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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리뷰] 셉템버 이슈

    [영화 리뷰] 셉템버 이슈

    유리천장 제 아무리 살기 좋은 세상이 됐다고는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다. 특히 여자, 그들이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똑같은 학력과 능력을 가졌어도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한자리 차지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보이지 않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세상은 아직도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에 둘러싸인 곳이다. 냉혈한 그래서일까. 이른바 ‘성공했다는’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성공한 여성들은 왠지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 프로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인간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일이 끝난 뒤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공허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다. 세상은 아직도 여자의 성공에 인색하다. 모두들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라고 떠받드는 듯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안나 윈투어 여기 바로 그런 여자가 있다. 패션의 바이블로 불리는 ‘보그’의 전설적 편집장 안나 윈투어. 영화 ‘셉템버 이슈’는 미국 보그의 9월호 제작과정을 통해 이 성공한 여성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낸다. 천재적인 패션감각과 칼 같은 일 처리로 유명한 이 편집장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보그 편집장 ‘미란다’의 실제 모델이 됐던 인물이다. 카리스마 늘 패션쇼 맨 앞줄에 앉아 명품 선글라스를 낀 채 경직된 표정으로 모델의 의상을 지켜보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차갑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어떤 말을 할지 벌벌 떤다. 이런 카리스마는 패션계가 알아서(?) 그를 존경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윈투어의 모습을 통해 성공한 여성이란 이렇게 독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남자를 이길 수 없으며, 부드러움 따윈 내팽개쳐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철저히 보여 준다. 좋게 말하면 ‘여자는 이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리얼리티이고, 나쁘게 말하면 ‘성공하려면 여성성을 버려라.’라는 반(反)여성주의다. 엄마 한 술 더 뜨는 대목. 차가운 모습을 녹일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모성애 뿐이다. 이 냉혈 여성도 결국은 ‘엄마’였다. 영화는 성공한 여성도 결국은 훌륭한 엄마여야 공허함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내비친다. 모성을 발휘할 수 없다면 그냥 냉혈한일 뿐이니까. 그래야 완벽해진다. 나름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미혼 여성들이여. ‘영화에 따르면’ 그대들은 불완전한 존재다. 28일 개봉.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女談餘談] 리더십과 유리천장/이은주 사회2부 기자

    [女談餘談] 리더십과 유리천장/이은주 사회2부 기자

    ‘때론 부드럽게, 때론 냉혹하게’ 천하를 호령하던 미실(美室)도 결국 최후를 맞았다. 마지막 모습도 그녀답게 도도하고 비장했다. 인기 TV드라마 ‘선덕여왕’ 얘기다. 극 중간에 퇴장한 인물이 이토록 큰 반향을 일으킨 경우는 흔치 않다. 미실이라는 인물의 존재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실이 악역임에도 이처럼 큰 인기를 끈 것은 여성 지도자로서 자신만의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리라. 극중 미실은 ‘욕망의 화신’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통찰력을 갖춘 지략가로서 뭇 남성을 압도했다. 여성이라는 한계와 골품제라는 신분의 벽에 맞서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진수를 보인 셈이다. 여성의 리더십이 영감을 준 작품은 이전에도 있었다. 대표적 한류 드라마인 ‘대장금’에서 한상궁(양미경)은 신뢰에 기반한 감성적 리더십으로 큰 울림을 줬다. 한상궁은 수라간 궁녀 장금(이영애)이 미각을 잃었음에도 끝까지 믿고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극중 한상궁이 하차하자 인터넷에서는 ‘한상궁 되살리기 운동’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에 나오는 가상의 이야기일 뿐,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권익과 영향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여자는 어리고 봐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여성들은 입사 때부터 까다로운 나이 제한의 벽을 통과해야 하고, 결혼에 있어서도 보이지 않는 제약에 놓인다. 입사와 결혼 이후에도 직장내 ‘유리천장’이나 가정내 불평등으로 좌절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지만, 유엔개발계획(UNDP)이 조사한 여성권한척도는 109개국 가운데 61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방한한 아샤로즈 미기로 유엔 사무부총장은 “한국이 더 성장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파트너로 여기고, 사회 각 분야에 여성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21세기형 미실과 한상궁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에 진정한 양성 평등이 필요한 이유다. 이은주 사회2부 기자 erin@seoul.co.kr
  • 女행원들 ‘PB 신드롬’

    여성 은행원들 사이 ‘PB(프라이빗 뱅커)되기’ 열풍이 거세다. 여전히 남성 중심의 문화가 뿌리깊은 은행권에서 PB자리가 직장 내에서 차별을 극복할 대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사내전문 PB인력 양성을 위해 금융권 최초로 개설한 ‘PB사관학교’ 1기생 30명 가운데 여성은 26명이나 뽑혔다. 우리은행은 전체 직원 수 1만 5000명 중 남성이 55%, 여성이 45%를 차지한다. 기존 직원들의 성비(性比)를 고려하더라도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한 공개 전형에서 합격자의 86.6%가 여성이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은행 PB사관학교나 사관생도 선발 모두 금융권 첫 시도이기에 선발 과정은 어느 때보다 깐깐했다는 평이다. 자격 요건은 입행 경력 10년차 이상인 과장급 가운데 공인재무설계사(AFPK) 자격을 보유한 사람으로 제한했다. 경쟁률만 20대1. 이어 한 달여간 서류심사를 했고, 인성·적성검사와 심층면접 등을 통해 공정성을 더했다는 것이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PB사업본부 관계자는 “사내 경쟁이고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에 맞춰 선발하는 것인 만큼 절차와 공정성에도 어느 때보다 신경썼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성비가 너무 한쪽으로 쏠리자 은행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PB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여성 신청자가 60%여서 (여성)합격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90%에 육박할 줄은 몰랐다.”면서 “현장(PB센터)에선 여성들 이상으로 남성을 원하는 수요도 많은데 사관생도가 너무 한쪽으로 쏠려 사실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은행권 내부에선 PB되기에 여성들이 몰리는 것은 국내 금융계에 존재하는 ‘유리천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권에서 여전히 여성의 진급이 미진하기만 한 현실에서 여성 은행원에게 PB되기는 일종의 ‘고시(高試)’처럼 직장내 신분상승 기회로 여겨진다는 뜻이다. PB사관학교에 지원했던 한 여성 과장은 “여성 행원이 PB가 된다는 것은 은행권에서 성별과 상관없이 능력을 인정받고 대우도 받을 기회를 얻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성은 PB시험을 대하는 태도도 남다르다는 평이다. 면접에 참가한 우리은행 관계자는 “여성과 남성은 (PB)시험을 준비하는 태도부터 면접을 치르는 자세까지 확연히 다르다.”면서 “여성합격자가 많은 것은 이 같은 태도의 차이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시중은행에서 여성이 가장 높게 올라간 직급은 부행장이다. 그나마 전체 은행을 통틀어 7명인데 은행권 전체 부행장급 이상 임원 수가 200여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얼굴표현 작가 3인 3색展

    얼굴표현 작가 3인 3색展

    흔히 사진이 현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눈으로 보는 이미지와 잔상을 다 표현하지 못하기도 한다. 일테면 햇빛에 반짝거리는 강물을 찍으면, 필터를 써도 눈으로 보는 그 반짝반짝하는 생동감을 재현해 주지는 못한다. 하물며 인간의 얼굴에 잠깐 드러났다가 사라지고 마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거나, 또는 고양된 정신과 사회적 풍자를 드러내고자 할 때 사진의 한계는 명확해진다. 그럴 때 작가들이 카메라 대신 붓을 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대의 고통과 고민을 담아내기 위해 특정한 모델이 있거나 특정 고객이 주문한 초상화가 아닌데도 얼굴을 그리려는 시도들이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지속되고 있다. ●강강훈 ‘모던보이’ 청담동 박여숙 화랑서 전시 아파트 출입구의 1.5배 되는 크기(165×130㎝)로 그린 강강훈(30)의 인물화는 숨을 훅 하고 들이마실 정도로 정밀한 극사실화이다. 얼굴에 있는 수천개의 모공과 솜털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제멋대로 난 콧수염 한올한올, 눈가의 잔주름과 하늘로 날리는 곱슬머리와 눈썹 한올까지 붓 끝에서 살아났다. 이들은 담배를 삐딱하게 꼬나물고 있고, 대형 헤드셋을 끼고 있다. 홍콩·싱가포르·상하이 등 아트페어에서 소개돼 매진됐던 강 작가의 첫번째 개인전 ‘모던 보이’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19일부터 10월3일까지 열린다. 강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극사실주의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표현방식일 뿐이라고 말한다. 마치 조선시대 초상화 제조방식인, 형태만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전신사조(傳神寫照)’에 맞닿았다. 터럭 한 올마저도 닮게 그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강 작가는 “과학과 미디어의 발달로 점차 정체성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의 모습을 인간이라는 가장 강력한 표현물을 통해 고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즉 얼굴을 통해서 순수함과 꿈을 잃은 채 이기적이고 수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변의 친구를 중심으로, 이번 전시회에서는 노주현, 정우성, 이정재, 이상봉 등 유명인들을 그리기도 했다. 연출 사진을 찍어 복사지 A4 크기로 인화해 그렸다. 박여숙화랑 측은 올 5월 홍콩 아트페어에 출품된 그의 그림을 경매회사인 홍콩 크리스티의 전 회장인 앤서니 린 등이 구매했다고 전했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경희대 서양화과를 나온 강 작가는 극사실주의 2세대를 형성하고 있다. (02)549-7575. ●24일까지 이화익갤러리서 김정선 ‘추억의 얼굴’ 김정선(37)은 추억 속의 이미지를 찾아 회화적으로 재조합한 그림들을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선보인다. MBC 앵커인 김주하의 어린 시절 사진으로 그린 얼굴이나, 사촌 언니의 얼굴, 14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이용수 할머니의 18세 젊은 얼굴, 암으로 고생하는 시어머니의 얼굴, 영화 소나기 속의 여자 주인공의 얼굴, 옥색 저고리를 입은 중년의 아주머니 등이 대형 화폭에 담겨 있다. 김정선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흑백사진, 즉 돌사진이나 결혼, 초등·중·고교 입학식 사진, 회갑 사진 등 통과의례용 사진 등에서 삶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작가적 서정성을 담아 그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잃어버리는 것을 찾아서 재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래된 가족 사진첩에서 또는 인터넷에서 발견하게 된 30~40년 전 엄지손가락만 한 흑백사진 속의 그녀들을 김 작가가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 작가가 그린 얼굴들은 흑백 사진 속의 흐릿한 인물들을 연상시키듯 붓질 몇번만으로 쓱쓱 그린 듯하다. 구체성은 없지만 개성은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용수 할머니나 옥색 저고리의 여성들은 고사리 이파리 같은 무늬가 옷에 가득하다. 배란기 여성의 분비물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고사리 형상이라는 과학상식에 기초해 고사리 모양을 만들어 찍어넣은 것이다. 김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에서 추상화를 주로 그렸다. 그러나 어느날 내용이 없는 추상화는 더 이상 그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스타가 되기보다는 작가가 되는 일이 당시 내 나이에 맞았다.”고 회상했다. 24일까지. (02)730-7818. ●사시 여성 그린 펑정제 ‘중국 초상화’ 중국의 2세대 팝아트 작가인 펑정제(41)는 사시의 여성을 그린다. 핑크와 그린을 주된 색으로 그려낸 여성들의 얼굴은 탐욕스러운 빨간 입술과 살짝 술에 취한 듯 붉은 눈두덩, 그 속의 눈동자는 작고 초점없이 흩어져 있다. 눈썹은 몇 개의 가닥으로 처리됐다. 중국의 사회상을 여인의 표정 속에 내재화시켰다고 한다. 보색대비되는 색채 때문인지 여인들은 색정과 교태, 요염과 냉소를 나타내고 있다. 오세권 미술평론가는 “근엄하면서 후덕함을 지니고, 냉정하면서 교만하고, 권위를 지키면서 미소를 잃지 않은 이런 얼굴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이상과 꿈을 담은 중국사회를 은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입장에서 보면 변방인 사천 출신인 펑정제는 중국의 색깔이라고 하는 붉은색, 녹색에 익숙하고 그런 색깔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리며 생활에서도 이용한다고 했다. 핑크 쓰레기통, 핑크 소파, 핑크 유리천장 등등 그의 작업실은 핑크와 그린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가 즐겨입는 옷도 핑크 의상이다. 서울 청담동 디 갤러리에서 10월10일까지.(02)3447-0048.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꿈꾸는 여대생들이여 유리천장 이렇게 뚫어라”

    “꿈꾸는 여대생들이여 유리천장 이렇게 뚫어라”

    서울대 경력개발센터가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리더 13명의 성공 뒤안길의 땀과 눈물을 소개한 책을 12일 펴냈다. 제목은 ‘꿈꾸는 여대생에게 들려주는 여성 리더들의 이야기’다. 서울대 여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교수 1위로 꼽은 김빛내리 생명과학부 교수와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 박경희 KBS 아나운서 실장,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 정옥자 국사편찬위원장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여성 리더들이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비결을 털어놨다. 특히 여성들만의 고민인 일과 육아에 대한 조언이 아낌없이 공개됐다. 김빛내리 교수는 두려움을 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육아는 어차피 힘들 수밖에 없지만 ‘애는 낳아놓으면 큰다.’는 말이 맞다. 완벽한 엄마가 되려 하기보다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라.”고 말했다. 박경희 KBS 아나운서 실장은 1980년 자신을 포함한 여성 아나운서들이 동시에 결혼하면서 ‘결혼=퇴사’의 불문율을 깬 일화를 들려줬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전통적 여성상과 남성적 리더십을 동시에 갖추라고 요구하는 이중잣대를 정면돌파하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김혜정 듀오 사장, 황미나 만화가, 신혜수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이사 등의 경험담도 실렸다. 서울대경력개발센터는 13일 오후 6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저자들과 함께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서러운 10급 공무원

    “5급 승진이요? 6급 승진도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이나 어려운데, 5급이 된다는 것은 정말 선택받은 자라야만 가능하죠.”행정안전부는 최근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통해 기능직 공무원도 5급까지 승진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각종 처우개선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른바 ‘10급 공무원’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기능직 공무원은 공직사회에 여전히 ‘유리천장 같은 장벽’이 존재하며, 차별과 불합리한 대우가 서럽게 느껴질뿐이라고 털어놨다.●농장·공사장 일까지 시키기도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했던 기능직 공무원 오모(35)씨는 2007년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어처구니가 없다. 교장이 갑자기 도교육청 교육위원의 농장에 가서 농사일을 거들라고 지시한 것이다. 10년 전부터 계속됐던 관례라며, 전임자들도 모두 지시를 따랐다고 했다.오씨는 9900㎡(3000평) 남짓한 농장에서 모내기를 하고, 축사 돼지에게 먹이를 주다가 울분을 참지 못하고 노조에 이 사실을 알렸다. 교장은 노조의 격렬한 항의를 받고서야 슬며시 지시를 거두었다.서울의 한 구청에서 기능직으로 근무하는 안모(54)씨는 1989년 10급으로 임용됐다. 하지만 안씨의 현재 직급은 8급. 20년 동안 단 2계단 승진한 것이다. 안씨는 아직도 상사에게 올리는 보고서의 담당자란에 자신의 이름을 쓸 수가 없다. 일반직인 상사에게 결재를 맡기 위해서는 갓 들어온 일반직 9급 공무원의 이름을 올려야 한다.안씨는 “기능직은 20년을 넘게 근무해도 사무실 책상배열 순서가 일반직 9급 다음”이라며 “민원인들도 기능직이라는 것을 알면 ‘공무원도 아닌 것’이라며 무시하기 일쑤다.”고 한숨 지었다.지방의 한 교육청 소속인 전모(49·기능직 8급)씨는 ‘공사장 인부’로 전락했던 경험이 있다. 근무하던 학교가 급식창고를 짓는데 예산 부족으로 사람을 고용할 수 없게 되자, 전씨에게 공사장 일을 맡긴 것. 전씨는 창고가 다 완성될 때까지 꼬박 2개월을 삽질과 괭이질을 하며 보냈다.●20년 근무때 연봉 1000만원 차이기능직 공무원이 겪는 가장 큰 애환은 승진이 사실상 봉쇄됐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최고 100대1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10급 공무원’으로 입문하지만,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기능직 공무원은 8만 7714명(국가직 4만 307명, 지방직 4만 4643명)이며, 일선 학교에 근무하는 인원까지 합치면 12만명이 넘는다. 이 중 우편배달 업무 등을 담당하는 ‘정보통신현업직군’을 제외한 나머지는 6급까지만 승진이 가능하다. 6급 승진도 ‘하늘의 별 따기’다. 기능직 공무원 중 6급은 2.9%(정보통신현업직군 제외)에 불과하며, 7급 역시 14%밖에 되지 않는다. 73.3%가 8~9급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임용된 지 20년이 넘은 나이 지긋한 공무원들이다.기능직 공무원도 법령상으로는 직급별로 1년 6개월~3년이 지나면 일반승진 자격이 주어진다. 또 한 직급에서 6~8년을 근무하면 근속승진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이들의 승진이 더딘 이유는 직급별 내부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규정은 없지만, 각 부처와 지자체는 6급의 비율을 통상 4% 이내로 제약하고 있다. 승진이 더디다 보니 보수도 일반직 공무원과 점차 격차가 벌어진다. 전국기능직공무원노동조합은 20년을 근무한 일반직과 기능직 공무원은 연평균 1000만원의 보수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남기범 성결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공직에서 기능직 공무원의 업무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다른 직렬로 전보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도전정신으로 모든 일에 임하면 누구든 두각”

    “평범하게 살아왔고, 열심히 하다 보니 비범한 결과를 얻었다. 도전정신으로 모든 일에 임하면 누구든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평범한 진리지만 아주 중요하다. 열심히 일하고, 아름다운 생각으로 무장한다면 좋은 나라, 정다운 사회, 끈끈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인1세 첫 美 직선시장… 자서전 출간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열린 선거에서 한인 1세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직선시장에 당선된 강석희(56) 어바인(캘리포니아) 시장이 취임 5개월 만에 고국을 찾았다. 그는 이번 방한에 맞춰 자서전인 ‘유리천장 그 너머-세일즈맨에서 시장까지, 강석희의 꿈과 도전’(올림 펴냄)을 출간하기도 했다. 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조찬 간담회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시를 방문하고 모교인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특별강연을 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한 강 시장은 “32년 전 한국을 떠난 미국 시민권자를 이렇게 한국인으로 대접을 해주며 환영해줘서 고맙다. 낳아준 조국, 키워준 고국은 나의 영원한 조국이다.”면서 “고국의 많은 지인과 동포사회, 미국 주류사회의 도움으로 시장에 당선됐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어바인시를 5년째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고, 1만 5000여개의 기업이 있는 어바인시의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역대 시장 중에서 가장 좋은 시장으로 남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은근과 끈기로 역경 극복할 것” 이어 불황을 겪고 있는 고국 동포에게 “한국은 저력이 있다. ‘은근과 끈기’로 어려움을 충분히 헤쳐나갈 것이라 믿는다. 세일즈맨에서 시장이 될 때까지 나에게는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도전정신이 있었다. 이는 한국인의 정신이다. 한국은 역경을 지혜롭게 극복할 것으로 본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1977년 고려대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전자제품 유통업체에서 15년 동안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LA폭동을 목격한 뒤 한인의 정치력 신장이 절실하다는 생각에 정계에 뛰어들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월드이슈] 이스라엘 아랍인 사면초가

    [월드이슈] 이스라엘 아랍인 사면초가

    아랍과 이스라엘. 이 이분법적인 틀 안에서 극심한 차별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국적은 이스라엘이지만 아랍 민족으로 분류되는 ‘이스라엘 아랍인(Israeli Arabs)’이 그들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시민권자이지만 ‘시오니즘의 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엄연한 이방인이다. 아랍에서 보면 ‘이스라엘인’이고 이스라엘에서 보면 ‘아랍인’인 이들이 겪는 설움은 크다. 이스라엘 아랍인들의 모태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뒤 외국으로 떠나지 않았던 팔레스타인인들이다. 당시 아랍인 95만명 가운데 80%는 외국으로 쫓겨났지만 나머지 15만 6000여명은 이스라엘에 남았다. 이들과 그 후손들은 현 이스라엘 인구의 19.7%를 차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빈곤층의 53% 차지 하지만 인종차별은 계속됐다. 최근 이스라엘 헤브루 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아랍 출신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교육비는 유대인 출신의 3분의1에 불과했다. 아랍인들이 병역에서 배제돼 있어 정부 지원이 차이를 보이는 까닭이다. 이는 유대인과 아랍인의 교육 수준 차이로 귀결, 취업과 임금 차별로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극빈층의 53%가 이스라엘 아랍인이며 임금 수준은 유대인에 비해 29%가 낮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분석가 시몬 샤미르도 ‘이스라엘 아랍인’이란 연구보고서에서 “취업과 임금 차별은 다시 이들 자녀들의 교육 기회를 박탈한다.”고 악순환 구조를 지적했다. 이스라엘 아랍인들은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의 터전이 이스라엘인 만큼 무장세력의 무차별 테러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스라엘 아랍인들은 테러로 매년 수십명이 목숨을 잃는다. 특히 2006년 레바논 전쟁 당시에는 43명의 민간인 사망자 가운데 19명이 이스라엘 아랍인들이었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정부가 이스라엘 아랍인들의 거주 지역에 보호조치를 해주지 않아 피해가 컸다.”고 반발, 이등국민의 설움을 토로했다. ●악화되는 反아랍 정서 차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젠 인종차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움직임까지 생긴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최근 성공한 이스라엘 아랍 기업인 파디 무스타파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스라엘 아랍인들이 살고 있는 움 알 팜 출신인 그는 고향에서 아랍 출신에 대한 ‘유리천장’을 깬 모범사례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 우파 연정의 탄생에 무스타파의 앞날은 어둡다. 극우 정치인 아비그도르 리버만이 부상하면서 인종차별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리버만은 이스라엘 아랍인의 거주지역을 팔레스타인 영토로 넘겨 유대인 순혈주의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이 이스라엘에서 계속 살길 원한다면 충성 맹세를 한 뒤 군복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정책이 시행된다면 무스타파의 고향 움 알 팜은 팔레스타인에게 넘어갈 게 뻔하다. 무스타파는 직업을 버리고 팔레스타인으로 귀화하거나, 충성서약을 한 뒤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한다. 최근 반(反) 아랍 정서는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의 아랍 인권단체인 ‘급진주의반대운동’이 지난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스라엘 아랍인들과 한 건물에서 같이 살 수 없다.’고 답한 유대인은 75%에 달했다. 이들의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의견도 40%나 나왔다. 2007년 조사에 비해 반 아랍 정서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구촌 곳곳은 아직도 인종 차별로 곤욕을 치른다. 민주주의가 발달된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종 문제는 아직도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이스라엘 아랍인의 문제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띤다.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인종차별을 합법화하는 식으로 제도가 퇴행하는 경우는 없지만 리버만의 정책은 ‘제도적 후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데니스 가이츠고리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리버만에게 핵심적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씨줄날줄] 여성권한 척도/ 함혜리 논설위원

    유엔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990년부터 매년 인간개발지수(HDI)를 발표해 온 유엔개발계획(UNDP)은 1995년 유엔 제4차 세계여성회의를 계기로 여성개발지수(GDI·남녀평등지수)와 여성권한척도(GEM)를 채택해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GDI는 국가별로 교육수준과 평균수명, 예상소득에서 남녀평등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반면 GEM은 국회와 입법기관의 여성비율, 고위 임직원 및 행정관리직의 여성비율, 전문기술직 여성비율, 남녀 소득차이를 평가요소로 활용한다. 2008년 UNDP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여성개발지수에서 26위(0.910)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높은 교육열 덕분에 남녀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여성권한척도는 108개국 가운데 68위(0.540)에 그쳤다. 여성개발지수와 여성권한척도 순위가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정치·경제 활동과 정책결정 과정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여성에 대한 문화·사회적 편견은 어느 정도 해소됐을지언정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분야인 정치와 경제에서 남성이 의사결정권을 차지하고 여성은 배제되고 있다는 뜻이다. 여성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참여권을 가지고 목표나 비전을 함께 논의하지 못한다. 여성들의 의견이나 고충이 제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 2008년 전체 성비 가운데 여성의원 비율이 13.7%, 여성행정 관리직은 8%에 불과하다. 조사대상 국가의 평균치는 여성의원 비율이 19%, 여성행정관리직이 29%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세계적인 여권신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첫 발표 때에도 인간개발지수 31위, 여성개발지수 37위로 인간개발에 있어서는 남녀간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권한척도는 1995년 116개국 중에서 90위로 하위권이었다.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여성의 사회 참여가 크게 늘었지만 유리천장이 여전히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이게 진짜 현실이다.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과 실천이 필요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월드 이슈] 52년전 투표권 획득 흑인 현주소

    지난해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학자인 마리안 베르트랑 교수의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했다. 보스턴과 시카고에 나온 채용광고를 보고 가상의 흑인과 백인의 입사지원서 5000통을 무작위로 보낸 뒤 그 결과를 지켜본 것. 가상 흑인과 백인의 학력 등 이른바 ‘스펙’은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백인의 지원서는 열 군데 가운데 한 군데꼴로 응답이 왔지만 흑인의 지원서는 열다섯 군데 중 한 군데꼴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차별 때문에 흑인 남성의 임금은 백인 남성의 임금보다 30% 정도 적다.”고 진단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백인가구와 흑인가구의 소득격차도 연 2000달러(약 276만원) 이상 벌어졌고 흑인들의 교육기회가 줄어드는 악순환은 반복된다. 흑인에 대한 차별은 보통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란 말로 비유되곤 한다. 흑인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이 말은 편견이라는 유리천장에 막혀 더 이상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없는 미국 흑인들의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흑인들을 명시적으로 차별하는 법이나 제도는 대부분 폐지됐다. 1862년 노예 해방이 선언됐고 1957년 모든 흑인에게 투표권이 보장됐다. 하지만 베르트랑 교수의 실험에서 알 수 있듯 편견은 실질적인 차별로 이어진다. 최근 미국 국민들은 ‘오바마 신드롬’으로 인종문제가 많이 해소됐다고 믿는다. CNN 리서치가 지난달 흑인과 백인 성인남녀 1245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설문 조사에서 흑인들 가운데 69%가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이 실현됐다고 답변했다. 이는 지난해 3월에 나온 34%보다 배 이상 높은 것이다. 2009년 2월에 ‘흑인의 달’이란 칭호를 붙일 정도로 미국은 꽤나 들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흑인에 대한 유리천장은 ‘현재진행형’이란 비관론도 있다. 미국의 흑인 여성인권 운동가인 말리크 미아는 “오바마가 흑인의 자결권에 대한 해답은 아니다.”면서 “흑인들의 높은 실업률, 열악한 주택과 교육 문제 등 병리현상은 당장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깊게 박힌 인식과 편견의 유리천장을 없애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알파우먼들의 비즈니스 정글 생존법

    Q: 갑이 파트너로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답변1: 우리가 어떤 평판을 원하는가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요. 답변2: 갑은 파트너로 자격이 없어 보여. 하나의 질문에 대한 두 가지 대답의 공통점은 갑에 대한 ‘공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방어’의 유무이다. 대답1은 갑을 정확하게 공격하지 않았으므로 대화를 전해들은 갑이 따져묻더라도 빠져 나갈 구멍이 있지만, 대답2는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대답1은 잘나가는 ‘알파맨’의 화술이고, 대답2는 능력 있는 ‘알파우먼’의 것이다. 비즈니스 정글에서 살아남는 ‘결정적 비밀’을 담은 ‘똑똑한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크리스토퍼 V 플렛 지음, 홍대운 옮김, 시공사 펴냄)에는 왜 알파우먼들이 승진의 장벽인 ‘유리천장’에 부딪쳐 좌절하게 되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원제 ‘비즈니스에 대해 남자들이 말하지 않는 것’(What Men Don’t Tell Women About Business)과 부제 ‘일 잘하는 여자가 무능한 남자들에게 번번이 밀려나는 이유’에서 눈치챌 수 있듯 직장 속 알파맨들 사이의 게임의 법칙이다. 전 CNN 부사장인 게일 에반스가 쓴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가 성공한 여성의 조언이라면 이 책은 성공한 남성의 충고다. 왜 남자들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하는지, 자신의 능력을 과장해서 말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도 친분관계가 있는 체하고, 싫어하는 사람과도 함께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명료하게 설명한다. 남자들이 자동차에 투자하거나 시계에 집착하고, 평범한 휴가도 무엇인가 있는 듯 말하는 이유까지 섬세하게 담았다. 더불어 알파우먼들의 문제점도 꼬집는다. 이를테면 여자는 업무상 결점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구구절절 개인사를 늘어놓고, 자기방어를 위해 남을 공격한다. 때론 성적 매력을 내세우기도 한다. 너무 적나라해 때론 불쾌하지만 성공하고 싶은 직장 여성들에게는 분명 약이 되는 말들이다. 알파맨을 보는 시각을 단순히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차이로 치부할 게 아니라는 것은 성공을 갈망하는 직장여성이라면 한번쯤은 느껴봤을 터. 역시 적극적으로 알파맨의 행동양식을 간파하기 위해 들춰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특파원 칼럼] 힐러리와 페일린 그리고 유리천장/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힐러리와 페일린 그리고 유리천장/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모두 끝났다. 민주당은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를 탄생시켰다는 자긍심을 대선 승리로 이어가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허리케인 구스타프 때문에 다소 위축됐던 공화당은 여성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 지명으로 일거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민주·공화 전당대회는 여러 면에서 참 달랐다. 민주당의 덴버 펩시센터와 인베스코 풋볼경기장에는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이 섞여 있었다. 미국의 축소판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전체 대의원 중 흑인 비율이 24.5%로 역대 최고다. 하지만 공화당의 세인트폴 엑셀에너지센터에서는 백인이 아닌 얼굴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대의원 2380명 중 흑인은 36명으로 1.5%에 불과했다.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비율이 이보다는 높다지만 소수에 그쳤다. 전당대회장 분위기도 달랐다. 민주당은 비교적 자유로운 복장을 한 대의원들, 특히 젊은층의 모습이 많았다. 플래카드와 음악 등 전당대회준비위의 철저한 준비와 운영이 돋보였다. 반면 공화당 전당대회장에 들어서면 숙연해졌다. 곳곳에 ‘국가가 먼저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압권은 연단 뒤편의 대형 스크린.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대형 성조기가 휘날리며 ‘애국심’을 강조했다. 짙은 양복 차림의 중·장년 남성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민주·공화 전당대회를 아우르는 공통점도 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페일린 부통령 후보로 상징되는 여성 파워다. 힐러리와 페일린을 단순비교하는 건 무리다. 정당과 이념, 세대, 정치여정·최고점에 도달한 과정이 전혀 다르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에게 공통적인 것은 언론으로 대표되는 사회의 ‘성차별주의’다. 몇몇 언론은 힐러리의 의상과 색상, 머리모양, 목소리 톤 등 지엽적인 것들을 문제삼았다. 외동딸 첼시가 사회인이어서 ‘다행히’ 양육문제는 빠졌다. 페일린의 경우 보다 근본적인 편견이 드러났다.40대의 일하는 여성이 아이를 다섯씩이나 낳고, 생후 4개월 된 막내는 다운증후군까지 앓고 있다. 일하면서 아이 한 둘을 키우는 것도 힘든데 군입대한 큰 아들을 빼더라도 고교생부터 늦둥이까지 두고 부통령직을 무리없이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17세 딸의 혼전 임신 사실을 알고도 ‘정치적 야망’ 때문에 딸의 인권이나 사생활을 희생시켰다는 비판까지 일며 여성의 정치적 야망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남성 후보의 자녀 수와 나이를 들먹이며 정·부통령직의 수행 능력을 문제삼았던 예는 본 적이 없다. 버락 오바마의 경우에도 아홉 살과 일곱 살의 두 딸이 있지만 가정과 일의 균형이 문제된 적은 없다.4년전 대선에서 존 에드워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도 늦둥이가 있었고, 의원경력이 2년 남짓한 초선 상원의원이었지만 경험 부족과 양육 문제가 거론되지는 않았다. 페일린의 미인대회 출신 경력까지 거론하며 ‘미모=능력’이라는 등식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성의 정치적 야망은 ‘유죄’이며 자녀의 양육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고정관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성의 지위가 다른 선진국, 특히 북유럽에 비해 낮은 미국이라고는 하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보수적인 공화당 지도부가 페일린을 구하고자 ‘성차별’ 카드를 꺼내든 건 다분히 선거 전략의 일환이겠지만 보다 신중하고 중립적인 보도의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힐러리는 경선과정에서 모두 1800만명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힐러리가 촘촘하게 금을 내놓은 유리천장에 페일린이 구멍을 뚫을 수 있을지 11월4일 선거가 기다려진다. 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kmkim@seoul.co.kr
  • [2008 美 대선] 17개월만에 끝난 ‘女대통령 야망’

    |워싱턴 김균미특파원|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이 7일(현지시간) 마침내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대한 지지 선언과 함께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11월 본선에서 오바마 의원이 이기도록 모든 것을 바치자고 열변을 토했다. 이로써 지난해 1월20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 선언과 함께 펼쳤던 미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꿈을 17개월만에 접으며 명예롭게 퇴장했다. 힐러리는 이날 워싱턴 DC 시내 국립건축박물관을 가득 메운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오늘로써 선거운동을 중단하며 오바마의 경선 승리를 축하한다.”면서 “오바마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힐러리는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들을 이루기 위한 싸움을 계속 하는 길은 우리의 에너지와 열정, 힘을 모아 오바마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선출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힐러리는 이어 “나를 지지해준 것처럼 오바마도 열렬히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민주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힐러리의 오바마 지지 선언으로 민주당은 오바마를 중심으로 11월 대선 진영을 갖추게 됐다. 이 과정에서 힐러리의 역할에 관심이 벌써부터 쏠리고 있다. 6일 CNN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힐러리 지지자 가운데 본선에서 오바마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60%에 그쳤다. 응답자의 17%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고,22%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힐러리 연설의 화두는 ‘여성’이었다. 힐러리는 그동안 여성이라는 점이 부각되면 경선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되도록 여성 후보라는 사실을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힐러리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여성 대권 주자로서의 자부심과 여성들이 직면한 도전 등에 할애했다. 힐러리는 “이번에는 가장 높고 두꺼운 유리천장을 깨뜨리지 못했지만, 여러분들 덕에 1800만개의 금이 갔다.”면서 “50명의 여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다면 언젠가 백악관에 여성을 들여보낼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제쯤 힐러리처럼 남성 후보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여성 대선 후보들이 나타날 지 예측할 수 없지만, 여성 대통령 후보라는 사실 그 자체가 뉴스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는 힐러리가 거둔 가장 큰 성공이자 후세들에게 남긴 선물이다. kmkim@seoul.co.kr
  • [여성&남성] ‘유리천장’ 좌절 그리고 희망

    [여성&남성] ‘유리천장’ 좌절 그리고 희망

    ‘유리천장’은 본래 여성들의 머리 위에 있는 ‘보이지 않는 승진 장벽’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남성이 소수인 직업이 등장하면서 유리천장의 존재를 실감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은 남성이었다. 반면 남성들에게 유리천장은 여성이기도 하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이성의 정보 유통 방식과 동성끼리 뭉치는 문화는 서로에게 유리천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유리천장을 깨뜨리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머리 위 열린 세상을 꿈꾸는 남성과 여성의 ‘좌절과 희망의 이중주’를 들어봤다. ●승진 힘들고 사내정보에서도 소외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신모(28)씨는 대학시절부터 학과 내 몇 안 되는 남성으로 주목받았다. 뛰어난 성적으로 대학 병원에 취직하게 된 신씨는 생각보다 남성 간호사가 많다는 사실에 안도의 안숨을 쉬었다. 하지만 소수인 남성 간호사는 여성에 비해 승진도 힘들고 사내정보 공유에도 너무 취약했다. 신씨는 몇 달 전 군기를 잡겠다는 사소한 이유로 신규 여간호사를 괴롭히는 여성 선배에게 그러지 말아달라고 정중하게 사정을 했다. 하지만 여성 선배들 모두로부터 ‘싸가지(?) 없는 남자 후배´로 낙인 찍혔다. 그는 내심 수간호사가 정당하게 상황을 판단해 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신씨는 수간호사로부터 지적받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주변의 여성 동료들도 신씨가 새내기 간호사를 좋아해 감싸고 돈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을 내기 시작했다. 신씨는 “남성들은 보통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면서 승진, 회사 분위기 등의 정보를 주고 받는데 여성들은 어떤 방식인지 모르겠다.”면서 “해명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알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후 그는 일명 ‘왕따´ 대열에 들어섰고, 여성 선배들은 그에게 이유 없는 짜증을 내곤 했다. 그는 대화로 풀어보려고 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여성들만의 ‘대화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또한 남성간호사가 수간호사를 꿈꾸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승진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거니와 기본적으로 환자들에게 신뢰를 받아야 하는데 환자들에게는 실력과 상관없이 남성간호사가 기피 대상이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남성이라고 끼워주지 않으니 인사고과가 잘 나올 리 없고, 환자들도 피하니 승진은 먼나라 이야기예요. 친구들을 만나면 승진 전략이라면서 술자리 에피소드나 로비 사례 등을 얘기하는데 낄 얘기도 없고 관심도 안 가요.” 향수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윤모(30)씨는 최근 심각하게 부서이동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 있는 부서에서는 승진이 거의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성을 위한 향수 회사여서 여성을 더 선호하기도 하지만, 여성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는 향기를 찾는 일이 남성에게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조향(향수 제조)을 배운 것은 4년전. 당시만 해도 남성 조향사에 대한 전망은 좋았다. 하지만 회사에 취직해 보니 사정은 달랐다. 여성 팀장은 윤씨 앞에서는 좀더 노력해야겠다면서 격려해 주었지만, 사석에서는 남성에게는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하곤 했다. “부서 전체가 회식을 할 때면 핵심적인 대화가 빠진 기분입니다.2차도 따라가는데 내가 있어서인지 떠도는 소문조차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려 합니다.” 부서에서 겉돌던 윤씨는 자연스럽게 마케팅부서 남성직원들과 친해졌다. 윤씨는 “마케팅은 그래도 남성들하고 잘맞더라고요. 여성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불분명한 감성으로 향기를 찾는 것보다 명확한 매출신장 방법을 찾는 것이니까요.” ●남자만의 성공모델도 전무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런가 하면 영어교재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이모(31)씨는 남성들은 성공모델이 없어 승진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씨는 “부서원 15명 중에 남성은 3명뿐입니다. 역대 팀장은 모두 여성이었는데 이유는 남성들이 회사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부서에서 유능하다고 평가받던 이씨의 남성 선배는 2년전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유는 ‘몇 시간씩 한자리에 앉아서 책 교정을 보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영어문제를 만들고 편집하고 교정을 보는 과정이 상당히 정적이어서 남성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회사를 그만두는 남성 선배들 때문에 능력있는 후배들의 승진이 힘들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저 같은 경우는 내가 낸 영어문제로 한 권의 책이 나오는 것을 보면 희열을 느낍니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언제 나갈지 모르는 놈으로 취급해 답답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주류가 될 수 없는 유리천장 밑에 있는 기분이에요.” 여성 속옷회사에 근무하는 오모(30)씨는 여성에 관한 일이라고 남성이 출세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란제리 회사라고 하면 여성이 대다수라고 생각하는 편견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낡은 사고입니다.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이기는 하지만 남성들이 대부분이에요. 디자인실을 제외하고 상관도 대부분 남성입니다.” 여성의 마음을 읽고 기획을 하는 것 역시 남성들의 몫이다. 상품을 만드는 것도 여성디자이너와 남성개발팀이 협력한다. 제작 역시 남성이 한다. 오씨는 남성이 강세를 보이는 비결에 대해 “선배들이 여성을 위한 속옷이 아닌 기능성 속옷에 중점을 두고 회사를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디자인팀보다 남성들이 중심인 기능성 소재 개발 연구팀이 힘을 얻게 됐다. 오씨는 “남성에게 불리한 직업도 여성에게 불리한 직업도 없다고 생각한다. 유리천장이라는 말은 안 보이는 벽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면 결국 깨진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웃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굵직한 프로젝트는 남자 직원에게만 박모(28·여)씨가 다니는 건설회사는 야근도 많고 업무 강도도 높다. 남성이 대부분이다. 여자라서 체력이 달린다는 말을 듣기 싫었던 그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는 번번이 남자 동기나 남자 후배에게 넘어갔다. 남자 팀장은 박씨의 불평에 “다음에는 꼭 참여할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는 대답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매번 물(?)을 먹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 선배가 안쓰럽다는 듯이 “새 부장은 굵직한 프로젝트는 추진력과 체력이 있는 남자에게 맡긴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명문대 출신인 새 부장은 대학 후배를 끌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새 부장 밑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성도 아니고 명문대 출신도 아닌 쓸모없는(?) 부원이 돼 버렸다. “프로젝트를 못 맡으니 인사고과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고, 남자 후배에게 추월당하는 수모만 당했죠. 공부를 더 할까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는데, 그런다고 여자가 남자 되는 것도 아니고, 비명문대가 명문대 되는 것도 아니니까 답답하죠, 뭐.” 이후 박씨는 핸드백에 늘 사직서를 넣고 다닌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26·여)씨는 다른 직원보다 빨리 승진하기 위해 해외 법인 주재원을 꿈꾸었다. 대학시절 어학연수도 남들보다 오래 다녀온 터라 현지 적응에도 자신 있었다. 해외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여성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문화가 있어 실력만 펼치면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김씨는 입사 1년 만에 여성 해외주재원은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산 공정을 점검하기 위해 태국으로 출장 간 김씨는 ‘여자라서 치안에 너무 신경이 쓰인다.´는 현지 법인의 불평을 들어야 했다. 그가 바깥에 나갈 때면 현지 법인에서는 전용 기사를 붙여 주었다. 대부분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 현지 공장이 위치해 있어 여자 혼자 공장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사가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상관없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본부장은 들은 체도 않고 “다음에는 남자를 보내라.”고 당부했다. 김씨는 출장을 다녀온 뒤 해외주재원 선발 과정에서 여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내 문화를 이해하게 됐다. 그는 “전에는 이런 사내 문화가 단순한 편견인 줄 알고 바꿀 수 있다고 믿었는데 요즘에는 어쩔 수 없는 ‘유리천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능력도 아닌 치안 문제 같은 이유로 해외주재원 선발에 여성이 불리하다는 현실이 너무 화나요. 하지만 그 현실을 나도 모르게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 더 슬프죠.” ●“남성이 하면 로비, 여성이 하면 이상한 행태” 경기도 한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모(31·여)씨는 학교에 여성 간부가 없다는 점이 늘 불만이다. 여성 교사의 비율은 남성에 비해 훨씬 높지만 주요 직책은 대개 남성의 몫이다. 여성 교사가 80%를 차지하지만 모든 부서의 장은 남성이 맡고 있고, 그 아래 차장 자리가 여성의 몫이다.1, 2학년은 교사 10명 가운데 남성은 고작 2명씩이다.3학년도 남성은 3명뿐이다. 박씨는 남성 교사들이 서로 끌어주면서 여성에게 주무부서 자리를 내어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감이 되려면 현재 교감에게 점수를 잘 받아야 하고 교장이 되려면 교장에게 점수를 잘 받아야 하는 인사구조 때문에 여성 교장은 나오기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교직에 여풍(女風)이 분다.´고 언론에서 보도하지만 단지 하부구조에만 여성이 많을 뿐이라고도 지적했다. 또 남성 교사들에게 익숙한 ‘승진 로비´도 여성이 하면 이상한 소문만 돈다고 말했다. “남성이 하면 로비고, 여성이 하면 이상한 행태인가요?정말 어이가 없어요.” 직장생활 3년차인 최모(29·여)씨는 직장 여성이 임신하면 능력 없는 직원으로 낙인 찍히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내 여성 간부가 없기 때문이다. 최씨의 별명은 ‘슈퍼우먼´, ‘술상무´, ‘억척 어멈´ 등이다. 그만큼 열심히 일했고, 중요한 프로젝트는 그의 차지였다. 업무와 관련한 자격증도 5개나 취득했고, 특진 대상 1순위로 평가받았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유리천장´은 실력없는 여성이 만들어낸 용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의사인 남편과 결혼한 뒤 상황은 달라졌다. 일은 예전과 같았지만 동료나 상관은 일이 아닌 ‘의사 사모님´으로 그를 평가했다. 회사에는 그가 언제 관둘지 모른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리고 임신을 하자 이제는 최씨를 배려한다는 핑계로 남자 후배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넘기기 시작했다. 상관은 오래 쉬어야 하니 후배 가르치는 일에 열중해 달라는 주문까지 했다. 그리고 지난달 특진 대상을 올리라는 회사의 지시에 상관은 인사고과점수가 평균 이하인 남자 동기를 대상자로 올렸다. 게다가 ‘승진 로비´까지 도맡아서 해주고 있었다. “회사에는 이왕이면 여성보다는 남성을 밀어주는 게 상책이란 소문까지 있어요. 한명이라도 여성 간부가 있다면 우리도 희망을 가질 텐데…. 그래도 제가 이 악물고 버텨서 첫번째 여성 간부가 될 겁니다. 그리고 여성 후배들도 ‘유리천장´을 부수도록 도와줘야죠.”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용어클릭]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미국의 경제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1970년에 만들어낸 신조어로 본래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회사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한다. 미국 정부는 1991년 유리천장 위원회(Glass Ceiling Commission)를 구성해 여성이나 흑인 또는 소수민족 등이 승진에서 차별 대우 받는 일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성들이 소수인 직업이 생기면서 남성 직장인들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하기도 한다.
  • [女談餘談] 깨진 유리천장의 법칙/홍희경 정치부 기자

    러시아 캄차카 반도쯤 되는 북쪽으로 가고 싶었다. 여름휴가 때 말이다. 특별히 동경하던 곳은 아니다. 오히려 이름도 낯선 생경한 곳이다. 다만 올여름이 너무 덥고 답답했다. 정치부 초짜 기자가 경선전이 뜨거운 한나라당 복판에 있으려니 말이다. 천둥벌거숭이처럼 뛰다 보니 무작정 서늘한 곳이 그리웠다. 언감생심이었다. 캄차카 반도는 고사하고 휴가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으니. 예상치 못한 데서 위안을 얻었다. 덥고 답답하기는 남들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 뒤틀린 깨달음이지만, 잔인하게도 위안이 됐다. 친구 한 명이 여성을 키우겠다며 오너가 마련한 공모를 통과해 20대 과장이 됐다. 주변에서는 작은 신화라고 환호했지만, 본인은 성장통을 겪었다. 밑에 직원이 배치되지 않아 한동안 직원없는 과장 노릇을 했다. 신임 여과장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회사는 몰랐다. 대신 신임 여과장에게 어떤 일을 시켜야 하는지는 알았다. 전보다 두 배가 넘게 쏟아진 일을 해내자 1년 뒤 친구 밑에 직원 2명이 배치됐다. 어림잡아 기자보다 곱절의 연봉을 받던 또 다른 친구는 3년만에 업무부담이 덜한 회사로 옮겼다. 남자보다 더 열심히 신나게 일하다 문득 생각해 보니, 그렇게 일해서 꼭대기에 올라간 여성 상사들이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더란다. 유리천장을 뚫은 신화로 군림한 그들이 슈퍼우먼이거나, 노처녀거나, 부하들에게 잔무를 떠넘기는 골칫덩어리 가운데 하나로 보였다고 했다. 들리는 게 이런 얘기들뿐이니 5∼6년차 직장인 또래들이 모이면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막연한 한숨이 쏟아진다.‘여자라서 안 된다.’는 말은 더 이상 안 듣지만, 왠지 답답하다는 것이다. 유리천장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영 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앞선 여자 선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자의 일터에마저 유리천장이 남았다면 암울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아프다. 유리천장을 깬 뒤 쏟아진 파편들과 ‘비대칭 전쟁’을 하는 또래들에게 싸움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이가 없어서다. 지금 아픈가. 알게 모르게 모두 아프다. 홍희경 정치부 기자 saloo@seoul.co.kr
  • ‘서바이버’ 우승자 한인 2세, CNN 진행자 데뷔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인 CBS 리얼리티 쇼 ‘서바이버(Survivor)’ 우승자인 동포 2세 권 율(32)씨가 CNN 아침뉴스 ‘아메리칸 모닝’의 ‘미국을 말한다’ 코너에 진행자로 나선다. 13일 미주한국일보에 따르면 권 씨는 14-16일(현지시간) 3일 간 생방송으로 ▲미디어 속 변화하고 있는 아시안 아메리칸 남성들의 이미지(14일) ▲아시안 아메리칸에게 ‘유리천장’(Glass ceiling, 여성들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 막는 회사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이란(15일)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의미(16일) 등의 주제를 놓고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매일 오전 4시30분(동부시간 오전 7시30분)부터 미국 전역에 방송된다. CNN은 5월 아.태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진취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아시안.아메리칸 커뮤니티 전반을 둘러보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진행자로 권 씨를 선임했다. 권 씨는 “미국 시청자들에게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아시안.아메리칸 커뮤니티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사회에 아시안들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으로 이민 간 한국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권 씨는 스탠퍼드대 컴퓨터 사이언스과와 예일대 법대를 졸업해 세계적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중이며 지난해 서바이버 쿡 아일랜드 편에 참가해 우승을 거머쥐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권 씨는 지난 2월 혼다 의원의 위안부 결의안 상정 직후 한인 1.5세인 애너벨 박(39)씨 등의 주도로 ‘위안부를 위한 사법정의’ 등 100여 개 인권 단체들로 결성된 ‘121 연합’에 가입해 결의안 통과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연합뉴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데스크시각] ‘커리어우먼’이 사라질 날 올까/김균미 경제부 차장

    서울신문 매주 토요일자 경제면에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고정란이 실린다. 올초부터 새로 시작된 코너로 경제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직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딱히 ‘잘 나가는 여자’들의 성공 이야기라기보다 주위에서 점점 일반화돼가고 있는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일에 대한 열정과 철저한 자기관리,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묻어난다. 지금까지 어림잡아 팀장급 이상 커리어 우먼 30여명이 소개됐다.30∼50대까지 연령층과 업종도 다양하다. 이들 가운데 직접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이른바 ‘커리어 우먼 2세대’에 속한다.1980년대 대기업 등의 취업문이 여성들에게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때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극소수라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주목을 한 몸에 받았고, 여자 후배들에게 전례가 될까봐 이를 악물고 남자 동료들과 경쟁해온 세대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 임원 승진을 앞두고 유리천장 깨기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은 여성들의 취업 자체가 드물었던 1970년대,‘여성’임을 ‘부인’하며 선구자의 입장에서 높은 남녀차별의 벽을 넘어 성공을 일궈낸 50줄에 들어선 ‘커리어 우먼 1세대’와 IMF 이후 사회 각계에 봇물처럼 쏟아져나온, 남녀평등교육을 받고 자란 ‘커리어 우먼 3세대’ 사이에 ‘끼인 세대’이다. 커리어 우먼 2세대들을 만나면서 몇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기회가 주어주길 기다리기보다 준비된 자세로 기회를 만든다. 나만을 내세우기보다 조직과 개인을 융화시킬 줄 안다. 남자들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화를 꾀한다. 낙천적이다.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해 장점을 극대화한다. 가정적으로는 어떨까.“친정 어머니한테 미안해서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어요.”‘그녀들’의 솔직한 속내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또 자녀에 대한 미안함을 농축된 사랑의 질(質)로, 믿음으로 대체하며 ‘자기합리화’한다.‘너의 인생은 너의 것’이라며 자녀들의 홀로서기를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주위(사회)에서 조금만 도움을 받았더라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속상해한다. 때문에 이런 걱정들을 덜어주겠다는 정부의 뒤늦은 ‘저출산대책’을 환영하면서도 실효성에는 고개를 갸웃한다. 더욱이 장밋빛 전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그녀들’의 딸·아들이 살게 될 ‘비전 2030’ 청사진에도 그 누구보다 관심이 높다. 정부가 제시한 비전에 따르면 2030년에는 여성과 맞벌이부부가 출산·육아 걱정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여성들이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사회가 된다. 육아비용 부담은 줄고 육아서비스 수혜율은 현재 47%에서 74%로 높아진다.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2030년 65%로 높아진다. 남녀간 소득도 현재 여성이 남성의 48%밖에 받지 못하는데 비해 25년 뒤에는 70%까지 끌어올려 격차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대우받으며 일할 수 있는 세상이 된다는 ‘꿈같은’ 얘기다. 이렇게만 된다면 일하는 여성을 굳이 남자와 구분해 부르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단어가 더이상 필요없는 세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부는 며칠전 내년도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일하는(돈 버는) 아빠, 집안 살림하는 엄마’식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노력이 얼마나 빨리 구성원들의 생각을 바꿀지 장담할 순 없다. 정부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변화를 향한 작은 노력의 시작일 뿐이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결실 맺길 바라는 ‘커리어 우먼 2세대’들은 이것이 그녀들만의 ‘꿈’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늘도 힘차게 집을 나선다. 김균미 경제부 차장 kmkim@seoul.co.kr
  • 신데렐라 성공법칙/캐리 브루서드 지음

    여성이 최고경영자, 즉 CEO로 승진하는 데는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 어떻게 하면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잠에서 깨어나듯 CEO로 성장할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까. ‘신데렐라 성공법칙’(캐리 브루서드 지음, 박은주 옮김, 김영사 펴냄)이 제시하는 해법은 자못 흥미롭고 시사적이다.“신데렐라의 중심에는 변화에 대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신데렐라는 하녀에서 왕자비로, 외로운 재투성이 소녀에서 사랑받는 신부로 변신했다. 현대의 신데렐라는 토너 자국에 찌든 말단 사원에서 CEO로 변신한다. 그녀는 왕자에게 기대지 않고, 요정에 해당하는 인생의 멘토를 만나 스스로 CEO의 자리에 오른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믿을 만한 스승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노력해 정상에 이르라는 얘기다. 저자는 미국의 소규모 호텔 브랜드인 ‘윈덤’을 100개의 체인이 넘는 대형 호텔로 키워 일약 수석 여성 부사장 자리에 오른 인물. 그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화 주인공을 현대 직장여성으로 바꿔 ‘21세기판 여성동화’라 할 이 책을 썼다. 요정이라는 멘토를 만난 신데렐라를 비롯, 백설공주, 빨간망토 소녀, 헨젤과 그레텔, 미운 오리 새끼, 엄지공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빨간구두, 라푼첼, 미녀와 야수 등 10편의 동화가 동원됐다. 이 책에선 ‘신데렐라’에 나오는 요정이 ‘현실 속의 멘토’로 다시 태어나고,‘백설공주’의 못된 왕비는 지독한 상사로 재해석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이 책의 저자와 역자의 성공 궤적이 닮은꼴이라는 점이다.1989년 32세의 젊은 나이에 편집부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화제를 모은 역자는 ‘베스트셀러 제조기’‘기획의 여왕’‘아시아 출판문화 한류의 선두주자’등 화려한 수식어를 거느리고 있는 전문경영인. 그는 “책이야말로 무엇보다 든든한 멘토”라고 말한다.‘나쁜 여자가 되어야 성공한다’‘속물근성을 발휘하라’‘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되라’는 등 비상식적인 내용의 여성 자기계발서들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긍정의 철학을 일깨워주는 따스한 책.1만 1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커리어 우먼] 증권가 첫 여성임원 박미경 한국투자증권 상무

    [커리어 우먼] 증권가 첫 여성임원 박미경 한국투자증권 상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박미경(47) 마제스티클럽(PB센터 본점)부장의 사무실에서 전화 벨이 끊이지 않고 울렸다. “어머… 고맙습니다. 도와주신 덕분입니다.…”박 부장은 이날자로 상무보를 건너뛰고 상무로 고속 승진, 축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증권가 첫 여성 임원’이라는 신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여성 1호’는 지난 29년 직장생활에서 승진할 때마다 늘 붙었던 타이틀이자 훈장이다. ●늘 따라다닌 ‘여성 1호’ 박미경 상무는 프라이빗뱅크(PB) 영업본부의 총 책임자가 됐다. 여성 상무가 일반 기업이나 은행, 보험사 등에선 그렇게 생소하지 않지만 남성중심적 문화가 강한 증권가에선 신선한 충격이다. 더욱이 말 한마디에 따라 ‘큰 손’들의 수십억원이 오갈 수 있는 영업 분야에선 나중에도 흔히 보기 어려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회사측은 발탁 이유에 대해 “마포지점장, 여의도 PB센터장, 마제스티클럽 부장 등을 거치며 뛰어난 영업력을 발휘했고, 섬세한 관리력이 돋보였기 때문에 우수고객의 자산관리를 책임지는 PB영업에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박 상무는 지난 2000년 서울 마포지점장 발령을 받은 뒤 영업 실적을 순식간에 3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여의도 PB센터장 시절에는 그녀의 센터가 매분기마다 전국 최우수 점포로 선정됐다. 자그마한 키와 갸냘픈 몸매, 다소곳한 말씨의 그녀에게서 어떻게 그런 ‘위력’이 뿜어져 나오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남자되는 고시’와 신문 읽기 박 상무는 ‘똑똑한 여학생만 뽑았다.’는 서울여상을 거쳐 ‘최고 보수의 직장’이라는 투신사에 고졸 여사원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아무리 엘리트 회사의 똑똑한 여직원이라도 ‘결혼=퇴직’으로 이어지던 시절이다. 1980년대 중반 여직원에 대한 편견이 서서히 바뀌면서 그녀에게 이른바 ‘전직(轉職)고시’의 기회가 왔다. 전직고시란 여자 사원이 남자 직원 자격으로 전환될 수 있는 승진 시험으로, 당시 여직원들 사이에선 ‘신분 상승을 향한 고시’로 통했다고 한다.200여명이 응시해 2명을 뽑았는데 그녀가 합격했다. 여성 최초의 대리 승진과 함께 배치받은 곳은 홍보실. 영업 등 핵심 부서가 아니어서 이른바 ‘유리벽’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지만 그녀에겐 두번째 기회가 되었다. 유리벽은 ‘동등한 기회가 열려 있다고 하지만 막상 중심부에는 편견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이르는 말로 승진에서의 남녀차별을 뜻하는 ‘유리천장’과 구분된다. 10년 동안 홍보업무를 맡으면서 신문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홍보 업무는 그녀에게 3가지 강점을 길러주었다. 먼저 그녀는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과 내용을 효과적이며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터득했다. 또 홍보를 위해선 회사 금융상품의 특징을 정확히 알아야 했고, 경쟁사 상품도 꿰뚫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회사를 설명하면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길러졌다. ●여성의 섬세함으로 ‘맞춤형 영업´ 박 상무는 “기왕 하는 일이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모든 일을 꼼꼼하게 했을 뿐”이라며 “여성이면서, 처음이라는 희소가치도 영업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면서 겸손해했다. 그녀는 “남성들의 변화무쌍한 인맥 문화에 휩쓸리지 않고, 술이나 골프 등 힘겨운 남성문화는 깨끗이 포기했다.”면서 “여성의 섬세함을 살려 고객에게 맞는 것을 찾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여성 후배들에게 “성형수술이나 명품 쇼핑은 잊어버리고 신문읽기 등으로 자신에게 투자하라.”고 충고한다. 그녀는 “진짜 부자는 허튼 생각을 하지 않고 절약이 온몸에 배어 있었다.”고 PB영업의 경험을 전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잡는 사람이 성공하는데, 기회를 제때 잡으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직장 여성들은 종종 자신의 나이를 잊고 사는데, 축구선수 안정환씨의 어머니가 나보다 불과 한살 위라는 사실을 스포츠신문에서 읽고 ‘허걱’(인터넷상의 표현) 했다.”면서 웃었다. 그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박 상무가 오늘도 나이를 잊고 유리천장을 부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박미경 상무는 ▲1959년 서울 출생▲서울여상, 덕성여대 회계학과 졸업▲1977년 한국투자신탁 입사▲1988년 증권업계 최초 여성 사원의 대리 승진▲2000년 첫 여성 지점장▲2002년 첫 여성 홍보실장▲2004년 첫 여성 PB센터장▲2005년 마제스티클럽 부장▲2006년 4월 PB영업본부 상무
  • [월드이슈] 지구촌 여성정치인 시대 예고

    여성이 세상을 이끄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이후 15년 만에 탄생한 서방 선진국의 여성지도자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과 성취도가 남성을 앞지르면서 메르켈의 뒤를 잇는 여성 지도자가 속속 탄생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여성 대통령이 주인공인 TV드라마 ‘최고사령관’이 방영되면서 여성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고 있다. 여성이 장관은 될 수 있지만 대통령은 될 수 없다는 암묵적인 ‘유리천장’도 조만간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한 것은 20세기 초반이며 사회 진출이 본격화된 것도 불과 30∼40년전부터다. 지난 수십년간 남녀평등에 주력했던 교육의 결과 교육부문에서 여성들의 성취도는 이미 남성을 능가했다. 유치원에서부터 소녀들은 소년보다 뛰어난 학습 능력을 발휘한다. 정보화 시대에는 교육이 성공의 발판이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대학에 진학한다. 미국에서는 1985년까지 대학을 졸업한 남성의 숫자가 여성보다 많았지만, 이후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올해는 133 대 100의 비율로 대학을 졸업하는 여성의 숫자가 남성을 앞질렀다. 미국 교육부는 10년 뒤에는 142 대 100로 대학 졸업자 숫자의 여성 대 남성의 간극이 더욱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흑인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2배나 많이 대학을 졸업하고 있다. 법대와 의대생의 절반 가량이 여학생이다. 경영대학원(MBA)에서도 여성파워는 무시 못할 정도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최근 20년새 능력있는 고학력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들이 사회·정치적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적 기반을 확보했다. 따라서 여성 지도자가 더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한가지 부작용이 있다면 여성들이 비슷한 교육 수준의 배우자를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성이 세상을 다스린다면 총과 칼이 힘을 발휘하지 않는 훨씬 평화롭고 부드러우며 친절한 세상이 될 것이란 환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여성 상원의원 14명 가운데 10명이 이라크전에 찬성 표를 던졌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도 정권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도로 포클랜드 전쟁을 일으켜 아르헨티나에 승리했다. 현재 지구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성지도자들은 남성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 이미 현직에서 뛰고 있는 여성 지도자들로는 아일랜드의 두번째 여성 대통령인 메리 매컬리스(54), 헬렌 클라크(56) 뉴질랜드 총리,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68) 라트비아 대통령,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58) 필리핀 대통령, 찬드리카 반다라나이케 쿠마라퉁가(59) 스리랑카 대통령 등이 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첫 여성대통령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지지세력을 확대해 가며 대권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요즘 워싱턴 정가를 이끄는 ‘싱글 여성 3인방’의 핵심연결끈이자 유력한 또다른 첫 여성대통령 후보인 콘돌리자 라이스(51) 국무장관은 해리엇 마이어스(60) 대법관 지명자, 앤 베네먼(56) 유니세프 사무총장과 여성만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과시한다. 이들의 돈독한 자매애는 여성들은 네트워크가 남성보다 부족하다는 선입관을 불식시킨다.TV드라마 ‘최고사령관’을 비롯해 여성 의사들이 등장하는 ‘그레이의 해부학’, 여성 CIA요원을 다룬 ‘앨리어스’ 등의 인기는 여성의 능력에 대한 회의를 없애고 있다. 한달전 총선에서 승리한 노르웨이의 남성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면서 10명의 남성과 9명의 여성을 장관으로 기용했다. 특히 재경부와 국방부 등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주요 장관직이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사회주의 좌파당의 당수 크리스틴 할보르센(45)은 노르웨이 최초의 재경부장관이 됐다. 노르웨이·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은 1980년대부터 여성 장관 기용에 선구적이었다. 스웨덴은 1998년부터 남녀 동수의 내각을 구성했다. 남미는 북미보다 여성 정치인 바람이 더 거세다. 오는 12월11일 치러지는 칠레 대선에서는 미셀 바첼레(53) 전 국방장관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내년 4월 있을 페루 대선에서도 로우르데스 플로레스(45) 변호사가 유력한 후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성공한 여성들의 특징 여전히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신호(24일자)에서 미국의 정치·경제·언론·예술·과학 등 각 분야에서 최고위층까지 올라간 여성 20명의 성공담을 실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패션 디자이너 베라 왕,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 카렌 휴즈, 의무군단 첫 여성 장성 실러 백스터 준장, 우주조종사 베라 루빈 등 성공한 여성들의 공통점은 일에 대한 끝없는 열정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열정과 함께 자신감에다 흔들리지 않는 뚜렷한 목표 의식도 성공한 이들이 지닌 공통의 덕목이었다. 이들은 주변의 비판이나 부정적인 평가를 의식하기는 하되 마음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결혼은 선택 사항이었다. 절반 이상이 결혼했고, 자녀를 두었다. 이들이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었던 것은 당사자들의 능력과 일에 대한 열정 못지않게 남편들의 ‘외조’가 절대적이었다. 또 딸과 아들을 평등하게 대한 가정·교육환경도 이들의 성공에 기여했다. 이들은 여성의 성공을 위해 각자의 경험에서 배어나온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오프라 윈프리는 “주위에 베풀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채우라.”고 조언했다. 디자이너 베라 왕은 동료들과 많은 것을 나누라고 권한다. 카렌 휴즈는 일을 할 때 “자신의 원칙을 분명하게 밝히라.”고 말했다. 미 버나드대학 주디스 샤피로 총장은 “유머 감각을 잃지 말라.”면서 성공한 여성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학 총장을 역임한 주디스 로딘 록펠러재단 사장은 “남성을 닮으려 하지 말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라.”고 충고했다. 샤론 앨런 딜로이트 투시 회계법인 이사회 의장은 “경력 관리는 자신의 책임하에 하라.”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마리아 엘레나 라모마시노 전 JP모건 개인영업 담당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자신을 도와줄 지지그룹을 구축하라.”고 조언했다. 혼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이른바 ‘슈퍼 우먼(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중동여성 정치진출 시작 여성 차별이 보편화된 이슬람 국가에서도 최근 들어 미약하나마 여권이 싹트고 있다. 쿠웨이트가 독립 44년 만에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데 이어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7살의 여성 인권운동가가 의회에 진출했다.36년 만에 치러진 지난달 아프간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말랄라이 조야는 AP통신에 “군벌들의 총을 거둬들이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아프간은 전체 의석의 4분의 1을 여성에게 할당하고 있다. 총선에 출마한 335명의 여성 후보들도 부르카를 벗고 홍보 사진을 찍는 등 새 바람을 일으켰다. 쿠웨이트는 지난 5월 여성 참정권을 인정해 2007년 치러질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여성 참여가 보장된다. 높은 교육 수준에도 불구하고 여권 후진국의 오명을 받아온 쿠웨이트는 올초 여성들이 파란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를 벌였다. 1946년 팔레스타인이 아랍에서 처음 여성 참정권을 허용한 이후 이란(1963년), 오만(1997년), 카타르(1999년), 바레인(2002년) 등이 여성의 (피)선거권을 인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선거법에 여성의 투표권이 규정돼 있지만 보수파들의 반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바레인에서는 지난 4월 여성이 아랍권 최초로 국회의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남성 의장단의 개인 사정으로 최연장자인 여성 의원이 한 차례 회기를 맡았을 뿐이지만 언론은 ‘역사적 사건’으로 대서특필했다. 후세인 정권 붕괴 후 과도정부를 구성한 이라크는 여성 장관 7명을 배출했다. 그러나 새 헌법안에 종교를 강조, 여성의 결혼과 상속 등에 차별을 낳을 것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시아파가 집권하면서 여성들 내부에서 균열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세속파’가 여성의 권익 신장을 요구하는 가운데 시아파 일부 여성은 이슬람 율법 준수를 주장한다. 신정국가인 이란 역시 여성들에겐 정치 ‘지옥’이다. 여성의 지지를 받은 하타미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보수파가 지난해 총선과 올 대선에서 이겨 여성의 정치 진출에 암운을 드리웠다. 이란은 여성 후보 89명의 대통령 피선거권을 부정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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