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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불편한 만남/소설가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불편한 만남/소설가

    1984년 즈음이었다. 출근 시간에 사람으로 꽉 찬 버스를 타고 한강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나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내려야 했기에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미리 출입문 앞까지 나갔다. 손잡이 기둥에 몸을 의지한 채 출입문 계단 중간에 서 있던 버스 안내원의 얼굴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로 진입하던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었다. 차들이 정체돼 버스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출입문 유리창 밖에는 강물이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안내원의 얼굴을 보다가 그녀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나지막하게 따라 부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당시에 유행하던 조용필의 노래였다. 버스차장 혹은 안내양이라고 불리던 여성들이 아직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그들은 하나뿐인 버스 출입문으로 승객을 태우고 내려주면서 요금 받는 일을 했다. 승객이 모두 타면 버스 몸통을 손으로 쾅쾅 치는 동시에 “오라이!”를 외치거나,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버스 안으로 승객을 밀어넣고 아슬아슬하게 손잡이에 매달려 문을 닫던 모습이 안내원에 대한 내 기억의 전부였다. 노량진으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혼자 유행가를 흥얼거리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창밖에 보이는 강물이나 그녀의 파리한 안색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서정적 노래 가사가 마음을 흔들었을 수도 있다. 그 순간 그녀는 나에게 그냥 버스 안내원으로 보이지 않았다. 기쁨과 슬픔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잠깐 숨돌리는 시간에 창밖을 보며 노래하는 개성을 지닌 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동안 나는 수백 명의 버스 안내원들을 만났을 테지만, 조금 과장하자면 그 직업을 가진 진짜 사람을 처음으로 만난 것 같았다. 그때 내가 슬픔이나 연민을 느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 무렵 나는 오직 나와 소수의 주위 사람들만을 위해 울 수 있었다. 나는 잠시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나, 그로 인해 불편한 상황에 갇힌 당혹스러운 기분이 됐다. 무엇이 불편했을까. 나는 학생이고 그녀는 돈을 벌고 있는 노동자라서? 그건 사실이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기도 했다. 학생은 공부하고 노동자는 일한다. 그뿐이다. 그가 누구든 무슨 일을 하든 세상을 향해 거리낄 것 없다. 그러나 그 시절 버스 안내원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경제적으로 어려워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을 것이고, 강도 높은 노동의 대가로 형편없는 임금을 받으면서 온갖 수모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같은 또래의 빈곤층 저학력 여성이 받는 차별과 사회적 편견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느낀 불편의 근원이었다. 나는 알고 있었고, 그녀가 노래하는 모습을 목격한 순간 그것을 모르는 척할 수 없게 돼 버린 것. 영국의 학자 시어도어 젤딘은 ‘새로운 만남은 잃어버렸던 희망을 소생시킨다’고 했다. 그날 버스 안에서 나도 그녀와 새롭게 만났다. 그리하여 나와 그녀를 불편함 속에 가둬 버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희망을 보았다는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날 이전과 이후의 내가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된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추수가 끝난 논바닥에 세워져 있는 볏단들처럼 서로 기대어 존재한다. 나의 세상이 달라졌다면 그녀의 세상도 달라졌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 볼 수는 있겠다. 국회의 차별금지법 심사 기간이 2024년 5월까지 연장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거리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 속에는 성별, 성적 지향, 종교, 사상, 학력, 장애 등의 이유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는 이들이 있다. 그건 나일 수도 있고 당신일 수도 있다. 차별금지법은 그런 우리가 새롭고 불편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것이 뒤로 미뤄지면서 불편함 속에서 천천히 싹틀 변화의 희망도 잠시 사라졌다.
  • 층간소음 항의·채권 추심도 ‘스토킹’… 하루 100건 신고, 처벌 기준 뭔가요

    층간소음 항의·채권 추심도 ‘스토킹’… 하루 100건 신고, 처벌 기준 뭔가요

    #경북 울진에 사는 40대 여성 A씨는 5개월가량 만나다 헤어진 남성 B씨로부터 최근 지속적인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A씨가 전화를 피하자 B씨는 ‘딱! 딱!’ 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을 문자로 보내는가 하면 급기야 A씨가 일하는 식당을 찾아와 유리창을 깨뜨렸다.불안해진 A씨는 지난달 말 경찰서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남성이 폭력 전과가 있는 데다 일련의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즉각 접근금지 조치를 내리고 지난 11일 B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지난달 21일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3주가 지났다. 지난 11일까지 전국에서 2292건의 스토킹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청은 14일 A씨의 경우를 포함한 235건은 범죄혐의가 있다고 보고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비록 신고 대비 입건한 경우가 10%에 불과했지만 마땅히 적용할 법이 없어 어쩌지 못했던 스토킹에 적극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을 ‘범죄’와 ‘행위’로 구분한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등 법에서 정한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하면 범죄로 보고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이웃 간 층간소음 분쟁이나 채권 추심도 그 행위가 위협적이고 반복적이면 스토킹처벌법으로 입건될 수 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채권 추심도 스토킹처벌법의 대상이 된다며 “채권 추심도 정당한 절차와 법적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범죄 단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스토킹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스토킹 가해 의심자에게 100m 이내 접근 금지 및 통신 접근 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특히 스토킹은 미리 제지하지 않으면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 보호와 범죄 예방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다만 여전히 스토킹 행위와 범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스토킹이 얼마나 지속하거나 반복돼야 이를 범죄로 보고 입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청은 자체 매뉴얼을 만들고 ‘헬프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신고가 들어오면 이를 행위로 봐야 할지 범죄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초반에는 (헬프데스크에) 매일 50~60건의 문의전화가 왔었는데 최근에는 5~6건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행위와 범죄를 구분하는 기준은 사법부에서 첫 판결이 나와야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토킹 범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경찰에서는 ‘무 자르듯’ 기준을 정하기보다 현장의 재량권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혜진 변호사는 “젠더 폭력은 여러 가지 피해가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게 특징이기 때문에 범죄를 수사하다가 스토킹으로 볼 여지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실종된 소녀의 손가락 동작 보고 911 신고한 것 아니고요”

    “실종된 소녀의 손가락 동작 보고 911 신고한 것 아니고요”

    미국에서 61세 남성에게 차량에 태워져 끌려가던 16세 소녀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던 것은 틱톡에서 유행하는 손가락 동작 덕분이 아니라 도와달라는 소녀의 입 모양을 뒤따르던 운전자가 읽은 결과라고 NBC 뉴스가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로렐 카운티 보안관실의 성명대로 보도된 사실 관계를 바로잡은 것이다. 지난 4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켄터키주로 넘어가는 주간고속도로를 달리다 납치 용의자의 승용차를 뒤따르며 경찰에 신고한 데이비드 이삭이란 남성이 지난 9일 자신은 틱톡에서 유행하던 손가락 동작이란 것을 “알아채지 못했으며”, 단지 소녀의 입 모양이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 같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처럼 보여 신고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 살던 이 소녀는 이틀 전 부모에 의해 실종 신고된 상태였다. 그녀가 제임스 허버트 브릭이 운전하는 은색 도요타 승용차 뒷좌석에서 이삭에게 도와달라는 손동작을 취했던 것은 맞았다. 그는 소녀가 “손가락 넷을 펼쳐 유리창에 갖다댔다”면서도 자신은 “그 손동작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입 모양은 ‘도와달라’는 말을 두 차례 반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911에 전화해달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우는 것 같았다.” 문제의 손가락 동작은 지난해 4월 캐나다여성재단이 만들어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이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특히 틱톡을 통해 널리 알려져 적지 않은 여성들이 가정폭력이나 낯선 이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손가락 다섯을 모두 펴 보인 뒤, 엄지만 접고,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엄지를 덮는 세 단계로 동작을 취해 각각 “집에서 폭력” “도움이 필요해” “가정폭력”을 의미한다. NBC 뉴스 보도를 전한 인사이더 닷컴은 보안관실과 이삭에게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연락했으나 반응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단풍나무 식별하기 좋은 계절/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단풍나무 식별하기 좋은 계절/식물세밀화가

    기나긴 겨울을 지난 나무는 봄을 맞아 연두색 잎과 꽃을 피운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잎 색은 짙어지고, 가을이 오면 진녹색 잎은 붉은색 혹은 노란색, 주황색으로 변한다. 어느새 추위가 가까워지면 가지에 매달려 있던 단풍잎은 땅으로 떨어진다. 그런 낙엽은 부서지거나 다른 풀의 이불이 돼 주고, 또다시 긴 겨울을 지나면 나뭇가지에 또다시 새싹이 돋는다. 이것이 보편적인 나무의 삶이다. 그리고 지금은 단풍이 낙엽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단풍’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기후변화로 식물의 잎이 붉은빛이나 누런빛으로 변하는 현상. 또는 그렇게 변한 잎’이라 정의한다. 단풍은 자연현상, 식물 삶의 한 과정인 것이다.단풍이 드는 것은 봄과 여름 내 엽록소가 역할을 다하고, 엽록소에 의해 드러나지 않던 안토시안과 카로틴, 크산토필과 같은 색소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안토시안에 의해 화살나무와 단풍나무 잎은 붉은색으로 변하고, 카로틴과 크산토필에 의해 은행나무와 생강나무, 히어리는 잎이 노랗게 된다. 이 다채로운 색 변화를 감상하려 우리는 ‘단풍놀이’라는 것도 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나. 등교 준비를 하던 내게 아빠는 설악산 단풍을 보러 가자고, 학교에는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선생님께도 이미 말씀드렸다고. 그날 나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설악산의 단풍을 보았다. 나무들이 만들어 낸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자연 팔레트는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단풍은 자연현상이자 동시에 식물의 이름이기도 하다. 단풍나무라는 종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종이 속한 속명(가족 이름)이다. 이 가족 중에는 대표종인 단풍나무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단풍나무 그리고 이름에 ‘단풍’이 들어가지는 않는 신나무, 복자기나무, 고로쇠나무와 울릉도에 분포하는 귀한 섬단풍나무, 우산고로쇠도 있다. 외국에서 도입돼 도시 곳곳에 심어진 은단풍과 중국단풍, 공작단풍, 네군도단풍 등까지 더해 우리나라에서는 스무종이 넘는 단풍나무를 만날 수 있다. 단풍나무속 식물 중에는 손바닥 형태를 띠는 잎이 많다. 단풍나무는 당단풍나무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잎몸이 5~7개로 갈라지며, 당단풍나무는 그보다 많은 9~11개로 갈라진다. 손가락이 더 많은 것이 당단풍나무다. 중국에서 도입돼 화단에 많이 심어진 중국단풍은 잎몸이 3갈래로 갈라지며, 산지에서 자라는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보다 손바닥이 더 통통한 형태다. 종마다 잎의 형태가 다른 데다 단풍 든 잎의 색도 다르다.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단풍나무와 당단풍나무는 새빨간색, 중국단풍은 연한 노란색, 복자기나무는 주황빛을 띤다. 복자기나무의 주황빛을 유난히 좋아하는 내 친구는 가을이 되면 자신이 좋아하는 광릉숲의 복자기나무에 단풍이 들었는지 시시때때로 내게 묻는다. 이들은 잎 형태와 단풍 색이 다를 뿐 아니라 종마다 꽃과 열매의 형태도 다르다. 단풍나무의 꽃과 열매는 화려하지 않은 데다 우리에게 그다지 쓰임새가 없기 때문에 잎이 단풍 들 때만큼 주목받지 못한다. 그러나 봄바람이 불 때 흔들리는 연둣빛 단풍나무 잎 사이사이 보이는 빨간 꽃송이의 움직임, 각기 다른 각도로 벌어지는 열매의 날개(프로펠러)를 보는 일은 단풍나무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단풍나무속 속명 ‘에이서’(Acer)는 라틴어로 ‘강함’을 뜻한다. 목재가 치밀하고 무늬도 예뻐서 바닥재나 가구에 흔히 이용된다. 팔만대장경판 일부에도 단풍나무가 쓰였다. 캐나다 국기에도 그려져 있는 설탕단풍은 메이플 시럽의 원료이기도 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조경수로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최고조의 아름다움을 비추던 단풍은 일요일 내린 강한 빗줄기를 따라 낙엽이 됐다. 덕분에 월요일 출근길 꽉 막힌 도로에서 재밌는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 밤 어느 나무 아래에 주차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자동차 유리창마다 각기 다른 단풍잎이 붙어 있었다. 복자기나무, 단풍나무, 당단풍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졸참나무…. 덕분에 나는 우리나라 주차장 화단에 심어지는 조경수의 흔적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 나는 나뭇잎을 관찰하고 채집하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오르거나 내 키보다 긴 가위를 들곤 한다. 그러나 지금 이 계절만큼은 단풍잎을 그리기 위해 굳이 사다리와 가위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잎이 스스로 땅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토록 편리하게 잎을 관찰하고, 식별할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내 주변에 어떤 나무들이 살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 발밑에 떨어진 단풍잎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자연이 우리에게 쥐여 준 이 짧은 ‘식별’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 “샤워실 창에 김 서려도 실루엣 이웃에 노출돼요” 미 주부의 틱톡

    “샤워실 창에 김 서려도 실루엣 이웃에 노출돼요” 미 주부의 틱톡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에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부 질 샌텀(34)은 최근 밤에 샤워를 하다 김이 서린 바깥 창을 통해서도 이웃집 아래에서 뻗어나온 빛이 비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년 반 정도 살아 온 집인데 이제야 이층에서 샤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이웃들이 빤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그 빛이 뻗쳐 오더라고요”라면서 “동네가 완전 캄캄한데 대조를 이루는 빛이 비쳐 눈길이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샌텀은 남편에게 샤워하듯 서 있어 보라고 한 뒤 밖으로 나가 쳐다봤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남편 몸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재미있네요. 겁을 먹거나 당황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샤워하는 것처럼 해달라는 내 부탁이 히스테리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충실히 수행해준 남편에 깊은 감명을 받기도 했어요. 그는 생애 최고의 연기를 해냈어요. 호홋” 보통 엄마라면 주부라면 욕실이 침탈당한 느낌에 겁이 덜컥 나 몸서리를 치거나 이를 감추려 할텐데 샌텀은 달랐다. 남편의 모습이 밖에서도 보이는 것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다음날 돌려보고는 틱톡에 올려 모든 사람이 조심해야 한다고 경종을 울렸다. 반응은 뜨거워 29일 오후까지 1200만명이 볼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이튿날에는 낮 시간에 딸에게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채 욕실 창문 앞에 서 있어 보라고 요청했더니 딸도 순순히 응했다. 마찬가지로 실루엣이 다 보였다. 역시 밤에 샤워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도 내려졌다. 가족은 수시로 제거할 수 있는 커버로 창 위를 덮기로 했다. 샌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피플 닷컴 인터뷰를 통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유리창, 김 서린 유리창도 당신의 생각만큼 사생활을 가리지 못한다! 그냥 덮어라! 그 다음 삶이 시큼한 레몬을 준다해도 레모네이드를 만들라! 화를 내거나 당황하지 말고 널 희생해서라도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동영상을 찍히고 싶지 않다면 덮어라. 난 이 동영상이 김 서린 유리나 프라이버시 글라스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권하길 바란다. 당신은 알지 못하는 사이쇼의 주인공이 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 “브레이크인 줄” 실수로 액셀 밟아 ‘와장창’ 편의점 박살

    “브레이크인 줄” 실수로 액셀 밟아 ‘와장창’ 편의점 박살

    차량 탑승자 3명 중 1명만 타박상제주의 한 관광객이 차량 제어장치인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인 액셀을 밟은 채 편의점으로 돌진해 편의점이 심하게 부서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차량이 돌진한 지점에 손님들이 서 있지 않아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운전자는 페달을 착각한 실수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 45분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수산교차로 인근 편의점으로 관광객 A씨가 몰던 코나 전기차가 돌진했다. 이 사고로 편의점 외부 유리창이 완전히 깨지는 등 내외부가 파손됐다. 사고 당시 편의점에 손님이 있었지만, 다행히 사고 지점과 멀리 떨어져 있어 다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차에 탑승하고 있던 3명은 모두 무사한 가운데 가운데 1명만 경미한 타박상을 입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해당 편의점을 이용하기 위해 인근에 주차를 하던 중 브레이크가 아닌 액셀을 잘못 밟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 [포토] ‘가을 단장’ 빌딩 외벽 물청소

    [포토] ‘가을 단장’ 빌딩 외벽 물청소

    24일 오전 서울시내 한 빌딩에서 청소업체 직원들이 외벽 유리창을 닦고 있다. 2021.10.24 연합뉴스
  • 이기형 경기도의원, ‘김포몽실학교 초등학생 환경팀과 정책회의’ 개최

    이기형 경기도의원, ‘김포몽실학교 초등학생 환경팀과 정책회의’ 개최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소속 이기형 도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4)은 지난 16일 김포 몽실학교 초등환경팀 ‘환생하라’의 초대로 ‘초등학생이 제안하는 환경정책’을 청취하는 정책회의를 개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열린 정책회의에서 ‘환생하라’는 ‘환경생각 좀 해라’의 줄임말로 학생들이 직접 지은 팀 이름임을 밝히며, 환경정책 제안을 이어갔다. 제안 내용으로는 전보람 학생(푸른솔초6)이 “일회용 대신 텀블러 사용”, 최예찬 학생(금빛초5)이 “친환경 아이스팩 사용”, 이상훈 학생(금파초6)이 “새들의 유리창 충돌 방지를 위한 점필름 부착”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또 들고 다니기 불편한 점을 고려해 텀블러 휴대가 편리한 주머니 제작, 친환경 아이스팩 제조 회사 지원 및 김포관내 회사에 친환경 아이스팩 제조 추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아이스팩을 잘 버릴 수 있는 방법 및 손쉬운 수거 방법, 향후 건축하는 건물 일정높이에 점필름 부착 의무화 등 다양한 대책 방안 마련에 관한 의견도 함께 제안했다. 이 도의원은 ‘환생하라’ 팀과 정책회의를 마친 뒤 “의견청취와 소통을 통해 교육현안에 대한 의정활동 방향을 수립하겠다”면서 “미래세대의 친환경적 사고와 아이디어에 감탄했다며 이들의 소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포 몽실학교는 아동청소년이 주인인 공간으로 2018년 사우동에 위치한 옛 김포교육지원청을 리모델링해 개교했다.
  • 산불 키운 뒷산, 전복 죽는 바다… 민서네·순주네 울리는 온난화

    산불 키운 뒷산, 전복 죽는 바다… 민서네·순주네 울리는 온난화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 당신들이 좀 무서워했으면 좋겠다”며 세계 지도자들을 질타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불타고 있는 건 툰베리의 집만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집이고 미래다. 환경학자들은 “미래 세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고,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과 이기심을 위해 지구를 계속 채찍질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언제든 인류의 ‘마지막 세대’로 전락할 수 있다.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생존 보고서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그린피스가 함께했다.‘강원 동해안 및 산간지방은 우리나라 대설 다발지역으로 1, 2월에 많은 눈이 내린다.’ 지리 교과서는 강원도를 이렇게 소개한다. 그러나 강원도에 눈이 많이 온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온난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눈 쌓인 태백산맥을 보기 어려워졌다. 눈이 귀해지면서 강원도의 산은 바싹 말랐다. 건조해진 산은 불쏘시개다. 2019년 강원 고성과 속초를 휩쓸었던 산불은 도로변 전신주 고압전선이 끊어지며 시작된 인재였지만 수분기 없는 낙엽들이 불을 화마로 키웠다. 고성에 사는 정민서(15)양도 2019년 산불의 피해자다. “민서 아빠와 결혼해서 이 동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겨울에 눈이 참 많이 왔어요.” 민서 엄마 엄미숙(56)씨는 32년 전을 떠올렸다. 민서는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다. 폭설이 생소한 민서는 엄마의 기억과 다른 강원도에서 살아간다. 가족과 함께 집에서 쉬고 있던 민서는 저녁임에도 이상하리만큼 붉은 하늘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얼마 후 산불이 발생했다는 긴급재난문자가 휴대전화를 울렸다. 집 밖으로 나가니 하늘은 더 붉어졌고 멀리서 시뻘건 불길과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큰일은 아닐 거라고 믿으며 민서네 가족은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불길이 확산되는 속도는 점점 거세졌다. 삽시간에 집과 차 안까지 매캐한 냄새가 가득 퍼졌다. 부모님 지인의 펜션으로 몸을 피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민서 가족은 뼈대만 남기고 흉측하게 타 버린 집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민서 가족은 리조트, 연수원, 조립주택으로 피난민처럼 떠돌았다. 엄씨는 충격으로 안면에 마비가 왔다. 학교에서는 민서가 산불 피해로 불안지수가 높게 나왔다며 심리 치료를 권했다. 2년간 불안정한 생활을 하던 민서 가족은 올해 2월 새집을 지어 이사하면서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5일 민서 가족과 함께 둘러본 고성·속초는 산불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 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속초고등학교에서 1㎞만 걸어가면 뼈대만 남은 2층짜리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다. 내부는 까맣게 그을려 이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불이 났을 당시 열기로 폭발해 깨진 유리창 조각만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영랑호 인근 리조트 펜션 20여채도 모두 불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불이 났을 땐 멀쩡해 보였던 나무들은 2년 반 동안 서서히 죽어갔다. 산불이 이렇게 커진 데에는 건조해진 기후와 강한 바람의 영향이 컸다. 엄씨는 “눈이 많이 왔을 시절에는 한겨울에 쌓인 눈이 봄까지 꽁꽁 얼어 있고, 천천히 녹으니까 상대적으로 습했다”면서 “요새는 눈이 많이 안 오고, 눈이 와도 금방 녹으니 낙엽이 말라서 바삭바삭하다. 불이 나면 잘 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불 발생 빈도는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1년 산불 발생 건수는 277건, 피해 면적은 109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발생 건수 620건, 피해 면적 2920㏊로 2~3배씩 증가했다. 피해액도 2011년 290억 6300만원에서 1581억 4100만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전복 때문에 깊어진 아빠의 한숨 박수자(52)씨가 김순주(10)양을 품었던 해, 순주 아빠 김동연(58)씨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 먼바다에 나가 전복을 키우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새벽부터 배를 타러 나가는 부지런함 덕에 연매출은 8억원까지 올랐다. 순주를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순주에게 전복은 웃음꽃이자 힘의 원천이고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마냥 웃을 수가 없다. “전복 잘 키우기로 소문난 아빠, 엄마가 한숨 쉬는 소리를 자주 들었어요. 날씨 때문에 전복이 많이 죽고 잘 자라지도 않아서 그런가 봐요. 아빠가 힘들게 고생했는데 너무 속상해요.” 순주는 지난여름 작은 배를 타고 아빠의 전복 양식장을 구경하러 갔다가 엄마를 따라 손가락으로 바닷물을 찍어 혀끝에 댔다. 어째 짠기는 안 느껴지고 맹맹했다. “엄마는 ‘소금 타야겠다’고 하세요. 몇 년 사이에 바다가 싱거워져서 전복들이 비릿해지고 잘 죽는대요. 진짜 소금 포대라도 사다가 뿌려야 할까 봐요.” 순주 엄마 박씨는 “올해는 최악의 여름이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푹푹 찌는 더위가 7월부터 찾아왔다. 전복은 수온과 염분에 예민하다. 섭씨 15~20도에서 가장 잘 자라고 더우면 먹이인 미역과 다시마를 먹지 않는다. 어민들은 양식장 수온이 23~24도일 때까지만 먹이를 주고 25도가 넘어가면 먹이 공급을 중단한다. 고수온이 계속되면 먹이를 안 주는 날이 늘어난다. 먹이를 안 주면 폐사량은 적지만 전복에 살이 차지 않는다. 생계가 달린 어민들은 양식장에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전복 양식장을 ‘아파트’라고 불러요. 아파트 한 칸에 100㎏은 나와야 300만~400만원을 받을 수 있어요. 너무 더우면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는데, 더위가 길어지면 언제까지 굶길 순 없잖아요. 수온이 26도일 때 몇 칸에만 미역을 줘 보는 거예요. 먹이 준 칸에서 폐사율이 60%가 넘기도 했는데 살아남은 애들은 또 굵기가 실한 거예요. 온난화에 적응하려고 이것저것 다 해보는 거죠.” 박씨는 이렇게 말했다.●기후변화 대응 실험장이 된 양식장 완도 상황은 그나마 낫다. 올여름 전남 고흥 바다 수온은 30도를 넘어 전복 양식어가 등 102가구가 피해를 봤다. 전복 290만 4000마리가 죽었고 어류, 굴·가리비도 폐사해 약 45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연구관은 “수온 변화가 적은 바다 밑에 사는 전복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사육하니 온도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28도가 넘으면 전복의 절반이 죽어 고수온 폐사로 본다”고 설명했다. 싱거운 바다도 순주 부모님의 근심거리다. 기후변화로 바다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바닷물이 점점 싱거워지고 있다. “더운 여름 좀 버텼나 싶었더니 9월에 비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쏟아졌어요. 염도 떨어지면 전복이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비 온 직후는 괜찮아 보여도 시름시름 앓다 결국 죽더라고요.” 전남 강진만 마량 해역에선 지난 7월 5~7일 3일간 집중호우가 쏟아져 전복 2300만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민물이 바다에 유입돼 염분이 5~15pus(해수 1㎏에 든 염류의 양(g))로 평소의 절반 이하로 낮아진 탓이다. 한 해 전복 농사의 시작인 가을에 찾아온 불볕더위 역시 순주네를 괴롭혔다. “9월 말이면 전복 먹이가 되는 미역 포자(씨)를 줄에 붙여 키워야 하는데 수온이 높으면 포자가 다 녹아 버려요. 어쩔 수 없이 일주일 정도 미뤘는데 하루이틀만 늦어도 미역 성장 속도가 더뎌서 손해가 크죠. 올해는 발 뻗고 자는 날이 없네요.” 고성 손지민·서울 오달란 기자 sjm@seoul.co.kr
  • 산불 키우는 바삭한 낙엽… ‘소금 응급처방’ 부르는 바다

    산불 키우는 바삭한 낙엽… ‘소금 응급처방’ 부르는 바다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 당신들이 좀 무서워했으면 좋겠다”며 세계 지도자들을 질타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불타고 있는 건 툰베리의 집만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집이고 미래다. 환경학자들은 “미래 세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고,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과 이기심을 위해 지구를 계속 채찍질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언제든 인류의 ‘마지막 세대’로 전락할 수 있다.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생존 보고서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그린피스가 함께했다.‘강원 동해안 및 산간지방은 우리나라 대설 다발지역으로 1, 2월에 많은 눈이 내린다.’ 지리 교과서는 강원도를 이렇게 소개한다. 그러나 강원도에 눈이 많이 온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온난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눈 쌓인 태백산맥을 보기 어려워졌다. 눈이 귀해지면서 강원도의 산은 바싹 말랐다. 건조해진 산은 불쏘시개다. 2019년 강원 고성과 속초를 휩쓸었던 산불은 도로변 전신주 고압전선이 끊어지며 시작된 인재였지만 수분기 없는 낙엽들이 불을 화마로 키웠다. 고성에 사는 정민서(15)양도 2019년 산불의 피해자다. “민서 아빠와 결혼해서 이 동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겨울에 눈이 참 많이 왔어요.” 민서 엄마 엄미숙(56)씨는 32년 전을 떠올렸다. 민서는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다. 폭설이 생소한 민서는 엄마의 기억과 다른 강원도에서 살아간다. 가족과 함께 집에서 쉬고 있던 민서는 저녁임에도 이상하리만큼 붉은 하늘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얼마 후 산불이 발생했다는 긴급재난문자가 휴대전화를 울렸다. 집 밖으로 나가니 하늘은 더 붉어졌고 멀리서 시뻘건 불길과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큰일은 아닐 거라고 믿으며 민서네 가족은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불길이 확산되는 속도는 점점 거세졌다. 삽시간에 집과 차 안까지 매캐한 냄새가 가득 퍼졌다. 부모님 지인의 펜션으로 몸을 피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민서 가족은 뼈대만 남기고 흉측하게 타 버린 집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민서 가족은 리조트, 연수원, 조립주택으로 피난민처럼 떠돌았다. 엄씨는 충격으로 안면에 마비가 왔다. 학교에서는 민서가 산불 피해로 불안지수가 높게 나왔다며 심리 치료를 권했다. 2년간 불안정한 생활을 하던 민서 가족은 올해 2월 새집을 지어 이사하면서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5일 민서 가족과 함께 둘러본 고성·속초는 산불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 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속초고등학교에서 1㎞만 걸어가면 뼈대만 남은 2층짜리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다. 내부는 까맣게 그을려 이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불이 났을 당시 열기로 폭발해 깨진 유리창 조각만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영랑호 인근 리조트 펜션 20여채도 모두 불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불이 났을 땐 멀쩡해 보였던 나무들은 2년 반 동안 서서히 죽어갔다. 산불이 이렇게 커진 데에는 건조해진 기후와 강한 바람의 영향이 컸다. 엄씨는 “눈이 많이 왔을 시절에는 한겨울에 쌓인 눈이 봄까지 꽁꽁 얼어 있고, 천천히 녹으니까 상대적으로 습했다”면서 “요새는 눈이 많이 안 오고, 눈이 와도 금방 녹으니 낙엽이 말라서 바삭바삭하다. 불이 나면 잘 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불 발생 빈도는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1년 산불 발생 건수는 277건, 피해 면적은 109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발생 건수 620건, 피해 면적 2920㏊로 2~3배씩 증가했다. 피해액도 2011년 290억 6300만원에서 1581억 4100만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전복 때문에 깊어진 아빠의 한숨 박수자(52)씨가 김순주(10)양을 품었던 해, 순주 아빠 김동연(58)씨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 먼바다에 나가 전복을 키우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새벽부터 배를 타러 나가는 부지런함 덕에 연매출은 8억원까지 올랐다. 순주를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순주에게 전복은 웃음꽃이자 힘의 원천이고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마냥 웃을 수가 없다. “전복 잘 키우기로 소문난 아빠, 엄마가 한숨 쉬는 소리를 자주 들었어요. 날씨 때문에 전복이 많이 죽고 잘 자라지도 않아서 그런가 봐요. 아빠가 힘들게 고생했는데 너무 속상해요.” 순주는 지난여름 작은 배를 타고 아빠의 전복 양식장을 구경하러 갔다가 엄마를 따라 손가락으로 바닷물을 찍어 혀끝에 댔다. 어째 짠기는 안 느껴지고 맹맹했다. “엄마는 ‘소금 타야겠다’고 하세요. 몇 년 사이에 바다가 싱거워져서 전복들이 비릿해지고 잘 죽는대요. 진짜 소금 포대라도 사다가 뿌려야 할까 봐요.” 순주 엄마 박씨는 “올해는 최악의 여름이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푹푹 찌는 더위가 7월부터 찾아왔다. 전복은 수온과 염분에 예민하다. 섭씨 15~20도에서 가장 잘 자라고 더우면 먹이인 미역과 다시마를 먹지 않는다. 어민들은 양식장 수온이 23~24도일 때까지만 먹이를 주고 25도가 넘어가면 먹이 공급을 중단한다. 고수온이 계속되면 먹이를 안 주는 날이 늘어난다. 먹이를 안 주면 폐사량은 적지만 전복에 살이 차지 않는다. 생계가 달린 어민들은 양식장에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전복 양식장을 ‘아파트’라고 불러요. 아파트 한 칸에 100㎏은 나와야 300만~400만원을 받을 수 있어요. 너무 더우면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는데, 더위가 길어지면 언제까지 굶길 순 없잖아요. 수온이 26도일 때 몇 칸에만 미역을 줘 보는 거예요. 먹이 준 칸에서 폐사율이 60%가 넘기도 했는데 살아남은 애들은 또 굵기가 실한 거예요. 온난화에 적응하려고 이것저것 다 해보는 거죠.” 박씨는 이렇게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 실험장이 된 양식장 완도 상황은 그나마 낫다. 올여름 전남 고흥 바다 수온은 30도를 넘어 전복 양식어가 등 102가구가 피해를 봤다. 전복 290만 4000마리가 죽었고 어류, 굴·가리비도 폐사해 약 45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연구관은 “수온 변화가 적은 바다 밑에 사는 전복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사육하니 온도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28도가 넘으면 전복의 절반이 죽어 고수온 폐사로 본다”고 설명했다. 싱거운 바다도 순주 부모님의 근심거리다. 기후변화로 바다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바닷물이 점점 싱거워지고 있다. “더운 여름 좀 버텼나 싶었더니 9월에 비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쏟아졌어요. 염도 떨어지면 전복이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비 온 직후는 괜찮아 보여도 시름시름 앓다 결국 죽더라고요.” 전남 강진만 마량 해역에선 지난 7월 5~7일 3일간 집중호우가 쏟아져 전복 2300만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민물이 바다에 유입돼 염분이 5~15pus(해수 1㎏에 든 염류의 양(g))로 평소의 절반 이하로 낮아진 탓이다. 한 해 전복 농사의 시작인 가을에 찾아온 불볕더위 역시 순주네를 괴롭혔다. “9월 말이면 전복 먹이가 되는 미역 포자(씨)를 줄에 붙여 키워야 하는데 수온이 높으면 포자가 다 녹아 버려요. 어쩔 수 없이 일주일 정도 미뤘는데 하루이틀만 늦어도 미역 성장 속도가 더뎌서 손해가 크죠. 올해는 발 뻗고 자는 날이 없네요.”
  • 폭설 사라진 강원, 싱거워진 바다… 우리 아이들은 다른 기후에 산다

    폭설 사라진 강원, 싱거워진 바다… 우리 아이들은 다른 기후에 산다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 당신들이 좀 무서워했으면 좋겠다”며 세계 지도자들을 질타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불타고 있는 건 툰베리의 집만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집이고 미래다. 환경학자들은 “미래 세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고,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과 이기심을 위해 지구를 계속 채찍질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언제든 인류의 ‘마지막 세대’로 전락할 수 있다.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생존 보고서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그린피스가 함께했다.‘강원 동해안 및 산간지방은 우리나라 대설 다발지역으로 1, 2월에 많은 눈이 내린다.’ 지리 교과서는 강원도를 이렇게 소개한다. 그러나 강원도에 눈이 많이 온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온난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눈 쌓인 태백산맥을 보기 어려워졌다. 눈이 귀해지면서 강원도의 산은 바싹 말랐다. 건조해진 산은 불쏘시개다. 2019년 강원 고성과 속초를 휩쓸었던 산불은 도로변 전신주 고압전선이 끊어지며 시작된 인재였지만 수분기 없는 낙엽들이 불을 화마로 키웠다. 고성에 사는 정민서(15)양도 2019년 산불의 피해자다. “민서 아빠와 결혼해서 이 동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겨울에 눈이 참 많이 왔어요.” 민서 엄마 엄미숙(56)씨는 32년 전을 떠올렸다. 민서는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다. 폭설이 생소한 민서는 엄마의 기억과 다른 강원도에서 살아간다. 가족과 함께 집에서 쉬고 있던 민서는 저녁임에도 이상하리만큼 붉은 하늘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얼마 후 산불이 발생했다는 긴급재난문자가 휴대전화를 울렸다. 집 밖으로 나가니 하늘은 더 붉어졌고 멀리서 시뻘건 불길과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큰일은 아닐 거라고 믿으며 민서네 가족은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불길이 확산되는 속도는 점점 거세졌다. 삽시간에 집과 차 안까지 매캐한 냄새가 가득 퍼졌다. 부모님 지인의 펜션으로 몸을 피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민서 가족은 뼈대만 남기고 흉측하게 타 버린 집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민서 가족은 리조트, 연수원, 조립주택으로 피난민처럼 떠돌았다. 엄씨는 충격으로 안면에 마비가 왔다. 학교에서는 민서가 산불 피해로 불안지수가 높게 나왔다며 심리 치료를 권했다. 2년간 불안정한 생활을 하던 민서 가족은 올해 2월 새집을 지어 이사하면서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5일 민서 가족과 함께 둘러본 고성·속초는 산불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 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속초고등학교에서 1㎞만 걸어가면 뼈대만 남은 2층짜리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다. 내부는 까맣게 그을려 이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불이 났을 당시 열기로 폭발해 깨진 유리창 조각만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영랑호 인근 리조트 펜션 20여채도 모두 불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불이 났을 땐 멀쩡해 보였던 나무들은 2년 반 동안 서서히 죽어갔다. 산불이 이렇게 커진 데에는 건조해진 기후와 강한 바람의 영향이 컸다. 엄씨는 “눈이 많이 왔을 시절에는 한겨울에 쌓인 눈이 봄까지 꽁꽁 얼어 있고, 천천히 녹으니까 상대적으로 습했다”면서 “요새는 눈이 많이 안 오고, 눈이 와도 금방 녹으니 낙엽이 말라서 바삭바삭하다. 불이 나면 잘 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불 발생 빈도는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1년 산불 발생 건수는 277건, 피해 면적은 109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발생 건수 620건, 피해 면적 2920㏊로 2~3배씩 증가했다. 피해액도 2011년 290억 6300만원에서 1581억 4100만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전복 때문에 깊어진 아빠의 한숨 박수자(52)씨가 김순주(10)양을 품었던 해, 순주 아빠 김동연(58)씨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 먼바다에 나가 전복을 키우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새벽부터 배를 타러 나가는 부지런함 덕에 연매출은 8억원까지 올랐다. 순주를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순주에게 전복은 웃음꽃이자 힘의 원천이고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마냥 웃을 수가 없다. “전복 잘 키우기로 소문난 아빠, 엄마가 한숨 쉬는 소리를 자주 들었어요. 날씨 때문에 전복이 많이 죽고 잘 자라지도 않아서 그런가 봐요. 아빠가 힘들게 고생했는데 너무 속상해요.” 순주는 지난여름 작은 배를 타고 아빠의 전복 양식장을 구경하러 갔다가 엄마를 따라 손가락으로 바닷물을 찍어 혀끝에 댔다. 어째 짠기는 안 느껴지고 맹맹했다. “엄마는 ‘소금 타야겠다’고 하세요. 몇 년 사이에 바다가 싱거워져서 전복들이 비릿해지고 잘 죽는대요. 진짜 소금 포대라도 사다가 뿌려야 할까 봐요.” 순주 엄마 박씨는 “올해는 최악의 여름이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푹푹 찌는 더위가 7월부터 찾아왔다. 전복은 수온과 염분에 예민하다. 섭씨 15~20도에서 가장 잘 자라고 더우면 먹이인 미역과 다시마를 먹지 않는다. 어민들은 양식장 수온이 23~24도일 때까지만 먹이를 주고 25도가 넘어가면 먹이 공급을 중단한다. 고수온이 계속되면 먹이를 안 주는 날이 늘어난다. 먹이를 안 주면 폐사량은 적지만 전복에 살이 차지 않는다. 생계가 달린 어민들은 양식장에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전복 양식장을 ‘아파트’라고 불러요. 아파트 한 칸에 100㎏은 나와야 300만~400만원을 받을 수 있어요. 너무 더우면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는데, 더위가 길어지면 언제까지 굶길 순 없잖아요. 수온이 26도일 때 몇 칸에만 미역을 줘 보는 거예요. 먹이 준 칸에서 폐사율이 60%가 넘기도 했는데 살아남은 애들은 또 굵기가 실한 거예요. 온난화에 적응하려고 이것저것 다 해보는 거죠.” 박씨는 이렇게 말했다.●기후변화 대응 실험장이 된 양식장 완도 상황은 그나마 낫다. 올여름 전남 고흥 바다 수온은 30도를 넘어 전복 양식어가 등 102가구가 피해를 봤다. 전복 290만 4000마리가 죽었고 어류, 굴·가리비도 폐사해 약 45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연구관은 “수온 변화가 적은 바다 밑에 사는 전복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사육하니 온도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28도가 넘으면 전복의 절반이 죽어 고수온 폐사로 본다”고 설명했다. 싱거운 바다도 순주 부모님의 근심거리다. 기후변화로 바다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바닷물이 점점 싱거워지고 있다. “더운 여름 좀 버텼나 싶었더니 9월에 비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쏟아졌어요. 염도 떨어지면 전복이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비 온 직후는 괜찮아 보여도 시름시름 앓다 결국 죽더라고요.” 전남 강진만 마량 해역에선 지난 7월 5~7일 3일간 집중호우가 쏟아져 전복 2300만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민물이 바다에 유입돼 염분이 5~15pus(해수 1㎏에 든 염류의 양(g))로 평소의 절반 이하로 낮아진 탓이다. 한 해 전복 농사의 시작인 가을에 찾아온 불볕더위 역시 순주네를 괴롭혔다. “9월 말이면 전복 먹이가 되는 미역 포자(씨)를 줄에 붙여 키워야 하는데 수온이 높으면 포자가 다 녹아 버려요. 어쩔 수 없이 일주일 정도 미뤘는데 하루이틀만 늦어도 미역 성장 속도가 더뎌서 손해가 크죠. 올해는 발 뻗고 자는 날이 없네요.”
  • 눈 귀한 강원도에 사는 민서, 덥고 싱거운 바다에 사는 순주

    눈 귀한 강원도에 사는 민서, 덥고 싱거운 바다에 사는 순주

    [편집자주]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 당신들이 좀 무서워했으면 좋겠다”며 세계 지도자들을 질타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불타고 있는 건 툰베리의 집만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집이고 미래다. 자연은 기후변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냈지만, 어른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외면했다. 환경학자들은 “미래 세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고,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과 이기심을 위해 지구를 계속 채찍질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언제든 인류의 ‘마지막 세대’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불을 꺼야 하는 이유다.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생존 보고서를 통해 답을 찾는다. 기획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그린피스가 함께했다.‘강원 동해안 및 산간지방은 우리나라 대설 다발지역으로 늦겨울인 1, 2월에 많은 눈이 내린다.’ 지리 교과서는 강원도를 이렇게 소개한다. 그러나 강원도에 눈이 많이 온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온난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눈 쌓인 태백산맥을 보기 어려워졌다. 눈이 귀해지면서 강원도의 산은 바싹 말랐다. 건조해진 산은 불쏘시개다. 한 번 불이 붙으면 크게 번져 인간이 사는 마을을 집어삼키는 재앙이 됐다. 2019년 강원 고성과 속초를 휩쓸었던 산불은 도로변 전신주 고압전선이 끊어지며 시작된 인재였지만 수분기 없는 낙엽들이 불을 화마로 키웠다. 고성에 사는 정민서(15)양도 2019년 산불의 피해자다. “민서 아빠와 결혼해서 이 동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겨울에 눈이 참 많이 왔어요.” 민서의 엄마 엄미숙(56)씨는 32년 전을 떠올렸다. 민서는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다. 폭설이 생소한 민서는 엄마의 기억과 다른 강원도에서 살아간다.● 건조한 강풍 타고 순식간에 번진 화마 가족과 함께 집에서 쉬고 있던 민서는 저녁임에도 이상하리만큼 붉은 하늘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얼마 후 산불이 발생했다는 재난 알람 문자가 휴대전화를 울렸다. 집 밖으로 나가니 하늘은 더 붉어졌고 멀리서 시뻘건 불길과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큰일은 아닐 거라고 믿으며 민서네 가족은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불길이 확산되는 속도는 점점 거세졌다. 삽시간에 집과 차 안까지 그은 냄새가 가득 퍼졌다. 부모님과 가깝게 지내던 분의 펜션으로 몸을 피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민서의 가족은 뼈대만 남기고 흉측하게 타버린 집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민서 가족은 리조트, 연수원, 조립주택으로 피난민처럼 떠돌았다. 민서 엄마 엄씨는 충격으로 안면에 마비가 왔다. 학교에서는 민서가 산불 피해로 불안지수가 높게 나왔다며 심리 치료를 권했다. 2년간 불안정한 생활을 하던 민서의 가족은 올해 2월 새집을 지어 이사하면서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화마가 할퀸 상처가 다 나은 것은 아니다. “저녁 하늘이 조금 붉으면 그때가 떠올라요. 또 산불 아닐까, 우린 어디로 피해야 하나…. 가슴이 벌렁거려요.”● 불 먹은 나무들…2년 지나도 씻기지 않은 상흔 지난 5일 민서 가족과 함께 둘러본 고성·속초는 산불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 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속초고등학교에서 1㎞만 걸어가면 뼈대만 남은 2층짜리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다. 내부는 까맣게 그을려 이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불이 났을 당시 열기로 폭발해 깨진 유리창 조각만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영랑호 인근 리조트 펜션 20여채도 모두 불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불이 났을 땐 멀쩡해 보였던 나무들은 2년 반 동안 서서히 죽어갔다. 조경업계에서는 이를 ‘불 먹었다’고 표현한다. 고성 토성면 인근 나무들은 불을 먹어 껍질이 벗겨지고 매끈한 심만 남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산불이 이렇게 커진 데에는 건조해진 기후와 강한 바람이 큰 몫을 했다. 엄씨는 “눈이 많이 왔을 시절에는 한겨울에 쌓인 눈이 봄까지 꽁꽁 얼어 있고, 천천히 녹으니까 상대적으로 습했다”면서 “요새는 눈이 많이 안 오고, 눈이 와도 금방 녹으니 낙엽이 말라서 바삭바삭하다. 불이 나면 잘 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 국내 산불 피해액 10년새 5배 증가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불 발생 빈도는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1년 산불 발생 건수는 277건, 피해 면적은 109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발생 건수 620건, 피해 면적 2920㏊로 2~3배씩 증가했다. 피해액도 2011년 290억 6300만원에서 1581억 4100만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권원태 APEC기후센터 원장은 “우리나라의 겨울철 온도가 높아지면서 토양 수분이 빠르게 말라버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면 봄철 가뭄이 더 심해지고 산불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소금 타야겠다” 싱겁고 뜨거운 남해 청정 바다 박수자(52)씨가 김순주(10)양을 품었던 해, 순주의 아빠 김동연(58)씨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 먼바다에 나가 전복을 키우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새벽부터 배를 타러 나가는 부지런함 덕에 연매출은 8억원까지 올랐다. 순주를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순주에게 전복은 웃음꽃이자 힘의 원천이자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마냥 웃을 수가 없다. “전복 잘 키우기로 소문난 아빠, 엄마가 한숨 쉬는 소리를 자주 들었어요. 날씨 때문에 전복이 많이 죽고 잘 자라지도 않아서 그런가 봐요. 아빠가 힘들게 고생했는데 너무 속상해요.” 순주는 지난여름 작은 배를 타고 아빠의 전복 양식장을 구경하러 갔다가 엄마를 따라 손가락으로 바닷물을 찍어 혀끝에 댔다. 어째 짠기는 안 느껴지고 맹맹했다. “엄마는 ‘소금 타야겠다’고 하세요. 몇 년 사이에 바다가 싱거워져서 전복들이 비릿해지고 잘 죽는대요. 진짜 소금 포대라도 사다가 뿌려야 할까 봐요.”● 일찍 찾아온 더위에 전복 폐사 늘어 순주 엄마 박씨는 “올해는 최악의 여름이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푹푹 찌는 더위가 7월부터 찾아왔다. 전복은 수온과 염분에 예민하다. 15~20도에서 가장 잘 자라고 더우면 먹이인 미역과 다시마를 먹지 않는다. 어민들은 양식장 수온이 23~24도일 때까지만 먹이를 주고 25도가 넘어가면 먹이 공급을 중단한다. 고수온이 계속되면 먹이를 안 주는 날이 늘어난다. 먹이를 안 주면 폐사량은 적지만 전복에 살이 차지 않는다. 김병학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연구관은 “수온이 올라가면 4년산 전복의 40~80%, 2년산 20~40%가 산란을 한다”며 “고수온에서 산란하면 면역기능과 대사가 현저히 저하돼 먹이를 계속 주면 폐사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 기후변화 대응 실험장이 된 양식장 순주가 사는 청산은 완도 12개 섬 중에서도 연육교를 놓지 못할 정도로 수심이 깊고 파도도 세 전복 양식에 적합하다. 청산 바다에서 자란 전복은 도매상인들이 마리당 2000원을 더 쳐줄 정도로 상품성을 인정받는다. 올해는 양식을 망친 어민들이 적지 않다. 양식장을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실험실로 이용한 결과다. “우리는 전복 양식장을 ‘아파트’라고 불러요. 아파트 한 칸에 100㎏은 나와야 300만~400만원을 받을 수 있어요. 너무 더우면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는데, 더위가 길어지면 언제까지 굶길 순 없잖아요. 수온이 26도일 때 몇 칸에만 미역을 줘 보는 거예요. 먹이 준 칸에서 폐사율이 60%가 넘기도 했는데 살아남은 애들은 또 굵기가 실한 거예요. 온난화에 적응하려고 이것저것 다 해보는 거죠.” 순주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완도 상황은 그나마 낫다. 올여름 전남 고흥 바다 수온은 30도를 넘어 전복 양식어가 등 102가구가 피해를 봤다. 전복 290만 4000마리가 죽었고 어류, 굴·가리비도 폐사해 약 45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신안 흑산도와 안좌도 바다도 28도가 넘어 전복 폐사가 일어났다. 김 연구관은 “수온 변화가 적은 바다 밑에 사는 전복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사육하니 온도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28도가 넘으면 전복의 절반이 죽어 고수온 폐사로 본다”고 설명했다.● 고수온 잘 견디는 ‘슈퍼전복’ 개발 어민들은 기후변화에 살아남으려고 전복 사육기간을 줄이고 있다. 겨울부터 봄까지 3~4년 키운 성태(㎏당 6~8미)를 시장에 내놨지만 전복이 클수록 수온변화에 예민하고 폐사율이 높아 5~6년 전부터 2년~2년 6개월 키운 다음 판매한다. 고수온을 잘 견디고 사육기간이 더 짧은 ‘슈퍼 전복’ 종자도 시범적으로 키우고 있다. 싱거운 바다도 순주 부모님의 근심거리다. 기후변화로 바다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바닷물은 점점 싱거워지고 있다. “더운 여름 좀 버텼나 싶었더니 9월에 비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쏟아졌어요. 염도 떨어지면 전복이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비 온 직후는 괜찮아 보여도 시름시름 앓다 결국 죽더라고요.” 전남 강진만 마량 해역에선 지난 7월 5~7일 3일간 집중호우가 쏟아져 전복 2300만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민물이 바다에 유입돼 염분이 5~15pus(해수 1㎏에 든 염류의 양(g))로 낮아진 탓이다. 바닷물 염분농도는 보통 30~33pus로 전복 폐사 기준은 22pus 이하로 본다. ● 비 멎기 무섭게 찾아온 가을 불볕더위 한 해 전복 농사의 시작인 가을에 찾아온 불볕더위 역시 순주네를 괴롭혔다. “전복 먹이가 되는 미역을 9월 말부터 키우기 시작해요. 모내기처럼 미역 포자를 긴 줄에 붙여야 하는데 수온이 높으면 포자가 다 녹아버리거든요. 어쩔 수 없이 일주일 정도 미뤘는데 하루 이틀만 늦어도 미역 성장 속도가 더뎌서 손해가 크죠. 포자값도 작년보다 2배 가까이 올랐고요. 11월에 아기전복(치패)도 입식해야 하는데 날씨가 도와줄지 모르겠어요. 올해는 발 뻗고 자는 날이 없네요.” 고성 손지민·서울 오달란 기자 sjm@seoul.co.kr ● 지난 겨울 고성·속초 강수량 고작 11.4㎜ 새로 관측되는 기상 데이터들은 우리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이미 기후변화가 시작됐다고 경고하고 있다. 메마른 봄부터 산불이 자주 나는 강원 영동지역은 겨울철 강수량이 눈에 띄게 줄었고, 비열(물질 1g의 온도를 1도 높이는 데 필요한 열량)이 높아 쉽게 데워지지 않는다는 바다의 여름 수온이 10년 평균치를 웃돈다. 18일 기상청의 기상자료개방포털을 활용해 강원 영동지역의 겨울철(12월~이듬해 2월) 강수량을 살펴본 결과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평균 113.8㎜였던 강수량은 최근 5년간 평균 100.1㎜로 12.0% 줄었다. 30년 평균 강수량(129.8㎜)과 비교하면 약 22.8% 감소했다. 지난해 이 지역의 겨울철 강수량은 11.4㎜에 그쳤다. 최근 10년 평균 강수량의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극소량이다. 눈비가 오는 날도 크게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강원 영동지역의 겨울철 평균 강수 일수는 16.1일이었으나, 최근 5년 평균은 11.7일로 4일 이상 줄어들었다. 이석우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보전연구부장은 “지구온난화로 겨울철 가뭄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온도가 올라가고 강수량이 적어지면서 산불이 일어나기 쉬운 조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 올해 한반도 해역 여름 수온, 10년 평균치 1도 상회 전남 완도 앞바다는 올해 역대급 무더위를 기록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해양관측 월보를 분석해 보니 올 1~3월 수온이 통계월보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5년과 비교해 평균 3.7도 올랐다. 따뜻한 겨울바다가 지속되면 아열대 어종이 출현하는 등 해양 생태계가 바뀐다. 지난 7월 평균 수온은 23.3도로, 최근 16년 새 가장 높았다. 수온 변화는 전복 양식 어가가 많은 남해만의 일이 아니다. 동해, 서해, 남해 등 3개 해역 10개 관측지점의 올해 7~9월 평균 수온은 2012년 이후 10년 평균치를 0.99도 웃돌았다. 특히 지난 7월 평균 수온이 23.86도로 10년 평균치(22.14도)보다 무려 1.72도 높았다. 수온이 3일 이상 28도를 넘거나 전일 수온 대비 5도 이상 상승하는 등 급격한 수온 변동이 있을 때 수산과학원이 발령하는 고수온 경보 횟수도 올해 다섯 번으로 기록돼 2017년 이후 가장 많았다.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관계자는 “바다가 함유할 수 있는 열 용량은 대기의 1000배로, 쉽게 달아오르지 않지만 한 번 수온이 오르면 잘 식지 않는다”면서 “표층뿐만 아니라 점점 깊은 바다로 고온 현상이 전이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성 손지민·서울 오달란 기자 sjm@seoul.co.kr
  • 언덕서 볼링굴 던져 안경점 유리창깨 ...경찰 70대 남성 붙잡아

    언덕서 볼링굴 던져 안경점 유리창깨 ...경찰 70대 남성 붙잡아

    부산 한 언덕길에서 볼링공을 던져 인근 점포 유리창 등을 7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부산 북부경찰서는 70대 A씨를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붙잡아 조사중이라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7일 오후 2시 55분쯤 부산 북구 한 언덕길에서 볼링공을 굴려 인근에 있는 안경점 유리창 등을 깨뜨린 혐의를 받는다.해당 볼링공은 거리에 버려진 것으로,개당 무게가 10㎏에 달하는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15도 경사의 내리막길에서 굴러온 볼링공은 빠른 속도로 내려와 현장에서 200여m 떨어진 안경점 통유리,진열장,바닥타일 등이 부서졌고 500만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A씨를 붙잡았다.
  • 왜 볼링공이, 하필 안경원을…언덕서 볼링공 굴린 70대 체포

    왜 볼링공이, 하필 안경원을…언덕서 볼링공 굴린 70대 체포

    부산의 한 안경원에 난데없이 볼링공이 난입해 유리창과 진열장이 산산조각났다. 18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북부경찰서는 전날 언덕길에서 볼링공을 던져 점포에 피해를 준 70대 A씨를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체포했다. A씨는 전날 오후 2시 55분쯤 부산 북구의 한 언덕길에서 볼링공을 굴려 인근에 있는 안경원 유리창 등을 깨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경찰에 따르면 해당 볼링공은 거리에 버려져 있던 것이다. 사건 당시 약 15도 경사의 내리막길에서 굴러온 볼링공은 점점 속도가 붙어 처음 굴려오기 시작한 지점에서 200여m 떨어진 안경원을 덮쳤다.이 사고로 안경원 통유리와 진열장, 바닥타일 등이 부서졌고, 진열장에 있던 안경테 등도 파손됐다. 재산피해 규모는 500만원가량이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볼링공을 굴린 A씨를 붙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나의 정신승리법/소설가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나의 정신승리법/소설가

    “새집에서 부자 되세요.” 임차인으로 마지막 정산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부동산 중개 업무를 맡아 준 분이 덕담처럼 인사를 건넸다. 나도 모르게 “그럴 리가 있겠어요?”라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사업 번창하세요”라고 얼버무리며 사무실에서 나왔다. 별다른 생각 없이 건넨 말에 웃음으로 답하면 될 것을 조금 까칠하게 굴었나 후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부자 되라는 인사말을 건넬 때마다 내 마음도 슬그머니 불편해지고 만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어야 한다. 복권에 당첨되려면 우선 복권을 사야 하는 것처럼 욕망은 사람이 어떤 성취를 할지 결정하는 요인이다. 솔직히 나는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 사람마다 욕망이 다를 텐데, 아무에게나 부자가 되라고 하는 것은 결혼 생각이 없는 이에게 결혼하라 하거나, 별로 예뻐지고 싶지 않은 이에게 성형수술을 하라고 권하는 것과 비슷한 무신경한 짓이다. 물론 욕망만으로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부자가 되려면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한다. 문득 몇 해 전에 사람들을 분노케 한 ‘부모의 재산도 실력이다’라는 주장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퇴직금 50억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부자가 되려면 실로 다양한 능력이 필요함을 깨우쳐 준 확인 사살, 아니 사실 확인이었다. 그런데 잠깐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 생각해 본다. 혹시 나는 부자가 될 능력도 가능성도 없어서 정신승리하고 있는 중인 건가? 알다시피 ‘정신승리법’은 루쉰의 소설 ‘아큐정전’에서 유래했다. 소설에서 아큐는 동네 건달들에게 얻어맞고도 ‘나를 경멸할 수 있는 제1인자는 나’이며, 거기서 경멸을 빼면 결국 ‘내가 제1인자’이니 자신은 승리했다며 만족해한다. 자신에게 벌어진 불운이나 안 좋은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객관적 현실 인식을 회피하며 자신을 기만하는 방식이다. 가장 기쁜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통장에 입금됐을 때”라고 대답할 정도로 돈을 좋아하는 내가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니 자기기만 아닌가? 하지만 돈이라고 모두 같은 돈은 아니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목숨을 걸거나 남의 목숨을 걸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일주일에 120시간씩 일할 생각도 없다. 사실은 일정 규모 이상의 돈은 그 자체가 권력이기도 하지만, 그런 돈을 벌려면 권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야 한다. 그에 비하면 평범한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 가는 데 필요한 돈은 너무 사소해서 귀엽게 느껴질 지경이다. 나는 귀여운 돈을 좋아할 뿐이다. 어쩌면 부동산 중개인이 부자 되시라고 말한 것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문제가 없는 안락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의 가난은 결핍이나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경멸과 굴종을 오래 견디도록 만드는 장치다. 한 가닥 밧줄에 매달려 고층 빌딩의 유리창을 닦으라는 말을 들어도, 숙련된 잠수부가 아니라 일개 실습생에 불과한데도 홀로 물속에 들어가 배 밑바닥 청소를 하라는 지시를 받아도 감히 목숨 걸고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의사 표현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세뇌와 압박의 구조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부자가 되라고 덕담을 하지만 어차피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혹시 부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미혹 속에서 ‘부자가 되자’라는 주문을 외우며 구조의 톱니바퀴 밖으로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서로 독려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 나는 경멸과 굴종을 얼마든지 견디겠다고 말하는 셈이 된다. 정신승리일 뿐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아큐다.
  • 차 유리에 붙은 전화번호 수집, 처벌 못 한다?

    아파트에 주차된 차량 유리창에 부착된 전화번호를 무단수집하는 행위가 잇따르고 있으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형사처벌 조항이 없어 경찰이 난감한 상황이다. 17일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지난 12일 오후 11시쯤 휴대폰으로 차량 유리창에 부착된 차주의 전화번호를 촬영하며 주차장을 돌아다니는 20대 남성 B씨를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상가 등을 분양하는 회사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었으며, 특정 다수에게 영업할 목적으로 전화번호를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일 수집한 전화번호는 600여개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B씨의 전화번호 수집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주거침입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사건을 경찰서로 인계했다. 하지만 B씨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주거침입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개인정보보호법은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얻거나 처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B씨의 전화번호 수집 행위와 명백하게 연결되는 형사처벌 조항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은 있으나 벌칙은 과태료 처분이 전부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2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에 부착된 연락처 2만 747건을 무단으로 수집해 광고 문자발송에 이용한 출장 세차업체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정당한 권한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법 개정안이 앞서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입주민이 아니더라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기 때문에 주거 침입 혐의도 적용하기 어렵다.
  • 타인 차량 부착 전화번호 무단수집 처벌 가능한가…경찰, 분양 상담사 처리 고심

    타인 차량 부착 전화번호 무단수집 처벌 가능한가…경찰, 분양 상담사 처리 고심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 차량 유리창에 부착된 차주 전화번호를 무단 수집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할까? 타인의 자동차에 쓰인 휴대전화번호를 무단수집하는 행위가 잇따르고 있으나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어 경찰이 난감한 상황이다.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부평구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지난 12일 오후 11시쯤 휴대폰으로 차량 유리창에 부착된 차주의 전화번호를 촬영하며 주차장을 돌아 다니는 20대 남성 B씨를 붙잡아 경찰에 신고 했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상가 등을 분양하는 회사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었으며, 특정 다수에게 영업할 목적으로 전화번호를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일 수집한 전화번호는 600여개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B씨의 전화번호 수집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주거침입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사건을 경찰서로 인계했다. 하지만 B씨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주거침입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사건을 맡은 삼산경찰서 담당 경찰관은 현재 B씨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려고 현장 조사와 법률 검토 등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정보보호법은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얻거나 처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문제는 B씨의 전화번호 수집 행위와 명백하게 연결되는 형사처벌 조항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은 있으나 벌칙은 형사 벌이 아닌 과태료 처분이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2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에 부착된 연락처 2만747건을 무단으로 수집해 광고 문자발송에 이용한 출장 세차업체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정당한 권한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법 개정안이 앞서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입주민이 아니더라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기 때문에 B씨에게 주거 침입 혐의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현행법에는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누락돼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유사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본인의 진술을 듣고 현장 조사와 법률 검토를 거쳐 혐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길섶에서] 공개공지 흡연/전경하 논설위원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은 정류장 앞에 있는 건물 옆 계단이다. 해당 지역은 경사지라 왕복 2차선 생활도로에 접한 1층이 왕복 8차선 대로변에서는 2층이다. 같은 대로변 횡단보도 앞에 있는 건물은 두 개층을 잇는 건물 내 계단을 야간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지나다니게 했지만 이 건물은 공개공지와 건물 밖 계단을 택했다. 공개공지 일부에 작은 화단도 만들었다. 이 건물 1층과 2층은 코로나19 탓인지 일년 가까이 비어 있다. 두 층은 통유리를 써 내부가 훤히 보인다. 건물 안이 비어서였는지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개공지에 몰려와 담배를 폈다. 두 사람이 지나다닐 만한 계단 한가운데서 담배 피는 사람을 맞닥뜨렸을 때는 화가 났다. 비어 있는 상가 때문에 속상한 건물주는 더 화가 났을 거다. 얼마 전 공개공지 화단에 ‘토지주 신청에 의한 금연구역 지정’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그 건물 앞뒤로 금연구역을 알리는 빨간 페인트도 칠해졌다. 빈 상가 유리창에 공개공지가 금연구역이 됐고, 계도기간을 거쳐 오는 12월 1일부터 흡연 시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는 서류도 붙었다. 그 뒤로 그곳에서 담배 피는 사람은 못 봤다. 이런 조치들이 취해지기 전에는 안 되는 일이었을까.
  • “청소는 끝 아닌 시작… 심리 상담 통해 습관 만들어야 지속 가능”

    “청소는 끝 아닌 시작… 심리 상담 통해 습관 만들어야 지속 가능”

    서울신문은 심층기획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우울증·저장장애 등의 이유로 집 안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고 쓰레기를 쌓아 두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쓰레기집은 아동학대, 극단적 선택, 고독사와 같은 비극의 전조였다. 쓰레기집의 구조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누군가는 이렇게 묻는다. “이제 세금으로 청소까지 해 줘야 해?” 하지만 전문가들은 더 큰 비극을 막고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기 전에 선제 지원을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쓰레기집 청소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지속적인 관리와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달 29일 서울신문 본사 3층 회의실에서 정신건강 전문가인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리정돈 관련 사회적기업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 김연희 이사장, 쓰레기집 현장을 다니는 박현정 번동3단지종합사회복지관 복지사를 만나 우리 사회가 쓰레기집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논의했다. 좌담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진행했다. -우리나라엔 아직 ‘쓰레기집’ 현상을 포괄할 수 있는 용어조차 없다. 무기력증으로 인한 쓰레기 방치, 쓰지 못하는 물건을 계속해서 주워오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쌓아 두는 강박증의 일종 등 이 현상을 한 가지로 정의하기도 어렵다. 쓰레기집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백 교수) 쓰레기집이 발생하는 원인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치매 등 인지저하로 인해 필요가 없는 것들을 모으는 경우도 있고, 우울증이 심해서 버리고 싶은데 버릴 의욕이 없어서 쌓아 두는 사람도 있고, 조현병 증상으로 버리지 말라는 환청에 시달린다는 사람도 있다. 지적장애나 발달장애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저장강박은 그 일부다. 미국·유럽·일본 등은 이미 쓰레기집이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행정·법률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쓰레기집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김연희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 이사장(이하 김 이사장) 시간적·인지적·체력적인 결핍이 원인이다.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이 큰 계기나 시련이 있어서 갑자기 이런 상태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 출발은 ‘깨진 유리창의 법칙’(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범죄 심리학 이론)과 비슷하다. 다양한 원인으로 물건을 방치하고, 정리하지 않은 공간이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유발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주변을 더 돌보지 않으면서 사태가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박현정 번동3단지종합사회복지관 복지사(이하 박 복지사) 치매, 우울증 환자들은 관계가 단절되고 고립되면 물건으로 애착이 전이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이 물건들이 나를 보호하고, 지켜준다는 생각으로 나아간다. 물건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고 쓰레기가 점점 더 많아지게 되는 사례를 자주 봤다. -쓰레기집을 계속 내버려 두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 백 교수 대표적인 사례가 아동학대다. 엄마와 아이가 누울 자리 빼고는 전부 쓰레기였던 가정을 본 적 있는데, 아이가 썩은 음식을 먹으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쓰레기집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물건을 쌓아 두었다가 넘어지고 부딪히고 깔려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이웃의 집으로 쓰레기집의 바퀴벌레가 넘어가기도 한다. 나와 이웃 모두의 건강·안전과 연결된다. 박 복지사 실제로 쌓아 둔 쓰레기 때문에 화재가 난 집이 있었다. 집주인이 저장강박이었는데, 세입자가 적치된 물건들을 피하면서 계단을 내려가다가 넘어져서 이마가 찢어진 일도 있다. 다양한 경우들이 많다. 김 이사장 쓰레기집을 방치할 경우 정신건강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울증이 저장강박으로 발전하면서 쓰레기를 쌓아 두는 사람도 봤고 저장강박 때문에 조현병이 악화한 환자도 봤다. 자신과 지역사회 모두가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쓰레기집을 발굴하는 것은 한 사람을 사회 밖으로 끄집어내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할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미리 방지하는 통로가 된다. -아동부터 청년, 노인까지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은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의 연령별 특징이 있나. 김 이사장 쓰레기집 생활은 20·30대 때 시작돼 70·80대까지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이제 막 독립을 시작하는 20대 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예전에 만난 20대 여성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누가 봐도 예쁘고 능력 있는 사람이었는데,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쓰레기집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의 문제는 외부에 잘 띄지 않는다. 음지에 있다.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전 연령대에 걸쳐서 쓰레기집 문제를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박 복지사 음지에 있다는 말에 굉장히 동의한다. 20·30대만 해도 자신의 집을 드러내는 것을 굉장히 꺼린다. 그러다 보니 복지관이 발굴하는 쓰레기집 사례는 대부분 1인 중·장년 남성 가구나, 어르신들이다. 어르신들은 주로 젊은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겪으면서 물건을 수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데도 물건에 심하게 집착하는 분들도 있다. 백 교수 쓰레기집은 평생에 걸쳐 일어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심해진다. 대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는 저장강박 관련 항목이 포함되지 않아서 구체적인 유병률을 파악할 수 없다. -쓰레기가 썩어 악취가 퍼져 나가거나, 물건이 너무 쌓여 이웃의 눈에 띄기 전에는 쓰레기집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런 가정을 초기에 발굴할 방법은 없을까. 백 교수 미국 통계에서도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전체 쓰레기집의 4분의1 미만이다. 먼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진단을 위해서는 집을 방문하는 수밖에 없다. 김 이사장 50~80대는 쓰레기집을 청소하도록 하는 데 상대적으로 오랜 설득이 필요하다. 지금의 쓰레기집에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고, 집을 치우면 엄청난 상실감을 느껴 더 많이 쓰레기를 쌓아 두기도 한다. 반면 20~40대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다. 다만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를 뿐이다.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알려주면 적극적으로 받고 싶어 하는 때도 있다. 관련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일도 필요하다. 박 복지사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다 보면 본인이 쓰레기집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어도 “우리 집 근처에 이런 분이 있다”고 알려오는 일이 생긴다.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이웃들이 관심을 기울이면 쓰레기집을 발굴하는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 -쓰레기집은 한 번 치워도 또 재발하기 쉽다고 한다. 왜 그럴까. 재발을 막으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김 이사장 대청소를 해도 거주자가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한 달 안에 더럽고 지저분한 상태로 돌아간다. 쓰레기집 청소 지원을 자원봉사로 접근하면 안 된다. 심리상담 자격증이 있는 주거환경 전문가가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처음 청소한 상태가 무너지지 않도록 상담하고, 습관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6개월 정도 관리하면 절반 이상은 정리정돈 상태를 유지한다. 박 복지사 청소할 때 쓰레기집 거주자에게 어떤 물건을 버리고, 어떤 물건을 남길지를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스스로 치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청소 이후에는 거주자의 불안을 달래 주고 사회적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쓰레기집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가. 백 교수 산업화·핵가족화된 현대사회에서 쓰레기집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쓰레기집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의료·복지 한계가 쓰레기집에서 드러난다. 특히 중증 정신질환에 의한 쓰레기집이라면 필요한 범위 내에서 공적 지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쓰레기집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쓰레기집이 개인의 선택인지, 개입이 필요한 위기인지 사회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김 이사장 지방자치단체가 복지 예산으로 쓰레기집을 치우기 시작한 게 3년 정도 됐다. 2016년 지자체에 이 이슈를 함께 해결해 보자고 건의하고 지원을 요청했을 때 서울시 25개 구 중에 4개 구만 관심을 보인 걸 생각하면 굉장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쓰레기집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 언제까지 자원봉사에 기대어 해결할 수는 없다.
  • 2차례 헬기사고 후 퇴직한 해경…법원 “국가유공자 인정 못해”

    2차례 헬기사고 후 퇴직한 해경…법원 “국가유공자 인정 못해”

    해양경찰관 재직 때 2차례나 헬기 추락사고를 당한 50대 남성이 퇴직 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의사는 이 남성이 앓고 있는 질병과 과거 헬기 사고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있으나, 법원은 주치의 견해여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1일 인천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2005년 10월 25일 오전 9시 15분쯤 해경 소속 ‘펜더 970’ 헬기가 인천 중구 한 낚시터 인근에서 추락했다. 인천해경 부두로 이동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헬기는 기상악화로 10분 만에 예방 착륙을 시도하던 중 소나무와 충돌했다. 헬기가 지면을 들이받으면서 앞면 유리창뿐 아니라 프로펠러와 엔진 일부도 파손됐다. 이 사고로 당시 30대 후반의 정비사였던 A씨를 비롯해 기장과 부기장 등 모두 3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2년 후인 2007년 5월 14일 A씨는 또 다시 헬기 사고를 당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당시 A씨가 탄 헬기는 재난 대응훈련을 마치고 인천해경 부두 헬기장으로 하강하다가 기체 이상으로 강제 착륙했다. A씨 등 3명이 탄 헬기는 동체 꼬리 부분이 지면에 부딪혔으나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2년 뒤인 2009년 갑자기 사지마비 증상을 느낀 A씨는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한 결과 경추간판탈출증 진단이 나와 수술까지 받았다. 첫 사고 후 13년 만인 2018년 명예퇴직한 그는 인천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및 보훈 보상대상자 비해당 결정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첫 사고 후 머리와 목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항공단 인력이 부족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업무에 복귀했고 그 상태에서 두 번째 사고를 당하고 근무하다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공무수행과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이은신 판사는 2차례 헬기 사고에 따른 외상이 현재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원고는 첫 사고 후 뇌진탕과 다발성 타박상 진단을 받았지만, 당시 경추 엑스레이(X-ray) 검사 결과 ‘골 이상 없음’ 판독이 나왔고 두 번째 사고 후에는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를 수술한 병원은 인과관계가 대단히 높다는 소견을 밝혔지만, 원고의 주치의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런 의견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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