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내 경쟁력 1위콜로라도 덴버시(고비용을 깨자:16)
◎광산촌이 10년만에 미 최고 「첨단」기지로/세계무역센터·첨단기술연 설립,기업 지원/컴퓨터·우주 등 최첨단기업 1600여개 몰려/미 대륙 교통중심지… 물류부문 석권 야망
『첨단무기 제조회사인 시레즈사의 러시아와의 비밀 무기거래 정보 디스켓을 빼낸 흑인여성역의 바네사 윌리엄스는 무기밀매단의 추적을 받는다.위협받는 증인을 보호하는 미연방경찰역의 아놀드 슈바르제네거는 그녀의 보호를 맡으며 여러차례 치열한 싸움을 거쳐 마침내 볼티모어항에서의 무기 선적을 저지하고 만다』 지난 여름 미극장가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첨단과학스릴영화 「이레이저」(Eraser)의 내용이다.
불과 10년 사이에 한적한 광산도시에서 첨단과학도시로 변신한 콜로라도 주도 덴버 사람들은 이 영화의 주무대인 시레즈사가 덴버시내에 위치한 정보저장회사인 스토리지테크사를 배경으로 했다는 사실을 덴버가 첨단산업기지화에 성공한 한 단면으로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서부개척 전진기지
덴버시 경제개발국의 맥스 윌레이국장은 경제현황 설명에 앞서 미기업개발협회(CFED)가 매년 발표하는 미국 50개주의 경제성적표를 내밀었다.지난 1년간 ▲경제정책수행 ▲기업 역동성 ▲개발능력 등 3개분야 54개항목에서 각 주별 순위를 매겨 종합한 이 성적표에 따르면 콜로라도주는 AAA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윌레이 국장은 콜로라도주가 이같이 연거푸 최고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는 이유를 3백60만 주인구의 60%에 가까운 2백만명 이상이 몰려 살고 있는 덴버지역에 형성되고 있는 양질의 기업환경으로 인한 기업경쟁력 제고를 들었다.그는 월드트레이드센터(WTC)를 중심으로한 세계각국기업의 유치와 콜로라도 첨단기술연구소(CATI)의 기술상업화 지원 등이 경쟁력을 높이는데 앞장섰다.특히 지난해 국내최첨단의 덴버국제공항(DIA) 개장은 덴버를 미국내 물류중심기지로 만들어 경쟁력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로키산맥과 대평원의 분기점을 이루는 고원지대에 위치한 덴버는 서부개척시대의 전진기지.금광과 은광을 비롯한 각종 광물과 석유 등으로 풍족한 경제환경을 유지해왔다.그러나 80년대초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유가하락은 덴버의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다.덴버은행,메이D&F등 수많은 토착기업들이 쓰러졌으며 빌딩 사무실 임대율이 30%에 불과할 정도로 기업체들은 떠나기에 바빴다.
○20국 무역기관 집결
제임스 레이스 WTC이사장은 『87년 극도의 경제침체기에 주지사에 당선된 로이 라머 주지사(민주)가 주경제 회복을 위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200여명의 주내 지도급 인사들이 참석한 회의를 소집했다』면서 『이 회의에서 덴버의 미국내 중심적인 위치를 활용,첨단기업을 유치해 국제적인 무역중심지로 만들기로 결정했으며 그 첫번째 작업으로 88년말에 비영리기구로 WTC가 설립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WTC는 덴버대학과의 연계 교육프로그램으로 인력고급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에 주력했다.또한 각종 국제회의의 적극적인 유치로 1년에 3∼4차례 대규모 국제회의를 열어 덴버 알리기에 열을 올렸다.그로부터 8년,덴버는 1천200개의 컴퓨터 관련 하이테크사,300개의 소프트웨어사,150개의 바이오테크사가 몰려 있으며 또한 우주및 방위산업등의 메카로 발돋움하는 생기발랄한 도시로 바뀌게된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덴버시 한복판 「1625 브로드웨이」에 우뚝 솟은 50층규모의 WTC빌딩은 콜로라도 경제회생의 한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실제로 이 건물 안에는 1천400여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덴버WTC를 비롯,주정부 산하의 각종 무역관련기관은 물론 20여개의 국제무역기관들까지 들어 있는 무역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더욱이 이 건물에는 첨단과학기술을 촉진하기 위한 기관인 CATI도 위치해 있어 연구 개발기지로서의 역할도 크다.
○에이즈 예방약 개발
이 건물 7층에 있는 CATI는 주정부의 과학기술 개발을 위한 독립기관으로 불황기인 83년에 설립돼 덴버대학과 콜로라도대학의 연구소 등과 기업과의 중개자 역할을 수행하며 기술의 상업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이 연구소의 활발한 활동은 연구소 입구 벽을 가득채운 상패들이 말해주고 있었다.96년 것도 미기술이전학회와 연방 래보래터리 컨소시엄에서 수여받은 최우수 기술이전연구소 선정패 2개가 걸려있었다.
이 연구소의 소장 필립스 브래드포드 박사는 자신들의 역할을 『콜로라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기반시설을 제공해주는 것이며 특별히 ▲생명공학 ▲정보산업 ▲우주공학 ▲재료공학 등 4개분야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또 『16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작은 사무실이지만 이들이 다루는 연예산은 금년도에만 16억달러』라면서 『필요한 기술의 연구초보단계에서부터 연구팀과 기업을 연계시키고 지원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브래드포드 박사는 한 예로 『콜로라도생명공학연구소(CIRB)와 콜로라도대 RNA센터의 공동연구로 에이즈예방약의 개발이 거의 완료된 상태이며 2005년을 목표로 치료약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면서 『이미 메르크,존슨&존슨,글락소 등 세계굴지의 제약회사들이 연구에 공동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제품으로의 상용화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소재산업 집중 육성
그는 또 기술 상업화의 한 예로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한 고공에서 컴퓨터를 통한 지상 목표물 식별기술을 의학에 전용,유방암 진단에 활용케한 경우를 들었다.컴퓨터의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한 이 유방암 진단법은 획기적인 것으로 록히드사는 제약회사인 로즈사와 메덱트라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 이 기술을 상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보통신 저장에 관한 연구 역시 활발한 분야로 IBM,디지털,휴렛 패커드,AT&T 등 굴지의 회사들이 이곳에 진출해 있으며 특히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우주기지를 중심으로한 추진체연구는 미국내 최고수준으로 마틴 마리에타,맥도널 더글러스,보잉 등 항공기 및 방산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브래드포드 박사는 콜로라도내에서 생산되는 각종 광물들을 이용한 새로운 소재개발 산업역시 활발한 분야라면서 130년 역사의 세계적 광물·지질연구기관인 「콜로라도 광물학교」와 연계로 이뤄지는 첨단소재 연구는 스키 등 콜로라도의 스포츠산업과 함께 무한한 개발 여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력은 타이밍에 맞춘 끊임없는 변신의 노력에서 갖춰지는 것』이라며 「안경장착 화상개발」 등 21세기의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비전과 노력으로 「큰그림」 그렸다”/제임스 레이즈 WTC이사장/대학과 연계 220개 코스서 주민 재교육/“한국기업 미 진출의 교두보로 최적지”
80년대초 침체의 늪에서 콜로라도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원동력이 된 덴버 월드트레이드센터(WTC)의 제임스 레이즈 이사장(54)은 오늘날 콜로라도 경제부흥의 비결을 『「큰 그림」(bigger picture)을 그릴수 있었던 비전과 그 그림을 채울 분야별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제난을 타개할 수 있었던 직접적 계기는 무엇이었나.
▲80년대초 유가하락은 콜로라도와 같은 천연자원 의존율이 높은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주었다.그러나 미래의 비전을 갖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콜로라도 첨단기술연구소(CATI)를 설립하고 국제무역 중심지로의 목표하에 WTC를 세우게 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덴버WTC 설립이후 주요 활동은.
▲덴버WTC는 이제 8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계 300여개 WTC중 경쟁력이 상위5위내에들 정도로 내실있는 활동을 인정받고 있다.가장 주력해온 것은 교육으로 각 대학과 연계,그동안 220여개의 코스를 개설해 주민들의 재교육을 실시해왔다.무역 촉진 면에서는 92년 26억달러에서 95년 47억달러로 80%포인트의 증가를 가져왔다.
덴버가 진출을 원하는 기업에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
▲CATI를 통한 첨단기술과 기업과의 제도적인 연계,정부의 각종 기업유치 패키지,미국내 어디든지 2∼3시간의 직항으로 도달할 수 있는 덴버의 지리적 위치,4철 휴양도시로의 높은 삶의 질 등 다양하다.
콜로라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덴버에서 개최될 G-7정상회담을 계기로 덴버가 국제무역의 최적지임을 대대적으로 알릴 계획이다.또한 지난해 개장된 덴버국제공항(DIA)과 함께 덴버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과 콜로라도주와의 협력 가능성은.
▲한국경제와 콜로라도경제는 침체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협력의 가능성이 높다.콜롤라도의 대한국 수출액은 지난해 1억4천만달러로 10대 교역국이되고 있다.미국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이 본사를 차리기에 최적지로 덴버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