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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룡 그림값은 술 한병과 돼지다리 한쪽

    ‘조희룡의 매화그림 한폭 값은 술 한 병과 돼지 다리 한쪽.’ 조선 후기의 화가인 호산 조희룡(1789∼1866)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 뻘이 된다.난초와 매화 그림에 능하여 ‘매화서옥도’ 같은 유명한 작품을 남겼다. 그는 1851∼1853년 안동 김씨 세도가의 권력장악 과정에서 임자도로 유배됐다.김울림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이 기간의 회화세계를 16∼17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동원학술전국대회에서 살폈다. 그는 유배 시절 “눈 쌓인 바닷가에서…날마다 매화 몇장을 그려서 회포를 풀기도 한다.만약 날마다 술 한 병과 돼지 다리 한 쪽을 보내오는 사람이 있다면 곧 줄 수 있지만,그렇지 않으면 구겨 태워서 문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유배되어 있다는 특수상황이지만 당시 임자도에서 조희룡의 그림은 이런 정도의 사례비로 통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마지막 구절은 그려둔 매화도를 모두 태워 없애버릴지언정,상품가치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사업가적’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희룡은 난초그림에는 “난을 그리려면 만권의 서적을 독파하여 문자의 기운이 뱃속을 떠받치고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여 추사와 완전히 같은 이론을 갖고 있었다.이런 때문인지 그는 임자도에서도 난초는 청탁이나 대가를 기대하지 않은 채 자발적으로 그렸고,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쉽게 건네주었다.궁핍한 시대에도 ‘문자향’ 있는 난초는 거래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이 김 학예사의 해석이다. 서동철기자
  • [2002 길섶에서] 다산 생가

    뚝 떨어진 기온 탓인지 양수리 강가의 야트막한 언덕을 타고 불어오는 가을 강 바람은 거세고 매서웠다.강 언덕을 등지고 서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은 단풍에 젖어 고택(古宅)의 고즈넉함을 더했다.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찾은 경기 남양주 양수리 물가에 자리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는 늦가을 정취에 흠뻑 젖어 있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들이 화려한 옷차림으로 고택의 여기저기서 기념촬영을 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먼 훗날 한장의 빛 바랠 추억으로 남을 사랑의 자취를 담느라 참 열심이었다.다산이 부인 홍씨와 열다섯에 결혼해서 만 60년을 내외로 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결혼 60주년 아침,세상을 뜬 다산은 그의 마지막 시에서 살아온 세월을 ‘六十風輪轉眼翩(육십년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갔으니)’이라고 읊었다.유배지에서 19년이나 보낸 그는 그래도 ‘慽短歡長感主恩(슬픔은 짧았고,기쁨은 길었으니 감사하다)’이라고 맺고 있다.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않은 한 위인의 비범함을 본다. 양승현 논설위원
  • [기고] 국가기술 자격시험의 개선

    지금 우리 사회가 학력중심에서 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중시하는 능력 중심의 사회구조로 바뀌면서 각 개인은 저마다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방안을 찾게 됐고,이런 요구에 힘입어 객관적으로 능력을 평가,증명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자격은 국가기술자격법 및 개별법에 의한 국가자격과 민간자격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중 601개 국가기술자격과 공인중개사 등 개별법에 의한 국가자격 검정업무를 주관하고 있으며,지난 20여년동안 연간 250여만명을 대상으로 검정을 시행해 700여만명의 자격취득자를 배출,산업인재 양성과 정부의 인력수급계획에 적극 기여함으로써 검정의 전문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공단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국가기술자격제도를 시대적 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자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제도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첫째,국가기술자격 종목을 정비하는 것이다.자격을 취득해도 산업현장에서 실질적인 수요가 없어 사장되거나 직무내용 등이 비슷해 자격의 변별력이 상실된 종목등을 과감하게 통폐합하고,정보기술(IT)·인문사회분야의 발전에 발 맞추어 지속적으로 전문 자격종목을 개발,신설해 사회적 인식을 제고할 것이다. 둘째,내실있는 자격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검정의 양적·질적 관리기법을 도입하고 검정시행 횟수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이를 위한 기초자료로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과 같이 고용시장·훈련·자격을 총체적으로 연계시키는 표준을 제정할 계획이다. 셋째,취업과 연계,고용정보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하는 등 자격자 우대방안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이를 위해 공단에서 관리 중인 고용전산망 등과자격정보 DB를 점진적으로 통합,관리해 자격취득자에 관한 정보를 당사자는 물론 기업체 등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넷째,급변하는 시대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적절한 보수교육제도를 재도입하고자 한다.이를 위해 규제개혁위원회 및 자격관련 정부부처와 협의를 통해 적정한 수준의 사후 관리제도를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공단은 21세기 지식기반 정보화사회에서 자격취득자가 이에 상응하는 권한을 갖고 어느 분야의 산업현장에서든지 능력을 인정받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자격제도에 대한 개선,보완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김유배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실학이 숨쉬는 곳으로

    경기도는 조선후기 개혁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인 실학이 발생하고 성장·발전한 곳이다.실학하면 쉽게 떠오르는 인물이 반계 유형원,성호 이익,다산 정약용이다.성호 이익은 안산에서 일생을 보내며 후학을 양성하다가 안산에 묻혀 있고,실학을 집대성한 정약용 역시 광주에서 태어나 벼슬살이와 유배기간을 제외하고 평생 고향을 벗어나지 않았다.반계 유형원은 서울에서 태어나 호남 땅 부안에서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남겼지만 묘소는 용인에 있어 경기도와 인연을 맺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학의 선구자라 불리는 ‘지봉유설’의 저자 이수광,이익의 제자이며 역사서 ‘동사강목’의 저자 안정복과 권철신,화성에 살며 농업을 연구하고 농업서 ‘천일록’을 집필한 우하영을 비롯해 조선후기 많은 학자들이 경기지방에서 태어나거나 성장,활동하면서 혈연·지연·교우관계를 통해 학문 경향을 같이하며 실학을 연구 발전시켰다. 이들 실학자는 임진왜란 이후 피폐해진 국가를 재건하고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다양한 개혁안을 제시하였다.그리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실용적인 학문을 연구하였고,앞선 과학기술을 받아들였다. 당 시대 가장 앞선 성곽 축성술을 받아들여 만들어진 수원 화성도 이들 실학자의 지혜의 산물이다.화성을 설계한 정약용은 중국 및 서양의 과학기술을 이용해 거중기(擧重器)를 제조하는 등 새로운 축성 기술을 도입했으며,공사 총감독은 실학자 채제공이 맡아 진행하였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식정보화 사회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이러한 때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 개혁적이며,실용적인 학문인 실학은 재조명되고 재평가되어야 한다. 현재 경기도는 동북아시아권 경제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물류,유통인프라를 확충하고 국제 비즈니스 기반을 조성하며,평택항을 중심으로 서해안권역 개발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그리고 지식기반 산업 집적지를 조성하고 첨단 과학기술 기반을 구축하며 중소기업 경쟁력과 국제통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와 같은 동북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중국과 일본에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발전한 실학을 지나간 시대의 유물로서 역사교과서 속에만 두지 말고 끄집어 내 가까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기도는 지금 실학을 주제로 하는 테마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경기도 실학박물관은 실학 관련 유물을 수집 전시하는 것은 물론,실학관련 정보와 연구를 집적한 연구의 중심지,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전시 및 체험교육 체계를 구성한 문화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그리고 실학을 중심으로 하는 경기학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경기도를 실학의 고장,실학이 살아 숨쉬며 계속 연구 발전하는 고장이 되게 하고자 한다. 손학규/경기도 지사
  • [발언대] 추석연휴 집 비울때 실내등 켜도록

    우리 고유의 명절인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은 출발 전 빈집털이 등 범죄의 원인을 없애고 사전 예방조치를 확실하게 취해 재산피해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장기간 집을 비울 때는 만일의 경우 도둑이 들 것에 대비해 신문과 우유배달 등을 중지시켜야 한다.야간에는 자동으로 켜지는 실내등이나 타이머가 부착된 TV·라디오를 이용,집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꾸미는 것이 좋다. 현금과 보석 등 귀중품은 금융권의 대여 금고나 가까운 파출소에 맡기면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상습적으로 절도행각을 벌이는 범인들의 수법을 분석하면 과거와 차이가 난다. 종전처럼 늦은 밤 사람 눈을 피해 몰래 절도행각을 벌이는 대신 평일 빈집을 확인한 뒤 출입문을 특수 열쇠로 열거나 방범창을 뜯고 들어가 금품을 털어가는 빈집털이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절도 피해 신고를 받은 직후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해 이웃 주민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다 보면 범죄시간을 전후해 낯선 사람이나 용의차량을 보고도무관심하게 지나치고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너무 많다. 이웃간 의사소통과 작은 관심이 범죄 예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우리 주변에서 수상한 사람이나 차량 등을 목격하게 되면 즉시 112 신고전화를 하도록 하자. 신고 전화를 받는 즉시 각 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는 무전으로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경찰관이나 112순찰차에 알려 3분 안에 현장에 출동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웃의 작은 관심이 용의자의 신원을 추적하거나 범인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고,나아가 범죄 예방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경찰은 시민들이 안심하고 추석연휴를 즐길 수 있도록 지난 2일부터 22일까지를 특별 방범활동 기간으로 정해 전국의 경찰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금융기관과 주택가 등 범죄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방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민들도 자구 차원에서 사전 예방책을 마련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해왕 서울경찰청 공보실 경위
  • 중개사시험 26만명 지원, 작년 2배…사상최대 응시

    공인중개사 시험에 국가 기술자격 검정시험 사상 단일과목으로는 가장 많은 인원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김유배)은 지난 9∼14일 6일간 제13회 공인중개사 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국가 기술자격 검정시험 사상 단일 종목으로는 가장 많은 총 26만 1604명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이는 지난해 12회 시험 13만 2996명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공단측은 신청자가 급증하자 오는 10월20일 치러지는 시험에 2만여명의 시험위원과 250여개 시험장,7400여개의 교실을 확보,시험 관리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공단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이 전체 응시인원의 70%를 차지해 최근 이들 지역의 부동산 열기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책/한국의 차문화/“차 마시는 백성은 흥하고 술 마시는 백성은 망한다”

    ▲한국의 차문화/이귀례 지음/열화당 펴냄 “차를 마시는 백성은 흥하고,술을 마시는 백성은 망한다(飮茶興 飮酒亡).” 다산 정약용의 차예찬론에는 차가 단순한 기호음료를 넘어 그 나라 문화수준의 향상에 기여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차는 우리 민족사와 함께 발전해온 유서 깊은 전통문화 유산이다.그러나 일본의 다도에 밀려 자칫 일본문화로 간주되거나,찻병을 끼고 사는 중국 사람들의 압도적인 차문화에 가려 ‘소외’되어온 측면이 없지 않다. 최근 출간된 ‘한국의 차문화’(이귀례 지음,열화당 펴냄)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우리 차의 역사와 정신,규방다례 등을 폭넓게 다룬다. 차는 언제,누가 처음 발견해 마셨을까.우리 조상들은 언제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했을까.중국쪽 자료에 의하면 차의 고향은 중국이다.중국 차문화의 개조(開祖)로 불리는 육우의 ‘다경’에는 전설 속 황제 신농씨가 뜻하지 않은 과정을 통해 차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이 설은 기원전 27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그러나 서구쪽 문헌은 서기 543년 북부 인도의 고행자에 의해 차가 중국에 들어온 뒤,9세기 당나라 때 대중음료가 되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차를 마셨지만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에는 “김해의 백월산에는 죽로차(竹露茶)가 있다.세상에서는 수로왕비인 허씨가 인도에서 가져온 차씨라고 전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정사에 나타난 최초의 차 관련 자료는 ‘삼국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삼국사기’에 따르면 7세기 초 신라 선덕여왕 때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이렇듯 우리 고대문헌에 차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당시 왕을 비롯한 고관들이 차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과 관심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차는 원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귀중품으로 취급되어왔다.‘삼국지’에는 유비가 2년 동안 돗자리와 발을 만들어 모은 돈으로 노모에게 차 한 통을 사드렸다는 일화가 나온다.우리나라에서도 차는 궁중이나 사원에서 의식용으로 또는 하사품으로 쓰였다.차가 대중화된 것은 신라에서 고려로 넘어오면서부터.국가에서 행하는 진다의식(進茶儀式)은 물론 백성들의 제사의식에도 차가 빠지지 않았다.국가의식과는 별개로 생활차의 전통도 면면히 이어졌다.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이런 맥락에서 생활차의 행다법(行茶法)과 규방다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차를 마실 때 가장 먼저 행하는 공수(拱手)와 상보접기에서부터 생활차와 가루차,선비차를 내는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각 시대를 대표해온 다인(茶人)들을 다시(茶詩)와 함께 소개,우리 차문화사를 여러 각도에서 이해하게 한다.신라와 고려의 대표적인 다인이자 고승인 원효대사와 진각국사,불교·차와 더불어 은둔생활을 한 이규보,‘작설(雀舌)’이란 다시를 남긴 김시습,‘다신계(茶信契)’를 만든 정약용,우리나라 차문화의 중흥조인 초의선사 등 다인들에 얽힌 이야기를 열전 형식으로 풀어간다. 수많은 고승대덕들이 차의 덕(德)에 몰입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차는 곧 선(禪)이다.우리나라에는 다선동미(茶禪同味)라는 말이 있고,중국에도 다불일미(茶佛一味)라는 말이있다.추사 김정희의 아우이자 서예가인 김명희가 초의선사를 기려 쓴 다시를 읽으면 그 의미가 또렷해진다.“노승은 부처님 모시듯 차를 고르고,계율 지키듯 차순과 차눈을 다루며,차를 덖고 말리기에 두루 통달하여,차의 맛과 향을 따라 열반의 경지에 든다네.” 우리 차문화의 진수는 이같은 다선일치(茶禪一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차와 선비정신의 만남이다.조선시대는 숭유억불정책으로 불교가 쇠퇴하게 되었고,그 여파로 사찰중심의 차문화도 고려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하지만 왕실이나 사대부 등을 중심으로 한 선비·귀족계층에서의 차생활은 여전히 성행했다.한 예로 초의선사와 숱한 논쟁을 벌였던 김정희는 유배생활을 차로 달래며 많은 시와 일화를 남겼다. “인생은 차를 마시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차를 마시다 보면 처음에는 씁쓸하지만 나중에는 달콤하고 결국에는 담담해진다.한 잔의 차가 바로 인생이다.저자가 결론으로 삼는 메시지 또한 이런 것이 아닐까.청정담백한 차를 닮은 삶,그 자체를 회복하자는 것이다.3만원. 김종면기자 jmkim@
  • 정약전 ‘송정사의’ 발굴

    정약전(丁若銓·1758∼1816)이 저술한 책으로,지금까지 일부 내용과 제목만 전해진 ‘송정사의’(松政私議)가 발굴,공개됐다.정약전은 다산 정약용의 친형이자 어류학 박물지인 ‘자산어보’(玆山魚譜)를 남긴 조선조 실학파 학자다. 영남대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는 최근 발간된 국학 학술지 ‘문헌과 해석’제20호에 기고한 ‘정약전과 송정사의’라는 논문을 통해 새로 발견한 이 저술을 소개했다.‘소나무 정책에 관한 개인 의견’이라는 뜻의 ‘송정사의’는 당시 백성을 질곡에 빠뜨린 대표적 민폐중 하나인 소나무 벌목 금지정책에 대한 정책 제안을 담고 있다. ‘송정사의’는 1801년(순조 원년)에 일어난 신유사옥으로 정약전이 지금의 전남 신안군 우이도(牛耳島)에서 유배생활을 시작한 지 3년째 되는 1804년 저술한 것으로,서울 세화고 교사인 이태원씨가 문(文)모씨가 소장한 ‘운곡잡저’라는 문집 속에서 찾아냈다.이번에 ‘송정사의’가 발굴됨으로써 정약전의 학문과 사상의 실체는 물론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심재억기자 jeshim@
  • 책/ 나의 그림은 실제상황이다 - “홈페이지도 하나의 화랑입니다”

    “검찰에서 왜 그런 짓 했느냐고 심문을 받았는데,당시에는 어디부터 물꼬를 터야할지 막막했어요.” 지난해 5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술 교사의 ‘인터넷 나체 사진 사건’.이 사건이 기억의 먼지 속에 파묻힐 무렵 당사자 김인규(40)씨가 입을 열었다.‘나의 그림은 실제상황이다’는 그의 뒤늦은 해명인 셈이다. 그는 3개월의 정직 후 지난해 12월 말부터 충남 안면중학교 미술교사로 일하고 있다.전교조 활동을 주도하다 89년에서 93년까지 5년간 해직됐던 그에게 교육 현장에서 유배된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지만,“세상이란 학교를 또다시 다니는구나.”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그가 예정에 없던 막둥이를 갖게 되면서.두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유치원생으로 자라나 자신은 집중적으로 미술작업을 하고,또 아내는 본격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려던 무렵이었다.아내와 함께 셋째를 낳을까 말까를 무척 고민하던 그는 문득 예술을 위해 자식을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를 깨달았다.그래서 ‘셋째를 임신한 부부의 위대한 증거물’로서 누드 사진이 탄생됐다. 성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을 올리면서 그도 ‘나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우려를 안할 수 없었다.그렇다고 ‘우리 부부 사진’이란 작품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쓸 수도 없었다.또 성기를 가린다는 것은 오히려 서양미술에서 오랫동안 관음증을 유도하는 성적 제스처였으므로,피하고 싶었다.몸 한구석의 흉터와 가냘픈 몸매,늘어진 뱃가죽의 남자와 만삭인 그의 아내의 맨몸,있는 그대로,실제 상황이었다. 인터넷에 올린 것에 대해 ‘당신의 행위는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은 것과 같다.’는 비난도 그는 수긍하기 어렵다.현대에 카메라가 붓을 대신하듯이,인터넷 홈페이지는 상업 화랑의 개인전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다.성적 대상으로 여자는 괜찮지만 남자는 안된다는 왜곡된 ‘남성주의적’ 시각도 그에겐 비판의 대상이다. 자서전 같은 이 책은 가족과 삶,예술에 대한 그의 생각들이,문을 열자마자 장롱 안에 쳐박아두었던 잡동사니들이 쏟아지듯 터져나온다.덧붙이자면문제의 ‘우리 부부 사진’은 제4회 광주비엔날레(2002년)에 전시됐고,5·18자유공원에서 전시중이다.다만 ‘음란물 배포죄’와 관련한 재판은 진행중이다.9000원. 문소영기자 symun@
  • 책꽂이/ 불패전략 최강의 손자 등

    ◆ 불패전략 최강의 손자(모리야 야쓰시 지음,이정환 옮김,국일증권경제연구소 펴냄) =‘승자를 위한 영원한 바이블’로 평가받는 ‘손자’에서 배우는 전략적 사고법.현대의 기업상황이나 스포츠,정치 등에 폭넓게 응용할 수 있다.1만 8000원. ◆ 아롱이천국(김상희 엮음,상상미디어 펴냄) = 애완동물 전문 장례 사이트인‘아롱이천국’에 올라 있는 추모글 모음.1만원. ◆ 침묵의 파문(유성호 지음,창작과비평사 펴냄) = 지난 99년 등단 이래 활발한 현장비평을 펼쳐온 저자의 세번째 평론집.자본주의적 상품미학이 판치는 현실 속에서 서정시가 어떻게 독자적 미학을 구축할 수 있는가를 살폈다.‘서정시의 모반,그 반어적 가능성’‘생태시학의 민족문학적 가능성’‘치유와분노의 언어’ 등 20여편의 글이 실렸다.1만 2000원. ◆ 깨침과 깨달음(박성배 지음,윤원철 옮김,예문서원 펴냄) = 깨침과 깨달음은 선불교의 돈오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화두이다.저자(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깨달음이 지적 이해의 차원이라면,깨침이란 그 앎이 송두리째 난파당하는 경험이라고 말한다.9800원. ◆ 다시 읽는 드레퓌스 사건(아르망 이스라엘 지음,이은진 옮김,자인 펴냄) = 1894년,군사기밀을 독일에 팔아 넘겼다는 혐의로 알프레드 드레퓌스라는 유태계 장교가 반역죄로 기소되고 종신 유배형을 받았다.그러나 그에 대한 군사재판은 허위 증거와 불법 절차로 가득한 오판이었다.이 사건은 작가 에밀 졸라가 1898년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통해 진실이 밝혀졌다.이 사건의 처리과정은 인권과 정의,진실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한다.2만 5000원. ◆ 노마만리(김사량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 작가 김사량이 일본의 패망 직전인 1945년 5월 노천명 등과 함께 학도병 위문단으로 중국에 갔다 조선의용군의 항일 근거지인 태항산 남장촌으로 망명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보고문학.작가는 일제 때 일본어로 작품을 써 아쿠다가와상(芥川賞) 후보에도 올랐으나 광복 후 줄곧 북한에 머물러 남한에서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8500원. ◆ 한국 고소설비평연구(간호윤 지음,경인문화사 펴냄) = 우리나라 고소설의 이론화를 위해 비평의 실체를 연구한 역저.후대로 내려오면서 추상성에서 구체성으로,유교 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발전하는 등 점차 다양해지는 조선시대비평사를 치밀하게 추적하고 있다.조선왕조실록과 흠영(欽英),삼한습유(三韓拾遺),광한루기 등을 살펴 공·사적으로 기술된 비평의 형식과 내용은 물론 비평자 신상까지 망라해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2만 5000원.
  • 중국 경극 국내무대 찾는다, 베이징경극원 22~25일 내한공연

    눈썹을 치켜세운 짙은 화장,금실과 은실로 수놓은 휘황찬란한 의상,귓가를 때리는 고음의 목소리.영화 ‘패왕별희’로 잘 알려진 중국의 경극이 국내무대를 찾는다. 베이징경극원은 22∼25일 4개의 작품을 통해,청조말 베이징에서 화려하게 꽃피워 ‘베이징 오페라’라고도 불리는 경극의 진수를 펼쳐 보인다. ‘패왕별희’는 패왕 항우와 우미인의 이별을 그린 비극으로,칼을 들고 춤을 추다자결하는 우미인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삼차구’는 유배를 떠난 장군 초찬을 보호하는 임당혜와 여관주인 유리화가 오해 속에서 결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18나한 손오공과 싸우다’에서는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산 손오공이 옥황상제의 명을 받은 여부래의 제자들과 싸우고,‘홍교증주’에서는 신화 속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눈다. 경극은 연기 음악 노래 분장 의상 등의 요소를 양식화시켜 결합한 총체적인 예술.음악의 리듬에 맞춰 규격화시킨 눈 손 다리 허리 동작 하나하나가 완벽한 균형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15∼20분의 소품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해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사랑·코믹·액션이 버무려져 있어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질듯.1979년 창립된 베이징경극원은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경극단체로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순회공연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쌓아왔다.이번 내한 공연에는 국가 1급 배우를 포함,42명이 참여한다. 경극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연 전 로비에서 배우들이 분장하는 것을 보여주는 ‘메이크업 쇼’를 벌인다.중·고교생 입장료 50%.22·23일 오후7시30분,24일 오후 4시·7시30분,25일 오후 3시·6시30분.2만∼4만원.리틀엔젤스 예술회관(02)501-7888. 김소연기자 purple@
  • ‘테마농촌 체험’르포/ 와, 신난다! 농촌체험 미꾸라지 잡고 가마솥에 밥짓고…

    삶에 찌든 그대,농촌으로 떠나라. 고려의 대문장가 이규보(李奎報)는 낙향하면서 “기쁘다 농가여,이제는 전야(田野)로 돌아가리라.”고 표현했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몽테뉴는 불후의 명작 ‘수상록’의 완성을 농촌의 힘에서 빌렸다.몽테뉴는 평소 “나는 농민을 사랑한다.왜냐하면 비뚫어진 판단을 내릴 만큼 학문을 소유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농촌체험을 위해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싱그러운 녹음과 맑은 물,신선한 먹거리와 전통문화의 향기 등 농촌의 귀중한 생태자원을 직접 체험하는 ‘그린투어리즘’이 주목을 받고 있다.또 이들을 맞이하려는 순수한 농심(農心)은 삶에 찌든 도시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약이 되고 있다.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군량1리 ‘자채방아마을’.얼핏 볼거리 없어보이는 마을 어귀에 ‘서울××’‘경기××’ 등이라고 적힌 승용차 5∼6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농로를 쭉 따라 물레방아,연자방아 등 다양한 방아와 방아기구들이 보존돼 있는 야외 방아박물관이 눈에 들어왔다.박물관 끝자락 바로 옆에는 출향인사 김병일씨가 남긴 정자 ‘무우정(舞雨亭)’이 시원한 들판을 뒤로 한채 서 있었다.서울과 수원 도심 등지에서 온 초등학생 10여명이 마을 노인들로부터 긴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마을노인1=“이 놀이는 옛날 이 고장 사람들이 즐겨 했던 ‘장치기’라는 것이지.너희들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너희만 할 때 이곳에서 자주 했단다.” 초등학생1=“필드하키 같네요.” 마을노인2=“맞아요.무슨 하키인가 뭔가 비슷하지.막대기가 무릎 위로 올라오면 반칙이야.이 놀이는 서로 합심하는 것을 배우지.” 초등학생2=“자채방아마을이라는 뜻이 뭐예요.” 마을노인1=“우리 고장은 옛날부터 이천과 여주 일대를 통털어 가장 질좋은 벼가 생산됐지.그 벼를 가리켜 ‘자채(紫彩)벼’라고 부른단다.자채벼와 방아로 유명하다는 뜻이지.” 이어 체험팀들은 뚝방 하이킹 놀이에 들어갔다.태종의 맏아들 양녕대군이 노닐었다는 뚝방을 따라 달리는 초등학생들은 생소한 체험에 신기했던지 ‘와,재밌다!’를 연발했다.먼발치에서 어미소의 젖을 먹던 송아지들이 화들짝놀라 이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미꾸라지 잡기에 이은 가마솥밥 짓기.저녁노을이 서서히 지자 체험팀들은 정미소로 이동,저마다 전통 방아로 벼를 찧은 다음 직접 가마솥에 쌀을 씻어 넣어 불을 땠다.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간간이 춤추듯 날아드는 들판의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며 지나갔다.또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전통체험으로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야,재미있지.재미있지.”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가는 시간을 아쉬워했다. 주부 이상희(41·수원)씨는 “이곳까지 오는데 차가 많이 밀려 짜증이 났지만 전통체험을 하면서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면서 “주말마다 식구들과 함께 이곳에 와 전통체험도 하고 무공해 농산물도 구입하겠다.”고 말했다. 김장룡(41·성남)씨는 “아들 친구 등 다섯명이 소문을 듣고 왔다.아들과 함께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장치기나 미꾸라지 잡기 체험을 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면서 “이 마을 사람들의 훈훈한 인정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마을 이장 김우재(48)씨는 “우리 마을의 자랑거리는 전 주민이 자발적으로 체험장 시설공사에 나섰다는 것”이라면서 “원두막은 마을 노인들이,농산물 집하장은 청년회,그리고 부녀회원들은 물레방아 돌쌓기 작업에 참여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통체험 프로그램 진행자 정현숙(28)씨는 “지난 달 20일 처음 오픈했지만 지금까지 7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반응이 매우 좋다.”면서 “주말에는 8월 한달동안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밝혔다. 자채방아마을은 지난 해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경기도의 전통테마 마을로▲참새와 방앗간 ▲양녕대군 유배지 탐방 ▲자채군들 농사체험 ▲자채풍물과 농요 ▲장치기 대회 ▲쌀밥짓기 ▲원두막 체험 ▲마을 노인들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도시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색다른 경험과 농촌의 정겨움을 느끼게 해준다. 또 농사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참가비는 1박2일 기준으로 초등학생 2만원,중학생이상은 숙박료와 식비포함 3만원이다.문의(031)644-2574. 이천 김문기자 km@ ■그린투어리즘이란/ ‘농사체험+숙박’새 농가소득원으로 그린투어리즘(Green tourism)은 ‘녹색관광산업’이라 불리며 최근 들어 농가 소득원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농산물 이외에 맑은 공기와 녹음,전통문화의 향기 그 자체가 소득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농사 체험과 숙박(farm-stay) 등을 곁들이면 훌륭한 ‘농촌체험관광’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농촌을 찾는 이들에게 여가와 휴식을 제공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특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그린투어리즘’은 원래 유럽에서 시작됐다.유럽의 농촌에는 역사 유적지와 전통문화가 잘 보존돼 있어 도시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이에 따라 농가주택들도 자연 경관과 어울리게 배치하고 도시민들에게 쾌적한 여가시설을 가꾸면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클라인 가르텐(작은 정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도시민들이 교외에 텃밭과 같은 작은 정원을운영하면서 생겨난 말이다.도시민들에게 일종의 주말 농장겸 별장 같은 역할을 한다. 독일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도시 근교에 클라인 가르텐 용지를 마련,도시민들에게 매각한다.이는 도시자본을 농촌에 유치하여 농촌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도·농 교류의 역할을 하고 있다.도시민과 농촌간의 간격도 훨씬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일부 전문가들은 “토질과 곡식에 따라 거두고 심는 조건이 다를진데 농사에 관한 지혜는 농군에게만 맡기고 토지이용의 효율적 방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느냐.”며 최근 들어 늘어나는 농촌체험은 농가발전은 물론이고 우리의 삶에도 지혜를 안겨다주는 새로운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문기자 km@
  • 동강 래프팅/ 더위 싸~악기분 쑤~욱

    “자,머리가 물에 닿을 만큼 몸을 뒤로 제끼고 구령에 맞춰 보트를 흔듭니다.하나,둘,하나,둘….” 보트는 뒤집힐 듯 흔들리고,안간힘을 다해 버티던 청춘남녀들은 이내 강물에 거꾸로 처박힌다.괴성과 깔깔거림,그리고 허우적대는 소리. 8월 초.지금 강원도 영월의 동강엔 발랄함이 넘친다.온 세상을 태울 듯 땡볕이 내리쬐지만 굽이쳐 흐르는 동강 물줄기를 따라 줄지어 내려오는 보트에 매달린 사람들의 얼굴에서 더 이상 더위는 찾아보기 어렵다. 래프팅(급류타기)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깎아지른 듯한 계곡을 아슬아슬하게 헤쳐내려오는 스릴감.하지만 동강에 이처럼 스릴 있는 코스는 없다. 10여 군데 물살 급한 여울이 있지만 모험을 즐기는 이들에겐 성에 차지 않는다.대신 보트에 동승한 가이드가 갖가지 ‘짓궂은’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의 혼을 빼놓는다. 뱃전에 어깨동무하고 서서 배흔들기,몸 뒤로 제껴 보트 뒤집기,다른 보트와 부딪히며 물싸움 하기 등등.물론 이러한 놀이는 물살이 없는 곳에서 하기때문에 다칠 위험성은 거의 없다.물살이 세찬여울에서는 인위적으로 배를 팽이처럼 회전시키며 내려가면서 스릴을 연출한다. 동강은 내린천이나 오대천에 비해 물살이 완만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를 둔 가족이 래프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탑승 전 구명조끼와 헬멧을 반드시 착용토록 하고,가이드가 함께 타므로 생각보다는 안전한 편. 동강 래프팅은 스릴은 덜한 반면 강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기암괴석 등비경을 감상하는 기쁨을 준다.영월읍 문산리 문산나루를 출발,‘섭새’라고 불리는 삼오리 어라연주차장 앞까지의 9㎞ 코스엔 옥선암,두꺼비바위,상·중·하선암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또 ‘햇살이 비친 물고기 비늘이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어라연(魚羅淵),한때 댐 예정지로 거론된 만지(滿池)가 이어진다.만지는 과거 아리랑의 발원지 아우라지로부터 목재를 운반하던 사공이 뗏목을 대놓고 쉬던 자리.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가득하다는 뜻으로 ‘만지’란 이름이 붙었다. 이날 따라 가이드 운이 좋았나 보다.보트가 어라연에 이르렀을 즈음 동강을 벗삼아 자랐다는 가이드,‘토종’영월 처녀인 이미화(24)씨가 뜬금없이 정선아리랑을 한곡 뽑는다.그 옛날 사공들이 노를 저으며 힘들 때 불렀다는 가락이라는 설명과 함께. “눈이 올라나,비가 올라나,억수장마 질라나/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정선아리랑 ‘수심’편) 까많게 그을은 ‘동강처녀’의 구성진 목소리엔 행여나 비라도 쏟아져 머나먼 한양길 무산될까 저어하는 사공의 수심이 그대로 배어 있다. 동강 래프팅은 출발 지점에 따라 3가지 코스가 있다.가장 참가자가 많은 구간은 문산나루∼어라연주차장(9㎞)코스로,3시간 소요.요금은 성인 2만5000원,초등생 이하 2만원. 이밖에 진탄리에서 출발하는 코스(12㎞·3만5000원),정선읍 운치리에서 출발하는 코스(30㎞·7만원)가 있다.몇번씩 물에 빠지게 되므로 반바지와 티셔츠,속옷 등을 여벌로 준비해야 한다. 동강 인근에 대자연레저본부(www.iloveleisure.co.kr 02-4000-582)등 60여대행업체가 있다.주말이나 휴일엔 참가자가 몰리므로 예약해야 한다. 영월 임창용기자 sdragon@ ■여행가이드 ◇동강 가는길=수도권 일원에선 경부 또는 중부고속도로에서 영동∼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제천IC에서 빠지면 된다.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읍내로 진입,영월역을 지나 500m쯤 가면 ‘동강어라연’이란 노란색 입간판이 보인다.이곳에서 좌회전해 15분쯤 가면 어라연주차장이 나온다.대행업체가 대부분 보트 도착지인 이곳에서 손님을 태워 출발지로 안내한다. ◇인근 가볼만한 곳= 영월은 조선 6대 임금 단종이 숙부인 세조에 쫓겨나 유배된 곳.사면이 강물과 절벽으로 막힌 단종의 첫 유배지 청령포,홍수로 거처를 옮겨 사약을 받을 때까지 기거한 관풍헌,단종의 무덤인 장릉,단종 승하후 시녀와 시종이 뛰어내려 죽었다는 낙화암 등을 둘러볼 만하다.문의 영월군청(033-374-2101). ◇래프팅 명소= 동강 이외에 래프팅을 즐길만한 곳으로는 인제 내린천,정선오대천,연천 한탄강,평창 금당계곡 등이 있다.래프팅은 난이도에 따라 1∼5급으로 구분되는데 가장 완만한 동강은 1급,한탄강 1∼2급,내린천과 오대천 금당계곡은 2∼3급에 해당한다. 이중 금당계곡은 폭이 좁고 경사가 가장 가파른 편이다.따라서 다소 위험하지만 모험을 즐기는 마니아에겐 금당계곡이,어린아이나 노약자가 낀 가족단위 참가자에겐 동강이나 한탄강 코스가 적당하다.한국레저협회(02-522-5677)에 문의하면 다양한 래프팅 코스와 참가료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 영월 ‘별마로 천문대’르포/ 밤하늘 비경에 빠져 우주속 ‘나’를 찾는다

    칸트의 심오한 철학은 별이 빛나는 한여름 밤의 ‘깊이’에서 비롯됐다.칸트는 또 ‘실천이성 비판’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마지막 화룡점정을 다음과 같이 찍었다. “조용하게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더 새롭게 고조되는 감탄과 숭엄한 감정으로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하나는 우리 위에 있는 하늘의 별이며,다른 하나는 우리 안에 있는 도덕률이다.” 평소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뉴튼을 좋아했고,별을 너무나 사랑했던 칸트는 세상을 떠나면서 이 글귀를 자신의 묘비에 써 달라고 유언까지 할 정도였다. 지난 23일 저녁 8시.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산 59번지 ‘별마로 천문대’.부모와 자녀,선생님과 제자 등으로 구성된 20여명의 입장객이 천문대옥상에 설치된 보조 관측소 안으로 막 들어섰다.입장객들은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보조 관측소에 무슨 일이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숨소리조차 내지않았다. 이윽고 천문대 안내자가 “자,밤 하늘의 문이 확 열립니다.놀라지 마십시요.”라면서 어둠의 적막을 깼다.이와 동시에 8×14m 크기의 슬라이딩돔 형태의 보조 관측소 천장문이 ‘드르륵’하고 열렸다.순간 영롱하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이 슬라이딩돔 안으로 한꺼번에 ‘사르르’쏟아져 내렸다.여기저기에서 “와,별이다 별!”“별을 줍자!”는 탄성이 들렸다. ▲안내자=“자,진정하고,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밤 하늘의 별은 모두 몇개일까요.” ▲중학생1=“440개요.” ▲안내자=“어째서요?” ▲중학생1=“사방으로 빽빽(100,100)하게,가운데에는 스물스물(20,20),합치면 440개잖아요.” (다들 웃음) ▲안내자 “우리가 볼 수 있는 여름 밤하늘의 별은 모두 3000개 정도입니다.그러나 이 관측소의 망원경은 수만개의 별도 거뜬히 찾아냅니다.자,그럼 무슨별을 먼저 찾아볼까요.” ▲어른1=“견우와 직녀요” 안내자가 손에 든 지시버튼을 누르자 돔안의 망원경 8대가 기다렸다는 듯이 견우와 직녀성 자리를 찾아 저절로 움직였다.입장객들은 망원경을 통해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와 직녀성을 관찰하며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듣는가하면,거문고와 백곰자리 등 밤 하늘의 온갖 비경을 관측하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안내자=“오는 8월15일(음력 칠월칠석)은 이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만나는 날입니다.이처럼 우리는 별들을 보며 사랑도 하고 이별의 아픔을 노래합니다.또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수많은 지혜가 담긴 곳이 바로 별들의 세계입니다.칸트나 뉴턴,갈릴레이 등 천문학자들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가 위대한 발견을 했지요.” 이어 입장객들은 보조 관측소 바로 옆방에 있는 주 관측소로 자리를 옮겼다.이곳에는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구경 80㎝의 반사망원경이 밤하늘 구석구석을 열심히 살피고 있었다.1000㎞ 떨어진 자동차 불빛도 척척 찾아낼 정도로 성능이 우수하다는 안내자의 설명에 입장객들은 또 한번 고개를 끄덕거렸다.특히 이 망원경이 촬영한 토성이 달 뒤에 숨었다가 살짝 나타나는 광경이 느린 화면으로 펼쳐지자 어린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기도 안산공고 황인호(40),강근호(30)교사는 “자연∼강∼하늘로 이어지는 테마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사전 답사차 왔다.”면서 “무한한 우주를 안다는 것은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는 첫걸음으로 체험 천문대라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할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했다.수원에서 동네 친구와 함께 왔다는 주부 안옥자(34)·남은정(35)씨는 “밤하늘의 별만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은 없다.”면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이와 함께 별자리를 공부하면서 뉴튼과 코페루니쿠스 등 유명한 천문학자의 생애도 되새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별마로 천문대장 이시우(66) 천문학박사는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인간중심의 철학은 한결같이 자기를 과시하는데서 생겨나는 것이요,이것을 교정하는 최상의 방법은 천문학을 약간 공부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번쯤 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의미있게 말했다. 별마로(별+정상이란 뜻)천문대는 지난해 10월 정부 보조금과 영월군 예산을 합쳐 세운 국내 최초의 시민 천문대로 800m의 봉래산 정상에 있으며 망원경등 10여대의 첨단 관측장비를 갖추고 있다.또 지하 1층에 전천후 천체투영실을 설치,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주의 비경을 완벽하게 재현한다.평일에는 우주여행 비디오 감상을 비롯해 태양,별,달,행성,성단,은하 등을 관측하며 주말과 휴일에는 평일 프로그램에 ‘SF영화’‘별과 인간의 일생 특강’등이 추가된다. 관람시간은 평일·공휴일 오후 2시∼10시이며 월요일은 쉰다.입장료는 청소년(6∼18세) 개인 4000원,30인이상 단체 3000원이다.성인은 개인 5000원,30인이상 단체는 4000원이다.단,영월군 거주자와 장애인,65세이상 노인 등은 50% 할인해준다.문의 (033)-374-7460,홈페이지 www.yao.or.kr. 영월 김문기자 km@ ■영월지역에 가보니/ 책·민화·곤충…박물관의 고장 강원도 영월은 동강의 래프팅으로 유명해졌지만 알고 보면 문화적 정취가 가득한 곳이다. 영월군에는 곤충박물관과 책박물관,민화박물관,미술관,천문대 등 각종 문화관련 시설과 박물관이 줄지어 들어선 데 이어 사진박물관도 곧 착공될 예정이어서 전국에서 보기드문 ‘박물관 고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99년 4월 개관한 ‘책박물관’에는 6000여권의 책자가 전시돼 있고 연간 3만여명의 관람객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든다.2000년 7월 개관한 ‘민화박물관’에는 각종 민화와 장롱 등 고 가구류가 전시돼 있다.또 지난 5월 북면 문곡리의 폐교를 개조해 만든 ‘곤충박물관’에는 동강유역에서 서식하는 곤충등 3000여점의 곤충박제가 전시돼 있다. 이밖에 동강유역인 영월읍 삼옥리의 예술인촌에 조성된 국제현대미술관에는 유명 조각가의 작품 200여점이 전시돼 있으며,특히 이곳에 유배된 단종이 쓸쓸하게 노닐다(청령포)가 묻힌 묘(장릉)도 눈길을 끌게 한다.아울러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다슬기의 고장이기도 하다. 영월 김문기자
  • 여성가구주 265만/2000인구주택조사 분석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권익 향상으로 여성가구주가 급속히 늘고 있다.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총인구의 7.3%인 337만명으로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은 4일 2000년 11월1일 기준으로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가운데 ‘여성·아동·고령자·1인가구’ 부문 결과를 발표했다.대상자중 10%의 표본가구(143만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여성가구주 및 아동= 우리나라의 총가구 가운데 가구주가 여자인 가구는 265만가구로 총가구의 18.5%를 차지했다.여성가구주 비율은 1980년 14.6%,85,90년 각 15.7%,95년 16.6%였다.여성가구주는 생계를 책임지는 등 가구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통계청 인구조사과 권오술 과장은 “여성가구주가 지속적인 증가를 기록하고 있으나 일을 하는 여성들을 위한 보육시설 미비로 아이들을 학원에 맡기는 사람이 많아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여자가 일하는 가구의 경우 초등학교 재학 이하의 아이를 부모가 돌보는 가구(20.5%)보다 학원에 의존하는 가구(23.8%)가 더 많았다. 여성 가구주를 혼인상태별로 보면 ‘사별’이 50.5%로 가장 많았다.그 다음은 ‘미혼’21.4%,‘유배우자’16.6%,‘이혼’11.6% 등의 순이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상태를 보면 15세 이상 여성인구 가운데 37.7%인 691만명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나이별로는 20대 46.6%,30대 42.2%,40대 48.8% 등이었다.직업별로는 판매종사자 부문이 16.6%로 가장 많았다. ◇고령인구= 고령인구 비중은 80년 3.9%,85년 4.3%,90년 5.2%,95년 5.9%에서 2000년에는 7.3%로 최근 5년간 고령화 진행속도가 매우 빨라졌다.2000년 고령인구는 95년에 비해 27.7%나 증가했다. 고령인구의 성별 구성비를 보면 남자 38.2%,여자 61.8%였다.통계청은 2020년쯤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15%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 인구비율은 전남이 13.6%로 가장 높았다.전체 고령인구의 25.0%인 84만명은 일을 하고 있고,이들 가운데 74.5%는 농·임·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자는 ‘3세대’‘1세대’‘2세대’‘1인가구’순으로 많다.95년에 비해 3세대는 줄어든 반면 1세대 및 1인가구는 증가했다.노인 혼자사는 1인가구는 16.2%였다. 고령자 1인가구의 생계수단은 본인 또는 배우자 부담이 32.5%,자녀들로부터의 일부 지원 45.4%,전부 지원 22.0%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100명 가운데 67명은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인가구 비중 상승= 우리나라 총가구의 15.5%에 해당하는 222만가구가 1인가구로 파악됐다.95년에 비해 가구수로 35.4%가 증가한 수치다. 1인가구주를 성별로 보면 여자 57.5%,남자 42.5%였다.이들의 혼인상태는 미혼이 43.0%,사별 35.1%,유배우자 12.0%,이혼 9.8% 등의 순이었다. 오승호기자 osh@
  • 기능장시험 최종합격자 발표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김유배)은 30일 제31회 기능장 시험 최종 합격자531명을 발표했다. 시험에는 17개 종목에 모두 1606명이 응시했다.최고득점은 안전관리가스 기능장에 응시한 박윤현(33·SK가스 LP가스 운영팀)씨가 차지했다.최고령 합격자는 용접 분야의 김정수(56·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씨,최연소는 자동차 정비분야의 이재혁(26·BMW Korea 애프터서비스부)씨에게 돌아갔다.국가기술자격중 기능계의 최고 자격인 기능장은 해당 분야 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뒤 8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는 기능사 가운데 선발한다. 오일만기자 oilman@
  • [제정러시아 외교문서 새 발굴 대한제국 비사] (9)고종-니콜라이2세 특별한 관계

    ■두帝國 ‘마지막 황제' 친서외교 10여년 고종과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는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침탈외교사에서 다소 의외라고 여겨질 만큼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고종(1852∼1919)은 1907년 헤이그밀사사건으로 강제로 대한제국의 황제자리를 아들 순종에게 양위했지만 조선왕조의 마지막 군주였다.니콜라이 2세(1868∼1918) 또한 1917년 2월 혁명에 의해 퇴위당한 뒤 유배지에서 처형당한 러시아 로마노프왕조의 마지막 황제였다.두 사람이 조선과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의 정서가 통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물론 두 사람의 관계가 황제 대 황제의 동격 관계는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꺼져가는 국운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은 고종이 일본을 밀어내기 위해 러시아에 매달리는 입장이었다면 니콜라이 2세는 만주에서의 이익 등 국익에 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외교적’으로 고종을 대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밀월관계의 출발은 아관파천(1896년 2월11일∼1897년 2월25일)이었다.초대 서울주재 대리공사로 10년 넘게 서울에 주재하면서 고종과 두터운 친분을 쌓은 베베르가다리를 놓았다.대(大) 러시아제국의 ‘차르’였던 니콜라이 2세에게는 저 멀리 극동에 위치한 작은 나라의 왕이 자국 공사관에 1년이상 몸을 의탁한 채 도움을 요청하자 애처로움과 동시에 흥미를 느꼈을 수도 있다. 이같은 관계의 성립은 니콜라이 2세의 자상한 성격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해 보인다.니콜라이 2세는 전제군주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잔정이 많았다.해외 각국에 파견돼 있는 외교관들의 상주서에 일일이 답하는 것은 물론 건강까지 체크했다. 이번에 발굴된 문서중에는 고종과 니콜라이 2세가 친서를 주고 받은 사실이 30차례 가까이 등장한다.대부분은 고종이 보내고 니콜라이 2세가 받는 형식이었지만 니콜라이 2세도 여러 통의 친서를 보냈다.비공식 친서로는 1895년 7월 고종이 조선군 병참관 권동수(權東壽)를 연해주 지사 운테르베르게르 장군에게 보내 러시아 황제의 후원을 요청한 것이 있다.그러나 고종은 이후 문제가 야기되자 파견사실을 부인했다. 고종이 니콜라이 2세에게 보낸 첫 공식친서는 1896년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민영환(閔泳煥) 특사를 통해 전한 다음 친서이다. 짐의 나라는 관습은 물론 언어와 문자도 고유해 외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불행하게도 짐 나라의 동쪽 이웃나라가 일본이다.일본은 섬나라이며 관습은 짐의 나라에서 유래됐고 문자와 제도도 짐의 나라에서 가르쳐주었다.…그 때문에 일본은 짐의 나라를 자기의 조상과 주인의 나라로서 섬겼다.…최근에 일본이 서양의 제도를 흉내내고 배워 동양의 맹주가 되려한다.…짐은 폐하가 짐의 나라의 실정을 동정하고 정의를 토대로 세계 열강제국이 짐의 나라에 대한 일본의 불법적인 행위를 꾸짖고 나라의 독립을 침해하지 못하게 모든 조약규정 위반을 즉시 중지하도록 권고하여 주시길 바라고 바란다.끝으로 짐은 눈물로 폐하께 호소하며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고종의 ‘눈물의 편지’를 읽은 니콜라이 2세의 마음이 움직였는지 러시아는 1896년 10월 군사교관단과 재정고문을 파견했다.그리고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으로의 국호변경과 황제 즉위 등 칭제건원(稱帝建元)을 선언하자 열강 중 가장 먼저 이를 승인하고 축하전문을 보내왔다.눈치를 보던 일본,미국,프랑스,영국이 줄줄이 뒤를 따랐다.고종은 혹시 러시아가 거부할 지 몰라 노심초사했으며 “승인을 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거부하지 말고 현재의 호칭(대군주 폐하)으로 대해주기를 바란다.”고 연막을 쳤던 터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두 사람간의 밀착관계는 1898년 조선이 러시아 군사교관단 및 재정고문 알렉세예프의 본국소환을 요청하자 금이 가는 것처럼 보였다.고종은 “재정고문과 군사교관단의 소환으로 야기된 일련의 사태가 그동안 베푼 황제의 호의에 아무 영향이 없기를 바란다.”고 조심스러워했으나 니콜라이 2세는 “고종황제 개인에게 변함없이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안심하도록 진정시키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일단 무마됐다. 니콜라이 2세는 내심 불쾌했지만 복심(腹心)은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에도 니콜라이 2세는 “고종황제 개인이나 대한제국 정부가 앞으로도 러시아의 지지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지 문의하라.”는 칙령을 내리는 등 고종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하지만 고종을 공사관으로 피신시키겠다는 제2,제3의 아관파천 공작을 서울주재 공사관에서 보고하자 “그런 일은 현재의 정치여건 아래서는 지극히 위험한 사태를 몰고올 수도 있다.”면서 발을 빼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1902년 고종의 즉위 40주년 기념식에 니콜라이 2세가 베베르를 특사로 파견키로 하면서 절정에 올랐다.니콜라이는 고종에게 축하친서와 함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성 안드레이 사도 1급훈장 등 러시아 최고 훈장을 선물로 보냈다.이에 앞서 고종은 대한제국 최고 훈장인 금척대훈장을 니콜라이 2세에게 보낸 바있다.안드레이 1급훈장은 정교회 국가인 러시아 최고의 훈장으로 명예는 물론 당시 가격으로 5000루블을 호가하는 최고의 선물이었다.그러나 기념식이 콜레라 창궐로 연기되는 바람에 수여되지 않았다. 고종이 “기념식은 연기됐지만 베베르를 서울에 체류토록 해달라.”고 요청하자니 콜라이 2세는 “폐하의 요청을 받고 짐은 만약 뜻밖의 어려움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폐하의 재위 경축식이 다시 열리는 내년 4월17일까지 베베르의 서울체류에 동의한다.”는 친서를 보내는 등 서로의 돈독함을 공개적으로 내비췄다. 이후 1903년부터 1904년 사이 두 사람은 명헌태후 서거애도 친서,니콜라이 2세의 황태자 득남축하 친서 등을 주고 받았다.고종은 “황제께서 황태자를 생산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고자 한다.이 기쁜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축전을 치는 것이 도리였으나 외부의 방해 때문에 할 수 없이 이제 서한으로 축하를 드리게 됐다.”고 기술했다.니콜라이 2세는 “감사함을 전하라.”고 공사관에 지시했다. 러·일전쟁(1904∼1905)이 일어나자 고종은 “러시아의 승리를 확신하며 대한제국의 독립을 수호해 주기를 바란다.”는 친서를 띄웠고 “러·일전쟁 발발시 중립준수를 요청한다.”는 니콜라이 2세의 친서를 전달받자 곧바로 중립선언문을 작성,일본을 비롯한 열강에 보내 화답했다. 하지만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하자 일본은 보란 듯이 강제적으로 을사늑약을 체결했다.이로써 러시아의 힘을 빌려 일본으로부터 벗어나려던 고종의 전략은 한계에 부딪힌다. 러시아는 모든 열강이 대한제국을 독립국으로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무력으로 독립과 불가침권을 침탈한 데 대해 견해를 밝힌 바 있다.러시아 외무부는 일본정부가 고종을 일본으로 이송,미리 준비한 비밀장소에 연금시킨다는 계획을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했다.러시아는 천인공노할 일본의 계획에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1905년 5월10일 외무부가 해외 러시아 공관에 보낸 회람전문) 니콜라이 2세도 이 전문상단에 “일본의 그런 행위는 어떻게든 예방돼야 한다.”고 지시하는 등 고종의 안위를 지켜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덕분에 고종의 일본강제 이송 및 연금계획은 무산됐다. 고종 개인에 대해서는 우정을 유지했지만 기울어진 대세는 니콜라이 2세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을사늑약체결 직후 고종이 “일본은 미리 작성해 온 조약문에 국새를 강탈해 날인하고 짐의 서명을 강요하였으나 단호히 거절했다.황제께서는 유럽 문명국에 일본의 만행을 알려 대한제국의 독립을 수호해 주시길 거듭 앙망한다.”고호소했으나 니콜라이 2세는 “국내문제로 더 이상 대한제국을 도와줄 수 없다.”고 냉정하게 거절한 것이다. 이후 헤이그밀사파견(1907) 등 고종의 거듭되는 친서와 러시아에로의 정치망명 요청 등에 대해 러시아는 포츠머스강화조약(1905) 준수와 극동질서를 강조하는 등 계속 딴전을 피웠다.1905년 ‘피의 일요일’사건으로 러시아혁명이라는 폭풍앞에 선 니콜라이 2세로서도 동방의 소국에 더이상의 잔정을 줄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고종황제는 병이 들어 나약하고 병력이 없는 군부대신은 허수아비처럼 서 있고 다른 각부 대신은 일본인에 복종하고 있다.노쇠한 황제는 고통스러운 감금의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대궐안팎은 일본인의 감시와 경비가 삼엄하다. 알현이 제한된 것은 물론 제3자를 통한 연락도 제한을 받고 있다.”는 1908년 12월8일자 소모프 총영사의 고종 및 대한제국에 대한 근황보고서는 두 마지막 황제의 관계가 대한제국의 몰락과 함께 종극(終劇)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주석기자 joo@ ■러시아가 본 조선王家 서울에 주재한 제정 러시아의 외교관들은 대한제국의 왕가(王家)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을까. 이번에 새로 발굴된 제정 러시아시대의 외교문서를 보면 러시아 외교관들은 고종과 주위의 대신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순종을 비롯해 엄비와 대원군,다음 왕위를 노리는 왕자들을 못마땅해 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오래전에 자주적인 통치력을 상실한 고종은 측근에게조차 권위가 없다.또 우유부단한 상태에서 대한제국 지배계급의 어느 한 집단이나 혹은 끊임없이 교체되는 명칭만 요란한 독립협회,황국협회,만민공동회,친러파,친일파,친미파,친영파 그리고 친독파로 구성되는 대신들에 의지하고 있다.(1901년 파블로프 대리공사) 고종황제 자신은 아주 호감을 주는 인물이나 많이 쇠약해져 있다.황실에서는 고위직과 하위직을 막론하고 음모,뇌물수수,매수가 만연돼 공적과 능력에 따라 관직에 임용되지 않고 뇌물의 액수에 의해서 임용이 결정된다.(1903년 베베르 초대 대리공사) 명성황후의 시해이후 10여년동안 사실상 왕비의 역할을 한 엄비(嚴妃)가 서거하자 “엄비는 평민출신으로 양반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당의 굿에 의존했다.(1903년 베베르).”고 힐난한 대목도 나온다. 대원군에 대해서는 실제 이상으로 부정적이다.틈만 나면 고종 암살기도설 등을 정보보고하고 있다.1896년 베베르는 “고종은 부친 대원군을 숙청할 생각을 갖고 있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러시아가 대원군을 아무르주 혹은 사할린으로 이주시켜 주기를 바라는 고종의 소망을 실현시키는 것이 바람직스러운 일이다.”라고 적고 있다.대원군의 부인이자 고종황제의 친모인 여흥부대부인(驪興府大夫人)민씨가 80세를 일기로 서거하자 “고종은 모친을 몹시 사랑했다.고종은 성품이 선량하고 동정심이 많고 나약한 점이 모친을 닮았다.(1898년 쉬테인)”고 애도하기도 했다. 1898년 대원군이 아무르 동부지역 총독 그로데코프에게 보낸 편지도 흥미롭다.처음으로 공개되는 이 편지에서 대원군은 “세상 어느 곳에서나 부모와 자식간에는 화목하게 산다.그런데 수십년전 4명의 신하가 고종 임금앞에서 늙은 아비를 비방한 일이 있었다.하늘에 맹세코 말하지만 우둔한 자들이 음모를 꾸며 부자지간을 이간시켜 놓음으로써 나는 지금도 아비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종은 천성은 선량하나 나쁜 신하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러시아에 원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하고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에 대한 러시아 외교관들의 차가운 시선에는 애처로움이 느껴질 정도다. 순종의 즉위식이 8월27일 거행됐으나 고종과 세자는 참석하지 않았다.순종은 카키색의 군복을 입고 눈치를 살피면서 말을 꺼렸다.황제의 인상은 침울하고 창백하며 놀란 듯한 두 눈에 얼굴은 병으로 부어 환자처럼 보였다.(1908년 소모프 총영사). 고종황제의 왕위를 이을 후계자에 대해 주목하면서 일일이 인물평을 늘어놓았다. 의화군 이강(李堈·후의 의친왕)을 유럽파견 공사로 임명했다고 조선정부가 통보해왔다.이강은 왕비가 낳은 아들이 아니라 궁인(귀인 장씨)에게서 얻은 왕자로 젊고 유능하며 쾌할한 성격이다.일부 사람들은 그가 앞으로 세자로 책봉될 것이며 좀 우둔한 세자(순종)보다는 덕망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하지만 고종은 세자를 더 사랑한다.(1895년 베베르) 또 1906년 1월1일 고종황제와 황실가족과의 신년 경축 알현식에 참석한 플란손 총영사는 “장자인 황태자는 30세로 명성황후의 적자이며 법통 후계자다.의친왕(李堈))은 17세이며 명성황후 생존시 상궁소생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교육을 받았다.삼자 영친왕(李垠)은 9세이며 엄비 소생으로 영특하고 야심만만하다.”라고 평가했다. 노주석기자
  • [대한광장] 조용한 함성 ‘인권영화제’

    온누리가 축제의 열기로 가득하다.청춘의 건각이 뿜어내는 싱싱한 기운이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전염되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피가 뜨겁다.아니,60억 지구촌 사람들은 인종,국경,종교,빈부의 격차에 아랑곳없이 함께 축제를 즐긴다.식민 종주국을 ‘찍어낸’ 아프리카 작은 빈국의 쾌거를 다같이 기뻐한다.아! 축제란 원래부터 이다지도 설레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인류의 예술과 문화가 발원한 곳은 신에게 올리는 제의의,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고 마시는 축제의 마당이었다.21세기 들어 발생한 첫 전쟁은 세계 자본주의의 본거지를 향한 ‘자기의 땅에서 유배된 자’들의 자살테러로부터 비롯했다.그러나 새 세기의 첫 축제는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의 남쪽에서 시작했다.개막축제에서 서울은 세계를 향해 ‘환영’과 ‘소통’과 ‘어울림’,그리고 ‘나눔’의 고귀하고 장려한 메시지를 날려보냈다.최초로 민간이 기획하고 주도한 축제의 컨셉트는 조화와 상생(相生)의 동양정신이었다.장중하고 세련된 미의 극치가 참으로 자랑스럽고 감격스럽다.테러의 동력이 절망과 단절이라면,평화의 환경은 마땅히 소통과 나눔일 터이다. 이 장엄한 축제가 시작되는 날,같은 시각에 조용한 함성이 있었기에 이를 알리고자 한다.‘인권영화제’는 인간을 위한 영상을 찾아나선다.행복하고 부유하고 힘센 인간이 아니라,억눌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인간의 세상을 담고 있다.문명세계의 뒤편에 난무하는 야만을 고발한다. 머리속의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재판도 없이 검사의 청구에 의해 죽는 날까지 사람을 가두어 둘 수 있었던 ‘사회안전법’에 걸려 청춘을 고스란히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이가 결성한 ‘인권운동사랑방’이 주최하는 영화제다.놀랍게도 무료로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 올해로 6년째인데,해마다 대학 총학생회가 파트너십을 발휘한다.96년 첫해에 표현의 자유를 몸소 실천하는 의미로 사전심의를 거부한 채 상영에 돌입하더니 올해는 겁도 없이 월드컵 기간과 대칭으로 일정을 잡았다.월드컵 축제 기간이라 해서 우리 사회의 인권 현안이 숨는 것은 아니다.장애인의 이동이 도무지 불가능한 현실을 항의하는 장애인단체가 시청 앞에서 일전의 리프트 추락사를 계기로 집회를 갖는가 하면 모진 아동학대의 현장이 드러나기도 한다. ‘인권영화제’의 영상은 대체로 끔찍하다.그래서 보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분쟁지역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폭력,자카르타 철로변에 사는 빈민들의 처참한 생활,실종되는 여성들,쓰레기 더미 위의 삶,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살인 경험담 등 인권영화제의 시선은 인간의 악마성과 집단의 가학성이 일으키는 야만을 쫓아다닌다.그러니 영화로부터 단 한시간 남짓이나마 위안과 오락을 구하고자 하는 고달픈 인생들이 제발로 걸어들어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제사면위원회는 ‘2001년 세계인권상황’보고서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전혀 없는 노조지도자들이 구속돼 있으며,비폭력 평화노선을 신봉하는 신앙 때문에 집총을 거부한 젊은이들의 양심을 범죄시하여 예외없이 감옥에 넣는가 하면 그 안에서의 예배조차 철저히 봉쇄하는 등 한국은 스스로 비준하거나 가입한 인권규약에 반하는관행을 지속하고있다고 앰네스티는 보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는 자는 고단하다.현실의 부조리를 개선하고자 하는 이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지난 세기 내내 유혈을 불러왔던 제3세계 파시즘과 그 아류들은 깨어나 있는 자들의 고통과 그 감염을 막기 위해 손쉬운 마약을 분사했다.3S(sports,screen,sex)정책이 그것이다. 이제 이땅의,충분히 교육받은 국민에게 그것은 효험없는 처방이 되었다.월드컵은우리의 손색없는 고품질의 축제마당이다.대칭으로 ‘인권영화제’ 역시 그러하다.다만,인권영화제는 조용한 함성이며 잠들지 않는 의식의 축제이다.궁금하시면 점심시간에 샌드위치 싸들고 자투리 관람을 해도 당신은 충분히 인간미를 발휘할 수 있다. 유시춘/ 국가인권위원·작가
  • KBS ‘제국의 아침’ 문경 촬영현장

    “나는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온 사람이오.황제가 내리신명령을 군부의 수장인 내가 듣지 않는다면 나는 이미 군인이 아니올시다.” 지난 18일 경북 문경의 세트장.비장한 눈빛의 탤런트 조경환(박술희 역)이 혜종의 유배령을 기다리고 있다.40여명의 근위병이 혜종의 칙서를 받으려고 우르르 달려온다.새벽 1시에 버스를 타고 3시간동안 문경으로 달려왔다는 엑스트라들은 지친 기색 없이 스태프의 호령에 맞춰 몇 번씩이나 달리기를 계속했다. 병약하고 결단력이 없는 혜종의 즉위후 지리하게 끌어와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KBS ‘제국의 아침’에 드디어 고려제국의 여명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다.18일 촬영된 26회분(26일 방영)은 왕건의 충실한 장수 박술희가 왕규의 음모로 유배 당하는 내용을 담았다.혜종의 죽음,왕요의 왕권 쟁탈,왕규의 반란 등 끝없이 이어질 ‘피의 숙청’에 첫스타트를 끊는 장면이다. 연이틀 비가 추적추적 내린 지난 주말 KBS ‘제국의 아침’ 촬영현장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17일 오후 왕규의 난의 군중 신을 찍으려고 출연진은 분장까지 마친 상태로 기다렸지만 짓궂은 날씨 탓에 고려 역사의 장엄한 한 페이지는 다음주로 연기됐다.하루 허탕을 치면,스케줄이 빽빽한연기자들의 일정 탓에 같은 장면의 촬영은 1주일 후에나재개된다. 연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다.혜종을 맡은 탤런트 노영국은 “우리 드라마가 시청률이 좀낮기는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고려의 역사를 복원한다는 교육적인 측면에서 높이 평가해 달라.”고 주문했다.곧 왕위에 올라 궁궐을 피바다로 만들 왕요 역의 최재성은“두번의 사극을 통해 연기를 많이 배웠다.”면서 “이제마음을 비우고 카리스마 넘치는 정종 역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안영동 책임 프로듀서는 “혜종이 죽고 왕요·왕소 형제가 극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빠른 전개와 긴장감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28회(6월2일 방영분)에서는 혜종이 눈을 감고,29회에는정종이 왕위에 오른다.미끈한 외모의 최재성이 수염을 달고 왕위에 오르는 순간 시청률도 함께 오를까.‘태조 왕건’의 후광을 입고 첫회 30%가 넘는 시청률을 보였으나,큰사건 하나 없는 지루한 음모가 계속돼 시청률은 10%대로크게 떨어졌다.좀 늦긴 했지만 정종의 등극으로 제국의 아침은 다시 활짝 열리지 않을까. 김소연기자 purple@
  • “공무원 ‘부수입’ 강력 규제”

    ■강철규 부패방지위원장 美서 밝혀 [최광숙기자·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姜哲圭)가 공무원들의 강의·강연,인세 등 외부활동을통한 수입이 보수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부방위는 2일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교직자의 사외이사 겸직,다단계 판매활동 등을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같은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공무원들은 “과도한 제한”이라며 벌써부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 위원장 및 부방위 입장=미국 정부 윤리청(OGE)과의정책 협의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중인 강 위원장은 이날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공무원이 외부강연 등으로 벌 수 있는 수입을 해당 공무원의 월 소득액 30%까지로 제한하는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6월까지 마련할공무원 행동윤리강령에 이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에서는 공무원들의 외부활동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정치자금 모금과 지출을 투명하게 파악할수 있는 방안으로 이른바 ‘간이통장’제도도 검토하고있다.”면서 “정치 분야에서의 부패가 줄면 한국 전체의부패는 50%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방위 관계자는 “그동안 공무원들의 대학출강,외부강연을 소속 부서장의 동의를 얻은 뒤 공직업무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무제한 허용했으나 앞으로는일정 부문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5조는 공무원이 스스로 상업 등 영리적 업무를 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금지했다.하지만 대학출강 및 각종 외부토론회·세미나 강연,책 인세,신문배달·우유배달 등 생계지원책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었다. ◆토론회에서도 논란=부방위 주최로 이날 열린 ‘공무원의영리활동제한 및 이해 충돌회피 방안’에 대한 공개토론회에서 윤태범 충남대 교수는 “공무원들의 직접적인 직무와 관련된 영리업무를 완전 금지하고 직무시간외에 이뤄지는 영리적 업무는 보수의 3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토론자로 나선 서원석행정연구원 연구원은 “공무원도 직업세계의 변화에 능동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직무에 지장이 없는 경우 이를 영리행위로 보고 제한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공직사회 찬반논란=부방위의 방침에 대해 상당수 공직자들은 “대학출강이나 외부강연의 경우 공직자의 전문성을높이고 공익을 증진시키는 등 순기능이 더 크다.”면서 지나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공직자들 가운데 겸임교수가 많은데 그들의 활동을 영리적 행위로 해석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부방위측의 처사를 비난했다.다른 관계자도 “부인 등 가족의 명의로 영업활동을 할 경우 해당 공무원이 퇴근후에 일을 도와 이익 증대를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이를 규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객관적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방위측은 그동안 각종 부업활동을 일반적으로제한했던 것을 ‘보수의 30%를 넘지 못한다.’는 ‘가이드 라인’을 따로 정함으로써 오히려 제한적이나마 영리활동 규제를 풀어준다는 의미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경제부처의일부 고위관리들의경우 강연료 수입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정 부분 제한조치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bori@ ■김호섭교수 “비리 방지위해 제도화 필요”주장 최근 정권말기에 접어들면서 노출되고 있는 각종 공직 비리를 사전에 통제하기 위해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서를 하나의 공공문서로 간주해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퇴직 후 취업제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호섭(金湖燮) 아주대 교수는 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중앙인사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공부문 인적자원 관리에 관한 국제콘퍼런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뇌물수수·알선·청탁·압력 등 일부 고위공직자들의 불법적 행위가 공직사회 전반에 부정적 효과를파급시키고 있다.”고 전제한 뒤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정부정책이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위공직자를대상으로 이같은 불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조항과처벌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퇴직후 활동제한 강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서를 일반이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 ▲재산공개 대상자확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기능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국가공무원의 인사기능을 강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중앙인사기관의 구조와 기능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난도(金蘭都) 서울대 교수와 유민봉(庾敏鳳) 성균관대교수는 ‘중앙인사기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구조와 기능의 재정립’이란 발제문을 통해 “현재 정부 인사기능이중앙인사위와 행정자치부로 이원화돼 있어 기획과 집행이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인사에 관한 모든업무를 집중한 ‘인사원’ 신설을 가장 이상적인 방안으로 꼽았다. 이어 “정부기구 개편논의는 부처중심주의와 일부 공무원들의 저항으로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났다.”면서 “개편이 성공하려면 관계 전문가와 실무집단의 면밀한 분석,공동연구 시민단체와 언론매체를 통한 합의 도출,공무원들의전향적인 자세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개방형 직위제도의 집행과정과 결과를 평가한 남궁근(南宮槿) 서울산업대교수의 논문 등 10편의 발제문이 발표된다. 최여경기자 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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