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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인보호 이래서야…/양승현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충격을 던졌던 「지존파」사건과 온보현 연쇄납치 살해사건은 경찰 수사의 쾌거가 아니고 관련자의 신고와 범인의 자수로 범행의 전모가 밝혀졌다.경찰이 한 일이라곤 고작 추가 범죄를 밝혀 낸 보강수사 정도다. 그렇다고 시민들의 신고정신 또한 선진국 처럼 그리 높은 편도 아니다.서울 가락동 뺑소니 사망사고를 곧바로 해결할 수도 있었으나 사망자의 돈을 줍느라 뺑소니 운전자를 놓쳐 버린 게 우리 현실이다. 무슨 뺑소니 차량이 그렇게 많을까 할 정도로 서울의 웬만한 도로에는 「교통사고 목격자를 찾습니다」는 내용의 쪽지가 나붙어있다.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도덕 불감증의 현장이자 신고정신의 실종이다. 미국에서는 좁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작은 차량 접촉사고만 일으켜도 반드시 피해차량의 앞유리창에 사고를 낸 사람의 명함을 꽂아놓는다.만약 그대로 달아났다간 「백이면 백」 아파트 어느 창가에선가 이를 본 사람의 신고로 잡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선 아무리 경찰력을 늘리고 장비를 현대화한다 해도 수사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범죄문제 전문가들은 관련자나 주민들의 신고에 의존하는 폭이 갈수록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사실 경찰력 하나만으로 복잡다기한 현대범죄를 모두 막기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경찰은 장비낙후와 인력부족,과다한 업무타령만 할 때가 아니다.갈수록 비중을 더해갈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 증인이나 목격자의 보호에 우선 힘써야 할 때다. 그런데도 10·11일 사이에 법정에서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아무 관계도 없는 두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고 관련자들이 사경을 헤매는 충격적인 범죄가 또 발생했다. 그렇지 않아도 경찰에 사건을 신고하면 시도 때도없이 「오라 가라」 하는 통에 생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시민들은 야단이다.경찰이 해주는 보상도 미미하기 짝이없다.그런데 불리한 증언을 했다고 한 가정이 완전히 파탄이 되어버렸으니 이제는 시민들의 신고정신 부족도 탓할 계제도,더이상 기대할 수도 없게 됐다. 우울하고 어두운 우리 경찰의 현주소가 안타깝기만 하다.
  • 갈루치대표 또 지각…“신경전” 인상/미국­북한 제네바회담 표정

    ◎전날이어 종일회담…“뭔가 있다” 추측/북한대표부엔 김정일 사진 걸려 “주목” 한국정부가 미·북 제네바 협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은 11일 회담을 갖고 북한핵문제 해결방안에 협의를 했다. 양측은 특히 이날 상·하오에 걸쳐 잇따라 회담을 갖는등 빡빡한 일정으로 협상을 계속했다. ○…양측은 이날 상오10시 북한대표부에서 회담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로버트 갈루치 미수석대표 등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1시간20분 늦게 회담에 돌입. 갈루치대표는 상오11시20분쯤 승용차를 타고 북한대표부에 도착,곧바로 회담장으로 들어갔으나 미리 도착시간을 통보하지 않은 탓인지 강석주 북측 수석대표 등은 갈루치대표 등이 회담장에 들어가고서 뒤늦게 양복저고리를 고쳐 입으며 회담장에 입장. 한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갈루치대표가 본국정부와의 협의와 지침을 받기위해서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 강대표는 하오2시30분쯤 상오회담을 마치고 대표부를 나서면서 승용차에 탄채 유리창만 내리고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논의중에 있다』며 『하오5시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만 간단하게 언급. 양측이 전날에 이어 상·하오에 걸친 종일회담을 가진데 대해 『뭔가 본질적인 사안이 논의되고 있을 것』이라는 게 회담장 주변의 일반적인 관측. ○…김영삼대통령의 미CNN방송과의 기자회견이 방송된 하오3시30분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대표부의 TV앞에서 회견내용을 청취. 한국정부는 제네바 현지에서도 김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등을 이미 미국측에 설명했다고 전언. 미국측은 이날 특별사찰등에 대한 한국정부 입장을 감안해 회담을 진행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종일회담이 진행된 것은 특별사찰등이 거론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관측도 제기. ○…북한대표부 정문앞에 마련된 홍보사진게시판에는 김일성의 사진이 사라지고 김정일의 사진이 내걸려 주목. 북한측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김일성 부자가 함께 있는 시찰장면의 사진을 내걸어 놨으나 이날은 김정일이 지난 당창건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면서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고 있는 사진을 게재. 이에대해 주변에서는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임박했음을 내보이는 것으로 추측했으며 북측의 한 관계자는 『10일의 당창건기념일을 맞아 사진을 바꾼것』이라고 설명.
  • 파리/몽마르트(아랍서 지중해까지:19)

    ◎무명화가의 천국… 비탈길은 한폭 그림/에펠탑·센강엔 생기 가득… “아직도 문화왕국” 실감 드디어 파리! 우리 일행이 파리를 향하여 그라나다 공항에 서 있을때 「파리,멀고도 고적한 그곳」이라는 시구가 저절로 떠올랐다. 스페인의 저항시인 로르카의 시구에 파리라는 고유명사만 앞에 가져다 붙여 본것인데 바로 그라나다에서 시인이 살던 옛집을 매우 깊은 인상으로 본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그러나 그보다 여로의 끝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하였기 때문이라는 쪽이 더 맞을 것 같다. 서울에서 사막을 향하여 출발할 때는 아득하던 한달간의 여행이 어느덧 끝나가고 있었다.뒤를 돌아다 보면 사막이 펼쳐져 있고 문득 문득 떠오르는 도시마다의 어떤 정경들이 부유하는데 그런 속에서도 드디어 마지막 코스까지 온 것이로구나 하는 감회가 있었다. 더구나 파리는 젊은 시절 잠시 머물던 곳이기도 하여 어떤 조우가 이루어질지 막연한 불안감과 갈망 같은 것이 한데 어우러져 밀려왔다. 우리는 이윽고 파리 공항에 내렸고 동네 하나를 지나는 만큼의 길디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파리는 우리의 일정 중에서 유일하게 호텔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코트라에 있는 분의 친절로 이제까지는 어느 도시에서나 현지 코트라 직원의 마중과 호텔예약까지 도움 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안내 책자를 보고 몽마르트에서 한국인이 하고 있는 호텔 물랭으로 정한 후 택시를 타고 그리로 향했다.그곳에 가면 한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 우선 기뻤다.하늘이 낮게 가라앉고 비가 흩뿌리는 어두운 날씨의 늦은 오후였다. ○한식 먹을수 있어 기뻐 일행중 한 작가는 자신이 늙은 것을 깨닫고 새삼스레 분첩을 꺼내드는 여인과 같다고 파리를 비롯한 유럽도시의 인상을 말했고 또 한 작가는 파리를 한군데도 빈 곳이 없이 아름답게 성장을 한 숙녀와 같다고 말했다. 차창에 비치는 거리를 내다보며 내게는 여러 생각이 겹쳤는데 고암 이응로선생과 남관선생도 이제 안계시다는 그런 불투명한 느낌이었던것 같다. 그분들이 파리라는 곳을 동경하여 첫발을 딛던 50년대 후반과 내가 있었던 70년대 중반,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게되는 90년대 현재의 파리에 대해,아니 그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왜 파리를 동경하는지,왜 이곳 처마밑에 머무르려하는지,파리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지 하는 의문이 스쳤다. 박순녀작가가 쓴 「어떤 파리」라는 단편은 군사정권 속에서 자유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얘기인데 파리가 자유의 상징언어로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서울의 한 친구는 파리에서는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야 된다고 우리가 떠나올때 말했다.마음에 맞는 몇사람이 모여 개선문 앞에서 행위예술을 해보아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토록 파리는 세계 각 곳 수많은 사람들의 동경이 한데 모여서 더욱 도시를 파리답게 형상화 시켜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비록 지금은 모든 분야에 있어 그 중심이 뉴욕으로 옮겨가 새로운 도전이나 열기같은 것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역시 문화의 천국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그런데 과연 파리란 정말로 그런 곳일까.파리란 도대체 어떤 곳일가. 보수와 진보가 공존 하는 곳.공무원이 청렴하여 정치수준이 높은 곳,그리하여 고위층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혹은 잘못을 단죄받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곳,예술가를 무엇보다 대우하며 학생들을 위하여 배움의 길을 활짝 터 놓는 곳,교육균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어른의 층이 굳건히 형성되어 있는 곳,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고 인권이 보장되어 있는 곳,사람을 사랍답게 살게 하는 곳,흑인과 백인이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걸을 수 있는 곳,그러나 최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피란민들이 매일 몰리고 있기도 한 곳,과거 월남전때나 패망후에도 월남의 난민들을 받아들였던 곳,그리고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곳,이 자유야말로 파리의 문화를 번성케한 동력이라 할 것이다.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본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표현의 자유가 있는곳 대학시절 권옥연선생이 실기시간에 해주던 파리에 대한 단편적인 얘기들이 우선 떠올랐다.화가 뷔페는 물감이 없어서 색을 바르지 못하고 나이프로 긁어대기만 했는데 그 그림이 어느 화상에게 발견된 다음 일약 스타가 되었다.전람회장에가기 위해 호위차와 함께 롤스로이스에서 내리자 플래시가 터지고 기자들과 군중들의 아우성 속에 둘러싸이는 것을 선생님은 보았노라고 했다.또 사강이 1930년대 고물차를 끌고 가다가 고장이 나서 그 차를 뒤에서 밀고 있는 것을 우연히 지나다가 도와준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환기선생의 파리시절,화실에서 일하다가 아침 산책을 나가면 건물마다 유리창으로 화가들이 그림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어서어서 그려야지 하는 생각에 산책을 그만두고 서둘러 돌아온다던 얘기 같은 것도 떠올랐다. 파리는 겨울에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영상의 기온인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주 추운 곳인줄 알고 이불 보따리부터 배로 부쳤는데 왜냐하면 실제 이곳에 있어보면 배 고프고 춥게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또한 수많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파리에 피워올린 작품과 에피소드들도 있다.얼마나 재미있고 기이한 얘기들이 많은가.그들의 작품은 얼마나 우리의 삶을 고양시켜 주는가. 그런 많은 것들을 다 끌어 담을 수 있도록 파리는 역시 정치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다양하고 폭 넓게 열린 곳이었다. 파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철제로 쌓아올린 에펠 탑·센강·개선문·박물관·베르사유·패션과 경마 등등 이렇게 수많은 보고가 저 깊숙이 가득 쌓여 있는 파리에 대해 언어도 모르면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써야하는가 나는 잔뜩 긴장하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내가 무엇을 보려하기보다 그냥 걸어다니며 살갗에 부딪쳐 오는 것을 그대로 느껴보기로 마음 먹었다.파리는 오히려 그것을 요구하고 있는듯 했다.그러자 어느 정도 마음의 긴장이 풀어지고 평온함이 찾아들었다. ○침묵이 느껴지는 거리 차창으로 비치는 거리는 색깔이 튀지않고 눌러놓은 회색과 베이지 색조이면서도 어딘가에서 아주 밝은 빛깔이 생기를 주고 있었다.이 생기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자세히 살펴보니 쓰레기통,자동차,고풍스런 건물 창변에 놓인 꽃,벽에 붙은 공고판,그리고 마로니에 잎과 여인들의 옷차림도 한몫 거들었다.어느 색깔도 서로가 흡수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물랭호텔로 들어서는 몽마르트 입구에 과일가게들이 많이 있었다.사과 수박 포도 자두 오렌지 등이 먹음직스럽게 가득가득 쌓여 있었다.치즈가게에는 수많은 종류의 치즈덩어리가,고깃간에 걸려있는 신선한 고기들도 보였다.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에는 언제나 싱싱한 생활의 냄새가 배어난다. 호텔에 도착하니 인상이 좋은 한국인 주인 부부가 맞아주었다. 어제까지 화창하고 더운 날씨여서 반팔 차림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추워지고 비가 온다고 부인이 말했다.파리의 날씨가 변덕이 심해서 그 영향으로 파리지엔들 또한 변덕이 심하다고도 했다. 주인은 택시까지 나와서 우리가 치르는 택시값의 계산을 도와주었다.그때 잠시 보았을 뿐 주인은 그후 다시 우리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여주인 말이 여행을 좋아하여 언제든 며칠씩 그렇게 말도 없이 사라지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호텔에 방을 정하고 밖을 내다보니 좁은 골목 비탈길에 세워진 맞은편 건물의 창이 건너다 보였다.그 창에는 우리방의 창과 마찬가지로 엷게 비치는 흰 커튼이 쳐져 있었다.누군가 분명히 살고 있을텐데 우리가 머무르는 동안 한번도 얼굴을 마주친 일이 없다.역시 사생활이 몹시 존중되는 곳이라고 생각되었다. 창으로 내다본 몽마르트의 골목길은 위트릴로의 그림 그대로 였다. 위트릴로의 침묵이 느껴지는 회백색 건물들과 나뭇가지,돌바닥,지나가는 사람,이런 것들을 나는 잠시 위트릴로의 마음이 되어 바라보았다.그림이란 이렇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심성의 것이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꼈다. 우리는 다섯 밤을 자기 위한 여장을 풀었다.
  • 여조교 성희롱/현장검증서 공방

    ◎“밖에서 들여다 보여 「포옹」 있을수 없는일”/신교수/“당시엔 불투명 비닐 유리창이었다”/우양 전서울대조교 우모씨(26·여) 성희롱손해배상소송 항소심의 현장검증이 실시된 1일 상오10시50분쯤 서울대 자연과학대의 한 실험실. 어제의 사제지간에서 이제는 피고와 원고가 돼 실험실에서 다시 만난 신모교수(53)와 우씨는 현장검증을 앞두고 굳은 표정으로 서로 진실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서울고법 합의9부 박용상부장판사의 지휘로 실시된 이날 현장검증장소에는 보도진과 학생·여성단체회원등 1백50여명이 초만원을 이뤘다. 이날 현장검증의 초점은 실험실기기앞에 앉아 있는 우씨를 신교수가 과연 뒤에서 껴안는 동작을 했느냐 여부. 『실험실벽이 지금 보는 것처럼 유리로 돼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어떻게 껴안는 동작을 상상이나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게다가 우양을 뒤에서 껴안는 듯한 자세로 가르치는 것은 나자신이 키보드를 볼 수가 없어 불가능하며 언제나 우양의 옆에 서거나 앉아서 지도했습니다』 신교수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씨측은 즉각 반격했다.준비해온 불투명비닐과 발을 실험실벽에 붙여나갔다. 『당시에는 빛이 기계모니터에 반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벽을 모두 불투명처리해 밖에서 안을 볼 수가 없었어요.신교수님은 제 뒤에서 포옹하는 자세로 가슴을 등에 대고 어깨나 등에 손을 올려놓았습니다』 신교수와 우씨는 서로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고 간간이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는 이야기만 던졌다. 진실을 확인하기까지는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는 사실만 다시 한번 확인하는 현장검증이었다.
  • TV드라마 이래도 되나(사설)

    서울방송의 드라마 「작별」이 지나친 폭력장면의 방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지난 26일 밤 이 드라마에서 불륜의 관계를 맺은 남자의 집에 찾아간 여인이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고 난입,식칼로 본처의 딸들을 위협하는 장면이 몇분간 적나라하게 방송돼 시청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친 것이다. 저녁식사후 단란한 가족시간에 TV드라마를 즐기던 시청자들로서는 지존파의 끔찍한 범행으로 놀란 가슴을 다시 한번 쓸어 내려야 할 만큼 느닷없는 폭력에 노출된 셈이다.「작별」은 지난 7월에도 『등장인물들의 폭력적인 대화와 비속어』등이 문제돼 방송위원회로부터 「주의」조처를 받은바 있다. 이 드라마뿐만 아니라 많은 TV드라마들이 폭력과 불륜의 불건전한 내용을 위험수위가 넘을 정도로 담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불륜의 애정문제나 근친간 사랑등 비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부각시키고 필연성 없는 과도한 폭력장면을 눈요기거리처럼 넣는 드라마들이 많아지고 있어 청소년의 모방범죄가 우려될 정도다.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아침 드라마는 최근 그주제가 「혼외애정」일색으로 상쾌하고 밝게 시작돼야 할 아침시간를 망치고 있다.최근 한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공모한 결과 응모작품의 80%가 불륜에 바탕을 둔 남녀의 갈등관계를 그린 것이어서 방송국 관계자들도 놀랐다는데 이는 바로 우리 방송드라마의 현주소를 반영한 것이다.또한 방송위원회가 지난 한햇동안의 TV드라마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드라마의 폭력지수는 언어폭력을 포함해서 1백46.6점으로 가장 폭력적이라고 할 미국의 1백60.6에 육박한다. 방송드라마는 본질적으로 오락의 대상이다.따라서 어느 누구도 방송드라마가 수신교과서와 같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화와는 달리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방송의 영향력 때문에 방송드라마는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내용을 담아서는 안된다.TV가 주요오락매체인 우리 현실에서는 특히 방송의 사회적 책임이 막중하다.더욱이 드라마 방송시간이 우리는 전체방송시간의 14%로 유럽이나 미국의 2∼3배에 이르므로 그 부정적 영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TV드라마들이시청률의 논리에만 매달려 예외적인 상황을 마치 보편적인 삶의 양식인양 그려냄으로써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가족관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은 크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드라마의 건강성 회복은 우리 방송의 시급한 현안이다.방송관계자들의 노력을 바라며 감시책임을 맡은 방송위원회의 역할 수행을 기대한다.
  • 태연하게 토막내고 태우고…/최치봉 전국부기자(현장)

    ◎소름끼치는 번행 재연에 “아연” 「공포의 지하실」­지존파의 엽기적인 범행현장엔 범행당시의 상황을 말해주듯 시체탄 냄새가 코끝을 진동했다. 21일 하오 전남 영광군 불갑면 금계리 회산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범인들의 아지트에선 경찰의 현장검증이 진행되고 있었고 집주변엔 끔직한 장면의 재연모습을 본 주민들이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인간살육이 이뤄졌는데도 이웃 주민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속에 범행이 이뤄졌으며 이를 위해 대문에 조직원들끼리 연락하는 비밀 초인종 2대를 달아놓은 모습이 보여 범인들의 주도면밀한 계획범행의 실체를 증명해 주고 있었다. 대문에서 20m쯤 떨어진 30여평건물본채는 거실과 방 3개,부엌,보일러실등으로 이뤄졌고 집바로 뒤편은 야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출입문 우측 첫번째 방에는 함께 기거한 이경숙의 옷가지가 걸려 있고 방바닥에는 「야인」 「뼁끼통」 「꿈의 해몽」등 소설책과 피묻은 수건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유리창이 깨진 바로 뒷방과 옆방에는 범인들의 옷가지와 화투짝등이 나뒹굴고 있었다.거실에는 TV 1대와 소윤오씨의 몸값으로 받은 돈으로 구입한 새 주방용품과 살림살이가 흩어져 있고 검거당시 반항한 흔적으로 거실문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있었다. 김현양과 강문섭은 서울지검 강력부 김홍일검사의 지휘로 실시된 감금실에 대한 현장검증에서 태연하게 살해상황을 재연했다.김등은 소씨는 공기총으로,소씨부인 박미자씨는 식칼과 도끼로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재연했다. 이들은 먼저 소씨를 살해한뒤 『살려달라』며 부들부들 떠는 박씨를 흉기로 배를 찔러 그자리에 쓰러 뜨렸다.그들은 이어 사체를 토막내고 이를 소각로로 옮겨 불을 붙여 태우는 소름끼치는 행동을 거리낌없이 재연했다. 3평크기의 소각로는 송풍기와 기름보일러 연통이 집뒤 산쪽을 향해 나있어 연기가 나도 이곳 주민들의 눈을 피할 수 있도록 제작되는등 사전에 치밀한 계획에 따라 설계돼 있었다. 두시간여동안 현장검증작업을 마친 한 수사관은 『30여년을 범죄와 함께 뒹굴었지만 이같은 끔찍한 사건을 접하기는 처음』이라며 수사관생활에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 “나는 인간이 아니다” 태연히 재연/「지존파」 현장검증 스케치

    ◎“인육먹은건 사실…” 소름끼치는 자백도/마을주민,「공포의 현장」 조속철거 요청 괴기소설 한토막같은 처참한 연쇄납치사건은 현실이었다.김형양등 20대 4명이 은신처로 삼은 전남 영광군 불갑면 금계리 회산마을 아지트에 대한 현장검증은 소설이 아닌 실제상황임을 생생하게 보여줘 관계자들을 경악케했다. ○…범인들이 범행장소로 사용한 창고지하실은 말그대로 소름끼치는 공포의 현장. 주택과 ㄴ자로 붙어 있는 창고안에는 소씨 소유의 그랜저 승용차가 번호판이 뜯기고 유리창이 부서지고 차체가 해체돼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창고 지하에 있는 사방5m크기의 감금실은 지름2㎝정도의 철근을 용접해 2중으로 철창을 만들어 놓은데다 한번 갇히면 절대 나올 수 없도록 커다란 자물쇠로 잠가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어 수사관들을 놀라게 하기도. ○…범인 김형야은 현장검증후 기자들에게 『진짜 죽일 사람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사람만 죽인 것같다』며 『이 집은 사람 잡아다 죽이기 위해 지었다』고 태연히 말해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김은 또 『우리가 죽인 사람은 5명이 전부다.나는 인간이 아니다.잘난 놈들은 모두 죽이려 했다』며 『인육을 먹은것도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조직이탈을 이유로 조직원을 살해해 암매장한 현장에서 사체발굴작업을 벌인 경찰은 범인들이 가리킨 불갑산 자비계곡에서 숨진 안봉은씨의 사체가 나타나자 긴장. 발굴잡업을 지휘한 서울지검 김홍일검사가 범인 김형양에게 『왜 죽였느냐』고 묻자 『송이 살인연습을 한 20대 여자에 대한 악몽을 꾼다며 조직공금 3백만원을 몰래 인출해 달아나 죽였다』고 태연하게 대답. ○…이날 현장검증이 실시된 범행현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마을 주민등 5백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 회산마을 주민들은 『지존파 일당들이 아지트로 사용한 집을 완전히 철거할수 있도록 하루 빨리 사건을 마무리 지어 줄것』을 관계당국에 요청하는 등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을 토로.마을 사람들은 그러나 범인들의 인적사항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복이 두렵다』면서 한사코 이름 밝히기를 거부하고 함구로 일관,마을주민들이 겪고 있는 공포감이 어느 정도 인지를 반증.
  • KAL기 스위스서 추락위기/로마발 서울행

    ◎알프스산 넘다 동체 앞쪽 벼락맞아/취리히 무사히 회황… 승객 10여명 부상 14일 하오6시10분쯤(한국시간)한국인등 승객3백3명을 태우고 로마를 떠나 취리히를 거쳐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 916편 항공기가 알프스산맥 상공에서 벼락을 맞아 기체 앞부분 유리창이 깨지고 승객 1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대한항공이 밝혔다. 사고비행기는 곧바로 취리히 공항으로 무사히 회항했다. 대한항공측은 이날 사고가 알프스산맥상공에서 갑자기 기상악화로 벼락이 기체에 떨어지면서 일어났으며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과정에서 승객들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부상당한 승객들의 명단은 밝혀지지 않았다. 대한항공측은 『사고비행기가 취리히로 회항한뒤 기체수리를 위해 승객들을 스위스항공등 외국항공사 여객기에 분산탑승시켰다』면서 『사고비행기는 15일 상오10시쯤 김포공항에 도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또 테러”… 북 아일랜드 평화 “먹구름”

    ◎신페인 당사앞서 폭탄차량 폭발/신교계에 휴전동참 촉구/영총리 【런던·더블린·벨파스트 AP AFP 로이터 연합】 IRA(아일랜드공화군)정치조직인 신 페인당측이 북아일랜드에서 영구적인 평화를 원한다고 천명한 것과 관련,존 메이저 영국총리가 휴전선언에 대한 보다 분명한 입장표명을 요구한 가운데 4일 신 페인당사 앞에서 폭탄이 장치된 차량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해 북아일랜드사태에 불안이 계속될 조짐을 보였다. IRA의 휴전선언 4일째인 이날 밤 9시45분께(현지시간) 신 페인당의 당사가 위치한 벨파스트의 한 거리에서 폭탄이 장착된 대형차량이 폭발,인근건물의 유리창이 부숴졌으나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경찰이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교계의 북아일랜드의회 의용군(UVF)측은 한 지방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이번 폭발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경찰당국이 전했다. 한편 존 메이저 영국총리는 IRA가 지난 주 선포한 휴전상태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면서 북아일랜드 신교계 과격파에 대해서도 휴전동참을 촉구했다.
  • 마카오 조광무역에 도둑/북한의 국제간첩·밀수 거점

    ◎한밤 유리창 깨고 중요문서·현금 털어/“제3국 망명위한 내부인 소행” 추측도 북한의 마카오내 사실상 대표부인 조광무역에 의혹의 절도사건이 발생,창문과 금고가 부서지고 「민감한」 문서들과 현금 3만8천 홍콩달러(한화 약4백만원)가 털려 마카오경찰이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마카오 소식통들이 30일 밝혔다. 지난 25일 밤10시쯤 마카오 사다뉴배사대마로 21호 천소화원내의 5층 조광무역사무실과 16층 직원숙소에 범인이 창문을 깨고 침입,다른 물건들은 일체 손대지 않고 5층의 사무실 금고를 부수고 그속의 대외무역문서들과 주문서및 현금만 털어 도주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이들 소식통은 조광무역이 북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제간첩과 밀수의 전초기지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도난당한 문서들은 무기·마약·금괴밀수 등과 관련된 중요문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발생후 수사를 개시해 이 사건이 서로 11층이나 떨어진 조광무역의 사무실과 숙소만 정확하게 골라 침입했고 금고만 털어 달아난 사실을 주목하고 「뚜렷한 목적」을 가진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마카오소식통들은 이 사건이 ▲단순강도사건이거나 ▲조광무역 직원이 한국 또는 제3국으로의 망명 등을 위해 중요문서들을 훔쳤거나 ▲외부에서 북한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침입하는 등 3갈래로 추정되고 있으나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현재는 어느쪽으로도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카오경찰과 조광무역은 이 사건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으나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중국의 마카오 대변지인 반관영 오문일보는 26일 부서진 조광무역의 금고를 포함한 2장의 사진까지 게재했다. 홍콩의 영자지 이스턴 익스프레스는 이에 대해 27일 오문일보 소식통들을 인용,조광무역관리들이 오문일보에 이 사건을 즉각 알려주었으며 이에따라 마카오내에서 상세한 첫 보도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조광무역이 지난 6월 미화 1백달러짜리 위조지폐 유통에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를 계속 진행중인 상황에서 새롭게 터져나온 것이어서 북한측을 크게 당황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사건당일밤 16층 숙소의 여자직원이 부엌에 물을 구하러 갔다가 창문이 깨어진 것을 보고 남자직원에게 5층 사무실도 조사하도록 요청해 금고가 부서진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 미 「라벨링법」 10월 시행/한·일의 대미 차수출 “먹구름”

    ◎수입 승용차·소형트럭 대상/부품 현지조달률 의무 표기/일지 보도 【도쿄=이창순특파원】 미국 자동차 「빅3」가 적극 지원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의 「라벨링 법」이 오는 10월부터 시행에 들어 가기로 정식 결정됐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0일 뉴욕발로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 라벨링법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에 북미제 (미국·캐나다)부품·자재의 현지 조달률을 표기하도록 의무화하여,일본차등을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일종의 「바이 아메리칸」(미국제품 우선구입)법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는 그동안 이법의 도입에 강력 반발 해 왔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교통부는 이 법의 세부 규칙을 최종 결정함으로써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확정,일본 자동차 업체간에 동요가 확산되고 있다. 라벨링법은 지난 92년10월 미상 ·하 양원에서 가결돼 같은 달 부시 전대통령이 서명했다. 라벨링법은 미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승용차,소형트럭 등에 대해 ▲차종별로 산정한 미국·캐나다제 부품의 현지 조달률 ▲최종적으로 자동차가 조립된 장소 ▲엔진·변속기의 원산지 국가 등을 라벨에 표기,자동차의 유리창에 붙이도록 미·일·유럽 자동차에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지 조달률은 각 차종별로 매년 1회,1년간의 자동차 판매 대수를 토대로 산정하도록 돼 있다.
  • 현대중 폭력사태 속출/강경파 노조원들,작업 저지하려 폭행

    ◎노사협상 진통… 오늘 재개키로 【울산=이용호·강원식기자】 울산 현대중공업 노사분규가 58일째 계속된 20일 회사측의 조업참여여부를 둘러싸고 노조원들간에 폭력사태가 속출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강행된 이날 조업에 전체근로자의 51.9%인 1만3천3백여명(관리직 포함)이 출근점검에 응해 조업참여의사를 밝히거나 조업에 참여했다. 20일 상오 10시15분쯤 집행부측 기동대원 2백여명이 조업중이던 건설사업부에 난입,조합원 50여명의 작업을 방해하며 주먹을 휘둘렀다.이 과정에서 건설사업부 고영우씨(27)가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또 상오 9시쯤 파업에 반발,조업중이던 중전기사업부에도 기동대원 1백여명이 난입,강성원씨(40·반장)등 조업근로자를 폭행,강씨등 3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날 상오 10시50분쯤에도 강성노조원 1백여명이 방위산업부문인 특수선사업부에 쇠파이프를 갖고 들어가 유리창 10여장을 부수고 작업 근로자를 10여명을 폭행했다.특히 이들 강성노조원들은 조업방해를 저지하는 김강우씨(31·설계부)를 노조사무실로 끌고가 한때 감금하기도 했다. 이밖에 플랜트사업부와 해양사업부등에서도 조업근로자와 이를 방해하는 근로자사이에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같이 노조원들간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노사는 이날 상·하오에 걸쳐 미타결사항 일괄타결을 목표로 마라톤직장 협상을 가졌으나 타협점을 끝내 찾지 못하고 21일 상오 협상을 속개키로 했다. 이날 협상에서 노조측은 조합원 총회에 회부할 수있을 만한 수준의 「무노동 무임금」원칙의 수정안 제시를 요구했고 회사측은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고수했다. 한편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파업철회 촉구서명에는 플랜트사업의 조합원 1천7백89명이 추가로 참여,전체조합원의 40%를 크게 웃도는 9천여명에 이르렀다.
  • 미정찰국/청사 비밀신축 말썽/워싱턴부근 4개동 완공단계

    ◎회계명세 없이 민간업자에 공사 발주/상원 정보위서 청문회… 의혹 규명 나서 미국가정찰국(NRO)의 3억1천만달러짜리 본부건물이 비밀리에 신축되다 미의회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의 정찰국은 미중앙정보국(CIA)과 미국방부의 우주정보위성을 통한 첩보수집및 정보분석을 하는 업무를 통할하는 초특급비밀정보기관.이 정보기관은 냉전종식후의 미정보기관 개편에 따라 지난 90년부터 조직된 것으로 2년전까지만 해도 이 기구의 존재자체가 국가비밀로 분류되었다.이 정보기관은 주로 위성을 통해 촬영한 사진의 판독,각종 전자장치를 통해 포착한 도청자료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통괄해 왔다. 이번에 미상원정보위에서 말썽이 난 것은 미행정부가 의회에 분명한 신축공사예산계정을 밝히지 않고 일반정보 기본경비 항목에 숨겨놓고 공사를 집행했기 때문이다.의회는 행정부가 이같이 예산을 일반항목에다 포함시켜 감춰놓은 것은 물론 정보기관의 이러한 관련분야 통합운영에 대해 전혀 위원회에 구체적인 보고를 하지 않은데서 발끈한 것이다.데니스 디콘시니 상원정보위원장은 『NRO가 본부건물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빌딩의 규모나 공사비 등에 관해 의회는 통고를 받은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국가정찰국의 사무실은 그동안 로스앤젤레스의 미공군기지,버지니아주의 포트 벨붜,미국방부 등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었으나 업무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해 지난 90년부터 통합작업을 추진한 것이다.정찰국의 국장은 관련법에 의해 미공군의 우주담당차관보가 당연직으로 맡게되는데 현재는 CIA출신의 제프 해리스가 국장을 맡고 있다. 워싱턴 덜레스공항의 남쪽 8㎞ 챈틀리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국가정찰국 건물은 총건평 2만6천평으로 4개동의 건물로 이뤄져있으며 3개동은 거의 완공단계이고 나머지 1개동도 바깥유리창 공사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 본부건물의 보안을 위해 이 지역의 행정구인 패어팩스군의 건물대장에는 공사를 맡고 있는 로크웰 인터내셔널이 소유자로 되어있고 간판도 로크웰로만 되어있으며 재산세 과세분류는 국가건물이 아닌 개인사유로 등재되어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지는 전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가정찰국의 본부건물신축이 문제가 된 것은 상원정보위의 소속의원들이 지난 8일 회계검사보고를 통해 비로소 이 건물의 신축을 알게되었고 예산에 분명한 회계명세없이 어떻게 2억∼3억달러에 달하는 예산이 일반정보경비로 지출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10일 상하원의 정보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정찰국본부신축에 관한 청문회를 열어 예산회계상의 문제와 함께 왜 이같은 대형공사를 하면서 정부내의 국방부건설국이나 일반행정청을 통하지않고 로크웰을 선정했느냐는 의문을 푸는 것이다. 클린턴대통령도 지난주에야 이같은 신축건물 문제를 들었으며 페리국방장관은 이 건물공사에 관해 충분히 브리핑을 받지 못했다며 이에 관해 특별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 대학은 정치집회장 아니다(사설)

    대학이 요즘처럼 폭력을 앞세운 이념투쟁의 소굴로 전락된 적은 일찍이 드물었을 것이다.극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학생들의 반체제적인 주장과 폭력적인 질서파괴행위로 신성한 교육의 장인 대학은 매우 황폐화된 측면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런 때에 한양대학에 이어 건국대와 서강대 등에서 잇따라 대학내에서의 정치성을 띤 집회를 일절 불허하는등 이념지향적 학생운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키로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이들 대학의 이번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고 다른 대학으로 점차 파급된다면 멀지 않아 모든 대학의 권위와 질서는 얼마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할만 하다. 오늘의 대학을 위기로 몰아 넣고 있는 요인은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본다.그래서 그 처방 역시 다각적으로 강구되지 않으면 안된다.그런데 우리는 그중에서도 특히 외부세력에 의한 대학내 집회부터 차단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 대학당국의 판단에 동감한다.지금껏 그러한 집회들이 대학의 분위기를 뒤흔들어 놓은 탓이다. 이번에 「범민련」이나 「서총련」이 학내에서 개최하겠다는 행사들을 봐도 그렇다.집회의 주체나 내용이 하나같이 순수한 학술적 행사라기보다 정치적 색채가 강하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집회의 성격 역시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포함하는 연합집회이다.그런 집회가 학내에서 개최되게 내버려 둔다면 학사업무의 마비는 물론이고 학교시설물의 손상도 클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까지 대학내에서 외부단체들이 집회를 강행하고 난 뒤에는 잔디와 나무가 쓰러지고 꺾여져 캠퍼스가 온통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혀온 것이 사실이다.학교측은 집회를 봉쇄하기 위해 전원을 끊고 화장실을 폐쇄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경찰과 충돌이라도 있을 때는 학생들이 던진 화염병과 돌멩이로 학교 유리창이 박살나고 교실이 불에 타기도 했다. 이제는 대학의 면학분위기와 질서가 흐트러지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지성의 전당이 더 이상 그런 피해를 입어서도 안된다.대학의 권위와 질서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도전을 철저히 막을 때 대학의 자율은 지켜지는 것이다. 대학의 권위와 질서를 학교당국이나 교수들의 노력만으로 지킨다는 것은 힘드는 일이다.학교당국이 주축이 되어 교수·학생 할 것 없이 대학인 모두가 지혜를 짜고 힘을 모아야 지킬 수 있다.학원을 수호하는 데는 특히 학생들의 참여가 절대적이다.외부세력은 언제나 선량한 학생층을 파고들어 집회에 참석할 것을 유도하고 사상적으로 오염시키려 들고 있다.선량한 학생들을 외부세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에도 힘쓰기 바란다.
  • 런던서 유태인 겨냥/2차 폭탄테러 발생/5명 부상

    【런던 AP AFP 연합】 26일 오후 런던중심가의 이스라엘대사관에서 회교강경세력의 소행으로 보이는 차량폭탄 폭발사고가 발생한지 8시간만에 인근의 한 유태인단체 입주건물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5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 차량폭탄 폭발사고는 27일 새벽 0시46분쯤(한국시간 오전 8시47분) 이스라엘대사관에서 북쪽으로 13㎞가량 떨어진 발포어빌딩에서 발생했는데 목격자들은 3층짜리인 이 건물과 인근 건물의 유리창들이 대부분 박살났으며 행인들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고 전했다.
  • 피부 선탠/뙤약볕은 피하도록/「흑진주빛 피부」 만들기 이렇게

    ◎선탠 첫날 오전·오후 5∼10분 적당/콧등·이마등 돌출부위 더 신경써야/외출할땐 자외선차단제 꼭 바르고 가뭄속 무더위로 유난히 햇볕이 뜨거운 올 여름.해변가나 계곡의 피서지가 아니라 집바깥에만 나서도 피부가 화끈거릴 정도여서 많은 여성들이 태양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동시에 올여름 노출패션의 유행에 따른 매력적인 「흑진주빛 피부」만들기가 여성들의 관심사항으로 함께 대두됐다. 한국화장품 주경미 미용연구과장으로부터 건강한 피부의 유지방법및 곱게 그을리는 방법을 알아본다. □일반관리 ▲해변 등의 피서지에서나 가벼운 외출시에도 자외선차단 제품을 반드시 바르도록 한다.흐린날에도 영향을 미치는 긴파장의 광선 유브이 에이(UV A)는 피부 깊숙히 침투,노화를 촉진하며 피부가 검게 변하는 선탠현상을 유발한다.또 유브이 비(UV B)는 짧은 광선으로 홍반이나 수포 기미 주근깨를 형성하는 선번(Sun Burn)현상을 일으킨다.특히 UV A는 유리창이나 커텐 모자 양산 등을 통과하므로 선크림을 바르는 것이안전하다. 피부가 하얀 사람은 자연 방어작용을 하는 멜라닌 색소 생성능력이 부족해 선탠보다는 선번 현상이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자외선 차단지수(SPF)는 피부가 여리고 민감한 경우라면 15∼20정도를 선택하고 피부가 자외선에 쉽게 붉어지거나 자극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지수 20정도를 선택한다.자외선 차단제품은 물기가 있는 피부에 바르돼 자극받기 위운 돌출 부위 즉 이마 콧등 광대뼈 허벅지 가슴 등은 보다 충분하게 발라 주도록 한다. 단 자외선의 강도가 강한,공기 맑은 야외나 바닷가에 갔을때나 땀을 흘린뒤,물에 들어갔다 나온 경우는 내용물이 다소 씻겨지므로 좀 더 자주 덧발라주는 것이 효과적이다.자외선 차단제가 함유된 파우더타입 파운데이션을 자주 덧발라 주는 것도 화장을 새로 하는 불편이 없어 좋다. □선탠요령 ▲피부에 손상을 주지 않고 건강한 멋을 낼 수있는 선탠을 위해서는 하루중 자외선이 가장 강한 때인 상오 11시에서 하오 2시까지는 피하도록 한다.또 피부 회복력이 약한 30대 이후는 선탠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선탠전에는 폼클렌징 크림으로 사전에 딱딱하고 거친 피부를 매끈하게 정리해주도록 한다.일반적으로 자외선 차단지수 2∼8 정도가 선탠을 위한 제품들이다.일정기간 피부가 자외선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2∼3일 정도 차단지수가 높은 제품(15이상)을 발라준 다음에 점차적으로 수치를 낮춰야 한다.시간은 낮시간을 피해 상·하오 각각 5∼10분 정도로 해주고 그 이후는 30%의 비율로 노출시간을 조금씩 늘려간다.얼굴과 목등 회복이 어렵고 자극받기 쉬운 부위는 차단제품을 바른 뒤 모자를 착용한다.선탠후는 보디에센스나 로션등으로 윤기와 촉촉함을 유지시켜야 각질 벗겨지는 것을 예방할 수있다. 약한 얼굴피부의 경우 피서지에서 돌아온 뒤 스킨·아스트린젠트등을 차갑게해 피부를 진정시키고 수시로 꿀이나 요구르트 팩을 해주는 것이 좋다.
  • 농약공장 폭발사고… 6명 사망/인천 진흥정밀화학

    ◎건조기 과열… 화학약품 인화/52명 부상… 경인고속도 2시간 불통 【인천=최철호기자】 26일 상오 9시25분쯤 인천시 서구 가좌4동 549의6 한국수출5공단내 농약제조업체 (주)진흥정밀화학(대표 조택호) 건조실에서 고속드라이어기(건조기)가 과열로 터져 주변에 있던 살충제제조용 인화성 화학약품들이 잇따라 폭발하면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건조실에서 작업중이던 종업원 김근수씨(35)등 6명이 숨지고 주광민씨(41)등 근로자 52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천길병원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상자들은 건조실·휴게실·건물주변등에 있던 사람들로 2t가량의 변압기가 놓인 전신주가 폭발사고로 넘어져 건물천장을 덮친데다 변압기도 폭발,큰 화를 당했다. 이날 사고는 용량3t가량의 고속드라이어로 농약강화를 위한 강화제 첨가건조작업중 건조기가 더운 날씨에 과열되면서 폭발해 부근에 있던 아세톤·이소프로필알코올등 인화성이 강한 물질등에 급격히 옮겨붙어 폭발해 일어났다. 사고 순간 건물내·외부에 놓여있던 톨루엔·아세톤등을 담은 드럼통과 배관파이프등이 사방으로 튀면서 사고현장과 이웃해 있는 한양정밀3층 공장내부 유리창 3백여장과 사무실 집기등이 부서졌고 신흥화학·린나이공장등 8개 업체의 공장유리창 1천여장이 박살났다.또 일부파편은 현장에서 3백여m 떨어진 경인고속도로 건너편 경동산업까지 날아들었고 경인고속도로로 통행하던 차량13대가 날아온 화염파편에 맞아 이중 2대가 전소되고 11대가 크게 부서졌다.이 사고로 경인고속도로 상·하행선 통행이 상오 11시30분까지 2시간동안 완전두절돼 종점인 인천항에서 서울로 향하던 차량과 부평IC부근에서 인천항쪽으로 향하던 차량들이 3∼4㎞씩 길게 늘어서는 심한 정체를 빚었다. 경찰은 고성능 화학차등 소방차 16대와 70여명을 동원,진화에 나서 1시간만에 불길을 잡았다. 진흥정밀화학은 지난 78년에 문을 열어 농사용 살충제와 농약원제등을 생산해 왔으며 약품제조 과정에서 심한 악취가 발생,이웃한 주민들과 공장등이 이전을 요구하는 등 마찰을 빚기도 했다. ◇사망자=김태흥(37·생산과직원),이병덕(40·〃,김근수(35·대리),이병화(31),이남규(30),조현길
  • 블루 모스크/이스탄불(아랍서 지중해까지:9)

    ◎섬세한 상감무늬 천장은 “환상적”/시내 7백여 사원중 으뜸… 첨탑 6개·보조돔 4개에 둘러싸인 중앙돔은 웅장 이스탄불에 있는 모스크는 모두 몇개나 될까. 터키정부의 공식조사에 의하면 7백여개.그날 나를 술타나메트 모스크까지 데려다 준 택시기사는 1천개가 넘는다고 했다.그 중에서 으뜸 가는 모스크,모스크 중의 모스크가 「술타나메트」다.일명 블루 모스크. 열 네살 어린 나이에 즉위한 아메드 1세는 신심이 깊은 술탄이었다.그는 유스티아누스 황제때 지은 아야소피아 성당에 버금가는 회교사원을 지어 신에게 헌정하고 싶었다.터를 물색하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마침내 아세궁전 자리가 사원터로 내정되었다.그리고 시인이며 상감세공에도 뛰어난,건축가 마메드 아가에게 이 성업이 맡겨졌다.1609년에 시작된 공사는 8년이 걸려 1617년에야 완성되었다.그때 아메드 1세는 『이제 나는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그리고 나서 얼마후 술탄은 죽었다. 그의 아들 오스만 2세는 부왕의 묘를 사원 가까이 만들어 안장했다. 이른 아침이었다.하늘은 흐리고 쌀쌀한 바람이 불어 모스크 앞 녹지광장은 썰렁했다.그러나 바람의 심술은 봄의 정령이 흐드러지게 깃든 마로니에와 이팝나무들로부터 짙은 향기를 실어왔다. ○아메드 1세가 건립 모스크는 10시에 문을 열지만,광장 주변에는 볼거리들이 풍부했다.왕의 문지기집,학교,키오스크,연립상점들은 사원과 함께 설계된 복합건물이었다.또한 모스크 옆으로도 두 개의 방첨석탑(오벨리스크)이 있는 긴 장방형의 술타나메트 광장이 있었다.이곳은 비잔틴시대에는 십만 관중을 수용하는 전차경주장이었다고 한다.지금은 「독일인의 샘」으로 불리지는 팔각정자에서 황제는 경기를 관전하며 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작은 정자 하나에만도 이스탄불을 관통한 격전의 역사가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본래 정자의 양쪽 출입구 네 모퉁이는 조각가 리시포스의 청동작품으로 장식되어 있었다.하나는 사자와 함께 있는 전사,헤라클레스,질주하는 말,뱀을 사로잡은 독수리가 그것이었다.그런데 이스탄불이 라틴족에게 점령되었을 때 이 청동조각들은 녹여져서 기념메달로 재생되었고,지금 세워져 있는 네 필의 청동 말은 베니스의 성 마르코 광장에서 옮겨온 것이다° 또한 두 개의 방첨석탑 중 하나는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이집트 원정 기념으로 히에라폴리스로부터 운송해온 것인데,그것을 세우는데만도 32일이 걸렸다고 한다.석탑을 받치고 있는 받침대가 테오도시우스의 치적을 말해주는 양각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반해,위의 돌기둥에 새겨 있는 상형문자는 이집트 왕 투모시스의 통치 30년을 기념하는 글귀이다.「투모시스,오 호루스신의 권세와 그 승인이여」 두 대의 대형버스가 광장과 모스크 사잇길에 와서 멈춰섰다.서양인 관광객들이 길 위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등장은 모스크가 문을 열었다는 뜻이기도 했다.이제는 모스크쪽으로 어슬렁어슬렁 가봐야겠다. 원경으로 보이는 블루 모스크,여섯개의 미나렛과 네 개의 보조 돔에 둘러싸인 중앙 돔의 웅장한 조형미.여섯 개의 첨탑에는 열 여섯 개의 발코니가 있는데,그 숫자는 왕위를 이어온 술탄의 숫자와 같다.돔과 첨탑의 끝은 금으로 장식되어 있다. ○돔 내엔 채색유리창 아메드1세는 신심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스티아누스황제에 의해 만들어진 소피아성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사원이 세워진 터가 소피아성당과 마주보이는 위치에 있다는 것부터 힘겨룸을 전제하고 있다. 그에 반해 이라크의 모스크에서는 하늘과 신에 대한 칭송과 경외를 면면히 느끼게 된다.그곳 모스크의 특징은 돔의 표면이 하늘을 상징하는 푸른색 타일로 장식되어 있고,첨탑의 둥근 이온은 뮤에진이 하루 다섯 번 기도시간을 알릴 때,그늘에서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그곳에선 오직 무슬림만이 모스크에 출입할 수 있다. 블루 모스크 앞엔 이미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입장권을 따로 팔지는 않고 신발을 보관해주는 값으로 2천 리라를 받았다. 사원의 내부구조는 의외로 단순했다.천장이 높은 홀에 연분홍 대리석 기둥들이 전부였다.그러나 섬세한 상감무늬가 입혀진 천장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코란의 글귀가 새겨 있는 중앙 돔의 내부와 그 돔을 둘러싼 30개의 작은돔의 내부에는 반달형의 채색 유리창들이 있어 실내에 환상적인 무지개빛을 드리우고 있었다.유리창은 모두 2백60개인데 그 넓은 홀을 밝히기엔 다소 부족한 듯,중앙에 수백 개의 작은 전구를 매단 대형 조명기구가 늘어뜨려져 있었다. 바닥에 깔려있는 수백 장의 양탄자는 그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에 닳아 반질반질 했다.그러나 제한구역 너머,신도들이 예배를 보는 곳에 있는 양탄자는 새 것처럼 깨끗했다.마침 시골사람으로 보이는 중년의 터키인 부부가 제한구역 안쪽의 바닥에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앉아 있었다.이라크에서라면 이 모스크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그들 뿐 이었으리라. 「이슬람교도가 많은 도시」이스탄불은 이제 자신의 가장 내밀한 성소를 이교도들의 볼거리로 내어주고 있었다. 터키남자 그리고 나타샤. 그를 만난 것은 블루 모스크 옆의 「술탄 팝」이란 음식점에서였다. 『엊그저께 암만에서 이스탄불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당신을 봤어요』 몸에 붙는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 차림의 청년이었다.자동차 키를 만지작 거리며 그가덧붙였다. 『당신은 한국사람이죠?』 『네,당신은?…』 『터키사람이에요.나는 이스탄불에 살아요』 『반가워요.그럼…』 나는 자리를 찾아 앉았고 그 역시 다른 자리에 앉았다.주문한 음식을 먹고 있는 동안 그의 시선이 줄곧 내 옆얼굴을 따갑게 했다.거북함을 잊으려고 나는 친구에게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고나서 보니 그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음식값을 치르고 밖으로 나왔다.보라색 꽃더미가 눈을 부시게 하는가 싶었을 때,나무 아래 앉아 있던 그가 불쑥 일어나서 나에게로 다가왔다. 『아니?…』 『나는 사실 당신 자리로 가서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이스탄불에서 뭘 하세요?』 『나는 테훈이라는 호텔과 양탄자 도매상을 해요.그리고 도쿄에도 레스토랑이 하나 있어요.가끔은 일본 NHK의 프리렌서 일도 보구요』 그는 자기 명함을 나에게 주었다.셀라하틴 하쉐리엔이 그의 이름이었다.그는 내가 원한다면 자기 양탄자 가게를 구경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양탄자 가게는 가까운곳에 있었다.천장이 낮고 안이 깊은 실내로 들어서기 전,문득 생각나는 말이 있었다.터키에 가면 이유없이 친절한 남자를 경계하라.하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굴 속으로 들어가야지? 『당신은 이스탄불에 얼마 동안 머물겁니까?』그가 물었다. 『내일 아침 10시 비행기로 떠나요』 『며칠간만 더 연기하세요.그러면 내가 이스탄불을 구석구석 구경시켜 줄 수 있어요.패라 팔레스 호텔 알지요.아가사 크리스티가 「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을 집필했던 방이 그곳에 있는데,나는 그 방의 VIP키도 가지고 있어요.원한다면 당장이라도 그곳에 가볼 수 있어요』 상점을 나올 때 나는 실크킬림(벽걸이)을 하나 사서 손에 들고 있었다.그는 나를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8시에 그가 호텔 로비로 왔다.그는 말쑥한 정장차림이었다. ○「나타샤」들에 당해 나는 그에게 일행들이 남기고 간 쪽지를 보여주면서,그들과 합류하자고 제의했다.그는 이스탄불에서 제일 유명한 레스토랑에 예약을 부탁해 놓았는데 취소가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잠시후 우리는 그의 푸조차를 타고 일행들이 먼저 간 레스토랑으로 갔다.차를 주차시키고 돌아온 그의 손에는 장미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나는 내 생애에서 여자한테 두 번 꽃을 주었어요.한번은 우리 어머니한테,또 한번은 전 애인한테,그리고 지금 세번째 당신한테 꽃을 줍니다』 유부녀라는 사실을 밝히면 너무 잔인한 짓일까.난처했다. 『내 어머니는 프랑스인이에요.어머니한테 당신 얘기를 했어요.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어요』 나는 잠자코 음식만 먹었다.그가 감정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요.그러나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겠어요.당신 나이가 스무살이든 오십살이든,결혼을 했든,안했든 상관없어요.나는 당신이 좋아요』 식사를 끝내고 레스토랑에서 나올 때 나는 그만 그가 준 꽃을 놔두고 나왔다.그가 다시 가서 꽃을 가져와 도로 나에게 주었다. 그는 그날 저녁 나에게 모욕을 받은 듯이 화를 내며 돌아서 갔다.하지만 그는 재수가 좋았는지모른다. 요즘 터키에서는 「나타샤」란 노래가 유행하고 있다.나타샤란,터키와 이웃해 있는 나라들로부터 국경을 넘나들며 장사를 하는 보따리장수의 속칭이라고 한다.그런데 터키남자들이 러시아 나타샤들의 유혹에 빠져 가산을 날려보내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니,마음이 헤픈 하쉐리엔이여.그대가 나타샤한테 반했더라면,호텔도 양탄자가게도 다 날려버리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 전남대에 「김일성 분향소」

    ◎학생회관에/초상화·촛대·검은 리본도 발견/「사망 애도」 유인물 4종 압수/경찰,주동자·배후 검거 나서 【광주=남기창기자】 김일성사망과 관련한 「조문발언」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대학교 안에 김의 사망을 추도하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되고 김정일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의 유인물등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15일 상오 4시 (주)금호노조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남대에 10개중대 1천2백명의 정·사복경찰을 투입,농성근로자들의 해산과 압수수색을 하던중 제1학생회관 2층의 한 사무실에서 김일성을 추도하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분향소에서 검은테가 둘러진 김일성초상화(가로25㎝×세로30㎝)와 제단으로 사용된 널빤지(가로60㎝×세로50㎝)1개,받침대로 사용된 널빤지(가로80㎝×세로30㎝) 3개,향로용 물컵 1개,향촉 2갑,촛대 2개,국화 20송이,검은 리본 20개등을 증거물로 수거했다고 말했다.이 사무실은 광주·전남지역 총학생회연합(남총련)산하 조국통일위원회사무실로 사용돼 왔으나 올해초 남총련본부가 조선대로 옮겨가면서 비어있었다.경찰은 또 이 대학 총학생회사무실에서 「주체의 기치따라 참된 삶을 지향하는 한국민중」명의의 애도문,김사망 발표문,「남한 애국민중」의 애도행동강령등 다수의 불온유인물과 책자등을 수거,공개했다.경찰은 『분향소에는 촛대등이 놓여 있었으나 불이 켜져있지는 않았고 분향소를 지키는 사람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남대총학생회는 『남총련은 그동안 김일성 사망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밝힌 적이 없다』면서 『대학구내에서 김일성 초상화와 촛대등이 발견됐다는 경찰의 주장은 남총련을 이적단체로 만들려는 비열한 음모』라고 밝혔다. 한편 전남대생 1백여명은 이날 경찰의 학내진입이 학교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며 총장실과 교무처장실에 난입,유리창 수백장을 깨고 집기를 부수는등 난동을 부렸다. ◎보안법 적용키로 경찰청은 15일 앞으로 학생들이 대학에 김일성의 분향소를 설치하거나 애도하는 유인물 및 추모행사를 가질 경우 즉시 공권력을 투입,주동자와 배후세력을 검거해 국가보안법위반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전남대 교내 김일성분향소 설치에 참여한 학생들을 모두 검거,사법처리하기로 했다.
  • 서총련 경찰서·파출소 10곳 연쇄습격

    ◎“공권력 도전행위”… 시민 분노/대학생 2백여명 화염병 투척/민원봉사실·경찰차량 등 불타/최 내무,“배후 철저 규명” 서총련 소속 과격대학생들이 서총련 간부들의 검거에 보복하기위해 14일 새벽 동시다발적으로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일선 경찰서와 파출소를 습격,화염병을 던지고 장비를 불태워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사건은 김일성의 사망으로 전국경찰에 갑호 비상령이 내려진 가운데 자행돼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서총련 대학생 2백여명의 화염병 습격을 받은 곳은 ▲서울 동부경찰서 민원봉사실 ▲서대문경찰서의 충정로·연희파출소 ▲성북경찰서의 정릉·안암1·안암5파출소 ▲용산경찰서의 한남파출소 ▲서부경찰서의 홍서파출소 ▲노량진경찰서의 명수대파출소 ▲전북 이리경찰서 북일동파출소등 10곳이다. 이날 상오 5시5분부터 6시30분까지 이어진 서울 시내 9곳에 대한 기습시위에서 학생들은 95개의 화염병을 던졌으며 이 과정에서 홍서파출소 소속 엄기준경장(42)등 경찰관 3명이 부상을 입고 경찰차량 3대가 불타거나 부서졌으며 경찰서와 파출소집기등이 불탔다. 이날 상오 6시쯤 서울 성동구 자양동 동부경찰서에 대학생 30여명이 화염병 20여개를 던져 본관1층 민원봉사실 15평이 전소되고 경찰서 앞마당에 세워졌던 경찰트럭 1대가 불에 탔다. 이날 학생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쇠파이프로 무장한채 경찰서 앞마당까지 들이닥쳐 본관에 화염병을 던지고 「학생운동 탄압중지」「연행학우 석방」등의 구호가 적힌 유인물을 뿌렸다. 이날 불은 출동한 소방차에 의해 15분만에 진화됐으나 형사계,조사계등이 1시간30분동안 정전돼 경찰서를 찾은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또 상오 5시58분에서 6시5분사이 서대문경찰서소속 충정로및 연희파출소에도 대학생 20여명이 연쇄적으로 화염병을 던지고 달아나 충정로파출소장 이성년경위(55)가 오른손을 다치고 출입문이 불탔다. 또 6시5분쯤 서부경찰서 홍서파출소에서도 대학생 10여명이 화염병 10여개를 던지고 달아났다. 상오 6시에서 6시30분사이 성북경찰서 소속 안암1·안암5·정릉3 파출소등 3개 파출소도 대학생 7∼30여명이 화염병으로 습격,정릉3파출소는 팩시밀리와 의자,책등 내부집기가 불에 타고 오토바이 1대가 파손됐다. 이에앞서 상오 5시5분쯤 용산경찰서 한남파출소에 대학생 15명가량이 몰려가 화염병을 던져 출입문 유리창 3장과 파출소벽이 심하게 그을렸다. 경찰은 기습시위 현장에서 고려대 박재홍군(20·의예과 2년)과 이석준군(20·동양사학과 2년)등 2명을 검거,습격경위등을 조사하는 한편 관련대학 총학생회사무실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 13일 서총련간부 55명을 중앙대 안성캠퍼스에서 검거한 이후 「서총련 중앙상임위원회 폭력연행에 대한 규탄문」이라는 유인물이 뿌려지고 사건현장에서 「연행학우 석방」등의 구호가 외쳐진 점등으로 미루어 이번 사건이 서총련에 의해 사전에 조직적으로 계획된 것으로 판단,관련학생들을 색출해 전원 구속할 방침이다. ◎“절대 용납못해” 최형우내무장관은 14일 『대학생들이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관서를 화염병으로 기습한 것은 법질서와 사회안정을 근원적으로 해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이번 사건의 배후를 철저히 규명해 차제에 공권력에 대한 도전행위를 완전히 뿌리뽑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장관은 서총련등 운동권학생들이 이날 새벽 서울및 이리 시내 경찰서와 파출소를 기습한 것과 관련,김화남경찰청장과 이기태서울경찰청장을 배석시킨 가운데 특별담화문을 발표,이같이 강조했다. 최장관은 『대학생들이 경찰서와 파출소 10곳을 기습방화하고 장비와 기물을 파손하는등 불법폭력행위를 자행한데 대해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관서에 대한 이같은 폭력행위는 어떠한 동기나 명분을 막론하고 법치국가에서는 절대로 용납될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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