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조사없이 계약 “눈뜨고 당해”/무기거래사기 전말과 문제점
◎국방부,거래실적 과신하다 화자초/선하증권 하자 대금결제뒤에 발견/은행과의 책임공방 법정까지 갈듯
프랑스 무기거래상의 가짜 선하증권을 믿고 선적도 하지 않은 거액의 무기값을 지불한 이번 국제 무기사기사건은 1차적으론 하자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금융기관의 금융사고로 볼 수 있지만 무기도입과 관련한 국방업무체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국방부 군수본부가 육군 교육용 90㎜ 포탄 및 1백5㎜·1백55㎜ 포탄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의 FEC사와 에피코사라는 두 국제 무기상의 농간에 우리나라의 외환금융기관과 국방부 군수본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방부 군수본부는 이 3종의 포탄 가운데 1백5㎜와 1백55㎜ 포탄은 프랑스의 에피코사와 각각 90년 11월19일과 11월12일에 3천발과 5천1백10발을 1백52만4천달러와 3백61만7천8백80달러에,90㎜ 포탄은 88년 11월24일 프랑스의 FEC사와 4천발을 1백88만3천3백20달러에 구매계약을 체결했었다.
결과적으로 외환은행이 위조선하증권을 믿고 6백67만3천9백40만달러(한화 53억원)를 국제사기무기상들에게 지급한 이 사건은 현재 국방부 군수본부측과 외환은행측과의 책임소재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방부측은 외환은행측이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고금액전액을 국고납입을 제의해 납입방법을 둘러싸고 협의까지 벌였으나 방법이 맞지않아 협의가 결렬돼 지난 11월26일 은행감독원에 금융분쟁 조정신청을 해 놓고 있는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의 조사결과 국방부 군수본부가 이들 두 프랑스 무기상들과 계약을 체결한 뒤 두 무기상들은 신용장개설·무기상통보·무기포장·선박회사운송 및 선장에게 인도·선장의 선하증권발행으로 진행되는 국제무기거래에 유령 선박회사를 동원,가짜 선하증권을 만들어 무기계약금액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피코사의 경우 가너스 베리(GUNNERS BURY)라는 선박회사를 운송대리인으로 내세웠으나 유령회사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FEC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수표와 똑같이 취급되는 유가증권인 선하증권을 제시하면 신용장을 개설한 은행은 대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 경우 선하증권의 하자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국방부측의 주장이다.
국방부측으로서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국방부 군수본부측이 선하증권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지난 1월6일 선하증권을 외환은행을 통해 받은지 거의 6개월이 경과한 시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그러나 이미 무기대금은 지급된 뒤였으며 파리에 상주하고 있는 무관을 통해 두 무기상의 소재를 확인했으나 모두 잠적한 뒤였다.또한 이들 프랑스 무기상의 국내중개상 역할을 했던 광진교역등도 자취를 감춘 뒤였다.
국방부 군수본부가 무기상에 대한 신용조사를 하지 않은 것도 이번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무기상에 대한 신용조사는 연2회 정기적으로 하도록 관계규정이 정하고 있으나 두 국제무기상이 전에 국방부와 무기거래실적이 있다는 점만을 과신,별도의 신용조사없이 무기거래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사건은 은행감독원 산하에 설치된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이 돼있어 그결과에 관심이 쏠리고있다.위원회는 피신청인(금융기관)에 대한 사실조회를 한뒤 그 결과 신청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경우와 사실이더라도 수사권이 없는 위원회의 속성상 다루기 어렵거나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기각 또는 각하한다.
사실조회가 끝나면 월1회 열리는 위원회에 회부,양측의 주장을 들은뒤 조정한다.조정 결과를 분쟁 당사자 양측이 모두 수락하면 종결 처리된다.그러나 어느 한 쪽이라도 이의가 있으면 아무런 효력을 갖지 못한다.이때는 정식 재판을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군수본부와 외환은행간의 위조 선하증권 관련 분쟁의 경우 서류상의 하자 부분에 대해 은행이 수입자에게 통지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된다.은행측은 이에 대해 군수본부측 담당관에게 전화로 통지하고 대금지급 의사를 확인했다고 주장하고,군수본부측은 그같은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맞서고 있다.이 부분은 위원회가 사실 여부를 가리기 힘든 사안이어서 결국 법정 다툼으로 갈 공산이 크다.분쟁조정위원회는 감독원부원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변호사 2명과 교수,소비자 대표,감독원 임원,기타 각1명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