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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방부 첫 非고시 女부이사관 군비통제과장 백경희 서기관

    국방부 첫 非고시 女부이사관 군비통제과장 백경희 서기관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더디게 하는 ‘유리천장’이 견고한 국방부에서 두 번째 여성 부이사관이 탄생했다. 국방부는 1일 정책기획관실 군비통제과장 백경희(54) 서기관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방부 최초로 유균혜(행시 39회) 재정계획담당관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비(非)고시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강원 철원 출신인 백 과장은 서울여상을 졸업한 뒤 1979년 국방부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1999년 서기관으로 승진한 뒤 전력유지예산팀장과 회계관리팀장, 민간투자관리담당관 등 핵심 보직을 역임했다. 배움의 끈도 놓지 않았다. 1988년 방송통신대 법학과에 입학해 뒤늦게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에는 국비 유학 학위 과정에 뽑혀 영국 애버딘대에서 석사(법학)학위를 취득하고 박사 과정까지 이수했다. 국방부는 유독 여성 당국자의 비율이 낮은 편이다. 부이사관 11명 중 여성은 2명뿐이다. 현재 과장급(파견 포함) 62명 가운데 여성은 7명에 불과하다. 백 과장은 “국방부 내에선 소수인 여성 부이사관이 된 만큼 감사한 마음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창의인재경영] LG화학 “유리천장은 없다”…실력만으로 인재 등용

    [창의인재경영] LG화학 “유리천장은 없다”…실력만으로 인재 등용

    “제 경영사전에는 ‘고객’과 ‘인재’라는 딱 두 사람만 있습니다.” LG화학은 박진수 사장의 경영철학에서 알 수 있듯, 인재 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글로벌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현지에서도 리크루팅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 2월과 10월 각각 미국 뉴저지와 일본 도쿄에서 박 사장을 비롯한 기술연구원장, 최고인사책임자(CH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채용 행사가 열렸다. 박 사장은 연구·개발(R&D)과 소재 분야의 현지 상위 10여개 대학 학부생 및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초청한 행사에서 “LG화학은 국내 최고를 넘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고급 인재의 선점을 위해 ‘R&D 산학장학생’과 ‘맞춤형 엔지니어 육성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선발된 대상자에게는 등록금 지원과 현장실습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실력 있는 인재는 학력·성별·나이에 관계없이 발탁한다’는 방침에 따라 최근 인사에서는 30대 임원과 함께 R&D 인재로는 드물게 학사 출신 여성 인재도 등용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창조경제 시대 성장 위해 여성 유리천장 극복 중요”

    “창조경제 시대 성장 위해 여성 유리천장 극복 중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2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창조경제와 여성 인재’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창조경제 시대에 국가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유리천장을 극복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공정하게 진입해 경력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근무하도록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력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성범죄자 사는 건물번호 공개, 휴대전화로도 신상정보 확인

    다음 달부터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 범위가 현행 읍·면·동 단위에서 도로명과 건물번호까지 세분화되고 휴대전화로도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 올해 여성인재 1만명을 새로 발굴한다. 정부는 7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연 제15차 여성정책조정회의에서 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4차 여성정책기본계획 2013년도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정 총리는 “여성 대통령 배출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일”이라며 “곳곳에 남아 있는 유리천장을 제거하는 데 범사회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19일부터 인터넷에 공개하는 성범죄자 정보를 성범죄자가 사는 도로명 주소와 건물번호까지 자세히 공개하고, 성폭력범죄 전과 및 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 부착 여부도 알린다. 성범죄자 신상정보는 해당 동의 가구주,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에 우편으로 보냈지만 앞으로는 교과목 교습학원,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수련시설로까지 확대된다. 성범죄자에 대한 모바일 열람서비스도 개발, 이르면 내년부터 휴대전화로도 볼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여성의 경제적 역량 확대를 위해 다음 달 ‘여성인재 아카데미’를 설치해 2017년까지 중소기업의 중간관리자급 여성 3만명이 핵심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올해 신규 여성인재 1만명을 발굴하는 등 앞으로 5년 동안 여성인재 10만명을 확충하게 된다. 올해 찾아내는 여성인재 1만명은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DB)에 올려 정부위원회 등 국가의 중요 직위 인선에 활용하게 된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5급 공무원 이상인 국가인재DB 수록 기준보다 완화된 여성 국가인재DB를 따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여성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사업장의 여성 고용개선 기준을 동종업계 평균의 60%에서 70%로 확대하고 이에 미달하는 기업은 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보육서비스 품질개선을 위해 문제가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에 대한 평가가 세분화된다. 현재 3등급이던 평가 방식이 5~6등급으로 나뉘고, 평가결과도 등급과 점수를 자세히 공개한다. 여성정책조정회의는 해마다 한두 번 열렸으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5년간 세 차례만 열려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여성·비고시 2중 유리천장 뚫은 ‘똑순이’

    여성·비고시 2중 유리천장 뚫은 ‘똑순이’

    안전행정부에 첫 본부 여성 국장이 탄생했다. 안행부는 23일 김혜순(52)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사무국장을 공무원노사협력관에 임명했다. 본부 여성 국장은 1948년 안행부의 전신인 내무부와 총무처가 생긴 지 65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조직과 인사, 국가 재난 업무 등을 총괄해야 해 ‘금녀의 공간’으로 인식되던 내무 부처에서 비고시 출신이자 여성인 그가 본부 국장으로 임명된 것은 관료사회에서 여성 중간 간부의 약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 장차관이 드물지 않지만 그의 국장 발탁은 이런 면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안행부 동료 관료들은 김 신임 국장에 대해 말할 때 여성 관료들을 칭찬하며 흔히 쓰는 ‘여걸’보다는 ‘똑순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똑 부러진다’고 할 만큼 일 처리와 말솜씨가 깔끔하고, 특히 대외협력 업무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듣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내외적인 평가가 그가 공무원 노조와의 교섭업무 등 산적한 노사문제를 처리하는 노사협력관으로 임명된 배경으로 꼽힌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및 대학원 출신으로 그를 아는 같은 대학원 출신들은 “선이 굵고 호쾌한 성격의 소유자”로 기억한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원이었던 김 국장은 1991년 정무 제2장관실에서 별정5급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1997년 행정사무관으로 특채돼 행정자치부 여성정책담당관과 윤리담당관, 감사담당관, 국가기록원 기록정책부장 등을 거쳤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에는 대통령 여성정책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며 이희호 여사를 보좌했다. 강원 화천 출신으로 이번 인사에서 강원도 기획조정실장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김 국장은 “단순히 첫 여성 국장이 아닌, ‘일 잘하는’ 첫 여성 국장이라는 평을 듣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노사관계를 맡은 직책으로서 상대방과 더욱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편 김정현씨와 1남 2녀.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朴대통령·권오현 부회장, 타임지 ‘영향력 있는 100인’에

    朴대통령·권오현 부회장, 타임지 ‘영향력 있는 100인’에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권오현(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타임이 18일(현지시간) 발표한 명단에서 정치·종교 지도자 부문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프란치스코 교황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순위를 정하지 않고 총 23명이 선정된 지도자 부문에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포함됐다. 타임은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의 기고를 통해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은 ‘유리천장’을 깨려고 노력하는 여성과 국민에게 봉사할 각오가 된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잉락 총리는 이어 “박 대통령은 한국 국민을 희망과 행복의 시대로 인도하고, 동아시아와 아세안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 부회장은 지혜를 갖춘 거인이란 뜻의 타이탄 부문 20인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존 스컬리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권 부회장에 대해 “(삼성 갤럭시를 통해) 동시대 모든 이를 능가하는 보기 드문 업적을 남겼다”며 워크맨을 만든 모리타 아키오 전 소니 회장과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 같은 비즈니스계의 거인이라고 소개했다. 타이탄 부문에는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CEO, 가수 제이 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아이콘 부문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중국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등 주요 2개국(G2) 퍼스트레이디를 비롯해 미얀마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 파키스탄 10대 여성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이 선정됐다. 이 밖에 예술가 부문에는 할리우드 영화감독 겸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 조너선 아이브 애플 부사장, 팝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이 뽑혔다. 온라인 투표에서 전체 7위에 오른 가수 싸이는 최종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17일 TV 하이라이트]

    ■대한민국 행복발전소(KBS1 밤 7시 30분) MC 이윤석이 주얼리 예원을 입양하고 싶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메인코너 스타 아빠들의 육아를 다룬 ‘용감한 아빠들’에서 이윤석은 배우 윤용현과 딸 다임이의 사랑이 넘치는 애정 표현을 부러워하며, 주얼리 예원을 향해 거침없이 입양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아이리스 2(KBS2 밤 10시) 중원은 미스터블랙(김갑수)의 지시로 핵을 탈취한다. NSS는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수연은 유건에게 도움을 청한다. 날이 갈수록 유건의 상태가 점점 더 악화돼 가자 연화는 그런 유건이 걱정스럽다. 한편, 장철에게 백산의 계획을 전해 들은 유건은 백산이 목숨을 걸었음을 직감한다. ■여성이 미래다 2부(MBC 오후 6시 20분) 21세기는 여성의 시대, 여성의 리더십이 강조되는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대다수 여성들은 유리천장, 일, 육아, 가사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과연 이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실제로 어떠할까.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인지와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꾸러기 탐구생활(SBS 오후 4시 30분) 내게만 일어나는 것 같은 안 좋은 일들은 단지 운이 없어서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인 걸까. 식빵이 땅으로 떨어질 때 잼을 바른 쪽으로 떨어지는 이유를 통해 머피의 법칙에 숨은 과학을 배워본다. 또한, 사람이 되고 싶어 환웅을 찾아간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통해 쑥과 마늘의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45분) 최고 품질의 죽염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대나무의 분량은 약 220다발이다. 대나무에 빈틈없이 죽염을 채우고 나서 섭씨 1500도 가마에서 꼬박 12시간을 굽는다. 그렇게 대나무에 소금을 넣고 가마에 굽기를 8번. 긴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9번째 공정인 용융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데…. ■OBS 뉴스&이슈(OBS 오후 4시 45분) 봄 개편을 맞아 오늘의 주요 뉴스를 보다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달한다. 김용재·김하나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경인지역 뉴스와 정치권 뉴스, 국제뉴스, 증시현황 등 다양한 핫 이슈를 신속하게 전한다. 아울러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전문가와 정치인을 초대하여 대담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한다.
  • 아동·청소년 성폭행범 집유 없앤다

    16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간 범죄자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성가족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3년 업무추진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여가부는 16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에 대한 성폭행 범죄는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도록 법정 형량을 상향 조정하는 등 성폭력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법안은 올 하반기 국회에 제출된다. 또 지난해 30곳에 불과했던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를 2017년까지 60곳으로 확대하고, 전문인력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박 대통령의 공약인 ‘여성 인재 10만명 양성’도 본격 추진된다. 여가부는 매년 경력단절 여성 16만명에게 취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여성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해 공공기관이 선도해 목표제, 기관평가 등 실효성 있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선 4급 이상 정부 관리직 여성 공무원을 지난해 9.3%에서 2017년까지 15%로 확대하고, 여성 교수 및 교장 비율도 각각 20.2%에서 25%, 16.2%에서 27%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청소년으로 구성된 ‘또래상담자’를 50만명으로 늘려 학생 간 갈등을 같은 또래와의 중재·상담을 통해서 자율적 해결 방안을 찾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아이돌보미 일자리도 올해 8700명개를 늘려 2만 1000명에게 일할 기회를 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美·佛 커지는 여성파워…軍·언론내 男권력 대체

    美·佛 커지는 여성파워…軍·언론내 男권력 대체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에서 전통적으로 남성이 수장을 맡아온 영역의 ‘유리천장’(여성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 깨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여장군이 사상 처음으로 공군사관학교 교장에 지명됐으며, 프랑스에서는 여기자가 처음으로 대표적 일간지 르몽드의 사장이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일 미셸 존슨(위·54)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합참 작전·정보 담당 부의장(공군 소장)을 제19대 공사 교장으로 지명했다고 미 언론들이 3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존슨 소장은 상원 인준을 거쳐 공군 중장으로 승진하면서 공사 교장에 정식 임명된다. 1981년 첫 여성 공사 출신 장교로 임관하며 새로운 역사를 쓴 그녀는 32년 만에 ‘모교’의 첫 여성 교장으로 부임하는 또 다른 역사를 쓰게 됐다. 두 아이를 둔 존슨은 공군 조종사로서 3600시간 비행기록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여성을 공사 교장에 지명한 배경에는 최근 들어 공사 내 여자 생도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급증하는 사정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윌리엄 톰슨 공사졸업생협회 회장은 “이번 인사는 그런(성폭력) 행동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존슨은 공교롭게도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이 발동된 1일 지명됨으로써 역대 공사 교장 가운데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앞서 지난해 샌드라 스토츠 해군 소장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경수비대 사관학교 교장에 임명되는 등 미군 내에서 여성들의 약진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여군들이 모든 전투병과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도 했다. 한편 르몽드는 지난 1일 나탈리 누게레드(아래·46) 국제부 데스크를 사상 첫 여성 사장 겸 편집국장으로 선임했다고 프랑스24 등 현지 언론을 인용해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누게레드는 이날 르몽드 주주들의 지명을 받은 뒤 기자 대표 4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80%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르몽드는 2010년 실비 코프만을 첫 여성 편집국장에 선임한 바 있다. 하지만 여성 사장은 64년의 르몽드 역사상 누게레드가 최초다. 누게레드는 “디지털 시대의 계속되는 도전 속에서 신문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누게레드는 1991년 프랑스 좌파 신문 리베라시옹에서 체코슬로바키아 특파원으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영국 BBC의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내는 등 주로 옛 소련과 동유럽 지역의 국제문제 전문기자로 활동했으며, 1996년 르몽드의 우크라이나 특파원으로 합류했다. 2005년에는 38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러시아 베슬란 학교 인질극에 대한 기사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언론상인 ‘알베르 롱드르상’을 받았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서울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체육계 부조리극 끝내려면/임병선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체육계 부조리극 끝내려면/임병선 체육부장

    부조리극 3부작을 보는 듯했다. 1부는 대한체육회장을 뽑는 선거권을 지닌 55개 경기가맹단체의 장을 뽑는 선거였다. “늘 그러지 않았나” 할 수도 있겠지만 예년보다 분명 정치인,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과 연이 닿는 이들의 안착이 두드러졌다. 불편한 진실은 입법이나 지원 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일꾼을 내세우고자 하는 체육인들과 그런 토양에서 기득권을 유지해 오다 빈손이 된 이들이 외치는 “체육은 체육인에게”란 구호 사이의 간극이었다. 인기도 끌고 재정도 탄탄한 경기단체들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해바라기처럼 체육회의 예산 지원에 목을 빼면서 근근이 살림을 꾸려 나가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런 이들이 지난 10여년 체육회를 이끌어 온 지도부와 끈끈하게 맺고 있는 관계를 일거에 혁신한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일부 경기단체에선 전임 집행부를 상대로 ‘쿠데타’에 가까운 세력 교체가 일어나기도 했다. 체육면을 꾸리는 데스크로서 독자에게 고백할 일은 ‘체육은 체육인에게’란 너무도 당연한 구호를 새삼스레 지금에 와서 외치는 갑갑한 현실 그리고 개혁과 혁신을 외치는 이들조차 정치권에 대한 기대와 의존을 바라는 지금의 위선적인 현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부는 체육회장 선거 과정이었다. 김정행 회장에게 아깝게 3표 차로 진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경기인 출신에다 여성 첫 회장 도전이란 명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른바 ‘유리천장’을 없애겠다는 명분보다 박 대통령의 탁구 교사란 이미지가 더 강하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다들 ‘당선인의 전화 한 통’을 궁금해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보였던 태도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낙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란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적어도 상대 후보의 공격 자료로 활용되는 측면을 조금 더 적극적인 정책 구호와 비전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대응에 그친 점은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3부는 지난달 28일 폭풍처럼 지나갔다. 김정행 회장이 이 의원과 이기흥 수영연맹 회장을 부회장으로 인선했고, 이 의원 측이 급하게 반박 보도자료를 내 “협의한 바 전혀 없다”며 부회장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일이다. 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의원직에 전념하면서 체육계의 입법 지원에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듣기로 이 의원은 선거 결과에 크게 낙심했다고 한다. 용인대 교수로서 총장으로 모시던 이와 함께 일을 해 나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넓게 보면 부조리극 3부작의 3부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이 의원은 이 부조리극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은 배우다. 4년 뒤에는 확실한 주연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사람과도 손잡고 일하는 게 정치라고 믿는다. 물론 오는 8일 취임하는 김 회장도 이 의원의 협력을 이끌어 내려면 진정성 있게 형식과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 “내가 제안은 했잖아”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 이 의원이 하나 된 체육계를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으면 한다. 그게 부조리극을 4부까지 끌고 가지 않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해서다. bsnim@seoul.co.kr
  • 공공기관 고졸 초임, 대졸 초임의 70%로

    앞으로 공공기관은 고졸 신입 사원에게 대졸 사원 초임 70%의 연봉을 줘야 한다. 입사 4년 후에는 대졸 초임 연봉과 같은 수준을 지급하고 신분도 같게 보장해야 한다. 대졸자와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급여·승진 등에서 차별받는 폐단을 시정하려는 조치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서울 양재동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서 ‘공공기관 고졸채용제도 설명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고졸채용 매뉴얼’을 발표했다. 295개 공공기관의 채용 가이드라인이 생긴 셈이다. 매뉴얼 준수 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된다. 이 평가에서 ‘D’ 이하 등급을 받으면 성과급을 줄 수 없다. 기관장 평가에서 D를 받으면 경고 조치를, E를 받으면 해임 건의를 하게 된다. 직급 체계도 바꾼다. 기존의 대졸·고졸 단일직군은 고졸자의 승진을 제한하는 ‘유리천장’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앞으로는 고졸 별도 직군을 신설해 이 직군 안에서 경력을 쌓아 관리자로 성장하거나 단일직군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고졸자의 능력으로 수행 가능하고 향후 발전 가능성도 있는 ‘고졸 적합 직무’도 발굴한다. 재정부가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공단 668명 ▲한국남동발전 460명 ▲한국농어촌공사 814명 ▲한국연구재단 23명 ▲신용보증기금 92명 등 6개 시범기관에 2000여개의 고졸 적합 직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진 재정부 제도기획과장은 “고졸 채용이 정착될 때까지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고졸 적합 직무를 발굴하도록 하겠다”면서 “해당 직무의 충원은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졸 신입 사원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경력 관리와 기초 직무교육 등도 제공한다. 취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시스템을 다듬어 학비 부담을 낮추고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 과장은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해져 과거 고졸자가 하던 일을 대졸자가 하고 있다”며 “고졸 채용을 정착시켜 2016년까지 공공기관 신규 채용의 40%를 고졸자로 뽑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고졸 채용 외쳤지만 현실은 ‘유리천장’

    고졸 채용 외쳤지만 현실은 ‘유리천장’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0일 마이스터고·특성화고 활성화 유공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신 고졸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先) 취업 후(後) 진학 생태계 조성을 통해 고졸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현실은 ‘엄혹’했다. 최근 3년 새 전체 취업자 중 고졸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대졸 취업자보다 더 오래 일하면서도 월급은 더 적게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 정부 들어 ‘고졸 채용’을 독려하고, 기업과 은행들도 관련 실적을 앞다퉈 내놓았지만 실제 고용 현장에서의 ‘고졸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껍다는 얘기다. 한국고용정보원은 31일 ‘청년패널조사 5차연도 추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 19~33세 7191명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체 취업자 중 고졸 취업자의 비중은 2008년 37.3%에서 2011년 30.4%로 6.9% 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대졸 임금근로자 비중은 63.1%에서 70.8%로, 상용직 비율은 87.6%에서 89.2%로 증가했다. 고졸 취업자는 2008년 대졸 취업자보다 주당 평균 6.6시간 더 일했지만 2011년에는 7.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더 늘었다. 하지만 소득 비율은 89.1%에서 88.9%로 하락했다. 대졸자보다 일은 많이 하면서도 월급봉투는 더 얇다는 의미다. 전주용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고졸 채용 정책이 2011년 이후 본격화되면서 아직까지 수치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생색내기’ 탓도 있다. 국내 금융권은 2011년 2985명의 고졸 사원을 뽑겠다고 발표했지만 730명을 신규 채용하는 데 그쳤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고졸 취업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대평가돼 있고, 갓 졸업한 신규 채용자에게만 혜택이 몰리는 대신 대다수의 기존 고졸자들은 취업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공기업 유리천장 깨려면 女직원 저변 넓혀야

    향후 5년 내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을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야 의원 62명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고 한다. 공공기관에서 여성 임원들이 거의 ‘가뭄에 콩 나듯’ 출현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하겠다. 이번 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정책 공약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미래 여성 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조치로 공공기관에서 ‘여성인재론’이 더욱 탄력을 받길 기대한다. 지난해 한 법무법인의 30대 여성 변호사가 결혼과 임신 사실을 알리자 휴직 통보를 받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정도로 아직 우리 여성들은 일터에서 갖가지 편견 등과 싸우고 있다. 일반 기업도 그렇지만 공공기관 역시 여성의 고위직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임신과 출산 등으로 경력 단절을 갖게 되는 여성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탓이다. 공공기관의 여성임원 비율은 2010년 8.5%로 겨우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 임원이 아예 없는 공공기관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이 개정안은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정치권이 혹여나 여성 유권자들을 의식해 법만 제출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시늉에 그쳐서는 절대 안 될 말이다. 여성경제활동률이 1% 상승하면 1인당 국민 소득이 1%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이 여성 인력 활용은 기업이나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 필수적인 과제다. 노르웨이, 프랑스 등 유럽은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여성 임원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는 ‘여성임원 할당제’를 도입해 기업의 경쟁력을 더 높였다고 한다. 여성 임원들을 늘리려면 우선 여성 직원의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 승진시킬 여성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입사 단계부터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중간에 출산과 육아 등으로 그만두지 않도록 회사와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언적 의미의 법만으로도 부족하다. 지키지 않을 경우, 인사·경영상의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럽처럼 벌금 부과 등과 같은 징벌을 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길섶에서] 조카의 선택/정기홍 논설위원

    “엄마가 편찮으세요. 아빠도 힘들어하시고….” 한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못했던 여조카가 최근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올해 대입 수능을 치렀고, 2년제 대학의 세무회계과에 지원했단다. 고교를 졸업한 2년 전 4년제 대학에 합격했었는데, 학교를 못 간 사정을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직장을 다녔는데 부질없는 짓이었어요. 대학 가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등록금이 비싸지만 집에 부담이 되지 않게 장학금도 꼭 받을 거예요”라는 대견스러운 다짐을 적었다. 조카는 자신이 가르친 남동생이 고교에 진학한 뒤 공부를 곧잘 해 학교성적이 최고라는 공치사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제 가치를 높여야죠. 노력하면 제 미래는 더 나아 있겠죠. 형편이 좋아지면 4년제 대학에 편입할 거고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잖아요.” 조카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넘기 힘든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느꼈던 걸까. 조카의 문자를 받은 다음 날 신문에는 ‘고교생 80% 중소기업 취업 괜찮아’ ‘전문대 취업자, 정규직으로 오래 못 버텨’란 상반된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고졸 공무원의 천기누설] (4) 출입국관리직 9급 합격 김거중씨

    [고졸 공무원의 천기누설] (4) 출입국관리직 9급 합격 김거중씨

    “기업에서는 고졸 공채와 대졸 공채를 따로 뽑는데, 유리천장이 있어요. 사원식당에서 대졸 관리자와 고졸 생산직은 겸상을 안 해요. 공무원 시험은 나이도 보지 않고, 정확하게 자기가 공부한 것으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생각해서 응시하게 됐습니다.” 김거중(25)씨는 올해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출입국관리직에 합격해 경기 용인시 법무연수원에서 연수를 마쳤다. 내년 1월 2일 시보 발령을 받게 된다. 전남 순천 효천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모대학 법학과에 1년 정도 다니다 군복무를 마쳤다. 대학을 계속 다녀도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자퇴하고 낮에 배관공 일을 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수험기간은 모두 1년 반 정도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씨를 만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비법을 들어보았다. “회사에 다니면서 공부할 때는 오후 5시쯤 집에 들어오면 7시까지 씻고 저녁을 먹고 나서 매일 밤 11시까지 하루에 한 과목씩 공부했습니다. 9급 공무원 시험은 다섯 과목을 보니까요. 토요일에는 아침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집이나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했고, 일요일에는 쉬었습니다.” 김씨는 필수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와 출입국관리직 선택과목인 행정법과 국제법 다섯 과목의 시험을 치렀다. 그는 다섯 과목 가운데 영어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영어는 7~9급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대다수가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영어는 1년 반 동안 공부하면서 점수가 5점 올랐어요. 행정법과 국제법은 70~80점 올랐는데. 영어를 20년 가까이 배웠는데도 어려웠습니다. 출제위원들이 좀 치사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부러 틀리라고 내는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풍토병’이란 단어는 한국어로도 모르는데 영어 시험에 나왔어요.” 행정법과 국제법은 아예 모르니까 어렵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한다. 오히려 몰랐던 만큼 책을 보면 성적이 쑥쑥 올랐다. 대학을 1년 정도 다니긴 했지만, 거의 수업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군대에서 행정병으로 일했던 것이 많이 도움됐다고 김씨는 털어놓았다. 밤에 전깃불이 있고 따뜻한 데서 일하니까 일과가 끝나면 영어 단어를 조금이라도 볼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영어 공략법에 대해서는 “포기는 빠를수록 좋아요. 절대로 맞힐 수 없는 문제가 2~3개 있는데 영어는 만점이 85점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과목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 나아요.”라고 조언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내신 성적이 398명 가운데 380등 정도로 좋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좋은 대학을 못 갔기 때문에 ‘그냥 대학 다니지….’란 말을 들을 때마다 학벌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텐더, 술집 매니저, 배관공, 일용직 근로자, 에어컨 설치 보조 등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으면서 ‘평등한 기회’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학벌을 제외하고 정당하게 평가받는 건 공무원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경기 부천에서 친구와 자취하면서 서울 노량진의 공무원 시험 대비 학원에서 넉 달 동안 수업을 들었다. 노량진 학원에 다닐 때는 수험생활에 찌든 사람들을 보는 게 오히려 힘들었다고 김씨는 이야기했다. 그리고 노량진의 컵밥이 맛있게 느껴지고 노량진 생활이 익숙해지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컵밥은 노량진 학원가의 명물 음식으로, 바쁘고 돈 없는 수험생을 위해 밥과 반찬을 컵에 섞어 싸게 판다. “노량진 학원가는 ‘노량도’라는 섬으로 불리기도 해요. 합격배를 타고 나가야 합니다. 노량진은 물가가 싸기 때문에 공부하는 게 재밌고 편하다고 주저앉으면 안 돼요.” 김씨가 국어와 한국사를 공부한 과정은 재미있지만 눈여겨볼 만하다. 일상 생활과 공무원 시험 공부를 접목시켰다. 국어 공부는 노래방을 자주 가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9급 시험의 국어 과목에는 생활 국어가 꼭 나오는데 이번에는 국어사전의 배열 순서가 출제됐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리모컨이 아니라 책으로 찾은 덕을 톡톡히 봤단다. 한국사는 사극의 열혈팬인 어머니와의 대화가 큰 밑천이 됐다. 김씨의 어머니가 역사드라마를 볼 때마다 악당들 욕을 했는데, 실제로 아자개란 악역이 문제로 나와 도움이 됐단다. 하지만 사극은 시간 날 때나 봐야지 공부는 하지 않고 드라마만 보면 안 된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면접은 하나의 잘 짜인 연극과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면접 준비팀을 직접 조직해 실제 면접처럼 준비했는데, 같은 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합격했다고 한다. “출근카드를 찍는 줄이 밀렸는데 출근 시간은 2분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 하겠는가?”란 질문에 “최대한 빨리 출근카드를 찍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더니 일찍 출근할 생각은 없느냐는 반박 질문이 면접관으로부터 날아왔다. “꼭 일등으로 출근하겠다.”란 패기와 재치가 넘치는 김씨의 대답에 결국 면접관도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법무연수원의 교육 과정도 그에게 큰 자극이 됐다. “보통 공무원이라고 하면 철밥통, 복지부동, 무사안일을 이야기하는데 절대 아니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더 노력하면 더 쓰임이 많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외국어 능력이 되면 해외 영사로도 파견 나갈 수 있고, 출입국관리직 공무원이 성실하게 일하면 오원춘 사건과 같은 외국인 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부모님은 김씨에게 대학을 다시 가라고 했지만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는 빠른 길이 있다.’며 오히려 그가 부모님을 설득했다. 돈이 없어 책을 못 사볼 때 적금을 깨서 도와준 친구 백수민씨도 고마운 존재다. 내년부터 고등학교 교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도입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기존 수험생은 지옥문이 열린다고 걱정한다. 김씨는 시험에 일찍 합격해서 손해 보는 기분은 없느냐는 질문에 “군대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며 씩 미소 지었다. “고졸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서 남들보다 빨리 출발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인생은 곱셈으로 자신이 ‘0’이 아니라 ‘1이나 2’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한 조언을 남긴 김씨는 발령받기 전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무료 과외를 할 계획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朴, 여성대통령론 앞세워 ‘女心’ 공략

    朴, 여성대통령론 앞세워 ‘女心’ 공략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7일 여성 유권자들을 향한 구애 행보를 이어 갔다.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으로 유권자들의 눈이 야권에 잔뜩 쏠린 가운데 여성 대통령론을 앞세운 ‘마이웨이’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박 후보의 공개 일정 4개 중 당 행사 2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여성들과의 만남이었다. 박 후보 곁에는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이 함께했다. 오후 2시 여성유권자연맹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해피바이러스 콘서트’에 참석한 박 후보는 “국가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여성 인재를 대거 양성하고 정부 요직에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 영역에서도 여성 고위직 비율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글로벌 시대 여성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오늘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흑백 갈등을 무너뜨리고 사회통합에 앞장서는 지도자”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그 자체가 쇄신이고 그것보다 더 큰 대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이 국가 리더십의 중심에 서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정치쇄신이라는 것이다. 이후 박 후보는 서울여대 학생누리관에서 열린 ‘걸 투(Girl Two) 콘서트’에 참석해 여대생들과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여성 대통령론과 관련, 새누리당은 김지하 시인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내는 등 일정 부분 효과를 봤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분간 여성 대통령론을 더욱 부각시키면서 야권 단일화 카드에 맞설 계획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커리어우먼에게 필요한건 [남자語]다

    카피 한번 끝내준다. “2535 커리어우먼에게 필요한 건 영어가 아니라 비즈니스 공용어다.” 영어보다 더 중요한 비즈니스 공용어? ‘남자어’다. 책 제목도 그렇다. ‘남자어로 말하라’(김범준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여자라도 회사원이라면 회사원답게 조직의 위계질서에 맞춰 말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남자어 입장에서 ‘양성평등’ ‘페미니즘’ 같은 단어는 안드로메다 외계어다. 어머, 이게 뭐야? 가드 올리기도 전에 펀치가 막 쏟아진다. 커피? 까짓 거 팍팍 타줘 버리란다. 아예 ‘영혼을 담아’ 타주란다. 파스타 집에서 와인잔 들고 하는 회식? 우아한 건 네 친구들하고 수다 떨 때나 하란다. 삼겹살과 소주에 온몸을 불살라야 한단다. 숱한 펀치들의 결론은? 까라면 까라다. 그것도 아주 ‘잘’ 까야 한단다. 남자어는 이렇게 구성된다. ‘생존어’ ‘충성어’ ‘접대어’ ‘근태어’ ‘객관어’ ‘인정어’ ‘희생어’. 아이고 난 그런 고리타분한 사람 아니래도, 하면서도 슬그머니 웃는 부장님들의 얼굴과 뻣뻣하게 굳어 버린 채 눈알만 굴리고 있는 여직원들의 얼굴이 눈앞에 교차한다. 물론 저자도 안다. 대한민국의 환경,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 수량화되지 않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사회를 마음껏 원망하란다. 그런데 원망한 다음엔? 저자의 출발점이다. 차별에 서러워 눈물 흘리는 가련한 피해자 코스프레나 하다 말 건가? 그럴 바에야 사장 자리 차지해서 비즈니스 공용어를 남자어에서 여자어로 바꾸라고 제안한다. 회전의자에 앉아 남자 직원한테서 “이사님, 오늘 회식은 이태원에 있는 벨기에식 홍합 요리 먹으러 가요.”라는 얘기를 들어보란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자어를 배워야 한다. 1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男, 남자어를 말하다 대학문 나선 지 10여년째. 자취방에 몰려 앉아 새우깡에 소주 까놓고 첫사랑이 어쩌고 질질 짜던 놈들, 이젠 앞서거니 뒤서거니 ‘초짜’ 관리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책임, 선임, 주니어, 과장, 팀장…. 요즘은 워낙 직급 이름이 다양해서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를 지경이지만 어쨌든 교복 다시 꺼내 입은 것처럼 어색하던 녀석들이 이젠 양복에 걸맞은 풍채를 하나둘씩 갖춰 가고 있다. 만나서 하는 얘기의 초점은 거의 비슷하다. 높으신 분들 비위 맞춰 가며 아랫사람 다독이며 성과를 내야 하는 데 대한 스트레스다. 뒷담화 좀 세게 하고 시시덕대던 시절은 가 버린 것이다.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는 이거다. 여자 선후배들이 와서 말을 건네면 긴장된단다. 떨려서? 그럴 턱은 없다. 이야기는 무척 긴데 정작 알맹이가 없거나 알맹이가 뭔지 잘 이해가 안 될 경우가 많다는 거다. 개인적인 얘기야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데 일 얘기라면 답답해진다. 얘기하면 뭔가 해결되고 정리되는 게 아니라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을 때가 더 많단다.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이렇게 하라는 건지 저렇게 하라는 건지. 몇 번을 그러고 나서 되물었단다. 그래서 이건 이렇게 하라는 얘기냐, 이러저러하게 해주길 원한다는 뜻이냐고 그때 나오는 반응은 대개 두 가지란다. 하나는 그렇게 길게 말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 다른 하나는 이렇게 친절한 나에게 왜 화를 내? 그래서 결론은 둘 중 하나다. 남자는 바보이거나 좀팽이인 거다. 물론 장점도 있단다. 요즘 여직원들은 똑똑한 데다 승부욕도 있다.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여성들의 이런 능력을 아주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도 이런 일에 몇 번 부딪치고 나면 파도처럼 밀려드는 궁금증은 어쩔 수 없단다. 나를 간 보는 건가? 아니면 자기는 일 하나 처리하는 데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니까 기특하고 대단하게 여겨 달란 건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자기처럼 소중하고 귀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 이런 쓸데없는 부분까지 신경 쓰니까 불쌍하지 않으냐고 하소연하는 건가? 그런데 우리만 그랬던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책에 나오는, 유리천장을 뚫은 한 대기업 여성 임원의 얘기다. “여자들은 상황을 A부터 Z까지 설명해 공감을 얻으면 잘 따라오지만 남자에게 그렇게 하면 무능하게 비칠 수 있더라. 남자들은 경상도식으로 용건만 말하는 걸 선호하더라. 책임자 직급에 오르는 여자 후배들은 꼭 불러서 얘기한다. 경상도식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라고.” 맞다. 끼리끼리 논다고, ‘경상도 보리문둥이’들끼리 둘러앉아 그간 자책만 하고 살았다. 바보도 좀팽이도 아니었다. 그리고 여자 선후배들도 출발점은 선의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女, 남자어를 말하다 회사에 갓 들어와서 얻은 별명이 ‘다나까’였다. 무슨 말을 하든 말미는 “~입니다.” 아니면 “~입니까?”로 끝냈다. 여중-여고-여대를 나왔다는 아이가 막 자대 배치를 받은 이등병이나 쓸 법한 말투를 입에 달고 돌아다니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급기야 “쟤는 여대 ROTC 출신”이라는 농담 섞인 루머까지 나돌았다. 6년 전 입에 붙지도 않는 ‘다나까’를 불경처럼 외우고 다녔던 건 여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보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총합-나약하다, 이기적이다 등-을 상징하는 ‘여대’와 나를 동일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오기가 그때의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친하게 지내는 대학 동창들 중에는 ‘다나까’가 많다. 당시 학교에서 여대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티셔츠에 운동화 신고 다니는 애들과 곱게 화장을 하고 하이힐 신고 등교하던 애들. 페미니스트에게 혼날 만한 이분법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돌이켜 보면 주로 전자는 ‘남자어’를, 후자는 ‘여자어’를 썼던 것 같다. 과제 때문에 조모임을 할 때면 “어머, 어떡하지? 나 오늘 중요한 약속 있는데…뒷일은 너희한테 맡길게.” 하며 바람처럼 사라지던 친구들은 분명 곱게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은 아이들이었다. 그러면 티셔츠에 운동화 신은 아이들이 꾸역꾸역 과제를 마무리하느라 밤을 지새우곤 했다. 바람처럼 사라졌던 그때 ‘하이힐’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내 주변의 많고 많은 ‘다나까’들은 지금까지 휴가 한번 제대로 못 가고 꿋꿋하게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아잉, 부장님 이건 힘들어서 못 하겠어요.”라는 콧소리가 나오지 않아 속으로 악 소리 내며 미련스럽게 야근을 하는 친구가 부지기수다. 회식 자리에서 “술 못 마셔요.”라고 손사래를 치면 혹시나 폭탄주 건네는 부장님 손이 ‘무안’해질까 봐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꿀꺽꿀꺽 마시고는 2차로 간 술집 화장실에서 기절한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눈물겹게 버티던 내 주위의 ‘다나까’들은 똑같은 의문을 갖고 있다. 남자 세계에서 남자어를 구사하며 아등바등 버틴다고 뭐가 남지? 여성들이 여성성을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는커녕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금 체제만 강화시켜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질문 말이다. 저자는 “남자어 잘 써서 성공하라.”는데 그렇게 성공해 봤자 지금 체제가 계속된다면 여성을 짓누르는 유리천장은 깨질 리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아무리 남자어로 말하고 남자처럼 행동하려 해도 몇몇 남자들은 여성 동료를 그저 여성으로만 보고 있지 않나? 맞잖아요, 저기저기 여자 부하 직원에게 치근덕대는 김 부장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선택 2012 민심탐방-내게 대선은 [ ]다] (3) 여성 직장인에게 듣다

    [선택 2012 민심탐방-내게 대선은 [ ]다] (3) 여성 직장인에게 듣다

    ‘여성 상위시대라고?’ 사상 처음 유력한 여성 대선 후보가 나왔다지만 아직은 사회 곳곳에서 여성이 약자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아닌 직장인으로 오롯이 평가받고 싶지만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은 벽입니다. 엄마라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을 100% 펼칠 수 없는 제도적·사회적 불평등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18대 대선 후보들이 화려한 포장과 함께 내놓고 있는 여성·보육정책들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여성 직장인 3명에게 이번 대선에 거는 기대를 들어봤습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지난해 1.24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안의 절반 수준인 보육·유아교육 재정지원 비율(2011년 GDP 대비 0.53%), 아시아 최저 수준의 기업 여성임원 비율(1%), 여성격차지수 세계 135개국 중 107위(지난해 세계경제포럼)….’ 각종 수치로만 보면 적어도 대한민국은 여성 분야의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직장맘’들은 “우리나라의 보육 환경과 여성의 기업 근무 환경은 갈 길이 한참 멀다.”고 입을 모았다. 미혼인 직장 여성도 “고용과 승진은 ‘유리천장’에 막히고, 보육은 엄마에게만 맡기는 사회 시스템 탓에 결혼을 외면하는 또래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기업·보육 환경 갈 길 멀어” 그럼에도 이들은 올해 18대 대선을 ‘바람’이라고 정의했다. 바람은 자유로운 공기이기도 하고, 거센 바람을 일으켜 낡은 구태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 또 어떤 일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버겁지만 앞으로 5년 뒤엔 ‘나도, 아이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국민 마음 속에서 진정한 ‘바람’을 탄 후보가 당선되기를 소망하는 마음도 보인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반도체 부품업체인 시리얼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코리아의 서현아(34) 과장은 7살 아들, 5살 딸을 둔 워킹맘이다. 회사에선 자산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시부모님이 육아를 도와주는 서씨는 어린이집이나 보육 도우미에 기대야 하는 동료들에 비해선 그나마 숨통이 트인 편이다. 그런 서씨도 업무 특성상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회의가 이어질 때가 다반사이고, 그럴 때마다 가시방석이다. 그는 “직장맘이 야근 때 회사 눈치를 본다면 아이도 어린이집에서 눈칫밥을 먹는다.”고 했다. 첫 아들을 낳았을 당시 법적으로는 출산휴가·육아휴직이 모두 보장돼 있었지만 4주만 쉬고 출근해야 했다. 실제로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직장인 57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직장 내 눈치’가 절반 이상(51.9%)를 차지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A사에서 건축설계를 하는 신효민(29)씨는 9개월된 딸을 두고 복직한 지 한 달째를 맞고 있다. 대기업이라서 후생 복지가 좋은 편인데도 신씨는 “복직 이후 아직 저녁 7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다.”고 했다. “산후 1년은 모성보호 기간이라 야근·휴일 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아무도 ‘먼저 집에 가라’고 하지 않아요.”라고 신씨는 한숨지었다. 한 달에 150만원이나 드는 보육 도우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분유값, 기저귀값까지 합하면 한달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는 “아이를 낳아보니 안 낳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면서 “유럽 선진국은 보육료가 거의 안 드는데 우리는 돈이 없으면 아이를 낳을 수도 없다.”며 씁쓸해했다. 직장 새내기로 EBS 라디오부 조연출로 일하는 백지은(28)씨는 최근 면접을 봤던 회사에서 비슷한 스펙의 남성 지원자에게 밀려 최종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미혼인 백씨는 “사회인으로 입문하는 시점에 성별을 이유로 차별부터 당하니 사기가 꺾이더라.”고 털어놨다. 각 후보마다 앞다퉈 내놓은 각종 육아 보육 대책도 대부분의 직장맘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백씨는 “(보육정책이 실현되려면) 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그나마 혜택을 받으려면 대기업에 근무해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노동자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는 먼 나라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씨는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도 육아 휴직을 다 못 쓰고 승진에서 밀릴까 하소연한다.”면서 “이런 모습을 보면 굳이 결혼을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여성·보육 공약에 대해 “워킹맘들의 마음만 잔뜩 부풀려놓고 당선 이후엔 실망하게 만드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서 과장은 “민간 어린이집 수준이 그야말로 들쭉날쭉하다. 보육료는 어린이집이 아니라 가정에 직접 지급했으면 좋겠다.”면서 “초등학교 방과 후 학습을 정규과정으로 편입하면 일하는 엄마들이 마음 편히 질 좋은 교육을 아이들에게 시켜줄 수 있다.”고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정부 운영 24시간 키즈카페와 직장맘 문화수당도 아이디어로 내놨다. 사회 인식의 변화도 주문했다. 신씨는 “고위 임원 중에 ‘육아휴직을 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는 분들이 아직도 있다.”고 전했다. ●마음만 부풀리는 ‘풍선 공약’ 그만 각 후보마다 여성·보육 정책은 화려하지만 재원 확보안이 불투명한 것도 문제다. 백씨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기를 바라지만 공약들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혼여성 직장인 비율에 따라 회사의 세금을 감면해 주거나 아이 나이에 맞는 맞춤형 보육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EU “여성 이사비율 40%로 늘려라”

    유럽연합(EU)이 여성들의 기업 내 고위직 진출을 막는 ‘유리천장’을 없애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EU 집행위원회가 상장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집행이사(사외이사) 비율을 2020년까지 40%로 늘리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목표치를 못 채우면 과징금을 내거나 정부 보조금, 계약 등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 이번 조치는 EU 27개 회원국의 남녀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1월 조사 결과 유럽 상장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평균 13.7%에 불과했다. 법안에 따르면 직원이 250명 이상이거나 연매출이 5000만 유로(약 714억원) 이상인 EU 내 기업은 앞으로 매년 보고서를 통해 이사회의 남녀 성비를 보고해야 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은 이미 자체적으로 여성 이사 할당제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할당제를 도입한 프랑스는 1년 만에 여성 이사 비율이 12%에서 22%로 높아졌다. 지난 1월부터 제도를 도입한 이탈리아는 현재 6%에 불과한 여성 이사 비율을 2015년까지 33%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반면 기업 자율에 맡겨 놓고 있는 영국과 스웨덴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비비안 레딩 EU 법무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수년간 여성 이사 비율이 0.6% 증가에 그치는 등 당초 기업들의 자율에 맡기려는 계획이 실패하면서 법안 마련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다음 달 중 투표를 거쳐 통과될 전망이다. 국내 상장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9%에 불과하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박탈감과 2012 대선/이지운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박탈감과 2012 대선/이지운 정치부 차장

    99%에 가까운 국민이 공유하고 있는 느낌(感)이 하나 있다 한다. 공감대 99%라니, 정치인들의 귀가 번쩍 띄겠다. ‘박탈감’이다. 벗길 박(剝), 빼앗을 탈(奪). ‘재물이나 권리, 자격 따위를 빼앗음’. 사전적 정의다. 누구일까? 빼앗겼다 하니 먼저 드는 생각이다. 정치가? 가진 자들이? 그 길을 따라가면 미궁이기 쉽다. 그런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것 아닌가. ‘감(感)’의 모호성, 감 잡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그 느낌이 ‘상대적’이라는 데 있다. 소득 상위 1%도, 소득 상위 0.01%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더욱 난감해진다. 종합해 보자. ‘상대적으로 뭔가를 빼앗긴 듯한 느낌’이다. 정치인이라고 아주 감이 없지는 않다. 사회 전체를 짓누르는 이 ‘정체 모를 불만’을 누군들 느끼지 못하랴. ‘너나 없이 마음 한 구석 휑하니 구멍이 나 있을 것’이라는 정도는 눈치챈 듯하다. 정치인은 자답할 것이다. ‘이 구멍만 메워 주면 될 일. 오는 12월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정치권은 당초 ‘복지’에서 답을 찾은 듯했다. 2010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지난 4·11 총선까지 복지에 복지를 쏟아 냈다. 신선도가 떨어졌다고 봤을까? 요즘은 ‘경제 민주화’다. 이 역시 이만저만한 경쟁이 아니다. ‘특권 포기’도 유행이다. ‘국민 여러분들이 빼앗기셨다 하니, 우리도 좀 내놓겠습니다.’는 식이다. 그러나 과연 채울 수 있을까. 경기도 분당에 사는 50대 주부 A씨를 예로 들어 보자. 여고 동창 B씨를 따라 90년대 초 강남의 작은 아파트를 팔고 분당에 왔다. 분당의 성공에 힘입어 30대에 평수 확장과 함께 1차 재산 증식에 성공, ‘신흥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그런 만족 속에 10여년. 다시 강남 가자는 친구 B씨를 따라가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강남이 다시 뜰 줄이야. 이후 A씨와 B씨의 아파트 가격 차는 2배쯤. 대략 10억원, 20억원이다. A씨는 괴로워했다. B씨를 만날 때마다 공허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차를 바꿨다. ‘렉서스’로. A씨는 렉서스를 몰고서야 주변에 렉서스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그 렉서스의 비애까지도. A씨의 가정은 어떤가. 사회 현상을 A씨의 가정에 압축, 적용해 보자. 직업을 구하지 못한 20대 아들은 아버지 세대를 탓한다. 아버지는 아들 세대의 손가락질에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자리를 빼앗길까 불안하다. 그 아들은 ‘남녀 간 공정 경쟁’을 요구하는 여동생이 못마땅하고, 여동생은 남자들이 쳐 놓은 ‘유리천장’이 불만이다. 남편과 부인, 아들과 딸 모두가 빼앗겼다고 느끼고 있다. 이 느낌, 제한이 없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철들기 전 어린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휑하게 빈 마음들 속에 이미 자리 잡은 것이 하나 있다.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생각이나 견해’, ‘이념(理念)’이 아닌가 한다. 이 이념은 ‘빼앗긴 듯한 느낌’을 ‘기회의 균등’ ‘평등’의 문제로 빠르게 치환해 가고 있다. 등록금 문제를 예로 들자면 ‘비싼 등록금이 내가 누릴 기회와 평등의 권리를 박탈해 갔다.’는 생각으로 나아가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반값 등록금은 이념을 거치며 평등의 문제가 되는 것이고, 민주주의 그 자체로 확장된다. 정치는 박탈감을 눈여겨볼 일이다. 복지로 채워 주겠다며 그 범주에 가둘 일이 아니다. 차라리 가치관의 문제가 아닌가 한다. 나아가 철학의 영역이요, 종교의 경지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것을 돈과 물건으로 채우겠다 한다. 엄청난 괴리다. 차라리 말 한마디가 공허함을 달래기 쉬울 수 있다. 그게 정치 본연의 영역에 가까울 수 있다.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는다. 박탈감의 총량은 줄지 않을 테고, 복지로 미봉된 구멍 난 마음은 상당수 이념으로 나아갈 개연성이 크다. 2012 대선, 이념의 대결로 보는 이유다. 끝으로 2011년 재·보선을 되돌아본다. ‘강재섭 낙선, 손학규 당선’이란 결과의 이면에 박탈감이 존재했다는 걸 정치는 알았을까.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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