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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 인문학자 3인 첫 인터넷 무료연재

    스타 인문학자 3인 첫 인터넷 무료연재

    “인문학자가 인터넷 공간에 연재 방식으로 이런 글을 쓰는 일은 아직 부담스럽다. 밋밋하고 덤덤하고 지루할 것이다. 이 가운데 우리가 까맣게 잊어버렸던 소중한 풍경들이 인화되지 않은 필름처럼 어둡게 웅크려 있다. 어둠 속에서 그들을 하나씩 호명해 내려고 한다.”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가 새해 1월 3일부터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cafe.naver.com/mhdn)에 ‘우리 시대의 명강의’란 제목으로 매주 글을 연재할 것을 알리며 밝힌 포부다. 문학동네는 28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문학자이자 인문학 붐을 주도하고 있는 정민 한양대 교수, 정병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인문학을 인터넷에 무료로 연재한다.”고 밝혔다. 인기 소설가들이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고 책으로 펴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지만 인문학자들이 인터넷에 글을 연재하는 것은 처음이다. 오랫동안 다산 정약용(1762~1836)을 연구해 온 정민 교수는 ‘삶을 바꾼 만남’이란 주제로 다산과 그의 제자 황상(1788~1870) 사이에 이어진 도탑고 진실한 사제 간의 정리(情理)에 주목한다.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간 정약용은 그곳에서 작은 서당을 열었고, 제자 황상을 만난다. 황상은 양반이 아니어서 과거에는 응시할 수 없었으나 평생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스승이 준 ‘삼근계(三勤戒)’의 뜻을 새기며 시를 쓰고 공부에 전념했다. 최근 ‘한중록’을 번역·주석해 독자에게 소개한 정병설 교수는 ‘권력과 인간’이란 주제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꼼꼼하게 읽을 예정이다. 정 교수는 혜경궁 홍씨에게 씌워진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냉혈한 여인’이란 굴레를 ‘한중록’을 통해 벗길 생각이다. 안대회 교수는 ‘궁극의 시학’이란 제목으로 고전 시학의 정수로 인정받는 ‘이십사시품’을 노둣돌 삼아 중국의 추상적인 시학(詩學)을 놓고 정선, 김정희, 오세창 등 조선 후기 지식인이 정서적으로 어떻게 교감했는지 보여 준다. 안 교수는 “네티즌과 호흡을 함께하는 인문학 저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동적인 저술의 한 형태로 재미있는 시도라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며 인터넷 연재에 대한 의욕을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아웃레이지’ 과장미 쏙 뺀 야쿠자 복수극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아웃레이지’ 과장미 쏙 뺀 야쿠자 복수극

    영화는 우측에서 좌측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카메라가 24명의 야쿠자를 차례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몇몇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대다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무료한 시간을 때우는 중이다. 연결되는 장면은 고급스러운 실내에서 음식과 간담을 나누는 조직의 고위층을 담아 안팎의 지위를 대비시킨다. 이어 뜨거운 태양 아래 검은 옷을 입고 도열한 야쿠자를 롱숏으로 한꺼번에 포착한 다음, 카메라는 주인공 오토모에게로 건너뛴다. 하위조직의 보스인 그의 건조한 표정은, 그리고 오토모를 연기하고 영화를 연출한 기타노 다케시(오른쪽) 자신은 “이 쓸모없는 무리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들은 아동용 만화에 등장하는 우스꽝스러운 악당과 하등 다를 바 없는데, 문제는 현실세계의 다 큰 어른들이 그러한 꼬락서니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웃레이지’는 오랫동안 그 질문과 마주해온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현재형이며, 동시에 그가 새롭게 도달한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오토모 일당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성가신 조직 하나를 손본다. 이 일로 조직 전체의 인물들이 엮이게 되면서 서로 죽고 죽이는 사태가 벌어진다. 얼핏 야쿠자 복수극을 재탕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웃레이지’의 가치는 그런 주제쯤은 사소하게 만든다.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폭력조직은 비생산적이고 비도덕적인 사업을 영위한다. 그 탓에 그들이 직업에 충실하면 할수록 선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거의 원죄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존재로서 야쿠자는 필연적으로 지옥으로 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 것도 그들을 구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과 달리, 오로지 죽음의 바탕 위에 존재하는 그들에게 삶의 공간이 허용될 리 없다. 그러므로 기타노나 아벨 페라라 같은 갱스터 영화의 장인들은 매 영화의 결말마다 ‘악당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타노의 영화가 그간 다소 과장된 스타일로 그 죽음을 이야기했다면, ‘아웃레이지’는 더욱 확고해진 다짐을 오히려 덜 양식화된 그릇에 부은 작품이다. 복수의 길을 떠난 야쿠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자, 유배된 공간에서 유희를 즐기는 조직원, 야쿠자도 인간임을 증명할 가족 같은 건 사라져 버렸고, 복수를 위한 명분이나 남자 사이의 끈끈한 의리 따위도 폐기처분된 지 오래다. 텅 빈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조직원들은 위기에 처하자 각각 살 길을 찾다 마침내 하루살이의 삶을 마친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허무한 죽음을 피할 순 없다. 도리어 짧게 별 볼 일 없이 처리된 오토모의 죽음은 최양일의 ‘형무소 안에서’를 향한 농담처럼 보인다. 그들의 죽음을 하나씩 바라보면서 기타노 영화 특유의 기막힌 미장센과 인상적인 선율, 비장한 드라마를 끌어들이지 않은 ‘아웃레이지’는 전작들과 다른 길을 간다. ‘아웃레이지’는 무의미한 삶을 살던 남자들이 덧없이 죽어가는 과정을 일체의 장식 없이 묘사한 작품이다. 게다가 관객과 인물의 감정적 유대를 의도적으로 끊어버림으로써 냉정한 시선이 줄곧 유지되길 원한다. 만약 ‘아웃레이지’가 기타노의 전작들보다 덜 감동적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그가 뜻했던 바다. ‘죽음의 댄스, 피의 미학?’ 기타노에게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영화평론가
  • [영화단신]

    ●한국영상자료원이 이달 말까지 한국영화 VOD 사이트(www.kmdb.or.kr/vod)를 통해 뮤지컬, 악극,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키워드로 한국 영화 9편을 무료 상영하는 ‘세 가지 키워드로 만나 보는 음악 영화’ 기획전을 연다. 서구적인 뮤지컬 요소가 가미된 한형모 감독의 ‘청춘쌍곡선’(1956)부터 송창식의 ‘왜 불러’가 담긴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975), 이명세 감독의 ‘남자는 괴로워’(1994)까지 시대별 대표 음악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아시아 영화의 새 흐름을 접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아시아 영화 특별전’이 열린다. 오는 10~28일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다. 국내외 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소개돼 호평받았던 아시아 영화를 모았다. 200만명을 숙청한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돋보이는 리씨 팡 감독의 ‘크메르 루즈-피의 기억’과 태국 최초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열대병’ 등 21편이 상영된다. 4000~6000원. (02)741-9782. ●제2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오는 11~17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건축 관련 유명 인사나 유명 건축물이 소재나 배경인 다큐멘터리, 극영화가 주를 이루는 영화제다. ‘링크’를 주제로 한 올해 영화제에서는 건축 사진작가 줄리어스 슐먼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비주얼 어쿠스틱스’(2008), 아르헨티나의 유명 건축물인 쿠르체트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성가신 이웃’(2009) 등 10여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스크린이 있는 영화음악 콘서트’(ww w.gncac.com)가 오는 11~12일 경남 남해 유배문학관과 산청 간디중학교에서 열린다. 공연장이 없는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2008년 시작된 콘서트다. 젊은 클래식 연주자 그룹 ‘더 모스트’(The Most)가 영화 ‘시네마 천국’, ‘오즈의 마법사’,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여인의 향기’ 등의 주제가를 연주한다.
  • 제주, 추사의 흔적 느껴보세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제주 유배길을 돌아볼 수 있는 3개 코스가 개발됐다. 제주대 스토리텔링연구개발센터(센터장 양진건 교수)는 2010 지식경제부 광역경제권 연계 협력사업인 ‘제주 유배문화의 녹색관광자원화를 위한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사업’ 중 1차연도 사업의 하나로 ‘추사의 길’ 3개 코스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추사의 길’은 당대 최고의 서예가였던 김정희 선생의 8년 3개월간 제주 유배생활의 자취와 흔적이 남아 있는 서귀포시 대정과 안덕지역을 중심으로 추사의 예술활동과 그가 즐겼던 차 문화, 독서활동, 교육활동 등을 도보체험을 통해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1코스는 추사 유배지를 기점으로 대정향교를 순환하는 길로, 추사의 유배생활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2코스는 추사 유배지를 출발해 오설록녹차밭까지 이어진다. 추사와 차의 인연 그리고 편지를 통한 추사의 애정과 귤에 대한 호기심 등을 음미해볼 수 있다. 3코스는 대정향교에서 산방산을 거쳐 안덕계곡까지 이어지는 길로, 제주의 해안을 따라 사색을 즐겼던 추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눈을 찌를듯한 원색 단종의 비애 아련히

    눈을 찌를듯한 원색 단종의 비애 아련히

    중견 화가 서용선(59)의 풍경화 개인전이 서울 팔판동 리씨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 전남 강진의 강진만, 경북 청송의 주왕산 등 그가 직접 찾아다녔던 지역을 화폭으로 옮긴 크고 작은 풍경화 15점이 전시됐다. 그는 1980년대 중반 단종의 죽음을 주제로 한 ‘노산군 일기’ 연작 이래 역사적 사건에 얽힌 인물이나 도시의 인간군상, 신화와 전쟁 등 역사화와 인물화를 집중적으로 그려 왔다. 과감한 원색의 대비와 투박하고 거친 붓 자국이 빚어내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작업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구축해온 그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풍경화는 그래서인지 풍경 자체로만 보이지 않는다.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작품 속 풍경과 연관된 인물, 사건과 역사의 그림자가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다. 가령 ‘청령포’에선 영월로 쫓겨간 단종의 비극이, ‘강진만’에선 남도로 유배당한 다산 정약용의 고뇌가, 태백 탄광지대의 풍경을 그린 ‘철암천변’에선 산업화가 할퀴고 간 상흔이 엿보인다. 눈을 찌를 듯한 원색의 사용은 풍경화에서 더 도드라져 보인다. 원과 삼각형으로 형태를 단순화하고, 원근법을 무시한 채 평면으로 그린 기법도 인상적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작가의 심리가 반영된 색채와 구도를 반영한 그림들이다. 작업에 몰두하기 위해 2년 전 서울대 미대 교수직을 버리고, 경기 양평 작업실에서 파묻혀 사는 그는 “도시의 속도감과 스펙터클함 때문에 놓쳤던 자연의 다채로운 풍경을 이제야 제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드로잉 30여점도 소개된다. 11월30일까지. (02)3210-0467.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환경부 국·과장 7명 유배생활?

    26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 환경부 건물 앞. 국장과 과장 대여섯 명이 배낭을 메고 승합차에 올라탔다. “어딜 가느냐.”는 질문에 “시험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유배길(?)에 오르는 중이다.”는 한 과장의 답이 돌아왔다. 매년 이맘때 환경부는 사무관 승진 시험문제 출제와 채점을 전담하는 자격검증시험 전담반인 출제·평가단을 꾸린다. 전담반에는 국장 1명과 6명의 과장이 선발돼 6박 7일 동안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함께 생활한다. 마치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들처럼 미리 합숙에 들어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한다. 출제위원으로 선발된 홍정섭(대변인실) 과장은 “일주일 동안 외부와 연락을 끊고 생활하려면 솔직히 집안일도 걱정되고 답답할 것 같다.”면서도 “변별력 있는 문제 출제와 채점으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출제·평가단을 구성해 합숙까지 하며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하는 곳은 전 부처를 통틀어 환경부가 유일하다. 올해 환경부에서 5급(사무관)으로 승진하기 위해 자격검증시험을 보는 6급(주무관)은 모두 67명. 이 가운데 행정직 7명과 기술직 13명 등 모두 20명만 진급한다. 승진 검증시험은 주관식으로 치러지며, 선정된 주제에 따라 보고서와 보도자료를 작성해야 한다. 이 같은 환경부의 승진 자격검증시험은 2005년 도입된 이후 부처평가에서 인사제도 우수사례로 선정되면서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환경부 내부에서는 검증시험으로 객관성이 담보돼 승진인사에 대한 잡음이 사라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반면 환경부만 유난스럽게 까다로운 절차를 고집해서 인적·시간적 낭비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앞모습 40代 뒷모습 30代 저라는 프리 즘 궁금하시죠

    앞모습 40代 뒷모습 30代 저라는 프리 즘 궁금하시죠

    1973년 발표돼 무려 14년 넘게 빌보드 앨범 차트에 머물렀던 핑크 플로이드의 전설적 앨범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 그 앨범 표지엔 프리즘이 그려져 있다. 한 줄기 빛에서 다채로운 색채 다발을 뽑아내는 프리즘. 연극 ‘33개의 변주곡’(김동현 연출, 신시컴퍼니 제작)이 그렇다. 순간에 담긴 모든 것을 말하려는 이 작품은 베토벤, 그리고 베토벤의 말년을 뒤쫓는 음악학자 캐서린, 그리고 캐서린을 연기하는 윤소정, 이렇게 3개의 프리즘이 또다시 3각 프리즘을 만들어내는 얘기다. # 베토벤 말년 뒤쫓는 음악학자예요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윤소정(66). 원래 다른 배우가 캐서린 역에 내정됐으나 건강상 이유로 고사한 탓에 급히 대타로 나섰다. ‘대타로 뛰기에는 너무 거물급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눈치챘는지 “악당들 때문에…”라는 말이 돌아온다. ‘33개’에 출연하는 길해연과 서은경 등 후배들의 읍소에 미국에서 급히 귀국했다는 것. “아직도 이혼 못하는 바람에 함께 사는” 남편 오현경(연극배우)도 뒤처진 연습을 걱정하며 헌신적으로 도왔다. 유독 취약한 게 연도와 사람 이름 외우기인데 연극에는 유난히 연도와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 혼자 관객석을 상대로 내뱉는 방백도 많아 줄곧 까다로운 대사 연습에 매달렸다. 그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덜컥 대상포진에 걸렸다. 40년이 넘는 배우 생활. 산전수전 다 겪었음에도 “감개무량하다.”며 공연 첫날(지난 15일) 무대인사 때 울컥해 버린 이유다. # 꼭 이래야만 한다는 건 없답니다 등 떠밀려 맞게 됐다지만 역할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했더니 이내 정색하며 반박한다. “그렇지 않아요. 배우에 따라 다른 색깔이 나왔을 거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죠. 박정자가 했다면, 손숙이 했다면, 윤석화가 했다면. 모두 다른 색깔을 냈을 겁니다. 어떤 역할이든 이거다, 이래야만 한다, 그런 건 없어요. 잘해서 적역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죽기 전 베토벤과 캐서린이 깨닫는 게 바로 그것 아닌가요.” 웃으며 이어지는 한마디. “겸손한 척했으니 이제 교만한 걸로 하나 할까요. 그런 점 때문에 대본 봤을 때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대본 분석은 무척 빠르거든요.” # 다양한 제 색깔 발견해준 감독 고 맙죠 내년 1월쯤 새 영화도 개봉한다. 강풀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그대를 사랑합니다’. 우유배달하는 할아버지(이순재)와 무의탁 할머니(윤소정)의 사랑 얘기다. 아들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시어머니 역으로 나왔던 예전 영화 ‘올가미’ 얘기를 꺼냈다. ‘다 큰 아들 발가벗겨 궁둥이 씻겨주며’ 웃던 그 장면과 정반대 아니냐며. “안 그래도 왜 캐스팅했냐고 물었더니 올 초 제 연극 ‘에이미’를 봤다네요. 처음엔 힘들겠다 싶더래요. 앞모습은 40대, 뒷모습은 30대라는 거죠. 그런데 극 후반부에 60대 모습이 나오더래요. 그걸 보고 캐스팅했다더군요. 배우 속에 숨겨진 다양한 색깔을 발견할 줄 아는 그 감독의 눈이 놀랍고 또 고맙지요.” # 귀족 경멸한 베토벤 왈츠 왜 썼냐면… 연극 얘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33개’는 9번 교향곡 ‘합창’ 완성을 앞둔 말년의 베토벤이 왈츠에 매달리고, 이런 베토벤의 기이한 행적을 뒤쫓는 캐서린의 여정을 담았다. 지난해 3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토니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당시 캐서린 역을 맡았던 주인공은 할리우드 유명배우 제인 폰다(73). 그런데 베토벤이 왈츠를 주제로 한 변주곡을 썼다? 왈츠는 귀족 놀이에 쓰이던 곡 아니던가. 귀족을 경멸했던 베토벤이 도대체 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캐서린의 딸 클라라(서은경)와 간호사 클라크(이승준)의 사랑 이야기다. 처음엔 다소 생뚱맞은 느낌이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이 연애담이 왜 작품에 들어갔는지 알 수 있다. 단순히 클라라가 캐서린 연구에 결정적 힌트를 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클라라 자체가 이미 33개의 변주곡이었던 것이다. 대작에 집착했던 거장이 생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왈츠 한 가지 주제를 두고 모든 순간의 기억들을 뽑아 올리듯, 늘 못마땅했던 딸아이의 삐거덕대는 삶 자체가 다채로운 삶이었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감동적이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대목이다. 베토벤이라는 소재를 빼면 가족 간 갈등과 화해라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감동 스토리에서 멀리 떠나지 못해서다. 연극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11월 28일까지 열린다. 2만∼5만원. 1544-1555.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김정은, 北 개혁·개방 이루는데 10년은 걸릴 것”

    “김정은, 北 개혁·개방 이루는데 10년은 걸릴 것”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 대장’은 인민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북한의 개혁·개방을 하루빨리 실현하기를 가슴 속 깊이 희망합니다.” 1988년부터 13년 동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평양에서 일했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63)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화된 김정은을 겨냥,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대북 매체인 열린북한방송(대표 하태경) 주최로 25일 서울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북한 후계 문제 토론회-김정남 vs 김정은’ 토론회에서다. ●“김정은 통치방식 구축에 5~6년 걸려” 지난 2003년부터 책과 인터뷰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을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했던 그는 “후계자로 공식화된 김정은은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를 모두 폐쇄시키고 정치범들을 모두 석방하길 원한다.”며 ‘김정은에게 바라는 4가지’를 조목조목 밝혔다. 이어 “한국인·일본인 등 북한이 납치해 간 사람들을 모두 그들의 조국으로 돌려줘야 한다.”며 “또 북한 인민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아사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혁·개방이 필수적인데, 김정은 대장이 개혁·개방을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당장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김정은은 세습으로 후계 권력을 이어받아야 하니까 앞으로 5~6년은 통치방식을 구축하는 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고 이후에나 정책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개혁·개방이 이뤄져도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 위원장의 첫째 아들이자 김정은의 이복 형인 김정남에 대해 “13년간 김정일 관저 등에서 요리사로서 스시를 만들면서 고위층 파티에 많이 참석했는데 김정남은 단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며 “김정남의 어머니인 성혜림도 김 위원장이 영화 속 역할만 좋아했을 뿐 병이 든 뒤 유배를 보냈기 때문에 김정남이 어렸을 때는 첫째 아들이자 황태자처럼 교육을 받았지만 점점 멀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김정남이 최근 일본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세습을 반대하는 등 파격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대단히 놀랐다.”고 털어놨다. ●“김정남 ‘북한’ 표현은 매우 이례적” 그는 “김정남이 공공연하게 세습을 반대하고 ‘공화국’이나 ‘조선’ 대신 김 위원장이 싫어하는 명칭인 ‘북한’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라며 “김정남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김정남이 막연하게, 즉흥적으로 한 얘기는 아닌 것으로 보이며 김정은 측이 이에 대해 어떻게든 대응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후지모토는 일본의 스시 전문 요리사로, 지난 1982년 북한에 처음으로 들어가 평양의 일본 식당에서 일했다. 이후 일시 귀국한 뒤 1987년 재방북,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13년간 있다가 2001년 탈북했다. 그동안 ‘김정일의 요리사’ 등 4권의 책을 냈으며,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인 지난 10일 김정은의 주석당 등장에 맞춰 신간인 ‘북의 후계자 김정은’을 펴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될 예정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하동군 노량마을 경관조성사업 추진

    경남 하동군은 25일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인 남해대교 인근 구노량마을을 해안경관이 아름다운 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옛 모습의 나루터 복원과 방파제 단장 등 경관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노량마을이 국토해양부에서 주관해 추진하는 해안경관개선 시범사업 지역에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군은 올해부터 2014년까지 국비 등 모두 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나루터를 복원하고 방파제와 해안길, 주택 지붕·담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2억원의 사업비로 내년 3, 4월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를 한 뒤 설계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한다. 구노량마을은 210가구에 52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가야시대부터 어선의 주요 기항지로 남해도를 오가는 해상교통의 관문이었다. 고려시대 남해도로 귀양 가는 유배객들이 남해로 들어가는 애환의 장소였고 임진왜란 때는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을 비롯해 역사가 있는 마을이다. 군은 구노량마을이 해안경관마을로 조성되면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노량대교(제2남해대교)를 비롯해 대도해양종합관광지, 금오산권 어드벤처레포츠 단지 등과 연계해 남해안의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동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주말 데이트] 25년만에 고국무대 오른 재미무용가 김명수

    [주말 데이트] 25년만에 고국무대 오른 재미무용가 김명수

    ‘여자의 일생’이다. 모파상이 쓴 소설도 그렇고 국민가수 이미자가 부른 노랫말도 비슷하다. 요즘은 아니겠지만 조금은 먼 시절에는 그랬나 보다.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만 한다고~’ 그토록 한이 맺힌 여인이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참고 또 참으며 견뎌냈다. 이제야, 그 여인은 살아야 한다고 외친다. 1990년과 1998년 사이, 소설가인 남편(황석영)과 함께 북한을 다녀왔다. 국가보안법에 위반돼 헌집(서울 남산 안기부)과 새집(현 국가정보원 건물)에서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후 독일과 미국에서 망명 아닌 망명생활을 했다. 남편과도 이혼했다. 한이 켜켜이 쌓였다. 그런 고통이 솟구칠 때마다 해외에서 우리의 전통춤으로 발산했다. 해외 평단에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무용평론가 클라우디아 라 로코는 “그녀는 정교한 손놀림을 통해 신에게 바쳐지는 요정이 되었다.”고 했다. 또 다른 미국의 무용평론가 실비안 골드는 “그녀의 춤에서 그저 발을 내딛는 것조차 엄청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마치 용암을 가로지르듯 다리를 앞으로 밀어낸다.”고 했다. 파란과 곡절 많은 삶을 살아온 재미무용가 김명수(56)씨. 지난 1일과 2일 이틀 동안 25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섰다. 장소는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국립극장에서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우수작’으로 초청했다. 작품 자체도 눈길을 끌었다. 2005년과 2006년 뉴욕에서 공연해 화제를 모았던 ‘아리랑 코리안 리추얼 솔로’(Arirang-Korean Ritual Solos). 고국에서 춤꾼으로 새롭게 태어나려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까닭에 무용계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이번 공연 때 21세기 전달자를 자처하며 괘불탱화를 배경으로 한많은 나비춤을 췄다. 검무-승무-태평무-살풀이춤으로 이어지면서 시적인 파동을 극대화시켰다. 관객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무대 전환 장면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던져줬다. 특히 1823년 명당경아리랑부터 1991년 상주아리랑까지 ‘아리랑’ 노래가 사이사이에 들어갔고 개심사, 무위사 등 사찰의 실제 소리를 음향효과로 사용했다. “이제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춤꾼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아리랑이란 것이 원래 고생하는 거 잖아요. 행복한 것은 아니고…(한이 맺힌) 판소리 같기도 하고 연극 같기도 하고…객지 생활 25년, 기구한 팔자입니다. 저의 개인사가 우리 역사와 맞물려 있습니다.인생에 열 가지 고통이 있다면 아홉 가지는 겪었다고나 할까요. 가족이 부서지고 여자로서 절박할 때, 죽을 것 같을 때 춤으로 풀어내고 그랬지요.”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잠시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아리랑 고개는 12고개라는 얘기가 있다.”고 한 뒤, “단테의 ‘신곡’에서 이곳에 들어가는 자는 모든 희망을 버리라고 말하는 12천국과 12지옥처럼, 굿에서도 12거리를 하는데, 12라는 숫자는 힘들더라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의미를 가리키는 것 같다.”고 내뱉는다. 또한 “떠돌아다닌 유배자로서 집이 그리웠다.”면서 “집을 잃어버린 자로 내 몸 안에 있는 전통춤이 곧 내 집이라는 깨달음에서, 타국에서 전통춤 공연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국내에서 선보인 작품은 2005년 7월 뉴욕 댄스 시어터 워크숍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았다. 스타-레저의 무용평론가 로버트 존슨으로부터 2005년 12월 총결산 뉴욕 무용 부문에서 베스트 서프라이즈(Best Surprise)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67년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1972년 전국무용콩쿠르 발레 솔로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1977년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했고 이동안, 김숙자, 이매방 선생으로부터 도제식 교육으로 전통춤을 전수받았다. 1980년 공간사랑에서 청바지 바람에 춤을 추는 파격적인 시도로 ‘김명수 현대무용’ 데뷔공연을 가졌고 2년 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가졌다. 방북 때는 최승희 애제자인 김해춘과 공동안무를 하기도 했다. 한국 전통춤에 대한 책 ‘이동안 태평무의 연구’(1983년)를 출판했으며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한국춤을 가르치기도 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무용가 김명수 “고국서 26년만에 공연”

    무용가 김명수 “고국서 26년만에 공연”

    소설가 황석영의 전 부인인 재미 무용가 김명수(56)씨가 26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선다. 다음달 1~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르는 ‘아리랑’(Arirang : Korean Ritual Solos)을 통해서다. 안무, 의상, 소품 등 모든 것을 혼자서 준비한 공연이다. 김씨는 13일 서울 종로 ‘공간’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84년 11월 마지막 공연 뒤에 1990년 한국을 떠났으니 26년 만의 고국무대”라면서 “그동안 한국을 오가다 의상같은 것을 준비하기 시작해 자연스럽게 이제는 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발레 소질을 살려 이화여대 무용과에 입학한 김씨는 전통춤으로 눈을 돌려 인간문화재 이동안, 이매방 등으로부터 전통춤을 배웠다. 미국에서는 현대무용을 공부했다. 그러다 1986년 황석영과 결혼, 1990년 함께 방북한 뒤 독일과 미국 등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2004~2006년 황석영과 지리한 이혼소송을 진행했다. ‘아리랑’은 2005년 미국 뉴욕 DTW(Dance Theater Workshop)극장 공연 때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은 데 이어 브로드웨이에서 5일간 공연하기도 했다. 김씨는 “그간 유배자 생활을 하다시피 하면서 혼자 꼼지락 꼼지락 움직여서 준비한 작품”이라면서 “요즘 무용은 다들 비슷한데 이번 작품은 혼자서 놀았던 것이라 나만의 색깔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때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고 했지만 실현되지 못한 데 대해서는 “몸이 아팠던 데다 이런저런 개인적 사정 때문에 귀국하지 못했다.”고만 밝히고 넘어갔다. 한국 활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공연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일단 달에 착륙해 땅을 밟은 상태니까 돌아와서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객원칼럼] 이재오의 숙제/김동률 KDI 연구위원

    [객원칼럼] 이재오의 숙제/김동률 KDI 연구위원

    화장실 소변기는 누렇게 찌든 얼룩과 코를 찌르는 악취에 곤혹스러웠고, 좁은 사무실에는 ‘가리방’으로 불리는 등사판과 싸구려 갱지가 어지럽게 늘려 있었다. 1980년 말 내가 본 서대문 어느 허름한 건물 꼭대기, 특임장관 이재오의 민중민주연합 사무실의 풍경이다. 단체 이름이야 지금 들어도 거창하지만 실체는 운동가 이재오가 혼자 꾸려 가는 조그만 조직에 불과했다. 그 시절 운동가 이재오는 시국 사건이 터지면, 밤새 등사판으로 저 혼자 만든 성명서를 자전거 뒤에 싣고 가까운 서대문경찰서 기자실로 찾아왔다. 그의 말대로 콧대 높은 기자양반들 해장국 한 그릇 사줄 돈이 없어 담배 한 개비를 권하면서 ‘최근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부탁해 왔다. “민주세력의 이름으로 엄중히 경고한다.” 정도로 끝을 맺는 비분에 찬 성명서는 대개 신문 하단에 1단 크기로 조그맣게 게재되었다. 권위주의 시대, 그래도 게재된 날은 운수 좋은 날이고, 대개는 편집국 휴지통으로 들어갔다. 그런 날이면 새내기 기자였던 필자와 운동가 이재오는 서로 민망한 얼굴로 바라보다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진 경찰서 뒤편 전주집에 들러 모주 한 사발로 울분을 삼켰다. 빈 속의 모주에 적당히 불콰해진 얼굴로 고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십대 청년이자 제도권 기자였던 나는 인간 이재오에 대해 나름대로 감동을 느끼고 그를 위해 간곡하게 빌었다. 세월이 흘러 그는 화려한 권력자로 돌아오고 필자는 기자를 그만두고 유학을 다녀와 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서로간의 호감을 가진 속내야 어떻든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특히 굴곡으로 가득찬 그의 삶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풋내기 기자였던 필자를 잊어버렸음이 분명하다. 더구나 그는 이미 필자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커버린 MB 정부의 핵심 권력이 아닌가. 세월이 흘렀다.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면서 MB 정권 출범 이후 유배 아닌 유배생활로 워싱턴에 체류하던 그를 연전에 레이건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먼 발치의 그는 (자신에 차지 않는 표정으로)아는 체 다가왔지만 필자는 애써 고개를 돌리며 급히 공항을 빠져 나왔다. 너무 커 버린 그와 새삼 아는 척하기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항바닥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는, 그를 세상에 내놓은 일월산의 깡촌, 영양 석보의 버스 대합실 노인의 모습이었다. 이재오는 신산에 가득찬 그의 생이 증명하듯 민주화 과정에서 감옥살이만 다섯 번이나 했다. 은평구 구산동 23평 단독주택에서 이십년 이상을 살고 있다. 그의 삶은 온통 밑바닥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점철되어 있다. 혁명가의 면모를 엿보이는 그가 자신과 너무나 대조적인 MB 정권 창출의 절대 공신이었다는 점은 권위주의 시대를 맞서온 이땅의 민주세력들에게 엄청난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그런 그가 청문회를 통과해 우리 앞에 권력의 실체로 섰다. 청문회는 투기와 위장전입으로 더럽혀진 뻔뻔스러운 얼굴들과는 달리 오히려 그에게는 절대적인 기회가 됐다. “험난한 세월을 온몸으로 부딪쳤던 내 삶의 전부를 증언하고,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온 꿈 많은 시골소년의 이야기를 털어놓겠다.”는 그의 말 그대로다. 발가벗겨진 인간 이재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그는 자서전에서 “박정희의 사망소식을 듣고 참았던 분노와 설움이 폭발했다.”고 적고 있다. 마음속에 박근혜는 여전히 ‘독재자의 딸’로 각인되어 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원리주의자 같은 그가 자신의 꿈을 위해 재벌회사 회장 출신 대통령 만들기에 온몸을 던진 것처럼 이 땅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개발연대도, 박근혜도 감싸 안아야 한다. 권위주의 시대가 남겨놓은 마지막 증오는 동 시대의 큰 희생자인 그만이 해결할 수 있다. 민주화 과정에 맞섰던 지난 시절의 갈등과 증오는 이재오를 끝으로 역사속으로 보내져야만 한다. 그런 ‘특임’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다.
  • 동양화, 읽으며 보는 법

    말장난 같아 보이는 책 제목의 정확한 뜻은 ‘이야기 그림’에 대한 이야기다. 중국에서 시작된 ‘이야기 그림’은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 즉 서사를 다룬 그림이다. 따라서 이야기 그림은 보는 동시에 읽어야 한다. ‘옛 그림의 인문학적 독법’이란 부제가 달린 ‘이야기 그림 이야기’(이종수 지음, 돌베개 펴냄)는 이야기 그림의 전통에서 비롯된 중국의 옛그림을 보다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안내서이다. 동양화의 형식은 권(卷), 축(軸), 병풍, 삽화의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각 형식별로 대표적인 작품 2편씩을 골라 텍스트의 성격에 따라 화면이 어떻게 구성되고, 하나의 텍스트가 어떻게 여러 가지 다른 형식으로 그려지는지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권은 두루마리 그림이다. 이야기 그림은 두루마리에서 출발했다. 세로 길이는 30㎝ 안팎, 가로 길이는 다양하다. 첫 작품은 중국 최초의 화가인 동진의 고개지(346~407)가 그린 ‘낙신부도’로 알려져 있다. 당대 최고의 문학가인 조식의 ‘낙신부’에서 영감을 받았다. 12세기 초 북송의 교중상이 남긴 ‘후적벽부도’는 소식이 황주에 유배 중이던 1082년 자신의 거처인 임고정 근처의 적벽에서 노닌 하루를 읊은 작품을 화폭에 옮겼다. 축은 벽에 걸어 놓고 음미하는 형태로 옛 그림 가운데 가장 친숙하다. 두루마리를 펼치면서 봐야 하는 권이 지극히 사적인 감상법을 요한다면 축은 개방적이다. 저자는 축의 대표작으로 이백의 시 ‘춘야연도리원서’를 하나의 장면으로 구현한 구영(1502~1553)의 동명 그림, 동진의 문사 도잠의 ‘도화원기’를 1600년 뒤에 그린 20세기 중국 최고의 화가 장대천의 ‘도원도’를 소개한다. 여러 폭이 모여 하나의 화면으로 완성되는 병풍은 조선의 대가, 정선의 ‘귀거래도’와 김홍도의 ‘서원아집도’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서적에 삽입된 그림인 삽화는 이야기 중간에 쉬어가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그림이다. 저자는 삽화가 단순히 서적에 종속된 그림이 아니라 이야기 그림의 계보에 속한 동양 그림의 한 장르라고 규정한다. 1만 6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괴산 산막이 길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괴산 산막이 길

    충북 괴산과 충주를 적시는 달천은 오누이의 애틋한 전설에 따라 달래강, 물맛이 달다고 해 감천, 수달이 많이 산다고 수달내 등으로 불린다. 괴산 칠성면 달천 중류에는 수려한 군자산(948m)이 병풍처럼 두른 산막이 마을이 있다. 그곳 오지마을로 들어가는 아슬아슬한 벼랑길이 최근에 ‘산막이길’로 말끔하게 단장됐다. ●괴산댐에 잠긴 연하구곡 산막이 마을이 있는 칠성면 사은리 일대는 조선 시대부터 유배지였을 만큼 멀고 외진 곳이었다. 깎아지른 바위벼랑에 이는 물안개와 노을이 아름다워 조선 후기 노성도 선비는 이곳에 구곡을 정하고 연하구곡가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연하구곡은 1957년 완공된 괴산댐에 대부분 잠기고 만다. 1곡인 탑바위와 9곡인 병풍바위 등 일부만 물 위로 나왔는데, 그나마 배를 타야 찾을 수 있어 그야말로 전설 속의 절경이 되었다. 그래서 산막이길은 사라진 연하구곡을 상상하는 길이기도 하다. 산막이길 들머리는 외사리 괴산댐(칠성댐).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 착공, 1957년 완공된 괴산댐은 우리 기술로 세워진 첫 수력발전소로 유명하다. 괴산댐에서 이정표를 따라 15분쯤 걸어 오르면 주차장이 나오고, 여기서 산막이길이 시작된다. 작은 언덕에 올라서면 비학동 마을에서 운영하는 주막이 나온다. 주막 앞의 수려한 군자산과 풍성한 녹음을 담은 괴산호가 예사롭지 않다. 코를 찌르는 부침개와 막걸리 냄새를 짐짓 모른 체하고, 서둘러 길을 나서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고인돌 쉼터가 나온다. 큰 바위 생김새가 고인돌을 닮았지만 진짜는 아니다. 이곳은 강변 조망이 좋아 예전 사오랑 서당에서 더울 때에 야외수업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쉼터 앞에는 참나무 연리지가 있다. 나란히 앉아 강변을 바라보던 두 나무가 어느새 한몸이 된 것이다. 같은 곳을 오래 바라보면 몸과 마음이 통하는 모양이다. ●출렁다리와 앉은뱅이 약수 이어진 울창한 솔숲에는 출렁다리가 기다리고 있다. 약 100m쯤 이어진 출렁다리에 오르면 말 그대로 몸이 출렁출렁. ‘흔들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지만,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일부러 발을 구르며 환호성을 지른다. 잠시 동심의 세계를 즐기다 내려와 호젓한 강변길을 따르면 연화담. 연화담 앞의 전망대로 내려서면 괴산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물속에 연하구곡과 옛 산막이 마을이 잠겨 있지만, 호수는 짙은 녹음만 뿜어내며 아무 말이 없다. 연화담을 지나면 앉은뱅이가 물을 마시고 벌떡 일어났다는 앉은뱅이약수다. 참나무에 작은 구멍을 뚫어 그곳으로 졸졸 약수가 나온다. 물맛은 나무 수액이 섞여 그런지 아주 달콤하다. 하지만 수액을 내보내야 할 나무 입장에서는 통탄할 노릇일 게다. 좀 과하다 싶다. 앉은뱅이 약수 위에 산막이길의 명물인 스릴 데크가 자리 잡고 있다. 스릴 데크는 강 쪽으로 길게 돌출한 지점으로 바닥에 유리를 깔아 짜릿한 고도감이 느껴진다. 나무 계단이 40개라 해서 ‘마흔 계단’과 ‘돌 굴러가유’ 간판을 지나면 진달래 동산. 여기가 복원된 길의 종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서 발길을 돌리지만, 좀 더 들어가면 산막이 선착장이 나온다. 여기서 배를 타면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선착장을 지나면 세 가구가 사는 산막이 마을이다. “그때가 좋았지. 예전엔 물이 얕아 징검다리 건너 마을 드나들었어. 서른다섯 가구쯤 살았던 제법 큰 마을이었지. 댐이 생기며 일부는 잠기고 또 일부 주민들은 마을을 등졌어. 지금은 세 가구에 다섯 명이 전부야.” ●소재 노수신과 후손 노성도 산막이 마을 입구 정자나무 앞 평상에서 만난 변강식 할아버지는 이야기 내내 호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괴산댐이 생기면서 마을로 드나드는 길이 없어지자 벼랑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생겼는데, 그것이 지금의 산막이길이다. 마을을 지나면 소재 노수신(1515~1590) 선생이 유배 생활을 하던 곳이 나온다. 노수신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을사사화에 휘말려 오랜 세월 유배당했고, 훗날에는 영의정에 오르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연하구곡을 노수신이 정한 것이 아니라, 이곳을 관리하러 온 10대손 노성도(1819~1893)였다는 점이다. 그는 조상의 유배지를 관리하러 왔다가 수려한 풍광에 홀딱 빠져 “이곳 연하동은 가히 신선의 별장”이라고 노래했다. 산막이길은 노수신 적소를 끝으로 돌아서야 한다. 산막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걸어왔던 산막이길을 바라보며 돌아가는 길. 군자산이 호수까지 내려와 떠나는 길손을 배웅한다. 글·사진 진우석 여행전문작가 mtswamp@naver.com ●산길 가이드 괴산군에서 만든 산막이길은 잘 꾸며졌지만, 그 안에 담긴 서정과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해 아쉽다. 보통 사람들은 진달래 동산까지 다녀오지만, 산막이 마을을 지나 노수신 적소까지 둘러보는 것이 좋다. 주차장에서 노수신 적소까지 약 3㎞ 1시간20분, 왕복으로 3시간이면 넉넉하다. 산막이 선착장에서 주차장 근처의 비학동마을 선착장까지 다니는 배는 사람이 많을 때만 운영한다. 어른 5000원, 아이 3000원. 변태식 선장 010-3485-8751. ●가는 길과 맛집 괴산이 기점이다. 괴산 시내버스터미널에서 괴산댐(수력발전소) 외사동행 버스가 06:30 07:50 11:10 12:30 14:00 15:10 17:10 17:50에 다닌다. 수력발전소 앞에서 내려 20분쯤 걸어 올라야 산막이길 주차장이 나온다. 괴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주차장까지 택시요금은 1만원선. 주차장 위 언덕에 자리 잡은 주막에서 잔치국수, 부침개, 도토리묵과 더불어 막걸리 한 잔 곁들이며 산책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다. (043)832-5279.
  • [지역경제 활로 찾는다] 왜 길인가

    길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발전가능하고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내는 길은 그리 흔하지 않다. 현재 길 관련 사업을 하는 중앙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산림청 등이다. 문화부는 ‘스토리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정약용의 강진 유배길, 청산도길 사업을 추진 중이다. 퇴계 오솔길, 청량산 이나리강변길 등은 환경부가 추진하는 ‘생태문화탐방로’다. 산림청은 지리산숲길, 금강소나무숲길 등 ‘산림문화체험숲길’ 사업을 하고 있다. 길 조성은 중앙 부처가 사업을 정하고 각 지자체에 예산 등이 할당되면 지자체가 길 조성과 관리를 담당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길 정비·관리 등에 대한 매뉴얼은 없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가 예산을 받아서 다른 곳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지역 주민의 소통과 자립 기반 수단으로서 길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길은 삶의 터전으로 계속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난립하는 길 사업의 통합·조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오동호 지역발전정책국장은 “지자체들이 축제 등 낭비성 경비를 절약, 7월부터 포스트 희망근로 사업의 일환으로 녹색길 조성에 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의 길 조성사업 경험에서 볼 때 하반기에 길 조성과 관련돼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4300개로 추정된다. 행안부는 지역 체험형, 자연친화형, 도심생활문화형 등 녹색길의 유형별 모델을 마련하고 이를 선정, 널리 알릴 계획이다. 걷기에 적당한 길의 넓이, 자연환경을 고려한 안내표시 등 편의시설 설치, 대중교통의 접근성 등을 고려한 ‘명품 녹색길’ 인증기준이 마련된다. 문제는 길이 조성된 이후다. 행안부는 지역공동체 주도로 ‘명품사업단’을 구성, 지역 공동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도록 배려한다는 방침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지역 공동체 일자리’ 축소… 저소득층 구직난

    정부가 오는 6월 말로 종료되는 희망근로 사업을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으로 대체하면서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시켜 저소득층들의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26일 행정안전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시작한 희망근로 사업이 오는 6월 말 종료됨에 따라 7월부터 12월까지 희망근로를 대체할 지역일자리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은 16개 시·도 지자체가 만 15세 이상 근로 능력자 5만명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것으로 근로자들은 ▲제주 올레길, 전남 강진군 다산 유배길과 같은 명품 녹색길 조성 ▲생활형 자전거 인프라 구축 ▲꽃매미 등 외래 동식물 구제 ▲여름철 물놀이 위험지역 등 안전사고 취약 지역 정비·개선 ▲컴퓨터 등 폐자원 재활용 등 10대 사업에 투입된다. 시·도별로 서울 8800명을 비롯해 경북 6150명, 경남 3700명, 충남 2700명, 대구 2600명, 부산 1600명 등이다. 선정은 저소득층 70%, 청년 미취업자 20%, 전문기술 인력을 10%씩 뽑는다. 국비 없이 지자체 예산 절감분 3688억원과 지역상생발전기금 1000억원 등 총 4688억원이 투입된다. 시·도는 이달 중 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다음달부터 참여자를 모집해 7월1일부터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원활한 추진을 위해 소득 및 재산기준(최저 생계비 150% 이하, 재산 1억 3500만원 이하)을 완화했고, 월 83만원의 기본 급여에 기술이나 전문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급여를 추가 지급하고 임금의 30%를 상품권으로 지급해 온 것도 폐지해 전액 현금으로 지급토록 했다. 행안부는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 공고일 현재 희망근로 등 정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배제할 방침이었으나 형평성 차원에서 이들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 공동체 일자리사업 근로자는 5만여명에 불과해 공공일자리 수혜자는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 탈락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현재 희망근로사업에 선정된 근로자는 10만명(중간 이탈자 포함), 선정 탈락자도 30만여명에 이른다. 지자체들도 희망근로 참여자 전원을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극심한 구인난과 함께 사업 차질을 우려했었다. 정부는 탈락자 상당수를 노인일자리·숲가꾸기·디딤돌 등 정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에 참여시키기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남해군, 제1회 김만중 문학상 공모

    “경남 남해 유배 문학상 첫 수상자의 영예에 도전하세요.” 경남 남해군은 18일 ‘제1회 김만중 문학상’ 작품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오는 9월17일까지 공모한다고 밝혔다. 김만중 문학상은 서포 김만중 선생을 비롯해 고려시대에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20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남해군에서 유배(流配)생활을 하며 꽃피웠던 ‘유배문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제정한 문학상이다. 시·소설·희곡·수필·아동문학(동시·동화), 유배문학 특별상 등 6개 부문으로 나누어 공모를 해 역량있는 작가 13명을 선정해 총 1억여원의 상금을 준다. 최근 3년 이내 순수 창작 작품으로 주제는 자유이지만 문학성이 높고 남해지역 문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작품을 환영한다. 수상작은 오는 10월 말 열리는 김만중 문학제 때 시상할 예정이다. 대상 1명에게는 5000만원, 부문별 금상 2명에게는 각각 300만~500만원을 시상한다. 남해군은 유배문학 전승·보전과 한국 문학발전을 위해 지난해 10월 ‘남해군 김만중문학상 조례안’을 제정했으며 138억원을 들여 남해읍 남변리 3만 5000여㎡에 유배문학관도 지어 오는 8월 완공 예정이다. 또 150억원을 들여 김만중 선생의 유배지인 상주면 노도에 유배체험관도 곧 착공할 계획이다. 작품 공모는 남해군 문화관광과(055-860-8622)로 문의하면 된다. 남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제주 추사관 개관 특별전

    제주 추사관 개관 특별전

    ‘해국(海國)의 먹물은 깊고’ 추사 김정희(1786∼1856)가 귀양살이했던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에 추사관이 들어서 13일부터 특별전시회가 열린다. 추사가 쓴 편지와 시 등 유묵 17점을 수록한 ‘신해년책력’을 비롯해 글씨를 쓰는 법을 밝힌 ‘완당필첩’, 제주에서 귀양살이할 때인 1846년 충남 예산 화암사에 예서체로 써서 보낸 ‘무량수각’, 추사 고택 뒷산인 오석산 바위에 새긴 ‘소봉래’ 탁본 등 60점의 작품이 특별 전시된다. 추사관은 추사가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그린 국보 제180호 ‘세한도’에 있는 건물의 모습을 본떠 나무로 지어졌고 지하 2층, 지상 1층, 전체면적 1192㎡ 규모다. 1840년(헌종 6년) 윤상도의 옥사에 연루돼 제주도로 유배된 추사는 9년 동안 머물며 추사체를 완성하고, ‘세한도’를 비롯한 많은 서화를 그렸으며, 제주의 유생들에게 학문과 서예를 가르치는 등 업적을 남겼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거제 둔덕기성 사적지정 예고

    거제 둔덕기성 사적지정 예고

    경남 거제시 둔덕면에 있는 ‘거제 둔덕기성(屯德岐城)’이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예고됐다고 문화재청이 26일 밝혔다. 거제도 서쪽에 위치한 이 성은 7세기 신라시대의 성을 쌓는 기법을 알려주는 중요한 유적이다. 특히 성벽은 삼국시대에 처음 쌓고 고려시대에 고쳐 쌓아 축성법 변화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도 가치가 크다는 설명이다. 동문(東門) 터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凹’자 형의 ‘현문식(懸門式)’ 구조라는 점도 특징이다. 이곳에서 나온 인화문(印花紋·도장무늬) 토기와 ‘상사리(裳四里)’라고 새겨진 기와, 청자 접시 등의 유물을 보면 이 성이 신라 문무왕 때 설치된 행정도시인 상군(裳郡)이자 경덕왕 때 거제군의 치소성(治所城·지금의 군청 소재지)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사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문헌에는 고려 의종(毅宗)이 이곳에 3년간 유배됐고, 조선 초에는 고려 왕족들의 유배지로도 사용됐다고 씌여져 있다. 당초 이 성은 의종이 거제도로 유배되고 나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1999년 이후 수차례의 지표조사와 시굴·발굴조사, 학술세미나 등을 통해 신라시대에 처음 쌓은 것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흔히 폐왕성(廢王城)으로 불리는데 이 명칭은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통영군지’(1934)에 처음 언급됐고, 더 오래된 문헌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둔덕기성이라고 기록돼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만덕’ 한재석, 조선 최고의 완소남 부상

    ‘만덕’ 한재석, 조선 최고의 완소남 부상

    원조 ‘엄친아’ 한재석이 조선시대 최고의 ‘엄친아’로도 인정받고 있다. 명문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한재석은 그동안 빼어난 외모와 더불어 훌륭한 인품으로 연예계 ‘원조 엄친아’로 손꼽혔다. KBS 1TV ‘거상 김만덕’에서 형조판서의 아들 홍수 역으로 열연 중인 한재석은 최근 방송분에서 아버지 형판의 앙숙 김응렬(최재성 분) 수하로 일하는 동안 만덕과 재회했다. 특히 만덕의 간곡한 요청으로 한양으로 돌아온 홍수는 만덕을 향한 순애보를 드러내 여성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양과 제주 사이를 두고 장거리 연애 중인 홍수와 만덕의 러브스토리 또한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를 얻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형판은 문선(박솔미 분)으로부터 김응렬이 유배지에서 딸을 낳은 사실을 듣게 됐다. 형판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하자 홍수가 나서 막았다. 아버지의 요구대로 홍수는 평시서에서 형조로 자리를 옮겼다. 홍수는 사랑하는 만덕의 아버지인 김응렬이 고초를 겪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홍수는 사랑하지만 만덕이 상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먼 곳에서 지켜보는 사랑을 택했다. 제주의 공물선이 수리를 하는 동안 상선을 공물선으로 사용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 형판의 집권대로 서문객주가 이를 진행하려하자 홍수는 경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만덕이 속한 동문객주가 서문객주와의 경합으로 제주관아의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운 셈이다. 이처럼 홍수와 만덕의 애틋한 장거리 연애는 거친 상단 이야기 속에 부드러운 윤활유 역할을 하며 드라마를 흥미지진하게 이끌고 있다. 사진=ZOOM 서울신문NTN 김진욱 기자 actio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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