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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나이 거울을 볼 때마다 아내는 묻는다. “여보, 나 몇 살처럼 보여?” 하루 이틀도 아니고, 끊임없이 하는 이 질문에는 아무리 잘 대답해도 본전이다. 나이를 줄여서 말하면 아부라고 할것이고, 제 나이를 이야기하면 삐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물어보기에 이렇게 대답해 줬다. “피부는 25살, 주름은 27살, 몸매는 23살 같아.” 순식간에 아내의 입이 귀에 걸린다. “아니, 내가 그렇게 어려 보여? 고마워.” 그걸로 끝나면 유머 코치가 아니다.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니, 잠깐만. 그걸 다 더해야 돼. 하하하하하.” ●설탕을 세 스푼 넣는 사람은? 먼저, 설탕을 한 스푼 넣는 사람은? 고독을 아는 사람. 설탕을 두 스푼 넣는 사람은? 사랑을 하는 사람. 그렇다면 세 스푼 넣는 사람은? 설탕 맛을 아는 사람.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아비 되기’를 바라보는 이중의 시선-박민규 소설 다시 읽기/허진

    1 아들은 아버지가 된다 ‘오감도’ 시 제2호에서 이상은 “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라고 토로했다. 이상의 토로는 세상의 모든 아들들이 한번쯤 맞닥뜨리게 되는 고민을 보여 준다. 그 고민은 ‘나도 언젠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을 닮은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상이 제시한 규범에 자신을 맞추고, 세상의 질서에 동화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을 포괄한다. 그 과정에서 아들은 자아를 억압하고 순치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자아가 찢기고 쪼개지고 일그러지는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박민규의 소설은 그러한 ‘아비 되기’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아비 되기’의 관점에서 박민규 소설의 서사를 재배열하면, 세상에게 “닥쳐 개새끼야!”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던 ‘나’(‘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50쪽)가 학창 시절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맞벌이를 해서 “한국의 표준이라 봐도 무방한 34평 아파트”를 마련하고(‘코리언 스탠더즈’, 183쪽), 그 집을 팔아 자식들에게 돈을 마련해준 뒤(‘누런 강 배 한 척’) 요양원에 들어가 사랑했던 여인에게 “아버지… 일어나요, 예?”라는 말을 들으며 죽음을 맞이하는(‘낮잠’, 200쪽) 시간적 스펙트럼이 도출된다. 그 시간적 스펙트럼을 아비의 질서와 규율을 내면화하고, 그에 맞게 자아를 변형시키는 ‘아비 되기’의 과정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박민규의 소설은 그러한 ‘아비 되기’의 과정에서 분열되고 일그러지는 주체의 모습을 보여 준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은 ‘아비 되기’에 대해 이중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아비 되기’를 받아들이고 아비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비의 세계를 부정하며 그 세계의 전복을 꿈꾼다. 박민규가 종종 구사하는 모순적인 문장은 그러한 분열의 징후를 보여 주는 단서이다. ⑴ 서늘한 창에 이마를 맞대고서 나는 빨리 고등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빨리 중년이 되고 노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니 빨리 핼리가 와 주기를 바랐다. 다행할수록, 삶은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 그래서 짧게, 나는 가혹해지고 싶었다. (‘핑퐁’, 95쪽) ⑵ 죽어간 이들의 진실을 보았고, 살아 진실을 논하는 자들의 거짓을 참아야 했었다. 변질과 변절, 변이와 변태…, 적도 동지도 사라진 세상 속에서 그는 홀로이 외롭고 외로웠다. 싸워야 하지만 싸울 수 없는 세계……, 다시 만난 세계는 그런 것이었다. (‘龍龍龍龍’, 108~109쪽) 인용문 중 굵게 표시한 부분은 하나의 문장 안에 모순되는 두 가지 내용이 담긴 경우이다. 여러 작품에서 박민규는 이러한 문장을 빈번하게 구사하는데, 이를 우리는 ‘아비 되기’를 바라보는 화자의 복잡다단한 심경과 관련해서 읽을 수 있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이 아비가 되기를 바라거나 상징세계의 아비가 되었을 때, 그들 내면의 다른 쪽에서는 이를 거부하고 부정하는 에너지가 추동된다. 아비가 된다는 것은 박민규 식으로 말하면, “‘무슨 상사’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직장”에서 “갸냘픈 표정으로 사무를 보는 일”이며(‘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72쪽), “세상이 변하기보다는 직급이 변하길 바라는 사람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코리언 스탠다즈’, 184쪽). 그것은 한때 몸담았던 학생운동 판을 “운동권(運動圈)이란 단어가 있다.”고 낯설게 말하게 되는 것이며(‘코리언 스탠다즈’, 182쪽), 록 음악을 하던 청년이 남색(男色) 취향을 가진 부장의 추행을 “잠깐만 참으면 돼”라고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62쪽). 요컨대 ‘아비 되기’는 아들의 자아가 찢기고 쪼개어져 아비의 문법에 맞게 재배치되는 손상 혹은 훼손의 과정이다. 박민규의 모순적 진술은 그러한 맥락 속에서 ‘아들의 세계’와 ‘아비의 세계’가 충돌한 끝에 생겨난 불가피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인용문 ⑴에서 ‘핑퐁’의 ‘나’는 중학생이다. 아직 성인의 세계에 진입하지 않은 이 중학생에게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는 일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또래집단이 행사하는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점에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소년에게 “무난한 옷을 입고… 무난한 취미를 가지고… 절대 남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바람직한 얼굴로 살아가”(87쪽)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년은 “다행”한 삶을 오히려 “가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핑퐁’의 ‘나’가 아직 소년인 상태에서 ‘아비 되기’를 모순적인 진술로 표현했다면, ‘龍龍龍龍’의 이장록은 어른의 입장에서 ‘아비 되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말해준다. 이장록은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징역 20년을 언도받고 복역을 마친 변호사이다. 이장록에게 세계는 “싸워야 하지만 싸울 수 없는”(109쪽) 곳이다. 아비가 되기 전 세계는 ‘싸워야 하는 곳’이었지만, 아비의 세계에 진입해 변형되고 일그러진 주체에게 세계는 ‘싸울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장록은 그가 ‘지향했던 세계’와 ‘지금 사는 세계’의 간극을 “싸워야 하지만 싸울 수 없는 세계”라는 모순적인 어법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박민규의 소설에서 ‘아비 되기’는 아들이 ‘아버지’라는 상징의 옷을 덧입어 변형되고 일그러지는 일이며, “뜨고 싶은”(‘龍龍龍龍’, 115쪽) 일인 동시에 “할 일이 더 많아”지는(‘龍龍龍龍’, 115쪽) 모순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아비 되기 : ‘잔존’하기 위해서 몸부림치기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이 아비가 되는 과정에서 자아와 세계의 충돌을 경험한다고 할 때, 이 인물들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세상에 순응하든가, 혹은 거부하든가. 놀랍게도 박민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순응을 선택한다. 그들은 일흔세 번이나 이력서를 낸 끝에 유원지의 직원이 되어 오리배를 관리하기도 하고(‘아, 하세요 펠리컨’),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 고시원을 떠나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기도 한다(‘갑을고시원 체류기’). 또 운동권이던 선배가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선배의 애인과 결혼을 하는가 하면(‘코리언 스탠다즈’), 253명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헤드록을 감행하다가 나중에는 순백의 얼굴을 가진 아이를 낳고 교회의 집사가 되기도 한다(‘헤드락’). 하지만 그 ‘순응’의 과정은 눈물겨운 것이어서, 그것은 ‘실존(實存)’이라는 말보다는 ‘생존(生存)’이나 ‘잔존(殘存)’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고단한 과정이다. 그러한 생존 혹은 잔존의 간난신고가 여실하게 드러난 작품이 있는데, 바로 ‘헤드락’이다. ‘헤드락’에서 ‘나’는 평화롭게 산책을 하다가 헐크 호건에게 린치를 당한다. 이 린치는 소설에서 ‘헤드락’으로 표현되는데, 여기에서 ‘헤드락’의 정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헤드락’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잠시 ‘호두’로 우회하도록 하자. ‘헤드락’은 <호두나무 아래에서>와 <호두까기 인형>, <마지막 호두과자를 먹은 것은 언제였나?>, <다시 호두가 열린다면>이라는 네 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네 개의 장을 이루는 소제목은 모두 ‘호두’를 키워드로 삼고 있는데, 이 ‘호두’의 의미에 주목하는 것이 ‘헤드락’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호두가 인간의 ‘뇌’를 닮은 과실임을 기억하면서 다시 ‘헤드락’의 소제목을 따라가 보자. <호두나무 아래에서> 산책하기를 좋아하던 ‘나’는 헤드록을 당한 뒤 <호두까기 인형>이 된다. ‘인간’에서 ‘인형’으로 전락한 ‘나’는 <마지막 호두과자를 먹은 것은 언제였나?>를 생각하며, 다른 인간들의 ‘호두’를 파먹기 위해 고심한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나’는 아이들의 이름으로 심은 나무를 보며, <다시 호두가 열린다면>이라는 긍정적인 삶의 의지를 갖는다. 이상의 서술로 미루어 보면, 인간의 뇌를 닮은 과실인 ‘호두’가 ‘헤드락’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어떤 것’에 대한 상징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다시 헤드락으로 돌아오자. 어 헤드락이네? 그리고 직장에서, 도처에서 나는 종종 습격의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헤드락 강좌, 헤드락 세미나, 헤드락 부흥회, 헤드락 워크샵, 헤드락 클리닉에 이르기까지 - 아무튼 헤드락도 이젠 한국의 보편적인 생활문화가 되었지만 나로선 쓴웃음의 대상일 뿐이었다. (‘헤드락’, 264쪽) 인용문을 보면 레슬링에서 상대의 ‘머리’를 붙잡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기술인 헤드록이 아비의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민규는 소설의 다른 부분에서 “이 세계가 어느 정도 헤드락을 묵인하거나 권장한다”(262쪽)고 쓰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헤드록이 아비의 세계가 아들에게 가하는 폭력, 혹은 아비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서 아들이 견뎌야 하는 통과의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나’가 ‘헤드록의 세계’, 즉, 아비의 세계에 편입되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노력이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258쪽)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병행하고, 충분한 수면과 영양제로 체력을 보충하는 과정을 통해 “폭력의 대상”에서 “폭력의 주체”(259쪽)로 다시 태어난다. 헤드록의 상처를 내장한 채, “건강”하고 “건장”한 “완전히 다른 생물”(259쪽)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후 ‘나’는 결혼을 하고, 직장을 갖고, “순백의 얼굴”(263쪽)을 한 아이를 낳고, 심지어 교회의 집사가 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나’가 아비의 세계에 무사히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이를 입증하듯 ‘나’는 다른 상대들에게 253번의 ‘헤드록 습격’을 감행하고, 마침내는 “헤드록의 쾌감 같은 것을 깨쳐나가기”(263쪽)에 이른다. 이처럼 박민규 소설의 인물은 한편으로는 아비의 질서에 상처받고, 분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반복, 재생산하는 상징 세계의 ‘아비’가 된다. ‘아비’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우리는 박민규의 다른 소설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그 인물들은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서 아버지의 회사에 다녀온 뒤 ‘나의 산수’를 생각하게 된 고등학생, ‘갑을고시원 체류기’에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끝에 취업과 결혼을 해 고시원을 떠나는 ‘나’, ‘아, 하세요 펠리컨’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재수생, ‘누런 강 배 한 척’에서 이십구 년을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끝에 자살여행을 떠나는 아버지 등으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3 아비부정 : ‘배제’된 자들의 세계 교란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이 아비가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고 해서 박민규가 ‘아비 되기’를 긍정한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박민규의 인물들은 아비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아비 되기’에 대해 뿌리 깊은 반발심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발심은 어른보다는 주로 소년에게서 잉태된다. ‘핑퐁’은 세상으로부터 ‘배제’당한 ‘못’과 ‘모아이’라는 두 중학생의 이야기이다. 소위 ‘왕따’인 이들은 치수 패거리에게 불려 다니며 매일 얻어맞는데, 맞으면서도 “그냥, 사는 게 이런 것 같다.”(12쪽)고 생각할 뿐, 저항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들은 폭력적인 세계에서 잔존하기 위해 탁구 치는 것을 선택한다. 이들에게 탁구는 “이상하리만치 경쾌한”(23쪽) 것이었고, “국경 따위 없는 거”(43쪽)였으며, “지루하지 않은”(186쪽) 유일한 것이다. 그러한 소설의 진술로 미루어 우리는 탁구가 폭력적이고 지루한 세계, 즉, 인종과 국경이라는 상징계적 질서(아비의 세계)에 대립되는 어떤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못’과 ‘모아이’는 탁구를 치면서 비로소 소심하나마 “이것이 나의 의견이다”(47쪽)라고 말할 수 있는 주체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고 “맞은 자리의 통증 같은 것이 땀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가는”(23쪽) 해방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핑퐁’에서 박민규는 ‘탁구’와 ‘핑퐁’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탁구’가 대타자의 세계에서 배제당한 소년들이 즐기는 소심하지만 전복적인 오락이라면 ‘핑퐁’은 보다 중립적인 용어이다. 핑퐁은 “인류가 깜박해 버린 것과 절대 깜박하지 않을 것 간의 전쟁”(219쪽)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탁구를 즐기는 자(못과 모아이)와 조건반사 훈련을 통해 연습한 자(쥐와 새)가 벌이는 한판 ‘대결’을 의미한다. 이 ‘핑퐁(대결)’의 결과 ‘탁구(유희)’를 즐겼던 못과 모아이가 승리하고, 이들은 인류의 ‘언인스톨’(전복)을 선택한다. 이 소설의 전복적인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사한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떠올려 보도록 하자. ‘핑퐁’은 두 가지 점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다른데, 우선 폭력적인 상황을 종식시키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담임선생’이라는 상징세계 내의 합목적적인 권위를 빌려 엄석대의 만행과 폭력에 안녕을 고한다면, ‘핑퐁’에서는 상징계로부터 ‘배제’당한 못과 모아이의 선택(언인스톨)에 의해 인류의 폭력적인 삶이 종결된다. ‘핑퐁’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결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교실이 결국 안정과 평온을 찾는 것과 달리, ‘핑퐁’에서는 인류가 생활을 지속해 왔던 모든 공간이 언인스톨되고 완전한 무(無)의 상태로 돌아간다. 이처럼 박민규의 ‘핑퐁’에는 이 세계의 문법이 아닌, ‘핑퐁’이라는 상상적 대결을 통해 아비의 세계를 뒤집어엎는 발칙함이 도사리고 있다. 허구적인 방법으로 상징계의 질서를 교란하는 경향은 ‘대왕오징어의 기습’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나’는 어렸을 때 잡지에서 몸길이가 150미터에 이르는 대왕오징어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결국 그 기사는 오보인 것으로 판명이 나지만, ‘나’와 ‘B’는 각각 ‘대왕오징어로부터 인류를 지키겠다.’는 꿈과 ‘외로운 괴수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운다. 하지만 이들은 애초에 가졌던 꿈과는 달리 “해변의 모래알처럼 평범한 인류”(230쪽)가 되고, 대왕오징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이쯤에서 이 소설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대왕오징어’의 의미를 점검하도록 하자. 소설에 따르면 대왕오징어는 “심해에서만 활동하는”(219쪽) “신비의 대상”(219쪽)이고, 고등학생이 된 뒤(예비 성인)로 ‘나’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기도 하다. 또 대왕오징어는 “순식간에 뭍으로 올라”(232쪽)와, “일시에 모든 것을 마비시”(232쪽)키는 파괴적인 에너지라고도 묘사된다. 그러한 단서를 통해 ‘대왕오징어’의 의미를 유추하면, ‘대왕오징어’가 상징계 너머에 있으면서 상징계의 질서를 교란하는 ‘괴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의 말미에서 대왕오징어는 사우나로 향하던 샐러리맨, 자녀의 도시락을 걱정하던 주부, 속도위반을 한 오토바이 운전자, 잡지 ‘사상계’를 버리기로 결심한 교육자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유년의 판타지 속에 존재했던 괴수가 장년의 현실 앞에 모습을 드러내 아비의 세계를 위협하고 교란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전복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현실에서는 ‘핑퐁’을 통해 세계를 ‘언인스톨’할 수도 없고, ‘대왕오징어’가 나타나 일상의 공간을 교란해주지도 않는다. 아비의 세계는 견고하고, 그 세계의 진입 문턱은 갈수록 높아져만 간다. 설혹 그 세계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고통스러운 ‘잔존’의 과정이라는 것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른 방법은 없는가. 그러한 상황에서 박민규의 가련한 주체가 떠올리는 방법이 바로 ‘죽음’이다. 4 경계에 선 아버지들 최근 발표한 소설집 ‘더블’에서 박민규는 ‘죽음’이라는 다소 묵직한 키워드를 들고 나왔다.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 ‘핑퐁’ 등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들에서 박민규가 보여 주었던 중요한 코드가 ‘유머’ 혹은 ‘블랙코미디’라는 점을 상기할 때, ‘죽음’이라는 테마가 다소 이질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박민규 소설의 유머 이면에 생(生)에 대한 씁쓸함, 분노, 반박, 체념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박민규의 ‘죽음’이 마냥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말하자면 박민규의 소설은 지금까지 묶여 나온 작품집에서도 ‘죽음’의 징후를 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치’는 자살을 기도하는 사내와 그를 말리러 출동한 경찰관의 이야기이다. 사내의 신세한탄과 그에 대한 김 순경의 동조로 이루어진 소설의 서사는 역시나 ‘아비 되기’의 고단함을 생각하게 한다. ㈀ 노력해 봤냐고…… 그런 얘기 나한테 하지도 마. 나처럼 열심히 산 사람 있음 나와 보라 해! 손 다치기 전까지…… 나 백수 같은 놈 아니야. 그래, 별 볼일 없는 일거리지만……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알아? 월급 못 받은 적은 많아도 일 쉰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응? (‘아치’, 262쪽) ㈁ 딸들 이제 시집보내야 돼. 곧 그럴 나이야. 이것들 공부시킨다고 돈도 별로 못 모았어. 줄줄이…… 이제 겁나. 요새 딸 시집보내려면 돈 얼마나 드는지 알아? 겁나 죽겠어. 그래, 또 대출받아야겠지. 그때 가서 옷을 벗든가, 퇴직금을 또 어떻게 하든가. (‘아치’, 263쪽) 인용문 ㈀과 ㈁은 각각 사내와 김 순경의 독백이다. 사내는 자신이 아비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음을 강변한다. 사내는 열심히 살았고, 별 볼일 없는 일거리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를 위무하고, 죽음의 의지를 철회하도록 종용하는 김 순경의 삶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아비’로 살기 위해 김 순경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김 순경에게 돌아온 현실은 양로원에 갈 돈도 안 남은 답답한 상황뿐이다. 김 순경은 사내를 설득해 아치에서 내려오게 하지만, 설득의 근거가 빈약함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오십 년을 더 살아도 여전히 이 아치에 뒤엉켜 있겠지”(269쪽)라는 자조 섞인 독백은 김 순경이 그 스스로에게도 살아야 하는 당위를 설득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그러한 속사정으로 김 순경은 “나도 한 번쯤, 이곳에서 뛰어도 좋겠다는 생각”(269쪽)을 하고, 검은 강물을 내려다본다. ‘누런 강, 배 한 척’은 중년의 가장(家長)이 치매에 걸린 아내와 자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이십구 년을 같은 직장에서 성실하게 근무한 ‘나’는 “소소하고 뻔한, 괴롭고 슬픈 하루하루를 똑같은 속도로 더디게 견뎌야 하는 것”(65쪽)에 지쳐 “더는 살고 싶지 않다”(65쪽)고 생각한다. ‘나’는 자살을 결심하고 “지나온 수십 년과는 다른, 한 달”(68쪽)을 보내기 위해 아내와 여행을 떠난다. 이를테면 자살 여행인 셈이다. 하지만 자살을 결행하려는 순간 ‘나’와 아내에게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다.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사지사가 중노인 두 명이 묵고 있는 호텔 방으로 찾아온 것이다. 다소 이상한 결정이었지만, ‘나’는 마사지를 받기로 결정하고, 아내에게 먼저 마사지를 받게 한다. 아 아내가 신음을 지른 것은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하마터면, 들고 있던 담배를 나는 떨어트릴 뻔했다. 수십 년 만에 들어 보는, 그런 성격의 신음이었다. 아…… 낮은 신음이 또다시 아내의 입에서 새 나왔다. (‘누런 강 배 한 척’, 74쪽) 이 소설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는 이 장면은 ‘나’에게 죽음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상징의 세계에서 가장 확실하게 벗어나려는 순간 출현한 아내의 신음 소리는 상징계의 기표로는 포획되지 않는 ‘어떤 것’을 암시한다. 아내의 신음 소리는 “수십 년 만에 들어 보는, 그런 성격”(74쪽)의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것은 ‘아비’, ‘남편’, ‘가장’, ‘영업사원’의 이름(상징)으로 살던 수십 년 동안 ‘나’가 미처 듣지 못했던 소리이다. 상징계의 질서와 영원한 안녕을 고하려는 순간, 돌연히 출연한 이 신음 소리가 ‘나’를 착란에 빠지게 하고, 확고했던 ‘나’의 자살 의지를 유예시킨다. 이 소설은 끝내 ‘나’가 자살을 결행했는지 여부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소설은 “냉장고에는 아직 한 캔의 맥주가 남아 있었다”(75쪽)라는 모호한 문장으로 종결된다. 박민규의 ‘죽음’이 가진 미덕이 여기에 있다. 박민규는 그의 소설에서 성급하게 ‘죽음’을 실현시키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룬다. ‘아치’의 마지막 문장(“이제 아치를 내려선다”)과 ‘누런 강 배 한 척’의 마지막 문장(“냉장고에는 아직 한 캔의 맥주가 남아 있었다.”)은 그 자체로 화자가 죽음을 실행에 옮겼는지 여부를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두 문장은 화자가 죽음의 세계를 넘겨다보고 있음을 암시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박민규의 인물들이 이보다 앞서 삶의 순간을 되돌아보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치’의 경찰관은 죽겠다고 아치에 올라간 사내에게 “당신 진짜 이러면 안 돼.”(258쪽)라고 말했고, ‘누런 강 배 한 척’의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삶을 즐긴 후 아내와 함께 죽고 싶었다.”(67쪽)고 생각하며 여행을 떠났다. 이처럼 박민규의 인물들은 삶의 순간에서 죽음을 동경하고, 죽음의 순간에서 다시 삶을 넘겨다보는 딜레마 속에 위치한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에게서 나는 나와 내 아버지와 동료의 모습을 본다. 그들은 신용불량을 면하기 위해 대리 운전을 하고(‘별’), 차를 팔기 위해 고객의 택배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으며(‘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하늘에 떠 있는 직경 10킬로미터짜리 아스피린을 보고도 “자, 일해야지”라는 부장의 말에 “예”라고 대답한다(‘아스피린’). 또 그들은 12년간 용역 사원으로 근무한 끝에 마침내 괴물이 되어 버린 사내이기도 하다(‘루디’). 그래서 나는 박민규의 인물들이 손쉽게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에 나는 그들이 삶의 긴장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외롭고 고단한 곡예를 계속해주기를 바란다. 삶을 이어 나가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그의 소설을 읽으며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끝>
  • [13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오후 11시 30분) 지난 10월 24일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2010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 결승전이 있었다. 천분의 일초를 다투는 F1 경기에는 놀라운 공기역학의 비밀이 숨어 있다. 그 비밀의 열쇠는 다름 아닌 F1의 날개들. 프런트윙, 바지보드, 사이드포드, 디퓨저, 리어윙 등 우승과 직결되는 F1의 날개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꼬마과학자 시드(KBS2 오후 3시 5분) 일상의 과학적 호기심을 음악과 유머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에피소드. 시드는 꼭 매일 이를 닦아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학교에서 시드는 우리의 입은 음식을 씹어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여러 종류의 이들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되고, 매일 이를 닦아서 건강한 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몽땅 내사랑(MBC 오후 7시 45분) 김원장은 미선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미선의 가족과 상견례를 추진한다. 김원장이 옥엽을 벼르고 있는 것을 알게 된 미선은 일부러 옥엽을 상견례 자리에 데려가지 않는다. 한편 태수는 옥엽의 정체를 알려 김원장과 미선의 결혼을 방해하려 한다. 태수의 설득에 넘어간 김원장은 미선에게 옥엽을 꼭 만나야겠다는 말을 하는데…. ●괜찮아, 아빠 딸(SBS 오후 8시 50분) 채령의 가족은 애령이 진구와의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알면서도 말리지 못한다. 사채 이자를 갚기 위해 애령이 애쓰는 가운데, 호령은 기환이 빌려준 돈을 받아내려고 아영의 아버지를 찾아간다. 한편 필석의 결혼 승낙 소식에 진구는 쾌재를 부르며 룸살롱으로 달려가고, 닥터홍은 애령의 미래를 걱정한다. ●세계테마기행(EBS 오후 8시 50분) 남미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 페루. 지구의 등뼈라 불리는 숨막힐 듯 웅장한 안데스 산맥의 대자연과, 중남미 3대 토착문명 중 하나인 잉카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곳이지만 스페인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전국민의 90%가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나라다. 오래된 신세계, 페루의 진면목을 탁재형 오지전문 PD가 찾아 나선다. ●경제스페셜<실패는 없다>(OBS 오후 10시 5분) 불황 속에서도 각 분야에서 창조적인 경영 노하우로 발전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 경영 전략을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우리나라 미술 발전을 위한 현대미술관 ‘유로’의 현장에서 다양한 미술품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화랑을 꾸려나가는 박춘순 관장과 함께 ‘갤러리 유로’의 오늘을 만나본다.
  • 낯선 듯 아닌 듯 그 묘함

    낯선 듯 아닌 듯 그 묘함

    중국, 인도 미술에 이어 동남아 작가들이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동남아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 10월 초 막을 내린 국립현대미술관의 ‘아시아 리얼리즘’전은 동남아 근현대미술을 폭넓게 소개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고, 지난 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던 ‘세계미술의 진주, 동아시아전’은 개성 넘치는 동남아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아라리오갤러리가 9일 천안과 서울에서 동시에 개막한 ‘군도의 불빛들’전은 동남아 작가에 대한 국내 미술계의 관심을 반영하는 또 하나의 대규모 기획전이다. 전시에 초청된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6개국 13명은 자국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비엔날레에 참여한 딘 큐 레이(베트남), ‘세계미술의 진주’전에 소개된 레슬리 드 차베스(필리핀) 등 일부 작가를 제외하고 대다수 작가들은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천안 전시장에 들어서면 필리핀의 부부 작가인 알프레도 앤 이자벨 아퀼리잔의 설치 작품들이 먼저 눈길을 끈다. 어부들이 신었던 낡은 슬리퍼를 엮어 만든 대형 날개와 대중교통인 지프니의 화려한 장식품으로 제작한 금속성의 조형물 등 재활용품을 활용한 작품들에선 필리핀 서민들의 애환과 사회상이 묻어난다. 필리핀 여성 작가 제럴딘 하비엘의 독특한 회화 작품도 인상적이다. 공포 영화에서 따온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빨간색 자수 레이스로 피를 상징하는 오브제를 입체적으로 덧붙인 그의 작품은 공포와 아름다움·유머가 뒤섞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도네시아의 에코 누그로호와 태국의 나티 유타릿은 부패한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벼운 이미지로 표현해 주목받는 작가들이다. 에코 누그로호는 만화 같은 대중문화 아이콘을 활용한 벽화와 카펫 작업으로 유명하고, 나티 유타릿은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로 불합리한 현실에 메스를 가한다. 태국 작가 나빈 라완차이쿨은 다문화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작품 소재로 삼는다. 인도계 태국인으로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작가는 다양한 언어로 ‘나빈’이라는 이름이 쓰인 종이를 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영상 작품을 출품했다. 영상에 나온 모습 그대로 실물 크기로 만든 작가의 조각상은 웃음을 자아낸다. 서울 전시장에 소개된 2명의 작품은 좀 더 파격적이다. 인도네시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구스 수와게는 배설물 그림 아래 세계적인 작가의 이름을 적어놓는가 하면, 돼지 머리뼈를 형상화한 조형물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필리핀 작가 호세 레가스피는 가톨릭 국가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내면을 직설적이고, 거칠게 표현한 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서울은 내년 1월 16일까지, 천안은 2월 13일까지. (02)723-6191, (041)551-5100~1. 천안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뮤지컬·영화·소설·… 3色 매력 ‘김종욱 찾기’

    뮤지컬·영화·소설·… 3色 매력 ‘김종욱 찾기’

    ‘창작 뮤지컬의 신화’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낸 토종 히트 뮤지컬 ‘김종욱 찾기’. 2006년 초연된 이래 지금까지 평균 객석 점유율 93%, 누적 관객 36만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첫사랑 김종욱을 찾기 위해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방문한 여자. 사무소장과 함께 첫사랑을 찾아 나서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와 성장기를 담았다. 이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책으로도 나왔다. 젊은 작가 전아리가 같은 제목의 소설로 냈다. 히트 영화나 베스트셀러가 뮤지컬로 만들어진 사례는 많지만 국내 창작 뮤지컬이 영화나 소설로 역(逆)생산된 것은 처음이다. 9일 개봉하는 ‘김종욱 찾기’다. 뮤지컬의 성공 신화를 일궈냈던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더 화제가 됐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영화 ‘김종욱 찾기’를 비교해 봤다.■뮤지컬은…창작작품 신화 ●누적 관객 36만명 대기록… 영화 데뷔 장유정감독 “또 하나의 전환점” 뮤지컬은 제한된 공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연극과 닮았다. 무대를 멀리서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표정과 감정은 좀 더 과장돼야 하고, 리듬감으로 축제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 반면 영화는 공간이 열려 있다. ‘클로즈업’(피사체에 가까이 접근해 찍는 기법)이 있기 때문에 굳이 과한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감정을 절제해야 제맛이다. 이런 면에서 영화와 뮤지컬은 대척점에 있다. 두 ‘김종욱’의 결정적 차이도 여기서 비롯된다. 작품의 내용과 주제는 똑같지만 시나리오는 사뭇 다르다. 뮤지컬에서는 시·공간적 한계로 생략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감독의 상상력으로 살을 붙인 것. 영화는 뮤지컬과 달리 두 주인공 한기준(공유)과 서지우(임수정)의 표정과 시선처리 등에서 감정을 함축하기 위해 애쓴다. 뮤지컬에 비해 덜 직설적이다. 그렇다고 영화에 뮤지컬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기준은 이따금 다소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의 ‘찌질함’을 보여주려 부단히 애쓰는데, 말하는 톤에서 뮤지컬 대사의 느낌이 묻어난다. 감독의 의도인지, 아니면 미처 신경쓰지 못한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그다지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서지우가 뮤지컬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뮤지컬 ‘김종욱’에 나오는 장면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영화 속 뮤지컬이다. 여주인공은 뮤지컬 ‘김종욱’에서 신문기자였지만, 영화에서는 뮤지컬 배우 출신 무대 감독으로 나온다. 뮤지컬 ‘김종욱’은 화려하다기보다는 소박한 편인데, 영화에서는 이런 아쉬움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화려하다. ‘무대감독’ 임수정 코치는 실제 뮤지컬 감독 박칼린이 맡았다. ■영화는…유머코드 진화 ●맛깔나는 남녀 주인공 캐릭터… 영화 속 ‘김종욱’ 배꼽잡네 영화는 뮤지컬과 다른 방식으로 유머 코드를 다룬다. 뮤지컬 ‘김종욱’의 등장인물은 남자, 여자, 그리고 멀티맨 3명이 전부다. 멀티맨은 남자와 여자를 제외한 수십개 역할을 맡는다. 여자의 아버지, 남자의 애인, 스튜어디스, 택시기사, 맞선 남, 인도인 투어가이드….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한, 기치와 위트가 빛나는 캐릭터다. 뮤지컬 ‘김종욱’의 매력은 상당부분 이 멀티맨 역할에 의지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런 식의 유머 코드가 통할 리 없다. 관객들은 뮤지컬을 ‘쇼’로 생각하기 때문에 멀티맨 배역에 흥미를 느끼지만, 영화는 또 다른 ‘현실’인 까닭에 이런 식의 배역을 넣기가 어렵다. 영화 ‘김종욱 찾기’는 역설적이게도 원작의 핵심적 매력인 멀티맨을 빼야 하는 고민에 봉착한 것. 더욱이 내용도 첫사랑이란 진부한 소재니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영화는 비장의 유머 카드로 난관을 뚫었다. 뮤지컬과 달리 남자주인공 자체를 ‘독특한 캐릭터’로 바꿔 놓은 것이다. 주인공 한기준은 소심하고, 자기 원칙이 분명하다. 원칙이 어긋나면 불안 증세를 보인다. 결벽증도 있다. 여기서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허우대 큰 공유의 소심한 연기는 물론, 그가 맞닥뜨리는 상황 상황이 배꼽을 잡게 한다. 뮤지컬에는 없는 묘미다. ■소설은…‘전아리표’ 수작 ●뮤지컬이 영화·책으로 逆생산 서지우도 뮤지컬에서보다 더 털털한 사람으로 나온다. 소심한 남자와 털털한 여자와의 만남을 맛깔나게 그려낸 대목도 영화의 별미다. 남녀주인공의 캐릭터를 좀 더 명확히 함으로써 뮤지컬 속 멀티맨의 공백을 채워나가고 있는 셈. 결과는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장 감독은 뮤지컬계에서는 잔뼈가 굵었지만 영화판에서는 데뷔작이다. 캐릭터 대비 효과는 물론 카메오가 주는 영화적 웃음, 패러디 등의 효과를 잘 활용했다. 영화에는 김동욱, 신성록, 오만석, 김무열, 정성화, 엄기준 등 뮤지컬 ‘김종욱’의 배우들 13명이 대거 카메오로 출연했다. 영상도 깔끔하고 자연스럽다. 신인감독들의 경우 겉멋에 집착해 내용과는 동떨어진, 자연스럽지 못한 영상미를 보여주는 때가 종종 있는데 영화 ‘김종욱’은 그렇지 않았다. “또 하나의 전환점이다. 프로로서 안정감이 생기니 내 인생의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 정말 순수하게 어떤 한곳에 몰두하고 매진했던 순간이 그리웠다. 좌충우돌하면서 살아도 다시 사는 느낌, 더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장 감독이 털어놓은 소감이다. 올 겨울, 영화·뮤지컬·소설 속 세 ‘김종욱’의 매력을 비교해 보는 것은 어떨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리더 34인, 국격을 말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의 위상 점수를 한번 매겨 볼까. 경제 규모 세계 13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 여기까지는 좋은 부분이다. 자살률·이혼율·교통사고 사망률 최고 수준, 이민 가고 싶은 나라 50위…. 세계인이 인정하는 경제대국으로서 나날이 위상을 높여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국격, 즉 국가의 품격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최근 출간된 ‘대한민국 국격을 생각한다’(이어령 등 34인 지음, 올림 펴냄)는 국격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김주영 소설가,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등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 34명이 나라의 품격과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언을 제시한다. 국가의 품격은 과연 어떻게 완성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는 책이다. 여기에서 이 전 장관은 “우리 안의 천격(賤格)을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예전에는 가난해도 ‘격’이 있었다. 그런데 경제적 부를 얻은 대신 우리 고유의 격을 잃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이어 한국적 조화와 융합이 필요할 때라고 일갈한다. 한 전 장관은 내부적으로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국격과 대외적으로 외국인이 바라보는 국격 간에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평가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국격이 높다고 생각되는 나라를 선정해 그들이 가진 장점으로 우리 안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국격 제고는 일시적 ‘운동’보다는 꾸준한 ‘활동’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이 사장은 리더들이 불필요한 프로토콜(규약)을 없앰으로써 가치 상응을 꾀하는 데 나설 것을 주문한다. 경영전문가 공병호씨는 “국격은 인격의 합(合)이므로 개인의 인격을 가다듬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고 하고, 신상훈 방송작가는 “서민의 막힌 속을 뚫어주는 지도자가 진짜 지도자”라며 청와대에 유머 작가를 둘 것을 제안한다. 1만 3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씨줄날줄] 포탄개그/육철수 논설위원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목과 달리 참 가슴 아픈 얘기를 담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말, 독일의 나치군대가 이탈리아를 침공한 시기다. 독일군은 유태인들을 모조리 수용소로 잡아가는데, 아버지(귀도)와 네살짜리 아들(조슈아)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천진난만한 아들에게 전쟁의 공포와 참혹한 수용소 생활을 모르도록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속였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어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머를 잃지 않고, 고비마다 지혜를 발휘하는 아버지의 희생이 너무 애처롭다.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후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영화 속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것처럼, 국민이 전쟁을 느끼지 못하도록 구사한, 속깊은 유머였으면 좋으련만 그게 아니어서 문제다. 피폭 다음 날 연평도를 찾은 송영길 인천시장은 포염에 그을린 술병을 보고 “이거 진짜 폭탄주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이튿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선영 의원(선진당)은 “(대통령께서는) 조종사 같은 점퍼부터 벗어던지시라. 연평도에 가셔서 작은 눈 크게 뜨고 똑바로 보시라.”고 발언했다. 연평도 주민들이 피란길에 올랐는데 폭탄주 운운하고, 대통령에게 ‘작은 눈’을 들먹이며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행태에 웃어야 할지, 성을 내야 할지….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일행의 ‘보온병 포탄’ 해프닝일 것 같다. 지난달 24일 연평도를 찾은 안 대표는 불에 탄 철제 통 두개를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고 말했다. 포병 출신이며 3성 장군으로 예편한 황진하 의원은 “작은 통은 76.1㎜ 같고, 큰 것은 122㎜ 방사포탄으로 보인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것은 포탄피가 아니라 보온병으로 밝혀졌다. 이 장면이 그제 방송으로 나가는 바람에 ‘병역면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안 대표는 또 시중의 조롱거리가 됐다. 황 의원도 ‘주연 같은 조연’ ‘×별 출신’이란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면, 현지 주민과 안내자가 이 물체를 갖고 와서 포탄이라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마침 취재 중이던 방송기자들의 요청으로 진지하게 연출을 했는데 그만 개그가 되어 버렸다. 보온병이 하필이면 장군 출신도 구별 못할 만큼 포탄을 빼닮았는지, 일이 꼬이려니 참…. 그러게 가만히 있으면 본전은 할 텐데, 왜 그렇게들 나서길 좋아하는지. 위기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들의 밑천을 들여다보는 일은 서글프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영화리뷰] ‘스위치’

    [영화리뷰] ‘스위치’

    “결혼은 싫어. 하지만 아이는 갖고 싶어.” 요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꽤 많다. 고학력 여성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결혼이란 제도에 얽매여 자신만의 생활을 희생하기는 싫고, 종족보존(?)은 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넋두리다. 그만큼 결혼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하지만 마냥 넋두리만은 아니다. 여기 정말 그런 여자가 있다. 잘나가는 미국 뉴욕의 커리어우먼 캐시(오른쪽·제니퍼 애니스턴)는 우월한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 임신을 결심한다. 임신 성공을 기념하는 파티에 절친한 친구인 윌리(왼쪽·제이슨 베이트먼)를 초대하고,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윌리는 캐시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이 엄청난 사건은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한 채 캐시가 다른 도시로 이사 가면서 기억 속에 묻힌다. 7년 뒤 다시 재회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윌리는 캐시의 아들 세바스티안(토머스 로빈슨)에게 유난히 끌린다. 자신을 꼭 빼닮았기 때문이다. 새달 2일 개봉하는 영화 ‘스위치’다. 영화는 결론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다.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두 남녀가 사랑에 성공하는,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의 공식을 보여준다. 다만 이런 구조에 참신하게 첨가된 양념이 바로 ‘인공수정’이란 소재다.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다는, 미국 사회의 ‘체제적 자신감’을 보여준달까. 특히 인공수정의 매개가 정자의 체외 배출(!)인지라, 성(性)적 코미디가 자연스레 녹아 있는 것도 별미다. 차세대 할리우드 스타로 불리는 아역 배우 토머스 로빈슨의 시니컬하면서도 엉뚱한 연기도 유쾌하다. 당차고 발랄한 미국식 유머가 인상적이다. 줄리엣 루이스, 제프 골드블럼 등 명품 조연들의 활약도 기막히다. ‘스위치’는 로맨틱 코미디보다 가족 영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윌리와 캐시의 연인 관계보다 윌리와 세바스티안의 부자(父子) 관계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스위치’의 한계는 이 지점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애초에 영화는 미혼 여성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미혼모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는 듯 했으나 결론은 ‘정상 가족’을 옹호하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캐시와 윌리, 그리고 세바스티안이 온전한 가족이 되면서 그간 제기했던 참신함을 뒤덮어 버리는 까닭이다. 미국 사회 특유의 기독교적이고 보수적인 가족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스위치’의 대담함은 여기서 퇴색돼 버린다. 결국 진보적인 소재로 새로운 시각을 전하는 듯하면서도 케케묵은 할리우드 가족 영화의 경로를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최근 원색적인 영화가 넘쳐 나는 올겨울 영화판에서 훈훈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나쁜 선택은 아닐 듯 싶다.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부고] ‘총알 탄 사나이’ 레슬리 닐슨 하늘로

    [부고] ‘총알 탄 사나이’ 레슬리 닐슨 하늘로

    코미디 영화 ‘총알 탄 사나이’ ‘에어플레인’ 등으로 유명한 캐나다 출신의 영화배우 레슬리 닐슨이 28일 미국 플로리다 자택 인근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타계했다. 84세. 1926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닐슨은 캐나다 공군, 캘거리 방송국 DJ 등을 거쳐 뉴욕의 저명한 연기학교인 ‘네이버후드 플레이하우스’에서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뒤 60년 넘게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폭넓는 연기를 펼쳤다. 재난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년)에서 선장 역을 맡는 등 한때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으나, 유머 넘치는 실제 성격을 반영한 작품 ‘에어플레인’(1980년)이 크게 성공한 이후 코미디 배우로 명성을 날렸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이미숙 “주연 고집 버리니 할 역할 너무 많아”

    이미숙 “주연 고집 버리니 할 역할 너무 많아”

    요즘처럼 여배우 카리스마가 각광받은 때가 또 있었던가. 그 한복판에는 바로 이미숙(50)이 있다. 1982년 드라마 ‘여인열전’에서 독기 서린 장희빈 연기로 강한 카리스마를 심어준 그녀는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 이어 SBS 신작 드라마 ‘웃어요, 엄마’에 잇따라 캐스팅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드라마 촬영에 한창인 그녀를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SBS 탄현제작센터에서 만났다. →활동이 전성기 때 못지않다. -지금이 전성기처럼 보여진다면 연기에 대해 무언가 한 꺼풀 내려 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에는 항상 긴장하면서 나를 재촉하고 어떤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것을 놓으니까 스스로도 편해졌고 정말 많은 것들이 보였다. →그 시작을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2008)으로 봐도 되나. -솔직히 내 사심과 욕심으로는 엄마 역을 하기 싫었다. 처음엔 내가 ‘에덴의 동쪽’ 주인공인 줄 알았다. 당시 내가 누구의 엄마, 특히 송승헌 엄마를 해야 되는 건가 하는 속앓이를 많이 했다. →결혼했다고 해서 기혼자 역할만 주는 것은 여배우에 대한 편견이라며 주연만 고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나. -그 추세로 가다간 환갑이 될 것 같았다(웃음). 주연만 고집하던 시절엔 “어디 감히 나한테 이런 역을 들이대.”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만의 틀이 너무 셌다. 그런데 그 틀을 살짝 부수는 순간, 해야 될 것이 너무 많았다. 나를 포함해 많은 배우들이 배우로서 욕심을 버리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엄청난 고통과 가슴앓이가 따르게 마련이다. →세상이 다 아는 톱스타인지라 뒤로 물러서는 게 더 힘들었을 수 있겠다. -어려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까닭에 받는 데만 익숙해져 남을 배려하는 게 서툴렀다. 적게 주고도 많이 줬다고 생각할 정도로 성격이 모난 적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배우로서 연기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지 장르나 역할을 정해놓는 것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연을 오래 한 사람들은 살짝 뒤로 물러서도 어떤 역이든 주연처럼 해내는 능력들이 있다. →최근 ‘웃어요, 엄마’에서 쫄바지에 핫팬츠를 입고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을 패러디해 화제가 됐다. -솔직히 민망했다. 작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지만 어디 가서 그런 막춤을 추겠나. 극 중 장면은 방송 출연 정지를 당해 배우 생명에 위기를 맞은 딸을 위해 엄마가 자신을 던져 망가지는 애잔한 상황이었다. 모성애가 부각되기를 바랐는데 외적인 부분만 이슈가 돼서 좀 아쉬웠다. →극 중 복희는 자신이 못 다 이룬 배우의 꿈을 딸 달래(강민경)에게 강요하는 독한 엄마로 그려지는데. -복희는 여왕벌 같은 캐릭터다. 자신의 꿈을 딸을 통해 투시하다 보니 욕심이 과하고 사회적 통념에서 다소 벗어난 엄마다. 드라마니까 설정이 과도해진 면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인물이 무너졌을 때 의외의 반전이 숨어 있다. →실제로 1남 1녀를 둔 엄마인데, 복희와 비슷한 면이 있나. -나도 때로 복희처럼 강하게 맞서고 싶지만, 상상이나 대리만족에 그칠 뿐이다. 아들은 유머감각도 있고 멋스러워 친구 겸 애인 같다. 요즘 진로와 군대 문제 때문에 고민이 한창이다. 굳이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그 나이에 겪을 갈등도 느껴 보고 가슴도 아파 보라고 충고한다. →극 중 달래가 톱탤런트가 되기 위해 술자리에 불려 다니는 등 수모를 겪는 장면이 나온다. 여배우로서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사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배우를 시켜야 되는지 의문이 들고 속상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어차피 결정은 배우 본인이 하고 책임도 본인이 지는 것이다. →데뷔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나이 드는 게 속상하지 않나. -속상하다. 여배우들에겐 왜 나이 먹었느냐고 질타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인생의 맛을 알고 멋을 아는 40~50대가 되면 연기자로서 표현의 폭이 더 넓어지는데, 성에 차는 역할은 점점 줄어드는 것도 아쉽다. 하지만 배우가 나이 드는 것을 받아들이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것도 우리가 할 몫인 것 같다. 나에겐 나이가 핑계나 타협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여배우들’에서 윤여정, 고현정과 이혼 얘기를 하면서 눈시울 붉히는 장면이 나온다. 이혼한 여배우로서 삶의 무게를 느낀 적이 있나. -살다 보면 이혼도 겪을 수 있는 삶의 한 과정이자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려고 한다. 이혼이 사회에 불이익을 주거나 법을 흔들어 놓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후배들에게 무서운 선배로 알려져 있다. -나는 선배의 연륜을 꼭 권위로 가져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단, 일터가 전쟁터인데 집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와서 어느 상황에든 대처를 해야지 일터에 와서 무기를 준비하면 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뒤늦게 사과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얼마 전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과 섹시하게 찍은 커플 화보가 화제였다. -평소에 모험적이고 도발적인 일을 즐기고 서슴없이 하는 편이다. 주위에 20~30년씩 어린 후배들도 있는데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다. 나는 많이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많이 버리기도 한다. 그릇이 비어 있지 않으면 많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숙은 나이가 들어도 여자로서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 배우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몸매 유지 비결을 물었더니 공백기에 하루 3시간씩 운동으로 다진 체력을 작품에 다 쏟아부은 뒤 기진맥진하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한다고 털어놓는다. 그녀에게서 여배우이기에 앞서 프로의 자존심이 강하게 풍겨져 나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中특사 다이빙궈 누구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27일 전격 방한, 28일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한 다이빙궈(戴秉國·69) 중국 국무위원(외교담당)은 후 주석에 이어 외교 분야에서 실질적 2인자 역할을 하는 인물로, 대(對)한반도 정책을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중국 외교의 ‘거물’이다.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막역한 관계여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중국 내 몇 안 되는 실력자로 통한다. 실제 북·중 간 당대당 외교채널로 북한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지내 김 위원장의 ‘호감’은 각별하다는 후문이다. 지난 8월 중국 동북 3성을 전격 방문한 김 위원장을 지린(吉林)성에서 영접한 것도 그였고, 당시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 대부분을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에는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나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양자 및 다자 간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답변을 얻어내면서 6자회담 재개 흐름이 속도를 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제2차 북핵위기 이후 한반도에서 위기가 계속되던 2003년 4월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6자회담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외교소식통들은 그를 “머리 회전이 빠르고, 유머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소련·동구국장과 불가리아 대사를 지낸 그는 소수민족인 투자(土家)족 출신이라는 약점에도 직업 외교관으로 승승장구해 탕자쉬안(唐家璇)의 뒤를 이어 2008년 외교담당 국무위원으로 임명됐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신진작가의 성장통…서상익 두번째 개인전 ‘서커스’

    신진작가의 성장통…서상익 두번째 개인전 ‘서커스’

    떠오르는 신진 작가 서상익(33)의 두 번째 개인전 ‘서커스’가 26일부터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화가의 작업실을 어슬렁거리는 사자 등 일상과 공상의 세계를 뒤섞은 화면 구성으로 주목 받았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미술관, 아파트 같은 현실적인 공간 안에 영화, 음악 등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예술과 사회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페인트 잇 블랙’(Paint it black)은 까맣게 칠해진 그림 앞에 서커스 복장을 한 원숭이가 붓을 들고 있고, 관람객들이 앞다퉈 이 모습을 촬영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생뚱맞아 보이는 이 그림은 작가가 지난해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갔을 때 모나리자 그림 앞에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를 보고 구상한 것으로, 명화에 집착하는 미술 관람객의 태도를 유머러스하게 비꼬고 있다. 텅 빈 캔버스 앞에서 심각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그린 ‘길들여지지 않기’나 미술관 한편에서 변기에 앉아 혼자 체스를 두는 마르셀 뒤샹이 등장하는 ‘플레잉 더 게임’ 등도 작가가 미술 현장에서 체험하고 느낀 감상들을 담고 있다. 영화와 음악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존 레넌을 주인공으로 한 ‘유주얼 서스펙트’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장면을 차용한 ‘나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미술시장에 갓 진입한 작가의 심적인 부담감과 정체성 등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작품들이다.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경찰은 누아르 영화의 영향이다. 전시는 일관된 흐름보다는 다양한 실험과 모색의 흔적이 강하다. 그래서 이 젊은 작가의 다음 작업이 더 기다려진다. 12월 10일까지. (02)3479-011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제16회 서울광고대상] 유통부문 최우수상 -하이마트 ‘대한민국 TV다있다’편

    [제16회 서울광고대상] 유통부문 최우수상 -하이마트 ‘대한민국 TV다있다’편

    ‘대한민국 TV 다있다’편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열기로 대한민국이 후끈 달아올랐던 당시 이슈에 맞추어 TV에서도 진행된 ‘하이마트 TV’편과 연계하여 제작되었습니다. 광고는 도심 한복판에 하이마트 모델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이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오픈카에 올라 대한민국 축구의 선전을 기원하는 파이팅을 외칩니다. 항상 밝고 유머러스한 상황을 담았던 하이마트 광고에 맞춰 응원 퍼레이드라는 상황을 연출하였으며, 퍼레이드 위에 떠있는 현수막은 ‘많은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마트가 TV 고르는 데에도 대표’라는 듯 ‘대한민국 TV 다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번 광고가 월드컵을 응원하는 분위기로 제작된 것은, 보다 실감 나고 즐겁게 축구경기를 관람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TV 구입을 고려한다면 하이마트에서 여러 회사 브랜드와 제품을 한 번에 비교하고 고르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전자제품 살 땐 하이마트’라는 한결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하이마트. 소비자 기억 속에 오래 남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이층의 악당’으로 건재함 알린 한석규

    ‘이층의 악당’으로 건재함 알린 한석규

    한국 영화 남자 배우사(史)의 궤적을 논해 보자. 1980년대가 ‘안성기의 시대’, 90년대 초반이 ‘박중훈의 시대’였다면 90년대 후반은 ‘한석규의 시대’였다. 한국 영화의 황금기였던 2000년대, 지금의 ‘빅3’인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가 바통을 이어받기 직전까지 한석규는 그 기반을 닦았다. 비록 최고 배우의 자리는 내줬지만 역시 전설은 전설이었다. 손재권 감독의 영화 ‘이층의 악당’은 한석규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는 영화와 배우 한석규에 대한 평을 던지고 이에 대한 한석규의 부연설명을 듣는 식으로 재구성했다. #‘2층의 악당’은 유머 코드에서 성공한 듯 보인다. 다른 건 차치하고 일단 재밌었다. 왠지 ‘한석규’ 하면 고지식하고, 때론 심각한 이미지라 코믹 연기가 어울릴지 의구심이 들었는데 방향은 정말 의외였다. 한석규 하하. 그렇다면 다행이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 ‘이 영화다!’ 싶더라. 알다시피 요즘 내 성적표가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손 감독이 함께 하자니 고맙기도 했다. 손 감독의 시도는 참 신선했다고 생각한다. 유머 코드가 두드러지는데 일단 등장 인물들이 다 쓸쓸하고 슬픈 사람이다. 내가 맡은 창인은 돈만 좇다 인생 망친 경우다. 우울증에 걸린 미망인 연주(김혜수), 외모 콤플렉스에 걸린 연주의 딸 성아(지우), 늙어가는 걸 믿고 싶지 않은 옆집 아줌마와 키가 작아 웃음거리가 되는 손 실장, 먹고살기 위해 후배 등치는 성식 등 나름의 사연이 있다. 재미있는 건 이 우울한 인생들이 모여 웃음의 시너지를 낸다는 거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억지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 억지스러운 상황이 있긴 하지만 내용히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요즘 코믹 영화는 과도한 욕설이나 상대에 대한 무시, 여성 외모 비하 등에서 웃음 코드를 꽤 많이 가져온다. ‘이층의 악당’은 다소 절제되면서도 깔끔한 재치로 승부수를 띄운다. 한석규 고민이 많았다. 창인이 하는 행동은 일단 웃겨야 했다. 하지만 원색적인 웃음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진솔하고 선을 넘지 않는 연기가 필요했다. 뭐랄까. 과장을 빼내고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다. 물론 연주 역의 김혜수가 대단했다. ‘닥터 봉’ 이후로 15년 만에 함께 연기했다. 김혜수는 지금껏 다양하게 변신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배우다. 이번엔 기존의 화려한 이미지를 벗고 우울한 이미지의 연기를 잘 소화해 냈다. 그걸 보는 재미도 맛깔나다. #영화 가운데 연주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중년 남성인 창인을 겨냥해 “한국 남자는 나이 먹으면 남의 일 참견하는 자격증이 나오느냐.” 하는 말인데, 위계 서열의 정점에 있는 중년 남성과 소통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아랫사람과 소통하자고 해놓고, 아랫사람이 1분 말하면 1시간 훈계를 한다. 나이건, 남녀건, 지위건 대한민국 서열 문화가 소통을 가로막는다. 중년 남성들이 이말 듣고 뜨끔했으면 좋으련만. 한석규 하하. 나도 40대 중반 중년 남성이니 잘 안다. 영화는 불우한 인생들의 단면 외에도 이들의 소통 문제도 다루고 있다고 본다. 다들 듣는 척만 하지 들으려고 하질 않으니까. 그냥 “알았어, 됐어, 그만해.” 이런 말만 한다. 그런데 알긴 뭘 알아. 하하. 영화에는 세대 간의, 남녀 간의 소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새로운 웃음 코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소통 문제, 요즘 얼마나 이슈인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그것도 함께 가져갔으면 좋겠다. #안성기가 어느 색과도 어울리는 무채색이었다면 박중훈은 좀 더 밝은 빛깔을 냈다. 하지만 2000년대 빅 3는 원색에 가깝다. 지금의 관객들은 배우들에게 보다 선명한 컬러를 원한다. 하지만 한석규는 뭐랄까. 한지의 느낌이다. 절제의 미덕이라는 한국적 정서의 이면에 시대에 역행한다는 위험성도 있어 보인다. 한석규 한국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인내가 미덕이고 낯도 많이 가리는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들이다. 나는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좀 더 과해 버리면 현실성이 없어지지 않을까. 나를 한지에 비유한 건 참 적절한 것 같다. 나는 이런 이미지에 ‘만만함’을 더하고 싶다. 뛰어 봤자 벼룩인 그런 캐릭터. 참담한 상황을 벗어나려고 아등바등 애는 쓰지만 그래 봤자 제자리에 돌아오는 인물 말이다. 이런 연기에서 관객들이 쾌감과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한석규는 신인 감독과 작업하길 좋아한다. 영화 ‘은행나무침대, 초록물고기, 넘버 3,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의 감독도 당시엔 모두 신인이었다. 이번 손 감독은 신인까진 아니지만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후 첫 작품이라 좀 더 검증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한석규 신인 감독들의 절박함이 좋다. 영화에는 늘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를 무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게 신인 감독들이다. 사실 매너리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수도 없이 연기를 반복하다 보면 대충 하자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신인 감독들은 날 고무시킨다. 고민하고 공부하는 감독들의 모습에서 많은 걸 배운다. 이번에도 그랬다. 손 감독의 열정을 보면서 얼마나 뜨끔했는지 모른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박민규 신작 18편 담은 소설집 ‘더블’

    박민규 신작 18편 담은 소설집 ‘더블’

    2003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작가 박민규의 신작 ‘더블’(창비 펴냄)은 그의 매력이 집대성된 작품집이다. 일단 음악 CD처럼 디자인된 소설집의 외양이 눈길을 끈다. 18편의 단편소설이 각각 사이드 에이(A), 사이드 비(B)라 이름 붙인 두 권의 책에 더블 앨범처럼 담겨 있고, 음반에 있는 속지 대신 박민규의 짧은 글과 박윤정의 그림이 어우러진 아트북이 실려 있다. 작가는 “지난 시절 나를 이끌어준 모든 ‘더블 앨범’에 대한 헌정이자 크고 묵직한, 그리고 근사했던 LP 시절의 정서에 대한 작은 예찬”이라고 밝혔다. 작가가 직접 마스크를 쓰고 촬영한 표지 사진도 이색적이다. 멕시코의 전설적인 레슬러 ‘블루 데몬’과 ‘엘 산토’를 모티프로 삼은 것으로, 지난해 그가 황순원 문학상 시상식에 쓰고 등장해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블루 데몬 마스크다. 18편의 단편소설이 담은 세계는 먼 미래를 다룬 공상과학(SF)부터 무협소설 분위기에 현실 풍자까지 무척 다채로워 한 작가가 쓴 것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행 갈이와 여백 등 글자의 시각적 장치를 능란하게 활용하고 끊임없이 비유를 확장해가는 그의 문장은 첫 작품 ‘삼미슈퍼스타즈’ 때는 PC통신에 연재됐을 법하다는 인상을 풍겼지만 자가발전과 변종을 거듭하면서 상상력과 함께 성장했다.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 ‘근처’는 말기암 판정을 받은 40대 독신남이 고향에 돌아와 옛 친구들을 만나며 삶을 정리하는 이야기다. 이효석 문학상을 받은 ‘누런 강 배 한 척’ 역시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노인의 시선을 담고 있다. ‘낮잠’은 요양원을 배경으로 노년의 사랑과 회한을 묘사하고 있다. 박민규에게 촌철살인의 유머만을 기대하던 독자라면 인생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노인들의 목소리를 섬세하게 담아 낸 단편들에서 의외라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는 ‘근처’ 등을 통해 서정적 분위기와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단편소설의 교본’과 같은 작품으로 그가 변칙적이고 기발한 소설만이 아니라 기본기에도 뛰어남을 증명한다. 하늘로 날아가 버린 광고용 비행선을 하염없이 뒤쫓는 이벤트 회사 청년의 이야기 ‘굿바이, 제플린’이나 멀리 화성까지 가서 온몸을 던져 자동차를 파는 세일즈맨을 그린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는 눈물겨우면서도 웃음이 넘치는 작품이다. 알래스카에서 차를 몰다 무자비한 살인마를 만난 미국 뉴욕의 금융회사 부사장 이야기를 소재로 한 ‘루디’ 등에서는 하드보일드한 잔혹극을 경험하게 된다. ‘전생(前生)엔 마릴린 먼로였다.’로 시작하는 ‘축구도 잘해요’에서는 외계인 납치와 은하계 여행 등 끝 간 데 없는 상상력이 발휘된다. 출판사 측은 “인터뷰 때나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리마다 앞으로 그저 별말 없이 열심히 쓰겠노라고 밝혀온 박민규임을 생각하면, ‘더블’이야말로 가장 그다운 개성이 담긴 책”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초고속 결혼 윤유선 “판사 남편 공략법은…”

    초고속 결혼 윤유선 “판사 남편 공략법은…”

    배우 윤유선이 판사 남편과의 초고속 결혼 스토리를 공개했다. 16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에 출연한 윤유선은 판사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기까지 불과 100일이 걸리지 않았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윤유선은 “평소 결혼을 빨리 하는 커플을 경멸해왔다며”며 “한평생 같이 살 사람을 4계절도 안 지내보고 결정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고 밝혔다. 지인의 소개로 2001년 현직 판사를 소개받았다는 윤유선은 “당시 하희라 오연수 유호정 등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연예인 커플이라 나도 연예인 커플을 꿈꿨었다. 근엄할 것 같은 판사보다 강호동처럼 재미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얼굴 보다는 유머감각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윤유선은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근엄할까봐 싫었다. 그런데 당시 남편이 한 달도 안 돼 결혼하자고 하면서 우리 집을 자기 집처럼 자연스럽게 드나들기 시작했다”며 “그렇게 프러포즈 받고 100일도 안 돼 결혼에 골인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렇게 지난 2001년 이성호 판사와 결혼한 윤유선은 슬하에 아들 딸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슈퍼스타K’ 존박 허각, 윤종신, 토니안, 윤유선, 카라(박규리 강지영), 정석원, 양세형, 정성호, 안진경 등이 출연해 저마다의 입담을 뽐냈다. 사진 = SBS ‘강심장’ 방송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오영경 기자 oh@seoulntn.com
  • [씨줄날줄]오…바…마와 吳韓馬/박대출 논설위원

    1987년 대선 때다. ‘1노(盧)3김(金)’의 경쟁이 뜨거웠다. 개그맨 최병서가 네 후보를 코미디 소재로 삼았다. 그는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후보의 성대모사를 했다. 대통령 후보가 코미디 대상으로 처음 등장한 것이다. 성대모사는 노 후보에서 노 대통령으로 이어졌다. 현직 대통령도 소재로 삼은 것이다. 이전까지 TV 프로에서 대통령 풍자는 금기사항이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의 변화다. 왕조시대나 지금이나 같은 게 있다. 나라님이든, 대통령이든 늘 풍자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누구도 말문을 닫게 하진 못한다. 어디서 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권위주의 시대엔 몰래 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 그 상징이다. 민주시대엔 공개적으로도 가능하다. 몰래 하는 건 사적(私的), 익명적 영역이다. 대부분 거침이 없다. 여기선 막을 도리가 없다. 공개적으로 하는 건 공적(公的), 실명적 영역이다. 때로는 엄하다. 제한이나 책임이 따른다. 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를 그린 패러디가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빗댄 내용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저격하는 패러디가 나온 적도 있다. 미국도 다를 게 없다. 뉴욕포스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침팬지로 묘사했다. 2005년엔 부시 당시 대통령의 머리에 총을 겨눈 가짜 우표가 등장했다. 표현의 자유냐, 국가 원수 모독이냐 논란이 벌어졌다. 우리는 법적 처벌 공방까지 이어간다. 하나를 더 짚어보자. 사적, 익명적 영역을 벗어나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공적, 실명적 영역으로 넘어가면 탈이 난다. 성희롱성 유머나 저급한 성적 개그·패러디 등이 이 범주에 든다. 최근 물의를 빚은 ‘오바마 건배사’가 대표적이다. 경만호 대한적십자사 부총재가 낙마하는 사태를 불렀다. 공직자는 영역을 지켜야 할 책임이 더 무겁다. 경 부총재는 이를 망각했다가 혼쭐이 났다 한·미동맹친선협회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 이름을 지었다. 오한마(吳韓馬). 주한 미군사령부를 통해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협회가 미국 주요 인사에게 선사한 한국 이름은 더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한희숙(韓熙淑),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라이수(羅梨秀),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백보국(白保國),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미국 대사는 박보우(朴寶友) 등이다. G20 정상회의가 어제 개막됐다. 오바마 대통령도 방한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성희롱성 건배사에 대해 알까. ‘오…바…마’는 사라지는 게 낫겠다. 오한마만 남기를 기대한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꽃미남 투톱 강동원·고수 ‘초능력자’ 흥행 초능력 발휘할까

    꽃미남 투톱 강동원·고수 ‘초능력자’ 흥행 초능력 발휘할까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해운대’와 ‘국가대표’ 이후 올여름 원빈의 ‘아저씨’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극장가는 꽃미남 강동원(오른쪽·29)이 쥐고 흔들었다. 지난해 12월 말 개봉한 ‘전우치’는 6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올 2월 초 개봉한 ‘의형제’는 546만명을 끌어모았다. 이 두 작품으로 앞서 출연했던 여섯 작품을 모두 합한 성적표를 훌쩍 뛰어넘었다. 강동원이 오는 10일 개봉되는 ‘초능력자’를 통해 3연속 흥행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또 다른 꽃미남 고수(왼쪽·32)와 함께다.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초인(강동원)과 그 능력이 통하지 않는 평범남 규남(고수)의 예기치 않은 만남과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두 ‘꽃남’이 늦가을 극장가에서 과연 ‘흥행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엇갈리는 반응을 업(Up) & 다운(Down)으로 살펴본다. ■Up ‘초능력자’는 세 가지 청량감을 주는 영화다. 우선 국내 영화의 장르적인 폭을 넓히는 작품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초능력자’의 장르를 따져 보자면 소재 때문에 공상과학(SF)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는 SF 불모지나 다름없다. 미국 할리우드 작품을 많이 접하다 보니 SF물이라면 반드시 압도적인 스펙터클이나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이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을 법하다. 하지만 ‘초능력자’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은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괴력을 지녔다거나 눈에서 광선이 나가지도 않는다. 우리가 흔히 봐 왔던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초능력자’는 순제작비가 29억원에 불과하다. ‘초능력자’의 두 번째 청량감은 이야기의 방향성에 있다. 초인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세상을 구하거나 혹은 세상을 지배하려고 하지 않는다. 만약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면 ‘초능력자’는 그저 그런 범작으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괴물 취급당하고, 어머니의 손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초인은 세상에 대한 복수를 택하기보다 평범한 삶을 그리워하며 존재하지 않는 존재처럼 살아간다.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만, 그 때문에 평범한 삶 속에 자신의 능력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는 존재인 규남을 만나 운명적인 대결을 펼치게 된다. 세 번째 청량감은 외국인 연기자다. 어두울 수 있는 ‘초능력자’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요소다. 규남의 폐차장 동료로 나오는 외국인 캐릭터 버바와 알이다. 각각 가나와 터키에서 온 아부다드(25)와 에네스 카야(26)가 연기한다. 1년 전부터 한국에서 의술을 공부하고 있는 아부다드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2004년 한국에 온 뒤 국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던 카야는 한국 사람 뺨 칠 정도의 말솜씨를 자랑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이주노동자의 삶을 다룬 독립영화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방가? 방가!’에 이어 상업영화에서도 비중 있는 외국인 연기자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안방에서 불었던 외국인 연기자 바람이 스크린으로 서서히 옮겨지는 느낌.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Down 뭔가 허전하다. 김지운·봉준호 감독 밑에서 연출을 배운 까닭인지 영화 속 무수한 상징과 화면이 주는 미감은 김지운의 감수성을 연상시키고, 철학적 메시지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재주는 봉준호를 닮았다. 부분 부분 따져 보면 괜찮은 듯도 싶은데 막상 합쳐 놓으니 힘이 달린다. 김민석 감독의 데뷔작 ‘초능력자’는 치밀하지 못하다. ‘부정교합’, 일종의 균형의 실패다. 왜일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던 까닭이다. 초능력을 가진 남자와 초능력에서 자유로운 남자, 칼과 방패의 싸움으로 치닫기까지 그 사연과 과정이 장황하고, 중반 넘어 대결은 기계적으로 반복돼 밋밋함을 더한다. 공상과학(SF) 영화를 표방했다면 철학적 메시지를 담든 그러지 않든 내용을 최대한 압축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감각이 미덕일진데, 이를 풀어내는 과정에 부연 설명을 너무 많이 달았다. 욕심이 과했던 거다. 자연히 관객 입장에서는 시원스러운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밖에. 이 때문에 미감을 돋우는 장면들조차 왠지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진다. 영화에 자연스레 스미는 게 아니라 따로 노는 느낌이다. 물론 ‘원죄’는 영화의 장황한 화법에 있다. 불필요한 장면이 많아 늘어지다 보니, 영화의 스타일마저 퇴색돼 버리는 거다. “굳이 그렇게 치장할 필요가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는 유머 코드에서도 다소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두 외국인이 한국말을 태연히 구사하는 재미 외에는 별달리 웃을 일이 없다. 아예 유머 코드를 배제했다면 모르겠지만. 하지만 긴장감 속에서도 이완을 시켜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장면이 꽤 많은 걸로 봐서 감독은 유머에도 분명 관심이 많다. 그럼에도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꽤나 관객을 고민에 빠뜨리게 만든다. 그만큼 자연스럽지 못하다. 배우들의 매력도 기대만큼 발산되지 못했다. 강동원과 고수는 이미 검증된 매력을 갖고 있는 배우이지만 전작에 비해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단순히 배우의 책임이라기보단 매력을 효율적으로 담아내지 못한 영화의 여건을 탓하고 싶다. ‘초능력자’는 영상 스타일, 철학적 메시지, 호화 캐스팅까지 세 마리 토끼를 좇았지만 결국 ‘영화적 재미’를 잃어버린 역설적 작품이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역시 균형을 잘 잡아야 영화가 산다.’는 것. 신인 감독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하원-공화 4년만에 다수당 유력, 상원-민주 과반 수성할 듯

    하원-공화 4년만에 다수당 유력, 상원-민주 과반 수성할 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중간선거가 2일(현지시간) 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상원의원(임기 6년) 100명 가운데 3분의1과 보궐선거 대상을 포함한 37명, 하원의원(임기2년) 435명 전원, 주지사 50명 가운데 37명을 선출한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50~60석을 추가, 230석 안팎을 확보해 다수당 지위를 4년 만에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상원의 경우 다수당 확보에 필요한 10석에는 1~2석 모자랄 것으로 예상돼 민주당의 과반의석 수성이 점쳐진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약진해 양원에서 다수당이 되거나, 하원만 장악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후반기 국정전략 수정 불가피 선거를 하루 앞두고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전문조사기관인 입소스와 공동으로 실시해 발표한 예측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이 하원에서 231석을 얻는 반면 민주당은 204석 획득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다수당이 되기 위해 필요한 과반 의석 218석을 13석이나 웃돌게 된다.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53대47 또는 52대48석으로 공화당을 누르고 다수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예측대로 선거결과가 나올 경우 공화당은 지난 2006년 민주당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내준 지 4년만에 다시 다수당을 차지하게 된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50석 이상을 추가할 경우 이는 1994년 54석을 늘린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버지니아 대학의 레리 사바토 교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올린 예측에서 공화당이 상원에서는 8석을 추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원에서는 55석을 늘려 233석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지사도 현재 24개주보다 9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31일자에 주요 신문·방송의 정치전문 기자와 편집국장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예측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51~52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원의 경우 199~216대219~236석으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상원의 의석분포는 민주당 57석, 공화당 41석, 민주당 지지성향의 무소속 2석이다. 하원의 의석분포는 민주당 255석, 공화당 178석이다. 주지사는 민주당이 26개주, 공화당이 24개주를 차지하고 있다. ●벌써 ‘패자’ 오바마? 쏟아지는 훈수 미 정계와 학계 등에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하며 집권 후반 국정 방향을 주문하는 훈수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선임 정치분석가 마크 헬퍼린은 “나라가 전진하려면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일그러진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오바마를 향해 ▲일자리 창출에 전념할 것 ▲공화당의 재정지출 삭감 요구에 귀 기울일 것 ▲선거 결과를 부드러운 유머로 받아들일 것 ▲국민과 야당, 재계 반대 인사들과 소통할 것 ▲세련되지만 잘난 체하지 않는 행동가의 모습을 보일 것 등을 주문했다.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의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를 통해 “야당이 의회를 지배하게 되면 대통령은 ‘외교대통령’이 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면서 “오바마는 야망을 버리고 밖에 나가는 대신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협상하는 게 미국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코미디 쇼에서 정색한 오바마

    코미디 쇼에서 정색한 오바마

    중간선거를 앞두고 수세에 몰린 민주당 돕기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텔레비전 코미디쇼에까지 기웃거리는 처지가 됐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밤 케이블 채널 ‘코미디 센트럴’의 정치풍자 토크쇼인 ‘데일리 쇼’에 출연한 오바마 대통령은 유명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와 30분간 대담하며 민주당 표심잡기에 나섰다. 취임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토크쇼에는 여러 차례 나갔지만 코미디쇼에 나가기는 처음이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표를 하나라도 더 건지려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시종 농담이나 유머는 자제한 채 진지한 표정으로 ‘선거운동’에 전념했다. 특히 건강보험 및 금융규제 개혁법안을 비롯해 경기부양 조치 등 그동안의 정책 성과를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스튜어트가 지난 2년간의 정책에서는 대선 때 기치로 내걸었던 ‘담대한 희망’ 대신 오히려 소심함이 느껴졌다고 지적하자 “이 쇼를 좋아하지만 이 대목에서만큼은 분명히 견해를 달리 한다.”면서 “변화는 하룻밤 새 이뤄지지 않으며, 내가 대선 때 내세웠던 변화 역시 18개월 만에 이뤄질 게 아니라 앞으로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충분치 않았고 많은 국민들이 좌절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다.”며 자신의 대선 구호 ‘예스 위 캔’(Yes we can)을 언급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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