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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마음 넓어지는 공간… 겹겹이 예술을 입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생각·마음 넓어지는 공간… 겹겹이 예술을 입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와 용산구 이태원로 6·25전쟁 아카이브센터는 한두 해 사이 문을 연 아카이브다. 예술과 전쟁은 상반된 단어지만 그것을 기록하는 여정은 한결같다. 인류의 보편적인 자유와 평화를 지향하는 바도. 더불어 흥미로운 건 약속이나 한 듯 도서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책으로 가볍게 말을 걸고, 조금 더 깊은 관심을 보인 이들은 아카이브로 이끈다. 그래서 아카이브 도서관만의 도서 분류법은 꽤나 흥미롭다. 물론 공간을 구성하고 전개하는 방식만으로도 충분히 탐스럽다.●미술관 로비, 라이브러리가 되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로비는 특별하다. ‘레퍼런스 라이브러리’ 즉 도서관이다. ‘책을 매개로 미술에 대한 생각과 마음을 넓히는 공간’이다. 전시실에서 안내 부스와 레퍼런스 라이브러리를 지나 안쪽 전시실까지, 그리고 측면 계단을 이용해 2층 라운지로 물 흐르듯 이어진다. 레퍼런스 라이브러리 열람석은 2층까지 열린 복층 구조다. 창은 전체가 유리로 돼 있어 채광이 좋고 시원스럽다. 벽과 난간과 계단은 미술관 특유의 정제된 직선들이 화이트 큐브의 공간을 가르는데, 비율과 균형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게 되는 건 어찌할 수 없다. 튀지 않지만 그만큼 매력 있다. 레퍼런스 라이브러리의 장서는 5500권 정도로 국내외 미술 분야 단행본과 연속간행물, 전시도록 등을 비치한다. 압도적 수량은 아니다. 그나마 개관 시점에 비해 1000권이 늘었다. 이쯤에서 서가를 쓰윽 훑고 소셜미디어에 담길 사진 몇 장 담았으니 떠난다면? 어찌하나, 레퍼런스 라이브러리가 가진 톡 쏘는 매력은 정작 만나지도 못한 채 이별일 텐데.●‘찌라시’에서 도록까지 아카이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책만 한 자료는 없다. 그렇다고 레퍼런스 라이브러리가 일반 도서관의 문법을 따르는 건 아니다. 서가의 장서는 미술관으로서 이용자의 편의를 따랐다. 총류, 예술, 전시자료, 철학, 문화·사회·과학 등으로 직관적이다. 그 가운데 국내 전시자료는 다시 국공립과 사립, 그리고 소규모 전시공간과 프로젝트, 레지던시로 구분한다. 특히 소규모 전시공간 주제는 레퍼런스 라이브러리를 담당하는 학예연구사의 전문성이 빛을 발한다. 책과 자료 등은 무척이나 ‘게릴라’스럽다. 전시가 끝나면 사라지는 소위 ‘찌라시’ 전단에서 국제표준도서번호(ISBN)가 없는 독립출판물, 소량의 전시도록이나 무가지, 예를 들면 을지로의 ‘신도시’ 같은 공간의 프로젝트성 발간물 등을 포함한다. 희소성 높은 자료들이다. 해외 중고 서점에서 어렵게 구한 책들도 있다. 받아 들고 보니 어느 도서관에서 소장하던 책이었다. 책 뒷면에 종이 도서 대출 카드를 넣어 두던 흔적이 고스란했다. 이를 그대로 서가에 비치했다. 서가를 뒤적여 찾아내는 이런 소소한 재미가 레퍼런스 아카이브의 장점이다.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만의 큐레이션 ‘책 생각들’도 흥미진진하다. 작가, 기획자, 비평가 10인이 제안하는 책과 글이다. 방문객에게는 작가의 창작 여정과 함께하는 독서 여행이다. 이형구 현대미술 작가는 ‘아니마투스의 기원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몇 권의 책을 건넨다. 인체 해부학 그림이 실린 ‘A Colour Atlas of Human Anatomy’(인체 해부학 지도) 등의 원서와 작가의 도록을 같이 보면, 창작은 막연한 상상의 표출을 포함해 명확한 탐구의 결과라는 걸 알 수 있다. ‘언어의 세계에서 인간으로 살면서 기록하고, 상상하고, 대화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라고 말을 거는 이는 작가이자 뮤지션 이랑이다. 그는 ‘사이보그가 되다’(김초엽·김원영, 사계절)와 ‘슬픔의 방문’(장일호, 낮은산) 등을 소개했다. 홍콩 창작그룹인 ‘디스플레이 디스 트리뷰트’는 뜻밖에도 만화 ‘고독한 미식가’(구스미 마사유키·다니구치 지로, 이숲) 1, 2권을 추천했는데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인기도서로 등극했다.●전시와 전시를 잇는 레퍼런스 라이브러리 레퍼런스 라이브러리만의 특징은 또 있다. 기획 전시 중인 작품들은 전시장 밖을 나와 로비의 도서관까지 기분 좋게 잠식한다. 한자리에서 책과 미술 여행을 같이 할 수 있는 영역 없음이 좋다. 전시도 개성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아카이브에 기반을 둔다. 현재는 강홍구 작가가 기증한 불광동 작업 시리즈 5800여점, 20년간 작업한 은평뉴타운 시리즈 1만 5600여점 등의 자료를 학예연구사들이 분석하고 기획한 전시가 한창이다. 아카이브란, 레퍼런스란 무엇인가? 이 말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다면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일이다. 김영민 교수, 정지돈 소설가, 조한 건축가 등 7명의 전문가가 강연하고 전시를 기획한 주은정 학예연구사와 강 작가가 ‘잡담’하는 행사 등도 열린다. 마치 ‘사람 책’(휴먼 라이브러리, 책 대신 특정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책’을 대여해 주는 신개념 도서관 서비스)을 읽고 나누는 독서 모임 같기도 하다. 전시는 1층의 두 전시실 외에 2층 라운지까지 유연하게 활용한다. 그리고 2층에서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리서치랩으로 이동할 수 있다. 리서치랩은 아카이브 활용의 고급 수준이다. 폐가식으로 운영해 원하는 자료를 사전 신청해 열람해 보고 반납하는 구조다. 열람석 한쪽에는 ‘최민 컬렉션: 저공비행, 활강, 그리고 놀이’가 전시 중이다. 그는 평생에 걸쳐 수집한 161점의 작품과 2만 4924건의 자료를 기증했다. 그의 아카이브를 사유해 기획한 개관 전시가 ‘명랑 학문, 유쾌한 지식, 즐거운 앎’이다. 아카이브의 진수를 보여 준 바 있다. 3층 리서치랩에서는 바깥 공중정원으로 나갈 수 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전체와 평창동 마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이자 쉼터다. 현재는 직접 만져 볼 수 있도록 제작한 김채린 작가의 ‘기억하는 조각’ 등이 ‘SeMA-프로젝트 A: 촉감의 공간, 촉각의 리듬’을 채운다.●조금씩, 천천히 아카이브! 옥상정원에서는 작품 외에 마을 풍경도 만져진다. 평창동은 드라마를 자주 보는 이들에게는 서울의 부촌이고, 미술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유서 깊은 서울의 미술관 거리다. 5층을 넘는 건물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은 마을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건물 역시 동네에 녹아든다.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모음동, 나눔동, 배움동 등 세 개로 이뤄진다. 삼거리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마주한다. 중심은 전시실과 레퍼런스 라이브러리, 전시실 등을 갖춘 모음동이다. 오르막에 계단을 쌓듯 층층이 그리고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며 들어앉았다. 레퍼런스 라이브러리에서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3층 리서치랩과 옥상정원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이해가 간다. 옥상정원에서는 곧장 동네 골목으로 길이 나 있다. 고 이어령 교수의 영인문학관을 지나 가나아트센터와 토탈미술관까지 평창동을 산책하며 북한산 산세와 조용한 동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이른 여름 볕이 막아서는 날, 아쉬움을 삼키며 1층 레퍼런스 라이브러리로 내려온다. 적당히 볕 드는 자리를 찾아서는 그림책 비평가 그룹 CONPB가 추천한 ‘책 생각들’의 목록을 들여다본다. 얼마 전 ‘에디토리얼 씽킹’(터틀넥북스)을 인상 깊게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최혜진 작가가 추천한,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입니다’(이현·최경식, 만만한책방)를 읽는다. 오퍼튜니티는 화성을 탐사했던 로봇이다. 태양열 에너지로 움직이는, 3m를 가는 데 1분이 걸리는 로봇은 15년 동안 약 45㎞를 탐사했다. 기대 수명을 60배나 넘는 시간이었다. ‘가까이 밀착했다가 돌연 아득히 바라보는 낙차 덕분에 외로움, 실망, 다짐 같은 인간적 감정이 피어난다’는 추천의 말에 공감하며, 글자보다 짙은 그림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래도 괜찮다. 조금씩, 천천히,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림책 속 오퍼튜니티의 말이다. 비록 이야기가 더해진 그림책 속 대사지만 아카이브의 선언처럼 다가온다. 조금씩 천천히, 우리가 사는 세계의 진일보를 이끄는 발자취. 그것이 우리 각자의 삶을 가꾸고 대하는 태도여도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를 나선다. 자유·평화 전파하는 공간… 층층이 기억을 쌓다용산 6·25전쟁 아카이브센터 ●전쟁과 평화의 기록실 6월은 호국의 달이다. 6월 6일은 현충일이고 6·25전쟁은 약 74년 전 6월 25일에 있었다. 6·25전쟁 아카이브센터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와 더불어 주목할 만한 서울의 아카이브다. 크게 도서자료실(Library)과 전문자료실(Archive Lab)로 나뉘는데, 책 중심의 도서자료실은 도서관 성격, 6·25전쟁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전문자료실은 아카이브의 비중이 높다.위치는 전쟁기념관 2층 동쪽 면이다. 그에 앞서 3층 높이 아트리움의 대형 유물을 마주한다. 도서관과 탱크와 전투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도서자료실에 들어서서는 눈앞에 펼쳐진 파노라마에 다시 놀란다. 용산공원의 녹지와 멀리 남산의 N서울타워까지 황홀하게 펼쳐진다. 아는 이들만 찾아온다는 서울의 숨은 ‘뷰맛집’을 시각으로 체감한다. 서가를 뒤로한 채 창가로 먼저 걸음을 옮겨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소파에 기대 잠시 창밖을 품고서 머문다. 유월의 이른 봄 하늘은 푸르고 뜨겁다. 전쟁 같은 서울의 소음도 사라진다. 이 고요한 평화야말로 전쟁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일 테다. 톨스토이의 소설 제목을 빌리면 ‘전쟁과 평화’다. ●6·25전쟁 아카이브를 세계문화유산으로 6·25전쟁 아카이브센터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기능적으로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6·25전쟁 관련 자료를 종합적으로 아카이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카이브센터가 생겨나며 그간 비공개였던 자료부터 기증받은 자료까지 국내외를 아우른다. 최종 목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다.도서자료실은 그 작은 출발점이다. 서가의 분류는 ‘전쟁’ 주제와 교양, 어린이도서로 등으로 나뉜다. 전쟁사는 국내전쟁사, 세계전쟁사, 6·25전쟁으로 분류하는데 6·25전쟁이 눈길을 끈다. 6·25전쟁 아카이브센터를 준비하며 삼은 주제는 ‘하나의 사건, 모두의 기억’이다. 타워형의 6·25전쟁 서가는 각각 국가, 군인, 민간, 유엔 참전국, 공산권, 전후세대의 여섯 가지 시점으로 전시해 이를 전달한다. 민간의 기억은 도서자료실을 찾는 많은 이들이 민간인이라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인문학자의 기록에서 어머니, 여고 동창생, 종군신부까지 다양하다. 공산권의 기억은 ‘조선인민군 우편함 4604호’(이흥환, 삼인) 같은 책이 눈에 띈다. 북한 조선인민군의 전해지지 않은 편지를 수록한 책이다. ‘아이들 죽이지 말고 잘 길러주시우’, ‘고향에 돌아올 때는 이 편지를 꼭 품 안에 넣고’ 등 그 목차만으로 절절하다. 이 모든 편지가 결국 전해지지 않았다.●전쟁을 알리는 육성과 손글씨 전문자료실은 도서자료실보다 규모는 작지만 한층 생생하고 입체적이다. 6·25 당시 사진, 문서, 영상, 기록화 등의 자료를 꼼꼼하고 촘촘하게 정리해 개방한다. 가운데 연구테이블에는 6·25전쟁 당시 조직된 종군문인단인 ‘문총구국대’의 기록을 전시했다. 시인 유치환, 화가 우신출, 사진가 김재문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기록한 한국전쟁의 자료다. 6·25전쟁 자료서가는 서랍을 열어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특히 1950년 8월 16일 입대해서 1954년 7월 3일 전역한 류영봉(미 제7사단17연대 의무중대)씨의 기록이 눈길을 끈다. 한반도 지도 위에 빼곡하게 적은 손 글씨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전쟁을 이끈 장군이나 유명한 문인과는 달리, 평범한 한 개인의 기록은 한층 깊은 울림을 전한다. 안쪽 미디어 부스에서는 그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도 있다. 소설가나 영화와 드라마 미술팀이 고증을 위해 찾을 만큼 방대하고 세세한 자료를 갖췄다.6·25전쟁 아카이브센터를 보고 나오는 길에는 기획전시실도 둘러볼 일이다. 기획전시실에서는 6·25전쟁 아카이브 기획전 ‘어제의 기록, 내일의 기적’(~6월 30일)이 열리고 있다. 현재는 6·25전쟁 자료 수집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내용이 주다. 하지만 이는 아카이브센터와 기획전시, 학예연구사와 사서의 협업을 예고한다. 전시장을 나오기 전에는 ‘세상을 보는 지혜’(발타자르 그라시안, 자화상)로 잘 알려진 예수교 신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글이 전송된다. ‘기록은 기억을 남긴다.’ 전쟁을 겪은 이에게 전쟁은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지만 그 기록은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 평화의 격언처럼 다가온다. 당연한 이 말은 유월의 6·25전쟁 아카이브라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여행수첩] ●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오전 10시~오후 8시(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주말, 공휴일 3~10월), 오전 10시~오후 9시(매월 첫째, 셋째 금요일)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매주 월요일 휴관, 누리집 semaaa.seoul.go.kr (02)2124-7400. ● 6·25전쟁 아카이브센터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매주 월요일 휴관, 누리집 www.warmemo.or.kr (02)709-3224~5.
  • 강제동원 숨긴 日사도광산… 새달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커졌다

    강제동원 숨긴 日사도광산… 새달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커졌다

    日 “등재 고려할 가치 인정받아새달 21개국 위원회서 결의 추진”에도 시대로 한정해 ‘꼼수’ 추천조선인 강제동원 언급하지 않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동원이 이뤄진 니가타현 ‘사도광산’에 대해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이코모스의 지적대로 자료를 보완하면 이르면 다음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일본 문화청은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코모스에서 ‘정보 조회’ 권고가 내려왔다”면서 “사도광산은 세계유산 등재를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다음달 인도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결의가 되도록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코모스는 등재 심사 대상에 대해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를 거쳐 등재, 보류(정보 조회), 반려, 등재 불가 등 4가지 권고안 가운데 하나를 내놓는다. 보류 권고는 세계유산 등재 신청국에 보완 조치를 하도록 다시 회부한다는 뜻이다. 일본 문화청에 따르면 이코모스는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추천할 때 시대적 배경을 에도 시대(1603~1867년)로 한정했기 때문에 그 이후 시기 관련 가치나 자산은 추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또 광업·채굴이 이뤄진 모든 시기를 통한 추천 자산에 관한 전체 이력과 역사를 현장에서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설명·전시 전략과 시설·설비 등을 갖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이 17세기 세계 최대 금 산출량을 자랑하며 금의 채취에서 정련까지가 수작업으로 진행된 유례없는 광산이라며 세계유산으로 추천했다. 하지만 이 광산이 태평양전쟁 때 전쟁물자 확보처로 활용했고 전쟁 기간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고자 조선인을 대거 동원하며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부정적 과거를 피하고자 에도 시대에 한정해 추천하는 ‘꼼수’를 썼다. 이코모스의 권고대로면 일본 정부는 군함도 사례와 마찬가지로 사도광산에도 강제동원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전시물 등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이코모스의 권고 내용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등재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최종 등재 여부는 다음달 2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한국을 포함한 21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보류는 등재 불가가 아니어서 일본 정부가 이코모스의 권고대로 추가 자료를 취합해 보완하면 당해 또는 다음 연도에 열리는 회의에서 등재가 가능하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해 이코모스의 ‘보류’ 권고안을 받은 6건이 모두 그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며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기정사실화했다.
  • 프라이팬처럼 달궈진 지구… 더위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

    프라이팬처럼 달궈진 지구… 더위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

    2019년 폭염으로 50만명 사망기온 1도 오르면 범죄율도 상승화석연료 감축·녹지 확대 시급 올해 올림픽이 열리는 도시 프랑스 파리. 아름다운 파리의 풍경을 이루는 것 중 하나는 함석지붕이다. 숫자로는 10만호 이상, 비율로는 파리 건물의 80% 정도가 함석지붕이라고 한다. 함석지붕이 파리의 외관을 바꾼 건 19세기다. 당시 기후는 21세기와 달랐다. 여름철에 덥긴 했어도 지금처럼 맹렬하지는 않았다. 낮 기온이 40도를 넘길 때면 함석지붕은 프라이팬으로 변한다. 90도 가까이 달궈진다. 2003년 2주간 닥친 폭염 때엔 프랑스 국민 1만 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함석지붕 아래 살던 노약자, 가난한 이들이 폭염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프랑스뿐 아니다. 2019년엔 전 세계 약 50만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더위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 ‘살인적’이란 표현을 넘어 실제 살인이 벌어지고 있다. ‘폭염 살인’은 ‘인간 사냥’에 나선 폭염의 실체를 다룬 책이다. ‘열국 열차’를 타듯 평균기온 45도를 웃도는 파키스탄부터 남극에 이르기까지 달궈진 지구 곳곳을 돌며 폭염의 참상을 전하고 있다. 여느 기후 관련 책들이 미래를 예견한 것과 달리 현재를 다루고 있어 더 흥미롭다. 열은 우리 일상과 신체, 사회시스템을 붕괴시킨다. 통계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극단적 선택과 유산이 늘고 강간 등 강력범죄 빈도도 높아진다. 열은 우리 행성의 질병 알고리즘까지 다시 쓰는 중이다. 이집트숲모기가 그 예다. 뎅기열, 지카 등 온갖 바이러스를 옮겨 ‘날아다니는 살인 기계’라고 불린다. 이 녀석들도 너무 뜨거운 곳에선 생존이 어렵다. 그래서 적합한 기후를 찾아 서식지를 옮긴다. 이후 결과는 뻔하다. 이 살인 기계와 생전 처음 조우한 인간들은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녹는 것이다. 수만년간 얼음에 갇혔던 병원체들이 풀려나고, 인류는 절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저자가 “지구상 모든 존재가 골딜록스 존(생존 가능 영역) 밖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고 경고한 이유다. 해결책은 있다. 우선 지구 열탕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화석연료 투자 세계 2위 한국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콘크리트 공간을 줄이고 도시 환경도 재배치해야 한다. 저자는 “나무와 녹지, 공원 등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평균기온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했다.
  • 유네스코 자문기구 “日 사도광산 추가 자료 제출 권고”

    유네스코 자문기구 “日 사도광산 추가 자료 제출 권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이 이뤄졌던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에 대해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이코모스의 지적대로 자료를 보완하면 사도광산이 이르면 다음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문화청은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코모스로부터 ‘정보 조회’라는 권고가 이뤄졌다”며 “사도광산은 세계유산 등재를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다음달 인도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결의가 되도록 대응하겠다”라고 했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코모스는 등재 심사 대상에 대해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거쳐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권고한다. 두 번째 권고안인 ‘보류’(Refer)에 대해 일본에서는 ‘정보 조회’라는 용어로 쓴다. 쓰는 용어만 다를 뿐 세계유산 등재 신청국에 보완 조치를 취하도록 신청국에 다시 회부한다는 의미다. 이코모스의 권고 내용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등재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최종 등재 여부는 다음달 21일부터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을 포함한 21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등재 불가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이코모스가 권고한 대로 추가 자료를 보완하면 당해 또는 다음 연도에 열리는 회의에서 등재될 수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해 이코모스의 ‘보류’(정보조회) 권고안을 받은 6건은 모두 그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22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정식 추천했지만 유네스코가 일본이 제출한 추천서가 미비하다며 심사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미비점을 보완해 지난해 1월 재추천했다. 앞서 니가타현은 사도광산을 추천하면서 17세기 세계 최대 금 산출량을 자랑하며 금의 채취에서 정련까지 수작업으로 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광산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추천 이유에서 에도 시대(1603~1867년)로 한정했고 태평양전쟁 때 사도광산을 전쟁물자 확보를 위한 광산으로 활용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전쟁 기간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조선인을 대거 동원한 데다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부정적 과거는 지웠다.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상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주장하는 강제노동은 메이지 시대 이후의 이야기”라며 한국의 비판을 무시하기도 했다.
  • 유네스코 자문기구 “사도광산 강제노역 설명 필요”…보류 권고

    유네스코 자문기구 “사도광산 강제노역 설명 필요”…보류 권고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전문가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보류’를 권고했다고 일본 문화청이 6일 발표했다. 일본 문화청에 따르면 이코모스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자료 추가 제출을 요구하며 보류를 권고했다. 이코모스는 등재 심사 대상에 대해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등을 거쳐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결정한다. 보류는 일부 미비한 자료가 있어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으로 자료를 보완하면 당해 또는 다음 연도에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우리나라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등재 추진 과정에서 보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북한 역시 개성역사유적지구가 보류 판정을 받았다가 결국 등재됐던 사례가 있다. 일본 문화청은 “사도광산이 세계유산 등재를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았다”면서 “일본 정부로서는 올해 7월 인도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되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이코모스에서 보류 권고를 받은 문화유산 6건은 모두 지난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결의됐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 역시 “(보류 권고가) 등록으로 인정된 사례가 많아 가능성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간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유산의 대상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역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비판받아왔다. 그러나 이코모스는 에도시기 이후 유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구 자산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일본의 설명을 요구했다. 또한 추가 권고에서 “광업 채굴이 이뤄졌던 모든 시기를 통한 추천 자산에 관한 전체 역사를 현장 레벨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전략을 책정해 시설과 설비 등을 갖추라”고 주문했다. 이는 곧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도광산은 에도시대에는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이용됐다. 일본 정부는 시기를 한정하는 꼼수를 썼으나 이코모스의 권고는 사도광산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강제노역 시기인 일제강점기를 포함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가 담겨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코모스의 권고 내용은 다음달 21~3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21개 위원국이 세계유산의 최종 등재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한국이 지난해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에 새로 선출된 만큼 추후 사도광산과 관련해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등재 결정은 21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성립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이 관례다. 일본 정부는 앞서 2022년 2월 한국 정부의 반발에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정식 추천했으나 유네스코는 일본이 제출한 추천서에 미비점이 있다고 판단해 제출된 서류를 토대로 한 심사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후 지난해 1월 유네스코가 지적한 미비점을 보완해 재추천했다.
  • “제주 역사는 해녀 역사다”… 이 시대 ‘마지막 인어’ 앵글에 담은 뉴욕 사진작가

    “제주 역사는 해녀 역사다”… 이 시대 ‘마지막 인어’ 앵글에 담은 뉴욕 사진작가

    “해녀들의 독특한 생활방식, 지혜, 전통이 사라져서는 안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중요한 발자취로 남아야 한다.” 사진작가 피터 애시 리(42)가 지난 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박물관에서 ‘마지막 인어(The Last Mermaid)’ 사진전을 개최하며 6일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제주의 역사는 해녀의 역사”라며 “마지막 해녀를 통해 모든 해녀를 기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해녀박물관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작가가 지난 4월 인사동에서 사진집 ‘마지막 인어’를 출간한 기념으로 전시하는 와중에 해녀박물관에서도 꼭 전시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면서 “퀄리티가 높고 해녀의 모습을 잘 포착한 작품들을 보고 흔쾌히 사진전을 준비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문화갤러리 네 번째 전시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구좌읍 평대리 해녀들을 촬영한 사진작품 20여점을 선보여 해녀들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캐나다 토론토에서 생활한 작가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이자 디렉터. 2018년 12월 제주도를 여행하며 제주의 특별한 여성 공동체인 해녀들을 촬영하면서 해녀문화를 접했다. 당시 그는 비교적 젊은 해녀인 고려진(39) 해녀와 오랜시간 대화를 나눴고 제주도에서 할머니, 어머니에 이어 3대째 물질하며 자신을 ‘마지막 인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는 사라져가는 해녀문화를 조명하게 됐다.특히 지난해부터 보그 매거진, CNN 방송, 뉴욕타임즈 등에서 작가의 사진작품과 함께 제주의 해녀문화가 소개되면서 제주해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주해녀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매년 해녀의 수는 감소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내에는 제주시 1954명, 서귀포시 1272명 등 3226명의 해녀가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80세가 41.2%로 가장 많고 60~69세 27%, 80세 이상 23.6% 순이다. 30~39세는 24명으로 0.7%, 30세 미만은 4명으로 0.1%에 그치고 있다. ‘ᄌᆞᆷ녀 아니 댕기믄 바당 엇어져 갈거(해녀 안 다니면 바다 사라져요)’라는 해녀들의 일생을 조사한 생애사 조사보고서에서 물질 경력 50년된 고춘옥(84)씨는 “물질이 제일 돈 버는 거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딸이나 손녀에게는 시키고 싶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물질하는 해녀의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 고씨는 “해녀학교 나온 사람들이 해녀하겠다면 각 마을에서 조건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바다가 있어야 다시 태어나도 물질할 수 있을 것 아니냐”면서 “바다를 지켜야 해녀가 있고 해녀가 있어야 바다가 있다”고 전해 해녀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정재철 도 해양수산국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제주도의 소중한 해녀문화유산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정재정의 독사만평] 정조문과 고려미술관

    [정재정의 독사만평] 정조문과 고려미술관

    일본 교토시 북동쪽 가모가와 근처의 한적한 주택가에 재일동포 정조문(鄭詔文ㆍ1918∼1989)이 건립한 고려미술관이 있다. 정조문은 40년 동안 사재를 털어 일본에서 수집한 고려·조선의 서화·공예 등 1700여점을 보존·전시하기 위해 자택 대지 120평에 4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박물관을 지어 1988년 10월 25일 개관했다.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며 ‘고려’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4개월 전이었다. 고려미술관은 일본에서 유일한 한국 전통문화 전문의 정식 사설 박물관으로서 재일동포의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일본인의 한국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조문은 경상북도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대한제국의 관리였으나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는 바람에 가세가 기울었다. 아버지는 살길을 찾아 1925년 할머니, 어머니와 아들 귀문(8세)·조문(6세)을 데리고 교토에 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니시진 근처에서 베를 짜고 귀문은 인쇄소, 조문은 직물공장에서 일했다. 특고경찰의 감시가 심했다. 조문은 10살이 돼 소학교 4학년에 편입했다. 일본 아이들은 ‘신공황후의 삼한정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정벌’ 등을 흉내 내면서 날마다 조문을 괴롭혔다. 조문은 차별과 박해를 무릅쓰고 일본 아이들과 신뢰 관계를 잘 쌓아서 마침내 학급위원이 됐다. 졸업 때는 대표로서 답사를 읽기도 했다. 조문의 학력은 초등교육 3년이 전부다. 1936년 어머니가 복막염과 과로로 세상을 떴다. 게다가 일본은 전시체제로 접어들면서 전통 염직물을 사치품으로 지정해 생산을 금지했다. 생업을 잃은 조문 일가는 뿔뿔이 흩어졌다. 해방 직후 아버지는 후처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세 아들을 데리고 귀국했다. 조문은 할머니와 함께 오사카에서 노동판을 전전했다. 일본이 재일 한국인을 외국인으로 분류하자 조문은 한국이나 북한을 마다하고 통일된 조국을 지향했다. 조문은 교토에서 파친코, 음식점 등의 사업으로 떼돈을 벌었다. 1955년 조문은 교토 한복판 고미술상에 놓인 조선 백자항아리를 보고 반했다. 무척 비싼 가격이었지만 한국 도자기가 그렇게 높은 가치를 지녔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월부로 구입했다. 조문은 백자항아리에서 어머니와 할머니의 치마저고리를 연상했다. 그리고 자신의 뿌리인 한국과 삶터인 일본을 연결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눈을 뜬 조문은 일본에서 거래되는 한국 미술품을 마구 사들였다. 귀국할 기회가 생기면 찻잔 하나라도 더 갖고 가겠다는 일념이었다. 고려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으로는 각종 청자와 백자, 목공예, 기와, 청동거울, 불상, 김홍도·김명국·김정희·권돈인 등의 그림과 글씨, 조선통신사행렬도 등이 유명하다. 정원에는 5층 석탑과 문무인상, 옥상에는 옹기 등을 안치했다. 국보급도 여럿이다. 특히 조선통신사행렬도는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고려미술관은 상설전시는 물론 가끔 특별강좌와 기획전시를 개최한다. 지난주 교토기행단을 이끌고 고려미술관을 방문했다. 조문의 장남인 정희두 이사장이 친히 고려미술관의 내력과 소장품 내용을 정성껏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부친의 간절한 바람을 담담히 전했다. ‘온 세계 사람들이 우리 조국의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진정한 국제인이 되기 바랍니다. 조선이나 한국의 풍토 속에서 성숙한 아름다움은 여기 일본에서도 언어, 사상, 이념을 넘어 이야기합니다. 부디 조용한 마음으로 그 흥취를 느껴 주시기 바랍니다.’ 일행은 일본 역사와 문화의 본향 속에 당당히 살아 있는 고려미술관을 둘러보며 재일동포의 치열한 삶과 혼을 실감하고 뿌듯함과 안쓰러움에 젖어들었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 세종 옥새·100억대 거북선·전통 갑주 한자리에

    세종 옥새·100억대 거북선·전통 갑주 한자리에

    “금동향로, 금관 등 우리나라 국가유산이 입증하듯 세계적 수준의 우리 공예 기술력과 예술성을 즐기시길 바랍니다.”(김군선 서울공예문화축제 총감독) 최항복 전통한지투구 분야 명인이 만든 전통 갑주(갑옷과 투구), 곽종민 무형유산의 붓, 이창수 금속공예가가 만든 태조·세종의 옥새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오는 10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 예정인 박해도 금속공예 명인이 제작한 100억원 상당의 거북선도 전시된다. 서울공예문화축제 추진위원회는 6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울함 공원에서 제2회 서울공예문화축제를 연다. 한국문화유산산업진흥원이 주관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이번 축제에서는 공예인을 위한 페어부터 일반인을 위한 공예 체험과 교육, 큐레이터 및 도슨트까지 만날 수 있다. 김 총감독은 “배와 관련한 각종 사건·사고로 상처 입은 분들이 많은데 이번 서울함 공원에서 열리는 공예 전시를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생존 독립유공자 5명뿐… 마음놓고 예우할 시간도 부족하다

    생존 독립유공자 5명뿐… 마음놓고 예우할 시간도 부족하다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도록 헌신했던 독립유공자와 6·25 참전유공자가 해마다 급격히 줄고 있다. 하지만 독립유공자로 인정되려면 여전히 본인이나 후손이 자료를 모으기 위해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하는 데다 참전유공자에 대한 지원은 생활을 온전히 이어 나가기엔 부족하다. 국가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곧 국가의 품격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일제의 국권 침탈 전후로 일제에 항거한 독립유공자(애국지사)는 현재 단 5명만이 생존해 있다. 6·25전쟁 참전유공자는 3만 7969명이 남아 있다. 5년 전인 2019년에만 해도 각각 37명과 9만 3845명이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작고하는 분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희생과 헌신에 대한 예우와 보은을 하려 해도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독립운동 사실을 후손에게 알리지 않거나 이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해 뒤늦게 보훈 대상이 된 애국지사도 적지 않다.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에 따르면 광복군이나 독립군으로 활동한 이들은 10만명, 의병으로 활동한 이들은 3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이 중 포상이 이뤄진 경우는 1만 8000명에 그친다.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원장은 “2018년 건국포장을 받은 안창호 선생의 조카 안맥결 총경의 자료 정리·보완에만 2년이 걸렸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쟁 후유증 등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국가유공자도 많다. 2021년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를 보면 국가보훈대상자 가구 중 저소득층은 15.4%였다. 참전유공자의 경우 65세 이상만 월 42만원의 참전명예수당을 받는다. 80세 이상 중 소득·재산 조사까지 마쳐 생계가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생계지원금 월 10만원을 추가로 지급받는다. 6·25전쟁 국군 포로 생존자인 강희열(91)씨는 5년 전인 2019년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고 있다. 참전명예수당과 생계지원금까지 받아도 강씨 손에 쥐어지는 건 한 달에 100만원 남짓이다. 강씨는 “가끔은 버림받은 기분이 든다”며 “국가를 위해 싸우다 다치고 인생이 어그러진 우리에게 보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재향군인 등을 ‘영웅’으로 여기며 사회적으로 예우한다. 비행기에 탑승한 전직 군인을 향해 “여기 영웅이 있다. 국가를 지켜 주셔서 감사하다”는 안내방송을 하며 박수를 보낼 정도다. 지원책도 다양하다. 주별로 참전 용사를 대상으로 한 각종 현금 수당, 융자 프로그램, 의료시설과 공공시설 이용 등의 혜택을 준다. 나이 등 조건을 충족하면 재향군인 연금으로 연간 최대 1만 6037달러(약 2100만원)를 지급한다. 우리는 참전명예수당과 생계지원금을 합쳐도 연간 624만원에 그친다. 이강수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는 “학생 때 6·25전쟁에 참전한 유공자들은 학업이 중단되는 바람에 생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최저생계비의 70% 정도는 보장해 남은 삶을 잘 이어 갈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신계균 국민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유공자는 역사의 교훈을 전하는 살아 있는 정신적 유산이자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성산 일출봉 야간 개방하고… 거문오름 용암길 다시 열리고…

    성산 일출봉 야간 개방하고… 거문오름 용암길 다시 열리고…

    거문오름 용암길이 다시 열리고 성산일출봉이 야간에 무료로 개방된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17주년을 기념해 거문오름 용암길 무료 탐방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기획전시실에서는 오는 7월 15일까지 ‘그 땐 그랬지, 과거로 떠나는 세계유산 여행’ 특별전을 진행한다. 성산일출봉 옛 사진 포토존, 한라산 옛 기사 아크릴 포토존 등 다양한 포토존을 비롯해 ‘그 때 그 시절의 한라산’ 레트로 부스 등을 구성해 추억과 재회하는 ‘즐길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는 28일부터 7월 1일까지는 세계자연유산 특별개방 기간으로 평소에 개방하지 않는 거문오름 용암길 6㎞를 사전 예약 없이 무료로 탐방할 수 있다. 탐방객 편의를 위해 용암길 종점에서 세계자연유산센터까지 2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도 운행한다.특히 이번 특별 개방 기간에 처음으로 진행되는 성산일출봉 야간 탐방은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성산일출봉 정상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29일과 30일에는 성산일출봉 잔디광장에서 공연과 체험행사도 열린다. 한라산국립공원에서는 한라산 사라오름 정상을 사전 예약 없이 오전 10시 이후 자연환경 해설사와 함께 탐방할 수 있는 행사도 병행한다. 이 기간 동안 거문오름, 성산일출봉, 한라산 세 곳을 방문해 스탬프를 찍으면 소정의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이뤄진다. 또한 세계유산지구를 방문해 엽서와 같이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하면 기프트콘을 증정하는 인증샷 이벤트도 한다. 김희찬 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세계자연유산 등재 17주년 기념 행사는 성산일출봉 야간 탐방 등을 통해 세계유산을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세계유산과 제주 관광을 연계해 제주 세계유산의 등재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깨어나는 천년 역사…강릉단오제 서막

    깨어나는 천년 역사…강릉단오제 서막

    천년의 역사를 지닌 강릉단오제가 오는 6일부터 13일까지 강릉 남대천 행사장에서 열린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인 강릉단오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속축제로 꼽힌다. 올해 강릉단오제 주제인 ‘솟아라, 단오’는 천년을 이어온 강릉단오제를 통해 시민들의 희망이 솟기를 바라는 마음, 전 세계에 대한민국과 강릉을 알릴 수 있는 강릉단오제의 위상이 솟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강릉단오제에서는 전통문화의 정수인 ‘제례’와 신과 사람이 소통하는 ‘굿판’,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난장’ 등 12개 분야 64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강릉단오제 기간 아리마당에서 1일 2회 강릉관노가면극 공연이 열리고, 영신제와 영신행차(8일), 단오굿(8~13일), 조전제(9~13일), 송신제(13일)가 이어진다. 국립무용단은 ‘축제’라는 작품으로 폐막식을 장식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강릉 사투리를 공연과 강연으로 즐기는 ‘찾아가는 사투리 이야기 콘서트’를 10일 연다. 콘서트에서는 역대 강릉사투리경연대회 수상자인 권정자, 심명숙씨가 감자전, 감자옹심이 등 토속 음식을 강릉 사투리로 소개하고, 강릉 출신 소설가 이순원씨는 ‘문학으로 보는 강릉말의 매력’을 주제로 강연한다. 강릉단오장사씨름대회는 남자체급별장사전, 여자체급별장사전, 여자부단체전으로 나눠 열려 300여명이 자웅을 겨룬다. 앞선 4~5월 열린 신주미(神酒米) 봉정에는 역대 최다인 6689가구가 참여해 80㎏ 기준 204가마가 모였다. 김동찬 강릉단오제위원장은 5일 “흥과 신명이 솟는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원도는 강릉단오제에서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먹거리 가격도 사전 고지했다. 주요 먹거리 가격은 감자전 6000원, 소주 4000원, 막걸리(1L) 6000원 등이다.
  • 백자에 아프리카꽃, 할랄 한식… 韓·阿 영부인 화합의 오찬

    백자에 아프리카꽃, 할랄 한식… 韓·阿 영부인 화합의 오찬

    김건희 여사가 4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로 한국을 방문한 13개국 정상 배우자들과 오찬 행사를 가졌다. 대통령실은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담아 점심 메뉴와 공연을 준비했다. 대통령실은 한국, 아프리카산 꽃을 백자 화병에 담아 오찬장인 청와대 상춘재를 장식했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조화와 화합을 상징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사전 공연은 첼로와 가야금을 활용한 퓨전 국악 연주, 오찬이 끝난 후 녹지원에서 열린 본공연에선 한국과 아프리카의 ‘합작 판소리’가 펼쳐졌다.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 민혜성 명창과 카메룬 태생 프랑스인으로 민혜성 명창의 제자인 마포 로르가 협연했다. 일부 대목은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함께 불렀다. 차담과 오찬 메뉴는 퓨전 한식으로 차려졌다. 할랄, 채식, 락토프리(유당 제거) 등 개인의 취향을 반영했다. 할랄 안심 너비아니 구이가 제공됐고, 채식주의자를 위해서는 두부구이와 구운 채소가 나왔다. K푸드의 인기를 반영해 미니 김밥, 쌈밥, 궁중 떡볶이도 제공됐다. 김 여사는 한국과 아프리카가 자녀에 대한 희생과 강인함 등 어머니의 정서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했다. 김 여사는 “아프리카가 현대 미술을 이끌어 온 것처럼 앞으로 세계 경제와 문화 발전의 중심이 될 잠재력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후 시에라리온 대통령 부인 파티마 마다 비오 여사와 경복궁 경회루에서 차담과 산책을 했다. 비오 여사는 시에라리온의 여성 성폭력 및 조혼 심각성을 언급하며 이들을 위한 공립병원 건립 개원식에 김 여사를 초청했다. 김 여사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 사도광산 강제동원 부정한 日…제2군함도 만들어지나

    사도광산 강제동원 부정한 日…제2군함도 만들어지나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이 이뤄졌던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에 대해 강제동원보다 에도 시대(1603~1867년) 수공업으로 채굴한 게 핵심이라며 부정적 역사를 또다시 감췄다. 모리야마 마사히토 일본 문부과학상은 4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데 대해 “세계 광산에서 기계화가 진행되는 16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전통적인 수공업에 의해 세계 최대·최고 품질의 금 생산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해서는 “에도 시대 손으로 직접 채굴했다는 것이 포인트”라며 “한국이 주장하는 강제노동은 메이지 시대 이후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르면 이번 주 발표될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사도광산 평가 결과에 대해 “이제 곧이라는 느낌”이라며 “문화적 가치가 평가되는 것을 기대하며 행운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코모스는 각국이 신청한 유산을 조사한 뒤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네 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택해 당사국에 전달한다. 교도통신은 모리야마 문부과학상의 발언에 대해 “(등재 권고) 기대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사도광산의 최종 등재 여부는 다음달 말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니가타현은 사도광산을 추천하면서 모리야마 문부과학상이 언급한 대로 17세기 세계 최대 금 산출량을 자랑하며 금의 채취에서 정련까지 수작업으로 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광산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추천 이유에서 에도 시대로 한정했고 태평양전쟁 때 사도광산을 전쟁물자 확보를 위한 광산으로 활용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전쟁 기간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조선인을 대거 동원한 데다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부정적 과거는 지웠다. 이와 관련해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는 지난 4월 4일 니가타현에서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를 만나 사도광산에 대해 세계유산 추천 시 강제동원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김건희 여사, 청와대에서 아프리카 배우자 오찬 행사 주재

    김건희 여사, 청와대에서 아프리카 배우자 오찬 행사 주재

    한국·아프리카 꽃으로 상춘재 장식할랄·채식·락토프리 등 퓨전한식도 김건희 여사는 4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배우자 오찬 행사를 주재했다. 대통령실은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담아 점심 메뉴와 공연을 준비했다. 이날 행사에는 13개국 정상의 배우자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한국, 아프리카산 꽃을 백자 화병에 담아 상춘재 오찬장을 장식했다. ‘봄이 늘 계속되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상춘재를 봄꽃으로 꾸민 것인데, 한국과 아프리카의 조화와 화합을 상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전 공연으로는 첼로와 가야금을 활용한 퓨전국악 연주가 펼쳐졌다. 오찬이 끝난 후 녹지원에서 열린 본 공연은 한국과 아프리카의 ‘합작 판소리’로 문을 열었다.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 민혜성 명창과 카메룬 태생 프랑스인으로 민혜성 명창의 제자인 마포 로르가 협연했다. 일부 대목은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함께 불렀다. 수묵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차담과 오찬 메뉴는 퓨전 한식으로 차려졌다. 퓨전 한식을 기본으로 할랄, 채식, 락토프리(유당 제거) 등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다양하게 구성했다. 무슬림을 위해 상춘재 우측 끝에는 기도실도 준비했다. 할랄 안심 너비아니 구이가 제공됐고, 채식주의자를 위해서는 두부구이와 구운 채소가 나왔다. K푸드 인기를 반영해 미니 김밥, 쌈밥, 궁중 떡볶이도 제공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한국 전통문화를 영부인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공연부터 메뉴까지 수개월 동안 섬세히 챙겼다”며 “특히 오찬은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채롭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코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 장충단 호국의 길, 남산기억로...중구 역사 해설 ‘다크 투어’

    장충단 호국의 길, 남산기억로...중구 역사 해설 ‘다크 투어’

    6월 호국의 달, 중구가 운영하는 ‘장충단 호국의 길’, ‘남산 기억로’ 해설사 탐방코스를 통해 잊지 않아야 할 역사를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장충단 호국의 길’은 장충단비→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이준 열사 동상→이한응 열사비→유관순 열사 동상→3.1 독립운동 기념탑→김용환 지사 동상→국립극장까지 이어지는 6㎞의 코스다. 중구 관계자는 “장충단공원 일대가 호국정신으로 가득한 공간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며 “약 2시간 동안 걸으며 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 유관순 열사 동상 등을 볼 수 있다”고 4일 소개했다.장충단은 고종이 을미사변 때 순국한 장병을 기리기 위해 1900년 세운 곳이다. 10년 뒤 일본은 제사를 금지하고 장충단을 폐사, 1920년 후반엔 공원으로 조성했다. 파리장서비는 1919년 3.1운동 시기 유교계 대표 137명이 2674자의 독립청원서를 파리 강화 회의에 보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됐다. 유교계가 독립운동에 나서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이준 열사는 1907년 이상설, 이위종과 함께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고종의 특사로 파견됐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와 열강들의 냉대 탓에 뜻대로 활동하지 못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현지에서 순국했다. 유해는 1963년 국내로 모셔 와 수유리에 안장하였으며 이듬해인 1964년에는 장충단공원에 동상을 건립했다. 호국선열의 상징과도 같은 유관순 열사의 동상과 3.1독립운동 기념탑 앞에 서면 애국 탐방은 절정에 이른다. 원래 숭례문 앞에 있던 유관순 열사 동상은 1971년 현재 위치로 이전되면서 장충단공원을 애국정신의 성지로 만들었다. 3.1독립운동 기념탑은 높이가 19m 19cm인데 이는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을 의미한다. ‘남산 기억로’ 탐방코스는 남산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침탈 흔적을 돌아보는 역사 탐방길이다. 남산골 한옥마을→ 통감관저 터→통감부 터→ 왜성대 터→ 노기신사 터→ 경성신사 터→ 한양공원 터→ 조선신궁 터의 3㎞코스를 2시간 동안 걸으며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둘러보는 ‘다크 투어’를 할 수 있다. 일제는 남산 곳곳에 식민 통치를 위한 건축물을 세웠다. 남산 가까이에 궁궐, 사찰, 시장 등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모였기 때문이다. 1898년 경성신사가 현재 숭의여대 자리에 들어섰고, 1907년에는 통감부가 지금의 남산예장공원 자리에, 이듬해엔 일본군 헌병대사령부가 지금의 남산 한옥마을 자리에 세워졌다.1925년 일제는 남산에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조선신궁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남산 자락에 쌓았던 한양도성 성벽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다. 조선신궁이 지어지자 일제는 조선인들에게 자신들의 문화와 종교를 강요했다. 지금도 조선신궁으로 올라가는 계단 일부가 남아 있다. 2005년 방영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유명해진 ‘삼순이 계단’이 바로 그 흔적이다. 장충단 호국의 길, 남산 기억로등 해설사 탐방코스는 서울 중구청 홈페이지에서 탐방 희망일 5일 전까지 신청하면 된다. 4인 이상 모이면 탐방이 진행된다. 중구 관계자는 “남산의 아름다운 자연 뒤에 숨겨진 역사의 교훈과 선열들의 희생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도심 속 숨겨진 역사문화유산을 알리고 관광객 유치도 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를 앞으로도 계속 발굴하겠다”라고 말했다.
  • 연탄배달차·자동성냥 제조기·잡지 친필 원고…‘예비문화유산’ 될까

    연탄배달차·자동성냥 제조기·잡지 친필 원고…‘예비문화유산’ 될까

    1960~70년대 연탄배달차로 익숙한 삼륜 화물차, 1976년 창간된 ‘뿌리깊은 나무’ 친필 원고, 1982년 제작된 자동성냥 제조기…. 국가유산청은 오는 9월 예비문화유산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 5월 한 달간 실시한 ‘근현대 예비문화유산 찾기’ 공모전에 총 361건, 1만 3195점이 접수됐다고 4일 밝혔다. 예비문화유산 제도는 제작된지 5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미래 가치가 있는 유산들을 발굴해 보존·관리하는 취지다. 공모전에는 과거 생활사와 관련이 깊은 유산들이 상당수 접수됐다. 1982년 경북 의성의 성광 성냥공업사에서 축목(성냥개비)에 초(파라핀)와 두약(화약)을 찍고 건조해 성냥을 생산했던 자동 성냥 제조기(윤전기)가 대표적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근현대 성냥 제조업 관련 산업유산이다. 1967년부터 1974년까지 생산됐다가 단종된 기아 T-2000은 ‘연탄 배달차’로 기억에 남아있는 근현대 생활유산이다. 당시 주로 자영업자와 용달회사 등에서 사용했다. 현재 국내에 딱 한 대 남아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한국 브리태니커 대표를 역임한 한창기(1936~1997)가 1976년 3월 창간한 ‘뿌리깊은 나무’ 친필원고가 있다. ‘뿌리깊은 나무’는 정기구독자가 최대 6만 5000명에 달했던 우리나라 대표 월간지 중 하나다. 당시에는 드물게 순우리말 제목에 한글만 사용했고, 인쇄본에 처음 가로쓰기를 도입했다. 이번 공모전에 접수된 친필 원고는 한창기 대표가 창간호부터 직접 쓴 것으로 보존상태가 양호해 당시 잡지발간사의 중요 사료로 꼽을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공모에 참가한 문화유산들에 대해 기초자료 조사와 전문가 검토,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예비문화유산으로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언제든 지자체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면 보존과 활용에 필요한 기술과 교육을 지원받을 수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제도가 정착되면 전 국민과 세계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케이팝, e스포츠 등 음악, 체육 분야 상징적 유산들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인왕제색도’ 등 서화유물만 4차례 교체 전시… ‘어느 수집가의 초대’ 오늘 개막

    ‘인왕제색도’ 등 서화유물만 4차례 교체 전시… ‘어느 수집가의 초대’ 오늘 개막

    “서화류는 자외선에 약해서 자외선 총량을 계산해서 한달 보름인 4일부터 7월 14일까지 첫번째 서화를 전시한 뒤 완전 교체해서 7월 16일부터 8월 18일까지 또다른 서화유물을 공개합니다. 빛에 쉽게 손상되는 서화를 보호하고, 더 다양한 작품을 제주에 소개하기 위해서 큐레이터들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박진우 국립제주박물관장은 4일부터 8월 18일까지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을 개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개막하기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보 ‘인왕제색도’는 6월 한 달간만 감상할 수 있으며, 보물 ‘추성부도’는 7월 16일부터 8월 11일까지만 선보인다”면서 “제주땅을 밟는 이들 작품들은 언제 또 다시 제주를 밟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많은 도민들이 찾아와 즐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선 ‘인왕제색도’에 이어 정약용이 쓴 ‘정효자전·정부인전’, 김홍도의 추성부도, 장승업의 ‘웅혼하게 세상을 바라보다’ 등 서화 교체 전시만 4회여서 최소 4차례 이상 N차 관람객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박 관장은 “섬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딛고 문화적으로 소외받던 제주도민들이 문화 향유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반갑고, 기증품이 기증되면서 문화유산이 전국 곳곳서 활용되고 기증자의 뜻이 제주에까지 미치게 됐다”면서 “특히 국립제주박물관과 이건희 기증품의 인연은 2022년부터 시작됐다. 화산석으로 깎아낸 제주 동자석과 문인석 5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관해 동자석 정원을 이곳에 꾸렸다. 이건희 기증품을 국립박물관 상설 전시에 활용하는 건 제주가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기증 1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이번 국립제주박물관 전시는 2021년 4월 28일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2만 1693점에서 문화유산 국보, 보물 16건 26점을 포함해 360여점을 엄선해 제주도민을 만난다. 포장과 운반에만 5박 6일이 걸릴 정도로 특급운송해 마련되는 전시다.특히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와 인연이 깊은 모사본 서첩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를 1934년 사진으로 공개된 이래 90년 만에 처음 실물을 공개한다. 박 관장은 “故 이건희 회장은 ‘전통문화의 우수성만 되뇐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때 문화적인 경쟁력이 생긴다’라는 말을 남겼다”면서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제주 도민의 문화향유권이 더욱 증진되고 더 많은 국민이 우리 문화유산과 미술품을 향유하여 일상을 풍요롭게 가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2022년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개최했다. 같은 해 국립광주박물관, 2023년 국립대구박물관과 국립청주박물관은 이 전시를 토대로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순회전을 열었다. 제주 전시는 전국 국립박물관 중 5번째이며 향후 춘천박물관 순회전을 끝으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 이건희컬렉션 제주 순회전, 개막 한달만에 2만명 관람 흥행질주

    이건희컬렉션 제주 순회전, 개막 한달만에 2만명 관람 흥행질주

    이건희컬렉션 제주 순회전이 개막한 지 한달 만에 누적 관람객 2만명을 돌파했다. 4일 제주도립미술관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 기준(관람일 31일) 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시대유감(時代有感)’ 누적 관람객이 2만 1673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제주도립미술관의 전체 관람객수 7만여명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로 불과 한달 만에 ‘이건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종후 도립미술관장은 “개막 첫날 1000명에 근접한 948명이 방문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등 하루평균 699명꼴로 이건희 컬렉션을 다녀갔다”면서 “지난해말부터 4개월간 열린 앙리 마티스&라울뒤피 명화전이 총 3만 2000명이 관람한 것과 비교해도 2배 넘는 관람객”이라고 밝혔다. 도립미술관에 따르면 노년층 관람객 수가 많은 게 흥행 비결로 꼽고 있다. 한달간 2만 1673명 관람객 가운데 유료 입장객(도민 입장료 1000원·일반인 2000원)은 1만 3400여명에 달하며 무료 입장은 8000명이다. 공무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달 31일에 이어 오는 7일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 완화와 문화예술 소양 함양을 위해 이건희컬렉션을 관람한다. 2021년 4월 28일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은 그의 수집품 2만 3000여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지역순회전을 통해 기증과 나눔의 가치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시대유감(時代有感)’이라는 타이틀로 한 제주 순회전은 근대~현대미술이 망라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건희컬렉션 50점을 중심으로 해 한국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40명의 작품 80여점을 4개의 섹션-‘시대의 풍경, 전통과 혁신, 사유 그리고 확장, 시대와의 조우’로 구성했다. 지난 4월 23일 개막한 이번 순회전은 오는 7월 21일까지 90일 동안 계속된다. 한편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4일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이 개막됐다. 오는 8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대표 문화유산 국보, 보물 16건 26점을 포함해 360여점이 전시된다. 제주도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이 근·현대 미술 중심의 회화작품 위주의 전시라면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은 고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국보, 보물, 서화 등 문화유산 등으로 꾸며졌다. 이중 국보 지정 문화유산인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고려불화 등은 도내 최초 공개된다.
  •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탄생… 범죄도시 오명·전임 후광 뛰어넘을까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탄생… 범죄도시 오명·전임 후광 뛰어넘을까

    득표율 58~60%… 2배 넘게 리드“조국의 어머니·딸·손녀들과 승리”美 트럼프 재선 땐 국정운영 위기 살인·납치 범죄율 감소 등 과제로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한 기후학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이 멕시코의 66대 대통령에 올랐다. ‘마초(남성 우월주의) 문화권’으로 꼽히는 멕시코에서 초대 대통령을 배출한 지 꼬박 200년 만에 첫 여성 좌파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멕시코 국립선거관리원은 2일(현지시간) 전국 투표를 반영하는 표본 집계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득표율 58.3 ~60.7%를 기록해 26.6~28.6%를 얻은 우파 중심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61)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1824년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후 첫 여성 대통령의 배출은 여당과 야당 유력 후보 두 명이 모두 여성이었기에 예견된 결과였다. 선거 당국의 당선 확정 발표 이후 셰인바움은 “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은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었다”면서 “우리에게 조국을 준 영웅들과 어머니, 딸, 손녀들과 함께 해냈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우리는 평화로운 선거를 통해 멕시코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셰인바움의 ‘정치적 멘토’로서 그의 승리로 좌파 정권을 연장하게 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애칭 AMLO·암로) 대통령도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날 멕시코는 대통령뿐 아니라 상원 의원 128명과 하원 의원 500명을 뽑는 총선과 지방선거까지 함께 실시해 모두 2만여명의 공직자를 선출한 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를 치렀다. 총선에서도 모레나가 이끈 여당 연합이 압도적 승리를 기록해 하원 500석 중 346~380석, 하원 120석 가운데 76~88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2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암로 대통령의 미완성 개혁안이 순조롭게 통과될 수도 있다. 리투아니아·불가리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셰인바움은 중남미 최고 대학인 멕시코 국립 자치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 노동·학생운동에 가담하며 좌파 사상을 가진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기후학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다 암로 대통령이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첫 여성 멕시코시티 시장에 오른 뒤에는 낙후 지역에 커뮤니티센터를 설치해 사회·문화·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면서 살인율도 절반으로 낮추는 등 정책 능력을 발휘했다. 이번 선거기간에도 멕시코 전역의 살인, 납치 등의 범죄율을 떨어뜨리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마약·갱단 범죄로 악명 높은 멕시코는 이번 선거 기간에도 폭력으로 20여명이 숨졌고, 선거 당일엔 투표소에서 총격으로 2명이 사망했다. 현지 경찰은 이번 폭력 사건을 영향력 과시에 나선 갱단원들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일 밤에는 지방의원 선거에 나선 여당 후보 이스라엘 델가도 베라(35)가 피살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현지 매체들은 셰인바움의 당선을 “역사적인 일”로 평가하면서 그가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지 주목하고 있다. 국경을 맞댄 미국의 언론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영어에도 능한 셰인바움이 당선 연설에서 “우리는 항상 국경 반대편에 있는 멕시코인들을 보호하겠다”고 말한 데 집중했다. 군대를 동원해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막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승리하면 셰인바움 임기에 가장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일간 레포르마 등 일부 현지 언론은 셰인바움이 레임덕 없이 임기 말까지 6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인 암로의 후광으로 당선됐다고도 분석했다. 6년 전 53%의 득표율로 당선된 암로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지를 얻었으며, 매일 아침 오전 7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인기를 끌었다. 셰인바움은 “오브라도르의 유산을 보호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해 자신의 집권이 ‘오르라도르 집권 2기’임을 확실히 했다. 오는 10월 1일 취임해 2030년까지 6년 단임 임기를 맡게 된다.
  • 치매 예방엔 화투? 고스톱 잘 치는 환자 될라… 일기 쓰고 운동하세요

    치매 예방엔 화투? 고스톱 잘 치는 환자 될라… 일기 쓰고 운동하세요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 앓아환자 74%가 알츠하이머성 치매기억력 등 인지기능 서서히 저하잠시 깜빡하는 건망증과 구별해야스트레스·가족력 탓 젊은층 발병우울증 앓았다면 위험 2~3배까지하루 1시간 이상 유산소 운동 추천언어 공부 등도 치매 예방에 효과 치료법을 찾지 못해 진단 자체로 ‘공포’인 병이 있다. 치매다. 초고령화 사회(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에 접어들면서 노인성 치매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0~50대 ‘젊은 치매’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유전적 요인 외 우울증과 지속적 스트레스가 치매 유발 요인으로 꼽히면서 전문가들은 조기 검진을 통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퇴행성 뇌 질환으로 불리는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전체의 74%에 이른다. 뇌혈관 질환으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는 11% 정도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 수는 2010년 13만 1513명에서 지난해 62만 4187명으로 13년 만에 50만명 가까이 늘었다. 중앙치매센터(‘대한민국 치매 현황 2022’)는 2022년 전체 치매 환자 97만명의 9% 남짓인 8만명이 65세 미만 ‘초로기 치매’ 환자였고, 초로기 치매의 3분의1은 알츠하이머성이라고 밝혔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기억력과 언어,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매우 서서히 저하되는 병이다. 1907년 독일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가 최초로 학계에 보고했다. 처음에는 방금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해 똑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다 점점 먼 과거까지 기억을 못 하게 된다. 또 이해·판단·계산 능력이 둔해지면서 방향감각을 잃거나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 심해지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거동이 힘든 상태로 변화하다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초기 증상은 나이가 들면서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지는 ‘양성 노인성 건망증’과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뚜렷한 차이가 있다. 건망증은 귀띔해 주면 기억해 내고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 메모 등으로 보완하려고 애쓰지만, 치매는 귀띔해 줘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이상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면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뇌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면서 발병한다. 치매 유병률은 나이가 5.1세 증가할 때마다 2배씩 증가한다. 젊은 환자들의 경우 유전적 요인이 매우 높다. 윤영철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유전적 요인은 전체 알츠하이머병의 5% 이내이지만 알츠하이머를 앓는 부모, 형제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발병률이 3.5배 정도 높고 젊은 나이에 걸린 경우 위험도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가족력과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 중금속 등 유해 환경, 흡연·과음, 디지털기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 등도 젊은 나이에 발병할 수 있게 한다.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부모, 형제 중 치매 환자가 있으면 본인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20~25% 정도다. 일반인보다 5배 높은 수치”라며 “40대 등 비교적 젊은 나이의 초로기 치매가 최근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노년기 치매보다 빨리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쉽게 받고 꼼꼼하고 고집이 세며 성격이 급한 경우 치매에 잘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트레스가 뇌의 코르티코트로핀 분비 호르몬(부신피질자극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베타 아밀로이드 생산을 자극해 기억력과 관계된 영역인 ‘해마’ 손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있으면 발병 위험은 더 커진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가 알츠하이머병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면서 “화병, 우울증은 치매 위험인자인데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발병 가능성이 2~3배 높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완치가 없지만 약물 치료로 진행을 늦출 순 있다.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여러 약물은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환자 예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실제 ‘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란 약물을 복용한 사람과 복용하지 않은 사람을 8년간 추적한 결과 약을 복용한 그룹의 20%가 요양시설에 입소한 반면, 미복용 그룹은 90% 이상이 입소했다. 완치약이 없는 상황에서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조한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기능 개선 활동은 ‘매일’, ‘꾸준히’가 중요하다”며 “매일 노트에 사소한 것이라도 일기를 써 보고 외국어, 악기 등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 수동적 인지 활동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 외우기, 십자말풀이, 끝말잇기 게임도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또 하루 최소 1시간 이상 약간 숨이 가쁠 정도의 걷기 유산소운동을 50여일 이상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의미 있는 인지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고혈압, 당뇨, 비만 등 성인병을 관리하는 게 좋다. 과식, 과음을 피하고 금연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뇌는 쓰면 쓸수록 신경세포가 늘어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쉬지 못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지속적인 증가로 행동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손상된다”면서 “적절한 휴식이 기억력 유지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같은 퇴행성 신경계 질환은 생활 습관을 고쳐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에게 속설처럼 알려진 ‘고스톱’의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해선 “고스톱은 판세를 분석하는 두뇌 활동 등 노인들의 인지기능 증진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인지기능이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지는 않는다”며 “‘고스톱만 잘 치는 치매’가 될 수도 있는 만큼 글을 읽고 창조성을 지원하는 뇌를 골고루 사용할 수 있는 정신 활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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