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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대표단의 美농장 방문 취소 이유 몰랐던 트럼프, 불편한 기색으로 반문

    中대표단의 美농장 방문 취소 이유 몰랐던 트럼프, 불편한 기색으로 반문

    트럼프, 므누신의 방문 취소 요청에 ‘깜놀’므누신 “우리가 中대표단 방문 취소 요청”“적절한 방문 타이밍 아냐… 일정 재조율” “미중 고위급 협상 2주후”… 10월초 재개中, 美대두 60만톤 구매… 10~12월 선적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 대표단이 미국 농장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한 것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깜짝 놀라며 불편한 기색으로 “왜?”라고 반문했던 것으로 로이터통신과 CNBC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정부 관료들이 배석한 가운데 유엔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회동하는 과정에서 중국 대표단의 농장 방문 취소가 무역협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이들 매체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을 언급하며 “아무튼, 그들(중국)이 우리 농산물을 대량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므누신 장관은 “중국이 실제로 우리의 요청에 따라 (농장 방문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은 다시 일정을 조율할 것이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며 “그것(농장 방문 취소)은 순전히 우리의 요청이었다”고 거듭 말했다. 당초 중국 협상 대표단은 이번주 초 미 몬태나주 보즈먼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농장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20일 취소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협상 난항 우려에 이날 미국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을 향해 “단순히 궁금해서인데, 왜 우리가 요청했지”라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웃으면서 질문을 던졌지만 유머보다는 불쾌하거나 불편한 기색이었다고 CNBC가 전했다.이에 므누신 장관은 “우리는 무역 이슈와 관련해 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재빨리 끼어들어 “난 그들이 우리 농산물을 사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므누신 장관은 “혼란은 없었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 농산물을 사기를 원한다. 중국은 농산물 구매를 약속했고, 그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농산물 대량 구매를 약속했고,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시카고 곡물 거래 관계자는 중국이 23일 미국산 대두 10척 분량 약 60만톤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대두는 10월부터 12월 사이 퍼시픽 노스웨스트항에서 중국으로 선적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므누신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우리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려는 좋은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중국 대표단의 농장 방문이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어서 무역회담 후에 일정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또 류허 중국 부총리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 대표가 2주 후에 무역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는 아니고 그 다음주에 우리는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문제, 무역협상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안보문제 연계, 이란과의 협상 조건 문제 등에서 므누신 장관을 여러 차례 공개 반박한 적이 있다고 CNBC가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제작자유화·외화 직배·비디오 흥행… 영화산업 패러다임 바뀐 90년대

    제작자유화·외화 직배·비디오 흥행… 영화산업 패러다임 바뀐 90년대

    1990년대는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약이 진행되던 시기다. 영화 역시 중요한 산업이라는 인식이 힘을 받았고, 새로운 세대들이 등장해 완성도 높은 상업영화를 만들기 위해 주력했으며, 젊은 관객들은 해묵은 ‘방화’의 외피를 벗은 한국영화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러한 긍정적인 에너지들은 2000년대 한국영화가 르네상스의 시기로 진입하는 기반이 됐다. 1990년대 한국영화가 이전의 제작 방식과는 결별하는 두 가지 결정적인 순간을 ‘결혼이야기’(1992)와 ‘쉬리’(1998)가 만들어냈다. 두 영화는 각각 ‘기획영화’의 효시, 그리고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연재는 우선 1990년대 한국영화가 ‘기획영화’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통해 어떤 산업적 변화를 만들어갔는지 살펴본다.●위기가 기회로, ‘기획영화’의 등장 1990년대 초입 한국영화계는 변화의 기로에서 요동쳤다.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투쟁의 강도를 높여갔지만, 외화 직배로 상징되는 글로벌 기업의 시장 진입은 한국영화가 산업화의 길을 택하면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1989년 110편, 1990년 111편, 1991년 121편, 1992년 96편 제작된 한국영화는 1990년대 중반 들어 60편대로 제작편수가 줄었고, 한국영화 점유율 역시 1990년 28.7%에서 1993년 15.4%로 준 이후 1994년부터 힘들게 20%대를 회복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할리우드 직배 영화가 보여준 흥행 파워는 시장 개방의 결과를 명백히 보여줬다. 상영 외화 중 직배 비중은 15% 내외였지만, 동원 관객수로 치면 50%를 훨씬 넘겼기 때문이다. 지방 흥행사라는 전통적인 흥행 자본과 연계한 기존 영화사들도 당연히 한국영화 제작보다 외화 수입에 열중했다. 이때 두 가지 요인이 한국영화 판을 새로 짜는 기반이 되었다. 바로 제5차 개정영화법(1985년)과 제6차 개정영화법(1986년)으로 열린 제작자유화와 외국영화사의 국내 진출이다. 특히 비디오 시장은 극장 흥행 외에도 수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파라마운트와 유니버설이 합자한 비디오 회사 CIC가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자, 비디오 판권 확보에 다급해진 삼성 등 대기업들이 직접 투자 방식으로 영화 제작에 뛰어든 것이다. 이때 제작자유화 조치로 생겨난 신생 영화사들이 제작 주체로 나섰다. 1980년대 후반 대다수 프로덕션들이 비디오용 에로티시즘 영화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1990년대 초반 영화 기획과 마케팅 영역의 중요성을 입증한 제작사들이 속속 등장한 것은 제도의 변화가 가져온 순기능이었다.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했고, 대통령 연례보고에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 공원’(1993) 한 편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자동차 150만대의 판매수익과 맞먹는다는 보고가 올라가면서 영화는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과거 ‘흥행업’으로 비하받던 충무로 영화산업이 혁신적인 변화를 맞이한 계기는 비디오와 케이블TV 프로그램이라는 창구 효과(window effect)를 기대한 대기업이 속속 영화산업에 진출하면서다. 지방흥행업자의 돈을 모아 영화를 만들던 방식에서 면밀한 기획을 거치고 대기업의 결재 라인을 통해 자금이 집행되는 제작 환경으로 바뀐다. 정부도 이제까지 서비스산업으로 분류해온 영화산업을 ‘제조업 지원 서비스산업’으로 새로 규정하고, 일반 제조업 수준의 세제·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맞물린 게 바로 ‘기획영화’라는 새로운 제작 방식이다. 제작자유화 물결을 타고 1980년대 후반 영화판에 들어온 젊은 기획자들은 비디오 판권 형식으로 대기업 투자를 이끌어내며 한국영화가 산업화의 길로 들어서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다. 그 시작은 1992년 신씨네(대표 신철)의 기획으로 익영영화사가 지방배급업자와 삼성으로부터 제작비를 투자받아 만든 ‘결혼이야기’(김의석)다. 영화는 서울에서만 52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흥행 1위를 차지했고, 한국영화의 ‘산업’적 모델을 제시했다. 현대 한국영화의 특징을 특유의 완성도 높은 상업영화로 정의할 수 있다면, 바로 이 영화가 출발점일 것이다.●‘기획영화’를 일군 사람들 이처럼 영화산업의 판도를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결혼이야기’는 어떻게 젊은 관객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영화관으로 불러 모을 수 있었을까. 신씨네는 10여 쌍의 신혼부부를 밀착 인터뷰해 새로운 세대의 사고방식과 결혼 생활의 디테일한 에피소드들을 시나리오에 녹여냈고, 이는 할리우드 영화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가 한국 것으로 토착화되는 데 일조했다. 원룸형 주거 공간 등 신세대 라이프스타일을 포착한 영화 미술뿐만 아니라, 지금의 간접광고(PPL)처럼 투자 기업의 가전 일체를 화면 속에 배치한 것도 도시적 감수성을 만들어내는 데 주효했다. 그간 에로티시즘 영화에서 관음증적 시각으로 묘사되던 ‘성’은 신혼부부의 일상을 통해 당당히 전면으로 나섰고, 세련된 유머까지 덧입혀져 대중의 감성과 정확히 조우했다. 당시 홍보실장을 맡았던 심재명의 “잘까 말까 끌까 할까” 같은 재치 있는 카피도 관객 동원에 큰 몫을 했다. 감독의 감성보다는 기획자의 이성으로 제작된 예술적 접근보다는 관객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완성도 높은 상업영화를 지향한 기획영화는 영화계의 판도를 바꿔나갔다. 특히 기획영화의 관객 전략은 20대 중후반 여성을 핵심 관객층으로 설정했고, 이 계층을 포함한 젊은 관객들은 “한국영화인데도 굉장히 재밌다”며 열정적으로 화답했다. 현재의 젊은 관객들로서는 ‘한국영화는 재미없는 영화’라는 기획영화 이전 평가가 오히려 생소할 것이다. 늘 한쪽으로는 예술영화 강박에 시달렸던 충무로의 감독들도 떳떳하게 대중적 상업영화로서의 완성도를 고민할 수 있게 되었고, 화면의 ‘때깔’도 할리우드 영화의 만듦새에 익숙해진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점점 좋아졌다.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유럽 예술영화로 영화적 감각을 단련해 온 ‘영화 청년들’ 역시 새로운 한국영화를 꿈꾸며 충무로로 모여들었다. 바야흐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판이 형성된 것이다.‘결혼이야기’가 남긴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철, 유인택, 오정완, 심재명 등이 이 영화를 통해 배출됐고, 신씨네가 대우의 투자를 받아 직접 제작한 ‘미스터 맘마’(강우석, 1992)를 통해서 차승재, 김선아, 김무령 등이 활동을 시작했다. 젊은 감각의 기획자, 프로듀서의 등장은 1990년대 중반 새로운 영화사의 설립으로 이어졌고, 투자와 제작이 분리된 프로듀서 시스템이 정착되는 계기가 됐다. 강우석이 주축이 된 ‘시네마서비스’, ‘기획시대’가 통합된 이춘연·유인택 공동 체제의 ‘씨네2000’, 차승재의 ‘우노필름’, 심재명·이은의 ‘명필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강우석이라는 존재를 주목해야 한다. 그는 영화감독, 제작자, 투자배급사 대표 그리고 극장주 등 199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줄곧 충무로 파워맨 1위 자리를 지켜온 인물이다. ‘달콤한 신부들’(1988)로 감독 데뷔한 강우석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로 충무로에 이름을 알린 후, 7번째 연출작인 ‘미스터 맘마’의 흥행 성공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강우석 프로덕션을 설립해 직접 영화제작에 착수했는데, 바로 한국영화의 흥행력을 증명한 ‘투캅스’(1993·1994년 한국영화 흥행 1위)이다. 1995년 제작, 투자, 배급을 일원화한 충무로 영화인 기반의 첫 메이저영화사 시네마서비스를 출범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지키며 저력을 과시했다. ‘대중의 심리를 정확하게 읽고 스크린에 끄집어내는’ 연출자로서의 타고난 능력과, 빠른 결정과 강한 추진력으로 성공적인 투자를 이끄는 승부사로서의 기질을 두루 갖춘 강우석은 2003년 ‘실미도’로 한국영화 천만 관객 시대를 연 장본인이 되었다.●1990년대 장르 공식, 로맨틱 코미디·코믹 액션 ‘결혼이야기’ 흥행 성공에 힘입어 한국영화는 음습하고 어두운 에로티시즘을 벗어나 발랄하고 세련된 로맨틱 코미디의 공간으로 진입했다. 로맨스와 코미디의 합성어인 로맨틱 코미디는 연애담이 중심으로 삼는 할리우드의 대표 장르다. 특히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1989)가 한국에서 성공한 것이 로맨틱 코미디 제작 붐에 일조했다. 1990년대 초중반 흥행 시장을 압도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이후 한국영화의 특징적 경향인 캐릭터 중심의 영화를 이끌었다. 대체로 고학력의 전문직 여성과 가부장적 의식이 남아 있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이들이 티격태격하는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이야기 방식은 1992년 ‘미스터 맘마’(강우석), ‘아래층 여자와 위층 남자’(신승수), 1993년 ‘그 여자 그 남자’(김의석), ‘가슴 달린 남자’(신승수), ‘사랑하고 싶은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유동훈), 1994년 ‘마누라 죽이기’(강우석), 1995년 ‘닥터봉’(이광훈) 등으로 재차 반복됐다. 로맨틱 코미디가 보여준 경쾌한 이야기 전개와 마치 광고를 보는 듯한 깔끔한 영상은 20대 젊은 관객이 한국 대중영화를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장르의 힘이 늘 그렇듯 로맨틱 코미디는 1990년대 중반 ‘닥터봉’을 정점으로 시들해졌고, 복고풍 정서 혹은 신세대의 감수성을 담은 멜로드라마로 흥행의 기운이 옮겨갔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대중적 멜로드라마 ‘고스트맘마’(한지승, 1996), ‘편지’(이정국, 1997), ‘약속’(김유진, 1998) 등이 전자의 경향이라면, 후자는 도시적 감수성으로 관객과 소통한 ‘접속’(장윤현, 1997)과 절제의 미학을 보여준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 1998), 정적인 미장센이 돋보인 ‘정사’(이재용, 1998)를 들 수 있다. 한편 전통의 액션영화 장르는 임권택의 ‘장군의 아들’(1990)로 복권했다. 이 영화는 단성사 단관 개봉으로만 67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 1977년 ‘겨울여자’가 달성한 59만 기록을 14년 만에 경신했다. 젊은 감독들은 새로운 감각의 액션영화를 선보였다. ‘걸어서 하늘까지’(1992)로 데뷔한 장현수는 ‘게임의 법칙’(1994), ‘본투킬’(1996)을, ‘런어웨이’(1995)로 데뷔한 김성수는 홍콩 누아르 스타일을 청춘·성장영화 속으로 흡수한 ‘비트’(1997)로 신세대의 감수성과 접속했다. 로맨틱 코미디가 멜로드라마의 가지치기 장르이듯 액션영화 역시 코미디 혹은 멜로드라마와 결합해 ‘코믹 액션’, ‘남성·액션 멜로’로 진화했다. 1994년 ‘투캅스’의 흥행 성공이 코믹 액션 장르 붐을 일궜다면 1998년 ‘남자의 향기’(장현수), ‘태양은 없다’(김성수) 등은 액션과 결합한 남성 멜로를 내세웠다. 한편 송능한의 ‘넘버3’(1997)는 액션 장르를 풍자적 감각으로 변형시키며 ‘코믹 액션’ 장르의 의미 있는 성취를 이뤘다. 이 영화는 2001년 개봉한 ‘조폭마누라’(조진규), ‘달마야 놀자’(박철관), ‘두사부일체’(윤제균) 등 이른바 2000년대 ‘조폭 코미디’의 원조가 되기도 했다.1990년대 중반 새로운 세대가 주도한 영화계는 한국영화도 외화만큼 볼만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만들어냈다. 멜로, 액션, 코미디 3대 장르에 머물던 한국영화는 컴퓨터그래픽을 성공적으로 드라마에 녹인 판타지 영화 ‘은행나무침대’(강제규, 1996), 청소년 영화 장르에 여름 시즌 귀신이야기를 부활시킨 ‘여고괴담’(박기형, 1998), ‘코믹잔혹극’을 표방한 블랙 코미디 ‘조용한 가족’(김지운, 1998) 등 다양한 장르로 만개했다. 산업의 성장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는 상업주의적 영역의 확대뿐만 아니라 예술로서의 영화에 대한 관심까지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을 다룰 다음 연재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양적 성장의 정점뿐만 아니라, 1990년대 작가주의 감독군 그리고 영화문화의 형성 등을 살펴볼 것이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젊은 사람들의 배우자 조건…외모·재력보다 ‘다정함’ 중시” (연구)

    “젊은 사람들의 배우자 조건…외모·재력보다 ‘다정함’ 중시” (연구)

    젊은이들은 자신과 오랜 기간 함께 할 연인이 다정한 사람이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스완지대 연구진이 세계 59개국 2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자료를 분석해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이들 참가자에게 평생 함께할 배우자가 지니고 있길 바라는 부분을 한정된 예산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가정에 따라 이상형을 만들도록 했다. 그 결과, 젊은이들이 배우자에게 가장 먼저 바라는 특성은 신체 매력(외모)이나 재정 전망(재력)이 아니라 다정함(Kindness)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그리고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 그리고 영국과 노르웨이 그리고 호주 같은 서구 국가의 학생들이 선호하는 배우자상을 비교한 것이다. 이들 학생은 한정된 예산으로, 신체 매력과 재정 전망, 다정(친절), 유머, 순결, 종교, 자녀 계획 그리고 창의성이라는 특성 8가지 중에서 우선시하는 부분 몇 가지를 순서대로 선택해야 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이들 학생을 동양과 서양 문화권이라는 두 가지 그룹으로 크게 분류했는데 두 그룹의 학생들은 결과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였지만, 상당히 비슷한 특성을 보였다. 우선 이들 참가자는 대부분 전체 예산 중 가장 많은 22~26%를 다정함에 투자했고, 나머지 중 일정 부분을 신체 매력과 재정 전망에 배정했다. 반면 창의성이나 순결과 같은 특성에는 10% 미만을 썼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남녀에 따라서도 몇 가지 흥미로운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신체 매력에 전체 예산의 22%를 사용했다. 이는 예산의 16%를 쓴 여성보다 6% 높은 것이다. 반면 여성은 재정 전망에 예산의 18%를 사용해 신체 매력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는 예산의 12%를 쓴 남성보다 6% 높은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에 주저자로 참여한 앤드루 토머스 박사는 문화 전반에 배우자 선호도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퍼스낼리티’(Journal of Personality) 최신호(8일자)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마동석·김상중·김아중·장기용, “거침없이 때려잡는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마동석·김상중·김아중·장기용, “거침없이 때려잡는다”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흥행 중인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통쾌 포인트 BIG 3를 공개했다. 사상 초유의 호송차량 탈주 사건이 발생하고, 사라진 최악의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다시 한 번 뭉친 나쁜 녀석들의 거침없는 활약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감독 손용호)가 지난 11일 개봉 이후 개봉 첫 주 전체 박스오피스 1위, 개봉 7일 만에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관객들을 사로잡은 통쾌 포인트 3가지를 공개했다. #1.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범죄자 때려잡는 ‘박웅철’표 통쾌한 액션! 첫 번째 통쾌 포인트는 나쁜 녀석들의 전설의 주먹 박웅철(마동석 분)이 범죄자들을 때려잡는 액션이다. 2014년 원작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다가도 의외의 귀여운 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박웅철 캐릭터는 한층 유머러스한 입담과 업그레이드된 액션으로 무장해 5년 만에 스크린으로 귀환했다. 이번 영화에서 박웅철은 특수범죄수사과 해체 이후 복역하던 중 오구탁(김상중 분)의 제안을 받고 호송차량 탈주 사건 해결에 나선다. 극 초반부터 강렬하게 몰아치는 원테이크 액션을 선보이며 다수의 조직원을 단숨에 제압하는 것은 물론, 맨주먹으로 문을 부수고 타격 한 방에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등 특유의 거센 힘과 강철 주먹으로 강력 범죄자들을 응징한다. 이처럼 박웅철이 나쁜 녀석들의 행동 대장으로서 범죄자 검거에 앞장서 악을 소탕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2. 막힌 속 시원하게 뚫어주는 ‘오구탁’의 사이다 활약! 나쁜 녀석들의 설계자 오구탁이 강력 범죄자들에게 날리는 촌철살인 명대사 역시 주목할만하다. 오구탁은 범죄자라면 지위와 상관없이 잡아들이는 인물로, 원작 드라마에서 핵심 캐릭터로 활약하며 방영 당시 매회 울림 있는 명대사를 통해 묵직한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산했다. 부패한 사회를 향한 일갈을 던지던 드라마 속 모습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적재적소에 사이다 명언들을 터뜨린다. “제발 예의 좀 지키면서 살자”, “남의 돈 갖다가 옷 사 입고 밥 처먹고 술 처먹고 할 거면 최소한 나쁜 짓은 하지 말아야지” 등 악한 이들에게 말 한마디로 일침을 가하며 시원한 한 방을 날리는 것. 특히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아쉬움과 답답함 같은 감정들을 속 시원하게 뚫어줄 것이다”고 전한 김상중의 말처럼, 오구탁의 거침없는 촌철살인 대사들은 현실적인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내고 있다. #3. 4인 4색 통쾌한 녀석들의 거침없는 일망타진! 마지막은 나쁜 녀석들이 범죄자들을 한 번에 소탕하는 검거 액션이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원작 드라마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던 박웅철, 오구탁의 매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감성사기꾼 곽노순(김아중 분)과 독종신입 고유성(장기용 분)을 새롭게 합류시켜 신선한 재미를 담아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네 명의 캐릭터들이 한 팀이 되어 보여주는 케미와 액션들은 영화의 통쾌함을 배가시킨다. 특히, 나쁜 녀석들의 거침없는 일망타진이 이루어지는 결정적 장면은 바로 물류창고에서 벌어지는 영화 후반부의 클라이맥스 시퀀스다. 이 장면에서 나쁜 녀석들은 곳곳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악당을 상대하기 위해 층마다 나뉘어 각기 차별화된 액션을 선보인다. 맨주먹으로 수십 명과 대결을 펼치는 박웅철부터 원샷원킬로 적을 제압하는 오구탁, 날렵한 움직임과 순간의 재치를 발휘하는 곽노순, 좀비 근성의 독기 액션으로 무장한 ‘고유성’까지. 캐릭터, 장소 별로 색다른 액션들과 역대급 팀플레이를 맛보는 재미는 물론, 각종 범죄를 일삼던 이들을 모조리 검거하는 일망타진 장면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그 어느 때보다 짜릿함을 안겨준다. 통쾌 포인트 BIG 3를 공개하며 뜨거운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범죄 오락 액션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트럼프, 코키 로버츠 별세 소식에 “날 좋게 다룬 적이 없었다”

    트럼프, 코키 로버츠 별세 소식에 “날 좋게 다룬 적이 없었다”

    “그녀를 만난 적이 없다. 그녀는 날 좋게 다룬 적도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지상파 ABC·CBS 방송과 공영 라디오 NPR 등에서 앵커우먼·해설위원 등으로 활약한 여성 원로 언론인 코키 로버츠가 17일(이하 현지시간) 7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뱉은 한마디다. 로버츠의 가족은 그녀가 유방암 합병증으로 투병해오다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멕시코주 앨버커키를 떠나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에게 “하지만 유족에게 잘 지내라고 기원하고 싶다. 그녀는 프로였고 난 프로를 존중한다. 여러분도 많이 존경한다. 그녀는 진짜 프로다. 날 잘 다룬 적은 없지만 난 분명히 그녀를 프로로 존중한다”고 털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자신을 잘못 다룬 이벤트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은데 야후! 뉴스는 2015년 11월 로버츠가 대통령 선거를 예측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언급하면서 로버츠의 이름을 ‘쿠키’로 잘못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켈리앤느 콘웨이 백악관 고문도 트위터에 “친절했다. 그녀는 동의할 수 없는 일에도 동의하는 척했다. 잘 듣고 조언을 건네고, 참을성과 잠깐 멈출 줄 아는 지혜를 보였고 열심히 일했으며 믿음과 가족을 앞세웠다. 신의 은총 있길, 영면하라”고 애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미셸과 난 별세 소식을 듣고 슬펐다”며 “면도날처럼 날카로웠다. 기자란 직업이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때 젊은 여성의 롤모델이었으며 변화하는 미디어 지형과 세계에 맞서 40여년을 늘 변함 없었으며 유권자들에게 우리 시대의 이슈를 알렸으며 모든 단계의 젊은 언론인에게 멘토 역할을 다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부인도 공동 성명을 통해 “이제 더 이상 코키 로버츠가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다는 점이 무척 슬프다. 고인은 재능있고 터프하며 공정한 기자로 수십년 동안 보도를 해왔다. 그녀의 열정을 존중하고 유머를 감사해 했다. 그녀는 친구가 됐다. 우리는 (아들) 스티브와 자녀들, 손주들이 찢어지는 심경일 것을 알며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코키 로버츠를 무척 좋아했고 존경했다. 그녀는 사람들과 정치를 잘 이해했다. 거의 반세기 가까이 미국 저널리즘에 하나의 기관처럼 자리잡았다. 터프하지만 공정했고, 통찰력이 있었으며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로 일관했다. 그녀가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추모했다. 고인은 1960년대 WNEW, KNBC 등 지역 방송국을 거쳐 40여년 전 ABC 방송에서 ‘데이비드 브랭클리의 디스 위크’에 비평가 패널로 참여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제임스 골드스턴 ABC 뉴스 회장은 “로버츠의 관대함과 사려 깊은 행동, 날카로운 통찰력을 무척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츠는 NPR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었다. NPR은 애도 성명에서 “코키 로버츠는 NPR 탄생의 산파였다. 그녀는 우리 시청자들의 뉴스 읽기를 이끌어왔다”고 추모했다. 로버츠는 의회 담당 특파원으로도 많은 기사를 썼다. 또 뉴욕타임스에서 발행한 여러 베스트셀러의 작가로도 명성을 떨쳤고 세 차례 에미상을 받기도 했다. 저서로는 ‘캐피털 데임즈: 내전과 워싱턴의 여성들’ 등이 있다. 고인은 남편과 현직 기자인 아들 스티븐과 두 명의 다른 자녀, 여섯 명의 손주를 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인종차별 발언’ 美 코미디언, SNL에서 하차

    ‘인종차별 발언’ 美 코미디언, SNL에서 하차

    미국 NBC 인기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가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코미디언을 출연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17일 BBC 등이 보도했다. SNL은 지난 9일 코미디언 셰인 길리스 등 3명의 새로운 배우들이 새 시즌에 합류하게 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중국계로는 처음으로 보웬 양이 정규 캐스팅돼 화제가 됐다. 문제는 길리스가 아시아인들, 특히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인종차별 유머를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불거졌다. 그는 2018년 9월 팟캐스트에 출연해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특정 단어를 썼고, 영어를 배우는 아시아인들을 조롱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 다른 회차에서는 할리우드 프로듀서와 코미디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동성애를 비하하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 때문에 길리스의 고향인 필라델피아의 한 극장은 그를 무대 위에 세우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같은 유머에 대해 “최고의 코미디언이 되려고 노력했던 것이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이같은 노력은 때로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확산됐다. 비판이 대체적이었지만,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경선 후보인 중국계 사업가 앤드류 양은 CNN에 출연해 “인종차별을 겪으면서 많은 상처를 받으며 살았지만, 코미디언으로서 그가 한 말들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SNL은 캐스팅 결정 일주일도 안돼 길리스의 하차를 결정했다. SNL측은 “우리의 쇼는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이 함께하기를 원했으며, 오디션 과정에서 길리스의 뛰어난 재능을 보고 캐스팅을 결정했었다”면서 “그의 과거 발언은 캐스팅 결정 이후에 알게 됐다. 그가 사용한 언어들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가장 성공한 정당서 막장 정당으로… ‘300년 英보수당’의 몰락

    가장 성공한 정당서 막장 정당으로… ‘300년 英보수당’의 몰락

    영국 보수당 의원의 이미지를 떠올리라고 하면 어떤 인물이 머릿속에 그려질까.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9월 첫째주 호에서 이 같은 질문에 유머 감각과 해박한 재정 지식을 갖춘 큰 키(190㎝)의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이나 멋들어지게 시가를 입에 문 재즈 애호가인 켄 클라크 전 재무장관, 윈스턴 처칠의 외손자 니컬러스 솜스 경(卿) 등을 떠올릴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은 더이상 보수당 소속이 아니다. 여의도 정치에서나 볼 법한 초유의 대규모 출당·탈당 사태가 의회 민주주의의 본고장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을 비롯한 보수당 소속 하원 21명은 영국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는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지난 4일 제명됐다. 그 뒤로 탈당 사태가 이어지는 등 브렉시트 논란으로 세계 최장수 정당인 보수당의 미래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1670년대 토리당 전신… 1830년대 현재 당명 1670년대 토리당을 전신으로 하는 보수당은 1830년대 지금의 이름을 쓰기 시작하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변화보다 옛 질서의 보존을 이념으로 하는 정당이 인류 역사가 가장 급변한 근현대기를 관통하며 지속돼 왔다는 것은 세계 정당사의 역설이다. ‘영국은 가끔 노동당에 투표하는 보수주의 국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보수당이 오랫동안 집권했다는 의미다. 영국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보통선거가 처음 실시된 1929년부터 현재까지 90년 동안 배출된 20명의 총리(재임 포함) 가운데 13명이 보수당 소속이었다. 1970년을 기준으로 보수당은 에드워드 히스 총리를 비롯해 마거릿 대처, 존 메이저,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등을 거치며 총 32년간 집권당 자리를 지켰다. 경쟁자 노동당보다 약 14년을 더 집권한 것이다. 기존 체제를 지키는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이지만 사실 영국 역사 속 보수당의 모습은 오히려 이념에 함몰되지 않고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는 저서 ‘정당의 생명력’에서 보수당 역사의 핵심 단어는 ‘생존과 성공’이라며 ▲당내 결속력 ▲유연성 ▲통치에 적합한 정당이라는 이미지 등을 보수당의 성공 요인으로 분석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저서 ‘보수 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에서 보수당의 특징으로 ▲강한 권력 의지 ▲변화를 고집스럽게 거부하지 않는 유연함 ▲외연 확대 등을 꼽았다. 현실의 변화를 수용하는 실용적 노선과 산업혁명 시대 상공업자 계층을 끌어들이는 개방성을 내세워 집권을 이어 갈 수 있었다는 의미다. 보수당의 실용주의적 노선 이면에는 ‘피 튀기는’ 당내 갈등의 역사도 있다. 작가 겸 언론인인 막스 해스팅은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쓴 ‘(보리스) 존슨과 처칠, 그리고 토리당의 파열음’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1940년 5월 노동당이 제출한 체임벌린 내각 불신임 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있었던 보수당 의원들의 ‘반란’을 소개했다. 당시 전시내각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은 보수당 의원 33명이 동조하고, 다른 65명은 기권했음에도 가결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 안팎의 낮은 지지를 확인한 체임벌린은 스스로 퇴임을 결정했고, 이후 처칠이 총리에 오른다. 국가 전체가 뭉쳐야 하는 전시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보수당은 당내 반란도 서슴지 않을 만큼 냉철하면서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이 같은 모습은 출당·탈당 러시가 이어진 현 보수당의 모습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대형 이슈 뒤엔 집권당이 바뀐다 브렉시트가 낳은 ‘영국 정치의 이단아’ 존슨 총리의 등장과 최근 영국 의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보수당이 과연 제대로 명맥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한다.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보수당 내 갈등의 역사와 함께 과거 대형 이슈로 집권당이 바뀌었던 전례를 떠올린다. 유명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는 최근 칼럼에서 이번 사태를 1846년 보수당의 로버트 필 총리가 곡물법 폐지 등 자유무역 의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당이 쪼개졌던 전례에 비유하는 일각의 견해를 소개했다. 당시 필 총리는 값싼 곡물을 수입하기 위해 곡물법을 폐지했지만 이는 토지소유계급의 반발과 극심한 당내 분열을 초래했다. 결국 보수당은 1874년까지 30년 가까이 야당으로 전락하는 패배의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1906년 총선을 전후로 보수당은 관세개혁 이슈로 다시 분열했다. 당시 보호무역이냐, 자유무역이냐를 놓고 싸운 내분은 곡물법 폐지를 둘러싼 갈등의 재연이었다. 결국 보수당은 총선에서 자유당에 대패하며 의석수가 402석에서 157석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역사학자 로버트 톰스는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1846년 곡물법 폐지 사건과 더불어 1885년 아일랜드 자치법안으로 자유당이 분열하며 이후 보수당에 주도권을 뺏긴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정당의) 역사는 예상치 못한 난맥상에서 정치적 분노와 사회경제적 긴장이 고조되고, 정치인과 국민 모두가 자신들의 이익과 정체성에 위협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브렉시트가 만든 ‘막장 드라마’ 현 보수당에서 과거 위기 때마다 발휘됐던 유연함이나 실용주의적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5일에는 존슨 총리의 친동생인 조 존슨 기업부 부장관이 사임하며 브렉시트 혼란 앞에는 핏줄도 소용없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2016년 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뒤 사임했던 캐머런 전 총리는 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가진 타임스와의 13일 인터뷰에서 옥스퍼드대 동문이자 오랜 친구였던 존슨 총리를 향해 “진실을 집에 놔두고 EU 탈퇴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렉시트 사태로 이들의 우정은 완전히 깨졌다. 더불어 ‘보수의 품격’과는 거리가 먼 존슨 총리의 막말과 돌출 행동은 이 같은 난맥상을 더욱 해결 불능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 방지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하고 조기총선 카드는 번번이 무산되는 등 전방위적인 제동에도 존슨 총리는 ‘10월 31일 브렉시트’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특히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식품값과 주유비 상승, 의약품 공급 차질, 대규모 폭등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의 정부 보고서가 지난 11일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지만, 존슨 총리가 이를 귀담아들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가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브렉시트를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의회 민주주의 등 근대적 제도가 가장 먼저 발달한 국가에서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초법적 발상’이 가능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대형 사건 이후 집권당이 바뀌었던 전례가 브렉시트 이후 다시 반복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정치지형의 중대한 변화 가능성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EU 탈출을 위해 창당한 브렉시트당 나이젤 패라지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손을 잡자고 존슨 총리에게 선거 연대를 제안하기까지 했다. 노딜 브렉시트를 완수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브렉시트당이 일부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보수당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2월 창당된 신생정당이 ‘정치적 흥정’을 걸어올 만큼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보수당의 입지가 좁아졌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우파성향 정치블로그 ‘컨서버티브 홈’은 “우리가 알던 보수당은 이제 더이상 없다”고 일갈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꽃파당’ 박지훈, 저장하고 싶은 매력 포인트 셋 [SSEN현장]

    ‘꽃파당’ 박지훈, 저장하고 싶은 매력 포인트 셋 [SSEN현장]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 개업을 앞둔 가운데, 조선 대표 꽃미남 중 한 명인 ‘고영수’ 역을 맡은 박지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는 JTBC 새 월화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하 ‘꽃파당’)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박지훈은 극 중 캐릭터의 성격을 연상케 하듯 배우들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통통 튀는 매력의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박지훈. 그에게 거는 기대가 높은 이유를 짚어 봤다. ▶ 배우들과의 찰떡 궁합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박지훈은 배우들 사이에서 ‘유머 캐릭터’로 통했다. 박지훈은 “촬영장에서 막내이다 보니까 분위기가 조용해지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하는 걸 좋아해서, 많이 웃겨드린 것 같다”고 스스로 분위기 메이커임을 인정했다. 이를 듣던 김민재와 공승연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박지훈은 ‘고영수’ 역을 위해 촬영장에 향수를 뿌리고 가는 노력을 했다고 언급했다. 이를 듣던 변우석은 “박지훈이 향수를 너무 많이 뿌려서 코가 없어지는 느낌이었다”고 서스럼 없이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거리낌 없이 장난치는 이들의 풋풋한 모습은 본 방송에서의 찰떡 케미를 기대하게 했다. ▶ 아역부터 다져 온 탄탄한 연기력박지훈은 워너원으로 데뷔하기에 앞서 아역 배우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드라마 ‘주몽’, ‘왕과 나’, ‘김치 치즈 스마일’, 뮤지컬 ‘라디오 스타’, ‘내 마음의 풍금’ 등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박지훈은 이러한 배우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중앙대학교 연극학부에 들어가기도 했다. 탄탄하게 다져 온 만큼 그의 연기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워너원 출신의 만능 엔터테이너박지훈은 지난 2017년 8월 17일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그룹 워너원 멤버로 발탁됐다. 당시 높은 표를 얻으며 2위에 오른 박지훈은 워너원 활동 이후까지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그는 지난 3월 솔로 앨범 ‘O’CLOCK’을 발매하며 솔로로서의 입지도 굳혔다. 이렇게 연기 이외에도 다재다능한 박지훈이 드라마를 통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JTBC 새 월화드라마 ‘꽃파당’은 여인보다 고운 꽃사내 매파(중매쟁이) 3인방, 사내 같은 억척 처자 개똥이, 그리고 첫사랑을 사수하기 위한 왕이 벌이는 조선 대사기 혼담 프로젝트. ‘열여덟의 순간’ 후속으로 16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위대한 쇼’ 최종회 대본 탈고..송승헌X이선빈 ‘촬영 열일 현장’

    ‘위대한 쇼’ 최종회 대본 탈고..송승헌X이선빈 ‘촬영 열일 현장’

    tvN ‘위대한 쇼’ 송승헌-이선빈-노정의-임주환이 현실에서 더욱 빛나는 위대한 케미 군단 면모를 뽐내며 막바지 촬영장을 빛내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연출 신용휘, 김정욱, 극본 설준석,제작 화이브라더스코리아, 롯데컬처웍스, 기획 스튜디오드래곤)는 전 국회의원 위대한(송승헌 분)이 국회 재 입성을 위해 문제투성이 사남매(노정의, 정준원, 김준, 박예나 분)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벌어지는 이야기. 그런 가운데 송승헌-이선빈-노정의-임주환 등 위대한 군단이 얼마 남지 않은 막바지 촬영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위대한 쇼’를 향한 시청자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무한 열정을 쏟아내고 있는 것. 특히 촬영 기간 동안 동고동락하며 돈독해진 위대한 군단의 친밀한 동료애로 현장에서는 핵꿀웃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촬영 막바지를 향해가는 아쉬움을 달래듯 배우들은 카메라 불이 꺼질 때마다 기념샷을 찍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송승헌은 ‘위대한 쇼’ 현장에서 특유의 유머러스한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업 시키는 일등공신. 항상 훈훈한 꿀미소로 장난을 치며 긴장을 누그러뜨려 주는 등 보는 이들을 절로 미소 짓게 한다. 이선빈은 넘사벽 핵인싸 본능으로 반전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송승헌-노정의와의 촬영 도중 독창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보는 이의 웃음보를 터트리게 하는 등 해피 활력소를 안기고 있다. ‘귀요미 막내’ 노정의는 장소불문 해맑은 미소로 깜찍한 애교를 발산하고 있다. 송승헌-이선빈 너머로 천진난만한 웃음과 앙증맞은 꽃받침 포즈를 취하며 화사한 자태를 선사했다. 임주환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대본을 탐독하는 열공 남신으로 스태프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바. 특히 ‘컷’ 소리와 동시에 시원하고 청량한 웃음을 선사, 현장의 분위기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tvN ‘위대한 쇼’ 제작진은 “최근 최종회까지 전 대본을 탈고했다”고 운을 뗀 뒤 “처음부터 사전 제작으로 진행된 만큼 차주에 모든 촬영이 종료될 예정이다.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에게 흥미진진하면서 쫄깃한 재미를 선사하고자 매회 종편과 내부 시사를 진행, 탄탄하게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송승헌-이선빈-노정의-임주환 등 배우들 또한 촬영장에서 폭발적인 열정과 노력을 끊임없이 발산하며 임팩트 있는 장면을 탄생시키고 있다”며 “위대한 군단의 행복하고 훈훈한 기운이 고스란히 묻어날 대국민 가족 코스프레 ‘위대한 쇼’ 본 방송을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 7회는 오는 9월 16일 월요일 밤 9시 30분 tvN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베스트셀러] 어린이 독자 파워 무섭네

    [베스트셀러] 어린이 독자 파워 무섭네

    유튜브 콘텐츠 만화 ‘흔한남매2’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교보문고가 12일 온·오프라인 도서 판매량을 집계해 발표한 9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어린이 독자의 영향력이 두드러졌다. ‘흔한남매2’와 함께 어린이 만화인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8’도 종합 6위에 올랐다. 어린이 독자의 팬덤은 부모 독자의 구매력으로 연결돼 판매 비중에서는 40대 독자의 구매가 막강했다. 김현정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은 “유머러스한 콘텐츠로 133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크리에이터 ‘흔한 남매’는 애독자층이 두터워 새로운 시리즈가 출간 될 때마다 반응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위는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로 지난주보다 한계단 내려간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톰 오브라이언의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4위는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다. 1. 흔한남매2(흔한남매·아이세움) 2. 90년생이 온다(임홍택·웨일북) 3.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톰 오브라이언·브론스테인) 4. 여행의 이유(김영하·문학동네) 5. 설민석의 삼국지2(설민석, 세계사) 6.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8(트롤·미래엔아이세움) 7. 직지1(김진명·쌤앤파커스) 8. 유럽 도시 기행1(유시민·생각의길) 9. 반일 종족주의(이영훈·김낙년·김용삼·주익종·정안기·이우연, 미래사) 10.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북캉스 에디션)(김수현·마음의숲)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소상공인, 금천을 믿으셔야 합니다”… 역량강화 아카데미 운영

    “소상공인, 금천을 믿으셔야 합니다”… 역량강화 아카데미 운영

    서울 금천구가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골목상권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금천구는 오는 19일부터 11월 7일까지 지역 내 소상공인 및 예비 창업자 등 주민 50여명을 대상으로 ‘제20기 소상공인 리더스아카데미’를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구청 지하1층 다목적실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모두 8회에 걸쳐 강의를 진행한다. 커리큘럼은 소상공인을 위한 법령 해설, 개정 상가법, 필수 노동법, 디지털 마케팅 전략, 창업 핵심 노하우, 매출 증대 전략, 유머 경영, 고객감동과 스마일 마케팅 등으로 구성된다. 교육을 이수하면 수료증과 함께 다양한 소상공인 활성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사단법인 금천구소기업소상공인회 회원 자격을 부여한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관내 소상공인과 예비창업자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선착순 50명 모집이다. 신청서 등 구비서류를 지참해 독산동 금천구소기업소상공인회로 방문하면 된다. 유성훈(사진) 금천구청장은 “지역경제의 뿌리를 이루는 소상공인들이 경쟁력을 키워야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골목상권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사업들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와 금천구소기업소상공인회가 주관하는 ‘금천구 소상공인 리더스아카데미’는 2010년 시작해 매년 7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해 현재까지 모두 800여명에게 소상공인 역량강화 교육을 제공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추석 극장가 흥행 이끌 한국영화 삼두마차는

    추석 극장가 흥행 이끌 한국영화 삼두마차는

    올 추석 극장가에는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이하 타자 3),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나쁜녀석들: 더 무비’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2년 ‘광해,왕이 된 남자’, 2013년 ‘관상’, 2016년 ‘밀정’처럼 추석 흥행의 영광을 이어갈 작품이 나올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0일 오후 3시 30분 기준 ‘타짜 3’이 예매율 31.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나쁜 녀석들’과 ‘힘을 내요’는 각각 28.7%와 18.4%로 2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석 개봉작 최초로 천만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2012년 추석 연휴 3일간 182만7801명이 봤고, 개천절 징검다리 연휴까지 총 6일 간 306만9376명 관객이 들었다. 올 추석은 주말을 합하면 연휴 기간이 4일이다. 게다가 추석에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2016년 소폭 감소했지만 최근 10년 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허영만 작가의 ‘타짜’ 시리즈 가운데 3부 ‘원 와이드 잭’을 각색한 ‘타짜3’은 청년문제를 독창적으로 풀어낸 저예산 장편 ‘돌연변이’의 권오광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자신의 아버지가 전설적인 타짜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자란 주인공 도일출을 박정민이 연기했다. 권 감독은 “포커를 모르는 관객도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심리 묘사에 집중했다”고 밝혔다.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인 점과 기존 ‘타짜’ 팬층의 기대를 넘어서야 하는 점은 걸림돌이다. ‘타짜’ 최동훈 감독은 “서스펜스와 유머가 가득하다”고 평했다. ‘타짜-신의 손’ 강형철 감독은 “다채로운 캐릭터가 넘쳐나는 추석 선물 세트 같은 영화”라고 ‘타짜 3’에 만족감을 표했다. ‘나쁜 녀석들:더 무비’는 액션 영화다. 케이블 채널 OCN 동명 드라마의 확장판이다.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잡는다’는 원작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왔다. 대신, 규모를 키우고 이야기를 달리했다. 연출을 맡은 손용호 감독은 지난 4일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다만, ‘타짜’와 마찬가지로 원작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넘어야 하는 것이 숙제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가족 영화다. 어수룩한 아버지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어린 딸이 대구 여행을 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다. 영화는 2003년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계벽 감독의 전작 ‘럭키’(전국 관객 697만명)도 ‘웃픈’ 영화였다. 블라인드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은 차승원의 코믹 연기에 웃다가 진한 부성애 연기에 울었다.올여름 극장가는 조용했다. 해마다 여름이면 ‘빅4’ 배급사가 경쟁하듯 내놓는 텐트폴무비가 ‘엑시트(CJ엔터테인먼트)’ 하나였다. 추석을 피해 여름 개봉을 택한 ‘나라말싸미’, ‘봉오동 전투’는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이번 추석영화 3편은 규모나 화제성 면에서 예년보다 못한 편”이라고 말했다. 3편의 개봉작이 부진했던 여름 성적을 만회하고 추석 극장가 흥행을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날 녹여주오’ 윤세아, 냉철 앵커 변신 ‘삼시세끼’ 털털 모습 어디로?

    ‘날 녹여주오’ 윤세아, 냉철 앵커 변신 ‘삼시세끼’ 털털 모습 어디로?

    ‘삼시세끼’에서 털털한 ‘인간 윤세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윤세아가 본업인 배우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변신한다. tvN 제작진은 9일 tvN 새 주말드라마 ‘날 녹여주오’(극본 백미경·연출 신우철)에 출연하는 윤세아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날 녹여주오’는 24시간 냉동 인간 프로젝트에 참여한 남녀가 미스터리한 음모로 인해 20년 후 깨어나면서 맞이하는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윤세아는 20년 전, 연인이었던 스타 PD 마동찬(지창욱 분)이 사라지고 심장이 얼어붙어 버린 냉철한 방송국 보도국장 나하영 역을 맡았다. 윤세아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있는 냉동인간이라는 소재가 참신했다. 이러한 소재가 인물들의 삶에 녹아드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이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대본에 끌렸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극 중 나하영은 사라졌던 연인 마동찬이 20년 만에 과거 모습 그대로 나타나는 상황을 마주한다. 윤세아는 “동찬의 등장으로 인해 지난 20년간 여러 가지 갈등 속에서 잊고 살았던 사랑이란 감정이 되살아나게 된다. 20년 동안 혼자 성숙해진 하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애써 웃어넘기며 외면했던 감정들을 다시 꺼내서 인정하고 정화시키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윤세아는 보도국장 역을 위해 이금희, 김호정 아나운서의 조언을 받고 캐릭터를 연구했다. 스타일링 또한 노력했다는 그는 “노련한 보도국장답게 최대한 절제하고 단정한 룩으로 좀 더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화려함을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윤세아는 “평소 흠모하던 백미경 작가님과 믿음직한 신우철 감독님, 그리고 좋아하는 배우분들, 스태프분들과 손발을 맞추게 돼 많이 설레고 행복하다”며 “모두 열심히 준비해오고, 집중하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현장이다. 지치지 않는 이 뜨거움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기길 기대하며 시청자 여러분들도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날 녹여주오’는 ‘아스달 연대기 파트3’ 후속으로 오는 29일 오후 9시에 첫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은 짚신에나 쓰세요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은 짚신에나 쓰세요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게 아니라/이주윤 지음/한빛비즈/312쪽/1만 4000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뉴스가 온통 세상을 도배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풀리기만 하는 뉴스들 그 사이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쏟아낸 시대착오적 발언이 눈에 밟힌다. 그 의원은 미혼인 후보자를 향해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병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면서 “출산만 했으면 100점”이라고 스스로 묻고 답했다. 이 말 끝에 그는 “본인 출세도 좋지만, 국가 발전에도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주윤 작가는 저서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에서 대한민국 30대 여성이면 귀에 달고 다는 “시집가라”는 말의 의미를 진중하게 살핀다. 우선 딸 가진 아빠들에게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아빠는 유통기한 삼십 년짜리 딸을 왜 낳았을까. (중략)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나를 보내버리려고 그렇게 애써 키웠을까. 서른이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함께해야 할 사람을 갑자기 데려오라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일까.” 명절이 되면 집안 어른들도 한소리씩 한다. 인생 잠깐이고, 사람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함께하고픈 사람을 아직 못 만났다”는 데도, 다 걱정해서 해주는 말이라며 막무가내다. 이 작가는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 들을까 꼭꼭 감춰뒀던 이야기를 이제는 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언짢을까 봐, 그런 그가 우리를 헐뜯을까 봐, 결국에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봐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속 시원하게 하자는 게다. 단지 그들의 이야기가 더는 듣기 싫어서가 아니다. “세상을 좀 살아보니 남보다는 내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저 스스로가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밝혀도 괜찮다는 걸 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은 것이다. 그러니 자책할 필요 없다. 우리는 정말 잘살고 있으니까.” 등 떠밀려서 결혼할 이유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 글만 읽으면 책은 까칠한 글 모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결혼하지 않은 모든 동지들(?)에게만큼은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결혼을 해서 남들처럼 살고 싶지만 결혼하고 싶었던 남자들이 나와 결혼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유머 섞인 말들도 그렇고, 한동안 사귄 혹은 앞으로 사귀게 될지 모르는 남자들에게 미리 사과문을 쓴 것도 미소를 머금게 한다. 결혼, 중요한 일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국가 발전 운운하며 누군가에게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일은 온당한 일은 아니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은 이제 짚신에나 쓰면 될 말이다.
  • ‘얼굴없는 예술가’ 뱅크시의 중고 트럭 경매…최고 24억원

    ‘얼굴없는 예술가’ 뱅크시의 중고 트럭 경매…최고 24억원

    세계적인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그림이 담긴 중고 트럭이 경매에 나온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등 해외 주요언론은 뱅크시의 작품이 그려진 볼보 FL6트럭이 오는 14일 영국 경매회사 본햄즈가 주관하는 경매에 나온다고 보도했다. 1988년 제작돼 사실 차량 자체로는 금전적 가치가 없는 이 중고 트럭은 놀랍게도 130만~200만 달러(16~24억원)의 가치가 매겨졌다. 이유는 차량 전체가 뱅크시가 그린 그라피티로 가득차 있기 때문. 지난 2000년 뱅크시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이 그라피티는 대포로부터 도망치는 한 무리의 군사와 원숭이 등이 그려져있다. 본햄즈 측은 "뱅크시가 노동자의 차량을 빈 캔버스로 삼아, 스프레이 페인트로 특유의 풍자와 유머를 담아냈다"면서 "뱅크시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큰 편에 속하며 노동자의 트럭이 페라리와 비슷한 가격에 팔릴 수 있다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다"고 밝혔다.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6년에도 이와 유사한 뱅크시의 작품이 경매에 나와 낙찰됐다. 경찰특공대인 SWAT팀의 차량을 뱅크시 특유의 해학으로 덧칠한 이 트럭은 당시 약 26만 달러에 낙찰됐다.     한편 일명 ‘얼굴 없는 화가’로 전 세계에 알려진 뱅크시는 도시의 거리와 건물에 벽화를 그리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그의 작품은 전쟁과 아동 빈곤, 환경 등을 풍자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그렸다 하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만큼 영향력이 크다. 특히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로도 유명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여왕 얼굴 몰라본 관광객들, 여왕이 그들을 골려먹은 방법

    여왕 얼굴 몰라본 관광객들, 여왕이 그들을 골려먹은 방법

    어느날 스코틀랜드의 발모랄 성을 찾은 미국인 관광객들이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여인과 마주쳤다. 물색 모르는 모르는 관광객들은 평범한 순모 코트를 걸친 여인에게 물었다. “여기 사세요?” 그녀가 근처에 집을 하나 갖고 있다고 답하자 관광객들은 여왕님을 만난 적은 있느냐고 물었다. 여인은 아니라고 답한 뒤 동행하던 남자를 가리키며 “그는 만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 길로 두 사람과 관광객들은 헤어졌다. 바보들 같으니, 그 여인이 바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었다. 그녀 재산은 널리 알려진 대로 이곳 발모랄 성과 샌드링햄 에스테이트 등 5억 파운드(약 7374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버킹엄 궁전과 같은 왕실 자산 대부분은 크라운 에스테이트에 묶여 있어 이것마저 여왕의 자산으로 평가한다면 250억 파운드(약 36조 8722억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 순자산만 평가해도 세계에서 2000 몇번 째 부호에 손꼽히는 여왕이 얼마나 소탈한 면모에 유머까지 갖췄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일화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일(이하 현지시간) 소개했다. 동행해 이 얘기를 들려준 남자는 전직 경호 책임자 리처드 그리핀이었다. 야후! 라이프스타일의 델리시 닷컴은 그리핀이 얼마나 웃음을 참느라 힘들어 했을지 짐작도 못하겠다며 어떻게 관광객들이 여왕의 얼굴도 못 알아보느냐고 타박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누리꾼들은 관광객들이 알아보지 못하는데도 화를 내거나 서운해 하지 않고 여유있게 유머를 구사한 여왕의 품격에 반했다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나아가 지난달 30일 미국 연예 잡지 피플은 몇년 전 여왕이 호주를 방문했을 때 현지 학생들로부터 손을 연신 흔들어대는 기계를 선물한다고 장난을 쳤는데 여왕이 이를 진지하게 믿는 것처럼 굴었다고 소개했다. 딸 앤 공주는 “그들이 건넨 선물은 그냥 목재 레버 위에 장갑을 끼워놓은 것이었고, 레버 끝을 조작해 왔다갔다 하게 만든 조악한 것이었다. 난 그애들이 장난친다는 것을 대번에 알겠는데 폐하께서는 너무 즐거워하셨다”고 말했다. 사실 앞의 그리핀이 전한 일화도 피플 보도를 접하고서 떠올린 것이었다고 델리시 닷컴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핸드폰 없던 시절의 사랑…아날로그 청년을 만나다

    핸드폰 없던 시절의 사랑…아날로그 청년을 만나다

    “‘서른 즈음에’랑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요.” 현재 나의 상태를 표현하는 노래에 대한 답변, 가히 ‘애늙은이’다운 대답이었다. 지난 22일 아직은 더운 늦여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배우 정해인(31)은 직접 고른 네이비색 정장 차림이었다. 재킷도 벗지 않고 넥타이를 핀까지 꼽아 반듯이 맸다. 인터뷰 때 정장을 고수하는 건 어느덧 그의 스타일이 됐다. “(정장을) 좋아하기도 하고 편해요. 또 옷을 이렇게 입으면 일에 대한 제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걸 경험해서….” 옛날 사람, 좋게 말하면 ‘레트로’ 나쁘게 말하면 ‘고루’한 느낌이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철저히 레트로 감성이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0여년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인연의 끈을 이어 온 두 남녀, 현우(정해인 분)와 미수(김고은 분)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철저히 우연에 의존해야 하는 만남 속 10대부터 방황을 거듭한 현우의 삶은 위태위태한 구석이 있다. 현우는 이미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청년 정해인’과 닮은 부분이 있다. “제가 했던 모든 작품에 제 모습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주어진 상황, 환경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비슷하고요. 현우나 저나 둘 다 유머러스한 남자는 아니기도 하고요.” 극중 현우는 악조건 속 사랑과 자존감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하는, 진지한 청년이다. 그에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손예진 상대역 ‘국민 연하남’ 이미지가 강력하다. 이번 영화에서는 1975년생 동갑내기의 이야기다. 연하남과 동갑 사이, 연기하는 데 차이가 있을까. “극이 주는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에, 순간순간 캐릭터에 집중할 뿐 일부러 차이를 두진 않죠. 같은 멜로 장르라고 해서 서사와 환경이 똑같지는 않으니까요.”촬영 시점 순으로 ‘밥 누나’ 이후 ‘유열의 음악앨범’, 싱글 대디로 열연한 드라마 ‘봄밤’까지, 쉴 틈 없었던 그가 작품과 배역을 넘나들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그렇게 나왔다”고 했다. “과거에 머물면 새로운 걸 받아들이기엔 용량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전 시나리오도 온전히 제 시간이 주어졌을 때 읽어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 읽으면 그 캐릭터로 시나리오를 읽게 되더라고요.” 김고은과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그가 첫사랑으로 잠깐 등장하면서 만났고, 이번이 두 번째.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나올 때마다 얼마나 반짝이는지 보고 싶었다”던 정지우 감독의 캐스팅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 있다. 엎드려 만화책을 보는 장면에서 미수가 내미는 손에 만화책 대신 손을 건네는 장면. “촬영할 때는 뻘쭘했는데, 영화로 보니까 ‘코드가 잘 맞는구나’ 싶었다”는 그는 재밌는 촬영이었다고 돌이켰다. 현우의 소년원 동기, 태성의 대사 한 토막. “다 같이 잘못했는데 너만 용서받는 거 같애. 얼굴이 반반해서 그런가?” ‘대사가 다분히 표적적’이라는 질문에 그는 “정말 중요한 대사”라며 “작가님 뵈면 왜 쓰셨는지 여쭤 보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외모 덕을 봤느냐고 묻자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언급하며 “웃지 않을 때와 웃을 때랑 이미지가 다르다”는 그는 “잘생긴 얼굴 덕은 아니고 제 외모가 주는 이미지가 연기에 도움을 주는 거 같다”면서 겸손하게 에둘렀다. 내처 거듭 띄워 보기로 했다. ‘멜로 장인’, ‘대세’라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거듭 황감해하던 그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장인이 붙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대세는 끊임없이 새로운 대세가 생기니까 참 슬픈 말”이라며 꽤나 세련되게 정리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의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던 정 감독의 의도에 맞는 아날로그적 인물, ‘애늙은이’다운 답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죽산 선생,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아야 완전히 명예회복”

    “죽산 선생,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아야 완전히 명예회복”

    “할아버지가 독립유공자로 인정돼야만 완전한 명예회복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어요.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이셨어요. 아직 그동안 해 오신 것의 반도 인정을 못 받았습니다.” 죽산 조봉암(1898~1959) 선생은 해방 후 국회의원을 지내며 진보당을 창당했다. 이승만 대통령과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죽산 선생은 1958년 ‘진보당 사건’으로 체포돼 간첩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1959년 2월 27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뒤 5개월이 지난 7월 31일 사형이 집행됐다. ‘사법 살인’으로 기록된 사건이 발생한 지 52년이 지난 2011년에야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죽산 선생의 장녀 조호정(91) 여사의 노력 덕택이었다. 지난 9일 조 여사의 외동딸 이성란(59)씨를 만났다. 조 여사는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이씨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을 때 어머니께서 ‘이제야 죽어서 아버지를 뵐 낯이 있다´고 하시면서 크게 기뻐하셨다”며 “어머니의 마지막 소망은 할아버지의 완전한 명예회복”이라고 말했다. ●광복 후 조선공산당 탈당… 건국 참여 -완전한 명예회복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 건 간첩죄에 대한 명예회복이에요. 정치인으로서 명예회복은 이뤄진 겁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원래 독립운동가였어요. 3·1운동 때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다가 옥고를 치렀고 1932년부터 신의주 감옥에서 7년을 보냈으며 1945년 광복하던 날을 서대문형무소에서 맞으셨어요. 그런데 국가보훈처에서는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을 반려했어요. 독립운동을 인정받아야 ‘죽산’이라는 이름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는 2011년 1월 20일 조봉암 재심 사건에서 대법관 13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은 일제강점기하에서 독립운동가로서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였고 광복 이후 조선공산당을 탈당하고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하고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농지 개혁의 기틀을 마련해 우리나라 경제 체제의 기반을 다진 정치인이었다. 이 사건 재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이 무죄로 밝혀졌으므로 이제 뒤늦게나마 재심 판결로써 그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내용을 판결문에 명시했다. ●빨갱이로 헐뜯는 것 볼까 봐 기사 댓글 못 읽어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은 왜 반려된 건가요. “무죄 판결을 받은 2011년 그리고 2015년 두 차례 보훈처에 독립유공자 서훈을 신청했는데 모두 거절당했어요. 이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지난해 7월 보훈처에서 연락이 왔어요. 자기들이 서류를 검토했는데 안 되겠다는 거죠. 기분이 안 좋았어요. 저희가 신청도 안 했는데 보훈처에서 검토하고, 또 안 된다니요. ‘이제는 그만 신청하라’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그래서 더이상 서훈을 신청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할아버지에게 누를 끼치는 일 같아서요.” “저희 가족은 아직도 할아버지 기사에 달린 댓글을 못 봐요. 여전히 무섭거든요. 나중에 언젠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는다면 ‘빨갱이가 무슨 독립유공자냐’고 헐뜯는 사람들이 나타날까 봐 두렵습니다. 공산주의적인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죠. 이런 이야기를 더이상 하고 싶지가 않아요. 아직도 간첩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한스럽지요.” ●‘진보당 사건’ 압수수색으로 자료 사라져 보훈처는 ‘친일 흔적’이 있다며 죽산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반려했다. 1941년 신문 기사에 죽산이 휼병금(장병 위로금)을 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진보당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 가택 압수수색으로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많은 자료가 다 사라졌어요. 보훈처에서는 입증할 자료를 더 찾아서 가져오라고 하는데, 일반인이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이씨를 만난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후원으로 ‘청년 조봉암’ 발대식이 열렸다. 이씨는 광복회,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등이 주관한 이 행사에 참석했다. ‘청년 조봉암’은 죽산의 고향인 인천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를 기념하고 발자취를 좇기 위해 만들어졌다. -진보당 사건은 대표적인 ‘사법 살인’으로 불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1심에서 간첩죄는 무죄, 국가보안법만 유죄로 징역 5년이 나왔는데 2심에서 간첩죄가 인정돼 사형이 선고됐어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고 재심을 청구했는데, 기각되자마자 바로 다음날 사형을 집행했죠. 이게 사법 살인이 아니면 뭘까요. 다른 말로 대체할 수가 없죠. 할아버지 싹수를 자른 거예요. 여운형, 김구 선생을 살해하듯 정적을 제거한 거죠.” -기념사업회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요. “기념사업회에서는 죽산 선생의 정신과 사상을 계승하고 선양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학술 활동과 토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요. ‘청년 조봉암’도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청년들이 죽산 선생의 생각과 이념을 공유하고 생각해 보는 거죠. 내년에는 생가터 복원과 기념관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해요.” 재심 무죄 판결을 받던 날 조 여사는 “아버지 비석에 비문을 새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언론에 소감을 말했다. 그러나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에 있는 죽산 묘지의 비석 뒷면은 아직도 비어 있다. ●60주기에 죽산정신 계승 청년들 참석 뜻깊어 “백비는 보존해야 될 역사적 가치가 있어 보존하려고 해요. 할아버지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아 완전한 명예회복이 되면 비를 새로 세우려고 합니다. 지난달 31일 60주기 추모식이 열렸는데 호우 경보가 떴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어요. 그 빗속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신 분들은 물론 죽산의 정신을 이으려는 청년들까지 참석해 정말 고맙고 뜻깊었어요.”-어머니 조 여사의 건강은 어떤가요. “지병은 없지만 거동이 불편하셔서 몇 년째 추모식에도 참석을 못 하세요. 어머니는 너무 고초를 겪으셔서 이제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태연자약하시지요. 재심 무죄 판결이 나던 날도 저는 얼굴도 본 적 없는 할아버지 생각에 법정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울었는데, 어머니는 편안하게 웃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사실은 그날 아침에 어머니가 눈을 떴는데 할아버지가 사형 선고받던 날이 생각나서 너무 힘드셨다고 해요. 50년이 지나도 잊히지가 않는 거죠. 아직도 서대문형무소 인근을 가면 어머니가 몸서리를 치세요. 텔레비전에서 감옥, 수의가 나오면 숨을 못 쉬고요. 옥바라지하던 시절이 생각나서요.” 고 노회찬 의원은 죽산 선생을 ‘한국 정치사 최초의 좌파 정치인’이라고 명명했다. 추모식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요.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궁금합니다. “사회활동을 하실 때는 냉철하고 빈틈을 보이지 않으셨다고 해요. 반면 집에서는 너그러우시고 유머가 넘치셨다고 합니다. 식구들이 식사하고 있으면 와서 보시고는 ‘왜 내 상에 있던 반찬이 없냐. 내 상에만 특별한 반찬을 놓지 말고 다른 식구들도 똑같이 놓고 먹어라’고 하셨다네요.” -죽산 선생께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십니까. “할아버지의 마지막 옥중 유언으로 대신할게요.” “우리의 정치적 이상은 책임 정치, 수탈 없는 경제 민주화, 그리고 평화 통일이었지. 우리는 벽에 막혀 하지 못했지만 먼 훗날 우리가 알지 못하는 후배들이 해 나갈 것이네. 그러면 결국 어느 땐가 평화 통일의 날이 올 것이고 국민이 고루 잘사는 날이 올 것이네. 씨를 뿌린 자가 거둔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나는 씨만 뿌리고 가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죽산 선생,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아야 완전히 명예회복”

    “죽산 선생,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아야 완전히 명예회복”

     “할아버지가 독립유공자로 인정돼야만 완전한 명예회복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어요.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이셨어요. 아직 그동안 해 오신 것의 반도 인정을 못 받았습니다.”  죽산 조봉암(1898~1959) 선생은 해방 후 국회의원을 지내며 진보당을 창당했다. 이승만 대통령과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죽산 선생은 1958년 ‘진보당 사건’으로 체포돼 간첩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1959년 2월 27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뒤 5개월이 지난 7월 31일 사형이 집행됐다. ‘사법 살인’으로 기록된 사건이 발생한 지 52년이 지난 2011년에야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죽산 선생의 장녀 조호정(91) 여사의 노력 덕택이었다. 지난 9일 조 여사의 외동딸 이성란(59)씨를 만났다. 조 여사는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이씨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을 때 어머니께서 ‘이제야 죽어서 아버지를 뵐 낯이 있다‘고 하시면서 크게 기뻐하셨다”며 “어머니의 마지막 소망은 할아버지의 완전한 명예회복”이라고 말했다.-완전한 명예회복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 건 간첩죄에 대한 명예회복이에요. 정치인으로서 명예회복은 이뤄진 겁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원래 독립운동가였어요. 3·1운동 때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다가 옥고를 치렀고 1932년부터 신의주 감옥에서 7년을 보냈으며 1945년 광복하던 날을 서대문형무소에서 맞으셨어요. 그런데 국가보훈처에서는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을 반려했어요. 독립운동을 인정받아야 ‘죽산’이라는 이름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는 2011년 1월 20일 조봉암 재심 사건에서 대법관 13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은 일제강점기하에서 독립운동가로서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였고 광복 이후 조선공산당을 탈당하고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하고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농지 개혁의 기틀을 마련해 우리나라 경제 체제의 기반을 다진 정치인이었다. 이 사건 재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이 무죄로 밝혀졌으므로 이제 뒤늦게나마 재심 판결로써 그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내용을 판결문에 명시했다.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은 왜 반려된 건가요.  “무죄 판결을 받은 2011년 그리고 2015년 두 차례 보훈처에 독립유공자 서훈을 신청했는데 모두 거절당했어요. 이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지난해 7월 보훈처에서 연락이 왔어요. 자기들이 서류를 검토했는데 안 되겠다는 거죠. 기분이 안 좋았어요. 저희가 신청도 안 했는데 보훈처에서 검토하고, 또 안 된다니요. ‘이제는 그만 신청하라’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그래서 더이상 서훈을 신청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할아버지에게 누를 끼치는 일 같아서요.”  “저희 가족은 아직도 할아버지 기사에 달린 댓글을 못 봐요. 여전히 무섭거든요. 나중에 언젠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는다면 ‘빨갱이가 무슨 독립유공자냐’고 헐뜯는 사람들이 나타날까 봐 두렵습니다. 공산주의적인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죠. 이런 이야기를 더이상 하고 싶지가 않아요. 아직도 간첩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한스럽지요.”  보훈처는 ‘친일 흔적’이 있다며 죽산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반려했다. 1941년 신문 기사에 죽산이 휼병금(장병 위로금)을 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진보당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 가택 압수수색으로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많은 자료가 다 사라졌어요. 보훈처에서는 입증할 자료를 더 찾아서 가져오라고 하는데, 일반인이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이씨를 만난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후원으로 ‘청년 조봉암’ 발대식이 열렸다. 이씨는 광복회,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등이 주관한 이 행사에 참석했다. ‘청년 조봉암’은 죽산의 고향인 인천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를 기념하고 발자취를 좇기 위해 만들어졌다. -진보당 사건은 대표적인 ‘사법 살인’으로 불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1심에서 간첩죄는 무죄, 국가보안법만 유죄로 징역 5년이 나왔는데 2심에서 간첩죄가 인정돼 사형이 선고됐어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고 재심을 청구했는데, 기각되자마자 바로 다음날 사형을 집행했죠. 이게 사법 살인이 아니면 뭘까요. 다른 말로 대체할 수가 없죠. 할아버지 싹수를 자른 거예요. 여운형, 김구 선생을 살해하듯 정적을 제거한 거죠.” -기념사업회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요.  “기념사업회에서는 죽산 선생의 정신과 사상을 계승하고 선양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학술 활동과 토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요. ‘청년 조봉암’도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청년들이 죽산 선생의 생각과 이념을 공유하고 생각해 보는 거죠. 내년에는 생가터 복원과 기념관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해요.”  재심 무죄 판결을 받던 날 조 여사는 “아버지 비석에 비문을 새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언론에 소감을 말했다. 그러나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에 있는 죽산 묘지의 비석 뒷면은 아직도 비어 있다.  “백비는 보존해야 될 역사적 가치가 있어 보존하려고 해요. 할아버지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아 완전한 명예회복이 되면 비를 새로 세우려고 합니다. 지난달 31일 60주기 추모식이 열렸는데 호우 경보가 떴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어요. 그 빗속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신 분들은 물론 죽산의 정신을 이으려는 청년들까지 참석해 정말 고맙고 뜻깊었어요.” -어머니 조 여사의 건강은 어떤가요.  “지병은 없지만 거동이 불편하셔서 몇 년째 추모식에도 참석을 못 하세요. 어머니는 너무 고초를 겪으셔서 이제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태연자약하시지요. 재심 무죄 판결이 나던 날도 저는 얼굴도 본 적 없는 할아버지 생각에 법정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울었는데, 어머니는 편안하게 웃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사실은 그날 아침에 어머니가 눈을 떴는데 할아버지가 사형 선고받던 날이 생각나서 너무 힘드셨다고 해요. 50년이 지나도 잊히지가 않는 거죠. 아직도 서대문형무소 인근을 가면 어머니가 몸서리를 치세요. 텔레비전에서 감옥, 수의가 나오면 숨을 못 쉬고요. 옥바라지하던 시절이 생각나서요.”  고 노회찬 의원은 죽산 선생을 ‘한국 정치사 최초의 좌파 정치인’이라고 명명했다. 추모식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요.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궁금합니다.  “사회활동을 하실 때는 냉철하고 빈틈을 보이지 않으셨다고 해요. 반면 집에서는 너그러우시고 유머가 넘치셨다고 합니다. 식구들이 식사하고 있으면 와서 보시고는 ‘왜 내 상에 있던 반찬이 없냐. 내 상에만 특별한 반찬을 놓지 말고 다른 식구들도 똑같이 놓고 먹어라’고 하셨다네요.” -죽산 선생께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십니까.  “할아버지의 마지막 옥중 유언으로 대신할게요.”  “우리의 정치적 이상은 책임 정치, 수탈 없는 경제 민주화, 그리고 평화 통일이었지. 우리는 벽에 막혀 하지 못했지만 먼 훗날 우리가 알지 못하는 후배들이 해 나갈 것이네. 그러면 결국 어느 땐가 평화 통일의 날이 올 것이고 국민이 고루 잘사는 날이 올 것이네. 씨를 뿌린 자가 거둔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나는 씨만 뿌리고 가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멜로가 체질’ 천우희, PT 망친 안재홍에 넥슬라이스 ‘기절’

    ‘멜로가 체질’ 천우희, PT 망친 안재홍에 넥슬라이스 ‘기절’

    ‘멜로가 체질’의 바람 잘 날 없는 콤비, 천우희와 안재홍이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서른 되면 괜찮아져요’ 편성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멋지게 말아먹은 것. 과연 이들은 언제쯤 괜찮아질 수 있을까. 지난 23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극본 이병헌, 김영영, 연출 이병헌, 김혜영, 제작 삼화네트웍스) 5화에서 환동(이유진)과의 기나긴 연애 대서사시를 회상한 진주(천우희).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인 듯 싶었는데, 역시 진주는 다르다. 외적인 아름다움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클럽에 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 누가 저세상 텐션의 동갑내기 아니랄까, 은정(전여빈)과 한주(한지은)도 바로 동의했다. 그렇게 당도한 클럽. 그러나 마음은 아직 스물일지 몰라도 이미 서른이 되어버렸다면, 당연히 적응이 어려운 법이다. 아무도 말 걸고 싶지 않아지는 춤을 추면서 “왜 남자들이 우리한테 말을 안 걸어?”라는 진주와 “몰라, 어디 신청을 해야 하는 건가?”라며 뻔뻔하게 답하는 은정처럼 말이다. 한편, 한주는 좀처럼 춤추는 데 집중하지 못했다. 얼마 전 회사로 찾아와 난동을 부렸던 재훈(공명)의 여자친구 하윤(미람)이 다른 남자와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호텔로 들어가는 것까지 목격했기 때문이다. 한주는 실장으로 승진해 축하가 이어져도, 이를 닦다가도 계속되는 고민에 멍해졌다. 그리고 고민을 해결해준 건, 뜻밖에도 당사자인 재훈이었다. “며칠 전에 하윤이 봤죠. 새벽에?”라고 말문을 연 그는 한주가 목격한 남자가 하윤의 사촌 동생이었다며 오해를 풀어줬고, 한주는 안도의 눈물까지 글썽이며 그에게 출처 모를 고마움을 전했다. 남들보다 월등히 높은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던 탓일까, 혹은 그녀의 마음에 재훈이 특별한 존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까. 그러나 한주의 안도가 무색하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하윤은 그날 다른 남자를 만난 것이 맞았고, 이를 재훈에게 고백했던 것.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한주에게 거짓말을 하고, 하윤 또한 쳐내지 못하는 재훈. 하윤과의 비정상적인 연애와 한주와의 애매한 관계 사이에서 그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진주와 범수(안재홍)는 넘어야 할 새로운 산을 만났다. 혜정(백지원)의 유치한 질투로 인해 이들의 프로젝트 ‘서른 되면 괜찮아져요’가 편성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고, 그로 인해 프레젠테이션(PT)을 해야 했던 것. 범수는 “PT는 내가 하니까”라며 자신만만했다. 주특기인 ‘자뻑’처럼 성공적으로 마쳤으면 좋았겠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최악’. 홈트레이닝에 곰국까지 든든하게 먹고 전장으로 향했지만, 막상 PT를 시작하자 “이 하이코드 유머, 이 드라마의 이무기, 아니 주무기입니다”라며 헛소리를 하질 않나, 갑자기 PPT의 글씨체를 논하질 않나, 뇌가 고장나버린 것 같았다. 급기야 “임진주 작가님, 생맥주를 앉은 자리에서 열두 잔을 원샷을 때리고, 술은 소맥이라면서 그때부터 말아먹기 시작해요!”라고 TMI(Too Much Information)를 방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자 진주는 회심의 넥슬라이스로 그를 기절시켜버렸다. 헛소리와 비명이 난무하던 PT가 끝나고, 진주와 범수는 방송국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런데 오히려 망치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 듯한 기분. 범수는 진주의 대본에는 거짓말이 없어 윗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쉽진 않겠지만, 그래서 엄청 재미있을 거예요. 잘해 봐요 우리”라고 진심을 전했다. 포장마차 잔치국수와 각 1병의 소주로 길고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하는 진주와 범수. PT는 말아먹고, ‘서른 되면 괜찮아져요’의 운명도 더욱 미궁으로 빠져버렸지만, 이들이 조금은 괜찮아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멜로가 체질’ 제6회, 오늘(24일) 토요일 밤 10시 50분 JTBC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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