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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프(영화탄생 100년/감동의 명화)

    ◎“초인사상 비판한 가장 히치콕적 작품”/하나의 공간서 연속적 촬영기법 도입한 걸작 히치콕 감독의 영화 53편가운데 일반적으로 가장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작품은 단연 「현기증」이다.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할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 세상 영화중 으뜸으로 치고 있을 정도다.말하자면 만장일치인 셈인데 영화의 신으로 추앙받는 히치콕에게도 과소평가받는 영화가 있다면 좀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바로 「로프」가 그렇다.역사상 전무후무한 실험에 관해서만 언급할 뿐 누구도 이것이 위대하다고 하지는 않는다.하지만 「로프」야말로 가장 히치콕적인 영화,내가 보기엔 걸작중의 걸작이다. 전설적인 형식실험이란 이런 것이다.보통 영화는 평균 700∼800개의 쇼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로프」는 단 하나로 찍혔다는 점,단일한 공간에서 극중 시간과 상영시간이 일치되면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한번도 필름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실제로 이렇게 촬영하는 일은 우선 카메라에 장전되는 필름의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데 히치콕은 교활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재치로 이 제한을 극복해낸다.즉 필름이 다 떨어질 때쯤 되면 인물의 등짝이나 가구의 옆면으로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면서 화면을 시커멓게 가리게 한 다음 필름 교환을 하고 바로 거기서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이렇게 해서 사실은 열개의 쇼트이지만 화면에서는 하나로 보이는 기적이 이루어진다. 바로 이런 트릭의 교묘함에 정작 작품의 사상이 가려져 안타깝다는 말이다.히치콕이 여기서 시도했던건 니체를 필두로 한 초인사상에 대한 비판이었다.지적으로 우월한 소수의 인간에게는 열등하고 타락한 자를 살해할 특권이 주어진다는 논리를 추종한 두 게이가 실제로 일을 벌이고 나서 자기들에게 그 사상을 전수한 선생을 초대해 파티를 벌인다는 내용은 전범재판이 한창이었던 48년 상황에서 심장한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 없었다.누가 초인이고 범인이란 말인가.그런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선생은 자기가 뿌린 씨앗이 낳은 결과를 보면서 절규한다.이 질식해 버릴 것만 같은 아파트 공간속에서 인물들은 자기네신념과 행위의 로프에 묶인 나머지 끔직한 폐소공포증에 시달린다.시체를 눕혀놓은 고리짝을 뷔페용 식탁으로 사용한다는 지독한 조크는 식욕과 성욕,권력욕을 잇는 로프로 작용하면서 영화를 시종 음울한 가운데 씁쓸한 유머가 가득한 분위기로 몰고 간다.히치콕이 온 정성을 다해 마련한 이 만찬을 뉘라서 거부하겠는가.닭고기 접시아래 누운 존재만 잠시 잊을 수 있다면….박찬욱(영화감독)
  • 「새로운 문명의 창조」/앨빈 토플러 신저

    ◎“정보화사회선 「미래예측 정치」가 필수다”/과거회귀 집착하는 「제2물결 정치」는 곧 쇠퇴/관료적·획일적 사회구조 깨야 「제3물결」발전 「미래의 충격」「제3의 물결」「권력이동」 등 세계와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명저서로 이름난 미국 앨빈 토플러박사가 낸 신간 「새로운 문명의 창조」(부제­제3의 물결의 정치)가 미국 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지난해말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압승을 주도한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이 필독권장 서문을 쓴 이 책은 상당부분이 저자의 기존 저서와 개념을 축약·재강조한 것이나 미국정치의 미래를 논한 7·8장만은 이번에 새로 쓴 대목으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미래예측의 정치,사전예방의 정치」만이 21세기와 제3의 물결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논지의 이 새 부분을 요약 소개한다. 미국 사회가 직면해있는 문제들의 목록표는 한없이 길다.뼈대가 되어온 제도·기관들이 무능과 부패로 붕괴되면서 죽어가는 산업문명의 도덕적 부패가 사방에 악취를 풍기고 있다. 우리가 대담해지고 상상력을 발휘하지않으면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미국의 정치는 양대 정당간에 지칠 줄 모르고 되풀이되는 칼싸움식 쟁탈전이다.미국인들은 가면 갈수록 정치에서 소외되고 흥미가 반감돼 미디어와 정치가들 양쪽에 분노하고 있다.그들 대부분에게 정당 정치는 불성실하고 부패한 고비용의 그림자놀이로 비춰진다.누가 이기든 상관이 있느냐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지난 80년 나는 「제3의 물결」에서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발전은 산업혁명적 제2물결에 충실한 한쪽과 제3물결을 따르려는 다른 한쪽 등 2대 정치 캠프의 출현』이라고 썼다.제2물결 파는 산업대중 사회의 핵심적 제도­핵가족,대중교육제,거대기업,대형 노동조합,중앙통제 국민국가,의사 대의정부­의 유지에 진력한다.반면 정보·지식혁명적 제3물결 파는 기존 산업문명의 틀로는 더 이상 에너지,전쟁,빈곤,환경저질화,가족관계 붕괴 등 현재 당면해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들의 해결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제2물결파가 제3물결파를 압도한 가운데 미국정치는 움직이고 있다.중앙집중적 관료제도는 제2물결 사회의 본질적 형태다.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료적 구조를 깨고 제3물결형 경영방식을 고안하고 있지만 정부기구들은 제2물결형 공무원 단체의 저지로 개혁이나 구조개편 바람을 피해왔다.권력 엘리트 뿐 아니라 수백만의 중산층및 빈곤층도 제3물결을 따라가지 못하고 더 낮은 계층으로 전락하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물결로의 이행에 저항하고 있다. 미래를 직시하는 정당은 다가올 문제들을 경고하고 사전방지를 위한 변화를 제시해야 한다.자유시장 체제와 민주주의가 앞으로 다가올 거대하고 광포한 물결간의 이행기에서 살아남으려면 미래예측의 정치,사전예방의 정치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정당들에 다음 선거를 뛰어넘는 장래를 생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양당은 현재 각자의 선거구민들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병을 불어넣기에 분주하다.민주당은 의료보험 개혁실패에서 드러나듯 관료적이며 중앙우선적인,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데 이는 제2물결의 효율성 집착 태도를 반증한다.민주당은 산업,노조,공무원 사회에 포진해있는 제2물결적 지지자들에게 너무 큰 신세를 져 21세기와 얼굴을 마주하고도 마비된 듯 별 신통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다.공화당중 종교를 특히 중시하는 부류는 「전통적」 진리로의 회귀를 추구하면서 자유주의자와 인문주의자 그리고 민주당원들이 「도덕 붕괴」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2물결의 세력이 오늘은 강력하게 보이지만 이 물결의 미래는 쇠퇴의 길로 향한다. 오늘날 세상은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미국에서 지식과 관련된 직업 종사자 가 다수를 점하고 있으며 가장 빨리 성장하고 가장 중요한 산업은 정보집약적 부문이다.제3물결 산업분야는 상승세의 컴퓨터,전자,생물공학 창설기업에 한정되지 않는다.제조업 가운데 정보가 주요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선진분야는 물론 데이터축적의 서비스업­금융,소프트웨어,연예·오락,미디어산업,통신,의료서비스,자문업,훈련및 교육­이 포함된다. 간단히 말해 근육을 움직이는 분야가 아닌 정신노동의 모든 산업부문을 포괄한다.이 부문의 종사자들이 곧 미국 정치의 최대 선거권자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산업시대의 얼굴없는 「대중」과는 달리 제3 물결의 선거권자들은 아주 다양화되어 있다.탈 대중화된 것이다.남과의 차별성을 중시하는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다.바로 이런 상호 이질성으로 이들은 정치 의식이 취약하다.과거의 대중보다 결집이 훨씬 어렵다. 그러므로 제3물결의 선거권자들은 고유의 싱크탱크와 정치 이념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 출현하게될 이 광범위한 새로운 유권자층이 합의를 이룰 몇몇 주요 이슈가 있다.그 첫째는 산업 귀족과 과거의 관료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생겨난 제2물결의 각종 법령,규정,세금 등으로부터의 해방이다.이것들은 제2물결의 산업이 미국경제의 핵심적 추진력이었을 때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제3의 물결의 발달에 걸림돌이다. 미국에서 제3물결의 세력은 아직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그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정당이 미국의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제3의 물결은 미국을 좀 더 살기 좋고 보다 문명화되고 한층 품위있으며 민주적인 미래로 이끌어 갈 것이 틀림없지만 그러기 위해선 경제·정치·사회의 제반 정책에서 제2 물결의 부질없는 수명연장을 위한 것과 제3물결로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것 사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다음 다섯가지 요소를 유념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제2물결적 제도·기관 대부분은 산업사회의 핵심적 상징인 「공장」을 모델로 했다.공장은 규격화,중앙화,최대화,집중화및 관료화 원칙의 구체적 표현이다.예를 들어 미국의 학교는 지금도 공장처럼 운영되고 있고 의료·복지·연방기관 등에 관한 법률도 그러하다.미국은 공장 이후의 탈 관료적인 새 모델이 필요하다. 둘째,제2물결의 공장은 어셈블리 라인에 속을 뻔히 알 수 있고 교체가 가능하며 이유를 따지지 않는 노동자들을 채용한다.반면 제3물결은 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근로자를 요구한다.생각하고 질문하고 혁신하고 모험도 할줄 아는 새 타입으로 개성을 중시한다. 셋째,제3물결의 다양성과 복잡성은 중앙집중화된 조직들을 한물가게 만든다.결정권한이 상부 한곳에 모아진 제2물결과는 반대로 새 물결의 조직들은 가능한한 결정권을 아래와 주변으로 끌어내린다.달걀을 한 바구니에 모두 담지 않고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는 것이다. 넷째,제2물결의 조직은 시간과 비례해 기능이 추가돼 몸이 불어나게 마련이지만 새 물결은 기능의 하부이양을 덕목으로 한다.산업사회는 수직적 통합에의 욕망을 버리지 못한 반면 정보사회는 일거리를 가장 유능한 단체나 개인에게 계약처리함에 따라 본부나 중앙은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다섯째,가족이 수행하던 숱한 기능들이 산업혁명과 함께 공장,사무실,병원,학교,극장,양로원 등에 뺏기면서 가족제도는 몰락했고 이같은 기능의 철저한 외부화로 제2물결은 핵가족을 양산했다.이에 대해 제3의 물결은 가족과 가정의 기능·권위를 복귀시킨다. 미국은 미래가 제일 먼저 현실화되는 곳이다.낡은 제도와의 충돌 때문에 우리가 고통받고 있다면 이는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불확실성이 가득찬 21세기를 향한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갖춰야할 생존 필수품은 유머와균형감각에 바탕한 다양성의 존중,실패와 모호성을 받아들이는 관용 등의 덕목이다.
  • 서울대 모의 서울시장 선거/박용현 사회부기자(현장)

    ◎세후보 지지호소 정책·재치 대결 『친애하는 서울시민 여러분,역사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새 서울 건설의 기수가 되고자 출마한 기호1번 ○○○입니다』 16일 하오2시 서울대 문화관에서는 모의 서울시장선거 유세전이 열기를 뿜었다. 정치학과 학생들이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이른바 「자유만세당」의 정진술후보,「송구영신당」의 김수호 후보,「무소속」의 김형석 후보가 나와 재치를 겨뤘다. 자유만세당의 정후보는 『역사는 인기위주의 대결정치보다 시민들의 복리와 실익을 담아낼 수 있는 화합정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요직을 두루 거친 화려한 행정경험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다. 송구영신당의 김후보는 『지역유지에게 간판이나 얹어주고 보수적인 부유층에게만 유리한 지방자치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와 복지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에 맞서 무소속의 김후보는 『집권당은 지역의 독자적 발전을 추구하기보다는 중앙의 요구만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야당이 내걸고 있는 「시민참여」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시민동원」일 뿐』이라고 공격했다. 그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대안까지 제시하고 있었다.『고질적인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9년에는 지하철의 총연장을 4백㎞로 늘리고 시민수송의 75%를 분담할 수 있도록 96년 3기 지하철공사에 착수하겠다』(정진술),『지방세 과표의 현실화,수득수준에 따른 의료보험비의 차별화,5인이상 사업체에 실업급여 적용등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추진하겠다』(김수호),『시·구청,민간단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해 행정의 상명하달 구조를 개선하고 시민을 위한 평생교육원인 시민대학을 세우겠다』(김형석)등….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교복착용과 두발검사,보충수업을 의무화하자』『집권여당은 인권에서는 미얀마를,사회복지에서는 우간다를 경쟁상대로 삼고 있다』『심각한 겨울철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순록을 집단사육,보급하겠다』『한강 위에 뗏목을 띄워 부족한 주차장 공간을 마련하겠다』등 대학생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담긴 주장도 쏟아졌다. 2시간 남짓한 갑론을박을 지켜본 학생들은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몫을 할 것이라는 중요성을 되새기는 모습이었다.
  • 대EU 수출전진기지 “기반 다지기”/한·영 정상회담의 의의

    ◎전자공장 등 5년동안 9억달러 투자/97년까지 대영박물관에 한국실 개관 영국의 임금은 싸다.세제나 정부지원면에서 유럽연합(EU)의 어느 나라보다 투자환경이 좋은 곳 또한 영국이다.한국의 기업들이 EU시장의 공략을 위한 생산시설을 집중적으로 영국에 설치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영협력위 활성화 김영삼 대통령의 영국방문,8일 메이저총리와의 정상회담은 한국의 유럽시장 생산거점 역할에 걸맞도록 양국관계에 기름을 치기 위한 것이었다. EU안에서 지금까지 한국기업의 최대투자국은 독일이었고 영국은 그 다음 차례였다.그러나 영국의 투자환경이 개선되면서 투자증가율면에서 독일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삼성은 북잉글랜드의 윈야드지역에 99년까지 9억달러를 투자해 복합전자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LG전자도 북잉글랜드의 뉴캐슬지역에 1천3백만달러를 들여 전자공장을 설립하고 있으며 포스코개발은 3백만달러를 들여 철강기술개발회사를 이달안에 차리려 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처럼 EU시장의 생산기지가 되고 있는 영국과의 정부간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데 정상회담의 초점을 맞추었다.이날 회담에서 유명무실한 상태에 있던 한·영 산업협력위원회를 활성화해 민간차원의 구체적인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점이나 외무차관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한 점등에서 정상회담의 지향점을 잘 읽을 수 있다.김대통령은 또 이미 합의된 한·영과학기술공동협력자금의 조속한 설치를 촉구하고 대영박물관안에 97년까지 한국실을 개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전체적으로 새로운 양국관계의 설정보다는 전통적인 우호관계의 원활화를 추구한 셈이다. 영국은 51개의 영연방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다.세계5위의 교역대상국이며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특히 영국은 우리의 4각외교 대상국인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의 중심국가 가운데 하나다. ○4각 외교체제 보완 청와대의 한 외교관계자는 이날 정상회담의 외교적 의미에 대해 『우리의 주변 4각외교에 대한 보완체제를 구축했고 주요외교현안에 대한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국제적 지지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나라정상은 우리의 주요외교현안인 북한핵문제,OECD가입문제,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문제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두 정상이 남북대화의 재개를 포함한 핵합의문의 합의사항을 북한이 충실히 이행하도록 촉구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이 문제에 대한 공동인식을 재확인했다.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여부가 발표문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정상이 포괄적으로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정치·경제·문화등 제반분야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심화·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이들 여러 현안에 대한 우리의 정책에 대해 국제적 지지기반을 확충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북핵문제 공동인식 현재 두나라의 교역량은 수출입이 15억달러수준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상대방 시장점유율은 매우 낮아 한국의 영국시장 점유율이 0.7%고 영국의 우리시장 점유율은 1.8%다.두나라가 무역균형을 이루고 있음은 경제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음을 뜻한다.그럼에도 시장점유율이 낮으므로 발전의 여지가 크다는 이야기가 된다. 김 대통령의 영국방문과 메이저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균형상태에 있는 두나라의 경제협력을 확대시키고,EU시장의 생산거점에 대한 한국기업의 활동을 보다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대통령 영 상원의장 만찬 답사 한평생을 한국의 민주화에 몸바쳐 왔으며 9선의원을 거치면서 의회민주주의의 길을 걸어온 나로서는 영국의 의회정치를 이끌고 계시는 의원 여러분과 자리를 같이 하게 된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합니다. 귀의회는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심금을 울리는 웅변장이며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토론장입니다.그런 바탕위에서 인류사에 길이 빛나는 대헌장과 권리청원,권리장전 등을 산출할 수 있었습니다.귀의회에서 태동되고 고양된 자유민주주의는 이제 세계의 보편적 가치와 제도로 정착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날 일제 식민통치,국토의 분단,동족상잔등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뿌리내리기에 매우 척박한 땅이었습니다.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문민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으며 신흥공업국의 선두에 설 만큼 산업화에 성공했습니다.2년전에 출범한 문민정부는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 왔습니다. 우리는 인간으로 누리는 기본적 자유와 권리가 우리의 휴전선 북쪽으로도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나와 한국국민은 대승적인 자세로 북한이 개방의 길로 나오도록 끈질긴 노력을 해왔습니다.그 길만이 북한이 국제사회의 당당한 성원이 되고 우리와 함께 평화통일로 가는 「기회의 창」을 활짝 열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우리의 이런 입장에 대해 귀의회와 영국민들의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지도자 처칠경은 「미래의 제국은 정신의 제국이다」라고 말했습니다.처칠경의 통찰처럼 21세기의 세계는 정의와 평화,인간과 자연의 조화등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증진에 기여한 나라들에 의해 향도되어 갈 것입니다.우리는 귀국이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해 온 점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우리 정부도 「세계화」정책을 통해 국제교류를 증진시키고 인류공통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이런 점에서도 우리 양국은 정부는 물론 의회차원에서도 상호지원과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심화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 “이야기도 신토불이”/「오사리 잡놈들」/「흥부의 작은 마누라」

    ◎토박이 얘기책 2권 눈길/원로국문학자 이훈종씨,선조들 재담·풍속 모아 출간/사라진 풍습·고유의 말 재미있게 엮어 「이야기도 신토불이」.한국사람들의 토박이 이야기가 되살아났다. 원로 국문학자 이훈종 우리문화연구원장(77)이 최근 펴낸 「오사리 잡놈들」「흥부의 작은 마누라」(이상 한길사 펴냄)는 TV의 박제된 이야기들이 화제를 독점하는 요즈음 사라져가는 토종 「생짜이야기」들을 싣고 있어 관심을 끈다. 「흥부의 작은 마누라」「복날 견공이 수난받는 까닭」등 우리 선조들이 평소 일상에서 주고받았을 재담과 풍속을 묶은 이 책들은 사라진 우리 풍습이나 고유의 말,생활도구들을 소재로한 익살과 괘사(행동으로 웃기는 것)거리를 풍부히 담았다.따라서 이 책을 읽다보면 풀풀 날리는 선조들의 삶의 흥취를 엿볼 수 있고 우리 것에 대한 애착도 무럭무럭 솟아난다. 이 책에 소개되는 것으로 「흥부전」 연구학자들도 모르는 「흥부의 작은 마누라」 얘기는 이렇다.제비가 가져온 박에서 보물이 쏟아져 나와 부자가 된 흥부가 네번째 박을 켜니그 안에서 양귀비가 나왔다는 것.우리나라 사람들이 형편 좀 피었다 하면 첩을 얻는 세태를 비꼰 이야기다.이야기는 더 나아가 흥부가 양귀비를 얻은데 샘이 난 놀부가 박을 켜 「비」를 얻으려 한 장면으로 이어진다.그러나 놀부가 얻은 「비」는 양귀비같은 「비」가 아니라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여서 혼쭐만 난다는 것. 사돈에게 울지 못하는 수탉을 팔아먹고 능갈치는 이야기도 나온다.사돈이 찾아와 울지 못하는 수탉을 팔았다고 항의하자 사내는 사돈에게 암탉이 있느냐고 묻는다.사돈이 여러 마리 있다고 대답하자 사내는 『그 놈이 무어가 부족해서 울어?』하며 둘러댄다. 또 일본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을 죽일 요량으로 고추를 들여왔는데 오히려 기운을 펄펄 나게 했다는 얘기,미숫가루가 가장 더러운 음식인 이유,신혼 부부에게 「깨가 쏟아진다」고 말하는 연원 등도 들려준다.이같은 이야기들 속에는 선조들의 지혜와 날카로운 풍자가 문득문득 드러난다. 저자인 이훈종 원장은 『우리의 전통과 정서가 담겨져 있는 우리 이야기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워 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독자들에게 이원장의 구수한 입담으로 우리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마당도 출판사에 의해 마련되고 있어 관심을 더해주고 있다.26일 서울 신사동 강남출판문화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청중들이 모인 앞에서 이원장이 이야기의 흥을 돋우는 고수의 추임새에 맞춰 이야기를 늘어놓는 공연형태로 진행된다.일반인들에게 신명나는 우리 이야기를 소개하는 한편 우리 이야기가 연희의 훌륭한 소재거리가 될 수 있음을 드러내보일 의욕이다.이 신토불이 「토크쇼」에는 국악인 임진택씨가 추임새를 넣는다. 한편 우리 선조들의 유머감각에 초점을 맞춘 이원장의 또다른 이야기모음집도 올해안에 출간될 예정이다.
  • 「APEC 성공」에 숨은 일꾼 있었다

    ◎선준영 2차관보·이장춘 외교정책실장 큰 활약/미 반대 설득… 투자규준 채택 이끌어/선 차관보/특보 맡아 보고르선언문 작성 주도/이 실장/고시 13회 동기… 외교가서 30여년 선의의 경쟁 자카르타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의 「성공적」 마무리 뒷편에는 많은 일꾼들의 땀이 배어있다. 특히 외무부의 선준영 2차관보와 이장춘 외교정책실장은 고시 13회 동기로 30여년동안 외교가에서 선의의 경쟁관계를 형성해 왔으며 이번 회의에서도 함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영원한 맞수」라는 점에서 관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선차관보는 우리나라가 의장국인 APEC산하 무역·투자위원회 의장을 맡아 역내 국가간의 「투자규준」을 채택한 장본인이고 이실장은 한국의 APEC업무를 총괄지휘,정상회의등을 순조롭게 이끈 주역이다.선차관보는 역내 투자활성화부문에서,이실장은 무역자유화 목표연도설정에서 각각 「큰일」을 맡은 것이다. 이실장은 특히 APEC회의 기간동안 「특별보좌관」을 맡아 「보고르선언문」작성을 주도했으며 정상회의준비를 위한 우리측의연락책임도 맡았다.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과 함께 우리 통상외교에서 「쌍두마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차관보는 85년 주제네바공사를 역임하는 동안 무역 및 관세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보조금·상계관세위원회」의장을 맡은데 이어 제네바섬유다자협정,한·미 슈퍼301조 교섭에서도 수석대표를 지내 국제통상전문가들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유명인사」다.이번 APEC회의에서도 그는 「투자규준」채택을 끝까지 반대하던 미국을 설득하는데 성공,30년동안 다져진 「통상베테랑」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들은 또 한승주 현장관과 각각 고교·대학동기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선차관보는 경기고 54회로 한승주장관과 고교동기이며 이실장은 서울대 문리대 정치(외교)학과 58학번으로 한장관과 함께 수업을 받은 대학동기다.이때문에 지난해 2월 한장관이 부임하자 이들은 주위로부터 「한장관의 측근」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한장관은 장관부임후 이들을 발탁했다. 선차관보는 주 체코대사 후 본부 통상담당대사로 있었으며 이실장은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에 재임중이었다. 이전에도 이들은 80년대 초반 주영국대사관에서 함께 근무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이때 선차관보는 정무참사를,이실장은 경제참사로 있었다. 이들은 업무스타일이나 성격에서도 일찌감치 주위의 관심을 끌어왔다. 선차관보는 세련된 매너와 뛰어난 언어구사력으로 회의에서 좌중을 압도,합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설득형」이다.이실장은 다소 「튀는」 성격과는 달리 문제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탁월하다는 평이다. 이실장은 이번 APEC회의에서 인도네시아측이 약속했던 「수정초안」을 내놓지않자 회의석상에서 『우리가 무슨 오이스터(굴) 소스냐』고 말해 무거운 회의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기지를 과시했다.이 말은 「실권이 없는 회의대표」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외교가의 유머이다.즉,「오이스터소스」는 단지 굴을 상표로 하는 소스로 굴을 알맹이로 담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영어에서는 이름과 실체가 부합되지 않는 「속빈 강정」의 뜻으로 쓰고 있다. 한장관의 취임 두돌이 가까워오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들의 활약이 주목되고 있다..
  • 잇단 대형 패션행사 “눈길”/20일 까지 한국종합전시장

    ◎95서울 컬렉션/국제 섬유전시회/기성복 박람회/“외국과 경쟁” 폐션계에 새 활력 유도/내년 봄·여름엔 순결 강조한 스타일 유행할듯 국내 패션계를 움직이는 단체들의 대형 패션행사가 20일까지 서울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패션디자이너협의회가 최근 명칭을 서울 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회장 박항치)로 바꾼뒤 처음 갖는「95 봄·여름 서울컬렉션」과 한국패션협회(KOFA·회장 공석붕)의 제9회 서울국제기성복 박람회(SIFF),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장치혁)주최의 국제섬유전시회(STOFF)가 그것. 이 행사들은 WTO(세계무역기구) 출범을 앞두고 외국브랜드와의 국내시장전쟁,해외시장 개척등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는 국내 패션계에 활력소를 넣기위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SFAA의 서울컬렉션은 파리와 밀라노 런던 뉴욕 도쿄에서 매년 두번씩 열리는 세계적인 정기컬렉션과 발맞추는 트렌드쇼로 내년봄 서울의 라인을 예상,발표하는 행사로 자리잡아왔다. 17일 지춘희 루비나 한혜자 이상봉씨가 첫 테이프를 끊은데 이어 18일에는 임태영 신장경 박항치 설윤형씨가 작품을 선보였고 19일에는 김철웅 이신우 장광효 정미경 배용씨,20일에는 김동순 오은환 진태옥 박윤수씨 등이 출품한다. 이번 컬렉션에서 디자이너들이 밝히는 경향은 대체로 순결한 이미지의 여성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스타일. 박항치씨는 면을 주소재로 해 인간은 태초로 돌아가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이상봉씨는「18세기 암울한 카페가있는 뒷골목」의 분위기를 연출했다.배용씨는 「잘익은 포도주향과 고색창연한 보석」의 이미지로 여성미를 표현할 계획이다.장광효씨는 옛 가야시대의 복식을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재구성한 남성복을,정미경씨는 겉옷과 속옷의 개념을 무시한 패션과 복고풍과 현대적 세련미를 조화시킨 의상을 제시한다.이신우씨는 파리컬렉션에서처럼 「글래머와 유머」를 주제로 「만화속의 공주」를 보여주며 김동순씨는 도쿄컬렉션(9일)에 출품한 「회전목마」주제의 작품을 다시 서울컬렉션에 내놓는다. 지난 87년부터 개최돼온 섬산연의 이번 국제섬유전시회에는 지난해 대비 30%가증가한 16개국의 92개업체가 참가해 국내의 신소재및 각국 섬유원자재,직물디자인과 의류부자재등이 대거 선보이고 있다. 섬산연 전시과 나재문과장은 『바이어에 의한 물품수주가 대부분 전시회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외국인들의 국내상품 수주계약과 함께 국내업체들의 베트남등 해외진출상담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상공자원부와 한국섬산연 후원으로 열리는 한국패션협회의 국제 기성복박람회 역시 내년 봄·여름 기성복을 전시하는 바이어쇼.국내 14개업체를 비롯,홍콩 12개업체,중국 6개업체 등 모두 33개업체가 참가하고 있다.
  • 웃음을 아는 민족(연변 조선족 1백년:5)

    ◎망향의 설움 해학­낭만으로 극복/한글신문엔 배꼽 쥐는 이야깃거리가득 한국인 정서의 근성을 낭만과 해학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혹독한 만주벌에 가 살아도 한국인의 근성은 버리지 않았다.이러한 낭만과 해학이 어떤 경로로 정형화 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인의 운명관·영혼관이 체념이라는 고리를 항상 달고 다니면서 괴로움과 비통함을 극복하는 장치가 되어주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체념의 장치는 해학과 낭만으로 미화되었다.임진왜란때 강제로 일본에 잡혀간 도공들이 기아와 망향의 슬픔을 딛고 삶의 뿌리를 규슈에 내린 것도 이러한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고,스탈린에 의해 한국인이 중앙아시아의 황량한 들판에 내던짐을 받았을지라도 그곳에 한국인의 얼을 심어 오늘 꽃 피게 한 것도 근성의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동시에 만주벌의 동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들에게 낭만과 해학이 없었던들 어찌 오늘의 중국조선민족이 가능했을까.한국인의 유머는 낭만과 해학의 산물이다.미움이나 증오도 비아냥대며 웃고 넘겨버리는대담성이 한국인에게는 있다. 지난 여름 구비문학학술회의에 참가하려 연변에 들렀을 때도 시종 웃음을 잃지 않았다.비통한 역사,굶주림의 역사를 웃음으로 대치하면서 오늘의 탄탄한 위상을 확립한 것도 생활사의 승리다.회의가 끝날 무렵,순한글의 타블로이드판 「이야기천지」란 신문 몇부를 받았다.주로 이야깃거리를 담은 이 신문에는 유머 고정란이 있었다.연재물도 재미있었다.신문의 의도는 독서를 통해서 낭만과 해학으로 세파를 이겨가자는 뜻일게다.유머 몇편을 읽어보니 부조리를 웃음으로,사회고발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과정이 조명되었다. 한 공상관리원이 돼지고기 장사꾼에게 세금을 내라고 했다. 『매일 와서 공돈만 떼 먹으니 너네 공상관리소 놈들은 모두 돼지야』 하면서 욕지거리를 했다.이때 지나가다가 이 광경을 목격한 법관이 『인신침해로 벌금 30원을 내야 한다』 하고 명했다.그러자 돼지고기 장사꾼이 『전번에도 「돼지」라고 욕했다가 벌금 10원밖에 내지 않았소』 하며 투덜거렸다.그러자 법관이 말했다. 『이번 벌금은 새로운법률적 근거에 의한 것이오.돼지고기값이 두배나 뛰지 않았소』 ○유머로 물가고 꼬집어 유머속에는 물가고의 폭등을 꼬집고 있다.자유화의 물결로 개인상업이 보장되면서 상점세 또는 잡세를 거두는 수금원간에 말다툼이 잦다.그리고 물가고가 천장 모르듯 오르고 인플레가 지속되는 현실을 유머로 잘 소화시키고 있다. 까치배처럼 흰소리 잘하고 행실이 우락부락하고 언사가 오뉴월 사복개천같이 더러운 사람이 한 여관을 찾아 들어왔다.여관방을 뚜리뚜리 살피던 그는 『이게 무슨 여관이야! 돼지굴이지.그래 이 돼지굴 같은 여관의 숙박료는 얼마요?』 하고 희떱게 물었다.무례한 손님 말에 여관집 주인은 예절스럽고 공손하게 답변해주었다. 『돼지 한마리 하룻밤 재우는데 5원입니다』 「까치배처럼 흰소리」는 흰소리를 까치의 배가 흰 데 비유한 말로 북한이나 연변에서는 말이나 행동이 거드럭거리며 건방지고 거만한 사람을 비하하여 일컫는 말이다.북한이나 연변에서도 서민들이 보는 일부 기관원이나 당간부들은 희떠운(건방지고 거만한) 존재로 부각되기 일쑤다.이토록 희떠운 존재를 비아냥거리며 유머로 소화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니 반갑기만 하다. 약방의 한 판매원이 경리에게 회보(보고)하였다. 『새로 온 그 출납원 처녀는 자꾸 졸기만 합니다』 경리는 듣고 나서 대답을 했다. 『별문제 없네.내일부터 그 처녀에게 수면제 약을 파는 매대를 맡기오.약 사러 오는 고객들이 그 처녀가 졸고 있는 것을 보기만 해도 우리 약방의 수면제가 아주 효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엄마,엄마,큰일났네요』 『이 애가 왜 이래? 무슨 큰일이 났다고 그러냐?』 『글쎄 큰누나가 밤에는 앞을 보지 못하나봐요』 『그게 무슨 말이냐?』 『장님이 아니면 왜 밤에는 어떤 남자가 그냥 누나 손목을 쥐고 다녀요?』 ○경제와 관련 가장많아 시골 지주네집에 삼촌이 놀러왔다가 병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지주는 삼촌의 병치료에 쓸 돈이 아까웠다.삼촌의 병이 점점 심해지자 하는 수 없이 밤에 의사를 데리러 떠났다.그는 절반쯤 가서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다시 집으로 돌아와 삼촌에게 말했다. 『삼촌,내 말을 기억하세요.숨이 넘어갈 것이 느껴지거든,필요없이 기름이 타지 않게 꼭 등잔불을 꺼주세요』 한국의 어느 한 거리에서 손님:버스차장! 읍까지 가자면 얼만가요? 차장:1천1백10원입니다. 손님:그럼 짐은 얼만가요? 차장:짐값은 없습니다. 손님:그럼 이 짐을 읍까지 실어다주오.나는 걸어가겠으니. 선생:동문 어째서 다른 동무의 숙제를 해줘요? 학생:왜냐하면 그는 나에게 노임을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에요. 선생:그럼 돈을 받기 위해 숙제를 해준단 말인가? 학생:예,지금은 모두 제2직업을 찾아 돈을 벌고 있지 뭐예요? 그러니 나도… 형세의 발전을 따라야 하지 않겠어요? 비서:국장님,통신대학에서 당신한테로 졸업장을 보내왔습니다. 국장:졸업장? 내가 언제 통신대학에 입학했던가? 비서:2년전에 나더러 입학신청을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습니까? 교재를 부쳐오면 나더러 건사해두라고 하셨지요.몇차례 시험이 있었는데 내가 시험답안을 만들어 보내지 않았습니까? 국장:그래 그래,생각나오.그런 일이 있었지.잘됐소.당신은 그러느라고지식이 늘어났고,나는 졸업장을 받게 되었으니,우리는 다 같이 소득이 있구먼! 무작위로 게재한 9개의 유머를 살펴볼 때 경제와 관련된 것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관료지탄,일반 우문답(우문답) 순이다.경제분야가 많은 것은 그만치 담화의 중심이 경제이며 일반의 관심사가 경제임을 알 수 있다.지금 연변은 새 경제질서에의 탈바꿈을 하고 있다.
  • 미 성격파 여우/메릴 스트립 새로운 변신

    ◎「더 리버 와일드」서 급류타기 즐기는 강한 어머니로 할리우드의 성격파 여배우 메릴 스트립이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비롯해 「폴링 인 러브」「아웃 오브 아프리카」「소피의 선택」등 여러 작품을 통해 연약하고 보호하고픈 여성으로 대표됐던 메릴 스트립은 최신작 「더 리버 와일드」에서는 여권운동가 같은 강인한 여성으로 출연한다. 이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역은 농아학교 선생님인 게일.그녀는 또한 완고하지만 유머러스하기도 한 어머니로도 등장한다.「일 중독자」인 남편 톰에 대해 일말의 불만은 갖고 있지만 게일은 결혼생활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급류타기 전문가이기도 한 그녀는 어느날 톰과 아들 로어크,기르던 개와 함께 이름없는 서부의 한 강으로 급류타기를 떠난다.멀어졌던 가족간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였다.그들은 그곳에서 웨이드와 테리 두 사람을 만난다.웨이드는 잘 생기고 자상한 인물로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진 로어크에게 친절을 베풀고게일에게도 호의를 베푼다.그러나 웨이드와 테리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이들은 겉보기와는 딴판으로 절도죄를 짓고 도주중인 위험인물들로 험난한 폭포와 소용돌이가 도사리고 있는 급류를 헤쳐 달아나기 위해 게일의 기술과 용기가 필요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짐작이 가능한 기본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게일의 가족들은 똘똘 뭉쳐 그들의 음모를 분쇄한다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일밖에 모르는 가장으로 묘사됐던 톰은 가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끈질기게 저항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더 리버 와일드」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경우 메릴 스트립은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릴수 있을 것이다.이것은 메릴 스트립의 최근 영화 몇편의 제작비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4천5백만달러의 거금을 이 영화에 투자한 제작사측도 바라는 바다. 그녀의 최근 히트작은 85년 영화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그 이후 그녀의 출연작품은 가벼운 코미디풍 영화가 대부분이었다.비록 최신작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쟁쟁한 배우들인 제시카 랭,수어등을 제치고 출연했지만 작품성에 있어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있는 「남아 있는 나날」「델마와 루이스」등에는 출연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메릴 스트립은 또 90년대의 가치관에는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그것은 단지 할리우드가 더 이상 심각한 영화를 만들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그보다는 그녀의 우아함과 총명함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같은 기괴한 영화가 대작으로 평가되는 90년대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가벼움」이 각광 받는 할리우드의 현풍토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비중 있는」배우인 그녀가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 “힘겨운 승리” 콜총리에 부담

    ◎독 기민·기사·자민연정 재집권 했지만…/사민 약진으로 “사실상 패배” 분석/“통독4년간 경제치적엔 지지” 의미 16일 실시된 독일총선에서의 승리로 헬무트 콜총리가 90년 통독이후 4년간 펼쳐온 정책이 국민의 신임을 받게됐다.이는 비록 극히 미세한 차이로 이기긴 했지만 통일이후 변화보다는 안정을,경제적 분배보다는 성장을 추구해온 콜총리의 정책이 독일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이후 실업률증가·물가상승 등 통일후유증이 심각해지면서 올초까지만 해도 콜총리가 이끄는 기민·자민당 연정의 재집권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특히 지난해에는 경제가 1% 이상의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고 올 1월달에는 실업자수가 전후 최고치인 4백만명으로 정점에 달하는 등 경제상황이 최악이었다. 그러나 94년 들어 옛 동독 지역경제를 중심으로 경제가 되살아나기 시작해 9월에는 실업자수가 3백40만명으로 감소하고 경제성장률도 2%대로 회복되는 등 경제여건이 호전되면서 콜총리는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콜총리의 재집권에는 야당인 사민당의 타협할 줄 모르는 우직한(?)선거전략도 한몫을 했다.선거기간내내 「변화와 사회적 정의」를 강조해온 사민당의 정책노선에 불안을 느낀 유권자들이 반대진영인 콜총리의 집권연정에 투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 연정참여정당인 자민당이 하원자동진출 득표하한선인 5%를 무난히 넘은 6.9%로 47석을 얻은 것은 콜정권의 붕괴를 우려한 유권자들이 정당별투표에서 연정의 일원인 자민당을 밀어줬기 때문이다. 콜총리의 재선에는 야당인 사민당의 인물난도 일조했다.「미완의 스타」로 이번 총선에서 총리후보로 선전한 루돌프 샤핑총재가 있으나 브란트 슈미트 등 스타들을 배출했던 사민당이 아직 그에 비견할 만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82년 총리에 취임한 콜이 총선에서 연속 4번째 승리한 요인은 집권연정의 막판 인기회복,야당의 경직된 선거전략및 인물난 등으로 압축될 수있다. 그러나 콜정권은 가까스로 과반의석을 확보,앞으로 정국운영에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됐다.과반수를 훨씬 넘는 압도적 우세를 차지했던 90년 총선에 비해 과반수를 겨우 넘는데 그친 이번 총선 결과는 재집권에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독일 정치분석가들은 지적하고 있다.이는 기민당으로선 1949년 총선이래 최악의 선거결과이기도 하다. 선거기간중 독일의 앞날을 위해 자신이 꼭 재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콜총리는 마지막 집권이 될 이번 승리로 통일의 뒷마무리와 유럽통합정책,독일의 국제적 역할 확대 등을 위해 다시 한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현재도 사민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있어 정책을 집행할 때 야당과의 타협이 불가피한 콜총리로서는 하원의석수마저 크게 줄어들어 정책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콜은 누구/69년 주지사로 입문… 통독의 주역 헬무트 콜 독일총리(64)는 이번 총선 승리로 자신이 주도한 독일통일 업적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얻어냄으로써 유럽사에 있어 또 한명의 위대한 정치가로서 발자국을 남기게 됐다. 지난 69년 라인란트­팔츠주의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시작한 정치무대의 관록은 76년 연방의회의원으로 올라선 뒤 82년 수상직을 맡아 독일통일을 이끌어냄으로써 총리 4선이란 정점을 이뤄낸 것이다. 강직하지만 어눌한 표정을 지녔다 해서 그를 소재로한 정치유머가 유행하기도 했으나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지난 73년 기민당을 주도한 이래 『좋아하지는 않아도 유권자들은 그를 믿는다』는 말이 입증된 셈이다. 1백94㎝의 키에 1백12㎏의 거구인 그는 몸집에 걸맞지 않게도 상황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유럽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으며 지난 93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는가하면 러시아·미국·프랑스 등 이웃나라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오는데 앞장서는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온 그는 냉전에서 화해시대까지 권력을 지킴으로써 아데나워가 갖고 있던 전후 독일의 최장수 총리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 「세계 현대판화작가전」「스웨덴 공예전」 독·북작가전

    ◎구미 현대미술 가을화단 장식/판화/미·불·독·러·일 등 7개국 작가 출품/공예/스웨덴 유리·도자·섬유공예 첫선/콩바스·가루스트 등 불 정예작가 작품 전시도 구미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 할 수 있는 대규모 기획전이 서울과 지방에서 잇따라 열려 10월 화단을 풍요롭게 장식하고 있다.특히 이번 기획전들은 현대회화를 비롯해 판화 공예 사진등 그 영역이 다양할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미술관계자들은 물론 애호가들의 발길을 바쁘게 할 것 같다. 「세계 현대판화작가전」(7∼18일·서울 동아갤러리),「스웨덴 현대공예전」(5∼31일·서울 워커힐미술관),「독일 현대미술의 파워」(7일∼95년 1월 10일·경주 선재미술관),「프랑스 오늘의 현대작가전」(4∼26일·광주시립미술관)등이 그것. 이 가운데 「세계 현대판화작가전」은 「리토그라프 동아」개관기념으로 마련된 전시로 미·독·불·러시아·일본등 7개국의 저명작가 17인의 작품을 통해 오늘의 다양하고 풍부한 판화기법과 충실한 표현양식을 보여주고 있다.특히 독일의 브루노 브루니는 수채화나 드로잉 같은 정교함을 바탕으로 관능과 해학이 넘치는 작품으로,미국의 잔 리처드슨은 탁월한 색감과 구성의 환상작으로,그리고 미국의 래리 작스는 형태와 색조,공간연출이 특이한 추상작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또 밝은 색조와 장식적 구성이 뛰어난 바이런 브랫과 중후한 색조와 역동성이 특징인 제임스 리치의 작품등도 세계 현대판화의 최근 흐름을 가늠케하는 수작들로 꼽힌다.전시작은 70점. 「스웨덴 현대공예전」은 주한스웨덴 대사관이 워커힐미술관과 공동으로 꾸민 전시로 세계에서 가장 다채롭고 독창적인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스웨덴의 공예예술을 처음 국내에 소개하는 자리.유리 도자 섬유로 나눠 22인의 작가가 참여 하고 있는 이 전시는 실용감각,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는 능력,재료사용의 신중함,그러면서도 표현형식에서 자유스럽고 독창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유리공예 부문에서 화려한 색채감각과 즉흥적인 유머감각으로 정평난 울라 포셀과 구부리기,녹이기,구멍뚫기등 여러가지 기법으로 물체 내면의 정신적 특성을 이끌어 내고 있는 버틸 발리엔,섬유공예 부문에서 전전통적 재료에 변화를 주도한 마가레타 할레크,그리고 도자기 공예부문에서 원시적인 스크래칭 기법을 통해 원초적 자연을 묘사하고 있는 여스타 그래스등 스웨덴의 현대공예를 이끌고 있는 작가들의 걸작들이 나와 있다.전시작품은 총 60여점. 「프랑스 오늘의 현대작가전」은 「오지호 미술문화회」가 마련한 전시로 소수의 작가,특히 35세에서 45세에 이르는 한 세대의 창작양상에 초점을 맞춰 꾸몄다.이 전시는 작가의 폭은 넓지 않지만 저마다 다양한 미학적 경험을 쌓고 있는 프랑스 정예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는데서 주목 받고 있다.추상의 전통위에 서정주의와 표현주의를 표방하는 클로드 비알라,미카엘 샤트,스테반 보르다리에를 비롯,풍자와 해학을 주된 원칙으로 하는 로베르 콩바스,에피소드 나열의 작가 제라르 가루스트등 모두 10명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 떠나는 모습/문정희 시인(굄돌)

    가을바람이 소슬하게 불어오던 며칠전,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마침 옆자리에는 서로가 절친한 친구이며 부부인듯한 네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너무 편하고 재미있게 얘기를 나누는 바람에 굳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 대화 내용이 훤히 우리 자리까지 들려왔다. 그분들의 대화 내용은 장차 자신의 비문에 어떤 글귀를 새길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그중 유머가 많은 한사람은 자기는 평소에 골프를 너무 좋아했으므로 비문을 골프채 모양의 대리석에다 새겨달라고 부탁하며 다시 한번 껄껄 웃었다. 나는 속으로 『좁은 국토에 묘지를 쓰는 것조차 황감한데 무슨 비석까지…』하고 생각하면서도 그분들의 유머와 밝은 죽음관이 밉지 않았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가까운 두사람의 여성의 얼굴이 언뜻 떠올라 홀로 조금 전율했다. 평소에 누구보다 가까이 지내는 K선생은 아주 감성적인 조각가인데 그분은 이미 오래전에 자신의 모든 장기를 필요한 이에게 나누어 주라는 서명을 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사람,독신의 S교수는가족들이 미리 사놓은 가족묘지 자리를 불쌍한 어느 할머니에게 선물해버리고 자신의 몸은 실험용으로 써줄것을 서명한 것도 나는 우연한 기회에 눈치챘었다. 두사람 모두 깊은 종교인이었기에 가능했을까.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조용하고 부드럽기만한 그분들의 어디에서 그런 용기와 사랑이 나왔는지 진심에서 놀랍기만 하다. 나는 너무 겁장이인 데다가 아직 죽음이 남의 일처럼만 느껴지는 철부지이기에 그 두여성에게 진실로 열등감을 느낄 뿐이다. 훌훌 털고 떠나가는 가을 낙엽을 볼때마다 떠나는 모습의 아름다움을 문득 새겨보게 된다.떠나는 모습은 가벼울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 나는 아무래도 너무 괜찮은 친구들을 가졌음에 틀림없다.
  • 로마/카타콤베(아랍서 지중해까지:18)

    ◎기독교도 숨던 지하무덤… 미로수백㎞/「쿼바디스」의 아피아가도 주변에 산재… 땅굴 곳곳 교인들 수난 흔적 길 모퉁이에 있는 작은 가게를 구경하다 깜박 카메라를 놓고 나왔는데 두어 블록이나 걷고 있을때 『시뇨레! 시뇨레!』하면서 주인이 쫓아왔다.베네치아에서 만들어와 판다는 세라믹 액세서리들의 그 담백한 아름다움에 잠깐 정신을 놓았었던 것 같다.자리까지 비운 채 여기까지 유실물을 갖다주러 오다니 싶어 얼굴이 붉어진 것은 비단 그 가게주인이 예쁜 아가씨였던 때문만은 아니다.잊은 물건 으레 찾으러 들이닥치겠지 싶어 필자 같았으면 오불관언 그냥 버티고 앉아 있었을 것이다.아무 것도 아닌 이런 사소한 일이 실은 한 나라의 민도랄까 문화적 수준을 제풀에 측정케 만들고 절감케 한다.이탈리아 사람들은 너무 친절해서 모르는 것도 아는 척 곧잘 나서기 때문에 골탕을 먹는 수가 있다고도 하지만(하긴 필자도 그 때문에 엉뚱한 길을 헤맨 적이 한번 있기는 하다),이 아가씨의 친절은 여태까지도 쉬이 잊혀지지가 않는다.남의 얼굴에다 제 얼굴 디미는 간판들이나 판을 치는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미덕이요 소양이다.피곤한 신경으로 거리를 걷다보면 간판들의 그런 번잡스러움 같은 것까지가 그 나라의 수준을 금세 헤아리게 만든다. ○친절한 시민 인상적 소위 앞서간다는 나라들의 그것은 대체로 그저 눈에 뛸 정도의 글씨로 숨듯이 얌전한 반면 후진 나랄수록 그 요란함과 새치기는 극성스럽다.TV나 신문·잡지의 광고 역시 예외일 리가 없다.잠자리에 들기전 하다못해 잠깐이라도 TV를 켜는 새버릇이 이번 여행중에 붙은 것도 순전히 그 탓이었을 것이다.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책광고·상품광고 같은 것이 우리처럼 허풍스럽고 요란한 나라가 또 있을 것 같지 않아 겸연쩍고 창피했다.2등은 쓰레기처럼 잊혀지는 존재므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제1이어야 한다느니,「정복할 것이냐 당할 것이냐」하는 따위 히틀러의 발악이 무색할 지경의 광고까지 태연히 횡행하는 사회이니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로마 국립공원 뜰은 장식삼아 여기저기 놓인 세계 유명인사들의 대리석 흉상들로도유명한데 관광온 이쪽의 원로 하나가 이승만 대통령의 흉상도 있을지 모른다는 농담을 듣고 열심히 그것을 찾아다녔다는 얘기가 있다.결국 찾지 못하자 귀국해서는 그 얘기를 글로까지 썼다는 것이다.이런 얘기의 우스꽝스러움은 「유명인사」라는 그 개념상의 차질에 있다.독재를 했건 뭘 했건 유명하기만 하면 「문화적 인물」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이 원로는 착각을 한 것이다.인도의 간디수상도 신청을 했다가 거절을 당했는데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일까보냐는 개탄이 나올 법도 하다.이 얘기를 해준 것은 60년대에 이주해서 30여년째 로마에서 살고있는 H씨이다.문청(문청)시절 어울려 다니던 친구로 이번에는 10여년 만의 해후인데 불혹의 연치가 완연한데도 그 유머러스하고 직재적인 사고방식은 여일했다.그 무렵의 친구들이 모르는 새 모두 소원해졌는데도 이 H씨만은 예 그대로 와락 반가운 느낌부터 앞선 것도 그 탓이었을 것이다.끝내 로마에다 뼈를 묻을 작정이냐는 농담에,집과 차와 가재도구를 다 정리해 귀국해봤자 강남에서 몇달이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되레 역습이다.자녀들이 장성하자 사위만은 모국청년으로 골라야겠다 싶어 몇 차례나 기회를 만들었으나 돈 타령,땅타령,줄리어드다 하버드다 하고 외국유학 얘기만 나오다 대화가 끊겨 끝내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사돈될 사람들 간에도,당사자들 새에서도 대화가 그 모양으로 단절돼 내심으로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데이트 몇번하면 으레 제 소유물로 알고 자질이야 있건 없건 유학물 먹은 일이나 자랑삼으면서 연애 따로,결혼 따로를 당연한 듯이 생각하는 이쪽 젊은이들의 그런 사고방식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근교의 아파트단지 식당에서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모처럼 배불리 먹여주고 그녀가 차로 데겨간 곳은 카타콤베 앞이었다.로마에 와서 뭘 봤느냐는 물음에 실은 아무 것도 보고싶지 않았다는 필자의 동문서답이 마음에 걸려서 였을까.카타콤베는 옛 로마 서민들의 지하무덤이다.왜 아무 것도 보고싶지 않았느냐고 이번에는 그녀도 묻지 않았다.숙소에서 확인한 TV채널만도 20여개가 넘고 인근 지방의 유선방송까지 합하면 천여 채널이 넘는다는 각종 정보홍수에 에워싸여 살다보면 문명이니 문화적인 혜택이니 하고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그런 온갖 빤히 눈에 보이는 세계가 되레 지겨워질 나이에 그녀 역시 이르른 것같다.정부 각 기관과 문화관과 대기업의 본사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로마의 신시가지 에우르 구역을 도중에 거치면서 필자는 과천을 제풀에 연상하고 있었는데,카타콤베들은 그 너머 구아피아가도 인근에 흩어져 있었다. ○10만명 매장된 곳도 로마제국 때 닦여진 길이다.붉은 언덕과 짙은 색깔의 나무들이 갑자기 사방을 에워싸면서 차량마저 끊기다시피해 한적한 시골을 연상시키는 이 가도는 아닌게 아니라 「모든 길은 로마로」라는 속담을 역으로 연상시켰다.지금은 관광자원이 돼버린 옛 제국의 영화가 하층민들의 무덤까지도 그냥 버려두고 있지 않는 것이다.물론 이 무덤들이 특별히 유명해진 것은 박해를 받던 그 무렵 기독교도들의 지하 은신처요 포교활동의 근거지였다는 까닭이 더 크다.도망을 치던 베드로가 예수의 환영을 만나 저 유명한 대사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를 읊조리던 데가 아피아가도였고 그때 남은 예수의 발자국모형이 보존된 도미네 쿼 바디스교회가 이 인근에 있다.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쿼 바디스」나 「성의」 같은 것에도 물론 카타콤베가 나온다.지하 2·3층,어떤 것은 5층까지 파내려간 이 부근의 수십기 카타콤베들은 복잡한 미로와도 같아서 혼자서는 들어갈 수가 없고,10만여명이나 매장된 곳도 있으며,그 길이를 합하면 수백㎞에 이른다고 한다. 입구에서는 각국 언어별의 가이드들이 여남은명씩 되는 관광객들의 조를 짜고 있었다.어쩌다 네덜란드어 가이드를 무심코 따라들어가 설명은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으나 구태여 그런 것이 필요한 것같지도 않았다.사람 하나가 간신히 비집고 들어갈만한 흙벽의 좁다란 통로와 역시 흙으로 된 계단을 몇번이나 꼬부라지며 내려갔는지 알 수가 없다.가이드의 랜턴불빛에 기괴하고 참담한 낙서와 그림들이 홀연히 벽에서 나타나는가 하자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모를 샛길들이 곁으로 불쑥불쑥 들이닥치곤 했다. 이런지하에서 길을 잃고 미아가 돼버린다는 제풀의 상상은 기묘한 것이었다.나는 왜 여기 있는가,이번 여행은 뭐땜에 떠나왔는가 하는 따위 상투적인 의문들이 그제야 근거를 찾고 입지를 얻은 듯한 느낌이랄까,갑자기 천지가 막막했다.초기 기독교도들의 그것뿐 아니라 중세의 여러 종교적인 박해에도 이곳은 피난처가 됐던 모양으로 지상으로 올라오는 중간중간의 작은 방들에는 그 수난의 표상들과 기념물들이 흔적이나 조각들로 새겨지거나 놓여 있거나 했다.화살에 목이 꿰인 성 아무개,칼로 순교당한 누구 하는 식의 그런 전시물들 역시 숭엄한 분위기이기는 해도 청량한 느낌은 아니다.로마시내에는 4천여 승려들의 해골을 수백년에 걸쳐 모아놓은 해골사원이라는 으스스한 곳도 있지만,이런데를 특별히 찾는 사람들 역시 일반적인 심성의 그런 관광객들은 아닐 것도 같다. ○중세에도 피난처로 겨우 한시간 남짓이나 머물다 나온 지하에서 로마라는 한 도시의 허상을 통째로 별견한 듯한 느낌이었다고 하면 아마 과장일 것이다.사람사는 세상에는 으레 있게 마련인 그 말할 수 없이 구질구질한 거래와 아귀다툼들이 이를테면 로마라 해서 어떻게 이런 지하세계 같은데로 깨끗이 모두 매몰될 수가 있겠는가.필자가 카타콤베 속에서 저절로 떠올린 로마의 그 허상이란 것도 실은 숙소근처의 가게에서 사흘째 눈독을 들이고 있던 싸구려 골동품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우리 돈으로 2만여원쯤 되는 그 놋쇠물병은 연륜이랄 것도 쓸모도 별로 없어 보이는 얄팍한 물건 같았으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어떤 곡선형태라는 그 한가지 점만으로도 어딘가 정답고 신선하게 느껴져 값을 깎자느니 안된다느니 하고 며칠째 줄다리기를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도무지 무뚝뚝해 보이기만 하는 가게의 뚱보주인은 필자가 들를 때마다 『적당하고 좋은 값』이라면서 배짱을 부리고 있었다.이쪽 역시 기어이 에누리를 해서 그것을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집념에 들떠 있었다는 것도 아니다.구태여 따지기라도 한다면 한계가 빤한 피조물인 인간들에게 눈곱 정도로나 허용된 소위 그 「자유」라는 명제나 「자유스럽고 싶다」는 감정을 두고 필자도,그도 사실은 줄다리기흉내를 즐기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 국감유감(외언내언)

    의회민주주의의 요람이라 할 영국의회에서도 의원이 장관한테 거짓말쟁이라고 욕을 하는 경우가 있다.그런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1주일간의 의회출입정지처분같은 징계를 받게된다. 우리 국회는 각료들한테는 웬만한 모욕을 주어도 그런 일은 없다.권위주의시대부터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란 장차관들한테 호통을 치게 되어있고 그게 민주정치를 하는 맛으로 되어왔다.면책특권을 과시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민초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기위해서인지 모르지만 정부사람들한테 화를 내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 체질이 된 듯하다.심지어 장차관들은 국회의원들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도 욕을 듣기가 십상이고 답변하는 말투가 퉁명스럽게 들려도 어디서 이런 오만불손한 태도냐 하는 야단을 맞게된다. 그러니 우리의 각료들은 국정논의의 파트너라기보다는 무슨 피의자 비슷한 대접을 받을때가 많다.불행했던 정치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예의나 교양,유머는 찾아보기 어렵다.그래서 국회나 국정감사 기간은 정부의 장차관들에게는 어김없는 수난의 계절이다. 엊그제도 국회 교통위의 철도청 국정감사에서는 의원들이 철도청장의 답변태도가 건방지다고 호통을 쳐 사과를 받았으나 결국 답변내용을 문제삼아 퇴장해 버렸다고 한다.또한 통일원예산에서 외유경비보조를 받은 외무통일위원들은 통일원감사에서 특정 부서에대해 유난히 꼬치꼬치 따져 분풀이감사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을 대신해서 국정을 감시하는 일을 꼭 이렇게 살벌하게 해야하는 것인지 문민시대에 들어와 되돌아 볼 때도 되었다.『전체주의와 민주주의의 싸움은 웃을줄 모르는 사람들과 웃을줄 아는 사람들간의 싸움』이라는 말도있다.유머야말로 인생의 소금이기도 하지만 의회의 방부제라고 한다.문민시대에 걸맞게 웃으면서도 논리와 정책으로 진짜 정부를 혼내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그러지 않아도 험한 세상에 국회에서마저 이처럼 거친 구태로 한몫하려해서야 되겠는가.
  • 「X세대」 시어머니(송정숙칼럼)

    황금띠에 KBS­TV가 내 보내는 드라마 『당신이 그리워질 때』에 나오는 중년의 시어머니가 요즘 화제인 것 같다.이른바 X세대인 며느리는 직장을 가지고 자기일을 하면서 생활비도 안들이고 아이는 시어머니가 길러주는 편한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그래선 시어머니는 『내가 즈네들 애나 길러주는 사람이냐』고 심술이 나서 남편과 늙은 자기시어머니의 뜻에 맹렬히 반기를 들고 젊은 것들을 내쫓으려 한다.이를테면 「X세대 시어머니」다. 이 시어머니가 비슷한 또래인 초로의 주부들에게는 대상만족이 되는 모양이다.이제는 대가족을 거부하고 핵가족으로 살려고 하는 젊은 세대는 고전이 되었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안맡으려 하고 며느리는 오히려 시부모에게 얹혀서 개개려고 하는 타산적인 「신세대」의 시대로 바뀐 것이다. 최근엔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그자리에 있던 중년의 한 여성이 자기는 시자가 붙은 식구는 다 싫다고 말했다.얼마나 싫은가 하면『만약에 시어머니가 금덩어리를 이고 대문앞에 와서 「아나 여기 금덩어리 가지고 왔다」한다면 「그것만 내려놓고 가세요」할지언정 가지고 들어오시라고 할 생각은 없을 만큼 싫다』는 것이었다.그렇게 말한 여성이 보통주부도 아니고 여류작가여서 듣는 동안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그런데 그말을 듣고 있던 좌중의 젊은 주부 하나가 냉큼 이렇게 받는 것이었다.『선생님,그거 모르세요? 옛날에는 맛있는 걸 갖다가 며느리네 냉장고에 넣어놓기만 하고 가 주는 시어머니가 제일좋은 시어머니였는데요,요새는 그걸 가지고 와서 아파트경비실에 맡겨놓고만 가는 시어머니가 최고래요』 이렇게 발칙하고 가당찮은 며느리들이 그득한 세상이므로 아직 젊은 시어머니가 아들내외와 어린 손녀를 한사코 내쫓으려 하는 드라마를 보며 시어머니들이 박수를 칠만도 하겠다.죽어라고 공부 잘하게 만들어서 명문대학 출신으로 키워놓았더니 제아내밖에 모르는 아들도 이 드라마에는 나온다.제아이를 키워주는 어머니에 고마워하기는 커녕 타박만 한다.요즈음 우리가 기르고 있는 대개의 아들들이 그 비슷하다.이런 아들 며느리에게 노후를 맡길 생각은 처음부터 안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렇게 난감한 세상이 되어가므로 싱가포르에선가 「효도법」이 만들어졌다는 뉴스가 들어오자 귀가 번쩍 띄어 사방에서 관심을 보이며 우리도 따라 해보자는 여론이 일어났다.특히 70노인이 아흔넘은 노모의 목을 조른 사건이 일어나자 더욱 그랬다. 그러나 법으로 강요된 「효도」,그것이 지금처럼 자란 젊은이들을 바꿔놓을 수 있겠는가.법 때문에 마지못해 모시는 봉양이 그나마의 부모 자식관계를 또 얼마나 황량하게 만들겠는가.무엇보다도 그토록 이를 갈며 시부모를 싫어하는 며느리와 그 남편인 아들의 봉양을 받는다는 것에 이제 많은 시부모들이 미련을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그렇다고 딸은 어떤가.외국생활을 하는 젊은 부부들은 시어머니보다 장모를 선호해서 비행기태워 모셔간다.그러나 그것은 장모가 딸을 위해 산후구완도 잘하고 헌신적으로 살림도 해주기 때문일 뿐이다.장모의 영향력이 큰 미국사회에서는 「장모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받아본 사위」가 압도적 다수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장모죽이기」가 유머의 소재로 제일 자주 동원도 된다. 그러니 자기도 어쩔 수 없이 너무 오래 살게 되어 이런 자손들에 의해 길에 버릴 수 밖에 없는 딱한 대상이 되거나 차라리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인생의 끝을 맞는 일이 모든 부모들은 공포스럽다.더욱이 사랑하는 자식에게 부모를 목누르는 패륜의 죄를 멍에로 씌우는 운명 같은 것을 부모는 상상도 하기 싫다. 이미 어차피 혼자살 수 밖에 없는 노인들이 수두룩하다.그들은 어느날 혼자맞게 될 죽음과 부패되도록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자신의 주검에 대한 악몽속에 시달리며 살기도 한다. 그런 노년들이 바라는 것이 그다지 과한 것은 아니다.지금 우리가 아는 것처럼 비참한 「양로원」은 아닌 그런대로 지낼만한 노인시설에서 늙음을 보내다가 호스피스 봉사의 도움을 받으며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인생을 마감하고 싶을 뿐이다. 식민지세상과 분단과 전쟁과 그 질기던 가난한 시대의 터널을 뚫고 오늘을 이룩해온 오늘의 노인들은 적어도 그런 정도의 소망쯤은 충족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연금이나 보험 같은 재산으로 그런 것을보장 받을 능력이 있는 노령도 늘어가고 있고 자식들도 「흉악한 불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의무를 수행할만한 각오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아직은 부모를 양로원에 보냈다는 「누명」이 부담스러워 모시는 시늉을 하고 있는 자식들의 위선적인 「모시기」에서 서로가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제는 그 해법이 시급해졌다.
  • 가을철 정기개편 앞서 “시청자반응 떠보기”/파일럿프로 제작 활기

    ◎KBS/쇼·코미디 강화차원 4편 방영/MBC/「사랑의 스튜디오」 등 2편 기획/“작품 완성도 높이고 도중하차 방지”… 확산 추세 가을철 정기 개편에 앞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테스트해 보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이 활기를 띠고 있다. KBS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 부진한 쇼·코미디 프로그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달 14일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는 컴퓨터게임프로 「생방송 게임천국 TV­i」를 내보낸데 이어 20일에는 시사풍자 코미디 「유머채널」,21일에는 버라이어티 토크쇼 「쇼 스타비전」을 선보였다.이어 27일에는 1년6개월만에 텔레비전에 컴백하는 개그맨 김국진­김용만 콤비를 내세운 「오키도키쇼」를 방영했다. MBC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정규 프로그램의 도중하차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 파일럿 프로그램 2편을 제작,이달중 방영키로 했다.오는 19일 하오 8시5분부터 9시까지 방송되는 「사랑의 스튜디오」와 24일 하오 4시부터 한시간동안 방송되는 「지적게임 대학생 TV토론」이 그것. 「사랑의 스튜디오」는 미혼 청춘 남녀들에게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남녀 출연자들이 각기 다른 세트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은채 프로필,질문에 대한 응답에 따라 두차례 짝을 선택하고,이어 얼굴을 공개한 후 다시 두번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4차례의 지원상황은 슈퍼 프로젝터라는 대형 화면에 즉시 나타난다.진행은 전문 MC 김승현이 맡는다. 건전한 토론문화 정착을 위해 기획된 「지적게임 대학생 TV토론」에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과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5명씩 출연해 중고등학교의 조기유학에 관해 찬반 양론을 펼친다.변호사 황산성,소설가 한수산,정신과의사 김정일,탤런트 송영창이 판결관이 되고 미국 유학생 3명과 유학생 부모 1명,LA거주 교포 1명이 증인으로 나온다.연세대와 고려대에서 응원단장을 했던 임성훈과 이상용이 벌이는 멋진 응원전도 볼만한 이 프로는 변호사 홍승기씨가 진행한다. 파일럿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 여부는 시험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에 달려있다. KBS의 경우 특집 형식으로 선보인 4편의 파일럿 프로그램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이번 가을개편시 정규 프로그램으로 결정키로 했다.정규 방송에서는 제목도 바뀌고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지적된 문제점이나 작품 완성도상 미비했던 부분들이 보완됨은 물론이다. 「생방송 게임천국…」의 경우 방영 당일 점유율 42%를 기록할 만큼 컴퓨터 매니어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모았지만 컴퓨터 통신에는 『게임 난이도가 너무 낮다』는 불만의 소리가 쏟아졌었다.따라서 10월1일부터 시작되는 정규 방송에서는 생방송이라는 위험부담을 최소한 줄이기 위해 기술적으로 시스템을 보완하는 한편 게임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고 종류도 2개 이상 더 도입할 계획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국내에는 아직 정착되지 않았지만 시청자 서비스나 프로그램의 완성도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생방송 게임천국…」의 한상길 PD는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해도 정규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허점이 발견되고,결국 도중 하차하거나 포맷이 뒤바뀌는 경우가 흔히 있다』면서 『파일럿 프로그램은 프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졸속제작을 막을 수 있어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 코미디계 남성 2인조 맹활약

    ◎서경석­이윤석/단정한 이미지·현학적 유머인기/김용만­김국진/1년만에 컴백… 편안한 웃음선사/신동엽­홍록기/춤·노래에 연기까지 전분야 소화 코미디계에 남성 2인조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MBC 서경석­이윤석,SBS 신동엽­홍록기에 이어 KBS에도 대학개그제 출신인 김용만­김국진이 1년 반만에 KBS 코미디프로에 복귀하는등 남성 2인조가 TV 코미디프로를 누비고 있는 것. 이처럼 남성 듀오 시대를 맞은 것은 각사가 코미디프로의 인기를 끌어 올리기위해 경쟁적으로 황금(?)콤비를 기용한데서 연유한다. 신선하고 지적인 서경석­이윤석콤비가 시청자들의 인기를 모으자 SBS는 인기절정에 있던 솔로 신동엽과 홍록기를 결합시켰고,KBS는 코미디시대 중흥을 노리고 신세대 듀오 개그맨의 원조격인 김용만­김국진을 컴백시켰다. 이들 2인조는 자신들의 명예는 물론,각 사의 코미디 간판프로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입장이다. 1년여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지난 27일 KBS 「오키도키 쇼!」에 출연한 양금콤비는 순발력 넘치는 개그나 춤과 노래로 화려한 연기를 보이는 경쟁 듀오들의 코미디스타일과 차별화를 시도,성인에게도 통하는 편안한 웃음을 선사할 계획이다. 이를위해 본격적인 시사·정치 풍자를 준비하느라 땀을 쏟고 있다. 단정한 이미지와 현학적 유머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서경석­이윤석 콤비는 최근 기존 스탠딩코미디 방식을 바꿔 패러디를 통해 연기를 시도하고 있다.신동엽­홍록기 콤비는 타고난 「끼」로 춤과 노래,연기 등 전분야를 두루 소화해낼 수 있는 만능탤런트 자질을 갖고 있다.
  • 방송3사/코미디프로 거듭난다

    ◎저급의 억지웃음 탈피… 새로운 감동·재미 창출/M 「덜렁이…」/S 「사랑…」/K 「유머채널」 신설/시사·액션멜러 등 소재·구성 다양 저속한 억지 웃음으로 비난을 받아온 방송 3사의 간판급 코미디 프로들이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는 오락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단장에 나섰다.MBC­TV의 정통 코미디 「웃으면 복이와요」(토·하오 6시)는 서경석과 이윤석이 진행하던 「이야기 한판」과 「옥의 티」를 없애는 대신 「특별기획 TV속의 영화」와 「덜렁이와 썰렁이」를 신설했다. 「특별기획…」은 난해한 수학공식이나 학술용어를 개그에 활용,현학적인 개그를 선보였던 서경석·이윤석 콤비를 주축으로 개그맨들이 한편의 영화를 미니시리즈 형식으로 꾸미는 코너.첫 작품으로 「그들에게 내일은 없다」를 3부작으로 나누어 방송하고 있다. 일류 도박사를 꿈꾸는 한 젊은이가 폐인이 된 과거의 명도박사와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강한 반전과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덜렁이와 썰렁이」는 덩달이 시리즈로 단번에 톱개그맨 대열에 오른 홍기훈과 썰렁맨 출신의 나경훈이 콤비를 이뤄 선보이는 복고풍의 정통 코미디.두 개그맨이 어떤 상황에 부딪히면서 전개되는 엉뚱한 내용을 코미디로 엮은 것으로 상당히 고차원적인 언어 유희를 사용하고 있다.세트나 의상이 50년대풍으로 재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매주 일요일 하오 6시50분 방송되는 SBS­TV의 「열려라!웃음 천국」은 기존의 코너인 「스머프」「우리들의 수업」「마임」「그냥 걸었어」등과 함께 「사랑과 우정」「어머니와 두 아들」등의 신설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지나치게 10대의 취향에만 맞춘다는 여론을 받아들여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코너를 신설키로 한 것. 「열려라!웃음천국」에 소요되는 제작비의 절반을 투입해 만들어내는 이 코너는 배신할 수 없는 남자들의 우정과 버릴 수 없는 사랑이 매회 다른 소재로 드러매틱하게 전개된다.두 남자에 간판 개그맨 신동엽과 홍록기가 등장하고 SBS 3기 탤런트 윤해영이 「여자」역을 맡아 열연한다. 코미디에 액션과 멜로를 가미,「코미디속의 드라마」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의도와 함께 출발한 이 코너는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겨냥했다. 「어머니와 두 아들」은 이란성 쌍둥이 아들(신동엽·홍록기)과 어머니(김미화)가 엮어가는 교훈성 코미디.밖에 나가 엉뚱한 것을 배워오는 두 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살신성인하는 이야기로 한석봉 이야기를 원전으로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KBS는 침체된 코미디 프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시사코미디 「유머 채널」과 버라이어티 코미디쇼 「오키도키쇼」를 정규개편에 앞서 시험 프로그램(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중이다. 「유머채널」(K­2TV 20일 하오 5시 방송예정)은 CNN뉴스룸을 무대화한 본격 시사 코미디로 뉴스 진행방식으로 꾸며진다.사회의 핫이슈를 코믹 앵글로 취재하는 「헤드라인뉴스」,삐삐로 인한 사회병리현상을 취재하는 「기획취재 삐삐시대」외에 「지역 뉴스」「장관에게 드리는 제안」「기상예보」등이 주요 코너.개그맨 서세원과 94년도 미스코리아 한성주가 진행한다.27일 방영되는 「오키도키쇼」는 김국진·김용만의 「눈높이 뉴스」,탤런트 전원주의 「안전운전 3백65일」 등으로 구성된다.
  • 동숭동 연극가 섹스코미디 “몸살”

    ◎「누가 누구」「침대소동」「알몸…」등 자극적 제목으로 관객 유혹/선정·퇴폐적 내용을 유머·풍자로 포장/“연극수준 하향평준화” 우려의 목소리 저질연극은 저질사회를 무대로 저질관객을 시장으로 한다. 알몸연극 「미란다」파문의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동숭동 연극가엔 여전히 감각적 흥미만을 자극하는 섹스코미디물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 연극문화의 현주소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섹스코미디극으로 꼽을 수 있는 연극은 극단 민중의 「누가 누구」를 비롯,극단 예우의 「사기꾼들」,극단 세미의 「침대소동」,극단 배우극장의 「알몸의 스타들」등 4∼5편.대부분 값싼 번역물인 이들 작품은 최소한의 연극적 논리도 갖추지 못한채 선정·퇴폐의 본질을 빈껍데기 유머와 풍자로 포장하는데만 급급,전반적인 연극수준의 하향평준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2년 초연이래 3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는 「누가 누구」(마르크 카몰레티작,정진수연출)는 파리교외의 한 별장을 배경으로 숨바꼭질처럼 전개되는 사랑의 유희를 그린 작품.아내를 친정에 보내놓고 애인과 친구를 불러들여 멋진 주말을 즐기려던 남편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극은 거미줄처럼 얽힌 다섯겹의 남녀관계속으로 빠져든다.섣불리 손대면 더 흐뜨러지는 「루빅의 마술큐브」를 연상케하는 혼란스런 구도가 한번 보아서는 줄거리를 간추릴 수 없을만큼 헷갈리게 한다.모든 것이 우연에 의해 지배되는 이 극은 또한 간혹 각색의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우리의 유머나 정서와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있어 한편의 억지소극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그럼에도 이 연극은 신세대 젊은이들로부터 중년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객층을 불러모으고 있다.주말에는 1백20여좌석이 매진되며 평일에도 평균 80∼90%의 객석점유율을 보인다는 것이 극단측의 설명이다. 1년 넘게 공연중인 「사기꾼들」(마이클 제이콥스작,황남진연출)은 두쌍의 중년부부의 갈 지자같은 사랑과 그 자식들이 벌이는 동거행각등 극에 달한 불륜을 소재로 삼고 있다.현세태의 비뚤어진 애정관을 풍자한다는 작의에도 불구,애정결핍증환자들의 광란의 행진만이 돋보이는 이 연극에도 관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평일공연에 1백여명의 관객이 몰린다는 것. 지난달 7일 막을 올린 「침대소동」(존 체프만·레이 쿠니작,박원경연출) 역시 각각 자신의 정부와 밀회를 약속한 세 쌍의 남녀가 같은 시간,같은 아파트에서 부딪치게 돼 겪는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시종 「밀애의 스릴」만을 강조하다가 뚜렷한 반전의 계기도 없이 돌연 참된 사랑을 회복한다는 작위적 결말은 극을 「연극이전」으로 떨어뜨리고 있다.하지만 극단측은 하루평균 80%가 넘는 객석점유율을 보이는등 반응이 있자 무기한 장기공연을 선언하고 나선 상태.이밖에 「제목선정주의」의 대표격인 「알몸의 스타들」(레오나드 멜피작,김영민연출)도 포르노배우의 사랑과 진실찾기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단순흥행만을 겨냥한 그림보여주기 차원의 연극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과도 같은 이러한 섹스코미디극 범람의 문제는 선정주의연극이 대중속에 암초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이를 근절할 방법은딱히 없다는데 있다.요컨대 멍들어가는 연극을 살리는 길은 관객 스스로 다양한 관극체험을 통해 연극다운 연극만 골라 볼 수 있는 성숙한 눈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 60년대초 미국화단 풍미/「팝 아트 미술」 국내 첫선

    ◎호암 갤러리,20일부터 앤디 워홀전/현대인의 개성상실·비인간성 표출/4개국서 수집한 작품 111점 소개 지난 60년대초 미국에서 발달해 미국화단을 지배했던 팝 아트 경향의 본격적인 전시회가 국내 처음으로 마련된다. 오는 20일부터 10월 9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열리는 앤디 워홀전이 그것으로 미국 팝 아트의 상징인 앤디 워홀(1928∼87)의 유작 1백11점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특히 스위스·미국·프랑스·한국의 9개 화랑에서 수집한 워홀의 작품중 그가 왕성한 활동을 하던 60년대초와 80년대초를 중심으로 초기부터 사망직전까지의 작품을 망라,워홀을 통해 팝 아트의 흐름을 훑어볼 수 있는 자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의 기술문명에 대한 낙관주의를 기조로 하는 미국의 팝 아트는 원래 추상표현주의의 애매하고 주관적인 미학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구상회화로 일상의 이미지나 물체를 미술작품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대형기계문명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촉구해 시대적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현실부정과 풍자 혹은 비꼼의 비관적 성향이 강한 다다이즘과는 달리 긍정적이면서 유머와 위트등 낙천적 경향이 강한 특징을 갖고있다. 팝 아트는 세련된 고도의 기술에 의해 일상을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작가들은 일상의 이미지를 인용하는데 그치지않고 그것을 기호나 기호체계로 사용하고 있다. 워홀은 이들 가운데서도 현대 산업문명과 대중사회를 배경으로 상품과 스타,그리고 죽음과 재난등 주로 3가지의 주제에 치중한 대표적 작가. 사진을 그대로 회화속에 차용해 쓰는게 특징인데 작품 대부분은 인간과 개성으로부터 멀어진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을 추구하는 세계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상품이미지는 팝 아트의 가장 대표적인 주제로 50∼60년대의 대량소비사회를 대중적이고도 일상적 이미지인 코카콜라,수프깡통등을 반복 묘사함으로써 반영한다.스타이미지는 대중스타의 전형적인 현상인 스타숭배를 반영하는 것으로 대중스타들을 반복과 색체기법으로 부각시켜 개성상실을 보여준다.또 죽음과 재난시리즈는 다양한 죽음의 형태를 시각화해 대중매체를 통해 수 많은 비극적인 상황을 접하면서도 충격받지 않는 현대인의 무관심과 비인간적인 태도를 반영한다. 이번 전시는 워홀의 이같은 3대주제를 그대로 담은 상품시리즈 19점을 비롯해 죽음시리즈 7점,스타시리즈 37점,자연이미지 6점,사진시리즈 12점,어린이시리즈 8점,오브제 12점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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