로운 인생의 길을 걷게 한다. 그러면서 세상이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살 만한 곳이라고 일러준다. ‘입춘’이라는 계절의 선물도 들고 오면서 말이다. 내일모레, 글피가 설이다. 묵은 해를 정리하고 다시 한번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새 출발하는 진정한 첫날이 아닐까 싶다.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며 그 뜻을 되새기는 날이다. 자료에 의하면 설은 신라시대 새해 아침에 서로 축하를 하며 왕이 군신에게 잔치를 베풀고 해와 달의 신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가족 중심의 설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 때 4대 명절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설날 조선시대 궁중의 풍습은 어떠했을까. 또 어떤 상차림으로 차례를 지냈을까. 설날을 며칠 앞둔 지난 4일 오전 창경궁 뒤편에 자리한 ‘사단법인 궁중음식연구원’에서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한복려(66·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씨를 만났다. 그는 궁중음식으로 유명했던 고 황혜성 선생의 맏딸로 1970년대부터 어머니한테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전수받았다. 정상급 외교행사 때 다과회와 만찬 메뉴에 많은 자문역할을 했다. 2004년 드라마 ‘대장금’에서 궁중음식 차림상을 주도했으며 특히 2003년 1월 설날을 앞두고 조선 정조의 생모인 혜경궁 홍씨가 받았던 떡국 상차림을 200여 년 만에 재현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독보적인 궁중요리 전문가다.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씨의 모습이 마당에 쌓인 하얀 눈과 잘 어울렸다. 궁중음식연구원에 대해 잠시 얘기가 나왔다. 1971년 5월 연구원이 설립됐고 제1대 기능보유자로 한희순 상궁이 지정됐다. 이듬해 한 상궁이 별세하자 제2대 기능보유자로 황혜성 교수가 그 뒤를 이었다. 1999년 연구원부설 전통병과교육원을 개관했으며 2006년 황 교수가 세상을 떠나자 현 이사장인 한씨가 제3대 기능보유자가 됐다. 매년 맞이하는 설, 우리의 전통 음식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한씨는 설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가 평소 그리워하는 것들은 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의 만남, 음식 장만, 덕담, 새해 설계 등이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설은 또 1년의 시작이며 봄과 함께 옵니다. 오늘이 입춘이고, 며칠 뒤 설이잖아요. 우리는 농사짓는 나라여서 모든 것은 농사에 맞춰져 있습니다. 새해 인사를 웃어른한테 올리는 풍습은 궁중이든 서민이든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궁중에는 조하(朝賀)라고 해서 경복궁이면 근정전, 창덕궁이면 인정전에서 백관들이 세배를 올리고 또 표리(表裏·옷감) 같은 것을 선물했지요.” 종묘의 차례상에 대해서는 종묘 제례의 진설(陳設) 양상을 어느 정도 파악해볼 수 있는 ‘일실각절제품명책’(一室各節祭品名冊)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서 “신위(神位)의 가장 앞자리인 제1열에는 술잔 석 잔과 전병, 약식, 탕, 면 등을 진설했고 때때로 탕 대신 만두와 장국을 놓았다”고 설명한다. 또 제2열에는 조청과 초간장, 3열에는 양적과 열구자탕, 4열에는 주로 전 종류와 적, 5열에는 대추, 곶감, 수정과, 양색전 등을 진설했다는 것. 특히 식혜는 제사 시기와 관계없이 오른쪽 가장자리에 놓고 있으며 마지막 열에는 과실류와 다식을 놓았다고 한다. 이런 차례를 지내고 나면 지금처럼 떡국을 먹었다. 이때 마시는 술은 여러 가지 약재로 빚은 도소주(屠蘇酒)로 사악한 기운을 없애준다 해서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술’로 여겼다. 궁중의 떡국 형태가 어떠했는지는 그가 재현한 혜경궁 홍씨의 떡국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의 떡국은 멥쌀과 찹쌀을 섞어 가래떡을 만들어 떡 자체가 차지며 국물도 사골이나 양지머리를 쓰지 않고 묵은 닭과 꿩고기로 우려낸 것이 특징이다. 떡을 써는 모양새도 요즘처럼 어슷하지 않고 수저로 뜨기에 편하도록 동전처럼 동그랗게 썰었다. “떡국은 쌀을 제일로 치는 농경국가의 상징이지요. 설 명절에는 많은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단체로 먹을 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쌀로 떡을 만들어서 밥 대신 대접해주는 것은 건강을 기원하고 서로 덕을 쌓는 풍습입니다. 가래떡은 길고 둥글둥글하잖아요. 하얀색은 순수한 마음을 뜻하고 둥글둥글한 모양은 돈과 재복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설날 떡국을 먹는 유래는 이러하다. 가래떡의 모양에서 보듯 1년 내내 순수무구함과 길함을 기원하고 가래떡을 돈(엽전) 모양으로 써는 것은 재복을 기원하며, 한날한시에 임금과 온 백성이 떡국으로 시작하는 것은 민족단합, 결속력, 일체감 등 정신적 동질을 강조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또한, 떡국은 오늘날의 패스트 푸드에 해당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한 번에 골고루 따뜻하게 배불리 먹게 하는 선조의 기지를 엿볼 수 있다고 한씨는 설명한다. 조선 임금의 차림상 스타일에 대해서는 “정조는 절제와 검박한 상차림을 좋아했고 영조는 자신의 몸을 많이 생각하느라 육식을 안 하고 소식을 즐겼으며 고종은 화려한 잔칫상으로 권위를 세우려 했다”고 말한다. 아울러 “궁중음식과 반가(班家)음식은 유사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의례가 많은 궁궐의 잔치가 끝나고 나면 음식을 반가로 보내 먹어보게 하니 자연스럽게 그 음식을 따라했다는 것. 또한, 양반집 부엌에 드나들던 일반 백성에게도 궁중음식이 전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와 반대로 일반 백성의 음식이 궁중 음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었다. 평민들이 산이나 바다에서 귀한 것을 채취해 양반집에 선물하면 양반은 이를 먹어본 다음 맛이 좋으면 다시 궁궐로 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궁중음식과 향토음식을 서로 나누며 음식문화가 발전해왔다고 말한다. 한씨는 최근 ‘한국인의 장’이라는 책을 펴냈다. 당연히 ‘궁중의 장’도 있을 터. 궁중에서 된장이나 고추장은 어떻게 담갔을까. 조선시대 말까지 매년 장을 담갔으나 전쟁 중에는 3년에 한 번씩 담갔다고 한다. 궁중의 장 담글 때 쓰이는 메주는 궁중에서 직접 만들지 않고 관에서 공물로 받는 품목 중에 메주가 들어 있으며 훈조계(燻造契)에서 맡아 쑤어 궁으로 들였다는 것. 하지만, 궁의 된장은 수라상에 쓰기보다는 궁에 사는 사람들이 먹기 위해 담갔다고 한다. 화제를 바꿔 어머니에 대해 물었다. “어머니는 약 30년 동안 조선 왕조의 마지막 주방상궁을 지낸 한희순 상궁으로부터 궁중음식 조리법을 직접 전수받았습니다. 한 상궁이 가지고 있는 솜씨가 끊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한 상궁이 일러주는 모든 것을 기록했지요. 조리법은 물론이고 그릇의 쓰임새까지 꼼꼼하게 적어놓았습니다.” 그러는 한편 옛 문헌을 통해 궁중음식을 체계적으로 연구했고 사라지는 궁중음식을 차근차근 다시 정리해나갔다. 또한, 한 상궁의 조리법대로 음식을 만든 후 그 과정을 다시 반복해나가는 등 많은 열정을 쏟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1957년 우리나라의 최초의 궁중요리책 ‘이조중정요리통고’를 펴냈다. 또한, 대학과 연구원 등에서 제자 양성에 앞장섰고 대중매체를 통해 궁중음식을 널리 알렸다. 한씨는 이러한 어머니를 스승으로 모시며 함께 살았다. 한씨 역시 어머니의 뜻을 이어 한식의 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보여준 고급스럽고 맛깔스런 궁중음식은 전적으로 한씨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연구원 3~4명이 6개월 동안 일주일에 3일씩 촬영하면서 음식을 준비하는 정성을 쏟았다. 남북정상회담 등 주요 국제행사 때마다 인연이 돼 적극적으로 한식의 우수함을 알렸다. 한씨 집안의 세 딸과 아들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그 뒤를 이어나가고 있다. 맏이 한씨는 궁중음식 문화의 맥을 잇는 일에 앞장서고 있고 둘째 복선씨는 ‘한복선식문화연구원장’으로 건강한 식사법을 알리고 있다. 셋째 복진씨는 대학에서 어머니가 연구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아들 용규씨는 궁중음식 전문식당 ‘지화자’와 ‘궁연’을 운영하고 있다. 40여년 동안 꾸준히 궁중음식 연구에 헌신해온 한씨는 “우리 음식에는 놀라운 우주관이 담겨 있으며 한 그릇 한 상마다 오행의 순환이 연결돼 있다”면서 다시 한번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한복려 기능보유자는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시립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학에서 식품영양학 석사, 명지대에서 식품영양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부터 어머니 고(故) 황혜성 선생한테 궁중음식을 전수받았고 2006년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가 됐다. 현재 궁중음식연구원 이사장,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상임이사, 궁중의례재현행사 음식부분 자문위원,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한국의 집’음식 자문, 아시아나 항공 First Class 기내 한식 메뉴 개발 자문, 제 2기 한식 세계화 추진위원, 한식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추진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떡과 과자’, ‘한국의 전통음식’, ‘한복려의 밥’, ‘서울음식과 궁중음식’, ‘한국음식대관 제6권-궁중의 식생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김치 백가지’, ‘집에서 만드는 궁중음식-한글/대만/일본판’, ‘대를 이은 조선왕조 궁중음식’, ‘다시 보고 배우는 음식디미방’, ‘쉽게 맛있게 아름답게 만드는 떡’, ‘쉽게 맛있게 아름답게 만드는 한과’, ‘한국의 장’ 등 다수가 있다.
  • 부산 야산에 신생아 암매장…미혼모 “출산 후 숨져 묻어”

    갓난아기가 야산에 묻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4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1시 30분쯤 경남 김해의 한 야산에 태어난 지 사흘 된 영아가 묻혀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영아를 낳은 A(21·여)씨와 남자 친구 B씨, A씨 부모의 신고로 암매장된 영아를 찾아냈다. A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40분쯤 부산 북구의 자택 화장실에서 아기를 홀로 출산했고 당시 아기는 이미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의 어머니는 숨진 아기를 종이박스에 넣어 김해의 한 야산에 매장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와 B씨의 진술은 엇갈렸다. A씨가 출산 직후 남자 친구 B(21)씨에게 아기가 유산됐다며 연락해 B씨가 A씨 집을 찾아 아기를 만져 보니 살아있는 것처럼 따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전기장판 위에 아기를 놔뒀기 때문이며 이미 숨진 뒤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아기를 부검해 정확한 사망 원인이 나오는 대로 A씨 책임을 물을 예정이며 A씨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사체 은닉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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