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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劉 “블랙리스트 같은 사건 다시는 없게”

    劉 “블랙리스트 같은 사건 다시는 없게”

    “보수층서 사람 제대로 가려줘야”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주말 이틀 동안 영남권을 돌며 보수 지지층 결집에 주력했다. 특히 황금연휴를 맞아 가족 나들이객이 많은 장소를 찾아 젊은 유권자들과의 소통에 집중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 후보는 30일 부산 해운대구의 영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구로 이동해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딸 담씨와 함께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했고, 이월드 놀이동산에서 연휴를 즐기는 가족들과 만났다. 이어 김광석거리에서 유 후보를 ‘유목민’으로 풍자한 tvN ‘SNL코리아9’의 배우 장도윤씨를 만나 웃음을 자아냈고 동성로에서 대규모 유세를 가졌다. 유 후보는 연휴 동안 많은 인파를 동원해 유세하는 게 아니라 걸어다니며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계획이다. 유세 현장에서는 ‘즉문즉답’ 시간을 갖고 자신의 정책 메시지를 설명했다. 유 후보는 이날 “영남권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보수 유권자께서 정말 이제는 사람을 제대로 가려 주셔야 한다”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너무나 결격 사항이 많아서 도저히 보수의 품격을 유지할 수도 없고 보수 대표로는 부끄러워서 내놓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문재인 김민교 만남 성사 “긴장되네요”…SNL 다른 캐릭터는?

    문재인 김민교 만남 성사 “긴장되네요”…SNL 다른 캐릭터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27일 오후 6시20분 경기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배우 김민교와 만날 예정이다. 김민교는 최근 tvN ‘SNL 코리아9’ 정치 풍자 코너에서 문재인 후보를 패러디한 ‘문재수’ 캐릭터를 연기로 활약 중이다. 김민교는 문재인 후보와의 만남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만나뵈러 갑니다.. 긴장되네요. 텔레토비때도 시도했던.. 진짜 가르기”라는 심경을 밝혔다. 김민교와 문재인 후보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정이랑(‘레드준표’ 캐릭터)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정상훈(‘안찰스’ 캐릭터)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장도윤(‘유목민’ 캐릭터)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이세영(‘심불리’ 캐릭터)과 정의당 심상정 후보 간 만남도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권력의 민낯… 사이다 반격… 드라마도 예능도 정치 풍자

    권력의 민낯… 사이다 반격… 드라마도 예능도 정치 풍자

    국정농단과 탄핵, 조기 대선 실시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대중문화계도 정치와 권력이 주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을 마주하면서 권력의 민낯을 파헤친 드라마나 이를 풍자한 개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거나 대선 후보의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최순실 국정농단과 닮은꼴 ‘귓속말’ 월화극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귓속말’은 ‘법비’(법을 악용한 도적·권력무리)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드라마는 초반부터 법무법인 태백의 의료민영화 계획, 청룡전자와 국민연금공단과의 긴밀한 관계를 묘사하는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으로 주목받았다. 이후에는 딸이 연루된 살인사건의 죄를 다른 이에게 뒤집어씌우고자 청부재판까지 서슴지 않는 태백의 대표 최일환(김갑수)과 부자로 태어나 부의 세습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기득권의 표상 강유택(김홍파), 특권의식으로 가득 찬 최일환 대표의 외동딸 최수연(박세영) 등 비리로 얼룩진 우리 사회 권력층을 정조준하고 있다. 반환점을 돈 ‘귓속말’은 방산비리를 취재하던 중 살인사건에 휘말린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 그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권력과의 타협을 거부한 신영주(이보영)의 전면전이 본격적으로 그려진다. 제작진은 “진실이 조롱당하고, 신념이 경멸당하는 현실을 꿰뚫는 박경수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면서 “사회 악에 맞서는 주인공들을 통해 정의의 승리, 침몰하지 않는 진실을 이끌어내는 작은 목소리의 힘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득권에 맞서는 ‘도둑놈, 도둑님’ 대선 직후 주말인 5월 13일 밤 10시에 첫 방송되는 MBC 50부작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은 대한민국을 조종하는 기득권 세력에 치명타를 입히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흥행 드라마 ‘메이퀸’, ‘황금무지개’, ‘화려한 유혹’을 썼던 손영목 작가의 신작으로 부패한 권력의 중심을 해부하고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의 편에 선 의적들의 행보를 유쾌하고 통쾌하게 그릴 예정이다. 독립군과 친일파 손자들을 등장시켜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해서 화두를 던진다. 지현우와 소녀시대 서현이 주인공을 맡았다. 제작사인 메이퀸픽처스 관계자는 “드라마의 큰 주제는 친일파의 후손들이 정치, 언론, 교육, 기업 등을 차지하고 대물림해 권력을 누리는 기득권의 민낯을 드러내고 정의를 바로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서 “이와 함께 고통받는 젊은이들의 갈등과 사랑 이야기, 그들만의 해결법 등을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대선주자 풍자 ‘미운 우리 프로듀스…’ 예능계에도 정치가 주요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정치 풍자 ‘여의도 텔레토비’를 방송했다가 철퇴를 맞았던 tvN의 SNL은 대선 주자들을 풍자한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엠넷 ‘프로듀스101’에서 아이돌그룹의 센터 멤버를 뽑는 과정을 대선을 앞둔 현 정치 상황과 절묘하게 결합한 것. 문재수(문재인), 안찰스(안철수), 레드준표(홍준표), 유목민(유승민), 심불리(심상정) 등 대선 주자들의 성대모사는 물론 이들의 캐치프레이즈나 정치적 발언 등을 걸그룹 서바이벌과 묘하게 연결시켜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 22일에는 호스트 김종민이 모자르당의 대선 후보로 등장해 “이번에도 비선실세 문제를 저지르는 것 아니냐?”는 시민의 지적에 “안심하셔도 된다. 저는 비선실세가 뭔지도 모른다.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말해 현실을 풍자했다.●캐릭터 풍자극 ‘캐리돌 뉴스’ 인기 케이블 방송 SBS 플러스의 ‘캐리돌 뉴스’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우병우, 김기춘 등을 닮은 인형들을 등장시켜 재기발랄하고 거침없는 풍자로 눈길을 끌고 있다. 방송 전문가들은 정치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는 것은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및 구속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이 폭넓어지고 정의 실현에 대한 대리만족과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정의 구현, 올바른 사회에 대한 바람이 대중문화에 녹아들면서 사이다처럼 속시원하게 해주는 콘텐츠에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면서 “활발한 논의를 통해 정치를 일상의 영역으로 가져온다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일방적인 프레임이 작동할 경우 불공평한 정보 전달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기업 기부 새틀 짜자] 깜깜이 기부엔 ‘채찍’… 작은 금액도 성실 공시 땐 ‘당근’을

    [기업 기부 새틀 짜자] 깜깜이 기부엔 ‘채찍’… 작은 금액도 성실 공시 땐 ‘당근’을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가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이 재단을 세워 사회에 환원한다 해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대다. 일정 부분 기업이 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과도한 기업 때리기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못한 기업에는 ‘채찍’을 가하더라도, 잘하는 기업에는 ‘당근’을 더 줘 선순환 모델을 만드는 것이 성숙한 기부 문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서울신문이 14일 공익법인 평가기관 한국가이드스타를 통해 기업재단 운영 현황을 받아본 결과 407개 기업 재단 중 성실 공시를 한 곳(별 5점 법인)은 19곳(4.68%)이다. 그러나 학교·의료법인, 기부금 3000만원 미만 법인 등 평가 제외 법인이 241곳에 달해 이들 법인을 감안하면 투명하게 운영하는 재단은 더 많아진다. 한 예로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두산연강재단은 기부금 수입이 3000만원 미만에 해당돼 평가 제외됐지만 재단들 사이에서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재단 이사장의 행보도 직함만 이사장인 다른 기업 총수와는 사뭇 다르다. 박용현(전 두산그룹 회장) 재단 이사장은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사 학술시찰 사업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물론 운영이 투명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공시를 하는 곳도 있다. LG연암문화재단, 롯데장학재단은 고유목적사업비, 관리 및 모금 비용 등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평가 대상에서 유보됐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015년 감사보고서를 공시하긴 했지만 전문만 공개돼 구체적 내용은 확인이 안 된다. 기업 재단이 ‘깜깜이 기부’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권오용(효성 고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는 “사업비 지출에 어려움을 겪는 재단에 대해선 인수합병(M&A)을 허용해 재단의 규모를 키우고, ‘의무지출제’를 도입해 기본 자산의 5%가량은 의무적으로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업 재단이 활성화되려면 주고받기 식의 ‘빅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기업의 상속세 부담 등을 경감시켜 주고 경영권을 안정화시켜 주는 장치를 허용해 준다면 기부는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 재단이 기업을 지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단이라는 영속성을 가진 법인이 기업을 보유하면 기업 해체로 인한 고용 불안을 미리 막고, 지분 축소에 따른 경영권 위협 등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 전제 조건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독일의 칼 자이스 재단, 스웨덴 발렌베리 재단 등이 대표 사례다. 고상현 대구대 법과대학 교수는 “기업은 사회 전체의 자산”이라면서 “비영리법인인 재단이 기업을 운영하면 사회와 공유하는 접점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최중경(전 지식경제부 장관)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여전히 우리 기업들은 ‘패밀리’ 중심의 경영을 한다”면서 “재단의 기업 지배 허용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이랴~ 말 타러 영천 가볼까

    이랴~ 말 타러 영천 가볼까

    1박 2일 게르 캠프 체험도… 승마·마술대회 잇따라 개최 “영천으로 승마체험하러 오세요.” 경북 영천시가 말 산업 육성과 승마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영천시는 승마인구 육성 등을 위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각종 대회 유치에 힘쓰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우선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야간 승마강습 과정을 개설, 운영하기로 했다. 총 5기 과정으로 기별로 20명씩이다.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 등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매주 수·목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영천 임고면 운주산 승마장에서 승마의 기초부터 응용까지 강습한다. 엘리트 교관들이 맡는다. 강습비는 10회 강습에 18만원으로 승마장 중 저렴한 편이다. 이 승마장은 2009년 전국 최초의 공공승마장으로 문을 열었다. 또 운주산 승마장에서 ‘스타영천 승마 아카데미’를 마련한다. 매주 화~금요일 열리는 아카데미는 ‘1회 승마체험’과 ‘1박 2일 승마체험’ 2개 과정이 있다. 학생과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승마 이론수업과 체험을 한다. 특히 1박 2일 과정에서는 ‘게르’(몽골 유목민 전통가옥) 캠프 체험도 있다. 이와 함께 중학생 30명으로 ‘영천시 스타유소년승마단’을 구성, 운영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운주산승마장에서 말 끌기를 비롯해 승·하마법, 승마 자세, 전진, 정지, 평보 등 승마 관련 다양한 내용을 배우고 실습한다. 시는 오는 6월에 ‘영천시승마연합회장기 승마대회’와 ‘영천대마기 전국유소년승마대회’를 잇따라 개최한다. 10월엔 ‘영천대마기 전국종합마술대회’를 연다. 이들 대회에는 평균 말 200필과 승마 선수·임원 3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운주산 승마장은 16만 5290㎡의 면적에 실내 승마장, 실외 승마장, 마사 2개 동, 외승로 1.2㎞, 산악승마코스 3.5㎞ 등을 갖췄다. 73㏊ 규모의 자연휴양림 속에 조성돼 있어 소나무숲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시며 승마를 즐길 수 있다. 1547㎡ 크기의 마사동에서 70마리의 말을 사육하고 있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영천은 정부의 ‘말 산업 특구’ 지정과 함께 명실상부한 국내 승마 메카로 육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文되느니 安” 보수 전략투표할라… 洪·劉 노심초사

    “文되느니 安” 보수 전략투표할라… 洪·劉 노심초사

    한국당도 “될 사람에 투표” 우려 安 ‘달콤한 독’ 될라 보수 거리둬… 호남 외면 의식해 ‘연대’ 선긋기5·9 대선을 30여일 앞두고 보수·우파 지지자들의 표심이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는 의미로 ‘노마드(유목민) 보수’라는 표현이 회자될 정도다. ‘보수 후보’임을 자임하는 대선 후보들도 전통적 지지 세력들이 행여나 다른 후보 쪽으로 옮겨 갈까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현재 선거 구도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위협하는 모양새로 흐르고 있다. 보수 정당 후보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극심한 지지율 정체기에 갇혀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이에 따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 지지층의 구심력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 후보와 유 후보가 최근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경쟁적으로 방문해 공을 들이는 것도 ‘보수 지지층 결집’이 첫 번째 목적이다. 그런데 최근 보수층 표심이 홍 후보나 유 후보가 아니라 안 후보에게로 옮겨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 후보가 문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데에도 보수 표심을 흡수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지지층이 “될 사람을 뽑겠다”는 마음으로 안 후보를 전략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당 소속 한 재선 의원은 5일 “홍 후보에게 투표했다간 문 후보가 당선될까 봐 문 후보에 비해 거부감이 덜한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약진으로 홍 후보와 유 후보의 마음만 점점 타들어가는 형국이다. 안 후보는 보수표 쏠림 현상이 ‘달콤한 독(毒)’이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보수 진영 깊숙이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간 자칫 자신의 지지기반인 호남민들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호남민들은 대선 때마다 진보 진영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 투표’를 해 온 전통이 있다. 안 후보가 ‘연대론’에 거부감을 보이며 ‘자강론’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보수 후보’ 프레임에 가두는 이유 역시 자신이 호남 적통 후보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악마문 동굴人+동남아 원주민…현대 한국인, 남방계가 더 우세

    악마문 동굴人+동남아 원주민…현대 한국인, 남방계가 더 우세

    두만강 위 ‘악마문 동굴’에서 발견 갈색 눈에 삽 모양의 앞니 유전자 우유 소화 못하고 고혈압에 약해 베트남·대만 원주민 게놈과 일치국제 공동연구진이 약 8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두만강 유역에서 살았던 사람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해 현대 한국인은 남방계와 북방계 아시아인이 융합된 유전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남방계 아시아인 게놈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아일랜드 더블린대, 더블린 트리니티대, 러시아 국립과학원 인류학연구소, 독일 포츠담대 국제공동연구진은 두만강 위쪽 러시아 극동지방에 위치한 ‘악마문 동굴’(Devil´s Gate cave)에서 발견된 고대 동아시아인의 게놈을 해독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9000년 전부터 7000년 전 사이 인간이 거주했던 악마문 동굴에서 5명의 유골을 발굴해 그중 상태가 좋은 20대와 40대 여성의 두개골 게놈 정보를 분석했다. 이것을 고대 인류와 현대인 수백명의 게놈과 비교한 결과 악마문 동굴 거주인들은 현재 한국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갈색 눈과 삽 모양의 앞니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또 이들은 우유 단백질을 소화하지 못하는 유전자와 고혈압에 약한 유전자, 몸 냄새가 적은 유전자 등도 갖고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악마문 동굴인과 현존하는 아시아의 수십개 종족의 게놈을 비교한 결과 현대 한국인의 게놈은 악마문 동굴 거주민과 현대 베트남과 대만에 고립돼 살고 있는 원주민의 게놈을 결합시킬 경우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인의 뿌리는 수천년 전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이 융합하면서 구성됐다는 사실이 게놈 분석으로 규명된 것이다. 연구 관계자는 “두 계열의 인종이 혼합된 것은 분명하지만 현대 한국인의 실제적 유전적 구성은 남방계 아시아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수렵 채집이나 유목을 했던 북방계 민족보다 정착농업을 하는 남방계 민족이 더 많은 자손을 낳고 빠르게 확장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종화 UNIST 게놈연구소 교수는 “엄청난 양의 게놈 빅데이터를 분석한 이번 연구는 한국인의 뿌리 형성과 그 결과를 설명하는 생물학적 증거”라며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유전자의 이동이 수천년간 실제 역사의 흐름과도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명절, 오래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명절, 오래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설 명절을 쇠고 정유년을 맞았다. 이번 설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의 오래된 집을 찾았다. 30여 년 전 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을 국가 사업에 빼앗긴 나처럼 실재하는 고향이 없거나 여건이 안 되었던 사람들은 마음속으로나마 그리운 옛집을 찾았으리라. 설이나 추석 다음에 연휴라는 말이 따라붙지만 명절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보통 연휴와는 반대로 오래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계절에 따라 날을 택해 시간이 바뀌는 것을 기념하는 명절에 고향의 옛집을 찾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번 설에도 고속도로는 꽉 막혔다. 길이 아무리 막혀도 명절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근대기 이후 인류는 약 1만년 전 신석기시대에 시작한 정착생활에서 벗어나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 다니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혹은 꿈을 따라 조상 대대로 살아온 마을과 집을 떠나 먼 곳에 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20세기 후반의 급격한 도시화와 대규모 재개발로 많은 사람들이 농촌 혹은 도시에 있는 옛집을 떠났다. 무슨 일이든 한 번 해 보면 다음은 쉽다. 집을 한 번 떠난 사람은 쉽게 또다시 집을 옮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황당하게도 이사가 가장 수익성 좋은 경제활동이었다. 따라서 정착이라는 말은 점점 낯설어지고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원주민이라는 말이 일상생활에 등장했다. 이렇게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은 사냥 도구 대신 디지털 기기를 들었을 뿐 유목민과 다를 바 없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유목민은 자유로운 대신 하나의 큰 문제를 안게 된다. 자신이 누군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일관되게 인식하는 자기 정체성이란 내가 오래 거주한 장소, 그리고 내가 속한 지역공동체와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영혼이 육체에 관련되듯 정체성은 존재의 물리적 환경에 관련된다. 자신의 기억이 새겨진 집, 그리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장소인 마을이 없이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유목민이 된 우리가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도 오래된 집을, 그 집이 속한 마을을 그리워하는 것은 자신을 알고 싶은 욕구 때문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오래된 집을 떠남으로써 비로소 집과 마을이 무엇인지, 왜 소중한지 인식하고 이해하게 됐다. 이런 인간 본연의 욕구 앞에 그곳에 이르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지, 얼마나 지루하고 힘든지는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설에 찾은 고향의 옛집은 오랜 기억을 일깨워 준다. 마을 입구의 정자나무, 집으로 올라가는 골목, 마당, 우물, 흙바닥의 부엌, 온돌방, 마루, 다락, 집 옆 채소밭까지 곳곳에 나의 쓸쓸하거나 명랑한 기억이 묻어 있다. 오랜만에 집을 한 바퀴 둘러보자면 기억들이 도깨비 바늘이 되어 내게 달라붙어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일깨워 준다. 세상과 맞서느라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언제나, 세상으로부터 물러나 있는 듯한 고향의 옛집에서이다.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그 소중한 장소에서 오랜만에 자신으로 돌아온 나를 발견하고 모처럼 안도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새집보다 허술하고 작은 오래된 집에서 나는 더욱 보호받는 듯하다. 명절에 돌아온 옛집은 세상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을 때, 바깥의 바람이 차가울 때 더욱 따뜻한 곳이 되어 나를 감싼다. 우리는 다시 오래된 집을 나서 거친 세상 속의 새집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유목민의 숙명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전과 동일하지 않으며 세상 또한 전과 같지 않다. 내가 변하면 내가 인식하는 세상도 변하는 법이다. 실제로 또는 상상 속에서 옛집을 찾은 우리는 한층 좋게 바뀌었을 것이다. 미국의 농부 작가 웬델 베리가 말했듯이 소중한 장소로 되돌아감으로써 우리의 부분성과 유한성에 대해 새롭고 올바르게 깨달을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치유와 기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순진함과 공포, 슬픔은 알 수 있을지라도 비극과 기쁨, 위안, 용서 또는 속죄는 알 수 없었으리라.
  • 트럼프 ‘미국판’ 만리장성 쌓는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간 국경 장벽이 ‘미국판’ 만리장성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최근 트위터를 통해 ‘국경 장벽 건설에 들어가는 돈을 나중에 멕시코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의 만리장성(the Great Wall)을 연상시키는 ‘만리장성(the Great Wall)’이라는 단어를 공공연히 쓰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멕시코 장벽을 구상하면서 만리장성을 염두에 뒀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2015년에도 그는 “중국의 만리장성은 1만3000마일에 이르지만 멕시코 장벽은 땅콩만하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멕시코 장벽은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 4개 주 국경선을 이었기 때문에 15개 성·시·자치구에 걸친 1만3000마일(약 2만1000㎞)의 만리장성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다. 미국 현행법에 따르면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 2000마일(3219㎞) 가운데 850마일(1368㎞)에 이중장벽을 설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약 700마일 길이에 장벽이 세워져 있다. 중국 만리장성은 외부 유목민의 침입으로부터 영토와 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멕시코 장벽은 불법 이주민과 마약범죄 조직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멕시코 장벽 건설을 공식화할 경우를 위해 이스라엘에 장벽을 세운 업체가 관심을 보이는 등 다수의 건설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멕시코 장벽 프로젝트는 세금으로 추진되며 추진될 경우 대통령 임기 3번 정도의 기간인 10~1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이는 대형 프로젝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월드피플+] “욜로(YOLO)” 전세계 여행하는 89세 할머니

    [월드피플+] “욜로(YOLO)” 전세계 여행하는 89세 할머니

    인생의 황혼기를 여행에 바친 한 할머니가 있다. 그녀는 여행이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몸소 입증하는 중이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집이나 연금을 위해 저축하는 대신 여행에 모든 돈을 사용한다고 한다. 바바 레나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유목민처럼 회색빛 머리를 휘날리며 세계를 종횡무진 넘나들고 있다. 6일(현지시간)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89세 러시아 할머니 바바 레나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 출신인 바바 레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1970년대에 프라하와 폴란드, 동독을 방문하곤 했다. 그러나 시간과 돈이 부족해서 그리 길지 않은 휴가나마 멈춰야 했다. 하지만 6년 전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그 이후부터 터키, 체코, 독일, 베트남, 이스라엘 등지를 다녀왔다. 최근에는 태국의 해변을 즐기며 정통음식인 톰카스프(tom kha soup)를 맛보았다고 한다. 그 중 가장 좋았던 장소는 체코였는데, 사람들이 너무 친절했고 즐겁게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였다. 모험에 필요한 자금은 연금에서 충당하고, 여분의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꽃을 키워 팔거나 바느질을 하기도 한다. 레나는 혼자 여행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휴가지에서 친구들을 사귀는 것은 쉬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 나이와 여행 수완을 듣고 놀라워하며 도와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레스토랑을 방문하거나 바다를 보는 것 등 내게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용감무쌍한 러시아 할머니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해 이스라엘을 여행할 땐 낙타 등에 스스럼없이 올랐고, 오토바이 뒷좌석에 탑승한 채 베트남 현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동료 러시아 여행자 예카테리나 파피나를 만난 후부터 그녀는 달라졌다. 인터넷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존재가 된 것이다. 파피나는 레나 할머니와의 인상적인 만남에 대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1만4000명의 사람들이 이를 공유했다. 지금은 레나 할머니 스스로 자신의 여행 흔적을 소셜미디어에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레나 할머니에게 여행은 새로운 삶과 사람, 만남을 의미했다. 여행을 하면서 전 세계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배웠고, 이는 인생에 있어 가장 뜻깊은 깨달음이었다. "사람은 일생에 단 한 번 죽는다. 그게 언제가 되든 너는 결국 죽을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할건 아무것도 없다. 욜로(You Only Live Once)!" 여전히 혈기왕성한 그녀는 곧 다가오는 90세 생일엔 도미니카 공화국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한다. 사진=인스타그램(babushka_1927)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해병대vs로마군단…맞붙는다면?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해병대vs로마군단…맞붙는다면?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고, 흘러간 시대마다 그 시대를 지배했던 최강의 군대가 있었다. 지중해 일대를 석권했던 로마제국군이나, 유라시아 대륙을 휩쓸었던 칭기즈칸의 몽골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건설했던 대영제국 해군이나 오늘날의 미군이 바로 그 최강의 군대들이다. 그렇다면 시대를 초월하여 각자 그 시대를 호령했던 최강의 군대끼리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상상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최첨단 무기를 갖춘 현대의 군대가 모종의 사고로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그 시대의 군대나 악의 무리와 싸운다는 설정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고, 그 중 일부는 흥행에 성공했다. 지금 미국 헐리우드에서는 21세기 최강의 군대인 미 해병대와 과거 지중해를 호령했던 최강의 군대인 로마제국군이 맞붙는다는 설정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첨단장비로 무장한 수백 명의 해병대와 창과 방패로 무장한 수만 명의 로마군이 맞붙으면 과연 누가 이길까? 현대 군대 vs 과거 군대 자동화기로 무장한 현대의 군대가 과거로 돌아가 창·칼로 무장한 옛날 군대와 싸운다는 설정은 국내외에서 개봉했던 여러 영화에서 등장했었다. 2005년 개봉한 '천군'에서는 MP5와 AK 소총으로 무장한 남북한 군대가 칼을 휘두르며 돌격하는 여진족과 맞서 싸우는 장면이 등장했고, 지난 1980년 개봉한 '최후의 카운트다운'에서는 미 해군의 초대형 원자력 항공모함 니미츠가 1942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최신예 초음속 전투기 F-14로 일본의 제로센 전투기 편대를 가지고 노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대 군대와 과거 군대가 맞붙는다는 설정의 영화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현대 군대가 승리한다. 화력과 전술의 차이 때문이다. 창과 칼로 무장한 군대의 병력이 아무리 많더라도 1분에 수백 발이 발사되는 자동화기로 무장한 소수의 군대를 이기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실제로 1893년 11월 지금의 짐바브웨 땅에서 있었던 마타벨레 전쟁(Matabele War)에서 4정의 맥심 기관총을 가진 영국군 50명은 진지를 겹겹이 포위하고 쳐들어온 5000여 명의 마타벨레족 전사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한 적이 있었다. 100배의 병력 차이가 있었지만 영국군의 사상자는 없었고, 마타벨레족 병력은 전멸했다. 사실 자동화기나 폭탄 등으로 무장한 현대의 군대 입장에서 보자면 밀집 대형으로 줄을 맞춰 들어오는 옛날 군대는 움직이는 표적에 불과했다. 고대 그리스부터 근대 이전까지 대부분의 군대들은 다수의 병사들을 밀집 대형으로 묶어 전투를 벌였다. 이러한 방진(Phalanx)은 창과 칼, 화살, 화승총과 같은 무기로 싸우던 시절에는 효과적인 전술이었겠지만, 대포와 폭탄, 자동화기가 보급된 현대전에서는 한두 발의 포탄으로도 수십, 수백 명의 병력이 몰살될 수 있기 때문에 19세기 들어 자취를 감추었다. 현대 군대가 압도적인 질적 우세를 통해 과거 군대를 격파하는 장면은 여러 영화에서 묘사된다. '천군'에서는 1개 분대 병력도 채 되지 않는 남북한 장병들이 자동소총과 수류탄을 이용해 적의 대군에 맞서거나 ‘크레모아’를 이용해 수십 명의 여진족 선발대를 단번에 제압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의 '전국 자위대 1549'에서는 전국시대로 돌아간 일본 자위대가 90식 전차와 코브라 공격헬기로 오다 노부나가의 군대를 몰살시키는가 하면 석유 정제시설과 탄약 제조 시설까지 만들어 놓고 미래의 역사를 바꾸는 모습도 등장한다. '최후의 카운트다운'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대 최고의 전투기 중 하나였던 일본의 제로센 전투기를 20세기 최고의 전투기 중 하나인 F-14 톰캣이 일방적으로 유린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는 역사의 흐름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함장의 판단에 따라 미국 항공모함이 전투를 포기하고 다시 미래로 돌아가지만, 당시 항공모함에서 발진했던 F-14 전투기나 A-7 공격기 등 초음속 전투기들이 그대로 일본함대를 덮쳤다면 일본 함대는 그대로 수장됐을 것이다. 이렇듯 ‘현대 군대 vs 과거 군대‘의 전투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에서 승자는 압도적인 질적 우세를 앞세운 현대 군대였다. 하지만 이번에 제작되는 ’미 해병대 vs 로마군단‘의 전투를 다룬 영화의 결말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미 해병대 VS 로마군단... 승자는? 돈 많고 스케일 큰 영화 만들기로 유명한 할리우드에서 제작 중인 '롬 스위트 롬'(Rome Sweet Rome)은 원래 미국 아마추어 사학자이자 프리랜서 작가인 제임스 어윈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썼던 쓴 가상전쟁 시나리오였다.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된 이 이야기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영화제작사에서 판권을 사서 영화로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의 설정은 이렇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이던 미 해병원정대(MEU)가 정체불명의 모래폭풍에 휩쓸려 약 200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최전성기의 로마제국 군대와 맞붙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양 진영의 전력은 어느 수준일까? 미 해병대 편제상 1개의 MEU는 2200여 명의 병력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실제 전투병력은 1100여 명 수준이고, 나머지 절반은 지휘 및 지원부대와 항공대이다. 제임스 어윈의 원작에서는 이러한 지원부대까지 모두 과거로 날아간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럴 경우 하나의 MEU는 수만 명의 로마군단도 두렵지 않은 강력한 화력을 갖게 된다. 완편된 1개 MEU에는 시속 100km의 속도로 질주가 가능한 LAV-25 장갑차 6대, 물 위에서도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는 AAV7A1 상륙돌격장갑차 15대 등이 편제되며, 여기에 M777 견인곡사포와 M327 EFSS 박격포 각각 6문이 화력지원 수단으로 따라 붙는다. 뿐만 아니라 MEU 항공대에는 AV-8B 해리어 II 전투공격기 8대, AH-1Z 바이퍼 공격헬기 각각 4대와 UH-1Y, MV-22B 등 다양한 항공수단이 편성된다. 미 해병대는 1개의 MEU가 추가 보급 없이 30일간 독립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각종 물자와 탄약을 휴대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전력이 모두 동원된다면 밀집대형을 갖추고 있는 로마군단을 상대로 일방적인 전투를 벌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설정은 원작과 조금 달랐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미 해병원정대는 약 300여 명 남짓이고, 험비와 트럭 약간, 몇 대의 헬기만 가지고 있다. 원래 편제대로라면 있어야 할 전차와 장갑차, 화포, 장갑차 없이 싸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해병대원들은 분당 700~950발의 자동사격이 가능한 M16A4나 M4A1 소총을 휴대하고 있고, 이보다 더 강력한 M249나 M240 기관총, 심지어 수류탄 수준의 파괴력을 가진 40mm 유탄을 분당 400발의 속도로 발사할 수 있는 Mk.19 유탄기관총이나 박격포 등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즉, 1개 중대 병력의 화력을 총동원할 경우 약 6000여 명으로 구성되는 1개 레기온(Legion)도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전력을 가진다. 또한 이들은 고기동차량인 험비나 트럭에 탑승해 움직이면서 전투를 벌이기 때문에 전투 지역이 평지라면 화력과 기동력에서 로마군단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자면 다른 영화들처럼 미 해병대의 압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로마군단은 로마제국의 최전성기였던 기원전 23년의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의 로마군단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치열했던 내전을 거쳐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1인 지배체제를 굳힌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집권 초기 약 5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 병력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재정 부담을 고려해 전체 병력을 약 30만 명 수준까지 감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병력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로마제국은 유럽과 아프리카, 서아시아에 이르는 대제국이었고, 국경선의 길이만 1만km가 넘었다. 북쪽에는 강력한 게르만족, 남쪽에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유목민족들이 끊임없이 로마제국을 위협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로마군단은 이탈리아 반도 밖 국경지대에 주둔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당시 황제가 즉각 동원할 수 있었던 병력은 로마 인근에 주둔하며 황제 직속의 군대로 활용되던 프라이토리아니, 즉 근위대 소속 약 9000여 명의 병력 뿐이었다. 바다 건너 브리타니아(현재의 영국)나 아프리카, 시리아 지역의 병력은 유사시 즉각 로마로 돌아오기 어려웠고, 당시 로마의 최전방 지역이자 가장 안보 위협이 심각했던 북방 게르만 접경 지역의 부대는 빼내기 어려웠기 때문에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미 해병대를 맞아 동원할 수 있는 최대 병력은 이탈리아에 있는 근위대와 스위스 일대의 1개 레기온 병력을 합쳐 1만 5000여 명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차량과 중화기로 무장한 현대의 미 해병대 300여 명과 창과 칼, 화살과 방패로 무장한 로마군단 1만 5000여 명이 평원에서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전투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로마군단은 필패한다. 미 해병대는 헬기를 이용해 로마군단의 위치와 규모, 진형을 하늘에서 미리 파악할 수 있고, 공중에서 기관총 세례를 퍼부어 밀집해 있는 로마군단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또한 로마군단은 기병 부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었으므로 차량을 이용해 기동력에서도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미 해병대가 로마군단의 취약점인 측면이나 후방을 공격해 전열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양측의 전투가 로마 근처에서 발생했다면 미 해병대는 순식간에 로마군단을 격파하고 수도를 점령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 전황은 미 해병대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 미군은 물량으로 전쟁을 하는 군대다. 보급이 따라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전투 수행이 어려운 군대라는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험비 차량은 1리터의 연료로 평균 4~6km, 험지 주행의 경우에는 1리터 당 1~2km밖에 못가는 ‘연료 먹는 괴물’이고, 분당 수백발이 나가는 자동소총도 탄약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로마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장정들을 징집해 창과 방패로 무장시켜 전장으로 보낼 수 있지만, 고립된 미 해병대가 기원전 시대의 로마 한복판에서 재보급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전투가 장기화되어 연료와 탄약이 떨어지면 백기를 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원작 시나리오에서도 고립된 미 해병대가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오는 로마군단에 패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헐리우드가 그려내는 ‘미 해병대 vs 로마군단’의 전투 양상은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전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과 화력으로 밀어 붙이는 21세기 최강 군대와 창과 방패로 지중해를 제패했던 기원전 시대의 최강 군대,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열린세상] 샤먼의 시대/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샤먼의 시대/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유라시아 수천 년의 발자취는 곧 하늘의 대리인인 샤먼의 역사이기도 하다. ‘샤먼’은 시베리아 원주민인 에벤키(퉁구스)족의 말이며, 한문으로 샤먼에 해당하는 무(巫)는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사람을 이어 주는 형상이다. 신라의 왕관을 비롯해 유라시아 일대의 관에는 대부분 나무나 사슴뿔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하늘과 땅을 잇는 샤먼의 모습을 나무와 매년 봄에 자라는 사슴뿔로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인격은 있지만 미래를 예지하거나 하늘의 뜻을 읽어 낼 수 없다. 그러니 하늘의 뜻을 대신 전할 사람이 필요했고, 바로 그 역할을 샤먼이 했다. 샤먼의 옷과 관을 벗고 나면 이웃의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었던 그들은 유라시아 곳곳에서 힘들게 살던 사람들의 조력자이자 치료자였다. 신라의 초기 왕들도 샤먼의 역할을 했고, 고대 중국 상나라의 국왕들은 정인이라 불리는 점술가들을 두고 갑골로 점을 쳤다. 이후 점차 샤먼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약화됐지만, 여전히 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샤먼의 능력은 본인의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받아서 전달하는 중간자이며, 사람들을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그러니 샤먼이 전달한 뜻이 맞지 않는 신력이 떨어진 샤먼은 순간 신의 지위에서 부정한 사람으로 그 위치가 급전직하하게 된다. 유라시아 초원의 유목민족 사이에도 샤먼은 존재해 그들이 제사를 주관하며 그들이 복을 빌었다. 지금도 몽골과 시베리아 초원 곳곳에 남아 있는 암각화가 바로 샤먼들이 제사를 주관한 흔적이며, 샤먼의 무덤도 자주 발굴된다. 20여 년 전 러시아 알타이 고원에서 발견된 ‘얼음공주’라고 불리는 2500년 전 여성의 미라가 한국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사실 이 여인은 초원의 전사들을 위한 사제였다. 생사를 오가던 험난한 초원의 전사들은 새해에 여사제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의 행운을 빌었다. 하지만 여사제는 살아생전 가족 없이 혼자 살았기 때문에 얼음공주의 무덤은 다른 유목민의 무덤에서 동떨어진 곳에서 홀로 발견됐다. 이렇듯 유라시아 전근대 시대에 비중 있는 역할을 했던 샤먼은 근대 이후 새롭게 바뀌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급격히 소멸했다. 고대사회에서 각 사회의 중요한 결정을 도와주던 위치에서 내려와 지금은 골목길에 숨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샤먼은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다. 샤먼은 21세기 첨단 기술이 범람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불안해하는 우리들의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샤먼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떻게든 긍정적인 말을 듣고 격려를 받고 싶어 한다. 샤먼이 말하는 지난 일들과 지금의 고민거리를 맞추는 한마디 한마디에 무릎을 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고비만 넘기면 나중에 잘 풀릴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품고 자리를 나선다. 사실 이 시대에 여전히 샤먼의 후예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샤먼의 신통력을 믿어서가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불안해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일 것이다. 초월적인 능력에 의지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은 똑같지만, 지금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의 사람들에게 샤먼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이유는 가뭄, 태풍, 질병 등 지금과 달리 세계에 대한 정보와 기술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제한된 지식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간 사람들에게 샤먼은 적극적인 조력자였다. 반대로 현대 사회에서는 샤먼을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순간 오히려 수많은 진실을 외면하고 거부하며 고립될 위험성마저 있다. 100여년 전 구한말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였던 시절 외국인의 기록을 보면 왕실부터 일반 백성까지 가는 곳마다 굿판으로 시끄러웠다고 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나라의 판국에서 샤먼에게 마음의 안식을 넘어 모든 인생을 건 지난 세기 초의 결과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샤먼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지금 남아 있는 샤먼은 세상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개인의 소망과 바람을 달래 줄 뿐이다. 샤먼의 고향인 유라시아 각지에서도 샤먼들은 전통 문화의 일환으로 존속할 뿐 더이상 사람들은 샤먼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는다. 지난 수천 년 유라시아의 역사는 증명한다. 샤먼들은 인간의 역사에 도움을 주었을 뿐이며 그 역사를 만들어 온 주역은 바로 우리였다.
  • ‘정글의 법칙’ 비투비 창섭, 순록 타다 똥밭에 굴러 “옷 버려야겠다”

    ‘정글의 법칙’ 비투비 창섭, 순록 타다 똥밭에 굴러 “옷 버려야겠다”

    비투비 이창섭이 똥밭에 굴렀다. 28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in 몽골’ 편에서 비투비 창섭은 에릭 남, 박세영과 함께 순록 유목 부족인 차탕족을 만나 순록을 타고 풀 먹이기에 도전했다. 에릭 남과 박세영은 승마 경험이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올라탔지만, 창섭은 순록을 타기 전부터 어쩔 줄 몰라 했다. 결국 초보자 창섭은 순록에 올라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에 순록이 많다 보니 바닥이 온통 순록의 똥 천지였던 것. 벌떡 일어난 창섭은 “똥통에 떨어졌나”라며 어리둥절해 했다. 창섭은 박세영에게 노하우를 전수 받은 후 다시 한 번 순록 타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창섭은 금세 중심을 잃고 똥이 지천인 바닥에 또 한 번 나뒹굴고 말았다. 연달아 순록 똥밭에서 구른 창섭은 씩씩하게 “괜찮아요”를 외쳤지만, 이내 곧 자신의 옷을 쳐다보며 “돌아가면 이 옷은 버려야겠다”고 읊조려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SBS ‘정글의 법칙’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아프간의 동막골’…IS도, 전쟁도 모르는 오지 평화마을

    아프가니스탄에 ‘전쟁’은 떼어놓을 수 없는 수식어다. 현재 이 시간에도 극단주의 무장집단인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지난 20여 년 간 알카에다, 탈레반 등 테러집단의 본거지였고 수많은 생명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곳에 전쟁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엄연히 아프가니스탄 국민이지만 끝없이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 나가는 참혹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9일자 보도에 소개된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와키’(Wakhi) 부족이다. 사는 곳은 아프가니스탄 북동쪽으로, 파키스탄과 중국 등지와도 맞닿아 있으며 주변에 다른 거주민들은 찾아보기가 거의 힘들다. 와키 부족에 속한 부족민은 약 1만 2000명. 해발 4500m 높이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전쟁의 참혹함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사실은 지난 8월 프랑스 사진작가인 에릭 라포르그가 여행 중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라포르그는 “아프가니스탄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던 중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가지 않는 곳까지 들어갔다가 와키 부족의 존재를 알게 됐다”면서 “이곳이 내전 중 단 한 번도 공격을 받은 적이 없었던 만큼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와키 부족은 약 2000년의 긴 시간 동안 산에서만 생활한 것으로 보이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내전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미국의 탈레반 공격 소식도, 탈레반의 정체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라포르그가 공개한 사진 속 와키 부족의 모습은 평화 그 자체다. 유목 생활을 하며 소와 염소 등을 기르는데, 멀리 산 정상이 보일 정도로 높은 곳에서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이들의 주거지가 아프가니스탄의 한 지역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자국 내 탈레반 다음으로 큰 규모의 조직인 ‘헤즈브-에-이슬라미 아프가니스탄’(HIA)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체결에 따라 HIA는 아프간 헌법을 준수하고 무장조직을 해체하기로 했으며, 아프간 선거 개혁과 난민구호 절차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아프간 정부는 최근 와키 부족이 사는 지역을 관광지로 지정하고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지만, 최대 반군세력인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 될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신화·상상의 그곳, 역사의 ‘빈 공간’ 중앙亞·라틴아메리카 문명의 복원

    신화·상상의 그곳, 역사의 ‘빈 공간’ 중앙亞·라틴아메리카 문명의 복원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연호탁 지음/글항아리/648쪽/3만 2000원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1·2/정수일 지음/창비/520~552쪽/각 권 2만 7000원 수많은 제국과 문명이 명멸했지만 세계 문명사의 변방으로 취급받는 곳이 중앙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다. 신화와 상상으로만 여겨지던 그곳 역사의 ‘빈 공간’을 복원해 제국과 문명의 흥망성쇠를 써 내려간 두 문명학자의 인문 기행서가 나왔다. 두 여행자 모두 풍성한 입담을 자랑하는 문명의 이야기꾼들이다. 언어학자이자 중앙아시아사 박사인 연호탁 가톨릭관동대 교수가 쓴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과 문명교류학자인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이 펴낸 ‘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1·2’ 모두 ‘역사’를 날줄로, ‘인문지리’를 씨줄로 삼아 촘촘하면서도 다양한 무늬를 책에 짜 넣어 담았다. 연 교수는 책에서 자신은 초원을 달리는 한 마리 야생마의 심정으로 몽골 초원부터 흑해까지 훑었다고 밝힌다. 책을 읽다 보면 부럽기도 하다. 그가 여행한 곳이 바로 중앙아시아 연구자로서 꿈꿔 온, ‘문명의 오해를 넘어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경계’이기 때문이다. 연 교수는 특히 종족적 기원조차 거의 전해지는 바가 없는 ‘월지’라는 유목 집단의 여정을 뒤좇는다. 2200여년 전 서쪽으로 이동한 월지족의 흔적을 따라 기록상에서 사라진 고대의 대초원 역사를 재현해 놓는다. 이 책은 그래서 단순히 감상을 적은 여행기가 아니다. 수천년의 문명을 압축해 놓은 오래된 이야기책 같다. 저자의 글이 빚어내는 ‘문명의 풍경’은 생생하고 입체적이다. 고고학적, 인류학적 지식과 언어학적 근원이 잘 버무려진 글맛에다 현지의 풍습과 문화가 생생히 녹아 그와 함께 ‘지적 모험’을 하는 기분이다. 월지족은 중국 간쑤성 치롄산맥에 살던 유목 집단이다. 연 교수는 월지족을 인류사의 판도를 바꾼 숨은 주인공으로 꼽는다. 로마제국의 멸망과 서양 중세의 서막으로 불리는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에 앞서 이미 월지족이 흉노에게 쫓겨 서쪽으로 대거 이동했으며, 이는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 또 다른 문명의 이동이었다는 게 연 교수의 시각이다. 저자는 중앙아시아와 한반도의 문명 접촉의 흔적을 좇아 역사의 실마리를 찾아 나간다. 월지족 중 동쪽으로 이주한 이들의 한반도 유입 가능성도 제기한다. 삼한시대 백제의 모태가 된 마한 54개 부족국가 중 하나의 이름이 월지국인 점도 그에게는 밝혀내야 할 역사의 퍼즐이다. 요나라 소손녕이 고려 서희와 담판할 때 거란족이 신라 박씨의 후손이라고 밝힌 점이나 ‘양천 이씨’의 조상이 색목인, 즉 돌궐인이라는 점도 한반도와 중앙아시아를 가깝게 하는 역사적 맥락이다. 연 교수가 ‘동서 문명의 교차로’인 중앙아시아 대초원의 고대 흔적을 찾아 나갔다면 정 소장은 아시아와 유럽 간 교역로로만 국한됐던 실크로드를 라틴아메리카까지 대담하게 확장해 나간다. 정 소장은 남미 최남단 우수아이아에서 북단 멕시코와 쿠바에 이르기까지 해상 실크로드의 흔적을 좇는다. 콜럼버스와 마젤란 등 대서양 항로를 개척한 인물들의 여정을 따라 문명 간 교류의 흔적도 수집한다. 그는 해상 실크로드가 지구의 동반구와 서반구, 북반구와 남반구를 잇는 ‘환 지구적 교통로’로 역할을 했다는 사뭇 도발적이고 논쟁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정 소장이 라틴아메리카를 걸으며 발견한 건 신·구대륙 간 교류의 흔적뿐 아니라 서구 식민주의자들에게 짓밟히고 수탈돼 온 남미 근현대사의 그늘이다. 이는 체 게바라와 볼리바르, 네루다 등 독립 영웅들의 삶을 조명하고, 서구 열강에 의해 단절되고 소외돼 온 라틴아메리카의 문명사를 그의 시각으로 복원하는 동력이 된다. 정 소장은 “열강들의 관점으로만 쓰인 역사, 아메리카 원주민과 그들의 문화를 ‘선진 문명’의 대척점에 놓는 인식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균형 잡힌 역사관과 현실 인식을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일깨운다”고 말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新전원일기] 세종실록 속 ‘곡성 울금’ 참맛 알린 38세 농사꾼… 수억 매출 ‘곡성 희망가’

    [新전원일기] 세종실록 속 ‘곡성 울금’ 참맛 알린 38세 농사꾼… 수억 매출 ‘곡성 희망가’

    #왕실 공납품으로도 알려진 곡성의 ‘울금’ 영화에서 익히 보았던 도로를 따라 달린다. 울창한 숲이 좌우로 펼쳐져 있고 저 멀리로 품 넓은 섬진강이 보인다. 굽이가 많아 다소 위험하게 느껴지는 것만이 영화의 서늘함을 떠오르게 할 뿐 눈도 마음도 밝아지는 기분이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내린다. 서울에서는 마음만 가을이었는데, 이곳에서는 곳곳이 가을이다. 사람보다는 자연이 계절을 더 충실히 살아낸다. 당연한데 자주 잊는다. 자주 잊어서, 사람이 많은 도시에는 계절이 더디 오고 빨리 가버리는 것 같다. 도시를 놓고 자연으로 간 사람에게는 계절도 정직하게 오고 갈까.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하고 있자니 어느새 곡성이다. 2012년 귀농한 노병철(38)씨의 첫인상은 젊고 활기찬 최고경영자(CEO) 그대로였다. 흰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맵시 있게 차려입은 그와 어정쩡하게 인사를 나눴다. 순간 커다란 밀짚모자를 눌러 쓰고 허름한 작업복을 걸친 사람들에게만 눈길을 준 게 무색해졌다. 이 또한 선입견이었으리라.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울금뿐만이 아니라 그가 그런 복장을 하고 나타난 것이 쉽게 이해되었다. 울금은 기원전부터 기록되어 있을 만큼 연원이 오래된 작물이다. 생강과의 식물로 중국 남부와 인도, 일본의 오키나와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자생하거나 재배되며 우리나라의 중남부 지역에서도 재배된다. 맛은 맵고 쓰며 찬 성질을 지녔는데, 혈행을 활성화시키고 위산 분비를 조절한다. 간 기능 향상, 생리통과 생리불순 완화, 담낭과 결석 치료, 항염과 항암, 노화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암과 관련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5000여개의 논문이 쏟아질 정도로 관심이 높다. 뿐만 아니라 울금은 염료와 식품 착색제로도 손색이 없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곡성과 순천, 구례에서 생산된 울금은 왕실에 공납할 정도로 상품 가치가 높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울금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은 진도로, 재배 면적도 곡성의 5배가 넘는다. 당연히 그 명성도 진도 울금이 가장 높다. 노 대표는 예부터 내려오는 곡성 울금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고심했고, 자연농법을 이용해 진도 울금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곡성 울금의 기반을 다져 나갔다. 연원도 오래고, 왕실에 공납할 정도의 특산물이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울금’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다면 카레의 원료인 강황을 떠올려도 좋을 것이다. 강황은 뿌리줄기에 달리는데 비해 울금은 덩이뿌리에 달리는 게 다를 뿐으로, 카레의 노란색이 울금의 주성분인 ‘커큐민’ 때문이다. #우연이 운명을 만들기까지 노 대표는 귀농인 중에서도 젊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귀농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당시 정보통신을 전공하고 고시 공부를 하던 그에게 어머니의 교통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서둘러 귀향해 척추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의 간호를 떠맡았다. 시험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와 마음이 조급했지만 병상에 누워서도 농사를 걱정하는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농사를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어머니가 완쾌된다 해도 울금 농사를 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그는 고시 공부를 포기하고 귀농을 결심했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울금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울금 농사는 무엇보다 토질이 중요하다. 물이 잘 빠지는 마사질 황토흙이 생육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데, 토질만 맞으면 키가 2m까지 자랄 정도로 생장이 빠르다. 노 대표는 울금의 키가 커야 알도 실해진다고 말한다. 물론 무조건 크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울금의 키가 크고 줄기가 튼실해야 풍작을 기대할 수 있다. 울금의 키가 한 뼘씩 자랄 때마다 그의 행복감도 한 뼘씩 커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울금에는 특유의 향 때문인지 해충이 꼬이지 않는다. 당연히 살충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그런 만큼 농사를 짓기가 수월하다. 그런 울금을 가리켜 그는 ‘착한 애’라고 표현한다. 착한 애라서 무엇보다 좋은 점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라 말하는 그의 얼굴에 착한 미소가 번진다. 울금은 연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2회 이상 연작을 할 경우 울금 성분이 떨어지고 수확량이 감소한다. 뿌리 작물이라 지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문이다. 그는 지력 회복을 위해 땅을 옮겨 다니며 농사를 짓는다. 농사를 하면서도 유목 생활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옮겨 다니며 농사를 지으려면 땅이 많이 필요할 텐데 그에 필요한 비용은 어떻게 감당하는지 궁금해졌다. “정부에서 좋은 조건으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땅을 구매하거나 임대할 때 큰 부담은 없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멋모르고 무조건 땅을 구매했는데 이제는 임대를 주로 합니다. 그 편이 더 수월하고 경제적으로도 비용 부담이 주니까요.” 땅을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는 한 번 수확을 끝낸 땅에는 콩이나 옥수수를 심어 지력을 회복할 시간을 준다. 발효 퇴비와 자체 개발한 친환경 영양제로 거름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만으로도 울금 농사에 적합한 토양을 만드는 데 무리가 없다. 정작 농사를 짓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저장이다. 울금은 9~10월에 꽃을 피우고 알을 맺는다. 수확은 11월에 하는데 열대작물이라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아무 생각 없이 저장고에 보관했다가 모두 상해 낭패를 본 적도 있다. 시행착오 끝에 생각해낸 것이 토굴 저장이다. 토굴 자체가 갖고 있는 지열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수분이 휘발되지 않아 울금 보관에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큰 키와 넓은 잎으로 빼곡한 울금밭을 보고 있자니 거인 나라에 불시착한 난쟁이가 된 듯하다. ‘나’라는 존재가 하릴없이 느껴지면서 자연이라는, 신비로 가득 찬 세계에 불현듯 경외감이 드는 것이다. 살아내기 위해 치러야 하는 치열한 경쟁과 희생들이 사실은 불필요한 아등바등함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흔한 비유로 성냥갑같이 비좁은 공간에서 어깨를 부딪치며 살아가는 일이 결국 우리에게 남길 것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꽉 들어찬 머리 위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울금잎이 서서히 움직이며 스스슥, 느린 소리를 냈다. #가공에 성공해 울금 대중화에 이르기까지 “어려서부터 농사짓는 걸 보고 자라서 농사가 아주 낯설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작정하고 뛰어드니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젊은 나이에 시작한 것이니만큼 포부도 크게 가졌는데, 젊은 패기로만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았어요. 일손이 달려서 파종기나 수확기에는 멀리까지 가서 인력을 구해 와야 했고, 기계를 사용해야 하니 자본도 필요했어요. 무엇보다 판매가 쉽지 않은 게 문제였어요.” 노 대표는 유통 경로와 더불어 울금의 소비층을 확대할 방법에 대해 고심했다. 마케팅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울금의 쓴맛이 대중화를 어렵게 했다. 쓴맛을 줄이고 울금의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능성을 높여야 했다. 그는 울금을 발효시키면 커큐민의 흡수율이 높아지고 쓴맛도 완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해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그리고 흑마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옥수수 전분이나 감자 전분 등을 함께 넣었다가 산폐가 발생하기도 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액체가 돼버리기도 했어요. 이것저것 시도하고 실패한 끝에 결국 성공했을 때는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울금과 설탕, 파파야 효소를 적정 비율로 섞어 발효 기계에 넣고 60도 고온에서 한 달간 숙성시키면 흑울금을 얻을 수 있다. 흑울금은 울금의 쓰고 매운 맛과 특유의 향을 완화시켜 먹기에 좋을뿐더러 가공하기 전보다 영양 성분도 더 풍부하다. 흑울금으로 특허를 내고 본격적인 가공에 돌입했다. 가공한 농산물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진다. 울금 역시 가공품 가격이 생물 가격의 10배를 웃돌 정도다. 가공품은 저장도 수월하므로 생물을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셈이다. 그는 현재 1만평 정도의 토지에서 60t가량의 울금을 수확한다. 귀농한 2012년 당시만 해도 매출액이 제로에 가까웠으나 2015년에는 2억 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세에 있다. 그러나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품목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뿌리 깊은 약초’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블로치 유한회사’를 법인화한 것은 그가 지닌 포부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농부와 CEO, 1인 2역을 소화하고 있는 그의 흰 셔츠 위로 햇살이 넘실거린다. 그리고 괴기스럽고 비밀로 가득 찬 곡성이 아닌, 희망과 생기로 넘치는 곡성에 그 어느 때보다 명랑한 가을이 당도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한 편의 영화가 문화예술계를 달궜다. “절대 현혹되지 마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사람들은 무엇에 현혹이라도 된 듯 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메타포’(은유)의 퍼즐을 맞추느라 골몰했다. 영화적 기법이나 스토리 전개 방식에 대한 새로움을 상찬하는가 하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음모론에 대입시켜 영화를 해석하기도 했다. 영화 ‘곡성’에 이렇듯 활기찬 해석들이 가해진 것은 현실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했으되 현실을 넘어서거나 현실에는 없는, 합리적인 설명이나 논증이 불가능한 ‘진실’을 다루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전반을 지배하던 낯설고 음산한 공포감도 한몫했겠고 말이다. 마을을 덮친 연쇄적인 죽음과 공포감을 배가시킨 이면에는 ‘곡성’의 자연 풍광이 자리하고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자연의 색조가 너무 아름다워 곡성의 비극이 더 선연하고 생생하게 느껴졌다. 나무로 우거진 습지며, 굽이진 도로 저편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산의 굴곡이며, 섬진강의 푸른 물줄기며, 하다못해 쓰러진 지붕과 낡은 기둥과 흙먼지로 가득한 폐가마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실에는 없을 것 같은, 그래서 더 가보고 싶은, 내 눈과 발로 곳곳을 확인하고 싶다는 열망이 영화를 보는 내내 차올랐다. 그 마음이 희미해지는 동안 가을이 시작되었고 ‘울금’이라는 낯선 식물에 대해 전해 들었다. 그리고 우연인지 운명인지, 울금 재배지 중 한곳이 ‘곡성’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글쓴이 소설가 진연주 200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방’(房)으로 등단. 2015년 ㈜문학동네에서 장편소설 ‘코케인’ 출간.
  • 길가다 줍는 ‘자원의 땅’ 신장…中 ‘반역의 땅’ 포기 못하는 까닭

    이슬람 독립세력의 테러가 끊이지 않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는 중국에서 ‘반역의 땅’이자 ‘화약고’로 불린다. 하지만 중국은 결코 신장을 포기하지 못한다. 국가 통일성 유지라는 정치적인 이유와 중국 전체 영토의 6분의1(166만㎢·남한 면적의 17배)을 차지하는 광활한 땅 때문만이 아니다. 캐도 캐도 끝없이 나오는 지하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인민일보는 26일 신장 허톈 지구에서 매장량 1900만t에 이르는 납·아연 광산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납·아연 채광은 주로 윈난, 간쑤, 네이멍구 등 6개 성에 집중돼 있었는데, 신장에서 첫 광산이 발견되자마자 매장량 1위를 기록했다. 이 광산은 매장 심도가 낮고, 순도도 우수해 가채량이 매장량의 99.6%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신장에서는 길을 가다 금덩어리를 주울 수도 있다. 지난해 2월 칭허현의 한 유목민은 광산을 지나다가 7.85㎏짜리 자연산 금덩어리를 발견했다. 10억원 상당으로 평가된 금덩어리는 길이 23㎝, 너비 18㎝, 두께 8㎝였다. 중국 금 매장량의 30%가 신장에 있다. 뿐만 아니다. 신장은 중국 내 원유 생산량의 33%, 천연가스 생산량의 35%를 차지한다. 우라늄과 붕사 매장량은 세계 1위다. 중국이 자랑하는 희토류도 대부분 신장과 티베트에 매장돼 있다. 석탄 매장량도 100만t에 이른다. 베릴륨, 동, 니켈, 칼리암염, 황산, 크롬철광, 질석, 벤토나이트, 수은, 안티모니 등 생산되는 지하자원의 수가 30여종에 이른다. 신장이 더 매력적인 이유는 아직 탐사하지 않은 ‘미지의 땅’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중국 국토자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신장 전체 면적 가운데 자원 개발을 위한 지질 조사를 마친 면적은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화학적 조사를 마친 지역은 8.24%에 그치고, 고해상도 원격 탐지는 단지 5%만 완성됐을 뿐이다. 이미 발견한 3695개 광산 가운데 평가가 이뤄진 곳은 26%에 불과한 967곳뿐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한국과 몽골 가교역할 첨병…몽골 한국가이드 어유나

    한국과 몽골 가교역할 첨병…몽골 한국가이드 어유나

    “한국과 몽골 간 가교역할의 첨병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몽골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한국어 관광가이드 일을 하는 어유나(30·여)는 “최근 관광·무역 자매도시교류, 각종 봉사 활동 등으로 몽골을 찾는 한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들에게 몽골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편안한 관광이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로 관광가이드 10년 차를 맞는 베테랑이다. 현재 울란바토르에는 50여명의 한국가이드가 있으며 중국, 일본, 영어권 가이드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다고 전했다. 울란바토르대학 한국어과를 졸업한 어유나는 대학 2학년 때 아르바이트로 한국어 통역을 하다 졸업과 함께 가이드를 시작했다. 한국어가 유창해 한국인으로 착각하는 관광객도 더러 있다고 웃었다. 광활한 초원과 고비사막 등 자연 친화적인 몽골이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한국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폭증했다. 2~3년 전 만하더라도 중국, 일본, 한국 순으로 관광객이 찾았으나 지난해부터 한국, 중국, 일본 순으로 역전됐다. 특히 지난 6월 부산지역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부산~울란바토르 노선에 취항하면서 영남권 관광객 등이 대거 찾는다고 전했다. 몽골 관광지 자랑도 빠뜨리지 않았다. 울란바토르에서 차량으로 1시간여 거리인 테르지 국립공원, 고비사막, 세계 최대 규모인 칭기즈칸 마동성과 초원을 달리는 승마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다고 했다. “그동안 세 차례 한국을 방문해 전주 한옥마을, 강원도 설악산과 강릉 등에 가봤다”는 그는 “우수가이드로 선정돼 동료 4명과 함께 10월 중순 부산으로 포상관광 온다”며 부산은 처음이어서 벌써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그는 “한국사람들은 친절하고 정이 많다. 가이드 생활을 하면서 이미 많은 한국 지인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관광 안내를 계기로 부산 아빠와 엄마가 생겼다”며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전화 통화를 한다고 했다. 이번 부산 방문길에 꼭 만나 회포를 풀 예정이다. 한살 연하인 남편과 4년 전 결혼해 세 살된 딸을 둔 그는 “활동적인 성격과 잘 맞아 천직으로 알고 계속 가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식 중 김치찌개를 좋아하며 젓가락질도 곧잘 한다. 그는 승마가 수준급으로 쉬는 날에는 남편과 함께 초원을 달리며 스트레스를 날려보낸다고 했다. 그는 몽골에 오면 몽골전통가옥인 유목민의 거주지인 게르 생활체험과 고비사막투어, 승마 체험 등을 꼭 해볼 것을 권했다. 글·사진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열린세상] 터키는 어떻게 우리의 혈맹이 되었나/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터키는 어떻게 우리의 혈맹이 되었나/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우리에게 터키는 형제의 국가로 기억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한국과 터키 간 3~4위전은 승패를 떠나 진한 감동으로 기억되는 두 나라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비행기로 12시간이나 걸리는 유라시아 반대편의 터키가 피를 나눈 형제국가가 된 상황은 잘 모른다. 흔히 6·25전쟁 때 4번째로 큰 1만 4000여명이라는 대규모 원조군을 파견했던 인연을 떠올린다. 하지만 파병 16개국 중 태국, 필리핀처럼 대규모 파병을 한 이웃 나라들을 제쳐놓고 유독 터키에 그런 명칭이 붙여진 데에는 터키의 사정이 더 컸다. 원래 알타이 지역에서 기원해서 서쪽으로 이동, 정착한 터키는 19세기 후반 국가 존망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자신들의 기원인 유라시아를 강조한 역사관을 확립했다. 그에 따라 터키는 과거 튀르크 계통의 주민이 거주했던 모든 지역을 자신의 역사에 포함했다. 그 결과 터키 역사의 시작은 중국 북방과 몽골에 있는 흉노에서 시작된다. 흉노는 고조선과 인접해 있었고 고구려 시기에는 돌궐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접경했으니 한국은 그들에게 이웃한 형제 같은 나라가 된다. 나아가서 터키는 동부 시베리아 북극권에서 살고 있는 사하(야쿠티아)족까지도 자신들의 일부로 본다. 1904년에 일어난 러일전쟁도 그들이 머나먼 동아시아를 형제의 국가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망하기 직전의 제정 러시아였다고 해도 유럽의 제국이 동양인의 작은 나라였던 일본에 패했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충격이었다. 유럽의 변방에 있었지만 머나먼 동방인 알타이에서 기원한 터키로서는 극동에 있는 일본의 약진은 큰 위로가 되었다. 오스만 튀르크 제국이 무너진 이후 아타튀르크(케말 파샤)가 터키를 재건하고 그들의 국가를 보존하는 데에 유라시아 사관은 큰 역할을 했고, 6·25전쟁 때 한국에 대한 대대적인 파병과 원조로 이어지면서 형제국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터키는 유라시아 대부분을 자신의 역사적인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제삼자는 차치하고서라도 이 지역을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러시아나 칭기즈칸의 역사가 아직도 생생한 몽골이 그런 관점에 동의할 리 없다. 더욱이 1990년대 이후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도 유라시아 전역을 자신의 역사로 간주하는 팽창적 사관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92년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국가의 상징으로 알마타 근처에서 발굴된 2500년 전의 유목민인 사카인의 황금유물을 국가의 상징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현재 카자흐인들이 그들과 직접 관련되었다는 증거는 희박하다. 유라시아를 자국의 역사로 바꾸려는 각국의 경쟁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속의 실크로드로 표출되고 있다. 터키의 쿠데타로 어수선하게 마무리된 2016년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회의에서는 터키의 아니(Ani) 유적은 실크로드로 공인받게 되었다. 하지만 고고학적으로 본다면 아니 유적에는 동서 문명교류의 증거가 별로 없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광활한 유라시아가 한민족의 영토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한반도와 유라시아는 많은 문화적 교류를 했음이 다양한 고고학적 증거로 확인되고 있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자료나 빈약한 고고학 자료를 근거로 다른 나라를 자신의 땅임을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나라의 위신을 깎아 먹을 수 있다. 예컨대 몽골이 칭기즈칸의 정복을 근거로 유럽에서 한반도를 전부 자신의 영토로 간주할 수 없으며, 오바마가 케냐계 이주민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케냐 역사에 미국사를 포함할 수 없는 이치이다. 잊힌 과거의 광활한 영토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서 자신의 역사를 밝히고 그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800년 전 세계를 제패했던 몽골과 100년 전 아시아를 정복했던 만주족이 21세기 사회에서 초라한 위치를 차지한 이유가 자신의 역사를 몰라서가 아니라 냉혹한 현실의 관계 때문이었다. 최근 유라시아 각국의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자국의 거대한 영토의 역사를 강조하는 것을 보노라면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실 사회를 외면하고 마치 진통제처럼 찬란했다고 생각하는 과거 역사에 의지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 우리 집에 놀러와… 세계로 초대장 보낸 사람들

    우리 집에 놀러와… 세계로 초대장 보낸 사람들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찾았습니다.”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사는 오혜성(55)씨는 9일 “누군가 우리 집에 온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주택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에 등록한 새내기 호스트(집주인)인 오씨는 방문객(게스트)을 ‘친구’로 표현했다. 멀리서 친구가 찾아왔는데 어떻게 대접을 안 할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바닷가에서 갓 잡아온 문어와 한참 살이 오른 보말(‘고둥’의 제주도 사투리)을 식탁에 내어놓고 오손도손 대화를 하다 보면 밤새는 줄 모르고 시간이 훌쩍 간다고 했다. 오씨가 처음부터 민박업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그저 어렸을 때 살았던 제주가 그리워서 4년 전 외할머니 집을 헐고 새로 전원주택을 지었다. 2층짜리 지중해풍 주택으로 방은 2개만 만들었다. 오씨 부부 말고는 이용할 사람이 없어서다. 부산에서 사업을 했던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내려와 이곳에서 바람을 쐬곤 했다. 그러다 지난해 오씨는 아내를 설득해 아예 제주로 이사를 왔다. 하지만 부부가 살기에는 적막했다. 한참 일할 나이에 하던 일을 그만두면서 무기력해지는 것도 느꼈다. 이에 그가 내린 결론은 집을 가지고 뭔가를 해 보자는 것이었다. 공들여 지은 이곳에 사람들을 초대하면 활력이 생길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오씨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면 인원수마다 추가 비용을 받겠지만 우리는 머무는 사람 수에 관계없이 하루 숙박비만 받는다”며 “금전적 관계를 뛰어넘어 경험을 공유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은퇴 후 외롭지 않아요, 시니어 호스트 가정집을 빌려주는 ‘공유 민박’이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를 한 50대 이상 시니어들에게 공유 민박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단절된 사회적 관계가 호스트와 게스트로 연결되는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며 “새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다. 우리나라에서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50대 이상 호스트 수는 1300명을 넘는다. 강원도 속초에서는 50·60대가 전체 호스트의 40%를 이룬다. 연령대별 호스트 증가 속도(전년 대비)에서도 50·60대(129%)가 가장 빠르다. 70대 이상도 92%의 증가율을 보인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60세 이상이 전 세계 에어비앤비 호스트 중 10%를 차지한다. 넉넉하지 못한 재정 상황 때문에 부수입을 벌기 위해 호스트를 하는 경우(49%)도 많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활동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43%)에서 방을 내주기도 한다. 지난해 7월부터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공유 민박을 하는 정현숙(52)씨는 “매일 여행 다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미국, 벨기에, 이스라엘, 홍콩, 대만 등 세계 각지에서 오는 외국인 손님들을 맞이하다 보면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이 그려질 때가 많다고 했다. 노인복지센터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정씨는 혼자서는 두 가지 일을 모두 감당할 수 없어 지금은 딸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그의 집이 ‘부산 마마앤도터’로 불리는 이유다. 정씨는 “나중에 요양보호사 일을 그만두고 나면 온전히 호스트의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면서 “지금은 차근차근 배우며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라고 했다. “어디서 오셨어요?” “맛있게 드셨어요?” 등 기본적인 영어는 할 수 있지만 대화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는 것이다. 정씨는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도 “외국인 손님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관광지를 둘러볼 때 영어를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호스트에서 게스트, 다시 호스트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사는 전제우(32)·박미영(31) 부부는 공유 민박을 하면서 삶의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같은 회사(SK텔레콤)에서 만나 2014년 결혼을 했을 때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들이었다. 그러다 같은 해 9월 신혼집의 방 한 칸을 외국인 손님에게 내주면서 새로운 세계를 맛봤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유목민(디지털 노마드)의 삶에 푹 빠진 것이다. 이듬해 어렵게 들어갔던 회사를 둘 다 그만뒀다. 양가 부모를 모신 자리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했다. 세계시장과 국내시장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왜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지면서 자신들의 생각을 전했다. 단순히 현재의 삶으로부터의 ‘일탈’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위한 도전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들은 훌쩍 떠났다. 지난해 7월부터 올 7월까지 1년 동안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태국, 호주, 하와이, 남미, 멕시코, 쿠바, 미국, 유럽 등을 거쳤다. 말 그대로 세계일주를 하고 온 것이다. 숙소는 자신의 집 또는 주변 호스트의 집을 방문했던 외국 게스트들과 연락이 닿아 그들 집에 머물렀다. 지난 7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대안예술공간 ‘이포’에서 여행 사진전을 열고 있는 이 부부는 “공유 민박이 일시적 관계에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유대가 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왔다”면서 “공유 민박 등 공유 경제의 핵심은 ‘공유’지 ‘경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돈을 버는 문제로 접근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이들이 1년 동안 여행만 한 것은 아니다. 디지털 노마드를 추구하는 이들은 개발자답게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짤방(짤림 방지용 인터넷 이미지) 검색기, 여행(AO Trip), 좋카만(‘좋아요’를 부르는 카드 뉴스 만들기) 앱 등 평소 관심 있던 서비스를 내놓았다. 지난 8월부터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옥집을 구해 이곳을 공유 민박 장소로 쓰기로 했다. 현행법상 주인이 거주를 안 하는 민박은 불법이기 때문에 창천동에 있는 집은 정리할 예정이다. 이들은 “세계 여행을 하면서 한국적인 걸 많이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호스트 역시 ‘한국의 얼굴’이란 마음가짐으로 외국인들과 다양한 한옥 체험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을 입히다… 미술관이 된 민박집 예술인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 홍대에서는 이색적인 장면도 연출된다. 공유 민박 최초로 게스트하우스 공간을 미술 전시관으로 꾸몄다. 조각가 이길래·김민기, 설치미술가 송송, 도예가 한정은이 에어비앤비 호스트 6명과 협업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지난 7월부터 3곳의 게스트하우스가 순차적으로 새 단장에 나섰다. 다음달부터 한정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는 ‘민즈 하우스’가 마지막으로 문을 연다. 민즈 하우스 호스트인 이민정(39·푸드 칼럼니스트)씨는 “홍대를 찾는 외국인 게스트 상당수가 영화감독 등 예술인”이라면서 “이들에게 한국의 다양한 콘텐츠와 작가를 널리 알리고 싶어 이런 기획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길래 등 국내 유명 작가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아트 디렉터(미술평론가 김병수)가 발벗고 나서준 덕분에 첫출발이 성공적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시 비용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후원한다. 이씨는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며 “공유 민박이 한국의 예술을 알리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각가 김민기와 함께 작업한 ‘우&우 하우스’ 호스트인 최우성(38·이벤트 기획업)씨는 “이달부터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면서 “외국인들의 관심이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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