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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동의없이 당원등록 물의

    오는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50만명에 달하는 당원을 모집한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본인의 동의 없이 기간당원을 모집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 지역의 60세 이상 노인 70∼100명은 입당의사를 밝힌 적이 없었지만 지난해 7월 우리당 기간당원으로 등록됐고, 매달 통장에서 1000∼2000원의 당비가 빠져나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우리당 관계자들이 본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개인정보를 도용,‘유령 당원’을 만들어 노인들이 강제로 당비를 납부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배기선 우리당 사무총장은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가 안 가고 일단 경위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거든 -‘부넝숴(不能說)’ 중에서 ●편집자주:원고의 각주는 편의상 모두 본문 안에 삽입했습니다. 1. 형식에서 정서로, 혹은 인식에서 믿음으로 김연수는 똑똑하고 성실한 작가다. 이것은 물론 그의 작품이 증명해 주는 바다. 이미 첫 장편 ‘7번 국도’의 하이퍼텍스트적 글쓰기에서 그것이 예고되었고,‘굳빠이, 이상’에서는 그의 ‘좌뇌’가 승한 글쓰기가 과도하다 싶을 만치 절정을 이뤘으며, 최근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는 논픽션적 자료의 편집으로 픽션을 제작하는 방식의 글쓰기(이에 대해서는 김연수 심진경 류보선의 좌담 ‘작가-되기, 혹은 사라진 매개자 찾기’, 문학동네 2005년 가을호 참고)가 일가를 이뤘다고 할 만하다. 새로운 소재와 생생한 묘사라는 ‘발로 쓰는’ 글쓰기가 유행하는 가운데, 김연수는 그 나름 ‘읽고 쓰는’ 글쓰기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고나 할까? 예컨대,‘공야장 도서관 음모 사건’의 보르헤스식 모티프에서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에 나오는 경성제대 이어철 박사의 ‘냉수를 마셔라’라는 자료에 이르기까지, 또 휘트먼의 시에서 한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레퍼런스는 실로 화려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비록 대중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읽을 만하다. 읽을 만하다는 것은 그 자료적 풍부함과 형식적 공들임이 해석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김영하나 백민석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라는 소재적 새로움을 문단에 던져줄 때, 김연수는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라는 형식적 새로움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는 자칭 “현학적인 문학근본주의자”인 것이다. 더불어 김연수는 시대적 상처와 유관한 작가다. 첫 단편집 ‘스무 살’의 ‘구국의 꽃, 성승경’에서 투신하는 학생 운동가라든지,‘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첫사랑’에서 수배자의 고백이라든지,‘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의 배경이 되는 광주항쟁과 지역감정의 문제라든지, 이처럼 80년대적 상황과 사회적 투쟁의 상처는 89학번 김연수에 의해 소설 안으로 계속해서 호출된다.“세대의식과 소설가적 자의식을 맞세우며 자신의 소설적 지평을 지속적으로 갱신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물론 김연수가 등단했던 1990년도는 집단의식보다는 ‘나’가 문단의 화두였다. 한편에서는 윤대녕, 신경숙이 ‘나’를 돌아보며 내면으로 침잠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김영하가 그 ‘나’를 파괴하겠다며 나르시스트의 ‘거울’을 부수고 있었고, 백민석의 주인공들이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지 않았으며, 여러 문화적 코드들이 혼종된 작품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다. 억눌렸(렀)던 개인의 욕망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고, 왜곡된 방식으로 사회의 모순된 구조가 드러났으며, 그 와중에 대사회적인 투쟁이나 고민은 이미 유행지난 옷가지처럼 옷장 깊숙이 처박힌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김연수의 주인공들은, 학생운동의 과잉진압으로 죽은 ‘성승경’의 동생 ‘승진’이 죽은 누나의 원피스를 입고 유령처럼 밤거리를 헤매듯, 그 유행지난 옷가지들을 자꾸 꺼내서 입어본다. 그는 자칭 “80년대에 가까운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옷은 역시 유행에 걸맞지 않는 터라, 더불어 이 부채의식이라 할 만한 것에 짓눌려 있기에 작가의 상상력의 궤적이 너무나 크고 그의 지적 발랄함이 너무나 경쾌한지라 “김연수에게 문학적 글쓰기는, 자신의 진실을 고통스럽게 토로하는 것보다는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쪽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서영채,‘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문학동네 2002년봄,p328)라는 지적이 폭넓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김연수 식 예의 그 경쾌한 글쓰기는 ‘사랑이라니, 선영아’라는 재치있는 연애소설에서 그 빛을 발하고, 결국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편집자, 주석가, 번역가로서의 그의 재구성 능력이 우연과 필연, 진실과 거짓에 관한 통찰까지 얻음으로써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이렇게 본다면 김연수에게 80년대적 상황 혹은 세대 감각,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다소 우울한 정서의 문제는 작가가 초지일관하고 있는 형식적 구성력에의 관심, 또 그에 값하는 작가의 능력에 의해 묻혀 버리게 된다. 따라서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징후적으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들과 그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고독과 비애의 정서는 “이 소설만큼은 연필로 쓰기로 결심했다.”라는 작가의 고백과 함께, 김연수의 작품 목록에서 특이한 것으로서만 간주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집의 독특함 혹은 이질성에 대한 평가는 뒤이어 나온 ‘유령작가’의 형식적 강렬함에서 더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편 연재를 시작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문학동네,2005년 겨울호)에서 김연수는 다시 80년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끌고 오면서 전후 한국 현대사를 거론하고, 그러면서 인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렇다면 김연수는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쯤 되면, 김연수의 ‘변전’(김형중),‘기획력’(심진경), 혹은 ‘문턱 넘기’(김연수)는 여전히 한쪽에는 세대의식, 한쪽에는 작가의식을 놓고 그 양극 사이를 진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수 소설에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김연수는 애초에 인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작가라는 것이다. 그가 유지해 왔고 벌써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이는 포스트모던적 글쓰기나 불가지론적인 사고에는 세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그의 세계인식이 “그러므로 진실은 없다.”는 냉소나 허무주의가 되지 않고,“진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인간에 대한 끝없는 관심 때문일 텐데, 그것은 어떤 ‘정서’의 집약을 통해 스며 나오기도 하고,‘의지’ 혹은 ‘믿음’으로 실천되기도 한다.“아프지 말아라, 너무 아파하지 말아라”(‘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194.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1:페이지수)라는 식의 위로와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창작과 비평사,2005,p.28.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2:페이지수)라는 의지 같은 것들이 김연수를 해체적 허무주의자라는 평가로부터 지켜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한복판에 항상 ‘언어’에 대한 고민이 놓인다는 점이다. 소설집의 제목에 ‘작가’라는 말을 대놓고 쓸 만큼, 또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목록이 다수에 해당할 만큼 그에게 언어의 운용은 중요하다. 김연수 소설의 인물들이 흔히 무엇을 쓰거나 말하거나 읽고 있다는 사실도 그 증거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언어 수행 행위를 바탕으로 해서, 김연수만의 진정성과 고민의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으로 이 글은 쓰여진다. 그의 형식적 기발함과 재치와 성실성에 묻혀 버린 김연수의 진정성은 무엇이고, 그가 멈추지 않는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는 그 질문을 지금껏 어떻게, 어디까지 해결했나? 2. 기억으로 말할 수 없는 것, 말로 기억할 수 없는 것-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작가가 그렇듯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말하거나 쓴다. 김병익이 지적했듯,‘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작품들은 이제 무엇에 대해 쓰기 시작하겠다는 말을 먼저 밝히는 것으로 서두를 뗀다.(김병익,‘(해설)말해질 수 없는 삶을 위하여’, 위의 책)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는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 채 혼잣말을 계속하고, 그의 이혼한 아내는 꿈꾼 것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부넝숴’와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의 화자는 아예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편 ‘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일방적인 편지 형식이며,‘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여자 친구의 자살 원인을 알기 위해 ‘소설’을 쓴다. 유서에 자신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도 남겨 놓지 않은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라는 처절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너’의 흔적을 그리고 ‘우리’의 흔적을 더듬는다.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혼잣말이며,“사랑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꿈 속까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며, 편지에는 답장이 없다는 것이며, 소설 속의 인과관계 안에서는 어떤 진실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언어는 장애를 지니고 있다. 말은 할수록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처럼 단어 몇 개로밖에 소통할 수 없는 말하기가 더 단호하고 정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계속해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허무한 일인가. 그래도, 여하튼, 침묵은 비겁하다. 그래서 인물들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또 말하고 쓴다. 전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도 그랬다. 그렇지만 그들은 타인과 소통할 수 없음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아니 그 점에 대해서는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왜일까? ‘첫사랑’의 ‘나’는 수배중이다. 자수할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첫사랑 ‘정인’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다. 그 편지 내용이란 건 거창할 게 없다.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역설적으로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떠올려지듯 ‘나’는 어린 시절의 몇 가지 사건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고해성사를 해나간다. 자신의 관심이 무시당하자 정인의 뺨을 때린 일, 혜지누나에게 화풀이하듯 “남의 잔에 술이나 따르는 더러운 년이 일식은 무슨 일식”(1:114)이냐며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 등을 얘기한다. 그런 고백의 사이사이에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데프콘 발동”,“직선제 개헌”과 같은 정치적 사건들을 무심히 끼워 넣는다. 그런데 그 편지는 단지 자신의 지난날을 정리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망쳐버리는 동물은 사람뿐이야.”(1:114)라는 뒤늦은 뉘우침을 고백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남겨야만 한다는 초조한 마음”(1:98)에 사로잡혀 편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특별히 그 대상이 ‘정인’이어야 할 것도 없다는 점이다.‘정인’의 주소는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었고, 정인에 대한 기억도 따라서 우연히 떠올려 졌을뿐이다. 결국 고백을 들어줘야 할 그 ‘누군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뿐이다.“너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을”(1:105) 연구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이제 “나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이 바로 자기 안에 머물기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까닭 없는 슬픔과 한없는 기쁨과 막연한 불안감이 하늘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처럼 내 안에서 서로 섞여서 하나의 거대한 원으로 바뀌는 동안, 조금씩 둥근 원이 태양 속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지. 눈물 방울처럼 검은 유리판에 새겨진 그 아름다운 노란빛. 언젠가 보았던 너의, 또 혜지누나의 눈물 맺힌 눈동자처럼 한쪽 부분부터 흔들리는 그 둥근 빛. 그러나 결코 부서지거나 망가지지 않을 그 소중한 동그라미. 무한히 수축됐다가 다시 온 우주로 퍼져나가는 그 노란 물결.(1:118)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둥근 노란빛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 특히 일식을 보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아버지를 따라 나간 시위에서 처음 본 ‘펄럭거리는 노란빛’, 어린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그 노란빛,‘나’는 그게 꿈이었고,‘사랑’이었다고 정의 내리고 이제 일식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 그렇지만 검은 유리판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태양에 의해 완벽하게 가려진 그 노란빛은 꿈도 사랑도 아니다. 어쩌면 꿈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실재(real)를 가리고 있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예쁘던 반딧불이 실은 끔찍한 벌레에 다름 아니었듯 말이다. 이렇게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서 사랑하고 내 안에서 꿈꾸고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에서 ‘게이코’는 어떤가. 이 작품에서도 편지는 중요한 모티프다.‘태식’과 ‘김씨’가 크리스마스 날 케이크 판 돈을 갖고 사라진 게이코를 찾으러 가는 데는, 게이코가 받았던 펜팔 편지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게이코의 아버지는 월남 가서 실종됐고, 엄마는 자살을 했고, 따라서 그녀는 ‘천애고아’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엄마’라는 단어 대신 ‘모친’이라는 단어를 쓰는,“하루에 열 마디 이상을 하지 않고”,“말한다고 해도 더듬기 일쑤”(1:29)인 ‘게이코/경자’는 ‘서유진’이라는 이름으로 ‘수잔’에게 펜팔 편지를 쓴다. 답장도 받았고 게이코는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와 서로 소통하는 듯 보이지만, 그 답장은 ‘게이코/경자’에게 온 것이 아니며,‘게이코’가 만들어낸 또 다른 나인 ‘유진’에게 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편지에 털어놓는 이야기란,“펜팔 가이드”의 예문대로, 자신은 다니지 않는 학교 얘기, 자신은 가본 적 없는 캠핑 얘기일 뿐이다. 학교와 캠핑, 날씨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 등이 ‘게이코’ 또래가 누려야 할 삶의 전형이어야 하는 것이다. 말더듬이 게이코는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수잔’에게 일지라도 자신이 그런 삶과는 거리가 먼 빵집에서 일하는 말더듬이 고아라는 것을 이야기할 리 없다. 아니 어쩌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자기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잔’을 대화 상대로 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가 말을 더듬는다는 것도 말하기 싫다는 무의식적인 의지의 표명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게이코’는 왜 편지를 쓸까. 그 편지 역시 ‘첫사랑’의 편지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받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녀는 빵집에서 여전히 빵처럼 둥근 그 노란 빛 아래서 편지를 쓰면서, 그렇게 자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꾸며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식으로라면 그녀가 빵집 창문에 다 못 쓰고 간 ‘New Year‘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편지를 쓰지만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물러 있듯, 게이코의 행방의 단서가 되었던 편지는 당연하게도, 그녀가 간 곳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처럼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에게 쓰는 행위는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려는 행위이며, 결국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다. 그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될 만한 것들을 차단한다. 단지 각자의 기억을 더듬고 각자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이처럼 그들의 쓰기/말하기/읽기는 자기 충족적이다. ‘리기다소나무숲에 갔다가’의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끊임없이 ‘만담’을 하는 것도 ‘나’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치유의 과정에 가깝다. 카페 여자와 딴 살림을 차렸다가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자살 소동으로 시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촌은 내 “인간 연구”의 대상이다. 나는 왜 “인간 연구”에 골몰할까? 대학 1학년 때 분신 장면을 목격한 나는 “죽을 게 뻔한 길인 줄 알면서 걸어갈 수밖에 없는 심정”(1:151)이 무엇일까 라는 숭고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질문은 삼촌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하튼 삼촌에게 “물망초 여자 진짜로 사랑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즉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에 삼촌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 삼촌 역시 ‘나’에게 답하고 있다는 자의식 없이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그들 사이에는 질문과 답의 형식이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없다. 삼촌은 넋두리를 늘어놓듯 자신의 로맨스를 말하기 시작하고, 도라꾸 아저씨는 옆에서 “하이고, 조카 듣는데 창피하지도 않나? 뭔 사설이 그래 기나?” 라는 식의 추임새를 넣어 준다. 가히 ‘만담’ 수준이지만, 혼잣말에 가깝다. 이 ‘만담’ 속에서 나는 삼촌을 이해했고, 삼촌은 공감을 얻었을까? 이해는 앎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앎이 이해와 치유의 첫 걸음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해받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 삼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그 길은 가지 않은 길이고, 여전히 삼촌은 ‘리기다소나무 숲’ 안에서만, 혹은 자신 안에서만, 지난 날 부르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더 로드 낫 테이큰’을 읊조리는 수밖에 없는 것을.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만담’을 하는 동안,‘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의 ‘봉우’는 그야말로 시답지 않은 ‘농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국낙서문학회 지역지부에서 ‘나대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봉우에게 삶이란 ‘만반의 준비는? 5천. 평생동지는? 12월 22일’ 따위의 말장난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방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주간지의 독자페이지에 이런저런 낙서를 지어서 투고하는 일에 열을 올리면서 봉우에게 삶은 더더욱 우스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봉우가 만든 최고의 낙서는 바로 ‘인생이란? 픽션에 불과하다’였다.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망상이 빚어낸 허상과 직면하니 그야말로 인생은 픽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1:192) 뱃 속에서 죽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절에 들어가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만드는 ‘예정’은 “시답지 않은 주간지에 아무 짝에나 소용없는 낙서 따위나 투고하는”(1:197) 봉우에게 세상을 모르는 ‘멍청이’,‘어릿광대’라고 소리친다. 봉우는 그야말로 상처와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나대로’ 그 상처를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며, 그 외면의 방식이 바로 ‘낙서질’이었던 것이다.“아기가 죽으면서 봉우의 마음속에서도 뭔가가 죽어나갔고” “그 자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지만”(1:198) 봉우는 낙서질을 통해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하는 일이 상책일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하는 순간 자기를 보호하던 그 ‘노란 빛’은 꺼져버릴 수도 있고,‘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넋두리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봉우 역시 “자기만은 어두운 산길에 혼자 버려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한다면 봉우의 그 두려움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괘 감정으로서의 불안(불안과 증상에 대한 논의는,S. 프로이트,‘억압, 증상, 그리고 불안’,‘정신병리학의 문제들´, 열린책들,2003)에 다름 아닐 텐데, 그 불안은 ‘나대로’의 낙서라는 증상을 극복하고 상처와 맞설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예정이 자기 안의 ‘노란빛’을 밖으로 드높이 내걸 듯, 혹은 게이코가 빵집을 나와 어디론가 첫걸음을 내딛듯 말이다. 그렇게 했을 때 “노란 꽃잎 가장자리가 흐려지면서 노란색과 초록색과 진회색이 서로 경계도 없이 뒤엉켜”(1:181) 버리듯,“꼭꼭 막아둔 마음의 가장자리도 그렇게 풀리게” 된다. 이제 자기 밖으로 나와 그렇게 풀린 ‘노란빛’은 ‘첫사랑’에서와 달리,‘사랑’도 될 수 있고,‘꿈’도 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 최소한 그럴 가능성은 있다. 이처럼 증상과의 타협에서, 증상에의 만족에서 나오는 첫걸음이 도달해야 하는 것은 결국에 “병에 걸리는 원인을 제거하는 일”(1:229)이며,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책”이다.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이 어떤 위험을 동반하든 그 알 수 없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이 필요하고, 그것이 비로소 윤리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의 상처, 그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도출된다. 상처는 분명 어떤 ‘좌절’에서 기인할 텐데, 일단 우리는 각각의 서사 속에 끼워져 있는 시대적 배경들을 통해 그 상처가 밖으로부터 투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은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이며, 이 작품은 일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물론 여기에서도 쓰기와 말하기에 값하는 ‘읽기’를 통한 상처치유의 행위가 지속된다. 전라도 출신 아버지가 시대에 무기력했던 자신을 용서하고 그 시대 자체를 용서하는 방식은 바로 ‘신문 스크랩’이다. 그리고 ‘내’가 그 초라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아버지의 그 신문 스크랩 ‘읽기’이다.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에 기대 나는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천천히, 붙여 놓은 기사를 읽었다.(중략)다 읽은 뒤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글자와 글자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를 읽었다. 아무리 읽어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 여름 내내 도서관 한쪽에 앉아서 도대체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누구를 용서했던 것일까? 파도와 파도 사이, 바람과 바람 사이, 달빛과 달빛 사이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다.(1:65∼66) 주목할 점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읽기의 방식이 자족적이고 자위적인 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통을 위한 매개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버지는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문 채로 그 상처를 짓누르고 있지만, 그 ‘신문 스크랩’은 ‘나’로 하여금 초라한 자신의 아버지에게 다가가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의 신문 스크랩을 아무리 읽어도 그 아버지의 마음에 가 닿을 수는 없지만 여하튼 나는 “고작 딸이 집을 나갔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듯하고,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게 생기고,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전적으로 회상에 의존한 작품은 ‘뉴욕제과점’이라는 자전소설 밖에 없다고 작가가 밝혔듯, 우리는 이 소설집을 단순히 회상 형식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추억의 보고서’ 또는 ‘반성의 기록’(정선태,‘(해설)빵집 불빛에 기대 연필로 그린 기억의 풍경화’,‘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295)으로 읽을 수 없다. 그 속에는 분명,‘언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통찰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언어’의 불가능성, 즉 언어 자체로는 어떤 진실에도 가 닿을 수 없고, 소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해묵은 해체적 사고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가라타니 고진에 따르면, 언어와 비극은 반복될 수 없는 일회성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즉 구조로 회수될 수 없는 다수성과 사건성이라는 점에서 서로 관련된다. 비극적 인식이란 바로 그러한 언어 안에 놓인 인간 조건을 발견하는 일이며, 이처럼 다시는 반복할 수 없다는 언어에 의한 고통은 인간이 결코 ‘아이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마르크스의 비유로 확인된다.(가라타니 고진,‘언어와 비극’, 조영일 역, 도서출판b,2004,pp65∼86)그런데 고진은 ‘아이’가 단지 비유가 아니며, 아이는 이미 어른 이상으로 인생을 알고 있는 존재, 어떤 순수한 비애와 부조리감을 깨닫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에 기댄다면,‘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전편을 감도는 슬픔과 비애의 정서는 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잃어버린 기억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반복될 수 없는 ‘기억’, 반복될 수 없는 ‘언어’적 조건과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수는 “기억이나 회상을 기본적으로 불신”하며 “글쓰는 순간만의 진실”(김연수 외 좌담, 앞의 글,p.81)을 믿는다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가 ‘기억’해 낼 것은 없고 ‘언어’로 표현해야 할 것도 없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순간 순간의 진실일 뿐이라는 말인 듯싶다. 그 일회적인 언어에 의존하여 쓰고 말하고 읽음으로써 자신의 상처 안에 거주하는 방식으로는 상처가 완벽히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해주고 있다. 이는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2:61)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세계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3.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넘어서는 몇 가지 방식-‘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최근작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의 할아버지는 죽기 전 두 개의 글을 쓰고, 하나의 글만 남겨둔다. 남겨둔 글은 “世上萬事 一場春夢 돌아보매 無常ㅎ구나”로 시작되는 203행의 대서사시로서,“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평양전쟁, 한국전쟁,4·19,5·16 등 한국 현대사의 최중심지를 관통해온” 한 남자의 생애를 담은 것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그 한 남자의 생애는 또래의 다른 남자의 생애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서사시는 한 인간의 내밀한 역사를 다룬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역사를 다룬 시라고 봄이 정확하다. 할아버지는 그 역사를 증명하는 ‘한 남자’일 뿐인 것이다.“할아버지의 또 다른 글은 누구도 읽어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죽기 전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불태우면서 그 다른 글 역시 태워버렸다. 그 글에는 서사시에서 볼 수 없는 다른 것이 들어 있을 테고, 그것은 인간의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일 테니 다른 사람은 엿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4·4조의 정형적인 형식처럼 그 서사시가 어떤 일관되고 형식적인 구조에 속하는 추상화된 개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 불태워진 할아버지의 그 비망록은 여전히 ‘언어’로서도 ‘기억’으로서도 도달할 수 없는 개개인의 진실을 의미한다.“한 개인의 진실이란 깊은 밤, 잠자리에 누워 아무도 몰래 끼적이는 비망록에나 겨우 씌어질 뿐이고”,“서로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옆에 누운 사람의 비망록을 들여다보지는 못하는 것이니” 할아버지의 그 두 글 사이의 거리는 엄연한 것이고,‘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인과관계의 구조로 엮어진 ‘그’의 소설이 현실(reality)과도, 실재(the real)와도 멀어진 거리와 같다. 실재와 구성화된 그것 사이의 거리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지도에서 비워진 행로로 상징된다. 일년 전 이혼한 아내와 우연히 재회한 ‘나’는 아내를 따라 인사동 거리를 걷는다. 아니 함께 걸었다기보다는 아내를 따라 걸었던 것인데, 그 ‘길’은 한 개인의 진실로 들어가기 위한 끝없는 여정을 뜻한다. 꿈 얘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애초에 그런 소통의 의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꿈따위는 잠에서 깬 다음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이었던 ‘나’는 그런 아내의 의지조차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언제나 사후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 그는 이제 그 아내의 진실, 아니 그녀와 자신의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지적도를 사고 그날을 행로를 그려 본다. 하지만 기억의 행로는 언제나 불완전한 것이고, 지형도가 아닌 ‘지적도’일지라도 그것은 실재의 ‘유사물(le semblant)’일 뿐이므로, 그 유사물 속에서는 모방된 진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바디우(Alain Badiou)에 따르면 진리는 언제나 특수한 상황의 진리(S. 지젝,‘진리의 정치, 혹은 성 바울의 독자로서의 알랭 바디우’,「까다로운 주체」,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5,pp.208∼218)이다. 하나로 이어진 선 안에서는 그 다양한 상황의 진리들은 모두 지워져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연결될 수 없음에도 그어지는 그 많은 선들은 다 무슨 의미일까? 역사의 인과관계가, 혹은 지나간 일들의 진실이 도중에 사소하고 우연적이고 꾸불꾸불한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단숨에 긋는, 그런 선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가 그날 걸어간 복잡하고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는 무엇일까?(2:19) 따라서 ‘나’의 생각이 미치는 지점은 모든 삶의 행로는 우연이고, 그 안에서 진리는 발견될 수 없고, 나의 불행도 그저 불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삶의 우연성을 인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 그리고는, 결국엔,“오랜 시간이 흐르고 하면 지금의 우연한 일들도 모두 필연이 된다”(2:28)는 정답을 얻어낸다.“우리가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그날 길 잃은 아이들처럼 골목길을 한 없이 걸어다녔던 일들도 필연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거대한 ‘농담’일 수는 있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나’는 윤리적 행위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디우는 ‘사건에의 충실성’이라는 말로 윤리를 설명한다.(A 바디우,‘윤리학-악에 대한 의식에 관한 에세이’, 이종영 역, 동문선,2001)그가 정의하는 ‘사건’이란 인식 범위 밖에서 발생하며,‘공식적’ 상황이 ‘억압’했던 것을 가시적이게 만드는, 언제나 어떤 특수한 상황의 진리이다. 따라서 사건에의 충실성이란 사건의 견지에서 ‘인식’의 영역을 횡단하고, 그 속으로 개입하고, 사건의 기호를 찾는 지속적 노력을 가리킨다.(이하 한 단락의 내용은 S. 지젝의 앞의 글을 참조하여 정리한 것임) 지젝의 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바디우의 논의는 “범역적 우연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보편적) 진리의 소생”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실재 사물과의 모든 열정적 조우가 환영일 뿐이라는 해체주의적 사고와 대립된다. 요컨대, 후근대적 해체주의자들이 비관주의의 한계 내에 머물러 있을 때, 바디우는 “기적은 실로 일어난다.”는 전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성과 불멸성에 대한 이와 같은 바디우의 추구는 물론 개별적인 상황, 다양성의 상황의 전제로 하는 열린 개념이다. 다소 길게 인용된 바디우의 논의를 따라,‘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결국 내가 삶의 모든 길은 우연이고 진실은 알 수 없다는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고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버텨보기로 했으니까.”라고 말하는 것을 ‘진리’를 위한 행위이고,‘사건에의 충실성’을 담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자기 안에 머무는 회피나, 삶은 우연에 불과하다는 회의에 빠지지 않고 한 개인의 진실, 혹은 삶의 진실에 가 닿으려는 ‘행위(act)’를 시작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태도는 분명, 자기 안의 둥근 노란빛에 의지하여 자폐적으로 말하고, 쓰고, 읽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속 인물들의 태도와는 차별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그’가 쓴 소설의 첫 문장이 “패배는 내 안에서 온다. 여기에 패배는 없다.”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들은 패배주의자가 아니라, 고투하고 있는 인물들임에 분명하다. 그 고투의 방식을 몇 가지 단계로 분류해 보자. 첫 번째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와 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끝없이 질문하고 소통에의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이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 세영과 네즈미가 지도를 보고 찾아간 길이 잘못 된 길이었지만, 세영이 “돌아갈 수 없어, 네즈미. 우린 계속 가야 해”라고 말하는 것도 이 첫 번째 방식 안에서 설명된다. 잘못 들어선 길이 “공로가 아니라 사유지”라는 것도 상징적이다.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의 진리, 혹은 개개인의 사적인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 번째는 ‘말’이 아닌 ‘몸’으로 다가가는 방식이다.‘부넝숴’를 한번 보자. 지평리 전투에 투입되었던 중공군 ‘나’는 들판을 가득 메운 매화꽃잎들처럼 지평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전사자들 틈에서 한 조선인 여성 구호원에게 구조된다. 그들을 실어 나르던 트럭이 전복되고 그 둘은 외딴 농가에 고립된다. 날짜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먹을 것도 없고, 죽음을 지척에 둔 상황에서 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한 일은 두 가지이다. 몸을 섞거나 시를 읊거나.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그때의 일은. 살아 있다는 건 그토록 부끄럽고도 황홀하고도, 무엇보다도 아픈 일이더군. 아프다는게.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그 순간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어. 그래서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도 계속하라고 채근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우리는 쉬지 않고 몸을 섞었어. 죽음이 지척이었으니까.(2:71) 그들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몸을 섞는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고통 속의 향유(jouissance)’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만하고 그 향유의 끝장을 보는 ‘죽음충동’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그들은 그렇게 “몇 번이나 해가 뜨고 저물었는지, 몇 번이나 달이 둥글어졌다가 다시 여위어졌는지”(2:75)도 모른 채, 수색대가 왔다가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돌아가는 것을 “죽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만 살아서 지켜보고 있는지”(2:75)도 모른 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든다. 결국 ‘그녀’는 죽고 ‘‘나’는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나’는 이제 점쟁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라캉이 ‘죽음 충동’과 관련하여 ‘두 죽음 사이의 영역’(위의 책,pp.251~265)이라고 말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라캉에 따르면 그곳은 상징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 사이의 영역으로서 존재의 질서 너머에 있는 유령적 환영의 영역이다. 그곳은 ‘죽음 너머의 삶’이 갑작스레 출현한 장소이고, 상징화되지 않는 ‘불가분의 잔여’이기 때문에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예컨대, 그 형상은 운명을 이행한 이후의 오이디푸스, 즉 ‘과도하게 인간적’이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자, 어떤 인간적 법칙들이나 고려 사항에도 묶여지지 않는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그녀’의 피를 1000그램이나 수혈받고 죽음의 경계를 넘은 ‘나’는 이 ‘산죽은-파괴불가능한’ 유령적 대상과도 같다. 운명을 보아버린 ‘나’는 이제,“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세상에서 믿기 어려운 얘기”(2:77) 속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산죽은’ 존재인 것이다. 이와 같은 두 번째 방식, 온몸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이 성공적이라면 그 순간 상징적 질서로 편입되는 어떠한 ‘언어’도 소용 없게 된다. 그렇다고 그 방식이 성공했는가. 그 둘이 함께 ‘몸’을 통해 ‘유사-죽음’을 경험했더라도, 여하튼 현재 ‘그녀’와 ‘나’ 사이에는 역설적으로 ‘죽음’이라는 경계가 놓여 있지 않는가? 여기서 굳이 라캉의 ‘성관계는 없다’는 공식을 끌어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취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의 행위를 아예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설령 그게 죽음일지라도. 그것은 소통에의 ‘의지’를 드디어 ‘실천’으로 관철하는 일이며, 반복될 수 없는 ‘언어’의 한계,‘기억’의 한계,‘몸’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의 세영이 5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했던 남편에게 자신이 절대로 이해 못하는 다른 삶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는, 아니 극복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식이냐 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배신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언니의 동거남,‘네즈미’와 섹스를 하는 방식이다. 네즈미에게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드는” 세영의 방식이 “무모한 열정”으로 보이지만, 세영의 그 무모한 열정은 끝장까지 간다. 자동차 사고로 남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2시간 동안 울기만 했던 세영, 그렇게 다른 삶이 있었던 남편의 죽음을 방조했던, 아니 어떤 행동(action)도 하지 않음으로써 적극적으로 행위(act)했던 세영은 결국 ‘자살’한다.(정신분석은 행동과 행위를 분리한다. 행위는 그것의 담지자(행위자)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다는 점에서 행동과 다르다. 행위 이후에 나는 ‘전과 동일하지 않다’. 행위 속에서 주체는 무화되고 뒤어이 다시 태어난다는 점에서, 라캉은 ‘자살’을 모든 (‘성공적’) 행위의 전형으로 파악한다. 알렌카 주판치치,‘실재의 윤리’,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4,p.133∼134) 세영의 방식이 극단적이고 무모하다면,‘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어떠한가. 이 작품에는 소통 불가능성과 그 불가능을 넘어서는 시도와 그 결론이 모두 담겨 있다. 그것은 “사랑의 모든 국면을 다 경험”함으로써,“심지어 죽음까지”도 경험함으로써만 가능한 결론이다. 여자 친구가 마지막으로 읽은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나서도,‘소설’ 쓰기를 통해서도 애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그녀와 자신의 삶에,“어떤 진실도, 상상도, 이해도 없는”(2:151) 가장 합당한 주석을 달며, 그저 “짐작을 하며”,“그 사이를 원래 그대로 틈으로 남겨두고 살아가는 일”(2:143)이거나, 둘째,“지도에서 비워진” 그 곳으로 직접 가보는 일이다.‘그’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그것이 “서로를 속이는 것도, 속는 것도 없는” “인간에게 누구나 있는 어두운 구멍”(2:43)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이고,‘의지’의 방식을 택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가 ‘결국 가야하는 길’이고,‘부넝숴’의 ‘나’가 ‘덜/더 가버린 길’이다. 당연히,‘그’가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향해 가는 것은, 이처럼 ‘몸’으로도 ‘언어’로도 이해 불가능한 그녀를 이해하는, 아니 자신의 진실을 이해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그는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검은 그림자의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껄껄거린다. 여기인가? 아니, 저기. 조금 더. 어디? 저기. 바로 저기.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바로 저기. 문장이 끝나는 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꿈들의 케른,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할 바가 없는 수정의 니르바나, 이로써 모든 여행이 끝나는 세계의 끝.(2:154) 그곳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많다. 현실과 꿈이 뒤섞인 공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공간, 어떤 논리도 거부하는 공간, 죽음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공간 등등. 그러나 어떤 말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그곳은 가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실재’와 대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현실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용기’이다. 그 길을 가는 ‘그’에게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노트를 사면 항상 옮겨 적던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용기다. 아주 기이하고도 독특하고 불가해한 것들을 마주할 용기”(2:111)라는 릴케의 문장이 떠올랐을 것이다. 용기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자에게 그 용기를 갖는 일은 의무이다.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원정대장이 역설한 바대로 “분명히 의의가 아니라 임무”(2:117)인 것이다.“그 꿈이 제아무리 압도적이라고 해도 원정대는 그곳을 ‘정복’해야만 한다.” 불가능한 것을 자신의 ‘의무’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오로지 ‘의무’ 때문에 ‘행위’한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윤리적 주체(‘의무’와 윤리적 행위의 관계에 대해서는, 위의 책,5장 참고)이다. 4. 진실은 어디에,“대뇌와 성기 사이”(김연수,‘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문학동네 2005년 겨울,p.158)그 어디쯤 ‘유령작가’라는 말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김연수는 그 의미가 ‘대필작가’ 쯤이 된다고 말했고, 대부분의 논자들은 그 안에서 작가적 자의식을 찾아냈다.‘유령’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어보면 어떨까?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우리는 김연수의 최근 두 소설집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죽음을 넘어선 그 어떤 영역을 살펴보고 ‘유령’이 되어버린 작가가,‘아직’ 언어와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아이’에 머물고 있는 상처받은 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말이다.“아프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다 느끼라고. 아픈데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죽기 싫어서다. 그래서 눈물은 조롱거리가 되고 아픔은 비난받고 두려움은 무시되며 믿음은 당연하다고 여긴다.”(2:117). 우울은 도덕적 쇠약함이며, 죄라고 라캉이 말했던가?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가 위와 같은 말에 의지하여 낭가파르바트로 갔듯이 우리도 각자가 넘어야 할 산 하나쯤은 마음 속에 있을 것이고, 그 산을 넘기 위한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것의 우리의 ‘의무’이다. 그렇지만 ‘죽음’이 윤리적 행위의 전형이라며, 그 죽음을 통해서만 우리는 타자의 진실, 나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현실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김연수는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현실에서 이해는 필연적으로 오해가 되고, 살 부비는 부부 사이에서조차 서로의 마음 속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해결은 한 가지다. 그 “대뇌와 성기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마음’으로 진실을 그저 믿는 것이다. 김연수의 세계인식과 작가의식은 이제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결국 “모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이다(위의 책,p.121)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 어떻게 들려줄지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의 장편 연재가 기대된다. <끝> ■ 당선소감 “조금은 자신 갖고 내목소리 낼수 있을것” 글쓰기는 나에게 공포다. 학교에서 몇 개월째 학부생들의 리포트 상담을 하고 있지만 난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글쓰기에 관하여 조언을 해 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항상 회의적이다. 여전히 나는 무엇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절부절 못하고, 하얀 모니터 앞에서 머릿속까지 하얗게 비워지곤 하는 걸…. 그렇지만 여하튼 읽는 일은 행복하고, 쓰는 일은 나에게 작은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그래서 그 일들을 멈출 수가 없다. 혼자 품고 있던 그 공포와 행복 사이에 용기를 채워 준 이번 당선이 정말 기적 같다. 여전히 막막하고 두렵지만, 이제 조금은 자신을 갖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온전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턱없이 부족한 글이라 몹시 부끄럽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만으로도 더없이 많은 것을 일깨워 주시는 신범순 지도교수님과 국문과의 모든 은사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꽃비 내리는 자하연을 몇 번이고 함께 맞이했던 1동의 동료, 선·후배들의 자극에도 빚진 바 크다. 함께 공부하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그리고 나이 서른을 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철없고 무심한 자식을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어렸을 적부터, 성실히 읽고 쓰는 일을 너무도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게끔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글쓰는 순간이 진실’ 작가의 본질 파헤쳐” 응모작 총 20편은 작가론이 대부분이었고, 김현론을 비롯한 문학사적인 쟁점을 다룬 게 3편 있었다. 작가론 중에는 시인·소설론이 거의 반반씩이었다. 아마 최근 신춘문예 평론의 주류가 작가론으로 정착된 느낌이다. 특히 전후문학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4·19세대 작가론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늘의 작가론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시선을 끈 글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행복한 공간-김현론’(김윤정),‘몸의 형이상학, 모성적 관능과 타자없는 육체 사이-김선우론’(함돈균),‘속도에 저항하는 시의 모험-김기택론’(강영준)‘‘틈’을 바라보는 시선-배수아 소설을 중심으로’(김나영),‘고독의 의무, 소설의 의무-윤성희 소설집 ‘거기, 당신?’론’(이은주),‘‘유령’작가의 진실-김연수의 최근작을 중심으로’(조연정) 등이었다. 김현론은 정직한 글쓰기의 자세를 보여준 진솔한 비평적 자세가 돋보였으나 개인적인 체험에 너무 함몰된 점이 아쉬웠다. 김선우론은 인문학적인 거시적 시각으로 시인에 접근하면서 미세한 현대적 환상과 성담론을 분석한 점이 돋보였으나 일반론적인 해설위주에 그쳐서 아쉬웠다. 김기택론은 성실한 독법이긴 하나 해설론에 그친 한계가 있었다. 배수아론은 라캉의 틈 이론을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하려 했으나 결론이 너무 조급해 보였다. 최종적으로 윤성희론과 김연수론은 우위를 다툴 정도였다. 윤성희론은 반 루카치적인 소설론을 전개한 점이 시선을 끌었지만 문장력이 치밀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김연수론은 탈구조주의적인 이론의 틀에 너무 얽매인 느낌이 있으나 기억이나 회상을 불신하고 글쓰기의 순간만이 진실이라는 이 작가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헤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김윤식 임헌영
  • [문화캘린더]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미술관에서 31일(토)까지 ‘용산국제미술제’를 개최한다. 숙명여자대학교 주관 용산미술협회 주최로 일본 중국 몽골 베트남 독일 미국 러시아 등 7개국의 유명작가들의 작품 50여점을 포함, 총 212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한국화 서양화 조각 공예 디자인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02)3785-0505.●서울 광진구 내년 1월13일(금)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바리톤 김동규와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신아리랑 박연폭포 등의 우리 가곡과 아름다운 이탈리아 가곡들을 선보인다.R석 3만 3000원·S석 2만 2000원·A석 1만 1000원. 광진구민은 R석과 S석을 30% 할인해 준다.(02)2049-4700∼9.●경기 부천문화재단 예술정보도서관 다음달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가족과 함께 하는 뮤지컬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사전 예약 필수. 상영작은 다음과 같다.▲7일 오페라의 유령 ▲4일 사운드 오브 뮤직 ▲21일 마이 페어 레이디.(032)320-6323.●인천사이버시티센터 다음달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토요일 오후 3시에 DVD 영화 7편을 무료 상영한다. 상영작은 다음과 같다.▲6일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7일 우리형 ▲13일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14일 천공의 성 라퓨타 ▲20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21일 가족 ▲27일 보물성.(032)440-4135.
  • 서울신문이 선정한 2005년 국내외 10대 뉴스

    ■ 국내 ●황우석교수 ‘줄기세포 논문’ 조작 파문 ‘국보급 과학자’에서 ‘허풍 과학자’로 전락한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파문은 온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아직 완전히 조사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세계 최초라고 했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믿을 수 없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난치병 환자들은 다시 절망에 빠졌고 한국은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어떻게든 성과를 빨리 보여주려는 조급성과 과학자로서의 윤리 상실이 부른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안기부·국정원 수천명 불법도청 확인 7월 도청테이프 한 개의 내용이 폭로됐다.1997년 삼성측 인사들이 한 음식점에서 정치권과 검사에게 금품을 주려고 논의하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를 실마리로 국가정보기관의 불법도청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이 국가정보원을 사상 처음으로 수색하는 등 다섯달 동안 수사를 벌여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미림팀이 정·관·재·언론계 인사 수천명을 도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도청 추방을 외쳤던 김대중 정부에서도 도청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다. ●정부, 8·31 부동산투기 억제대책 발표 연초부터 서울·수도권 신도시 아파트값과 전국 땅값이 폭등해 서민들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졌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가격급등은 일반 아파트로까지 번졌고, 판교 신도시 광풍은 주변 아파트값을 끌어올려 연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11%(㈜부동산114 기준)를 넘어섰다. 결국 정부는 강력한 투기억제책이 담긴 ‘8·31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고, 연말부터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일부 투기억제 법률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국회 통과 12부4처2청의 국가기관을 수도권에서 충남 연기·공주로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법안이 3월2일 전격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도 헌법소원에 휘말렸지만 헌법재판소가 합헌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법리논쟁이 일단락됐다. 여권은 청와대까지 옮기려던 당초 계획에서 다소 물러서긴 했지만 대통령선거 공약을 지킨 것으로 자평했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재검토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청계천 47년만에 복원 ‘생태하천으로’ 서울 도심을 흐르는 청계천이 47년만에 복원돼 시민들 품으로 돌아왔다.1958년 콘크리트로 복개되면서 땅속에 묻혔던 5.84㎞ 물길이 10월1일 따사로운 햇볕을 되찾아 물고기와 새가 노니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공사 비용을 뛰어넘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성공적 하천복원 사례로 외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도 오랜 단장 끝에 새롭게 문을 열어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는 도심의 명소로 거듭났다. ●‘독도 영유권분쟁’ 한·일 감정대립 격화 일본 시마네현이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하는 조례안을 상정하고 주한일본대사가 서울 한복판에 앉아 ‘독도는 일본영토’라고 주장하면서 한·일 외교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3월16일 시마네현은 일본 정부의 묵인과 국수주의자들의 응원 속에 조례를 통과시켰다.6월20일 한·일 정상들은 냉랭하게 만났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0월15일 신사참배를 강행했다. 한·일 양국의 감정대립은 격화됐고 연말로 예정됐던 양국 정상간 정례 ‘셔틀회담’도 결국 무산됐다. ●기생충알 김치등 중국산 먹을거리 파동 10월 중국산 김치에서 납 성분에 이어 기생충알까지 검출됐다는 당국의 발표로 중국산 식품 전체가 극도의 불신을 받았다. 검출된 알이 모두 미성숙란이어서 직접적인 위해를 끼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한때 한국과 중국은 외교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11월에는 일부 국내산 김치에도 기생충알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먹을거리의 국민건강 위협이 심각하게 부각됐다. 또 중국산 어류에 이어 송어·향어 등 국내 양식 민물고기에서도 발암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다. ●한국축구, 월드컵 6회 연속 본선진출 한국축구대표팀이 6월9일 쿠웨이트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에서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하며 6회 연속 본선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월드컵 6회 연속 진출은 세계에서 9번째이고 아시아에선 최초다. 하지만 8월 초 열린 동아시아축구대회에서 2무1패로 꼴찌를 기록한 데다 8월17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졸전 끝에 0-1로 맥없이 패배, 조 본프레레 감독이 경질되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새로 영입하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여성 악법’ 호주제 2008년 완전 폐지 50년간 여성계의 숙원사업이던 ‘호주제 폐지’는 2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물꼬를 텄다. 헌재결정후 50일이 안돼 국회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호주제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호주제는 여성권리의 신장, 한 부모 가족 증가 등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존속시켜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유림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었다. 유예기간을 거쳐 호주제가 완전 폐지되는 2008년 1월부터는 가족 관계를 개인별로 관리하게 된다. ●과거사규명·사립학교법 여야의원 격돌 17대 국회는 ‘과거사 규명’과 ‘사립학교법’의 격랑 속에 여야간 극한 대립을 불러왔다. 여야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사대상과 범위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는데 지난 9일 ‘반쪽 통과’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는 정면 충돌, 연말까지 급랭정국이 이어졌다.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종교계의 불복종운동, 사학재단의 신입생 모집 거부 경고 등으로 반발이 확산되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불가’와 ‘단독 국회 개최’로 맞섰다. ■ 국제 ●카트리나 강타와 구겨진 미국자존심 8월29일 초강력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 멕시코만을 강타해 1306명이 숨지고 6644명이 실종됐다.‘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가 순식간에 물속에 잠겨 유령의 도시로 변하면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꼬리를 문다. 피해를 키운 연방정부의 늑장 대응은 초일류국가임을 자임해온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특히 재난 대처 과정에서 첨예화된 흑백간 인종 갈등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국제사회에 그대로 드러냈다. ●파키스탄 강진으로 7만5000명 사망 10월8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7.6의 파키스탄 강진은 7만 5000명의 사망자,350만명의 이재민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낳았다. 재난 앞에서 카슈미르 관할권을 둘러싸고 앙숙 관계였던 인도와 파키스탄은 국경을 개방, 구조작업에 나선 군인들을 오가게 했다. 그러나 영하 30도까지 수은주가 곤두박질치는 겨울이 닥쳐왔다. 이재민들에게 제공된 텐트는 대부분 겨울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어서 동사(凍死)자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전세계 확산 비상 ‘21세기 흑사병’으로 불리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하던 AI가 9월 이후 중국과 동유럽을 거쳐 서유럽, 중동, 미주로까지 번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결과 현재까지 AI로 숨진 사람은 73명.WHO는 특히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의 사람간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AI가 역병(疫病)이 될 경우 1억명 이상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이슬람계 런던 연쇄 폭탄테러 이라크전에서 미국의 최대 우방인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7월7일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했다.9·11테러 이후 4년만에 세계가 다시 테러공포에 휩싸였다. 출근길 런던 시민들로 붐비던 지하철과 2층버스에서 발생한 테러로 56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 인명피해 못지않게 충격을 준 것은 테러범들이 영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자생적인 이슬람계 이민 2세들이라는 점이다. 이후 테러용의자를 사살하는 과정에서 영국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프랑스 이민자들 ‘인종갈등’ 폭동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가 인종갈등으로 빚어진 폭동으로 불탔다.10월27일 파리 교외 무슬림 빈민가에서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 2명이 감전사했다. 이후 3주 동안 무슬림과 저소득층 이민자들이 사는 파리 외곽 지역에서 분노한 젊은이들의 방화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9000여대의 차량이 불탔고 약 3000명이 체포됐다. 이 소요사태는 이민자 2·3세의 사회통합문제, 실업, 빈부차 등 프랑스 사회가 안고 있던 모순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라크 주권정부 구성 행보 계속 혼란과 갈등이 노출되고는 있지만 주권정부 구성을 향한 이라크의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1월 제헌의회 선거를 통해 구성된 의회가 내놓은 새 헌법안이 10월 국민투표를 통과하면서 이같은 안정화 일정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발표가 늦춰지면서 정파간 갈등과 혼돈이 초래되고 있지만 내년 1월 총선 결과가 나오면 총리 지명, 내각 구성 등 새 정부 출범을 향한 정치 일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교황 보수파 베네딕토 16세 즉위 4월2일 26년 동안 재임해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저는 전부 당신의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선종한 뒤 전 세계의 이목은 바티칸에 쏠렸다.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네번째 콘클라베가 열린 같은 달 19일 오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 새 교황이 탄생했음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제 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 ‘하느님의 충견’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데서 볼 수 있듯 대표적 강경 보수주의자로 평가돼왔다. ●자민당 과반의석… 고이즈미 개혁독주 우정민영화를 기치로 중의원을 전격 해산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도박’이 ‘대박’으로 나타났다.9·11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15년 만에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고 개혁 독주를 시작했다.‘제왕적 총리’가 된 고이즈미 우경화도 탄력을 받았다. 취임 후 다섯번째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가 하면 아소 다로 외상 등 극우 인사를 내각에 중용해 이웃나라인 한국·중국과 최악의 외교마찰을 빚고 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 세계경제 긴장 연초만 해도 배럴당 40달러 안팎에 머물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6월27일 사상 처음 60달러를 넘어섰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 멕시코 만의 석유시설 피해가 생긴 8월 말에는 10월 인도분 WTI 가격이 70달러를 넘었다.3차 오일쇼크가 오리라는 우려는 이후 유가가 하락세로 안정되면서 다행히 기우로 그쳤다. 고유가 쇼크로 정신이 번쩍 든 미국을 비롯한 에너지 소비대국들이 원자력, 석탄, 에탄올 등 대체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 첫 女총리 메르켈 ‘좌·우 대연정’ 9·18 총선 후 두 달여의 연정(聯政) 줄다리기 끝에 독일 총리직을 거머쥔 앙겔라 메르켈. 조기 선거 승부수를 던진 7년 집권의 게르하르트 슈뢰더를 꺾었다.36년 만이라는 좌·우 대연정의 수장을 맡아 독일병을 치유하고 제2의 라인강 기적을 이룰지 주목된다. 취임 첫 날을 해외순방으로 연 메르켈은 유럽연합 예산안을 막후 조정으로 타결시켜 국제 무대 데뷔전도 성공리에 치렀다. 동독 출신과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제2의 대처’로 탄생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23일 TV 하이라이트]

    ●행복의 오솔길(EBS 오후 1시) 유익한 실버지침서 ‘건강의 비밀’에서는 72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김백윤 할머니를 만나본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활력있게 댄스를 즐길 수 있는 김백윤 할머니의 건강의 비밀을 알아본다. 또 노인들의 맞춤형 구직 프로젝트 ‘무한도전’에서는 나이를 잊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실버 주유원들을 찾아가 본다.   ●그 여자(SBS 오후 8시55분) 집으로 들어가던 지수는 자기 집에서 나오는 세정을 발견한다. 그 길로 지수는 세정의 뒤를 쫓아가 가까스로 그를 잡았으나, 세정이 차를 몰고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간다. 지수는 그때부터 재민을 닦달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분노에 가득찬 지수는 무작정 차를 몰고 가다가 앞에 오는 차와 부딪힐 뻔한다.   ●글로벌 비전(YTN 오후 1시20분) 웨일즈는 한때 세계 최대의 석탄 생산지로 세계경제를 움직였지만 지금은 유럽에서 가장 열악한 곳이 됐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석탄을 대체하자 탄광산업은 막을 내렸고, 지역경제도 덩달아 무너졌다. 산업형 질병과 가난, 실업이 겹치는 바람에 폐병, 우울증 등 각종 건강지수는 유럽 최저치로 떨어졌다.   ●맨발의 청춘(MBC 오후 8시20분) 준혁은 경주를 집으로 데려가 정식으로 인사시키자 당황스럽기만 하다. 윤정은 경주가 오빠 준혁의 여자친구로 찾아오자 깜짝 놀라 선주에게 연락한다. 화숙과 통화하고 싶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정환은 끝내 누르지 못한다. 한편, 인애는 경주가 준혁의 집에 인사를 드렸다는 말에 화를 내는데….   ●생방송 심야토론(KBS1 오후 11시50분)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여당이 강행 처리함으로써 야당과 사학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내용과 사유재산권 침해 여부를 둘러싼 위헌 논란, 전교조의 학교 장악 우려, 건학이념을 흔들 수 있다는 주장 등을 두고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사학법 개정안의 파장을 함께 짚어본다.   ●윤도현의 러브레터(KBS2 밤 12시15분) 전자음악에서 탈피해 진정한 라이브 연주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윤도현의 러브레터 겨울특집 제2탄. 이승환 클래지콰이 빅마마가 출연해 자리를 빛낸다. 또 박고테 프로젝트 이후 오랜만에 한 무대에 선 박수홍&박경림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The phantom of the opera’를 열창한다.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이존수전/30일까지 서울 관훈동 그린갤러리 학·호랑이 등 자연과 동·식물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풍토에서 만나는 거룩한 생명의 신비와 비인간적인 현실 등을 표현하고 있다.70여점의 유화 소품 전시.(02)723-7892. ■ 김남용전 ‘기억속의 풍경’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작업하는 김씨의 작품에서는 작가의 예술적 고뇌와 고요함,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화려하거나 현란한 색채를 배제하고 몇개의 선으로 추상적 흔적의 절제된 표현과 미의식이 살아움직인디.28일까지 서울 가회동 갤러리 마노.(02)741-6030. ■ 김수남 사진전 25년동안 전국을 다니며 한국의 굿을 사진으로 찍었다. 한국 샤머니즘과 전근대적 시골 여성문화의 모습이 담겨 있다. 내년 2월12일까지 경기도 사진갤러리 와.(031)771-5454. ●뮤지컬 유린타운/23일부터 무기한 신시뮤지컬극장 독점체제로 운영되는 화장실 사용권을 둘러싼 가상 현실을 통해 부조리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풍자하는 코믹 뮤지컬. 김재성 연출, 강필석 이학민 고명석 출연.1588-7890. ■ 록키 호러 쇼 1월15일까지 코엑스 콘퍼런스룸. 기성문화와 위선에 정면도전하는 파격적이고 유쾌한 컬트 록 뮤지컬. 홍록기 연출, 김태한 조서연 출연.(02)516-1501. ■ 매직 카펫 라이드 1월15일까지 성균관대 새천년홀. 록밴드 자우림의 음악 30여곡을 드라마와 결합시킨 팬터지 뮤지컬. 이해제 작·이현규 연출, 김선미 최재웅 출연.(02)747-2050. ■ 겨울나그네 2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상처받은 청춘들의 안타까운 사랑.8년 만에 재공연되는 무대로 애니메이션을 삽입, 팬터지적인 요소를 강화시켰다. 최인호 작·윤호진 연출, 오만석 윤공주 서범석 출연.(02)575-6606. ■ 오!당신이 잠든 사이 1월8일까지 연우소극장.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슴 따뜻한 뮤지컬. 장유정 작·연출, 김혜성 작곡, 정새결 이주원 출연.(02)762-0010. ●어린이■ 연금술사 25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꿈을 찾아 떠나는 소년의 신비한 모험담.(02)764-8760. ■ 호두까기 인형 1월22일까지 웅진씽크빅아트홀. 크리스마스 이브날 맘씨 착한 마리와 호두까기 인형의 모험을 그린 가족뮤지컬.(02)739-8288. ■ 우리는 친구다 1월1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 초등생 민호, 유치원생 슬기 남매와 이웃 친구 뭉치의 우정. 김민기 번안·연출, 이석호 김은영 출연.(02)763-8233. ●콘서트■ 김건모 크리스마스 라이브리그 콘서트 24일 오후 7시30분 코엑스 대서양홀. 1544-1555. ■ 노영심의 크리스마스 선물 25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02)522-9933. ■ 에픽하이 & 클래지콰이-Delight Christmas 24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02)3442-3353. ■ 서울시향 송년 팝스콘서트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해리포터와 오페라의 유령 등 영화음악과 뮤지컬곡을 연주, 대중들과 호흡하는 무대로 꾸며진다.(02)399-1111. ■ 크리스마스 콘서트 23일 서울 금호아트홀.(02)6303-1919. ■ 이혜경 피아노 독주회 22일 서울 금호아트홀.(02)541-6234. ■ 프라임필 크리스마스 음악회 22일 군포시 문화예술회관.(031)392-6422. ●연극지상의 모든 밤들/31일까지 혜화동1번지 성매매특별법으로 당국의 단속을 피해 쫓겨다니는 업소 여성들의 신산한 삶을 연민의 시선으로 보듬는다. 김낙형 작·연출, 이영숙 손용수 최영환 출연.(02)762-0010. ■ 그놈, 그년을 만나다 31일까지 정보소극장. 남녀의 우연적인 만남과 필연적인 만남을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로맨틱 코미디. 이도엽 연출, 이재룡 최윤석 출연.(02)745-0308. ■ 육분의 륙 1월1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러시안룰렛 게임을 빌려 인간의 기만성과 허위의식을 고발. 이해제 작·연출, 유지태 장현성 출연.(02)541-4519. ■ 늙은 창녀의 노래 31일까지 우림청담시어터.10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양희경의 1인극. 송기원 작·위성신 연출.(02)569-0696.
  • 송년 공연 ‘주렁 주렁’

    송년 공연 ‘주렁 주렁’

    다채로운 송년 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처럼 하루 하루 지나가는 올 한 해가 아쉽다면 송년 공연으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보면 어떨까. ●클래식 94년부터 제야음악회로 한 해를 마감하는 예술의전당은 올해도 31일 불꽃놀이와 제야 카운트 다운 등 축제분위기의 콘서트를 연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 소프라노 문혜원, 바리톤 김관동 등 화려한 협연무대가 이어진다.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합창부분과 왈츠 등 클래식 선율에 맞춰 춤을 추는 음악 불꽃놀이가 볼 만하다.(02)580-1476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는 소프라노 조수미는 의정부 예술의전당(24일), 대구 경북대(27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29일), 일산 킨텍스(31일)에서 송년 공연을 갖는다.(02)1588-7890 금호아트홀에서는 23일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린다.‘하늘에는 영광’이라는 주제로 바흐의 코랄과 칸타타 등 교회음악을 비롯해 비발디 등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의 기악 협주곡을 들려준다.(02)6303-1919 서울시향도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송년 팝스콘서트를 열어 해리 포터와 오페라의 유령 등 영화음악과 뮤지컬곡을 연주, 대중과 호흡하는 무대로 꾸민다.(02)399-1111 ●발레 유니버설, 국립발레단 등이 이맘때쯤이면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발레 레퍼토리 ‘호두까기 인형’을 아직도 ‘찜’하지 못했더라도 방법은 있다. 눈높이를 살짝 낮춰 키예프 소년소녀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만나러 가보자.23일 당진 문예의전당 대공연장,24·25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29일 춘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30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세계 3대 청소년 발레단으로 꼽히는 이들의 내한공연은 이번이 처음. 아이 손잡고 온가족이 부담없이 즐기기에는 그만이겠다.(02)749-1300. “12월은 왜 ‘호두까기’만 있어야 하냐?”며 정동극장이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기획무대도 챙겨봄직하다. ‘성냥팔이 소녀’를 해피엔딩의 가족무용극으로 재구성한 창작무대 ‘안데르센의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31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예원학교 중학생들이 무대를 꾸미며, 발레 한국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춤사위를 감상할 수 있는 참신한 무대이다.4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특기사항.(02)751-1500. ●뮤지컬 매년 똑같은 레퍼토리가 지겹다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브라스 뮤지컬’은 어떨까.23∼25일 덕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공연되는 ‘퍼니밴드의 브라스맨-크리스마스를 훔치다’는 흥겨운 연주와 퍼포먼스, 드라마가 뒤섞인 코믹 뮤지컬이다. ‘퍼니 밴드’는 6명 멤버 모두 클래식 전공자로 구성된 브라스 밴드. 클래식과 재즈의 대중화를 추구해온 이들은 그간에 보여 왔던 퍼포먼스가 가미된 브라스 공연에 드라마를 더해 국내 첫 브라스 뮤지컬을 탄생시켰다. 우연히 범죄현장에 휘말려 교도소에 수감된 연주자들이 억울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갖가지 해프닝을 벌이는 내용이 유쾌하고 재밌다.(02)594-4324. 이밖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전후한 가족 공연으로는 서울예술단의 ‘크리스마스캐롤’(23∼30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과 ‘신구의 크리스마스캐롤’(25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연인을 위한 공연으로는 뮤지컬 콘서트 ‘패션 오브 더 레인’(23∼25일 리틀엔젤스회관)과 ‘러브 다이어리’(26∼31일 극장 용) 등을 추천할 만하다. 최광숙 황수정 이순녀기자 bori@seoul.co.kr
  • [실전 논술] 자연속에서의 인간의 지위

    ●다음 두 글은 자연 속에서의 인간의 지위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전제하고 있다. 오늘날 인류의 이상 실현을 고려할 때, 둘 중 어떤 인간관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더 적절한지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가) 실옹:사람이 물(物)과 다른 것은 마음 때문이며, 마음이 물(物)과 다른 것은 몸 때문이다. 묻노니 그대는 그대의 몸이 물(物)과 다른 것은 무엇인지 말해 보라. 허자:그 질(質)을 두고 말한다면,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과 같고, 발이 모진 것은 땅과 같고, 피부와 모발은 땅의 산과 수풀이며, 정기와 피는 강과 바다며, 두 눈은 해와 달이며, 숨쉬는 것은 바람과 구름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람의 몸은 작은 천지라고 하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생성 과정을 두고 말한다면, 부모의 정기와 피가 서로 감응하여 잉태하고 만조에 태어나서 나이가 들면서 지혜가 늘어나고, 이목구비의 일곱 가지 감각 기관이 통명해지며, 희로애락의 감성이 구비하게 되니 이것이 사람의 신체가 물(物)과 다른 점이 아니겠습니까? 실옹:허허! 그대의 말과 같다면 사람과 물(物)이 다른 점이란 거의 드물다. 사람의 모발과 피부의 바탕이며, 정기와 피가 서로 감응하는 일과 같은 것은 초목도 사람과 같은데, 짐승은 더할 나위가 있겠는가? 내 다시 당신에게 묻겠는데, 생물의 종류는 사람과 금수와 초목 등 세 가지이다. 초목은 머리에 해당하는 뿌리를 땅에 두고 거꾸로 생성·소멸하기에 지혜도 감각도 없으며, 짐승은 몸을 옆으로 하여 살기에 지혜는 없으나 감각은 지닌다. 이 세 가지 생물의 종류는 끝없이 펼쳐져 서로 생성·소멸과 번성·쇠퇴를 거듭하고 있는데, 어찌 귀하고 천한 등급이 있을 수 있겠느냐? 허자:천지간 생물 가운데 사람이 제일 귀합니다. 금수와 초목은 지혜도 없고 감각도 없고 의리도 없으니 사람은 금수보다 귀하고 초목은 금수보다 천합니다. 실옹:(머리를 치켜들고 웃으며 말하기를)그대는 진실로 사람임에 틀림없다. 다섯 가지 윤리와 다섯 가지 예절 형식은 사람들의 예의며,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이나 물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가 거품을 토해서 서로 몸을 적시어 주는 것 등은 금수의 예이며, 초목이 다복하게 떨기를 짓는 것이라든가, 곁가지가 무성하게 뻗어 나가는 것은 초목의 예이다. 인간으로서 물(物)을 보면 사람들이 귀하고 물(物)이 천하며, 물(物)로서 사람을 보면 물(物)이 귀하고 사람은 천하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볼 경우 사람이나 물(物)은 똑같은 것이다. 대개 지혜가 없기 때문에 속이는 것이 없고, 감각이 없기 때문에 억지로 무엇인가 하려 하지 않으니 물(物)은 사람보다 훨씬 귀하다. 또한 봉황새는 높은 절벽 위에서 날고, 용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울창한 숲은 신명에 통하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필요한 재목이니 사람과 비하여 어느 것이 귀하고 어느 것이 천한 것이냐? 대도를 해치는 것으로는 잘난 체하는 마음보다 더 심한 것이 없으니 사람이 사람을 더 귀하다고 하고 물을 천하다고 하는 것은 잘난 체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허자:봉황새와 용이 높은 절벽 위나 하늘에서 난다고 하여도 금수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며, 울창한 숲이나 송백 또한 다 같이 초목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인(仁)으로써 백성에게 덕화(德化)를 미치지 못하고 지혜로써 세상을 통치하지 못하며, 복식과 의장의 법도가 없을 뿐 아니라 예악과 법률 및 형벌을 사용하지 못하는데 어찌 금수와 초목을 사람과 동렬에 놓을 수 있겠습니까? 실옹:심하다. 그대는 너무나 미혹되어 있도다.(중략) 이 때문에 옛 사람은 백성을 보살피고 세상을 통치하는 데 있어서는 물(物)에서 본받지 아니한 것이 없었다. 곧 임금과 신하 간의 법도는 꿀벌에서 본받았고, 군사의 진법은 개미를 본받았고, 예절의 법도는 쥐가 앞발을 모으는 데서 본받고, 그물 만드는 기술은 거미한테서 배웠기 때문에 성인은 만물을 스승으로 삼는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도 자네는 어찌하여 하늘의 입장에서 물(物)을 보지 않고 오히려 사람의 입장에서 만물을 보려고 하느냐? (나) 무시무시한 것이 많이 있지만 인간보다 무시무시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그는 폭풍우 치는 남쪽의 잿빛 바다 위 거센 파도를 가르며 돌진해 가네. 결코 소멸하지도 않고 결코 지칠 줄 모르는 신들의 지고한 땅마저 파헤치고 해마다 말과 당나귀를 끌고 쟁기 보습으로 쑤셔대네. 쉽게 발견되는 새 떼, 망으로 사로잡고 야생 짐승의 무리, 대양의 짠 물고기, 잘 얽어맨 유령 같은 그물로 잡는 그는, 무엇에나 정통한 사람. 기술로 야생 짐승의 주인이 되고, 높은 곳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날것의 주인이 되어, 말의 덥수룩한 갈기에 멍에를 씌우고 항상 민첩한 산짐승 굴복시키네. 도시의 토대가 되는 말과 자유로운 사상과 감정들을 자신에게 가르치고, 황량한 고원에 작렬하는 햇빛과 쏟아 붓는 빗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네. 두루 돌아다녀 모든 것에 정통한 그 결코 미숙한 채로 미래를 맞이하지 않네. 오직 죽음만은 피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었던 질병으로부터 피할 길 생각해 내었네. 영리함과 발명의 기술로 앞날을 경계하며 악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선으로 나아가네. (이하 생략) ●지문의 분석 (가)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홍대용의 ‘의산문답’으로, 허자와 실옹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많은 쟁점을 두고 대립하는 두 입장을 구체화시켜 보여 주고 있다. 이 두 입장 중 하나는 교조화(敎條化)되고 관념화된 유교의 전통적 논변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 및 근대 과학 정신을 토대로 하는 실학적 입론이다. 홍대용은 자신의 입장이기도 한 후자의 관점을 실옹이라는 대변인을 통해 전개시키고 있다. 인용된 제시문에서 대용은 인간이 각별히 귀한 존재이고, 또 만물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다는 인간 중심적 태도를 실옹의 입을 통해 논박하면서, 자연 만물의 평등함과 그 공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결국 이 글은 자연 만물의 평등함을 역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그리스 비극 정신을 대표하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중 한 부분이다.‘안티고네’의 주제는 단선적이지 않다. 한편으로는 신의 꼭두각시 같은 존재에서 벗어나 처절한 운명 앞에서도 스스로 결단하는 인간의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인간의 위대함과 인간의 법이란 자연(신)의 위대함과 자연의 법을 거스르지 않을 때만 유지될 수 있는 것임을 노래하는 듯하기도 하다. 제시문은 특히 인간의 주체적인 모습, 위대한 모습을 노래하는 대표적인 부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여기에서는 주체적인 인간의 위대함을 노래하고 있다. ●출제의도와 생각하기 우선 제시문에 나타난 두 입장의 차이를 명료하게 정리해야 한다. 두 입장은 비교적 쉽게 비교·정리할 수 있다.(가)는 모든 인간 중심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을 수평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나)는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보고 인간의 능력을 신뢰하는 인간 중심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제시문을 통해서 이 논제에서 논의하여야 하는 쟁점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주어진 문제는 ‘오늘날 인류의 현실’ 혹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기준으로 하여 두 입장을 평가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인류가 어떤 문제에 직면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정리하고, 이를 논거로 삼아 두 관점 중 한 관점을 택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학생들이 주어진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글의 전체 방향을 결정짓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만 강조하는 당위적인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막연하게 인간 중심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식의 언급은 논술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태도이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설득력 있는 논증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그 관점에서 어떤 해결책이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통해 어떤 가치관을 지녀야 할지 스스로 성찰해 보도록 하는 데 출제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도를 고려하여 논의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데,(나)를 바탕으로 하여 자연을 대하는 인간 중심적 가치관이 지닌 특징이 무엇이고 그것이 안고 있는 궁극적 문제 의식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인간 중심적 가치관을 환경 문제와 연결지어 얼마나 위험한 사고 방식인지를 지적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관점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이 때는 (가)에 나타나 있는 관점을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의 대상이라는 점을 언급하되 자연이 지닌 가치를 구체적으로 따져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떻게 쓸까 주어진 논제와 관련해 볼 때 주제의 방향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제문은 인간과 자연의 평등함을 인정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면 된다. 이러한 방향과 관련하여 서론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인간을 우위에 놓는 입장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문제 의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면 된다. 물론 이때 (나)의 입장을 정리하면 적절한 문제 제기로 볼 수 있다. 본론 처음 부분에서는 (나)와 관련하여 인간 우위론이 지닌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된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착취로 인해 생태계의 보복이 있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본론 둘째 부분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동등하게 놓는 관점이 요청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면 된다. 이 논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핵심적인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여기에 (가)의 관점과 연관해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면 된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을 확산시킬 구체적 실천에 대한 강조 정도로 요약, 전망하는 내용이 제시되면 된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줄줄 새는 국가 R&D예산] 교수가 연구원통장 관리…인건비 ‘슬쩍’

    [줄줄 새는 국가 R&D예산] 교수가 연구원통장 관리…인건비 ‘슬쩍’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줄줄 새고 있다. 특히 대학 연구비는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어렵사리(?) 따온 연구비가 교수들의 ‘쌈짓돈’이라는 얘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같은 일부 교수들의 모럴 해저드는 국·공립대와 사립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만연돼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서울대 교수 2명이 구속된 데 이어 최근 또다시 이 대학 교수를 포함한 명문대 교수들이 무더기 기소됨으로써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이에 각 대학은 물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 등이 나서 근절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대학 연구비를 중심으로 한 횡령, 유용 실태를 집중 점검한다. 아울러 대책은 없는지 외국의 예 등을 살펴본다. #1 서울 A대 대학원을 졸업한 B(27) 연구원은 석사과정 2년 동안 4∼5개의 연구과제에 참여했지만 책정된 인건비를 한번도 손에 쥐어보지 못했다. 입학하자마자 교수가 ‘통장을 만들어 오라.’고 했고, 통장째로 도장과 함께 제출했다. 교수는 석·박사 과정 연구원 20여명의 통장을 ‘관리’하며 지급되는 인건비를 몽땅 챙겼다. 물론 이걸 모아 장학금과 연구실 운영비로 사용한다는 명목이었고,10만∼30만원 정도의 ‘월급’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연구과제에 연구원 인건비로 책정되는 금액이 석사 60만∼70만원, 박사 80만원 정도라는 것에 비춰보면 상당수는 교수가 꿀꺽한 셈. 게다가 연구원들은 몇개의 프로젝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내역을 보고 짐작할 뿐이었다. 교수가 본인도 모르게 허수로 연구원의 이름을 올리고 그 인건비를 가로챈 것이다. #2 수도권 사립 C대 공대 D교수는 지난해 정부출연기관의 연구과제를 따 받은 연구비로 1000만원짜리 대형 벽걸이TV를 장만했다. 장비 구입비로 책정된 예산으로 최신형 TV를 연구실에 들여놓고는 몇달 있다가 슬그머니 집으로 가져간 것. 이뿐이 아니다. 컴퓨터를 교체한다며 예산을 잡아 영수증까지 꾸몄지만, 실제로는 고급 히터를 사들였다. 그나마 연구실에는 싸구려 중고 히터를 대신 갖다 놓고 새것은 집으로 가져갔다. 석사과정 E(25) 연구원은 “이 정도는 평균적이고 더 심한 곳도 많다.”면서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연구비 횡령 사건들도 사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3 서울 F대 공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학기 과학기술부로부터 1억 7000만원짜리 연구과제를 따냈으나 정작 순수하게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4분의1도 채 되지 않는다. 카드깡과 영수증 품목 바꿔치기는 기본이고, 심지어 박사과정 몇몇 학생은 숙식비를 연구비로 지원받고 있다. 연구를 위해서는 학교 근처에 사는 것이 용이하다는 명목이지만, 사실은 남는 돈 퍼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대학의 G(27) 대학원생은 “교수님이 대놓고 ‘불편하면 더 큰 평수로 옮겨줄 테니 말만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겨울에는 연구실 학생 전부가 교수 가족의 스키 여행에 동행해서 다녀왔다.”면서 “그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다 알면서도 다들 쉬쉬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연구비는 ‘눈먼 돈’…횡령 백태 한해 7조원에 달하는 연구비가 줄줄 새고 있다. 대학 연구비 지원은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관리가 부실한 데다 연구비는 ‘눈먼 돈’이라는 인식 때문에 횡령 사건도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7월 서울대 오모 교수와 조모 교수가 연구비 1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오 교수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제출하고, 유령업체와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장부를 꾸미는 등의 수법으로 15억원을 횡령했다. 또 연구원들의 인건비 1억여원도 가로챘다.10월에는 전북대 교수 4명과 두모(51) 총장까지 연구비 횡령으로 검찰에 입건됐다. 지난 11일에는 서울대·연세대·광운대 교수 4명이 비슷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벤처기업에 ‘정보화촉진기금’ 지원을 도와주고 ‘뇌물 파티’를 벌인 혐의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현직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3월 감사원이 발표한 16개 대학에 대한 감사 결과에는 온갖 연구비 유용 백태가 드러나 있다. 경남의 모 대학 교수는 인건비 1억 3000만원을 유용, 이를 자신의 토지 매입비로 사용했다. 광주의 사립 C대 K교수는 2002년 S사와 형식적인 협약을 맺고 소득세 포탈 등을 도와 680만원을 챙겼다. ●과제따려면 ‘인맥’…지방대는 교수직 걸기도 이 같은 문제는 연구과제 배정과 결과물 검증의 허술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연구자 선정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맥’이기 때문에 교수들은 과제를 따기 위해 기본적인 갑을관계에서 접대를 하고 여행도 보내주며, 시시때때로 필요한 자료를 작성해 주는 식의 ‘충성’을 해야 한다. 학교측의 지원도 미미하기 때문에 연구실을 운영하려면 그렇게 해서라도 과제를 따야 하고, 그 과정에서는 돈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따온 연구비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 대학원생 김모(26)씨는 “인프라가 워낙 부족하고 학교측의 투자도 미미해 연구실 유지비를 결국 연구비로 충당하다 보니 인건비를 교수가 일괄 관리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버렸다.”면서 “그러다 보니 ‘견물생심’이라고 쓰고 남는 돈은 교수가 몽땅 챙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H대에서 석사를 마친 박모(31)씨는 “대학의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에서는 심지어 학교측이 ‘과제 따오면 교수 시켜주고 못 따오면 자른다.’는 식인 경우도 많다.”면서 “목숨걸고 따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비리와 횡령의 씨앗이 싹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기본적으로 연구비는 ‘넉넉하게 신청하고 절대 남기지 않도록 꾸미는 것’이 철칙”이라면서 “사실상 학교측과 교수가 나눠먹고 ‘남는 돈’으로 연구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구성과 검증도 안돼 연구 성과에 대한 검증도 허술하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유학을 준비중인 L(29) 전 연구원은 “한 국가기관에서 통신 관련 과제를 받아 수행한 적이 있는데 정말 ‘과제를 위한 과제’였다.”면서 “그쪽에서는 과제를 주고 결과물만 받으면 고과에 반영되니 철저히 검증하거나 깊이있는 연구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현실적으로 활용도가 높지 않은 연구였음에도 원하는 대로 맞춰서 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체에서 주는 연구과제는 상품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빡빡하고 검증도 철저해서 핵심인력을 배치해 내실있게 연구한다.”면서 “하지만 국가에서 주는 과제는 대충 해도 군소리 하나 들을 일이 없기 때문에 ‘국가기관 과제는 거저먹기나 다름없다.’ 등의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고 귀띔했다. 이효용 유지혜기자 utility@seoul.co.kr
  • [이슈로 본 2005 문화계](2) 공연계 ‘빈익빈 부익부’

    올해 국내 공연계는 어느해보다 해외 유명단체의 내한 공연이 풍성했다.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21년 만의 내한,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4부작 한국 초연, 세계 3대 발레단인 영국 로열발레단과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잇단 내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브로드웨이팀 무대 등은 공연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단체의 이름값에 치르는 비용은 만만찮았다. 최근 몇년간 치솟던 클래식 티켓가격은 무려 45만원까지 올랐지만 객석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반면 국내 단체들의 무대에는 찬바람이 여전했다. 공연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형국이다. ●고공비행하는 티켓가격 지난 11월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가진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1984년 카라얀의 지휘로 내한한 이후 오랜만의 공연이라는 역사적인 의미외에 사상 최고의 티켓가격으로 공연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각각 45만원,35만원인 R석과 S석이 공연 티켓의 65%를 차지했지만 이틀 공연 동안 전체 좌석 점유율 98%, 유료 관객 80%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9월에 공연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4부작은 18시간에 걸친 나흘간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국내 공연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 공연 역시 25만원짜리 R석이 전회 매진 된 것을 비롯해 전체 유료 관객이 70%에 달했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영국 로열발레단(R석 20만원), 러시아 볼쇼이발레단(R석 25만원)등 무용과 지난 2월 내한한 ‘노트르담 드 파리’(VIP석 25만원)같은 뮤지컬에서도 티켓가격의 고공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연극계도 빈인빅 부익부 클래식, 발레, 뮤지컬 분야에서 티켓가격의 양극화가 두드러진 반면 연극계에서는 스타 캐스팅의 여부에 따라 흥행이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는 스타들의 대학로 나들이가 유독 잦았다. 지난 3월 양동근이 ‘관객모독’에 출연해 기대 이상의 관객몰이를 한 데 이어 유오성은 지난 7월 ‘테이프’에, 설경구는 지난달 ‘러브레터’에 출연했다. 연극배우 출신인 유오성과 설경구는 8∼9년 만의 무대 복귀로 관심을 모았다. 여배우 심혜진도 ‘아트’로 첫 연극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9월 남산 드라마센터 개관 43주년 기념작으로 공연됐던 장진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전무송 박상원 전양자 등 연극과 TV를 넘나드는 중견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유료 관객 90%를 웃도는 흥행을 기록했다. 이들 외에 현재 대학로에서는 연극제작자로도 나선 유지태의 창작극 ‘육분의 륙’과 10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문성근의 ‘마르고 닳도록’이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스타들의 연극무대 복귀는 상대적으로 소외 장르인 연극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순기능이 있지만 반면 스타가 나오지 않는 일반 연극을 외면하게 만드는 역기능도 만만찮은 게 사실. 한 공연기획자는 “스타 출연 공연에 밀려들었던 관객이 공연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머니 가벼운 연인들을 위한 ‘뮤지컬 종합선물세트’

    보고 싶은 뮤지컬은 많은데 얇은 지갑이 걱정된다면? 다양한 뮤지컬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모은 ‘뮤지컬 콘서트’가 안성맞춤이다. 뮤지컬 한 편 값으로 여러 뮤지컬을 맛볼 수 있는 데다 스타급 뮤지컬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장점때문에 최근 몇년 새 가장 인기있는 연말상품으로 떠올랐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제작사인 엠뮤지컬컴퍼니가 기획한 ‘패션 오브 더 레인’은 출연진이 6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콘서트다.‘사비타’의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극중 세명의 주인공인 동욱, 동현, 유미리로 열연했던 역대 배우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것.‘사비타’가 ‘뮤지컬 스타 등용문’으로 꼽혀온 만큼 이번 무대에 서는 출연진의 화려한 면면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요즘 뮤지컬계 ‘캐스팅 1순위’인 오만석과 ‘아이다’의 라다메스로 열연중인 이석준을 비롯해 유준상, 노현희, 엄기준, 서범석, 강효성, 소냐 등이 번갈아 출연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공연의 키워드는 ‘비(레인)’다. 봄비, 여름비 등 계절에 따른 비의 다양한 이미지들이 ‘레미제라블’‘미스 사이공’‘오페라의 유령’‘렌트’등 흥행 뮤지컬의 대표곡과 팝송 ‘웬 아이 드림’‘오버 더 레인보우’등 27곡의 노래에 실려 전달된다.5만∼12만원.23∼25일 리틀엔젤스예술회관.(02)764-7859.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의 개관 페스티벌 폐막공연인 ‘러브 다이어리’는 규모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소박하지만 내용은 알찬 뮤지컬 콘서트다. 출연진은 단 7명. 이석준, 민영기, 엄기준, 김다현, 조정은, 윤공주와 더불어 가수 윤종신의 출연이 이채롭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게 ‘사랑’을 테마로 삼아 연인 관객을 겨냥한다. 첫 만남의 떨림에서 사소한 오해로 인한 다툼, 이를 극복하고 더 큰 사랑을 발견하는 연인들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미스 사이공’‘페임’‘렌트’‘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삽입된 넘버들을 감상할 수 있다.3만∼6만원.26∼31일 극장 용.1544-59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나카무라 유리코·김동규의 이색 ‘한류’

    국내 정상의 바리톤 김동규와 일본 뉴에이지 음악의 ‘마돈나’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나카무라 유리코가 한 무대에 선다.12∼14일까지(오후 7시30분) 서울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한류’를 테마로 한 이색 영상 콘서트를 펼친다. ‘유리코 나카무라 피아노 & 김동규의 크로스 오버 음악회’란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음악회는 우리 귀에 익숙한 드라마, 영화, 뮤지컬, 오페라 등 주제가를 영상과 함께 펼쳐진다. 1부에서는 유리코 나카무라의 피아노 연주로 일본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킨 ‘가을동화’,‘슬픈연가’,‘천국의 계단’,‘올인’,‘겨울연가’,‘대장금’등 드라마와 영화 ‘쉬리’등 작품의 주제곡을 들려준다.2부에서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캣츠’ 영화 ‘쉬리’,‘노팅힐’ 주제가와 올드팝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오! 해피데이’ 등을 선보인다. 나카무라 유리코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봄날’,‘굳세어라 금순아’ 등 국내 드라마의 주제가와 국민은행,LG김치냉장고 등 CF 배경음악을 통해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실력파 아티스트.‘욘사마 팬클럽’ 제1기생으로 알려져있는 그녀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한류의 드라마와 영화의 감동을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의 팬들, 그리고 아시아의 한류팬들을 위한 감동의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음악회는 2006년 6월까지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등 아시아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펼쳐질 예정이다.1588-7890,1544-1555.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9)한국의 茶人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9)한국의 茶人들

    섬돌을 이고 있는 뜰에는 흰 서리가 가득하게 내리고 새벽빛은 쌀쌀하다. 누군가 유천의 수곽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문을 여니 초당 평상마루에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남자가 등산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먼 산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생에 대한 번뇌가 가득했다. 오직 답답하면 남도의 땅끝 산에 댓바람 새벽부터 오르겠는가. 그 중년의 남자는 마음에 병을 가득 안고 있었다. 나는 그 중년의 남자에게 한잔의 차를 권했다. 물음이 필요없었다. 차를 마시는 자우홍련사 툇마루에는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만 낭자했다. 한잔의 차를 마신 그 중년인은 가볍게 합장을 하고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태산만한 삶의 무게가 여전히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먹다만 차가 찻잔에 남아 있었다. 그는 한잔의 차도 온전히 마실 만큼의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 중년인의 모습은 한치의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우리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왠지 마음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아련해지는 느낌이었다.‘다부’(茶賦)에서는 차의 품성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한 사발을 마시니 마른 창자가 깨끗이 씻어지고, 두 사발을 마시니 신선이 되는 듯 하고 세 사발을 마시니 병골이 깨어나고 두풍이 낫고, 네 사발을 마시니 근심과 울분이 사라지고, 다섯 사발을 마시니 색마가 놀라 달아나고 탐식하는 마음이 사그라지며, 여섯 사발을 마시니 온 세상에 해와 달이 비치고 만물이 제 모습대로 살아 있음을 알겠고, 일곱 사발을 마시니 맑은 바람이 울울이 옷깃에서 일어나며 봉래산의 울창한 숲이 아주 가까이 다다른 듯하다. ”차에 대한 여섯가지의 덕도 함께 적고 있다. 오래 살고 싶거나, 병을 멎게 하고 싶거나, 맑은 기운을 지니고 싶거나, 편안한 마음을 지니고 싶거나, 신령스러움을 몸에 지니고 싶거나, 예를 갖추려고 할때는 반드시 차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차에 대한 ‘품성론’은 마치 차가 인간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신비한 만병통치약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차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차의 품성론의 핵심은 ‘쉼’이다.‘쉼’이란 거칠게 헐떡이며 매시간과 매일을 살아가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자전거와 비교된다. 우리는 자전거가 멈추면 넘어지듯 우리의 삶이 쉬어가게 되면 경쟁력에서 탈락하는 공포를 느낀다.‘차’는 이같은 쉼 없는 흐름을 쉬어가는 정거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역사에서 대표적인 차인중 한 사람인 고운 최치원, 설잠 김시습,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은 거칠게 변화하며 탄탄하게 옥죄어오는 시대적 과제와 현실속에서 한발짝 물러나 자신을 차와 함께 가다듬었다. 차와 함께 현재의 삶을 쉬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그 쉼을 통해 자신을 보고 시대현실을 관통해냈다. 그리고 역사와 시대현실에 대한 새로운 눈을 떴다. 그런 점에서 ‘차’는 바로 쉼을 통해 마음과 몸을 정화해 새로운 생의 활력을 얻어내는 것이다. 차 도구를 준비하고 물을 준비하고 차를 우려내는 행위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로 끝나서는 안된다. 마음과 육신의 쉼을 통해 자신의 근원을 바라보는 내적행위로 귀착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속에 명멸한 대부분의 차인들은 바로 역사와 현실 속에서 존재하며 활발하게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일에 헌신했다. 그런 점에서 차는 하나의 고고한 정신문화적인 생활문화양식이 아니라 현실의 삶과 탄탄하게 연동하는 살아있는 삶으로서 우리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차인들은 알아야 한다. 역사 속의 차인 중 맨 첫 장에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원효 스님이다. 차인으로서의 원효 스님은 고려 때 이규보가 쓴 ‘남행월일기’라는 기록을 통해 볼 수 있다.“원효방에 원효가 와서 살자 사포가 또한 와서 모시고 있었다. 사포는 차를 달여 원효스님에게 드리려 했으나 샘물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때 바위 틈에서 갑자기 물이 솟아났는데 맛이 매우 달아 젖과 같으므로 늘 차를 달였다 한다. 원효방은 넓이가 2.4㎡쯤 되는데 한 늙은 중이 거처하고 있었다. 그는 삽살개 눈썹과 다 해어진 누비옷에 도를 닦는 모습이 고고했다. 방 한가운데를 막아 내실과 외실을 만들었는데 내실에는 불상과 원효의 초상화가 있고 외실에는 병 하나, 신 한 켤레, 찻잔과 불경을 놓은 책상만이 있을 뿐 불 때는 도구도 없고 시자도 없다.” 신라시대 차인들은 또 있다. 설총과 보천, 효명태자, 충담사, 고운 최치원이다. 설총은 ‘차와 술로서 정신을 깨끗이 해야 한다.’고 했고, 화랑도의 지도자였던 보천과 효명태자는 매일 오대산 문수보살에게 차를 달여 공양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안민가를 지었던 충담사는 왕에게 차를 달여 바쳤고, 최치원은 그의 저서 ‘계원필경´과 쌍계사진감선사비명에 “차로써 갈증을 풀 수 있고 근심을 잊게 되었다.”고 차의 가르침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주로 문인들을 중심으로 한 차인들이 많았다. 임춘, 김극기, 이규보, 진각국사 혜심, 원감국사 충지, 이제현, 이색, 정몽주, 길재 등이 차를 마시며 내면을 가꾸었다. 고려시대 삼은으로 불리는 이색은 차를 몹시 좋아하여 깊은 산속 골짜기 벼랑에서 떨어지는 샘물가에서 부싯돌을 쳐서 차를 달여 마셨다 한다. 그는 차를 마시며 “차를 끓여 마시니 편견이 없어지고 마음이 밝고 맑아 생각에 그릇됨이 없다. 영아차의 맛은 그 자체가 참되다. 가루차를 점다하여 마시니 차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는 삿된 기운을 모두 없애준다.”고 차생활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때 이색은 차생활을 통해 시대적 현실 속에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정도의 길을 발견하고 다짐했다고 볼 수있다. 고려시대에 이어 조선시대 차인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비록 문화적으로 많은 쇠퇴를 겪어야 했지만 임진왜란 등 각종 전란으로 조선시대 사회가 피폐해지기 전까지는 사대부들에 의해 차는 크게 애용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가장 두드러진 차인중 한사람은 바로 점필재 김종직이다. 그가 함양군수로 있을 때 백성들의 차세를 덜어주기 위해 관영 차밭을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당시 차로 인해 수탈받는 민중들의 아픔을 이렇게 적고 있다.“상공할 차가 이 고을에서는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해마다 백성들에게 차세를 거두니 백성들은 돈을 가지고 전라도에 가서 차를 샀다. 대개 쌀 한 말로 차 한 홉을 얻었다. 내가 이 고을에 부임했을 때 이러한 폐단을 알고 백성들에게 요구하지 않고 관가에서 스스로 구하여 바쳤다. 삼국지를 읽다가 신라시대에 당나라로부터 차씨를 얻어다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는 것을 보았다. 아아 이 고을도 산 아래 있으니 어찌 신라 때의 유종이 없겠는가. 그리하여 노인들을 만날 때 마다 널리 물어보았더니 과연 엄천사 북쪽의 대숲 속에서 몇 그루의 차나무를 얻게 되어 나는 매우 기뻤다. 그래서 나는 그땅에 차밭을 가꾸도록 하고 그 부근의 백성땅을 사들여 관청 땅으로 보상을 하였다. 그뒤 몇해만에 제법 번식되어 차밭이 고루 퍼지게 되었으니 4∼5년만 있으면 상공할 액수를 채우게 될 것이다.” 역사에서 현실 속 차인의 태도는 어디에 있는지를 점필재 김종직은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다. 차가 깊은 산속 정자나 도심 속 화려한 차실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우리의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에 그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인 것이다. 조선시대 차인들로는 설잠 김시습, 한재 이목, 서산대사, 초의, 추사, 다산 등이 존재한다. 근현대 차인들도 존재한다. 근현대 차인들은 서양의 커피문화 속에 모든 것이 사라진 박토에서 차문화의 싹을 틔운 개척자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거에 차서들을 통해 다관을 복원하고 차밭을 찾아 차를 덖고 그리고 다법을 정립하기 위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노심초사해왔다. 그리고 그 반석 위에 오늘날 한국차의 문화가 싹터 있는 것이다. 근현대 차인들로 송광사의 다송자, 응송 스님, 효당 최범술, 명원 김미희, 석불 정기호, 홍종인, 청남 오제봉, 금당 최규용, 청사 안광석, 의재 허백련, 토우 김종희 선생들이 주역이다. 물론 이밖에도 수없이 많은 차인들이 차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힘써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문화란 근본적으로 한 사람에 의해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중에서 효당 최범술과 의재 허백련, 금당 최규용 선생의 차 사랑은 매우 남달랐다. 효당 최범술은 진주 다솔사에 주석하며 지금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많은 차인들을 양성해냈다. 효당 선생은 ‘한국의 다도´라는 책을 집필, 초의선사 이후 한국다도의 맥을 복원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다소사에 차밭을 일궈 ‘반야차’를 직접 제다해 차인들에게 보급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의재 허백련도 빼놓을 수 없는 차인이다. 남종화의 맥을 이은 의재 선생은 무등산에서 직접 차를 재배해 ‘춘설’이라는 일품차를 생산해냈다. 효당과 의재는 우리나라 차인의 동서쌍벽이라 칭할 정도로 근대 차문화의 산파역을 해냈다. 차인의 삶은 근본적으로 검박하다. 그것은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나 현재 모두 우리의 삶은 그 현상만 달라졌지 그 근본은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니 현재니 하는 시간적인 흐름은 현상을 바꿀 뿐이지 그 근원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인에게 차는 늘 현실이요, 역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지암 암주 ■ 한재 이목의 ‘다부’ 얼마전 산중을 떠나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한국전통문화와 한국전통차 문화운동을 했던 한 다인이 ‘한국발효차연구소’를 인사동에 개원했기 때문이다. ‘한국발효차연구소’가 인사동 한 모퉁이에 아담한 사무실을 마련하고 우리 민중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했던 발효차에 대한 연구와 복원을 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는 차가운 겨울의 매운 바람을 훈훈하게 녹이는 화로 같은 것이었다. 한국차는 이렇게 선각자적이고 개척정신을 가진 차인들에 의해 오롯이 그 전통이 보존되어오고 있는 것이다. 한재 이목과 그가 남긴 ‘다부’(茶賦)가 그 주인공 중 하나다. 다부는 우리나라의 차인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이기도 하다. 육우의 ‘다경’과 노동의 차노래 ‘칠완다가’를 참고해 지은 차 노래가 바로 ‘다부’이다. 한재는 서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사람은 사물을 대함에 있어서 그 성미에 따라 다르나니 이태백이 달을 좋아하고 유령은 술을 좋아하듯 나는 차를 처음에는 잘 알지 못하다가 차의 성질을 알고부터는 마음속으로 좋아하게 됐다. 차는 세금을 내고 들여오니 이 일이 좋단 말인가 하고 사람들이 말했다. 이에 내가 대답하기를 이 일은 하늘이 처음부터 그렇게 한 것이 아니며 차가 그렇게 시킨 것도 아니다. 나는 겨를이 없어 이에 미치지 못하였을 뿐이라고 하였다.” 480자로 된 ‘다부’는 우리나라에 전하는 가장 오래된 다서(茶書)인 ‘다신전’(茶神傳)보다 350년 앞섰다. 저자인 한재 이목이 중국에서 직접 체험한 차 생활을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차의 심오한 경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차를 일생동안 즐겨도 싫증 나지 않는 것은 그 고유의 성품 때문이다.”로 시작된 ‘다부’에는 ‘차 이름과 산지’‘차나무의 생육환경과 예찬’‘차 달여 마시기’‘일곱 잔의 차 효능’‘차의 다섯가지 공로’‘차의 여섯가지 공로’ 등을 열거하고 있다. ‘다부’에 실린 몇가지 내용들을 살펴보자. 먼저 차의 직접적인 효과 5가지를 말하고 있다.“책을 볼 때 갈증을 없애준다. 울분을 풀어준다. 손님과 주인의 정을 화합하게 한다. 뱃속 기생충으로 인한 고통을 없앤다. 취한 술을 깨게 한다.”차를 마셔 신체와 정신에 이로운 점 6가지도 밝히고 있다.“오래 살게 한다. 병을 낫게 한다. 기운을 맑게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신선과 같게 한다. 예의롭게 한다.”‘다신전’이나 ‘동다송’과 같은 명저인 ‘다부’는 조선을 지배하던 유학자가 쓴 유일한 창작다서다. 노장사상, 특히 양생론과 깊은 연관을 가진 이책의 특징은 행다(行茶), 조다(造茶) 등 실제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사상적인 측면을 더 강조했다는 점에서 조선 유학자들의 음다기풍과 그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노작이기도 하다.
  • [일요영화]

    ●화성의 유령들(KBS1 밤 12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라고 하면 앞뒤 안 재고 보러가는 팬들이 있는 것처럼, 존 카펜터도 자기만의 브랜드를 지닌 공포영화 감독 가운데 한 명이다. 무표정한 가면을 쓴 마이클 마이어스를 내세워 슬래셔 무비의 원조격인 ‘할로윈’을 만들었던 그는 B급 공포영화의 대가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충성도가 높은 팬들을 거느린 컬트 감독이기도 하다. 이 영화 이후 연출에서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존 카펜터는 올해 TV시리즈 ‘마스터 오브 호러’의 한 에피소드를 감독하며 기지개를 폈고, 연쇄살인범 등을 다룬 범죄 스릴러 두 편을 준비하고 있어 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2176년, 인구 과잉과 자원 고갈로 지구는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이 된다. 인류는 화성을 개척해 식민지화하고, 그곳의 자원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화성 경찰인 멜라니(나타샤 헨스트리지)와 동료들은 광산 지역에 있는 악명 높은 범죄자 윌리엄(아이스 큐브)을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광산 지역에 도착한 멜라니와 동료들은 그곳에서 목이 잘린 시체들이 널린 끔찍한 광경을 맞게 된다. 팀의 리더 헬레나(팸 그리어)마저 죽는 등 상황은 점차 악화된다. 멜라니는 광산의 생존자 위트록 박사(조안나 캐시디)에게 땅 속에 있는 유령의 봉인을 풀어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2001년작.93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파리의 연인(EBS 오후 1시50분) 오스트리아의 연인에서 프랑스 비극 영화의 꽃으로, 그리고 루치노 비스콘티와 오손 웰즈와의 작업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한 로미 슈나이더가 여주인공을 맡았다. 그녀는 한 때 세기의 미남 알랭 들롱의 연인이기도 했다. 배우로서는 성공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식을 사고로 잃기도 했고, 술과 마약에 빠지는 등 불행한 삶을 살다가 44세에 숨졌다. 전후 독일, 폐허 위에서 놓여진 삶의 모습과 전쟁 후유증 등을 그려 독일 네오리얼리즘을 개척했다고 평가를 받는 헬무트 코이트너 감독이 연출했다. 스물 두 살 헝가리 청년이자 가난한 예술가인 몽프티(호르스트 부흐홀츠)는 자신만큼 외로워 보이는 부잣집 소녀 앤 클레어(로미 슈나이더)를 만나기 위해 파리를 찾는다.17세 소녀 앤과 사랑에 빠지게 된 몽프티. 그런데 앤에게는 비밀이 있다. 몽프티가 앤을 부잣집 딸로 알고 있으나, 사실 가난한 재봉사로 살고 있었던 것. 결국 몽프티는 앤의 비밀을 알게 되고 이들의 사랑에는 비극이 찾아오는데….1957년작.98분.
  • [발언대] 학교 통폐합,교사증원이 해결책/장세진 전주공고 교사

    최근 교육부는 현재 농어촌 지역 학교의 절반에 가까운 1976곳을 내년부터 4년 동안 모두 통·폐합하기로 했다. 학생이 질 좋은 수업을 받기 힘들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교육부의 농어촌학교 통·폐합 대책은, 진단은 정확한데 접근 방법이 틀렸다고 본다. 교육이나 문화 등 경제논리로만 풀어갈 수 없는 문제들을 획일적으로 재단하려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망령이 너울거리고 있음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아주 농어촌의 씨를 말리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소지가 다분한 교육부의 ‘대책’이 시행되면 농어촌 공동화현상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지역 균형발전은커녕 ‘노인촌’이나 ‘폐허의 유령마을’로 전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하숙비 지원 등 내놓은 방안이라는 것도 자던 소가 웃을 정도다. 가령 어느 학부모가 초등학생 자녀를 하숙시키려 하겠는가.“하숙을 시키느니 이참에…”하고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어쩌면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땅을 떠나게 될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 추진해온 ‘돌아오는 농촌’은커녕, 교육부가 이농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해결방안은 의의로 간단해 보인다. 교육청 지원금이나 통·폐합 학교 학생지원 등에 투입될 돈으로 교사 수를 늘리면 된다. 교사 수를 늘리면 현재 턱없이 못 미치는 법정 정원율 상향효과와 함께 복식수업이며 ‘상치교사’(전공 아닌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도 해소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대도시의 많은 학급정원을 15∼20명 정도로 줄여 선진국형 교실이 되게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마당에 농어촌의 적은 학생은 얼마나 좋은 계기인가. 정녕 교사 1인당 학생 수 감축이야말로 질 높은 수업의 열쇠라는 걸 모른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교육부의 ‘대책’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가 경제논리에 휘둘려 침해된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노출돼 있다. 일제 침략기 때도 아니고 통·폐합으로 인해 산을 하나 넘어 통학해야 하는 초등학생이 생긴다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지향하는, 제대로 된 국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장세진 전주공고 교사
  • 김명인·김연수·정과리씨 제13회 대산 문학상 수상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9일 제13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시부문에 김명인의 ‘파문’, 소설부문에 김연수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평론부문에는 정과리의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 번역 부문에는 프란시스카 조의 ‘Everything yearned for 만해 한용운시선’이 뽑혔다. 희곡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대산문학상은 국내 최대의 종합문학상으로 부문별 3000만원씩 모두 1억 2000만원의 상금을 시상하며, 수상작은 외국어로 번역 출판된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이터널 선샤인 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미셸 공드리/짐 캐리·케이트 윈즐릿 줄거리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컴퓨터로 삭제하는 과정에서 찾는 참사랑의 의미 20자평 갖가지 에피소드 나열 없이도 보편적인 사랑의 의미를 관객이 충분히 공감. 유령신부 장르/등급 팬터지/전체 감독/배우 팀 버튼/조니 뎁·헬레나 본햄 카터 줄거리 현실세계의 신부와 지하세계의 ‘유령신부’사이에서 고민하는 소심한 신랑의 얘기. 20자평 고뇌하고 갈등하는 인형들의 미묘한 표정 연출, 역시 팀 버튼. 러브토크장르/등급 드라마/18세 감독/배우 이윤기/배종옥·박진희·박희순 줄거리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사랑에 다가서길 주저하는 세 남녀의 치유와 방황. 20자평 일상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해 내는 감독의 연출력은 여전. 월래스와 그로밋… 장르/등급 모험·코미디/전체 감독/배우 닉 파크/피터 샐리스·랄프 파인즈 줄거리 도시를 위협하는 거대 토끼의 저주에 맞서 벌이는 월래스와 그로밋의 수사극. 20자평 애니메이션도 음식처럼 ‘손맛’이 들어가야 감칠맛. 미스터 소크라테스장르/등급 액션/18세 감독/배우 최진원/김래원·강신일·이종혁 줄거리 한 청년이 조폭의 필요에 의해 강력계 형사로 경찰에 위장 잠입하며 벌이는 에피소드. 20자평 스토리 전개의 흡인력에서나 에피소드의 풍부함이 돋보여. 소년,천국에 가다 장르/등급 드라마/12세 감독/배우 윤태용/염정아·박해일 줄거리 사랑하기 위해 어른이 된 13살 소년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의 사랑이야기. 20자평 멈춰버린 낡은 시계 바늘처럼 누구나 꿈꿔봤을 아련한 추억을 회상케 하는 영화. 플라이트 플랜 장르/등급 스릴러/12세 감독/배우 로베르트 슈벤트케/조디 포스터 줄거리 비행기 안에서 딸아이를 잃어버리고 외롭게 싸워나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 20자평 스토리 얼개는 촘촘하지만, 반전은 밋밋.
  • 밥 포시 명성 그대로 뮤지컬 ‘피핀’ 초연

    뮤지컬 ‘시카고’‘카바레’ 등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브로드웨이 안무가 겸 연출가 밥 포시의 흥행작 `피핀(Pippin)´이 국내 초연된다. 밥 포시는 섹시하고 도발적이면서도 냉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일명 ‘포시 스타일’의 안무로 1970·80년대 뮤지컬계를 장악한 인물. 사후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피핀’은 그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2년 초연한 작품으로 토니상 감독상, 안무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9세기 서로마제국의 프랑크 왕국을 배경으로 찰스 대제의 아들 ‘피핀’이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신분이지만 자유로운 영혼과 특별한 인생을 갈망한 피핀은 혁명, 살인, 육체의 유희, 일상의 삶 등 인생의 희로애락을 두루 경험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극중 눈여겨볼 것은 역시 밥 포시만의 독특한 안무. 특히 주인공 피핀이 성의 쾌락에 빠지는 장면은 대사없이 음악과 춤으로 타락과 환락의 세계를 완벽히 묘사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각광받는 작곡가인 스티븐 슈왈츠의 음악을 듣는 재미도 크다. ‘오페라의 유령’의 설앤컴퍼니와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피핀’은 국내에서 밥 포시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총출동해 관심을 모은다.2001년 밥 포시의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든 ‘올 댓 재즈’의 연출가 한진섭, 안무가 서병구, 그리고 배우 윤복희가 재결합했다. 피핀역에는 서재경, 최성원이 더블 캐스팅됐다.18일∼내년1월15일 충무아트홀.(02)501-7888.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자화상 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일 것입니다. 그러나 서구 미술사에서 가장 많이 자신의 그림을 그린 거장은 렘브란트로 알고 있습니다. 생전에 10점이 넘는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렘브란트는 17세기 르네상스시대에 살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에게 인간적인 패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문예부흥의 시대가 저물어가던 말년에 그린 ‘쾰른 자화상’은 마치 유령을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세상과의 오랜 불화를 견뎌낸 여유가 느껴집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다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17세기 말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입니다.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로 알려져 있지만 조선시대 사실주의 화풍의 대가입니다. 남인이었던 그는 출세길이 막혀 막막했던 심경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자화상은 그의 대표작입니다. 허울이 아닌 사실을, 시대를 녹여버릴 듯한 강렬한 눈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그의 수염은 떨리는 듯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시대,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애석하게도 웃는 얼굴이 아닙니다. 여섯 차례의 이사 끝에 겨우 마련한 집. 그러나 유명한 작품들의 상당수는 일본 등 외국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남산은 주한미군의 골프연습장에 가려 잘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헬기 소리로 요란합니다. 일제침탈과 한국전쟁, 그리고 독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굴곡은 이곳에선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다시 희망을 힘겹게 떠올려 봅니다. 먼 훗날에도 이 땅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고백’으로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겠지요. 당당하면서도 너그럽고, 가난하지 않아도 겸손한 우리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1층 고고관·역사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그 곳에 있었다. 후손들에게 기록을 남긴 역사(歷史)시대의 모습도, 지혜가 미치지 못해 문자를 남길 수 없어 유물로만 자취를 남긴 선사(先史) 시대의 모습도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박물관 건물로 들어서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동관으로 줄지어 이어진다.1층에 들어서면 상설전시관인 고고관과 역사관이 관람객을 맞는다. ●구석기 시대에서 남북국 시대까지 한눈에 동관 1층 101∼110 전시실이 바로 고고관이다. 첫 걸음을 떼는 순간 세계전도와 함께 일본·중국·대한민국·세계고고학의 연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나 사회과부도·역사부도 등의 첫 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던 ‘빗살무늬토기’(신석기시대·서울 암사동 출토)는 관람객들이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유물. 이어 ‘요령식 동검’(청동기시대·황경남도 신천 〃),‘산수무늬 벽돌’(백제·충남 부여 〃) 등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마치 검은 돌처럼 바싹 말라버린 선사시대 ‘도토리’(신석기시대·경남 창녕 비봉리 〃)는 ‘갈판·갈돌’(〃·서울 암사동〃)과 함께 진열돼 있었다.500년 쯤 지나면 미니홈피 배경 음악이나 배경 화면을 사고 파는 전자화폐 ‘도토리’가 나란히 소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선을 따라 청동기·초기 철기 유물들이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듯 스치며 지나간다.4∼6세기 고구려 고분에 집중적으로 그려졌다는 벽화는 ‘사신도’가 대표하고 있었다. 비록 모사품이지만 청룡·주작·백호·현무의 모습은 그 시절 고구려인의 호방한 기상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백제실을 대표하는 ‘백제금동대향로’(충남 부여 능산리 절터 〃) 앞에서는 좀처럼 관람객들이 눈을 떼지 못한다. 신선들이 산다는 박산(博山) 굽이굽이마다 상상의 동물들과 사람들의 모습으로 장식된 향로는 백제인들의 이상향을 엿보는 듯하다. 가야실에서 볼 수 있는 ‘투구’와 ‘말머리가리개’(부산 복천동 〃)는 외국 영화의 전투장비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금관’과 ‘허리띠’ 앞에서도 관람객들은 오래 머문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유물은 아니었지만 발해실의 ‘용머리 장식’이나 ‘도깨비 기와’(중국 헤이룽장성〃)는 세상의 모든 나쁜 귀신을 쫓아낼 듯하다. 반면 두명의 부처가 함께 조각된 ‘발해불상’(발해 팔련성 〃)은 이민족도 너그러이 융합했던 민족의 포용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딸을 시집보낸 왕도 범부와 다르지 않았음을… 고고관을 다돌고 나면 맞은 편 111∼120 전시실인 역사관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대표적 기록문화유산인 한글, 금속활자를 비롯해 금석문, 문서, 지도 등 당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역사관 첫 전시실인 한글실에는 한글의 과학성보다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랜 어버이의 모습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새 집에 가서 밤에 잠이나 잘 잤느냐. 어제는 그리 덧없이 내어 보내 섭섭무료하기 가이 없어 하노라.’며 조선 현종 임금이 궐 밖으로 시집간 셋째 딸 명양공주에게 보낸 한글 편지는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지도실에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밑거름이 됐던 ‘동국대전도’가 2.3배 확대돼 바닥 타일로 꾸며져 있다. 허리를 굽혀 살펴보면서 걸어보면 마치 소인국의 ‘걸리버’가 된양 한반도 전체를 걷는 느낌이다.‘수선전도(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추정)’‘도성도’ 등 서울의 옛 모습을 담은 옛 지도도 직접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등기제도, 노비의 경제적 가치, 조선시대의 의술 등 선조들의 생활상을 이해하기 쉽게 배울 수 있다. 다리가 아플 때쯤이면 소파나 영상물 상영관 등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시설이 전시관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정해진 동선대로 이동하지 않으면 시대 흐름을 놓칠 수 있으니 질서를 지키며 정해진 동선을 따르는 것이 좋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2층 미술관Ⅰ·기증관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올라서면 서예·회화·불교회화 등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인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Ⅰ’과 국내·외 각계각층 213명이 아무런 대가없이 박물관에 기증한 작품들이 있는 ‘기증관’이 있다. 특히 미술관Ⅰ에는 교과서에 실려 눈에 익은 작품들도 많아 직접 실물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교과서에 실린 그림이네? 미술관Ⅰ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보물 527호)’. 춤추는 아이, 행상, 벼타작, 담배잎썰기, 씨름도 등이 눈길을 모은다. 꽉 짜인 원형 구도에 간략한 필선으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소박한 일상을 담았다. 작품 크기는 30㎝ 안팎으로 아담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씨름도’의 씨름꾼 옆에는 이들의 신발로 보이는 신발들이 내팽겨쳐져 있다. 그런데 하나는 짚신, 하나는 고급신발로 보이는 고무신이다. 신분의 차이가 나는데도 공평한 승부 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구경꾼들이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경기를 보고 있다.‘허허, 저런’‘빨리 넘겨 버려.’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구경꾼들의 긴박한 표정과는 달리 엿판을 매고 떠꺼머리 총각은 아랑곳없이 천연덕스럽게 가위를 치면서 열중하는 것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얼핏보면 빛 바랜 누런 종이에 검은 잉크가 뭉개져 있는 듯하다. 한참 들여다보면 왼쪽 하단 현실세계를 보여주는 야산에서 오른편 상단 도원의 세계가 보인다. 세종대왕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풍경을 안견에게 설명해서 그리게 한 것이다. 전체적인 경관은 짙은 안개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잘 어우러져있다. 꿈과 현실을 한폭의 화폭에 담은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떠오를 법하다. 두루말이 형태로 폭이 20m에 이르는 이 작품은 당대 지적 권력이 집약된 작품이다. 작품 양쪽에 자신이 안평대군이 직접 지은 제발(題跋)뿐만 아니라 정인지, 신숙주, 박팽년, 서거정, 성삼문 등 당대 20여명의 문사들의 찬시가 곁들였다. 다만 안타깝게도 진품은 일본 덴리(天理)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화려한 불교회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표현한 그림들이 모여있는 불교회화관에 들어서면 좀 더 화려해진다.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 등 선과 악을 상징하는 오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웅전 석가모니 불상 뒤에 놓였던 ‘영취산(靈鷲山)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불’은 석가가 인도 마가다국의 영취산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법한 사실을 화려한 색깔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원근법을 쓰지 않아 평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어찌보면 불화의 세계가 시공(時空)을 초월한 세계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사 김정희가 쓴 자신의 별호에 대한 글인 ‘묵소거사 자찬(默笑居士 自讚)’은 날카로움 속에서 정중함과 정성을 담아 쓴 흔적이 엿보였다.‘침묵할 때 침묵하는 것은 때에 맞는 것이요, 웃어야 할 때 웃는 것은 중용에 가까운 것이다.’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에서는 내면의 세계까지 드러나는 듯하다. ●문화재 사랑으로 만들어진 기증관 기증관은 11개실로 구성됐으며 이홍근 박병래 등 문화재를 기증한 이들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1946년 이희섭 선생이 금동불상 세 점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213명이 청동기 금속공예 회화를 비롯한 국보 6점과 보물 32점 등 모두 2만 2091점을 기증했다. 특히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 운영자인 가네코 가즈시게 선생 등 일본인 3명도 기증자 대열에 포함돼 있어 눈에 띈다. 기증관에서는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그리스 청동 투구(국보 904호)를 볼 만하다. 투구는 1500년쯤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경기에서 승리를 기원하고 신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제작됐다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 선생에게 부상으로 주어졌다. 투구는 베를린 박물관이 보관하다가 1986년 뒤늦게 손 선생에게 돌아왔다. 그는 이 투구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민족의 것이라 생각해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3층 아시아관·미술관Ⅱ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곳이나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특히 3층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인기 유물’과 그렇지 못한 ‘비인기 유물’ 사이의 차이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에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교과서를 통해 숱하게 봐 왔던 익숙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물도 ‘아시아관’에 전시돼 있다. ●중국·일본·중앙아시아 유물도 전시 3층에는 306∼311호까지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중국·일본의 유물이 전시된 ‘아시아관’이 있으며,301∼305호까지 ‘미술관Ⅱ’에는 불상·청자·백자 등 우리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보통 301호부터 관람하는 것이 순서겠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3층에 올라오면 바로 왼쪽으로 ‘아시아관’입구인 306호가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관람객들은 306호 ‘아시아관’을 먼저 관람하게 된다. 306호를 먼저 들어왔다고 해서 다시 나가 301호로 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시아관’을 얼른 둘러본 뒤 ‘미술관Ⅱ’에서 우리 유물의 아름다움을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아시아관’에서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다른 전시관에 비해 조금 빨라지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12개의 팔을 가진 부처 조각상이나, 인자해 보이지 않는 부처의 미소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다른 전시관에서는 아이들에게 유물에 대해 박사 수준의 설명을 해 주던 엄마들도 이곳의 잘 모르는 유물들 앞에서는 슬쩍 조용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시아관’에서 잠시 풀 죽은 엄마들은 3층 북쪽에 자리잡은 ‘미술관Ⅱ’에서 활기를 되찾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볼것 많고 배울것 많은 고려청자 전시실 자비롭고 은은한 미소로 가득찬 301호 불교조각 전시실을 지나면, 전시된 모든 유물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친숙한 금속공예(302호)·청자 전시실(303호)을 지나게 된다.304호에는 수수한 느낌의 분청사기 전시실이 있고 305호에는 백자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유물에 대해 ‘일자무식’이라도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는 국보 78호 미륵반가사유상도 이곳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따로 마련된 방에 모셔진 이 불상은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전시실 자체에서 풍기는 위엄만으로도 관람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미륵반가사유상 외에도 고려청자 전시실은 관람객들의 ‘정체현상’이 가장 심한 곳이다. 사방이 온통 비취색인 이곳에서 사람들은 걸음을 옮길 생각을 잠시 잊게 된다. 또 국보와 보물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메모하는 학생들의 손놀림도 빨라진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진열된 어느 것 하나 국보·보물 아닌 것이 없을 듯한데, 그 가운데서도 국보가 있고 보물이 있는 것을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층부터 차례로 관람하면서 올라왔다면 3층이 마지막 장소다. 특히 조선백자들이 전시된 305호를 마지막으로 관람하게 된다면, 어수선하게 관람했던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차분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손목없는 부처님…왜? “엄마, 왜 부처님 손이 없어요?” 3층을 관람하면서 엄마들이 아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301호에 마련된 불교조각 전시실에는 많은 불상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가운데 3개 철조불좌상의 양 손목이 없다. 공교롭게도 ‘손목 없는 불상’3개 모두 철로 만들어졌으며 앉아 있는 자세도 비슷하다. 첫번째 ‘손목 없는 불상’은 301호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볼 수 있다. 약 2m크기이며 통일신라 시대인 8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충남 서산군 운산면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두번째는 충남 서산군 보원사 터에서 출토 된 것으로 11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이며, 세번째는 10세기에 만들어져 경기 포천군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손목 없는 불상’에 대해 불상 전문가인 홍익대 김리나 교수는 “불상의 손목은 다른 곳에 비해 가늘고 몸체에서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누군가 고의로 잘랐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불상의 손 모양새(손갖춤)는 부처나 보살이 깨달은 중생 구제의 소원을 밖으로 표시하기 위해 짓는 것으로 부처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수목공원·공연장…가족나들이 ‘딱’이네 “박물관도 즐기고 공원 나들이도 하세요.” 박물관은 자칫 아이들에게는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유물에 서려 있는 유구한 한민족의 역사를 공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런 염려를 덜어도 될 것 같다.‘거울못’과 10만그루의 수목 등 다양한 자연 환경이 박물관 주위로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공연장도 갖추고 있다. 박물관을 싫어하는 아이도, 박물관을 구경하고 싶은 어른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연못·폭포·정원·식물원 등 눈길 박물관 바로 앞에는 도심 공원이 펼쳐져 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울못’이다. 거울못은 지름만 150m에 달하는 인공연못이다. 박물관을 설계한 정림건축 박승홍 건축가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박물관에 들어섰을 때 맨 처음 만나게 된다. 거울못은 성벽 모양을 한 박물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모든 물들이 한데로 모이는 저수지이자 통일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연못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연못과 박물관 정문 사이에는 언덕이 하나 있다. 박물관 정문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물관은 겨울에는 거울못이 얼면 야외 스케이트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열린마당’은 박물관 중심에 시원하게 배치된 수목 공원이다. 한옥의 대청마루에 해당한다.10만 그루의 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보물 2호 보신각종, 보물 365호 흥법사 진공대사탑 및 석관 등이 숨어 있다. 박물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공부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설계가의 바람이 담겼다. 박물관 왼편으로 석조물정원, 어울마당, 미르폭포 등 다양한 녹지 공간이 펼쳐져 있다. 박물관 뒤편에도 크지는 않지만 녹음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전통염료식물원에서는 개암나무, 씀바귀 등이 재배된다. 그 옆으로는 의자와 잔디밭 등이 펼쳐져 있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도시락을 먹기에 그만이다. ●뮤지컬 즐기고 도서관서 책도 보고 박물관에는 공연장과 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전문 공연장 ‘용’은 805석짜리 중극장이다. 서관에 있다. 박물관 안 공연장으로는 국내 최초다. 클래식,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무대에 올릴 수 있다. 공연도 연말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난달에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과 금난새·정명화의 공연이 열렸다.4일부터 페리아 뮤지카의 ‘나비의 현기증’, 연극 ‘이’, 뮤지컬 ‘러브 다이어리’ 등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장점은 1층에 8석의 장애인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휠체어로 들어와서 옮겨 앉지 않고 그대로 관람할 수 있다. 다만 회전무대 등 무대시설이 부족하고 완벽한 음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흠이다. 지적인 관람객들이라면 서관 4층에 있는 도서관이 제격이다. 고고학·미술사학·역사학 전문 도서관이다.9만여권의 장서와 600여점의 디지털 자료를 갖추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그러나 한 번도 ‘제 집’을 갖지 못했다. 무려 6차례나 이삿짐을 꾸려야 했다.60년 동안 타의에 의해 ‘역마살’에 시달렸다. 전쟁과 문화 홀대의 역사를 아프게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립박물관은 광복이 된 1945년 12월 경복궁 내 건물에서 정식 개관했다. 그러나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중요 유물 2만여점은 부산대학교 박물관 등으로 전전해야 했다. ‘전세방 처지’는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53년 피란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 남산 분관에 자리잡았다가 55년 덕수궁 석조전에 이어 72년에는 경복궁 현 국립민속박물관 건물로 이전했다. 86년 박물관은 옛 중앙청 건물로 네번째 이사를 갔다. 그러나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다는 게 문제가 됐다.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96년 경복궁 사회교육원 건물로 옮겨가 지난해까지 임시 거처로 사용했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은 환갑이 돼서야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마련한 셈이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교통편 ●지하철 용산∼회기 국철과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정문까지 걸어서 100m도 안 된다. 박물관 입구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0분 거리다. ●버스 버스도 비교적 편리하다. 초록버스 0211번(보광동∼옥수동)이나 빨강버스 9502번(의왕 고천∼신세계백화점)을 타면 된다. 용산가족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도심순환코스)를 타도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승용차 서문으로 입장하면 된다. 주차료는 2시간에 소형차 2000원, 대형차 4000원이다.30분당 각각 500원,1000원의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단 종일 주차는 각각 1만원,2만원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개관 초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관람료 올해 말까지 무료다. 그러나 매표소에서 무료관람권을 발급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다. 관람질서 유지와 이용객 안전 등을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성인(19∼64세) 2000원, 청소년(7∼18세) 1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20인 이상 단체는 성인 1500원, 청소년 500원이다.1주일 전에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한다. 어린이박물관도 7∼64세까지 500원을 받는다. 6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돈을 안 내도 된다. 그리고 매달 넷째 토요일과 관람 시간 종료 1시간 전부터도 무료 입장할 수 있다. 국빈이나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장애인 등도 무료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된 문화 기관 17곳 가운데 5곳을 이용하면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관람시간·입장제한 평일은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매표는 관람시간 종료 1시간 전까지 한다. 휴관일은 1월1일과 매주 월요일이다. 최대 3000명이 동시 입장할 수 있다. 하루 최대 허용인원은 1만 8000명이다. 어린이박물관은 더 경쟁이 치열하다. 오전 9시부터 1시간30분 단위로 150명만 들어갈 수 있다. 평일에도 오전 일찍 가지 않으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관람 유의사항·편의시설 이용법 박물관 안은 당연히 금연지역이다. 음식물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들어와도 안 된다. 다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은 출입할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돌려 놓는 것은 상식이다. 전화 통화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싫다면 차라리 전화 전원을 꺼 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유물과 작품의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삼각대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몰지각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상업적 용도의 촬영도 금지돼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유물을 관람하는 값이다.1000원짜리 두 장 냈다고 제것처럼 만지면 안 된다. 혹시 아이들이 제집처럼 뛰어다니거나 유물을 손대면 따끔하게 혼을 내자. 편의시설도 꽤 갖춰져 있다. 유아나 노약자, 장애인은 유모차와 휠체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품보관함도 있어 가방 등을 넣어둘 수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PDA·MP3플레이어 이용하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최첨단 IT(정보기술) 박물관을 자랑한다. 설비시설은 물론 박물관 관리에 최신 IT 기술을 접목시켰다. 무엇보다 PDA와 MP3 플레이어 등 개인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더욱 편리하고 상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은 모바일 안내 시스템을 도입했다.PDA와 MP3를 갖고 전시품 앞에 서면 단말기가 전시품 위 적외선 발생장치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후 관람객들에게 화상과 음성으로 전시물에 대해 안내를 해 준다. 지난해 리움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사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PDA를 켜면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언어 선택 화면이 뜬다. 이후 각각의 박물관 전시실과 관람 코스가 안내된다. 전시실이나 코스를 따라 돌기만 하면 된다. 또 세계 최초로 박물관 네비게이터 기능도 갖췄다. 관람객의 현재 위치를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MP3 플레이어도 유물 소개는 PDA와 마찬가지다. 다만 네비게이션만 안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PDA 300대,MP3 400대를 갖추고 있다. 현장에서는 각각 100대 이하만 선착순 대여하고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그러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터라 오전 10시만 되면 바로 동이난다. 대여료는 종일 PDA 3000원,MP3 플레이어 1000원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04일 TV 하이라이트]

    ●시네마 천국(EBS 밤 12시) ‘박하사탕’,‘오아시스’,‘바람난 가족’,‘효자동 이발사’로 언제나 변화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준 문소리. 그녀가 ‘사랑해, 말순씨’로 돌아왔다. 그녀의 연기 세계를 되짚어본다. 또 팀 버튼 감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유령신부’를 소개한다. 감독 특유의 기이하고 몽환적인 상상의 세계를 만나보자.   ●신동엽의 있다!없다?(SBS 오후 7시5분) 시청자들이 올린 기발한 사진을 소재로 사진의 실체와 그 뒷이야기를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재미있고 놀라운 사실, 가슴 따뜻한 사연들을 만난다. 농민을 돕는 경찰 경운기가 있을까, 없을까. 바다를 지키는 마징가 모양의 등대가 있을까. 없을까. 또 앞뒤로 볼록한 자동차가 있을까, 없을까를 알아본다.   ●박주현의 시사 업 클로스(YTN 오후 3시5분)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경제특구와 국제자유도시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방안을 정책과제로 선정해 발표했다.2008년부터는 해당 지역 초·중·고교에서 국어, 국사를 제외한 전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몰입교육이 시행된다고 한다. 이에 따른 효과와 문제점은 어떤 것인지 짚어본다.   ●자매바다(MBC 오전 9시) 정희가 춘희 행세를 하며 현 사장에게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춘희는 화를 내며 빨리 삼운각에서 떠나라고 말한다. 정희는 춘희 때문에 현 사장이 실어증에 걸렸다며 찾아가보라고 하지만, 춘희는 거절한다. 동신은 호식을 떠올리며 술을 마시다 화가 나서 술병을 내던지고, 정희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청춘 신고합니다(KBS1 오후 7시30분) 불굴의 투혼이 빛나는 육군 제6 보병사단 장병들과 함께한다. 휴가증을 따내기 위해 꼭꼭 숨겨 두었던 개인기가 드디어 빛을 발한다. 휴가증을 향한 유쾌한 한판 승부가 펼쳐지고, 또 숨겨 놓았던 이야기들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소원수리 프로젝트 행복초소’도 펼쳐진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결혼 전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며 이별을 요구했던 남편. 그러나 정희는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말을 해 가정을 이뤘다. 그렇게 7년이 흐른 어느 날, 남편은 갑자기 이혼을 요구한다. 남편이 사랑했던 혜선이 유학에서 돌아온 것이다. 어느 새 다시 만나고 있는 두 사람. 정희는 남편을 붙잡으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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