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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를 뜯어보는 두 시선/현재 이전.이후 탐색하는 평론집 2편

    ‘현재 이후’와 ‘현재 이전’의 시공(時空)을 겨냥해 문학적 해체를 시도한 두 편의 평론집이 나란히 나왔다.전자는 류신이 평론집 ‘다성의 시학’을 통해 내세운 시인 이원에 대한 평가고,후자는 시인 오정국이 설화를 탐색한 평론집이다.지향점을 달리 하는 이 두 편의 평론집은 현재를 접점으로 해서 각각 독특한 해체의 격을 획득해 주목받고 있다. ◆오정국 '시의 탄생,설화의 재생' 한국 현대시에 ‘설화’는 어떻게 확장,투영되었는가,또 어떤 형태로 전환돼 나타났는가를 다룬 독특한 비평집이 시인 오정국의 ‘시의 탄생,설화의재생’(청동거울)이다. 그는 “한국의 주요 시인 가운데 설화를 시의 소재나 모티프로 삼지 않은경우가 거의 없을 만큼 설화는 한국 현대시의 자양분이자 핏줄이며,무한한상상력의 보고(寶庫)”라고 평가한다. 그는 설화의 확장을 ▲인과적 확장 ▲비유적 확장 등으로 구분,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서정주의 시 ‘무제’에 나타난 ‘매(鷲)의 눈물’,서정주의 ‘선덕여왕의 말씀’과 김춘수의 ‘타령조3’에서 지귀(志鬼)설화가 확장된 ‘불의 재생’이미지, 박재삼의 ‘華想譜(화상보)’등 춘향 시편에 나타난 사례를 들었다. 또 전봉건의 ‘춘향연가’에서 드러난 옥중 수난의 극대화와 송수권의 ‘춘향이 생각’에서 표출된 사회비판의 메신저같은 유목적(有目的)적 기능 부여도 설화가 인과적으로 확장된 사례라고 꼽았다. 설화의 비유적 확장은 김소월의 ‘춘향과 이도령’에서 끊어진 오작교의 형태로 나타났으며,박재삼의 ‘葡萄(포도)’에서는 환원되지 않는 한(恨),서정주의 ‘소자 이생원네 마누라님의 오줌기운’에서는 풍요로운 익살로 표현됐다.또 신동엽의 ‘백제계 설화’시편에서는 곰나루에 선 아사달,이승하의 ‘遇賊歌(우적가)를 읽는 밤’에서는 현실비판의 거울로 각각 형태를 달리해나타난다고 보았다. 설화의 전환에 관해서도 ▲모티프의 변용 ▲인물 패러디 ▲모형 해체 등의유형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 오씨는 모티프 변용의 경우 서정주와 강은교가각각 신화적 세계로의 통로와 되풀이되는 가락지의 굴레로 활용했는가 하면,송수권은 화냥기 같은 사랑의 생명력으로,박제천은 낙천적 생사관으로 변환시켰으며,김춘수는 신화와 세속의 세계를 융화하는 매개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최하림은 ‘민중적 투사’,윤석산과 황지우는 ‘햄릿적 욕망의 대변자’와 ‘향락적 물신주의의 전형’으로 전이시켰으며 정일근은 ‘공단 근로자들의 열꽃’으로 설화를 전환시켜 시화(詩化)했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모형의 해체를 통한 설화의 전환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된다. 예컨대 황지우는 CM·전자오락·섹스라는 유형으로 설화를 해체, 복원해 냈으며,이하석은 ‘처용의 딸’에서 미군부대 주변의 제비꽃이라는 전혀 다른이미지를 추출해 냈다.그런가 하면 문정희는 ‘처용 아내의 노래’에서 헝겊 조각과 역신(疫神)을 대비시켜 모형해체를 설명한다. 오씨는 “설화의 재연(再演)과 확장이 언어적 전통은 물론 전통적 삶의 원형을 탐구해 당대적 삶에 새로운 가치체계를 부여했다.”면서 “설화의 전환 역시 설화 자체가 지닌 서사 모형을 위반함으로써 설화의 전승가치와 생명력을 높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류신 '다성의시학' ‘비트도시를 산책하는 전사’시인 이원(34)과,그의 시스템 프로그램을 해킹하려는 ‘다성(多聲·polyphonie)의 소리상자’평론가 류신(34)의 접속은암호처럼 은밀하고 치열하다. 시집 ‘야후의 강에는 천개의 달이 뜬다’(문학과 지성사)로 문명에 대한‘비판적 지지’입장을 명쾌하게 보여준 이원의 시세계는 우선 견고하다. 류씨는 최근 발간한 평론집 ‘다성의 시학’(창작과 비평사)에서 “이원의시스템 프로그램 해킹을 위해 밤새 그의 시성(詩城)의 뒷문과 링크를 시도했으나 패스워드의 암호체계가 복잡해 좀처럼 가닥을 잡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이원 시의 허브 속으로 침투하고자 류씨가 정리한 패스워드의 목록은 ‘철로 된 도시’‘플러그 콘센트’‘전자사막’‘반인반전(半人半電)’‘디지털’‘로봇’‘싸이보그 021’등이다.과거에 집착하는 감성으로는 도무지 잡아낼 수 없는 전혀 다른 경계의 틀을 구축한 작품들이다. 이런 이원의 시를 류씨는 “인간을 가위누르는 철의 악마적 메커니즘에 대한 고발”이라고 해석한다.“철이인간의 사고까지 깔아뭉개는 가혹한 생명체로 돌연변이했다는 시인의 전언이 섬뜩하다.”는 시각이다. 그렇다고 시인의 상상력이 철에서 ‘가혹함’만을 추출해 내는 것은 아니다.“골조공사가 한창인 신축공사장 앞에서는/어김없이 발걸음이 멈춰진다”는 그다.그냥 걸음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나는/철골이 세워진 공사장만 보면 멀리서도 가슴이/뛴다”고 할 정도로 철골의 살풍경 속에서 경이로운 시상을 뽑아올리는 그다. 류씨는 이를 “그에게 철근은 생의 의지를 북돋우는 매혹적인 사물”이라고 읽어낸다.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철근에서 제 삶을 떠받치는 강단의 시정신,곧 생의 근기(根氣)를 읽어내고 있다는 것. 시를 해체하는 류씨의 시각은 주로 미학적이고 예언적인 진술에 토대하고있다.예컨대 시인의 ‘철로 된 도시’에 대해 루카치의 시각을 차용하거나‘싸이보그’라는 시를 “마리네티가 미래예술의 종착점으로 설정한 ‘인간육체의 금속화’에 대한 내밀한 욕망의 흔적”으로 보고,이는 “딱딱한 사물에 대한 시인의 관심과 애정”이라고 이해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류씨는 “그는 생리적으로 ‘나무로 된 숲’보다는 ‘철로 된 도시’쪽으로 몸이 열리고 차가운 도시의 풍광이 자아내는 서늘함에서 시적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는 시인”이라며 서슴없이 ‘냉혈’의 특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시인의 시세계는 생물학적 냉혈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자 한다.시인의 사이보그는 “육체라는 고깃덩이에서 해방됨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순수한 디지털 자의식”이라는 게 류씨의 진단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내년 사방댐 200곳 건설/집중호우때 암석.토사 차단.농경지 유실방지

    집중 호우시 상류지역에서 밀려 내려오는 암석과 토사,유목 등을 차단하기위한 사방(砂防)댐이 내년에 크게 늘어난다. 또 사방댐 및 산불진화용 취수원 역할을 할 다목적 산림댐이 경남지역에 처음으로 조성된다. 산림청은 2일 내년에 모두 330억원을 들여 전국에 사방댐 200개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월 태풍 ‘루사’의 상륙 당시 강원 영동지역 및 경북지역에서사방댐이 마을 및 농경지가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또 봄철 건조기 산불진화용 헬기의 취수원으로 활용키 위해 경남산청지역에 8억 3500만원을 들여 국내에서 처음으로 담수량 10만㎥의 다목적 산림댐을 건설키로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태풍 루사가 토사유출 방지와 강수량 저장,수원함양 등을 목적으로 한 사방사업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면서 “사방댐은 산사태와 홍수범람 등 재해를 방지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산림청은 지난 1986년부터 사방댐 건설에 나서 올해까지 1123개를 건설했고 2010년까지 3144개를 더 세울 예정이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 책꽃이/ 네이븐 外

    ●네이븐(그레고리 베이트슨 지음,김주희 옮김,아카넷 펴냄) 네이븐(Naven)이란 머리사냥을 하는 뉴기니섬 세픽 강 유역에 사는 이아트물 부족이 행하는 특이한 의례를 일컫는 말.부족의 성원이 특별한 위업을 달성했을 때 축하하기 위해 치러지는 이 네이븐 의식은 이성의 의상을 착용하고 의례적인 동성애적 행위를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베네딕트의 ‘문화의 제유형’,미드의 ‘세 부족사회의 성과 기질’과 함께 초기 인류학 분야를 대표하는 책이다.2만원. ●옥스포드 혼비영영사전-지니 CD-ROM 버전(범문사 펴냄) 1948년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최고 권위의 영영사전으로 인정받는 옥스퍼드 혼비영영사전의 혁신판.지니(genie,정령)라는 애칭에 걸맞게 해당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한 뒤 찾을 단어를 마우스로 가리키면 즉시 화면상의 별도 창으로 의미를 알려주는 기능이 내장돼 있는 것이 특징.4만원. ●반전의 리더십(채수연 지음,중명출판사 펴냄) 역경의 늪을 헤치고 정상에 오른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농민출신 협객으로 한나라를 창시한 유방,권모술수로 위나라 무제가 된 조조,인간적인 매력으로 촉의 소열제가 된 유비 등이 반전의 리더로 소개된다.1만 1000원. ●행복한 페미니즘(벨 훅스 지음,박정애 옮김,백년글사랑 펴냄) 현대 페미니즘의 쟁점들을 망라한 페미니즘 입문서.미국의 급진적인 흑인 페미니스트 사상가인 저자는 긍정적인 전망을 잃고 있는 현단계 페미니즘의 자기성찰과 혁신을 요구하며 미래지향적인 페미니즘의 과제에 대해 설명한다.9800원. ●CEO 칭기스칸(김종래 지음,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사람을 말이나 개라고 부르는 것은 농공사회에서는 모욕이지만 몽골 유목민들에겐 최고의 찬사가 담긴 칭호다.칭기스칸의 곁에는 ‘4준마’‘4맹견’이 포진했다.4준마는 참모이거나 정책 쪽에서 활동한 측근을 말하며,4맹견은 전투 지휘관을 일컫는다.CEO칭기스칸의 곁에는 늘 ‘태어난 곳은 달라도 죽는 곳은 같은’ 평생동지들이 있었다.저자는 ‘꿈의 공유’를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기업경영의 키워드라고 말한다.5000원.
  • [밀레니엄] 달라진 소비패턴

    ■유행·개성 다 좇는 ‘야누스 얼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소비자의 ‘얼굴’도 변하고 있다.80년대 소비자는 유행만 좇는 한 얼굴로 나타났고,90년대에는 개성을 추구하는 ‘천(千)의 얼굴’로 그려졌다.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마케팅의 화두도 대량생산과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모아졌다. 21세기 접어들면서 소비자의 얼굴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소비자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로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유행을 좇는 듯하면서도 개성을 추구하고,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것같다가도 한군데 머무르고 싶어하는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한 푼이라도 아끼는 알뜰함과 비싼 고급품을 과감히 사는 사치의 양면성을 가진 사람이 바로 소비자들이다.이른바 소비패턴의 퓨전화(化)가 사회적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고,기업들도이런 트렌드(변화)를 반영한 퓨전 마케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코쿠닝,재핑과 모바일 동적인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휴대폰 문화의 뒷면에는 누에고치(cocoon)처럼 보호막 안에 머물려는 코쿠닝(cocooning) 현상이 존재한다.몇년전까지만 해도배달음식은 자장면,피자,치킨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족발,보쌈,해물탕,묵 등으로 영역이 파괴되고 있다.시간대도 허물어져 24시간 서비스 체제를 갖추고 있다.집안에서 머물면서 생활을 즐기려는 소비 성향이 강해졌다는 얘기다. 집안에서 극장에서나 느낄 수 있는 화질과 음향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전자제품 세트인 홈시어터도 코쿠닝의 연장선이다.요즘에 홈 시어터 대신 17인치 안팎의 LCD TV를 PC와 연결,방 전체를 극장으로 만드는 룸 시어터 증후군은 코쿠닝이 깊어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순화(崔純華) 수석연구원은 “인터넷을 이용해 집안에서업무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집안에서 안정된 생활을 선호하는 코쿠닝 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미국에서도 9·11 테러사태와 탄저병 공포 이후 외출을 꺼리는 코쿠닝 현상이 생겼다. 휴대폰 문화는 전화에다 지불수단,인터넷,게임,엔터테인먼트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움직이는 생활을 가속화시켰다.10분만에 머리를 깎아주는 신종이발소 체인점,TV를 보면서 광고나 흥미없는 부분이 나오면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는 재핑(zapping)현상….최순화 수석연구원은 “코쿠닝과 재핑현상은 정착성향과 유목성향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텔스 마케팅과 튜닝 마니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에서 ‘스텔스 (stealth·비밀)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스텔스 마케팅은 패션을 선도하는 그룹들에게 은밀하게 향수·운동화·자동차를 제공하면서 유행을 창조하는 마케팅 기법.유행과 소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유행을 추구하는 동시에 자기중심적인 소비성향을 갖고 있다.제품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부분적으로 개조하는 튜닝 마니아.이들을 위한 튜닝 숍들이 서울 테크노마트나 용산전자상가,COEX 몰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튜닝족들은 휴대폰이나 승용차를 개조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개성’을 선호한다. ㈜태평양은 올 가을은 갈색,내년에는 노란색이 유행한다는 식의 전통적인 마케팅을 올 가을에 포기했다.유행에 민감한 여성들이 화장품 제조업체가 주도하는 유행에 더 이상따라주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태평양은 대신에 트렌드 색상과 함께 로맨틱(낭만)·내추럴(자연스러움)·퓨어(순수)·시티(도시)·섹시 등의 5가지 개념을 동시에 내놨다.소비자들이 스스로 유행과 개성을 적절히 혼합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태평양의 박수경(朴水京) 마케팅부장은 “소비자들이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추구하고,유행을 따르면서도 자기 것만을 고집하는 이중성이 있다.”고 말했다. ◆퓨전문화·크로스 오버(cross over)·보보스… 치킨에다 야채를 곁들인 야채치킨,과일 치킨,동서양의 음식을 혼합한 퓨전음식을 비롯한 퓨전문화가 우리사회에 착근한 지는 꽤 됐다.이제는 이자를 주면서 보험·상품권을 주는 퓨전금융상품,여행도 하고 싼 값에 성형수술도 하는 퓨전여행,윷놀이 게임에다 장나라같은 신세대 스타를 혼합한 퓨전게임광고에 이르기까지 사회전체가 ‘퓨전+α(알파)’가 된 느낌이다. 재즈와 클래식 음악이 혼합된 크로스 오버도 퓨전문화에 해당된다.예를들면 정규 첼로 연주자로 구성된 베를린필이 정통 클래식 음악에서 벗어나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은 팝송을 연주하는 것이다.지난 98년 6세의 나이로 판소리 흥보가를 불렀던 유태평양군이 성악가와 아리랑을 함께 부르는 것도 크로스오버다.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상류층 전문가 집단인 보보스(Bobos)도 새로운 소비자 계층에 속한다.이윤지향의 부르주아 문화와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문화가 결합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엘리트 계층이다. 30∼40대의 고소득 계층인 보보스 족은 명품만을 추구하고,생산과 소비에 능동적이고,열심히,풍족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생활한다.최근의 ‘열심히 일한 당신,떠나라’는 광고문구도 이런 보보스족을 겨냥한 것이다.제일기획은 “한국형 보보스족인 코보스는 기존 엘리트 계층보다 좀더 자유로운 기질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의 양극화가 소비의 양면성 부추겨 소비패턴이 양면성을 갖게 된 것은 소득의 양극화,소비자의 지적능력 성숙,글로벌화로 인한 이질문화 수용성 증가,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李東勳) 연구조정팀장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具本亨) 소장은 “전통적인 유교사회에서는 돈과 삶의 의미 가운데 삶의 의미에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돈펀족(돈과 재미를 추구하는 부류)’이 등장할 정도로 인간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면서 “자유로워진 의식구조에서 이런 양면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 ■소비시장 양면화 마케팅전략 이렇게 소비 패턴이 바뀌면 기업들의 마케팅 기법도 변화해야 한다.유행과 개성 가운데 한가지만 추구하던 소비자들에게는 둘 중 하나만 충족시켜주면 됐다.하지만 ‘둘 다’를 모두 추구하는 소비자를 겨냥해서 기업들은 ‘둘 다’ 마케팅을 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펴낸 ‘소비시장의 양면성과 기업의 대응’이란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많은 국내기업들이 소비시장 대응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사업구조조정 등에 무게를 둬 왔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소비시장의 양면성이라는 메가 트렌드에 순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순화(崔純華) 수석연구원은 “둘 중 하나 전략은 위험은 적지만 시장이 적고,둘 다 전략은 위험은 높지만 시장이 크기 때문에 시장 창출자가 될 수있다.”고 말했다.다시말해 둘 다 마케팅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시장공략법이라는 것이다. ‘둘다 공략법’을 펴려면 기업은 무엇보다 고객에게 맞춤 기회를 줘야 한다.기업이 주도해 오던 디자인 및 제품개발 과정에 고객이 적극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미국 식품회사인 제네럴 밀스가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100여가지 재료를 혼합해 주문하는 아침식사용 시리얼을 팔고 있는 것처럼 하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하이테크 상품도 인간의 감성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를테면 디지털 카메라에 ‘찰칵’ 소리가 나도록 함으로써 하이테크와 전통(복고) 기분을 동시에 느끼도록 해야 한다.복잡한 첨단기능보다는 안정 및 위로욕구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상위 부유층(Almost rich)을 공략하라는 것이다.중산층과 최고소득층 사이에 존재하는 차상위 소득층은 소득상위 20%에 속하면서도 지출의 40%를 차지하는 소비층이다.하지만 소비시장에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못해왔다는 평가다. 기업들은 양면적인 가치상품 마케팅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이동훈(李東勳)연구조정팀장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체험마케팅은 제품자체보다는 구입과정,사용방법 구입후 만족 등의 총체적 체험을 중시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소비자가 기업과 제품을 식별할 수 있도록 정체성을 주는 방안도 새 시대의 마케팅 기법으로 꼽힌다. 박정현기자
  • [386세대가 본 W세대] 20대의 소비욕구

    퇴근 길에 79학번 선배의 차를 얻어 탔다.평범한 회사원인 그는 30대에 대해 피해의식을 숨기지 않는다.“너희 30대들은 경제적 성과를 충분히 향유했고 또 민주화라는 열매를 따먹었는데,40대는 죽도록 고생만 하고 역사에서 퇴장한 세대가 됐다.” 이런 심정을 386세대도 20대에게 가지고 있으니 ‘끼인 세대’의 탄식은 반복되는듯 싶다. ‘이라크 전쟁설’‘미·일 경제 위기설’로 체감경기가 얼어붙고 있다.그러나 20대의 소비지수는 아직도 과소비를 향하는 듯하다. 통계청이 지난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중 20대의 소비자 기대지수가 평균치(103.9)를 훌쩍 넘는 108.8을 기록했다.또 20대의 소비지출증가율(18.6%)이 소득증가율(10.0%)을 훨씬 넘어서 위험수위임을 보여준다.20대의 소비성향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혹시 이들의 멈추지 않는 소비욕구가 자유로운 상상력의 근간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소비에 의존하는 상상력이라면 원천이 너무 빈약하다. 한때 20대를 두고 ‘모바일 세대’라는 통칭했다.‘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20대를 향한 광고 카피는 대유행이었다.물론 이에 대항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영화 ‘봄날은 간다’)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했지만.모바일세대는 다시 표현하면 즉물적이고 자동화에 익숙한 세대다. 리모컨과 버튼 하나로 세상과 대화하고 연계한다.휴대폰만큼 이들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물건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요즘 대부분이 그렇지만 휴대폰이 손에 닿지 않으면 20대는 불안으로 흔들리는 것 같다.그것이 걱정이다.당장 눈앞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일에 대한 불안이 이 세대의 심성을 좌우하는 것은 아닐까. 모바일이란 말이 기동성과 효율성을 대표하지만,뿌리박지 못하고 부유하는 세대의 특징을 나타내기도 한다.나는 1987년에 스무살이 돼 6월 민주화항쟁을 경험했다.올해 20살이 된 젊은이는 ‘대∼한민국’과 ‘월드컵 열풍’을 경험했다.스무살에 나는 정말로 조국을 사랑한다고 느꼈고,올해 스무살이 된 젊은이들도 그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그래도 스무살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인생의 철학을 그 나이에 가졌기 때문이다.그러나 고정관념이 없고 자유롭고 당당한 지금의 20대가 어디에 뿌리를 박고,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20대에 가난과 풍요는 백지 한 장 차이다.만약 이들이 단지 소비나 리모컨에만 의존하고자 한다면 이들의 미래가 얼마나 한계적 상황일지 예견할 수있다.20대,개인주의적이라고 하지만 한편 혼자 지내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는 이들.진정한 유목주의자가 되고 싶다면,혼자 사막을 건너는 낙타가 돼라.그래야 인생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유민영 모아이 커뮤니케이션 기획실장
  • [열린세상] 미래를 생각하는 유권자

    요즘은 대선 정국이어서 정치판이 혼란스럽지만,그와는 무관하게 대부분의 국민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마음이 설레는 것 같다.그것은 변화에 대한 꿈 때문일 것이다.과거에 비해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에 만족할 사람은 드물며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환경 등 각 분야마다 쉽게 눈에 띠는 불합리한 소지가 많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이렇게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큰 만큼 정치지도자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고,다들 이번 선거를 벼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여망에 부응하자면 정치인들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야 할 것이 분명하다.하지만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큰 만큼 투표권을 행사하는 국민도 정치인들 못지 않게 달라져야 할 것이다.소수의 정치 지도자에 기대야 어떤 전환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아직 계몽기를 통과하지 못한 시대에나 나오는 발상이다.특히 아직도 혈연,지연,학연의 끈이 사회 곳곳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실정에서는 집권자가 달라진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는 가끔 우리나라가 전근대적 무의식의중력에 붙들려 있으면서도 첨단전자제품을 팔아 큰 이윤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랄 때가 있다.이런 놀라움은 중국이 전자제품을 수출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완화되기는 했지만,그래도 여전히 불가해하다는 느낌이다.다만 남의 나라를 상대로 이윤을 남기는 것만큼 윤리적 측면에서도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여기에 덧붙여 세계화가 가속화될수록 윤리적 우위가 상업적 경쟁력의 중요한 조건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앞으로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보다 더 성취하기 어려운 것이 도덕적 진보인지 모른다.지금과 같은 방식과 속도로 삶의 환경이 바뀌어간다면 점점 더 전인적 인격과 자질을 함양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다. 사실 자본주의가 확산되고 테크놀로지 문명이 심화된다는 것은 그 만큼 다종다양한 사람,물건,장소들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 묶일 뿐 아니라 이들간의 교류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인터넷 혁명과 세계화의 물결이 처음 닥칠 때 이미 예감할 수 있는 것처럼,이런 상황에서는어제의 척도가 오늘의 척도이리라는 법은 없다.오늘의 위계질서가 내일도 유지되리라는 보장도 없다.개체가 네트워크에 관계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창의적으로 고안될 여지가 커질수록 그 네트워크는 매순간 형태를 달리하는 가변체로 변한다. 이런 상황은 인간에게 커다란 불안과 동시에 커다란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먼저 불안은 고정된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데 있다.보통 개인의 정체성은 한 번 정해지면 쉽게 변하지 않고 안정성을 띠리라 생각되어 왔지만,앞으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네트워크에 새롭게 접속하면서 그때 그때마다 만들어나가야 할 과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다른 한편 희망은 개인이 언제나 창의적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에서 온다.불안의 뿌리에서 희망이,희망의 뿌리에서 불안이 싹틀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사회에서 문화는 점점 더 정착성을 잃어 가는 대신 강한 유목성을 띠게 될 것이다.여기서는 이미 정해진 규칙을 습득하고 따르는 능력보다는 아직 없는 규칙을 고안하는 능력이 요구될 것이다.이런 점을 생각하면 혈연,지연,학연 등과 같이 농경사회의 유산을 자연스러운 것인 양 간직하고 있는 현실이 퇴행적으로 보인다.우리는 아직도 어떤 정착성 문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첨단 기술상품을 팔아서 돈을 벌 생각을 하고 선진국에 버금가는 문화를 꿈꾸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오래가지 못하는 꿈이다.정치인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루가 멀다하고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는데,그런 말들을 듣다 보면 한국 사회의 모든 병폐가 정치인들에서 비롯된다는 착각에 빠질 지경이다.하지만 올 겨울에 선택하고 심판해야하는 것은 정치 지도자라기보다 유권자인 우리 자신인지 모른다.이번 선거가 과거의 정치적 감각을 버리고 미래의 현실에 부합하는 정치적 감각을 익히는 기회가 돼야 하는 것이다. 김상환 서울대 교수 철학
  • W세대/ THE CLUB DAY - 춤·음악에 젖어 밤을 잊는다

    서울 홍익대 주변을 즐겨 찾는 젊은이들은 안다.‘클럽데이’가 무엇인지를. 클럽데이란 매월 마지막 금요일을 말한다.1만원만 내고 입장권을 구입하면 홍익대 근처에 몰려 있는 ‘마트마타’‘조커 레드’‘명월관’ 등 클럽 10군데를 무상으로 출입할 수 있는 날이다.놀이공원 입장권처럼 손목에 띠를 둘러 주는데,이 입장권으로 맥주를 비롯한 음료수를 한 병,한 차례 시킬 수있다. 클럽데이는 지난해 3월에 출발해 오는 10월의 마지막 금요일인 26일 18회를 맞이한다.개최 횟수는 적잖게 쌓였지만,클럽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시작한 클럽데이를 아는 젊은이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클럽 주인들의 말이다. 마트마타의 문종호 사장은 “클럽이 홍익대 앞에 생긴 지 10년 됐지만,클럽문화를 이해하는 서울 젊은이는 1%도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중에서도 매월 말에 열리는 클럽데이에 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는 듯하다.”고 추측한다.20대로서 홍익대 근처에서 현재 클럽문화를 즐기는 사람,대학생 때 클럽문화에 젖었다가 직장인이 되고도 연어처럼 홍익대 앞으로 회귀하는 30대 일부쯤이나 알고 있으리라는 설명이다. 클럽문화란 록·힙합·테크노·재즈 등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음악 장르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음악과 춤을 즐기는 비주류 문화,즉 하위문화를 말한다.최근 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조사에서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뽑힌 윤도현 밴드가 홍익대 앞 클럽문화를 자양분 삼아 성장한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그래도 요즘은 클럽문화를 동경해 찾아오는 지방의 젊은이,인터넷을 통해 홍익대 앞 클럽데이 소문을 듣고 오는 외국인 배낭족도 적지 않다.한 클럽주인은 “지난달 말 서울의 클럽을 구경하겠다며 부산에서 젊은이 11명이 함께 찾아왔다.”고 귀띔했다.장르 음악을 찾아 인터넷을 서핑하다 클럽데이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또 ‘스카(SKA)’라는 업소에서는 배낭여행을 다녀온 대학생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들러 외국의 소액 지폐에 사인을 곁들여 벽면에 촘촘히 걸어 놓기도 했다. 지난 7월 말 클럽데이를 처음 경험한 뒤 더욱 클럽을 좋아하게 됐다는 한혜연(26·회사원)씨는 “지방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클럽이 동경의 대상이었다.춤만 추는 나이트와는 달리,새로운 음악을 즐기며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젊은이들의 공간이라는 점이 특히 맘에 들었다.”고 말했다.타인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음악을 즐기고,그 음악에 몸을 맡기는 20∼30대의 모습이 신선했다고 기억했다. 그날 밤 3곳의 클럽을 돌아 보았다는 한씨는 “요즘 무선 인터넷인 모바일의 발달로 주목받는 ‘유목문화’가 머리에 떠올랐다.클럽을 돌아 다니면서 잠시 정착했다가 또다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그 형태는 유목문화의 진수라할 만했다.”고 평가했다. 홍익대 앞 클럽은 평일 밤에는 한산하고 주로 금·토요일에 붐비지만,클럽데이인 매월 마지막 금요일 밤에는 그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홍익대 앞이모두 클럽복장을 한 이들로 꽉 채워지는 듯한 인상이다.클럽에서 잘 어울리는 복장을 의미하는 ‘클러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남자는 불빛을 반사하는 흰색 셔츠를,여자는 등이나 어깨가 많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은 젊은이가 적지 않다.클럽데이를 찾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의상에도 신경을 쓰는 추세라고 한다. 20∼30대인 대학생과 직장 초년생들이 주로 찾는 이유는 가벼운 주머니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스카’의 한 종업원은 “여기는 맥주가 5000원이고 기본안주로 스낵이 나온다.그러므로 술 한번 먹는데 적어도 20만∼30만원 계산서가 나오는 단란주점·비즈니스클럽 등과는 다르다.”고 밝힌다. 더욱이 클럽데이에는 클럽을 돌며 각기 다른 장르음악을 즐겨도 입장료(5000원)가 절약되므로 새벽 5시까지 놀아도 전체 비용이 3만∼5만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그뿐이 아니다.여러 군데 클럽을 돌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사귈 수 있는 것도 클럽데이를 즐기는 젊은이들에게는 큰 기쁨이다. 당신이 젊고 다양한 음악을 사랑한다면? 돌아오는 클럽데이(26일)에는 홍익대 앞으로 쳐들어가 보라.강추! 문소영기자 symun@ ■'클럽문화' 어떻게 이해할까 - 획일성 거부 다양한 장르 창조 윤도현 밴드·체리 필터·크라잉 넛·드렁큰 타이거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홍익대 앞 클럽에서 라이브 활동을 시작해 주류문화로 편입된 그룹들이다.각각 전통 록,모던 록,펑크,펑크 록 등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홍익대 앞에서 열광적인 팬들을 보유하게 됐다. 이들이 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던 것은 홍익대 근처에 몰려 있는 클럽들의 음악적 지향이 각기 달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NB’와 ‘DD’는 정통 힙합 뮤지션과 전문 DJ를 만날 수 있는 곳.‘조커레드’는 전문 클럽인을 길러내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MI’는 테크노 클럽의 명맥을 이어온 전통의 장소이고,‘SAAB’는 고급 테크노 음악을 꿈꾼다.‘마트마타’는 테크노 음악을 중심으로 편안한 하우스 음악을 제공한다.명월관은 전문 트랜스 음악을 한다. 일부에서 홍익대 앞 클럽을 ‘나이트도 아닌데 춤추는 곳’으로 오해하는데 사실 클럽의 생명력은 이처럼 개성 있는 음악에 있다.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씨는 “클럽 문화는 TV나 라디오 등 주류 매체에 나오는 음악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면서 “젊은이들의 숨결이살아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즐기는 음악이 탄생하고 그것이 주류 대중가요에서도 통했다는 점은 획일적이고 개성 없는 대중음악계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렇다고 해도 클럽이 매력적인 장소임에는 틀림없다.새로운 경향의 음악을 하려는 젊은이에게는 대중의 기호와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고,젊은이들은 나름대로 새 흐름을 몸으로 느끼며 또래들과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소영기자
  • [기고] 고구려벽화 속의 고구려 청년

    북한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에서 최근 발굴해 8일 공개된 고구려 고분벽화는 그 생생함으로 우리를 1600년 전의 세계로 이끌었다.고분벽화 발굴의 의미를,김영재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에게서 듣는다.고구려 복식을 연구,타이완국립사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학예사는 이 분야의 흔치 않은 전문가이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그 소재지가 북한이기 때문에 벽화에 관련된 연구와 자료 조사는 북한의 조사 발굴 성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다행히 북한과 일본의 공동조사에 의해 1600년 전의 벽화가 발굴돼 고구려 연구에 또다른 계기가 될 수 있어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발굴된 고구려 고분벽화는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에서 발굴된 것으로 석회를 바르고 그림을 그린 것이다.도굴되어 방치되기는 하였지만 벽화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보이며 분묘의 규모로 미루어 왕릉급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벽화에 남은 그림은 매우 선명하고 상태 역시 그 형상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좋아 상의인 저고리와 하의인 바지를 입고 있는 남성의 모습이라 하겠다.얼굴에 붉은 빛이 돌고 입술이 붉기 때문에 여성이 화장한 모습으로 오인할 수 있겠으나,고구려 여성은 얼굴 화장을 할 경우에는 분홍빛으로 한 것이 아니라 흰색으로 하고 볼 터치와 입술을 조그맣게 그린 것이 특징이었다. 이런 모습은 같은 고구려 고분벽화인 쌍영총의 인물도에서 볼 수 있어 화장을 하얗게 한 여성과 그 앞에 선 남성을 비교하면 바로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또 고구려 여성이 화장을 즐겨 한 것은 중국에도 알려져,중국 기록인 ‘수서(隋書)’에 백제 여성은 분대(粉黛)를 하지 않는다라고 기록하여 고구려 여성들의 화장을 강조하였다.그만큼 고구려는 백제와는 다르게 화장을 즐겨 하였고 이런 현상을 중국사람들은 놓치지 않고 관찰한 것으로 보인다. 머리 모양을 보면 벽화의 일부가 박락되어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뒤로 넘겨 묶은 것으로 보인다.미소년의 경우에는 묶은 중발머리가 되어 머리를 묶은 끝이 위로 치켜올라가야 하지만,이 벽화의 주인공의 경우에는 묶은 중발머리보다 머리카락이 더 길게 자란 나이의 젊은이로 보인다. 상의인 저고리는 깃과 소매 끝을 검은색으로 선을 둘렀고 옷단은 상의와 같은 색으로 선을 둘렀다.깃의 여밈은 알아볼 수 없지만 오른쪽 깃을 왼쪽 가슴 위로 덮었고,허리에는 끈을 묶어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갔으며,허리끈 자락의 일부가 옷단까지 늘어진 것으로 보인다.소매는 걷어올려 작업하던 중의 모습으로 보인다. 특이할 만한 것이 바지인데,기존의 바지와는 달리 반바지 차림이다.종아리부분은 마치 붕대를 돌려감은 것과 같이 선이 그려져 있어,작업을 하기 때문에 걷어올렸다고 하기보다는 원래 반바지 차림에 종아리 부분은 행전과 같이 두른 것이 아닐까 한다.이런 바지 모습은 유목생활을 하던 서양 게르만 민족의 바지에서도 나타나,바지를 입고 외풍 등을 막고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다리에 감은 크로스 개더링(cross gathering)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비록 많은 내용의 벽화는 아니지만 기존 벽화와 다른 복장으로 새로운 고구려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이후 더 많은 고구려 고분벽화의발굴을 기대한다. 국립민속박물관 김영재 학예사
  • 책/부족지-칭기즈 칸이 남긴 정복의 역사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설명하고 표현할 수 없게 넓도다.’ 칭기즈 칸의 몽골 기마군단이 유라시아 대륙을 들불처럼 휩쓸어 사상 유래가 없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13세기의 한 이슬람 시인은 위대한 정복자 ‘칸’의 위력을 이렇게 찬양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칭기즈 칸이 이룩한 전무후무한 정복사업과 대제국 건설의 역사는 대부분 잊혀지고 없다.유목민이었던 몽골인들이 그들의 위업에 대한 기록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전해지지 않으며,전해지지 않는 역사는 이미 역사가 아니라는,냉정하고도 이성적인 역사의 원칙을 그들은 몰랐던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비록 그들이 역사를 기록하는데 소홀했지만 그들에게 무릎을 꿇고 복종을 맹세한 수많은 종족들이 앞을 다퉈 칭기즈 칸의 위업을 문자로 기록해 남겼던 것.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제국은 물론인도,아랍,투르크,유태와 고려 등이 바로 칭기즈 칸의 위업을 그들의 문자로 기록해 남겼다. 이 가운데 지금의 이란 중부에 있는 하마단에서 태어나 몽골군주 칸의 궁정에 출사,문관으로는 최고직인 재상의 지위에까지 오른 라시드 앗 딘이 칸의 명령으로 집필한 ‘집사(集史)’는 그 정확성과 상세함에서 단연 돋보이는 ‘칸의 역사’였다.이 집사의 제1권이 ‘부족지’(김호동 역주,사계절 펴냄,2만원)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번역,출간됐다.아시아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러시아·미국에 이은 세번째 번역 출간. 집사는 모두 3부 4권 8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1부 1권인 부족지는 모두 4편으로,몽골·투르크족 등 4개 대부족권에 속한 각 종족의 역사를 개괄하고 있다. 라시드 앗 딘이 집사를 기술한 것은 칭기즈 칸의 증손자인 가잔 칸의 통치관에서 비롯된다.그는 칭기즈 칸의 후예들이 제국건설후 불과 90여년만에 반목과 갈등으로 분열의 위기를 맞자 강력한 통치질서 확립을 위해 집사 기술을 명했다. 그러나 문자없는 몽골제국은 결국 그 정체성을 회복하지 못한 채 귀족들간에 반목과 대립으로 필생의 포부였던 ‘세계제국 경영’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가장 위대한 역사를 가장 허무하게’ 접고말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들이 집사를 통해 왕조의 계보와 왕실 비기(秘記)였던 금책(金冊)의 존재를 알렸을 뿐 아니라 베일속에 가려진 몽골제국의 생활상을 남겨 그나마 깡그리 잊혀지는 불행만은 피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땜질 水防’ 안전한 곳 없다/강릉일대 수해지 전문가 동행 취재

    “앞으로도 홍수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이제라도 수재(水災)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합니다.” 4일 강릉과 주문진,양양,속초 일대 수해 지역을 기자와 함께 직접 찾아본 강릉대 토목공학과 박상덕(朴相德·44)교수와 국립방재연구소 심재현(沈在鉉·42)·박덕근(朴德根·36)박사는 “우리나라 어느 곳도 수해의 예외지역이 아니라는 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무너진 도로와 토막 난 다리,천막생활을 하는 수재민,산사태 현장 등을 살펴본 뒤 “그동안 영동지역에서는 이같은 홍수가 난 적이 없어 수해 예방과 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와 같이 취재한 결과 드러난 이번 수해의 문제점과 대책을 짚어본다. ◇하천정비 기본계획의 재수립 필요- 강릉시 주문진읍 교항리 신리천의 신리교는 다리 한가운데가 사라지고 없었다.다리 기둥의 높이가 낮아 그동안 교각 아랫부분이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계속 파이는 바람에 이번 수해에서 엄청난 물살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연곡면 연곡천의 행신교는 세토막이 나서무너져 내린 상태였고,다리기둥 사이사이에는 물살에 쓸려 온 목재들이 잔뜩 끼여 있었다. 박상덕 교수는 “촘촘한 다리 기둥 사이로 하천에 떠다니는 유목(流木)이 걸려 물이 빠져 나가지 못했고,이 때문에 하천이 터지고 다리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리 기둥 사이를 넓히려면 기술이 필요해 건설 비용이 더 든다.”면서 “강릉 일대 대부분의 다리는 유목이 물살을 막아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땅값 상승으로 인한 난개발로 농경지,주택,공장 등이 하천 주변을 잠식하다 보니 홍수 위험도가 높아졌다.”면서 “늘어난 홍수량에 맞춰 하천의 하폭과 수심 등을 확보하는 등 하천정비 기본계획을 새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재현 박사는 “하천은 산불지역과 달리 사람 손이 닿지 않으면 본래 모습으로 신속하게 복원되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경보시스템 마련해야- 강릉시 연곡면 퇴곡리 남산골의 주민들은 이날 “처마까지 차오르는 물을 보고 지난달 31일 뒷산으로 대피했다.”면서“바로 옆 산등성이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사전 경보조차 없는 현실에 울분이 터졌다.”고 흥분했다. 현장을 답사한 박덕근 박사는 “선진국에서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사태위험 지도를 제작하는 추세”라면서 “특히 산사태 위험지역의 주민에게는 평소 나무가 기울어지거나 흙탕물이 내려오는 등 산사태 전조(前兆) 현상과 관련한 교육을 실시하고 예비경보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지역 부근 도로에는 산사태 감지기 등을 설치해 피해가 우려될 경우 경보가 작동되도록 당국이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박 박사는 “강원 영동지역 일대 산사태는 집중호우로 인한 자연재해적 성격이 있지만 무리한 임도(林道·임산물의 운반 및 산림의 경영관리를 위해 설치한 도로) 개발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재현 박사는 “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산사태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산의 배수로를 정비하고 지역의 지질과 토양 상태를 고려해서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행 취재 직후 이들은 “이번 수해를 계기로 집중호우의 원인부터 차분히 분석해 국가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대책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호소했다. 강릉 윤창수기자 geo@
  • 제6회 서울평화상 ‘옥스팜’/ ‘빈곤·고통없는 세상’ 지향

    4일 제6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옥스팜은 ‘빈곤과 고통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세계적인 구호단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1942년 나치 치하에서 고통받는 그리스인들을 구호하기 위해 영국 옥스퍼드시 주민들에 의해 결성돼 올해로 활동 60년째를 맞고 있다.본부는 옥스퍼드에 있으며 전세계에 70개 사무소를 운영중이다. 운영비는 전세계 기부자 50만여명과 각국 정부 및 단체 등이 내는 기부금,영국 등 유럽지역 820여곳에서 운영하는 자선중고품 매장의 수입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자연재해나 전쟁 발생지역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하는 단순한 구호 차원을 넘어,기술교육과 창업 지원 등을 통해 자립을 유도하는 게 다른 구호단체들과의 차이점이다. 아프리카 말리에서 빈곤층 여성들의 창업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고 방글라데시에서는 원예와 식목기술을 교육시켜 자립기반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고있다.또 사막지역 유목민 아동을 위한 이동교실을 개설하고 있고 94년 9월 콜레라 감염위기에 처한 르완다 난민 80만명에게 깨끗한식수를 보급하는데도 앞장섰다. 특히 지난해 3월 비싼 에이즈(AIDS) 치료제 대신 값싼 유사품 수입을 허용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결정에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세계무역기구(WTO)의 특허권 보호규정을 들어 집단 소송을 제기하자 “거대 다국적 기업이 최빈국의 에이즈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생각한다.”고 비난하며 약값 인하 투쟁을 벌여 관철시키기도 했다. 우리와도 인연이 깊다.53년 한국전쟁 당시 6만파운드의 구호물품을 전해줬고 95년 6월 북한이 국제사회에 지원을 처음 요청했을 때 북한에 들어가 244t의 소독용 염소를 제공하는 등 식수와 의료 지원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바버라 스토킹은 옥스퍼드 지역 보건소장 출신으로 영국 국민건강보험 현대화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이기철기자 chuli@
  • 최악 경남수해 원인과 대책/ 제방아래 배수장 물난리 자초

    지난 10일 새벽 시작된 폭우로 경남 김해시 한림면과 함안군 법수면,합천군 청덕면 등 32개 마을이 10일이상 물에 잠기는 최악의 수해가 발생했다.사망·실종 5명 등 26명의 인명피해가 났고,재산피해도 4000억원이 넘는 대재앙이었다.피해 주민들은 무심한 하늘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정부의 수방대책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며 연일 시위를 한다.수해 원인과 대책을 점검해본다. ◆원인과 실태-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경남지역에 내린 강우량은 평균 514㎜.호우경보가 발령됐던 6∼10일 김해지역에 444㎜가 내렸고,함안도 428㎜를 기록했다.물난리가 시작된 10일 새벽 1∼2시 사이 함안에는 무려 50㎜의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당시 경북지역에도 집중호우가 내려 낙동강 수위가 불어나면서 엄청난 양의 내수가 빠지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김해의 빗물이 모이는 화포천 수위가 7.8m였지만 낙동강의 수위는 그보다 1m이상 높은 9.02m에 달해 배수가 될 수 없었다. 강원도 태백시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길이가 521.5㎞에 달하며,유역면적이 남한 전체면적의 24.1%인 2만 3817㎢나 되는 큰 강이다.강원도와 경북지역은 물론 유역에서 엄청난 수량이 유입되지만 강바닥의 높낮이가 완만한데다 해수면의 영향이 커 물흐름이 느리다.이 때문에 한림면 일대를 덮친 물이 늦게 빠져 면내에서만 23개 마을이 10일이상 물에 잠겼던 것이다. 이같이 연안의 저지대는 항상 침수피해의 우려를 안고 있지만 낙동강의 하천을 정비한 수준인 개수율은 51%(경남지역 42%)에 불과,전국 평균 63%에 크게 못미친다.제방도 사력질 세립자(잔 모래흙)여서 물이 불어나면 연약지반에서는 밖으로 물이 솟구치고,침하현상도 생기는 등 위험을 안고 있다. ◆문제점- 이번 경남지역 수해는 열흘이상 계속된 집중호우와 낙동강 수위 상승으로 물이 빠지지 않아 생긴 천재지변이라고 하지만 그밖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관련 공무원들의 안이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함안군 법수면 백산제붕괴대책위는 공무원들의 늑장대처로 둑이 붕괴돼 침수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대책위에 따르면 전날 오전 5시30분쯤 주민이 둑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면사무소에 신고했고,이는 30분 뒤 군 재해상황실에 보고됐다.군은 당일 오전 현장점검까지 하고도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개발에 따른 유수지 상실이 물난리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하천변 유수지는 집중호우시 하천 본류로 흐르는 물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유수지가 없어지면 유속이 빨라지고,수압이 높아져 제방 등 시설물이 붕괴되는 것이다. 한림면 명동리 가달마을에 있던 9만여㎡의 습지는 공장부지로 개발됐고,화포천 상류 진례면 고모리 산모마을 앞 유수지 7만여㎡도 매립돼 20여개의 공장이 들어섰다.또 진영읍 죽곡리 유목마을 유수지도 지난 97년 진영농공단지로 일부 편입됐다.함안군 법수면일대 30여개의 유수지도 상당수가 자취를 감췄거나 크게 축소됐다. 배수장의 위치와 용량에도 문제가 있었다.주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야 할 배수장이나 배전시설이 낮은 곳에 설치돼 제대로 물을 퍼올리지도 못한 채 침수되고 말았다. 배수 용량도 태부족이다.유역내 총내수량이 초당 465t인데 비해 배출가능용량은 310t에 불과하다.도내 낙동강유역에 설치된 배수장은 모두 221개.이중27개가 이번에 물에 잠겼다.김해 한림배수장은 제방보다 3∼4m 낮은 곳에 위치해 있고,도로에서 불과 20㎝ 높이에 설치된 양산시 교동배수펌프장 배전시설도 침수돼 제기능을 다하지 못했다.합천군 청덕면 가현배수장도 강바닥보다 불과 3∼4m정도 높게 설치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물관리 시스템이 잘못돼 있다는 점이다.우선 수질은 환경부가,수량은 건설교통부로 2원화돼 있다.다시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으로 나뉘어 같은 수계지만 유지관리는 본류는 국가가 하고,지류는 자치단체가 맡기 때문에 일관성있는 치수 관리가 안되는 것이다. 하천의 제방은 강우량의 빈도를 근거로 국가하천은 100∼200년 빈도,지방하천은 50∼100년 빈도로 축조된다.이때문에 장기간 비가 오거나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본류의 물이 지류로 역류되면서 엄청난 수압이 가해져 취약한 제방이 붕괴될 우려가 높은 기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책- 전문가들은 우선 물관리 시스템을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현재 국가와 지방으로 나뉘어진 물관리 시스템을 이웃 일본처럼 수계별 또는 유역별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래야 본류와 지류의 종합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전산화된 홍수예·경보시스템으로 피해를 최소화한다.이 시스템은 집중호우지역의 사방 1㎞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어느정도의 빗물이 어디로 흘러 가는지 알 수 있어 사전대비가 가능하다. 일본은 태풍이 자주 오고,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이다.태풍진로권에 위치해 있고,국지성 호우가 잦은 우리도 눈여겨 볼 만하다.제방 설계기준도 보강돼야 한다.최근 기상이변으로 강우량이 늘었기 때문에 제방의 설계빈도를 본류는 200년이상,지류는 100년이상으로 높여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제방의 성토용 흙을 양질의 토사로 못박아야 한다.지금도 낙동강 제방은 경제성을 빌미로 주변의 모래흙을 사용하고 있다. 인력보강도 급선무다.현재 경남도 방재담당 인원은 사무관을 포함,6명이고,시·군은 2∼3명에 불과하다.이들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해를사전에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인재냐”“천재냐” 공방戰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경남 수해원인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당국의 공방이 한창이다. 쏟아붓다시피 한 폭우로 인해 김해시 등 수방당국은 이번 수해를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었다고 주장한다.50년만에 처음 보는 폭우 앞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주민들은 수해를 우려해 수차례 당국에 대책을 건의했으나 묵살돼 화를 불러왔기 때문에 인재라고 반박한다.한림배수장이 제역할을 못해 합포천둑 경전선 철도밑 통행박스 주변이 붕괴됐다는 것이다. 합포천이 시작되는 지점의 배수장이 정전으로 가동을 멈춘 시각은 지난 10일 오전 6시20분쯤.철도밑 통행박스 주변은 이날 오전 7시를 전후해 붕괴되기 시작,밀려든 물이 온 마을을 삽시간에 덮쳤다. 주민들은 “당시 정전 및 배수장 작동 중단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면서 “매년 배수장 용량을 늘려 줄 것을 건의했으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데 책임이 있다.”고 당국을 성토했다. 시 관계자는 “하천 물이 넘쳐 배수장이 침수되면서 변전실 누전으로 정전됐다.”면서 “정전되지 않았더라도 워낙 많은 물이 들어와 가동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해명한다. 배수용량 증설에 대해서는 “배수장 용량이 부족하지만,거액의 예산을 들여 미리 확장했어야 했다는 주장에는 여건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전측은 “밀려드는 물에 전신주가 넘어지면서 정전됐다.”고 했고,배수장측은 “외부의 정전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재냐,천재냐를 놓고 벌이는 양측의 공방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수재민들은 파괴된 보금자리와 폐허로 변한 농경지를 보며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원인이라도 시원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창원 이정규기자 ■3개 배수장 주변 둑 붕괴 이번 수해때 붕괴된 함안군 법수면 백산제와 합천군 청덕면 광암·가현제등 3개 제방은 붕괴지점이 배수장 주변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백산제는 지난해 보강공사를 마쳤으나 일부호안블록이 침하돼 재보강공사중이었으며,광암제는 지난해 말 배수장 설치공사를 완공했고,가현제는 내년말 완공 목표로 배수시설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주민들은 엉터리 성토재 사용 등 부실공사가 붕괴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있다. 반면 시행청은 보강공사 중 발생한 사고로 붕괴지점이 같은 것은 우연의 일치라며 현재 한국수자원학회가 붕괴 원인을 진단중이어서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백산제 배수로에 차수벽이 설치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B대학 정모(41) 교수가 이 제방의 단면을 조사,이를 확인했다. 배수로를 확장하거나 설치할 경우 주변을 점도(粘度)가 높은 ‘양질의 흙’으로 성토하고 충분히 다져야 한다.그래도 생길지 모를 누수에 대비,점토나 토목섬유 등으로 만든 심벽을 박아 물 스밈을 방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붕괴 원인을 진단중인 수자원학회도 시방서와 시공내용을 점검했으나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따라서 시행청의 해명처럼 부실공사가 아니라 할지라도 설계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면하기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창원 이정규기자
  • 함정임 소설집 ‘버스, 지나가다’ - 단절·고립속에 놓인 현대인들의 꿈…

    ‘현대인의 단절과 고립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고독한 존재이며 모든 인간의 회귀처는 고독한 자신이다.’ 이런 주제에 천착해온 작가 함정임(38)씨의 다섯번째 소설집 ‘버스,지나가다’(민음사)가 출간됐다. ‘버스,…’는 때론 운명이라는 것이 무의미할 뿐 아니라 우연히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말한 ‘사랑인가’를 비롯,운명을 가진 모든 존재의 수동성을 얘기한 ‘사랑처럼’등 지난 2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11편을 엮은 책.함씨는 소설집에서 단절과 고립 속에 놓인 현대인들의 꿈을 농익은 상징과 은유,그리고 그만의 조용하고 잠잠한 목소리로 풀어나간다. 작품집을 읽다 보면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존재의 수동성’이라는 특성을 드러내 보인다.이런 특성은 “소통하려는 의지를 북돋지 않으면서,소통되는 것들에 가만 기울어지면서,한 시절을 살았다.”는 그의 고백과도 일맥상통해 보인다.실제로 그는 지난 97년 남편이자 작가인 김소진씨를 34세의 나이로 여의고 그동안 ‘헛걸음 혹은 허공에 흩날리는 벚꽃같은 삶’을살아왔다. 이런 개인 이력의 반영일까.그가 그린 작중인물들은 사랑의 상실이나 죽음의 상흔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운명과 조우하는 구도를 거친다. 표제작인 ‘버스,지나가다’는 아버지와 첫 남자를 잃은 우체국 직원 송연의 외로운 일상을 고적하고 잔잔하게 그린다. 우체국 직원 송연은 두차례 운명의 굴곡을 거친다.목수의 딸로 태어나 어머니없이 자란 그녀는 일곱살때 새엄마를 만나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던 날 원조교제로 만난 중년 은행원과 관계를 갖는다.이 남자마저 세상을 뜬 뒤 그녀에게는 10년 동안 남자가 없다.이런 그는 어느날 버스처럼 지나가는 한 남자를 알게 된다.그녀가 근무하는 우체국에 몽골로 보내는 편지를 가져오는 그를 통해 일상 속에서 불현듯 몽골 초원의 환영을 떠올리는 그녀.작가의 이런 유목민적 상상은 단절과 고립을 소통에의 희망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 함씨는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지난 90년 ‘광장으로 가는 길’로 문 단에 올랐다.최근에는 요절한 남편과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장편 ‘동행’과 ‘행복’등을 발표했으며 번역서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를 내는 등 점차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씨는 “나는 우리 소설사에서 운명을 초월이나 구원으로 환원시키지 않고 운명과 일상의 변증법을 이처럼 잔혹한 지점까지 추구한 작품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심재억기자
  • ‘백제의 얼굴’ 복원 조각가 이영섭씨 작품전

    경기도 여주군 고달사 유적 발굴지 인근에 사는 조각가 이영섭(40)씨를 만나러,점심도 굶어가며 차로 2시간30분을 달려가던 길에 들은 정보는 이랬다.데생 한 장도 그리지 못하던 고교생이 강원대 미술교육과에 들어가 화가 김종학씨를 만나 개안(開眼)한 뒤,생계를 팽개치고 세상과 담쌓은 채 15년간 조각공부만 했다.교사인 부인과 아이가 수원에 따로 떨어져 사는 동안 그는 그저 조각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도인 같은 이미지를 연상했다.그러나 180㎝의 훌쩍한 키에 빛바랜 연보라색 염색 머리를 한 이씨는 ‘날건달’같아 보여 놀랐다.더 충격적인 것은 이 인물이 만들어내는 조각이 150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백제시대 서산 마애불처럼 정겹고,반가사유상처럼 고상하고 넉넉하다는 점이다.또 화강암을 쪼은 것 같은 조각들은 박수근의 화폭을 펼쳐놓은 듯한 질감을 나타냈다.튀어나온 곳을 차라리 더 짙게 표현하는 동양화법을 빌리기도 했다. 집 앞마당에 구덩이를 파고,그 안에서 조각품을 건져내는 그는 천상 고고학자의 모습인데….그가 이렇게된 것은 5년 전 고달사 절터 근처로 이사오면서부터다.더이상 조각은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대학 때부터 10여년 해온 극사실적 묘사의 테라코타 작업을 포기한 직후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가는 ‘유목민 의식’처럼,버렸더니 새로운 영감이 찾아옵디다.고달사 근처로 이사와 아침 저녁으로 1년 넘게 유적을 발굴하는 작업을 지켜보다가 문득 내 조각도 발굴하듯이 흙에서 건져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곧 스케치에 따라 땅을 파고 그 안에 모래와 시멘트를 배합한 혼합재료를 부은 뒤 묻어뒀다가,다시 파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시멘트 혼합재료는 마당의 마사토(바위가 풍화된 흙)와 어우러져 한국 바위와 돌의 느낌을 살려줬다.한국적 정감이다.모델은 누구일까? 머리를 무스로 잔뜩 치켜세운 듯한 소녀상들은 탑이나 종에 새긴 ‘비천상’에서 차용했다.둥근 얼굴에 오목한 눈,아담한 코,앵두 같은 입술이 머금은 고졸한 미소가 한국 여인네 얼굴이다. 그는 또 말한다.“한국 현대조각의 미래는 우리의 탑이나 불상 등에 있습니다.” 그가 다섯번째 개인전을 연다.3일부터 13일까지 박여숙화랑 (02)549-7574. 문소영기자 symun@
  • [씨줄날줄] 디지털 유목민

    출근하긴 좀 이른 시각. 일어나자마자 빵과 커피 한 잔을 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우선 메일박스부터 열어보고 회원제 맞춤형 이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들어온 그날의 최신 뉴스를 체크한다. 이어 즐겨찾기에 올린 두세 곳의 사이트를 훑어본 후 출근한다. 늦잠을 자는 날은 회사에서 미안한 일이지만 출근하자마자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한다. 정보를 찾아 인터넷 공간을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들. 이들을 '디지털 유목민'이라 부른다. 유목민의 기원은 호메로스의 작품에 보이는 키메리아인이나 BC 8세기경의 스키타이인일 것이라는 학설이 유력하다. 이후 몽골·중앙아시아·페르시아·아라비아 등지에는 이동 목축업을 하는 종족들이 생겨났다. 이들 지역은 기후가 건조해 목축을 하자면 목초지를 찾아 이동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역사의 어느 시기에 번성했다가 금방 사라지곤 했다. BC 3세기~AD 1세기경 몽골고원에 세력을 확장한 흉노족이나, BC 3세기 이후 이란고원의 신흥세력으로 등장한 파르티아인, 6세기 터키계 돌궐족, 10세기 거란족, 13세기 칭기스칸의 몽골족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현재는 전적으로 유목에만 종사하는 민족은 거의 없다고 한다. BC 3세기 흉노시대부터 유목생활을 해온 몽골 민족도 지금은 대부분 정착 목축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 유목민들이 디지털 시대에 인터넷이 만든 가상공간에서 빠른 속도로 부활하고 있다. 국제적 인터넷 시장조사회사인 닐슨 넷레이팅스는 지난 3월말 현재 전세계 인터넷 이용인구를 4억 9820만명으로 추산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억 6600만명으로 가장 많다. 우리나라는 2780만명으로 중국·일본·독일·영국에 이어 세계 6위. 인터넷 이용인구가 급증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신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이들은 한 곳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자유와 개방을 중시한다. 편의성과 신속성, 합리성이 이들의 생활패턴을 좌우한다. 고급 음식점보다는 간편한 테이크아웃점을 즐겨 찾고, 물품 구입이나 은행거래는 각종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한 '모바일 커머스'나 '모바일 뱅킹'으로 해결한다. 휴대전화와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신용카드는 이들의 필수 소지품. 모바일 기기로 무장하고 인터넷 공간을 헤집고 다니는 '유목적 성향'을 가진 신인류. 이들도 한때 번성하다 사라진 과거 유목민의 전철을 밟게 될까. 염주영 논설위원
  • ‘월드컵과 한국사회’심포지엄/ “월드컵은 보편적 세계주의 창출”

    ‘보편적 세계주의로의 전환’‘다양성과 상대성 체험’‘탈 근대적 신 유목사회의 시간으로 이동’….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월드컵과 한국사회의 재도약’을 주제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논의된 키워드들이다.일견 월드컵의 스포츠외적 의미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이날 키워드를 풀어나가는 다양한 논의는 이러한 우려를 대체로 불식시켰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소장 최장집)가 주최한 이 심포지엄엔 28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발표·토론에 나섰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월드컵을 ‘보편적 세계주의로 전환하는 계기’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최 교수는 오늘날의 세계를 시장 효율성만이 존재하는 신자유주의주도의 세계화 시대로 규정하고,이를 국가간 상호 공존과 균등 발전을 위한 보편적 세계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여기서 월드컵은 보편적 세계주의가 주도하는 세계화를 꿈꾸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월드컵은 문화적 다양성이 갖는 역동성과 에너지,열정과 집단적 카타르시스의 분출을 가능케 함으로써 현실 정치가 실현하지 못하는 세계적 보편주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오 계명대 교수는 ‘한국사회는 월드컵을 통해 한국·미국·일본·서구로 한정된 시각을 벗어나 세계의 다양함과상대성을 체험할 기회,즉 제1세계 일변도가 아닌 세계와의만남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시민적 관심과 참여 속에서 치르는 월드컵은 시민사회의활성화를 촉진하고,이는 다시 정치적 패배주의와 수구적 복고주의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있다고 주장했다. 월드컵이 ‘신 유목적 민주주의’란 개방적 정치질서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한국 정치를 연고와 폐쇄적 네트워크를 뿌리로 한 농경시대형‘정착정치’라고 규정하고,지금의 정치 패러다임을 경량화·유연화·개방화·포용화하려면 ‘신유목사회’로 전환이필요하다고 역설했다.여기서 월드컵은 ‘한국 정치의 시간’이 전근대적 농경사회에서 탈근대적 신유목사회로 이동하고있음을 알려주는 구실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이 민주화운동을 통해 폐쇄형 사회를 개방형 사회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면,월드컵은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지금은 우리가 세계 시민공동체라는 세계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때”라며 “월드컵을 경제적 담론보다는 문화적 담론으로 접근함으로써 타문화에 대한 포용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성 전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연구원은 한국은 지금 마케팅이나 생활문화 ‘단속’으로 월드컵을 치르려고 한다며 이러한 방식으로는 진정한 축제로서의 월드컵을 치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축구는 자유·평등·박애정신의 실현이자 생활신조로서 ‘사는 기쁨’(Joie de Vivre)인 축제”라며 “우리도 기초질서를 지키자는 각종 표어나 내걸 것이아니라 일정한 심사를 거쳐 경기장 주변에서 포장마차,역술인,사물놀이패 등 한국 특유의 놀이문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세계 고고학자 문화유적 발굴 “몽골로”

    몽골에 세계 고고학자들이 모여들고 있다.정착하지 않는 유목문화라는 특성으로 인해 ‘문화유적의 불모지’쯤으로 여겨져온 이곳이 지난 1990년 이후 문화유적 발굴의 국제적 각축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된 ‘몽골 유적조사 5년’ 특별전에 참석차 내한한 몽골과학아카데미 역사연구소 촉트바트르 부소장은 이날 강연을 통해 “현재 한국 일본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터키 벨기에 등 10여개국이 몽골과 공동조사 형태로 발굴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몽골에선 금세기 들어 러시아 등 사회주의권 국가 연구기관에 의해서만 유적 연구조사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당시 연구팀은 1920년대 울란바토르 북쪽 노인울라 유적에서대규모 흉노시대 고분 발굴 등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본격적인 연구조사로 이어지지 못했다.그런데 90년대 이후 몽골에민주화운동과 개방바람이 불면서 그동안 잠들어 있던 유목민 문화유적을 깨우는 대역사가 국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것이다.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발굴작업으로 큼직큼직한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먼저 지난 90년부터 4년간 몽고·일본 연구팀이 칭기스칸 무덤을 찾기 위해 벌인 조사에서 몽골의 고고학 연구에 기초가 되는 무덤 3800기가 확인됐다.칭기스칸 무덤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이 성과는 몽골 고고학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지난 95년부터 ‘몽골의 석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몽골 러시아 미국 공동조사팀은 몽골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시기를 기존의 55만년전에서 75만년 전으로 20만년이나 끌어올리는 개가를 올렸다. 이밖에 99년 오브스 아이막부흐무론 솜에서 진행된 몽·미공동조사에서는 몽골지역에 광범위하게 산재하는 대형 히르기수르(積石遺構)가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대부분 무덤이 아니라 제사를 위한 구조물이라는 것을 밝혀주기도 있다. 윤형원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몽골의 드넓은 초원은 수많은 민족이 흥망성쇠를 거듭한 현장이고,북방의 스텝루트는 동양과 서양을 연결시켜준 문화교류의 통로 역할을해왔다.”며 “몽골지역에대한 유적조사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다음달 19일까지 열리는 ‘몽골 유적조사 5년’특별전은 제1차 한·몽 공동학술조사(Mon-Sol Project)’의 성과를 정리 공개하는 것이다.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97년 한·몽 공동조사단을 꾸려 지난해까지 1차 조사를 끝냈으며,올해 2006년까지의 2차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전시회에선 우글룩칭골 유적의 구·신석기 유적 및 모린 호스틴 볼락 유적의 토기·기와 가마터,흉노시대(BC3세기∼AD1세기)의 귀족·장군무덤 등에서 발굴된 석기 토기 청동기 철기 등 350여점의 유물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석기시대의 좀돌날 몸돌(細石核)은 동아시아 석기문화 비교자료로서,흉노시대의 항아리 등잔 시루 등의 토기는 초원 생활을 영위한 북방 유목민족의 특성을 잘 나타내 주고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7월 몽골 국립역사박물관에서도 개최될예정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새영화/ ‘스콜피온 킹’

    모래 돌풍,사막의 벌레떼,고대 이집트의 화려한 의상과액션으로 해마다 여름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영화 ‘미이라’시리즈가 올해에도 예외없이 한국을 찾는다. 스콜피온 킹(The Scorpion King·19일 개봉)은 백성들의복수를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어둠에 갇혔던 불운한고대 이집트 왕의 전성시대를 그린 작품.지난해 흥행작 ‘미이라2’의 외전 격이다. 사막을 떠도는 용병 마테우스는 유목민으로부터 사악한왕 멤논의 마법사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는다.뛰어난 예지력을 지닌 마법사 카산드라는 소수민족을 말살하고 대제국을 건설하려는 멤논 왕의 오른팔이자 군대의 정신적 지주. 그러나 적진에 뛰어든 마테우스는 마법사가 아름다운 미녀라는 사실에 흔들려 임무에 실패한다.와신상담하고 다시멤논성으로 향한 마테우스는 결국 스콜피온 킹의 자리에오른다. ‘스콜피온 킹’은 전작인 ‘미이라’ 시리즈에 비해 화려한 볼거리는 다소 떨어진다.그 대신 ‘더 록’이라는 액션배우를 비장의 카드로 내놓았다.WWF(세계레슬링연맹)에서 정식프로레슬러로 활동중인 그는 난이도 높은 격투신을 대역없이 선보이며 몽환적인 고대 이집트에 생동감을불러일으켰다.또 더욱 화려해진 의상과 소품은 관객들을미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감독 척 러셀. 이송하기자 songha@
  • [대한광장] 他집단에 말걸기

    동서고금을 통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개 ‘문제적인 개인’이다.이들이 특히 그 시대상이나 시대정신을구현함에 있어서,또는 인간성의 한 전형을 형상화함에 있어 보편성을 획득하면 그 인물은 시공을 초월하여 천의 얼굴로 부활한다.우리의 경우에는 ‘춘향’이 그러하다.홍명희의 ‘임꺽정’에 상응하는 황석영의 ‘장길산’이 각각일제하의 감옥속에서,유신독재 암흑기에 씌어진 사실은 우리 소설사를 관류하는 짙은 사회성과 정치성을 웅변한다. 이 시대의 사랑받는 작가인 은희경의 소설에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삶이 펼쳐지고 있다.그녀들의 삶에서는 ‘도덕’과 ‘윤리’와 ‘공동체’가 없다.그들의 사랑은 늘 어긋나며,짐작과는 다르며,정형과 상식으로부터 이탈한다.사람과의 소통이 단절된 삶은 그래서 끔찍하게 외롭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어법은 실로폰연주처럼 경쾌하고 발랄하다.은희경은 전시대처럼 소설가가 지식인이고 스승이라면 자신은 소설가가 될 수 없었을거라고 말하고 있다. ‘타인에게 말걸기’의 “검고깊은 구멍처럼 벌어진”텅빈 눈의 주인공은 사랑의 허위의식을 부수고 외로움의진실로 귀환하면서 냉정함을 통해 편안함을 깨닫는다.타인과의 소통이 부재하는 삭막하고 황폐한 현실을 조롱하며부유하는 삶의 방식.이에 대한 동의와 대리만족이 은희경인기의 코드이다.부연하자면 이는 사회와의 소통에 상처입고 단자화된 개인들의 풍속도이기도 하다. 길고도 참혹했던 독재시대를 지나 민주화 이행기에 있는우리 사회에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에게 말걸기’를 시도해야 한다는 점이다.소설의 주인공은 타인과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유목민처럼 떠돌 수 있지만 집단은 결코 그럴 수 없는 운명을 안고 있다.개인과마찬가지로 집단 역시 생존본능을 지니고 있다.지루한 의약분업 사태에서 목격했고,현재도 그칠 새 없이 분출하고있는 집단이기주의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들은 대화와 소통에 의하지 않고는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인 합의와 조정에이를 수가 없음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개인이 합리성과 도덕성으로부터 일탈하여 부패하고 타락하듯이 생존본능에 얽매인 집단은 그 힘이 개인에 비해 훨씬 더 팽창적이며 권력적임을 기독교 윤리학의 거장 ‘라인홀드 니버’는 경고한다.개인은 천부의 양심으로 인해도덕적일 수 있으나 집단의 경우는 자기초월능력이 부족해서 무제한의 이기심을 절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인권과 관련한 몇 가지 국가적 의제가 있다.한국의국가보안법에 대한 국제인권기구의 지속적인 폐기 요구,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비합리적 연수제도로 인한 차별적 대우와 인권침해,장애인의 낮은 고용률,성적 소수자 등. 그런데 문제는 분단국가의 냉전의식이 가로놓인 문제에서는 대화가 이루어 지지 않는 데 있다.이 심각하고도 중요한 의제를 두고 진지한 논쟁이 쉬이 형성될 수 없다는 점이다.막대한 국고를 들여 건립하려는 박정희 기념관을 둘러싸고 논쟁이 들끓자 모방송사에서 토론회를 기획했지만기대에 못미친 적이 있었다.찬성하는 측의 논객들이 줄줄이 출연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사회의 의사소통에 기여해야 할 지식인의 책무를 망각한무책임한 짓이 아닐 수 없다.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비롯한 여러 국민의 권리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이 헌법정신을 위반하는 법률에 대한 사회적 심의와 통찰이 필요하다.그것은 다름아닌,부단히 ‘타인에게말걸기’와 같은 시도를 지속하고 그것이 일상화될 때 가능해진다.냉전의식의 덫에 포획된 몇 가지 용어부터 걷어내는 설득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사회집단이 결여하고 있는 이기심에 대한 자기초월능력은 구질서를 개혁하려는 쪽에서 훨씬 더 많이배양하지 않으면 안된다.소설 속의 개인은 단절과 괴리의황야 속에서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지만 현실의 개인과 집단에게 그것은 곧 마비와 부패와 파멸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유시춘 작가·국가인권위원
  • 신간 맛보기

    ◆라캉과 정신의학(부루스 핑크 지음,맹정현 옮김,민음사펴냄). 프로이트 심리학을 보다 정교하고 논리적으로 발전시킨 프랑스 심리학자 라캉의 정신분석 기술에 대한 책. 라캉은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은 말을 통해 나타난다”고 주장하며 말이란 틀 속에 억눌린 인간의 내면세계를 해부,정신분석학계는 물론 언어학계에서도 새 바람을 일으켰다.라캉의 여러 저술은 ‘정신분석’을 정신병리 치료의수단에서 철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2만원.민음사는 이 책과 함께 ‘라캉 이론의 신화와 진실’(데이비스 메이시 지음 허경 옮김)도 동시에 출간했다. 라캉의 알려지지 않은 삶의 궤적을 통해 그의 정신분석학이론과 사상을 살펴본다.2만8000원. ◆유목민 이야기(김종래 지음,자우출판 펴냄). ‘절망은 없다.해가 뜨는 곳에서 지는 곳까지 우리의 땅이니 머무르지 말고 달려라.’ 동아시아 지역 유목민들의 철학과 삶을 보여주는 책이 출간됐다.무분별한 침략,약탈 등으로 야만스럽게 묘사되고 있는 유목민들의 삶은 의외로온화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짐승을 잡을 때는 고통스럽게 죽지않도록 심장을 단단히 쥐어야 한다. 짐승을 함부로 도살하는 자는 그와 같이 도살당하리라’는 법률이나비가 오는 날이나 밤에는 ‘가축이 먼 길 떠나기에 좋지않다’면서 도살을 하지 않는 풍습은 이기적인 욕심에서벗어나 있는 유목민의 심성을 잘 보여준다.‘성을 쌓지 않고 길을 닦은’ 유목민들의 태도는 가진 것에 집착하고 더많이 움켜쥐기 위해 발버둥치는 현대문명에 의미있는 교훈을 준다.1만2000원. ◆세밀화로 그린 곤충도감(김진일 외 지음,권혁도 그림,보리 펴냄). 도시의 아이들에게 곤충이란 징그럽고 더러운 벌레이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곤충이 ‘바퀴벌레’가 고작이기 때문. 자연의 세밀화 도감을 여럿 출간한 도서출판 보리에서펴낸 이 책은 사진이 아닌 그림을 통해 곤충을 친근하게표현해 아이들에게 호감을 준다.사진으로는 오히려 파악하기 힘든 발톱,더듬이, 홑눈 등은 물론 날개맥의 생김새,몸의 털까지 세밀하게 그렸다.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137종의 곤충을 선정하여 6년에걸쳐 완성했다.각 곤충 그림 옆에는 이해하기 쉬운 설명도 덧붙여 놓아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1권쯤 구비해 놓는 것이 좋겠다.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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