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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 칭기즈칸 아닌 인간 테무친의 삶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정복왕은 누구일까. 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부르주아 혁명을 파급시킨 프랑스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2차 세계대전의 주역인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이런 인물들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면 당신은 유럽중심의 사관에 크게 경도된 것일지도 모른다. 땅따먹기에서 최고의 권위자는 몽골의 칭기즈칸이라는 것이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떠오른 정설이다. 의심이 든다면 땅따먹기한 땅의 크기를 지도로 그려 가며 비교해 보면 된다.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시인이자 논객인 김형수가 펴낸 장편소설 ‘조드’(자음과모음 펴냄)는 12세기 초원에 버려진 ‘자연인’인 테무친이란 한 소년의 파란만장한 생존투쟁을 그려 낸 서사다. 김형수는 수많은 전쟁 영웅을 숭배하는 서사를 거부하고, 어린 시절 테무친이라 불린 칭기즈칸을, 정복전쟁이 아니라 혹독한 자연환경을 극복해 나가는 인물로 형상화해 나갔다. ‘조드’는 몽골 언어로 극심한 겨울 가뭄과 혹독한 겨울 추위를 말한다. 저자는 수백 마리의 양과 말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는 자연 재앙을 뚫고 살아갔던 12세기 몽골인들의 삶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작가는 21세기 인류가 환멸을 느껴 근대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가톨릭과 비(非)가톨릭 정신이, 정착문명과 이동문명이, 유목민과 농경민의 충돌을 일으킨 12~13세기 몽골을 중심으로 한 인간형을 찾아갈 때 부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유럽 중심의 낡은 역사관을 대체한 그림으로서, 광활한 세계 창조에 맞는 인간 칭기즈칸이 나온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조드를 통해 칭기즈칸이 단련되고, 새로운 문명사를 썼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작가는 십수 년 동안 진행된 탈근대, 탈냉전, 탈이데올로기를 찾아가려는 문학 내 움직임을 소설로 표현했고, ‘더 바른 세계사상’을 제시하려는 노력에 자신도 동참한 것이라고 했다. 소설 초기에 등장하는 푸른 늑대 족의 신화를 읽을 때는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몽롱하고 때론 답답한데, 1장을 넘어서면서는 시원시원하고 남성다운 필치들로 12세기 초원을 그려 놓아 읽기가 수월하다. 다만 허영만의 장편만화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말무사)의 스토리 전개와 그림이 자주 머릿속에 떠올라서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곤 한다. 작가가 몽골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쓴 소설로 이 소설을 인터넷에 연재하는 10개월 동안 몽골에서 지냈다고 한다. 이번 소설은 테무친이 초원을 평정할 때까지의 시간을 그렸는데, 작가는 이후에 테무친이 대칸에 올라 죽음을 맞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앞으로 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몽골 최북단 아이들의 ‘겨울 이야기’

    몽골 최북단 아이들의 ‘겨울 이야기’

    EBS ‘세계의 아이들’은 ‘몽골 유목민의 후예 다르하드족의 겨울 이야기’편을 3일 밤 8시 50분 방송한다. 몽골 북서부 최북단 다르하드. 거대한 설원과 꽁꽁 얼어붙은 호수로 둘러싸인 이곳은 수세기 동안 유목 생활을 계속하는 다르하드족의 터전이다. 섭씨 영하 50도의 추위에도 다르하드족 아이들은 매일 새벽 6시면 개인 전용 썰매에 몸을 싣고 학교로 간다. 입김이 그대로 흰 서리가 되는 학교 체육관에서 아이들은 민소매 차림으로 농구를 즐긴다. 아이들은 혹한의 설원에서 소몰이하고 눈썰매를 즐기면서 자유롭게 뛰논다. 광대한 외몽골 평원의 주인으로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며 살아가는 다르하드 사람들. 모든 것이 얼어붙어 먹을 것이 귀한 이곳에서 겨울나기는 만만치 않은 문제다. 아빠와 함께 얼음을 구해 오는 일은 14세 소년 보르의 일과 중 하나다. 꽁꽁 언 얼음을 녹여 식수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보르는 마을의 사냥꾼 대표를 맡은 아빠를 따라 처음 사냥에 나선다. 말, 소 등 유목민의 가축을 노리는 늑대를 잡기 위해서다. 보르처럼 다르하드족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대자연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수세기 동안 몽골의 유목 생활을 배워 온 다르하드족 아이들은 부모와 같은 유목민의 삶이 싫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대초원이 사막으로 변해 가면서 이들이 부모 세대와 같은 유목 생활을 이어 가기는 쉽지 않다. 대도시에서 의사가 되고픈 아이, 온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는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아이 등 이제 이들은 저마다 새롭고 커다란 꿈을 품기 시작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한족의 탁월한 문명이 블랙홀처럼 이민족을 빨아들였다…

    한족의 탁월한 문명이 블랙홀처럼 이민족을 빨아들였다…

    중국 동북공정이 화제였다. 우리 역사를 통째로 삼키려 든다는 분노가 대단했다. 근거는 한화(漢化)다. 중국의 옛 역사를 돌이켜보니 한(漢)족의 탁월한 문명이 블랙홀처럼 다른 이민족들을 빨아들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족을 정복해 군림한 왕조들마저 한화를 피하지 못하고 그 속에 녹아들었으니 한족의 문화적 저력이 엄청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틀을 부정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청사(新淸史)다. 논문이나 저서가 산발적으로 나오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청사라는 이름 아래 묶이게 된 흐름이다. 이를 개괄해 볼 수 있는 김선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교수의 논문 ‘신청사의 등장과 분기-미국의 청대사 연구동향’이 계간지 ‘내일을 여는 역사’ 겨울 호에 실렸다. 김 교수가 신청사에서 흥미롭게 보는 대목은 중국사를 한화의 역사로 보는 시각 자체가 “20세기 초 중국 민족주의 역사학의 산물”이라 지적하는 부분이다. 탈민족주의자들이 ‘단군 이래 반만년 단일민족 신화’를 비판하면서 항일운동 시기에 한국의 민족주의가 지나치게 신화화됐다고 주장하듯 중국의 ‘한화’ 개념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신청사는 최근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번역, 소개되고 있다. 연초에 나온 이블린 로스키의 ‘최후의 황제들-청 황실의 사회사’, 마크 엘리엇의 ‘건륭제’ 같은 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화에 대한 부정이다. 한자 자료뿐 아니라 만주어, 몽골어, 티베트어 문헌 분석을 통해 만주족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그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남달리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례는 많다. 가령 러시아와의 국경 협상에 대해 청나라는 한문 자료를 남기지 않았다. 북방 문제는 남쪽에 사는 한족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 여긴 탓이다. 또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볼 수 있듯 여름이면 청 황제는 열하로 갔다. 문제는 왜 그랬을까다. 한화의 시각에서 황제의 여름철 열하 체류는 북방 이민족에 대한 견제구로 읽히지만 신청사의 시각에서는 만주의 전통과 자존심을 잊지 않겠다는 황제의 선언으로 읽힌다. 한걸음 더 나아가 김 교수가 눈여겨보는 대목은 팔기(八旗)에 대한 해석이다. 팔기는 청나라만의 독특한 군사·행정조직이다. 팔기에 속한 이들은 기인(旗人)이라 불렸는데, 처음엔 만주족으로 구성됐으나 청나라 팽창과 더불어 몽골·조선·여진·한족 등 다양한 민족이 발탁됐다. 그럼에도 팔기는 곧 만주족으로 간주됐다. 김 교수는 “정치, 세금, 예산 등과 관련 있던 기인이 단일민족 집단처럼 여겨진 것은 19세기 후반 반청혁명 운동의 흐름에서 나타난 근대적 현상”으로 “한족 중심 공화혁명 과정에서 중국을 지켜내지 못한 무능한 집단으로 만주족을 묘사”하기 위해 ‘기인=만주족’이란 선입관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청나라는 한화된 국가가 아니었을뿐더러 그렇다고 오로지 만주족만의 국가였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진다. 이 점은 청 황제가 ‘유학자’이자 ‘문수보살’이자 ‘대칸’임을 자임한 데서 잘 드러난다. 한족을 상대할 때는 유학자임을, 티베트를 상대할 때는 문수보살임을, 몽골 등 유목민족을 상대할 때는 대칸임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제국을 총괄하는 보편 황제의 지위였던 셈이다. 보편이란 언제나 그렇듯 텅 빈 기호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생각해봐야 할 화두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중국의 과거’ 황하유역 소수민족의 삶

    ‘중국의 과거’ 황하유역 소수민족의 삶

    EBS 세계테마기행은 2~5일 오후 8시 50분 ‘오천년 천상의 물길, 황하’를 방영한다. 황하는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운운하지 않더라도 13억 중국인들의 젖줄이자 어머니로 불려 왔다. 한국도 중국과 오랫동안 영향을 주고받았다. 해서 한국인들도 중국인 못지 않게 황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밀한 속사정까지 다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해서 이 황하를 제대로 훑어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기획이다. 초점은 황하유역에서, 전통 생활방식으로 고수하면서 사는 소수민족들이다. 1부 ‘호랑이가 된 투족’은 칭하이성 퉁런현을 찾았다. 이곳에는 투족이라는 소수민족이 사는데 새해 안녕을 기원하면서 해마다 축제를 벌인다. 바로 ‘우투’ 축제이다. 호랑이로 분장한 7명의 장정들이 마을 곳곳을 휩쓸고 다니고 뜀박질을 한다. 귀신을 쫓고 복을 원하는 의미다. 이들이 지켜온 옛 전통의 기원과 현재를 살펴본다. 2부 ‘하늘 초원을 지키는 사람들, 장족’은 쓰촨성의 루얼가이 초원을 찾았다. 해발 3400m에 위치한 이 초원은 중국의 3대 초원으로 꼽힐 만큼 방대한 규모와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그 높은 곳에서 오직 하늘과 땅만이 펼쳐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장족들이 산다. 이들은 걷자마자 말을 탄다고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초원을 누벼온 유목민이다. 그러나 현재와의 융합도 피할 수 없는 법. 바지오 마을에 들러 장족과 한족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까지 잡아냈다. 3부 ‘전통의 향기, 나희지향(儺戱之鄕)’은 황하석림을 찾았다. 석림, 곧 돌숲이라는 뜻이다. 실제 둘러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34㎢에 이르는 방대한 계곡이 펼쳐지는데, 기암절벽들이 마치 빽빽한 숲처럼 둘러쳐져 있다. 자연의 기적으로 꼽히는 명소다. 각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중국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 보전에 안간힘을 쓰는 곳이다. 이곳 돌숲에는 하나하나마다 ‘화목란의 귀향’ ‘달빛 속의 연인’ 같은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 이름에 얽힌 사연과 전설을 들려준다. 이곳에는 희족이 살고 있는데, 그들이 그렇게도 보존하려는 ‘나희’가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4부 ‘흐르는 강물처럼’은 산시성 길현의 황수(黃水) 폭포로 간다. 천군만마가 내달리는 황하의 심장으로 불리는 이곳은 황하 특유의 노란 물길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해 낸다. 물길이 급격히 좁아지면서 아래로 떨어지는 덕분이다. 이곳에는 보안칼로 유명한 보안족이 있다. 보안칼의 수공 제작 현장을 찾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닥터만의 커피로드’ 박종만 커피 박물관장

    [저자와 차 한 잔] ‘닥터만의 커피로드’ 박종만 커피 박물관장

    ‘세계 11위의 커피 소비국’ 이란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금 한국엔 커피 전문점과 판매점이 성황을 누리고 있다. 한 집 건너 커피 집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가 하면 바리스타를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이 커피 공부에 뛰어들고 있다. 커피가 뭐길래 이토록 열풍이 거셀까. 이런 상황에서 ‘커피는 그저 단순한 기호음료가 아니라 고귀한 문화’라고 외치는 커피 전문가가 있다. 2005년 경기도 남양주군에 ‘왈츠와 닥터만’이란 커피박물관을 세워 커피 연구에 매달려온 ‘커피 박사’ 박종만(51)씨. 책 ‘닥터만의 커피로드’(문학동네) 출간에 맞춰 만난 박씨의 일성은 역시 “커피를 제대로 알자.”였다. 책 ‘닥터만’는 그가 커피의 유래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세계 각지를 누벼 건져 낸 사실들의 기록. 커피의 최초 원산지인 예멘·시리아를 비롯해 서방 세계에 커피를 전한 아프리카 각국과 커피의 꽃을 피운 유럽의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오스트리아 등지를 돌며 확인한 커피에 얽힌 놀라운 사실들을 소개한다. “명성과는 달리 현지에서 만난 커피의 맛과 품질은 실망스러운 것이었어요.” 각국을 다니며 큰 실망을 맛보았지만 커피가 현재와 과거를 잇는 역사·문화의 튼튼한 끈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사막에서 만난 베드윈(유목민)들이 정성들여 끊여 낸 소박한 차며, 200∼300년을 훌쩍 넘긴 집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유럽의 유명 커피숍…. 그에 비해 문화예술인과 지식인의 사랑방이자 만남의 장소였던 서울 명동의 ‘갈채’며 ‘돌체’같은 옛 찻집들이 흔적 없이 사라진 우리의 현실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상실의 얼굴이라며 안타까워한다. 인테리어 회사를 경영할 무렵인 지난 1989년 일본 커피공장을 우연히 들렀다가 커피의 뒷면을 보았다는 박씨. 커피를 볶는 다단한 공정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귀국직 후 홍대 앞에 밝고 깔끔한 레스토랑 형식의 찻집을 차렸고 ‘커피를 제대로 알자’며 각지를 돌아 수집한 커피며 커피 용품들을 모아 남한강변에 오픈한 게 커피 박물관이다. “너도 나도 앞다투어 커피 집들을 열고 있지만 현대식 외양과 상술에 치우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문화산실의 기능이 아쉽다는 말이다. 많은 젊은이들의 로망이라는 바리스타만 해도 다시 볼 것을 거듭 지적한다. “바리스타는 커피의 공정과 서비스과정 24단계 중 마지막 소비의 한 단계에 불과합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커피는 숱한 일자리와 문화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데도 바리스타에만 열광하는 모습은 잘못된 것입니다.” 엄청난 소비에도 불구하고 전량을 수입해야 하는 커피. 그래서 박씨가 요즘 매달리고 있는 부분은 우리가 직접 재배해 만들어 내는 한국형 커피다. “커피 재배의 관건은 온도, 즉 내한성입니다. 온실에서 키워낸 커피 제품이 일부 선보이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선 우리 것이 아니지요. 강원도 산간 오지에서도 얼마든지 대체작물로 키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 기술력과 정부의 관심입니다.” 인터뷰 내내 “커피는 돈벌이 대상이 아니라 역사 문화와 함께할 수 있는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한 박씨. 그의 로망, ‘토종 커피’는 언제쯤 맛볼 수 있을까.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문화마당] 봄부터 가을까지/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봄부터 가을까지/신동호 시인

    봄-주목(朱木)은 고고하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그러나 주목의 잎사귀에는 독성이 있다. 잎이 진 자리에는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 유전자적으로 혹은 기괴한 모양으로 인간의 호감을 얻는 데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애초에 공생을 배우지는 못했다. 봄의 꽃들은 가녀리다. 나비와 벌들이 꽃과 꽃 사이를 날며 꽃가루를 뿌릴 때 꽃들은 수줍게 자기들끼리 올망졸망 핀다. 고사떡을 돌리는 이웃들 같다.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신경림 시인의 시 구절 같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널 도와주진 못해도 망치겐 할 수 있어.”라고. ‘날치기’, ‘결사반대’, ‘두고 보자’, ‘폭행’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판친다. 정치적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고 싶지 않다. 다만 봄 햇살 같은 따뜻함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위로, 격려, 이타주의 같은 단어가 외면당하고 있다. 아니, 애초에 그런 단어밖에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묻혀 버리고 있다. 모두 주목처럼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영생의 명예를 꿈꾼다면 봄꽃은 너무 초라하다. 그동안 우리에게 봄은 없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 부정의 시대를 견딜 만한 것일까. 여름-일제시대, 농지를 빼앗긴 농부들은 만주로 발길을 옮겼다. 짧은 여름 동안 뙤약볕 아래서 밭갈이를 거듭했다. 쌀에 대한 그리움은 어찌할 수 없어서 수많은 수경농사가 시도되었다. 안중근 의사의 두 동생, 정근과 공근은 총 대신 가래를 잡았다. 꼭 총을 잡아야 독립운동이 아니라는 걸 두 동생이 보여주었다. 북위 50도 흑룡강 찬바람 속에서 벼농사를 이뤄냈으니 그로부터 조선 사람의 이주는 거듭되었다. 땅을 갈고 씨를 뿌리며 그 땅의 주인이 되었다. 이 농민들을 강물 삼아 독립운동가들이 물고기처럼 헤엄쳤다. 불행한 식민지 시대였지만 한편 개척 정신이 충만한 시대이기도 했다. 어찌 한반도 남쪽, 복작거리는 곳에서 땅에 대한 애착만 키우고 거대한 농지를 꿈꾸지 못할까. 지금도 몇몇 선각자들과 기업들이 연해주에서 작물을 키운다. 알로에도 키우고 콩 경작에도 도가 텄다고 한다. 북한도 올해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 20만㏊의 농지를 ㏊당 50루블, 우리 돈 1800원가량에 임대하기로 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나라가 들썩인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는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농민들의 꿈을 한반도 남쪽의 공간으로 축소시킨 것에 대해 반성해 보았으면 좋겠다. 러시아 극동의 여름에 남과 북의 농민들이 서울의 4배나 되는 땅을 경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가을-너그럽고 풍요롭다. 마음이 살찌는 소리가 아름답다. 억지로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마음속의 공간을 한껏 넓혀보자. 1933년 발표된 이광수의 ‘유정’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는 바이칼 호수에 몸을 던져 버렸는가. 또는 시베리아의 어느 으슥한 곳에 숨어서 세상을 잊고 있는가. 또 최석의 뒤를 따라간다고 북으로 한정 없이 가버린 남정임도 어찌 되었는지(중략). 나는 이 두 사람의 일을 알아보려고 하르빈, 치치하르, 치타, 이르크트스크에 있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부쳐 탐문도 해보았으나 그 회답은 ‘모른다’는 것뿐이었다.” ‘유정’의 공간은 지금의 우리가 도무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넓다. 스무 살 정임은 만주와 러시아를 떠돈다. 지금 우리는 1933년 정임의 공간에 비해 너무나 쪼그라든 공간을 상상하며 산다. 황석영의 ‘심청’에서 16살 심청은 상하이에서 광저우로, 다시 저 멀리 남중국 싱가포르까지 간다. 그의 귀국길은 타이완과 일본을 거친 바닷길이다. 동남아는 16살 심청이 그야말로, 놀던 공간이다. ‘바리데기’의 탈북 소녀는 영국까지 간다. 공간적 상상력을 넓히라는 황석영의 목멘 픽션이다. 세계화를 꼭 FTA 문제로만 봐야 할까. 아니다, 진정 세계를 상상의 공간으로 구체적으로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들뢰즈의 노마디즘(유목민적인 삶과 사유)이 젊은 지성인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지구 전체를 삶과 사유의 공간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들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물론 가을처럼 넓게, 풍요롭게.
  • 카다피 차남 체포순간 “내 머리 쏴라”

    리비아 과도정부의 압델 라힘 알키브 임시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을 남부 사막지대에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한때 2인자로 군림했던 사이프까지 체포되면서 리비아 내 카다피 추종세력은 사실상 구심점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이날 알진탄 부대 사령관인 알 아즈미 알아티리는 사이프가 니제르로 도피하려 한다는 경호원 제보를 받고 예상 도주로가 보이는 언덕에 중화기로 무장한 병력 15명을 배치한 채 사이프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새벽 그곳을 지나던 차량 2대에 사이프 일행이 타고 있었고, 이들은 병사들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사이프는 체포된 뒤 현지 사령관에게 “총으로 머리를 쏴 달라. 시신은 알진탄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으며 체포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에서는 현금 4000달러와 소총 몇 자루, 수류탄 하나가 발견됐다. 목격자들은 사이프가 그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현지 방송을 인용, 사이프가 석방 대가로 20억 달러를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했으나, 반군들이 “혁명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부대 관계자는 체포 당시 사이프는 사막에서 수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며 영양부족과 불안에 시달린 탓인지 두려움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자유 리비아 TV’는 구금된 상태의 사이프를 찍은 사진을 내보냈다. 그는 오른쪽 손가락 3개에 붕대를 감고 다리를 담요로 덮은 채 뒤로 젖혀지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사하라 사막에 거주하는 이슬람 유목민 투아레그족 복장을 하고 있었다. 사이프의 재판 장소와 관련해 마흐무드 샴맘 과도정부 공보장관은 “리비아 법정에서 리비아 법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프를 모처에 구금한 알진탄 군부도 “그는 리비아에서 재판받아야 하며 법정이 꾸려질 때까지 그를 과도정부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AP가 보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내 머리에 쏴라”…카다피 차남 생포 순간

    ”내 머리에 쏴라”…카다피 차남 생포 순간

    지난달 체포돼 사살된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후계 1순위였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이 19일 새벽 체포됐다. 그는 리비아 남부지역에서 체포된 직후 자기를 죽여달라고 혁명군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탄 혁명군 부대 사령관 알 아즈미 알 아티리는 사이프 알 이슬람이 체포된 뒤 ‘총으로 머리를 쏴 달라’면서 ‘시신은 진탄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시민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사살된 부친 카다피가 ‘살려달라’고 애원한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혁명군들은 차남이 극도로 피곤에 찌들기는 했지만 예상 외로 의연해 놀라기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프 알 이슬람의 체포시점과 장소는 현지시간 오전 1시 30분쯤으로 리비아 사하라 사막 남부의 우바리 부근 와디 알 아잘 지구였다. 직접 체포한 군인들은 진탄 혁명군 부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 당시 그는 사하라 사막의 이슬람 유목민인 투아레그족의 예복과 터번을 착용한 상태였다. 또 평소처럼 수염을 기른 채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오른손 손가락 3개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진탄 부대 사령관인 알 아티리는 ‘알 이슬람이 니제르로 도피하려 한다’는 경호원의 제보를 받은 뒤 예상 도주로가 보이는 언덕에 중화기와 권총으로 무장한 병력 15명을 배치한 채 알 이슬람을 기다렸다고 소개했다. 결국 그곳을 지나가던 차량 2대를 세워놓고 보니 알 이슬람이 타고 있었다고 알 아티리는 전했다. 차에서 내린 일행 일부가 도주를 시도했지만 사막의 모래에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행렬이 멈춰 섰을 때 사이프 알 이슬람은 자신을 “압델살람(평화의 봉사자)”이라고 말했지만, 혁명군 전사들은 곧바로 그가 카다피의 차남임을 알아차렸으며 교전 없이 체포했다고 한 부대원은 전했다. 반면 사이프 알 이슬람이 알려진 것과 정반대로 체포 뒤 반군들에게 석방 대가로 20억 달러의 거액을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했다는 주장도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리비아 진탄 지역방송을 인용, 사이프 알 이슬람이 체포 직후 우리 돈으로 약 2조 3000억원의 거액을 대가로 제시하면서 석방을 요청했지만 반군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그가 체포 당시 거액을 돈을 주겠다며 목숨을 구걸했던 카다피의 최후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살인현장에서 왠 대변검사(?)…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엽기살인마는 다른 피를 타고난다? 혈흔 속 성염색체가 지목한 ‘악마’’의 정체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물 마시던 A씨, 갑자기 사망한 이유 알고보니… 생명을 잃을 수 있게 만드는 ‘죽음의 물’ 11)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엄마 사연 알고보니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여성 시신, 단서는 성형수술 자국? 백골의 한 풀어준 광대뼈 축소술 15) 무참하게 살해 당한 20대女…6년만에 연쇄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 CCTV가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자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완전 범죄 될 뻔한 헤어드라이어 살인…범인 잡은 것은 바로… 몸에 남은 전기충격 자국…‘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에서 발견된 2구의 여성 시신…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한밤중 돌연 사망하는 젊은 남자들…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려 숨진 60대 시신 크게 훼손됐는데…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흉기에 17번 찔려 죽은 여자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의 화장품 향기…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 여자 살인사건 30) 완전범죄 노리던 컴퓨터 교수, 시신 쇠사슬에 묶은 뒤…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 ”내 머리에 쏴라”…카다피 차남 생포 순간

    ”내 머리에 쏴라”…카다피 차남 생포 순간

    지난달 체포돼 사살된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후계 1순위였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이 19일 새벽 체포됐다. 그는 리비아 남부지역에서 체포된 직후 자기를 죽여달라고 혁명군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탄 혁명군 부대 사령관 알 아즈미 알 아티리는 사이프 알 이슬람이 체포된 뒤 ‘총으로 머리를 쏴 달라’면서 ‘시신은 진탄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시민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사살된 부친 카다피가 ‘살려달라’고 애원한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혁명군들은 차남이 극도로 피곤에 찌들기는 했지만 예상 외로 의연해 놀라기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프 알 이슬람의 체포시점과 장소는 현지시간 오전 1시 30분쯤으로 리비아 사하라 사막 남부의 우바리 부근 와디 알 아잘 지구였다. 직접 체포한 군인들은 진탄 혁명군 부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 이슬람은 체포 과정에서 이렇다할 저항을 하지 않았으며, 부친과 달리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주겠다는 제안도 하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체포 당시 그는 사하라 사막의 이슬람 유목민인 투아레그족의 예복과 터번을 착용한 상태였다. 또 평소처럼 수염을 기른 채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오른손 손가락 3개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진탄 부대 사령관인 알 아티리는 ‘알 이슬람이 니제르로 도피하려 한다’는 경호원의 제보를 받은 뒤 예상 도주로가 보이는 언덕에 중화기와 권총으로 무장한 병력 15명을 배치한 채 알 이슬람을 기다렸다고 소개했다. 결국 그곳을 지나가던 차량 2대를 세워놓고 보니 알 이슬람이 타고 있었다고 알 아티리는 전했다. 차에서 내린 일행 일부가 도주를 시도했지만 사막의 모래에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행렬이 멈춰 섰을 때 사이프 알 이슬람은 자신을 “압델살람(평화의 봉사자)”이라고 말했지만, 혁명군 전사들은 곧바로 그가 카다피의 차남임을 알아차렸으며 교전 없이 체포했다고 한 부대원은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살인현장에서 왠 대변검사(?)…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엽기살인마는 다른 피를 타고난다? 혈흔 속 성염색체가 지목한 ‘악마’’의 정체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물 마시던 A씨, 갑자기 사망한 이유 알고보니… 생명을 잃을 수 있게 만드는 ‘죽음의 물’ 11)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엄마 사연 알고보니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여성 시신, 단서는 성형수술 자국? 백골의 한 풀어준 광대뼈 축소술 15) 무참하게 살해 당한 20대女…6년만에 연쇄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 CCTV가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자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완전 범죄 될 뻔한 헤어드라이어 살인…범인 잡은 것은 바로… 몸에 남은 전기충격 자국…‘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에서 발견된 2구의 여성 시신…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한밤중 돌연 사망하는 젊은 남자들…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려 숨진 60대 시신 크게 훼손됐는데…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흉기에 17번 찔려 죽은 여자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의 화장품 향기…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 여자 살인사건 30) 완전범죄 노리던 컴퓨터 교수, 시신 쇠사슬에 묶은 뒤…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 “정치·사회적 이슈로 시비 걸지 말고… 오직 문학으로 읽어주오”

    “정치·사회적 이슈로 시비 걸지 말고… 오직 문학으로 읽어주오”

    조용한 문단에서 최근 사건이라 할 만한 일은 1980년생인 ‘여우 같은 이야기꾼’ 김애란의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이 1940년대생인 황석영·최인호·박범신 작가의 신간과 경쟁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압도적 우위에 오른 것이었다. 한 출판사에서는 대책 회의까지 열었는데 결론은 소설을 읽는 독자층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졌다. 역시 1940년대에 태어난 이문열(63) 작가의 신간 ‘리투아니아 여인’(민음사 펴냄)은 오랜만에 중장년층들에 소설 읽는 재미를 안겨줄 만한 작품이다. 18일 전화로 만난 작가는 “시비로 나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고 쓸데없는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건드려서 자극할 것도 없다.”며 “예술가 소설이 그렇듯이 그야말로 순문학적이며 즐거운 책 읽기로 독자들한테 다가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리투아니아’는 이 작가가 오랫동안 다루어 온 주제인 예술가 소설로, 전작 ‘들소’ ‘시인’ 등의 계보를 잇는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알려졌다시피 유명한 뮤지컬 예술 감독의 삶을 모델로 했고 신문에도 연재되었던 터라 대중에게 훨씬 쉽게 다가간다. 작가는 “몇 번의 해외 공연에서 그녀의 추억담을 들었을 때 소설화의 유혹을 느꼈는데 지난 10여년간 괴로운 시간을 보내느라 이야기가 의식 아래 묻혀 있었다.”며 “작품 연재를 시작하면서 그녀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올라 묘한 부담이 됐으나 소설과 그녀의 실제 삶이 혼동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소설의 모델이 된 이는 “읽어보겠다.”는 답을 작가에게 들려줬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 김혜련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뮤지컬 음악 감독이다. 공연 연출가이자 아홉 살 연상의 남성인 ‘나’는 스치는 만남과 거듭된 재회를 통해 20여년에 걸친 긴 인연을 혜련과 이어나간다. 혜련은 불꽃 같은 사랑과 3년 만의 파경, 눈부신 성공과 그에 따르는 처절한 비난과 모욕 등을 감수하며 ‘피도 땅도 국적도 구분 없는’ 유목민과 같은 예술가의 삶을 살아낸다. “가스나들아, 또 그 소리가? 내가 왜 미국 년이고? 그라고 가기는 어디로 가? 우리 집이 여기고 어무이, 아버지 다 여기 있는데…. 가스나들, 잘 놀다가 뭐든지 저그 하자 카는 대로 안 하믄 미국 년, 양년 카며 사람 야코나 죽이고….”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혜련은 같이 놀던 동네 여자아이들의 짓궂은 왕따에 부산 사투리로 맞선다. 이 모습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성인이 되어 뮤지컬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유명해진 혜련은 인터넷에 외국인과 단둘이 와인을 마시는 사진이 실리면서 “어여 가거래이, 너그 양코배기 서방 찾아.”와 같은 악플에 시달리게 된다. 이문열 작가가 ‘10년의 괴로웠던 시간’이라고 표현한 것은 2001년 책 장례식을 비롯해 여러 발언이 사회적 논란을 낳은 일을 가리킨다. 혜련이 네티즌과 인터넷 논객으로부터 당해야 했던 모욕은 책에서 짤막하게 언급되는데 “나는 그런 대중의 속성, 특히 인터넷 시대의 소통 과정에서 더욱 증폭되고 제어하기 어려워진 집단 악의에 소름이 끼쳤다.”는 문장으로 표현된다. 소설의 재미를 더하는 것은 시인 임화의 딸로 추정되는 여인의 곡절 많은 삶 등 연극과 뮤지컬을 제작하는 이들의 곁가지로 드리워진 에피소드들이다. 작가는 “임화의 딸이나 간첩 김수임의 삶은 독립적으로 쓰고 싶었던 에피소드였으나 쓸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이번 소설에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다음 작품은 3권 정도로 구상하고 있는 김유신의 내면을 다룬 역사 소설이다.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원효’의 제작에 참여했던 이 작가는 뮤지컬 작업은 이제 흥이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독자와 작가를 차단하는 사회적 시비에서 벗어나 문학 작품으로만 읽히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 담긴 ‘리투아니아 여인’은 매력적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인재를 아끼는 지방행정을/김경운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인재를 아끼는 지방행정을/김경운 사회2부장

    조조와 유비, 손권 등 걸출한 인물 3명이 중심인 3세기 중국 고대사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이를 소설로 다룬 ‘삼국지연의’는 현대사회에도 어색하지 않은 교훈을 준다. ‘간웅’(奸雄)으로 불린 위나라 조조의 성공비결 중에는 적이라도 꺼리지 않고 인재로 중용하는 그의 열린 마음이 있었다. 적장 관우의 환심을 사려고, 아끼던 ‘적토마’까지 서슴없이 내준 것이나 환관 집안인 조조 자신의 5대조까지 욕했던 원소의 심복을 웃으며 제 편으로 만드는 것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이렇게 모인 인재들은 조조 앞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으며 위나라를 군사 50만명의 강국으로 이끌었다. 그러고 보니 볼품없는 촉한의 유비도 관우와 장비, 조자룡, 황충, 마초 등 다섯 장군과 제갈량 등 인재들을 따르도록 한 덕(德)이 있었다. 또 오나라의 손권은 유비와 손잡고 조조를 격파하더니, 다음에는 조조와 함께 유비군을 치는 유연함을 보였다. 내 편, 네 편을 가르며 속 좁게 처신하지 않은 덕분에 그 역시 황제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까지 동진하면서 자신에게 무릎 꿇은 아시아의 청년들을 그리스인들과 똑같이 품에 안았다. 이질적인 적의 하나하나까지 존중했기에 전향적인 ‘동서양의 용합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반면 몽골의 칭기즈칸은 기마유목족에게 익숙지 않은 공성무기, 수군, 문자 등을 복속국으로부터 배워 이용만 했을 뿐, 끝내 순혈주의를 버리지 못했다. 인류사에서 가장 넓은 땅을 정복하고도, 훗날 추앙받을 수 있는 문명의 흔적을 남기지 못한 이유다. 지난 10·26 재·보선에서 서울시장과 함께 기초단체장 11명,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19명 등 총 42명이 지역 주민의 새 일꾼으로 뽑혔다. 모든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하며 참신한 지방 행정과 의정을 기대한다. 그런데 이럴 때면 마음 편치 않은 일이 또 생길까봐 언짢아진다. 예전에 구청장이 바뀌니까 총무, 인사, 감사, 기획, 홍보 등 주요 부서의 책임자급 공무원들이 줄줄이 짐 싸는 모습을 봐 왔기 때문이다. 구청장이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직원을 발탁해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할까. 다만 그전에 일했던 공무원도 나름대로 능력이 있으니까 핵심 업무를 맡았을 텐데, 그를 영락없이 이른바 ‘물먹은 곳’으로 내치는 게 문제라는 말이다. 물론 주민을 위해 일하는 구청 업무에 별 볼 일 없는 한직이 따로 있겠는가. 이미 그 부서의 직원들도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그렇지만 요직에 있던 간부가 갑자기 튕겨 나와 죄인처럼 힘 빠진 얼굴로 책상에 앉아 있다면, 그 아래 직원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모두가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 20년에 주민을 떠받드는 행정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정당공천을 통해 4년마다 치르는 지방선거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특히 단체장의 공천 정당이 바뀌면 전임자의 예산사업을 전면 무시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명백하게 잘못한 일이라면 바로잡는 게 마땅하다. 그렇다고 해도 소중한 세금이 이중으로 낭비되는 일은 유권자가 용서할 수 없다. 또 다른 치적용 사업이 진행돼서도 안 된다. 그래서 재정지수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부터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 단체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요즘 인기를 끄는 TV 드라마 ‘계백’은 백제 패망기의 한 단면을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백제는 찬란했던 500년 한성(서울) 시대를 뒤로하고 웅진(공주)으로 천도했지만, 신흥 웅진 귀족들의 등쌀에 왕이 연거푸 암살되는 등 혼란을 겪는다. 사비(부여)로 옮긴 뒤 이번엔 사비 세력이 왕비를 배출할 정도로 권세를 누렸다. 의자왕이 왕권 강화에 나서지만, 결국 때가 늦었다. 역사는 늘 교훈을 준다. kkwoon@seoul.co.kr
  • [카다피 비참한 최후] 27세에 집권… ‘중동의 봄’에 스러진 ‘중동의 미친개’

    [카다피 비참한 최후] 27세에 집권… ‘중동의 봄’에 스러진 ‘중동의 미친개’

    중동 지도자 가운데 최장기인 ‘42년 절대권력’을 누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가 20일(현지시간) 과도국가위원회(NTC)군의 체포 과정에서 사망하면서 올해 중동·북아리카를 휘감은 ‘민주화의 봄’ 앞에 스러진 세 번째 독재자가 됐다. 지난 1월에는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이, 지난 2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각각 축출됐다. 1942년 리비아의 어촌 마을 시르테에서 유목민인 베두인족의 아들로 태어나 ‘제2의 체 게바라’를 꿈꿨던 깡마른 청년은 권력을 품기 위해 국민들을 대거 학살한 살인마라는 악명을 추가하며 도주 끝에 비참하게 숨졌다. 그가 정권을 장악했을 때는 겨우 스물일곱이었다. 이후 ‘독불장군’, ‘괴짜’, ‘기인’으로 불리며 40년간 세계 무대를 누벼 왔다. 하지만 집권 초기 각종 복지혜택과 정치 참여 보장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던 그는 막대한 석유 수익으로 쌓은 부를 사유화하고 권력을 독점하는 독재자로 변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라는 부메랑을 맞고 권좌에서 끌려 내려왔다. 지난 2월 15일부터 시작된 시위에서 정부군의 탄압으로 5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NTC 측은 주장했다. 지난 6월 27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카다피에게 반인도주의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그의 학살극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8년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팬암여객기를 폭파시켜 270명을 숨지게 했고, 1996년 벵가지 아부살람 교도소 폭동 때는 1200여명의 정치범 살해를 명령했다. 카다피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중동의 미친 개’라고 불릴 정도로 서방국가를 상대로 테러를 주도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유목과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을 가다

    유목과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을 가다

    EBS 세계테마기행은 26~29일 오후 8시 50분 ‘유목과 바람의 땅, 몽골’을 방영한다. 몽골은 칭기즈칸의 나라, 한국을 무지개나라라 부르며 부러워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엔 10년간 몽골에 살면서 몽골 구석구석을 직접 답사한 한성호 에르뎀 어윤대 한국관광학과 교수를 길잡이 삼아 떠난다. 1부 ‘초원을 달리는 말, 우르항가이’에서는 몽골인의 가장 친근한 벗, 말에 대해 알아본다. 우르항가이는 말의 고향이다. 지금도 어린아이들까지 참가하는 초원 가로지르기 10㎞ 경주대회가 열릴 정도다. 야생말의 조련지로도 유명한 인근 흐근올도 찾아가 본다. 2부 ‘화산이 준 선물, 아르항가이’에서는 화산폭발로 형성된 지대를 찾아간다. 거대한 사화산 지대인 이곳은 불을 뿜어낸 곳이라 몽골인들이 신성시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돌무더기와 푸른 비단천은 신성의 표시다. 이 지역은 테르킨 차강 노르라는 호수도 끼고 있다. 또 따뜻한 온천수도 만날 수 있다. 덕분에 물이 귀한 초원지대에서 동식물들의 다양한 생태를 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3부 ‘칭기즈칸의 고향, 헨티’는 칭기즈칸의 군영지였던 이흐 후레로부터 그의 흔적을 더듬어 나간다. 공산주의 시절에 칭기즈칸은 일종의 금기어였다. 그러나 1991년 공산권의 붕괴 이후 몽골은 자신들의 뿌리 찾기 작업에 나섰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80㎞ 떨어진 에르덴솜 초원에 서 있는 동상, 그가 태어난 다달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념비와 동상은 뿌리 찾기 작업의 흔적이다. 4부 ‘유목민이 꿈꾸는 미래’는 현대사회 적응 문제를 고민하는 유목민들의 모습을 다뤘다. 유목하는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녀의 교육. 교육을 위해 정착하자니 유목민의 특성이 사라질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교육과정에 전통 춤과 노래를 포함시킨 것. 몽골인들은 유목 전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또 이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월세의 사회학] 서울 상계동 임대매물 80~90% 월세… 서민 생존권 위협

    [월세의 사회학] 서울 상계동 임대매물 80~90% 월세… 서민 생존권 위협

    서울 광진구 광장동 C아파트에 5년째 살고 있는 김모(51)씨는 본의 아니게 월세 세입자가 됐다. 올해 초 2억 2500만원인 전세금을 집주인이 7500만원이나 올려 달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을 올려주는 대신 7500만원에 해당하는 월세 45만원을 내는 이른바 ‘반(半)전세’ 신세가 된 것이다. 자녀들 학원을 몇 개 더 보낼 돈을 매달 월세로 내는 자신에게 울화통이 터지지만 그렇다고 집을 서둘러 살 생각도 없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집값이 별로 오를 것 같지 않아 빚 얻어 집 살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집값과 금리는 안정된 반면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나타난 현상이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의 확산이다. 전셋값이 뛰기 시작한 것은 2009년 하반기부터다. 23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미치기 시작한 2008년에는 전국의 전셋값이 1.7%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1.8% 떨어졌다. 당시만 해도 집값이 떨어지면서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는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셋값을 대폭 낮춰주는 ‘역전세란’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는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2007년 전셋집을 싸게 계약한 가구의 전세 만기가 도래하면서 전셋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2009년 서울의 전셋값은 6% 뛰었고, 이 가운데 아파트는 8.1%나 올랐다. 이후 2010년 6.4%(아파트 8.1%)가 오르더니 올 들어서는 8월까지 7.6%(아파트 9.3%)나 올랐다. 아파트 전셋값으로만 따지면 2009년 이후 지난 8월까지 무려 24.8%나 올랐다. 특히 서울의 높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수도권 등으로 이사를 하는 ‘전세 유목민’이 늘어나면서 현지 원주민 수요와 맞물려 수도권 전셋값도 크게 뛰었다. 경기 화성 등지에는 올 들어서만 전셋값이 20% 이상 뛴 곳도 있다. 이처럼 전셋값이 오른 것은 수요자가 몰리는 수도권 지역에 아파트 공급이 적었던 데다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거주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야심적으로 내놓은 ‘2018년까지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도 한몫했다. 1, 2기 신도시에 비해 입지가 뛰어난 서울 강남과 서초지구 등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반값에 가까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수요자들이 서둘러 집을 사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전셋값이 집값의 70% 선을 돌파하면 집값 폭등이 올 수 있다며 정부 당국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지금은 집값 대비 전셋값이 80%를 넘어서도 집값은 요지부동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공급 부족으로 주택 임대시장의 주도권이 집주인에게 넘어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사례가 급증했다. 여기에다 앞선 사례의 김씨처럼 오른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해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월세(연리 6~7%)로 주는 반전세도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올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집계한 ‘임대차 계약 구성비 변화 추이’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에서 임대계약을 한 주택 가운데 62.8%가 전세였고, 37.2%가 보증부 월세(보증금+월세) 등 월세였다. 하지만 지난 8월에는 전세 비중이 58.6%로 줄고, 월세는 41.4%로 증가했다. 특히 서울 노원구 상계동 등지는 임대 매물 중 월세 비중이 80~90%대에 달한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0 인구주택 총조사 전수집계’ 결과 월세에 거주하는 일반 가구는 349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272만 8000가구)보다 77만여 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이 추세라면 2018년에는 월세가 전세를 초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월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산 축적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전세는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4% 안팎의 저리로 융자 받아 전세금을 충당하고 매달 일정액을 저축해 몇 년 뒤 대출을 갚는 등 자산 축적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세는 이런 기능이 없다. 특히 서민층 주거 단지에 확산되는 월세는 이 같은 역기능이 심각한 상태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사교육비 부담이 큰 한국적 현실을 감안할 때 한 달에 월급 받아 50만~100만원 되는 월세를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가계가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월세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정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전세 주택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에너지 대란을 막은 선인들의 지혜/김경운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에너지 대란을 막은 선인들의 지혜/김경운 사회2부장

    선사시대에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동력은 자신의 몸밖에 없었다. 고대 문명기에 접어들자 비로소 인간은 가축의 힘을 빌려 수레를 움직였다. 말은 산업혁명기에 증기기관이 등장하기 전까지 2000년 동안 인간에게 헌신적이고 절대적인 동력이었다. 겁 많은 동물이 용케 길들여져 잔혹한 전쟁터에도 하릴없이 내몰렸던 것이다. 오늘날의 동력은 주로 석유와 원자력 등으로부터 얻고 있다. 원자력은 효율성에서 다른 에너지 자원을 능가한다. 미국 핵 항공모함의 경우 축구장 3배 넓이와 20층짜리 건물 높이의 함정에 사람 5000여명과 비행기 100여대를 싣고 다니는 데 필요한 동력이, 20년간 원료 공급이 필요없는 원자로 2기뿐이라니 대단한 일이다. 이를 석유로 대체한다면 아마 항모 크기만 한 유조선이 늘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석유나 원자력은 일상생활에서 편리성이 떨어지고 위험성은 높은 편이어서, 전기를 만들기 위한 원천 에너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편리하고 위험하지 않아야 할 전기가 나라 전체를 마비시킨 사건이 이번 대규모 정전 사태이다. 근본적으로 따지면 미리 만들어둔 전기가 부족해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하니, 여기서 에너지 문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전기 아까운 줄 모르고 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거침없이 만든 원자력발전소 덕분이다. 이게 산업발전의 한 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지켜보면서 원전을 더 짓자는 말은 감히 못한다. 더구나 친환경 재생에너지라던 다른 동력 자원도 지역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 무주에서는 풍력(風力) 발전단지 조성사업이 소음과 그림자, 저주파, 상수원 오염 등 피해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반대로 휘청거리고 있다. 인천 강화와 충남 서산에서는 조력(潮力) 발전소가 갯벌 파괴를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다. 파력(波力) 발전소를 짓겠다던 제주 해군기지도 이런저런 이유로 실마리를 풀지 못한다. 수력(水力) 발전은 이미 물건너 간 지 오래고, 태양광 발전은 패널 설치과정에서 숲이 파괴된다고 한다. 반대하는 각각의 이유에는 수긍이 가지만, 하나하나 이유를 대는 게 어떨 때에는 너무하다 싶다. 에너지는 더 많이 필요할 텐데, 도대체 어디서 추가적으로 얻어야 하는가. 완벽에 가까운 에너지라는 핵융합발전은 전 세계가 아직도 꿈에서나 그리는 단계일 뿐이다. 옛 사람들은 처한 환경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능했다. 고구려 찰갑기병은 중앙아시아 유목부족에게서 배운 등자(말에 탄 채 두 발을 걸 수 있는 고리)를 채택, 동시대의 로마제국 기병보다 월등한 전투력을 확보했다. 전통 활인 각궁은 둥글게 휘어진 박달나무 두 개를 그 반대로 힘껏 휜 뒤 중간마디를 물소 뿔로 이어붙임으로써, 작고 가벼우면서도 다른 민족들이 사용한 활보다 몇 배나 강력한 힘을 구사했다. 돛단배(범선)의 경우 중국인들은 2개의 크고 작은 돛을 사용, 정면에서 바람이 불어도 앞으로 나아가도록 했다. 작은 돛과 큰 돛에 스치는 바람의 양이 서로 다르면 그 차이만큼 물리학적인 역추진이 발생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비행기 날개에서 발생하는 양력의 원리와 유사하다. 당시 서양인들은 오로지 사람(노예)의 힘으로 노를 젓거나 뒤에서 바람이 불 때에만 전진하는 돛을 사용했을 뿐이다. 온돌은 부여와 고구려를 거쳐 오늘날에도 전해지는 대표적인 에너지 효율 1등급 난방설비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쉽게 달궈지는 돌 통로를 따라 열기가 멀리 떨어진 방안을 돈 뒤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원리다. 우리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자연에서 배운 과학적 원리가 무한동력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찾는 일만큼 현재의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아껴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kkwoon@seoul.co.kr
  • “갈 곳 잃은 카다피軍 시르테로…반군 진격 맞춰 시민 깨어날 것”

    “갈 곳 잃은 카다피軍 시르테로…반군 진격 맞춰 시민 깨어날 것”

    “시르테는 이미 유령도시가 됐다. 반군이 진격하면 시민들이 반길 것이고 (카다피가 속한) 카다파 부족만 결사항전할 것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마지막 요새이자 고향인 시르테는 시간이 멈춘 지 오래다. 지난 2월 첫 반정부 시위 이후 인터넷은 차단됐고 갈 곳 잃은 카다피 세력이 이 도시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시르테 출신의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 하나 살레(28·여·아이디 hanayat82)는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시르테 역시 혁명의 무풍지대일 수 없다.”고 전했다. 영국 웨스트요크셔에서 유학 중인 그는 고향 친구들과 위성전화로 통화하며 시르테 소식을 가장 빨리 트위터로 퍼뜨리고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 등 세계 유명 언론의 정보원인 그에게 반군의 진격을 눈앞에 둔 시르테 상황에 대해 물었다. →시르테의 현 상황은. -지난 2월 이후 리비아 전역에서 쫓겨난 카다피 정부 관료와 상류층 인사들이 시르테로 피신했다. 때문에 보안이 무척 살벌하다. 시민들도 무차별적으로 탄압당한다. 카다피의 용병들이 중무장한 채 거리를 배회해 시민들이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분노하고 있다. →전기나 식량, 물 등은 충분한가. -트리폴리가 해방된 뒤 전기가 완전히 끊겼다. 식량 공급이 원활한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고립 상황이 1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식량난 등)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점이다. →시르테 시민들은 카다피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는데. -시르테가 카다피 근거지 중 한 곳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반카다피 성향의 지역민도 존재한다. 물론 수는 많지 않다. 반군이 시르테에 진입하면 숨죽이던 많은 시민이 그들을 도울 것이다. 또 많은 카다피 추종자들이 코너에 몰리면 항복할 것으로 추측된다. →카다피가 시르테에 숨어 있다는 소문도 돈다. -카다피나 그의 가족이 시르테에 머문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하지만 그의 넷째 아들 무아타심이 시르테에 있다는 소문은 마을에 계속 퍼지고 있다. →카다파 부족의 움직임은. -카다파족은 (유목 민족) 베두인 사람들로 구성돼 소떼나 양떼를 몰며 살았다. 그러다가 1969년 (카다피의) 혁명 이후 정권 덕에 부유해졌고 호화 주택에 살게 됐다. 충성심이 강할 수밖에 없다. 카다피의 귀환을 위해 어떤 무자비한 일도 할 태세다. →지역 방송들은 어떤 소식을 전하고 있나. -국영 TV는 방송을 중단했지만 지역 라디오는 계속 방송 중이다. 또 카다피 측은 시르테 중심부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카다피의 메시지를 퍼뜨리고 있다. 반군에 대한 증오를 표하면서 최후의 순간까지 시르테를 지키라고 촉구하고 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방탄차 6대 알제리로”… 카다피 일가 망명?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한 리비아 반군이 ‘도망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카다피가 인근 알제리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 진격을 눈앞에 둔 반군은 수도 트리폴리에서 물과 식량, 연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비아와 서쪽으로 맞댄 알제리 국경의 반군들은 26일(현지시간) “방탄 메르세데스 차량 6대가 행렬을 이루며 리비아에서 알제리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고 이집트 국영통신 메나가 보도했다. 고급 차량들은 친(親)카다피 성향 유목민 부대의 호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군 소식통은 “이 차량에 리비아 고위 관리들, 아마 카다피나 그의 아들들이 타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반군은 무기와 장비가 부족해 차량을 추적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문가들은 카다피의 유력한 망명지로 베네수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등과 함께 알제리를 꼽았다. 알제리 외교부는 카다피의 자국 도주설에 대해 “근거 없는 정보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짐바브웨에서도 카다피를 목격했다는 야권 정치인들의 주장이 나오는 등 망명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카다피의 대변인인 무사 이브라힘은 “카다피가 여전히 리비아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카다피 측은 반군에 협상을 하자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반군이 거절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한편 반군이 입성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난 트리폴리의 주민들은 연료와 물, 식량 부족에 더해 곳곳에서 시체가 썩어 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특히 전투와 학살로 숨진 이들의 시체가 무더위 속에 치워지지 않은 채 부패하면서 전염병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크리스천 올슨 유니세프 리비아 사무소장은 “물 부족 등이 트리폴리에서 전례 없는 (전염병) 대유행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카다피 측 저격수들이 트리폴리 건물 옥상 곳곳에 여전히 숨어 있어 환자와 의료 인력의 병원 접근이 어렵다는 증언도 나온다. 반군을 돕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은 카다피의 마지막 버팀목인 시르테 지역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 26~27일 차량 15대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반군 측도 시르테 서쪽 30㎞까지 진격에 성공했으며 동쪽으로는 100㎞ 떨어진 빈 자와드를 점령했다고 밝혔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28일 회의를 열고 유엔 등에 “리비아 자산 동결 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1)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1)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여 완성시키고 확립시키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여 완성시키고 확립시킨다는 것은 사람 하나하나를 사랑하고 모두 완성시키고 확립시킨다는 것이다. 사람 하나하나를 사랑하여 모두 완성시키고 확립시킨다는 것은 한신, 여포와 같이 용맹스러운 자도 사랑하고, 빌어먹는 거지와 같이 비겁한 자도 또한 사랑한다는 것이다.”(‘격치고’) 생명의 세계에는 시비도 선악도, 적도 친구도 없다. 차별 없는 생명에 대한 차별 없는 애정. 그것이 이제마가 평생 지키려 했던 무사의 마음이요, 의사의 마음이었다. 이제마(李濟馬, 1837~1900)는 사상의학(四象醫學)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사상의학이란 인간의 체질을 사상(四象), 즉 태양(太陽)·태음(太陰)·소양(少陽)·소음(少陰)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성격, 관계방식, 병증, 치료법을 설명하는 의학을 말한다. 이 분류에 따르면 이제마는 태양인이다. 태양인은 신체가 건장하고 가슴이 특히 발달했으며, 사고력이 뛰어나고, 진취적이고, 사교적이다. 실제로 이제마는 낯선 사람과도 금세 말을 섞을 정도로 친화력이 있었으며, 무사답게 일처리에도 막힘이 없었다. 하지만 음식을 제대로 못 넘기고 계속 토하는 열격반위증(?膈反胃證)에 시달렸는가 하면, 일찍부터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외로운 삶을 살았다. 그가 무사의 신분으로 의학서를 저술하게 된 데는 아마 이런 개인적 경험도 작용했을 것이다. 제마(濟馬)라는 이름은 제주도에서 건너온 온 말을 선물 받는 조부의 꿈에서 비롯되었다. 서자 신분인 이제마가 적자가 된 것도 이 꿈 덕분이다. 예지몽이었던 걸까? 이제마는 ‘물을 건너는 말’처럼 무사와 의사, 유학과 의학, 몸과 마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목적 삶을 살았다. ●의사의 마음을 가진 무사 이제마는 함흥 출신으로, 딱히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가문 출신이었다. 조부와 부친을 일찍 여의고 의지할 데가 없던 이제마는 10대 후반부터 20여년간을 정처 없이 떠돌게 된다. 이 시기 그의 행적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없지만, ‘동무유고’(東武遺稿)에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글들로 추측하건대, 서구 열강이 조선을 침략하는 현실과 민중의 곤궁한 삶을 목도하고 여기서 느끼는 바가 있었던 듯하다. “대화포(大火砲)라는 것이 있는데 한번 발사하면 마치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히는 듯 벽력 같은 소리가 울리며, 맞으면 부서지지 않는 것이 없다. (중략) 화룡선(火龍船)은 거대하고 넓어서 그것과 비교할 만한 배가 없다. 배를 운행하는 방법은 연통을 노로 삼고 연통 밑에 석탄을 쌓은 다음 석탄에 불을 붙여 연통으로 연기가 나오게 해서 하루에 천여 리를 갈 수 있다.”(‘동무유고’) 서구 열강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 이제마가 느낀 놀라움과 두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구절이다. 그는 대포·전신·화룡선 등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제국에 대항하려면 힘을 기르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병술을 익혀야 한다는 주장이나, 후당총을 보유한 10만 군대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위태로운 조선의 현실을 목격한 이제마는 마침내 긴 방황을 접고 무관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자호를 ‘동무’(東武-동방의 무사)로 짓고, 무관으로서 일생을 마치게 된다. 그러나 무관으로서의 삶은 그를 무사가 아닌 의사로 살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민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잦은 전염병의 창궐로 수십만명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는 상황에 직면하여 병자에게 직접 약을 처방하는 한편, 병인과 발병 조건, 치료법 등을 알기 위해 그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길 위에서 ‘격치고’와 ‘동의수세보원’이 배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부인의 병사(病死)는 그의 의학적 사고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열병을 앓는 부인에게 의원이 관행적으로 열을 내리는 치료를 했는데, 부인은 결국 병이 악화되어 사망하고 만다. 이제마는 이 사건으로, 사람의 병증은 체질에 따라 다르므로 그 치료법 역시 체질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자신의 가설을 확신하게 된다. 일찍부터 내면화된 성리학적 사유에, 무관으로서 민중의 병을 관찰한 임상경험, 그리고 자신의 병과 부인의 병사 경험이 더해져 완성된 텍스트가 13년(1880~1893)에 걸쳐 쓴 역작 ‘격치고’다. ●인간의 몸과 마음에 대한 격물치지, ‘격치고’ ‘격치고’(格致藁)에서 ‘격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약자로, 이는 세계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성리학의 근본적인 공부 방법이다. 이제마는 인간의 병을 격물치지의 대상으로 삼아 ‘격치고’에서 사상의학의 기본구도를 구상하게 된다. ‘격치고’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삶의 원칙을 밝히기 위한 ‘유략편’(儒略篇), 삶의 기준점을 회복하기 위한 ‘반성잠’(反誠箴), 수양을 위한 지침인 ‘독행편’(獨行篇) 등이다. 이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격치고’는 본격 의학서라기보다 성리학적 사유에 몸의 생리에 대한 사고를 접목시킨 의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지적하듯이, 사상의학의 논리는 맹자의 철학에 기초하고 있다. 맹자는 사단(四端)을 통해 인간 본성의 선함을 논하고, 사단을 확충하는 수양을 통해 본성을 회복하는 것을 학문의 과제로 삼았다. 이제마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각각 태양, 소양, 태음, 소음에 연결시키고, 인의예지가 사욕(私慾)에 가려지듯이 타고난 체질의 장점이 사심(私心) 때문에 치우치게 된다고 보았다. 즉, 각각의 체질이 건강하게 발현되면 인의예지를 구현하게 되지만, 사심이 개입되면 탐비라박(貪鄙懶薄)으로 변질되어 욕심과 안일과 방종과 사사로움을 추구하게 된다. 예컨대, 태양인은 기질적으로 포용력이 있고 은혜를 잘 베풀지만, 사심이 생기면 계산적으로 은혜를 베푸는 이해타산적 인간이 된다. 이런 불균형 상태를 치유하고 본래 체질의 장점을 발휘하려면 태음인의 기질인 의로움을 본받아 마음을 수양해야 한다. 병이란 체질과 마음이 치우친 상태이고,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치료라는 것. 이것이 이제마가 인간을 격치함으로써 도달한 결론이었다. ●세상을 보존하는 의사가 되어라 이제마는 ‘격치고’를 완성한 지 1년 만에 ‘동의수세보원’을 완성함으로써 사상의학을 체계화시킨다. 이 책은 성명론(性命論), 사단론(四端論), 확충론(擴充論), 장부론(臟腑論), 의원론(醫源論), 광제설(廣濟說), 사상인변증론(四象人辨證論)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는 구체적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처방과 병증 분석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예컨대 비대신소(脾大腎小)한 소양인은 일을 잘 벌이고 행동과 대처가 빠르지만 일의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간대폐소(肝大肺小)한 태음인은 일을 쉽게 벌이지는 않지만 맡은 일을 책임 있게 완수해낸다. 이처럼 모든 체질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때문에 모든 사람은 다른 체질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병을 파악하고 치료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곧 마음수양이고, 이를 통해 모든 체질의 장점을 두루 갖춘 ‘성인’이 될 수 있다. 요컨대, 병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생기고, 따라서 관계를 통해서만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사상의학의 핵심이다. 모든 병은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본 이제마는 약을 처방할 때도 약재, 음식과 함께 마음수양법을 자세히 적어주었다. 이제마에게 치료란 사회적 관계 맺음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치료’였던 셈이다. “백 집이 있는 마을에 한 사람의 의원만으로는 사람을 살리기에 부족할 것이다. 반드시 의학을 널리 펴고 밝힘으로써 집집마다 의술을 알고 사람마다 병을 알게 된 뒤에야 수(壽)를 누리고 원(元)을 보전하게 될 것이다.”(‘동의수세보원’)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서 ‘수세보원’이란‘세상과 삶을 위해 보존해야 할 원칙’이라는 뜻이다. 이제마에게 그 원칙은 타인을 통한 배움이었다. 이제마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자신의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병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병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거든, 먼저 내 몸에 새겨진 관계의 흔적을, 내가 관계 맺는 방식을 보라.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배우라. 그것이‘나 자신의 의사’가 되기 위한 시작이다. 무사 이제마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그리고 세상을 지키는 의사가 되었다. 박장금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美 항모 ‘로널드 레이건’ 中 동의하에 홍콩 입항”

    미국 항공모함이 중국 정부의 동의 아래 홍콩항에 입항했다. 지난 10일 중국이 첫 항공모함인 바랴크함을 시험 운항한 직후라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함(9만 7000t급)는 이날 오전 호위함 3척과 해군 5000여명을 거느리고 홍콩 란타우섬 동쪽 해상에 기항했다. 오는 16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양국 관계 악화 우려 진정 조치” 현지 전문가들은 중국의 동의가 양국 간 군사관계 악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를 진정시키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바랴크함에 대한 주변국의 민감한 반응을 의식한 것으로도 보인다. 로널드레이건함의 지휘관인 로버트 기리어 준장은 이날 홍콩의 내외신 기자들을 항모로 초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홍콩 입항은 군사 보급 및 휴식을 위한 것으로 수개월 전에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다.”면서 “미 해군 함정은 한 해 40여 차례 홍콩에 기항하며 중국 항모 바랴크함의 시험 운항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5월에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수장한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홍콩에 들렀다. ●中 “美 항모 보유목적 해명 요구는 횡포” 이런 가운데 중국은 항공모함 보유 이유를 밝히라는 미국의 요구에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 사이트인 인민망은 이날 ‘편집증적 관심, 미국은 왜 중국에 항공모함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인민망은 이 글에서 “해명을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에서 횡포와 무리를 느낄 수 있다.”며 지난 10일 미 국무부 브리핑에서 이뤄진 미국 주재 중국 인민일보 기자 원셴과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의 문답을 소개했다. 당시 원 기자는 “미국이 여전히 강력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중국의 무기정책과 국방비 지출에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이느냐.”면서 “항공모함의 경우 이전에는 (미국과 비교해) 14대0이었다가 이제 겨우 14대1이 된 것”이라며 미국의 해명 요구에 불만을 내비쳤다. 한편 중국의 첫 항모 바랴크함은 내년 10월 1일 건국기념일인 궈칭제(國慶節) 때 정식으로 진수돼 남중국해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홍콩상바오가 이날 보도했다. 남중국해 배치는 현재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과 필리핀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포브스 선정 ‘세계 혐오음식’=’아시아 혐오음식’?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브스’ 온라인이 지난 6일 ‘세계의 혐오음식’을 발표해, 지난 달 CNN의 혐오식품 리스트에 이어 또 한 번 관심을 사로잡았다. 포브스의 리스트에서 올라온 음식 중 하나는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마유주’. 푸른 초원의 말젖으로 만든 몽골의 건강음료 마유주는 일명 ‘아이락’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막걸리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인도네시아에서 사향 고향이과 동물 ‘시벳’의 배설물로 만든 커피인 ‘시벳커피’(코피루왁)와 이탈리아의 ‘구더기 치즈’라 불리는 ‘카수마르주’도 리스트에 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혐오음식은 다름 아닌 ‘피단’(皮蛋). 중국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단은 계란이나 오리알을 숙성시킨 음식으로 코를 찌르는 냄새가 매우 독해 수 십 미터 밖에서도 맡을 수 있다. 피단은 지난 달 CNN이 선정한 혐오음식 리스트 1위에 오르기도 했을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포브스는 “지구가 글로벌 화 되면서 많은 서양인들이 세계의 음식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냄새나는 달걀(피단)이나 곤충의 유충 등의 음식은 현지에서 사랑받을 순 있지만 서양인에게는 매우 낯설어서 꺼려지는 음식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전했다. CNN에 이어 포브스의 리스트에서 피단이 혐오음식으로 오르자, 중국의 최대 피단 제조사 측은 성명을 내고 “피단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매상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리스트가 발표되자 일부 국내 네티즌들은 “세계의 혐오음식이 아니라 아시아의 혐오음식을 다룬 것 아니냐.”,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예의없는 리스트”라며 비난을 쏟아내는 가운데, 한국의 ‘개고기’는 CNN의 리스트에 올랐었지만 이번 포브스 혐오음식 리스트에는 빠졌다. 다음은 포브스가 뽑은 ‘세계 혐오음식 리스트’ ▲ 마유주 ▲하칼(상어 고기를 발효시킨 아이슬란드 요리)▲ 뱀술 ▲ 발롯(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삶은 요리)▲위틀라코체(멕시코의 옥수수 버섯)▲ 시벳 커피(코피루왁) ▲취하(醉蝦·살아있는 새우를 술에 담가 취하게 한 뒤 먹는 음식)▲ 제비집▲ 피단 ▲카수마르주 ▲양머리 요리(양머리를 통째로 구워 먹는 노르웨이 음식) ▲낫또(일본식 청국장) ▲에스까몰레스(escamoles 멕시코의 흰개미알요리)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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