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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美 통상압력, 中 기술굴기에 샌드위치 된 한국 산업

    우리 산업의 집토끼라고 할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거세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에서 파생된 G2(미국과 중국)의 압박은 공교롭게도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외국산 자동체에 대한 고율의 관세 검토에 들어갔다. 우리 자동차가 미국의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나면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승용차의 관세를 면제받으면서도 해마다 수출이 줄어드는 판에 추가로 관세를 물면 자동차 수출은 반 토막이 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2025년까지 기술 독립을 이룬다는 ‘중국 제조 2025’에 따른 ‘반도체 굴기’(屈起·몸을 일으킴)도 우리로서는 걱정스럽기만 하다. 현재 15%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3000억 위안(약 51조원)의 펀드 조성에 나섰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 등 ‘반도체 빅3’에 대한 가격 담합 조사에 돌입하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미국의 마이크론을 타깃으로 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한국의 반도체 업체를 손보겠다는 의도가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5년 불공정 거래를 이유로 퀄컴에 60억 위안(약 1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전력을 감안하면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979억 4000만 달러였다. 자동차는 완성차 416억 9000만 달러와 부품 231억 4000만 달러 등 모두 648억 3000만 달러를 수출했다. 두 업종이 지난해 수출 5737억 달러에서 차지한 비중은 28.3%였다. 아직 혁신성장은 더디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는 빈약한 게 현실이다. 여전히 반도체와 자동차는 대체가 불가능한 주력 수출상품이다. 미국과 중국처럼 보호무역주의로 갈 수 없다면,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G2의 통상 압박을 이겨 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술을 혁신하고,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혁신성장은 중소기업이나 공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에도 절실하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이 이를 깨달아야 한다. 정부도 무리한 통상 압력에 당당히 맞서고 내부로는 과감히 규제 철폐에 나서야 한다. 집토끼를 육성하면서 산토끼도 잡는 지혜가 진정 필요한 시점이다.
  • [자치광장] 풍납동 토성과 주민의 공존/인금철 송파구 도시경쟁력강화추진단장

    [자치광장] 풍납동 토성과 주민의 공존/인금철 송파구 도시경쟁력강화추진단장

    서울 풍납동 토성은 1963년 사적 제11호로 지정된 초기 백제시대의 성곽으로 토성이 위치하고 있는 송파구 풍납 1, 2동 일대 2.36㎢에는 1만 7257가구 4만 1271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1997년 토성 내부 아파트 건축 공사장에서 다량의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고 2000년 풍납1동 경당연립 재건축부지 유적 훼손 사건으로 그다음해 국무회의에서 문화재로 보존 결정됐다. 주민들은 건축행위를 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지하 2m 이하 터파기 금지와 발굴조사도 받아야 하는 등 그동안 많은 규제를 받아왔다. 특히 2009년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해 풍납동 전체를 1~6권역으로 나눠 기본 보존·관리계획을 결정해 한성백제시대의 왕궁터와 성벽으로 추정되는 2권역은 신축도 불가능하다.  문화재로 보존 결정된 이후 지역 주민들의 재산피해, 정신피해는 커졌다. 2006년 구성된 풍납토성 주민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은 문화재청과 서울시에 다양한 대책들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주민들의 가장 큰 요구사항은 보상가 현실화와 이주대책의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문화재청과 서울시도 보상비 마련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적절한 이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재 사적 지정 및 보상을 위해 매년 200억~700억원 규모로 총 6873억원이 협의보상으로 이뤄졌고 지난해 말 기준 토성 내부 전체 44.5%에 해당하는 1559필지가 사적지로 지정됐다. 아직도 남은 보상추정액이 1조원이 넘는 상황이다.  이에 송파구는 지난해 6월부터 문화재와 주민들이 공존할 수 있는 ‘풍납동 토성 종합정비계획’을 복원·정비, 활용, 주민지원 등 8개 분야를 중심으로 직접 수립하고 있다. 기본계획 구상 시 주민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방문 조사를 실시했고 국내외 사례조사뿐만 아니라 전문가 자문도 수차례에 걸쳐 시행했다. 주요 내용은 문화재 활용 부문에서의 주민참여 확대, 관광연계 활용사업 발굴 등이다. 이와 함께 주민 복지시설 확충과 노후주택 수리비 지원, 세금 감면 등의 다양한 주민 지원 사업이 추진된다. 조만간 서울시 등 관계기관의 협의와 학계 등 전문가 자문 후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아무쪼록 이번에 송파구에서 준비하고 있는 큰 계획이 문화재 가치도 높이고 지역의 정주성(定住性)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됨은 물론 주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종합정비계획으로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주민과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기대한다.
  • [교육감 깜깜이 선거 막자<1>] 교육감 공약 3대 키워드 ‘안전’ ‘무상’ ‘미래’

    [교육감 깜깜이 선거 막자<1>] 교육감 공약 3대 키워드 ‘안전’ ‘무상’ ‘미래’

    미세먼지·지진 안전대책 등 약속 보수후보도 무상급식 확대 주장4차 산업혁명 맞춤형 교육 강조‘안전과 무상(無償), 미래.’ 17명의 전국 시·도 교육감 등을 뽑는 6·13 지방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3대 키워드’가 이같이 나타났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이나 2014년 ‘세월호 참사’처럼 선거 판세를 좌우할 대형 변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정치적 성향을 떠나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을 비슷한 공약을 쏟아냈다. 학교 안전 강화, 무상교육 확대 등 많은 재원이 필요한 공약이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3일 서울신문이 17개 시·도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59명의 공약집(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출본) 빈출 단어 등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경향이 확인됐다. 우선 후보들이 ‘안전’(202회) 문제를 자주 언급한 건 미세먼지와 지진, 석면 등 환경문제에 대한 학부모 걱정이 커졌기 때문이다. 강원 지역 진보 성향의 민병희 후보는 “급증하는 환경 문제에 대비해 환경 전문가를 고용하고, 모든 학교를 미세먼지·라돈·석면·지진으로부터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지역 보수 성향의 신경호 후보도 “권역·학교별 체육관을 확충해 (미세먼지가 심할 때) 실내 수업을 하고 교육시설 내진 설계 강화, 스프링클러 확대 등도 하겠다”고 공약했다. 학부모 부담을 줄여 줄 ‘무상(155회) 교육’ 확대도 후보자들이 성향과 무관하게 쏟아졌다. 무상 공약이 진보 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지난 지방선거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인천 지역의 진보 성향 도성훈 후보는 최우선 추진할 ‘1번 공약’으로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중·고교 무상 교복 등을 약속했고, 보수 성향 최순자 후보는 “유치원까지 무상급식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며 ‘미래(156회)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는 공약도 진보, 보수 모두 공통적으로 내놓았다. 반면 보수와 진보의 입장 차가 드러난 키워드도 있었다. 공약 분석 결과 보수 측은 인성과 교권, 학력 등을, 진보 측은 혁신과 시민, 학생 인권 등을 상대적으로 더 부각시켰다. 예컨대, 대구의 보수 성향 강은희 후보는 1번 공약 중 하나로 “인성이 먼저인 인재양성”을 언급했고, 진보 성향인 김사열 후보는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 존중”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진보 후보들은 교장 공모제와 혁신학교 확대 등을 강조했지만, 상당수 보수 후보들은 두 정책에 회의적 입장이었다. 한편 서울신문은 ‘깜깜이 교육감 선거’를 막기 위해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등 교육 전문가들로 ‘공약 검증위원회’를 꾸려 경기·광주·대구·대전·부산·서울·울산·인천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평가해 보도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겨우 2000명 병사로… 淸태조 사위 사살·대승 거둔 ‘광교산 대첩’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겨우 2000명 병사로… 淸태조 사위 사살·대승 거둔 ‘광교산 대첩’

    병자년인 1636년 청나라가 침입하자 전국 곳곳에서 근왕병(勤王兵)이 일어났지만 누구도 포위를 뚫고 남한산성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그런 탓에 추위에 떨고 굶주림에 시달리던 조정 대신들의 무인(武人)들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만 하다. 인조실록은 ‘임금이 외로운 성에 두 달이 되도록 포위당하여 군사는 고단하고 양식은 적어 조석을 보전할 수 없었으므로 머리를 들고 발돋움하며 구원병이 이르기만을 날마다 기다렸지만 팔도의 군사를 거느린 신하로 한 사람도 성 밑에서 예봉을 꺾고 죽기를 다투는 이가 없었으니, 군신(君臣)의 분수와 의리가 땅을 쓴 듯 없어졌다’고 적기도 했다.하지만 포위된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왕의 격문이 닿기도 전에 군사는 남한산성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충청도 군은 성남 분당의 동막천, 강원도 군은 하남시와 광주시 사이의 검단산, 경상도 군은 광주시 쌍령동까지 진출했지만 패퇴했을 뿐이다. 물론 전장(戰場)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관망만 하던 장수도 없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산성에 피신해 갑론을박만 벌이던 대신들이 패전 책임을 일선에서 싸운 지휘관과 병사들에게 돌리는 것은 비겁하다.승리한 전투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전라병사 김준룡은 1월 4일 2000명 남짓한 병력을 이끌고 광교산에 진을 쳤다. 이들은 다음날 청군 5000명을 격퇴한 데 이어 이튿날에도 화포를 동원한 적의 공격을 받았다. 김준룡은 유격부대를 투입했는데 이 전투에서 적장 양고리(揚古利)를 사살했다. 당대의 대학자 미수 허목은 이날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공이 칼을 들고 화살과 돌이 쏟아지는 가운데 필사의 의지를 보이자, 병사들이 모두 죽기로 작정하고 싸웠다.…어떤 오랑캐가 산꼭대기에 큰 깃발을 세운 뒤 갑옷 차림으로 말에 올라 군사를 지휘하자…공이 그 사람을 가리키며 ‘저 자를 죽이지 않으면 적병이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하고 외치며 전투를 독려하니 군사를 지휘하는 자와 그 좌우 몇 장수가 일시에 탄환을 맞았다.…죽은 장수는 선한(先汗)의 사위 백양고라(白羊高羅)였다.’ 백양고라가 곧 양고리다. ‘선한’이란 청태조 누르하치를 말한다. 아버지를 살해한 원수의 귀와 코를 씹어먹었다는 인물이다. 이때 나이가 14세였다. 누르하치의 사위가 되었으니, 청태종 홍타이지의 매부다. 누르하치가 ‘전장에서는 몸을 좀 사리라’고 했을 만큼 겁이 없었다는 그는 명나라와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다. 미수가 적은 대로 김준룡 부대가 ‘오랑캐의 시신이 겹겹이 쌓여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승리를 거두자 남한산성의 임금과 대신들은 처음에는 환호했다. 하지만 김준룡 부대는 군량과 화약이 떨어져 수원 남쪽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전공(戰攻)을 세운 김준룡이지만 이때의 철군을 이유로 훗날 파직된 것은 물론 유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중국 쪽 기록인 ‘청사고’(淸史稿)의 분위기는 다르다. 이날의 패전은 충격이었다. 양고리의 시신이 광교산에서 진지로 돌아오자 태종 홍타이지가 직접 제사를 지내며 곡을 했고 임금의 의복을 내려 염하게 했다. 심양에서도 양고리의 상여가 조선에서 도착하자 태종이 교외까지 나가 맞이했고, 누르하치의 무덤인 복릉(福陵)에 배장했다. 홍타이지는 이때도 직접 제사를 주관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니 조총 탄환을 양고리에게 명중시킨 박의(朴義)의 이름이 역사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 그는 1624년(인조 2) 무과에 급제했으니 졸병이 아니다. 그럼에도 벼슬은 평안도 직동의 종9품 권관(權管)에 머물렀다. 승진은커녕 변방으로 좌천된 꼴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유득공은 ‘고려의 김윤후는 몽골의 살례탑을 활로 쏴 죽여 대장군에 제수됐다. 그런데 박의는 직동 만호에 그쳤으니 사람들은 애통해한다’고 자신의 문집인 ‘영재집’에 적었다. 만호는 권관보다 한 단계 높은 벼슬이다. ‘직동 권관’의 착오일 것이다. 청나라에 항복했으니 청황제의 가까운 인척을 사살한 군관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수는 있다. 김준룡의 승전을 재평가하는 논의는 정조시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1791년(정조 15) 사직 신기경이 ‘병자년 난리 때 김준룡은 오랑캐를 섬멸하여 공을 세웠으니 마땅히 상을 주어 장려해야 한다’고 상소한 것이다. 화성 축조를 앞두고 수원 지역의 현안을 일일이 점검하는 자리였다. 정조는 이듬해 김준룡에게 충양(忠襄)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의정부의 차관급 벼슬인 찬성(贊成)도 추증했다. 오늘은 병자호란의 역사를 바탕으로 광교산으로 간다. 해발 582m의 광교산은 경기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과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과 고기동, 의왕시 일부에 걸쳐 있다. 호란 당시 김준룡 부대는 서남쪽 수원에서 광교산으로 접근했다. 청군은 남한산성이 있는 동북쪽에서 몰려왔으니 광교산 전체가 싸움터가 될 수밖에 없었다.시루봉 남쪽의 토끼재 아래 해발 400m 지점에는 김준룡 장군의 승전을 알리는 각자(刻字)가 있다. 공식적으로는 ‘김준룡 장군 전승지와 전승비’라고 부르는데 자연암반에 글자를 새긴 것이다. ‘충양공 김준룡 장군 전승지’(忠襄公 金俊龍 將軍 戰勝地)라는 큰 글자 좌우에 ‘병자청란 공제호남병 근왕지차 살청삼대장’(丙子淸亂公提湖南兵勤王至此殺淸三大將)이라 음각했다. ‘김준룡 장군 전승지’가 현대적인 글귀인 데다 ‘병자청란’이라는 표현도 익숙지 않다는 점에서 누군가 당초의 글자를 고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광교산 대첩’을 알리는 유일한 기념물이다. ‘수원군읍지’(水原郡邑誌)에는 ‘화성을 축조하는 데 필요한 석재를 구하러 광교산에 갔던 사람들로부터 김준룡 장군의 전공을 전해들은 좌의정 채제공이 새기게 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번암 채제공은 정조 시대 개혁을 주도한 인물로 당시 성역총리대신(城役總理大臣)을 맡고 있었다. 화성 건설의 총책임자다. 화성 축조를 전후해 김준룡 장군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 것과 맥을 같이한다. 김준룡 전승지는 수원에서 광교유원지를 거치거나 용인에서 신봉도시개발지구를 지나 오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런데 수원 쪽 광교산 들머리에는 창성사 터, 용인의 산자락에는 서봉사 터가 있다. 창성사 터와 서봉사 터에는 모두 고려시대 고승인 진각국사 천희의 탑비와 현오국사탑비가 각각 남아 있다. 지금 천희의 탑비는 화성 내부 방화수류정 옆으로 옮겨져 있다.최근의 발굴조사에서 창성사는 신라 말 창건 이후 중창과 폐사를 반복했다는 사실을 출토 유물을 근거로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17세기 폐사 이후 18세기 후반 중창이 이루어졌다. 17세기 폐사는 병자호란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때 서봉사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발굴조사에서도 병장기가 적지 않게 수습됐다. 그러니 두 절터는 전승비와 함께 ‘광교산 대첩’의 중요한 기념물이다.김준룡 장군의 무덤은 경기 시흥시 군자동에 있다. 그는 호란 이후 전라도병마절도사와 영남절도사를 지내고 1642년 세상을 떠난 뒤 고향인 양천 땅에 묻혔다. 지금의 서울 강서구 화곡동으로 1972년 도시화에 따라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앞서 소개한 허목의 전투 장면 묘사는 무덤 앞에 세워진 신도비 비문의 일부다. 양고리 유적이 경기 하남시에도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남한산성 북문이 가까운 법화사 터다. 양고리는 ‘법화장군’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전사하자 청태종이 그의 고향 법화둔의 이름을 따 법화사라는 원찰을 세웠다는 것이다. 청나라 장수를 사살한 것에 한 가닥 위안을 삼고자 비극의 현장인 남한산성에 이런 설화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경찰, 여주 목아박물관 방화 용의자 영장신청 방침

    경기 여주경찰서는 1일 불교미술 조각 작품 등을 보관·전시해 놓은 박물관에 불을 지른 A(74)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불을 내고 자진신고 했던 방화 용의자 A씨는 조사 과정에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씨는 전날 오후 5시 8분쯤 경기 여주시 강천면 소재 목아박물관 내 목조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목아박물관은 1993년 6월 개관한 사립 불교 박물관으로,대방광불화엄경 등 보물 3점과 2천800여 점의 유물을 보관·전시하고 있다 A씨는 방화 후 “친일파들 용납할 수 없어서 불을 질렀다”라며 112에 스스로 신고해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나,경찰 조사에서 말을 바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물관 관계자는 “A씨는 사건 발생 3주 전에도 찾아와 목아박물관장이 조성 과정에 참여한 바 있는 강원 영월군 김삿갓 묘역에 대해 한국식 삿갓을 씌워야 하는데 왜 일본식 삿갓을 씌웠느냐라며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횡설수설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불이 난 건물 ‘한얼울늘집’은 대한민국의 시조인 환인과 환웅 그리고 단군을 모신 민족관” 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박물관 내 CCTV 영상을 분석하고 화재 현장 감식을 통해 A씨가 어떻게 불을 냈는지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CCTV 영상 등으로 미뤄 볼 때 혐의가 인정돼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여주박물관 6월 주말가족 체험교실 운영

    여주박물관 6월 주말가족 체험교실 운영

    경기 여주시 여주박물관은 주말을 맞이하여 박물관을 찾는 가족들에게 상설전시 및 기획전시와 연계한 ‘주말가족 체험교실’을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9일과 16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기획전시 ‘명불허전’ 캘리그라피 전시회와 연계하여 훈민정음 28자 중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4글자(ㆁㅿㆆㆍ)를 캘리그라피로 표현하고, 슈링클스 공예로 열쇠고리를 만드는 체험을 한다. 슈링클스는 그림을 그리고 오븐에 구우면 크기가 줄어들고, 두께는 늘어나는 신기한 마술종이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밌게 즐기며 잃어버린 훈민정음 4글자를 찾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접수 방법은 1일 오전 10시부터 여주박물관 홈페이지(www.yeoju.go.kr/museum)에서 신청하면 된다. 17일과 24일 일요일 오전 10시에는 박물관 상설전시실에 전시 중인 유물을 자유롭게 상상하며 그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전시 유물의 형태와 문양을 관찰하고 탐구해 유물의 특성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우리 고장 문화재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접수방법은 5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여주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데스크 시각] 러시아월드컵, 권력 지형을 바꿀 것인가/이지운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러시아월드컵, 권력 지형을 바꿀 것인가/이지운 체육부장

    러시아월드컵이 심상치 않다. 우선 ‘축구에 미친 나라’ 영국이 잠잠하다. 지난 3월 스파이 독살 사건으로 영국이 “대표팀 파견을 재고하겠다”고 했을 때, 그냥 화가 많이 났나 보다 했다. 영국은 지금 응원도, 광고도 없다시피 한 상황이라 한다. 독일, 스페인, 프랑스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의 초청 행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홀대와 외면의 분위기가 정치적인 이유에서인지, 안전 때문인지, 러시아에 대한 근본적인 무시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려진 게 없다. 아무튼 월드컵을 코앞에 둔 유럽이 이런 적은 없었지 싶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 가 보자.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이 2015년 부패 스캔들로 물러난 뒤 새롭게 거듭나는 중이다. 40유로 넘는 선물은 받지 않을 정도로 체제 개선 의지가 느껴진다고 한다. 대신 ‘합법적’인 돈을 버는 일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이다. 예컨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이후 후원사를 늘리는 일을 본격 준비 중이라고 한다. 후원사 확장은 2026년 대회부터 적용될 본선 진출국 48개국으로의 확대 계획과 맞물려 있다. 본선 진출국이 12개나 늘어나니 광고 효과도 급증할 것이라는 논리 아래 후원금도 대폭 상승시키려는 조짐이다. 물론 후원사로서는 거꾸로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상당한 진입 장벽 때문에 ‘월드컵 후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었지만, 문턱을 낮추면 후원사로서의 희소 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충분한 지명도를 갖춘 ‘글로벌 기업’들은 후퇴를 고민할 수도 있다. 이 공백을 메울 기업들은 상당수 중국 회사들로 예상된다. FIFA의 정례 또는 간헐적 모임에 중국이 주요 화제로 오른 지 오래라고 한다. 모임마다에는 일본인들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중국인들이 채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합법적인 돈이 아쉬운 FIFA는 중국이 필요하고, 세계를 향한 지렛대가 중요한 중국은 FIFA가 반갑다. 오는 13일 FIFA 총회는 2026년도 개최지 선정 외에 큰 이슈는 없다고 하나, 물밑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현 정관상 2030년까지는 대회를 개최할 수 없는 중국은 개최 가능 시기를 앞당기려 노력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사업’의 물길이 갈릴 수 있다. 2026년부터 실시하게 될 개최국 확장도 2022년도부터 시작하자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 결과가 어떠한 것이든 중국은 축구계에서 한 번 더 굴기할 것이다. 이변이 없다면 총회는 2026년 미국ㆍ캐나다ㆍ멕시코 공동 개최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연방수사국(FBI)까지 동원해 블라터를 낙마시킨 미국이 그 결과물을 챙기는 것이다. 이번 대회 티켓 판매에서 북미, 중남미가 각각 1, 2등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유럽은 전체적으로 티켓 판매가 대단히 저조하다. 이번 월드컵 대회는 유럽의 전유물과도 같았던 축구 권력이 미국, 중국에 상당 부분 전이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일이 작은 일일까? ‘축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에 따라 계량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축구에 미친 또 다른 동네 중동과 아프리카만 떠올려도 그 수치는 급증할 것이다. 대형 이슈와 ‘게임’의 연속이다. 오는 12일 북ㆍ미 회담,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잠깐 눈을 들어 러시아월드컵도 바라볼 일이다.
  • 어색했던 아빠, 학교서 함께하니 친구 같은 아빠

    어색했던 아빠, 학교서 함께하니 친구 같은 아빠

    “학부모 활동에 참여하면서 딸아이와의 공감대가 훨씬 넓어졌어요. 제가 ‘너희 학교에서 다음주에 운동회 한다며?’ 하고 물어보면 딸아이가 ‘아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는 식이에요.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친밀도도 더 높아졌습니다.”서울 서초구 우솔초등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호동(50)씨는 3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내 학부모 활동의 좋은 점 중 하나로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점을 꼽았다. 이씨는 “아빠가 딸아이의 학교생활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학부모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때보다 자존감도 높아졌다”며 웃음 지었다.학교에서 아빠들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녹색어머니회’를 비롯해 ‘어머니 폴리스’, ‘책 읽어주는 북맘’ 등 통상 학교 내 학부모 활동은 어머니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학교 내 아빠 학부모들이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어 교내 활동을 하거나 학교운영위원회에 적극 참여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아빠 활동’이 생겨나고 있다. 맞벌이 증가로 아빠들의 육아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그 영향이 학교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교와 아이들도 아빠들의 이 같은 변화에 한목소리로 반가움을 나타내고 있다.서울 양천구 신은초등학교는 아빠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학교 중 한 곳이다. 2013년 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아빠 20여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신은초 아버지회는 창립 5년 만인 올해 등록 회원수만 250여명이 될 정도로 커졌다. 아빠들은 매년 굵직굵직한 행사들을 개최하며 자녀들이 자신들의 터전인 학교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 가고 있다. 지난해에도 ‘학교에서 즐기는 워터 슬라이드’ 등 100~450여명이 참석하는 큰 행사만 일곱 차례 열었다. 지난해부터 아버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동영(49)씨는 “매년 3월에 1학년 신입생들의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아버지회 설명회를 여는데,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아빠들이 적지 않다”면서 “자녀가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여전히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빠들이 있을 정도로 결속력이 좋다”고 말했다. 아빠들의 학부모 활동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평소 직장생활로 인해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아빠와 아이들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신은초 아버지회가 지난해 9월 학교 운동장에서 열었던 1박 2일 캠프 ‘아빠 어디가? 아빠도 학교가~’ 행사가 대표적이다. 170여명의 아빠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바비큐 파티와 레크리에이션을 함께하며 밤을 보냈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편지를 쓰는 순서도 있었다. 한 아이는 ‘항상 힘들게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우리 아빠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아빠, 힘내세요’라고 편지를 써 아빠와 함께 읽었다. 몇몇 아빠와 아이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김씨는 “아이 생활의 중심인 학교에 아빠가 함께 들어간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와의 교감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면서 “내 아이의 학교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공감대를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외부 기관과 연계해 아빠들의 교내 활동을 장려하기도 한다. 서울 중랑구 묵현초등학교는 지난해 성동구 건강가족지원센터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아빠와 아이가 함께 문화도시연구소 건축가를 초청해 강의도 듣고 찰흙과 나무젓가락 등을 이용해 작은 건축물을 만들어 보는 ‘건축부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빠들의 학교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현실적 어려움은 여전하다. 시간 자체를 내기가 쉽지 않다. 교내 활동이 이루어지는 시간 대부분이 평일 낮이기 때문이다. 우솔초 학교운영위원장 이호동씨는 “저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어 업무 시간 조정 등이 가능하지만 일반 직장인이라면 사실 평일 낮에 교내활동에 참여하기란 불가능하다”면서 “주말 등에 일정을 잡아 일반 직장에 다니는 아빠들도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정적 어려움도 있다. 신은초 아버지회는 회원들에게 연 3만원의 회비를 받고 있지만 운영비로 턱없이 부족해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외부 지원금을 활용하고 있다. 박찬규 신은초 교감은 “최근 정부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학부모들의 학교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나 지자체 등을 찾으면 재정 지원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 “신은초 아버지회는 학교의 지원 없이 자립해 운영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행사를 짤 수 있고, 아이들은 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연 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공모 사업을 통해 아빠들의 학교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나 학부모들이 교내 행사 등을 기획해 공모하면 행사당 최대 250만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면서 “아빠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의 경우 가점을 부여해 아버지들의 학교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현장 행정] 31년 만에 거듭난 신석기 유적의 메카

    [현장 행정] 31년 만에 거듭난 신석기 유적의 메카

    “이거 진품 맞습니까.”지난 25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선사유적박물관.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상설전시실에 새롭게 들어선 빗살무늬 토기 완형을 가리키며 관심을 드러냈다. 학예사는 “지난해 암사동 유적에서 발굴한 빗살무늬 토기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여한 토기까지 합해 모두 3점이고 진품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은 이날 천장을 포함해 4개의 벽면에서 흘러나오는 영상 ‘신석기 시대 마을의 사계와 일상’을 끝까지 감상하고, 직접 빗살무늬 만들기 체험을 했다. 이 구청장은 “이곳은 1988년에 문을 연 이후 전시관으로만 존재하다가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주민 참여 교육 및 행사 등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동구가 개관 31년째를 맞은 암사동유적전시관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하고, 암사동선사유적박물관으로 재개관했다. 구는 국·시비 65억을 확보해 2016년부터 전문가 용역, 전시물 제작·설치 공모를 추진하고, 지난해 본격적으로 전시관 리모델링 공사를 해 지난 4월 완료했다. 구 관계자는 “암사동 유적은 온전한 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6000여년 전 신석기 시대 유적 중 최대 규모다. 이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2016년부터 전시관 콘텐츠 및 외관 개선을 추진해 왔다”면서 “전문가 자문과 주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암사동선사유적박물관으로 명칭도 새롭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구는 이곳을 1종 전문 박물관으로 등록하는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완료 기간은 6월 말로 잡았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르면 1종 박물관은 자료 100점 이상이 필요하다. 또 사무실(또는 연구실)과 자료실(또는 도서실이나 강당)도 갖춰야 한다. 박물관은 ‘상설전시실’과 ‘신석기체험실’로 구성된다. 상설전시실에는 빗살무늬토기를 비롯한 흑요석, 옥 장신구 등 암사동 유적의 역사적 가치를 담은 유물과 생태 표본, 중앙 유구를 전시했다. 신석기체험실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불 피우기, 물고기 잡기, 움집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코너로 조성했다. 아울러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박물관을 즐길 수 있도록 교육실, 어린이도서관, 수유실 등 관람객 커뮤니티 공간과 편의시설도 확충했다. 이 구청장은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암사동선사유적전시관이 박물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면서 “남녀노소 모든 계층에 역사교육의 장이자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여가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그대, 겨레의 별이 되었고야! - 서울국립현충원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그대, 겨레의 별이 되었고야! - 서울국립현충원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현충원 현충탑 글귀 중에서> 서울특별시 동작구 현충로 210. 동작동이다. 지명 하나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차분해진다. 바로 서울 국립현충원이 자리 잡은 곳이다. 매년 해가 바뀌고 달이 지날수록 현충원 묘역 주변의 녹음은 푸르러지고 햇살 내음도 6월을 맞아 더욱 더 향긋하다. 6월의 현충원 풍경은 역설적이게도 살아 있다. 고사리보다 더 고운 손길로 할아버지 이름 크게 새겨진 비석 주변을 맴도는 아이들, 눈물마저 말라버려 야윈 손길로 하염없이 빈 손짓으로 아들의 묘역을 어루만지는 늙은 모성과 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늙어버린 쉰 살 훌쩍 넘은 아들의 경건함이 가득 한 곳. 서울국립현충원이다. 서울국립현충원은 1954년 3월 1일 묘역 정비 공사를 착공한 이래 3년에 걸쳐 묘역 238.017㎡을 조성하고, 그 후 연차적으로 1968년 말까지 광장 99.174㎡, 임야 912.400㎡ 및 공원행정지역 178.513㎡을 조성하였다. 말 그대로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최대 수준의 공공 묘역이자, 시민 추모 공원이다. 현재 이곳에는 군인이나 경찰 신분의 순국 전몰장병을 비롯하여 국가원수, 애국지사, 순국 선열 뿐만 아니라 국가의 발전을 위해 명예로운 일들을 한 사람들 또한 기리고 있다. 이에 2013년에는 서울의 근ㆍ현대 유산 가운데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가치가 있는 유ㆍ무형의 유산에 대해 서울시가 현황 조사를 실시한 후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우선 현충원의 주요 묘역 및 시설물을 살펴보자면, 1985년 묘역이 만장됨에 따라 서울에 고인을 모시기를 희망하는 유족들을 위해 3층 건물, 연건평 4,791.6㎡ 규모의 충혼당이 있다. 또한 현충탑 내부에는 높이 4.1m 의 구조로 된 무영용사 봉안실이 있으며, 하루 2회(14시, 16시) 합동봉안식을 거행하는 봉안식장이 있다. 또한 묘역은 크게 국가원수 묘역, 임시정부요인묘역, 애국지사묘역, 무후선열제단, 국가유공자묘역, 장군묘역, 장병묘역, 경찰묘역, 외국인묘역 등으로 나누어진다. 현재 서울국립현충원에는 총 179,891명의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들의 유해 및 위패가 봉안 되어 있어기에 규모면에서는 일반인들의 가늠을 압도할 만한 정도의 규모다. 이 외에도 서울 국립 현충원 내에는 유족들의 쉼터로도 활용하고, 국립 묘역에도 걸맞는 쾌적한 환경을 위하여 다양한 편의 시설들도 마련되어 있다. 만남의 집을 비롯하여 육각정, 호국종, 공작지, 현충지 등 도심 어떤 공간에서도 만날 수 없는 수준의 안전하고 조용한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안다는 서울 최고의 녹지 공원인 셈이다. 지금도 여전히 안장자격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일부 묘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는 겨레를 위해 목숨을 바친 무명(無名)의 애국지사 및 순국선열들이었음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 서울국립현충원이다. 6월, 동작동 나들이는 어떨까? <국립서울현충원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야? - 한국인이라면 시간을 내어 한 번쯤은. 2. 누구와 함께? - 가족들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 4호선“동작역”하차 2, 4번 출구 / 9호선“동작(현충원)역”하차 8번 출구 - 정문·동문·통문(5개소) : 06:00 ~ 18:00 4. 감탄하는 점은? - 각종 유물을 모아놓은 유물전시관, 전직 대통령들의 유물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일반인 참배객은 드물다. 늘상 조용한 편. 6. 꼭 봐야할 장소는? - 유물전시관, 현충탑 7. 소요시간은 ? - 생각보다 훨씬 넓고, 크다. 천천히 둘러보려면 반나절은 걸린다.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nmb.mil.kr/mbshome/mbs/snmb/index.js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이태원 거리, 경리단 거리, 전쟁박물관, 한글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추모 공원으로는 최고 수준임.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유일하게 정비가 잘 된 최고의 녹지 공간이자 안전한 공간. 아이들과 한껏 다닐 수 있는 서울 시내 몇 안 되는 공간임.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6·13 판세 분석-영등포구청장 후보] “쇠락한 도심 ‘변화’해야…영등포역 고가부터 철거”

    [6·13 판세 분석-영등포구청장 후보] “쇠락한 도심 ‘변화’해야…영등포역 고가부터 철거”

    “지금의 영등포는 변화해야 합니다. 취임 1년 내에 가시적인 효과를 만들겠습니다.”채현일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근 조길형 현 구청장의 무소속 출마에도 담담하게 자신이 만들어 나갈 영등포의 미래를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변화’였다. “민주당의 공천 메시지는 변화입니다. 제가 영등포구를 개혁할 수 있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공천한 것입니다. 청와대, 국회, 서울시를 모두 아는 3박자 후보로서 복잡하게 얽힌 구정을 제대로 풀어 나가겠습니다.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구청장이 1년 내에 할 수 있는 게 뭘까. 채 후보는 영등포역 고가차도 철거가 중점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고가차도는 영등포동과 문래동 3가를 잇는다. “영등포역 고가차도는 90년대 산업화의 유물입니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주변의 상권을 황폐화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과 논의해 고가차도를 철거하고, 주변 상권을 정비하겠습니다. 지역 내 타임스퀘어처럼 주민들과 관광객이 찾는 랜드마크로 만들겠습니다.” 조길형호(號) 8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 후보는 23년간 구의원 4선, 구청장 재선을 지낸 지방자치의 산증인입니다. 현장행정, 복지 부문에서 성과도 냈습니다. 조 후보의 지혜와 경륜을 빌려 쓰겠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영등포는 쇠락한 회색빛 도심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제는 새롭게 바꾸고 발전시킬 후보가 필요합니다.” 채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연도 강조했다. “청와대 행정관 시절 문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다’라는 글씨를 써 줬습니다. ‘주민이 먼저다’라는 각오로 정부의 국정 철학이 지방에 뿌리내리게 하는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퇴근 후 디제잉 손끝 ‘짜릿짜릿’

    퇴근 후 디제잉 손끝 ‘짜릿짜릿’

    지난 26~27일 열린 서울월드디제이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페스티벌 시즌이 돌아왔다. 다음달 8~10일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EDM 페스티벌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코리아 2018’이, 7월 7~8일에는 국내에서 기획한 EDM 페스티벌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5TARDIUM)이 잇따라 열린다. 이들 축제는 하루에만 4만~5만명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페북 모임 3년 만에 3000명 가입 ‘후끈’ 전자음악 장르인 EDM은 디지털 시대 가장 트렌디한 음악 장르로 꼽힌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은 물론이고 ‘가왕’ 조용필까지 EDM을 자신들의 음악에 적극 활용하는가 하면, 올 초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는 디제이(DJ) 레이든과 마틴 개릭스가 나와 EDM으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며 주목받았다.이처럼 일렉트로닉 뮤직의 인기와 더불어 최근에는 일반인 중에서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전자음악 장비를 갖고 디제잉을 하는, 이른바 ‘주경야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제잉이라고 하면 과거에는 주로 클럽이나 라디오에서 음악을 선곡해 들려주는 것을 의미했지만, 요즘은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음악을 틀고 다양한 효과를 주면서 분위기를 돋우는 것을 뜻한다. 직장인 우성훈(35)씨는 낮에는 동물보호협회에서 일하며 유기 동물들을 구조하고, 밤에는 ‘디제이 로킷’(DJ Rokit)으로 변신한다. 원래 음악을 좋아해 작곡이나 프로듀싱에도 관심이 많았던 우씨는 3년 전 클럽 디제이로 활동하는 지인을 통해 디제잉에 입문했다. 평소에는 집에서 음악을 즐기다 한 달에 한두 번 클럽 무대에서 직접 디제잉을 하기도 한다.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디제잉작업실에서 만난 우씨는 “내가 선곡한 음악들을 들려주면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디제잉의 재미”라며 “모임의 분위기를 띄울 수 있도록 상황에 맞게 음악을 잘 요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기본기 3~6개월·장비 20만~300만원대 2015년 7월 페이스북에 개설된 국내 최초의 직장인 디제이 모임 ‘퇴근 후 디제잉’에는 현재 3000명이 가입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이들은 퇴근 후 부정기적으로 모여 각자가 준비한 믹스셋(DJ가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선곡 및 재구성한 음악 목록)을 선보이거나 새롭게 발견한 음악 트렌드를 공유한다. 직장인 디제이로 활동하며 이 모임을 만든 장규일(35)씨는 “지친 일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해 보자는 생각에서 (모임을) 시작했다”면서 “음악에 대한 관심만 있으면 악기나 춤 같은 다른 활동에 비해 배우기 쉽고,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음악적 연출이 가능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색적인 취미 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40대 늦깎이 디제이 “젊다는 걸 느껴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디제잉 장비와 기본기를 익히는 데에는 보통 3~6개월 정도가 걸리고, 장비는 20만~30만원대부터 200만~300만원까지 다양하다. 장씨는 “교습을 얼마나 받느냐보다 일단 장비를 익히고 나면 그때부터는 스스로가 연습을 통해 음악을 얼마나 잘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디제잉이라고 하면 보통 클럽을 즐기는 20~30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40대 이상 직장인들의 관심도 높다. 대기업에서 디자인UX(웹디자인)를 총괄하는 한백영(46)씨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30대 초부터 일렉트로닉 뮤직을 즐겨 듣다가 40대에 들어서야 디제잉을 시작했다. 그는 “남들이 잘 모르는 곡을 발굴하고 나만의 스타일대로 사운드 효과를 주면서 기존의 음악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이 디제잉의 매력”이라며 “한번은 회사 워크숍에서 장기자랑으로 선보인 적이 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디제잉을 하면서 내가 여전히 젊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동차회사 연구원인 어해원(48)씨는 “평소 EDM을 좋아해 뮤직페스티벌을 즐겨 찾다가 재작년 말에는 직접 디제잉 장비를 구입해 유튜브 강좌를 보며 독학을 시작했다”면서 “스피커에서 음악이 커질수록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며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개미 공매도 허용… 규제는 대폭 강화

    개미 공매도 허용… 규제는 대폭 강화

    폐지 대신 개인투자자 문턱 낮춰 대여가능 주식 종목·수량 확대 주식 잔고·매매량 실시간 확인 사고시 주문 차단 ‘비상버튼’도정부가 ‘삼성증권 배당’ 사태로 논란이 된 공매도를 폐지하지 않는 대신 개인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용도가 높은 외국인과 기관은 쉽게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할 수 있지만 개인은 주식 대여 자체가 쉽지 않아 불공평한 제도라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높은 대여 수수료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제 ‘개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적극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8일 배당 사태 이후 53일 만에 ‘주식 매매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매도 개선안도 함께 내놨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유령 주식을 매도한 것이 ‘무차입 공매도’ 아니냐는 논란 이후 공매도 폐지론이 힘을 얻자 당국이 진화에 나선 셈이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하는 투자 전략이다. 우선 금융위는 증권금융을 통한 개인 투자자들의 대여 가능 주식 종목과 수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개인은 주로 증권금융에서 주식을 빌릴 수 있는데 가능한 종목이 지난 4월 말 기준 95개, 205만주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증권금융의 대여 주식 선정 기준을 개선해 최소 대여 동의 계좌 수를 현행 100개 계좌에서 70개 계좌로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70개 계좌에서만 특정 종목의 주식 대여를 동의하면 담보로 맡긴 주식을 개인에게 빌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또 개인 물량 외에 증권사 등 기관으로부터 확보한 물량도 대주 가능 주식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공매도의 장점은 살리고 문제점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수용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매도에 대한 반감 자체를 없애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식 대여 물량을 늘리면 자연스레 개인의 공매도 비율도 늘겠지만 자금력이 풍부한 일부 ‘슈퍼개미’들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가 발표한 매매제도 개선안은 주식 매매 모든 단계에 걸쳐 투자자 계좌에 남은 주식 잔고와 당일 매매 수량을 점검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장중 매매가 이뤄질 때 실시간 주식 잔고와 매매 수량을 파악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내년 상반기 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장 개시 전 투자자별 주식 매매 가능 수량을 산정한 뒤 장중 주식 변동 내역을 파악하면 특정 시점에서 최대 매매 가능 수량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또 증권사 임직원의 매매 행위로 투자자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사전 동의 없이 전 직원의 주문을 차단하는 비상버튼 시스템은 올 9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금요 포커스] ‘그 도시’에 가면 먼저 국립박물관을 보세요/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금요 포커스] ‘그 도시’에 가면 먼저 국립박물관을 보세요/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그 도시’로 여행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가 있다. ‘그 도시’로 떠나는 여행에서 우리 문화의 정수를 보고 싶거나 이해하고자 한다면 꼭 가야 할 곳은 바로 각 지방 도시들에 있는 국립박물관이다. 연휴가 되면 인천국제공항은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외국으로 나가는 관광객들이 많다. 반면 우리나라의 각 지역에 있는 국립박물관들을 연속적으로 방문하는 투어가 없는 것을 보면 우리 전통문화여행은 아직도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가 여행을 다니면서 풍경이나 유적들을 보기도 하고, 지방색이 배어나오는 사투리나 음식 등등을 경험하며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다양한 우리 역사문화의 본질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적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을 제외하고도 지방에는 13개의 소속국립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들은 크게 경주나 부여와 같은 역사도시, 대구나 광주와 같은 거점 도시에 건립되었다. 적어도 국립박물관의 건립 정책으로 보면 지역 전통문화 향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 대단히 바람직한 기반이 형성된 세계적인 모범 사례인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방의 국립박물관 활용에 대한 인식은 높지가 않다. 우리 역사도시에 건립된 국립박물관들은 각 지역의 독특한 역사문화를 전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주박물관에 가면 세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긴 여운의 신라 에밀레음(音)이 있다. 부여박물관에는 세계 최고의 조형미를 가진 금동대향로가 있다. 용과 봉황이 아래위로 어우러져서 시원한 균형미를 가진 향로에는 그야말로 신선들이 음악을 즐기는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 옆의 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압권이다. 왕의 무덤을 지키던 석수(石獸)도 방문객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금으로 된 왕관장식은 세계 최고의 당초문장식으로 서양에서도 애호하는 디자인이다. 김해박물관에 가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가 없을 정도의 수많은 철로 만든 무기들과 갑주들이 있다. 심지어 말도 철판으로 된 갑주를 씌운 것을 보면 고대사회 당시 전장의 처절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의 역사도시들은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한 번쯤은 가 보는 것이 좋을 것이고, 만약 간다면 반드시 그곳의 국립박물관부터 방문하는 것이 우리 역사문화를 쉽게 알게 되는 지름길이다. 덧붙이자면 다른 도시에 있는 국립박물관들도 각 지역 전통에 맞는 특별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대구박물관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섬유도시답게 우리의 섬유유산을 모으고 전시하는 역할을 한다. 고대 무덤에서 나온 옷이나 아름다운 직물들을 볼 수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양반문화를 보려면 전주박물관을 가야 한다. 한국인 모두가 희구하는 이상향의 모습을 보려면 춘천박물관으로 가야 한다. 금강산을 비롯한 명산들이 우리 이상향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는 세계 최고 수준인 금속공예유산을 전시하고 있다. 광주는 아시아 문화의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과 주변에 최고의 도요지들이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도자기의 길을 보여 주는 박물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신안선의 도자기들을 중심으로 고대 해양실크로드를 보여 주는 최고의 거점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여행을 한다면 지역 도시 소재의 국립박물관을 방문하지 않고는 ‘그 곳, 그 도시’에 가 보았다고 감히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지역문화의 최고의 정수이며 한국문화의 최고는 보지 못한 것이니까 말이다. 외국여행의 기억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서라도 여행하기 전 후에 반드시 우리 국립박물관의 보물을 하나라도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길이고, 외국인들이 우리를 다시 보게 만드는 길이다.
  • ‘나혼자산다’ 한혜진, 10년 전 화보사진에 ‘웃음 빵’

    ‘나혼자산다’ 한혜진, 10년 전 화보사진에 ‘웃음 빵’

    ‘나혼자산다’ 한혜진이 모델 송경아의 집에서 고대유물 급 화보를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25일 방송되는 MBC ‘나혼자산다’에서는 한혜진이 평소 친분이 있는 모델 송경아의 집에 방문해 추억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공개된다. 공개된 사진 속 한혜진은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라 모습이다. 그녀가 송경아의 집에 놀러 갔다 갑작스럽게 과거에 자신이 찍은 화보와 마주했는데, 10여 년 전 두 사람이 함께 찍은 화보들을 보며 웃음을 빵 터트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제작진에 따르면 당시 송경아는 한혜진의 과거 사진을 더 찾기 위해 사진을 뒤적거렸다. 한혜진은 수상한 움직임을 감지한 뒤 “굴욕 사진 찾고 계신 거죠!”라고 외치며 송경아의 은밀한 행동을 주시했다고 전해져, 송경아가 무사히 사진을 찾아냈을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또 한혜진과 송경아는 무수한 화보 촬영 경험을 가진 모델들답게 상어 떼 근처에서 화보를 찍었던 일화를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있었던 아찔했던 경험 등을 털어놓으며 수다 한마당을 벌일 예정이다. 한혜진은 자신의 로망으로 가득 찬 송경아의 집을 구경하며 진심으로 부러워했다는 후문. 고대유물 급 화보를 발견한 한혜진과 송경아의 추억 여행은 오는 25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되는 MBC ‘나혼자산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MBC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서동철 칼럼] 고층 빌딩 사이에 문화유산 숨기기

    [서동철 칼럼] 고층 빌딩 사이에 문화유산 숨기기

    숭례문에서 남산으로 오르는 언덕길 오른쪽에 서울도큐호텔이 들어선 것은 1971년이었다. 그것은 흉물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훨씬 더 높은 곳에서 숭례문을 위압적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25층 콘크리트 건물이다. 1970년대 막바지 대학에 들어가 주변을 지날 기회가 더 잦아진 뒤에는 더욱 용납하기 어려웠다. 그건 ‘할짓’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일본 자본의 호텔이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문화유산을 돋보이게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숭례문에는 정말 미안한 표현이지만, 호텔 화장실처럼 왜소하게 보이게 만든 것은 기가 막힌 일이다. 일본 호텔 자본이 철수하고 지금은 단암빌딩으로 이름을 바꾼 이 건물을 설계한 사람이 김중업 선생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그는 서울의 도시 및 건축 계획과 관련한 정부 시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 결과 서울도큐호텔이 문을 연 바로 그해 프랑스로 사실상의 강제 출국을 당했다. 그런 김 선생이 도큐호텔 같은 건물의 설계를 수락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도큐호텔 이후에도 반성은 없어 오늘날 숭례문이 고층빌딩으로 포위당하는 처지가 된 것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바와 같다. 우울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당시의 시대정신이었다고 해도 파리 르코르뷔지에 건축사무소에서도 공부한 김 선생이었으니 의외라고 할 수밖에 없다. 파리라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숭례문과 서울도큐호텔의 악연을 떠올린 것은 지금 부산 복천동 고분군 안팎에서 빚어지는 파문 때문이다. 지금 부산시 동래구 복천동 고분군 주변에서 고층 아파트 건축을 위한 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66만㎡ 남짓한 부지에 5층에서 32층에 이르는 아파트 6000가구 안팎을 짓는 대형 공사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1969년 무허가 판자촌을 택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처음 고분이 드러났다. 이후 여러 차례 발굴 조사에서 200기 안팎의 2~7세기 무덤과 토기, 철제무기류, 갑옷, 투구, 금동관, 목걸이 등 1만 2000점 남짓한 유물이 확인됐다. 출토 유물은 긴급 발굴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학계는 얇은 철괴인 철정(鐵錠)에 주목했는데, 사실상 화폐처럼 사용한 철기 재료였다. 이듬해는 말머리 장식 뿔잔이 나왔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유행한 뿔잔과 비슷한 모양이라는 점에서 학계는 동서 교류의 흔적으로 봤다. 1980년에는 420가구의 연립주택을 짓는 공사가 다시 추진됐다. 부산시 문화재 관계자들의 주민 설득으로 발굴 조사가 시작되자 유물이 쏟아졌다. 특히 대량으로 나온 판갑(板甲)은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을 불식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판갑은 쇠를 두르려 얇게 펴서 만든 갑옷을 말한다. 그동안 가야의 판갑은 일본에서 수입한 것밖에 없다고 했지만, 4세기 판갑이 복천동에서 대거 나오자 5세기 것이 대부분인 일본은 할 말을 잃었다. 고대사의 공백기라는 가야사를 규명하는 실마리가 복천동 고분군에서 찾아지자 발굴 현장 4만 5576㎡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1996년에는 복천박물관도 문을 열었으니 하나의 발굴 현장을 위한 박물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유례가 드물다. 지금 추진되는 고층 아파트 건축 계획의 문제점은 둘이다. 우선은 1969년과 1980년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공사를 위해 고분군 주변을 판다면 가야 무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음은 문화재를 둘러싼 경관의 문제다. 지금도 복천동 고분군의 일부는 고층 아파트로 막혀 있다. 숭례문을 위축시킨 도큐호텔처럼 새 아파트가 건설되면 고분군의 가치는 더욱 퇴색할 것이다. 지역 고고학자의 모임인 영남고고학회도 ‘경관 보호를 위한 초고층 아파트군의 건설허가 재고’와 ‘고분군 주변을 개발하는 경우라도 철저한 발굴 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개발 계획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앞으로의 문화유적 주변은 옛 지형을 유지하는 저밀도 개발과 같은 ‘문화재 친화적 개발’을 유도할 것을 촉구했다. 부산시뿐 아니라 정부와 모든 지자체가 새기지 않으면 안 된다.
  • [명예기자 마당] # 27일 ‘세계 등대올림픽’ 인천 송도 앞바다 밝힌다

    캄캄하고 적막한 바다를 비추는 한 줄기 빛이 있다. 어두운 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박들에 그야말로 한 줄기 희망이 되는 이 빛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등대다. 등대는 섬, 해안선, 항구 등에 설치된 항로표지 시설로 낮에는 색깔로, 밤에는 불빛이나 신호로 항해하는 선박의 위치를 알려 준다. 어촌의 항구와 방파제 끝단에는 하얀색 등대와 빨간색 등대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얀색 등대는 선박이 항해하는 방향의 왼쪽 경계를, 빨간색 등대는 항해하는 방향의 오른쪽 경계를 나타낸다. 밤에는 파란색 불빛과 하얀색 불빛을 내 선박의 안전 운항을 도와준다. 우리나라에는 1903년 최초로 세워진 인천의 팔미도 등대를 비롯해 동·서·남해의 주요 지점에 38개의 유인 등대가 있다. 이 등대를 지키고 불을 밝히는 이들이 바로 해양수산부 소속 항로표지 공무원들이다. 지금은 항로표지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나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들었던 동요 속 등대지기이다. 산길을 걷다 보면 유명 사찰들이 산세가 좋은 위치에 자리하듯 바닷가 경치가 빼어나고 지형이 높은 곳에는 유인 등대가 자리잡고 있다. 수평선 너머 멀리 항해하는 선박에도 등대 위치를 알리고 불빛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등대 불빛은 20마일(약 37km) 이상 뻗어나가며 10초 또는 15초 간격으로 깜빡거린다. 안개가 짙은 날에는 음파를 발사하거나 소리를 내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최근 등대는 선박의 안내자로서의 기능을 넘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아름다운 조형물로서의 예술적 가치는 물론 힐링 공간으로서 등대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문화와 삶 곳곳에 파고든 등대를 더욱 깊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오는 27일부터 6월 2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세계등대총회’로 통하는 ‘제19차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콘퍼런스’가 열린다. 4년마다 개최돼 ‘등대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에는 전 세계 83개 회원국 대표단 450여명이 참가한다. 행사 기간 중 인천 신국제여객부두에서는 중국과 미국에서 건너온 항로표지 선박에 승선 체험을 해볼 수 있으며, 세계 각국의 등대 유물을 만나볼 수 있는 ‘세계등대유물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도 진행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인류의 항해 역사와 함께해 온 등대의 가치를 되새기고, 앞으로도 등대에 대한 국민 관심이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김성희 명예기자(해양수산부 대변인실 서기관)
  • [씨줄날줄] ‘대가람의 뒷간’/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가람의 뒷간’/서동철 논설위원

    경기 양주시 회암사는 원나라를 거쳐 들어온 인도 선승 지공(指空) 화상이 1328년(고려 충숙왕 15) 인도의 아라난타사(阿羅難陀寺)를 본떠서 창건했다는 262칸의 대형 사찰이다. 조선시대에도 태조 이성계가 왕위를 물려준 뒤 이 절에서 수도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한때는 승려가 3000명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한다.회암사터는 1997년부터 단계적으로 발굴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전성기 때 모습이 드러났다. 지금 천보산 아래 회암사터를 찾으면 전각은 물론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남아 있는 석축의 기하학적 아름다움만으로도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광활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절터는 깨끗하게 정비됐고, 그 아래 절의 역사를 보여 주는 회암사지박물관이 세워졌다. 최근에는 절터와 박물관을 아우르는 거대한 유적공원이 완성됐다. 회암사터는 새로 조성되고 있는 양주옥정신도시의 끝자락이다. 양주시민들은 역사와 문화, 휴식이 함께하는 멋진 유적공원을 가진 데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지금 회암사터박물관에서는 ‘대가람의 뒷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회암사터박물관이 공동기획한 전시회다. 수천 명이 생활하는 공간이었다면 배설물 처리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회암사 조사단은 2005년 절터 동쪽에서 남북 12.8m, 동서 2.2m, 깊이 3.6m의 대형 석실을 찾아냈다. 처음에는 용도를 알 수 없었지만, 서울대 의대 연구팀이 바닥 토양의 성분을 분석하면서 주로 배설물에서 발견되는 각종 기생충의 알을 확인했다. 뒷간이라는 증거였다. 주변에서는 정료대(庭燎臺)도 나왔다. 밤에도 불편하지 않도록 불을 밝힌 것이다. 전시회는 회암사 뒷간의 발굴 과정을 소개하고, 조사 연구를 거쳐 재현한 뒷간의 모습을 보여 준다. 더불어 회암사터에서 발굴된 청동발과 백자장군을 비롯한 식생활 및 뒷간 유물, 소매통과 동이, 똥바가지 등 전통시대 뒷간 문화를 보여 주는 유물 등 128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사찰의 뒷간 문화가 속세의 그것과 다른 것은 물리적인 배설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뒷간에서 지켜야 할 마음가짐을 담은 전시실의 입측오주(入厠五呪)가 눈길을 끄는 이유일 것이다. 뒷간에 드나들 때 외우는 진언(眞言)이라고 한다. 뒷간에 들어가면서 입측(入厠), 뒷물을 하면서 세정(洗淨), 손을 씻으면서 세수(洗手), 더러움을 씻어 버리며 거예(去穢), 몸을 깨끗이 하는 정신(淨身) 진언이 그것이다. 문경 김룡사 것이라지만, 다른 사찰들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 [백승종의 역사 산책] 장현광의 족계

    [백승종의 역사 산책] 장현광의 족계

    족계(族契)라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것은 한낱 구시대의 유물, 가문 이기주의를 낳은 근본적 원인이다.’ 그러나 그렇게 속단해 버리면 족계의 역사적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족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6세기 초였다. 성리학이 조선사회에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14세기 후반이었지만, 깊이 뿌리내리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선비들이 앞다퉈 족계를 조직하기 시작했을 때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조선사회는 위기에 빠졌고, 갓 출범한 족계의 운명도 위태로웠다. 전쟁이 끝나자 선비들은 족계 재건에 나섰다. 족계를 통해 선비들은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친목을 강화했다. 내가 주목한 것은 1601년 영남의 큰선비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이 쓴 ‘인동장씨 족계 서문’이다. 장현광은 대학자였으나, 벼슬을 멀리한 채 향리에 머물렀다. 학문 연구에 잠심했는데, 틈나는 대로 집안 자제들이며 이웃의 젊은 선비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장현광이 이끈 족계는 학습공동체였다. 매달 초하루와 보름마다 젊은이들을 소집해 학력을 평가했다. 장현광이 이끈 족계는 배타적 부계혈연집단이 아니었다. 장씨의 외손들도 대거 참여했다. 또 그들과 인척관계에 놓인 타성들도 족계에 가입할 수 있었다. 인동장씨 족계라고 했지만 여러 성씨가 두루 참여했다. 족계의 구성원들은 농업에 힘쓰기를 다짐했다. 선비들이 농업에 힘쓰기로 약속했다니! 17세기의 사회 현실은 우리의 지레짐작과는 달랐다. 장현광은 족계의 지도자로서 구성원들이 행여 농사와 학업을 소홀히 할까봐 노심초사했다. 다음은 그의 경고문이다. “(계원이) 농부로서 농사일에 게으르거나, 아이인데도 공부를 소홀히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사(간부)가 잘 살펴보았다가 계모임 날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당사자를 불러다 벌을 주거나, 그 가장(家長)을 꾸짖을 것이다.” 족계는 국가 안의 국가와도 같았다. 또 족계는 사익만을 추구하는 양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왜란이 끝나기 무섭게 많은 양반들이 토지와 노비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재판을 벌였다. 사회적 혼란을 틈타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말이다. 장현광의 족계는 이러한 풍조를 강력 비판했다. “어찌하여 남과 재산을 다투는 송사를 벌이고 모질게 싸워 이 난리에 살아남은 외로운 이웃과 화목을 잃겠다는 것인가?” 소송을 걸어서라도 더욱 많은 재산을 차지하려고 서로 아귀다툼하던 시절 족계는 도덕심의 등불이었다. 계원들이 그런 일에 마음을 둬서는 절대 안 된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선비의 생명은 도덕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족계였다. 족계는 계원들 보호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도와주는 기관이 족계였다. 상례와 장례를 비롯한 각종 길흉사에 부조를 아끼지 않았다. 족계는 구성원들에게 평생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했다.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족계의 전통을 재건하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족계가 그랬던 것처럼 지역사회의 문화 수준을 고양할 학습공동체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것이다. 국가의 역할과는 별도로 인정미 넘치는 민간 차원의 사회적 안전망이 재건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제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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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맹(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한겨레출판 펴냄)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로 국내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헝가리 출신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1935~2011)의 자전적 소설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1956년 헝가리 혁명의 여파를 피해 스위스로 이주한 작가가 모국어를 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던 프랑스어를 뒤늦게 배워 작품 활동을 했던 기억을 풀어냈다. 128쪽. 1만 1000원.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불안 위에서 서핑하기(이범·하지현 지음, 창비 펴냄) 각계각층 전문가가 청춘들의 대학·취업 고민에 대한 전략과 대안을 전하는 ‘나의 대학 사용법’ 시리즈 책. 교육 평론가 이범은 최근 노동시장의 변화인 ‘탈스펙’과 ‘노동시장의 이중화’에 대한 대처 방법을,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은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살아 가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마음의 태도를 설명한다. 각 권 148·204쪽. 각 권 1만 1000원.통행금지(박상률 지음, 서해문집 펴냄) 국내 청소년문학계 대표 작가인 저자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신작 소설. 군인들이 쏜 총에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 광주시 외곽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화목한 광민이네 가족의 눈을 통해 당시 광주의 풍경을 그려냈다. 128쪽. 9000원.뉴욕은 교열 중(메리 노리스 지음, 김영준 옮김, 마음산책 펴냄) 교정·교열·편집이 까다롭기로 정평 난 미국 주간 잡지 ‘뉴요커’의 책임 교열자인 메리 노리스가 40여년간 일하며 작가·동료와 있었던 에피소드와 각종 문장부호들에 담긴 의미, 비속어에 대한 생각, 영어 대명사와 젠더 문제, 연필에 대한 애정 등을 소개한다. 280쪽. 1만 5000원.성서 그리고 사람들(장 피에르 이즈부츠 지음, 이상원 옮김, 황소자리 펴냄) 그리스도교 경전인 동시에 매혹적인 이야기책이기도 한 성서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시대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성경 속 이야기를 인류학·고고학·지리학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성서 관련 예술품과 유물 사진을 곁들였다. 380쪽. 6만 8000원.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김기봉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역사학자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로 대변되는 ‘어제의 역사학’의 그늘에서 벗어나 21세기에 걸맞은 역사학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저자는 ‘내일의 역사학’을 위해 일제 식민사학의 유산인 한국사·동양사·서양사 체제를 청산하고 민족사의 한계를 뛰어넘는 글로벌 한국사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12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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